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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인권침해의 그늘이 짙어지는 중국 반부패 사정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인권침해의 그늘이 짙어지는 중국 반부패 사정

    중국에 반부패 사정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12년 11월 집권한 이후 반부패 사정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인권침해 행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반부패 사정 드라이브에 고문과 협박 등 비인간적인 수단이 사용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달 25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이 집권한 이후 처벌을 받은 부패 관료는 150만명이 넘는다. 올 상반기(1~6월)에만도 ‘반부패 8항규정’을 위반한 3만 6618명의 공직자들이 처벌됐다고 반부패 총괄기구인 공산당중앙 기율검사위원회(기율검사위)가 밝혔다. ‘중국판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반부패 8항규정은 차량·접대·연회의 간소화, 회의시간 단축, 수행인원 축소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반부패 사정과정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 행위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것은 중국 당국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는 ‘쌍규’(雙規) 관행이다. 쌍규는 “(피의자에 대해) 규정한 시간, 규정한 공간에서” 조사를 진행한다는 뜻이다. 기율검사위가 8900만여명의 당원들 가운데 비리 혐의가 있는 당원을 연행해 구금 상태로 조사하는 것이다. 통상 조사가 이뤄지기 전 당원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종의 격리 감찰권이다. 이처럼 격리해서 처분하는 이유는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하고 자살을 막기 위해서다. 기율위가 쌍규 처분을 내리는 순간 피의자의 모든 직무가 정지되고 인신의 자유가 박탈된다. 압수수색, 압류, 계좌 추적과 동시에 피의자의 모든 재산도 동결조치된다. 쌍규 기간에는 일반인은 물론 가족과 변호사의 접견조차 제한된다. 기간은 3~4개월이지만 사안에 따라 최장 2년까지 연장 가능하다(일반인 구속기간은 일반사건 최장 14일, 특수사건 최장 37일). 쌍규 처분이 이뤄지면 각급 검찰기관에서의 공소 제기나 법원의 재판, 형의 선고와 집행 등은 요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뿐이다. 영장심사나 구금기간 제한 등이 보장되지 않는 만큼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당중앙 정법위원회 서기이자 전 당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보시라이(薄熙來)·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이자 전 당중앙 정치국원 등 최고위급 관료도 끝내 쌍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자백해야 했다. 이런 까닭에 반부패 사정 과정에서 고문과 협박에 못 이겨 부패 혐의를 인정하는 거짓 자백을 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쌍규 처분을 받은 후 풀려난 이들은 한결같이 “창문이 없는 방에서 12시간 연속 앉아있거나 12시간 연속 서서 조사를 받는다”고 증언했다. 9일간 철제 의자에 손과 발이 묶인 채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폭로한 이도 있다. 이처럼 쌍규 관행이 인권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중국 정부는 대신 ‘유치‘(留置) 제도를 도입했다. 반부패 숙청을 합법화하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는 구금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할 수 없고 특수 상황에서 상급기관의 승인을 받아 한차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감찰위원회는 유치 제도를 통해 인권 상황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감찰위는 국무원의 감찰부, 국가예방부패국, 인민검찰원 반부패 조직 등을 통합해 지난 3월 출범한 거대 사정 조직이다. 공산당원은 물론 비당원 출신의 공직자를 모두 감찰할 수 있고 조사·심문·구금은 물론 재산 동결과 몰수 권한까지 부여받아 ‘무소불위’의 반부패 사정 기구로 등장했다. 그러나 국가감찰위의 주장과는 달리 유치 조치를 당하는 피의자들도 쌍규와 마찬가지로 변호인 접견권이 보장되지 않아 인권침해 가능성은 여전하다. ‘형사절차법’에 따라 변호인 접견권 등 기본적 인권보호 조치를 적용받는 살인 피의자만큼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실제로 푸젠(福建)성 난핑(南平)시 정부에서 운전기사로 일했던 천융(陳勇)은 지난 5월 시 부구청장이었던 린창(林强)의 엄중한 기율위반 혐의와 관련해 구금돼 조사를 받다가 사망했다. 천의 누나는 “동생의 얼굴이 흉하게 망가져 있었고, 뺨과 허리에 멍이 들어 있었다”며 “동생은 고혈압으로 약을 먹고 위가 좋지 않았으나, 다른 질병은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조사 도중 피의자가 사망하면 조사관이 책임을 지도록 했으나 이번 사망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질 지는 의문이다. 허난(河南)성 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을 지내다가 2010년 부패 혐의로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베이징시 북부 친청(秦城)교도소에 수감된 쑨산우(孫善武)는 “수사관들이 내 집과 계좌를 뒤졌지만 아무런 돈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친구와 동료들은 고문과 협박에 못 이겨 허위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쑨의 아내가 뇌물을 받았다고 증언했던 한 사업가는 “그들은 나를 고문했고 잠도 못 자게 했다”며 “그들이 원하는 대로 진술할 수밖에 없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증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쑨은 자신에 대한 수사가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며 당국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그의 지인들은 쑨이 중국 최고 지도부인 당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이었던 당 원로의 청탁을 거절했다가 미운털이 박혔다고 주장했다. 이 원로의 친척은 국유 광산을 불하받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후이(安徽)성 국토자원청 부청장으로 재직하다가 비리 혐의로 조사받은 천량강(陳良剛)은 “그들은 내 방 바로 옆에 아내를 가뒀는데, 날마다 아내의 비명이 들렸다”며 “석방된 후에 아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척추 손상, 신장 질환 등의 진단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중국 법률 전문가들은 중국 재판의 유죄 판결 비율이 무려 99.9%에 이를 정도로 수사 당국에 일방적으로 치우친 시스템이라며 이러한 제도를 개선해 피의자 인권을 개선하고 수사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장옌성 변호사는 “중국의 법 집행은 항상 정치와 관련된다”며 “지도자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투옥되기도 하고, 파벌 싸움에 얽히거나 정적 제거의 희생양이 돼 감옥에 갇히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런 만큼 유치 제도가 중국판 ‘스페인 종교재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경고했다. 스페인 종교재판은 15세기 가톨릭 왕들이 통치력 강화를 위해 과거 신앙을 은밀하게 믿는 이교도 30만여명을 붙잡아 고문하고 재산을 몰수하는가 하면 3만 2000여명을 화형에 처한 사건이다. 유치 제도 역시 피의자들의 변호인 접견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물론 구금 기간도 국가감찰위가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등 인권 침해의 소지가 큰 탓이다. 더군다나 국가감찰위는 당원이 아닌 공무원과 국유기업 임직원, 판사, 검사, 의사, 교수, 유치원 교사 등 공공인사 수천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등 감찰의 적용 범위가 매우 넓다. 중국 법률제도 전문가인 제롬 코언 뉴욕대 교수는 “이번 제도 변경은 변호인 접견권, 고문받지 않을 권리 등 피고인에 대한 법적 보호제도 수립을 위해 지난 수십년간 기울여온 노력을 ‘완전’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들과 정부 간부들, 재계 임직원, 판·검사, 변호사,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교수들은 자의적인 중국 제도의 다음 희생자가 될 것으로 보고 두려워하고 있다”며 “유치 제도는 중국판 ‘스페인 종교재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버클리대 법학대학원의 스탠리 루브만 교수도 “이는 당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것이며 당에 대한 사법권의 복종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새 제도를 마련하게 되면 반부패 작업이 질서 있게 추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아내의 맛’ 장영란, 남편 공개 “결혼 10년차에도 스킨십 폭발”

    ‘아내의 맛’ 장영란, 남편 공개 “결혼 10년차에도 스킨십 폭발”

    장영란이 TV조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의 MC특집 첫 번째 주자로 나서, 결혼 10년 만에 장만한 새 보금자리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7일 방송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이하 ‘아내의 맛’) 10회 방송분에서는 장영란이 남편 한창, 딸 지우, 아들 준우와 함께 출연, 반전 매력이 가득한 일상을 소개한다. 무엇보다 장영란은 이날 방송에서 결혼 10년 만에 마련한 새 집의 면면을 선보인다. 제작진에 따르면 네 식구가 올망졸망 모여 자는 안방부터 마치 여배우의 공간이 연상되는 드레스룸, 여성들의 로망인 오픈형 주방까지, 하나하나 영란의 손길이 닿은 장소가 공개되는 것. 특히 평소에도 SNS를 통해 거침없는 애정을 표현해온 결혼 10년차 장영란과 한창 부부는 모닝 뽀뽀는 필수, 눈만 마주치면 뽀뽀와 스킨십을 즐겨하는 닭살 부부의 모습을 제대로 뽐내며, 부러움을 자아낸다. 또한 장영란은 알고 보면 살림 9단인 절정의 반전 매력도 과시한다. 현재 출연 중인 ‘만물상’ 대본을 오려붙여 만든 장영란의 애장템 ‘요리 레시피북’을 기반으로 만들어내는, ‘장장금’이라 불리는 장영란의 화려한 아침 한상이 제작진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 것. 평소 일주일치 밑반찬 5종 세트는 기본, 아이들과 남편의 입맛에 맞춰 국도 2종류로 준비한다는 장영란의 말을 믿지 못하던 제작진은 이내 승진한 남편을 위해 아침으로 11첩 반상을 순식간에 차려내는 장영란의 요리 솜씨를 접한 후 혀를 내둘렀다. 뿐만 아니라 이날 방송에서는 영란-한창 부부를 쏟 빼닮은 ‘영란 주니어’들이 등장, 엄마 장영란에 대한 폭탄 발언 열전을 이어가는 모습으로 웃음을 전한다. ‘영란 미니미’ 딸 지우와 ‘흥부자’ 아들 준우가 아빠 바라기인 질투심 많은 딸과 엄마 사랑 폭발한 애교 만점 아들의 극과 극 면모로 관심을 끌어 모았던 터. 이와 함께 소풍을 떠나는 아들과 등원 전쟁을 펼치는 천생 엄마 장영란의 스토리, “엄마 화장해줘요~”라는 아들의 폭탄 발언에 이어 장영란이 급박하게 아이라인을 그리게 된 사연 등도 담기면서 안방극장에 웃음 폭탄을 선사한다. 제작진은 “장영란 부부를 시작으로, 이휘재와 박명수 부부 등이 펼치는 ‘아내의 맛’ MC특집을 선보일 것”이라며 “무엇보다 ‘아내의 맛’의 ‘요알못’ 아내들에게 박탈감까지 안겼던, 살림 9단 장영란의 놀라운 요리 실력을 기대해 달라”고 밝혔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美,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 해체 추진”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세계 각지에 흩어진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지원하는 유엔 기구인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의 해체를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3일(현지시간)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이를 주도하는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으로, FP는 그가 내부 인사들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입수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FP에 따르면 쿠슈너 보좌관은 지난해 1월 11일 자로 제이슨 그린블랫 백악관 국제협상 특사 등 고위 관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 기구(UNRWA)를 분열시키기 위해 정직하고 진실된 노력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이 기구는 현상을 영구화시킨다”면서 “부패하고 비효율적이며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등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유대인 출신인 쿠슈너 보좌관은 백악관 내에서 중동 평화 협상 문제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6월 요르단을 방문했을 때에도 요르단 측에 ‘요르단 내 약 200만명의 팔레스타인 난민 지위를 박탈해 UNRWA가 그곳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UNRWA가 난민 문제를 인위적으로 이슈화함으로써 난민들에게 언젠가는 자신들의 영토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부추기는 국제 기반시설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맥그리거 10월 6일 하빕과 대결하며 UFC 옥타곤 복귀

    맥그리거 10월 6일 하빕과 대결하며 UFC 옥타곤 복귀

    돈벌이 복싱으로 외도를 했던 코너 맥그리거(30·아일랜드)가 UFC 옥타곤에 돌아온다. 오는 10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리는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러시아)와 UFC 229 라이트급 대결을 통해서다. 두 체급 세계 챔피언이었던 맥그리거는 페더급은 타이틀 방어전을 패했고, 라이트급은 2016년 11월 UFC 205에서 에디 알바레즈를 TKO로 물리치고 챔피언에 올랐으나 이후 타이틀 방어전을 치르지 않아 박탈당했다. 그 뒤 옥타곤에 오르지 않았으니 이번 복귀전은 1년 11개월 만이 된다.누르마고메도프는 뉴욕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열린 UFC 223에서 알 아이아퀸타를 판정으로 물리치고 챔피언에 올랐다. 23전 23승 무패. 누르마고메도프는 맥그리거와의 대결 계약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맥그리거의 얼굴을 성형하겠다고 큰소리를 쳐 눈길을 끌었다. 당시 미디어데이를 마친 뒤 맥그리거 패거리가 누르마고메도프와 다른 UFC 파이터들이 탄 버스를 공격한 일이 있어서 이번 옥타곤에서 펼치는 자존심 대결은 더욱 관심을 끌게 됐다. 버스 유리가 깨져 파편이 날리는 바람에 라이트급 출전자 마이클 치에사와 플라이급 도전자였던 레이 보그가 다쳤다. 맥그리거는 12가지 범죄 혐의로 기소됐지만 부적절한 행동 하나만 유죄 인정함으로써 기소 항목을 줄였다. 그는 분노 관리 교육을 이수하고 사회봉사 활동을 함으로써 미국 비자를 박탈당하지 않게 돼 미국을 자유롭게 출입국하게 됐다. 이렇게 맥그리거의 법적 지위가 깔끔하게 정리되면서 UFC 간부들은 UFC 역사 상 가장 큰 대결이 될 수 있는 맥그리거와의 계약을 위해 재빠르게 움직여 옥타곤에서 지지 않고도 빼앗긴 타이틀을 되찾기 위한 대결이 성사됐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저녁 있는 삶 한 달… 대리기사 뛰는 ‘김대리’ 늘었다

    저녁 있는 삶 한 달… 대리기사 뛰는 ‘김대리’ 늘었다

    저임금 노동자, 줄어든 수입 메우려 ‘투잡’ 대리기사 月 10% 증가… 내부경쟁 치열휴가반납자 유입에 최근 문의 40% 급증 엔터테인먼트업계 등 사각지대도 여전 “퇴근 후 취미생활은 꿈” 상대적 박탈감#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이모(31·여)씨는 7월부터 퇴근 후 평소 하고 싶어 했던 그림수업에 등록해 다니고 있다. 150여명이 다니는 사업장임에도 주 52시간제를 시행해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 이씨는 “퇴근 후 2시간을 나만을 위해 보내는 것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승강기 제조회사에 다니는 안모(28·여)씨는 주 52시간 시행 후 걱정이 생겼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 다녀 근무시간이 단축됐지만 한 달 만에 시간 외 근무 수당 55만원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혼 자금 마련에 차질이 생긴 안씨는 주말에 대학생 때 하던 번역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했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문화생활을 즐기거나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만 수당이 줄거나 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하는 직장인들은 아르바이트 등 ‘투잡’을 찾고 있다. 한편에서는 삶의 질이 올라가도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노동시간이 길어지는 역설이 나타나는 것이다. 부족한 수입을 메우려는 직장인들은 주말과 저녁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대리운전 등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리기사 업계에 따르면 주 5일제 정착과 52시간제 시행 후 대리기사 유입이 부쩍 늘었다. 김종영 전국대리기사협회장은 “단기간 통계는 낼 수 없지만 현장에서 7월 이후 대리기사가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면서 “올해 들어 월평균 10%씩 기사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대리기사 업체에 따르면 7월 마지막 주에 문의가 40% 증가했다. 휴가를 포기하고 일하는 사람까지 유입됐기 때문이다. 최근 대리기사를 다시 시작한 김정철씨는 “경쟁이 치열해 수입은 줄었다”면서 “저녁이 있는 삶은 꿈에서 가능한 삶”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2일 잡코리아에 따르면 직장인 아르바이트는 편의점 등 매장 관리가 35%로 가장 많았고 보조 출연이나 주차 관리, 대리운전이 뒤를 이었다. 구내식당에서 조리를 맡는 노동자들도 급여가 줄어 고민이다. 서울의 한 병원 식당의 경우 근무시간 조정으로 근로자 월급이 30만~40만원 감소했다. 대다수가 생계 유지를 위해 일하는 50~60대 여성이어서 타격이 크다. 급여가 줄면서 다른 일을 알아보는 사람도 늘었다. 계도 기간이라고는 하지만 주 52시간제가 완전히 무시되는 사각지대도 여전히 많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52시간 근무는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되는 업무 특성상 불가능하다”면서 “한 달 내내 하루 12시간 근무하는 일은 다반사고 대휴도 쓸 수 없다”고 전했다. 대기시간이 긴 연예인 매니저들에게도 52시간 근무는 딴 세상 이야기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하는 김모(26)씨는 “일은 많아지는데 인력은 충원되지 않는 실정”이라면서 “명목상으로는 야근을 시키면 안 되니까 이전에 주던 야근 식비를 안 주는 식으로 눈속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300인 이하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사회적 분위기 탓에 회사가 말로는 야근을 지양하라고 하지만, 회사나 고객의 요구에 응대하다 보면 주 52시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광고홍보대행사에 다니는 이모(27·여)씨는 “클라이언트가 밤낮으로 무리한 요구를 할 때가 많아 아직도 주 70시간을 일한다”면서 “남들이 주 52시간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한숨만 난다”고 토로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밀고 ‘장려하는’ 중국 사회/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밀고 ‘장려하는’ 중국 사회/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중난(中南)재경정법대 디쥐훙(翟橘紅) 교수는 얼마 전 해직과 함께 당적 박탈 통지를 받았다. 수업 도중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주석직 임기 폐지를 비판한 사실을 학생이 당국에 밀고한 것이다. 베이징건축대 쉬촨칭(許傳靑) 교수는 학생들의 떠들썩한 수업 태도를 나무라며 일본이 중국보다 우수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가 학생이 고자질하는 바람에 행정처분을 받았다. 푸젠(福建)성 샤먼(廈門)대 유성둥(尤盛東) 교수 역시 잘못된 정치적 발언을 했다고 학생이 몰래 일러바쳐 해고당했다.중국 국가안전부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이스라엘 중앙공안정보기관(모사드)과 함께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꼽힌다. 그런 안전부가 석 달 전에 “익명의 밀고를 장려한다”고 밝히며 ‘밀고 사이트’를 개설한 뒤 포상금 지급 약속까지 내걸었다는 소식이다. 학생의 밀고만으로도 부족한지 정부까지 나서서 이를 부추기는 형국이다. 중국 밀고의 역사는 유구하다. 사마천(司馬遷)은 역사상 최초의 밀고자로 3100년 전 상(商)나라 주왕(紂王) 때 제후 숭후호(崇侯虎)를 꼽았다. “주왕은 자신의 말을 거역한다는 이유로 후궁과 삼공인 구후(九侯), 악후(?侯)를 무참히 살해했다. 삼공 중 한 명인 서백창(西伯昌)이 이 소식을 듣고 개탄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숭후호는 주왕에게 이를 고변했다. 주왕은 서백창을 7년 동안 감옥에 가뒀다.” ‘사기’(史記)에 나온다. 가장 기승을 부린 시기는 명나라 시대다. 쿠데타로 황제에 오른 영락제(永樂帝)는 환관들로 비밀정보기관 ‘동창’(東廠)을 꾸렸다. 주요 임무는 남몰래 밀고를 부채질해 정적 세력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숙청하는 일이다. 죄의 유무와 상관없이 동창에 끌려갔던 사람들은 죄다 혹독한 고문에 시달려 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동창 우두머리 위충현(魏忠賢)은 황제마저 꼭두각시로 만들고 국정을 농단해 명나라를 멸망의 길로 재촉했다. 현대 들어서도 횡행한다. 문화혁명(1966~1976) 시기가 절정을 이룬다. 밀고를 통해 수많은 혁명가와 학자, 민주 인사들을 ‘인민의 적’으로 내몰아 공격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멋모르는 어린 홍위병에게 ‘반란은 정당하다’(造反有理)고 선동해 이들 인민의 적에게 치욕을 안기고 학대와 고문을 자행했다. 밀고가 수천 년간 중국의 영혼과 육체를 좀먹은 셈이다. 하지만 다행히 “밀고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중국 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인민대 우샤오추(吳曉求) 교수는 “인생에서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 있다”며 “거짓말하지 말고 밀고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샤먼대 재학생들은 “악랄한 밀고로 존경받는 유성둥 교수를 해고하는 것은 우리들에게 커다란 손실”이라며 해고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밀고가 나쁜 것은 무엇보다 인간성을 황폐화한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스승이나 친인척·친구를 밀고하는 일은 가까운 사람들조차 믿지 못하도록 불신을 조장해 사회 전체를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밀고는 건강한 사회 풍토를 갉아먹는 암 덩어리 같은 존재다. khkim@seoul.co.kr
  • 감사원 ‘한미연구소 청탁 메일’ 경징계 논란

    경징계 처분 사실도 한 달 가까이 숨겨 감사원이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 청탁 이메일 논란’과 관련해 홍일표 청와대 행정관의 부인 장난주(47) 감사원 국장에게 ‘감봉 3개월’의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감사원은 장 국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고 ‘솜방망이 징계’ 결과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1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 고등징계위원회는 지난달 9일 장 국장에 대한 징계위를 열었다. 징계위는 장 국장이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정직 1개월’을 인정했지만, 2005년 8월 대통령 표창을 받은 공적을 감안해 ‘감봉 3개월’로 최종 의결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감사원이 장 국장에게 ‘불복 절차를 밟지 않는다’는 (비공식) 조건을 제시해 동의를 얻어 경징계 의결했다”고 전했다. 앞서 감사원은 장 국장이 USKI에 ‘자신을 방문 학자로 뽑아 주면 남편이 연구소를 도와줄 것’이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낸 의혹을 확인하고 중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개한 지난해 1월 28일자 메일에 따르면 장 국장은 남편인 홍 행정관의 이름을 거론한 뒤 “만약 (USKI에 부정적인) 김기식 전 민주당 의원이 어려움을 준다면 남편이 중재자가 돼 문제 해결을 위해 도울 것”이라고 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감사원은 지난 4월 장 국장에 대한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감사원은 장 국장의 처신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중징계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중징계는 파면(공무원 신분 박탈+5년간 공무원 임용 불가)이나 해임(공무원 신분 박탈+3년간 임용 불가), 강등(1계급 강등+정직 3개월), 정직(직무 정지 1~3개월) 등이다. 하지만 징계위에서 “장 국장이 USKI에 이메일을 보낸 행위는 신청자 개인 자격으로 한 것이어서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품위 유지 위반만을 의결했다. 감사원은 이러한 경징계 처분 사실을 한 달 가까이 알리지 않았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카타르, 경쟁국 깎아내리기 위해 CIA 요원 출신까지 기용

    카타르, 경쟁국 깎아내리기 위해 CIA 요원 출신까지 기용

    202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유치한 카타르가 2010년 12월 개최권을 따낼 때까지 유치 경쟁을 벌이던 국가들의 정보를 왜곡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사실이 확인됐다. 영국 일간 선데이 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단독 입수한 문서를 공개했는데 카타르 유치위원회는 미국 뉴욕에 있는 홍보대행사 브라운 로이드 존스(현재는 BLJ 월드와이드)와 함께 일하며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들을 고용해 미국과 호주 경쟁 도시들이 국내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 등을 유도하는 비밀 작전을 벌였다고 폭로했다. 물론 사실이라면 국제축구연맹(FIFA)의 유치 경쟁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사실 당시 유치전에는 한국과 일본도 포함됐지만 카타르의 작전은 미국과 호주에 맞춰졌다고 BBC는 전했다. 문서에 따르면 미국이 월드컵을 개최하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유명 연구아카데미가 내는 데 9000달러를 제공하고 이를 전 세계 언론에 배포했다. 경쟁국에서 유치에 부정적인 측면을 부풀려 보도할 언론인, 블로거, 이름있는 인물들을 모집하도록 했다. 미국의 체육교사 단체를 모집해 월드컵에 쓸 돈을 차라리 고교 스포츠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상원의원들에게 편지를 쓰게 하는 방안도 들어 있다. 호주 럭비 경기 도중 응원단이 월드컵 유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도록 조직했고 경쟁국 인물에 관련된 추문 등이 정보지에 실리도록 했다. 카타르유치위원회는 부패 혐의로도 2년 동안 FIFA 조사를 받았지만 FIFA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당시 미국 변호가 마이클 가르시아가 지휘한 조사위원회는 이 문서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BBC의 축구 전문기자인 댄 론은 “러시아에 밀려 2018년 대회 개최권을 따지 못한 잉글랜드를 상대로도 스파이짓이 있었던 것으로 이 문서에 나와 있다”며 “FIFA가 이런 규정 위반을 모른 채 조사를 마무리했다면 다시 조사를 해야 하며 아울러 나아가 대회 개최권을 박탈당할 위험도 훨씬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걸음 나아가 카타르는 이웃 나라들과 심각한 외교 갈등을 빚고 있어 이 문서가 폭로된 시점이 절묘하며 본선 참가국을 48개국으로 늘리고 싶어 안달하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다른 이웃나라들과 공동 개최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대법, 최민희 전 의원에 향후 5년 피선거권 박탈형

    대법, 최민희 전 의원에 향후 5년 피선거권 박탈형

    20대 총선을 앞두고 경기 남양주시청 사무실을 돌며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최민희(58·여) 전 의원에게 피선거권 박탈형이 확정됐다. 최 전 의원은 앞으로 5년 동안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의원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최 의원이 사무실을 돌며 자신을 알리는 호별 방문 방식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을 어겼다고 본 원심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최 전 의원은 2016년 1월 남양주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청사 내 사무실 10곳을 돌면서 명함을 돌리며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시청 사무실은 통상적으로 민원인을 위해 개방된 장소라고 할 수 없어 이 곳을 돌며 홍보한 것은 호별 방문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2심은 최 전 의원이 2016년 4월 지역 TV토론회에서 “경기도지사에게 경기북부테크노밸리 유치를 약속받았고,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조안IC 신설을 확인했다”고 한 것을 허위사실 유포죄로 본 1심 판단에 대해선 인식을 달리해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19대 총선 때 비례대표였던 최 전 의원은 20대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경기 남양주병에 출마했지만,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주광덕 후보에게 패했다.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5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규정에 따라 최 전 의원은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됐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뒤끝’ 트럼프… 前정보수장 기밀취급 권한 빼앗나

    백악관 “정치적 남용”… 안보 약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직 정보당국자 6명의 기밀취급 권한을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3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미 정보 당국자들은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기밀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자문하는 등의 목적으로 기밀을 취급할 수 있다. 백악관은 이들이 기밀을 정치적으로 남용했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그러나 미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러 정상회담 등 이슈가 터질 때마다 자신에게 혹평한 인사들만 겨냥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조치는 법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국가 전체의 안보체계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존)브레넌(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기밀취급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브레넌뿐만 아니라 코미, 헤이든, 클래퍼, 라이스, 매케이브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레넌 전 CIA국장은 지난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부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반역적”이라고 비판했다. 브레넌을 비롯해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마이클 헤이든 전 CIA 국장,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앤드루 매케이브 전 FBI 부국장 등 6명은 주로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일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국가기밀 담당인 스티븐 애프터굿 국장은 “기밀 유지를 안보를 위한 것이 아닌,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조치”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당한 근거 없이 단순히 자신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나는 그들이 싫어’라며 전직 당국자들의 기밀취급권을 박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대체 복무” 진보사회로… “특활비 없애자” 특권 없는 세상으로

    “대체 복무” 진보사회로… “특활비 없애자” 특권 없는 세상으로

    호주제 폐지 주장… 소수자 인권 앞장 의원직 잃은 날에도 소방공무원법안 내 ‘노동자 보호’ 근로기준법 개정안 계류 마지막 발의 ‘특활비 폐지’ 처리 주목국회의원은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법안에 담는다. 지난 23일 세상을 떠난 노회찬 정의당 의원도 그랬다. 노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47개, 19대 때 15개, 20대 때 57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노 의원이 바랐던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법률안을 통해 살펴본다. ●진보 사회를 꿈꾼 노회찬 노 의원은 처음 입성한 17대 국회에서 47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가운데 원안 가결 3건, 수정 가결 1건, 대안 반영 폐기(기존 법률안을 대체하는 다른 법률안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하고 기존 법률안은 폐기) 11건씩이었다. 32개 법안은 임기 만료 폐기 등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노 의원이 2004년 9월 14일 처음으로 대표발의한 법안은 일명 호주제 폐지 법안인 ‘민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대안 반영 폐기됐다. 2005년 2월 3일 헌법재판소는 호주제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노 의원의 법안이 합쳐진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안이 그해 3월 말 공표됐다. 노 의원이 2005년 발의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노 의원은 개정안에서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이 채용에서 차별 대우를 받지 않도록 ‘파산선고자’를 결격 사유에서 삭제했다. 노 의원은 ‘국가보안법 폐지법(2003)’과 대체복무제도를 신설하는 ‘병역법 개정안(2004)’도 대표발의했다. 두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 만료 폐기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8일 대체복무제가 없는 현행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노 의원은 장애인과 성소수자의 인권 보장에도 앞장섰다. 그가 2005년 9월 20일 대표발의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안’은 다른 법률에 반영됐다. 2008년 1월 28일 발의한 17대 국회 임기 마지막 법안인 ‘차별금지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의원직 박탈당하는 순간까지 입법 활동 노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대표발의한 법안은 모두 15개다. 이 가운데 6개 법안은 대안 반영 폐기로 다른 법률안에 흡수됐고 9개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노 의원은 2013년 2월 14일 ‘삼성 X파일’ 관련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의원직을 박탈당하는 순간에도 소방공무원을 위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소방공무원의 국립묘지 안장 기준을 군인, 경찰관과 동일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소방지원 활동이나 교육훈련 중 순직한 소방공무원도 순직공무원으로 인정하도록 하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등이다. 이 법안들은 다른 법률안과 합쳐져 국회를 통과했다. ●마지막 법안은 ‘특활비 폐지법’ 노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대표발의한 법안은 모두 57개다. 대안 반영 폐기·수정 가결 법안은 11건, 철회하거나 폐기된 법안은 6건이다. 40건은 현재 계류 중이다. 2016년 7월 7일 경영상 해고 요건을 구체화해 노동자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현재 계류 중이다. 지난해 3월 발의한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과 전·월세 세입자의 권리를 확대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그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발의한 법안은 국회 특별활동비 폐지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다. 노 의원은 지난 5일 ‘특활비 폐지법’을 대표발의하며 “국회가 기밀 유지가 필요한 사건을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특활비는 감액이 아닌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마지막 법안을 동료 의원들이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폭우 속 보조댐 붕괴 뒤에야 방류… 부실 시공 땐 ‘건설 한국’ 치명타

    폭우 속 보조댐 붕괴 뒤에야 방류… 부실 시공 땐 ‘건설 한국’ 치명타

    토사·부유물 쌓여 기능 상실 했을 수도 현장 관리 허술·본사 위기 대응도 부실엄청난 재앙을 불러온 ‘세피안·세남노이 댐’ 보조 댐 사고의 원인은 일단 천재지변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미비한 설계와 부실시공에 따른 사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현지의 폭우가 멈추고 토목·수리 전문가들이 현장에 접근해 사고 현장을 조사해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고 발생이 평년보다 3배 이상 많은 집중호우가 내린 시기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천재지변에 따른 사고를 추측할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한 댐은 본댐과 주변 보조 댐 5개로 이뤄졌다. 보조 댐은 대개 본댐에서 방류한 물이 한꺼번에 하류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본댐 아래에 작은 규모로 짓지만, 사고가 발생한 보조 댐은 본댐 하류에 지은 것이 아니라 본댐 주변에 건설됐다. 댐으로 유입된 물이 본댐 주변 다른 계곡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도록 건설한 댐으로 별도의 수문을 설치하지 않은 단순한 물막이 둑 개념으로 지어졌다.SK건설은 “집중호우로 단시간에 댐 유역 수량이 급증했고 이 과정에서 보조 댐의 일부가 유실됐다”면서 “긴급 복구작업에 돌입했으나 댐에 접근하는 도로 대부분이 끊기고 폭우가 이어져서 작업이 원활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사고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리자 하류 홍수를 막도록 본댐에서 물을 가두었으나, 이를 버티지 못하고 보조 댐 쪽에서 범람하면서 댐 일부가 소실된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 3일간 지속된 폭우 속에 상류로부터 떠내려온 토사와 각종 부유물이 쌓여 댐 기능이 상실됐을 수도 있다. SK건설이 22일부터 댐 하부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23일 정오에는 라오스 주정부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는데도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현지에서의 대피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짚어봐야 한다.하지만 범람을 예상하지 못하고 보조 댐 일부가 붕괴했다는 점에서 댐 운영 관리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나온다. 댐은 안전을 위해 담수 능력 이상의 물이 유입될 경우를 예상해 미리 방류하는 것이 원칙이다. 엄청난 물이 유입됐더라도 댐의 범람에 대비해 수량을 실시간으로 관리, 미리 방류했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했을 수도 있다. SK건설은 보조 댐이 유실된 것을 확인한 뒤 본 댐(세남노이) 비상 방류관을 통해 방류를 실시해 보조 댐 수위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현장 관리가 허술하고 본사의 위기 대응이 부실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SK건설 본사는 사고 조짐 소식을 듣고 23일 저녁 1차로 본사 관리자들을 현지로 보낸 데 이어 24일에는 안재현 사장을 현지에 급파했다고 밝혔다. 현지 시간으로 24일 오전 1시 30분에 마을 침수 피해가 접수됐지만 SK건설 본사는 사고 내용을 쉬쉬하다가 현지 언론 보도 이후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SK건설은 25일 자정이 지나서야 공식적으로 사고 경위를 밝혔다. 이번 사고로 국가 신인도 하락과 해외건설 수주 감소도 우려된다. 해외건설 수주 유형이 단순 가격 경쟁력이 아닌 시공 기술이 뛰어난 업체에 공사를 주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어서다. 사고가 발생한 SK건설은 기술 점수를 낮게 받거나 아예 수주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SK건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건설업체의 전반적인 해외공사 수주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경쟁국에서 괴소문을 퍼뜨리거나 악재를 악용하는 사례가 적잖다. 그동안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설계는 선진국에 다소 뒤지지만 시공만큼은 자신했던 터라 이번 사고가 다른 건설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댐 범람에 따른 대형 사고가 발생한 라오스 현지는 아수라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인 ABC라오스뉴스는 수위가 계속 높아져 주민들이 흙탕물에 잠긴 지붕 위에서 고립된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고 일부는 보트로 대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사흘 폭우에 라오스 댐 붕괴…SK건설 부실 설계 가능성

    사흘 폭우에 라오스 댐 붕괴…SK건설 부실 설계 가능성

    평년보다 3배 많은 집중호우보조댐 일부 못 버티고 소실미리 방류했어야…운영에 헛점24일 라오스통신(KPL)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쯤(현지시간)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 주에 있는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의 보조댐이 붕괴했다. 댐에 가둔 50억㎥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6개 마을이 초토화됐다. 정확한 인명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다수가 숨지고 수백명이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 1300가구가 물에 잠기고 66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라오스 당국은 군인과 경찰, 소방대원 등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구조 및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엄청난 재앙을 불러온 ‘세피안·세남노이 댐’ 보조 댐 사고의 원인은 일단 천재지변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미비한 설계와 부실시공에 따른 사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현지의 폭우가 멈추고 토목·수리 전문가들이 현장에 접근해 사고 현장을 조사해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고 발생이 평년보다 3배 이상 많은 집중호우가 내린 시기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천재지변에 따른 사고를 추측할 수 있다.사고가 발생한 댐은 본댐과 주변 보조 댐 5개로 이뤄졌다. 보조 댐은 대개 본댐에서 방류한 물이 한꺼번에 하류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본댐 아래에 작은 규모로 짓지만, 사고가 발생한 보조 댐은 본댐 하류에 지은 것이 아니라 본댐 주변에 건설됐다. 댐으로 유입된 물이 본댐 주변 다른 계곡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도록 건설한 댐으로 별도의 수문을 설치하지 않은 단순한 물막이 둑 개념으로 지어졌다. SK건설은 “집중호우로 단시간에 댐 유역 수량이 급증했고 이 과정에서 보조 댐이 범람하면서 댐 시설 일부가 떠내려가 하류에 피해가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고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리자 하류 홍수를 막도록 본댐에서 물을 가두었으나, 이를 버티지 못하고 보조 댐 쪽에서 범람하면서 댐 일부가 소실된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 3일간 지속된 폭우 속에 상류로부터 떠내려온 토사와 각종 부유물이 쌓여 댐 기능이 상실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범람을 예상하지 못하고 보조 댐 일부가 붕괴했다는 점에서 댐 운영 관리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나온다. 댐은 안전을 위해 담수 능력 이상의 물이 유입될 경우를 예상해 미리 방류하는 것이 원칙이다. 엄청난 물이 유입됐더라도 댐의 범람에 대비해 수량을 실시간으로 관리, 미리 방류했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했을 수도 있다.대형 댐은 집중호우 시 유입량이 급증하는 것에 대비, 본댐 수문 외에 여수로(비상 수로)를 만들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만약 사고가 발생한 댐에 여수로가 없다면 설계 부실 탓도 제기될 수 있다. 우리나라 소양강댐이나 대청댐과 같은 대규모 댐은 본댐 옆으로 여수로를 만들어 댐 담수 능력을 벗어난 물이 유입돼 범람하는 것을 사전에 막고 있다. 현장 관리가 허술하고 본사의 위기 대응이 부실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SK건설은 지난 22일 저녁부터 하류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를 안내했다고 하지만 범람 위기가 제대로 전파됐는지는 의문이다. 사고 발생 이후 대처 방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SK건설 본사는 사고 조짐 소식을 듣고 23일 저녁 1차로 본사 관리자들을 현지로 보낸 데 이어 24일에는 안재현 사장을 현지에 급파했다고 밝혔다. 사고는 현지 시간으로 23일 저녁 8시(우리 시간 밤 10시)에 발생했는데도 SK건설 본사는 사고 내용을 쉬쉬하다가 현지 언론 보도 이후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24일 저녁 늦게까지도 사고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현장 위기 관리 능력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번 사고로 국가 신인도 하락과 해외건설 수주 감소도 우려된다. 해외건설 수주 유형이 단순 가격 경쟁력이 아닌 시공 기술이 뛰어난 업체에 공사를 주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어서다. 사고가 발생한 SK건설은 기술 점수를 낮게 받거나 아예 수주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SK건설과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업체가 시공하는 사업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SK건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건설업체의 전반적인 해외공사 수주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경쟁국에서 괴소문을 퍼뜨리거나 악재를 악용하는 사례가 적잖다. 그동안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설계는 선진국에 다소 뒤지지만 시공만큼은 자신했던 터라 이번 사고가 다른 건설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사고 현지는 아수라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인 ABC라오스뉴스는 수위가 계속 높아져 주민들이 흙탕물에 잠긴 지붕 위에서 고립된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고 일부는 보트로 대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사고로 쏟아진 물의 양이 “올림픽 수영경기장 200만개를 채울 수 있는 것보다 많다”고 전했다. 특히 붕괴든 범람이든 급작스럽게 방출된 엄청난 양의 물로 하류 지대 주민들의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사흘 폭우에 보조댐 붕괴된 듯… 부실 시공 땐 SK건설 치명타

    사흘 폭우에 보조댐 붕괴된 듯… 부실 시공 땐 SK건설 치명타

    재앙을 불러온 ‘세피안·세남노이 댐’ 보조 댐의 사고 원인은 일단 천재지변으로 인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비한 설계와 부실 시공에 따른 사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확한 사고 원인은 현지 폭우가 멈추고 전문가들이 현장에 접근해 사고 현장을 조사해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평년보다 3배 이상 많은 집중호우가 내린 탓에 본댐의 물을 대량 방류하고 보조 댐으로 유입되는 수량이 증가하면서 댐 저장 능력을 넘어섰을 수 있다. 보조 댐은 대개 본댐에서 방류한 물이 한꺼번에 하류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본댐 아래에 작은 규모로 짓는다.  사고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본댐 수위가 올라가자 본댐의 ‘안전’을 위해 방류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하류 보조 댐에 담수 능력을 넘는 물이 내려왔을 수 있다. 여기에 주변 지역에서 들어오는 물의 양이 늘어나면서 보조 댐이 넘치며 댐의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추측된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댐이 붕괴됐을 수도 있다. 또 현지에 3일간 지속된 폭우 속에 상류로부터 떠내려온 토사와 각종 부유물이 쌓여 댐 기능이 상실됐을 수도 있다.현재 소양강 댐, 대청 댐과 같은 대규모 댐은 집중호우 시 유입량이 급증하는 것에 대비, 본댐 수문 외에 여수로(비상 수로)를 만들어 놓고 있지만 보조 댐은 여수로가 없어 담수 능력이 넘는 물이 유입되면 범람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용량을 초과하는 물을 담수하면 댐이 엄청난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게 된다.  무리한 공기 단축에 따른 부실 시공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떠오르고 있다. SK건설은 당초 계획보다 5개월 앞당겨 공사를 마쳤다. 내년 상업운전을 앞두고 현재 시운전 중이다. 공기를 단축하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과도하게 무리한 공사를 감행했을 수도 있다. 만약 부실 시공이나 설계 미비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SK건설은 향후 엄청난 법적, 민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  현장 관리가 허술하고 본사의 위기 대응이 부실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폭우에 대비한 상황 대처에 미흡한 것은 물론 사고 발생 이후 본사 차원의 뒤늦은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고는 현지 시간으로 23일 저녁 8시(우리 시간 밤 10시)에 발생했는 데도 SK건설 본사는 사고 내용을 쉬쉬하다가 현지 언론 보도 이후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국가 신인도 하락과 해외건설 수주 감소도 문제다. 해외건설 수주 유형이 단순 가격 경쟁력이 아닌 시공 기술이 뛰어난 업체에 공사를 주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한 SK건설에는 기술 점수를 낮게 주거나 아예 수주 자격을 박탈하기 때문이다. SK건설과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업체가 시공하는 사업은 당장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SK건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건설 업체의 전반적인 해외공사 수주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쟁국에서 괴소문을 퍼뜨리거나 악재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건설 업체들이 설계는 선진국에 다소 뒤지지만 시공만큼은 자신했던 터라 이번 사고가 다른 건설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北에 쌀 130t 보낸 탈북여성 징역형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국가보위성(옛 국가안전보위부)에 대량의 쌀을 보내 재판에 넘겨진 탈북민이 징역 2년 6개월과 자격정지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5부(김정민 부장판사)는 24일 국가보안법상 자진지원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49·여) 피고인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이 피고인은 지난해 중국 브로커를 통해 북한의 비밀경찰 조직인 국가보위성에 두 차례에 걸쳐 쌀 65t씩 모두 130t(1억500만 원 상당)을 보내고, 추가로 브로커에게 8000만 원을 송금해 70t가량의 쌀을 더 보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북한으로 가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2011년 탈북했지만, 북한으로 돌아가고자 지난해 초부터 보위성, 브로커와 몰래 연락을 주고받은 뒤 이처럼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일단 북한에 가면 탈북을 한 데 대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커 이 피고인이 이를 피하고자 보위성에 충성을 맹세하는 의미로 쌀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올해 2월 이 피고인을 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탈북민이 입북한 사례는 종종 있으나, 이 피고인처럼 입북에 앞서 보위성을 비롯한 북한 측에 쌀 등을 보내 자진지원 혐의가 적용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피고인은 재판에 이르기까지 줄곧 “북한에 두고 온 아들이 잘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아들에게 쌀을 보냈고 다시 북한에 가려고 하지도 않았다”라며 혐의 일부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사 결과 피고인이 보낸 쌀은 세관이라는 공식루트를 통해 북한에 들어갔는데 이 정도 규모의 쌀이 이렇게 전달되려면 북한 내 기관과의 사전협의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브로커 등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쌀이 보위성 창고로 가는 것을 알고 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검거되기 직전 자신이 운영하던 유흥업소와 자택을 처분한 점 등 여러 증거를 통해 입북하려고 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국가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하고 탈북민 사회에 충격과 박탈감을 안기는 범행을 저질러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다만, 북한에 있는 아들을 탈북시키려다가 실패하자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7년간 대표발의법 120개’ 노회찬 의원이 꿈꾼 세상은

    ‘7년간 대표발의법 120개’ 노회찬 의원이 꿈꾼 세상은

    국회의원은 주로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법안에 담는다. 사회, 더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데 법률 개정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다. 지난 23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노회찬 정의당 의원도 그랬다. 노 의원은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다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가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그가 꿈꾼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는지가 잘 드러난다. 한 정의당 당원은 페이스북에 “노 의원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하기 위해, 그가 대표 발의해서 심사 중인 법안의 ‘제안이유’를 살펴봤다”면서 노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대표 발의한 법안을 일부 소개했다. 서울신문은 글쓴이의 동의를 얻어 해당 내용을 공개한다. 아울러 노 의원이 그동안 대표발의한 법률안의 제안 이유도 살펴봤다. 그는 17대 국회에서 47개, 19대 때 15개, 20대 때 57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가 7년만에 이룬 성과다. 그는 19대 때 삼성X파일 사건으로 당선된지 8개월만에 의원직을 상실하고 20대 임기 중인 지난 23일에 사망했다. 노 의원이 바랐던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법률안을 통해 살펴본다.●진보사회를 꿈꾼 노회찬 노 의원은 처음 입성한 17대 국회에서 47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가운데 원안가결 3건, 수정가결 1건, 대안반영폐기(기존 법률안을 대체하는 다른 법률안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하고 기존 법률안은 폐기) 11건씩이었다. 32개 법안은 임기만료폐기 등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노 의원이 2004년 9월 14일 처음으로 대표 발의한 법안은 ‘민법 개정안’이다. 제안 내용에는 “현행법에 의하면 자녀의 성(姓)과 본(本)은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성과 본만을 따르도록 돼 있으므로 자녀의 성을 결정함에 있어서 어머니의 권리가 차별을 받고 있는 바, 이는 국제협약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므로 관련 규정도 개정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해 10월 21일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법’을 대표발의했다. 제안 내용에는 “국가보안법은 헌법상 보장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여 국민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그 요건이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면서 “역대 정부는 국가보안법의 불명확한 요건을 이용하여 건전한 비판세력에 대한 처벌수단으로 사용해 왔고, 그 결과 국민 중 피해자가 양산돼 민주주의 발전의 핵심적인 건전한 토론과 비판문화가 형성되지 못해 민주적 의사형성이 저해되고, 그 결과 사회발전과 사회개혁이 지체됐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2004년 11월 19일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제안 이유에 대해선 “종교적 신념 또는 양심적 확신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자에 대한 대체복무제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인하여 병역법 또는 군형법 위반으로 처벌되는 자가 양산될 뿐만 아니라 헌법상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가 조화되지 않아 양심의 자유가 제대로 보호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병역법에 대체복무제도를 신설함으로써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를 조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의원은 장애인과 성소수자 등의 인권 보장에도 앞장섰다. 그는 2005년 9월 20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2006년 10월 12일에는 ‘성전환자의 성별 변경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제안 이유는 “현행법에 의하면 성전환자들은 호적상의 성별 변경을 할 수 없고, 그 결과 결혼 및 가족의 형성을 할 수 없음은 물론, 제반 사회활동에서도 불이익과 차별을 겪고 있는바, 이는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소수자보호의 원리에도 배치되므로, 이를 시정하기 위해 성전환자들에게 일정한 요건하에 성별의 변경을 인정하여 줌으로써, 성전환자에 대하여도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자 한다”였다. 2008년 1월 28일 발의한 17대 국회 임기 마지막 법안도 ‘차별금지법안’이었다. 제안 이유에는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예방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차별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포괄적이고 실효성 있는 차별금지 기본법을 제정함으로써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평등을 추구하는 헌법 이념을 실현하고, 실효적인 차별 구제수단들을 도입해 차별 피해자의 다수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구제를 도모하고자 한다”고 명시됐다. ●의원직 상실한 날, 소방공무원을 위한 법안 3개 발의 노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대표발의한 법안은 모두 15개다. 이 가운데 6개 법안은 대안반영폐기로 다른 법률안에 흡수됐고, 9개 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노 의원의 대표발의안이 16개에 그친 이유는 그가 2013년 2월 14일 삼성 X파일’ 관련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대법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 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노 의원은 2012년 7월 26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현행법에서는 대통령 당선인의 결정방식에 있어 유효투표의 다수를 얻은 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하는 상대다수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상대다수투표제는 다수의 후보자 가운데 최고득표자를 뽑는 방식으로 지지하는 사람보다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경우라도 당선될 수 있어 민주적 정당성의 결여와 이에 따른 정치적 안정성의 부재 등 많은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당선자에게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유권자에게는 다시 한 번 자기결정을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그는 2012년 9월 12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다음날인 1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 24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같은 해 11월 26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19대 국회에서 그는 공정거래와 소비자보호를 위한 법안을 꾸준히 발의했다. 노 의원은 2013년 2월 14일 의원직이 박탈당하는 날에도 소방공무원을 위한 법안 3개를 대표발의했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며 “소방공무원에 대한 국립묘지 안장기준을 군인, 경찰관 등과 동일한 수준으로 조정함으로써 소방공무원의 사기를 진작하고 국가에 대한 희생에 합당한 예우를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고,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자신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소방지원활동 및 교육훈련 중 순직한 소방공무원도 공무원연금법에 따른 위험직무관련 순직공무원으로 인정하도록 해 소방공무원의 희생에 대한 예우를 하고자 한다”고 적시했다. 직무 중 순직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순진 군경신청을 거부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소방공무원법 개정안’도 대표발의했다. ●노 의원이 남긴 마지막 법안은 ‘특활비 폐지법’ 노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대표 발의한 법안은 모두 57개다. 이 가운데 대안반영폐기·수정가결 법안은 11건, 철회하거나 폐기된 법안은 6건이다. 남은 40건은 현재 계류 중이다. 그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법안은 국회 특별활동비 폐지안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었다. 노 의원의 2016년 6월 30일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제안 이유에 대해선 “교섭단체의 구성요건이 의원 20인 이상으로 돼 있어 거대 정당에 비해 군소정당 소속 의원이나 무소속 의원들의 교섭단체 구성이 어렵고 거대 정당의 국회 운영 독점으로 인해 국민의 다양한 의사가 국회 운영에 제대로 반영되지 있지 못하다”면서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5인 이상으로 완화해 소수 정당 소속 의원이나 무소속 의원들도 쉽게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양한 정치적 세력의 형성과 사회계층의 다양한 의사를 국회 운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처럼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없는 소수 정당의 목소리도 입법 과정에 반영돼야 한다는 취지였다.그는 2016년 7월 7일 두 번째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제안 이유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판단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 경영상 해고의 요건을 엄격하게 하고, 해고의 절차를 구체화하며, 해고노동자의 우선재고용과 관련한 제도를 정비하고, 대규모 경영상 해고의 경우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함으로써 사업주와 노동자의 신뢰 기반을 만들고 노동자의 노동권을 두텁게 보장하려는 것”이었다. 이 외에도 지난해 3월 9일 기업 비리나 사학비리 등에 대한 내부고발이 가능하도록 범위를 확대하고 이를 보호하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지난해 3월 16일에는 전·월세 세입자의 권리를 확대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같은 해 4월 14일에는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을, 9월 20일에는 산업재해 당사자를 사업장 등의 조사에 참여시켜 근로복지공단 재해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고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아울러 노 의원은 세입자와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안도 꾸준히 발의해왔다. 노 의원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떠난 법안은 지난 5일 대표발의한 ‘특활비 폐지법’(국회법 개정안)이었다. 제안 이유에 대해선 “예산요구서에 특수활동비 등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등에 소요되는 경비가 포함됨에 따라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예산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고, 국회 소관 예산 편성에 시민 참여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소관 예산요구서 작성 시 특수활동비 등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등에 소요되는 경비를 포함하지 않도록 한다”면서 “또한 국회예산자문위원회를 두어 국민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도록 하고 예산요구서 작성 시 국회예산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투명한 예산 집행 및 국민 참여 증진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사설] ‘드루킹 불법자금 의혹’ 노회찬의 안타까운 죽음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어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드루킹’ 김동원씨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허익범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노 의원은 유서에서 “2016년 3월 4000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공평하고, 그 무게를 재는 것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노 의원이 지금껏 걸어온 삶의 궤적과,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 우리 사회에 기여했을 공헌을 떠올리면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 그는 62년 인생의 대부분을 노동운동과 진보정치 운동에 헌신했다. 좌파 운동권 동지들이 보수정당의 우산 밑으로 들어갈 때도 꿋꿋이 ‘좁은 길’을 고집했다.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들의 실명이 담긴 ‘삼성 X파일’을 폭로했지만,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운동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추진 등 굵직한 업적도 남겼다. 막말이 판치는 정치권에 촌철살인의 발언으로 품격을 입혔다. 또 ‘고구마 정치’에 답답해하던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 주어 ‘스타 진보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노회찬은 언제나 서민과 노동자 편이라는 신뢰도 얻었다. 그런 노 의원이었기에 작은 도덕적 흠결도 치명타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노 의원이 유서를 통해 밝힌 대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행위는 “어리석고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다만 한국 사회가 진보세력에만 극히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닌지 의문도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에도 맹점이 있다. 현역 국회의원은 평소에는 1억 5000만원을,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 신인이나 낙선한 국회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자가 되는 6개월 전에는 후원금을 받을 통로가 막혀 있다. 낙선한 뒤에도 다음 선거까지 지역에서 활동해야 하는 정치인은 가혹한 시간을 견뎌야 한다. 노 의원이 ‘검은돈’을 받은 시점도 ‘삼성 X파일’ 폭로 여파로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야인으로 지내던 시기다. 이런 구조에서 개인의 도덕성에 기반해 ‘클린 정치’를 기대하는 건 흰 옷을 입혀 진흙탕에 밀어넣으면서도 깨끗하길 요구하는 격이다. 특검팀은 이번 비극에도 정치권의 댓글조작 연루 의혹을 파헤치는 ‘본류 수사’를 흔들림 없이 끝까지 진행해야 한다. ‘드루킹이 노 의원을 이용하다 버린 것’이라는 소문 등도 확인해야 한다. 특검의 성역 없는 수사만이 마지막 순간까지 “저를 벌해 달라”고 참회했던 진보 정치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마지막 예의다.
  • “통일은 목숨” “통일은 일자리”… 결 다르지만 필요성 공감합니다

    “통일은 목숨” “통일은 일자리”… 결 다르지만 필요성 공감합니다

    “지난 3월에 다녀온 통일 독일의 베를린은 감동이었어요. 목숨을 바쳐 통일을 바란다던 선조들이 이해됐죠.”-정막동(59·미용실 원장) “내가 죽은 뒤에 통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통일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데는 동의합니다.”-박효원(38·뮤지컬 배우)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지난 8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통일의 정의’를 묻자, 통념처럼 시민들은 고령일수록 통일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요인이나 북 인권 문제 등 인도적 배경에서 통일을 이루자고 주장하는 청년들도 꽤 있었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만든 긍정적인 교육 효과로 보인다. 결국 개인별로 다양한 생각을 평화체제 구축 및 통일의 동력으로 모아내는 것이 향후 대한민국의 과제인 셈이다.정씨는 “한반도가 통일되면 남한이 경제적으로 힘들어질 테지만 돈 때문에 통일을 못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빚이 있다면 짊어지고 가자. 당장 앞을 보지 말고 크게, 멀리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씨는 “솔직히 남북이 바르게 융합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고 그 과정에 우리 세대가 끼어 있으면 힘들 것 같다”며 “또 통일 과정에서 사상적·이념적인 분열이 생길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통일 효과에 대한 기대도 엿볼 수 있었다. 문창선(42)씨는 “남한 남성과 북한 여성 간에 결혼이 늘면서 저출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지 않겠냐”며 “다만 평창동계올림픽의 남북 여자아이스하키팀 논란을 보면 남북이 어떤 식으로 교류를 할지 대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월 남북이 단일 아이스하키팀을 구성할 때, 수년간 노력한 남측 선수들이 출전의 기회가 박탈된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딸과 함께 산책을 나온 박지은(37)씨도 ‘통일은 일자리’라고 정의했다. 그는 “경제성장이 멈추며 일자리가 늘지 않는데 통일 후 북한의 지하자원 채굴이나 개발이 이뤄지면 청년실업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래 통일에 반대했었고 북한은 대화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난 4월에 남북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점진적으로 통일이 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김경아(46)씨는 통일로 북한 인권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통일이 북한 사람들에게 자유와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믿는다”며 “또 북한 경제가 발전하면 북측 주민들도 더 편안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통일 모델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도 들을 수 있었다. 손미자(61)씨는 “남북이 서로 교류를 하면 그게 통일 아니겠냐”며 “돌아가신 부친의 고향이 북한 황해도였는데 나라도 꼭 한번 가 보고 싶다”고 했다. 박사미(31)씨는 “빠른 시일 내에 통일이 돼 일자리 확대 등 경제적 측면의 혜택을 누리고 싶다”며 “내가 바라는 통일은 군사적 긴장 완화에서 시작해 한 국가를 이뤄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만난 시민들은 통일이 곧 현실화되겠냐는 질문에는 다소 망설였지만, 남북 정상회담이 통일로 가는 관문이 될 것이라는 데는 공감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의 지난 2분기 통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북의 개혁·개방 가능성에 대해 ‘높다’는 응답률이 71.6%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70%를 넘었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79.1%로 지난해 3분기(71.4%)보다 상승했고 통일 예상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10년 이내(28.4%), 20년 이내(20%), 불가능(12.8%) 순이었다.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응답률은 2016년 이후 가장 낮았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과거와 같은 민족주의적 통일이 아니라 경제적 미래나 미래 전략으로 통일을 어떻게 바라볼지를 고민한다면 젊은 세대의 통일 인식도 점차 바뀔 것”이라며 “특히 서울역에서 파리행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식으로 논의의 틀만 바뀌어도 통일에 대한 고정관념이 점차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어금니 아빠’ 이영학, 2심도 사형 구형…“딸은 용서해달라”

    ‘어금니 아빠’ 이영학, 2심도 사형 구형…“딸은 용서해달라”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36)에게 검찰이 2심 재판에서 또 사형을 구형했다. 이영학 측은 “사형 선고는 공권력의 복수”라며 유기징역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19일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김우수) 심리로 열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등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개선의 여지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1심 재판부는 검찰 구형과 같이 사형을 선고했고, 이씨는 “사형은 부당하다”며 선고 하루 만에 항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아내가 받아줬던 변태적 성욕이 해소되지 않자 피해자를 희생양 삼아 참혹한 범행을 저지른 것은 변명하기 어려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처음부터 피해자를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살해 이후 시신 은닉 과정에서도 고인을 모욕하는 행위라거나 시신에 변형을 가하는 등의 행위는 안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이 사회 규범을 무시하고 자기 이익을 위해 법질서를 완전히 무시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교정 가능성과 개선의 여지가 있는 만큼 생명 자체를 박탈하는 사형은 정당화가 안 된다”고 감형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딸 친구인 어린 여중생을 상대로 잔혹한 범행을 저지르고, 딸까지 끌어들여 많은 사람의 공분을 산 점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그런 공분이 크다고 해서 그만큼 되받아치는 건 형벌이 아니다. 그건 공권력의 복수”라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이씨는 “약하고 여린 학생을 잔인하게 해하고도 마지막까지 역겨운 쓰레기가 아닌 피해자로 거짓 치장하려 해서 죄송하다”며 “사형수로 반성하며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씨의 범행을 도운 딸에 대해서도 1심처럼 장기 7년에 단기 4년형을 구형했다. 이씨는 “아비가 만든 지옥과 구렁텅이에서 살게 됐다”며 “모두 제 잘못이니 딸은 부디 용서해달라”고 말했다. 이씨 딸은 “피해자 부모와 피해자에게 너무 죄송하다. 앞으로는 이런 실수나 행동을 하지 않고 살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씨와 딸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다음 달 23일에 열린다. 이혜리 기자 lee@seoul.co.kr
  • 청암대 조모 교수에 이어 마모 전 조교 위증죄로 재판에 넘겨져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 16일 강명운 청암대 전 총장을 성희롱 등으로 고소했다 취하한 같은 대학 마모(29) 전 조교를 위증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피부미용과 마 전 조교는 강 전 총장과 관련해 피해 여교수들에게 위증을 한 혐의다. 광주고검에서도 최근 마 전 조교의 또다른 위증죄와 위장 취업으로 인한 수천만원 횡령 혐의에 대해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강 전 총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여교수들은 “마 전 조교의 위증으로 교수직을 박탈당하고, 강 전 총장의 성추행 판결이 1심과 2심에서 무죄로 나왔다”며 “거짓 진술로 지난 5년동안 온가족이 죽음과도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에앞서 지난달 간호과 조모 교수도 강 전 총장의 성추행과 관련해 명예훼손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등 대학 구성원들의 조직적인 범죄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 교수들은 “전국 교수협의회와 청암대 비리사학 개혁추진위원회 등이 다음달 ‘청암대사태 기자회견 및 토론회’를 준비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달 초 청암대 교수협의회는 강 전 총장의 측근으로 2014년 사무처장으로 영입된 국모 씨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수협의회는 “수차례 동료 대학 여교수들에 대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국 사무처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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