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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정부 강경진압 반군 준달라 키웠다

    이란정부 강경진압 반군 준달라 키웠다

    아프가니스탄에 탈레반이 있다면 이란에는 ‘준달라’가 있다. 페르시아어로 ‘신의 군대’를 의미하는 준달라는 이란 남동부 시스탄 발루치스탄주(州)를 거점으로 발루치족의 분리주의 테러를 감행하는 무장 세력이다. 다른 무장세력에 비해 생소한 이름이지만 최근 이란 당국의 강경 탄압으로 인해 저항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간) “대선 문제로 몸살을 앓은 이란이 준달라를 탄압하면서 더 위험한 전쟁을 치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수니파 아랍민족이 주축인 중동 국가들과는 달리 시아파 페르시아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7000만 인구 가운데 수니파 발루치족은 1~3%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크다. 로이터는 최근 유엔 보고서를 인용, “수니파 발루치족이 거주하는 시스탄 발루치스탄주는 이란에서 가장 열악한 지역으로 평균 수명도 가장 짧고 성인 문맹률도 가장 높다. 물 부족 문제나 보건 문제 등 심각한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준달라는 2005년 무차별 테러를 본격화했다. 최근 이란 당국이 준달라 반군 13명을 처형한 것도 바로 지난 5월 이들이 시스탄 발루치스탄주의 주도 자헤단에서 감행한 시아파 사원 테러에 대한 응징이었다. 하지만 준달라 부상의 직접적 원인은 바로 이란의 강경 탄압 때문이란 분석이다. 준달라는 2003년 발족됐지만 분리주의가 강력하게 먹혀들지 않았을 뿐더러 무기나 마약 밀수와 같은 불법 경제단체의 성격이 짙었다. 아마디네자드 정권이 임기 동안 반정부 정서가 깊어지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탄압을 계속하자 자연히 이들의 결집력이 높아졌다. 로이터는 미국의 반테러리즘 센터의 크리스 잠벨리스의 말을 인용, “이들의 저항은 더욱 격렬해져 시스탄 발루치스탄 외부에서도 테러를 할 수 있다. 최근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준달라가 같은 수니파 세력인 알 카에다나 탈레반과 손을 잡는다면 중동뿐 아니라 지구촌 안보에 큰 변수가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워싱턴타임스에 따르면 준달라에는 1000명 이상의 무장 군인이 있고 아프가니스탄 및 파키스탄과 깊은 연계 노선을 구축하고 있다. 준달라의 국내 테러가 국제적으로 확대된다면 아마디네자드 정권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5주년 기획-중산층 두껍게] 월 267만원 버는 중산층 金씨

    [서울신문 창간 105주년 기획-중산층 두껍게] 월 267만원 버는 중산층 金씨

    우리나라 중산층의 평균적인 모습은 어떤 것일까. 통계청에서 발표한 올해 1·4분기 가계동향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구성해 봤다. 회사원 김중산씨의 나이는 만 46세. 자녀 2명을 둔 4인 가구의 가장이다. 소득 5분위 중 3분위에 속하는 이른바 핵심 중산층이다. 월 소득은 267만원이다. 월 지출액은 소득의 85%인 227만원이다.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이 312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김씨 가정의 수입은 전체 평균보다 45만원가량 적다. 김씨가 늘 “말만 중산층이지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크다.”고 자조하는 이유다. 김씨는 지출 중에 교육비를 가장 부담스러워 한다. 올해 1분기에는 월 26만 5712원을 썼다. 그나마 경기침체 때문에 지난해 29만 534원에서 8.5% 줄였다. 식료품 구매에 월 24만 5112원을 사용하고 음식·숙박에 23만 3182원, 주거·수도광열비로 21만 3496원을 지출한다. 보건비로 11만 3939원을 지출하고 의류 및 신발에 10만 8830원을 쓴다. 오락 및 문화를 즐길 시간이 적은 김씨는 여기에 10만 9805원을 사용해 전체 평균인 11만 9171원보다 9366원이 적다. 대부분 전체 평균보다 적게 지출하지만 주류와 담배는 전체 평균인 2만 5189원보다 1380원을 더 쓴다. 통신비도 14만 1576원으로 전체 평균보다 6029원 많이 낸다. 그러나 자가용 승용차 운전을 별로 하지 않는 김씨는 교통비는 16만 4411원으로 전체 평균 19만 6298원보다 적게 지출한다. 김씨는 2억 188만원의 자산과 3045만원의 빚이 있어 순자산은 1억 7143만원이다. 그 중에 부동산이 1억 4957만원, 자동차가 430만 5000원이다. 저축액은 4679만 3000원이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데스크 시각]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의 첫 관문/안미현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의 첫 관문/안미현 경제부 차장

    주부들 사이에 한때 유행했던 우스갯소리가 있다. 집에서 밥을 한 끼도 안 먹는 남편은 ‘영식님’이다. 어쩌다 한 끼를 먹는 이는 ‘한식씨’다. 두 끼나 먹으면 ‘두식이 놈’이다. 직장에서 잘려 집에서 뒹굴며 세 끼를 다 찾아먹는 이는 ‘삼식이 새끼’로 여지없이 격하된다. 인사를 앞둔 국세청의 한 간부는 “대한민국 남자는 대부분 영식님”이라고 했다. 그래서 인사가 어렵다고도 했다. 다들 죽어라 뛰지만 경쟁을 뚫는 이는 많지 않다. 다수 가운데 극소수만 살아남는다고 해서 ‘압정형 조직’으로 불리는 국세청은 특히 더더욱 그렇다. 이르면 15일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가 꼬리표를 뗄 것으로 보인다. 공식 임명장을 받으면 국세청은 한바탕 인사 회오리가 몰아칠 전망이다. 물꼬는 의외로 수월하게 뚫렸다.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준 이는 조직내 ‘넘버2’인 허병익 차장이다. 5개월 넘게 묵묵히 청장 역할을 대행해온 허 차장은 “새 청장이 취임하면 바로 다음날 이임식을 갖고 떠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 그를 두고 운이 좋았다고도, 거꾸로 운이 나빴다고도 말들 한다. 비록 꼬리표는 붙었으되 최고 자리를 반년 가까이 지킨 것은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이력서라는 게 전자의 근거다. 후자는 그의 업무 능력이나 성품을 들어 타이밍만 잘 맞았어도 꼬리표 없는 수장 역할을 충분히 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에 근거한다. 어느 쪽이 됐든 그가 용퇴를 결심하면서 인사 폭은 상당히 커졌다. 당장 행정고시 22회 동기인 지방청장 2명의 거취가 주목된다. 당사자들의 사의 표명과 관계없이 한꺼번에 인재들이 조직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후배를 위해 길을 터줘야 한다는 정서가 엇갈린다. 결정은 오롯이 백 내정자의 몫이다. 앞서 다른 지방청장 2명과 국세교육원장 등 고위 간부들도 이미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공석만 메우더라도 주요 보직국장, 세무서장 등으로 대규모 도미노 인사가 불가피하다. 백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공언한 고위직 물갈이가 가만있어도 척척 돼 가는 양상이다. 시쳇말로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인적 쇄신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목전(目前)이니, 그의 농담과 달리 영 운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만 바뀌었다고 쇄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벌써부터 국세청 안팎에서는 인사와 관련해 설왕설래가 무성하다. 백 후보자가 인사와 관련해 언급한 원칙은 한 가지다. “외부 청탁이 들어오면 해당자에게 철저히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장 재임 때도 같은 원칙을 밝혔고,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 그래서인지 사실상 일손을 놓은 채 인사 뚜껑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국세청 직원들의 표정은 반신반의다. 조직의 고질적 병폐인 ‘줄서기’ 관행이 이번에는 차단될 수 있을지 내심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따지고 보면 전직 청장들을 3명이나 줄줄이 감옥이나 해외로 보낸 것도 줄서기 폐단이 초래한 결과다. 하지만 기대 못지않게 그의 숨어있는 정치적 야심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백 후보자는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그와 한솥밥을 먹었던, 국세청내 TK(대구경북)세력의 대표주자이기도 한 서울청장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쏠리는 힘과 시선을 경계해야 한다. 국세청이 권력기관이 아닌, 국민을 섬기는 행정기관으로 진정 거듭나기를 바란다면 학연과 지연 등이 총동원되는 비릿한 구식 판짜기는 끊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수장없이 지낸 조직의 상대적 박탈감도,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상처난 조직원들의 자존심도, 관행(다운 계약서 작성)을 앞세워 세금을 탈루한 후보자의 부적절한 과거사도, 어느 정도 치유되고 덮어질 수 있다. 이번 인사는 그의 깜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첫 관문이다. 안미현 경제부 차장 hyun@seoul.co.kr
  • [中위구르 유혈사태] 땅 몰수 富는 모두 한족 차지… 불만 폭발

    [中위구르 유혈사태] 땅 몰수 富는 모두 한족 차지… 불만 폭발

    올들어 두 번째다. 지난 3월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시위에 이어 신장위구르자치구 유혈사태까지 중국은 소수민족 분리주의 운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물론 지난 수세기 이들과 중국 당국과의 악감정이 축적돼 온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분리주의 운동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중국의 5개 자치구 가운데 소수민족 분리주의 운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은 티베트자치구와 신장위구르자치구다. 중국 내부에서도 경제 수준이 열악한 곳으로 중국 통계청에 따르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국내총생산(GDP)은 중국 31개 자치구 가운데 25번째, 티베트자치구는 꼴찌인 31번째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소수민족들은 이를 크게 문제삼지는 않았다. 문제는 최근 10년간 중국 정부가 ‘서부대개발’을 발표하면서 이 지역에 자본주의가 유입되면서부터다. 신장위구르자치구의 GDP는 최근 5년새 1886억위안(약 35조원)에서 4203억위안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자원의 보고인 위구르 지역 개발은 중국의 국익과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였던 까닭이다. 중국 정부는 이 지역에 한족 주민들을 대거 유입시켰고 사업 규모를 늘려갔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나온 부(富)는 모두 한족의 차지였고 위구르족은 소외됐다. 실제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경제 중심지이자 수도인 우루무치는 한족의 이주가 늘어나면서 한족 인구가 70% 이상에 달하고 위구르족은 10%에 불과하다. 티베트자치구도 마찬가지다. 한족이 개발 사업을 독점하면서 티베트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커져갔다. 티베트 청년의 실업률은 70%에 달하며 의료·교육 등 혜택에서 소외돼 있다. 한족의 평균수명과 10~20살 이상 차이가 날 정도다. 결국 중국의 개방 노선을 통해 빠르게 유입된 자본주의가 ‘중화 패권주의’와 결합되면서 한족 이주민과 토착민 사이의 사회적 격차는 더욱 심화, 분리주의 운동이 가속화되는 환경을 만든 셈이다. 세계무역기구(WTO)도 지난해 중국에 대한 무역검토보고서에서 “중국이 조화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면 빈부 격차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데스크 시각] 그대, 무엇에 분노하는가/박찬구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그대, 무엇에 분노하는가/박찬구 정치부 차장

    “우리가 CEO를 뽑았습니까, 아닙니다, 심부름꾼을 뽑은 겁니다.” 차벽이 물러난 광장에서 청년은 시민들을 향해 외쳤다. 지난 6월10일 6·10항쟁 22주년을 기념하는 범국민대회 행사장이었다. “잠시 귀국한 유학생”이라고 소개한 청년의 즉석 연설에 광장의 시민들은 환호했다. 한때 기대를 모았던 최고경영자(CEO)형 리더십에서, 왜 시민들의 마음이 떠나고 있는 걸까. 1980년대 중반 대학가와 지금의 광장은 닮았다. 로마 보병처럼 투구와 방패로 무장한 채 교정을 에워쌌던 전투경찰이 타임머신을 타고 광장으로 옮겨온 듯하다. 시위 학생을 실어나르던 닭장차는 차벽으로 ‘진화’했다. 구호와 쟁가(爭歌)의 처절함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외쳐도 부르짖어도 답이 없다. ‘좌파’니, ‘전문 시위꾼’이니, 임의로 규정한 낙인만 돌아온다. ‘하자는 대로만 하면 잘먹고 잘살 수 있다.’는 CEO형 메시지만 던져진다. 87년 체제를 누려온 터라 박탈감과 상실감은 독재시절보다 더 깊고 심하다. 정권이 출범한 지 만 1년 하고도 4개월이 지났다. ‘어륀지’는 실소와 낭패의 시작이었다. ‘강부자·고소영’ 내각, 부자 감세, 교육 양극화, 무리한 재개발 사업 강행, 이벤트 정치, 공안통의 전면 배치, 양심과 사상의 탄압…. 반론과 우려는 ‘정치 공세’나 ‘이념 논쟁’으로 치부된다. 5개월을 넘기고도 희생자의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는 용산참사의 참담한 현실에서도, 관객의 선택권을 무시한 ‘대한 늬우스’의 시대착오적인 부활에서도, 귀는 닫고 할 말만 하겠다는 일방통행의 고집이 느껴진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한 축인 입법부에서는 대화와 타협의 가치가 중시된다. CEO의 용어로 효율과 생산성을 얘기할 수 있지만, 여야간 합의 정신을 앞설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지지세력과 이해관계를 안고 있는 각 정파가 한발씩 물러나 최대공약수를 찾고 제3의 대안을 마련하는 게 의회 정신이다. 도를 넘어 폭력이 오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날치기나 단독 처리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대화와 타협은 양보와 진정성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그것이 소통의 정치다. ‘말할 테니 들어보라.’면서도 제 귀를 닫는 건 아집이다. ‘당신 생각이 그렇고 내 생각이 이러니 조금씩 양보하자.’며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이 소통이다. 현 정권이 당면한 문제의 핵심은 좌파도, 중도도, 이념도 아니다. 본질은 소통이다. 그날 마이크를 잡은 청년은 ‘좌’나 ‘우’를 얘기하지 않았다. ‘권력을 위임한 유권자의 소리에 왜 마음을 열지 않고 독주만 하느냐.’는 것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에 이어 소통을 말한다. 그동안의 학습효과로 반대파나 야당은 ‘위기를 모면하려는 정치 수사’라며 폄하한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사회는 더 깊은 불통(不通)과 비극의 늪에 빠질 테다. 그 결과의 섬뜩함 때문에 아직은 소통의 진정성을 예단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당부하고 싶다. 정말 소통하려면 ‘나’를 희생하고 헌신해야 한다. 반대와 저항의 소리를 경청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 이유 없는 항거는 없다. 시늉이 아닌 진정으로 야당에 손을 내밀고, 약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정권이 용산참사와 각계의 시국성명에 대처하는 태도를 바꿀지가 진정성을 판단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사회를 실은 수레는 두 바퀴로 움직인다. 하나는 효율과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시장의 가치, 다른 하나는 연대와 소통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의 가치를 상징한다. 지금 우리의 수레는 한쪽 바퀴가 해어지다 못해 빠져나갈 판이다. 멀리 가기도, 빨리 가기도 버거워 보이는 수레를 우선 고쳐야 한다. 어디로, 어떻게 갈지를 생각하는 건 그 다음이다. 박찬구 정치부 차장 ckpark@seoul.co.kr
  • 교과교실제 시범운영 서울 공항中 가보니…

    교과교실제 시범운영 서울 공항中 가보니…

    “학습 면에서는 확실히 유리하다. 하지만 생활지도 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서울 교과교실제 시범 운영학교인 공항중학교 교사들과 학생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이 학교는 2006년 말부터 학교 자체적으로 교과교실제를 운영하고 있다. 교과교실제는 교사가 학급을 찾아오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이 교과전용 교실을 찾아다니는 수업 방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내년부터 교과교실제 운영을 정부 차원에서 확대하기로 했다. 교사와 학생들은 교과교실제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우선 학습 면에서는 기존 학급교실제보다 확실히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학교 이경애(53) 교무주임은 “교사가 자기 교실에서 수업을 준비하니까 수업시간 45분을 오롯이 학생들을 위해 쓸 수 있다.”면서 “인근 다른 중학교보다 교과학습 진단평가 결과도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영어 담당 김옹제(45) 교사도 “교과 특성에 맞게 교실을 꾸미고 기자재를 배치할 수 있어서 학습 면에서는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학습교구를 설치하고 옮기는 등의 불필요한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학생들도 비슷한 평가였다. 1학년 김나현양은 “교실에 들어가면 준비된 교실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것저것 설치하고 정리하는 데 드는 시간 없이 수업에만 몰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진교은군도 “한 교실에 학습자료들이 쌓여 있어서 수업 외에도 그걸 보며 깨닫고 배우는 것들이 많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계도 지적됐다. 한문을 가르치는 서정심(38) 교사는 “학생들이 흩어져서 교실을 찾아다니다 보니 생활지도가 쉽지 않아 교사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아이들의 공동체 의식이나 소속감이 떨어지는 것도 아쉬운 점”이라고 했다. 3학년 박모군도 “싫으나 좋으나 한 반에 함께 있으면 친해지게 마련인데 지금은 끼리끼리만 다니게 된다. 혼자인 아이들은 끝까지 혼자다.”고 평가했다. 또 쉬는 시간에 교실을 찾아다니느라 체력이 달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열반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2학년 이모군은 “영어·수학 같은 경우 성적순으로 5개 그룹으로 나눠 이동수업을 하는데 박탈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제법 있다.”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가기] 회장님은 댓글 다시는 중 은행에 이런 것까지 대통령 12년 만의 모내기 ‘큰 일’ 알바 시간당 1만원 이상 주는 곳 북한산 비봉능선에 이런 뜻이 싸면서도 품격 있는 와인 소개합니다 서울광장-노무현은 죽을까 수족구병 아기아빠도 急조심
  • 8주뒤 당당한 백수 되기

    8주뒤 당당한 백수 되기

    “당당한 백수로 살자.” ‘청년 실업률 10%대’ ‘청년백수 100만명 시대’라는 말이 시사하듯 최근 청년 백수문제를 심각한 사회적 위기로 진단하는 현상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당당한 백수되기를 권유하는 강좌가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20일부터 연구공간 ‘수유+너머’가 8주 과정으로 개최한 ‘백수 케포이필리아’다. 케포이필리아는 그리스식 조어로 ‘공부와 우정과 밥의 향연’이라는 뜻이다. 이 강좌는 “B급 인생이라고 주눅들지 말고 떳떳한 백수가 되자.”고 한다. 실패한 인생으로 규정하지 말고 백수로 지내는 시기를 통해 인생을 성찰하는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인 셈이다. 요즘 백수문학, 백수음악 같은 신종 트렌드가 등장하거나 ‘싸구려 커피’, ‘별일없이 산다’ 등 청년 백수의 생활을 노래한 가수 장기하씨가 20~30대 사이에서 ‘소녀시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현상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 ‘수유+너머’ 강의실. 40여명의 남녀 청년 백수가 모여앉아 있다. 참석자들은 고미숙 연구원의 저서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를 읽고 토론을 했다. 고 연구원은 “백수라고 축 처져 있지 말고 충실하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려면 운동과 공부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가족에게 핍박받고 취업한 친구에게 위축되는 백수들이다 보니 ‘생활밀착형’ 질문이 쏟아졌다. 참가자들은 “공부도 좋지만 취업시험을 외면할 순 없지 않나.” “최소 생활비는 얼마일까.”와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고 연구원은 ‘박사 출신 실업자’였던 경험을 섞어가며 청년 백수들의 고민에 답했다. 자신을 백수 2년차라고 소개한 신나리(25)씨는 “직업이 없다는 박탈감에 매몰됐는데 이 강좌를 통해 존재감을 회복해가는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백수 케포이필리아’는 공부, 신체단련, 동아리활동으로 이뤄진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열린세상] 귀천 없는 사회와 인간의 욕망/박준철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

    [열린세상] 귀천 없는 사회와 인간의 욕망/박준철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

    몇해 전 KBS가 방영한 사극 ‘무인시대’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고려의 집권자 최충헌은 노비반란을 도모하고 있던 자신의 사노(私奴) 만적(萬積)에게 거사의 목적을 추궁한다. 만적은 천하를 호령하며 만인 위에 군림하는 자신의 주인에게 귀천 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결연히 밝힌다. 잠시 생각에 잠긴 최충헌은 만적에게 세상의 이치를 이렇게 설명한다. ‘귀천이 뒤바뀔 수는 있어도 귀천 없는 사회는 없다.’ 인간은 누구나 남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고자 하는 내재적 본성을 갖고 있다. 모든 인간은 자기구현의 욕망에 태생적으로 예속되어 있고 이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타자와의 사회적 차별화를 끊임없이 추구한다. 상대적 우위의 확보를 통한 ‘너’와 ‘나’의 구별 짓기는 어쩌면 인간에게 주어진 하나의 숙명이다. 근대 이후 인류사회에 득세한 자본주의 체제는 인간의 ‘구별 짓기’ 본능과 그 맥을 같이한다. 노력과 경쟁을 부단히 독려하고 경쟁에서 승리한 자들에게 우월한 입지를 제공하는 자본주의는 타자와의 차별화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고양시키려는 인간 욕망에 부합하는 제도다. 그러나 지나간 역사가 예증하듯이 자본주의 체제는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한다. 자본 논리에 입각한 차별화의 욕구가 과도하게 분출되면서 처절한 무한 경쟁이 조장되고, 그 산물인 사회적 양극화는 패자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박탈감을 안겨준다. 더욱이 한국의 현대사는 자본주의가 부패한 보수 정권과 결합될 때 발생하는 폐해를 적나라하게 노정시켰다. 근대 사회가 공들여 키워 온 평등이념이 유효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광복 이후 우리의 진보세력은 일탈된 자본주의의 모순을 바로잡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무엇보다도 그릇된 권력과 거기에 기생하는 재벌에 온 몸으로 저항하면서 사회적 평등 구현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진보 이념의 진가가 우리의 역사 속에 제대로 드러나 있다. 최근 도마에 오른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가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이라는 거물을 물리치고 대통령이 된 데에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집단보상심리가 한몫을 하였다. 그는 남루한 배경에서 성장한 고졸 학력의 변호사 출신으로 험난한 민주투사의 길을 걸어 온 인물이었다. 상대방은 남부럽지 않은 집안에서 자랐고, 서울법대 출신으로 대법관을 역임했으며, 큰 어려움 없이 승승장구한 엘리트 정치인이었다. 두 사람의 상이한 이력은 우리 사회에 고착화된 귀천의 이미지를 뚜렷이 대비시켰고, 국민들은 노무현 후보를 선택하면서 그가 내세웠던 평등의 보편가치에 손을 들어 주었다. 베일이 벗겨지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적과 최근의 행보는 우리를 무참히 유린한다. 적어도 도덕성은 나무랄 데 없다고 생각되었던 그가 오히려 재물욕의 수렁에 깊숙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사태에 대처하는 그의 모습은 그토록 대범했던 한 나라의 대통령이 아니라 법적 논리에 연연하는 일개 변호사와 다름없다. 이번 사안은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는 평등이념을 굳게 신봉하고 나아가 자신의 신념을 정책을 통해 실천한 지도자였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빗나간 재력가들과 손을 맞잡고 엄청난 금전적 혜택을 탐함으로써 자신이 지향했던 평등의 정의를 개인의 욕망과 맞바꿨다. 안타깝기 이를 데 없는 이 스캔들은 인간의 보편적 속성이 작동한 결과다. 그 역시 물질적 우위를 추구하였고 이를 통해 타자와의 구별 짓기를 시도한 셈이다. 평등은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다. 그러나 인간의 원초적 욕망은 평등의 온전한 구현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중심에 서 있는 최근 사태는 귀천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박준철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
  • “버는 만큼 줄게” 국민銀의 모험

    “버는 만큼 줄게” 국민銀의 모험

    버는 만큼 준다. 국민은행이 수익만큼 성과급을 주는 ‘전문직원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투자은행(IB)과 자산운용 파트가 대상이다. 근무연수에 맞춰 호봉이 오르는 대로 월급도 착착 따라오르는 기존 연공서열순 급여체계와 달리 직무별로 벌어온 만큼 되돌려 주겠다는 것이다. 보험사나 자동차회사의 영업사원이 아닌 은행 직원들로서는 파격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논란이 뜨겁다. 직원을 전문직, 일반직으로 나누는 것부터가 낯선 데다 급여 차이에 따른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위기 속에 기업들이 앞다퉈 임금 삭감을 논의하는 마당에 전문직원제 도입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계기로 증권사와 전면전을 벌여야 하는 터에 우수 인재를 붙잡으려면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수십억 버는데 그 정도 대우는 당연” 국민은행은 지난 3월 은행권 최초로 노사 합의를 통해 투자(IB)·유가증권·파생상품 담당 직원들에게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통상임금의 600% 정도를 지급하던 기존 성과급과 인센티브를 통합해 목표 초과에 따라 무한의 보상금을 지급받게 된 것이다. 국민은행 측은 적용 대상이 168명뿐이고, 상한선도 기본급의 250%로 제한해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은 금액은 다음해로 이월해 받을 수 있는 데다 손실이 발생하면 기본급은 삭감할 수 없어 회사는 손실액 전부를 회수할 방법이 없게 된다. 다만 성과급제에서는 실적이 미달되면 10%를 인센티브에서 다시 반납해야 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합의에만 1년6개월이 걸려 진통을 겪었다. 차별 논란으로 일부 반대도 있었지만 은행 경쟁력을 위해 전문가를 육성해야 된다고 설득해 합의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IB 업무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일반 행원들의 연평균 생산성이 1억원 정도라면 우리는 평균적으로 20억~30억원을 기본 목표로 잡고 초과분에 대해서 성과급을 받는다.”며 사기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고통분담으로 임금 반납하고 직원도 줄이는데 전문직원제도에 대해 일부 은행들은 불편한 반응을 드러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양질의 직원만 남겨두고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은 빼내려는 것 아니냐.”며 “2007년부터 은행별로 PB들의 성과급 논의가 있었지만 개인별 성과급이 다른 직원들의 박탈감을 초래한다는 의견이 많아 노조에서 무산됐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부서간 협조를 통해 이뤄지는 은행 업무상 혼자 노력으로 실적을 쌓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영업점이나 부서가 아닌 개인별 성과급 지급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에선 “경기악화로 임금을 깎고 명퇴로 일자리도 줄면서 고통 분담을 하는데 성과가 높다고 무제한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과에 치중해 규정을 위반하거나 무리한 투자로 위험부담을 키우지 못하도록 내부통제를 강화한다면 현실적인 성과급 지급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부 교수는 “90년대 미국의 엔론사태나 최근의 AIG사태도 결국은 투자은행들이 단기성과에 집착한 결과”라며 “단기성과에 치중해 과당 경쟁을 못 하도록 인센티브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신도시 기다리며 전세 살았는데”

    “보상작업까지 완료돼 가는 마당에 무슨 소리냐. 신도시 하나만을 바라보고 있던 시민들을 농락해도 분수가 있지….” 국방부가 특전사 이전 불가 방침을 앞세워 위례(송파) 신도시 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소식을 접한 지역 주민들은 25일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협조해 추진돼온 정부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되자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었다. 서울 송파구 거여동과 장지동 일대의 부동산에는 이날 하루종일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그 중에는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전화도 있었지만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다. 보상을 받고 이미 이사를 떠난 사람들의 경우 “정부가 신도시를 세운다고 해서 조상 대대로 자리잡은 터전을 기꺼이 내줬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며 의아해했다. 문정동 K부동산의 송모(57) 사장은 “지난해 결혼한 신혼부부 중에 ‘신도시가 지어지면 좋을 것’이라는 이유로 이쪽에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이 많다.”면서 “전세를 전전하며 무주택 기간을 쌓아뒀다가 신도시에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고 기대한 사람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결혼한 회사원 김문호(34) 씨는 “서울 외곽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포기하고 몇년 전 마련해 둔 장지동 집에 신접살림을 차렸다.”면서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송파 일대는 집값이 지난해 1월에 비해 40~45% 가까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신도시 효과를 기대해온 주민들의 박탈감이 더 컸다. 그러다 보니 이미 2007년 시작돼 내년 10월 첫 분양을 앞둔 시점에 뒤늦게 제동을 걸고 나선 국방부에 대한 성토가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장지동에서 15년째 부동산을 운영해온 S부동산의 임모(68)씨는 “같은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월드는 신축 논란만 10년 넘게 끌어오다가 활주로 방향만 틀면 된다며 동의해 줬으면서 특전사 문제는 왜 이제와서 걸고 넘어지느냐.”면서 “재벌에 대한 특혜는 되고 서민들이 살 터전은 안 된다는 말이냐.”며 되물었다. 송파신도시 지주협의회 이정열 회장은 “토지 보상이 75% 이상 이뤄졌는데 당초 개인사업도 아니고 토지공사가 진행하는 사업인데 정부 부처간 혼선 때문에 이렇게 뒤죽박죽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격앙된 지역 민심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최근 수원컨벤션시티와 고양 경전철 등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사업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으로 진행돼 온 대형 사업들이 부처 및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이견으로 난항을 겪는 것에 대해 우려를 던지고 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는) 인기몰이식으로 추진해온 선심성 공약의 폐단”이라면서 “장기적인 청사진을 갖고 시민과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을 풀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건형 박성국 유대근기자 kitsch@seoul.co.kr
  • [사설] 강북의 재개발 차별 항변 일리있다

    강남북의 불균형을 가져오는 서울시의 재개발정책에 대한 강북지역의 불만이 제기됐다. 이노근 노원구청장은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규제는 강남북에 함께 적용되지만,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규제 완화는 강남지역에만 적용되고 있다고 그제 주장했다. 우리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강남북의 불균형을 좁혀 나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그의 주장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강남·서초·송파 일대에 용적률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줘서 재건축 붐을 일으켰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자 2003년에는 강남북의 재건축 시한을 20년에서 40년으로 늘려 재건축을 제한했다. 이제 경제위기를 맞아 다시 강남 위주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이 구청장의 얘기다. 노원구의 불만 제기는 강남에는 112층짜리 잠실 제2롯데월드 같은 초고층 건물을 허용하면서, 공릉동에 55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신축하려는 계획에는 서울시가 부정적인 답변을 해온 데 따른 것이다. 사실 강남북간 지역 격차를 해소하려는 뉴타운 개발은 2002년부터 추진돼 왔다. 은평·길음·왕십리 등 3곳의 시범뉴타운을 비롯해 모두 26곳의 뉴타운은 대부분 강북을 비롯한 낙후지역에 집중돼 있다. 노원구의 불만은 강남에 뒤진다는 상대적인 박탈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강남 3구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은 강북지역의 불만을 키울 소지가 많다. 강남 개발과 함께 강북을 균형있게 개발하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해소하는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 [사설] 민·관 임금삭감 고용 확대로 이어져야

    공기업에 이어 대기업과 공무원으로 대졸 초임 삭감 및 고위직 임금 반납 움직임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한파로 촉발된 고용위기를 고통분담을 통해 극복하자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신세대에 고통을 전담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나 지금 청년 취업난은 발등의 불이다. 급작스럽게 일자리가 증발하면서 지난 1월의 신규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0만 3000명이 줄었고, 청년 실업률은 8.2%로 1.1%포인트 치솟았다. 실업자 85만명을 포함, 사실상 실업자는 350만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안정과 임금 조정을 맞교환하는 노사민정 대타협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된다. 외환위기 이후 단기 실적주의가 팽배하면서 공기업과 대기업의 임금은 지나치게 가파르게 치솟았다. 그 결과 양극화 심화와 더불어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을 부추겼다. 또 대졸자의 높은 초임은 고용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려면 무엇보다 먼저 생산성을 초과하는 잘못된 임금구조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다지는 첫걸음이다. 한국생산성본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30개 회원국 중 23위로 최하위권이다. 우리는 임금 조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운동이 고용위기 타개를 넘어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전기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자면 상생·협력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게 재계도 투자와 고용 확대로 화답해야 한다. 지금처럼 삭감한 임금을 현상 지속비용으로 충당하려 한다면 세대간·노사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벌써 노동계에서는 대타협을 놓고 ‘현금을 내주고 어음을 받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는 특히 일본의 기업들이 수출 부진을 내수 진작 및 고용 확대를 통해 타개하려는 노력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 방글라데시 보안군 무장반란 일단락

    25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무장반란을 일으켰던 국경보안대 ‘방글라데시 라이플’(BDR) 소속 대원들이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기 시작했다고 26일 AF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아불 카람 아자드 총리실 대변인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반란군 전원이 항복해 병영으로 복귀했다.”면서 “인질들도 모두 풀려났다.”고 밝혔다. 교전이 확대되자 정부는 “투항하지 않으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에 나섰다. 준(準) 군사조직인 BDR는 열악한 처우에 불만을 품고 25일 수도 다카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세이크 하시나 총리의 즉각적인 중재로 반란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이튿날 반란군들은 다시 남부 테크나프와 콕스 바자르, 나이콩차리, 북동부 실헤트 등으로 교전을 확대해 50여명의 사망자를 냈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반란이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경제난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몇달 동안 곡물가가 30% 이상 상승한 데다 정규군에 턱없이 못 미치는 배급품을 받는 등 열악한 처우로 보안군의 박탈감은 극에 이르렀다. BDR 소속 대원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규군에 대한 뿌리깊은 피해의식을 성토하기도 했다. 26일 BDR가 교전을 재개하자 하시나 총리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무기를 버리고 병영으로 즉각 복귀하지 않으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불황 타고 ‘인종 혐오’ 기승

    글로벌 경제위기로 사회 불안이 가중되면서 세계 곳곳은 ‘공공의 적’ 만들기에 혈안이 돼 있다. 특히 소수 인종에 대한 혐오 범죄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른바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25일 헝가리 MIT통신에 따르면 전날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남동쪽으로 65㎞ 떨어진 타타르센트죄르지의 집시 가족이 사는 집에 방화로 보이는 불로 5명의 일가족 가운데 아버지와 5세의 아들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검결과 사인은 총상이었다. 경찰은 ‘집시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달 소수 인종에 대한 테러로 16명의 아시안이 숨지고 3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한국인 여대생도 희생자 명단에 포함됐다. 스킨헤드와 같은 극우단체들의 소행이다. AFP통신은 스웨덴과 독일 등에서도 네오 나치세력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소수 인종에 대한 혐오가 최근 커지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 때문. 심지어 러시아 국민 50%가 소수 민족을 축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한 모스크바 연구소의 조사결과도 있었다. 실업률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으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제노포비아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안토니오 구티에레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UNHCR)은 23일 글로벌 경제 위기가 외국인 혐오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구티에레스 판무관은 “난민이나 이주민들이 많은 국가에서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오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기고] 녹색성장에서 앞서가는 강원도/김진선 강원도지사

    [기고] 녹색성장에서 앞서가는 강원도/김진선 강원도지사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옛말이 있다. 강원도의 어제와 오늘을 생각할 때 적실한 표현이다. 지난 시절 산업발전 축에서 배제·소외된 강원도는 얼마 전만 해도 경제개발의 변방, 심지어 오지 취급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지형 특성상 수해·산불·가뭄 등 자연재해에도 취약해 주민들의 심리적 박탈감과 피해의식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덕분에 청정자연을 보전한 강원도는 이제 대한민국의 허파이자 21세기형 성장을 위한 가치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기후변화는 전 지구촌에 절체절명의 화두가 됐다. 지구 온도가 섭씨 1도만 올라가도 북극 빙하가 모두 녹아내릴 것이란 예측도 있다.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는 지구촌이 이 임박한 위험에 조속히 공동대처해야 한다는 경고성 촉구 메시지인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그 연장선상의 ‘저탄소 녹색성장’은 바로 전 인류가 직면한 엄청난 위기에서 동시에 다시 없을 기회를 잡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와 미국 오바마 정부가 한목소리로 ‘녹색뉴딜(green new deal)’을 표방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게다. 여러 여건상 한국의 녹색성장 허브는 강원도가 돼야 한다고 감히 자부한다. 강원도는 한반도 녹지중심축인 백두대간의 42%(285㎞)를 차지한다. 긴 해안선(318㎞)과 DMZ(145㎞)는 탄소흡수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강원도는 진작부터 이런 천혜의 조건에 주목, 강원판 녹색성장인 ‘3G(Gangwon Green Gro wth)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현재 신재생에너지 국내 총생산량의 24.5%를 담당하고 있고, 보급률도 7.4%(전국 평균 2.3%)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또한 한반도의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체계적으로 연구,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한국기후변화대응연구센터’도 지난달 전국 최초로 춘천에 설립했다. 지난해 말 세계적 미래학자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 회장과 캐슬린 스티븐슨 주한 미대사를 각각 면담, 강원도의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성장 방향에 관해 자문한 적이 있다. 글렌 회장은 유엔의 관련 기구나 사이버공간의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시스템과 연계해 대응해 보라고 조언했고, 스티븐슨 대사는 “한국은 이 분야에서 전문성이 뛰어나고 능력도 있는 만큼 오바마 정부와 긴밀한 협조관계가 기대된다.”며 적극적 지원의사를 피력했다. 강원도는 본래 산이 많고 높고 동쪽에 위치한 산다고동위(山多高東位) 지형이다. 이런 지형은 예전엔 한계였지만 오늘날엔 무한한 가능성이 아닐까. 필자는 1998년 도지사 취임 이후 줄곧 ‘산이 많으면 산에서, 밭이 많으면 밭에서, 바다가 많으면 바다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이런 문제해결 방식이 이제 나름의 결실을 거두고 있다. 지구촌을 엄습한 경제위기, 환경위기, 자원위기라는 세 갈래 위기는 각각 뿌리를 캐들어가면 인류의 무분별한 탐욕에서 비롯된 지난 수십년간의 ‘고탄소 회색성장’이란 하나의 원인과 맞닥뜨리게 된다. 환경론자들은 현대인이 누리고 있는 자연은 후대로부터 빌린 것이라고 지적한다. 경제학자들은 미래의 최대 수익사업 중 하나로 주저없이 신재생에너지를 꼽는다. 지난 10일 강릉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강원도야말로 녹색성장의 최적지라고 힘을 실어 주면서 세계에 내세울 만한 미래형 녹색도시인 ‘저탄소 시범도시’를 강원도에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정보화시대 이후에 도래할 녹색기술시대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긴요한 지금 강원도가 그 선도적·중심적 역할을 해낼 것이다. 김진선 강원도지사
  • [자치구 2009 핵심사업] 김재현 강서구청장

    [자치구 2009 핵심사업] 김재현 강서구청장

    “김포공항으로 인해 강서의 손발이 꽁꽁 묶여 있다.” 김재현 서울 강서구청장은 18일 상기된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서울에 하나밖에 없는 공항 때문에 지역 건축물의 97%가 고도제한을 받고 있다.”면서 “올해 획기적인 강서 발전의 발판이 될 수 있는 고도제한 완화를 위해 공청회, 연구용역, 특별법 추진 등을 밀고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노후주택의 지역 순환 개발, 맞춤형 복지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낙후지역 이미지 고착 우려 강서지역에 김포공항이 자리한 지 벌써 33년째. 1977년 개항한 김포공항은 지역의 손발을 꽁꽁 묶었다. 구 총 면적 41.1㎢의 97.3%에 이르는 40.3㎢가 공항 고도지구 및 공항시설 보호지구로 지정돼 지역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이에 따른 피해추정액은 무려 53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보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낙후된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고착되는 등의 간접적인 피해가 더 큰 문제다. 김 구청장은 “용산 랜드마크 603m, 제2롯데월드 555m 등 지역을 상징하는 멋진 초고층 빌딩들이 서울 곳곳에 들어서려고 하지만 첨단 산업과 주거단지로 조성되는 강서 마곡지구의 빌딩 최고 높이는 57m일 뿐”이라면서 “같은 서울하늘 아래에서 이런 차별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우선 한국공공자치연구원에 ‘도시계획에 의한 고도지구의 법적 타당성’에 관한 연구용역을 맡겼다. 이를 통해 국내외 주요 공항 소재 도시와 비교, 고도제한 완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 등을 연구하기로 했다. 오는 4월에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고도제한 완화’를 요구하는 공청회를 연다. 이 자리에는 고도제한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 17개 자치단체가 다 모인다. 이들은 뜻을 하나로 모아 정치권과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 구청장은 “2007년 노원구 소각장을 광역화하면서 반경 300m이내 간접 영향권 주민에게 연간 75억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경주 핵폐기물 방폐장 건설 사업에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을 지급했다.”면서 “실질적인 보상이 가능한 특별법 제정 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화곡·발산동 맞춤 복지제도 시행 주택들이 낡은 화곡동 지역은 뉴타운 일괄 개발에서 순환 개발방식으로 바뀐다. 따라서 화곡동 지역은 도로망과 공원의 배치 등 도시기반 시설의 문제점을 감안, 4~5개 권역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재개발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 염창·등촌·가양동의 준공업지역과 화곡유통상가 그리고 가양·방화 택지개발지구에 대해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 실질적인 개발이 시작된다. 아울러 화곡·발산동에 복지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진다. 올해 20개 사업에 516억원을 쏟아붓는다. 화곡8동의 버스공영차고지에 주차·문화 복합시설이 들어서고 가로공원길과 볏고을 공원 지하에 주차장을 건립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상대적 박탈감 없는 세상은 없을까

    집의 크기를 제외하고 모든 환경이 같은 두 개의 세계가 있다. 세계 A에서 나는 112평의 집에 살고 다른 사람은 168평에 산다. 반면 세계 B에서 나는 84평에서 살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56평에서 산다. 당신은 어느 세계에서 살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B의 세상에서 살길 원한다. 사람들은 넓은 집보다 ‘상대적 박탈감’이 없는 세계에서 살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부자아빠의 몰락’(로버트 H 프랭크 지음, 황혜선 옮김, 창비 펴냄)은 왜 전 세계인들이 ‘자족’하지 못하고 최근 수년간 부자아빠가 되려고 발버둥쳤는 지를 다양한 경제적 통계와 심리적 잣대를 중심으로 설명해내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신자유주의로 미국의 중산층은 과거보다 근로시간은 대폭 늘었지만 소득의 증가는 미미했고, 자녀 교육비와 주택 구입비 지출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지만 통계로 살펴보자. 최근 20~30년(1979~2003년) 동안 미국 최상위층의 소득은 급속히 증가한 반면, 나머지 계층은 정체됐다. 즉 상위 5%가 68%의 소득이 증가하는 동안 하위 20%는 3.5%의 소득이 증가했을 뿐이다. 그 이전 세대(1949~1979년)에서는 상위 5%의 소득이 86% 증가하는 동안 하위 20%의 소득은 116%나 증가했다. 1980년대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소득은 노동자의 42배였지만, 2000년대 와서 그 격차는 500배가 넘는다. 부자들은 급속히 늘어난 소득만큼 대저택을 구입하고 큰 자동차를 사고, 좋은 옷을 사입었다. 문제는 소득이 거의 정체됐던 중산층도 부자들의 준거의 틀에 따라 집과 자동차와 의복을 살 수밖에 없었다는 것. 질투심과 같은 유치한 감정 탓이 아니라 그렇지 않을 경우 사회적·경제적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교육비나 주택·승용차 구입비 등과 같은 소비를 ‘지위적 소비’라고 이름 붙인다. 또한 지위적 소비는 운동경기를 잘보기 위해 모든 관중이 일어서는 것처럼 소모적인 행위인 만큼 억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누진소비세’ 도입의 근거다. 저자는 미국 코넬대 존슨경영대학원 교수로 ‘승자독식사회’라는 저서로 국내에 잘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출간됐다. 1만 1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한국 특유의 질환 화병, 문화적 배경은

    화병이 전 세계에서도 한국에서만 보고되는, 한국 특유의 질환이라는 사실은 새삼 우리의 생활문화를 돌아보게 한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문화는 여성의 일방적 희생 위에서 형성된 것이었다. 세균이나 특정 장기의 이상에 따른 질병이 아니라 정신·정서적 질환인 탓에 일상적인 생활환경이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사한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은 남성보다 여성이 당연히 많다. 여성을 옥죄는 전통적인 가치관은 아직도 잔존하고 있다. 이런 문화적 요인은 자기감정 억제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함봉진 교수는 이에 대해 “화병의 개념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지나치게 감정 표현을 억제하거나 분노를 억누르는 한국의 문화적 배경이 화병의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한다. 사회·가정적으로 자기발언 기회가 차단되는 문화에서는 누구나 억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이런 간단없는 속박감과 박탈감이 화병의 병증을 배태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화병의 원인이 가부장적 사회문화 환경에 있다는 혐의가 농후하지만 아직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체계적인 연구 성과가 없다는 점. 이 때문에 아직 전문적인 진단도구나 치료체계가 정리되어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향후 우리나라 의료계가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 중의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화병이 가부장적 문화배경을 가졌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여성인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생활환경이나 성격, 성장 배경 등에 따라 얼마든지 남성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화병을 ‘여성의 병’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예단이라는 게 의료계의 시각이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끼니 굶는 노인들… 심드렁한 대책/손성진 미래기획부장

    [데스크 시각] 끼니 굶는 노인들… 심드렁한 대책/손성진 미래기획부장

    어느 골프장에서 앞 팀의 진행이 더뎌 이유를 알아보니 4형제가 ‘부모 모시기’ 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지는 사람이 부모를 모신다는 내기다. 실제 있었던 일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씁쓸한 조크다. 70대, 80대는 일제강점기와 전후 빈곤기를 살아온 세대다.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손이 부르트도록 일을 하며 자식들을 뒷바라지했다. 그러고도 버림받는 처지가 되었다. 그들의 박탈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서울지하철에서 버린 신문지를 모아 팔아 하루에 3000원도 안 되는 돈을 벌어 연명하는 노인들이 수천명이나 된다고 한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동네 골목마다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노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노동할 여력이 있어도 마땅한 일감을 찾을 길이 없는 노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일뿐이다. 노인들이 힘든 여생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가족·사회와의 단절, 소득의 부족, 질병 등이다. 지속적인 핵가족화는 부모와 자식의 유대관계를 끊어 놓았다. 자녀나 형제, 자매가 있는데도 홀로 사는 독거 노인이 90%나 된다. 전통적인 봉양의 미덕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노인들은 자립 능력도 없이 독거 상태가 된다. 몇년 전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혼자 사는 노인이 17%가 넘는다. 도시보다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로 떠난 농어촌 지역에서 독거 노인의 비율은 더 높다. 독거 노인들의 수입은 한 달에 수십만원을 넘지 않는다. 평균 25만원가량이라는 통계도 있다. 정부에서 생활보조금을 받아야 하는데 부양하지 않는데도 부양능력이 있는 가족이 있으면 이마저도 받지 못한다. 노인들의 생활고는 농촌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농사를 지어도 씨앗값을 건지기 어렵고 나이가 더 들면 거동마저 어려워져 논일, 밭일도 하기 힘들다. 넉넉지 않은 자식이 부모를 모시려고 해도 자식에게 부담을 주는 게 싫어 끙끙 앓는 게 요즘 노인들의 실상이다.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병에 시달리는 노인들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노인 5명 중 4명이 질병을 앓는다. 가난한 노인들에게 닥치는 병마는 치명적이다. 막다른 길에 이른 노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비극적인 죽음이다.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하는 노인들의 자살은 젊은이들처럼 충동적이지도 않고 단호하다. 얼마 전 전남 장흥에서 75세 노인이 4년 동안 돌보던 병중의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8월 서울 용산의 쪽방촌에서는 폐지를 수집하며 살던 독거 노인이 목을 매 숨졌다. 하루에 만원을 벌지 못해 자주 끼니를 걸렀다고 한다. 고령화에 대한 갖가지 대책이 나왔지만 좀더 주도면밀한 방책이 나와야 한다. 연예인의 자살에만 사회적인 이목이 쏠릴 게 아니다. 노인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세심하게 짜야 한다. 연금제도를 개선해 은퇴 이후의 소득을 보장하고 간병 치료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젊은이들 일자리도 없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노인들의 실상을 알면 그렇게 따지지 못한다. 노인 문제를 바라보는 정치권이나 정부의 표정은 ‘심드렁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올 4월부터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은 독거노인의 경우 월 8만 7000원에 불과하다. 언발에 오줌누기다. 지난해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돼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들을 국가가 돌봐주고 있지만 시설 부족 등 미흡한 점이 아직은 많다. ‘종일 장사해도 2만~3만원 번다.’며 대통령 앞에서 울음을 터뜨린 할머니의 모습을 벌써 잊은 듯하다. 노인에 대한 복지 정책의 우선 순위를 좀 더 앞으로 당길 필요가 있다. 노령연금이나 요양보험으로 첫발은 떼었지만 더 폭넓은 지원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손성진 미래기획부장 sonsj@seoul.co.kr
  • “도심 군사공항 주변 규제완화 일괄 검토”

    한나라당이 정부의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 방침을 계기로 도심 지역의 군사공항 인근에 대한 규제 완화를 검토키로 했다. 개발고도 제한 등 도심 군사공항 주변에서 지나친 규제로 인해 야기되는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14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도심의 군사공항 등 과거 설정된 여러 군사시설로 인한 규제를 두고 민원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현실에 맞는지, 과도한 규제가 없는지 등을 일괄적으로 검토할 때가 된 만큼 전문가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서 “최근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 방침을 계기로 그동안 서울공항 고도제한으로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아온 성남 시민의 박탈감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상식적으로 555m의 고도 신축은 허용하면서 현재 45m로 제한된 성남시 고도제한 규제를 135m로 완화해 달라는 (성남시의)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수도권이 커지면서 과거에는 도시 외곽에 위치했으나 지금은 도심 공항으로 간주되는 군사공항이 성남·대구·수원 등 전국 20개에 이르고, 이로 인해 재산 피해부터 소음 피해까지 1000만명가량의 주민이 피해를 받고 있다.”면서 “도심공항을 이전할 수 있는 대안을 경제살리기와 신성장 동력 산업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국민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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