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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는 불치병이 아닙니다”

    ‘영혼을 갉아먹는 병’으로 불리는 치매.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정신적 피해를 주고 경제적으로도 피폐하게 만든다. 대부분 노인들이 죽음보다도 두려워한다는 치매. 정녕 막을 수는 없는 것일까. EBS 의학다큐멘터리 ‘명의’에서는 17일 오후 10시50분 국내 치매의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나덕렬(51)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가 출연, 치매의 원인과 예방·치료법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 ●원인 알면 예방·치료 가능해 치매란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세포가 죽거나 기능이 떨어져 나타나는 질환으로 원인만 정확하게 파악하면 예방과 치료도 가능하다. 따라서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에서 흔한 ‘알코올성 치매’는 만성적인 음주로 비타민이 부족해 기억력이 급속히 떨어자는 증상이다.OECD 국가 중 술 소비량 1위인 우리나라에서는 음주문화만 바꿔도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환이기도 하다. 임상적으로 치료가능한 치매들도 있다. 나 교수는 수두증으로 치매·보행장애·소변실수의 증상을 보이던 한 할머니를 수술을 통해 완치시키기도 했다. 수두증이란 척수액이 뇌에 고여 정상적인 뇌 조직을 압박해 나타나는 질환. 뇌에 고이는 물을 복강으로 떨어지게 하면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다. ●때론 치매를 순리로 여겨야 방금 한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가장 흔한 치매질환 중 하나이다. 하지만 나 교수는 이를 ‘예쁜 치매’라고 부른다. 인지능력은 떨어져도 잘 웃고 예의를 잊지 않아 대인관계에 큰 무리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치매란 그저 나이를 먹으면 순리처럼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기도 하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차베스 ‘산업 국유화 도박’ 성공할까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석유, 전력, 전화 등 ‘산업의 국유화 도박’이 성공할까. 영국 BBC는 16일 베네수엘라에서 기간산업의 국유화가 진행 중이라면서 이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석유와 전력 등은 물론 은행과 시멘트, 제철산업 등에 대해서도 국유화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광범위한 국유화 정책을 추진, 빈부격차를 해소할 것이라고 공언한다. 차베스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이후 추진 중인 국유화는 5월1일 원유회사들을 국유화함으로써 고비를 넘겼다는 평이다. 세계 굴지의 유전지대로 꼽히는 오리노코지역에서 이제까지 민관영 업체들이 합작으로 유전을 개발했으나, 앞으로 국유인 베네수엘라석유(PDVSA)가 주도적으로 개발할 길을 열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1일 기념식에서 석유 소유권이 국민들에게 돌아왔으며 미국 제국주의에서 해방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석유가 경험과 기술이 부족, 생산량이 감소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오리노코 유전지대에 이어 전화회사 CANTV가 국유화의 표적이 됐다.CANTV는 1991년 민영화되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데 성공했으나, 다시 국유화되면서 CANTV의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전기회사인 카라카스전력도 국유화가 진행되고 있다. 시멘트와 철강업계가 좋은 제품은 수출용으로만 돌리고 국내에는 필요한 물량도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 노선을 계속 유지할 경우에는 국유화하겠다고 차베스 대통령은 최근 엄포를 놓았다. 은행업계도 차베스 대통령이 최근 “민간은행들도 적은 비용으로 국내 산업체들에 우선적으로 융자를 해줘야 한다. 그렇게 못하면 영업을 중단하거나 우리에게 넘겨주면 국유화할 것”이라고 압박해 오자 긴장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 측은 “돈이 부자로부터 가난한 사람들에게 옮겨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국유화로 빈부격차는 오히려 커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국유화 기업들이 과연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낼지도 전문가들은 의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수익이 재투자로 돌아가지 않음에 따라 미래에 대한 대비가 소홀해지기 때문이다.이춘규기자 taein@seoul.co.kr
  • [길섶에서] 마음의 건강/이목희 논설위원

    어떤 모임에서 목사님이 마음의 상처를 털어놓자는 제안을 했다. 자식, 회사, 돈, 부모 봉양…. 그런데 환갑을 넘긴 여성 참석자가 펑펑 울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반찬거리를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실수로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어머니의 혹독한 야단. 얼마나 가슴에 못이 박혔으면 50년이 지난 뒤 그 얘기를 하면서 눈물을 쏟는 것일까. 주위에서 마음의 병을 얘기하는 이가 부쩍 늘어났다. 세상살이가 갈수록 각박해지는 탓이겠는데, 가벼운 우울증과 불면증·불안·폐쇄공포증 정도는 ‘마음의 감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된 듯싶다. 누구나 환자가 되고, 의사도 된다. 스스로 아픔을 털어놓으면 환자고, 들어주면 의사다.“그만한 일로 왜 저러나.”라는 생각을 버리면 가능한 일이다. ‘마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십계명을 담은 책의 내용 중 첫번째 계명을 반드시 실천하려고 한다.“몸과 마찬가지로 마음도 훈련(운동)이 필요합니다. 긍정적인 묵상이나 사색으로 하루를 시작합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불만제로 ‘열린행정’ 이끈다

    불만제로 ‘열린행정’ 이끈다

    지난달 28일 관악산에서 열린 전통문화행사 ‘철쭉제’ 행사장. 오전 9시부터 재즈댄스, 고전무용, 팝핀댄스 등 주민 참여무대가 펼쳐졌다. 그 때 관람석 앞쪽에서 구청 공무원과 할머니의 승강이가 벌어졌다. “여기 사람도 없는데 왜 못 들어가게 하는겨.” “개막식이 11시30분에 열리는데요. 외부 손님들이 여기 앉을 거예요.” “아직도 1시간이 남았는디. 다리 아파 죽겠어. 우선 앉을라네.” “할머니, 이러시면 안돼요.” 늦게 와 좌석을 맡지 못한 어르신이 내외빈석에 앉겠다고 우기고, 공무원이 말리는 해프닝이 계속됐다. 이 장면을 지켜본 주부 이경선(45·봉천2동)씨는 관악구 홈페이지(www.gwanak.go.kr) 구정평가단 전용코너에 “관람객이 넘치는데도 내외빈석을 2시간30분이나 비워 놓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남성호(34·논현동)씨도 “경로석이 따로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지난달 출범 철쭉제 첫 평가 관악구가 주민의 쓴소리를 달게 받고 있다. 지난달 19일 구정평가단(총 280명,1개 동별 10명씩)을 발대하면서부터다. 구정평가단의 역할은 구 행사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생활주변의 불편사항을 파악하는 것이다. 잘못된 도로표지판, 도로변 쓰레기, 불법 입간판, 위험한 공사 현장, 막힌 빗물받이 등을 찾아내 구청에 개선을 요청하는 것이다. 의견은 우편이나 팩스, 홈페이지 이메일 등으로 전달한다. 구정평가단의 첫 과제물은 관악산 철쭉제 평가였다.171명(온라인 120명·서면 51명)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6일까지 설문조사를 통해 축제의 운영상 문제점, 추천 프로그램 등을 분석했다. 박현주(44·신림10동)씨는 “백일장을 확대해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참여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홍기순(39·신림본동)씨는 재활용 바자회를 추천하면서 “재활용품을 교환하며 자연스럽게 절약정신과 경제 관념을 배울 수 있었다.”고 평했다. 설문조사를 받은 홍보전산과 정광진 과장은 “구정평가단의 생생한 의견을 적극 수렴해 축제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문제 지적 넘어 대안까지 구청의 열린 행정정책을 주민들도 반겼다. 이경선씨는 “예전에는 불합리한 행정을 이웃끼리 험담하고 말았는데 이제는 구청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박해숙(44·신림본동)씨도 “동네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일도 지금은 개선할 방법이 없나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참여공간이 생기니까 신선한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박해숙씨는 주민자치센터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강좌를 열자고 제안했다. 우리가 영어·중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것도 세계화의 하나라는 의견이다. 이경선씨는 동사무소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화단의 꽃나무를 파내고, 새로 심는 데 예산·인력 낭비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구는 건의사항을 관련 부서에 전달해 처리결과를 구정평가단에 통보할 방침이다. 또 매년 우수 평가단원 20여명을 선발해 시상키로 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김성호 전문기자의 종교건축 이야기] (28) 절두산 천주교 순교 성지

    [김성호 전문기자의 종교건축 이야기] (28) 절두산 천주교 순교 성지

    1만명에서 많게는 2만명의 순교자를 냈다는 이 땅의 천주교 역사는 그야말로 처절한 박해의 점철이다.‘박해의 역사’란 말 그대로 곳곳에는 목숨을 던져 신앙을 지켜낸 천주교 선구들의 외침을 소리없이 전하는 흔적들이 산재해 있다.‘휘광이´(천주교에서 망나니를 부르는 말)의 칼날 아래 피를 뿌리며 스러져간 숱한 순교자들 가운데 지금까지 성인 품에 오른 이는 103위이다. 지난 1984년 시성(諡聖)되어 성인의 반열에 오른 이들 103위의 영혼은 뒤늦게나마 위로받은 채 빛을 발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한 순교자들은 부지기수다. 전국의 천주교 순교터 가운데 절두산 성지(서울 마포구 합정동 96의1·사적 399호)는 이름 나지 않은 무명의 초기 신자들이 가장 많이 피를 흘린 성지이다. ‘절두산’(切頭山).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돋는 순교 터이다. 수천명(3000∼7000명)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신원이 파악된 순교자는 고작 29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24명만 이름과 행적이 확인됐고 나머지 5명은 이름만 겨우 알 수 있을 뿐이다. ● 교황 요한 바오로2세 참배 지난 1984년 한국천주교 20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한국에 온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공항에서 곧바로 직행해 참배했던 곳도 이곳이다. 이 땅에선 어떤 험한 일이 있었을까. 옛 양화진 일대를 포함하여 사적지로 지정된 이 순교 성지는 지금의 이름과는 달리 원래 경치가 빼어나기로 유명했던 곳. 양화진 동쪽 봉우리의 절두산은 ‘동국여지승람’이며 ‘세종실록’등에 ‘머리를 높이 든 형상’, 혹은 ‘누에가 머리를 치켜든 형세’라 하여 ‘가을두(加乙頭)’니 ‘잠두봉(蠶頭峰)’의 이름으로 전한다. ‘동국여지승람’에서 강희맹은 그 형상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서호는 도성에서 10리도 안 되게 떨어져 있는데, 산이 푸르고 물이 푸러 형승이 나라에서 제일 간다. 호수 남쪽에 끊어진 언덕이 있는데 형상이 큰 자라 머리 같으며 혹은 잠두라고 불린다.” 그 말마따나 늘상 풍류객들이 산수를 즐기고 나루손들이 그늘을 찾던 평화로운 곳으로, 중국의 사신이 오면 반드시 유람선을 띄웠다고 한다. 그렇듯 한가롭게 명승을 이루던 양화나루와 잠두봉이 피비린내 나는 ‘절두’의 극형지로 변한 것은 바로 병인년인 1866년의 병인양요 때문이다. 그해 두차례의 프랑스 함대가 양화진까지 침입해온 배경에 천주교 신자들이 있었음을 확인한 대원군과 조정이 박해의 칼을 들었다. “양이(洋夷)로 더럽혀진 한강 물을 서학(西學) 무리들의 피로 씻어야 한다.”며 프랑스 함대가 쳐들어온 바로 그 양화진을 보란 듯이 사형지로 삼은 것이다. 당시 절두산에서 처형을 하기 전 내건 포고문에서 “천주교인들 때문에 오랑캐들이 여기까지 왔다. 그들 때문에 우리의 강물이 서양의 배로 더럽혀졌다. 그들의 피로 이 더러움을 씻어내야 한다.”는 내용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교회사연구소와 순교자현양위원회가 조사한 대로라면 이곳에서 휘광이의 칼이 피를 뿌렸던 시기는 1866년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였다. 황해도 출신으로 시흥 봉천동에서 잡혀온 이의송(프란치스코)과 그의 아내 김엇분(마리아), 아들 붕익(바오로)이 순교한 것을 시작으로 수천명이 9개월간 차례로 목숨을 잃어간 것이다. 절두산에서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되는 동안 천주교 신자들의 주 처형지였던 새남터와 서소문 밖 네거리에선 형이 집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조정에서 얼마만큼 절두산 처형을 집요하게 진행했는지를 알 수 있다. 당시에도 재판의 형식과 절차가 있었을 터이지만 절두산의 처형은 무지막지한 선참후계(先斬後啓)였다. ● 순례성당·박물관 등 웅장하게 세워져 “일단 먼저 머리를 자르고 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곳 순교자들에 관한 기록은 29명만 빼놓곤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 이곳을 성지로 삼은 천주교계는 1962년 ‘가톨릭 순교성지’ 기념탑을 세웠다가 병인박해 100주년을 맞은 1966년 기공식을 갖고 그 이듬해에 종탑과 순례성당, 박물관으로 구성된 절두산 기념관을 웅장하게 세워놓았다. 사제관을 겸한 순교성인시성기념관을 지나 야외전시장으로 발길을 옮기다 보면 오른쪽에 3층의 기념관이 우뚝 섰다. 순교자기념상을 쳐다보면서 오른쪽 경사로를 따라 오르면 가장 먼저 ‘절두산’이라 새긴 바윗돌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계단과 소로를 조금 더 올라 꼭대기에 닿으면 형 집행 때 썼던 형구들을 전시해놓은 진열장이 당시 처형장의 분위기를 전한다. 진열장 정면에 박물관, 그 오른쪽에 성당 출입문이 따로 나 있다. 기념관은 잠두봉의 지형을 그대로 살린 채 순교자들의 정신을 오롯이 담았다고 한다. 성당 안에 들어서면 전통 갓의 모양을 한 돔 형태의 스테인드글라스 천장에서 쏟아지는 빛이 중앙 제대와 독서대, 해설대, 감실을 환히 비춘다. 양쪽 벽을 두른 14처며 천장에서 제대 앞으로 내리건 십자고상, 부활절에만 밝힌다는 제대옆 부활초, 죄인이 목에 쓰는 칼을 형상화한 독서대의 모습이 독특하다. ● 순례객들 발길 끊이지 않아 신자석 오른쪽으로 난 계단을 내려서면 바로 성해실.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가장 먼저 찾은 공간으로 순교 성인 27위와 무명 순교자 1위가 모셔져 있다. 왼쪽 위에는 빈 공간이 마련된 채 앞으로 봉안될 순교자 6위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옆 박물관은 그야말로 한국 천주교 박해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공간. 절두산 순교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초대 교회 창설을 보여주는 이벽, 이가환, 정약용의 유물과 순교자 유품, 형구(刑具)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한국 두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 일대기 31점을 포함해 유중철 요한, 이순이 루갈다 동정부부 일대기 27점도 들어 있다. 박물관에서 나와 야외전시장으로 내려서면 병인박해 때 교수형을 집행하던 형구들이며 희생자들의 행적을 재현해 놓은 갖가지 전시물들이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한다. 김대건 신부 동상을 비롯해 오타 줄리아의 묘, 박순집의 묘, 남종삼 성인의 흉상과 사적비가 순례객들을 차례로 맞는다. 한 집안 열여섯명이 한꺼번에 희생된 박순집 일가의 이야기를 새긴 비석 앞에는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순교 성지를 다지기 위한 작업이 한창일 무렵 “너무 많은 사람의 목을 잘라 절두산으로 부른다.”는 주민들의 증언을 계기로 이름이 붙여졌다는 ‘절두산 성지’. 무명 순교자들의 정신을 기리고 위로하기 위해 천주교계가 어렵사리 마련해 놓았지만 그 형세는 마치 칼을 쓰고 처형을 기다리는 순교자의 모습을 닮아 있어 순례객들을 안타깝게 한다. 기념관과 사제관 앞쪽을 가로지르는 당산철교와 성당 아래쪽 강변북로, 일산 방향으로 뻗은 지하차도가 ‘ㄷ자’ 모양으로 성지를 옥죄고 있다. 한국 천주교 사상 가장 혹독했다는 ‘병인박해’의 순교자들은 지금도 신음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kimus@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정확한 순교 위치는 어디? 수천명 천주교 신자의 목숨을 빼앗은 절두산 순교 성지. 그 많은 순교자들이 희생된 처형장의 위치를 놓고 천주교계는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정확한 처형 장소는 어디일까? 일반적으로 알려진 처형장은 절두산 잠두봉 꼭대기인 지금의 순례성당 제대 뒤쪽의 이른바 ‘치명터’. 어차피 신자들의 처형장면을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을 택했다면 한강에 인접한 봉우리 꼭대기였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천주교계가 성지 조성을 하면서 접촉한 주민들은 “절두산 꼭대기에서 칼로 신자들의 목을 쳐서 그 시신을 강물에 던졌다.” “한 오랏줄에 여러 명의 교우들을 결박하여 산 채로 낭떠러지 밑 강물로 밀었다.”는 말을 들은 것으로 증언했다고 한다. 이같은 증언을 토대로 순교자 기념탑을 절두산 꼭대기에 세웠고, 나중에 이 탑을 헐고 마련한 기념관과 성당도 그 자리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많은 사람들이 올라 형을 집행하기엔 절두산 꼭대기가 비좁고, 각종 기록과 증언으로 미루어 볼 때 양화나루 앞 길가 평지가 처형지였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같은 입장은 정부측의 관련자료나 교인들의 증언집인 ‘병인박해 순교자 증언록’ ‘치명일기’에서 모두 처형지를 절두산 꼭대기가 아닌 ‘양화진두’ ‘양화진 진터’ ‘양화진 진’ ‘양화진’ 등으로 밝히고 있다는 근거를 들고 있다. “양화진두에서 군민을 많이 모아놓고 천주교 신자들의 목을 베어 머리를 달아 대중들을 경계시켰다.”라는 정부측 기록의 ‘진두’와 천주교회측 자료의 ‘양화진 진터’ ‘양화진 진’ ‘양화진’이 일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근거로 미루어 순교 장소는 당산철교로 인해 순교기념관에서 성지가 분할된 동쪽의 꾸르실료 건물, 즉 세계성체대회기념교육관과 잠두봉의 중간 어느 지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책꽂이]

    ●석류나무 그늘 아래(타리크 알리 지음, 정영목 옮김, 미래M&B 펴냄) 파키스탄 출신의 영국 좌파활동가인 저자가 아랍 역사를 알리기 위해 쓴 역사소설.1990년 1차 걸프전 당시 BBC 방송의 한 논평자가 “아랍인에게는 문화가 없다.”고 말한 데 격분해 구상했다는 ‘이슬람 3부작’ 가운데 제2편이다. 제1편 ‘술탄 살라딘’은 십자군 전쟁의 영웅 살라딘의 행적을 통해 이슬람 역사를 이야기했다. 이 책에서는 800년간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한 무어인의 비극적인 멸망사를 그린다. 이사벨과 페르난도의 카스티야 연합왕국이 스페인 최후의 이슬람 왕국인 그라나다를 점령하며 이슬람 탄압을 본격화한 1490년대 이베리아반도가 무대다.1만 3000원. ●쌀과 소금의 시대(킴 스탠리 로빈슨 지음, 박종윤 옮김, 열림원 펴냄) ‘14세기 만약 유럽지역이 멸망했다면’이라는 가정 아래 세계사를 재구성한 대체역사소설.14세기에 발생한 흑사병으로 유럽의 전체 인구는 3분의1가량 줄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흑사병으로 죽은 사람이 유럽 인구의 99%에 달했다는 전제하에 중국과 이슬람세계가 주도하는 역사를 전개한다. 제목 ‘쌀과 소금의 시대’는 동양권의 삶, 동양이 헤게모니를 잡은 시대를 상징한다. 작가는 ‘붉은화성’‘녹색화성’‘푸른화성’ 등 화성3부작으로 권위있는 SF문학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받았다. 전2권 각권 1만 4500원.●순교자의 나라(박도원 지음, 예담 펴냄) 한국 천주교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은 1801년의 신유박해와 1839년의 기해박해다. 이 두번의 박해는 자생하던 조선 천주교를 뒷걸음치게 했을 뿐 아니라 서학(西學)으로 불리던 근대문명과의 접촉도 차단했다. 이 소설에는 우리나라에 가톨릭 신앙의 씨앗을 처음 뿌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1800년 정조의 돌연한 죽음 이후 남인 시파와 노론 벽파의 정쟁에 휘말려 조선 천주교인들은 정치적 희생양이 된다.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관대했던 남인들은 서학이라는 학문으로 천주교를 받아들였다. 남인을 두둔한 정조가 죽자 노론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천주교를 사교(邪敎)로 매도하고 천주교인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인다. 신유박해의 시작이다. 전4권 각권 9500원.●그들도 한때는 인간이었다(막심 고리키 지음, 서은주 옮김, 큰나무 펴냄) 러시아 자연주의 작가 막심 고리키(본명 알렉세이 막시모비치 페슈코프)의 소설. 도시로 대변되는 중심부에서 추방된 사람들의 일탈적 삶을 통해 인간성 실추의 문제를 다뤘다. 주인공 쿠발다 대위가 운영하는 여인숙에 모여든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소설의 기둥을 이룬다. 저자의 예명 고리키는 ‘견디기 어려운’ ‘신랄한’이란 뜻.8500원.
  • 신용카드 서비스 ‘진화’ …파격 혜택 ‘즐거운 고객’

    신용카드 서비스 ‘진화’ …파격 혜택 ‘즐거운 고객’

    신용카드의 ‘진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고객 서비스가 날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 우리 등 그동안 전업계에 밀려 있던 은행계 후발주자들이 파격적이면서도 새로운 혜택으로 무장한 제품을 속속 출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11일 현재 금융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용카드 신제품은 ‘하나T포인트카드’. 올 초 두달만에 무려 50만명에 가까운 회원을 끌어모은 ‘하나마이웨이카드’에 이은 하나은행 카드본부의 회심작이다. 이 카드의 특징은 파격적인 휴대전화 요금 할인 혜택. 결제금액에 따라 최고 20%의 할인혜택이 주어진다. 휴대전화 요금을 깎아주는 기존 카드의 할인율이 5%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규모다. 카드 사용금액이 월 70만원 이상이면 휴대전화 요금의 20%(최대 1만원), 월 50만원 이상이면 10%(최대 7000원), 월 20만원 이상이면 5%(최대 5000원)가 할인된다.TGI프라이데이스 등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파리바게트 등 제과점, 기타 SK텔레콤 ‘T포인트’ 가맹점에서도 카드 사용 금액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 추가 요금 할인이 가능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월 1만원씩 연 12만원의 통신 요금을 할인할 수 있지만 가맹점 포인트는 무제한 적립되기 때문에 통신 요금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SK텔레콤 가입자들에 한해 휴대전화 요금 할인이 적용된다는 점이 단점이다. 최근 등장한 또 다른 신용카드는 우리은행 ‘우리V카드’.LG카드 사장 출신인 박해춘 우리은행장의 취임 첫 작품이다.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를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상품이다. 우리V카드는 2만∼100만원 사이의 미리 정해둔 사용액까지는 통장에서 바로 인출되고, 잔액이 없거나 지정액 이상을 결제할 때에는 신용카드로 결제된다. 또한 체크카드로 이 카드를 발급받은 뒤,6개월 후 신용도를 평가해 신용카드로 전환할 수 있다. 저 신용자나 20대를 우선 체크카드 고객으로 확보한 뒤, 나중에 신용카드 고객으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주유·외식·항공·골프 등 다양한 서비스와 함께 현금서비스 사용액에 대한 마일리지 적립도 눈에 띄는 점. 업계 최초로 현금서비스 5000원당 1마일, 또는 1만원당 1야드(7000야드 적립하면 골프장 1회 이용)까지 마일리지를 적립해 준다. 신한 ‘아침애카드’ 역시 오전대에 집중적인 할인 혜택을 준다. 일종의 ‘틈새 시장’을 공략한 셈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신제품들은 백화점식으로 혜택을 나열하는 대신 특정 계층을 노린 서비스에 특화하거나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도입하는 추세”라면서 “혜택의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경향이 계속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호모레프트,왼손잡이가 세상을 바꾼다/데이비드 올먼 지음

    ‘호모레프트, 왼손잡이가 세상을 바꾼다(신현승 옮김·황금나침반 펴냄)’는 왼손잡이들에겐 성경과도 같은 책이다. 세계 인구의 10∼12%를 차지하는 왼손잡이는 왼손을 금기시하는 문화 때문에 억지로 오른손으로 글을 쓰고 음식을 먹도록 박해를 받아 왔다. 오른손잡이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이유만으로 편견에 시달려온 왼손잡이 데이비드 올먼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왼손잡이를 만나고 왼손잡이에 관한 연구조사 자료를 모아 책을 썼다. 저널리스트인 올먼은 ‘뉴스위크’ ‘뉴사이언티스’ 등에 칼럼을 싣고 있다. 오랜 선입견과 조롱, 무시의 결과로 왼손잡이들은 저도 모르게 콤플렉스를 갖게 된다고 올먼은 말했다. 예를 들어 친구 결혼식에서 주례가 신랑이 신부의 오른손을 잡도록 하자 머릿속에는 음흉한 오른손의 지배가 시작됐다는 불만이 차오른다. 식탁에서도 왼손잡이들은 오른손잡이와 수저를 든 손이 부딪히기 때문에 항상 자리를 나중에 선택하거나 구석에 앉고 만다는 것이다. 서방세계에서 왼손잡이는 죄악, 악마숭배, 사탄 등과 연결지어졌다. 가톨릭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왼손잡이는 ‘짐승의 흔적’이라고 가르쳤다. 스코틀랜드인들은 불행한 사람은 왼손잡이 목사에게 세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경에서도 하느님은 오른손으로 자비롭고 신성한 행위를 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오른손잡이가 세상을 지배한 이유에 대해서 진화론은 이렇게 설명한다.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던 원시인류는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비율이 동일했다. 하지만 우측이동 유전자가 좌뇌에 특정작용을 일으켜 인간의 말하는 능력과 두뇌를 발전하게 하면서 왼손잡이는 점점 줄어들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진화론은 단지 인간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며, 언어의 필요조건으로서 우측이동 개념은 폐기대상이라고 밝힌다. 어떤 논문은 왼손잡이가 유전자가 아닌 사회적 도태 때문에 줄었다고 주장했다. 일부 과학자는 진화설의 관점에서 왼손잡이가 성적 매력을 갖고 있어 존속됐다고도 말했다. 저자는 왼손잡이와 관련된 수많은 연구가 계속 진행중이어서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다며 책을 마무리한다. 왼손잡이들에게 이 책은 왜 왼손잡이가 특별한 존재인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하다.272쪽.1만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기고] 농업 투자·융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박해상 농림부 차관

    어떤 이들은 농업 투·융자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농업에 많은 돈을 썼는데 ‘농업인들은 왜 여전히 소득이 적은지’,‘소비자들은 왜 비싼 농산물을 사먹어야 하는지’ 등의 의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농업 투·융자 몇 조원에는 국민 전체를 위한 예산이 포함돼 있다. 경지정리를 하고 농업용수를 개발하는 데 들어간 돈은 ‘대한민국 식량안보’를 위한 투자이다. 또 식량안보는 국가의 기반을 유지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농지정리도 안 해주고 농업인에게 농사를 지으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도매시장이나 산지의 농산물유통시설을 짓는 데 들어간 돈도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다. 물론 농업인도 이득을 본다. 하지만 소비자는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그 혜택을 함께 누린다. 농업 투·융자에는 농촌을 가꾸는 데 쓰는 예산도 적지 않다. 이 예산은 마을 안길 포장, 낙후된 상하수도 공사, 주택 개량 등에 쓰인다. 농촌에는 농업인만 사는 것이 아니다. 농촌 주민 셋 중 둘은 농업인이 아니다. 농촌의 삶의 질을 높여주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결국 도시로 몰릴 것이다. 그로 인한 도시의 혼잡비용은 어차피 우리 모두가 부담해야 한다. 농업인에게 직접 지원되는 돈은 전체 투·융자의 35% 정도이다. 이 중에서도 약 70%는 빌려주는 돈이다. 물론 다른 융자에 비해 이자가 조금 저렴하고 상환기간이 길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우리의 농업인 지원은 아직도 미약하다. 미국 쌀 농가들이 시장에서 쌀을 팔아 얻는 수입은 생산비의 절반도 안 된다. 적정 이윤을 포함한 나머지 돈은 정부가 재정에서 지원한다. 우리나라는 농가소득의 5% 정도를 재정에서 지원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15%에서 30%까지 지원한다. 왜 선진국이 농업에 그렇게 많은 돈을 지원해줄까. 한마디로 ‘식량은 안보이고 농업은 고용산업’이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처럼 식량이 남는 시대에는 ‘안보산업론’이 피부에 와 닿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고용에 관한 한 농업부문은 국민경제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은 농산물을 직접 생산하는 것 외에 비료, 종자, 사료, 각종 시설자재의 생산에서 식품의 가공, 유통, 판매까지 수많은 연관 산업을 가지고 있다. 농업 투·융자를 이야기할 때는 농업과 농업연관 산업이 전체 고용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농업 투·융자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여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귀중한 돈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선정된 젊은 농업인 후계자 12만명 중에서 현재 약 10만명이 우리의 농촌을 지키고 있다. 이것은 분명 성공한 투자라고 할 수 있지만, 실패한 사람을 좀 더 줄일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정부는 농업·농촌에 대한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농업인 개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평균적인 지원은 지양하고 능력과 발전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위주로 지원할 계획이다. 영농규모가 아주 적거나 부업으로, 또는 취미삼아 농사를 짓는 농가는 지원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다. 고령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이들의 생계 유지를 위해 복지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강구해 나갈 것이다. 얼마 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됐고 한·EU FTA협상이 이제 막 시작됐다. 이어 세계무역기구(WTO)가 또 관세를 낮추고 보조금을 줄이자는 협상을 계속하자고 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농업과 관련 산업, 그리고 우리의 귀중한 일자리를 보호할 대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서 농업에 대한 따뜻한 이해의 눈길과 깊은 관심, 그리고 농업인의 책임있는 자세가 더욱 요구되는 때이다. 박해상 농림부 차관
  • [씨줄날줄] 껍데기 가족/육철수 논설위원

    형아 아우야 네 살을 만져보라/뉘 손에 모양조차 같을손가/한 젖 먹고 길러 나서 딴 마음을 먹지 마라…. 송강 정철은 ‘훈민가’에서 같은 부모 밑에 태어난 형제들의 우애와 효도를 강조하며 이렇게 읊었다. 또 다산 정약용은 ‘권효문’에서 “형제란 나와 부모를 함께하고 있으니, 이 또한 나일 뿐이다. 얼굴 모습이나 나이가 다르지만 서로 우애하지 않으면 이것은 나를 멀리함이다.”라고 일깨웠다. 혈육의 정과 가족사랑은 세월이 흐른다고 변하기 어려운 가치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 중심의 핵가족이 보편화된 지금, 식구끼리 끈끈한 정마저 메말라가는 것은 못내 안타깝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해뜨기 무섭게 부모는 일터로, 아이들은 학교·학원으로 밤늦도록 뿔뿔이 흩어진다. 현실은, 한 집에 살면서도 얼굴 마주보고 부모형제간 사랑을 다질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겉은 가족이되, 가슴에 정과 사랑이 텅텅 비었으니 요즘엔 진정한 가족을 찾기도 쉽지 않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10년 후 우리 사회는 더 복잡해지고, 핵가족은 ‘2차 핵분열’을 통해 독신·무자녀·입양·재혼·혼혈·외국인가족 등으로 세분화할 것이라고 한다.2015년쯤이면 편부·편모 가정이 350만가구에 이르고, 독거노인 가정도 지금의 2배 가까운 128만가구로 급증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렇게 되면 가족은 혈연만 남고 기능은 독립하는 단순집합체에 불과할 것이란다. 모양은 가족인데 구성원은 각기 따로 노는, 이른바 ‘조개껍데기 가족’(Shell Family)이 바야흐로 보편적 가족형태로 등장할 것이란 얘기다. 가족의 분화로 부모 마음으로부터 사랑하는 자식이 떠나고, 자식들에겐 효도하고 정신적 안정을 구할 부모가 사라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 사회는 최근 20년 사이에 ‘양부모 가정’이 20%P 떨어져 전체(1700만가구)의 42%에 이를 정도로 급속히 ‘다핵(多核)가족´으로 바뀌고 있다. 시대와 사회의 변화 소용돌이는 이마저 그대로 놔둘 것 같지 않다. 가족 형태의 다양화는 어쩔 수 없겠지만, 생활공동체와 국가 기본조직체로서 가족은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다. 더욱 각박해질 가족의 미래상을 접하니 가정의 소중함이 새삼스럽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김회장 ‘보복폭행’ 조폭 개입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전국 3대 폭력조직의 하나인 ‘범서방파’ 행동대장 출신이 이 사건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사건 당일 폭행현장 3곳 중 2곳에 범서방파 행동대장 출신 오모(54)씨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오씨의 역할과 구체적인 개입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과 폭력조직 사이의 조직적인 연계 여부 등에 수사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오모씨, 사건 보도 직후 해외 도피 경찰은 오씨가 한화 쪽의 지원 요청을 받고 조직원을 데려가 세를 과시한 것으로 보고 오씨와 함께 현장에 갔던 조직원들의 신원과 소재를 쫓고 있다. 경찰은 오씨 같은 거물 조폭이 동원된 이유를 김 회장 측에서 S클럽 종업원들이 폭력조직과 연관된 것으로 추측했기 때문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이는 “화해를 시키러 갔다.”는 김 회장의 진술과 달리 처음부터 보복할 뜻이 있었음을 나타내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오씨는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인 지난달 27일 해외로 도피했다. 오씨는 폭력조직 서방파와 김태촌씨의 존재를 세상에 각인시킨 1986년 7월 ‘인천 뉴송도호텔 사장 피습사건’에 조직원을 동원했고, 같은 해 8월 ‘서진룸살롱 살인사건’에서는 그가 이끌던 서방파의 방계조직 ‘맘보파’ 조직원 4명이 습격을 받아 숨지는 등 굵직한 사건에 이름을 올렸다. 범서방파의 부두목급인 오씨는 90년 2월 김태촌씨의 범죄행각을 관계기관에 진정한 손모씨를 납치,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고 감금폭행해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된 바 있으며 현재 경찰의 관리 대상자다. ‘보복 폭행’ 사건에 조폭 동원 정황이 드러나자 온라인도 달아올랐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roseinthesky’란 누리꾼은 “영화에서 회장님들이 조폭에게 이것저것 사주하는 얘기가 허구라 생각했는데 현실로 나타났다.”며 놀라워했다.●피해자들 경찰이 신변 보호 ‘잠적 3인방’ 가운데 한화그룹 협력업체 D토건 김모(49) 사장이 7일 오후 8시쯤 변호사와 함께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김 사장을 상대로 사건 당일 한화그룹 김모 부속실장과 통화한 경위와 한화 측 요청으로 폭행 현장에 인력을 동원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김 사장은 김승연 회장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으며 공범 관계를 집중 조사할 것”이라면서 “진술이 불명확할 땐 피해자들과의 대질신문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잠적해온 김 회장의 최측근인 김모 실장도 8일 자진출두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북창동 S클럽 피해자들은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은 “피해자들이 보복을 두려워해 신변보호를 요청해 왔다. 피해자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지만 적절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다.●경찰, 김승연회장 영장신청 신중 경찰은 영장 신청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일반적인 폭력 사건이라면 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과 지금까지 확보된 정황 증거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상대가 최고의 변호인단을 꾸린 재벌총수로 달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데다 50여일이 지나 증거 인멸 우려도 희박해 영장 발부가 만만찮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경찰이 “지금까지의 수사만으로도 영장은 문제없다.”면서도 보강수사에 집중하는 이유다. 홍영기 서울청장은 “영장이 늦어지는 것은 영장 자체에 대한 염려 때문이 아니라 자료를 보완하기 위해서”라면서도 “(8일 영장신청이 가능할지는) 글쎄요….”라고 말을 흐린 것도 같은 이유다. 수사팀 관계자도 “조폭 개입까지 철저하게 수사해 영장 신청을 해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물론 김 회장에 대한 영장 신청이 마냥 늦춰질 수는 없다. 거물 조폭이 관련된 구체적 정황을 파악한 경찰로선 압수수색물과 통신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비하인드 뉴스] 정부부처 ‘기자실 폐쇄’ 싸고 술렁

    [비하인드 뉴스] 정부부처 ‘기자실 폐쇄’ 싸고 술렁

    ●한은 직원 잇단 사고는 나쁜 풍수탓? 지난 3일 살던 아파트에서 불이 나 젊은 나이에 아깝게 세상을 등진 한국은행 팀장의 상가에서 ‘한은 소공동 별관’의 풍수가 ‘도마’에 올랐다. 한은 소공동 별관은 옛날 상업은행 본점 자리로,2005년 한은이 인수했다. 남산 3호 터널에서 나쁜 기운이 밀려와 정면에서 때리는 자리라는 소문이 있던 탓에, 한은도 소공동 별관을 내면서 출입문의 위치를 정면에서 오른쪽 옆으로 살짝 틀기까지 했었다. 최근 한은에서는 화재, 교통사고, 자살 등으로 직원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언론 접근 원천봉쇄 의도… 得보다 失” 국정홍보처가 기자실 폐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관가 주변이 술렁이고 있다. 홍보처는 부처별로 독립된 기자실은 모두 없애고 통합 브리핑실은 유지하되 기자들이 상주하지 못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경찰서내 기자실은 폐쇄하는 게 확실시된다. 그러나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부처별 공보 담장자들이 지난달 평창 세미나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는데도 굳이 홍보처가 강행하려는 배경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책을 책임지고 설명할 대변인제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자실을 없애고 브리핑실만 유지하는 것은 언론의 접근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국세청 등 일부 힘있는 기관에서는 기자실 운영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BDA자금 수출입은행으로 이체 검토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예치된 북한 자금의 인출과 관련, 우리 정부가 한때 수출입은행으로 계좌 이체를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BDA가 자금세탁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각국 은행들이 자금 이체를 꺼리자 ‘고육지책’으로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을 고려했던 것. 하지만 수출입은행이 강력히 반발하고 재정경제부 등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 없던 일이 됐다. ●우리은행장 보험계리사회장직 연임 논란 보험사에서 보험료율 등을 계산하는 보험계리사들의 모임인 한국보험계리사회 회장은 박해춘 우리은행장이다. 박 행장은 서울보증보험 사장이던 2003년,3년 임기의 회장을 맡았다. 임기가 끝나는 2006년에는 LG카드 사장임에도 연임을 했고 1년만인 올해 우리은행장으로 옮겼다. 보험계리사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보험계리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데 박 행장은 계리사 시험 초기 합격멤버다. 현재 계리사회 회원수는 800여명. 보험업계 일부에서는 “은행장이 된 상태에서도 보험계리사회 회장직을 유지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자배법 통과 1등 공신은 의사협회” 지난달 말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데 대한 1등 공신은 대한의사협회라는 손해보험업계의 자평이다. 개정안에 따라 교통사고 환자가 외출·외박할 경우 병원은 이를 반드시 기록해야 하고 위반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또 보험회사가 외출·외박기록을 볼 수 있도록 해 ‘나이롱환자’나 보험사기의 근거자료를 확보하기가 쉬워졌다. 그동안 의사협회는 보험사의 행정편의만을 위한 법이라며 반대해왔으나 최근 의협의 로비의혹이 불거지면서 어느 국회의원도 일체 반대의견을 개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구원이 눈엣가시? 금융연구원이 최근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따가운 눈총과 압력을 받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자본시장통합법안의 주요 현안인 증권사 지급결제 허용에 반대하는 논조의 보고서를 냈고,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시키는 현재의 법안을 완화시키자는 논리에도 꾸준히 반대해왔다. 때문에 소신있는 의견을 밝혔다가 재경부나 금감위에게 ‘눈엣가시’가 돼 버렸다고 금융연구원측이 하소연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시중은행들이 출자해 세운 사단법인인데, 인허가권은 재경부에 있어 금융연구원 사람들은 더욱 ‘좌불안석’이다. 경제부
  • [김승연회장 보복폭행 혐의 수사] 영장 발부엔 이견 혐의는 구속 수준

    한화 김승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이 임박해지면서 영장이 과연 발부될지 관심이 모아진다.4일 변호사들은 김 회장이 청계산과 청담동 G가라오케를 다녀가 피해자들을 폭행한 혐의가 소명된다면 혐의 자체는 구속할 만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의 구속사유인 증거인멸과 도주우려 가능성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증거 확보되면 영장발부 가능성 민주노총 법률원의 서상범 변호사는 “야간에 위험한 물건을 갖고 가 집단으로 피해자들을 폭행했다면, 구속사유에 해당한다. 증거인멸 대목에서도 피해자와 물밑 접촉을 해 말을 맞출 가능성이 있으니 영장을 청구할 이유는 충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만 이 혐의를 어디까지 소명할 수 있을지는 문제”라고 단서를 달았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어느 정도로 볼 것인지가 구속 단계에서부터 관건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김 회장 승용차에 있던 내비게이션 자료를 분석하고, 청계산 근처 휴대전화 기지국에 걸린 통화내역 조회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결과가 구속영장 발부 단계에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검찰 출신 박만 변호사는 “우발적으로 일어난 범죄가 아니라 보복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면 구속사안”이라면서 “다만 이를 입증할 증거가 어디까지 나올지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피해자측과 합의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김 회장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합의의 성질이 또다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도주우려·증거인멸 가능성 살펴야 부장판사 출신 손윤하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얘기들도 흘러나와 사건이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김 회장에 대해 적용되는 혐의와 소명자료 등을 면밀히 살펴 법원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하지만 대그룹 회장이 도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수사에서 확보할 수 있는 증거도 많이 확보한 것으로 보여 증거인멸 우려도 회의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3월8일 오후 9∼11시 보복폭행의 원인이 된 이날 새벽 폭행 사건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손 변호사는 지적했다. 그는 “김 회장의 차남을 폭행하고 명함을 던져주며 억울하면 찾아오라고 한게 사실이라면, 이 부분도 정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난민 어린이들 “우리도 학생됐어요”

    콩고 출신인 유니스(3)는 어린이날부터 학교에 다닌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5일 난민 가정 자녀를 위한 ‘열국(列國) 아이 학교’가 문을 열기 때문이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난민 지원단체인 ‘피난처’는 한국 내 콩고·방글라데시·미얀마·코트디부아르 등지의 난민 가정 자녀 21명 전원을 한 곳에 모아 가르치겠다는 희망속에 지난 1년간 준비한 끝에 학교를 열게 됐다. 유니스의 아버지 치뭉구(33·가명)와 어머니 구달라(27·가명)는 2000년 한국에 왔다. 내전 중인 콩고에서 반전운동을 주도한 치뭉구는 징집과 체포의 위협을 피해 한국행을 택했고, 입국하자마자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6년 만에 고등법원의 난민 인정판결을 받을 수 있었고, 지금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경기 안산에서 자동차 타이어공장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1999년 설립된 이래 유니스 부모처럼 내전과 박해를 피해 한국을 찾은 난민들을 도와온 피난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난민 자녀들을 위한 학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호택(48) 대표는 “홀로 한국에서 힘겹게 생활하는 난민들이 점차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갖게 되면서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학교가 절실하게 요구됐다.”고 말했다. 피난처는 개교에 앞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5명의 난민 학생을 모아 4월 한 달간 시범학교도 운영했다. 콩고 아이가 4명, 방글라데시 소수민족인 줌마족 아이가 1명. 여기에 함께 공부할 한국 아이가 5명이다. 이 대표도 자신의 두 딸을 열국학교 학생으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피부색이 검은 친구들을 본 한국 아이들이 “까만 게 다섯 마리 왔다.”며 멀리했다. 유니스는 한국 아이들을 꼬집었고, 다이엘(6)은 주눅든 듯 행동이 부자연스러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매주 토요일 열리는 수업 때마다 아이들은 가까워졌고, 지금은 일주일 내내 수업시간을 기다린다. 앞으로 열국학교 아이들은 한국 아이들과 짝을 이뤄 주말마다 음악과 미술을 배우고, 한 달에 한 번씩은 함께 놀이공원을 찾거나 각국의 전통 음식을 만드는 등 문화 체험도 할 예정이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사설] 지역 일꾼 공천배제 정치권이 나서라

    우리는 지난해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군·구 단위 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하도록 촉구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기초단체장과 함께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제를 확대하는 쪽으로 법을 고쳤다. 그 후유증이 지금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음 지방선거에 임박해서는 바로잡기 힘들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17대 국회가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 후보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법무부가 그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5·31 지방선거에서 적발된 공천 관련 선거사범 숫자가 2002년 선거때보다 두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군수·구청장과 지방의원 후보 공천은 암암리에 정치자금을 조달하는 창구가 되었다. 지역주의 폐단으로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공천은 당선을 의미한다는 인식이 퍼졌고 기초단체장은 얼마, 기초의원은 얼마 하는 식으로 공천헌금 가격표가 떠돌기도 했다. 불법 정치자금을 내고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이들은 그를 만회하려 비리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방행정이 중앙정치에 휘둘리는 현상도 심각하게 표출되었다. 기초의회의장협의회 등은 기회 있을 때마다 금권·타락 정치 근절을 위해 기초의원·단체장 정당공천제를 폐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정치권이 꿈쩍 않자 이번에는 유권자들이 표로 심판했다. 지난 4·25 재·보궐선거에서 무소속을 대거 당선시킴으로써 중앙 정치인들의 횡포에 경고를 보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공천헌금 행태를 비난하고, 법무부가 기초단체장 공천배제 입법의견을 내자 한나라당이 발끈했다. 자신을 겨냥한 정치행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스스로를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재·보선 후 내분을 겨우 봉합했지만, 비리를 막을 근본 장치를 만들지 않으면 올 대선을 포함해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다. 한나라당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란다.
  • 두산건설 사장에 ‘대우맨’ 김기동씨

    두산그룹이 2일 두산건설 신임 사장에 김기동(56) 대우건설 부사장을 영입했다. 두산측은 “김 신임사장이 건설 현장 경험과 전문 지식이 해박해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있을 현대건설 인수전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 신임 사장은 서울대 공업교육학과를 나와 건축학 박사학위를 땄다.
  • [부고]

    ●이을식(전 전라남도지사)씨 별세 형국(한림대 석좌교수)형교(재미 한의사)형철(미국 거주)씨 부친상 정시채(전 농림부 장관)김동신(전 국방부 장관)씨 빙부상 1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4일 오전 9시 (02)392-0299●김경술(경북 경주시 부시장)경룡(경주시 축수산과 담당)씨 모친상 1일 동국대 경주병원, 발인 3일 오전 10시 (054)776-9411●장은수(전 알티전자 전무이사)씨 모친상 1일 건국대병원, 발인 3일 오전 7시 (02)2030-7903●김창곤(국민은행 서여의도법인영업부장)천곤(고성해수랜드 대표)씨 모친상 이상탁(샛별식품 대표)박용태(전 한미연합사 근무)박해철(오구종합건설 대표)씨 빙부상 1일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 발인 4일 오전 8시 (051)628-0141●현경택(아토즈컨설팅그룹 대표)씨 부친상 김갑수(영화배우)씨 빙부상 3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일 오전 8시 (02)3010-2235●신현홍(대구 동촌초등학교 교장)씨 상배 인철(농협 대구 봉덕지점 과장)씨 모친상 30일 경북대병원, 발인 2일 오전 9시 (053)420-6145●이재태(우정사업본부 서울체신청 업무국장)씨 별세 30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2일 오전 10시 (02)590-2697●황영하(전 농업진흥공사 이사)씨 별세 규찬(황내과의원장)규대(경희대 교수)씨 부친상 송명희(오산정신병원 약사)씨 시부상 신중식(국민대 명예교수)박경종(박치과의원장)씨 빙부상 1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3일 오전 5시40분 (02)590-2660●최규득(전 국방과학연구소 기획관리실장)씨 별세 진혁(아주대 의대 교수)윤희(가톨릭의대 초빙교수)씨 부친상 오민정(고려대 의대 교수)씨 시부상 조영진(가톨릭의대 교수)양현호(천혜산업개발 대표)씨 빙부상 1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3일 오전 7시30분 (02)590-2540●박이갑(전 이대부속병원장)씨 별세 명률(박명률정형외과 원장)미경(서강소아과 〃)명선(전주대 교수)씨 부친상 서동진(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이강인(스포타임 대표)씨 빙부상 김자예(김자예소아과 원장)씨 시부상 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일 오전 7시 (02)3010-2631
  • 5월 내내 공짜 영화 본다~

    5월 내내 공짜 영화 본다~

    서울시는 29일 한국영화인협회와 공동으로 5월 한달 동안 한강시민공원 여의지구 청소년광장에서 ‘대종상 영화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시상식만 진행되던 대종상영화제를 올해 영화 상영회로 확대 개편해, 영화제 출품작 66편 중 15세 미만도 관람할 수 있는 31편을 상영한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인 ‘천년학’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흥행하고 있는 ‘괴물’‘마음이’‘아이스케키’‘날아라 허동구’‘미녀는 괴로워’‘극락도 살인사건’ 등을 매일 두 편씩 볼 수 있다. 상영 전에는 영화감독과 출연배우들이 나오는 인터뷰, 공연 등 특별 이벤트도 가질 예정이다. 영화 포스터·영화 장비 전시회, 영화 세트장 체험 등도 함께 마련했다.5월1일 첫날에는 개막식에 이어 한강을 배경으로 한 영화 ‘괴물’을 선보인다.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고아성 등 주연배우들이 참석하는 공개 인터뷰가 있다. 대종상영화제 홈페이지(www.daejongsang.com)에서도 다양한 내용을 볼 수 있다. 한편 올해 대종상영화제는 6월1일 한강 여의지구에서 개막식을 가진 뒤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상식을 연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세기의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 사망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첼리스트 겸 지휘자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가 27일 사망했다고 그의 대변인 나탈리아 돌레잘이 밝혔다.80세.로스트로포비치는 지난해 말부터 공개되지 않은 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왔는데, 러시아 언론들은 간종양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궁에서 차려준 80세 생일 축하연에 참석하기도 했지만 4월 들어 건강이 악화됐다. 로스트로포비치는 1927년 아제르바이잔 바쿠 태생으로 모스크바 국립 콘서바토리를 졸업한 뒤 1945년 소련 국제음악콩쿠르에서 황금상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등 최고의 음악가들을 사사했으며 첼리스트는 물론 지휘자로서도 큰 명성을 떨쳤다. 소련 시절 인민예술가 칭호와 함께 예술 분야 최고의 권위인 레닌 및 스탈린 상을 받았다. 하지만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반체제 작품을 써온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을 옹호하다가 박해를 받아 1974년 서방으로 망명했다. 파리에 체류하던 1978년 성악가인 부인 갈리나 비시네프스카야와 함께 소련 시민권을 박탈당했지만 1990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에 의해 복권돼 러시아로 되돌아왔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로스트로포비치를 현존하는 최고의 음악인으로 호칭했다.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서베를린쪽 벽 아래에서 연주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세기의 명연주로 기억되고 있다. 그는 특히 한국의 첼리스트 장한나(25·당시 11세)를 자신의 이름을 딴 콩쿠르를 통해 발탁한 것으로 유명하다. 유럽순회 공연차 파리에 머물고 있는 장한나씨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나에게 있어 진정한 스승은 로스트로포비치와 미샤 마이스키 둘 뿐이었다.”며 “갑자기 허전한 느낌이 밀려온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녀는 “스승님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족함이 없이 음악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김수정기자연합뉴스 crystal@seoul.co.kr
  • [제17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2회전(3국)] 외형보다는 실속이 중요하다

    [제17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2회전(3국)] 외형보다는 실속이 중요하다

    제6보(58∼74) 수읽기에 몰두한 두 기사의 대국 장면을 보는 것은 참 재미있다. 어려운 장면이 찾아왔을 때 김주호 7단은 마치 조치훈 9단을 연상시키듯, 머리를 심하게 헝클어트리며 반면을 응시한다. 진동규 3단 역시 머리 쪽으로 손이 가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김주호 7단과는 달리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돌돌 말면서 수읽기를 한다. 요즘 신세대 기사들은 대체로 의상이나 헤어스타일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는 편이다. 하지만 두 기사는 그런 쪽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승부에만 전념을 하는 듯하다. 백58은 굴욕적인 모양이지만 일단 급한 불을 끄고 훗날을 도모하겠다는 뜻이다. 상대의 굴복을 받아낸 진동규 3단은 흑59로 연결하면서 다시 여유를 찾는다. 이 장면에서 우변을 바라보는 두 기사의 시각은 달랐다. 진동규 3단이 허술한 우변 백에 대한 노림을 계속 간직하고 있는 반면, 김주호 7단은 우변을 가볍게 처리하는 대신 중앙 쪽으로 전력을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백60,62로 활용을 하고 64로 중앙 흑 넉점을 압박해간 것이 김주호 7단의 의중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흑65,67이 진동규 3단이 준비하고 있던 강타. 백이 71다음 계속해서 수상전을 벌이고자 하는 것은 <참고도1>에서 보듯 흑8로 키워 죽이는 맥이 있어 백이 한수 부족이다. 그러나 백에게도 대책은 있다. <참고도2>의 그림이 바로 그것인데 백이 5까지 늘어둔 다음 7을 선수하고 9로 씌우면 백돌을 잡힌 대가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실전도 대동소이한 진행이다. 다만 <참고도2> 백5까지의 교환을 보류한 채 백72를 먼저 둔 것이다. 최준원 comos545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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