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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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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국세청 납세자보호委 ‘로비 창구’ 전락 우려

    [단독] 국세청 납세자보호委 ‘로비 창구’ 전락 우려

    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의 외부위원 10명 중 4명은 ‘국세청 출신’이거나 ‘법인 소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한 기간 연장과 범위 확대, 중지 등을 심의하는 납세자보호위원회가 이들의 ‘영업 창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국세청이 신청한 세무조사 기간 연장에 대한 위원회의 불승인(일부 수용 포함) 비율(57.3%)은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납세자의 권익 보호 영향도 있지만 로비 효과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서울신문이 23일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세청의 ‘납세자보호위원회 외부위원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부위원 915명 중 국세청 출신은 모두 201명(22.0%)이다. 특히 서울지방국세청과 중부지방국세청(경기·강원 담당) 외부위원의 국세청 출신 비율이 25%를 넘었다. 회계·세무·법무·감정평가법인 소속 위원은 총 208명(22.7%)으로 조사됐다. 국세청 출신이면서 법인소속 외부위원은 47명(5.1%)이다. 국세청은 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외부위원을 내부위원(국세청 과장급 658명)보다 많게 구성했다고 밝혔지만 국세청 전·현직 공무원들이 위원회의 절반을 넘어 안건을 심의할 때 ‘내부 거래’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또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법인 소속 위원들이 많다는 점에서 로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영업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 (위원을) 서로 하려고 하는 것이고, 아무래도 국세청 출신이 선정에 유리하지 않겠나”라면서 “판검사 출신 변호사를 찾는 이유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외부위원을 선정하는 기준도 명확하지 없다. 지방국세청장과 세무서장이 추천하고 국세청장이 위촉(임기 2년)하는 식이다. 추천자 친분에 따라 위원이 낙점되는 셈이다. 국세청 측은 “올해부터 수입금액 100억원 이상의 법무·회계법인, 50억원 이상의 세무법인 직원에 대해서는 위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전문가 풀이 적은 탓에 국세청은 검증된 사람을 쓰려고 하는데 그게 ‘전관예우’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뉴스 분석] 국세 11조 펑크… 길 잃은 국가재정

    [뉴스 분석] 국세 11조 펑크… 길 잃은 국가재정

    지난해 국세 수입이 약 11조원 펑크 났다. 사상 최대 규모다. 외환위기가 대한민국을 강타한 1998년(8조 6000억원) 당시보다 더 많다는 점에서 충격파가 적지 않다. 재정 균형을 찾기 위해 증세 논의를 본격적으로 하든, 복지 구조조정을 하든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해 보인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원론적인 얘기로는 더 이상 국가 재정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직면했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내놓은 ‘2014년 회계연도 세입·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205조 5000억원으로 예산 대비 10조 9000원 부족했다. 세수 결손은 2012년부터 3년째 계속됐다.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2012년 2조 7000억원, 2013년 8조 5000억원에서 지난해 1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도 경기 회복 지연으로 ‘4년 연속 펑크’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기재부는 나라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규모가 올해 33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채 남발로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일본을 답습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지금의 세수 결손 추세를 되돌리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며 “올해도 세수가 10조원 가까이 펑크 난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는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증세 논의 자체에 부정적이다. 그렇다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원론적인 해법 외에 구체적인 재원 확보 대책을 내놓은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불편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예정된 국세 수입이 11조원 가까이 구멍이 났다는 것은 국가 재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원론적인 이야기 대신 공약 가계부가 실제로 가능한지 이 기회에 점검해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이 증세를 (커다란) 링거 주사에 비유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를 인하한 것은 (조그만) 유리앰플 주사 격”이라면서 “기대했던 투자·고용 확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사내유보금만 늘어난 만큼 (증세보다 부담이 덜한 법인세 인하를)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법인세를 건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자본소득 과세를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황순원 ‘카인의 후예’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황순원 ‘카인의 후예’

    104편의 시, 104편의 단편소설, 1편의 중편소설, 7편의 장편소설. 소설가라면 한번쯤 꿈꾸는 신문의 연재소설을 끝까지 고사했으며 문학지 외에는 글을 발표하지 않았던 작가 황순원이 16세에서 78세까지 쓴 작품의 양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을 거치는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황순원은 오로지 ‘작품’으로만 자신을 드러낸 ‘작가’였다. 그가 지금도 ‘작가 정신’의 표상이라고 존경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에서 단편소설로, 다시 장편소설로 문학적 탈바꿈을 시도한 그가 1953년에 발표한 ‘카인의 후예’는 그의 단편소설들에서 볼 수 있는 빼어난 서정성에 잘 짜인 장편의 서사 구조를 결합시킨 두 번째 장편소설로 전후(戰後)문학을 대표하는 소설이다. 해방 후 북한 정권이 들어와 개혁 운동을 펼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평안남도 명문가에서 태어난 저자의 가족이 해방 후 월남을 결정하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정치적 이념이 순박한 농촌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꼽힌다. 소설은 두 가지 축을 기점으로 전개된다. 먼저 상황을 전개시키는 것은 토지개혁으로 벌어진 마을 사람들의 변화 과정이다. 1946년 실제 북한에서 실시된 토지개혁은 당시 오랫동안 가족 공동체 같던 농촌 사회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관계가 오로지 땅을 가진 자와 갖지 않은 자로 양분된 것이다. 지주의 아들이자 지식인인 박훈, 그의 작은아버지인 용제 영감과 그의 아들 혁,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고 끝까지 애쓰는 윤 주사 등 ‘가진 자’들은 토지개혁으로 땅을 잃고 숙청의 대상이 된다. 그들에게 땅을 빌려 소작했던 칠성 아버지와 강 목수, 탄실 아버지 등은 땅의 공동 분배가 처음에는 지주의 것을 훔치는 것 같아 찜찜해했지만 점점 더 가지려는 욕심을 드러낸다. 과거 지주와 소작농의 관계였던 그들은 나름의 끈끈한 인정이 오가곤 했다. 하지만 당손이 할아버지가 걱정한 것처럼 ‘다 된 세상’ ‘뒤숭숭한 세상’에서 공존의 희망은 사라져 버리고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서로를 경계하며 살게 된다. 또 다른 축은 역시 가장 인간적인, 그러나 이뤄지기 힘든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양심적이지만 패배 의식에 사로잡혀 있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지주 집안의 외아들이자 현재의 지주인 박훈과 그를 모성적인 사랑으로 끝까지 감싸는 마름의 딸 오작녀 간의 사랑은 그 무엇도 끼어들지 못할 것 같이 순수한, 말 그대로 지고지순한 사랑이다. 지주와 마름의 딸이라는 신분의 벽이 놓여 있어 오작녀의 사랑이 순종적이고 희생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그 점이 그들에게 함께 고향을 탈출해 남쪽으로 내려와 사랑을 완성시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게 한다. 하지만 주인공 박훈의 해결책이 사랑과 엇갈린다. 오작녀의 아버지이자 농민위원장이 돼 지주들에게 칼끝을 겨누는 도섭 영감을 죽여야 불행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훈의 행동은 어느 쪽도 명확한 결실을 맺지 못한다. 열린 결말 덕분에 사랑의 완성은 읽는 이의 몫이 되었다. 물론 이 두 축 사이에도 다양한 인간 군상이 존재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카멜레온처럼 자신을 변신시키는 인물과 끝까지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소신을 잃지 않는 인물이 현실감을 더해 준다. 소작농에게 엄격한 마름이었지만 변화를 감지하고 북한 정권에 협력하는 도섭 영감, 박훈과 함께 야학을 이끌었지만 그를 감시하는 민청위원장으로 돌변한 변흥수 등이 권력의 흐름을 좇는 인물이라면, 지주들의 숙청에 찬성하지 않고 타락해 가는 세상을 걱정하는 당손이 할아버지나 사랑하는 박훈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그와 부부 사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오작녀, 그리고 그녀를 감싸는 동생 삼득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인물들이다. 소설은 홍수처럼 마을 사람들의 삶을 덮친 사건과 지고지순한 사랑이 씨실과 날실처럼 잘 엮어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삶의 폭과 깊이를 보여 준다. 특히 토지개혁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참여하게 되는 농민들의 태도 변화는 작은 부분까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세련됐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지주라는 권력이 왜 공산당으로 바뀌었는지는 그들이 알아야 할 것이 아니다. 오늘을 먹고사는 것이 삶의 목표인 농민들에게 이념이나 미래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농부의 아낙들은 숙청이 예고된 지주 집에 몰래 들어가 그릇 하나 치마폭에 숨겨 가져온다. 농부들은 자신을 선동하는 공산당원과 지주 집에 몰려갔을 때 삽과 괭이, 대패처럼 꼭 하나 있었으면 좋은 물건들을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않게 몰래 훔친다. 마을 사람들에게 경외의 대상이었던 박훈 할아버지의 송덕비를 도섭 영감이 깨뜨린 후 조각난 비석을 다듬잇돌이나 숫돌로 사용하려고 몰래 가져오기도 한다. 이들의 소박한 삶의 욕심을 뻔뻔스러운 변절이라고, 도덕적 양심을 저버린 사람들의 이기심이라고 흉볼 수 있을까. 그런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인 것이라 생각될 뿐이다. 물론 이 작품에 대한 비판도 있다. 역사적 사실은 있는데 역사의식이 없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특히 해방 후 상황을 작품에 반추해 놓고도 해결점을 제시하지 않고 단순히 개인의 운명이나 개인적 비극에 국한한 점을 아쉬워한다. 박훈 같은 인물을 내세워 지주를 미화했다고 지적할 수 있고, 문제의 해결을 여성의 희생적 사랑에서 오는 구원에 둔다고 파악될 수도 있다. 박훈과 오작녀의 사랑을 동네에 전해 오는 ‘큰아기바윗골’ 전설과 연결한 점은 다소 작위적이고 신파적이긴 하다. 그러나 권력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사람들의 다양한 성격과 모습은 발표될 당시를 감안하면 그 어떤 작품보다 창조적이다. ‘부분은 언제나 전체를 대표한다’는 말처럼 황순원은 평안남도의 시골 마을인 양짓골 이야기를 통해 당시 딜레마에 빠진 북한 전체의 시대 상황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역사적 비극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사실적으로 증언해 놓았다는 점은 이 작품의 문학사적 가치를 높이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제목이 이야기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넘어선다는 데 의미가 있다. 내용 어디에도 카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데, 왜 ‘카인의 후예’일까. 카인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큰아들이다. 사람이 낳은 최초의 사람으로 동생 아벨을 죽인 인류 최초의 살인자다. 농부였던 카인은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동생에 대한 질투와 욕심에 눈이 멀어 양치기였던 그를 죽이고 만다. 저자는 그 카인이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말하는 듯싶다. 가진 자들은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카인이 되고, 못 가진 자들은 욕심과 이념으로 윤리를 저버리는 카인이 된다. 이런 카인은 지금 이 세상에도 많다. 어떠한 요직도 마다하고 평생 평교수로만 지내며 세상이 흔들어도 요지부동으로 집필에만 몰두한 황순원에게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카인의 후예였을지도 모른다. 신언수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읽어라 청춘’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 학원 갈 필요 없어요, 친구랑 토론 연습하세요

    학원 갈 필요 없어요, 친구랑 토론 연습하세요

    ■2014학년도 서울교육대 수시모집 교직 인성면접 [자료1] 순우곤이 말하였다. “남자와 여자가 물건을 주고받을 때 손을 잡지 않는 것은 예(禮)인가?” 그러자 맹자가 말하였다. “그것은 예(禮)이다.” 순우곤이 다시 말하였다. “형수가 물에 빠지면 손으로 건져주지 않는가?” 맹자가 다시 말하였다. “형수가 물에 빠졌을 때 건져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이리나 다름없다. 남자와 여자가 물건을 주고받을 때 손을 잡지 않는 것은 예(禮)이며, 형수가 물에 빠졌을 때 손으로 건져주는 것은 권(權)이다.” [자료2] 상민:(한참 국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매우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선생님, 잠깐만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선생님:화장실은 쉬는 시간에 다녀왔어야지. 쉬는 시간까지 조금만 참아. 길동:(갑자기 식은땀을 흘리며) 선생님! 갑자기 배가 아파요. 화장실 좀 다녀와야 될 것 같은데…. 선생님:어떻게 아픈데? 어서 가. 화장실 가서도 가라앉지 않으면 양호실 들르고…. 상민:(선생님 말씀이 끝나자마자) 선생님, 왜 길동이는 가도 되고 저는 안 돼요? 질문 1. [자료2]에서 선생님이 상민과 길동에게 서로 다른 태도를 취한 이유를 [자료1]에서의 ‘예’와 ‘권’의 의미와 관련지어 설명해 보시오. 질문 2. 위에서 예시된 것 이외에 우리 삶에서 ‘권’에 해당하는 사례를 한 가지 들고, 그것이 ‘자기합리화’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 보시오. ●“인성학원 생긴다고?” 지난해 12월 인성교육진흥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그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담은 시행령이 준비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 수시모집 등에서 인성면접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학생부종합 전형(입학사정관제)이 실시된 이후부터 대학들은 면접을 통해 학생들의 인성을 직간접적으로 평가해 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대입 자기소개서(자소서) 공통 3번 문항은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등을 실천한 사례와 느낀 점”을 서술하는 것이었다. 즉 대학들은 인성교육진흥법이 통과되기 전부터 인성을 학생 선발을 위한 평가 요소로 삼아 왔던 것이다. 그러나 법 시행과 함께 교육부가 인성평가 강화 방침을 밝히고 있어 대학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인성에 대한 평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입시학원가에서는 벌써부터 “인성학원도 생기는 것 아니냐”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돌고 있는 실정이다. 법률 제1조는 “올바른 인성(人性)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여 국가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인성교육진흥법 시행의 목표라고 밝혔지만 수험생 및 학부모들에게 또 하나의 사교육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데만 이바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직 인·적성 평가와 유사 2014학년도부터 학생부종합 전형의 면접 과정에서 인성평가를 해 왔던 서울시립대가 최근 2014, 2015학년도 문항을 공개했다. 2014학년도 입학사정관 전형 면접의 첫 질문은 ▲고등학교 생활 중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급우를 도운 경험이 있다면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자연계), ▲조별 수행평가를 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열심히 하지 않는 친구가 있었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인문계) 등으로 대체로 평이했다. 대교협 자소서 공통 3번, 혹은 학생부에 기록된 사항의 검증 수준이었다. 두 번째 질문은 별도의 제시문을 주고 ▲장기 실험 과제물 제출을 이틀 앞두고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보고서를 적당히 고쳐 제출할 것인지(자연계), ▲배점이 큰 과제를 해 오지 않았는데 호의를 베푸는 친구의 과제물을 베껴서 제출할 것인지(인문계) 등이었다. 제시문 독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논·구술 시험과 유사하지만 고도의 집중력과 독해력이 필요한 문항은 아니었다. 그릇된 선택을 했을 경우 파생되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도를 대답할 수 있으면 충분했다. 하지만 2015학년도에는 난도가 상승했다. 학생부종합 전형에서 수험생들은 면접 전 비장애 학생과 장애 학생의 통합교육 과정에서 비장애 학생과 장애 학생 각각이 느끼는 불편 및 미안한 감정을 드러내는 제시문을 받은 뒤 5분 정도 통합교육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했다. ‘배려와 나눔’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취지였지만 기사 첫머리에 나왔던 서울교대 교직 인성 문제와 유사하게 ‘예’와 ‘권’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할 때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를 묻는 형식으로 평가 문항이 변화한 것이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제시문의 분량이 늘어나 2014학년도보다 집중력과 독해력이 필요했고, 면접관의 예상 반론과 재반론도 구상할 필요가 있었다. ●학생부·자소서 검증 강화 이 같은 유형 변화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이 요구하는 답은 하나였다. 2014학년도에는 정직하게 자기 잘못을 시인하는 쪽이었고, 2015학년도에는 통합교육을 유지하는 쪽이었다. “답변의 방향이 바람직해야 높은 점수를 받는다. 문답을 하다 보면 배려나 협동, 윤리의식을 지닌 학생들은 선택의 이유를 잘 설명한다”는 것이 대학 측의 설명이다. 수험생 대다수는 문항이 유도하는 방향으로 어렵지 않게 답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입학처장은 “인성평가는 인성이 좋은 학생을 골라내는 평가라기보다는 인성이 부적격한 학생을 가려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별도의 사교육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대부분의 대학은 학생부종합 전형 2단계인 면접 과정에서 인성을 평가 요소에 포함하고 있다. 서울여대도 개별 면접에서 타인과의 협력을 통해 성과를 낸 경험을 물었다. 한동대는 봉사의 리더십과 학생회 등 학내 활동이 검증된 수험생들을 높이 평가해 선발했다.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교육부가 현행 대입제도를 고치지 않는다면 인성평가는 결국 면접 과정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입학사정관은 “학생부종합 전형에서 학생부를 토대로 작성한 자소서의 진실성 확인이 강화될 것이고, 자연스레 면접에서 한층 깊은 차원의 검증 질문이 날아들 것”이라면서 “기본적으로 자소서를 부풀리지 않고 진실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학사정관은 “인성을 평가하려면 필연적으로 면접 시간이 길어지고, 평소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윤리적 선택 상황에 대해 얼마나 깊은 고민을 했는지를 따져보게 된다”면서 “급우들과 반론, 재반론의 비판 토론 연습도 틈틈이 하는 것이 도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경제 전문가 60% “복지 늘리려면 증세해야”

    경제 전문가 60% “복지 늘리려면 증세해야”

    정치권에서 ‘증세 논쟁’이 재점화된 가운데 전문가 20명 중 12명은 복지 확대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증세 논의 시기로는 올해를 꼽는 전문가가 가장 많았다. 증세 세목으로는 법인세와 고소득층 소득세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서울신문이 4일 조세·재정 전문가와 전직 경제관료 2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2명은 “증세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2년 대선 때부터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했지만 포퓰리즘에 빠진 여야 모두 듣지 않았다”면서 “이제라도 증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재부 세제실장을 지낸 윤영선 전 관세청장은 “복지는 달콤하지만 미래 세대에 어두운 그림자를 남긴다”며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증세에 찬성한 12명 중 5명은 먼저 올려야 할 세금으로 법인세를 꼽았다. 이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뒤를 이었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대기업들이 법인세 인상으로 투자가 위축되기보다는 사내유보금으로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세에 반대한 전문가 8명은 증세의 대안으로 지출 구조조정(4명)과 무상복지 축소(3명) 등을 제시했다. 지출 구조조정에는 정부의 재원이 투입되는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이 포함돼 있어 사실상 복지 축소에 방점이 찍혔다.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증세보다 선별적 복지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증세 반대론자들도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의 재원 조달은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복지는 물론 국방과 연구·개발(R&D), 지방재정에서도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선거 때 인기 영합주의로 나온 복지정책을 이번 기회에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불붙은 증세논쟁] “과세 형평성 맞게 대기업·고소득층 세금부터 올려야”

    [불붙은 증세논쟁] “과세 형평성 맞게 대기업·고소득층 세금부터 올려야”

    증세를 찬성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부자 증세가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더 많이 부담하고 그 이후 중산층도 세 부담에 동참하는 것이 순서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낮은 조세부담률도 재원 부족에 따른 복지 축소보다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진단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20.2%, OECD 평균이 25.0% 수준이다. 증세를 위한 세목으로는 법인세를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이어 소득세(25%)와 부가가치세(25%)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뒤따랐다. 부자 증세의 이유로는 소득 재분배와 과세 공평성 등을 들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빈부 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부유층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 소득 재분배 차원에서도 맞다”면서 “법인세와 고소득층 소득세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경기 침체의 근본 원인은 빈부 격차인 만큼 소득 재분배를 위한 증세가 필요하다”면서 “증세 대상을 기업과 고소득자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지낸 윤영선 전 관세청장은 “세금 문제는 경제 논리에 따라야 한다”면서 “글로벌 스탠다드도 그렇고, 큰 틀에서 보자면 법인세-소득세-부가세 순으로 올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제안했다. 법인세 인상을 찬성하는 전문가 가운데 일부는 이명박 정부 때 3% 포인트 인하한 법인세 최고세율을 다시 25%로 되돌리는 것보다 대기업 중심으로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도 이익이 많이 나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해서 올려야지, 경쟁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올려서는 안 된다”면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법인세를 많이 내린 반면 대기업들의 내부 유보금은 천문학적으로 늘었다”면서 “가장 여유 있는 곳이 대기업인 만큼 세 부담을 대기업 중심으로 지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말정산 파문에서 나타났듯이 증세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수그러지게 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산층 세금이 과하기 때문에 소득세나 부가세 인상은 후순위로 미루고, 그동안 정책적 수혜가 컸던 기업들이 법인세를 더 부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소득세는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최고세율(38%) 구간인 소득 1억 5000만원 초과를 좀 더 세분화하고 이 구간에서 최고세율을 더 올리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갑순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는 “세 부담의 기본 원칙은 누진세율을 의미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소득세를 모든 사람이 더 내는 것이 아니라 부자들이 더 많이 내는 방향으로 소득세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현 동아대 경영학과 교수는 “북유럽 국가의 복지 수준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기본적으로 이 국가들은 세금 자체가 많다”면서 “우리도 그런 꿈을 꾸려면 직접세를 올려야 하는데 고소득층의 소득세를 먼저 올리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설명했다. 고소득층의 세 부담을 늘리는 차원에서 상속·증여세도 거론됐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자 증세를 위해서는 상속세 비율을 되레 더 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부가세 인상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복지 수요를 감안하면 소득세와 법인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지속 가능한 복지를 하려면 부가세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부가세는 1%만 올려도 세수가 한 해에 7조~8조원가량 늘어난다. 특히 유럽 국가의 부가세는 20% 안팎이어서 우리나라(10%)보다 2배 정도 높아 장기적으로는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고, 소득 재분배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많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경영학부 교수(한국재정학회장)는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으로는 세수 부족과 복지 재정을 감당할 수 없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부가세를 올려야 하는데 현행 10%에서 점진적으로 12%까지 인상하면 어느 정도 재정 숨통을 틀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전 장관도 “부가세를 2% 포인트 올리면 세수 15조원이 확보된다”면서 “부가세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아 예전에는 금기시하고 그랬지만 지금은 디플레(물가 하락)를 걱정하는 상황이어서 어떻게 보면 부작용이 제일 적다”고 말했다. 서희열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무상 복지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부가세를 인상하는 것”이라면서 “여당이 손을 안 대려고 하는데 부가세를 올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서울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13월의 분노’ 본질 눈감은 정부

    ‘13월의 분노’ 본질 눈감은 정부

    ‘연말정산 파문’으로 분출된 민심의 분노가 심상찮다. 단순히 정책 실수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속았다’는 데서 비롯된 정부 불신이 강하다. 청와대와 정부가 이런 ‘분노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턱에 걸린 30% 지지율도 더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2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세금은 덜 깎고(비과세·감면 축소·18조원) 숨은 돈은 끄집어내며(지하경제 양성화·27조 2000억원) 허리띠를 줄이는(지출 구조조정·84조 1000억원) 3대 패키지 등으로 5년 임기 안에 총 134조 8000억원의 실탄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증세 없이도 복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담이었다. 하지만 지난 2년간의 성적표를 보면 3대 패키지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비과세·감면만 하더라도 2013~2014년 1조 9000억원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실제 성과는 4000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정부와 청와대는 증세 논의 필요성이 제기되기가 무섭게 “부적절하다”며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복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미 실패작으로 기운 3대 패키지만 ‘신주 단지 모시듯’ 내세우고 있을 따름이다. 기재부 공무원들조차 사실상 공약가계부의 대차대조표 맞추기를 포기한 실정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직장인들의 분노는 바로 이 지점, 즉 ‘왜 우리만 털어 가느냐’와 ‘속았다’에 있다”면서 “따라서 지금 정부가 할 일은 본격 증세로 갈 것인지, 무상복지 축소로 갈 것인지 국민적 합의를 시작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정은 “연말정산 원천징수 방식을 납세자가 선택하도록 하겠다”(안종범 경제수석), “간이세액표를 재조정해 체감 환급액을 높이겠다”(새누리당) 식의 조삼모사 대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두지 않은 무상복지 축소는 또 다른 갈등을 낳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인천 부평구 어린이집 ‘폭행 사태’를 계기로 무상보육 지원대상을 ‘워킹맘’으로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단적인 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세나 무상복지 축소는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데 박근혜 정부는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면서 “증세 골든타임을 놓치면 3년 뒤에는 국채발행으로 재정의 일부를 채워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논란 커지는 ‘증세 없는 복지’] 비과세·감면대상 63%가 취약계층… 18兆 줄이기 ‘필패 정책’

    [논란 커지는 ‘증세 없는 복지’] 비과세·감면대상 63%가 취약계층… 18兆 줄이기 ‘필패 정책’

    박근혜 정부가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제시한 ‘3대 패키지’(비과세·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지출 구조조정)는 어느 정도 실패가 예견된 정책이었다. 비과세·감면 축소는 혜택이 사회적 약자에게 몰려 있어 줄이기가 쉽지 않고, 지하경제 양성화는 무분별한 세무조사와 사후 검증으로 득보다 실이 컸다. 지출 구조조정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에서 국회의 입김이 작용해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비과세·감면 정비 목표를 통해 2013년 1000억원, 2014년 1조 8000억원, 2015년 4조 8000억원, 2016·2017년 5조 7000억원씩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2013년 국세 감면액은 33조 8350억원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4540억원 늘었다. 지난해는 32조 9810억원으로 전년 대비 8540억원가량 감소했지만 목표치의 47.4%에 그쳤다. 올해는 4조 8000억원을 줄여야 하지만 비과세·감면은 지난해보다 738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준 것을 도로 빼앗는 것은 기득권의 반발이 더 큰 탓에 비과세·감면 축소가 증세보다 어렵다”면서 “대통령이 비과세·감면을 원칙적으로 없애고 정말로 필요한 부분만 남겨둔다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비과세·감면을 좀처럼 손대지 못한 이유는 혜택을 받는 대상자의 63%가 근로자와 농어민, 중소기업 등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비과세·감면 대상은 근로자(31.0%)가 가장 많았고 농림·어업(17.6%), 중소기업(14.6%), 연구개발(9.4%), 투자(8.7%) 등의 순이었다. 올해 주요 비과세·감면 항목을 봐도 농수산물 등 ‘의제매입 세액공제’(2조 1896억원), 보험료 세액공제(1조 9917억원), 근로장려금 및 자녀장려금(1조 9303억원), 신용카드 소득공제 (1조 5727억원), 농림어업용 면세유(1조 4299억원) 등으로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 농어민 지원이 많다. 규모가 가장 큰 항목은 기업에 대한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3조 561억원)인데 정부의 핵심 정책인 창조 경제에 발이 묶여 축소가 어렵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과 고액 자산가에 대한 세제 지원은 과감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법 개정을 통해 당초의 목표 이상으로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였다”고 해명했다. 지하경제 양성화도 무리한 세무조사와 사후검증으로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결국 국세청은 올해 세무조사와 사후검증을 줄이고 납세자의 사전 성실신고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재정 지출 구조조정도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SOC 분야 지출을 2017년까지 11조 6000억원 줄이겠다고 했지만 결국 올해 예산안에서 전년 대비 3.0% 늘어난 24조 4000억원을 책정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도로를 놓고 다리를 세우는 손쉬운 카드를 버리지 못한 것이다. 특히 예산안 처리 때마다 나타나는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로 SOC 예산이 정부안보다 4000억원 늘었다. 홍기용(한국세무학회장)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 시기에는 그나마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세금을 더 매기고, 아직 시작하지 않은 복지 제도를 늦추는 방향으로 재정 지출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따로 노는 세수행정] 공사 잔금 떼였는데 1000만원 추징하고…항공사진만 보고 경작지 감세 철회 무리수

    [따로 노는 세수행정] 공사 잔금 떼였는데 1000만원 추징하고…항공사진만 보고 경작지 감세 철회 무리수

    #사례1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인테리어업을 하는 A씨는 최근 공사를 하고 잔금을 떼였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세금이었다. 세무서 직원은 소득세 신고액이 적다며 재조사(사후 검증)를 나왔다. 잔금을 받지 못해 세금계산서를 끊어 주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통상 인테리어업계는 잔금을 전부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끊어 준다. 세무서는 A씨가 세금계산서를 끊지 않은 것과 관련해 ‘공사를 하고도 매출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며 1000만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했다. #사례2 경남 남해 상주해수욕장 인근에서 밭농사를 짓는 B씨는 인터넷포털의 항공지도 사진 한 장 때문에 세금 납부 고지서를 받았다. 재조사를 나온 세무서 직원들은 차량들이 주차된 항공사진을 들이밀며 농지가 아닌 주차장이 아니냐고 따졌다. 결국 B씨는 8년 이상 실제 경작한 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토해 냈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의 판단은 달랐다. 심판원은 최근 쌀소득직불금 내역과 옥수수 조기 수확 이후 일시적으로 빈 농지임을 감안할 때 주차장으로 보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판결했다. 항공사진 한 장으로 세금을 물리려던 과세 당국의 무리수가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국세청의 ‘공언’과 달리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사후 검증과 내부 감사용 재조사에 시달리고 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사상 초유의 ‘세수 펑크’ 사태로 인해 본청과 일선 세무서 간에 손발이 안 맞고 있거나 “세무조사 때문에 못 살겠다”는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일 수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앞세운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 잦은 세무조사로 원성이 자자했다. 세무사들은 최근에도 세무서 직원들이 영세 음식점을 비롯해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재조사를 나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여의도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윤모(37) 세무사는 “주변 세무사와 상인들 사이에서 국세청이 해도 너무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모(40) 세무사는 “영세업자들은 억울하게 세금을 맞아도 변호사 비용이 만만찮고 생업에 종사하기도 바빠 과세당국의 무차별 세금 훑기에 속절없이 당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면서 “고의 탈루 등에는 엄정히 대처해야겠지만 경기도 어려운데 쥐어짜기식 곳간 채우기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지난해 9월부터 10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유예했고 사후 검증도 성실 신고 내용에 대해서는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전체 기업 508만개(법인 52만개, 개인 456만개)의 25%로 기업 4곳 중 1곳은 세무조사와 사후 검증 대상이 아닌 셈이다. 발표와 체감지수가 따로 노는 형국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무조사 유예는 정기 세무조사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사후 검증 등은 세무조사 수치에 잡히지 않는 만큼 일선 납세 현장의 체감도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잊혀져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극단 ‘차이무’ 첫 실험 성공할까

    잊혀져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극단 ‘차이무’ 첫 실험 성공할까

    “하나도 안 힘들어 / 그저 가슴 아플 뿐인 걸 /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 깨달은 지 오래야 이게 내 팔자라는 걸…”(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절룩거리네’) 2000년대 홍대 앞 인디신을 누볐던 달빛요정(고 이진원)의 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동시대 ‘루저’들의 대변인이었다. 사시미가 되지 못하는 스끼다시와 같은 인생을 자조하는가 하면(‘스끼다시 내 인생’) 건방진 세상에 덤비라며 포효하기도 했다(‘나의 노래’). 그의 노래에 울고 웃던 수많은 ‘루저’들을 남기고 그는 2010년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져 37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런 달빛요정이 4년 만에 다시 영롱하게 빛나고 있다. 그의 노래를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를 통해서다. 문성근, 강신일, 이성민 등 굵직한 배우들을 배출한 극단 차이무는 올해 첫 작품으로 달빛요정을 선택했다. 그동안 연극을 해 온 극단의 첫 뮤지컬인 데다 창단 20주년을 여는 작품으로 인디 뮤지션의 음악을 들고 나온 건 이색적이다 못해 도전적이다. “작품을 만들 때 유명한 사람들이나 원작의 힘을 빌리죠. 하지만 세상엔 유명한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아요.” 극단 차이무의 대표 단원인 민복기 연출은 “잊혀져 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 이들의 이야기가 가져다줄 수 있는 공감과 위로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그도 달빛요정의 존재를 그가 살아있을 때는 알지 못했단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 우연히 그의 노래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노래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민 연출은 뒤늦게 마주한 달빛요정의 노래 속에서 삶에 대한 자조와 체념, 세상을 향한 날 선 비판까지 오롯이 느꼈다. 슬픔을 감추지 않는 그의 노래가 오히려 희망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갑질’의 횡포에 서럽고 화가 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달빛요정은 자신의 삶의 방식으로 그런 현실을 꿋꿋이 헤쳐 나가려고 했어요. 그의 노래는 퇴근 후 술 한잔과 같은 위로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달빛요정과 소녀’는 마포대교에서 삶을 끝내려 했던 한 소녀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아파트 옥상 위에 위태롭게 선 소녀가 ‘생명의 전화’의 번호를 누르면서 극은 시작된다. 소녀와 상담원이 듣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DJ 캐준은 달빛요정의 생애와 노래를 소개하고, 그의 노래는 옥상 위의 소녀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를 붙인다. 민 연출은 희곡을 집필하기 위해 달빛요정의 에세이 ‘나는 행운아’와 그를 소개했던 딴지일보와 관악 FM의 자료들을 뒤졌다. 연극을 해 온 극단의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달빛요정과 소녀’는 기존 뮤지컬의 문법과 판이하게 다른 길을 걷는다. 민 연출은 “이야기는 대사로 풀고 그 안에 노래가 있는, 콘서트와 연극을 동시에 보는 것 같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미생’의 천관웅 과장 역할로 친숙한 극단 차이무 출신 배우 박해준이 DJ 캐준 역을, 연극 ‘유도소년’으로 연극계 스타로 떠오른 박훈이 달빛요정 역을 맡았다. 1월 20일부터 2월 8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3만 5000원. (070)7017-1020.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빅2’ 빼면 미미… 가계로 돈 흐를까

    ‘빅2’ 빼면 미미… 가계로 돈 흐를까

    기업들이 내년부터 번 돈의 20% 이상을 사내유보금으로 쌓아 두면 이에 대한 세금 10%를 내야 한다. 정부는 세금을 피해 기업들이 투자와 배당, 임금 인상분을 늘릴 것으로 기대하지만 회의론도 만만찮다. 삼성과 현대차를 빼면 토해 내야 할 세금이 얼마 되지 않아 기업소득이 가계로 흘러갈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2014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26일 입법예고한다고 25일 밝혔다. 최대 관심사인 기업소득환류세제의 과세 기준은 ‘80%’로 확정됐다. 기업이 그해 소득의 80%를 투자나 임금, 배당 등에 쓰지 않으면 세금을 물어야 하는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연간 소득의 20% 이상을 쌓아 두면 그 돈의 1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제조업에 비해 투자액이 적은 서비스업종과 금융업종은 소득의 30% 이상을 써야 세금을 내지 않는다. 업무용 토지와 건물, 개발비, 특허권 등은 세금을 물지 않아도 되는 ‘투자’로 인정해 준다. ‘업무용’의 구체적인 판정 기준은 내년 2월 시행규칙에 담긴다. 기업분석업체인 CEO스코어는 기업소득환류세제로 10대 그룹이 추가 부담해야 할 세금이 1조 813억원이라고 추산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삼성과 현대차의 환류세 합계액이 10대 그룹 전체의 86%”라며 “이들 기업을 빼면 나머지 기업의 세금이 미미해서 정부가 의도하는 경기 활성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금증가율 초과분의 10%(대기업 5%)를 세액공제해 주는 ‘근로소득 증대세제’에서 임원(미등기 임원 포함)과 연봉 1억 2000만원 이상의 고액연봉자, 최대주주와 친족 관계자는 임금증가율 산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세금 부담을 덜어 주기로 한 고배당 기준은 ‘배당 성향과 수익률이 시장 평균의 120% 이상이고 배당금액 증가율이 10% 이상’인 기업 등으로 정해졌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임금은 한번 올라가면 다시 낮추기가 어려워 세제 혜택을 통한 임금 인상 유도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 구상대로 기업소득이 가계로 흘러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서울성모병원, 국내 첫 진료형 세포치료센터 개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이 국내 의료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줄기세포 치료 뿐 아니라 조직, 재생의료 및 종양면역 난치성 치료분야까지 광범위한 치료범위를 가진 진료형 세포치료센터를 개설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병원장 승기배)은 새달 1일부터 국내 진료형 세포치료센터 진료를 시작한다고 27일 밝혔다.  병원측에 따르면, 최근까지 임상 각 분야에서 개별 또는 산발적으로 세포치료와 관련된 임상시험을 진행했으며, 여기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 세포치료센터를 개설했다.  또 서울성모병원은 병원 내에 관련 인프라를 구축, 세포치료제 임상시험계획에서 완료까지 원스톱 지원 프로세스를 확립한다. 또 세포치료제의 경험 축적 및 세포치료 전문병원이라는 위상을 선점, 병원내 진료와 임상연구를 활성화해 미래의학을 선도할 계획이다.  센터 진료는 6개 분야로, 임상 적용 효과가 인정된 4개 분야와 제한적 신의료기술 사업에 선정된 2개 분야다. 혈액내과 조석구 교수의 ‘림프종 면역세포치료’, 성형외과 이종원 교수의 ‘창상세포치료클리닉’, 소화기내과 배시현 교수의 ‘간경변증줄기세포치료’, 내분비내과 양혜경 교수의 ‘췌도이식세포치료’, 그리고 제한적 신의료기술에 선정된 순환기내과 박훈준 교수의 ‘심근경색증줄기세포치료’, 재활의학과 고영진 교수의 ‘상과염과 족저근막염세포치료’ 등이다.  서울성모병원은 시판허가 세포치료제에 국한하지 않고 임상시험 세포치료제, 최소조작 세포치료제를 포괄한 진료에 나서기로 했으며, 중장기적으로 국내 세포치료의 이행성 연구 및 진료에도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포치료센터장은 림프종 치료의 권위자인 혈액내과 조석구 교수가 맡았다. 조 교수는 2001년 동경생화학회 장학생으로 일본에서 2년간 진행성 신장암 환자를 위한 유전자 변형 종양 백신의 임상 연구에 참여했으며, 새로운 신장암 종양백신을 개발해 특허 출원과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국내 첫 진료형 세포치료센터 개설을 위해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2010년부터 가톨릭세포치료사업단을 조직, 운영해 왔다. 승기배 병원장은 세포치료센터 개소와 관련, “인간생명 존중과 존엄성을 지키는데 있어 가장 원론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가톨릭 이념을 따르고, 난자와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어떤 연구도 수행하지 않는 등 인간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가장 엄격한 기준을 준수하면서 이 센터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이슈&논쟁] 종교인 과세

    [이슈&논쟁] 종교인 과세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 과세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수년 전부터 제기됐던 문제지만 새누리당이 본격적인 강행을 시사하면서 논란은 격화되고 있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없이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방편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시선부터 종교인만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혜를 받는 것은 조세 형평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까지 각계의 입장이 다르다. 현실의 스펙트럼 또한 다양하다.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소득을 올리는 거대 종교단체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미 성실하게 세금을 내고 있는 종교인이 있는가 하면, 세금을 내기 어려울 만큼 경제적으로 열악한 종교인도 있다. 단순한 과세 문제를 떠나 종교의 사회적 책임 등까지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다. 찬성과 반대의 논지를 함께 살펴본다. 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贊]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예외 없는 과세가 사회적 분위기… 일부만 안 내면 조세 정의 흔들려” 종교인 과세 문제는 종교인, 성직자, 종교 관련 종사자 등에게 소득세를 매기는 것으로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 이는 특정 종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1년 기준 566개 종교단체, 23만 2811명의 성직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고 2005년 기준 인구 및 주택센서스 집계상 신도 2407만 766명, 2012년 기준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자 1576만 8083명과도 연결된 문제다. 세법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는 근거가 없다면 종교인이라도 종교 활동 등을 통해 받는 금품에 대해 소득세가 과세될 수밖에 없다. 현재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소득세도 1799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될 때는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는 세금이라고 해서 저항이 심했다. 소득세는 나폴레옹전쟁이라는 급박감이 사라지고 나서 폐지됐다가 나중에 다시 되살아나 전 세계적으로 퍼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 기준으로 47조원의 세수입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세금이 됐다. 종교인에게 사실상 비과세 혜택이 주어졌다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반발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실제로도 나타나고 있다. 종교계의 반발은 단순히 세금을 안 내려는 차원보다는 종교 고유의 영역을 존중받는다는 마음, 반종교적 활동의 일환으로 종교인 과세운동이 전개되는 데 대한 반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세금은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돈을 국민 모두가 법에 따라 분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내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는 더 부담을 해야 한다. 종교계는 종교인 과세 반대에 따른 종교인에 대한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에서도 적극적으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현역병이 받는 급여 같은 일부 소득에는 세금이 안 붙는 않는 경우도 있지만 비과세가 돼야 할 사회적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소득에 대해 당연히 소득세를 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도 종교단체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지 않지만 종교인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는 경우가 있고, 신도에게 교회세라는 세금을 별도로 매긴 뒤 종교단체에 이를 분배하는 국가도 있다. 우리나라도 종교인 과세를 명확하게 정립해야 할 때다.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데 예외 없는 과세, 비과세 및 감면 축소가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다. 이미 세금을 내고 있는 종교인과의 형평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 종교와 종교단체에 따라서는 종교인에게 주는 돈에서 세금을 원천징수해 소득세를 내는 곳도 있다. 동일한 소득에 대해 누구는 세금을 내고 다른 누구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조세 정의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소득세를 어떤 방식으로 매길지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세법상 근로소득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기업 임직원, 대통령의 봉급에 대해서도 매겨지고 있다. 소득세법에서는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받는 봉급·급료·보수·세비·임금·상여·수당과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 이외에도 3가지의 근로소득을 열거해 놓고 있다. 종교인의 소득이 이런 근로소득에 포함되기 때문에 현재도 법 개정 없이 과세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종교인이 받는 금품에 대해 일반적인 근로자가 받는 봉급과는 다른 것임을 인정해 줄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 다름 때문에 소득세 과세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세법상 어떤 방식으로 반영해 줄 것인가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종전에는 적극적으로 과세를 하지 않았던 영역에 대해 세금을 매기면서 과세관청에 그 짐을 모두 지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국회 단계에서 종교인 과세 논의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 나라보다도 종교적 열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종교단체와 종교인에게 매기는 세금에 대해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 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反] 장헌일 한국기독공공정책개발연구원원장 “종교인 비과세 이유 있어 해 온 것… 자발적 납세 확산되도록 도와야”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현행 소득세법 체계 내에서 종교인 과세를 하기 위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여론에 따라 수차례 세목 변경을 시도하면서 원천징수를 자진 신고·납부로, 가산세 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종교인 개개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배제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소득세법상 ‘종교인 소득’을 따로 신설하는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종교인 과세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015년 새해 예산안을 법정처리 시한인 12월 2일 전까지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새누리당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심도 있게 심의를 하자는 야당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종교인 과세 문제가 어떤 연유에서인지 또다시 급부상한 것이다. 지난 24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소위원회에서는 종교인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종교인 과세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공감대를 이루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세법을 다루는 자리에 각 종교계에 속하는 세무사 등 전문가들의 참여는 배제하고 종교인들만 초청해 의견을 청취한 것이다. 이것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데 있어서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최근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보듯 정부와 여당이 일방적으로 몰아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고 당사자들의 정체성 훼손은 물론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커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종교인 과세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공감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 필자는 지난 4월 11일 한국기독공공정책개발연구원 주관으로 국회에서 ‘종교인 과세와 한국교회’를 주제로 한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 자리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함께 개진됐고 지속적인 의견 수렴을 위해 정부와 전문가 그룹의 정례 모임을 제안했다. 이번 국회에서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새누리당 단독으로 종교인 과세 방안을 계속 심의해 밀어붙이는 모습은 종교인들을 마치 세수 부족을 메우는 대상이나 지하경제의 일원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여 그 의도가 순수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특히 예산안 처리 시한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종교인 과세의 법제화를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소득세법 개정안으로 조세소위가 심사 중인 세입예산 부수법안과 함께 처리하려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정부가 오랫동안 종교인들에게 과세를 하지 않았던 것은 그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목회자가 세금을 낼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으며 자진 납세를 실천하는 목회자도 적지 않다.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는 목회자들에 대해서는 자발적 납부운동에 참여하게 해 정부와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 나가겠다는 것이 기독교 55개 교단의 의견이다. 정부는 자진 납부운동이 확산되도록 종교계를 북돋아 줘야 하고 종교인 과세를 명분으로 종교의 고유 영역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의혹도 불식시켜야 한다. 종교인 과세는 2015년 시행을 미리 결정하고 강행할 사안이 아니다. 종교계의 자발적 실천을 통해 성직에 대한 높은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한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납세의무를 지켜 나가도록 명분을 쌓고 지혜를 모으는 일이 절실하다. 정부는 종교계 내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시간이 필요함을 인정하고 지켜봐야 한다. 한국 교회도 종교인 과세 문제를 계기로 우리 사회와 국가에 대한 목회자들의 시대적 사명이 더욱 엄중해지고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 [단독] 세금 짜내는 정부… 특수법인세도 올린다

    [단독] 세금 짜내는 정부… 특수법인세도 올린다

    법인세 인상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뜨거운 가운데 정부가 조합, 합명·합자회사, 일부 유한회사(로펌·회계법인) 등 특수법인의 법인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마른 수건 짜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기획재정부는 외부 연구기관에 ‘기업유형별 과세 선진화방안 연구’라는 주제로 용역을 발주했다고 17일 밝혔다. 용역 결과는 내년 초에 나올 전망이지만 밑그림은 어느 정도 그려졌다. 공식적으로는 특수법인의 과세 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한다는 취지지만 제도 변경 자체가 세부담을 늘리는 구조다. 일반 대기업 법인세를 올리지 못하니 특수법인 법인세라도 올려 빈 곳간을 어떻게든 채워 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는 담뱃세, 자동차세, 주민세 등도 올리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법인은 법인세를, 개인은 소득세를 내는 것이 과세의 기본 원칙이다. 정부는 2009년 특수법인의 경우 법인세를 내고 소득세도 내야 하는 이중 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파트너십 과세 제도’를 일부 변형해 ‘동업기업 과세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특수법인은 이익이 발생하면 법인세를 내거나 조합원과 무한책임 사원 등이 소득세를 내는 것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무한책임 사원이 10명이면 배당으로 1억원씩 받았을 때 1억원에 대한 소득세만 내면 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럴 경우 조세 회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다른 사업에서 손해를 많이 본 조합원에게 조합의 이익을 몰아준다고 가정하면 이해하기 쉽다”면서 “개인사업 소득은 1년간 번 소득을 합해 과세하므로 이 조합원은 조합 이익과 다른 사업의 손실을 상계할 수 있어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다른 조합원들은 뒤로 돈을 받으면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이익을 지분 보유에 따라 엄격하게 배분하도록 함으로써 조세 회피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일본도 출자와 기여 상황 등을 고려해 조합원 간 이익을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특수법인은 법인세가 아닌 소득세로 내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하다”면서 “특수법인의 법인세 인상 등 여러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세수펑크 비상] 부가세율 1%P 올리면 세수 年 6조… 서민 증세 반발이 부담

    [세수펑크 비상] 부가세율 1%P 올리면 세수 年 6조… 서민 증세 반발이 부담

    정부가 부가가치세 감면 범위를 축소하려는 것은 다른 주요국에 비해 부가세 실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부가세 등 소비 관련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 기준 8.1%다. 영국(11.5%), 프랑스(10.9%), 독일(10.8%) 등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0%와 비교할 때 격차가 상당하다. 현재 10%인 부가세율은 1977년 부가세가 처음 도입된 뒤 37년간 변하지 않았다. 그 결과 스웨덴·덴마크(25.0%), 핀란드(23.0%), 영국·이탈리아(20.0%) 등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OECD 평균(2010년 기준)도 18.7%로 우리보다 높다. 부가세는 상품의 거래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얻는 이윤에 대해 물리는 세금을 말한다. 부과 방식은 생산자의 공급액에 부가세율 10%를 곱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부가세 면세 항목은 비가공식료품과 수돗물, 연탄, 의료서비스 등이다. 박물관 등의 입장료도 부가세를 내지 않는 항목이다. 생활필수품 등 국민 생활 안정에 직결되는 품목이 주 대상이다. 학계에서는 부가세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펴낸 ‘일본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재정규율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일본이 증세 없이 국채 발행 등을 통해 복지 정책을 강화한 결과 재정 위기에 빠진 만큼 우리는 부가세 인상으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유럽 등 복지국가들의 공통점은 세수 중 부가세 비중과 부가세율이 높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역시 복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부가세 세수 규모를 키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제라는 뜻이다. 최근 1%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 역시 정부로서는 호재다. 부가세를 부과하는 품목이 늘면 물건이나 서비스 가격이 뛴다. 하지만 최근에는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부가세 감면 축소에 따라 실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평소보다 작다는 얘기다. 부가세율 인상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단행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17개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부가세율을 평균 1% 정도 올렸다. 일본도 올해 4월 5%에서 8%로 높인 데 이어 2015년에는 10%까지 인상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가세 부과 확대는 녹록하지 않다. 영리교육용역 항목에 부가세가 부과되면 학원비 등의 인상이 불가피하다. 도서, 신문에 대한 과세는 대중의 문화 향유 기회를 줄인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부가세율 인상 역시 ‘양날의 칼’이다. 1% 포인트 정도의 세율 인상만으로도 해마다 6조원 가까운 세금이 추가로 걷혀 ‘4년 연속 세수 펑크 사태’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대신 정권의 안위가 흔들릴 수 있다. 부가세 도입 이듬해인 1978년 제1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당시 집권당이던 공화당은 참패했다. 참여정부 말기에도 정부가 부가세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여론의 반발로 없던 일이 됐다. 막대한 통일 비용을 감안하면 훗날의 통일 재원으로 ‘저축’해 둬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부가세 인상은 일반 서민들에게 세 부담이 전가되는 부작용이 크다”면서 “국가재정 확충을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낮췄던 법인세율을 환원하거나 실효세율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팝, 경제를 노래하다(임진모 지음, 아트북스 펴냄) 비치 보이스의 ‘서핀 유에스에이’, 마마스 앤드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루이 암스트롱의 ‘왓 어 원더플 월드’ 등 위대한 팝의 명곡을 통해 배우는 경제사. 대중음악평론가인 저자는 1930년대 경제공황기부터 2000년대 세계 금융위기까지 경제사를 대중음악을 통해 훑어 간다. 소개된 노래들은 경제적 현실에 따라 울고 웃었던 사람들의 심리를 말해 주는 동시에 힘겨운 삶 때문에 잃어버리지 않으려 애쓰는 꿈들을 그리고 있다. 주디 갈랜드가 부른 경제공황기의 희망가 ‘오버 더 레인보’부터 청년 실업자들의 분노를 그린 섹스 피스톨스의 ‘영국의 무정부 상태’,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반영된 그린데이의 ‘네 적을 알라’까지 팝송과 가요 72곡의 중요 가사 부분을 번역해 원어와 함께 수록했다. 당시의 경제적 상황과 사회상이 절절히 담긴 가사 덕분에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상황을 이해하며 영미 대중음악사의 흐름도 한눈에 볼 수 있다. 각 곡마다 QR코드를 첨부해 책을 읽으며 노래를 들어볼 수 있다. 232쪽. 1만 5000원. 현대프랑스철학(프레데릭 보름스 지음, 주재형 옮김, 도서출판 길 펴냄) 20세기 프랑스 철학을 독일이 아닌 프랑스 철학 전통의 관점에서 서술한다. 그러면서도 개념의 철학과 생명의 철학이 대립하는 일반적인 프랑스 철학의 이중적 도식화에서 벗어나 국제적인 관계들까지 아우르는 열린 틀을 적용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파리 고등사범학교(ENS) 현대철학 담당교수인 저자는 단순히 연대기적 서술이 아니라 ‘시기’ 개념을 통해 자신의 철학사 방법론을 전개한다. 우리가 익히 들어 온 사르트르나 메를로퐁티 외에 앙리 베르그송과 레옹 브룅슈비크, 모리스 블롱델, 레몽 아롱, 장 카바예스 등이 중요한 철학적 흐름을 형성했을 뿐 아니라 현대 프랑스 철학의 풍요로움에 일조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실증적인 철학사 연구를 넘어 프랑스 철학의 사건, 인물, 사실들을 실질적 연속성 차원에서 연구함으로써 자신만의 고유한 철학사 방법론을 전개하고 있다. 정확한 문장으로 철학자들의 사유의 본질적 측면과 다면성을 포착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628쪽. 3만 5000원. 시장, 종교, 욕망-해방신학의 눈으로 본 오늘의 세계(성정모 지음, 홍인식 옮김, 서해문집 펴냄) 세계적인 해방신학자 성정모 교수의 포르투갈어 저작을 우리말로 번역 소개했다.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1965년 브라질로 이주한 성 교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브라질을 찾았을 때 강사로 초청받았을 만큼 저명한 브라질 상파울루감신대 인문법대 학장이다. 신자유주의적 추세는 변혁운동의 현실적 어려움을 야기시킴과 동시에 더욱 근본적인 변혁운동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 성 교수는 해방신학의 지평을 인간 욕망의 문제로 넓혀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종교성은 결국 돈과 물질을 숭배하는 우상숭배에 불과하다면서 경제와 신학의 연관성을 밝히고 있다. 304쪽. 1만 5000원. MANAGA(마나가)(마나가 편집부 지음, 거북이북스 펴냄) 만화가들의 시간과 공간, 일상과 작품을 공유하는 취지로 창간된 만화 전문 무크지. 잡지의 제호는 만화가를 발음대로 쓴 것이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지원을 받는 잡지는 국·영문 혼용으로 세계 시장에 우리 만화를 알리는 포트폴리오 역할까지 하겠다는 포부를 펼친다. 작가들의 심층 인터뷰에 이은 단편 게재의 구성으로 첫 호에는 만화가 혹은 피규어 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터 10명을 소개한다. 주호민, 최규석, 백성민, 앙꼬, 정연균, 장태산, 박훈규, 박소희, 김정기, 배낭자 작가의 인터뷰와 작품이 담겼다. 글과 사진, 만화작품을 감각적으로 구성한 레이아웃이 돋보인다.260쪽. 1만 6000원.
  • 관악구의 엉뚱한 직원조례

    관악구의 엉뚱한 직원조례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7일 구청강당에서 열린 3분기 직원 정례조례에 참석했다. 이번 구의 직원정례조례는 ‘발칙한 상상, 깜찍한 발상, 너의 엉뚱한 생각을 맘껏 펼쳐봐’라는 슬로건으로 일반적인 직원조례의 틀을 깨고 소통과 공유의 지식나눔 발표회로 꾸며졌다. 직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경험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자리로 지난해 2월 처음 시도돼 직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날 발표는 지난 1월 공직생활을 시작한 신입 직원들과 민원 담당 주무관, 사회적기업 관련 팀장 등 6명이 맡았다. 발표자들은 7분 동안 다양한 주제와 경험을 참석자들에게 전달하고 조례에 참석한 직원과 주민 등의 현장 모바일 투표로 최우수 발표자를 선정했다. 최우수 발표자는 지적과의 김혜연, 송가빈 주무관이 선정됐다. 이들은 ‘지금은 움직일 때!’를 주제로 업무 중할 수 있는 맨손 체조 등을 소개해 평소 실천하기 어려운 일상 속 운동에 대해 발표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이 밖에 이두연 주무관의 ‘싼 티를 입자’에 이어 박훈호, 김수선 주무관이 각각 ‘신화와 역사 속에서 찾아보는 재미있는 언어’, ‘내가 사랑하는 서울 - 그 첫 번째 정동’ 등 눈에 띄는 강연이 펼쳐졌다. 이번 조례는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돼 주민들도 공유할 수 있었다. 구는 신년인사회, 취임행사 등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해 소통과 참여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종필 구청장은 “지난해 2월 조례를 직원 간 소통의 장으로 바꾼 뒤 조직문화가 더 활기차게 바뀐 것 같다”면서 “이번 아시안게임 육상 1600m 남자계주에서 마지막 주자가 포기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은메달을 따 낸 것처럼 직원들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즐겁게 일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완전보험주식회사’ 이혼보험 파는 홍지민 “행복은 너무 주관적” [인터뷰]

    ‘완전보험주식회사’ 이혼보험 파는 홍지민 “행복은 너무 주관적” [인터뷰]

    “완전한 보험은 우릴 지켜주죠” 무겁고 어두운 작품들이 넘쳐나는 뮤지컬 시장 속 상큼하고 기분 좋아지는 창작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가 무대에 올랐다. 행복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다루지만 한 층 더 유쾌해졌다. 그 중심에 배우 홍지민이 ‘완전한’ 웃음을 보장한다. 대학로뮤지컬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내 홍지민은 에너지가 넘쳤다. “이혼보험 한번 들어봐”라며 보험을 판다면 그 자리에서 사인할 것 같다. 그만큼 캐릭터에 잘 녹아든다. “창작 뮤지컬이기 때문에 캐릭터를 처음보다 많이 수정했다. 처음엔 내 캐릭터가 노안인 막내 설정이었는데 캐릭터끼리 겹치고, 노처녀 캐릭터가 더 재미있을 것 같아 바꿨다. 공연 전에는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공연을 하면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럼 수정에 수정을 통해 캐릭터를 완성해간다” ‘완전보험주식회사’는 기상천외한 보험 아이템으로 최고의 보험왕이 되려는 설계사와 보험회사의 눈을 속여 보험금을 타내려는 고객들의 흥미진진한 밀당과 기싸움을 그린 코미디 창작 뮤지컬이다. 보험회사 직원들의 고군분투 에피소드와 사랑, 슬픔, 고민들을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담아 관객들의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낼 예정. 그동안 대극장에서 라이선스 작품에 참여해 온 홍지민이 소극장 무대를 택했다. 연하남과 몰래 연애하는 보험사 직원, 이혼을 앞 둔 여자, 홈쇼핑 쇼호스트, 보험사 고객 등 무려 1인4역 앙상블의 진수를 보여준다. 메인 캐릭터는 기센 노처녀 사원 전지현. 겉으로는 화끈하지만 속은 여리고, 사랑하는 남자 앞에선 한없이 순한 양이 되는 점이 홍지민과 많이 닮았다. 극중 전지현은 연하남과 비밀 사내연애 중. 홍지민의 연애스타일이 궁금해졌다. “연애하면 다 오픈하는 스타일이다. 회사가 사내연애를 금한다면 최대한 숨겨야겠지만 막상 들킨다면 내가 회사를 옮기더라도 당당히 공개할 것 같다. 남편과 연애할 때도 가족, 친구들에게 오픈하고 공개연애를 했다” “완전보험주식회사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 이혼도 사실 소통의 문제다. 똑같은 말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이 어떤 상태냐에 따라서 굉장히 다른 결과가 올 수 있다. 속마음은 그게 아닌데 상대방은 안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부분들이 이혼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문제가 아닌가. 부부에겐 대화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럼 홍지민이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행복은 너무 주관적이다. 작년에 둘째언니를 폐암으로 보내고 난 뒤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전엔 객관적인 것으로 행복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무의미 한 것 같다. 남들과 비교해서 행복한 게 아니라 내가 살면서 기쁘고 즐거우면 그 자체가 행복인 것 같다. 가진 것에서, 지금 주어진 것에서 행복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뮤지컬 여주인공으로서 정상 반열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홍지민은 계속 도전한다. ‘완전보험주식회사’도 마찬가지다. 사랑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행복에 대해서 끊임없이 공부한다. 현재 라이벌에 대해 물었더니 “‘내 라이벌이 누굴까’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 각자 배우로서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지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 물론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하지만 특정 누구보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고 노련하게 답한다. 보험 왕이 실적 올리기 위해 무턱대고 보험을 팔지 않는 것처럼, 홍지민도 관객에게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런 배우라면 독특한 이혼보험. 믿고 들어도 되지 않을까?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브로드웨이 42번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을 선보인 음악감독 최재광의 극작가 데뷔작으로, 연출은 안병욱이 맡는다. 이외에도 박성민 무대 디자이너, 구윤영 조명 디자이너, 박은영 안무가가 함께한다. 보험왕을 꿈꾸는 일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팀장 ‘한보장’ 역에 ‘SNL 코리아’에서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선보인 정상훈과 연극 ‘유도소년’으로 이름을 알린 박훈이 캐스팅됐다. 세상 모든 남자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줄 아는 공주병 전지현 역은 홍지민과 김현진이 맡았다. 이외에도 직원들의 실적을 가로채는 얍삽한 상사 ‘장동빈’역에는 임기홍이,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여자 ‘구가혜’ 역에는 백주희가 열연한다. 오는 11월 2일까지 대학로뮤지컬센터 공간 피꼴로에서 공연. 02-6925-5600.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리뷰]완전보험주식회사, 감성과 이성이 만날 때 튀는 스파크는?

    [리뷰]완전보험주식회사, 감성과 이성이 만날 때 튀는 스파크는?

    창작 뮤지컬. 해외에서 제작된 라이선스 뮤지컬과는 확실히 달랐다.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에는 주말 드라마의 흥미진진함과,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달달함이 공존한다. 또 한참 웃다보면 개그 프로그램 방청석에 앉아 있는 착각까지 들게 할 정도. 이런 게 창작 뮤지컬의 묘미일까?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귀를 사로잡고, 입체적인 세트들과 오색 빛의 조명은 눈을 즐겁게 한다. 뮤지컬의 3대 요소는 빠짐없이 갖추면서 인생 내면까지 들여다보게 한다. <완전보험주식회사>는 한국 창작뮤지컬 발전에 기여하고 관객들에게 다양한 공연 관람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해 연출, 작가, 음악감독, 안무가 등과 배우들이 의기투합해 5년간의 사전 제작 작업을 진행한 작품이다. 그만큼 무대에 오르기까지 많은 고충이 있었다. 하지만 어려웠던 지난 5년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열정을 폭발시킨다.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는 극 중 우리가 원하는 결과로 바뀐다. 살짝 무거울 수 있는 오피스 배경에서 관객들 배꼽 잡게 만들기까지 5년이란 시간이 걸린 셈.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브로드웨이 42번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을 선보인 음악감독 최재광의 극작가 데뷔작으로, 연출은 안병욱이 맡았다. 이외에도 박성민 무대 디자이너, 구윤영 조명 디자이너, 박은영 안무가가 함께한다. ‘살찌면 돈을 준다? 이혼 하면 돈을 준다?’ <완전보험주식회사>는 ‘뚱뚱 OK 다이어트 보험’, ‘이혼보험’과 같은 기상천외한 보험 아이템을 유쾌하게 풀어간다. 말도 안 되는 보험을 팔아 최고의 보험왕이 되려는 설계사와 보험회사의 눈을 속여 보험금을 타내려는 고객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그린다. 완전보험 주식회사의 한보장 팀장은 ‘뚱뚱 OK 다이어트 보험’을 기획하고 승승장구 하는 듯 했으나 가입 조건이 허술해 회사가 손실을 입게 되자 궁지에 몰린다. 그때 새로운 팀장으로 한보장의 전처인 신다정이 전격 입사한다. 결혼과 이혼 사실을 숨기고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결국 ‘이혼 보험’을 함께 기획한다. 하지만 믿었던 세울대 연구팀의 프로그램 ‘이혼유전자 DX-7’는 거짓으로 판명되고, 완전보험주식회사의 이혼보험은 위기에 처한다. 이를 밀어붙인 한 팀장은 낙담하지만 전처 신 팀장의 도움으로 이를 이겨낸다. 이 과정에서 한보장-신다정 커플은 과거 이혼 당시 쌓였던 오해를 풀게 된다. <완전보험주식회사>는 중세시대나 다른 나라 얘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얘기다. 제목만 보면 일반 보험회사, 평범한 직장인의 얘기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인생 전반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사람이 살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사랑과 일. 지극히 감성적인 존재와 이성적인 존재가 함께 만났을 땐 어떤 스파크가 튈까? 살면서 한번쯤 미치게 사랑하고, 일에 미쳐봤던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앞으로 미쳐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참고서가 될 것이다. <완전보험주식회사>는 보험회사 직원들의 고군분투 에피소드와 사랑, 슬픔, 고민들을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담아 관객들의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보험왕을 꿈꾸는 일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팀장 ‘한보장’ 역에 ‘SNL 코리아’에서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정상훈과 연극 ‘유도소년’으로 이름을 알린 박훈이 캐스팅됐다. 세상 모든 남자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줄 아는 공주병 전지현 역은 홍지민과 김현진이 맡았다. 이외에도 직원들의 실적을 가로채는 얍삽한 상사 ‘장동빈’역에는 임기홍이,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여자 ‘구가혜’ 역에는 백주희가 열연한다. 오는 11월 2일까지 대학로뮤지컬센터 공간 피꼴로에서 공연. 02-6925-5600.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특전사 포로훈련받다 사망 ‘충격’

    특전사 포로훈련받다 사망 ‘충격’

    ‘ 포로 체험훈련을 받다 특전사 하사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전시상황을 가정한 훈련 중 하나인 포로결박훈련을 받다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방송캡쳐 연예팀 ming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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