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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日 도시바의 있을 수 없는 반도체 매각 행보

    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하려던 계획이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도시바가 반도체 회사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미국의 웨스턴디지탈(WD)이 포함된 ‘미·일 연합’으로 바꿔 오는 31일 정식 계약할 것이라고 한다. 애초 도시바는 지난 6월 SK하이닉스와 손잡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일본 정책투자은행의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막판에 SK 등을 빼고 거기에 WD사를 넣겠다는 것이다. 국제 매각 사례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WD는 원래 도시바 반도체 제휴 업체였다. 그런데 우선협상대상에서 배제되자 SK하이닉스 등으로 이뤄진 한·미·일 연합과 매각 협상을 벌이는 것에 크게 반발해 왔다.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신청을 내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도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일본 내에서는 반도체 산업을 한국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무엇보다 SK하이닉스가 융자로 지원하는 인수 자금이 전환사채여서 앞으로 도시바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나섰다. 이런 과정에서 경제산업성 등 일본 정부가 나서 WD가 포함된 새 미·일 연합과 협상을 우선하도록 조정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세계가 주시하는 기업 매각의 우선협상자를 손바닥 뒤집듯 해도 되는 일인가. 동네 구멍가게를 사고팔 때도 최소한의 상도의가 있는 법이다. 하물며 글로벌 기업의 국제 입찰에서 일반 상거래 관행을 깨고 얼렁뚱땅 우선협상자를 바꾸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신의성실 원칙을 들먹일 나위조차 없는 상식 이하의 행태다. 이번 도시바와 WD의 새 협상 조건은 애초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제시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요구(전환사채로 출자) 문제만 해도 애초 제안서에 있던 사항이다. 이미 이런 조건을 잘 알면서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놓고 이를 문제 삼아 결국 최종 계약 대상에서 뺀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우리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도시바와 WD는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에 이어 2, 3위를 달린다. 이런 두 기업의 결합은 명백한 시장 독점 행위에 해당한다. SK는 이 점을 내세워 국내외에서 도시바가 반독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도 측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시간이 사흘밖에 없다.
  • SK하이닉스 연합 ‘도시바 인수’ 빈손 되나

    美WD 새 컨소시엄과 손잡을 듯 합의 못하면 다시 교착상태로 일본 도시바 반도체의 인수까지 거의 8부 능선을 넘었던 SK하이닉스가 빈손으로 하산할 처지에 놓였다. 도시바가 SK하이닉스가 속한 기존 한·미·일 컨소시엄에 대한 우선협상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이달 말까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속한 새로운 컨소시엄과의 협상을 마무리짓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23일 도시바가 WD 측 컨소시엄과 이달 내 매각협상 결론을 내기 위한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WD는 도시바메모리에 대한 실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WD는 SK하이닉스가 속한 한·미·일 연합에 소속된 일본 민관 펀드 산업혁신기구,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 일본정책투자은행 등과 컨소시엄을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액으로는 1조 9000억엔(약 19조 6676억원)을 제시했다. 기존의 한·미·일 연합 구도에서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가 배제되고, WD과 KKR이 자리를 채운 셈이다. 이달 중순 도시바 경영진은 WD, KKR 연합에 대해 매각 교섭을 우선하겠다는 의사를 거래 은행단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협상 조건, 전 세계 당국의 독점금지규제 심사 등 관문은 아직 남아 있다. WD는 의결권 없는 채권 등의 형태로 수천억엔 규모의 자금을 투자한 뒤 의결권 있는 지분은 20% 미만으로 취득해 양국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하겠다는 계획이다. 도시바는 이달 열리는 이사회에서 승인을 얻은 뒤 최종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 메모리의 협력사였던 WD는 지난 2월 도시바가 매각 계획을 밝힌 직후부터 국제중재재판소에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등 도시바와 마찰을 빚어 왔다. WD 경영진은 인수 합의가 완료되면 제소를 철회할 뜻을 도시바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측은 이날 “교섭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단계로, 입장을 표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협상 과정에서 의결권을 요구하면서 기술 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일본 내에서 높아졌다”면서 “도시바가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국제 소송전도 피하려는 이중 노림수가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업계는 WD 측과 인수 금액, 출자비율 등 조건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라이프 톡톡] 역사학도, 기업결합 분석의 새 역사에 도전하다

    [라이프 톡톡] 역사학도, 기업결합 분석의 새 역사에 도전하다

    “우리는 세 명이 담당하고 있는데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에선 1년 넘게 그 사건을 전담하는 인력만 20명이 넘더라고요. 정말 부러웠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사건을 잘 마무리한 우리도 대단하긴 하지만 ‘우리도 저 정도 인력이 있다면 얼마나 더 잘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공정위엔 3명…美는 한 사건에만 20명” 공정거래위원회 업무 가운데 경제분석은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분야다. 기업의 행위가 경쟁에 해가 되는지 여부를 객관적이며 합리적으로 판별하는 경제분석은 최근 독점·담합 관련 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됐다. 하지만 정작 공정위에는 경제분석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박사급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최미강 경제분석과 사무관은 4명밖에 없는 공정위 박사급 인력 중에서도 가장 경력이 오래됐다. 지난 11일 만난 최 사무관은 지금도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의 1위 사업자인 AMAT(미국)와 3위 사업자인 TEL(일본) 간 기업결합 심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두 회사는 2013년 기업결합을 신고했고 공정위는 국내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2년간의 심사 끝에 두 기업간 결합이 반도체 장비 시장의 경쟁을 제한한다는 심사보고서를 냈다. 결국 두 회사는 기업결합을 포기했다. 최 사무관은 원래 역사학도였다. 대학 4학년 때 우연히 듣게 된 산업조직론 수업이 인연이 돼 대학원에서 산업조직론을 전공했다. 그는 “2011년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공정위에서 박사급 계약직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주저 없이 지원했다”고 말했다. 기업결합 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해서 분석하는 게 그의 주된 업무다. 최 사무관은 “담합 사건도 최근에는 실제 가격 추이 분석을 통해 담합의 영향을 데이터 분석해서 공정위 사건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2014년까지는 경제분석을 전공한 유일한 박사라서 부담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최 사무관은 “경제분석에 대해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는 게 가장 힘들었다”면서 “보안 때문에 외부에 물어볼 수도 없고 혼자서 쟁쟁한 교수들이 쓴 보고서를 반박할 근거를 찾아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전문인력 늘려 더 강건한 분석 하고 싶어” 그는 “이제는 공정위 안에서도 경제분석의 중요성을 알아주는 게 기쁘다”면서도 “산업마다 워낙 상황이 제각각인데 4명만으론 체계적인 분석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인력이 늘어난다면 좀더 ‘강건한 분석’을 할 수 있어서 공정위 전문성도 높아질 것”이라며 웃었다. 미국은 법무부 반독점국에 소속된 박사급 인력만 45명이다. 이와 별도로 미 연방거래위원회에는 6개 부서에 걸쳐 박사급 인력 77명이 반독점 사건에 대한 조사와 지원,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대형유통사 갑질 무조건 3배 배상

    대형유통사 갑질 무조건 3배 배상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필요” 판촉행사 인건비 분담 의무화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 등을 상대로 ‘갑질’로 대표되는 불공정 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무조건 피해액의 3배를 손해배상하는 방안이 추진된다.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반사회적 의미를 가지는 행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유통 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현행 대규모 유통업법에 따르면 손해배상을 ‘피해액의 3배 이내’로 규정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액수는 사법부의 판단에 따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법원은 손해액 인정에 매우 보수적”이라면서 “손해배상의 취지를 구현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손해액 자체를 낮게 책정하는 데다 배상액 역시 ‘3배’를 상한선 개념으로 간주해 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법을 개정해 손해배상 기준을 ‘피해액의 3배’로 명시할 계획이다. 이는 1914년 제정된 미국의 대표적 반독점법인 ‘클레이턴법’의 한국판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악의적, 고질적, 반사회적인 영역에 우선 적용할 것”이라면서 “상품대금에 대한 부당 감액이나 부당 반품,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 사용, 보복 행위 등으로 범위를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쇼핑몰과 아웃렛까지 규제 대상을 넓히고, 납품업체를 상대로 한 유통업체들의 ‘판촉행사 인건비 떠넘기기’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 인건비 분담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그만큼 법의 보호를 받는 중소 납품업체나 임대매장 등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거침없던 포식자 아마존, ‘홀푸드 마켓’ 먹다가 체하나

    거침없던 포식자 아마존, ‘홀푸드 마켓’ 먹다가 체하나

    1994년 당시 청년 창업가 제프 베저스가 만든 온라인 유통기업 아마존의 성장세가 무섭다. 23년 동안 다양한 기업의 인수합병(M&A)과 정보기술(IT)의 결합으로 세계 최고의 온라인 유통 기업으로 변신했다. 1995년 고작 100만 달러(약 11억 2000만원)에 이르던 매출액은 2016년 1359억 달러(약 155조 7200억원)로 무려 13만 5000배 이상 커졌다. 짧은 기간에 놀라운 성장이다. 하지만 공룡기업 아마존에 시련이 밀려오고 있다. 문어발식 확장에 나선 아마존이 ‘독과점 논란’에 휩싸이면서 슈퍼체인 홀푸드마켓 인수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소매시장 점유율 43%… “소비자 선택 제한” 아마존은 지난 6월 16일 미국의 유기농 슈퍼체인 홀푸드마켓을 137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신호탄이다. 아마존은 홀푸드 점포를 활용, 식품 분야 온라인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그동안 식품 분야는 아마존에 ‘넘사벽’이었다. 일반 소비자들은 일반 생활용품과 달리 고기와 채소 등은 직접 눈으로 보고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존은 오프라인 식품점과 온라인의 결합을 위해 홀푸드마켓을 선택했다. 아마존은 미국 42개 주뿐 아니라 캐나다와 영국까지 진출해 있는 460여개의 홀푸트 매장을 통해 에코 스피커와 파이어 TV, 전자책 킨들 등 인기 상품을 판매하며 인터넷이 아니라 우리 소비생활 깊숙이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복병이 나타났다. 바로 독과점 논란이다. 아마존의 온라인 소매부문 시장 점유율은 43%에 이른다. 10대 온라인 소매업체 중 단연 선두이고, 나머지 2~10위 업체의 매출액을 전부 합쳐도 아마존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유통업계 절대 강자다. 아마존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미 정부와 정치권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 미 민주당은 정부에 ‘아마존과 홀푸드마켓의 합병은 특히 다른 상점과 상품 구매 방법의 선택 여지가 없을 경우 소비자의 선택이 한정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이는 합병으로 기업의 독점이 커지는 것과 소비자의 불이익이 생기는 것을 염려한 움직임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대선 캠페인 기간 중 아마존에 대해 “매우 큰 반독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었다. 또 노동자의 해고를 우려한 전미식품상업노동조합(UFCW)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신 IT를 접목한 아마존의 오프라인 매장에는 점원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UFCW는 지난달 17일 독과점 규제 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아마존의 홀푸드마켓 인수를 자세히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제출했다. ●뉴스부터 식료품까지… ‘아마존 생태계’ 등장 미국의 유통업계 전반이 무너지면서 ‘아마존’에 대한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표 백화점인 시어스는 올해 말까지 260개 지점을 폐쇄할 계획이다. 100년 전통의 백화점 체인 JC 페니도 최근 138개 매장을 닫는 동시에 온라인 판매 강화 쪽으로 돌아섰다. 아동복 전문업체 짐보리는 결국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또 미국 내 300여개 소매업체들이 파산 직전에 몰려 있다. 경제 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아마존이 진출하지 않은 사업을 찾는 게 힘들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면서 “앞으로 독점에 따른 심각한 폐해가 불거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아마존의 ‘독점’과 문어발식 ‘확장’을 을 빗댄 ‘아마존 생태계’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는 미국인의 소비생활이 ‘아마존’에서 시작, 아마존으로 끝나는 현상을 말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TV와 신문 등 언론뿐 아니라 식료품과 각종 생활용품, 보험과 금융 등 당신의 모든 소비행위가 하나의 회사에서 이뤄진다고 상상해 보라. 그 생태가 아마존의 위험성”이라고 지적했다. 아마존이 양질의 ‘서비스’와 착한 ‘가격’을 강조하며 ‘반독점’ 제재의 칼날을 피해 왔다고 소비자단체들은 지적한다. 실제 아마존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은 1% 미만으로 아주 적은 편이다. 광고와 인프라, 가격 할인 등으로 대부분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착한 기업과 반독점은 별개 문제라고 반독점 운동가인 리나 칸은 주장했다. 칸은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아마존은 ‘소비자 복지’를 명분으로 초고속 성장을 하면서 정부의 반독점 칼날을 피해 왔다”면서 “미국은 유구한 반독점의 전통을 갖고 있다. 이 정신을 되찾지 못한다면 아마존이 전례 없는 시장 지배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내의 강한 반독점 움직임에 이달 안으로 마무리 지으려던 아마존의 홀푸트마켓 인수가 멈칫하고 있다. 아마존 관계자는 “여러 가지 이유로 홀푸드마켓의 인수가 내년 5월까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홀푸드마켓 인수뿐 아니라 아마존의 다음 ‘M&A’ 행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아마존은 사무용 모바일 메신저 ‘슬랙’, 편의점 체인인 CVS와 월그린, 산업자재 유통업체인 HD서플라이, 자동차 부품체인 오토존 등을 인수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홀푸트마켓 인수 제동으로 다음 M&A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앞으로 아마존은 M&A로 몸집을 키우기보다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등 새 사업 모색… 기존 DB와 연결 관건 아마존은 이미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헬스케어 부문’을 정조준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CNBC는 아마존이 내부에서 ‘1492’로 불리는 연구팀을 가동, 헬스케어 부문에서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 타깃은 전자진료기록 시스템과 원격 진료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해를 의미하는 1492팀은 기존 전자진료기록 시스템의 데이터 입출력 정보를 바탕으로 원격 진료 플랫폼 기반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료 분야와 전혀 관련이 없는 아마존이 원격진료와 관련해 어떤 플랫폼을 만들 것인지 회의적인 반응이 더 크다. 실리콘밸리의 한 IT 관계자는 “아마존이 기존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DB)와 네트워킹을 어떻게 헬스케어 사업과 연계할지가 성패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EU, 구글 반독과점 위반… 3조 950억원 ‘벌금 폭탄’

    EU, 구글 반독과점 위반… 3조 950억원 ‘벌금 폭탄’

    미국 기업에 대규모 과징금 폭탄 공세를 이어 가고 있는 유럽연합(EU)이 이번에는 최대 정보기술(IT) 업체인 ‘구글’을 정조준했다. EU 반독점 규제당국은 구글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24억 2000만 유로(약 3조 950억원)의 ‘벌금 폭탄’을 부과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EU 당국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 “구글이 쇼핑 비교 서비스인 자회사 제품에 불법적인 혜택을 줌으로써 검색엔진으로서의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다”고 밝혔다. EU 당국이 구글을 비롯해 스타벅스, 애플 등 미국의 거대 기업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고 있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EU 반독점 당국은 2010년부터 구글이 온라인 검색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자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사의 쇼핑과 여행, 지역 검색 같은 서비스에 혜택을 줬다는 혐의에 대해 조사를 해 왔다. 이번에 확정된 과징금 24억 2000만 유로는 2009년 EU가 미국의 반도체 회사인 인텔에 부과한 10억 6000만 유로(약 1조 3500억원)의 2배를 넘어서는 금액이다. 불공정거래 혐의로 부과된 과징금액 사상 최대 규모다. EU 당국은 구글을 대상으로 애드센스 광고 서비스와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자사 애플리케이션 선탑재 등의 문제 등 불공정거래 행위 2건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구글은 벌금 납부뿐만 아니라 앞으로 검색 서비스에서 어떻게 쇼핑 서비스를 구축해야 할지도 제시해야 한다. 구글은 이 해결안을 EU와 합의한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하면 지연한 날부터 벌금의 5%인 일일평균 체결액을 내야 한다. 최근 EU는 미국 기업을 겨냥한 공세를 이어 가고 있다. EU는 지난해 8월 아일랜드 정부에 애플로부터 130억 유로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그해 7월에는 미국 트럭 제조사들에 가격 담합 혐의로 30억 유로(약 3조 2000억원)의 벌금 처분을 내렸다. 지난달에는 페이스북이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며 1억 10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EU는 현재 스타벅스, 애플, 아마존, 맥도날드 등 미국 기업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EU의 행동이 향후 미국과 EU 간 무역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마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의 이러한 결정이 미국 기업들의 성난 반응을 촉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구글은 이 같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제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켄트 워커 구글 선임 부사장은 이날 “우리는 오늘 발표된 (EU의) 결정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EU의 결정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며 법원에 제소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세금으로 깐 네트워크… 구글·페북, 돈 안내고 정보 싹쓸이”

    “세금으로 깐 네트워크… 구글·페북, 돈 안내고 정보 싹쓸이”

    “시장지배력 남용 규제 검토…빅데이터 경쟁 가이드라인 마련”“대기업 집단 재지정 검토 안해”…공기업 갑질 대대적 조사 시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바로잡겠다고 강조한 것은 일감 몰아주기, 담합, 지배구조 등 공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공정위의 제재에도 고쳐지지 않고 있어서다. 공정위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모두 23건의 공기업 불공정행위를 적발해 3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올 초에는 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위탁운영 계약 연장을 볼모로 기름을 최저가에 판매하도록 강요한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한전KPS 직원이 협력업체 직원을 개인 밭에서 일하게 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공기업의 불공정 행위 근절을 중장기 과제로 제시하면서 2014년에 이어 또다시 공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5년 전후로 공정위는 공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 자회사나 퇴직자가 많은 회사에 일감을 몰아 주는 등 불공정 행위를 한 한국전력, 도로공사, 철도공사, 가스공사 등 공기업에 과징금을 물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공기업의 불공정 행위 근절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며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에 공기업을 확실하게 포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형 공기업집단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규제 대상이었지만 중복 규제 등을 이유로 지난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일괄 제외됐다. 당시 공정위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등에서 공정거래법 수준의 규제가 공기업에 이미 적용되고 있다며 공기업집단을 자산 규모와 무관하게 대기업집단에서 뺐다. 이에 따라 자산 규모가 200조원이 넘는 한국전력 등 12개 대형 공기업들이 대기업집단 규제의 굴레를 벗어났지만 규제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공기업을 대기업집단으로 다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공기업을 대기업집단으로 다시 포함시키는 것이 행정적으로 편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다”라면서 “공운법 등 공기업과 관련된 여러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이 필요한데, 기획재정부와 국회 차원의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과제라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의 ‘미래 역할’도 강조했다. 4차 산업시대에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정보를 독점적으로 수집하고 배타적으로 이용하는 경쟁 저해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재벌 개혁과 갑을 관계의 두 이슈는 과거 문제”라면서 “미래 산업의 시장구조를 선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선진국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정 기업의 빅데이터 독점을 법률로 금지하려는 움직임은 해외 국가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일본 공정위는 빅데이터 공정경쟁에 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데이터 수집과 활용 방법을 감시해 선을 넘을 경우 독점금지법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독일은 페이스북이 개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혐의에 대해 지위남용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지난해 구글이 안드로이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개별 기업을 정조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위원장으로서 구글과 페이스북 등 특정 기업 조사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삼성전자·인텔 연대…특허괴물 퀄컴과 전쟁

    삼성전자와 인텔이 퀄컴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 편을 들고 나섰다고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이 보도했다. 세계 최대 모바일칩 제조사인 퀄컴이 ‘특허 괴물’ 수익모델로 과도한 이득을 챙겼는지를 놓고 각국에서 ‘퀄컴 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간 일전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퀄컴과 FTC 간 미국 소송을 관할하는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법원에 지난 12일 FTC 입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FTC는 지난 1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에 주로 사용하는 베이스밴드 프로세서(BP·통신칩)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며 퀄컴이 로열티를 높게 받았고, 애플이 다른 칩셋 제조사와 협력하는 것을 퀄컴이 막았다”며 퀄컴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퀄컴은 지난달 새너제이 법원 재판부에 소송 기각을 청구했지만, 삼성전자 등은 이날 FTC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서를 제출했다. 삼성전자는 진술서에서 “퀄컴이 라이선스(특허 이용허락) 발급을 거부해 삼성의 모바일칩인 엑시노스 칩셋을 삼성이 아닌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PC 및 모바일칩 시장에서 퀄컴과 경쟁을 벌이는 인텔 역시 “퀄컴은 특허권을 남용하고 경쟁을 저해하는 상업적 관습을 유지하고 있다”며 비판적 시각을 제시했다. 장외에선 애플이 퀄컴을 상대로 지난 1월 불공정 거래에 따른 10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이에 퀄컴이 아이폰의 미국 수입을 막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황이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 유럽연합(EU), 대만 등의 당국은 퀄컴이 통신칩 핵심 기술을 무기 삼아 모바일칩 제조사와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불공정 거래를 강요했다는 혐의를 놓고 조사 중이거나 퀄컴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지난해 12월 퀄컴에 1조 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퀄컴은 지난 2월 과징금 부과 취소소송을 서울고법에 냈다. 이 소송에도 애플, 인텔, 삼성전자 등 3곳이 각각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적극 참여하겠다고 재판부에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도시바 인수’ 고민 깊어지는 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 고민 깊어지는 SK하이닉스

    2·4위 결합 시너지 효과도 의문 부담 커지자 ‘신중모드’로 전환 3조→10조→26조원. 일본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인수전의 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럴수록 인수전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당초 도시바 반도체 사업에 지분 투자를 단행할지 관심을 보였던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반도체 사업 경영권까지 인수했을 때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숙고 중이다. 반면 반도체 기술력이 뒤처지는 중국, 대만 업체들은 판이 커질수록 몸이 달아 가고 있다.●대만 폭스콘 “도시바 인수전 참여” 미국 원전 사업에서의 7조원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도시바는 당초 반도체 사업부 지분을 20% 미만으로 매각할 예정이었다. 실제 도시바는 지난달 초 지분 19.9%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고 SK하이닉스 및 미국·대만 등지 4개 업체가 관심을 보였다. 기대보다 관심이 적었다고 판단한 도시바는 같은 달 하순 50% 이상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는 조건을 걸어 매각 판을 10조원대로 키웠다. 이달 들어 도시바는 아예 지분 100%를 매각하기로 방침을 또 바꿨다. 이렇게 되면 26조원대 매각 가격이 형성될 전망이다.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매각 방침이 바뀌면서 관심을 갖는 기업의 종류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지분 19.9%에 대한 매각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이 적극 관심을 보인 게 대표적이다. 아이폰 조립 업체인 폭스콘의 궈타이밍 회장은 전날 중국 광저우 디스플레이 공장 착공식 뒤 기자들과 만나 확고한 입찰 의지를 내비쳤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궈 회장은 “매우 진지하게 (반도체 입찰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일본 샤프를 인수해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갖춘 폭스콘이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를 통째로 인수하면, 폭스콘의 수직 계열화가 공고해지게 된다. 폭스콘은 반도체 부문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폭스콘이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하더라도 각국의 반독점 규제에 걸릴 우려도 없다. 단기간에 얻을 게 많은 셈이다. ●中·대만기업이 인수땐 후폭풍 클 듯 반면 도시바 지분 참여에 관심을 보였던 반도체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인수 비용 대비 시너지 효과를 면밀하게 재검토해야 할 처지다. 기술적 우위와 대규모 장비 투자가 균형을 이룰 때 성공이 담보되는 반도체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낸드플래시 점유율 2위인 도시바와 4위인 하이닉스가 합친다고 둘을 합친 점유율의 시너지를 곧바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2013년 미국의 마이크론이 D램 업체인 엘피다를 인수했지만 D램 시장은 여전히 삼성전자 1위, SK하이닉스 2위 구도로 유지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이 연일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매각이 임박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도시바가 정식 매각절차 고지를 하지 않고 있는 점, 20조원 이상 인수전에 뛰어들려면 재무적투자자(FI)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SK하이닉스에는 부담이다. 그렇다고 이를 중국, 대만 업체가 가져갈 경우 반도체 경쟁 구도가 바뀌는 후폭풍이 예상돼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졸렬한 中 ‘한국 흔들기’에 입다문 대선 주자들

    중국 당국이 지난해 12월 말 롯데그룹의 중국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 핵심 사업인 테마파크 조성 공사를 소방 안전에 문제가 있다며 중단시켰다고 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말 이후 상하이 롯데그룹 중국본부를 시작으로 베이징의 롯데제과 공장과 청두·선양 등의 롯데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또 베이징·상하이·청두 등 중국 내 롯데 매장의 소방안전 점검과 위생 점검을 200여 차례나 했다. 중국의 이도 저도 아닌 부인성 발언에도 불구하고 롯데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대체 부지로 경북 성주 골프장을 국방부에 제공하기로 한 것에 대한 압박성 보복이란 점은 명백해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또다시 한국산 화장품 수입을 막고 한국산 반도체 업계를 정조준해 ‘반독점법’ 정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씨와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에 이어 국립발레단 김지영 수석무용수의 4월 중국 공연도 뚜렷한 이유 없이 불발됐다. 유커(관광객)의 한국행 축소와 전세기 항공노선 불허, 배터리 탑재 차량의 보조금 지급 배제, 비자 발급 규제 등 보복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종잡을 수 없다. 중국의 야비한 ‘한국 흔들기’를 봐주는 인내심이 이제 임계점에 도달했다. 더이상 질질 끌려다닐 수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으로 일관하는 저자세를 벗어던지고 그 치졸함을 강력히 따져 묻는 동시에 중국 당국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해야 한다. 그런 일 하라고 정부가 있는 것이고, 나라 간에 외교 관계를 맺는 것 아닌가. 주중 한국대사는 베이징에서 무슨 일을 하고 지내는지 궁금하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점을 알기 바란다. 온갖 외교적 수단을 동원하되 끝내 여의치 않으면 우리도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 예컨대 중국산 불량 농산품의 시중 유통에 대한 단속의 강도를 크게 높이거나 검역·통과를 강화하는 내용의 상징적인 대응책을 강구할 만하다. 대선 주자들이 중국의 사드 보복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것은 온당치 않다. 예민한 문제라고 해서 하나같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앞으로 나라를 이끌겠다는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는 처사가 아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것과 중국의 졸렬한 보복에 대응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마치 ‘정부가 자초한 일이니 알아서 하라’ 식의 인식 수준이라면 이런 면피성 태도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
  • 美다우케미칼 EAA사업 4260억에 인수…SK이노베이션 공격적 글로벌 M&A

    SK이노베이션이 미국 1위 화학기업인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을 인수한다고 2일 밝혔다. 올초 인수합병(M&A) 등에 최대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SK이노베이션이 한 달 만에 일궈낸 첫 결실이다. 인수 금액은 3억 7000만 달러(약 4260억원)다. 이번 인수로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미국 텍사스의 프리포트 생산설비와 스페인 타라고나 생산설비 등 다우케미칼의 글로벌 생산기지 2곳과 제조 기술, 지적재산, 상표권 등을 확보했다. SK종합화학 측은 “고부가가치 포장재 분야 진출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에틸렌 아크릴산은 고부가 화학제품인 기능성 접착 수지의 하나로 알루미늄 포일, 폴리에틸렌 등 포장재용 접착제로 주로 쓰인다. 이 제품은 기술 진입 장벽이 높아 다우케미칼, 듀폰, 엑손모빌 등 4~5개사만 진출해 있다. 이 가운데 다우케미칼이 ‘프리마코’ 브랜드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다우케미칼이 미국 2위 화학사인 듀폰과 합병을 추진하면서 반독점 논란이 일자 에틸렌 아크릴산 사업을 매물로 내놨고, SK이노베이션이 10여개 업체와 경쟁 끝에 인수했다. 일부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앤드루 리버리스 다우케미칼 회장의 친분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SK이노베이션도 “(이번 인수 배경에) 최 회장의 사업구조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확대경영회의에서 “현 경영 환경 아래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 데스’(갑작스러운 죽음)가 될 수 있다”면서 “미래 성장을 담보할 사업구조 구축을 위해 치열하게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기존 선진시장에 이어 중국 등 신흥국에서 수요를 창출해 나갈 전략이다. 이 제품시장 규모는 연간 14만t 규모다. 특히 중국 시장은 연 7%대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中, GM 합작법인에 348억원 벌금… 美·中 무역전쟁 ‘전운’

    중국에 통상 압박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두 나라 간의 무역전쟁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중국이 지난 23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중국 합작법인(SAIC GM)에 반독점 위반 혐의로 2억 100만 위안(약 348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상하이 물가국은 GM의 중국 내 합작법인 ‘SAIC GM’이 대다수 딜러에게 일부 모델에 최저 판매가격을 제시해 이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딜러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중국 당국은 GM 합작법인에 위법 행위를 즉각 중단토록 하고 판매액의 4%에 해당하는 벌금을 매겼다. 상하이 당국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훨씬 이전인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조사를 벌여 GM 측이 캐딜락과 쉐보레, 뷰익 등 모델에 대해 가격 담합 행위를 벌인 사실을 확인했다. SAIC GM은 1997년 GM과 중국 최대 자동차회사인 상하이자동차(SAIC)가 50대 50의 비율로 합작해 세운 법인이다. 앞서 중국은 지난 12일 자국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트럼프가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전화통화를 계기로 ‘하나의 중국’ 정책 재검토를 시사하자 중국은 특히 격앙된 상태다. 이번 조치도 트럼프 측에 무역전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 내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미국 대선 전부터 진행됐던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보복 차원의 조치라는 분석을 부인하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G2, WTO 제소 전쟁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자국 농산물 수출을 가로막는다며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쌀과 밀, 옥수수에 대한 중국의 수입 쿼터 제도를 깨기 위한 목적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중국은 자국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저율관세할당(TRQ)이라는 관세 제도를 운영한다. WTO와 약속한 의무수입 쿼터까지는 낮은 관세율을 유지하지만 쿼터를 넘어서는 물량에는 고율의 관세를 매긴다. 중국이 TRQ로 사실상 수입 장벽을 쳐 미국산 농산물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마이클 프로먼 USTR 대표는 “중국의 TRQ 정책은 WTO 규정에 어긋나는 것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곡물을 수출하려는 미국 농업계의 기회를 박탈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이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밀과 쌀, 옥수수 규모는 3억 8100만 달러(약 3660억원)로 2013년 수출량 23억 달러(약 2조 6450억원)의 6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8년간 WTO에 낸 무역소송 20여건 중 중국을 대상으로 한 제소가 이번까지 15건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저환율 수출 관행을 비난해 온 트럼프가 초고강도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자 중국도 ‘더 밀리면 안 된다’며 크게 반발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12일 자국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미국을 WTO에 제소했다.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도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기업에 반독점행위 규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벌금을 부과할 계획을 세웠다. 특히 트럼프가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전화통화를 계기로 ‘하나의 중국’ 정책 재검토를 시사하자 “미국에 대항하고자 핵무기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격앙된 상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트럼프도 클린턴도 “AT&T·타임워너 합병 독과점” 반대

    트럼프 “당선 땐 M&A 막을 것” 타임워너 회장 1억달러 돈방석 미국 이동통신업체 AT&T와 미디어·엔터테인먼트그룹인 타임워너와의 854억 달러(약 97조원) 규모의 인수·합병(M&A) 합의 발표 소식에 미국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민주·공화당의 대통령선거 후보들도 한목소리로 미디어 대형화·독과점 문제 등을 제기하며 두 기업의 합병을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양사의 M&A 소식이 전해진 직후 가진 연설에서 “내가 맞서고 있는 대표적인 지배구조가 AT&T의 타임워너와 CNN 인수”라며 “극소수의 손에 너무 많은 힘이 집중되는 것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선출되면 2011년 컴캐스트와 NBC유니버셜의 M&A도 재검토하겠다”라며 “애초에 허가해서는 안 되는 거래”였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팀 케인 부통령후보는 23일 “두 회사의 M&A에 우려와 의문을 품고 있다”며 “보통 집중도가 덜할수록 도움이 되고, 미디어 분야는 특히 그런 특성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반대의 목소리는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날 마이크 리 공화당 상원의원과 에이미 클로부처 민주당 상원의원은 “AT&T의 타임워너 인수는 향후 심각한 독점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문을 발표했다. 리 의원과 클로부처 의원은 미 상원의 반독점, 소비자 권리, 경쟁정책소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 차례의 대형 M&A를 거부한 제프 뷰케스 타임워너 회장은 AT&T와 합병계약 성사로 1억 달러에 가까운 거액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WSJ이 전했다. 그는 AT&T와의 합병이 승인되더라도 당장 회사를 떠나지 않고 전환기 기간 회사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뷰크스 회장이 타임워너 매각으로 받게 되는 돈은 생명보험 유지 비용 등 혜택(2400만 달러)과 타임워너 지분 평가(7100만 달러)를 포함해 모두 95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AT&T, 타임워너 인수…통신+미디어 공룡기업 탄생

    AT&T, 타임워너 인수…통신+미디어 공룡기업 탄생

    미국 2위 통신업체 AT&T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인 타임워너와 인수협상을 체결했다. 인수합병이 최종 성사되면 유통과 콘텐츠를 모두 갖춘 통신·미디어 공룡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AT&T는 22일(현지시간) 타임워너의 주식을 주당 107.50달러, 총 854억 달러(약 97조 원)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인수합병 완료 시점은 내년 말로 예상된다. 랜들 스티븐슨 AT&T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타결 소식을 밝히면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산업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두 회사의 완벽한 만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AT&T는 미국 이동통신업체 2위, 케이블TV 공급업체 3위 업체이며, 타임워너는 할리우드의 메이저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와 유료 케이블방송 HBO, 뉴스채널 CNN 방송 등을 보유하고 있다. 타임워너의 21일 종가가 주당 89.48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금액은 타임워너 시가총액에 20%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AT&T는 인수대금의 절반은 현금, 나머지 절반은 주식으로 지불할 예정이다. 타임워너의 부채까지 포함하면 AT&T가 지불하는 금액은 총 1087억(124조 원) 달러에 이른다. AT&T의 공식 발표에 앞서 합의 사실을 가장 먼저 보도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티븐슨 회장이 합병 회사를 이끌게 된다고 보도했다. 제프리 뷰커스 타임워너 회장은 합병 후 인수인계 과정을 거친 후 물러날 것으로 전해졌다. 뷰커스 회장은 AT&T의 인수 발표 이후 기자들에게 지난 8월 스티븐슨 회장이 타임워너의 뉴욕 사무실로 찾아와 처음 인수합병 의사를 밝혔으며, 이사회 등과 검토 과정을 거쳐 합병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별도 성명을 통해서 “현대 미디어와 매체 환경의 틀을 만든 위대한 혁신의 유산을 지닌 두 회사의 자연스러운 결합”이라고 합병의 의의를 강조했다. 이번 인수협상은 미국 통신·미디어 업계에서는 2011년 컴캐스트와 NBC유니버설의 인수합병(M&A) 이후 최대, 올해 글로벌 M&A 가운데서도 가장 규모가 큰 협상이다. 다만 연방통신위원회(FCC) 등 미국 반독점 규제 당국이 양사 인수협상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남아있다. 만약 이번 계약이 당국의 반대로 무산될 경우 AT&T는 타임워너에 5억 달러(5700억 원)를 지불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3년 설립된 AT&T는 통신 분야에 그치지 않고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기업을 인수하며 사업 확장을 모색해왔다. 작년에는 위성TV 서비스업체인 디렉TV를 285억 달러에 샀다. WSJ는 이번 거래가 방송·통신의 융합이라는 면에서 이정표가 될 것이며, 다른 경쟁업체의 인수합병을 촉발하면서 업계의 지형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글로벌 통신·미디어 공룡 탄생

    글로벌 통신·미디어 공룡 탄생

    유통·콘텐츠 갖춘 뉴미디어 M&A 촉발… 지각 변동 불가피 반독점 규제로 제동 가능성 글로벌 통신·미디어 공룡이 탄생하게 됐다. 미국 통신업체 AT&T는 22일(현지시간) 미국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인 타임워너 주식을 주당 107.50달러, 모두 854억 달러(약 97조 4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타임워너의 21일 종가가 주당 89.48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인수금액은 타임워너 시가총액에 20%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AT&T는 유통망과 콘텐츠를 모두 갖춘 글로벌 초대형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 1983년 설립된 AT&T는 미 이동통신업계 2위, 케이블TV 공급업계 3위 업체다. 타임워너는 할리우드 빅2 영화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뿐 아니라 유료 케이블방송 HBO, 뉴스채널 CNN, 카툰네트워크 등을 소유하고 있다. 비디오 스트리밍 회사인 훌루 지분도 10% 갖고 있다. 합병 후 AT&T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와 TV 드라마 시리즈 ‘왕좌의 게임’ 같은 히트작을 대거 확보하게 된다. 두 회사의 매출액을 합치면 1890억 달러, 시장가치는 3010억 달러에 이른다. AT&T가 타임워너를 인수하려는 것은 타임워너가 가진 콘텐츠 역량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5세대(5G) 이동통신으로의 진화를 앞둔 상황에서 가입자당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동영상 콘텐츠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AT&T는 통신 분야에 그치지 않고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기업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2014년 체르닌 그룹과 미디어 사업에 투자하는 오터 미디어를 공동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위성TV 서비스업체인 디렉TV를 485억 달러에 인수했다. 2000년 1810억 달러를 들여 AOL을 인수했다가 10년 만에 갈라선 타임워너는 연간 매출액이 292억 달러로 컴캐스트(757억 달러), 디즈니(525억 달러)에 이어 미국 3위 미디어 업체다. 2014년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21세기 폭스사로부터 주당 85달러에 인수 제안을 받았으나 거부한 바 있다. 몇 달 전에는 애플과 인수 협상을 벌였으나 불발에 그쳤다. 합병이 성공하면 AT&T는 자사 모바일 고객에게 이들 콘텐츠를 제공해 업계 1위인 버라이즌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버라이즌도 앞서 지난 7월 콘텐츠 강화를 위해 야후를 48억 달러에 인수했다. 다만 연방통신위원회(FCC) 등 미 반독점 규제 당국이 양사 합병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남아 있다. 통신·미디어 공룡이 탄생해 시장을 독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이번 계약이 당국의 반대로 무산될 경우 AT&T는 타임워너에 5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이번 거래가 방송·통신의 융합이라는 면에서 이정표가 될 것이며 다른 경쟁업체의 인수·합병을 촉발하면서 업계의 지형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구글엔 벌금·애플엔 법인세 추징… EU의 對美 IT전쟁

    구글엔 벌금·애플엔 법인세 추징… EU의 對美 IT전쟁

    유럽연합(EU)이 세계 정보기술(IT) 시장 패권을 놓고 미국 IT 기업들과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구글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결론을 내리고 천문학적 벌금 부과를 예고한 데 이어 애플에 대해서도 “10년 넘게 감면받았던 법인세 130억 유로(약 16조 2100억원)를 반납하라”고 결정했다. 페이스북 역시 자회사인 ‘와츠앱’(무료 메신저 서비스)에 대한 개인 전화번호 정보를 활용하려 하자 사생활 보호를 근거로 조사 대상이 됐다. 아마존과 넷플릭스, 스카이프, 우버 등 미국의 어지간한 IT 기업은 모조리 EU 규제의 사정권에 들어와 있다. 이처럼 유럽이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감수하며 실리콘밸리 기업에 거액의 ‘세금 폭탄’을 물리려는 데에는 조만간 구체화될 ‘유럽 디지털 단일 시장’ 구축을 앞두고 판을 흔들어 ‘EU판 구글’, ‘EU판 우버’ 등이 생겨나게 하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우버·넷플릭스 등 웬만한 美 IT기업 EU 사정권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U와 실리콘밸리 기업 간 싸움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현재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EU와 구글 간 대결에 쏠려 있다. 최근 EU는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에 검색 및 지도 서비스를 기본 탑재해 이용자의 선택권 폭을 줄였고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이외의 운영체제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아 왔다는 것이다. 유럽 인터넷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구글이 경쟁사로 갈 트래픽을 자사 서비스로 우회시켜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EU가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최종 결론 내릴 경우 구글은 지난해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최대 74억 5000만 달러(약 8조 5000억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EU는 구글의 탈세 행위에 대해서도 칼날을 겨누고 있다. 애플과 마찬가지로 유럽 세금 체계의 허점을 악용해 구글이 내야 할 법인세를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잊혀질 권리’(개인이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자신의 정보에 대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놓고 구글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애플과도 전면전에 나섰다. EU는 지난달 30일 아일랜드에 “애플로부터 최대 130억 유로의 법인세를 추징하라”고 결정했다. EU가 단일 기업에 추징한 세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이 12.5%인 데 비해 애플은 2003년 매출의 1%만 세금으로 냈고, 2014년에는 0.005%만 냈다고 보도했다. ●페북·아마존 개인정보 보호 위반·담합 조사 애플이 아일랜드 세무 당국과 짜고 법인세 납부액을 줄여 왔다는 게 EU의 판단이다. 이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일(현지시간)아일랜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EU 결정에 화가 나고 실망스럽다”면서 “법에 근거하지 않은 정치적 결정인 만큼 결국 번복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미국에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챙겨뒀다”며 EU의 조치에 맞서 유럽에 쌓아 둔 현금 일부를 미국에 송금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 밖에도 EU는 페이스북(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과 아마존(법인세 담합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섰다. 공유경제의 대표 주자인 우버(차량공유)와 에어비앤비(숙박공유)도 유럽 각국 정부의 줄소송으로 어려움을 겪다 최근 EU의 규제 완화 권고로 다소나마 숨통이 트였다. WSJ은 2010~2014년 EU 집행위원회가 81개 기업을 조사해 30건의 반독점 위반 판결을 내렸고 이 중 21개가 미국 기업이었다고 전했다. EU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반독점법 위반 조사가 미국 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실리콘밸리 업체들을 ‘벼르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는 충분한 상황이다. 특히 EU가 구글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결론을 내기 위해 5년 넘게 조사해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EU와 미국 간 IT 전쟁을 ‘예정된 기획’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 때문에 EU가 유독 미국 업체에 대해 철퇴를 가하려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조만간 가시화될 ‘유럽 디지털 단일 시장’에서 역내 기업의 생존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U가 10년 가까운 구상을 거쳐 지난해 5월 발표한 이 전략의 핵심은 28개 EU 회원국 간 모든 디지털 장벽을 허물어 미국에 뒤진 디지털 경제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유로스탯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EU의 인구는 약 5억 1010만명으로 미국(3억 2140만명)을 크게 앞서며 국내총생산(GDP)도 19조 350억 달러로 미국(18조 5581억 달러)과 비슷하다. ●회원국 언어 이질성 등으로 구글 대항마 쉽지 않아 하지만 나라별로 IT 관련 법령이나 규제가 제각각이다 보니 미국과 대등한 시장 규모를 갖추고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역내 기업이 나오기 어려워 미국 IT 기업에 안방을 내주고 있다는 게 EU의 생각이다. 실제로 EU 소비자 중 EU 내 다른 나라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는 비중은 전체의 15% 정도에 불과하다. EU 내 중소기업이 역내 다른 국가에 물건을 파는 비율도 전체의 7%에 머물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을 미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회원국의 디지털 시장을 하나로 묶는 동시에 기존 미국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도 막아 EU 안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EU의 속내다. 기존 기술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창업기업)에 거대 시장에 접근할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서다. EU 28개 회원국의 디지털 시장을 통합하면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약 3400억 유로(약 403조원) 증가하고 일자리 380만개가 새로 생겨난다. 행정비용도 15~20% 줄여 장기적으로 EU 전체 GDP의 3% 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대로 미국은 유럽에서 디지털 단일 시장이 출범해 역내 IT 기업이 성장할 경우 자국 기업은 물론 비유럽 IT 기업의 시장 진입이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구글 몰아내도 대체자 못 만드는 EU의 고민 하지만 유럽 내부에선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몰아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가?’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EU에서 아무리 실리콘밸리 업체를 규제한다 해도 이를 대체할 역내 기업이 생겨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크다. 창업 관점에서 볼 때 유럽은 미국에 비해 세금과 고용 규정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금융 시스템도 투자보다는 은행 대출을 중시해 벤처 육성에 잘 나서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유럽은 EU 결성 당시부터 언어적 이질성과 회원국 간 경제 격차, 개별 규제 등으로 이해 관계가 얽혀 구글 등에 맞설 거대 IT 기업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애초 구글 같은 기업을 만들 토양이 아닌데 구글부터 몰아내려 하면 유럽의 IT 시장은 세계의 흐름에서 뒤처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英 EU 탈퇴 땐 디지털 단일시장 전략 폐기될 수도 EU가 디지털 단일 시장을 출범시키려면 나라마다 다른 계약법과 저작권법, 세제, 소비자 보호 규정 등 관련 법규를 모두 손봐야 하고 이동통신 환경도 모두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단시일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여기에 역내에서 IT 환경이 가장 앞선 시장으로 평가받던 영국이 브렉시트로 EU에서 빠져나갈 경우 디지털 단일 시장 전략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구글·아마존도 ‘다국적 기업 저승사자’에 벌벌

    구글·아마존도 ‘다국적 기업 저승사자’에 벌벌

    덴마크 부총리 출신 ‘여전사’… 애플에 세금폭탄도 최선봉 애플에 천문학적인 세금 폭탄을 안긴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48)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이 ‘다국적 기업의 저승사자’로 떠올랐다. EU 집행위원회(EC)가 유럽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에 대한 반독점 칼날을 겨눌 때마다 그가 최선봉에 선 까닭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애플에 대한 세금 추징을 발표한 자리에서도 베스타게르 위원은 “애플에 대한 아일랜드의 결정은 지난 20년간 EU의 규정을 위반해 애플의 세금 부담을 인위적으로 줄인 것”이라며 “애플은 그 혜택을 토해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베스타게르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럽인이자 여성으로 꼽히고 있다. 지금까지 구글과 아마존. 스타벅스 등 유럽에 진출한 미국 기업은 물론 가스프롬, 피아트 등 다국적 기업에 대한 조세회피 의혹과 시장독점과 관련한 강도 높은 조사를 총지휘했다. 2014년 EC에 합류해 EU 관내 공정 경쟁을 총괄해 온 그는 “정부가 자신의 몫을 지불하지 않는 기업을 내버려두는 것은 그 기업에 돈을 쥐여 주는 것과 같다”면서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에 대해 강경한 자세로 일관해 왔다. 지난해 EU가 구글과 러시아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잇따라 제소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구글은 자사 쇼핑 서비스에 유리하도록 웹 검색 결과를 왜곡했고 가스프롬은 중부와 동부 유럽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덴마크 글로스트루프에서 태어난 베스타게르는 코펜하겐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21세 때 중도정당인 사회자유당 간부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1년 의회에 진출한 뒤 2007년 사회자유당 대표에 선출됐다. 2011년 헬레 토르닝슈미트 총리와 중도좌파 연정을 구성해 부총리 겸 경제·내무 장관에 올랐다. 하지만 미 기업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 그의 칼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 재무부가 애플을 겨냥한 EC의 움직임에 보복조치를 시사한 데다 막대한 추징금 부과로 유럽에 진출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과세·보안 우선” vs “지도쇄국 우려” 팽팽

    “과세·보안 우선” vs “지도쇄국 우려” 팽팽

    “데이터로 이익… 책임 부과해야” 안보 위협 문제로 정부도 고심 “국내 IT산업 혁신 가로막아” 美도 통상문제 차원서 압박 구글이 신청한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에 대한 우리 정부의 결론이 24일 내려진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이날 측량성과 국회반출협의체 2차 회의를 열고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데이터 반출로 인한 안보 위협 논란으로 시작해 구글의 조세 회피 의혹까지 불거지며 여론의 반감이 크지만, 규제를 완화해 혁신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2일 구글과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학계의 입장을 종합해 보면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는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는 글로벌 IT 공룡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방안으로 옮겨붙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글의 관심사는 지도 데이터 반출을 통한 사업 확대에 있다고 분석한다. 구글에 ‘최적의 테스트베드’인 우리나라의 지도 데이터를 반출해 자사의 솔루션과 결합, 자율주행과 증강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 구글의 최신 기술을 시험함은 물론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다. 지도 반출을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구글이 지도 데이터 반출을 통해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 그에 합당한 책임은 부과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구글은 국내에 고정사업장(서버)을 두지 않아 납세 의무에서 벗어나고, 국내법의 적용을 피할 수 있다. 반면 지도 반출을 막고 있는 조치가 국내 IT 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지도 쇄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구글의 공격적인 지도 서비스 확대가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위치기반산업에 구글의 독점을 가져올지, 경쟁을 통한 혁신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구글 등 글로벌 IT 공룡들과 개별 국가 간의 기싸움은 세계 각지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수년 전부터 구글을 압박해 온 영국은 올해 초 구글로부터 1억 3000만 파운드(약 1880억원)의 세금을 받아 냈다. 프랑스도 최근 구글로부터 16억 유로를 추징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기반한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독점에 대한 압박도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에 이어 최근 러시아도 구글의 앱 선탑재를 반독점으로 규정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시도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구글에 대한 과세와 감시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0일 구글 등 우리나라에 법인을 두지 않은 글로벌 기업의 국내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하는 내용을 담은 법인세법·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한회사로 등록돼 외부 감사와 공시 의무에서 비껴났던 다국적기업의 국내 법인에 대해서도 감사와 공시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도 논의되고 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22일 발표한 ‘구글세 논란에 대한 검토와 제언’ 정책 보고서를 통해 “법인세법 등 국내 규정을 개정함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추진하고 있는 ‘세원잠식과 소득이전(BEPS) 방지 프로젝트’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세계 디지털 정보 싹쓸이 ‘정보 주권’ 위협하는 구글

    세계 디지털 정보 싹쓸이 ‘정보 주권’ 위협하는 구글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의 디지털 정보 독점에 맞서 각국에서 ‘정보 주권’이라는 방패를 꺼내 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들어 구글에 반독점 혐의를 적용해 철퇴를 가한 데 이어 미국과 새로운 정보 공유 협정을 맺어 유럽의 데이터 통제 권한을 강화했다. 인도는 지난달 구글의 3차원 사진 지도 서비스인 ‘스트리트 뷰’ 서비스에 불허를 통보했다. 주요 안보 시설과 교통 요지 등이 스트리트 뷰에 노출될 경우 테러와 같은 안보 위협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도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구글이 지난달 정부에 대축척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정식으로 요구하고 나서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와 ‘정보 주권’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구글이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준비하는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산업혁명에 뒤처져선 안 된다는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개인정보의 국가 간 이동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디지털 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구글은 구글 검색과 지메일, 구글 지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등 다른 IT 기업들을 압도하는 방대한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각국의 디지털 정보를 포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본사의 정책을 전 세계에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정보 주권’ 싸움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같은 ‘구글 스탠더드’에 가장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는 건 EU다. EU와 미국은 지난 12일 유럽으로부터의 데이터 반출 규정을 새롭게 정립한 ‘프라이버시 실드’ 협정을 체결했다. 유럽 내에서 수집한 정보의 자유로운 미국 반출을 보장해 온 기존의 ‘세이프 하버’ 협정을 폐기하고 보다 강화된 제동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2000년 체결된 ‘세이프 하버’ 협정을 발판으로 구글은 유럽에서 검색 시장 점유율을 90%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미국 정보 당국이 구글 등의 서버에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해 이용자들을 무분별하게 감시하고 있다는 전직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를 계기로 개정 논의에 불이 붙었다. 새롭게 마련된 ‘프라이버시 실드’는 미국 기업들이 유럽의 정보 보호 기준을 준수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증하게 하는 등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글이 우리 정부에 반출을 요구하고 있는 지도 데이터는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작한 1대5000 축척의 지도로, 네이버나 카카오에서 서비스하는 수준의 지도다. 오차 범위는 3.5m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하다. 국토지리정보원은 2014년 영문으로 제작된 1대2만 5000 축척의 지도를 해외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지만, 구글은 길 찾기와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이보다 정밀한 지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글코리아 측은 “정부의 검토와 승인을 거쳤으며 국내 기업들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데이터로 민감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IT 업계에서는 단순한 지도 데이터라도 이용자 개개인의 위치정보와 결합할 경우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시대의 빅데이터는 스마트폰으로 수집된 개인의 실시간 위치와 이동 경로, 행적을 근간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위치추적 기능은 이용자의 이동 경로와 행적, 위치를 시간 단위까지 구글 지도에 타임라인으로 저장할 정도로 정교하다. IT 업계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이용자들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인식하고 구글 지도에 결합할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이를 구글이 자유롭게 가공해 위치 기반 광고 등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수 있어 사생활 침해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구글이 국내 사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위성지도에서 청와대나 군사시설 같은 국가 안보 시설을 블라인드 처리할 경우 반출을 허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외로 가져간 지도 데이터에 대해서는 국내법상 사후관리 규정이 없어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는 이상 각종 심사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이 때문에 데이터의 반출 여부를 넘어 글로벌 IT 기업으로부터 데이터에 대한 관리와 통제 권한을 확보하는 방안에 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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