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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5세 이후 IRP→개인연금 갈아탈 때 내년부터 세금 안 낸다

    55세 이후 IRP→개인연금 갈아탈 때 내년부터 세금 안 낸다

    정부가 내년부터 개인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간 ‘세금 장벽’을 없앤다. 원리금을 보장하는 연금저축신탁도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시킨다. 한 계좌에서 각각의 연금 상품을 종합 비교할 수 있는 개인연금계좌도 만든다.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 노후 대비가 절실한데, 300조원에 달하는 개인연금시장이 지나치게 예·적금에만 쏠려 수익률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는 2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연금자산의 효율적 관리 방안’을 합동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짚어 봤다. →개인연금과 IRP 간에 자금을 옮기면 세금을 안 내도 되나. -IRP에서 개인연금으로 돈을 옮기면 내년 1분기부터 원금과 수익에 대해 6.6~41.8%(주민세 포함)인 퇴직소득세를 안 내게 된다. 개인연금에서 IRP로 옮길 때도 기타소득세(16.5%)를 안 낸다. 대신 매달 연금을 받을 때 연령에 따라 3.3∼5.5%인 연금소득세만 내면 된다. 단 연금수령 시작 시기인 만 55세 이후에 옮길 경우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20년간 재직했던 직장인 A(57)씨가 퇴직 후 받은 2억원을 IRP에서 개인연금으로 갈아탄다고 치자. 이 경우 세금이 1300만원가량(퇴직소득세 800만원+연금소득세 500만원) 되지만 내년부터는 연금소득세 500만원만 매달 나눠 내면 된다. →이렇게 갈아타려는 소비자들이 있나. -IRP는 퇴직연금이라 자산운용 상품에 제한이 있다. 펀드, 주식 등 수익성 자산에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 때문에 연금 자산을 보다 공격적으로 운용하려는 고객이 개인연금으로 옮기려는 수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세금 ‘장벽’ 때문에 이전이 쉽지 않았다. 물론 퇴직연금은 관련 법에 따라 압류, 양도, 담보 등이 금지돼 노후 대비를 더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수익이냐, 안정이냐’에 따라 본인이 이전 여부를 고르면 된다. →연금저축신탁 가입은 왜 제한하나. -원래 신탁업자는 손실보전 등 원리금 보장을 못 하게 돼 있지만, 연금저축신탁만 예외였다. 이 때문에 사업자들이 위험을 피하려고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에 돈을 쏟아넣었다. 현재 세액공제가 되는 세제 적격 개인연금 적립금 109조원 가운데 90%가량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쏠려 있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신탁 수수료까지 내고도 정기예금을 드는 꼴’이었다. 결국 ‘저속 안전 운행’ 위주의 개인연금 운용 관행에 정부가 판매 금지라는 ‘강수’로 대응한 것이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사라지면 주식, 펀드 등 수익형 상품의 편입 비중이 커져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기존 가입자의 추가 납입은 인정된다. 정부는 내년 1분기 금융투자업 감독 규정을 개정해 연금저축신탁의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사실상 퇴출시킨다. →가입자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것이 아닌가. -높은 수익률과 높은 위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온다. 특히 목표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아도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소비자들이 지금처럼 원리금 보장 상품을 많이 고르는 것은 ‘합리적인 의사’가 반영된 게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복잡한 연금 상품을 이해하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개념이 간단한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박주영 금융위 투자금융연금팀장은 “원금 보장을 원하면 연금저축보험에 들면 된다”면서 “신탁의 원래 목적은 위험을 감안하고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것인 만큼 취지에서 벗어나 운용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연금계좌가 생긴다던데. -지금은 연금저축 상품을 들면 업권별로 각각 따로 가입하고 상품별로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은행, 증권, 보험사 한 곳의 금융사에서 개인연금계좌를 만들면 이 계좌에서 납입·운용·수령까지 다 가능하다. 수익률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수익률 및 비용, 예상 연금 수령액 등 통합 비교가 된다. 예컨대 A은행이 취급하는 연금저축보험, 펀드, 신탁 모든 상품의 ‘성적표’가 보이기 때문에 연금 상품 간 전환을 촉진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 다른 금융사 상품까지 다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막상 가입해도 신경쓰기 어려운 게 연금인데. -정부는 각 금융사가 개인의 경제상황, 투자성향, 연령 등을 고려해 짠 대표 모델 포트폴리오를 적극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가입자가 특별히 운용 방식을 지정하지 않으면 금융사들이 유형별로 준비해 놓은 포트폴리오 투자가 적용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지l만원, 5·18 재판 관련 판사 고발

    ‘5·18 북한군 배후설’을 퍼뜨린 지만원씨와 뉴스타운이 관련 호외발행 및 배포 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린 판사들을 고발했다. 20일 광주지방법원에 따르면 지씨 등은 5·18 단체들이 자신들을 상대로 낸 호외발행 및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광주지법 민사21부(부장 이창한) 소속 판사 3명을 지난 14일 검찰에 고발했다. 지씨 등은 “3인의 판사들은 증거자료도 없이 5·18 관련자들의 주장을 수용했다”며 “피고발인의 심문기회를 박탈한 상태에서 결정문을 작성하는 등 직권을 남용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또 “신청인들의 주소지는 서울과 안양이므로 광주지법은 재판 관할이 없다”며 지난 17일 법관 기피 신청서도 법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가처분 결정 이의신청의 담당 재판부이기도 한 민사21부가 형사사건 당사자인 우리를 민사사건에서 재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지법은 5·18 단체들이 지씨와 뉴스타운을 상대로 낸 호외 발행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지난 9월 25일 뉴스타운의 호외 발행과 배포, 호외와 비슷한 내용의 인터넷 게시 등을 금지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사설] 국회의장 ‘특단조치’까지 자초한 여야

    내년 4월 13일에 치러질 총선의 예비후보 등록 개시일이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정작 후보들이 출마할 선거구조차 획정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선거구 획정 협상을 벌이는 여야가 당리당략에 매달려 자신들의 주장만을 고집한 결과다. 19대 국회가 보여 준 비생산적인 정치 행태가 급기야 국민의 신성한 권리인 선거권 행사를 침해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새로운 선거구 획정이 안 되면 현재의 선거구는 모두 무효가 된다. 선거구가 무효화되면 예비후보자가 운영 중인 기존의 선거 사무실을 폐쇄하고, 후원회도 해산해야 한다. 명함 배포도 할 수 없다. 예비후보 등록을 한 정치 신인이나 원외 인사들은 손발이 완전히 묶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직면해 그동안 중재에 나섰던 정의화 의장은 어제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정 의장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아직 선거구 획정이 정해지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이며 오는 31일이 지나면 입법 비상사태라고 지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어 “연말연시께 내가 (획정안의)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입법 비상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에 의장이 결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직권상정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치권의 선거구 획정 지연은 국민의 올바른 선거권을 방해하는 것이고, 출마 예정자들에게 주어져야 할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총선 6개월 전까지 획정안을 마련한 뒤 5개월 전(11월 13일)까지 국회가 이를 통과시키도록 공직선거법에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국민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동시에 보장하기 위함이다. 국회 스스로 자신들이 만든 법 규정조차 내팽개치고 있는 상황은 입법부의 분명한 직무유기인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평한 선거운동의 기회마저 주지 않는 것은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 담합이라고 비판받을 만하다. 여야의 ‘직무태만’이 결국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 보호로 이어지는 어이없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여당은 비례대표를 감축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하는 이병석 정개특위원장 중재안이 마지노선이라며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말로는 민의를 대변한다고 하는 여야가 당리당략 앞에서 국민과 유권자를 무시하는 후안무치한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 내년 4·13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이 두렵지 않은가.
  • [메르스 환자 엇갈린 판결] “감염 늑장신고 공무원 해임할 정도는 아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의심 증상을 늑장 신고했다는 이유로 공무원을 해임 처분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제2행정부(부장 백정현)는 15일 대구 남구청 공무원 김모(52)씨가 구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소송 선고공판에서 “비록 사안이 가볍지는 않지만, 김씨 신분을 박탈할 정도는 아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씨가 메르스가 발병한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해 카드로 결제했음에도 관리당국은 김씨에 대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사건 발생 이후 김씨가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본 점 등도 참작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지난 7월징계위원회를 열어 김씨가 메르스 감염 의심증상을 늑장 신고해 지역경제에 타격을 줬고, 공직자로서 시민에게 불안감을 심어줘 지방공무원법상 복종·성실·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해임을 의결했다. 김씨는 지난 5월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왔고 동행한 누나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의심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보건소에 신고하지 않은 채 일상생활과 업무를 계속한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추위에 떠는 이웃 없도록… 눈 부릅뜬 강서구

    강서구가 내년 2월까지 복지 혜택에서 소외된 취약계층을 집중 발굴하는 ‘동절기 복지 사각지대 특별조사’에 나선다. 복지 박탈감과 위험성이 더욱 커지는 겨울철에 위기 가구를 찾아 체감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구는 복지 혜택에서 소외된 취약계층을 위한 ‘위기 가정 발굴 지원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고 15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수급 신청 탈락자와 수급 중지자 가운데 복지 지원이 필요한 가구 ▲실직·질병·노령 등 과중한 부담을 한꺼번에 떠안은 가구 ▲주 소득자의 사망·실직 등 긴급 위기 사유 발생 가구 등이다. 프로젝트에는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을 비롯해 서울시의 복지서비스인 더함복지상담사, 통합사례관리사 등 공공 자원을 적극 활용한다. 이달 중 더함복지상담사를 충원하고 고시원, 지하방, 옥탑방 등 주거 취약 지역을 돌며 방문 조사 활동을 펼치도록 할 예정이다. 또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복지통장과 동희망드림단 등은 ‘우리 동네 한번 더 둘러보는 날’을 통해 발굴 활동에 가세한다. 집배원, 가스검침원들도 어려운 이웃을 발굴하고 보호하는 데 합류시키고 보건복지부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도 활용해 어려운 가구와 보호 대상자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 이렇게 발굴한 틈새계층에게 신속한 판단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공적 급여 신청을 유도하고 긴급 지원을 추진한다. 공적 지원 범위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위기 가구라고 판단되면 지역 민간 자원과 연계해 도울 계획이다. 노현송 구청장은 “추운 겨울이면 삶이 팍팍한 이웃들이 더 고통받기 십상”이라면서 “위기에 처한 이웃이 희망을 갖고 일어설 수 있도록 복지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국립대 총장, 추천위 통해 간선제로 뽑는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립대 총장의 후보자 선출 방식이 ‘총장추천위원회를 통한 간선제’로 통일된다. 또 추천 후보자에 대한 우선 순위 표기가 사라진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의 국립대 총장 임용 제도 보완 방안을 15일 발표했다. 핵심은 대학 교수 등이 총장 후보자에게 직접 투표를 하는 ‘직선제’를 없애고, 총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총장 후보자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단일화한 것이다. 추천위의 구성 및 운용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합리적인 방식을 결정하도록 했다. 그동안은 대학들이 총장 후보 선출 당일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추천위원을 구성해 논란이 됐다. 현재 25% 이상이던 추천위 외부위원 비중은 10% 정도로 줄고, 그 대신 교수와 직원·학생의 비중이 각각 70%와 20% 수준으로 늘어난다. 총장 임용 후보자가 추천위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청탁을 할 경우, 후보자 자격을 즉시 박탈하고 징계하는 등의 규정도 마련된다. 총장이 되려면 기탁금과 발전 기금 등을 내도록 한 자격 요건도 폐지된다. 또 후보자 우선 순위도 없어진다. 그동안은 대학이 1순위, 2순위 후보를 정해 추천하면 대통령이 통상 1순위 후보자를 임명하는 식이었지만, 앞으론 무순위로 명단을 보내게 된다. 교육부는 간선제를 채택하는 대학에 재정지원 사업 선정 때 가점을 부여해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총장 임용 후보자 선정 방식을 단일화하기 위해 법률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생명의 窓] 소 잃고도 외양간 고쳐야 하는 이유/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생명의 窓] 소 잃고도 외양간 고쳐야 하는 이유/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지난달 19일 익명의 제보로 시작된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C형 간염 집단감염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료 행위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의료계 전반에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2008년 5월 이후 이 의원을 이용한 2268명에 대해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을 조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1145명(50.5%)을 검사한 결과 82명이 감염됐고, 아직도 감염 상태에 있는 환자는 56명이라고 한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을 통해서만 전파된다. 그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환자의 혈액이 비감염자의 혈관 내로 유입되지 않는 한 전염은 일어날 수 없다. 주사기의 반복적 사용이 원인으로 꼽히는 명백한 이유다.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5% 내외는 급성 간염 증상을 보이고 80% 정도는 만성 간염으로 이행한다. 대표적인 급성 간염 증상은 피곤, 식욕부진, 무기력증 등이다. 만성 간염으로 이행하는 경우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감염 사실도 모른 채 지내기 쉽다. 이번 다나의원 사태에서도 제보자가 없었다면 대부분의 환자는 감염된 사실도, 또 감염 사실을 알게 됐더라도 어떻게 감염됐는지 몰랐을 것이다. 만성으로 이행한 환자 중 최대 30%에서는 30년 정도에 걸쳐 간경변이나 간암이 생긴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치료제도 있고 완치도 가능하다. 다만 1년여 동안 끈기 있게, 또 성실히 치료에 임해야 완치에 이를 수 있다. 백신은 아직 존재하지 않아서 감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외에 예방할 수단은 없다. 다나의원 사태가 불거졌을 때 의료계 종사자 모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작 몇십 원에 불과한 일회용 주사기를 반복 사용함으로써 무고한 수십 명의 사람을 졸지에 고위험 만성 질환의 위험에 빠뜨린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자 다나의원 원장의 신체장애도 도마에 올랐다. 당국에 따르면 원장은 2012년 교통사고로 뇌 손상을 입어 중복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의원은 의사면허가 없는 부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지시했다고 하니 총체적인 의료 부정행위가 있었던 것이다. 다나의원 사태를 보면서 이런 부적절한 의료행위가 다나의원에만 국한된 것인지, 다른 데서도 행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관계자 모두가 나서 의혹과 불신을 해소하면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우선 의사협회가 나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의료인 윤리선언 등 재발방지책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 ‘돈만 밝히는 부정한 집단’으로 매도당하지 않으려면 이런 조치는 필수적이다. 당국 또한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병의원을 전수조사해 의혹 해소와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 그리고 이참에 의사면허 갱신 제도를 도입해 의사면허 취득 후 발생한 정신적 또는 신체적 변화에 대해 의료행위 적절성 여부를 심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다나의원 사태와 같이 상식선에서조차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의료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의사면허를 박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행위는 단순한 의료사고가 아니라 무고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명백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소를 잃고 난 후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무고한 미래의 희생을 막기 위함이다.
  • [사설] 성과급 확대 공직사회 변혁 계기 돼야

    공무원들의 철밥통을 깨 보려는 정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그제 발표한 공무원 보수체계 개편안은 성과연봉제 확대가 골자다. 고위 공무원과 4급 과장급 이상이 대상인 현행 성과급제를 2017년에는 5급 전체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4급도 과장 보직이 아니면 성과급 평가에서 제외된다. 개편안대로라면 내년에는 4급 전체와 과장 보직의 5급까지, 내후년에는 중간 관리자인 5급 공무원 전원이 성과평가 대상에 들게 된다. ‘공직=철밥통’의 답답한 공식을 깨 보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공직사회의 변화를 모색하는 굵직한 정책들이 올 하반기에만 여럿이다. 공무원 성과평가 급수에 ‘SS 등급’을 신설해 업무 역량이 탁월하면 파격적인 성과급을 주겠다는 방안이 앞서 제시됐다. 일을 못하면 퇴출시킨다는 강경 카드도 나왔다. 업무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거나 일정 기간 보직을 받지 못한 고위 공무원은 직권면직 처분될 수 있다. 공직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철저한 성과 관리는 필수 요건이다. 공무원들 스스로 일을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몸에 배어 있다면 국가적 낭패다.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 풍조도 더 두고 보기 딱한 수준이다. 시간만 보내도 정년 보장의 우산을 쓴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일자리 위기가 커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은 어느 때보다 심해졌다. 공직사회가 자발적으로 체질을 바꾸는 것 말고는 해법이 없다. 이번 보수체계 개편안에 주목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성과연봉제가 확대되면 2017년에는 전체 공무원의 약 15%가 능력에 따라 봉급을 차등 지급받는다. 근무 연수가 같아도 평가등급에 따라 월급 격차는 당연히 더 커진다. 3급 이상 고위 공무원은 연봉 대비 현재 7%인 성과급이 2020년에는 15%로, 과장급은 5%에서 10%로 뛴다. 최고와 최하 등급 간 연봉 격차도 그만큼 벌어지는 셈이다. 인사혁신처는 앞으로 업무의 중요도와 난이도에 따라 보수를 차등 지급하는 제도까지 도입하겠다고 한다. 설계대로 진행돼 공직사회가 민간 못잖은 경쟁 구도를 갖춘다면 국민의 인식은 절로 달라질 것이다. ‘철밥통’ 소리가 사라지면 공무원들도 얼마나 긍지가 높아지겠는가. 문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잣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공직 안팎에서 취지를 잘 살릴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 많다. “매출액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공무의 성과를 측정할 기준이 뭔가”라거나 “성과주의에 급급해 윗사람 눈치나 보는 생색내기 정책이 쏟아질 것” 등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차등 보수를 위해 업무의 중요도와 난이도를 정하겠다지만 그 또한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의심과 걱정의 목소리가 많은 까닭을 곱씹어 봐야 한다. 공직사회가 시대 흐름에 맞게 변모하겠다는 의지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모두 뒷말 없이 수용할 수 있는 성과 평가의 기준과 절차를 갖추는 작업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월급에 덤으로 얹어 주는 성과상여금 제도도 시행 14년째 잡음이 여전한 판이다. 국민들 입에서 “역시나” 하는 실망이 이번만큼은 나오지 않게 하기를 기대한다.
  • 오너家 3·4세 대거 승진… 경영권 대물림 가속도

    오너家 3·4세 대거 승진… 경영권 대물림 가속도

    대기업들의 연말 정기 임원 인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오너가 3, 4세들의 대거 승진으로 압축된다. 한화그룹은 6일 단행한 임원 인사를 통해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32) 한화큐셀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지난해 12월 상무로 승진한 지 1년 만이고 2010년 ㈜한화에 차장으로 입사한 지 6년 만이다. 한화그룹은 김 상무의 승진 인사에 대해 “한화큐셀이 지난 3분기 영업이익 46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데 공을 세운 성과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회장의 차남 김동원(30) 한화생명 디지털 팀장도 지난 1일 신설된 전사혁신실 부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그룹 내 역할을 확대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정기선(33)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정 전무는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지난해 10월 상무로 승진한 지 불과 1년 만의 초고속 승진이다. 정 이사장이 정치 활동에 주력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던 현대중공업이 본격적인 오너 경영 체제 전환을 공식화한 셈이다. GS그룹에서는 4세들이 전면 포진한 게 특징이다. 고 허만정 창업주의 증손자이자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장남인 허준홍 GS칼텍스 법인사업부문장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36) GS건설 사업지원실장도 상무에서 전무로 올라갔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31) 코오롱인더스트리 부장은 지난 2일 그룹 인사에서 입사 4년 만에 상무보로 승진하며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앞서 1일 실시된 삼성 인사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 이서현(42) 삼성물산 사장은 직급 승진은 아니지만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전략담당 사장에서 패션 최고 책임자인 패션부문장으로 격을 높였다. 유통업계에서도 오너가 3세들의 승진이 대폭 이뤄졌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인 정유경(43) 신세계백화점 총괄 부사장은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면서 6년 만에 사장 직함을 달았다. 신세계그룹의 후계 구도가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를, 동생인 정 신임 총괄사장이 백화점을 맡도록 정리된 것이란 분석이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박용만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가 4세인 박서원(36)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총괄 부사장에게 유통사업부문 전략담당 전무를 겸직하게 했다. 박 부사장은 그룹의 신규 사업인 면세점 사업을 책임지게 됐다. 하이트진로와 SPC그룹은 이번 임원 인사로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를 알렸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3일 정기 임원 인사에서 박문덕 회장의 장남 박태영(37) 경영전략본부장(전무)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는 2012년 하이트진로 경영관리실장(상무)으로 입사해 3년 만에 부사장 직함을 달았다.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38) 파리크라상 부사장은 2005년 입사해 지난해 3월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달 부사장이 됐다. 이번 오너가 3세들의 승진은 최근 경영 상황이 어려워진 기업들의 경영권 안정화 조치라는 분석도 있으나 일반 직원들에게 박탈감을 준다는 비판의 소리도 높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219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사무직 대졸 신입사원이 임원이 되려면 입사 후 평균 23.7년이 필요하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美 관광 입국 때도 전자여권·신상 조회 의무화

    11·13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미국 본토에서 테러 우려가 커지자 미 정부와 의회가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강화 조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VWP란 관광 및 단순 업무 목적인 여행객에게 90일까지 무비자 미국 방문을 허용하는 제도로 유럽 30개국 등 38개국을 대상으로 실시 중이다. 2008년 11월 17일부터 한국도 VWP 대상국이 됐다. 미 공화당과 민주당은 3일(현지시간) VWP를 통한 미국 방문을 까다롭게 만드는 내용의 새 법안에 합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내년 4월 1일부터 지문 등 생체정보가 담긴 칩을 내장한 위조 방지용 전자여권 사용이 의무화되고 ▲VWP 가입 38개국에 대해서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범죄 기록 조회 등을 통한 여행객 신상 조회를 강화되고 ▲VWP 가입 38개국 출신 입국자 중 테러리스트들의 근거지 국가(이라크, 시리아, 이란, 수단 등)를 최근 방문한 경력이 있을 경우 조회 절차가 강화된다. 미국과 38개 국가 간 대테러 정보 공유를 강화하는 한편 기준에 미달하는 국가에 대해 미국이 VWP 자격을 박탈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달 30일 “VWP 입국자에 대한 입국 심사 강화 방안을 마련해 60일 이내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하라”는 지시를 국토안보부와 국무부에 내렸다.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항공기 탑승객에 대한 사전 검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왕실에서 스타까지…세계 강타한 ‘금수저 베이비’ 마케팅

    왕실에서 스타까지…세계 강타한 ‘금수저 베이비’ 마케팅

    입는 것부터 먹는 것까지, 영국에서는 ‘그’와 관련된 대부분의 제품이 공개되는 즉시 매진 사례가 이어진다. 업계에서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보다도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소문난 이는 다름 아닌 여왕의 증손주인 조지 왕자(2)다. 조지 왕자가 걸치고 나온 옷이나 신발 등은 공개 동시에 매장에 문의 전화가 쇄도한다. 전화기가 닳도록 문의 전화를 걸어봤자 수 주를 기다려야 하거나 아예 품절돼 사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조지 효과’라 부르고, 조지 왕자에게는 ‘완판남’이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이처럼 일명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표현되는 아이들을 이용한 로열 베이비 마케팅에 전 세계 엄마들의 지갑이 열리고 있다. ◆왕실에서 스타까지…세계를 강타한 ‘금수저 베이비’ 마케팅 ‘조지 효과’의 부연설명을 하자면, 지난 해 4월 왕세손 부부와 함께 뉴질랜드를 국빈 방문한 조지 왕자(당시 생후 8개월)가 일명 ‘기저귀 외교’에서 선보인 옷들은 일찌감치 품절리스트에 오르면서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일각에서는 조지 왕자를 두고 “생후 8개월에 트렌드세터로 등극했다”고 평가했고, 조지 왕자 덕분에 완판 기록을 쓴 아동복 디자이너는 연일 “땡스, 조지”를 외쳤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최근에는 조지 왕자가 생애 최초로 미니 트랙터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 남자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노는 장난감 자동차의 모델과 가격 정보를 영국 주요 매체에서 전했다는 사실은, 금수저를 넘어 '다이아몬드를 물고 태어난' 조지 왕자가 육아용품 업계에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파워를 지녔음을 의미한다. 조지 왕자가 태어나기 전 한국에서도 그 ‘효과’가 상당했던 슈퍼베이비는 바로 톰 크루즈의 딸 수리 크루즈다. 수리 크루즈는 이미 5살 때부터 하이힐을 포함한 다양한 디자인의 구두를 신기 시작했고, 어른도 선뜻 사기 힘든 고가 명품 브랜드의 코트를 걸쳤다. 쉴 새 없이 따라붙는 파파라치 ‘덕분에’ 수리 크루즈가 입고 신은 모든 것들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 됐다. 엄마들 사이에서 대여섯 살의 어린 딸에게 하이힐을 신기는 것이 유행이 됐음은 말할 것도 없다. 수리 크루즈의 뒤를 이은 베이비 마케팅 스타는 전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과 빅토리아 베컴 부부의 딸 하퍼 세븐 베컴이다. 하퍼 세븐 베컴은 "태어나니 아버지가 베컴, 어머니가 빅토리아"라는 수식어가 잇따랐을 만큼 태어난 순간부터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를 모았다. 특히 하퍼 세븐 베컴은 여아 전용 드레스 코드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스포츠 브랜드의 의류까지 척척 소화해냈고, 덕분에 일부 브랜드는 뜻밖의 함박웃음을 짓게 됐다. ◆‘키즈’에 눈 돌린 명품 브랜드…식스포켓 이어 에잇포켓 키즈가 주 고객 유명인의 어린 자녀가 부모 못지않은 모델이 되어주자,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의 키즈 라인은 이내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 구찌, 마르니, 펜디, 베르사체부터 버버리와 랑방, 샤넬까지 키즈 라인을 줄줄이 선보였고, 유명인이 자신의 아이에게 이 브랜드들의 옷을 입힘으로서 명품 키즈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일명 ‘식스 포켓 키즈’(6-Pocket Kids) 또는 ‘에잇 포켓 키즈’(8-Pocket Kids)의 증가도 한 몫을 한다. 식스 포켓 키즈란 아이 한 명에 부모와 조부모 등 6명이 지갑을 연다는 뜻이고, 에잇 포켓 키즈는 여기에 삼촌과 이모까지 포함된 의미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아이 한 명에게만 ‘올인’하는 가정이 늘어났고, 내 아이가 먹고 입는 것에서는 돈을 아끼지 않기 시작했다. 명품 키즈 브랜드가 가장 주력하는 시장은 아시아다. 특히 괄목할 만한 시장 성장을 보이는 곳은 일찌감치 ‘소황제 열풍’이 시작된 중국이다. 중국의 아동복 시장은 연간 30%씩 성장해 현재 24조원 규모까지 부풀었고, 한류 바람을 타고 고가의 유모차 등에도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부모들이 생겨났다. 중국 A항공사의 한국지사 관계자는 “불량 분유 등 먹거리 파동이 연이어 터지면서, 분유 등 유아식품 및 각종 유아용품 구매를 위해 일부러 한국을 찾는 중국 엄마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3년 1~4월 의류와 분유, 그림책의 수입액은 전년보다 줄은 반면 평균 수입 단가는 전년 대비 각각 18.2%, 9.2%, 13.1% 올랐다. 양보다 질을 택하는 명품 소비가 늘고 있다는 증거다. 저출산 뿐만 아니라 갈수록 심해지는 소득 양극화 현상 역시 명품 키즈 용품의 소비증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육아 예능 붐과 함께 불거진 부작용 한국에서는 수 년 전부터 육아 리얼리티 예능이 붐을 일어나면서 키즈 용품 매장에서는 ‘○○○ 아들 ▲▲가 쓰는 그 장난감’ 이라는 문구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들이 입는 옷과 쓰는 제품들은 곧장 판매고로 이어지면서 일명 ‘국민제품’의 칭호를 얻기도 한다. 문제는 유명인의 자녀들을 이용한 베이비 마케팅이 활발해질수록 위화감도 커진다는 사실이다. 이미 육아 예능은 PPL 전시장이라 불러도 될 만큼 각종 키즈 용품의 광고현장이다. 텔레비전을 통해 언뜻 보기에도 값나가는 옷과 장난감, 밥그릇과 식탁을 쓰는 ‘금수저’ 아이들을 보는 일반 부모들은 아이들이 귀엽다고 느끼기 이전에 죄책감과 미안함을 먼저 느끼기 마련이다. 자신과 친구들의 차이점을 구별할 줄 알게 되는 나이에 이른 아이의 경우, 이런 육아 예능을 본 뒤 “엄마아빠는 왜 내게 저런 것들을 사주지 않을까”에서 시작된 상대적 박탈감에 빠질 수 도 있다. 유명인의 자녀를 통한 마케팅을 두고 잘잘못을 따지긴 어렵다. 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도덕적인 우를 범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지나친 금수저 베이비 마케팅은 브랜드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조지 왕자부터 삼둥이까지…‘금수저’ 마케팅 열풍

    [송혜민의 월드why] 조지 왕자부터 삼둥이까지…‘금수저’ 마케팅 열풍

    입는 것부터 먹는 것까지, 영국에서는 ‘그’와 관련된 대부분의 제품이 공개되는 즉시 매진 사례가 이어진다. 업계에서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보다도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소문난 이는 다름 아닌 여왕의 증손주인 조지 왕자(2)다. 조지 왕자가 걸치고 나온 옷이나 신발 등은 공개 동시에 매장에 문의 전화가 쇄도한다. 전화기가 닳도록 문의 전화를 걸어봤자 수 주를 기다려야 하거나 아예 품절돼 사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조지 효과’라 부르고, 조지 왕자에게는 ‘완판남’이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이처럼 일명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표현되는 아이들을 이용한 로열 베이비 마케팅에 전 세계 엄마들의 지갑이 열리고 있다. ◆왕실에서 스타까지…세계를 강타한 ‘금수저 베이비’ 마케팅 ‘조지 효과’의 부연설명을 하자면, 지난 해 4월 왕세손 부부와 함께 뉴질랜드를 국빈 방문한 조지 왕자(당시 생후 8개월)가 일명 ‘기저귀 외교’에서 선보인 옷들은 일찌감치 품절리스트에 오르면서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일각에서는 조지 왕자를 두고 “생후 8개월에 트렌드세터로 등극했다”고 평가했고, 조지 왕자 덕분에 완판 기록을 쓴 아동복 디자이너는 연일 “땡스, 조지”를 외쳤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최근에는 조지 왕자가 생애 최초로 미니 트랙터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 남자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노는 장난감 자동차의 모델과 가격 정보를 영국 주요 매체에서 전했다는 사실은, 금수저를 넘어 '다이아몬드를 물고 태어난' 조지 왕자가 육아용품 업계에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파워를 지녔음을 의미한다. 조지 왕자가 태어나기 전 한국에서도 그 ‘효과’가 상당했던 슈퍼베이비는 바로 톰 크루즈의 딸 수리 크루즈다. 수리 크루즈는 이미 5살 때부터 하이힐을 포함한 다양한 디자인의 구두를 신기 시작했고, 어른도 선뜻 사기 힘든 고가 명품 브랜드의 코트를 걸쳤다. 쉴 새 없이 따라붙는 파파라치 ‘덕분에’ 수리 크루즈가 입고 신은 모든 것들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 됐다. 엄마들 사이에서 대여섯 살의 어린 딸에게 하이힐을 신기는 것이 유행이 됐음은 말할 것도 없다. 수리 크루즈의 뒤를 이은 베이비 마케팅 스타는 전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과 빅토리아 베컴 부부의 딸 하퍼 세븐 베컴이다. 하퍼 세븐 베컴은 "태어나니 아버지가 베컴, 어머니가 빅토리아"라는 수식어가 잇따랐을 만큼 태어난 순간부터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를 모았다. 특히 하퍼 세븐 베컴은 여아 전용 드레스 코드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스포츠 브랜드의 의류까지 척척 소화해냈고, 덕분에 일부 브랜드는 뜻밖의 함박웃음을 짓게 됐다. ◆‘키즈’에 눈 돌린 명품 브랜드…식스포켓 이어 에잇포켓 키즈가 주 고객 유명인의 어린 자녀가 부모 못지않은 모델이 되어주자,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의 키즈 라인은 이내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 구찌, 마르니, 펜디, 베르사체부터 버버리와 랑방, 샤넬까지 키즈 라인을 줄줄이 선보였고, 유명인이 자신의 아이에게 이 브랜드들의 옷을 입힘으로서 명품 키즈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일명 ‘식스 포켓 키즈’(6-Pocket Kids) 또는 ‘에잇 포켓 키즈’(8-Pocket Kids)의 증가도 한 몫을 한다. 식스 포켓 키즈란 아이 한 명에 부모와 조부모 등 6명이 지갑을 연다는 뜻이고, 에잇 포켓 키즈는 여기에 삼촌과 이모까지 포함된 의미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아이 한 명에게만 ‘올인’하는 가정이 늘어났고, 내 아이가 먹고 입는 것에서는 돈을 아끼지 않기 시작했다. 명품 키즈 브랜드가 가장 주력하는 시장은 아시아다. 특히 괄목할 만한 시장 성장을 보이는 곳은 일찌감치 ‘소황제 열풍’이 시작된 중국이다. 중국의 아동복 시장은 연간 30%씩 성장해 현재 24조원 규모까지 부풀었고, 한류 바람을 타고 고가의 유모차 등에도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부모들이 생겨났다. 중국 A항공사의 한국지사 관계자는 “불량 분유 등 먹거리 파동이 연이어 터지면서, 분유 등 유아식품 및 각종 유아용품 구매를 위해 일부러 한국을 찾는 중국 엄마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3년 1~4월 의류와 분유, 그림책의 수입액은 전년보다 줄은 반면 평균 수입 단가는 전년 대비 각각 18.2%, 9.2%, 13.1% 올랐다. 양보다 질을 택하는 명품 소비가 늘고 있다는 증거다. 저출산 뿐만 아니라 갈수록 심해지는 소득 양극화 현상 역시 명품 키즈 용품의 소비증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육아 예능 붐과 함께 불거진 부작용 한국에서는 수 년 전부터 육아 리얼리티 예능이 붐을 일어나면서 키즈 용품 매장에서는 ‘○○○ 아들 ▲▲가 쓰는 그 장난감’ 이라는 문구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들이 입는 옷과 쓰는 제품들은 곧장 판매고로 이어지면서 일명 ‘국민제품’의 칭호를 얻기도 한다. 문제는 유명인의 자녀들을 이용한 베이비 마케팅이 활발해질수록 위화감도 커진다는 사실이다. 이미 육아 예능은 PPL 전시장이라 불러도 될 만큼 각종 키즈 용품의 광고현장이다. 텔레비전을 통해 언뜻 보기에도 값나가는 옷과 장난감, 밥그릇과 식탁을 쓰는 ‘금수저’ 아이들을 보는 일반 부모들은 아이들이 귀엽다고 느끼기 이전에 죄책감과 미안함을 먼저 느끼기 마련이다. 자신과 친구들의 차이점을 구별할 줄 알게 되는 나이에 이른 아이의 경우, 이런 육아 예능을 본 뒤 “엄마아빠는 왜 내게 저런 것들을 사주지 않을까”에서 시작된 상대적 박탈감에 빠질 수 도 있다. 유명인의 자녀를 통한 마케팅을 두고 잘잘못을 따지긴 어렵다. 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도덕적인 우를 범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지나친 금수저 베이비 마케팅은 브랜드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정부, 의사 건강 문제까지 매년 확인한다

    정부가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발생한 C형 간염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29일 의사 면허 관리 대책을 내놨다. 의료인이 보수교육을 제대로 이수했는지 매년 점검하고 의료윤리교육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며 대리 출석을 방지하고자 본인 확인을 철저히 하는 등 출결 관리를 강화한다는 게 골자다. 지금까지는 보수교육 이수 여부를 면허 신고 주기인 3년마다 확인했다. 3년간 24시간(매년 8시간씩) 교육을 받기만 하면 누구나 의사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 보니 대충 몰아서 교육을 받는 사례도 많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교육을 제대로 받는지 매년 점검하면서 의사 건강상의 문제까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결 관리 강화는 의사 보수교육을 운영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로부터 출결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고받고 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할 예정이다. 물의를 빚은 다나의원의 경우 뇌병변장애 3급을 받아 혼자 거동하기도 어려운 병원장 대신 의료인도 아닌 원장 부인이 대리 출석해 보수교육을 받았다. 정부는 전문가로 구성된 ‘보수교육평가단’을 복지부에 설치해 보수교육 내용과 관리 방안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의사 면허 관리 제도 자체를 개편하지 않는 한 이렇게 관리를 강화해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 시간을 채우지 않아도 의사는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 교육 완료 시까지 의사 면허 효력이 정지될 뿐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대한변호사협회만 해도 변호사 자격 박탈 권한이 있는데, 한국의 의사 면허는 종신제라 의협에는 의사 회원 징계 이상의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인 협회가 강제력을 발휘해 실질적으로 면허 제도를 관리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거나 정부가 관리 인력을 늘려 효율성을 기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인 면허 발급 및 관리(교육)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복지부에 4명뿐이다. 복지부는 조만간 전문가와 의료인 단체 등이 참여한 ‘의료인 면허신고제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의료인의 신체·정신 건강상에 문제는 없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정하고, 면허신고 시 의료법상 의료인 결격사유를 점검하는 근거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선진국처럼 결격사유가 있으면 아예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기종 한국환자연합회 대표는 “환자는 의사 면허를 믿고 자기 몸을 맡긴다”며 “환자의 안전과 의사와 환자 간 신뢰를 회복하려면 엄격한 관리로 면허의 권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생명과 직결된 면허증 관리 철저히 해야

    보건복지부는 어제 의료인에 대한 면허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100원짜리 주사기를 재활용해 C형 감염환자가 대거 발생하자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전염병도 아닌데 특정 병원 한군데에서 C형 감염자가 무려 76명이나 발생한 것은 일차적으로는 의료윤리를 망각한 무책임한 의사의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관리·감독 부실이 빚은 참사라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다나의원 K원장은 3년 전 교통사고로 뇌내출혈로 뇌병변장애 판정(3급)과 언어장애(2급)을 받았다. 혼자서는 앉고 일어서는 것조차 힘들어 평소 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생활을 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데도 보건당국은 그런 장애가 심각한 의사가 주사 처방을 하는 등 제한 없이 진료를 해 오도록 3년씩이나 방치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병원장의 무면허 아내는 남편 대신 환자의 혈액 채취 검사를 지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C형 감염자만 나왔지만 혹 이들 중 에이즈 또는 B형 감염자가 섞여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고 나면 이 병원에서 또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사안의 심각성치고는 협의체 구성 등 복지부가 내놓은 대책은 너무 부실하다. 의사로서 적격성 여부를 따지는 실질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사후 약방문 격의 교육 강화와 같은 뻔한 대책으로는 문제의 의사들을 걸러내기 어렵다. 선진국은 우리처럼 의사면허증을 따면 평생을 갖고 누릴 수 있는 종신제가 아니다. 환자를 돌볼 수 없는 심신 장애 상태라면 자격증은 반납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주정부 면허국에서 2~3년마다 신체·정신 기능을 평가한 후 면허 갱신을 하고 전문의 면허도 10년마다 이뤄진다. 심지어 음주 의사 등을 보면 동료 의료인이 익명으로 주정부 면허국에 신고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영국도 부적절한 의료행위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 조사 후 즉시 진료 배제 명령을 받는다고 한다. 손이 떨려 주사 처방이 어렵거나 치매나 우울증 같은 기본적이고도 치명적인 한계를 갖고 있는 의사들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규제란 공무원들이 인허가 권한을 갖고 힘을 휘두르라고 있는 게 아니다. 이번 일처럼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부분에는 더욱 조여야 하는 법이다. 현재 변호사협회의 경우 변호사의 자질에 문제가 있는 등 부적격자에 대해서는 변호사 자격을 박탈하고 있다. 의사협회도 의사의 권익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변호사협회처럼 자정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은 의사뿐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우울증 병력이 있는 독일의 한 항공사의 조종사가 고의로 항공기를 추락시켜 탑승객 150명 전원이 사망한 일이 있다. 국토교통부가 다음달부터 조종사의 정신질환 예방프로그램의 시행을 의무화한 것도 그래서다. 택시나 지하철, 고속버스 운전기사 등에 대해서도 병력이나 전과 등을 확인하고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의료인을 비롯, 생명을 다루는 각종 면허증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다 철저하게 관리·감독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 [사설] 신기남 의원 로스쿨 압력, ‘금수저 논란’ 모르나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다니는 아들이 졸업시험에 낙방하자 학교 측에 구제해 달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경희대 로스쿨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학 로스쿨 3학년인 신 의원의 아들은 최근 치러진 졸업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졸업시험에 떨어지면 변호사 자격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그러자 신 의원이 로스쿨 원장과 부원장을 찾아가 낙방한 아들을 구제하는 방안에 대해 상담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현재 50%인 로스쿨 졸업생의 변호사 합격률을 80%까지 올려 주겠다는 믿기 어려운 거래를 제안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다행히 해당 로스쿨은 청탁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신 의원의 아들을 최종 탈락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의원의 이번 처신은 이제 걸음마 단계인 로스쿨 교육의 취지를 훼손하고 국민을 실망시키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신 의원 측은 부모 입장에서 아들의 일이 안타까워 찾아가게 된 것뿐이고, 압력을 넣을 권한도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어 줄 국민이 얼마나 될지 묻고 싶다. 국회의원은 직간접적으로 정부의 정책 입안과 추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번 일은 얼마 전 같은 당 윤후덕 의원이 대기업을 압박해 로스쿨을 졸업한 자녀를 취업시킨 사건과 겹쳐 이른바 ‘돈 없고 배경 없는’ 서민들에게 박탈감을 더한다. 윤 의원은 일부 변호사의 고발로 현재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더구나 로스쿨은 지나치게 비싼 등록금과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 등 이른바 ‘금수저’ 논란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매년 2000여명의 졸업생이 쏟아져 나오면서 치열해진 취업 전쟁에서 졸업생의 집안 배경이 중요한 스펙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사시 존치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도 고위층의 이런 부적절한 행위가 자꾸 나오기 때문이 아닌가. 신 의원의 아들이 졸업시험에 최종 탈락했으므로 이번 사태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본분을 망각한 처신에 대해 최소한 윤리적 책임은 물어야 한다고 본다. 되풀이되는 고위층의 일탈을 꾸짖고, 로스쿨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덜어 주기 위해서라도 국회 차원의 징계가 검토되기를 바란다.
  • 헌재 “교육감 직선제, 심판 대상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26일 교육감 직선제를 규정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43조’가 위헌이라며 학부모, 교원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면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헌재는 “해당 법 조항은 교육감 선출에 대한 주민의 직접 참여를 규정할 뿐 학생, 학부모, 교원 등에게 어떠한 법적 지위의 박탈이란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와 부모의 자녀교육권, 교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교육감 직선제가 학부모 외의 주민에게 선거권을 줘 학부모의 평등권을 해친다는 주장 ▲일부에게 교육감이 될 기회를 박탈해 공무담임권이 저해된다는 주장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육감 출마자·포기자와 학생, 학부모, 교원 등 2451명은 지난해 8월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등을 위반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 결정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명시한 헌법 조항을 사문화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내년 총선에서 후보들이 교육감 직선제 관련 법 개정을 공약에 반영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서동철 칼럼] 낭만이 있던 정치를 떠나 보내며

    [서동철 칼럼] 낭만이 있던 정치를 떠나 보내며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서거한 직후 TV에 비친 빈소의 표정은 뭔가 모르게 드라마적인 데가 있었다. 한다 하는 정치인들이 다투어 찾아와 ‘나는 그의 정치적 아들’이라거나 ‘그는 나의 정치적 대부’라고 고인을 추모하는 장면부터가 현실이 아니라 영화적 설정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YS의 오른팔로 불렸던 최형우 전 의원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빈소에 들어서면서 대성통곡을 하는 모습도 그랬다. 개인적으로 ‘정치적 보스’를 정성을 다해 추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왜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눈물도 흘리지 못했을까’하며 회한에 잠길 지경이었다. 일종의 ‘시대착오’를 느끼게 한 것은 빈소의 표정뿐만이 아니다. YS의 삶을 다룬 보도가 쏟아지면서 공(功)을 부각시켰든, 과(過)를 강조했든 보고 읽으며 ‘우리 정치에도 저런 모습이 있었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YS가 오랜 민주화 투쟁에 이어 3당 합당이라는 도박으로 대통령에 오른 과정을 빠짐없이 지켜본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YS의 인생역정이라고 해봐야 별것이 있겠느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TV에는 내가 기억하는 바로 그 장면이 비치고 있건만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은 뜻밖이었다. 오늘날 정치판에서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로망’이 담겨 있기 때문은 아닐까 짐작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반독재 투쟁 시절 당시 YS 모습이 오늘날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이유는 있다. 야당 총재 시절 YS의 반정부 발언을 날것 그대로 언론에서 접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하고 했다는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유명한 발언이 곧바로 보도가 이루어졌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니 “암흑적인 정치, 살인 정치를 감행하는 이 정권은 필연코 머지않아서 쓰러질 것”이라고 했던 ‘예언’도 당시에는 직접 들을 수 없었을 개연성이 크다. 민주화에 기여하지 못한 사람에게 YS의 용기는 부럽고도 고맙다. 한편으로 “서슬 퍼런 시절 주변을 움직이게 한 것은 YS의 인간미”라는 회고도 인상에 남는다. 측근이 실수를 저지르면 “한강물에 뛰어내려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지만, 상도동 집에 가면 YS는 늘 ‘밥 묵고 가래이’, ‘고생 많재’라며 다독여줬다는 것이다. 이런 인간미와 더불어 YS의 시대를 낭만의 시대로 기억하게 하는 요인의 하나는 유머집이다. “고생하던 부인이 퍼스트레이디가 되었다”는 덕담에 “집 사람은 절대 세컨드 아이다”했다는 유머가 대표적이다. 이제는 진부하기까지 하지만, 당시는 일간신문에서 대통령 부인의 사진을 다른 사람의 사진으로 잘못 썼다고 담당기자가 사표를 내는가 하면 대통령 부인의 이름이 발매된 신문도 아닌 교정지에서 한 자가 틀렸다고 시말서를 써야 했던 시대가 불과 얼마 전이었다. ‘YS는 못 말려’가 나온 것은 문민정부 출범 직후인 1993년 4월 초순이었다. 문화부 출판담당 시절 책이 나왔음을 알리는 간담회에 참석한 인연이 있다. 유머집에는 안기부장의 국무회의 불참에 YS가 “장관들이 대통령과 회의하는데 부장이 어떻게 자리를 차지하노”라고 일갈하는 대목도 있다. 안기부가 아니고 다른 기관이었다면 충분히 했을 만한 실수라고 시중에서는 키득댔다. 실제로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자 “차씨”라고 한 적도 있다. 이 유머집은 출판사의 모험이 아니었다. 출판사가 YS 측근과 소통하며 만든 책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지극히 교과서적인 정치 홍보 전략이지만, 오늘날의 정치 문화라면 용납할 수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YS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외환위기를 초래하며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내가 하나회를 척결하지 않았다면 김대중도, 노무현도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회고도 이제는 가볍게만 들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평가는 이제 역사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싸울 때는 싸우고 웃을 때는 웃는 인간미 있는 정치마저 역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낭만이 있는 정치가 이루지 못할 꿈이어서야 되겠는가.
  • 테러리스트의 심리학…그들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을까?

    테러리스트의 심리학…그들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을까?

    최근 베이루트, 파리, 말리에서 벌어진 일련의 테러사건은 전 세계인들에게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는 공포를 심어줌과 동시에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을 남겼다. 어떻게 그들 테러범은 다른 인간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는 ‘괴물’이 될 수 있었을까. 최근 디스커버리 뉴스는 이렇듯 목적달성을 위해 서슴없이 타인을 희생시키는 테러리스트들이 과연 누구이며, 어째서 그런 잔혹한 심리를 지니게 됐는지를 분석한 영상 한 편을 게재했다. 그 중 일부를 발췌해 소개한다. 우선 테러란 ‘국가 이외의 단체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민간인들을 공격하는 행위’로 규정된다. 테러리스트의 주요 목적은 자신이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무고한 사람들 사이에서 무차별적 공포를 조성하는데 있다. 심리학자 존 호건은 지난 40년 동안 테러리스트들의 심리를 연구하며 그들에게 어떠한 공통적 특질이 있지 알아보려 노력했다. 그러나 일단 이들을 전부 아우를 수 있는 ‘테러리스트의 전형적 심리’는 없다는 것이 그가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호건에 따르면 평범한 사람들을 테러리스트로 만드는 ‘보편적 위험요소‘는 분명히 존재한다. 일단 테러리스트 중 많은 수는 자신이 소외됐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며, 또한 정당한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더 나아가 영국의 심리학자 스티브 테일러에 따르면 특히 남성 청소년들이 테러조직에 빠져들 가능성이 더 높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소속감과 목적의식을 가지길 원하곤 하는데, 테러 조직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테러 가입자 중에는 전에 겪어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자들, 혹은 대단한 업적을 남기지 못하리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이들도 종종 존재한다. 이렇게 테러조직 가입 이전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일수록, 개인으로서의 의견을 중시하기보다는 집단의 견해와 목적만을 중요시하는 경향을 가진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은 조직의 극단적 행태를 무비판적으로 따르게 된다. 위와 같이 다양한 이유로 대원들이 가담하고 나면 테러조직들은 이들에게 이분법적 사고구조를 주입시켜 다른 사람들을 ‘아군’ 아니면 ‘적군’ 둘 중 하나로만 파악하게 만든다. 이러한 심리가 일단 자리 잡고 나면, 민간인마저 ‘적’으로 인식하기에 그들을 해치면서도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직 중심의 사고방식을 보다 강조해 조직원들이 개인보다는 조직의 목적을 우선시하도록 만든다. 조직원들끼리 서로 돌보아주도록 지시하는 것 또한 이러한 결속력과 소속감을 강화, 살상행위를 주저 없이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한 가지 수단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한편 대표적인 테러집단 IS의 경우 ‘전 세계를 아우르는 이슬람 국가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표방하고 있으며 그 외 테러집단 중 이슬람 신앙을 내세우는 조직이 많은 만큼, 이슬람 신앙 자체에서 테러집단 준동의 원인을 찾으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정치학자 맥스 에이브람스는 이러한 테러조직들에 대해 ‘이들 대부분은 신앙을 가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로 구성된다’고 말한다. 즉 테러조직원 대부분은 진정한 이슬람 신앙을 가졌다고 보기 힘든 자들이라는 의미다. 호건 또한 이러한 분석에 동의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슬람 개종자 중 특히 어린이들이 테러집단에 빠져들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어린이들의 경우 신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해 조직의 극단적 행태를 거부할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일까? 디스커버리 뉴스는 테러분자가 될 특질을 가진 사람을 ‘색출’하는 것은 해결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이 테러조직에 가담할 위험성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억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 이러한 ‘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을 실제 테러리스트가 되도록 유인하는 요소들을 분석, 그들에게 해당 문제들로부터 벗어날 적절한 수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디스커버리 뉴스는 전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1300만명의 투명인간들이 우글거리는 중국

    1300만명의 투명인간들이 우글거리는 중국

     중국 베이징(北京)시 서북부 창핑(昌平)구에 살고 있는 양(楊)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수십만 위안(수천만원)에 이르는 양육비와 벌금을 부담할 형편이 못돼 4년6개월 된 아들을 호구(戶籍·호적)에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호구이 없는 양씨의 아들은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공립 유치원에도 갈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몇년 후면 아들을 소학교(초등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공립 학교는 규정상 들어갈 수 없고, 사립학교의 학비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 엄두를 낼 수 없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으로 보장돼야 할 기본권을 누릴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딱한 처지에 있는 양씨 아들과 같은 중국 내 무호적자가 전체 인구의 1%인 1300만명에 이른다며 무호적자의 등록 문제가 사회 공평과 조화에 중대한 사회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중국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중문판이 24일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한 자녀 이상 아이를 낳으면 내야 하는 양육비나 벌금이 없어 호적이 없는 사람들을 ‘어둠의 사람, 어둠의 호적’이라는 뜻의 ‘흑인흑호(黑人黑戶)’라고 한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거시경제연구소 완하이위안(萬海遠) 부연구원이 지난해 7~8월 연구조사에 따르면 무호적자들의 60% 이상은 ‘한 자녀 정책’ 위반으로 태어난 아이들이다. 나머지 40% 가까이는 영아 유기와 미혼모 출산, 관련 서류 분실, 지방정부의 직무 태만 등 여러가지 이유로 호구에서 누락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호구가 없기 때문에 그 어떤 사회보장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취업도 불가능하고 교육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특히 현대 사회가 ‘실명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인 만큼 향후 생활 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원칙적으로는 무호적자가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원칙과 현실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고 이들 매체는 지적했다. 1958년부터 시행된 중국 호구 등기조례에는 “중국 공민(국민)이라면 모두 조례규정에 따라 호구를 취득해야 하며 호구를 신청할 때 그 어떤 부가조건도 요구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각 지방정부는 호구 제도를 산아제한 정책과 연계시켜 둘째 아이 이상인 경우 벌금을 내지 않으면 호구를 발급해 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무호적자들은 어릴 때부터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자괴감을 느끼며 성장하는 데다 진학과 취직 등 정상적인 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해 장기적으로 사회 불안세력이 될 우려도 있다고 완 부연구원은 강조했다. 중국 정부도 이런 점을 우려해 지방별로 한시적으로 무호적자의 호적 취득 기회를 수차례 제공했다. 푸젠(福建)성의 경우 무호적자 어린이들에게 등록 기회를 제공해 2008년부터 2010년 5월까지 2년 반 동안 50만명이 등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한시적 무호적자 호적 취득 기회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지난 21일 궈성쿤(郭聲琨) 공안부장 주재로 확대 간부회의를 열어 전국의 무호적자 문제 해결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공안부는 “합법적인 호구 등기는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중국 공민의 기본적 권리로 사회공평과 조화 안정에 관계된 문제”라면서 “무호적자에 대한 호적 부여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합법적 권익을 보장할 것”을 지시했다. 완 부연구원 등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자 호적 관리 제도를 도입해 중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조건 없이 자동으로 중국 공민의 신분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톈안먼 사태의 도화선 후야오방의 ‘반쪽 복권’

    [World 특파원 블로그] 톈안먼 사태의 도화선 후야오방의 ‘반쪽 복권’

    후야오방(胡耀邦·1915~1989)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의해 복권됐다. 시 주석은 지난 20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후야오방 탄신 100주년 좌담회’를 주재하고 그를 “역사책에 길이 빛날 총서기”로 규정했다. 후야오방은 중국 현대사의 빛과 그림자를 관통하는 인물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의 사상과 정책은 무조건 옳다’라는 ‘양개범시’(兩個凡是)론을 비판하며 문화대혁명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웠다. 문혁 시절 쫓겨났던 당 간부와 학자 355만명을 복권시켰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그가 추종했던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총서기직을 박탈당했다. 1989년 4월 갑작스러운 사망은 6·4 톈안먼(天安門)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 이처럼 후야오방은 현대사의 비극에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에 그를 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물론 이번 복권도 총서기 시절까지로 한정됐다. 그의 죽음이 몰고 온 정국에 대해 공산당은 여전히 입을 열지 못했다.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지난 22일 후야오방을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에서 그가 총서기에 올랐을 당시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사진이 나란히 나온 1982년 인민일보 기사를 방영했는데, 자오쯔양(趙紫陽)의 얼굴을 빼고 내보냈다. 자오쯔양은 1989년 발생한 톈안먼 사태 때 유혈 진압에 반대해 숙청된 후야오방의 뒤를 이은 총서기다. BBC는 “시 주석의 통치에 도움이 될 만한 후야오방의 개혁·개방, 반부패 업적만 복권됐다”며 “공정, 민주, 자유가 충만한 사회를 건설하려 했던 그의 진정한 가치는 조명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반쪽 복권’에 그쳤을지라도 중국 현대사 해석에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은 사실이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후야오방이 역사책에 등장하게 되면 많은 사람이 그의 죽음이 불러온 사건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좌파들이 “후야오방의 자본계급 자유화는 당과 국가에 큰 화를 불렀다”며 반발하자 자유파가 반론에 나서는 모습에서 ‘역사의 단층’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후야오방 복권을 계기로 중국 공산당이 톈안먼의 진실을 응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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