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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레 전 예멘대통령, 사나 외곽서 후티 반군에 피살

    살레 전 예멘대통령, 사나 외곽서 후티 반군에 피살

    알리 압둘라 살레 전 예멘 대통령이 후티 반군에 살해당했다고 중동 언론이 4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알아라비야 방송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이날 자신이 통제하는 알마시라TV와 예멘 라디오를 통해 살레 전 대통령을 지칭하며 “반역자들의 우두머리가 죽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또 “살레가 이끄는 다수의 범죄 지지자들도 사망했다”고 전했다. 후티 반군의 한 소식통은 “살레가 오늘 사나 남부 외곽에서 탈출하던 중 살해됐다”며 “우리 대원들이 로켓추진유탄발사기(RPG)로 그의 무장 차량을 정지시킨 후 그의 머리에 총탄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 예멘 정부의 고위급 간부와 살레의 친척, 살레측 정치인도 이날 살레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후티 반군은 천으로 덮여 있는 살레의 시신이 찍힌 영상도 알마시라TV와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그 시신 주변에서 무장 대원들이 환호하며 “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는 장면도 나온다. 이번 피살 건은 살라가 전날 밤 후티 반군과의 파트너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다음 발생했다고 알아라비야는 전했다. 살레를 추종하는 무장대원들은 지난 엿새 동안 사나에서 후티 반군과 치열한 교전 끝에 수세에 몰리며 큰 인명 손실을 봤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지난 5일간 사나에서 벌어진 전투로 최소 125명이 죽고 238명이 다쳤다”고 이날 전했다. 2011년 ‘아랍의 봄’ 여파에 따른 반정부 운동으로 2012년 대통령직에서 쫓겨난 살레는 후티 반군과 함께 연대해 2014년 이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에 반대하는 활동을 해 왔다. 살레를 추종하는 세력은 또 후티 반군의 편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와 맞서면서 권좌 복귀를 노려 왔다. 그러나 살레를 지지하는 무장 대원들이 최근 후티 반군과 갈라선 뒤 사나에서는 양측간 전투가 계속됐다. 살레는 지난 2일 사우디 주도의 동맹군이 예멘 봉쇄를 풀고 공격을 중단한다면 휴전 중재에 나서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즉각 이 제안을 환영했으나 후티 반군은 그를 비난하며 이를 거부했다. 예멘에서는 30여 년간 철권통치를 하던 살레 정권이 2012년 2월 실각한 뒤 민주적 정권 이양 절차가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높은 실업률과 정부의 연료비 인상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힘입어 이란에 우호적인 시아파 반군 후티가 2014년 9월 수도 사나를 점령하고 예멘 정부를 축출하면서 혼란에 빠졌다. 이에 위협을 느낀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랍권 동맹군을 결성해 2015년 3월 26일 군사 개입에 나서면서 예멘 내전은 본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이어진 아랍동맹군의 공습은 수많은 민간인을 숨지거나 다치게 했다. 지금까지 8천600여명이 폭격과 교전 등으로 숨졌고, 약 5만명이 부상했다. 인구의 70%인 2천만명은 장기간 지속한 내전과 콜레라 등으로 끼니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 살레 전 예멘 대통령, 후티 반군에 피살

    살레 전 예멘 대통령, 후티 반군에 피살

    알리 압둘라 살레 전 예멘 대통령이 후티 반군에 의해 살해됐다.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알아라비야 방송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4일(현지시간) 자신이 통제하는 알마시라TV와 예멘 라디오를 통해 살레 전 대통령을 지칭하며 “반역자들의 우두머리가 죽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또 “예멘 수도 사나의 중심부에 있는 살레의 자택을 폭파했다”면서 “살레가 이끄는 다수의 범죄 지지자들도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살레로 추정되는 시신이 찍힌 영상도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시신 주변의 무장 대원들이 “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는 장면도 영상에 나온다. 이번 피살 사건은 살레를 추종하는 무장대원들이 사나에서 엿새 동안 후티 반군과 치열한 교전 끝에 수세에 몰리며 큰 손실을 본 다음에 발생한 일이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지난 5일간 사나 전투로 최소 125명이 죽고 238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2011년 ‘아랍의 봄’ 여파에 따른 반정부 운동으로 2012년 대통령직에서 쫓겨난 살레는 후티 반군과 함께 연대해 2014년 이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에 반대하는 활동을 해 왔다. 그러나 살레를 지지하는 무장 대원들이 최근 후티 반군과 갈라선 뒤 사나에서는 양측 간의 전투가 계속돼 왔다. 살레는 지난 2일 사우디 주도의 동맹군이 예멘 봉쇄를 풀고 공격을 중단한다면 휴전 중재에 나서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즉각 이 제안을 환영했으나 후티 반군은 그를 비난하며 이를 거부했다. 예멘에서는 약 30년 동안 철권통치를 하던 살레 정권이 2012년 2월 실각한 뒤 민주적 정권 이양 절차가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높은 실업률과 정부의 연료비 인상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힘입어 이란에 우호적인 시아파 반군 후티가 2014년 9월 수도 사나를 점령하고 예멘 정부를 축출하면서 혼란에 빠졌다. 이에 위협을 느낀 사우디가 아랍권 동맹군을 결성해 2015년 3월 26일 군사 개입에 나서면서 예멘 내전은 본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이어진 아랍동맹군의 공습은 수많은 민간인을 숨지거나 다치게 했다. 지금까지 8600여명이 폭격과 교전 등으로 숨졌고, 약 5만명이 부상했다. 인구의 70%인 2000만명은 장기간 지속한 내전과 콜레라 등으로 끼니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계의 무관심에 용서를”…교황, 로힝야 난민 만나 축복, ‘로힝야’ 첫 지칭

    “세계의 무관심에 용서를”…교황, 로힝야 난민 만나 축복, ‘로힝야’ 첫 지칭

    1% 가톨릭, 이슬람국가 방글라데시에서 미사…10만명 운집교황, 아시아 순방 후 처음 ‘로힝야’ 단어 공개 사용 프란치스코 교황이 1일 이슬람국가인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로힝야 난민을 만나 이들이 겪은 상처와 세계의 무관심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교황은 지난 27일 아시아 순방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이날 공개적으로 ‘로힝야’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교황은 이날 방글라데시 남동부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에 있다가 다카로 온 로힝야 난민 16명을 만나 한명씩 손을 잡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교황은 이들 가운데 한 소녀에게는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을 했다고 AP는 전했다. 교황은 이들을 만난 뒤 “오늘날 하느님의 현존은 또한 ‘로힝야’라고 불린다”면서 “여러분을 박해하고 상처 준 이들을 대신해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을 돕고 올바른 일을 계속하고 이들의 권리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자”면서 “우리 마음을 닫지 말고 다른 길을 살펴보자”고 덧붙였다. 전날 나흘간의 미얀마 방문을 마치고 방글라에 도착한 교황은 대통령궁에서 한 첫 연설에서 “국제사회가 대규모 난민 사태를 낳은 정치적 문제를 풀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시급한 인간적 필요에 대응하기 위해 방글라데시에 즉시 물질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난민 캠프에 있는 수많은 형제자매들의 위태로운 상황과 현 상황의 엄중함을 누구도 모를 수 없다”면서 “방글라데시 사회는 (미얀마) 라카인 주에서 대규모로 유입한 난민들에게 임시 거처와 생필품을 주는 등 인도주의 손길을 가장 분명하게 뻗어줬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로힝야라는 단어를 순방하면서 처음 말했다. 앞서 미얀마에서는 말하지 않았다. 불교국가인 미얀마는 이슬람교도인 로힝야족을 자신들의 소수민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민자란 뜻을 담아 ‘벵갈리’라고 부른다.앞서 8월 말 미얀마 라카인 주에서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의 경찰초소 공격을 계기로 미얀마군의 대대적인 반군소탕전이 벌어진 가운에 로힝야족 민간인을 겨냥한 살인, 방화 등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62만 5000명의 로힝야족이 이웃 방글라데시로 대피했다. 한편 교황은 이날 로힝야족 난민을 만나기에 앞서 다카 시내 공원에서 10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야외 미사를 집전했다. 이슬람국가인 방글라데시에는 전체 1억 6000만 국민 가운데 1% 정도가 가톨릭 신자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빈살만, 아랍 40개국과 “反테러”… 속내는 ‘反이란’

    빈살만, 아랍 40개국과 “反테러”… 속내는 ‘反이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제1왕위계승자(왕세자) 겸 국방장관이 이끄는 이슬람대테러군사동맹(IMCTC) 40개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AFP통신 등은 26일(현지시간) 빈살만 왕세자가 소집한 IMCTC 회의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 회의는 지난 24일 이집트 시나이반도 북부의 이슬람 사원에서 테러가 발생한 직후 기획됐다. 앞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이집트 지부로 추정되는 세력이 이집트 시나이반도 북부의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폭탄을 터뜨려 어린이 27명을 포함해 최소 305명을 살해하고, 128명에게 부상을 입혔다.빈살만 왕세자는 “오늘부터 우리는 테러리즘에 대한 추적을 시작한다. 앞으로 많은 나라, 특히 이슬람 국가에서 테러리즘이 패배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테러리즘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추격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우리 관대한 종교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빈살만 왕세자의 이 같은 움직임은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테러 격퇴를 명분으로 앙숙 이란에 칼을 겨눈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 IMCTC의 주요 참석국이 아랍에미리트·바레인·쿠웨이트·이집트 등이 수니파 국가로 전통적인 사우디 우방인 데다, 사우디가 말하는 테러의 범주에 이란의 군사적 위협·헤즈볼라 등 친이란 무장단체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시아파 국가인 이란, 이라크 등은 IMCTC에서 베제됐다. IMCTC 회원국이지만, 테러국가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사우디 등 주변국으로부터 단교 당한 카타르는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IMCTC 측은 카타르를 초대했으나 불참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카타르 측은 초대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파이낼셜타임스(FT)는 “빈살만 왕세자의 발언은 사우디와 이란의 ‘냉전’이 첨예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사우디와 그 동맹국은 이란이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예멘에 개입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현재 예멘 내전에 개입해 사실상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사우디가 정부군을, 이란이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가운데 2014년부터 지속된 내전으로 최소 1만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이외에도 양국은 사우디 리야드를 향한 후티 반군의 미사일 발사,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 사임 의사 발표 등 사건을 둘러싸고 최근 마찰을 빚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21일 IS의 배후로 사우디를 지목했다. 그는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발표한 IS 격퇴전 승리 연설에서 “미국 등 세계열강과 사우디 등 중동 일부 국가가 지원한 테러조직은 이라크와 시리아의 문화유산을 밀매하고 여성을 인신매매했으며 주민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카타르도 거들었다. 모하마드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외교장관은 지난 23일 런던에서 열린 대테러회의에서 “충동적으로 위기를 조장하는 사우디보다 카타르가 더 믿음직한 서방의 동맹이 될 것”이라면서 “사우디는 이전의 위기를 덮기 위해 새로운 위기를 조장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연합군은 중동에서 더 큰 분열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의 위협이 커지자, 이란과 카타르는 밀착하고 있다. 셰이크 아흐메드 빈자심 카타르 경제장관은 이날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 고위인사를 만나 양국 간 협력을 다짐했다. 이란 외무부는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빈자심 경제장관이 환담하는 사진을 공개하고 “두 장관이 양국의 경제, 통상 관계를 증진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무역 장벽을 없애는 문제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사우디 등 주변국으로부터 단교 당한 카타르에 식량 등 주요 생필품을 공급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믈라디치 ‘뒤늦은 단죄’… 유족들 22년 한맺힌 눈물

    믈라디치 ‘뒤늦은 단죄’… 유족들 22년 한맺힌 눈물

    22일(현지시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북동부의 스레브레니차 마을, 1995년 7월 집단학살의 광풍이 휩쓸었던 스레브레니차 대학살 당시 잔인하게 살해된 희생자 유가족들은 인근 포토차리에 건설된 학살 추모 센터에 함께 모여 대형 스크린을 숨죽인 채 주시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유엔 산하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가 라트코 믈라디치 전 세르비아계군 사령관에 대해 종신형을 선고한 순간 마을은 주민들의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센터에 모인 유가족들도 손뼉을 치며 환호했으며 일부 여성들은 회한과 기쁨이 뒤섞인 울음을 터뜨렸다. 스레브레니차에서 남편과 아들, 아버지를 한꺼번에 잃은 네드치바 살리호비치라는 “내 아들을 죽인 믈라디치가 이제 헤이그에서 죽게 됐다”며 “정의가 실현돼 기쁘다”고 말했다. 학살 당시 42명의 일가친척을 잃은 아이사 우미로비치는 “그가 저지른 잔악 행위에 비하면 종신형 선고도 충분치 않다”고 분노했다.‘스레브레니차 학살’은 1992년부터 3년 동안 이어진 보스니아 내전의 대표적인 인종 청소 사건이다. 1995년 7월 당시 유엔은 이곳을 안전지역으로 선포했으나 믈라디치 군사령관이 이끄는 세르비아계군은 이슬람계 남성 주민 8000여명을 무자비하게 몰살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참혹한 학살로 꼽혔다. 보스니아는 내전이 끝난 뒤 스레브레니차에서 학살된 사람들의 유골을 발굴하고 희생자를 확인하는 작업을 벌여 왔지만 아직도 1000여명은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 스레브레니차를 비롯해 보스니아에서는 내전으로 20만명이 숨지고, 180만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믈라디치는 보스니아 대학살을 저지른 지 무려 22년 만에 죗값을 치르게 됐다. 그는 올해 74살이다. 믈라디치는 1965년 유고연방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마케도니아에서 소대장으로 군 경력을 시작했다. 1990년 당이 해체될 때까지 유고슬라비아 공산당원의 신분을 유지했던 그는 1991년 크로아티아가 유고연방에서 독립을 선언하자 연방군을 이끌고 혁혁한 무공을 세웠으나 크로아티아의 독립을 막지는 못했다. 이후 보스니아는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에 이어 1992년 유고 연방에서 탈퇴해 독립을 강행했다. 그러나 보스니아에 거주하고 있던 세르비아계와 연방의 중추였던 세르비아가 이에 반발하며 내전이 벌어졌다. 국제사회가 보스니아를 독립국으로 인정하자 믈라디치의 신분은 유고연방의 정부군에서 반군 사령관으로 바뀌었다. 그는 내전이 한창이던 1994년 당시 23살 딸 아나가 자신의 권총으로 자살하자 대학살을 지시하는 잔혹한 학살자로 돌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나의 자살 원인은 자신의 만행을 다룬 신문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아 자살했다는 설과, 전쟁으로 우울증을 겪다가 자살했다는 설이 엇갈린다 믈라디치는 전쟁 직후인 1995년 유엔전범재판소에 넘겨졌지만, 16년 도피 생활 끝에 2011년 5월 체포됐다. 믈라디치가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추적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세르비아 정부의 비호 덕분이었다. 내전 종식 이후 줄곧 학살에 대한 책임을 부인해 오던 세르비아는 스레브레니차 학살 등 내전 뒤처리 미숙을 이유로 유럽연합(EU) 가입 승인이 거부당하자 적극적으로 전범 체포에 나서기 시작했다. 세르비아군이 운영하는 온천·사냥 리조트에서 호화로운 도피 생활을 하던 믈라디치는 2011년 세르비아 북부 라자레보에서 세르비아 사법부에 의해 검거됐다. EU는 그동안 그의 체포를 세르비아의 EU 가입 조건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세르비아는 EU 가입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美 방관 틈타… 러, 중동·동유럽서 패권 회복

    푸틴, 美와 대리전서 승리 강조 체코 대통령 “러, 佛 10배 중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와 체코 대통령을 잇달아 면담하며 이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재확인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방관과 서방 세계의 분열을 틈타 푸틴 정권이 옛 소련 시절 중동과 동유럽에서의 패권을 일정 부분 회복한 상징적 사건으로 비춰진다.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휴양도시 소치에서 러시아를 방문 중인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시리아 정부군이 자국 영토의 98%를 통제하고 있다”면서 “테러리스트들의 저항 근거지들이 남아 있지만 러시아 공군과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으로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제만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승리한 것을 축하한다”면서 “바샤르 알아사드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시리아의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방러 대표단에 140명의 기업인이 포함된 데 반해 프랑스 방문 때는 고작 14명의 기업인만이 동행했다”면서 “러시아가 우리에게 (프랑스보다) 10배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푸틴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인 20일에는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시리아에서 우리가 테러범 격퇴를 위해 협력한 덕분에 군사작전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러시아 덕분에 시리아 내 정치적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과정이 가능해졌다”고 화답했다. 시리아의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는 2015년 9월부터 시리아에서의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와 시리아 반군을 모두 소탕하는 군사 작전을 실시해 왔다. 반면 미국이 이끄는 국제연합군은 알아사드를 독재자로 규정하고 러시아와 별도로 시리아 반군과 손잡고 IS 격퇴 작전을 진행해 왔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보여 준 자신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에 공습을 명령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미국이 시리아를 러시아에 양도하고 방관자로 남은 현실을 보여 준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에서 이란의 세력을 몰아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란의 영향력도 건재해 말뿐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정상인 제만 체코 대통령의 친러 행보도 동유럽에서 옛 영향력 회복을 꿈꾸는 푸틴 대통령의 외교적 결실로 꼽힌다. 제만 대통령은 푸틴의 측근인 러시아 국영철도 재벌 블라디미르 야쿠닌과 유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을 인정하고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를 반대해 왔다. 불가리아에서는 지난해 11월 친러 성향의 루멘 라데프 대통령이 당선되는 등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난에 시달리는 동유럽에서의 러시아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우디는 ‘이란식 민주주의’가 두려워

    사우디는 ‘이란식 민주주의’가 두려워

    레바논 ~ 이라크 ‘시아 벨트’ 부담 “사우디 왕권 교체기 불안 투영” 사우디아라비아의 왕권 교체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권력 무함마드 빈살만(32) 사우디 제1왕위계승자(왕세자) 겸 국방장관은 아직 정치적 역량을 증명해내지 못했다. 이 와중에 오랜 숙적 이란은 중동 일대에서의 영향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이란은 이슬람 시아파를 신봉한다. 수니파 맹주 사우디에게는 눈엣가시다. 이란은 혁명을 일으켜 왕조를 전복시키기도 했다. 새 국왕이 사우디를 틀어쥐기 전에 이란을 위시한 시아파가 중동을 장악하는 것은 아닌지, 이란에서 태어난 이슬람식 민주주의가 아랍국 일대로 퍼져 나가는 것은 아닌지, 이란을 바라보는 사우디는 불안하다.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연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긴급총회에서 “이란은 세계 제1의 테러지원국이다. (레바논의 친이란 시아파 무장세력) 헤즈볼라는 아랍국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우디 등은 지난 4일 예멘 시아파 후티 반군이 사우디 리야드 공항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사건의 배후에 이란과 헤즈볼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사우디 측은 “이란의 공격에 나태하게 대응하지 않겠다”며 무력 충돌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란은 20일 “아랍연맹의 성명은 거짓말과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날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는 TV 연설에서 “우습다”며 탄도미사일 발사 배후에 헤즈볼라가 있다는 설을 일축했다. 양측이 전쟁이라도 벌일 듯한 기세지만, 군사력·경제력 등 전통적인 ‘하드 파워’ 측면에서 이란은 사우디의 상대가 안 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펴낸 ‘세계 군비 지출 동향’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해 637억 달러(약 69조 8597억원)의 군비를 지출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은 세계 4위다. 이란의 지난해 군비는 123억 달러로, 사우디의 5분의1 수준이다. 사우디는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 미국의 오랜 우방이기도 하다. 전임 버락 오바마 미 정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이란에 적대적인 것도 사우디에 유리하다. 경제 규모도 사우디가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7년 사우디 국내총생산(GDP)은 6785억 달러이며, 이란의 GDP는 4276억 달러다. 또 사우디는 세계 1위 산유국으로 세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하지만 이란의 ‘소프트 파워’는 사우디에 위협적이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을 통해 왕조를 전복시키고 이슬람식 민주주의를 구축한 전력이 있다. 최고 성직자가 최고지도자를 맡되 그 아래 대통령을 중심으로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를 분리해 민주주의가 작동한다. 반면 사우디는 1932년 국가를 수립한 이후 지금까지 전제군주제를 고수해 왔다. 사우디 국왕은 왕이자 동시에 이슬람의 수호자를 자임한다. 왕은 입법, 사법, 행정 등 각 방면에 걸쳐서 절대적 권력을 가진다. 이에 대해 AFP통신은 지난 12일 “사우디는 이란이 혁명을 수출해 자국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란의 입김 강화가 사우디 왕위 교체기와 맞물리면서 사우디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 정부는 양위 계획을 부인하고 있지만, 데일리메일은 지난 16일 왕실 관계자들을 인용해 “늦어도 25일까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빈살만 왕세자에게 왕위를 이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동맹국 또는 추종 세력에 자율성을 주는 방식으로 세를 불리고 있다. 미 온라인매체 더인터셉트는 지난 17일 “사우디와 이란이 각각의 동맹국을 어떻게 대우하는지를 보면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더인터셉트에 따르면 이란은 각국을 직접 통치하거나 명령하지 않고 독립적 정치구조를 허용한다. 헤즈볼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후티 반군 등이 그 예다. 그들은 의사결정에서 어느 정도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반면 이슬람 근본주의 ‘와하비즘’이 지배하는 사우디는 동맹국에도 엄격한 종교적·정치적 기준을 요구했다. 때문에 소수의 우방국을 제외한 다수를 적국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이슬람국가(IS) 패퇴 이후 이란은 IS가 점령했던 이라크, 시리아와의 유대를 다지고 있다. 레바논에서는 이란의 지지를 받는 헤즈볼라의 입지가 단단해졌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사우디는 머리맡에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시아 벨트’를 두게 된다. 다급해진 사우디는 앙숙 이스라엘의 손을 잡았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20일 유발 슈타이니츠 이스라엘 에너지 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이스라엘은 사우디와 비밀리에 접촉해 왔다”고 전했다. 조너선 아델만 미 덴버대 국제학 교수는 지난 17일 미국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빈살만 왕세자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란과의 갈등을 지렛대로 삼고 있다”면서 “국내 문제로 향한 사우디의 시선을 이란으로 돌리려는 것이지 꼭 전쟁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카타르 아부 디아브 프랑스 파리대 정치학 교수는 “이라크, 시리아 그리고 예멘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이 변수”라면서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美 “사우디 사드 조기배치”… ‘미·사·이’ 삼각동맹 구축하나

    美 “사우디 사드 조기배치”… ‘미·사·이’ 삼각동맹 구축하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계획보다 신속하게 사우디아라비아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는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상을 진전시키지 않으면 미국 내 외교 연락사무소를 폐쇄할 것’이라고 압박하는 등 중동의 불안정 고조를 감수하며 노골적인 ‘우방 편들기’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공적’ 이란을 겨냥한 미국·사우디·이스라엘 삼각 동맹을 구축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란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포함해 역내 동맹에게 첨단 무기를 공급하고 있고 레바논 총리가 (이란 등의 위협 때문에) 사퇴를 선언하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이 사우디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등 사우디의 안보 위협이 가중되고 있다”며 “현 상황이 오래 지속될수록 우리 우방의 이익은 줄어들기 때문에 사우디의 미사일 방위(MD) 역량 강화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달 사우디에 사드 발사대 44기 및 요격 미사일 360발 등 총 150억 달러(약 16조 4900억원) 규모의 사드 체계를 판매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의 사우디 MD 강화 방침에 따라 당초 2023~2026년으로 예정됐던 사우디의 사드 배치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같은 날 미국의 다른 고위 관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해 “이스라엘과 진지한 평화협상 논의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워싱턴 DC에 있는 팔레스타인 측 연락사무소를 폐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미국으로부터 공식 국가로 인정받지 못한 팔레스타인은 1994년부터 대사관 대신 ‘워싱턴 DC 사무소’를 두고 있다. 미국의 사무소 폐쇄 카드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지난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국제형사재판소(ICC)등에 이스라엘을 제소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미국에 대해 “중동 평화에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노골적으로 우방인 사우디와 이스라엘을 두둔하며 이들의 숙적 이란과 팔레스타인에 압박을 가한 것은 이란과 팔레스타인을 포용하던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미국의 최대 무기 구입국인 사우디는 지난달 20억~40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제 S400 방공미사일 체계도 도입하기로 하는 등 ‘안보실용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사우디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보다 확실한 동맹으로 붙잡아두기 위해 사우디와 좀더 강한 유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아울러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몰락함에 따라 이 지역에서의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데 대한 불안감이 사우디, 이스라엘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이란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지원하며 시아파가 인구의 다수인 이라크까지 영향권에 넣는 반미(反美) ‘시아파 벨트’ 구축을 노리고 있다. 수니파 이슬람의 맹주 격인 사우디 왕정으로서는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둔 이란의 존재가 위협이다. 사우디 못지않게 이란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 온 이스라엘 방위군의 가디 에이젠코트 참모총장은 지난 16일 사우디 매체 엘라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외교 관계는 없지만 이란에 대적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동맹을 통해 협력해야 할 것”이라며 정보 공유를 제안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스라엘과의 연계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왕자들을 숙청하면서 이란과 대결을 주문해온 상황이라는 점에서 미국을 매개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군사적 밀착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CNBC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이슬람권의 뿌리 깊은 증오보다 수니파와 시아파 간 적대감이 더 커진 양상”이라며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 움직임은 (이들 국가와 이란과의) 전쟁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닭떼 잡듯 칼로 마구…” 로힝야족 소녀가 전한 ‘그날’

    “닭떼 잡듯 칼로 마구…” 로힝야족 소녀가 전한 ‘그날’

    “대나무 담장 사이로 숨죽이며 지켜봤는데, 마치 닭을 잡듯이 사람들을 마구 칼로 내리쳤어요.” 미얀마에서 탈출해 방글라데시로 피난온 로힝야족 소녀 쿠르시다(12·가명)는 몇 달이 지났지만 그날의 끔찍했던 살육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자신의 눈앞에서 100명이 넘는 이웃사람들이 죽어갔다.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발루칼리 난민 캠프에 있는 쿠르시다를 인터뷰해 지난 8월 라카인주 부티다웅 마을로 들어온 미얀마군이 저지른 집단 학살의 생생한 상황을 전했다. ‘땃마도’(Tatmadaw)로 불리는 미얀마 군은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상대로 살인, 방화, 성폭행 등을 자행해 최소 1000명 이상이 숨졌고, 6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 방글라데시 등 인근 국가로 피신했다. 버마 정부는 로힝야 반군에 대한 작전이었으며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는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국제사회의 시선은 냉혹했다. 16일 UN총회 제3위원회는 로힝야 유혈 사태와 관련해 논의한 뒤 미얀마 당국에 로힝야족에 대한 군사행동 중단을 촉구하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에게 특사 임명을 주문하는 결의를 채택하는 등 ‘인종 청소의 교과서적 사례’로 적시했다. 쿠르시다는 “마스크를 쓴 군인들이 들이닥친 뒤 숨어있는 사람들을 남자와 여자로 나눠서 각각 다른 방으로 집어넣었고, 이내 남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기 시작했다”면서 “미얀마 군인들은 하루 종일 사람들에게 총을 쐈다”고 말했다. 그는 “군인들은 이밖에도 칼을 사용하거나 밧줄로 목을 조르거나 다양한 방법의 학살이 끊임없이 이어졌으며 시신은 앞마당에 내던졌다”고 덧붙였다. 쿠르시다는 울기만 했고, 옆에 있는 숙모와 여성들은 코란을 암송하면서 공포를 이겨내려 애썼다. 덜덜 떨면서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쿠르시다는 “아빠도 목이 잘린 채로 죽었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학살을 면했던 삼촌은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아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데, 쿠르시다의 아빠는 총에 맞아 숨졌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쿠르시다의 심리상담 및 치료를 맡고 있는 정신과 의사는 “쿠르시다가 처음 난민 캠프에 왔을 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계속 울기만 했다”면서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쿠르시다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들은 수만 명에 이른다. 국제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은 쿠르시다와 같은 아이들 사례를 조사한 뒤 17일 ‘평생 못 잊은 공포-로힝야족 어린이들 이야기’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인디펜던트와 인터뷰를 통해 쿠르시다는 끔찍한 기억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고향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만약 여기 있는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나도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군인의 로힝야족에 대한 군사행동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30만명 학살한 ‘우간다의 히틀러’… 시민에 사살된 ‘리비아 철권통치’

    죽을 때까지 권좌에서 내려올 것 같지 않았던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이 허망하게 몰락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AP통신은 16일 아프리카의 주요 독재자들을 조명했다. 대부분 쿠데타로 집권해 권력에 취해 인권을 탄압하고 사치·향락을 즐기다 반대 세력에 의해 쫓겨나 비참한 말년을 보냈다. 야흐야 자메 전 감비아 대통령은 1994년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다. 그는 감비아를 22년 넘게 지배했다. 반대파를 고문·살해해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야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자메 전 대통령은 개표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며 불복했으나, 국내외의 압력에 굴복해 물러났다. 이후 세네갈로 망명했다. ●세코, 서방 업고 콩고 30년 통치 모부투 세세 세코 전 콩고 대통령은 1965년 쿠데타로 국가를 장악했다. 그는 미국과 서방의 지지를 등에 업고 30년 넘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1997년 반대파에 의해 축출돼 모로코로 쫓겨났다. 그해 전립선암으로 사망했다. 이디 아민 전 우간다 대통령은 ‘우간다의 히틀러’로 불렸다. 8년 동안 30만명을 학살했다. 그는 군 내부의 반발을 무마하려고 1978년 탄자니아를 침공했다. 그러나 탄자니아군과 반대파 우간다민족해방전선(UNLF)의 반격으로 실각했다. 1979년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다. 2003년 지병으로 숨졌다.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는 1969년 쿠데타를 일으켜 왕정을 전복시켰다. 의회와 헌법을 폐지하고 권력을 독점했다. 2011년 그는 42년에 이르는 철권통치에 반발한 시민군에 의해 쫓겨났다. 도주하다가 그해 10월 시민군의 손에 사살됐다. ●대통령 살해하고 권력 잡은 콩파오레 찰스 테일러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군벌 출신이다. 정권을 잡기 전 1차 내전을 일으켰고, 1997년 정권을 잡은 후 2차 내전을 벌였다. 두 차례 내전으로 25만명의 시민이 숨졌다. 다이아몬드를 받는 조건으로 이웃 나라 시에라리온 반군을 지원하기도 했다. 시에라리온 내전으로 12만명이 사망했다. 그는 반군의 공세와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2003년 나이지리아로 망명했다. 2006년 나이지리아에서 체포됐다. 2012년 국제형사재판소(ICC) 산하 시에라리온특별법정(SCSL)에서 민간인 학살 교사 및 방조 혐의로 5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블레즈 콩파오레 전 부르키나파소 대통령은 1987년 쿠데타를 일으켜 토마스 상카라 당시 대통령을 살해하고 권력을 잡았다. 그는 27년간 집권한 뒤 2014년 헌법을 개정해 임기를 연장하려 했다. 대대적 반정부 시위에 부딪혀 그해 사임했다. 코트디부아르로 망명했다. 이센 아브르 전 차드 대통령은 1982년 쿠데타로 대통령이 됐고, 1990년 쿠테타로 물러났다. 재임 기간 중 야권 인사 4만명을 살해해 ‘아프리카의 피노체트’로 불렸다. 지난해 아프리카연합(AU) 특별법정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집단농장·산업 국유화 추진한 마리암 멩기스투 하일레 마리암 전 에티오피아 대통령은 1974년 쿠데타를 일으켜 황제를 폐위하고 대통령이 됐다. 정적 수천명을 죽이고 집단농장, 산업 국유화 등 급진적 정책을 펼쳤다. 1991년 에티오피아인민혁명전선에 의해 축출됐다. 짐바브웨로 망명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레바논 총리 “난 사우디서 자유로워… 국가 위험 알리려 사퇴”

    레바논 총리 “난 사우디서 자유로워… 국가 위험 알리려 사퇴”

    “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유롭게 지내고 있다.” 오랜만에 TV에 나온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이렇게 말했다. 12일(현지시간) 레바논 방송 퓨처TV와의 인터뷰에서다. 지난 4일 사우디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로부터 암살 위협을 받고 있다”며 사퇴를 선언한 이후 공식적인 발표는 처음이다. 그는 조건부 사퇴 철회 가능성도 시사했다.당시 일국의 총리가 갑작스럽게, 타국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앞서 로이터통신 등은 사우디가 하리리 총리 암살 위협 배후로 이란을 지목해 견제하려고 하리리 총리에게 사임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공교롭게도 하리리 총리가 사퇴를 선언한 날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제1왕위계승자(왕세자) 겸 국방장관은 대규모 숙청을 단행했다. 하리리 총리는 이날 “내 사퇴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레바논 국민들이 지금 레바논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점을 이 ‘긍정적인 충격’을 통해 알기 원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숙청과는 무관하다며 “우연의 일치”였다고 일축했다. 레바논 정국과 관련해서는 “헤즈볼라라는 정파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특정 세력(이란)이 레바논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좌시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사우디는 레바논의 안정과 경제, 민주주의에 주안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일 안으로 귀국할 것”이라면서 “헤즈볼라가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조건부로 사퇴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와 이란이 일촉즉발의 대립을 하고 있다”면서 “레바논을 양국의 종파전쟁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FT는 사우디의 실세인 빈살만 왕세자가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막으려다가 레바논을 종파대립의 새로운 무대로 만드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국은 중동 곳곳에서 대리전을 벌이는 중이다. 예멘에서는 사우디 정부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와 친이란 시아파 반군 후티가 대립하고 있다. 6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는 이란이 지원하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군과 사우디가 주도하는 국제동맹군이 맞서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시리아와 예멘에서 사우디의 정책은 지금까지 물밑외교와 막대한 자금력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정책과 너무 다르다. 레바논에서의 무모한 도박과 같은 정책이 또 다른 실패작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알자지라는 이날 자 사설에서 “사우디가 헤즈볼라와 직접 충돌하면 혼돈과 파괴, 죽음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스페인 러월드컵 유니폼 논란 “프랑코와 내전 연상시켜”

    스페인 러월드컵 유니폼 논란 “프랑코와 내전 연상시켜”

    스페인 축구대표팀이 내년 러시아월드컵에 입을 유니폼 셔츠가 공개되자 논란을 낳고 있다. 셔츠의 색깔이 현재 국기보다 제2 공화국 시절 국기를 더 연상시켜 팬들을 분열시킬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제2 공화국은 왕정을 전복시킨 1931년에 시작해 1939년까지 지속됐다. 민족주의가 득세한 시절이었고 프란치스코 프랑코 총통이 1975년 눈을 감을 때까지 독재로 이어졌다. 이 깃발은 1936년부터 4년 동안 이어진 내전 기간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을 상기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스페인 국기는 붉은색과 노란색인데 이번 셔츠는 스페인이 1994년 미국월드컵을 제패했을 때 입었던 유니폼을 오마주해 푸른색을 보탰다. 그러나 이 푸른색이 자주색으로 보여 지금도 왕정에 반대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공화국 깃발과 굉장히 비슷하게 보인다는 것이다.러시아월드컵 키트는 붉은색 바탕에 노란색, 푸른색, 붉은색 다이아먼드 패턴이 오른쪽에 새겨졌다. 1994년 미국월드컵 때는 노란색과 네이비블루 등 세 가지 밴드를 오른쪽에 둘렀다. 그러나 스페인축구협회와 제조사 아디다스는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일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카탈루냐 독립 움직임 때문에 온나라가 시끄러운 상황에 이런 일이 벌어져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칸타브리아 법학과를 졸업한 하비에르 안드레스 롤단은 “그 셔츠는 모욕”이라며 “바라건대 축구협회가 대응해야 하고 이런 색깔을 입고 경기에 나서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안카란 서포터는 대표팀을 응원하지 않을 것이며 “조별리그에서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반면 극좌파 포데모스 당의 지도자이며 공화주의자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트위터에 “스페인 국가대표팀이 그런 멋진 셔츠를 입은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2017년에 망상에 사로잡히고 부패한 우익 정부는 자신들이 좋아하지 않는 색깔을 금지하는 일을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주색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민주적 반군을 상징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스페인축구 전문가인 시드 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디다스와 스페인축구협회가 정치적 고려를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축구 대표팀의 유니폼이 정치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스페인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대표팀은 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에 양귀비꽃 완장을 두르면 안된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지에도 완장을 차고 경기에 임해 벌금을 물어냈다. 하지만 올해는 FIFA가 홈 팀과 원정 팀, 그리고 해당 축구협회가 인정하면 완장을 둘러도 좋다고 규정을 변경했다. FC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 지역에서 일종의 대표팀으로 널리 인정받기 때문에 카탈루냐 깃발인 세네라를 대안 셔츠로 입고 경기에 나선다. 1982~83시즌 브라질 선수 소크라테스는 팀 동료들의 정당 가입을 조직화 했다. 당시는 군사독재 시절이었는데 그는 대표팀 주장으로 서 민주 선거에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저질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美 업은 ‘왕세자의 칼’ 이란까지 향하나

    대규모 숙청중인 사우디 빈살만 “후티 반군의 미사일 배후는 이란” 전쟁까지 언급… 중동 정세 급랭 사우디아라비아의 젊고 호전적 군주가 중동에서 또 다른 전쟁의 불길을 일으키려 한다. 상대는 이슬람 수니파 맹주 사우디의 앙숙인 시아파 종주국 이란이다.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이 눈엣가시 같은 이란을 제거하려고 사우디를 부추긴 정황도 드러났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제1왕위계승자(왕세자) 겸 국방장관은 7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과 전화통화에서 지난 4일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이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언급하고 “이란 정권이 후티에 미사일을 공급했다. 이는 사우디에 대한 직접적 군사 공격이며 전쟁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왕위 계승이 확실시되는 빈살만 왕세자가 전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일대 정세가 급랭했다. 미국도 사우디에 힘을 실어줬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대사는 이날 “이란이 유엔 결의를 위반하고 후티 반군에게 무기를 제공했다. 유엔과 국제사회가 이란에 결의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무함마드 알리 자파리 이란 혁명수비대장은 “예멘 쪽으로 미사일을 운송한 적도 없다”며 무기 지원설을 부인했다. CNBC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우디와 이란의 전쟁을 획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은 최소 3단계에 걸쳐 빈살만 왕세자와 접촉했다”고 전했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3월 백악관에서, 5월 사우디에서 각각 한 차례 만났다. 왕세자에 책봉된 직후에도 한 차례 회담했다. 빈살만 왕세자의 최근 대규모 숙청작업 직전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최측근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비밀 회동을 하기도 했다. CNBC는 “미국과 이란은 40년 이상 냉전 상태에 있었다”면서 “사우디와 이란의 전면전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미국의 대리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신은 빈살만 왕세자의 독단적 결정이 역내 질서를 깨뜨릴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가디언은 “(약칭) ‘MBS’로 알려진 빈살만 왕세자는 혈기왕성하고 경험이 부족하며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라면서 “예멘·시리아 내전 개입, 카타르 단교 사태 등에서 그의 외교적 미숙함과 성급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알자지라는 “빈살만 왕세자의 사실상 1인 독재 체제가 구축되고 있다. 이것은 사우디 왕족에 의한 집단 통치 전통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면서 “왕족 내부의 불만이 누적될 것이며 왕국이 불안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반(反)부패위원회가 최근 체포한 왕세자, 기업인 등으로부터 8000억 달러(약 891조원) 상당의 자산을 몰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 중앙은행은 “검찰총장 요청에 따라 용의자들의 은행 계좌를 동결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빈살만 왕세자는 “국내 기업과 다국적 기업뿐 아니라 현재 수사를 받는 개인이 소유하거나 일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부패 수사로 영향을 받지 않고 정상 경영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가 보장하라”고 지시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사우디 왕가 숙청 후폭풍… 유가 2년 5개월 만에 최고

    사우디 왕가 숙청 후폭풍… 유가 2년 5개월 만에 최고

    3% 급등… 연내 70달러 가능성 트럼프, 트위터로 숙청 공개 지지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왕권 계승을 앞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제1왕위계승자(왕세자) 겸 국방장관의 숙청 작업이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유가가 빈살만 왕세자의 개혁 작업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6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감산 입장을 고수했던 빈살만 왕세자가 최근 반대파를 숙청하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면서,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감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유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 종가보다 배럴당 1.71달러(3.1%) 상승한 57.3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5년 6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1월물 브렌트유도 2.20달러(3.54%) 오른 64.27달러에 거래됐다. CNBC는 투자은행 시포트글로벌의 로베르토 프리들랜더 에너지 본부장의 말을 인용해 “사우디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유가가 7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사우디는 최근 3년간 유가 하락으로 재정 흑자가 고갈됐다. 왕세자가 살아남으려면 경제를 다시 성장세로 돌려야 한다”고 전했다. 헬리마 크로프트 캐나다왕립은행 원자재 본부장은 “60달러가 넘는 브렌트유가 빈살만 왕세자가 밀어붙이고 있는 경제 개혁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들은 브렌트유가 단기간 내에 7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빈살만 왕세자가 위원장인 반(反)부패위원회는 숙청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FT는 “반부패위가 부패 범죄 혐의자들의 계좌와 자산을 동결하겠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반부패위는 왕자 11명, 현직 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명을 부패에 연루된 혐의로 체포했다. 그러나 체포된 인사들이 빈살만 왕세자의 왕위 계승에 부정적이었던 사실이 알려져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한 사실상의 숙청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빈살만 왕세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의 살만 국왕과 왕세자를 대단히 신뢰한다. 그들은 지금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면서 “지금 가혹한 취급을 받는 왕자와 전·현직 장관들은 수년간 자신의 나라를 가혹하게 쥐어짜냈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우디 국영 SPA통신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는 7일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예멘 후티 반군이 지난 4일 리야드를 향해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해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노렸다”면서 “이란 정권의 미사일 공급을 사우디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공격 행위로 간주한다”며 숙적 이란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사우디 왕좌의 전쟁… ‘왕세자 반대파’ 헬기 추락 사망

    사우디 왕좌의 전쟁… ‘왕세자 반대파’ 헬기 추락 사망

    “빈살만, 왕위 계승 과정서 숙청” 원인 함구 속 예멘 반군 공격설도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왕자가 예멘 국경 근처에서 헬리콥터 추락으로 숨졌다. 정확한 헬기 추락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재 대규모 숙청 작업을 벌이고 있는 제1왕위계승자(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32) 왕세자의 권력 계승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만수르 빈 무끄린(44) 왕자를 비롯한 정부 관리 7명이 예멘과 인접한 남쪽 국경 부근에서 지역에 대한 항공 시찰을 하던 중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만수르 왕자는 사우디 남부 아시르주 부주지사로 재직 중이었다. 만수르 왕자는 한국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FC 구단주 ‘만수르’로 알려진 만수르 빈자예드 아랍에미리트 왕자와는 다른 인물이다. 사망한 만수르 왕자의 아버지인 무끄린 빈 압둘아지즈는 한때 왕세제였지만 2015년 형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에 의해 왕세제 직을 박탈당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살만 국왕의 아들이다. 그는 81세 고령인 살만 국왕을 대신해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 만수르 왕자는 빈 살만 왕세자에게 밀려 지난 6월 폐위된 무함마드 빈 나예프 전 왕세자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사우디 내무부는 추락 원인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앞서 현지 언론은 지난 4일 빈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반(反)부패위원회가 부패 척결을 앞세워 왕자 11명, 현직 장관 4명 등 수십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빈살만 왕세자가 왕위 계승 과정에서 반대파를 숙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예멘 반군의 공격으로 헬기가 추락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우디 정부가 예멘 반군이 사우디 리야드 킹 칼리드 공항을 목표로 쏜 탄도미사일을 상공에서 격추시켰다고 발표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추락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헬기가 예멘 국경 인근을 비행하고 있었던 만큼 예멘 반군의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는 2015년 3월부터 예멘 내전에 개입했고 시아파인 예멘의 후티 반군은 시아파 맹주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32세 권력자, 숙청의 칼 휘두르다

    32세 권력자, 숙청의 칼 휘두르다

    왕위 계승을 눈앞에 둔 무함마드 빈 살만(32) 사우디아라비아 제1왕위계승자(왕세자) 겸 국방장관이 왕자들과 전·현직 장관에게 숙청의 칼을 휘둘렀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82) 사우디 국왕은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퇴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전임 압둘라 국왕 인사 사정 예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TV 알아라비야 등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반(反)부패위원회가 왕자 11명, 현직 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명을 체포했다. 구체적인 혐의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이날 살만 국왕은 빈 살만 왕세자를 위원장으로 앉힌 반부패위를 창설한다고 직접 공표했다. 몇 시간 뒤 부패와 관련된 인사가 무더기로 체포됐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반부패위는 현재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창궐 및 2009년 사우디 남부 항구도시 제다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홍수와 관련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발표해 전임 압둘라 국왕(2015년 1월 서거) 시절에 대한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압둘라 국왕은 살만 국왕과 이복형제지만 사우디 왕실의 핵심 세력인 ‘수다이리 세븐’(초대 국왕의 부인 후사 알수다이리의 아들 7명)이 아니다. 반부패위에는 막강한 권한이 부여됐다. 부패인사로 지목한 인사를 수사하거나 체포할 수 있으며 여행 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자산 몰수까지 가능하다. 반부패위는 고위 인사의 국외 도주를 막으려고 개인 소유의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공항을 폐쇄했다. 또 사우디 왕가 소유의 리야드 리츠칼튼 호텔 객실을 비웠다. 이 호텔에서 용의자를 수용할 방침이다. ●왕자만 6000여명 권력 투쟁 치열 뉴욕타임스(NYT)는 “살만 국왕이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자 최고 국가 고문인 빈 살만 왕세자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려는 일련의 조치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살만 국왕은 2015년 1월 즉위 직후 당시 무크린 왕세자를 부패를 이유로 경질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6월에는 무함마드 빈나예프 왕자까지 2년간 왕세자만 2번이나 퇴위시키고 친아들인 빈 살만 당시 국방장관을 왕세자로 책봉해 힘을 실어줬다. 사우디의 알사우드 왕가는 왕자만 6000명으로 추정될 만큼 방대해 절대군주제라는 표면적인 통치체제와 달리 내부의 권력 암투가 매우 치열해 왕위가 견고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1953년 압둘아지즈 초대 국왕의 사후에 형제 상속으로 왕위가 이어진 사우디 왕가에서 손자 세대로 넘어가는 첫 사례다. NYT는 “32세에 불과한 왕세자가 사우디의 군사,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 대한 통제력을 틀어쥐었다. 이에 대한 왕족들의 불만이 크다”면서 “빈 살만 왕세자의 비전을 지지하는 사람과, 빈 살만 왕세자를 냉담하고 무력하며 경험이 없는 지도자로 평가절하하는 사람들로 사우디가 분열됐다”고 전했다. ●아랍 최대 부호 빈 탈랄 왕자도 체포 아랍권 최대 부호이자 살만 국왕의 사촌인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도 체포됐다. 빈탈랄 왕자가 소유한 투자회사 ‘킹덤홀딩’은 디즈니, 21세기 폭스, 애플,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기업의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5일 사우디 증시에서 킹덤홀딩의 주식은 3분기 실적 상승에도 불구하고 10% 가까이 폭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빈탈랄 왕자는 돈세탁과 관련된 혐의를 받고 있다. WSJ는 “정치적 전환기를 맞은 사우디 왕실이 부패를 빌미로 왕가와 각료들을 탄압하고 권력을 일원화하려 한다”면서 “익숙한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빈탈랄 왕자가 체포된 것에 대해서는 “사우디 내부에서 빈탈랄 왕자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하지만 그는 사우디 재계에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의 아버지 탈랄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는 빈 살만 왕세자의 왕위 계승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쿠테타 막는 국가수비대까지 장악 또한 사우디 왕실은 이날 반부패위와는 별개로 사우디 왕실 근위대인 국가수비대와 경제부 장관 등을 물갈이했다. 이들의 파면 이유는 전해지지 않았으나, 역시 빈 살만 왕세자의 권력 강화 조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파면된 미테브 빈 압둘라 전 국가수비대 사령관은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전 국왕의 아들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고위 관리였다. 빈 살만 왕세자가 급부상하기 전까지 차기 왕세자로 거론되기도 했었다. 미테브 사령관을 숙청함으로써 빈 살만 왕세자는 정규군뿐 아니라 왕가를 보호하고 쿠데타를 막는 근위대인 국가수비대(백색 군대)까지 통제할 수 있게 됐다. 경제부 장관도 정부자산 매각 정책을 이끈 친위 인물인 HSBC 중동 최고경영자(CEO) 출신 무함마드 알투와즈리로 바뀌었다. ●시아파 반군 사우디 향해 미사일 한편 알아라비야는 이날 예멘에서 리야드 외곽의 킹 칼리드 공항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했다고 보도했다.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는 자신들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예멘에서는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수니파 정부와 후티족 시아파 반군의 내전이 3년째 지속되고 있다. 후티의 미사일이 이처럼 인구밀집지역 가까이 날아온 것은 처음이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민간인과 인구가 많은 지역을 겨냥해 미사일이 발사됐다”면서 “격추된 미사일 잔해가 공항 내부 사람이 없는 지역에 떨어졌으며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11명 부패 혐의로 구금, 왕자의 난인가?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11명 부패 혐의로 구금, 왕자의 난인가?

    5일 아침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세 가지 소식이 전해졌다. 부친 역시 암살됐던 사드 알하리리(47) 레바논 총리가 이 나라를 방문하던 도중 자신도 암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한 뒤 전격 사임을 발표한 것이 첫 번째였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발사한 미사일이 수도 리야드 근처에서 요격됐다는 놀라운 소식도 들려왔다. 그리고 이 나라에서 반부패 위원회가 신설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몇 시간 되지 않아 11명의 왕자들, 현직 장관 4명, 수십명의 전직 장관들이 구금됐다고 영국 BBC가 현지 방송 알아라비야의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구금된 이들의 이름은 확인되지 않았고 이들이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알아라비야는 이 위원회가 2009년 제다의 홍수와 2012년 메르스 창궐 때 일어났던 일들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반부패 위원회를 이끄는 이는 얼마 전 내년 6월부터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고 내년부터 여성들이 리야드, 제다, 담맘 등 3개 도시의 경기장에 가족을 동반하면 입장을 허용하기로 한 개혁 개방 조치를 주도한 무함마드 빈 살만(32) 왕자다. 그는 체포영장과 여행금지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국영통신 사우디 프레스 에이전시(SPA)가 보도했다. 이와 별도로 사우디국가수비대 장관인 미텝 빈 압둘라 왕자와 해군 제독인 압둘라 빈 술탄 빈 무함마드 알술탄이 해임됐다. 하지만 이들이 쫓겨난 이유를 누구도 공식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무함마드 왕자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현대화하려는 열쇠로 “온건(중도) 이슬람”의 복원을 주창해왔다. 리야드에서 열린 경제 관련 국제회의에서 그는 “매우 빠르게 극단주의의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에는 석유에 의존하는 왕국에 사회경제적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장기 계획 “비전 2030”을 공표해 보수파의 반격을 불러올 것이라는 분석을 낳았는데 이번 왕자 구금 조치는 이들의 반격을 잠재우기 위해 선수를 친 것으로 보인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푸틴·로하니, 벌써 10번째 만남… ‘反美’로 밀착

    러 “美, 핵합의 일방적 파기 반대” 이란, 자국화로 무역거래 제안 등 美 제재 피해 전략적 동맹 강화 반미(反美)의 깃발 아래 러시아와 이란의 밀월은 깊어져만 간다. 카스피해 연안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란에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등 수뇌부와 잇따라 회담했다. 이번 만남은 푸틴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의 10번째 회담이었다. 특정 국가 정상들이 10번이나 만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푸틴 대통령이 10차례 만난 정상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로하니 대통령뿐이다. 로하니 대통령이 10회 회담한 정상도 푸틴 대통령밖에 없다. 양국은 ‘공동의 적’ 미국과 대립 중이다. 회담이 끝난 뒤 로하니 대통령은 “러시아는 친구이자 이웃이며 전략적 파트너”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 역시 “이란은 러시아의 전략적 파트너”라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핵합의 파기 위협에 대해 “국제적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은 핵합의 위반이 아니라 자주국방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이란의 관계는 시리아 내전을 거치면서 더 단단해졌다. 러시아는 2015년 9월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다. 냉전 시기가 끝난 이후 러시아가 외국에서 벌인 첫 군사작전이었다. 러시아의 참전에는 이란의 설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러시아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목적은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반군을 몰아내는 것이었다. 이란은 2011년 시작된 내전 초반부터 시아파 민병대를 참전시켜 정부군을 도왔다. 지난 6월에는 자국에서 테러를 벌인 IS를 응징하겠다며 IS의 근거지인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즈조르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공개적으로 전쟁에 뛰어들었다. 미국이 지난 7월 내전에서 발을 빼면서 러시아와 이란을 등에 업은 정부군의 승리로 끝나 가는 모양새다. 정부군이 시리아 영토의 85% 이상을 장악했다. 알자지라는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참전은 성공적이었다”면서 “일각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 개입했다가 수많은 사상자를 낸 미국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수십명의 사상자를 내는 선에 머물렀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시리아를 발판으로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키워 가고 있다. 지난달 5일에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사우디는 미국의 전통적 우방이자 이란의 적국이다. 뉴욕타임스는 살만 국왕의 방러에 대해 “사우디가 반발해 온 러시아의 시리아 정부군 지원을 암묵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산유국인 러시아와 사우디는 최근 석유 감산 합의 연장 가능성을 함께 시사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란의 정치평론가 무스타파 코슈체흠은 “러시아가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았다”며 “소련이 분해되고 붕괴되면서 러시아는 모든 것을 잃었다. 하지만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러시아는 곧 과거의 힘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의 영향력 강화는 이란에도 반갑다. 알자지라는 “강력한 동맹국을 얻는 것은 전략적으로 큰 가치가 있다. 그 강력한 동맹국이 이란이 믿을 만한 국가인 러시아라면 더할 나위 없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사우디의 해빙 무드에 관해서는 “이란과 관계가 악화될 경우 러시아는 정치·경제적으로 잃을 것이 너무 많다. 러시아와 사우디의 관계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만남은 푸틴 대통령이 주도한 매우 중요한 회담”이라면서 “모스크바가 이란과 전략적 동맹 관계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 양국 관계가 향후 중동 질서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로하니 대통령에 앞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하메네이는 “이란과 러시아의 목적은 같다. 우리가 협력해 미국을 고립시킬 수 있다”며 “양국 간 무역거래를 달러화가 아닌 자국화로 해 양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금융 제재를 무력화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와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는 300억 달러(약 33조 4000억원) 규모의 합작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영양실조로 뼈만 남은 아기…‘시리아의 참상’

    영양실조로 뼈만 남은 아기…‘시리아의 참상’

    7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어린이들이 굶어 죽어 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시리아 정부군의 봉쇄로 반군 장악지역 내 식량난이 극심한 지경에 이르렀으며, 어린이 41%가 영양실조 상태라고 전했다. 시리아 전역의 반군 지역에는 약 350만명의 시민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식량난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부군의 가혹한 통제에서 비롯됐다. 정부군은 반군 지역으로 향하는 유엔과 각종 국제구호단체의 식료품 가운데 극히 일부만을 통과시킨다. 귀해진 식량을 확보하려고 반군끼리 싸우면서 민간인의 식량난은 더 악화됐다. 얼마 안 남은 식량은 상인들이 사재기했다. 빵, 올리브 등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현재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반군 점령지 구타에서는 설탕 1㎏이 15달러(약 1만 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오랜 내전으로 삶의 기반을 잃은 주민들에게는 감히 넘보기 어려운 큰돈이다. 구타의 의사 야히야 아부 야히야는 “최근 진단한 9700명 어린이 중 4000명(41%)이 영양실조”라면서 “중증 영양실조가 200명, 치명적 영양실조가 80명”이라고 말했다. 신생아들의 목숨도 위협받고 있다. 산모들이 영양실조에 시달려 모유가 나오지 않고 분유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국제구호단체 관계자는 “식량 공급이 너무 부족하다. 이대로라면 더 많은 아이들이 죽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활동가 라에드 그리웰은 “수천명의 어린이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엔 등의 결단이 없으면 참혹한 인도적 재앙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내전은 2011년 알아사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군과 거부하는 정부군의 충돌로 시작됐다. 반군에 화학무기를 사용해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축출당할 위기에 놓였던 알아사드 대통령은 2015년 러시아가 시리아 일부를 장악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빌미로 내전에 참가해 정부군 편에 선 덕분에 상황을 역전시켰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박근혜 인권침해’ 주장하는 딕슨 변호사 “박근혜 접견한 적 없어”

    ‘박근혜 인권침해’ 주장하는 딕슨 변호사 “박근혜 접견한 적 없어”

    구속이 연장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국제법무팀 MH그룹의 담당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을 접견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뇌물수수·직권남용·강요 등 18개의 범죄 혐의로 기소돼 최근 구속기간이 연장된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MH그룹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MH그룹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면서 적극 반박했다. 법무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바닥 난방시설, TV, 관물대, 수세식 화장실 등이 구비된 적정 면적의 수용거실에 수용되어 있다”면서 “수용자나 시민단체, 수용자 가족 등으로부터 견제와 감시를 받기 때문에 인권침해 논란이 벌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MH그룹은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건을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상태다. 이를 비롯해 유엔 인권기구에 일종의 탄원을 내고 있는 실무 작업은 영국 로펌 ‘템플 가든 챔버스’(temple garden chambers)의 로드니 딕슨 변호사가 맡고 있다. 템플 가든 챔버스는 딕슨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사건을 맡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일 템플 가든 챔버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딕슨 변호사는 구치소에 구금된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악화하고 있다고 유엔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딕슨 변호사는 최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이 “적절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하면 계속 나빠질 것”이라면서 “구금을 해제해 주거나 가택 연금 조치를 하면 박 전 대통령이 건강과 관련된 처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무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구치소 의료진으로부터 필요시 수시로 진료를 받고 있는 것은 물론 외부 전문의료 시설에서도 2회 진료를 받는 등 적절하고 충분한 진료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템플 가든 챔버스는 딕슨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의 ‘구제’에 나선 배경을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의) 가족, 가까운 지인들, 그리고 지지자들이 갈수록 악화되는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을 고려해서 박 전 대통령의 구금 상태에 대해 국제적 차원에서 이의를 제기해줄 것을 딕슨 변호사에게 의뢰했습니다.” (“Family, close associates and supporters have instructed Rodney Dixon QC to take all steps internationally to challenge President Park’s detention, particularly in light of her deteriorating health condition.”) 딕슨 변호사도 언론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접견한 적이 없고, 지지자들과 지인을 통해 인권 침해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7월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MH그룹을 통해 사건을 의뢰하면서 제공해준 정보로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이상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MH그룹 미샤니 호세이니언 대표가 리비아의 독재자 무하마드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를 변호할 때도 딕슨 변호사가 참여했다. 아버지와 함께 반대파를 대량학살한 혐의로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이들의 노력으로 지난 6월 석방됐다. 딕슨 변호사가 사이트에 소개한 수임 사건 목록을 보면, 그는 세르비아와의 내전 당시 코소보 해방을 위해 싸운 반군 지도자 출신 라무시 하라디나이 코소보 총리가 세르비아 민간인을 살해한 혐의로 전범으로 기소된 사건을 맡아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시에라리온 내전 당시 반군에게 무기와 군수품을 제공하고 다이아몬드를 취득한 혐의로 기소됐던 라이베리아 전 대통령 찰스 테일러를 변호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방글라데시 다카의 카페에서 테러 공격을 한 혐의로 체포된 영국 국적 하스나트 카림도 수임 목록에 올라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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