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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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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된 ‘베트남의 별’

    별이 된 ‘베트남의 별’

     ‘영원한 무인’으로 평가받는 채명신 전 주월 한국군사령관(예비역 중장)이 25일 별세했다. 87세.  고인은 황해도 곡산에서 항일운동가였던 아버지와 독실한 크리스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평양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진남포 소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지만, 소련군 주둔 이후인 1947년 공산주의를 피해 가족들과 생이별하고 홀로 월남했다. 모태신앙을 지닌 그는 목사가 되겠다는 꿈을 접고 1948년 조선경비사관학교(육군사관학교 전신) 제5기로 임관했다.  1948년 제주 4·3사건 때 9연대로 발령받아 토벌작전에 가담했다. 6·25전쟁 때에는 육군 중령으로 한국군 최초의 유격대로 불리는 ‘백골병단’을 이끌고 신화적인 전공을 세웠다.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황이 급박해진 1951년 1·4후퇴 무렵, 대구에서 단 3주간 교육을 받고 전선에 투입된 백골부대는 정식 군번도 없이 적 후방으로 침투해 교란작전을 벌였다. 인민군 중장이자 빨치산 총사령관인 길원팔을 육박전 끝에 생포하기도 했다. 악전고투 끝에 1951년 4월 강릉으로 귀환했을 때 살아남은 병력은 647명 중 283명밖에 되지 않았다.  휴전 후 9사단 참모장이던 박정희 당시 대령과 인연을 맺었다. 백골병단 생존자들과 강릉을 찾은 그를 박정희 대령은 ‘죽을 줄 알면서도 이북에 들어가 게릴라전을 하니 대단하다’며 고깃집으로 데려가 위로해 주었다고 한다. 그때의 인연으로 5·16 군사쿠데타에 가담했다. 5사단장이던 그는 휘하 병력을 이끌고 동대문 근처까지 진출, 박정희 당시 소장을 도왔다. 당시 혁명 5인 위원회와 국가재건최고회의에 참여했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은 그에게 3차례에 걸쳐 자신을 도와 정치를 같이하자고 했지만, 군복이 더 좋다면서 과감히 돌아섰다. 1965년 8월 맹호부대장 겸 초대 주월 한국군 사령관을 맡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기 직전인 1969년 4월 헬리콥터로 이동 도중 베트콩의 공격을 받고 국군 28연대 주둔지역인 투이 호아에서 헬기가 추락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1969년 귀국한 이후 2군사령관으로 부임했다. 1972년 박 대통령은 그를 불러 유신의 뜻을 내비치며 군부 내의 지지를 이끌어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반대했다. 결국 대장 진급에서 탈락하고 같은 해 6월 전역했다. 사실상 강제 예편이었다. 이후 스웨덴, 그리스, 브라질 대사 등을 역임했다.  군 복무기간 6·25전쟁과 베트남전에서 세운 공로로 태극무공훈장, 충무무공훈장, 화랑무공훈장, 을지무공훈장 등의 훈장을 받았다. 베트남 최고2등훈장, 미국 공로훈장, 타이완 공로훈장, 필리핀 명예훈장, 태국 왕관훈장, 브라질 문화훈장 등 외국 훈장도 다수 받았다.  2000년 베트남 참전 전우회 회장과 2004년 사단법인 6·25참전유공자회 회장을 거쳐 같은 해 베트남참전유공전우회 총재 등을 맡아 활동했다. 저서로는 ‘베트남전쟁과 나(회고록)’, ‘사선을 넘고 넘어’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문정인 여사와 1남 2녀가 있다. 장례는 육군장으로 치러지며, 28일 발인을 거쳐 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 (02)3010-2631.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별이 된 ‘베트남의 별’

    별이 된 ‘베트남의 별’

    ‘영원한 무인’으로 평가받는 채명신 전 주월 한국군사령관(예비역 중장)이 25일 별세했다. 87세. 고인은 황해도 곡산에서 항일운동가였던 아버지와 독실한 크리스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평양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진남포 소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지만, 소련군 주둔 이후인 1947년 공산주의를 피해 가족들과 생이별하고 홀로 월남했다. 모태신앙을 지닌 그는 목사가 되겠다는 꿈을 접고 1948년 조선경비사관학교(육군사관학교 전신) 제5기로 임관했다. 1948년 제주 4·3사건 때 9연대로 발령받아 토벌작전에 가담했다. 6·25전쟁 때에는 육군 중령으로 한국군 최초의 유격대로 불리는 ‘백골병단’을 이끌고 신화적인 전공을 세웠다.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황이 급박해진 1951년 1·4후퇴 무렵, 대구에서 단 3주간 교육을 받고 전선에 투입된 백골부대는 정식 군번도 없이 적 후방으로 침투해 교란작전을 벌였다. 인민군 중장이자 빨치산 총사령관인 길원팔을 육박전 끝에 생포하기도 했다. 악전고투 끝에 1951년 4월 강릉으로 귀환했을 때 살아남은 병력은 647명 중 283명밖에 되지 않았다. 휴전 후 9사단 참모장이던 박정희 당시 대령과 인연을 맺었다. 백골병단 생존자들과 강릉을 찾은 그를 박정희 대령은 ‘죽을 줄 알면서도 이북에 들어가 게릴라전을 하니 대단하다’며 고깃집으로 데려가 위로해 주었다고 한다. 그때의 인연으로 5·16 군사쿠데타에 가담했다. 5사단장이던 그는 휘하 병력을 이끌고 동대문 근처까지 진출, 박정희 당시 소장을 도왔다. 당시 혁명 5인 위원회와 국가재건최고회의에 참여했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은 그에게 3차례에 걸쳐 자신을 도와 정치를 같이하자고 했지만, 군복이 더 좋다면서 과감히 돌아섰다. 1965년 8월 맹호부대장 겸 초대 주월 한국군 사령관을 맡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기 직전인 1969년 4월 헬리콥터로 이동 도중 베트콩의 공격을 받고 국군 28연대 주둔지역인 투이 호아에서 헬기가 추락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1969년 귀국한 이후 2군사령관으로 부임했다. 1972년 박 대통령은 그를 불러 유신의 뜻을 내비치며 군부 내의 지지를 이끌어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반대했다. 결국 대장 진급에서 탈락하고 같은 해 6월 전역했다. 사실상 강제 예편이었다. 군 복무기간 6·25전쟁과 베트남전에서 세운 공로로 태극무공훈장, 충무무공훈장, 화랑무공훈장, 을지무공훈장 등의 훈장을 받았다. 베트남 최고2등훈장, 미국 공로훈장, 타이완 공로훈장, 필리핀 명예훈장, 태국 왕관훈장, 브라질 문화훈장 등 외국 훈장도 다수 받았다. 2000년 베트남 참전 전우회 회장과 2004년 사단법인 6·25참전유공자회 회장을 거쳐 같은 해 베트남참전유공전우회 총재 등을 맡아 활동했다. 저서로는 ‘베트남전쟁과 나(회고록)’, ‘사선을 넘고 넘어’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문정인 여사와 1남 2녀가 있다. 장례는 육군장으로 치러지며, 28일 발인을 거쳐 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 (02)3010-2631.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에일리 추정 누드’, 9월에 이미 공개됐다

    가수 에일리의 ‘누드사진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문제의 사진들은 지난 9월 한 성인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류 연예 정보 사이트 올케이팝은 ‘데뷔 전 에일리로 추정되는 누드사진 유출’이라는 제목으로 한 여성의 노출 사진 여러 장을 공개하면서 “사진은 흐릿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 스스로 판단하라”고 밝혔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옷을 전혀 걸치지 않은 상태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한 여성의 모습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 사진이 처음으로 게시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올케이팝이 아니었다. 확인 결과 올케이팝이 올린 사진 가운데 4장은 이미 한 외국계 포털사이트가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공개된 것이었다. 문제의 블로그는 주로 아시아계 여성들의 누드 사진들을 모아 올리는 곳으로 운영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11일 올케이팝이 에일리의 누드라고 공개된 사진은 지난 9월 20일 이 블로그에 올라와 있던 사진들이었다. 즉 올케이팝은 이 블로그의 사진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고 사진의 주인공이 에일리라는 증거는 그만큼 희박해진다. 우연히 찾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의 누드 사진이 단지 얼굴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에일리로 둔갑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에일리의 전 남자친구가 올케이팝에서 일하고 있으며 그가 이 사진을 올렸다는 주장도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에일리의 소속사인 YMC엔터테인먼트는 누드 사진 논란이 확산되자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는 게 우선이며 그 전까지는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다. 현재는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배우 박해진 새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남자’에 캐스팅

    배우 박해진 새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남자’에 캐스팅

    ‘내 딸 서영이’에서 상우 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던 배우 박해진이 SBS 새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남자’에 출연한다. 박해진은 이 드라마에서 댄디한 스타일의 외모와 최고의 브레인을 갖춘 재벌 후계자로 지적이고 매너까지 갖춘 이재경 역을 맡았다. 여자 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의 약혼자 이휘경의 형으로 나온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박지은 작가와 ‘뿌리깊은 나무’의 장태유 PD가 의기투합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 후속으로 12월에 방송될 예정이다.
  • [인사]

    ■미래창조과학부 ◇담당관△미래성장전략 오대현△창조행정 김봉수△국제협력총괄 강병삼△과학기술협력 조남준◇팀장△창조경제진흥 홍성완△인터넷신산업 김정삼△연구기관지원 정택렬◇과장△원천연구 박진선△융합기술 이재범△원자력진흥정책 강건기△과학기술정책 신준호△과기혁신기반 최준환△다부처협업기획 김정태△과기인재기반 조낙현△연구환경안전 김현수△거대공공조정 최정규△생명복지조정 허재용△정보통신방송기술정책 오상진△정보통신방송기반 강도현△정보통신산업 박윤규△소프트웨어정책 김도균△소프트웨어융합 서성일△디지털콘텐츠 이충원△방송산업정책 오용수△디지털방송정책 김진형△지능통신정책 김보열△정책조정지원 권병욱◇국립전파연구원△전파시험인증센터장 김영표◇우정사업본부△이상욱 ■농림축산식품부 ◇부이사관 승진△운영지원과장 이득섭◇과장직위 승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소비안전과장 이재갑△인증관리팀장 권오전◇과장급 전보 <과장>△농촌산업 박성우△농업통상 김경미△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 정혜련△식품산업진흥 김진진△기후변화대응 송태복<팀장>△국가식품클러스터추진 김원일<농림축산검역본부>△식물검역부 위험관리과장 양주필<국립종자원>△전남지원장 조장용 ■한국대학신문 △고문 이기우 ■고려대 △연구처장 윤성택△양성평등센터장 윤영미△아세아문제연구소장 이종화 ■도서출판 학고재 △회장 우찬규△대표이사 사장 박해진
  • 빈부격차의 비극 ‘설국열차’ 닮았다

    빈부격차의 비극 ‘설국열차’ 닮았다

    2154년, 인류는 특권층과 빈민층으로 양극화되어 있다. 지구에 버려진 사람들은 가난과 질병이 없는 우주정거장 엘리시움으로의 이주를 꿈꾼다. 맥스(맷 데이먼)는 제조 공정에서 일하는 공장 노동자다. 작업 중 치명적인 양의 방사선에 노출되면서 5일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그가 목숨을 건질 수 있는 방법은 엘리시움에 들어가 최첨단 의료기기의 도움을 받는 것뿐이다. 절박해진 맥스는 무기 회사 사장 칼라일(윌리엄 피츠너)의 뇌 속 정보를 입수해 오면 엘리시움에 보내주겠다는 지하세계 지도자 스파이더(와그너 모라)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들의 계획과는 달리 국방장관 델라코트(조디 포스터)의 사주를 받은 칼라일의 뇌 속에는 엘리시움의 판도를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엄청난 정보가 들어있다. 올여름 마지막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 할 만한 ‘엘리시움’은 노골적인 계급 영화다. 엘리시움을 상징하는 델라코트는 첫 장면에서 순백의 옷을 입고 등장하는 화이트칼라이며, 맥스는 글자 그대로 푸른색 근로복을 입은 블루칼라다. ‘엘리시움’은 신자유주의가 극단으로 물화된 세계를 그린다. “당신이 아니라도 일할 사람은 많다”는 공장 감독관의 엄포에 맥스는 방사능이 가득한 작업 공간으로 내몰린다. 근무 중 화장실 사용은 1회로 제한되고, 감독관은 작업이 지체된다며 노동자를 박대한다. 맥스는 산업 재해를 당한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그에게 회사가 건네는 것은 몇 알의 진통제뿐이다.‘산재 노동자의 체제전복극’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을 위해 닐 블롬캠프 감독은 SF적 상상력을 동원한다. 척추에 특수한 수트를 이식받은 맥스는 엘리시움의 기계 병사에도 맞설 수 있을 만큼 강력해진다. 맥스가 델라코트에게 고용된 지구인 용병 크루거(샬토 코플리)와 대결하면서 액션 영화의 쾌감이 발생한다. 영화는 양극화된 미래세계의 이미지도 충실히 재현한다. 엘리시움의 상류층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흐르는 공간에서 파티를 즐기지만 디스토피아적 지구에 사는 빈민층들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악다구니를 벌인다. 하지만 단점도 적지 않은 영화다. 가장 큰 문제는 매력적인 악당의 부재다. 델라코트와 칼라일은 탐욕에 눈이 멀었을 뿐 전혀 지능적이지 않다. 덩치 큰 느림보에 불과한 크루거에게는 맥스의 상대가 될 만한 카리스마나 강력한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야기의 개연성도 떨어진다. 칼라일은 대통령을 밀어내고 엘리시움을 차지하자는 델라코트의 위험한 제안을 아무런 고민 없이 받아들이고, 맥스의 어린 시절 여자친구인 프레이(앨리스 브라가)는 별다른 맥락 없이 크루거에게 납치된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데 비해 엘리시움의 방어력은 턱없이 낮다. 감독의 전작 ‘디스트릭트 9’이 인종 문제를 SF적 서사로 풀어내며 전 세계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엘리시움’의 완성도는 여러모로 아쉽다. 26일 현재 평점 전문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디스트릭트 9’이 90점의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엘리시움’은 68점에 그친다. 국내 관객이라면 ‘엘리시움’이 시스템의 탈취를, ‘설국열차’가 시스템으로부터의 탈주를 꿈꾼다는 점에서 엇비슷한 주제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109분. 29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내 아이들에게도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배우란 직업, 인생을 걸만하다고…”

    “내 아이들에게도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배우란 직업, 인생을 걸만하다고…”

    나지막하고 안정된 말투, 상대방을 무장 해제시키는 편안한 미소. 국민 배우 한석규(49)가 자신의 이미지에 딱 맞는 옷을 입고 돌아왔다. 새 영화 ‘파파로티’(오는 14일 개봉)에서 한석규는 건달인 성악 천재 장호(이제훈)를 가르치는 까다로운 음악 선생 상진 역을 맡아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한석규에게 모처럼 따뜻한 영화에 출연한 소감부터 물었다. “좋은 선생님, 멘토가 되는 스승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에서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 큰형님도 존경하는 두 분의 선생님 덕분에 본인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부럽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인 데다 캐릭터의 진폭이 큰 인물이라서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한석규와 극 중 배역 상진은 비슷한 구석이 많다. 학창 시절 중창단에서 노래하며 성악가를 꿈꿨던 한석규는 ‘차선책’으로 배우가 됐고, 한때 이탈리아 유학까지 다녀온 촉망받는 성악가였던 영화 속 상진도 자신의 꿈을 접고 지방 예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둘 다 음악을 좋아하는데 꿈을 접었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하지만 제 꿈은 잘 접힌 것 같아요(웃음). 상진은 참 복잡다단한 캐릭터죠. 꿈을 잃어버리고 실패했다는 좌절감에 아무 생각 없이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는 그의 앞에 질투가 날 만큼 뛰어난 제자가 나타납니다. 제자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는 이야기는 꽤 괜찮지 않나요?” 스승과 제자의 평범한 이야기처럼 보이던 영화는 한석규와 이제훈의 실감나는 연기로 생명력을 발휘한다. 처음에는 장호가 건달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래도 시켜 보지 않았던 상진이 장호의 노래를 듣고 감명받는 장면, 고아로 자라 가정 환경이 불우한 장호를 아들처럼 돌보고 제자의 능력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영화는 요즘은 잊힌 사제지간의 정이나 각박해진 사회에서 멘토를 갈구하는 대중의 심리를 관통한다. “평소 교육방송(EBS)의 청소년 대담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데 10대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문제점은 물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시스템도 다 알고 있더군요. 그걸 보며 참 답답했고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마음 같아서는 온 국민이 교육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요즘 시대는 제가 청소년기를 겪었을 때와는 또 다른 상황인 것 같아요. 이번 영화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 역을 맡아 “이런 우라질…” 등의 욕을 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제자에게 “이놈의 XX” 같은 친근한(?) 욕을 상당히 자주 퍼붓는다. “평소에 욕을 거의 안 하는 편인데 이번에 주변에서 잘한다고 부추겨 좀 과하게 선을 넘은 것 같아요. 제가 분위기에 취해 욕을 너무 많이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평상시 촬영 현장에서 후배들과 편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빨리 친해지고 싶을 때 가끔 욕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욕을 하면 다들 놀라요. 우스운가 봐요.” 그는 이번 영화에 함께 출연한 후배 이제훈에 대해 ‘진솔한 배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석규가 출연한 영화 ‘초록물고기’를 초등학교 5학년 때 보고 자란 이제훈은 대선배에게 밀리지 않는 호연을 펼쳤다. “후배로서 제훈이는 정말 최고죠(웃음). 저를 어려워하면서도 좋아해 주는 것이 느껴졌어요. 제훈이의 가장 큰 매력은 연기에 진솔하게 접근한다는 점이죠. 그런 마음은 꼭 분석하지 않아도 관객들에게 읽히거든요. 30~40대가 되면 연기 테크닉은 늘고 싶지 않아도 늘어요. 더 중요한 건 연기에 어떻게 접근하느냐죠. 같은 장면을 찍고 또 찍을 정도로 욕심도 많은 제훈이는 가능성이 많은 배우입니다.” 화두는 자연스럽게 연기 이야기로 이어졌다. ‘접속’ ‘쉬리’ ‘8월의 크리스마스’로 1990년대 충무로를 주름잡았던 1세대 국민 배우 한석규. 하지만 늘 최고였던 그에게 2000년대 접어들어 공백기와 침체기가 찾아왔다. 그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배우 생활 초반이던 30대부터 그런 시기가 올 거라고 예상했어요. 연기가 제게 큰 기쁨을 주는 만큼 언젠가는 깊은 좌절감을 안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그것은 선배도, 후배도,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막상 위기가 닥쳐오니까 힘들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순간에도 나를 끄집어내 주는 것은 결국 연기라고 생각했어요. .” 그가 오랫동안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던 것도 그의 이런 연기관과 관련이 있다. 한석규는 그를 재발견하게 한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가 흥행한 이후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도 모두 거절했다. “시간이 지나서 인터뷰 때 한 말을 돌아보면 후회되기도 하고 덧없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배우는 말로 하기보다는 몸으로 하는 직업이고 연기를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관객은 그냥 제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저를 읽어 냅니다.” 두 차례의 허리 수술 이후 건강상의 문제로 65㎏의 체중을 유지해야 하는 덕에 동안 외모를 간직하고 있다는 한석규. 네 명의 자녀 중에 대를 이어 연기자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저는 누군가 (연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하)정우나 많은 연기자 2세를 보면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어렸을 때부터 당연히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에게 배우는 인생을 걸어 볼 만한 직업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배우는 사람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는 직업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언젠가 한 단어로 규정지을 수 없는 사람을 연기해 보고 싶고요. 저는 아직도 그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이슈&이슈] 대전엑스포공원 내 롯데테마파크 조성 승인 논란

    [이슈&이슈] 대전엑스포공원 내 롯데테마파크 조성 승인 논란

    “개발계획 제출도 안 했는데 무슨 승인이냐.”(지식경제부) “특구개발계획은 정부가 세우는 것이고, 시가 개발 방안을 제시해도 협의조차 응하지 않는데 어떻게 승인을 신청하느냐.”(대전시) 대전엑스포과학공원의 롯데복합테마파크 개발을 놓고 정부와 대전시가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대전시는 1993년 대전엑스포 이후 애물단지가 된 공원의 활성화 방법을 놓고20년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회심의 카드를 내놨으나 복병을 만난 것이다. 이 카드는 롯데테마파크 조성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시 개발계획이 수립된 바 없고, 시에서 상업용지로의 변경 승인을 신청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대전시 관계자는 “개발계획을 다 만들어 놨는데 지경부가 ‘테마파크가 특구 목적에 맞지 않는다’며 협의에 응하지 않는다. 10여 차례 지경부를 찾아갔지만 다 헛수고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관계자는 “공원은 대전시의 것이고, 특구지정은 정부가 해 특구법 규제만 받는다”면서 “특구 역할을 못하는 과학공원을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문제는 대전시와 롯데가 지난해 1월 테마파크 조성 양해각서를 교환하면서 시작됐다. 롯데는 모두 6000억원을 들여 공원 내 33만㎡에 테마파크를 만들어 2016년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이 발표되자 시민단체 등에서 반발했다. 이들은 대덕연구단지가 있고, 엑스포가 개최된 데 따른 과학도시로서의 상징성과 교통문제, 대기업 특혜를 집중 공격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상업·위락시설이 들어서면 과학도시 상징성이 희박해진다. 연간 1100만명이 넘는 테마파크 관람객으로 주변 교통이 혼잡해진다. 대기업에 시민세금으로 기반시설까지 만들어 주는 건 특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 지경부에 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상업용지 변경승인을 내주지 말라고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대전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테마파크가 엑스포과학공원 전체 면적 59만㎡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는 것이다. 스페인 세비야 등 엑스포를 열었던 외국은 당초 목적대로 활용하는 부지 비율이 6%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대전엑스포 상징물인 한빛탑과 엑스포기념관, HD드라마타운 등을 존치 및 신설해 과학도시 상징성을 그대로 살린다는 점도 강조했다. 교통은 2016년 완공되는 카이스트교, 회덕IC와 천변고속화도로 연결, 북대전IC~공원 간 셔틀버스 운행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김용두 시 엑스포재창조계장은 “먼저 사람이 모여야 과학시설도 가치가 높아진다”고 잘라 말했다. 엑스포과학공원은 엑스포가 끝난 뒤 활성화 계획 등이 수없이 나왔고, 대전시도 1999년 정부로부터 이양받은 뒤 공원 활성화를 위해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와 엑스포재창조 사업자 공모 등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롯데는 테마파크 조성으로 세종시, 국제비즈니스과학벨트, 영호남을 아우르는 중부권을 선점해 수익을 창출하고 충남 롯데부여리조트와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테마파크가 1만 8900명의 고용 및 2조 6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日, 朴 취임식에 아소 파견 모리 전 총리 등도 함께

    일본이 오는 25일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과 모리 요시로 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을 특사로 파견하기로 했다. 아소 부총리는 아베 신조 총리에 이은 내각 서열 2인자이고, 기시다 외무상은 대한 외교를 책임지고 있다. 모리 전 총리 역시 최중량급 인사라는 점에서 아베 총리의 한국에 대한 배려가 읽힌다. 14일 NHK와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주요 각료를 박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파견함으로써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냉각된 한·일 관계를 개선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박 당선인이 양국 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데다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긴박해진 한반도 정세를 고려할 때 한·일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4일 누카가 후쿠시로 전 재무상을 특사로 보내 박 당선인에게 일본 방문을 요청하는 한편 자신이 직접 취임식에 참석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한국 측이 대통령 취임식에 외국 정상 대신 각국 대사 등 주한 외교 사절을 공식 초청하겠다고 밝히자 부총리와 외무상을 파견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레미제라블’ 흥행 키워드는 ‘3S 1H’

    ‘레미제라블’ 흥행 키워드는 ‘3S 1H’

    영화 ‘레미제라블’이 17일 관객 500만명을 돌파하며 올겨울 극장가의 최대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고전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두 시간을 훌쩍 넘는 긴 상영 시간에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연결되는 송스루(Song Through) 방식의 뮤지컬 영화라는 한계에도 예상 밖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레미제라블’ 흥행의 원인을 ‘3S 1H’(Star·Synergy·Song·Healing) 법칙으로 분석해봤다. 개봉 5주차를 맞는 ‘레미제라블’은 여전히 평일 5만명, 주말 13만~15만명의 관객이 꾸준히 들고 있다. 이 영화의 수입·배급사인 UPI코리아 측은 당초 뮤지컬 영화인 ‘맘마미아’의 관객 수인 455만명을 잠정적인 목표치로 잡았으나 이 기록을 넘어서자 17일부터 IMAX로 개봉을 하고 2월까지 상영을 계획하는 등 ‘레미제라블’ 열풍을 장기화할 계획이다. 이대로라면 관객 600만명까지 순항해 ‘레미제라블’은 역대 국내 외화 흥행 순위 10위 안에도 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10위권 내에 ‘트랜스포머’, ‘어벤져스’ 등 볼거리 위주의 액션 블록버스터가 인기를 끌었던 것을 감안할 때 고전을 바탕으로 서사성이 강한 외화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개봉 초기 스타 마케팅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을 1차적인 흥행 요인으로 꼽고 있다. 대표적인 친한파 배우 휴 잭맨을 비롯해 앤 해서웨이, 러셀 크로,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한 할리우드 스타들을 내세워 대작 마케팅을 펼쳤다. UPI코리아의 염현정 마케팅부장은 “처음 영화에 대한 출구 조사를 했을 때 20~30대 관객들의 캐스팅 파워에 대한 호감도가 높게 나타났고 연말 이벤트성 영화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작품성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4050까지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배우들의 스타성뿐만 아니라 사랑과 용서, 헌신 등 영화의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기력을 선보이면서 몰입도를 높였다. 이 영화의 홍보 대행사인 레몬트리 박주석 실장은 “뮤지컬 영화는 다소 협소하고 대중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개봉 초반에는 화려한 스타 캐스팅의 대작 영화임을 강조했다”면서 “알 만한 스타들이 실제로 노래를 부르면서 연기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고 말했다. 초반 바람몰이에 성공한 ‘레미제라블’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한 것은 영화와 뮤지컬의 시너지 효과다. 특히 4대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7년 만에 처음 한국어로 정식 공연된 ‘레미제라블’에 대한 희소성은 유독 한국 관객들이 이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영화의 흥행으로 ‘레미제라블’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현재 서울에 앞서 지방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객석 점유율 90%를 넘기며 매진 사례를 이루고 있다. 또한 뮤지컬이 고전의 무게감을 상징과 압축을 통해 잘 표현했다면 영화는 리얼한 사실주의를 통해 인물과 배경 등을 자세히 표현함으로써 뮤지컬의 단점을 보완했다. 전문가들은 영화 ‘레미제라블’이 배우의 예술인 뮤지컬과 감독의 예술인 영화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는 “뮤지컬에서는 생략되거나 압축된 스토리가 영화에서는 논리적으로 충실하게 설명됐고 수록곡의 위치나 디테일에도 변형을 줬다”면서 “음악적인 완성도를 중시하는 뮤지컬에 비해 영화는 음악적인 욕심을 포기했지만, 영화에서는 감정의 포장을 하지 않고 리얼리즘에 가깝게 표현해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해석했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클로즈업이나 화면 분할이 없는 롱테이크 촬영 기법 등을 통해 노래로 연기하는 배우들의 표정이나 상태를 자세히 보여 줌으로써 감정이입을 높였다”고 말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여운이 더 깊게 남았던 것은 배우들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 때문이다. 대사가 일절 등장하지 않는 송스루 방식은 자칫 전개가 느려지고 다소 관객들에게 낯설게 다가갈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영화에서 감정의 진폭을 더 크게 하는 장치로 작용했다. UPI코리아 측은 “자칫 노래 가사 번역이 잘못되면 전달이 풍부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른 영화의 20~30배 이상 번역과 감수에 공을 들였다”면서 “번역에 한국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하고 캐릭터의 이입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물론 여전히 송스루 방식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서사 위주의 원작을 대사보다 노래로 표현한 것이 감정 전달이나 몰입에 더 수월하게 했다는 평가도 많다. ‘레미제라블’의 OST는 더블 플래티넘을 기록했고 더욱 유명해졌다. 강유정 평론가는 “말은 이성적인 수단이지만 노래는 감성적이기 때문에 정서적인 감염력이 높고 감정 상태의 극대화를 가져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원종원 교수는 “주요한 멜로디를 여러 상황에 맞게 변형해 반복적으로 등장시키고 각각의 등장인물에 맞는 ‘캐릭터송’이 적절히 사용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레미제라블’의 흥행에 불을 지핀 것은 정치·사회적인 치유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후반부 실패한 혁명에 대한 메시지가 대선 결과와 맞물리며 일명 ‘48%를 위한 힐링무비’라는 정치적인 해석을 낳기도 했다. 영화 마지막에 거대한 바리케이드가 펼쳐지며 합창곡으로 울려 퍼지는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진 것이다. 또한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왕정복고에 의한 반동과 1830년 7월 혁명의 실패, 1848년 2월 혁명을 통해 1875년 프랑스가 끝내 공화정으로 가는 지난한 과정의 한 부분을 담은 영화의 시대적 배경도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연상시켰다는 평가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나 1987년 민주화운동 과정의 대규모 시위 등을 떠올린 사람도 적지 않았다. 경제적인 양극화와 정치적인 무력감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와 오버랩됐다는 분석도 있다. 영화 관계자들은 영화가 야당 지지자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관객들에게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염현정 부장은 “레미제라블은 고전인 만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과 용서라는 보편적인 인간애를 다루고 있다. 용서하고 헌신하는 장발장과 타협하지 못하는 법치주의자 자베르, 비참한 판틴의 애끓는 모성애와 에포닌의 절절한 짝사랑 등 각자의 처지에 맞게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주석 실장은 “초반에는 개인적인 힐링에 초점을 맞췄지만 대선을 지나면서 정치적이고 집단적인 힐링 무비로 각광받으면서 흥행에 탄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화 평론가 정지욱씨는 “레미제라블은 각박해진 사회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고난과 역경 뒤에 희망이 찾아온다는 메시지가 정치·사회적으로 관객들에게 힐링을 준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박해진, 아직은 연하남 이미지…이제는 냉철한 사나이

    박해진, 아직은 연하남 이미지…이제는 냉철한 사나이

    2013년이 기대되는 배우가 있다. 바로 KBS 주말연속극 ‘내 딸 서영이’에서 이상우 역으로 열연하고 있는 박해진(30)이다. 3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인 ‘내 딸 서영이’는 시청률 4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서영(이보영)의 이란성 쌍둥이 동생으로 한층 탄탄해진 연기력을 선보인 그에게는 한국과 중국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한파가 몰아닥친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해진은 훨씬 차분하고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2006년 데뷔작 주말 연속극 ‘소문난 칠공주’에서 연하남 역으로 다소 유약하고 보호본능을 자극하며 연하남 신드롬을 일으켰던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남성적 매력을 풍기고 있다. “처음엔 서영과 연인처럼 보이도록 의도한 측면도 있었죠. 이제 삼십대에 접어들었고 쌍둥이 동생인데 너무 어리기보다는 때론 오빠 같은 느낌이 들었으면 했거든요. 실제로 쌍둥이는 아파도 같이 아프고 교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호정(최윤영)이와 결혼했으니까 그런 얘기는 그만 들어야죠(웃음).” 최근 ‘내 딸 서영이’는 아버지와 동생을 배신하고 결혼한 서영이의 이혼 위기와 그런 누나를 위해 자신이 사랑하는 미경(박정아)을 포기하고 결국 다른 여자와의 결혼을 택한 상우의 이야기가 전파를 타면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가족과 연인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겪은 상우를 연기한 박해진은 그의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상우 대사 중에 누나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누나 가족, 아버지,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위해서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 부분에 공감해요. 상우는 누나한테 상처를 줘가면서 행복할 수 없는 놈인 거죠. 다만 제가 상우라면 시간을 끌면서 진을 빼기보다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미경이가 알아채기 전에 털어놓고 서로 상처받는 시간을 줄였을 것 같아요.” 물론 도망치듯 한 결혼이지만 상우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호정과의 알콩달콩한 신혼 생활을 보여주고 싶다는 박해진. 그는 “상우가 호정에게 상처를 줬을 수도 있지만 결국 그녀를 선택하는 과정이 좀더 자세히 보여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면서 “순서가 뒤바뀌긴 했지만 앞으로 상우가 호정이를 사랑하는 모습이 본격적으로 보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해진은 이 드라마와 닮은 점이 많다. 한 살 터울의 누나와 쌍둥이처럼 자랐고, 동생을 뒷바라지하느라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대학 진학까지 미룬 서영이처럼 누나는 어려서부터 생계를 책임졌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온 가족이 떨어져 살아야 했던 박해진은 어머니·누나와 함께 한 집에서 생활한 지가 1년밖에 되지 않았다. “부모님이 어렸을 때 별거하셨고 저 역시 따뜻하고 넉넉한 가정에서 자란 것이 아니어서 이 드라마가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많아요. 중3 때까지 할머니댁을 전전하면서 방황했고 결손 가정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상처도 많이 받았죠. 누나가 저를 위해 희생을 많이 했어요.” 극중 상우와 달리 어려서부터 떨어져 지낸 아버지에게는 서영이 같은 아들에 가깝다는 그는 “내가 서영이 같은 행동을 해놓고 상우를 잘 연기할 수 있을까 걱정도 컸지만 이제 아버지께 연락도 드리면서 지내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사실 박해진은 처음에 서영의 남편 역인 우재와 상우 역할 중 선택할 기회가 있었지만 상우 역을 선택했다. 남자 주인공 역할을 포기한 이유는 뭘까.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우재 역할이 멋있기는 했지만 조금 더 복합적인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상우가 매력적이었어요. 아버지와 쌍둥이 누나, 두 여자 사이에서 고민하는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놓이잖아요. 우재는 좀더 마초적인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제가 여리여리한 연하남의 이미지를 벗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마초적인 부분은 덜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이)상윤이 형이 잘해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이 드라마는 우재가 아버지의 존재를 숨기고 결혼한 서영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겪는 이혼 위기를 다루고 있다. 박해진은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처음부터 거짓이라는 배신감을 겪는 우재의 심정이 이해도 가지만 저라면 상대가 상처받지 않게 비밀을 안 사실을 밝히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것 같다. 따뜻한 가정에 대한 갈망이 있기 때문에 이혼은 절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06년 ‘소문난 칠공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2007년 KBS 일일극 ‘하늘만큼 땅만큼’의 남자 주인공, 2009년 KBS 주말 드라마 ‘열혈 장사꾼’의 남자 주인공 자리를 꿰차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0년 정신과 치료 병력 등으로 병역 면제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병역 기피 의혹을 받았다. “어린 시절의 영향도 있고 한동안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심하게 앓았어요. 저도 심한 줄 몰랐는데 누나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병인 줄 알았죠. 치료 기간만 2년 5개월이고 연예인 데뷔 전 일입니다. 이유야 어떻든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은 제가 평생 안고 가야할 짐이죠.” 그는 마음의 짐을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도우면서 조금씩 갚아가고 있다. 3년째 성폭행당한 아동들을 보호하는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마음의 상처가 큰 친구들이어서 어른들이 다가서면 움츠러들고 겁을 많이 먹어요. 그래서 계속 옆에서 쳐다 보다가 원래 있는 사람처럼 다가서면 그렇게 천사 같은 아이들이 없죠.” 2011년 중국 드라마 ‘첸더더의 결혼이야기’가 큰 성공을 거둔 뒤 ‘또 다른 찬란한 인생’, ‘사자자리를 사랑한다’ 등 중국 드라마에 연이어 주연으로 캐스팅되며 ‘신 한류스타’로 떠오르는 그는 앞으로 중국과 한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첸더더의 결혼이야기’가 중국에서 소설, 뮤지컬로 워낙 유명해 운이 좋았죠. 상반기에 중국 드라마를 한 편 더 촬영하고 국내 작품도 힘이 닿는 대로 출연할 계획입니다. 이제 ‘연하남’의 이미지는 벗고 보다 남성적이고 냉철한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스타보다는 편안하고 친근한 배우로 다가가고 싶습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시리아, 폭탄에 화학무기 탑재”… 알아사드 망명 타진說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 임박설이 속속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군이 맹독성 사린가스의 원료를 폭탄에 탑재했으며,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미국 NBC뉴스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BC는 미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 폭탄들은 수십대의 전투 폭격기를 통해 시리아 국민들의 머리 위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그러나 “아직 폭탄은 전투기에 실리지 않았고, 알아사드 대통령도 최종 명령을 내리진 않았다.”면서 “하지만 일단 명령이 내려지면 국제사회가 이를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AFP통신 등은 지난 3일 “시리아 정부가 사린가스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배합하고 있다고 믿을 만한 여러 징후를 포착했다.”는 미 당국자의 발언을 보도해 국제사회를 긴장시켰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알아사드의 퇴진은 필연적이다. 다만 얼마나 더 많은 인명 희생이 있은 후에 물러날 것이냐의 문제만 남아 있다.”면서 “상황이 절박해진 알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 사용을 감행하거나 또는 화학 무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 시리아 내 단체 중 한 곳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알아사드 정권은 막판 궁지에 몰린 형국이다. 정부군은 수도 다마스쿠스를 통제하고 있지만 주변국들의 무기 지원을 받은 반군은 다마스쿠스 인근 군사 공항까지 밀고 들어왔다. 이날 하루 동안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으로 시리아 전역에서 100여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인권단체들이 전했다. 나토는 전날 터키 남부 시리아 접경지역에 패트리엇 미사일 배치를 결정하며 유사시 본격적인 개입을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알아사드 대통령이 대리인을 내세워 남미 국가로의 망명을 타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날 파이잘 알미크다드 시리아 외무차관이 최근 몇 주 동안 쿠바와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등의 국가를 방문해 망명 의사를 담은 비밀 서한을 각국 정상들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외무부는 현지 언론에 알미크다드 차관이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게 알아사드 대통령의 서한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두 정상 간의 개인적인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쿠바 등 관련국들이 시리아 국민들에게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며 망명 허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일본통신] 이대호, 알토란 시즌 위해 ‘3할 타율’ 넘어라

    [일본통신] 이대호, 알토란 시즌 위해 ‘3할 타율’ 넘어라

    일본 프로야구도 이제 팀당 30여 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 올 시즌 전, 예상했던 각 팀 순위와 타이틀 수상자도 어느정도 윤각이 드러나고 있다. 물론 센트럴리그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우승이 거의 확실해 지고 있는 가운데 퍼시픽리그는 시즌 끝까지 어느 팀이 우승을 차지할지 알수가 없는 상황이다. 시즌 전 센트럴리그는 요미우리의 압도적인 우승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비록 한때 꼴찌 추락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투타밸런스가 어긋난 적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요미우리를 이길만한 팀은 없었다. 오프시즌 동안 보강한 초호화 멤버(스기우치, 홀튼, 무라타)는 요미우리가 33경기를 남겨 놓고 벌써부터 우승 매직넘버를 찍고 있는 이유다. 다만 퍼시픽리그는 1위 세이부 라이온즈부터 5위 라쿠텐 골든이글스까지 승차가 촘촘하게 몰려 있다. 시즌 내내 1위를 유지하던 지바 롯데 마린스의 추락과 한때 오릭스와 꼴찌 다툼을 했던 세이부 라이온즈의 반등은 그만큼 전력 편차가 없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3년연속 우승은 어렵다던 소프트뱅크 호크스 역시 1위와 2경기 차이 밖에 나지 않고 있어 막판 대역전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렇듯 퍼시픽리그는 아직도 팀 순위 싸움이 치열하다. 하지만 개인 타이틀 부문으로 시선을 옮겨 보면 팀 순위 싸움 못지 않다는 걸 알수 있다. 과거에는 100경기를 넘어 갈쯤이면 어느 정도 윤각이 나타났지만 올 시즌엔 이 역시 시즌 끝까지 가봐야 알수 있을듯 싶다. 투수는 다승왕과 평균자책점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세명의 선수(오토나리 켄지, 셋츠 타다시, 요시카와 미츠오)가 경쟁하고 있는 다승와 평균자책점은 한 경기 결과 여하에 따라 순위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오토나리 켄지(소프트뱅크)는 올 시즌 완벽하게 유망주 껍질을 벗었다. 지난해 3승에 머물렀던 오토나리의 분전은 스기우치와 홀튼이 빠진 공백을 메웠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소프트뱅크의 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대세였지만 오토나리는 12승 4패, 평균자책점 1.73으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오토나리의 성장은 올 시즌 허약해진 선발 전력에 있어 큰 보탬이 됐던 것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중간에서 선발로 전향한 셋츠 타다시(소프트뱅크) 역시 다승 부문에서 오토나리와 공동 1위다. 현재 12승 5패, 평균자책점 2.08(3위)를 기록중인 셋츠는 오토나리와 함께 소프트뱅크의 새로운 원투 펀치가 됐다. 그 뒤를 니혼햄의 요시카와 미츠오가 11승 4패, 평균자책점 1.85(2위) 그리고 지바 롯데의 나루세 요시히사 역시 11승으로 선두권을 추격하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한 올 시즌 퍼시픽리그 다승왕와 평균자책점은 이 네명의 선수들 가운데 한명이 차지 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센트럴리그의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의 타이틀 경쟁이 다섯명의 투수들(우츠미, 스기우치, 마에다, 요시미, 노무라)로 압축돼 있는 것과 비교하면 퍼시픽리그는 그나마 낫지만 ‘투고타저’ 시즌 답게 투수들의 개인 타이틀 싸움은 정말로 대단 할 정도로 혼잡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대호가 속해 있는 퍼시픽리그 타자 부문 타이틀 경쟁은 어느정도 일까. 이 역시 투수 못지 않게 시즌 끝까지 가봐야 알수 있을듯 싶다. 먼저 올 시즌 이대호가 다른 타자들에 비해 확실하게 앞서고 있는 타이틀 부문은 타점이다. 현재 이대호는 77타점으로 61타점의 나카지마 히로유키(세이부)에게 훨씬 앞서 있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세자리수 타점인 100타점을 기록했던 나카지마지만 이대호와의 격차가 커 역전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문제는 홈런 부문. 지난 일요일(26일) 세이부와의 경기에서 21호 홈런을 터뜨렸던 이대호는 20호 홈런 이후 16일만에 손맛을 보며 단독 1위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홈런 공백이 있는 사이 경쟁자인 나카무라 타케야(세이부)가 야금야금 뒤 따라 오면서 홈런 부문 공동 1위까지 허용했던 이대호는 앞으로 나카무라와의 진검승부가 예약돼 있다. 올 시즌 부상으로 인해 2군을 오르내리는 등 부침이 심했던 나카무라는 몸상태가 완벽해 지자 본연의 파워 있는 스윙을 되찾았다. 이미 일본에서 3번의 40홈런과 홈런왕을 차지한 바 있는 나카무라는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홈런 생산 능력만큼은 일본 최고의 타자다. 세이부가 오릭스보다 4경기를 덜 치러 경기수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도 나카무라 입장에선 호재다. 물론 야구에서의 예상은 함부러 할수 있는게 아니지만 지금 이대호와 나카무라의 상황을 비교해 보면 홈런왕 타이틀은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가봐야 알수 있을듯 보인다. 변수라면 최근 살아나고 있는 T-오카다(타율 .304)가 이대호 뒤에 배치돼 있기에 상대 투수들이 이대호를 쉽게 거를수 없다는 점은 타격 기회 측면에선 예전에 비해 낫다. 이대호는 현재 타율 .293(6위)다. 타격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희박해진 가운데 그래도 3할 타율은 유지한채 시즌을 끝마쳐야 한다. 지난해 일본에서 3할-20홈런을 달성한 타자가 없었고 올 시즌 역시 퍼시픽리그에선 이대호가 유일하게 3할-20홈런을 노려볼 수 있다. 만약 이대호가 3할-20홈런을 달성 한다면 희소성 측면에서 알토란 같은 한 시즌을 보냈다고 자랑할만 하기에 반드시 3할 타율이 필요한 시즌이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20대 정치열 ‘교육·일자리’ 대선 어젠다 부상

    20대 정치열 ‘교육·일자리’ 대선 어젠다 부상

    지난 4·11 총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이 대폭 상승하면서 오는 12월 대선에서 이들의 잠재력이 주요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 연령층에서 볼 때 20대의 투표율은 아직 최저 수준이지만 이들의 참여와 선택을 이끌어 낼 어젠다를 여야가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대선에서 폭발력을 지닌 선거계층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9일 공개한 제19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율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종 투표율은 54.3%로 18대 선거 46.1% 대비 8.2% 포인트 상승했다. 18대 총선 대비 전 연령대의 투표율이 오른 가운데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투표율이 68.6%로 가장 높았다. 이어 ▲50대 62.4% ▲40대 52.6% ▲30대 후반 49.1% ▲19세 47.2% ▲20대 전반 45.4% ▲30대 전반 41.8% 순이었다. 20대 후반 유권자는 37.9%로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19세와 20대, 30대, 40대 투표율은 전체 투표율(54.3%)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18대 총선과 비교하면 19세 14% 포인트, 20대 후반 13.7% 포인트, 20대 전반 12.5% 포인트 등 20대 이하 투표율이 크게 치솟았다. 30대 전·후반 투표율도 각각 10.8% 포인트, 9.7%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40대(4.7% 포인트), 50대(2.1% 포인트), 60세 이상(3.1% 포인트) 등은 투표율에 큰 변화가 없었다. 양극화와 등록금·취업 등 더 각박해진 현실과 맞닥뜨린 20대가 탈정치 성향을 벗고 권력 변화를 통한 대안모색 계층으로 점차 동력을 내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전형적인 ‘선거 무관심층’으로 분류됐던 20대 전반 여성(16.3% 포인트), 19세 여성(16.1% 포인트)의 투표율이 치솟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30세대의 지역별 투표율을 보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전국 평균 투표율은 41.5%지만, 서울에선 46.2%, 인천에선 42.1%, 경기에선 41.7%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30대 역시 전국 평균 투표율 45.5%와 비교해 서울은 49.0%, 경기 46.4%로 웃돌았고, 인천만 42.4%로 평균치를 밑돌았다. 이는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이들의 투표 참여가 민주당의 수도권 승리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뒷받침해 주는 근거로 평가된다. 전남대 조정관 교수는 20대 투표율 상승을 일컬어 “이들이 변화의 출구를 봤다.”는 말로 요약했다. 이념과 정책만으로 대결하는 게 ‘올드폴리틱스’이라면 이번 대선에선 참여를 통한 변화의 비전을 제시하는 ‘뉴폴리틱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교육 분야에서 치고 나가는 후보 캠프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면서 “안보 논쟁이나 이념 싸움은 선거에서 일시적 효과는 볼지 모르나 거기 안주해선 절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상대적으로 30, 40대에 투표 동력을 제공하지 못한 것은 결국 지난 총선이 야당의 실패였음을 보여 준다.”면서 “반면 오는 대선에서 이들이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 셈”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분석은 50, 60대 투표율이 대동소이함을 감안하면 여당에는 ‘빨간불’을 뜻한다. 김 교수는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정당 투표에서도 야권에 뒤졌다.”고 상기시키면서 “대선에서 30, 40대를 끌고 갈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하면 여든 야든 필패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분석은 중앙선관위가 전국 1만 3470개 투표구 중 1410개 투표구 선거인 413만 2112명(전체 선거인 수의 10.3%)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오픈프라이머리 논란’ 정치학교수 10명에 물어보니

    ‘오픈프라이머리 논란’ 정치학교수 10명에 물어보니

    대선을 6개월 남짓 앞두고 새누리당 내에서 불거진 ‘룰’의 갈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을 둘러싼 원칙적 문제에 앞서 경선 룰 변경을 논의하기에 다소 늦었다는 지적이다. 11일 정치학 교수 10명에게 새누리당 내 오픈프라이머리 논란에 대해 물었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반론은 ‘정당정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데서 나왔다. 한국선거학회장인 김욱 배재대 교수는 “정당이 후보를 결정할 때는 당원들의 목소리를 많이 반영해야 하는데 일반 국민과 똑같이 당의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것은 정당 정치를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시기적으로도 선거 바로 전에 룰을 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도 “오픈프라이머리는 정당정치를 약화시키는 제도이고 어떤 형태로든 민심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오픈프라이머리는 대의민주주의나 정당정치에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단순히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후보라도 상관없다는 식의 선거 이벤트 정당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경선 흥행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여야가 합의한다면 대선 두세달 전에도 시행이 가능하다. 의지의 문제이지 기간은 문제가 안 된다.”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한다면 현장 투표에 대해서는 공정한 관리도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정관 전남대 교수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으로 우려되는 부작용들에 대해 “여야가 동시에 같이 한다면 오히려 표심의 왜곡이 적을 수 있고 전국적인 선거가 되면서 동원 가능성이 희박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은 “여야 합의가 있어야 하고 동시에 치러진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시기에 대해서는 “최소 3~4개월 전에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면서 “7월까지는 여야 협상을 마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새누리당 내 비박(비박근혜) 주자들과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측의 룰을 둘러싼 셈법과 전망도 다양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도입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정당의 외연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오픈프라이머리의 문제점을 염두에 두고도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비박 주자들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조 교수도 “박 전 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확실성으로 치르고 싶은 것 같지만 불확실성이 없이는 감동이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하게 되면 후보들 간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고소·고발, 불법 선거운동, 조직 동원 등이 대거 나타나게 될 것”이라면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오픈프라이머리를 하자는 건데 오히려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지지세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그러면서 “비박 주자들은 잃을 게 없지만 박 전 위원장의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희대 윤성이 교수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다분히 흥행을 위한 것인데 정작 유권자들은 관심도 없는데 흥행만을 위해 실시하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특히 “공천 당사자들이 결정된 상태에서 룰을 바꾸자는 것은 현실적으로 유불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며 비박 주자들의 룰 변경 요구 시점이 적절치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절충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경우 일반 국민들의 선거인단 참여를 늘리는 선에서 의견을 좁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박 전 위원장도 계속 요구를 거부하면 원칙만 고집하고 오만하다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으니 어느 정도 비박 주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타협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오픈프라이머리에 가깝게 당원 비중보다 일반 국민의 참여 폭을 넓히면 타협의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비박 주자들은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면 승부를 뒤집어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생각과 지금 친박(친박근혜) 위주로 구성된 새누리당 내에서는 어려우니 여론 환기 차원에서 외부에서 정치적 입지를 높이는 역할로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허백윤·송수연·이범수기자 baikyoon@seoul.co.kr
  • “막말 검사, 전에도 폭언·고소취하 압력”

    경남 밀양경찰서 정재욱(30·지능범죄수사팀장) 경위가 수사지휘를 맡았던 박대범(38·현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를 모욕·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박 검사가 전에도 “폭언 및 고소 취하를 종용했다.”는 제보를 받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14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운영하는 범정부 포털 사이트인 국민신문고에 박 검사에게 ‘폭언을 들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고 18일 밝혔다. 고소 사건과 관련해 박 검사에게 보강 수사를 요구했다는 한 민원인은 국민신문고에서 “박 검사가 ‘그렇게 하려면 니가 해라’, ‘내가 왜 해줘야 하는데’ 등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경찰청 ‘청장과의 대화방’에도 한 진정인이 “박 검사가 내게는 고소 취하를 종용했다. 신문에 나온 것을 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띄웠다. 경찰 관계자는 “글이 사실이라면 박 검사가 평소 ‘복지검사’로 불리며 사건 관계인에게 정중하게 대했다는 검찰 측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라면서 “박 검사의 업무 처리 스타일이나 성향 등 정황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진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 내부에선 글의 신빙성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반응이다. 경찰은 또 사건 당시 박 검사실의 상황을 목격하고도 지금껏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박성표(60)씨에 대해 ‘증인신문청구’를 검찰에 신청하기로 했다. 박씨는 지난 1월 20일 밀양지청 검사실에서 발생한 박 검사의 폭언 의혹 사건과 관련, 현장을 지켜본 제3자로 객관적 사실을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증인신문청구는 형사소송법에 근거, 범죄 수사에 없어서는 안 될 사실을 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자가 출석 또는 진술을 거부한 경우 밟는 조치다. 수사 단계에서 작성된 조서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출두하지 않을 경우 강제구인장을 발부할 수 있다. 경찰은 최근 검찰에 요청한 폐쇄회로(CC) TV 판독 결과를 비롯한 진상조사 결과 수사관 진술조서 등을 검찰이 거부함에 따라 박씨 조사가 급박해진 상황이다. 경찰은 강제적 구인 조치로라도 박씨의 진술을 확보, 사건을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4·11 총선 때문에 미뤄졌던 참고인 조사 등 본격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이기적인 ‘나’ 버리고 ‘우리’ 행복하자

    ‘당신은 행복한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누구나 망설여지게 마련이다. 즉답에 앞서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정의부터 헷갈릴 것이다. 남보다 많이 가진 부, 세상에 이름 높은 명예, 건강한 몸, 남 부러울 것 없는 자손의 번창…. 이것저것 다 갖췄다 해도 어디 한구석이 휑하거나 모자란 느낌을 갖는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당신은 행복한가’(달라이라마·하워드 커틀러 지음, 류시화 옮김, 문학의숲 펴냄)는 그런 차원에서 행복의 참가치를 곱씹게 하는 책이다. 인도 다람살라에서 망명정부를 이끄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미국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 하워드 커틀러가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공저.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이 ‘누구나 마음 수행을 통해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개인 차원의 행복찾기를 다뤘다면 ‘당신은 행복한가’는 관계의 측면에서 행복의 진정한 가치를 끌어내 눈길을 끈다. 첫 대면에서 ‘행복한가’라는 물음과 ‘물론입니다’라는 응답으로 시작한 두 사람의 대화는 한 편의 ‘행복 논문’을 완성해 가는 연구와 고뇌의 점철로 비친다. 달라이 라마의 거처인 다람살라와 하워드의 고향인 미국 애리조나의 투산을 오가며 나눈 대화의 큰 화두는 ‘혼자 행복해도 되는가, 혼자서 행복할 수 있는가.’이다. 서양의 이분법적 사고에 영향을 받은 정신과 의사와 동양 불교사상이 몸에 밴 정신적 지도자는 세세한 영역에서 간혹 엇갈리지만, 행복에서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는 인식에 의기투합한다. 책을 줄기차게 관통하는 테마는 ‘삶의 핵심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무엇이 우리를 진정 행복하게 만들고 행복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불러낸다. 달라이 라마는 우선 관점을 바꿀 것을 강력히 주문한다. ‘나’에서 ‘우리’로의 변화다. 요즘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끊이지 않는 주원인이 바로 ‘공동체 의식’이 희박해진 데 따른 ‘나’로의 침잠, 즉 관계의 단절 때문이란다. 그러면 관점을 나에서 우리로 이동하기만 한다면 행복은 저절로 올까. ‘우리’가 있으면 우리와 다르거나 우리에 맞서는 ‘그들’이 있을 터. 그 관계의 갈등과 마찰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여기에 달라이 라마는 주저 없이 말한다. “사회적 길들여짐과 과장된 선전, 편견에 찬 감정을 통해 굳어진 사고방식이 서로 미워하게 하고 온갖 갈등과 분쟁의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근원에 있는 것은 인간의 마음. 내 마음에 아주 이기적인 ‘나’가 깊숙이 박혀 있기 때문이라고 두 사람은 말한다. 대부분 우리를 구별 짓는 게 아주 많다고 여기지만 그것은 환상일 뿐. 인생의 가치는 우리가 가진 무언가가 아니라 그것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에 달렸다는 달라이 라마. 그는 결국 이렇게 말한다. “세상의 변화는 한 사람의 마음과 가슴에서 먼저 시작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사람 관점의 전환과 함께. 이 변화는 한 번에 한 사람씩 일어납니다.” 1만 5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백인천 이후 프로야구 4할타자, 왜 더 안나올까

    “프로야구에서는 왜 4할 타자가 더 이상 안 나올까.” 지난해 12월 18일.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트위터에 이런 질문을 올렸다. 야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타율 4할이 얼마나 어려운 기록인지 잘 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테드 윌리엄스가 1941년에 마지막으로 기록했고,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한번도 없었다. 국내에서는 1982년 백인천 당시 MBC청룡팀 감독 겸 선수가 기록한 4할1푼2리가 유일하다. 야구계에서는 ‘타자의 기량 약화’ ‘투수의 전문화와 기량 향상’ ‘타자에게 불리한 룰과 심리적 압박감’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정 교수는 질문을 던지는 데 그치지 않고 과학적인 원인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건축가·호텔매니저·회사원·검사·의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58명이 모였다. ‘백인천 프로젝트’로 명명된 집단지성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연구팀은 12일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을 발표일로 잡은 것은 백인천의 타율 ‘0.412’를 기리기 위해서다. 정 교수는 “지속적인 투저타고 현상과 타자의 기량 향상 추세가 확인됐다.”면서 “따라서 4할 타자가 사라진 것은 타자의 기량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기록 등을 토대로 최근 30년 동안의 국내 프로야구의 투타 기록 28만건을 통계화했다. 이를 통해 30년간 타자의 기량을 나타내는 평균 타율·출류율·장타율 등의 지표는 지속적으로 향상된 데 비해 투수 쪽의 평균자책점·이닝당 출루 허용률·9이닝당 삼진 수 등의 지표는 꾸준히 하락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타자들은 기록이 좋은 선수와 나쁜 선수 간의 기량 차이가 꾸준히 좁혀져 타율의 경우 타자들의 성적 표준편차가 통계적으로 의미를 갖는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과학계에서 인정받는 ‘굴드 가설’이 한국 야구에도 적용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굴드 가설은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가 1986년 주장한 이론으로, “4할 타자가 사라진 것은 최고 타율의 선수와 최저 타율 선수 간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튀는 선수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대표적 진화이론인 ‘외부의 유입이 없는 닫힌 계에서는 진화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돌연변이 확률이 떨어진다.’는 내용을 야구에 적용한 것으로, 메이저리그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연구논문을 작성한 김효임 서울대 지구환경공학부 박사과정생은 “한국 프로야구는 30년간 전반적인 시스템이 발전해 닫힌 계가 되면서 타율 4할의 ‘튀는 타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이라며 “백인천 선수는 출범 첫해 시스템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등장한 외부 유입이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 프로젝트는 개방과 참여, 공유로 대표되는 집단지성이 기존 학문 영역에서는 주목받지 못하는 결과물을 이끌어 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검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2, 제3의 주제를 새롭게 연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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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 Inside] (18) 이 곳만 다녀오면 무조건 결별…수상한 레스토랑의 비밀

    [사건 Inside] (18) 이 곳만 다녀오면 무조건 결별…수상한 레스토랑의 비밀

     남녀가 처음으로 데이트를 하며 저녁을 먹었는데, 음식값이 터무니 없이 많이 나왔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 정서상 ‘더치페이’는 상상하기 어렵고 대개 남자들이 짐짓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지갑을 꺼낼 것이다. 속에서는 열불이 나더라도 말이다.  남자의 이런 심리를 이용해 사기를 친 신종 ‘기업형 꽃뱀’이 등장했다. 양식 레스토랑 주인이 미모의 여성을 고용해 남자를 꾀어낸 뒤 첫 데이트에서 많게는 백만원 이상의 음식값 바가지를 덮어씌웠다.    ●설레는 첫 데이트, 계산서 받는 순간 충격으로…  “안녕하세요~ 어제 만났던 사람인데 오늘 저녁 가볍게 한잔 어떠세요? ^^;;”  지난해 12월 초. 김모(30)씨의 가슴은 설렘으로 쿵쾅거렸다. 설마했는데 그녀가 정말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온 것이었다.  이 여성은 며칠 전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즉석만남)으로 만난 A(25)씨. 청순한 얼굴에 다소곳한 몸가짐의 그녀는 평소 김씨가 꿈꿔온 이상형이었다. 게다가 그 예쁜 입으로 “오빠는 여자친구한테 자상하게 대해줄 것 같다.”, “계속 만나면서 알아갔으면 좋겠다.”와 같은 달콤한 말까지 흘리는 것 아닌가.  “이 가게 스테이크가 그렇게 유명하대요.”  A씨와 만난 장소는 경기 부천시 상동에 있는 한 레스토랑. 근처에 직장이 있다며 A씨가 직접 고른 장소였다. 너무 거창한듯 해서 부담스럽긴 했지만 천상의 배필감을 만난 김씨로서는 비용이야 어찌되든 상관 없었다.  “오빠, 그냥 밥만 먹으면 심심하니까 와인 한잔 시킬까요?”  A씨가 스테이크와 와인을 시켰다. 꿈같은 2시간이 흘러갔다. 하지만 그 대가로 받아든 하얀 계산서는 경악 그 자체였다. 스테이크가 1인분에 15만원씩 30만원, 와인이 8잔에 40만원으로 적혀 있었다.  ‘음식값은 그렇다치고 와인이 1잔에 5만원이라니’  처음 음식을 주문할 때 A씨에게 알아서 하라며 메뉴판을 보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하지만 이런 미녀와의 데이트에서 밥값 때문에 구저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 김씨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70만원을 카드로 긁었다.  하지만 그걸로 그녀와의 인연은 끝이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다며 헤어진 A씨는 더 이상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 몸이 단 김씨가 계속 전화를 돌려댔지만 받지 않았다.  “죄송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오빠랑은 잘 맞지 않을 것 같아요.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며칠만에 온 한통의 문자 메시지. 김씨의 짝사랑은 70만원의 손해만 안긴채 허무하게 끝이 났다.  ●이상한 레스토랑의 비밀은 바로 ‘꽃뱀 알바’  그런데 이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커플들은 묘한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나이트클럽 부킹을 통해 알게 된 사이로 초고가의 스테이크 정식을 먹었다. 그리고 이 레스토랑을 나섬과 동시에 반드시 이별을 하게 됐다.  32세 박모씨가 지난해 11월 초 이 레스토랑을 찾은 것도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과 저녁을 먹기 위해서였다. 부천에서 사업을 한다는 이 여성은 박씨를 이곳으로 불러냈다.  “웨이터가 메뉴판을 그 여자한테만 주더군요. 여자는 나한테는 뭘 먹을지 물어보지도 않고 스테이크 코스를 시키더라고요. 와인도 한잔 시키더니 맛이 좋다면서 거의 10잔 가까이 마셨어요. 더 황당한 건 계산서에 그날 마신 와인이 20잔 이상으로 표시돼 있었던 겁니다.”  그날 박씨가 지불한 금액은 130여만원. 이 중 와인값이 100여만원이었다. 경찰조사 결과 이 와인은 시중에서 4만~5만원 정도면 살수 있는 제품이었다. 와인 1병을 8잔으로 계산할 경우 한잔에 5000원가량이면 될 것이 10배로 뻥튀기 된 것이었다.  “제대로 따지지도 못했어요. 남자가 음식값으로 구시렁대면 여자들이 좀스럽다고 볼 것 아닙니까. 그런 상황에서 남자 10명 중 7~8명은 저처럼 행동했을 겁니다.”  모든 게 레스트랑 주인 이모(41)씨의 계략 때문이었다. 이씨는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남성들의 심리를 이용하기로 하고 ‘꽃뱀’들을 고용했다. 20~30대 여성들로 이뤄진 10여명의 ‘유혹조’는 밤마다 나이트클럽으로 출근해 먹잇감을 물어 레스토랑으로 데려왔다. 여인들은 음식값의 10~20%를 소개비로 받았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레스토랑 주인 이씨에 대해 사기 및 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 등 여성 10명도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이 압수한 이씨의 수첩에는 여성들의 외모 평가는 물론 주량, 연애경험, 신체 사이즈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여성들은 나이트클럽 부킹을 통해 연락처를 알아낸 뒤에는 2~3일 정도 만나지 않고 유선연락만 해 남자들의 경계심을 허물어뜨렸다.  피해 남성은 현재까지 확인된 사람만 720여명. 피해액은 3억 5000여만원에 이른다. 피해자들은 한끼 식사에 최소 30만원에서 많게는 180만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피해자 수와 피해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지어 횟집까지…‘꽃뱀 알바’의 진화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심리를 이용하려는 악덕 업주는 최근 들어 증가세에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강남 일대 몇몇 바(Bar)에서 쓰였던 이 수법이 신도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경찰서도 서교동 일대에서 ‘바 알바’를 고용해 부당이익을 챙기던 업주 8명을 적발했다. 고급 횟집에서도 ‘미녀 알바’를 활용한 사기범죄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피해 사례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피해자들이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 피해 사례를 공유하는가 하면 ‘알바 구분법’을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악덕 업주들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피해자들이 메뉴판을 꼼꼼하게 살피는 등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데이트 상대마저 의심을 해야 할 정도로 각박해진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혀를 찼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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