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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법개정 수정안] 10명 중 8명 “소득세 개편이 가장 시급”

    [세법개정 수정안] 10명 중 8명 “소득세 개편이 가장 시급”

    세수는 줄고 복지 예산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소득세’를 조정한 정부의 판단이 큰 틀에서는 옳다고 봤다. 하지만 중산층 세 부담 증가는 맞지 않으며 고소득자나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를 막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했다. 또 정부가 직접적 증세를 의미하는 과세표준(과표) 구간이나 세율을 조정하는 것을 꺼리고 있지만 재정 확충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13일 서울신문이 세제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재정 확충 달성 방법에 대해 설문한 결과, 8명이 ‘소득세’ 개편을 1위로 꼽았다. 반면 정부가 세제 개편안 원안에서 소득공제 항목을 세액 공제로 바꾸면서 중산층에 증세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았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소득 공제 항목을 세액 공제로 바꿔 고소득자가 세금을 많이 내도록 한다는 정부안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무리 부자라도 교육비·의료비·보험료를 안 쓰면 세 부담이 늘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고소득자가 아니라 지출이 많은 사람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도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를 올리려면 최고 세율을 38%에서 40%로 올리는 등 직접적 증세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소득자나 자영업자의 탈루를 우선 적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소득세 다음으로 증세를 할 수 있는 부분으로는 법인세를 많이 꼽았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당기순이익 2억원까지 법인세율이 10%인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15%보다 너무 낮다”면서 “같은 10인 이하 사업장이라도 자영업자는 법인보다 세율이 25% 포인트나 높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금을 줄여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면 세수가 많아진다는 논리도 장기간의 경제 불황으로 효과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인세 완화는 국제적 추세이며 이를 인상할 경우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재정 확보를 위해 개편할 수 있는 세 번째 세제로 대부분 부가가치세를 언급했다. 1~2% 포인트만 올려도 5조~6조원의 세수가 금방 걷히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간편한 방법인 대신에 물가 상승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일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긴급하게 세원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최후의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의 전문가들은 부동산 세제나 상속·증여세를 꼽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인상 시 조세 저항에 비해 세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번 세법 개정안 발표 이후 중산층 봉급생활자들 사이에서 조세저항이 있었던 것은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라면서 “고소득 근로자, 자영업자, 재벌 기업 등에 대한 합리적인 세금 인상이 동반돼야 순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등록금 3배 ‘비싼 일반고’ 되는 셈… 특목·자사고 더 몰릴 것”

    “등록금 3배 ‘비싼 일반고’ 되는 셈… 특목·자사고 더 몰릴 것”

    교육부가 12일 발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으로 가장 큰 변화를 겪을 학교는 서울 등 평준화지역에 위치한 자율형사립고(자율고) 39곳이다. 중학교 내신 성적 상위 50%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 선발하던 자율고는 2015학년도부터 성적에 상관없이 추첨제로 학생을 뽑아야 한다. 결국 자율고는 ‘성적이 좋은 학생이 모인 학교’에서 ‘성적 우위는 없이 등록금만 최대 3배 비싼 학교’가 된다. 교육 전문가들은 대규모 자율고 지정 반납 사태를 예측하기도 했다. 이미 2011년 서울 지역 자율고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가 생겼고, 이후 동양고(강서구 가양동)와 용문고(성북구 안암동)가 자율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등 강남·서초·양천구 등을 제외한 지역 자율고들은 비싼 등록금과 과열된 내신 경쟁으로 인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나마 학생을 유인할 요인인 ‘우수학생 선발권’마저 박탈당한 상황이다. 자율고교장협의회장인 김병민 중동고 교장은 “생긴 지 4년 된 자율고 정책을 또 바꾸면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혼란은 어떻게 하느냐”면서 “자율고 학생 선발에서 성적 제한을 없애면 일반고와 달라지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우수한 학생이 갈 학교가 특수목적고나 전국 단위 선발을 하는 자사고(자립형사립고)로 한정되기 때문에 고입 대비 사교육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대부분 자율고는 지원자가 줄겠지만, 경쟁률이 높았던 강남권 학교는 부유한 중간권 학생이 지원해 ‘귀족학교’ 성격이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강남 지역 자율고가 고사하는 가운데 과거 서울 강남 8학군 지역이 ‘자율고 권역’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과정 자율운영(학교자율과정) 권한이 확대되고 관련 예산(매년 5000만원)이 보장된 일반고의 경우 입시 의존증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현 전국교직원노조 정책실장은 “자율권이 보장되면 학교는 입시 위주 과목을 가르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반고보다 앞서 더 많은 학교자율과정 시수를 보장받았던 자율고 등은 국어·영어·수학 시간표가 늘어났다. 지난해 고등학교 1학년 대상 조사에서 일반고의 국·영·수 학습시간이 88.1시간이었던 데 비해 자율고는 91.5시간, 자율형공립고는 95.4시간, 자사고는 102.7시간으로 격차가 컸다. 반면 입시와 거리가 먼 생활·교양 교과의 경우 일반고가 20.5시간으로 자율고(19.9시간), 자율형공립고(17.5시간), 자사고(17.3시간)를 압도했다. 한편 교육부가 발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에는 일반고에 진로집중과정을 개설하고, 일반고생의 특성화고 전학 기회를 높이는 등 진로직업교육을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성화고 진학에 탈락한 학생과 졸업 후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일반고 수업 및 생활지도 여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다양한 직업교육을 통해 일반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일반고의 당초 교육 목표를 구현시키겠다”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난타 당하는 美 대테러 정책

    난타 당하는 美 대테러 정책

    미국의 유명인사들이 잇따라 자국 대(對)테러 정책을 비난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의뢰인’, ‘펠리칸 브리프’ 등 법정 스릴러 소설로 유명한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존 그리셤(왼쪽·58)은 지난 10일(현지시간)과 12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대테러 정책의 상징인 관타나모 수용소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리셤의 글은 관타나모 수용소에 11년째 갇혀 있는 독자 나빌 하드자랍(34)의 사연으로 시작한다. 알제리 출신인 하드자랍의 삶은 2001년 9·11 테러 당시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알제리계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했다 아랍 출신이라는 이유로 붙잡혀 2002년 2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용됐다. 그곳에서 수면 박탈과 감각차단, 극한 기온에의 노출, 장기간 격리 등 ‘관타나모 편람’에 나오는 모든 잔혹 행위를 겪었다. 그리셤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하고 되묻고는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그가 혼자 일어설 수 있도록 배상하라”고 미국 정부에 촉구했다. 그럼에도 “간단하게 들리겠지만, 결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조적으로 글을 맺었다. 영화 ‘JFK’와 ‘플래툰’, ‘월스트리트’ 등을 연출한 거장 올리버 스톤(오른쪽·66)도 미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13일 해외 주둔 미군 신문 성조지에 따르면 일본을 방문 중인 스톤 감독은 지난 12일 도쿄 외신기자클럽(FCCJ)에서 “미국 정부의 감청망 기밀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모두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안락한 생활을 희생해 자신에게는 ‘영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불법적인 첩보 프로그램들을 제도화하고 있다며 그를 ‘뱀’으로 규정했다. 이와 함께 스톤 감독은 “일본이 다시 대국이 되려면 먼저 중국에서 한 일과 일본이 죽인 모든 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하면 중국도 일본을 금세 다르게 볼 것”이라고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사설] 불명확한 중산층 기준이 과세혼란 키운다

    중산층 봉급생활자의 세 부담을 늘린 세제개편안을 놓고 불만이 팽배하다. 박근혜 정부는 애초 공약이행 예산 135조원을 증세 없이 세출 절약,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경제불황 등으로 ‘증세 불가피’로 입장이 바뀌었고, 우리도 일정 부분 이를 수긍할 만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이 증세의 부담을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지운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효율성을 고려한 전체적 방향은 맞지만, 중산층의 기준을 너무 낮게 잡은 것이 문제다. 정부는 고소득자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서민과 중산층에 나눠 주겠다고 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이런 인식의 차이는 중산층의 기준을 너무 낮게 잡은 데서 비롯된다. 정부가 세 부담을 늘릴 대상으로 판단한 중산층의 기준은 연소득 3450만~5500만원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잣대를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중산층은 다르다. 대출 원리금, 건강보험료 등 경직성 경비와 교육비 등을 빼고 나면 5000만원을 벌어도 쓸 수 있는 돈, 즉 가처분소득은 많이 줄어든다. 통계적으로는 중산층에 속할지라도 ‘무늬만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1년에 16만원을 ‘거위 깃털’ 정도로 볼 수 없을 만큼 저소득 서민층과 다름없이 이들의 생활은 각박하다. 중산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중산층이라며 세금을 올리려 하니 반발을 사는 것이다. 국민이 생각하는 중산층 기준은 더 높다. 한 민간연구소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4%가 연간 총소득 7000만원은 돼야 중산층이라고 답했다. 더욱이 정부는 그때그때 다른 기준을 적용해 혼란을 부추겼다. 2008년에는 중산층 기준을 과세표준액 8800만원으로 잡았다. 연소득으로 치면 1억 2000만원이다. 4·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는 연소득 6000만원까지를 중산층으로 봤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세법개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당정은 세 부담을 늘리는 기준점을 34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앞으로 서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끌어내도록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결국 부족한 세원을 메우려면 소득세 최고구간을 상향 조정하는 등 고소득층의 세금을 늘리는 길밖에 없다. 더불어 고소득 전문직종의 탈세도 철저히 단속해 세원을 확보하면서 봉급생활자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미스 유타가 폭발물 투척 혐의 체포, 왜?

    미스 유타가 폭발물 투척 혐의 체포, 왜?

    최근 미국 유타주 솔트 레이크 시티에서 미인 대회 1위를 수상한 미녀가 사제 폭발믈을 만들어 투척한 혐의로 체포되었다고 미 언론들이 10일 보도했다. 미인 월계관을 수상했던 켄드라 맥켄지 길(18)은 지난주 주말에 차를 가지고 친구 3명과 어울려 다니며 자신들이 만든 사제 폭발물을 불특정 다수의 집 마당 등에 투척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갑작스러운 굉음에 놀란 주민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조사 결과 이들의 소행을 밝혀내고 전부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만든 사제 플라스틱 폭발물은 사람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위력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총 9차례에 걸쳐 이 같은 짓을 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단지 재미있게 즐기고자 이런 짓을 했다고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다행히 이번 사건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고 1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미인 대회 수상으로 2백만 원의 장학금까지 수령한 바 있는 켄드라에 대해 자격을 박탈할지 여부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언론들은 덧붙였다. 사진 : 수상 당시와 체포 당시의 길의 얼굴을 비교 보도한 미 ABC 방송 캡처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음원 사재기’하면 저작권료 박탈한다

    정부가 ‘음원 사재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중 음악계를 바로잡기 위해 음원 사재기를 금지하는 법 개정과 저작권료 박탈이란 강수를 내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8일 음원 사재기에 대해 과태료 등의 제재 조항을 추가하도록 관련법을 바꾸고, 부당한 저작권사용료의 수익 기회를 박탈한다는 내용 등을 바탕으로 하는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음원 사재기에 대해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는 현실에서,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을 위해 서적 사재기를 한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을 벤치마킹할 예정이다. 또 문체부-권리자-온라인서비스사업자 간 합의를 통해 음원 사재기의 기준을 마련하고, 사재기에 해당하면 저작권사용료 정산 대상에서 제외해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차트 왜곡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 온 차트 내 추천을 통한 ‘끼워 팔기’도 금지된다. 문체부는 음원 사재기 기준을 서비스 이용자의 평균 이용 횟수, 산술적으로 가능한 최대 이용 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하도록 했다. 음원 사재기란 브로커 등을 고용해 음원 사이트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특정 곡을 반복 재생해 음원 사용 횟수를 높이는 것을 일컫는다. 이런 방법으로 순위제 음악 프로그램에서 손쉽게 인기곡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과거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활용되던 음반 판매량이 음원 판매량으로 대체되면서 나온 현상이다. 앞서 지난 7일 SM·YG·JYP·스타제국 등 국내 4개 대형 기획사들은 음성적 디지털음원 사용횟수 조작행위를 근절해 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김기홍 문체부 저작권정책관은 “관련 업계 종사자가 이런 문제점을 공동으로 인식하는 자발적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女風에 역풍?… 여가부에 증오 쏟아내는 남성들

    지난달 26일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투신 이후 여성가족부에 대한 일부 네티즌의 무분별한 비판이 도를 넘고 있다. 이들은 사회 전반의 여풍(女風)에 반대하는 ‘반(反)여성주의’의 확산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부 남성의 사회적 박탈감이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여가부에 대한 맹목적 증오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가부에 대한 비난은 네이버 등 각종 포털의 게시판과 블로그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오는 10일 서울 종로구 여가부 청사 앞에서 부처 폐지를 위한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여가부 폐지 서명 운동에는 6일 현재 9000명이 넘는 네티즌이 참여했으며, 각종 블로그를 통해 유포되고 있는 ‘성재기 헌정만화’에서 여가부는 남성들을 억압하는 거대한 팔뚝으로 묘사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조윤선 여가부 장관을 사칭한 한 네티즌이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성 범죄자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칸막이를 설치하는 등 여성전용 인도를 만들고 남자가 들어오면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여가부는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여가부 폐지론자들은 여가부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조장하며 여성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여성에게 속물근성과 빈대근성이 있다며 증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30대의 한 남성 정치학 박사는 “군 가산점 반대와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규정한 아동청소년 보호법 등 여가부가 여태까지 주도한 정책들을 고려하면 심정적으로 동조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생존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현실 속에서 느끼는 박탈감과 일부 성공한 여성들에 대한 불만이 여가부에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2년 세계 성 격차 지수(GGI)’에서 한국 남성과 비교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전 세계 135개국 가운데 108위로 여전히 하위권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일부 남성을 중심으로 기존에 여성을 약자로 생각하던 인식이 경쟁의식으로 바뀌고 남녀갈등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상숙 서울대 여성연구소 연구교수는 “여성운동이 남성을 적대시한다는 오해가 증오의 발단이며 여가부가 폐지된다고 해서 여성계에 대한 증오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헌재 “일제 작위만 받아도 재산환수 합헌”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았다면 친일행위와 관계없이 재산을 국가에 귀속토록 개정한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친일인사로 지목된 조선왕족 이해승씨 손자의 신청을 받아들여 서울중앙지법이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된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헌재는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았다면 반민족적 정책 결정에 깊이 관여했을 개연성이 있고 그 자체로도 일제강점 체제의 유지·강화에 협력한 것”이라며 “한일합병에 공을 세운 다른 친일 인사와 다르다고 볼 수 없어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을 금지한 헌법 조항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번 결정은 이씨 손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소송 항소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철종 생부인 전계대원군 5대손인 이씨는 1910년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와 현 가치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은사금 16만 8000원을 받은 것이 드러나 친일인사로 지목됐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경제 브리핑] ‘ING생명’ 우선협상자에 MBK

    ING그룹이 ING생명보험 한국법인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를 선정했다. ING그룹은 앞서 동양생명·보고펀드 컨소시엄에 부여했던 우선협상권을 박탈하고 MBK파트너스에 일정기간 우선적으로 매각협상에 임할 수 있는 권리를 주기로 했다.
  • [주말 인사이드] ‘범털’ 집합소 서울구치소…그들의 24시

    [주말 인사이드] ‘범털’ 집합소 서울구치소…그들의 24시

    ‘범털 집합소.’ 권력을 누렸던 정권 실세들과 대기업 오너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서울구치소의 또 다른 이름이다. ‘범털’은 수감자들 사이에 쓰는 은어로 돈 많고, 힘있는 수감자를 뜻한다. 서울구치소는 전국 50여개의 교정시설 중 ‘범털’이 가장 많이 수용돼 있는 곳이자 장소변경 접견(옛 특별면회) 신청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대한제국 말기인 1907년 경성감옥으로 문을 연 서울구치소는 서대문형무소로 불리다 1967년 서울구치소로 이름을 바꿨고, 1987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자리에서 경기 의왕시 포일동으로 옮겨왔다. 서대문 형무소 시절에는 유관순 열사 등 독립투사들이 수용되면서 항일·독립운동의 상징으로 불렸던 곳이지만, 지금은 정권의 단맛에 취해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고위 공무원, 돈과 권력을 등에 업고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탈세를 일삼는 재계 인사들이 한 번씩 거쳐 가는 곳이라는 불명예를 얻고 있다. 서울구치소를 거쳐 간 범털은 추징금 미납으로 국민적 비난을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홍업·홍걸씨,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금도 이재현 CJ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권력의 단맛에 취해 불법 행위를 저지른 유력인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수감 전에는 호사스러운 생활을 즐겼던 범털들의 구치소 생활은 어떨까. 한때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권력을 누렸던 사람이라도 일단 구속이 되면 일반 수감자들과 다를 바 없는 절차를 거친다.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30분~1시간 정도 뒤에 법무부에서 준비한 호송 차량을 타고 구치소로 향한다. 구치소에 도착하면 신상기록카드를 작성하고 신체검사 및 건강검진을 받고 수의, 속옷 등 기본적인 물품을 받는다. 이후 수용생활에 대한 안내를 받고 독거실 혹은 혼거실로 들어가게 된다. 방 배정은 죄명, 형기, 죄질, 범죄전력, 나이, 개인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진다. 공범일 경우 증거인멸이나 말 맞추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따로 방을 쓰게 하고, 질병이 있다는 의사진단서 등 증빙서류가 있는 경우 병사에 수용된다. 범털들은 대부분 독거실을 배정받는다. 독거실은 6.56㎡(약 1.9평) 규모이며 접이식 매트리스와 관물대, TV, 1인용 책상 겸 밥상, 세면대, 화장실 등이 구비돼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다른 수용자들과의 마찰 등의 문제를 고려한 것이지 특혜 차원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식사·용변·빨래·취침을 1.9평의 좁은 공간에서 해결해야 하고, 혼자서는 걸어다니지도 못했다. 여름에는 선풍기와 부채만으로 버텨야 하고, 겨울은 시멘트 바닥이 차가워 견디기 힘들었다. 3개월이 지나자 누구라도 좋으니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했다. 차라리 검찰청에 나가 검사와 대화를 나누고 싶을 정도였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최근 출소한 A씨는 구치소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며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구치소는 기본적으로 모든 자유가 제약되는 곳이기 때문에 편하게 지내기란 불가능하다. 원칙적으로 범털들도 일반 수감자와 크게 차이 없는 생활을 한다. 아침 6시 기상을 알리는 음악 소리로 하루가 시작된다. 인원이나 건강이상 유무 등을 확인하는 아침 점호를 받는다. 아침은 오전 7시, 점심은 낮 12시, 저녁은 오후 6시고, 밤 9시가 되면 잠자리에 든다. 식사는 쌀·보리의 혼합곡과 함께 3찬(국 포함)으로 독거실 내에 있는 식기에 배식받아 해결한다. 가족 등이 가져오는 외부 음식은 반입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설거지는 방 안에서 직접 해야 한다. 수감자들은 ‘기상→식사→출정(검찰 조사, 재판 참석)→휴식’이라는 단순한 생활을 반복한다. 출정을 나가지 않는 경우에는 30분~1시간 정도의 운동과 하루 한 번 30분간 외부인 접견, 하루 한 번 변호사 접견 외에는 대부분을 방에서 보낸다. 범털들은 일반 수감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다. 재판으로 넘어가기 전 구속상태의 수감자들은 거의 매일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는다. 검찰은 20일이라는 구속기간 동안 조사를 마치고 재판에 넘겨야 하기 때문에 이 기간에 집중 조사를 한다. 최근 구속기소된 이재현 회장도 기소 전에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검찰조사를 받았다. 재판에 넘겨진 뒤에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재판에 참석할 때를 제외하고는 회사 임직원들이나 가족들과의 접견을 통해 회사 중요 업무,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 이때는 변호사 접견이 하루 일정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변호사 접견은 하루 한 번만 가능하지만 시간제한이 없어 이 시간을 요긴하게 사용한다. 변호사 접견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교도관의 배석 없이 변호사와 둘만의 대화가 가능하고 접견 내용도 기록되지 않는다. 변호사를 통해 향후 검찰 수사 대응 방안은 물론 회사 업무를 지시 혹은 결재하거나 정·재계 소식, 최근 업계 동향, 국민 여론 등을 전해 듣는다. 때로는 변호사를 말동무 삼아 시간을 때우기도 한다. 구치소에서도 특혜 아닌 특혜가 있다.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한 B씨는 “변호사 접견만 해도 일반 수감자들은 비싼 비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이다. 대개의 수감자들은 보통 TV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낸다”고 말했다. 특별한 경우에 신청하면 이뤄지는 장소변경 접견은 범털들이 답답함을 벗어나고자 종종 쓰는 방법 중 하나다. 최대 5명을 한꺼번에 볼 수 있으며 15분 동안 이뤄진다. 접견실에는 테이블과 소파가 구비돼 있고, 접견을 하면서 악수나 포옹도 가능하다. 구치소 안에서 판매하는 빵, 우유, 떡갈비, 훈제닭갈비, 바나나, 오렌지, 각종 스낵류 등 음식들을 사먹을 수도 있다. 영치금으로 구입이 가능한데 풍요로울 정도의 영치금이 들어오는 범털들은 수감자들에게 음식을 돌리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을 과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서의 생활, 자유의 억압으로 인한 고통은 마찬가지로 하루라도 빨리 구치소를 나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쓰기도 한다. 가장 애용되는 방법 중 하나가 건강악화를 내세우는 이른바 ‘휠체어 퍼포먼스’다. 1999년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국회 증인으로 출두하면서 휠체어와 하얀 마스크를 쓴 뒤 숱하게 애용됐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2006년 비자금 조성혐의로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된 뒤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등장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검찰의 구속수사를 앞두고 심장수술을 받았다. 범털들은 구치소를 벗어나기 위해 구속집행정지 신청과 구속적부심, 보석제도 등을 활용하고 있다. 형이 확정된 뒤에는 설, 추석, 1월 1일, 8월 15일 등에 특별사면을 기대하면서 구치소 생활을 버티고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그래픽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돈·권력 있어 대우받는 죄수 ‘범털’ ‘범털’은 돈이나 뒷배경이 없는 ‘개털’이라는 용어의 반대 개념으로 나온 죄수들의 은어다.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유래는 확실치 않지만 1980년 황석영의 소설 ‘어둠의 자식들’에 ‘우리 같은 개털은 몸으로 때우면서 징역 사는 수밖에 없지’라는 말이 등장한다. 일반 수감자들은 자신들과 달리 감옥에서도 대우를 받는 돈 많고 권력 있는 재벌이나 정치인들을 빗대 범털이라고 불렀다. 감옥에서는 기본 물품이 부족하다 보니 가족이나 친지들이 넣어주는 영치금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치금이 풍부해 넉넉한 수감 생활을 하는 죄수들은 ‘범털’, 영치금이 없어 감옥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죄수들을 ‘개털’로 구분해 칭해 왔다.
  • 年10시간 정규수업 때 학폭 예방교육… 가해·부적응 학생 ‘대안교실’ 만든다

    年10시간 정규수업 때 학폭 예방교육… 가해·부적응 학생 ‘대안교실’ 만든다

    앞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정규 교과 시간에 실시된다. 피해 학생에 대한 정신적·경제적 피해보상 지원이 강화되고 가해 학생과 학교 부적응 학생은 학교 울타리 안에 마련된 ‘대안교실’에서 맞춤 교육을 받는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학교폭력 가해 사실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를 거쳐 졸업 후 삭제하고 2년 동안만 기록을 보존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23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제5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의 ‘현장 중심 학교폭력 대책’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춰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초·중·고교에서 폭력 예방교육이 방과후 학교나 창의체험 활동과 같은 비정규 교과 시간에 실시된다는 지적에 따라 교육부는 국어·윤리·사회 등 교과 시간을 활용해 1년에 10시간 동안 예방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어울림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한다. 어울림 프로그램은 오는 2학기에 300개교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해 2017년 전체 학교로 확대된다. 황홍규 교육부 학생복지안전관은 “초등학교 때부터 어울림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학생들이 학교폭력의 방관자 노릇을 하지 않고 적극적인 방어자와 해결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육부는 또 오는 2학기부터 가해 학생과 학교 부적응 학생을 위한 대안교실 100곳을 시범학교에 설치하고,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적극 수행하는 학교 1000곳을 ‘꿈키움학교’로 선정, 지원한다. 학교 부적응 학생을 학교 바깥으로 밀어내지 않고 보듬기 위한 정책이다. 부적응 학생들이 학교에 정을 붙이고 자신의 잠재력을 점차 깨닫게 하는 것이 대안교실의 목표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이번 대책에서 중요시한 것이 ‘예방교육’이라고 강조한 교육부는 학생들의 바른 언어습관 교육과 집단 따돌림 문제 해결에도 공을 들였다. 교육부는 언어문화 선도학교 150곳을 지정해 집중교육을 실시하고, 집단 따돌림이 발생할 경우 학생 자치위원회가 ‘교우 관계 회복기간’을 부여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등 처벌보다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교육부는 또 피해자가 가해자 정보를 기재하지 않아도 치료비 선지급을 요청할 수 있게 했고, 간병급여까지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가 처리 단계별로 교육 당국에 실시간 보고하게 했고,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 보고하면 교원을 중징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편 폭력 이력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은 유지하되 졸업 후 삭제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이유로 교육부는 개선의 여지를 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폭력 이력이 계속 남아 취업 기회를 박탈한다는 지적에 따라 2년 뒤 폭력 이력을 지우고, 자치위 심의를 거칠 경우 졸업 뒤 즉시 지우는 방안도 마련했다”면서 “졸업하는 해 학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온정주의적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졸업 전 학생부 수정은 금지했다”고 설명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지방시대] 충청인의 작은 행복 찾기/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시대] 충청인의 작은 행복 찾기/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는 작은 행복들이 숨어 있다. 특히 아이들의 표현 속에는 팍팍한 삶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아주 작은 웃음들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우리말 표현 중에 내일 모레의 다음 날을 뜻하는 말이 무엇인지 아는가. 대부분의 어른들은 쉽게 ‘글피’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면 글피의 다음 날은 무엇일까? 정답은 ‘그글피’다. 이번에는 반대로 어제의 전날은 그제, 그제의 전날은 무엇일까? 이 또한 어른들은 ‘그끄제’라고 답할 것이다. 며칠 전, 가족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초등학생인 막내가 ‘내일 모레 내일’에 학교에서 현장 학습을 간다는 말을 하는 순간, 약간의 간격을 두고 가족 모두 작은 행복감을 느꼈다. 확신을 갖고 말하는 아이가 예뻤고 그 표현이 정말로 기발했다. 어느 집에서나 막내는 집안의 웃음꽃이리라. 일반 가정에서 작은 행복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가족 간에 사랑이 있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바깥세상이 힘들더라도 집안에서만큼은 작은 행복으로 재충전할 수 있다. 지역사회도 가정과 다르지 않다. 지역공동체의 삶은 역사를 공유하고 같은 지역민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함께 잘 살아 보자고 노력하는 모습이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그나마 오랜 세월 동안 경쟁과 협력의 틀 속에서 어느 한 곳이 성장하면 기꺼운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고, 안타까운 일이 생기면 작은 위로나마 전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기에 작은 국책사업이라도 어떻게 하면 서로 함께 할 수 있을까 상의도 하는 것이다. 특히 다른 지역들에 비해 정치력도 없고, 인구도 적고, 힘도 없고, 돈도 없는, 그야말로 서로의 어깨 빼고는 비빌 곳도 없는 지역이 바로 충청도다. 얼마 전, 충청지역민들의 작은 행복을 박탈하는 일이 있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수정안이 그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거점지구와 기능지구가 뭔지 잘 알지도 못하고, 또 그것이 우리 지역이나 가정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가져올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대전, 충남, 충북, 세종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우리나라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해서 충청인으로서의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봤던 것이다. 같이 시작했으면 끝을 내든 바꾸든 한 마디 상의는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서운함과 배신감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다 못해 가족 여행을 가더라도 행선지며 숙박이며 음식까지도 서로 상의한다. 더군다나 수정안이 국가에 더 도움이 된다고 하면서도 미리 상의하면 안 될 이유가 있었던가. 500만 충청인들을 국가차원에서는 생각을 못하는 지역이기주의자로만 보는 것인지 의아하기까지 하다. 국가의 과학정책을 사회적 논의 없이, 더군다나 힘을 합쳐 제대로 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한 번 만들어 보자고 협력을 한 친구들에게는 한 마디 상의도 안 한 친구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조금이라도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 배려가 있었다면 이처럼 많은 배신감과 분노는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힘없고 백 없는 소시민들의 작은 행복마저도 소수가 독점해 버리는 세상이 되었나 보다. 지금이라도 함께하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텐데.
  • [주말 인사이드] 개원하면 돈방석? 다 옛말… 그래도 쥐꼬리 수당에 고난도 수술은 싫다

    [주말 인사이드] 개원하면 돈방석? 다 옛말… 그래도 쥐꼬리 수당에 고난도 수술은 싫다

    흔히들 의대를 마친 젊은 의사들이 전공을 선택하는 걸 보면 ‘돈’이 보인다고들 말한다. 상당 부분 근거가 있다. 우리 사회가 한때 성형 열풍에 휩싸인 것은 앞다퉈 개원한 병·의원들이 뒤질세라 광고를 해대 아름다워지려는 인간의 욕구를 자극한 탓이 크다. 성형 열풍은 그렇게 ‘만들어진’ 일종의 파이였다. 이렇게 커진 시장에 거대한 돈의 흐름이 형성되자 새내기 의사들이 마치 엘도라도라도 되는 양 너도 나도 개원 대열에 합류했고, 이런 흐름이 의사들의 전공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그들은 돈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왜 개원했느냐고요. 이유는 많지요. 교수 자리도 보장되지 않는 빡빡한 대학병원에서 기약 없이 뺑뺑이 돌 수도 없고,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강했고…. 뭐 그렇지요.” 서울 강남에서 4년 전 성형외과를 개원한 전문의 K(37)씨는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대부분의 개원의가 금융 부담을 지지 않을 수가 없어요. 저도 대출이다, 리스다 해서 짊어진 금융 부담이 20억원이 넘어요. 이 중 절반 정도는 공동원장들이 분담했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부담이죠. 이 정도의 금융 부채 털어내는 데 7∼8년, 길게는 10년 이상도 걸리겠지요. 그래도 걱정은 안 해요. 그 정도야 누구나 안고 가는 부담이고, 아직 성형 열풍이 살아있으니….” 한 치과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는 ‘페이닥터’로 3년간 근무하다 서울 강동에서 개원한 치과의사 H씨는 K씨와는 생각이 좀 달랐다. “개원하면 돈방석에 앉는다고들 생각하지만 세상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새로 생기는 치과는 많은데 시장 규모는 안 커지니 속된 말로 뜯어먹을 게 줄어드는 셈이지요.” “10년쯤 전에 목 좋은 곳에 개원해서 2년만에 본전 뽑고, 떼돈 벌었다는 사람 저도 알아요.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라요. 임플란트 시술비 후려치는 거 보세요.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임플란트 등 보철 비용이 3~4분의 1밖에 안 되잖아요. 그것도 비싸다고 환자들은 여기 저기 비교하고 다니는 판이니 죽을 맛이지요.”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개원한 P씨는 “우리 나라의 성형 열풍이 의료 선진국이나 이웃 일본, 중국과 비교해도 지나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압구정 현대백화점 푸드코트 밖으로 보이는 성형외과 등 개원의 간판을 한번 세어보라. 그것이 강남 개원가의 현실이다”고 말했다. P씨는 “나도 꽤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나 아무리 의사라도 노력 없이는 돈 벌기 어렵다. 쉬지도, 놀지도 못하고 뼈 빠지게 일해야 한다. 지금은 그런 분위기도 바뀌어가고 있지만…”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급 과잉을 말했다. “사실, 개원만 하면 돈을 긁어모은다고 생각하지만 직원들 월급 못 주는 병원이 널렸고, 아예 망해서 주말에 중국으로 진료 다니는 보따리 의사도 많다”고 귀띔했다. 물론 바람 잘 타 ‘떼돈’을 번 의사들이 적지 않다. 강남 개원가에서는 돈 많이 벌었다는 개원의들을 줄줄이 꼽기도 한다. 30년 전에 개원한 정형외과 원장 A씨와 이비인후과 원장 B씨, 개원 20년을 넘긴 안과 원장 C씨와 성형외과 원장 D씨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본인들의 생각은 세간의 평가와 온도차가 있다. C씨는 “의대를 마친 뒤 소수는 대학이나 연구 쪽으로 빠지고 나머지는 개원을 하기 때문에 개원 자체를 ‘돈 벌려는 선택’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 물론 최근에는 능력있는 신진들이 예전보다 더 많이 개원하는 건 맞지만 그 사람들도 대부분은 기존 의료전달 체계나 보험제도가 내몬 사람들”이라면서 “그 결과로 그들이 많은 돈을 벌었다 해서 그걸 죄악시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의사들의 선택이 오로지 돈 때문만은 아니다. 불합리한 현행 의료수가 체계가 부른 ‘예고된 혼돈’이라는 지적도 많다. 새내기 의사들이 외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A씨는 “외과에서 어려운 개흉·개복 수술을 해봐야 수가를 코딱지만큼 책정해 놓으니 누가 흥미를 갖겠나. 뒤집어 보면 성형이나 안과, 이비인후과를 선호하는 게 돈을 많이 번다는 측면보다 돈도 안 되는 어려운 전공과를 피하려는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풍선효과처럼 특정 전공과를 기피하다 보니 자연스레 또 다른 특정 전공과로 인력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이형래 교수도 수가체계의 불합리성에 상당 부분 동의했다. 비뇨기학회 이사이기도 한 이 교수는 “이런 추이를 방치하면 머잖아 비뇨기과 등 특정 진료과 의사의 씨가 마를 판”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수가체계의 불합리 때문에 의사들이 비뇨기과를 기피하는 것이 맞다. 그 정도의 수가로 어려운 비뇨기 분야 수술을 감당하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여기에다 지금도 수많은 비뇨기 질환자들을 산부인과 등 다른 전공과에서 진료하고 있다. 이런 문제도 비뇨기과 기피에 한몫을 한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비뇨기 개원의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진료의 기회 박탈이 큰 이유”라면서 이에 대한 환자들의 이해와 정부의 개선 의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정말로 의사들의 전공과 선택에는 돈의 흐름에 대한 예민한 감각이 배어있을까. 이에 대한 의사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이미 국내 의료 공급체계가 포화상태여서 이후 어떤 진료과도 이전의 ‘붐’을 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임일성 대한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장은 “전공과 부침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돈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흐름이 있다”면서 “요즘 젊은 의사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 하고, 수술 등 어려운 분야에 투신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전공과 선택이나 개원 추세에 반영됐다. 따라서 이런 흐름을 돈으로만 해석하려는 시각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2년 전국의 전공의 모집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와 피부과·성형외과·안과·정형외과·영상의학과·재활의학과 등이 지원율이 높은 상위 7개과로 꼽혔다. 반면 결핵과·흉부외과·예방의학과·비뇨기과·병리과·외과·산부인과 등은 지원율이 낮은 7개과로 나타났다. 특기할 점은 이들 하위 7개과가 모두 정원을 못 채웠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는 올해 서울대 전공의 지원현황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됐다. 내과·신경외과·정형외과·성형외과·정신과·영상의학과·재활의학과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률(1.4∼1.7대1)을 보인 반면 외과·흉부외과·산부인과·비뇨기과·병리과 등은 정원도 못 채웠다. 외과·흉부외과·산부인과·병리과 등은 2008년에도 똑같이 미달사태를 겪었다. 이런 추이는 세브란스병원도 다르지 않아 올해의 경우 내과·정신과·피부과·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등은 지원율이 높았던 반면 외과·흉부외과·산부인과·비뇨기과·병리과 등은 정원을 못 채웠다. 이 같은 의료자원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일부 중소병원이나 지방 병원들은 아예 진료과를 폐지하는가 하면 의료인력을 줄여 형식적으로 진료과를 운영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의료인력 양극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의료인들은 전공 선택을 ‘먹고사는 문제’라고 말한다. 적정 수가도 보장되지 않는 전공을 택해 고난도 진료의 부담을 짊어질 이유가 없는 데다 개원마저 여의치 않아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선호도가 높은 전공과의 경우 비급여 진료 영역이 넓어 의료수가의 문제를 커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원이 용이해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의 한 외과 전공의는 “이런 수급불균형의 문제 이면에는 돈을 먼저 생각하는 영악함이 개입돼 있는 게 사실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인턴 정원보다 의사 국가시험 합격자 수가 크게 못 미치는 등 기형적인 수급문제가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대형병원들을 중심으로 규모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인턴과 레지던트 정원을 늘렸으나 정책이 이런 변화를 수용하지 못해 ‘국가시험 합격자<인턴 정원<레지던트 정원’이라는 왜곡된 수급체계를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강남에서 성공한 피부과 개원의로 꼽히는 R원장은 “지금의 전공의 지원 실태가 왜곡된 건 맞고, 걱정도 된다. 하지만 이를 오로지 돈벌이 때문이라고만 보는 것은 잘못이다. 수가 개선 등 지원체계를 강화해 국가 의료의 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광주 2019 세계수영대회 유치 이후] 정부 “예산 국비지원 불가”… 지자체 무분별 국제행사 유치에 제동

    [광주 2019 세계수영대회 유치 이후] 정부 “예산 국비지원 불가”… 지자체 무분별 국제행사 유치에 제동

    광주광역시가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에 성공했지만 정부는 ‘공문서 위조’ 파문에 대해 초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국무총리와 소관부처 장관의 사인을 위조한 혐의로 강운태 광주시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국비 지원도 해주지 않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막무가내식 국제행사 유치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은 19일 “한국 수영과 스포츠 발전을 위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유치와 검찰 고발을 분리한 것일 뿐 고발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자체장들이 ‘치적 쌓기’ 목적으로 국제대회를 무분별하게 유치하다 보니 국가적으로 후유증이 만만찮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0년 1848억원이던 스포츠 경기 국비 지원금이 올해 3156억원으로 1.7배가 됐다. 실제 강원 평창은 ‘삼수’ 끝에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획득했지만, 유치 과정에서 알펜시아 리조트를 무리하게 개발하다 도 전체가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다. 2014년 하계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인천광역시 역시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경기장 건립에 나섰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인천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건립한 문학경기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음에도 새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을 지자체 재정으로 짓겠다고 나섰다가 뒤늦게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일 월드컵 때 수조원을 들여 전국에 10개의 경기장을 건립했으나 현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만 제대로 활용될 뿐 나머지 경기장은 지자체의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수영세계선수권대회 유치권을 얻어낸 광주는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도 예약해 놓은 상태다. 큰 이벤트를 끝내고 4년 만에 또 세계적인 대회를 유치하려다 보니 중앙정부의 명의를 위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현재 정부 보조금이 10억원 이상 필요한 국제대회를 유치하기 위해선 대한체육회(KOC) 국제위원회와 기획재정부의 국제행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6월 현행 ‘모든 국제대회’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내년부터 ‘메이저 국제대회’에만 지급하기로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지자체의 무리한 국제대회 유치를 막기 위해서다. 메이저 대회는 올림픽·아시안게임·유니버시아드대회, 단일 종목으로는 축구 월드컵과 세계육상선수권 등 총 5개. 세계수영대회를 내년 이후 유치하려면 정부 보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날 FINA 총회에서 부다페스트가 2021년 개최지로 선정됨으로써 광주시의 개최 자격이 박탈되거나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대회를 치를 수 없게 되는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회 유치와 별개로 정부와 청와대는 원칙적인 대응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공문서 위조 혐의로 검찰 수사와 법정 공방 등이 불가피하다. 진실을 둘러싼 싸움도 불붙을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4월 이미 위조 사실을 파악하고도 쉬쉬해 오다 유치가 결정된 19일에야 문제를 제기한 것은 1년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와 관련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게 아니냐는 음모론이 벌써 나오고 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전두환, 자택 들이닥친 검사에 “수고했다”… “처음 겪는 일도 아니고”

    16일 재산을 압류당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검찰의 압류 처분이 진행된 7시간 동안 사저에 머물며 절차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이날 오후 “내외분이 현장에 입회했다”며 “압류 처분을 지휘하는 검사에게 ‘수고가 많다. 전직 대통령이 이런 모습만 보여줘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 전 비서관은 1980년부터 전 전 대통령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박탈당한 1997년까지 17년 동안 보좌했다. 민 전 비서관은 “검사를 통해 국민에게 전한 말씀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2003년 찻잔세트와 진돗개 두마리까지 가압류했다”며 “새삼 처음 겪는 일도 아니어서 특별히 힘들거나 심기가 불편한 내색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 전 대통령 내외는 압류 처분이 시작될 당시 사저 안에 머물고 있었고 경호원 1∼2명과 파출부 외에 비서관 등 다른 인력은 없었을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 전 전 대통령은 최근 별다른 대외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서예나 독서 등으로 소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 전 비서관은 “검찰이 압류 처분을 하러 왔을 때 TV를 보거나 책을 읽고 계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우리금융 직원들 고용 촉각

    우리금융지주 해체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인 우리금융은 내년 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덩달아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6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지주 소속 임직원은 지난 5월 말 160명에서 최근 98명으로 줄었다. 우리은행, 경남·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계열사로 전보됐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으로 발령받은 지주사 직원 20명은 재교육을 받고 다음 주쯤 은행 업무에 배치될 예정이다. 앞서 경남·광주은행과 우리투자증권에도 지주사 직원들이 발령을 받고 짐을 싸서 떠났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거치면서 5개 본부를 모두 폐지하고 부서 17개를 10개로 대폭 줄였다”면서 “지주사 조직을 축소하고 계열사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인사 발령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중분해될 지주사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인력을 배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계열사에 소속을 둔 직원들은 돌아갈 곳이라도 있지만 지주사가 직접 채용한 직원들은 정해진 게 없어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부서 개편 과정에서 실직자 신세가 된 전직 임원 8명과 부서장 9명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2명의 명예퇴직자도 나왔다. 우리은행 임직원들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KB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 등에 매각되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경우 지점은 2300개, 임직원은 3만 7000명에 달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은행이 다른 금융지주사에 팔리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게 직원들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 원매자가 많은 지방은행과 우리투자증권에 비해 우리은행을 사겠다고 나서는 곳은 적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금융지주사는 물론 증권·보험사나 산업 자본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경남·광주 등 지방은행 그룹은 부산·대구·전북 등 다른 지방은행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직원은 “우리나라 최초 금융지주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았는데 요즘은 앞날을 알 수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민선 5기 3년! 구정의 품격] 이동진 도봉구청장

    [민선 5기 3년! 구정의 품격] 이동진 도봉구청장

    “컬처노믹스로 도봉을 일으켜 세워야죠.” 처음 본 도봉은 정감 넘치는 서민 도시였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 견줘 낙후돼 상대적인 박탈감이 컸다. 국립공원인 도봉산을 빼놓고는 크게 자랑할 만한 것도 없었다. 주민들의 자괴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의 고민은 여기서 출발했다. 도봉에서 산다는 데 자부심을 갖게 해줘야 한다고 다짐했다. 역사와 문화에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제 개청 40주년을 맞아 지역 곳곳에서 자랑거리가 움을 틔우고 있다. 우선 도봉산 자락 도봉서원이 있다. 조선 중기 문화 유산이다. 서울시에 있는 유일한 사액 서원으로 조광조를 기리는 곳이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복원 사업이 한창이다. 법조인·정치가인 김병로(1887~1964), 교육가·언론인 송진우(1890~1945), 독립운동가·한학자 정인보(1893~1950), 소설가 홍명희(1888~1968), 노동운동가 전태일(1948~1970) 등의 옛 집을 길로 연결해 시대 정신을 맛볼 수 있는 역사 인물 탐방길도 만들었다. ‘한국의 간디’ 함석헌(1901~1989)이 말년을 보낸 자택도 리모델링해 기념관을 조성한다. 오는 12월 착공한다. ‘저항 시인’ 김수영(1921~1968)의 본가 인근에 있는 동 주민센터 건물을 문학관으로 꾸미고 있다. 11월 문을 연다.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교육가이자 문화재 지킴이 전형필(1906~1962) 고택은 민족문화 수호 정신을 기리는 기념관 내지 공원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한국 대표 만화 캐릭터 또한 도봉의 자산이다. 둘리뮤지엄이 최근 첫 삽을 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지브리 박물관 같은 곳으로 키우겠다는 게 이 구청장의 복안이다. 도봉산도 생태 치유 공원 등을 통해 도심 내 힐링 특구로 조성하기 위한 청사진을 그리는 중이다. 이러한 일들로 단순히 자긍심만 제공하는 게 아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도봉을 찾아와 지역 경제가 활성화하는 등 지역 발전과 직결된다는 게 이 구청장의 설명이다. 재정 여건이 악화일로를 걸으며 계획한 만큼 사업을 펼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 구청장은 그러나, 앞으로 1년 동안 중·장기 발전 계획을 제대로 만들어 놓겠다고 자신했다. 컬처노믹스를 통해서다. 문화 인프라를 확충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단다. 도봉은 취약한 경제기반 탓에 인위적으로 빠르게 변화를 줄 수 없고, 공장을 짓고 기업을 유치하는 개발 방식은 지역 체질에 맞지 않다고 이 구청장은 말했다. 정답은 문화적인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창동역 주변 아레나 공연장 건립을 꾀하는 것도 그래서다. 현재 도봉·노원·성북·강북구 등 동북 4구 발전협의회에서 관련 용역을 발주해놨다. “도봉산 자락에 무수골이란 마을이 있어요. 그 이름처럼 근심이 없는 도봉, 따뜻한 도봉, 친환경적인 도봉, 문화가 풍성한 도봉, 힐링의 도봉으로 가는 길을 야무지게 닦겠습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정전협정 60년] “교류 확대 통한 신뢰 구축이 내적통일 첫걸음”

    [정전협정 60년] “교류 확대 통한 신뢰 구축이 내적통일 첫걸음”

    동·서독을 가로막던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지 올해로 24년째를 맞았다. 독일은 통일 이후 유럽 최대 경제 대국으로 등극했지만 독일 국민들 사이의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은 한반도가 진정한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경제 통합과 내적 통일을 이룰 수 있는 방안부터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의 기독교사회당 계열 정치 재단인 한스 자이델 재단의 한국 사무소 대표인 베른하르트 젤리거 박사는 남한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북한을 현대화하는 과정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흔히 사람들이 통일 비용에 대해 우려하는데 이때 ‘분단 비용’을 간과한다. 군사비, 외교비, 자유와 인권을 박탈당한 북한 주민들의 삶 등과 같이 남북한 간의 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유무형의 비용은 통일을 하면 줄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사회민주당의 싱크탱크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 사무소의 크리스토프 폴만 소장은 남북한 간의 군사 및 경제 협력, 문화·학술·스포츠 교류 활동 등을 통한 남북한 간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내적 통일을 향한 첫 번째 단계라고 말했다. 분단 이후 각 분야에서 남북한의 이질감이 극대화되고 있는 점을 지적한 폴만 소장은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새터민들의 정착 과정을 돕는 과정에서 남북한의 내적 통합을 위한 해법을 모색할 것을 추천했다. 그는 “남한 사람들은 여전히 새터민을 ‘2등 시민’으로 대할 뿐만 아니라 새터민 역시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인식한다”면서 남한 사람과 새터민이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서로에 대한 편견을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만 소장은 아울러 “남한의 사회 경제적 조건과 이념적 성향의 차이에 따른 사회 대립이 심화되는 것도 한반도 통일의 해로운 요인”이라고 지적하면서 북한과의 신뢰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동시에 ‘남남 갈등’을 해소해 통일에 대한 국론을 통합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전용기 소유 ‘사치왕’ 타이 승려, 결국…

    전용기 소유 ‘사치왕’ 타이 승려, 결국…

    전용 제트기까지 소유해 국제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타이 승려가 각종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속속히 드러나면서 결국 승복을 벗게 됐다. 14일 ‘방콕 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타이 동북부 시사켓주(州) 불교국이 최근 출장을 빌미로 전용 제트기를 타고 프랑스로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폭로된 주지급 승려의 승적을 박탈하기로 했다. 논란이 된 승려는 현지에서 넨캄 스님으로 알려진 프라 위라폴(34). 이 승려는 해외 명품 선글라스와 최신형 전자기기 등을 지니고 개인 제트기에 탑승한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된 뒤부터 부정축재 등의 혐의를 받아왔다. 만 34세로 알려진 이 승려는 개인의 과거를 알아내는 신통력을 가졌다고 소문이 난 뒤부터 수십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 법무부 산하 특별조사국(DSI) 조사 결과, 그는 지금까지 총 1억 2400만 바트(약 44억 6000만원) 상당의 벤츠 등 고급 외제차 57대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는 미성년자를 포함해 여러 명의 여성과 성관계를 갖고 2명의 자녀까지 둔 것으로 알려져 당국이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두고 조사에 들어갔다. 한편 부정축재 등 각종 비리에 휘말린 해당 승려는 출국한 뒤 아직 귀국하지 않고 있어 당국은 그의 이름으로 개설된 은행 계좌를 동결하고 여권을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유튜브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커버스토리] 몰아치는 ‘힐링 열풍’ 빛과 그림자

    [커버스토리] 몰아치는 ‘힐링 열풍’ 빛과 그림자

    지난해 서울 K대에 입학한 이모(20·여)씨. 1년여 동안 각종 힐링(치유)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며 ‘힐링 마니아’로 살았다. 정치인, 기업가, 학자, 연예인 등의 ‘힐링 강연(콘서트)’은 물론이고 멘토링이나 템플스테이 등 기관에서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경북 출신으로 외지 생활을 해야 했던 자신을 선배나 단상 위의 강사들이 이해해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로는 잠시뿐. 매일 쏟아지는 수업 과제의 부담은 그대로이고 다른 친구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다는 불안감도 여전했다. 이씨는 “힐링이 될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우병국(47) 홍보실장은 매주 토요일 오전 6시면 어김없이 산에 오른다. 벌써 10년째다. 서너 시간 땀을 빼고 오후에는 반드시 아내와 데이트를 하는 일정도 고정됐다. 업무 특성상 평일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해서 토요일 오전에는 자신만의 시간을, 오후에는 가족과의 대화를 갖기 시작했다. 그는 “유행에 좌우되지 말고 자신의 여건에 맞는 힐링법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행을 넘어 과잉이라는 말이 맞을 만큼 ‘힐링’을 앞세운 각종 프로그램과 상품이 범람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위로와 다독임을 받았는데도 왜 내 삶은 바뀌지 않을까’에 대한 사람들의 실망감도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가 ‘힐링 시즌1’이었다면 좀 더 발전된 ‘힐링 시즌2’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2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힐링’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의 수는 2000년 7건에서 지난해 9385건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서 6월까지만 1만 2447건으로, 월평균 기준 지난해의 2.7배에 이른다. 서적 판매나 방송 제작에서도 힐링은 필수 소재다. 대표적 힐링 도서로 꼽히는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교보문고·예스24에서 올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선정됐다.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땡큐’, KBS ‘이야기쇼 두드림’, tvN ‘스타 특강쇼’ 등 관련 TV프로그램들도 인기를 누렸다. 이렇게 힐링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넘쳐 난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와 개인들에 대한 치유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기업과 정치인 등에 의한 과도한 상업화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힐링의 일종인 자기계발서나 토크콘서트에는 알맹이 없이 잠시 위로하는 말만 가득 차 있다”면서 “마치 교회 부흥회 하듯 이뤄지는 힐링 속에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데, 이것이 힐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큰 박탈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영진 한양대 국문과 외래교수도 “깊이 없이 상품화된 힐링은 사회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게 만들고, 해결 안 된 문제를 마치 해결된 것처럼 포장한다”면서 “힐링 관련 상품이나 프로그램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비판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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