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박탈감
    2026-03-08
    검색기록 지우기
  • 체인지업
    2026-03-08
    검색기록 지우기
  • 이화여대
    2026-03-08
    검색기록 지우기
  • 총사업비
    2026-03-08
    검색기록 지우기
  • 광고
    2026-03-0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949
  • 자살예방 종이컵 사용하는 증평군 숙박업소

    자살예방 종이컵 사용하는 증평군 숙박업소

    충북 증평군이 숙박업소와 손을 잡고 자살예방사업을 벌인다. 3일 군에 따르면 군보건소와 군정신건강복지센터가 생명사랑실천 우수 숙박업소지원사업을 추진한다. 모텔 등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역 내 30개 숙박업소 중 13곳이 지원대상으로 결정됐다.군은 업소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란 문구와 자살예방상담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컵과 사각티슈 등을 지원키로 했다. 업주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생명지킴이 양성교육을 실시해 자살고위험군 발견 시 바로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할 수 있는 네트워크체계도 구축한다. 업소 입구에 생명사랑실천 우수 숙박업소 인증스티커와 현판도 달아준다.군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나들이철에 상대적으로 박탈감과 우울감이 많이 생겨 봄철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며 “봄철에 종이컵과 사각티슈 등을 집중 지원한 뒤 한달 사용량 등을 파악해 추가 지원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평지역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017년 42.8명, 2018년 17.8명이다. 증평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최정순 서울시의원 “‘정릉동 공영차고지’ 갈등 서울시 적극적인 해결의지 보여줘야”

    최정순 서울시의원 “‘정릉동 공영차고지’ 갈등 서울시 적극적인 해결의지 보여줘야”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최정순 의원(더불어민주당, 성북2)은 지난 17일 개최된 제286회 임시회 시정질문을 통해 ‘정릉동 공영차고지’에 대한 주민들의 첨예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박원순 시장에게 개선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2009년 초 서울시가 대체 차고지를 물색하다가 ‘정릉동 962번지 일대’를 대체부지 후보지로 정해서 국토부와 ‘입지대상시설 사전협의’를 진행했으나, 박 시장 취임 후인 2012년 2월에 국토부의 입지 타당성 및 불가피성 부족의 사유로 무산됐다”라며 “버스 운영회사와 서울시 간의 준공영제 정책을 두고 미묘한 긴장상태인 현 상황에서 많은 불편을 참고 인내해 온 지역주민들은 고질적인 교통문제와 나빠진 지역경제로 고통 받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개발이익에서 소외된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이 공영차고지 이전이라는 문제로 드러났다”라며, “지역이기주의인 ‘님비’ 현상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과 함께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역주민의 의지를 존중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2011년 대체부지 마련 후 이전하는 것으로 잠정적인 협의가 되었는데, 전임 시장이 중도 사퇴하고 박 시장의 임기가 막 시작되던 시점인 2012년 통보된 입지대상시설에 대한 부적정 심사결과에 대해서도 정밀한 검토가 이뤄진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라고 주장하며, “서울시는 정릉차고지 문제해결을 위해 2012년 대체지 후보로 진행되었던 ‘정릉동 962번지 일대’를 다시 한 번 국토부와 협의해 줄 것”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최 의원은 “이 문제가 지역이 슬럼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주민들 간에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관계 공무원들은 고통받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진지하게 검토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원순 시장은 우선적으로 지역주민과의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가겠다면서, 대체지에 대한 재협의는 국토부 등 관계 부서와 협조토록 하겠다고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청년 3명 중 1명 “기성세대, 노력에 비해 더 큰 혜택받아”

    청년 3명 중 1명 “기성세대, 노력에 비해 더 큰 혜택받아”

    2017년보다 부정적 인식 10%P 증가 67% “기성세대가 사회 이끄는 핵심” 청년들 노인세대에 대한 인식 더 나빠 47% “다른 세대보다 정부 지원 많다” 청년 3명 중 1명은 기성세대가 노력에 비해 더 큰 혜택을 누리고, 다른 세대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의견은 한 해 전보다 10% 포인트가량 높아 기성세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5~39세 청년 3133명을 조사한 결과 34.5%가 ‘기성세대는 노력에 비해 더 큰 혜택을 누린다’는 의견에, 31.6%는 ‘기성세대는 다른 세대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의견에 동의했다고 17일 밝혔다. 2017년 조사 때는 각각 22.5%, 21.5%가 동일 문항에 공감했다. ●기성세대 사회·경제적 영향력은 인정 연구원이 2016년부터 청년의식조사를 한 이래 지난해 조사에서 기성세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장 크게 두드러졌다. 다만 청년층은 기성세대를 이렇게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기성세대는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핵심 세대’라는 점에 67.8%가 공감하는 등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인정했다. 65세 이상 노인세대에 대한 인식은 더 나빴다. 절반에 가까운 47.7%가 ‘노인은 다른 세대보다 정부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는 문항에 공감했다. ‘다른 세대보다 경험도 많고 지혜롭다’는 문항에는 48.6%가 동의했지만, 3명 중 1명(34.1%)은 ‘현재 존경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2017년 조사에선 이보다 적은 34.4%가 ‘노인세대가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고, 37.3%가 ‘현재 존경받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청년층 새 빈곤층 진입… 상대적 박탈감 커져 청년층이 새롭게 빈곤층으로 진입하면서 한정된 복지자원의 배분 문제를 두고 빈곤한 두 세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김형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청년 실업률이 높아진 데다 1~2년 사이에 집값이 크게 뛰어 청년층은 과거보다 압박감을 더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기성세대가 상대적으로 쉽게 성취했던 것들을 청년층은 더 많이 노력해도 얻기 어려워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 응답자의 32.6%는 향후 10~20년 사이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25.2%는 20년 이후에야 집을 장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또 13.3%는 지난해 졸업을 유예했고, 그 이유로 59.1%가 ‘취업 준비’를 꼽았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의견은 42.9%로 2016년(56.0%)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응답자의 44.0%만 ‘출산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정신질환·사회불만 ‘시한폭탄’… 묻지마 범죄자 대부분 취약계층

    정신질환·사회불만 ‘시한폭탄’… 묻지마 범죄자 대부분 취약계층

    아무 잘못이 없는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 흉기를 휘두르는 ‘묻지마 살인’이 17일 또 발생했다. 2008년 10월 정상진(당시 30세)에 의해 발생한 ‘서울 논현동 고시원 사건’의 복사판이다. 논현동 사건 역시 방에 불을 붙인 뒤 불을 피해 복도로 뛰쳐 나온 사람들을 흉기로 마구 찔러 6명을 숨지게 한 참사다.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형태 범죄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이날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살해 사건 용의자 안모(42)씨는 경찰에 여러 가지 얘기를 늘어놨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아울러 범행 동기는 복합적일 것으로 판단한다.묻지마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거나 특별한 이유도 없이 불특정 대상을 상대로 행해지는 범죄를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러 ‘묻지마 범죄’라고 하는 것일 뿐 실제로는 거의 모두 동기가 존재한다”는 의견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는 뿌리를 보면 사회·정치적 불만, 상대적 박탈감, 개인관계 등 매우 복잡하다”며 “이 때문에 단기적 처방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다보니 사건이 계속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무동기 범죄 패턴을 보면 가장 많은 게 정신질환이고, 두 번째가 사회불만형”이라면서 “안씨의 경우 임금체불 때문에 아무 관련도 없는 이웃을 희생시켰다는 게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4년 내놓은 ‘묻지마 범죄자의 특성 이해 및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사회에서의 낙오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불만과 좌절감을 키우게 되고, 사소한 계기에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범죄자 생활 수준에서 드러난다. 보고서를 보면 묻지마 범죄자 5명 중 1명은 고정된 주거가 없었다. 또 가해자 절반은 혼자 거주하고 있었고 범행 당시 직업이 없던 사람들이 전체의 7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직업이 있어도 대부분 비정규직 혹은 일용직 종사자들로 경제 취약 계층이었다. 실제 2008년 벌어진 강남 고시원 무차별 살인 사건의 가해자는 당시 실직 상태에다 빚을 지는 등 금전적 어려움에 처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최근 수년간 생활보조금으로 근근이 지냈다. 안씨의 조현병 경력이 제기되면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안씨의 병력과 관련해 “아파서 병원 다니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냐”며 “범죄예방을 못한 국가기관과 경찰의 변명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 때문에 퇴원한 환자에 대해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정신질환자들에 의한 범죄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절차 등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하거나 자기통제력이 약한 사람들이 많은 사람을 적으로 규정해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제 정부가 묻지마 범죄 대책을 장기적 중요 과제로 삼아야 한다. 1차연도 전수조사를 시작으로 관련기관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오 교수는 “범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식별할 수 없고, 식별한다 해도 사전에 조치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사회통합과 소외계층 배려에 힘을 쏟는 방법뿐”이라고 조언했다. 이수정 교수는 “이 사건의 핵심은 불을 지른 뒤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라면서 “단순히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해서 처벌을 감경해서는 안 되고, 정신병 증상이 있는 사람을 혼자 살도록 내버려 둬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국민들을 공포 속에 몰아 넣은 묻지마 범죄가 얼마나 많았느냐”면서 “예측할 수 있는 공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지방정부·병원·경찰이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제주지사 모교 강당 신축 특혜 논란

    제주지사 모교 강당 신축 특혜 논란

    일부 주민들, 부정청탁 의혹 진정 제기 “강당 없는 학교 많아… 예산 낭비” 지적원희룡 제주지사 모교인 서귀포 중문중학교에 예산 50억원을 들여 다목적강당(제2체육관) 신설을 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귀포시 중문동 주민 김모씨 등 4명은 “중문중 다목적강당 신축 과정에서 학교 운영위원장과 원 지사 간에 부정청탁 정황이 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주지방경찰청에 제출, 수사를 요청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법원에 중문중 다목적강당 신축 공사 등을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냈다. 주민들은 “중문중 학교 운영위원회는 이미 중문중에 체육관이 있음에도 수차례 교육청에 체육관과 급식실 용도의 다목적강당 신축 예산을 요구했고 교육청은 아직 체육관이 없는 학교도 있어 예산 지원에 반대했지만 제주도가 2017년 본예산에 관련 사업비 50억원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2016년 6월 30일 학교 운영위 회의록에 ‘(같은 해 7월 2일) 총동문회에서 원 지사에게 40년이 넘은 체육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며 이는 도지사 출신 학교인 점을 이용해 부정한 청탁을 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아직 체육관조차 없는 학교들을 비롯해 열악한 환경에서 예산 지원을 기다리는 수많은 학생의 박탈감을 참작해 다시는 불필요한 곳에 낭비되는 혈세가 없도록 엄정히 수사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10월 도의회에서도 지적됐다. 행정자치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홍명환 의원은 원 지사가 중문중을 졸업한 사실을 언급하며 “주민들은 ‘중문이라는 작은 마을에 이미 체육관이 4개나 있는데 왜 굳이 5개를 만드느냐’고 한다”고 따졌다. 중문동에는 중문중를 비롯해 서귀포시국민체육센터, 중문초, 중문고 체육관이 있고 이번에 중문중 제2체육관이 건립되면 한 마을에 5개나 된다. 도는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색달쓰레기위생매립장 사용기간 만료에 따라 기간연장을 위해 서귀포시와 색달마을회 사이에 서귀포 위생매립장 운영 협약 체결을 하면서 주민 숙원사업으로 중문중 다목적 강당 신축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도는 이와 관련, 서귀포시가 예산 편성을 요청해 2017년 본예산에 사업비를 편성해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도 관계자는 “해당 민원이 지난해 감사원에도 접수됐으며 감사원이 제주도감사위원회에서 조사를 하도록 했고 도 감사위원회가 조사를 벌인 후 위법 부당한 사실이 없다는 감사 결과를 도에 통보해 왔다”고 말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서울광장] 욕하면서 닮는다/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욕하면서 닮는다/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에 도달했다. 2년 전 대선 때 득표율(41.1%)에 닿아 있다. 집권 3년차니 놀랄 일도 아니다. 떨어질 때도 됐다. 조금 떨어졌다고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지지율은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당장 트럼프와의 정상회담만 잘돼도 금세 풀쩍 뛴다. 하지만 정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기본적으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최근 지지율 하락은 국민들의 깊은 실망감이 기저에 깔려 있다. ‘촛불정부’는 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2년이 지나서 보니 진보나 보수나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좌절감이다. 욕하면서 닮는다더니 현 정권도 과거 보수정권의 무능과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좇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약속했던 말과 실제 행동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정권의 도덕성을 내세우며 과거 정권과는 DNA가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여태 드러난 것만 봐서는 별반 다를 게 없다. ‘국민 눈높이’가 최우선 잣대라고 입버릇처럼 되뇌면서도 정작 국민들의 상식과는 정반대의 결정을 매번 반복한다. 잘못을 했다면 사과를 하는 게 인지상정이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는 게 맞다. 그런데도 사과는 없고,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찾아보지 못했다. 외려 위법도, 불법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윽박지른다. 사과 대신 “아내가 나 몰래 한 일”, “남편이 전부 알아서 한 일”이라는 낯뜨거운 변명만 쏟아낸다. 3·8개각과 이후 이어진 인사를 보면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다. 일부러 하자가 있는 사람들만 다 모아 놓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딸과 사위에게 자기 집을 증여하고, 그 집에 자기는 월세로 사는 ‘묘수’를 선보인 장관 후보, 자기가 재판을 맡은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등 무려 35억원의 주식을 가진 헌법재판관 후보, 자기 지역구에 땅을 사서 십억여원을 쉽게 번 장관 등…. 모두 서민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특권을 한껏 누렸다. 이런 흠결이 드러났는데도 예외없이 ‘밀어붙이기’ 인사를 강행한다. 이럴 거면 애초 청문회를 왜 했느냐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청와대 사무실마다 내걸었다는 ‘춘풍추상’(남에게는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대함)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유독 ‘내 편’에게만 너무 관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곱씹어 봐야 한다. 특히 청와대 대변인의 26억원짜리 상가 매입은 대처가 더 실망스럽다. 실제 특혜 대출이 있었는지 여부는 검찰이 밝혀야겠지만, 끝까지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는 건 국민들의 눈에는 오만으로 비친다. 노년을 걱정하는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부끄러움을 안다면 먼저 고개부터 숙였어야 했다. “누군 전세 살고 싶어 사냐”며 분통을 터트리거나 “나도 건물 사게 10억원만 대출해 달라”는 조롱 섞인 불만이 터져나오는 건 서민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여실히 보여 준다. 문 대통령이 국민들의 이런 참담한 심정을 헤아렸다면 떠나는 대변인을 붙잡고 “어디서 살 건가”라는 질문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잇단 인사 참사에도 굴하지 않고 조국 민정수석을 계속 끌고 가겠다는 청와대의 오기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2년간 인사 검증 시스템은 한 번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니 인사 때마다 뒤탈이 났다. 심지어 이번 ‘35억 주식 판사’는 2년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투자로 수억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을 받다 사퇴한 변호사의 경우와 꼭 닮았다. 이 문제를 포함해 지금껏 논란이 됐던 대부분의 사안들은 민정에서 검증할 때 사전에 파악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더욱 문제다. 코드만 맞다면 이 정도 하자야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다고 오판했다면 국민 감정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조 수석은 이제라도 경질해야 한다. 혹여 조 수석이 없으면 공수처 신설도 아예 물 건너가고 검경 수사권 조정도 제대로 안 될 것이라고 지레 겁먹고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특권층끼리 결탁, 담합 공생해 국민의 평범한 삶에 좌절과 상처를 주는 특권과 반칙의 시대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게 바로 그거다. 그런데 잘 안 되고 있다. 집권 2년이 채 안 됐는데 벌써부터 뒤뚱거리는 오리처럼 된 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반칙과 특권이 난무한다는 방증이다. 이번에는 바로잡아야 한다. 옛날과 달라진 게 뭐냐는 말이 다시 나온다면 실패다. 1년 뒤가 총선이다. sskim@seoul.co.kr
  • 학벌 과시·스타일 살리려고 과잠 입는다고요?

    학벌 과시·스타일 살리려고 과잠 입는다고요?

    ‘학벌주의 상징’으로 비판받는 ‘과잠’ 어떤 이들은 ‘우리들의 세상’ 느끼고 어떤 이들은 ‘그들만의 세상’ 느낀 탓 일부 학생 “편해서 입는데 지나치다”“명문대 과잠은 ‘간지’(‘스타일이 좋다’는 뜻의 속어) 그 자체죠.” 재수생 김모(20)씨가 내린 ‘과잠’(학과 점퍼)의 정의다. 그는 최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서울대 과잠 가격 등을 알아봤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합친 말) 입학이 목표였던 김씨에게 지난해 대입 실패는 아쉬움이 컸는데 서울대 점퍼를 입으면 다시 공부 의지가 생길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과잠으로 명문대생이 되겠다는 동기부여를 받고 싶기도 했고 (실패의) 고통을 회피하고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봄 캠퍼스의 상징인 과잠은 단순한 야구점퍼 한 벌, 그 이상의 의미다. 누군가에게는 ‘우리’임을 확인시켜 주고 또 그 무리에 속하지 못한 누군가에겐 선망의 대상이 된다. 신입생에게는 설렘이자 자랑거리지만 고학번이 될수록 옷 걱정을 덜어 주는 편한 생활복이다. 최근에는 ‘학잠’(학교점퍼)라는 이름으로 일부 고교에서도 맞춤복을 볼 수 있게 됐다. 요즘 10~20대들에게 과잠의 의미를 물었다.●멀리서 봐도 ‘우리 편’ 구분… 소속감 고취 과잠은 붕어빵처럼 똑같아 보이지만 디테일을 살피면 제각각이다. 제작할 때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 과정이 학생들의 연대감을 높여 준다. 한국외대 재학생인 권재웅(20)씨에게도 과잠은 소속감의 상징이다. 권씨는 “디자인부터 손수 우리 손으로 해서 그런지 더 소속감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다수의 과들은 엠티(MT)를 떠나기 전인 3월 초부터 타 과보다 예쁜 과잠을 맞추기 위해 회의를 시작한다. 학교 상징색부터 검은색, 하얀색, 회색까지 다양한 색을 고르고 학교 마크와 이름 등의 위치를 조정한다. 오른쪽 어깨 부분엔 보통 학번을 새긴다. 과잠이 신입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의 나이가 드러난다는 생각에 고학번일수록 학번이 새겨지지 않은 과잠을 선호한다.손목에는 각자의 이름을 한자나 영어로 새기는 게 일반적이다. 규모가 큰 과들은 반에 따라 다른 디자인을 채택한다. 동아리나 친한 친구끼리 따로 맞추기도 하기에 과잠만 두세 벌 가지고 있는 학생도 많다. 고려대 신입생인 황진규(24)씨 역시 “학교 상징색을 사용한 ‘크잠’(크림슨색 과잠)과 무난하게 입고 다니기 좋은 ‘검잠’(검은색 과잠)을 가지고 있다”면서 “색깔은 물론 과잠 두께도 달라서 날씨, 장소 등에 따라 챙겨 입는다”고 설명했다. 제작 단계부터 공을 들이는 과잠은 소속감과 결속력을 탄탄하게 해 준다. 강현욱(21·한국외대 2년)씨 역시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같은 과잠을 입고 있다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과잠은 대학생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 일부 인문계고 등에선 ‘학잠’을 맞춘다. 등에는 학교 이름을 영어로 새기고 손목에는 동아리명을 새긴다. 언뜻 대학생들의 과잠과 다를 바 없다. 불편한 교복 대신 학교 마크가 새겨진 후드티를 제작해 입기도 한다. 고등학생들에게도 다 함께 맞춰 입는 옷은 소속감의 상징이다. 한성과학고 재학생 조준호(17)군은 “과학고 체육대회가 열리는 5월에 학잠과 단체티를 구입하다 보니 소속감이 확실히 느껴진다”며 “학년마다 점퍼 색깔이 달라 학기 초에 선후배 간에 인사를 하는 등 관계를 쌓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학교 자랑하는 건가”… 옷으로 사람 평가 하지만 과잠을 두고 ‘학벌주의의 상징 같은 상품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고된 수험생활을 마친 신입생들에게 과잠은 하나의 성취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연세대 대나무숲에는 학교 마크가 새겨진 롱패딩을 입고 고향집에 내려갔다가 “(학교) 자랑하려고 저딴 거 입고 다니냐”는 수군거림을 들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그런 얘기를 들으니 추워도 옷을 벗고 들고 다니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신입생인 김모(19)씨는 “아무래도 과잠은 학교 이름 등을 대문짝만 하게 새겨서 다니는 옷이다 보니 소속되지 않은 타인에게는 좋지 않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등학생 때 과잠을 입은 사람들을 보면 ‘학교 자랑하나’ 이런 생각을 해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나 역시 애초에 오해의 소지 자체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학교 근처가 아닌 지역에서는 되도록 입지 않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과잠에 크게 적혀 있는 학교 이름과 마크, 학과는 자연스레 과잠을 입은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충북대 2학년인 신모(20)씨 역시 이러한 시선을 느낀 적이 많다고 털어놨다. 신씨는 “과잠을 입을 때마다 ‘저 사람이 내 과잠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명문대를 추구하다 보니 과잠에 적힌 대학을 평가하면서 ‘대학을 잘갔네’ 혹은 ‘(시원치 않은 반응으로) 굳이 입고 자랑하려고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저렴하고 따뜻해 서 입는 것뿐인데” 일부 지방 국립대에서 성적이 좋아야만 갈 수 있는 의대나 수의학과 등의 특정과 학생들은 학교 이름보다도 과 이름을 과잠에 크게 새긴다. 강원 지역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21)씨는 “타과생들은 과 이름을 더 크게 새기는 학생들을 보면서 ‘수능 한두 개 틀려야 오는 애들인데’ 하며 아예 다른 학교라고 생각한다”며 “나부터도 명문대 과잠 등을 보고 학교나 과 이름을 번역하느라 바빴고 하루 종일 ‘부럽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과잠을 즐기는 학생들은 과잠을 학벌주의 상징이라고 하는 것은 오해라고 강변한다. “편하고 따뜻해 입는 것인데 학교 마크 때문에 욕하는 건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과잠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과잠의 장점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고도 했다. 과잠의 새 제품 가격은 3만~5만원대로 저렴한 데다가 편하고 따뜻한 옷이라는 것이다. 과잠과 ‘돕바’(롱패딩 형태의 옷을 뜻하는 속어)를 여행 때도 챙긴다는 대학생들도 많았다. 서울대생 김모(19)씨는 “과잠은 학벌주의의 상징이나 타인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교복과 다를 바 없다. 편리함이나 소속감 때문에 입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교 생활복 같은 느낌처럼 주위 사람들도 많이 입고 다니기 때문에 입을 옷이 마땅하지 않을 때 입으면 되는 옷이라 편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외대의 권씨 역시 “옷이 많은 편이 아니라 과잠과 돕바를 애용해 여행 갈 때도 과잠을 무조건 챙기고 가을 내내 돕바를 입었다”며 “다른 학교 캠퍼스 빼고는 어디든 우리 학교 과잠을 입고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자부심 그 이상으로 읽힐 수도” 전문가들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소속감의 성질에 주목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소속감은 특권의식과 타인에 대한 배타성을 동시에 지닌다”며 “20대 초반에는 소속감이 하나의 발달 과제이기 때문에 과잠 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동시에 이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박탈감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사회에서 평등과 공정이 중요한 가치임을 고려한다면 과잠 말고 다른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방식들을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잠은 단순히 소속 집단에 대한 자부심 그 이상으로 읽힐 수 있다”면서 “성취하기 어려운 경쟁 사회에서 과잠은 그간 쌓아 온 개인의 성취와 성실함을 보여 주는 수단으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별로 다른 디자인을 채택하는 등 개성의 표현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이는 과잠을 단순히 체육복 수준이 아닌 본인의 가치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여긴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서울광장] 세종시의 출산율 1위가 탐탁지 않은 이유/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세종시의 출산율 1위가 탐탁지 않은 이유/임창용 논설위원

    친척 형님 중에 9급 공무원 시험만 다섯 번 합격한 분이 있다. 스물한 살에 지방의 군청 공무원을 시작으로 서울시청, 관세청, 군부대를 거쳐 수도권의 한 기초지자체에서 공무원을 지냈다. 그만뒀다가 다시 시험 보기를 여러 번 되풀이한 이유는 다양하다. 서울에 살고 싶어서, 공직생활이 안 맞아 다른 사업을 하고 싶어서, 건강이 안 좋아져 쉬려고 등등. 머리가 비상해선지, 아니면 요령이 뛰어나선지 다른 사업을 하다가도 몇 개월 책을 잡고 씨름하면 시험에 척척 붙는 게 신기했다. 영화 속 톰 크루즈처럼 타임루프에 갇혀 같은 시간대를 되풀이하는 것도 아니고, 시험을 반복해 보는 이유가 뭘까? 매번 9급 1호봉 박봉으로 어떻게 생활을 꾸릴까? 다섯 번째 공무원시험에 붙었을 때 물어봤더니 뜻밖의 대답을 했다. “아니, 나 지금 15호봉이야. 먹고살 만해.” 그만뒀다가 다시 시험을 봐 들어가도 기존 근무 호봉이 모두 인정됐던 것이다. 실제 올해 공무원 봉급표만 봐도 9급 15호봉이면 군청 과장급인 5급 1호봉보다 급여가 많다. 정말 신도 부러워할 혜택이 아닌가. 공무원 혜택의 백미는 연금이다. 2017년 기준으로 41만여명의 공무원연금 수령자의 1인당 평균 수령액이 240만원이다. 부부 공무원 은퇴자의 경우 500만원 이상을 받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18년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국가부채 1700조원 중 940조원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 부채다. 매년 연금 부채가 100조원 늘어나고 있다. 당장 지급해야 할 빚은 아니지만, 어쨌든 국민이 미래에 부담해야 할 빚이다. 아니, 이미 부담하고 있다. 두 연금 부족분을 메우는 데 매년 4조원 가까운 세금이 들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세금 보전 액수가 크다는 것은 적자폭이 크다는 얘기고, 연금 혜택이 과도하다는 의미다. 정부는 그동안 공무원연금을 개혁한다면서 시늉만 냈다. 박근혜 정부 때 기여율(연금 적립액 중 본인 부담 비율)을 기존 7%에서 9%로 올렸고, 소득대체율은 51%로 낮췄다. 하지만 기존 가입자들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아 33년 근무 공무원 기준으로 소득대체율이 65%에 달한다. 반면 국민연금은 기금 고갈을 이유로 두 번씩이나 대폭 칼질을 당했다. 도입 당시 정부가 약속했던 소득대체율(40년 가입자 기준 70%)은 40%대로 거의 반 토막 났다. 기존 가입자들도 예외가 없다. 그마저도 고갈을 늦춘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칼질을 저울질하고 있다. 연금이나 호봉 인정뿐만이 아니다.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각종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년까지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쫓겨날 일이 없고, 모든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시행 중인 임금피크제도 그저 남의 일일 뿐이다. 교사들은 방학 내내 사실상의 유급휴가 혜택을 받는다. 공무원들은 항변한다. 대기업에 비해 박봉이고, 성과제니 민원인 갑질이니 힘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란다. 하지만 드러나는 사회현상은 이를 일축한다. 말단 공무원시험에 수십만명의 공시생이 몰리는 시대다. 청년 10명 중 4명이 공시생이란 조사가 나올 정도다. 평생 몸담을지 모를 직장을 구하는 일인데, 박봉이면서 근무가 힘든 일을 누가 앞다퉈 하겠다고 덤벼들겠나. 공직이 ‘신의 직장’임은 무엇보다 출산율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민간인들 얘기다.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실에 따르면 2016년 공무원은 1000명당 32명의 아기를 낳았다. 반면 같은 연령대(25~60세) 일반 국민은 14.5명에 그쳤다. 공무원이 일반인의 2배 이상 아이를 낳은 셈이다. 공무원 도시인 세종시의 출산율(2017년 1.67)은 전국 평균의 1.59배, 서울의 2배에 달한다. 출산 요인은 복합적이라 해법 찾기도 어렵다. 지자체마다 인구 소멸을 걱정하면서 파격적인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안간힘을 쓰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공무원 출산율만 생각하면 해법은 간단하다. 주민 모두를 공무원으로 채용하면 된다. 물론 불가능하다. 복합적인 출산 요인을 충족시킬 만큼 공무원 혜택이 파격적이고 광범위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비유다. 청년들의 절반 가까이가 공무원을 꿈꾸고, 공무원 출산율만 압도적으로 높은 사회는 균형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않다. 국민의 박탈감을 키워 사회 진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연금이든, 호봉체계든 민간 부문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 명색이 공복이라면서 국가가 주는 혜택은 항상 일반 국민보다 먼저 누리려고 해서야 되겠는가. sdragon@seoul.co.kr
  • [2030 세대] 내가 누리는 것, 그리고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인식/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2030 세대] 내가 누리는 것, 그리고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인식/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많은 대학생이 그러하듯 이십여 년 전 대학에 입학한 나는 입학과 동시에 과외로 용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공무원이던 아버지 덕에 학자금은 당시 대여학자금 제도를 통해 해결했으니 문제는 없었고, 이제 성인이니 자기 밥벌이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 성인이라면 무릇 스스로 밥벌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군대에 가서도 늘 나를 지배했다. 이십여 년가량 부모의 우산 밑에서 살아왔지만, 세상 속에 홀로 남겨진다면 나는 얼마큼의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존재인가에 대한 고민은 늘 해왔다. 그래서 보름가량이던 상병휴가 때도 번역 아르바이트를 했고, 말년휴가 때는 이미 면접을 보고 보습학원에 취직해 복학하기 전까지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전공공부에 여념이 없던 복학생 시절까지 이어지게 되는데, 안 그래도 따라가기 힘든 전공과목 시험준비 기간이 과외시간과 겹치면 가끔 하염없이 답답해지기도 했다. 나의 과외 장소는 늘 인천이었고 학교는 서울에 있었던지라,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과외를 하러 다녀오면 보통 여섯 시간 정도는 허비했기 때문이다. 특별히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시험기간에 남들 공부하는 시간에 돈을 벌고 오면, 또 경쟁자인 학우들을 따라가려고 새벽까지 공부해야 했다. 그렇게 새벽 별을 보며 터벅터벅 자취방에 갈 때는,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야만 했던 상황이 너무나 원망스럽기도 했다. 몇 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 출장을 가 있을 때였다. 명함을 주고받는데, 상대방 명함의 이름 앞에 ‘Bachelor’라는 단어가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는 보통 박사 정도는 돼야 명함에 학위를 넣어 전문성을 보여 주는데, 이 나라에서는 ‘학사’도 명함에 표시하고 있었다. 궁금해서 OECD 자료를 찾아보니 이 나라의 34세 이하 성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에 불과했다. 대학진학률이 세계 최상위권인 한국에서는 대학 진학이 보편적 권리일지 모르겠지만, 남아공 혹은 그 이하의 저개발국가에서는 여전히 대학교육 자체가 보통 사람들은 누리지 못하는 특별한 전문가 과정일 수도 있다. 사실 한국도 1990년대 초반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은 20% 초반에 불과했다. 얼마 전 화제가 됐던 공무원시험 준비생의 쪽지가 있다. “죄송한데 공시생인거 같은데 매일 커피 사들고 오시는 건 사치 아닐까요? 같은 수험생끼리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느껴져서요. 자제 좀 부탁드려요.” 이 쪽지를 보며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같은 서울 노량진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이십 대 중후반의 공시생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때, 오늘도 울산이나 여수의 공장에서 야간작업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동년배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동년배들이 만약 해당 공시생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한다면, 그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부디 내가 누리지 못하는 것을 갈망·원망하기보다, 누리는 것도 인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 [단독] “해외이주 신고 미루세요” 건강보험 꼼수 확산

    [단독] “해외이주 신고 미루세요” 건강보험 꼼수 확산

    지난해 건강보험 7년 만에 적자 전환해외이주 신고제도 구멍에 건보 꼼수규제 강화하자 “이주신고 미뤄라” 조언국민 불만 커질 듯…당장 대책 없어 정부가 최근 ‘건강보험 먹튀’ 방지책을 마련했지만, 일부 재외교포들은 해외이주 신고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규제를 무력화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외국에서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얻으면 외교부에 해외이주 신고를 해야 하지만, 신고를 미루면 건강보험 전산상으로는 ‘해외를 방문한 내국인’으로 남아있게 돼 건강보험 혜택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돌아섰는데도, 정부는 이런 ‘유령 내국인’에 대한 실태 파악은커녕 해외이주 신고제도 개선에도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비판 여론이 크게 일 것으로 보인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외국인과 재외국민이 지역가입자로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국내 체류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해외동포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외이주 신고를 미루라”라고 제안하는 의견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해외이주법이 개정되면서 2017년 이후 모든 해외 이주자는 재외공관에 해외이주 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신고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 조항이 없다. 사실상 개인 양심에 맡겨두는 셈이다. 오히려 신고를 하지 않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 건강보험 자격은 출국 후 30일 후에 정지된다. 건강보험 전산에 ‘내국인’으로 돼있으면 국내에 들어와 전화 한통으로도 정지된 건강보험 자격을 되살릴 수 있다. 혜택을 받기 위해 6개월을 기다려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이주 신고를 하지 않으면 국내에서 국적상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장기 출국 중인 내국인처럼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미주지역 커뮤니티 가입자인 A씨는 이달 초 “해외이주 신고를 하면 건강보험 자격이 상실된다”며 “건강보험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이주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유럽 커뮤니티 가입자 B씨는 “영주권을 받으면 건강보험에서 외국인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재외국민이 되면 불이익이 클 것 같아 해외이주 신고가 부담된다”는 의견을 남겼다. 또 다른 미주지역 커뮤니티 가입자 C씨는 “덜컥 해외이주 신고를 하면 망한다”며 “해외이주 신고를 하지 않으면 건강보험 자격이 정지되고 다시 입국하면 자격을 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 해외이주 신고를 정상적으로 한 해외동포들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은 물론 국내에서 건강보험을 정상적으로 납부하고 있는 일반국민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마저 줄 수 있다.한 해외 커뮤니티 가입자는 “벌칙도 없는 (해외이주 신고) 규제를 꼭 따라야 하는지 혼란스럽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담당부처인 외교부나 보건복지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 제도 개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누수되는 건강보험 재정이 얼마인지 제대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유령 내국인’은 전산상으로는 일반 국민으로 돼 있기 때문에 누수액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문제가 드러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감사원은 이미 지난해 2월 법무부 기관운영 감사에서 “121명이 국외 이주 목적의 국외여행을 허가받은 뒤에도 5500여만원의 한국 건강보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하면서 법무부, 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2018년 6월 말 기준 건강보험에 가입한 외국인과 재외국민은 약 94만명이다. 이들 중 직장가입자가 7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지역가입자다. 재외국민 직장 가입자는 최근 5년간 1인당 평균 건보료로 846만원을 납부했으나, 370만원의 보험급여만 받아 재정흑자에 큰 역할을 했다. 반면 재외국민 지역가입자는 1인당 평균 344만원을 내고 2.3배가 넘는 806만원의 급여 혜택을 받았다. 재외국민 지역가입자가 혜택을 많이 받기는 했지만 그나마 이들은 모두 정상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하고 혜택을 받은 사례다. 그러나 ‘유령 내국인’은 이 두 사례에도 해당하지 않아 얼마나 많은 보험혜택을 받는지 알 길이 없다. 한편 건강보험 재정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다 지난해 177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2014년 4조 5869억원의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가 보장성 강화 정책 영향으로 적자로 전환됐다. 20조원 이상의 누적적립금이 있지만, 제도적으로 누수를 방지하는 대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민자는 침략자’라는 백인 우월주의, SNS 타고 전세계로 번진다

    ‘이민자는 침략자’라는 백인 우월주의, SNS 타고 전세계로 번진다

    지난 15일 오후 평화롭던 뉴질랜드 남섬의 최대 도시 크라이스트처치가 피로 얼룩졌다. 호주 국적의 백인 우월주의자를 자처한 브렌턴 태런트(28)가 이슬람 사원 2곳에서 무방비 상태의 무슬림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17일 현재 50명이 숨지고 34명이 크게 다쳤다. 총격범 태런트는 범행 전 인터넷에 자신의 계획이 담긴 74쪽의 ‘선언문’을 올렸다. 범행 9분 전에는 뉴질랜드 총리와 정치인, 언론기관에 선언문을 보냈다. 태런트는 특히 헬멧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범행장면을 실시간으로 17분 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이민자들로부터 백인의 땅을 지키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범인은 2011년 77명의 생명을 앗아간 노르웨이 테러범 베링 브레이비크의 범행 수법을 모방했다. 백인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극우 극단주의자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이민자와 다른 종교시설에 대한 테러가 늘고 있다. 극우가 급부상한 배경과 특징, 커지는 소셜미디어 책임론, 그리고 대책은 없는지 알아본다.①이민자 혐오가 부른 극우 극단주의 확산 유럽 한 해 이슬람사원 공격만 21건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이민자들에 대한 불안과 분노를 이유로 꼽는다. 중동과 아프리카, 중남미에서 밀려드는 이민자들에게 그렇잖아도 부족한 일자리를 빼앗길까 봐 걱정한다. 종교와 문화, 언어가 다른 이민자들 때문에 백인이 주류를 이루던 사회의 정체성이 위협받을 것을 우려한다. 뉴질랜드 총격테러범은 선언문에서 백인들의 낮은 출산율과 밀려드는 이민 행렬, 이민자들의 높은 출산율에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유럽에서 백인이 소수로 전락할 것이라며, 이민을 막고 비백인을 국외로 추방하며 백인이 아이를 더 많이 낳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자를 침략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내쫓아 유럽(미국)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황당하게 들리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온 백인 중 이 주장에 솔깃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수 있다. 우파 극단주의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자신의 주장을 퍼트리고, 전 세계 극단주의 단체 간 네트워크가 구축된 것도 극단주의가 빠르게 확산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극우단체에 의한 공격은 최근 10년 새 크게 늘었다. 미 메릴랜드대 글로벌 테러리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내 극우 세력에 의한 공격은 1년에 평균 5건 이하였다. 하지만, 2012년 14건으로 늘었고, 2017년에는 31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11명이 숨졌다. 극우가 기승을 부리는 유럽에서는 이슬람사원에 대한 공격이 2015년 한 해에만 21건이나 됐다.②테러 청정국 뉴질랜드 경악시킨 총기 난사 범인 “테러 안전지대는 없다” 주장 테러범 태런트는 공격 대상으로 조국인 호주가 아닌 뉴질랜드를 골랐다. 그는 선언문에서 세계(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조차 대규모 이민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테러로부터 안전지대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 선택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난민과 이민에 우호적인 나라다. 지난해 30년간 유지해온 연간 난민 쿼터를 750명에서 1000명으로 늘렸고, 2020년부터는 15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크라이스트처치에는 시리아 난민 등이 정착해 인구 약 38만 8000명 중 무슬림 인구가 4만명에 이른다. 뉴질랜드에서는 총기 소유가 합법이다. 만 18세 이상이 총기를 소지하려면 범죄 및 정신병력 이력을 조회해 이상이 없으면 안전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된다. 전체 인구가 460만명인데 등록된 총기류가 120만정이나 된다. 태런트도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으로 총기 5정을 사 이번 범행에 사용했다. ③ 극우 극단주의도 IS처럼 SNS 적극 활용 광범위한 지역에서의 공격 서로 독려 언론인이자 작가인 칼레드 디아브는 지난 16일자 워싱턴포스트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은 서로 정반대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세계관을 들여다보면 닮은 데가 많다”면서 “편집증과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고, 온건주의자들에 대한 경멸 등이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극단주의단체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확산시키고 공격을 조율해왔다. 이에 반해 극우 극단주의단체들은 그동안 분열되고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변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의 조너선 스티븐슨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극우 극단주의단체들이 지하드가 인터넷을 활용했던 것처럼 인터넷, 특히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광범위한 지역에서 공격을 독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경의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빠르게 조직화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세스 존스도 극우성향의 단체들과 개인들이 인터넷, 특히 소셜미디어에 자신들의 주장이나 성명을 발표하고 대원을 충원하며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④페북·유튜브 잠식하는 증오 콘텐츠 IS 걸러내듯 SNS 극단 콘텐츠 삭제를 백인 우월주의를 비롯해 극우단체들은 더는 자신의 나라에 머물며 ´외로운 늑대´로 남아 있지 않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극우주의 정보와 범행수법을 공유하고 모방한다. 태런트처럼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기도 한다. 이들은 정보 교류를 통해 전략을 수정하고, 정보당국의 추적을 따돌리는 기법을 공유한다. 글로벌화하는 극우세력에 대응하려면 각국 안보 당국의 전략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뉴질랜드 총격테러범은 자신의 범행을 페이스북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트위터와 이미지 보드 사이트에 ‘반이민 선언문’을 게시했다. 테러 직후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 등은 총격사건을 찍은 동영상을 일제히 삭제했지만, 복사본이 수없이 등장했다. 페이스북은 사건 직후 24시간 동안 150만 개의 동영상을 삭제했다고 밝혔지만, 복사본까지 모두 삭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페이스북은 총격테러를 지지하는 게시글도 삭제했다. 페이스북은 증오 콘텐츠를 걸러내려고 인공지능(AI)을 가동하고 있지만, 이번 총격 영상을 사전 차단하는 데는 실패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대니얼 바이만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이슬람 극단주의단체들의 게시물을 찾아내 차단하는 것처럼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증오·혐오 조장 콘텐츠에도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에서는 소셜미디어 사이트에 올라온 증오 관련 콘텐츠에 대해 삭제를 명령하고 어기면 회사에 과징금을 물리는 법이 시행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소셜미디어 기업들에 테러 지지 관련 콘텐츠를 자체 삭제하도록 하고 있다. ⑤극우 극단주의 국내 문제로 한정 말아야 극단주의자 동향 파악 국제공조 필요 크라이스트처치의 테러범 태런트는 외국인 신분으로 총기를 다수 구입하고 극단적인 내용의 글을 수차례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는 데도 호주와 뉴질랜드 보안 당국의 감시명단에 올라 있지 않았다. 이처럼 각국 정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등 국제적인 테러조직과는 달리 극우 또는 국수주의단체들의 활동은 국내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안보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따라서 정보 공유도, 국제 공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러 나라의 극우단체들은 이미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17일 보도했다. 브루킹스연구소도 안보 관계자들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포함해 극우 극단주의단체들의 공격을 저지하려고 인력과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개인에 대한 정보 공유는 법적 문제가 있어 어렵더라도 곳곳에서 활동하는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특징과 동향 관련 국제 공조는 필요해 보인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 선전에도 밀려 쇠락 기미가 뚜렷한 홍콩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 선전에도 밀려 쇠락 기미가 뚜렷한 홍콩

    ‘중국 시장경제의 실험장’으로 불리는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의 경제 규모가 처음으로 ‘시장경제의 본고장’ 홍콩을 눌렀다. 홍콩특별행정구 통계처는 2018년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3% 증가한 2조 8453억 1700만 홍콩달러(약 2조 4363억 위안, 약 409조 128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선전이 그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공개한 지난해 GDP는 전년보다 7.6%가 늘어난 2조 4222억 위안에 이른다. 홍콩특별행정구 통계처에 나오는 지난해 평균 환율은 1위안당 1.1855 홍콩달러. 이 환율을 기준으로 홍콩 GDP를 중국 위안화로 환산하면 2조 4001억 위안이다. 선전시의 GDP가 홍콩보다 221억 위안(약 3조 7112억원)이나 더 많은 셈이다. 선전은 중국 첨단산업의 핵심 도시이다. 10억이 넘는 중국인들이 애용하는 메시지 앱 웨이신(微信·Wechat)이 이곳 특산품이며 세계 최대 게임회사인 텅쉰(騰訊·Tencent), 미국의 집중 포화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와 중싱(中興)통신(ZTE) 등은 선전이 낳은 대표적 기업이다. 세계 1위 드론 업체 DJI, 전기차 배터리 업체 비야디(比亞迪·BYD) 등도 이곳에 본거지를 둔 글로벌 업체들이다. 개혁·개방을 시작하던 1979년 GDP가 1억 9600만 위안에 불과해 홍콩의 0.2%에도 미치지 못했던 선전이 40년 만에 홍콩을 제치고 아시아 지역에서 도쿄와 서울, 상하이, 베이징에 이어 경제 규모 5대 도시로 발돋움한 것이다.‘동양의 진주’(東方明珠)라고 불리던 홍콩이 휘청거리고 있다. 1997년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에 반환된 이후 본토와는 다른 일국양제(一國兩制·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공존) 시스템으로 간신히 정체성을 유지해왔으나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출범한 이후 본토 영향력이 본격화되면서 홍콩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특히 쇠락하는 기색이 역력한 홍콩이 이젠 중국의 여러 도시 중 하나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홍콩이 시나브로 본토에 종속되고 있는 것이다. 홍콩이 중국 본토에서 떨어져 지낸 기간은 영국과의 아편전쟁에 패해 불평등조약 난징(南京)조약을 체결한 1842년 이후 155년이다. 영국의 식민지로 떨어진 홍콩은 1949년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한 본토와는 다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발전시켜왔다. 한때 정통무술 배우 리샤오룽(李小龍)과 자신만의 독특한 코믹한 액션을 내세운 청룽(成龍), 홍콩 느와르의 전성기를 구가한 저우룬파(周潤發) 등을 앞세워 세계를 호령했던 홍콩영화는 중국 반환 이후 나날이 몰락의 길을 걸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제금융 도시’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은 홍콩도 홍콩영화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말이 좋아 일국양제지’ 중국 본토의 홍콩 영향력은 정치와 경제 모두에서 절대적이다. 중국의 홍콩에 대한 통제는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취임한 이후 본격화됐다. 중국 정부는 홍콩의 정치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 언론을 쥐락펴락했다. 이에 홍콩인들은 2014년 중국 정부에 홍콩의 최고수장인 행정장관 직선제 약속을 지키라며 소위 ‘우산혁명’이라는 민주화 시위를 벌였다. 우산혁명은 경찰의 최루액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우산을 들고 나온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홍콩 정부는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이들을 탄압했다. 민주화를 주장하는 야당 홍콩민족당에 활동금지 조치를 내렸고, 외국특파원을 추방했다. 중국을 비판한 입법원 의원들의 자격이 박탈되고, 반중적 색채를 지닌 출판업자들이 중국으로 강제 연행됐다. 이처럼 홍콩의 민주주의가 대폭 후퇴하면서 홍콩인들의 반중 정서도 커졌다. 서구식 교육을 받은 젊은 층은 중국 정부의 통제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경제부문에서도 본토 영향력이 훌쩍 켜졌다. 1997년 홍콩 증시에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20%를 밑돌던 중국 기업의 비중이 현재 60%에 이르고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을 넘어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97년 홍콩 증시 항셍지수의 상위 10개 기업 대부분이 홍콩 기업이었으나 현재는 전부 중국 본토 기업이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은 말할 것도 없고 포르투갈로부터 반환받은 마카오까지 중국화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발표한 ‘웨강아오 다완취(?港澳 大灣區)’가 바로 그것이다. 웨강아오란 각각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를 지칭하는 말이다. 다완취는 웨강아오와 광둥성 내 9개 주요 도시를 묶는 거대 경제권을 일컫는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초대형 인프라 사업도 완성했다. 전체 길이 55㎞의 세계 최장 해상대교인 강주아오(港珠澳)대교와 광저우(廣州)에서 선전을 거쳐 홍콩으로 이어지는 광선강(廣深港) 고속철도 개통됐다. 이 덕분에 강주아오대교와 고속철도를 통해 중국 본토에서 홍콩, 마카오까지의 이동시간이 1시간 이내로 단축됐다. 이에 따라 중국 본토와 구분해 홍콩에 ‘자유경제시장’ 지위를 부여했던 미국은 이 지위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홍콩 경제가 ‘홍색화’가 나날이 강화되면서 부동산 시장마저 맥을 추지 못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의 지난해 12월 주택 판매량은 전년보다 61% 급감했고 올 들어서는 고급주택 구매 계약을 취소한 사례가 하루 한 건꼴로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가격 역시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넘게 하락세다. 중국 정부의 자본규제로 본토 자금 유입이 위축된 데다 홍콩 부동산시장 전망도 나빠지고 있는 까닭이다. 홍콩 사회도 중국 본토화가 심화하고 있다. 1997년 이후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넘어온 중국인은 100만여 명에 이른다. 홍콩 인구에서 중국인의 비중이 14%나 된다. 광선강 고속철이 지난해 개통되면서 중국인들이 대거 홍콩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 때문에 홍콩인들이 사용하는 광둥어 대신 중국 표준어인 베이징어가 통용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홍콩으로 이주한 중국인은 대부분 홍콩 상류층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목도한 홍콩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나머지 해외로 떠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이민을 떠나는 홍콩인들은 지난 2년 사이 급증했다. 지난해 홍콩에서 해외로 이주한 사람은 2016년(6100명)보다 4배 이상 늘어난 2만 4300명이다. 해외 이전을 고민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홍콩 최고 갑부로 통하는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그룹 회장은 본사를 영국령 케이맨제도로 옮겼다. 홍콩 탈출을 원하는 젊은이도 부쩍 늘었다. 홍콩 중문대 아태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홍콩 청년(18~30세) 중 51%는 정치 상황을 이유로 해외 이주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5.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들 청년이 해외 이주를 희망하는 이유로는 “정치적 대립이 너무 심하다”거나 “인구가 많아 환경이 나쁘다”,“정치제도에 불만이 있다” 등이 상위를 차지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에 다니는 홍콩 유학생 천쭝리(陳宗立)은 중류 가정에서 태어나 경제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도 “홍콩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몰려드는 중국인 때문에 집값 폭등 등 각종 사회문제가 심각해지고 삶의 질은 나빠진 탓이다. 폴 입 홍콩대 교수는 “홍콩 반환 이전 이민을 간 사람들은 중국에 반환된 이후의 불확실성 탓에 이민을 선택했지만, 요즘 이민을 가는 홍콩인들은 중국 정부의 영향력 확대와 경제 악화 등을 이유로 홍콩을 떠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서울광장] 20대를 그냥 내버려 둬라/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20대를 그냥 내버려 둬라/임창용 논설위원

    요즘처럼 20대가 우리 사회에서 세대 이슈의 중심으로 주목받은 때가 있었던가 싶다. 여당의 한 정치인은 이들을 ‘잘못 교육받은 세대’로 진단하고, 모 유명 작가는 20대 남성을 ‘축구와 게임 하느라 여성들보다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세대’로 정의했다. 20대가 보수화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많아졌다. 사회학자나 언론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들을 ‘3포 세대’니 ‘5포 세대’니 하며 규정짓는 걸 보면 20대가 마치 절망의 아이콘이라도 된 것 같다. 20대는 오랜 민주화 과정에서 겁많은 기성세대를 이끄는 돌격대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은 세대였다. 하지만 그때는 민주화라는 거시 이슈의 중심에서 관심을 받았다. 지금처럼 세대 자체가 이슈로 등장한 게 아니었다. 지금과 달리 긍정적, 호의적 시선이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20대의 낮은 지지율이 전 정권의 교육 탓이라든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반공교육 때문에 20대가 보수화됐다는 정치인들의 발언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불과 2년 전 촛불정국 때의 여론조사 결과 등 몇 가지 팩트만으로도 이런 주장은 금방 자가당착에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이유가 어떻든 20대가 보수화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이들을 절망에 가득 찬 세대로 규정하는 건 온당한가. 보수는 사전적으로 보전하여 지킨다는 의미다. 지키려면 그 대상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20대를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로 부르면서 보수화되고 있다는 논리는 뭔가. 다 포기한 세대가 대체 뭘 지킨단 말인가. 정치인들은 이들이 진보적 가치를 내세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으니 보수화됐다고 보려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편의주의적인 진영 논리일 뿐이다. 진보적 가치를 믿고 지지하면서도 문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주요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차고 넘친다. 보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대의 성향을 함부로 거론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이들이 진보나 보수의 가치 실현보다는 자기 자신이나 진영 자체가 가치 있다고 착각하는 듯한 생각이 든다. 사회 약자들에 대한 배려 측면에서 20대들이 보수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장애인, 이주노동자, 난민, 노인 등 전통적으로 사회적 약자로 정의되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 방송사의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20대는 65%가 반대했고 찬성은 31%에 불과했다. 반면 30대 이상의 모든 세대에선 반대 비율이 50%에 못 미쳤다. 20대 남성들로 좁혀 보면 여성들에 대한 배려가 크게 줄었다는 비판도 많다. 이는 젠더 갈등 문제를 결국 20대 남성의 보수화와 연결 짓는 분석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만 보고 20대가 보수화됐다는 논리는 허술한 측면이 많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는 격변을 겪었다. 경제 규모의 급팽창, 민주화, 여권 신장, 외국인 노동자 급증, 급속한 고령화 등 정치·경제·사회적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배려의 대상인 노인은 인구 측면에선 주류가 됐고, 희귀한 존재였던 외국인 주민은 200만명에 육박한다. 태어날 때부터 분단 구도에 익숙한 20대에게 민족주의적 통일 담론은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다. 이런 변화를 외면한 채 이들이 과거 20대가 가졌던 약자에 대한 배려를 잃고 보수화됐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지금의 20대는 고등교육을 받고도 부모 세대보다 삶의 질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첫 세대다. 예전보다 절대적 경제 수준은 높아졌지만, 상대적 박탈감과 그에 따른 고통지수는 과거 어떤 20대보다 크다고 본다. 그렇다고 이들을 5포·7포 세대라면서 연애와 결혼은 물론 꿈과 희망까지 모두 포기한 세대로 단정하는 것은 오만하고 섣부른 태도다. 우리 사회에는 티끌만 한 현상을 부풀려 비관적·부정적 딱지를 붙이는 악습이 있다. 과거 천안함 사건 뒤 등장했던 애국(Patriotism)을 강조한 ‘천안함 P세대’, 20대의 투표 참여 저조와 관련해 소셜미디어에 떠돈 ‘20대 개새끼론’처럼 진보·보수 진영의 불만이나 정치적 속셈이 깔린 것들이 많았다. 20대는 갑자기 보수화되거나 절망의 나락에 떨어진 세대가 아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여전히 젊은이답게 사고하고 진취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진즉에 쓰레기통에 버렸어야 할 낡은 잣대로 이들을 규정해선 안 되는 이유다. 도와줄 능력이 없으면 차라리 내버려 두는 게 이들을 돕는 길이다. sdragon@seoul.co.kr
  • 여대생 사칭한 ‘로맨스 스캠’ 범인 구속…남성에게서 5천만원 가로채

    여대생 사칭한 ‘로맨스 스캠’ 범인 구속…남성에게서 5천만원 가로채

    SNS서 친분 쌓은 남성에 인터넷 여성 사진 보내잡고 보니 ‘뜻밖’ 남성…실제로 만난 적 없이 교제“친분 이용 금품 계속 요구시 범죄 가능성 의심”“성남에 사는 여대생이예요. 나이는 20살. 나랑 사귈래요?” 직장인 A(22)씨는 지난해 10월 초, 휴대전화 랜덤 채팅 앱을 통해 이런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A씨가 솔깃해 답장을 보내자 여대생을 자처한 이는 자신의 사진과 소셜네트워크(SNS) 메신저 아이디를 보냈다. A씨가 미심쩍어 하자 이 여성은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촬영해 보내며 믿음을 샀다. 여성에 대한 믿음이 생긴 A씨는 거의 매일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실제로 단 한번도 만나보지 않았다. 이 여성은 ‘보고 싶다’거나 ‘사랑한다’며 여자친구처럼 행동하며 이들의 교제했다. 그러다 A씨는 지난해 10월 19일 여자친구로부터 “배가 고픈데 식비가 없다. 오빠가 돈 좀 빌려달라”는 메시지를 받고, 별다른 의심 없이 이 여성이 알려준 계좌에 돈을 보냈다. 이후에도 여성은 “빚 갚을 돈이 없다” “휴대전화 요금을 미납해 연락 못 할 것 같다” 등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며 돈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대출까지 받아 돈을 빌려줬다. 모두 100여차례에 걸쳐 2900만원을 보냈다. 휴대전화 소액결제 금액도 100만원에 달한 것으로 뉴시스가 전했다. 지난해 12월 여자친구와 메신저 연락이 뚝 끊기자 의심이 든 A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 9일 경찰에 붙잡힌 A씨 여자친구는 광주에 거주하는 남성 구모(29)씨였다. 구씨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휴대전화 채팅으로 알게 된 20∼30대 남성 6명에게 ‘20살 여대생인데 생활비가 필요하다’고 접근, 약 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인터넷과 SNS에 떠도는 여성 사진을 채팅 상대에게 전송하며, 연애 감정을 유발하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수법을 사용했다. 로맨스 스캠은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와 신용 사기를 뜻하는 스캠의 합성어다. SNS 이용자를 대상으로 친분을 쌓아 믿음을 갖게 한 뒤 결혼이나 연애를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신종 금융사기다. 해외에선 군인을 대상으로 이런 범죄가 왕왕 발생한다. 구씨는 의심을 피하고자 피해자들과 음성 통화는 바쁜 시간대만 골라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종 전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구씨는 이를 납부하지 않아 검찰에 수배된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구씨는 가로챈 돈을 인터넷 불법도박과 생활비 등으로 썼다. 경찰은 구씨에게 도박 혐의를 추가해 검찰로 넘길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뉴시스를 통해 “이성에 대한 관심이 크거나 외로움·박탈감을 느끼는 세대·계층을 노린 범죄로서 피해가 결혼 중매 앱·채팅 앱 등을 통해 주로 발생한다”며 “친분을 이용해 금품을 계속 요구할 경우 범죄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김균미 칼럼] 딸 가진 부모, 아들 가진 부모

    [김균미 칼럼] 딸 가진 부모, 아들 가진 부모

    # 40~50대가 친구들을 만나면 언급을 피하는 주제가 있다. 정치와 20대 젠더 이슈다. 사회·정치적 성향이 다른데 정치 얘기를 꺼냈다가 사이만 틀어진 경우가 왕왕 있어 민감한 정치 얘기는 가급적 하지 않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20대 젠더 이슈가 그 상황이 됐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이 경우에는 딸 가진 부모냐, 아들을 둔 부모냐에 따라 생각이 다른 경우가 많다. 딸 둔 엄마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지만 성희롱과 성폭력이 여전하고, 취업과 승진, 육아 등에서 차별이 심하다며 갈 길이 멀다고 한다. 그러면 아들을 둔 엄마는 초등학교부터 아들이 기를 제대로 못 펴고, 중·고교, 대학의 평가방법이 여자에게 유리해 진학과 취업에서 밀린다고 말한다. 행여나 학교폭력에 걸려 입시에서 피해를 볼까봐 아들에게 조심 또 조심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도 한다. 남학생이 군대에 간 사이 여학생은 스펙 쌓고 직장에 척척 들어가는데 아들은 복학생으로 학교에 적응하고 좁은 취업문을 뚫으려 안간힘 쓰는 게 안쓰럽다며 한숨을 쉰다. 아들 또래 남자들을 마치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사회 분위기에 이르면 잘못은 기성 세대가 해놓고 아들 세대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러면 딸을 둔 엄마는 취직할 때까지, 딱 그때까지라고 대꾸한다. 결혼과 출산, 육아까지 얘기가 나가면 분위기가 싸해져 한 번은 몰라도 젠더 얘기를 두 번씩은 꺼내지 않는다. 서로 불편해지니까 아예 피한다. # 몇 달 전 만난 한 지인은 이런저런 얘기 끝에 20대의 젠더 갈등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다며 대학생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성차별과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 차이로 고민하다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웠단다. 비슷한 얘기를 며칠 전 남성 지인에게도 들었다. 우리 때도 비일비재했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요즘 20대가 훨씬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건 맞다. # 가정에서 아버지들이 ‘왕따’가 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야근에 회식에 평일에는 거의 아이들이 깨어 있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아버지들. 오십 줄에 들어선 대기업 임원인 A씨는 오랜만에 20대 딸과 얘기라도 할라치면 ‘가부장제’ ‘꼰대’ 등으로 부르며 방으로 들어가 대화가 단절된 지 오래란다. 2019년 한국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젠더 갈등’의 몇몇 사례다. 만나는 사람마다 젠더 갈등, 특히 20대의 젠더 갈등이 왜 이렇게 심해졌는지 걱정스럽다고들 한다. 강남역 살인 사건과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운동, 혜화역 시위가 이어지면서 그동안은 여성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한 여론조사에서 20대 남녀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격차가 25% 포인트까지 벌어지자 20대 남성이 왜 화가 났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젠더 이슈만이 아니라 불완전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상대적 박탈감, 양심적 병역 거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들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대의 의식과 정책 수요에 화답하는 실질적인 성평등 정책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한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20대의 젠더 인식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탈코르셋운동과 혜화역 시위를 둘러싼 남녀 간 현격한 인식차 등 첨예한 젠더 이슈들은 정부 혼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해법을 찾아가야 할 과제다. 연구원이 2030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성차별 문제에 관심이 있다’는 남성 응답자가 69.7%, ‘미투운동을 지지한다’는 남성도 43.6%로 나타났다. 젠더 갈등을 풀어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목소리를 내는 남성들이 늘어나는 것도 긍정적이다. 언론도 사건을 너무 쉽게 남녀 갈등으로 접근하기보다 원인을 들여다보고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인종·종교·성소수자·민족 등에 대해 차별적 발언을 자제하자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ly correct)이 일부에서는 위선으로 공격받지만,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동체를 복원한다는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 차별·증오 발언으로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인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젠더 갈등은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일자리와 주거, 교육, 군복무 등이 걸린 복합적인 문제다. 서로 피해자라며, 생각이 다르다며 입을 꾹 다물고 외면할 게 아니라 터놓고 얘기하고 듣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kmkim@seoul.co.kr
  • 김생환 서울시의회 부의장, “사회적경제 가치 확산 위해 앞장설 터”

    서울특별시의회 김생환 부의장(더불어민주당, 노원4)은 2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19 사회적경제 신년회 및 비전 포럼’에 내빈으로 참석했다. 이날 김 부의장은 신년하례회 축사를 통해 “과거 우리가 성장에만 집착한 나머지 사회 전 분야에 극한경쟁과 승자독식주의,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의장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사회는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변할 것이지만 지금 2019년은 전 방위적인 가치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인 것 같다”며 “성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 간 격차 특히 빈부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부의장은 “불공정·불평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박탈감과 불안을 가지고 어렵게 살아가는 시민들의 든든한 대변인으로서 서울시의회가 배려와 포용 실현에 동참하고 사회적경제 가치를 실천·확산시키는 일에 앞장서는 한 해를 보내겠다”며 관련 서울시 조례 제·개정과 정책홍보 등 지방자치영역에서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김생환 부의장의 축사에 이어 실시된 사회적금융 비전 포럼에는 △김재구 명지대 교수의 가회가치연대기금 조성 경과보고와 △김정현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기금사업실장의 기금 사업 및 추진방향에 대한 설명 △김동곤 기획재정부 사회적경제과장의 중앙정부 2019년 사회적 경제 활성화 계획 발표가 이어졌다. 이날 신년하례회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출범식도 진행됐다. 금번 출범한 재단법인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문재인 정부가 ‘함께 잘 사는 포용적 성장과 사회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지속가능한 사회적 금융 생태계 발전과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민관 협력을 통해 설립된 도매기금이다. 이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사회적 금융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사회가치연대기금 추진단’이 운영되었고, 사회가치연대기금은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기금의 성격을 고려해 출연기관과 지자체, 상호금융기관 등이 협력하고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해나간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을 비롯한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의 관계자들이 상호간의 네트워크와 신뢰를 구축하고 사회적 가치 실천 주도와 실질적인 사회적 경제 발전에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또 고개 든 경찰대·간부후보생 ‘순혈주의’

    또 고개 든 경찰대·간부후보생 ‘순혈주의’

    인사 공고문에 해당 출신만 기수 기재“인사 공고문에 해당 출신만 기수 기재”인사 관계자 “표현상 오해의 소지 개선”경찰대와 간부후보생 출신 위주로 고위직에 오르는 경찰 조직 운영이 인사철을 맞아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경남경찰청 소속 A경위는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경찰청의 인사 관련 공지를 비판했다. A경위는 글을 통해 “경찰청 근무희망자 공모에서 왜 경찰대와 간부후보생만 기수를 적는지 궁금하다”며 “아무리 찾아봐도 (순경 입직 경로인) 중앙경찰학교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주장했다. 인사공고에서 경찰대와 간부후보생 기수만 적는 것은 입직 경로에 따른 차별이라는 것이다. A경위는 “지구대, 파출소, 형사, 수사, 여성청소년, 사고조사 등 시민 접점 부서에서 경찰청의 기획안을 열심히 집행 중인 분들은 자랑스러운 순경 출신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식으로 경찰청 공지사항에 입직 경로를 떡 하니 드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A경위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해당 공고가 순경 출신을 아예 안 뽑겠다는 취지는 아니겠지만, 모든 구성원이 보는 공고에서 순경 출신을 논외로 두는 내부 인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대나 간부후보생 가운데 현장 근무를 하지 않은 사람이 본청에서 근무하는 것을 배제하기 위해 기수 제한을 둔 것”이라며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공고문의 표현을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일선 경찰들은 경찰대·간부후보생과 순경 출신의 케케묵은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기준 전체 경찰 중 순경 출신은 96%지만, 총경 이상 고위직 가운데 순경 출신은 10%에 미치지 못한다. 수도권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B경사는 “순경과 달리 뒤늦게 현장감을 익히는 관리직이 많은 구조에 지친 현장 경찰의 불만을 대변하는 글”이라고 말했다. C경사는 “순경으로 들어오는 경찰이 대부분이지만, 고위직은 극소수에 불과하니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는 경찰 조직 개편이 실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관가 인사이드] 다면평가·소양고사·평가공개… 연공서열 깜깜이 인사 판 바꿀까

    [관가 인사이드] 다면평가·소양고사·평가공개… 연공서열 깜깜이 인사 판 바꿀까

    그동안 연공서열과 주무부서를 먼저 챙기는 관가의 인사 행태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2006년 공무원 인사시스템을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도입했다. 실제로 행정고시 출신이 아닌 7·9급 출신 고위공무원이 탄생하는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연공서열과 주무부서 챙겨주기식 인사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경찰청과 경기도가 지난해 말 인사 체계를 바꾸는 개혁의 칼을 뽑아든 것도 이런 지적 때문이었다. 경기도는 지난해 ‘소양고사’(시정 현안 논술)를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다면평가를 도입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12월부터 근무평가(근평) 공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내부 평가는 사뭇 다르다. “근평 갑질을 쇄신하고 있다”는 경찰의 내부 평가가 나오는 반면 경기도는 노조가 시위를 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이재명표 인사시스템 개선…노조 반대 시위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해 취임 직후 공무원 승진후보자를 대상으로 소양고사를 시행해 “정확하게 업무를 파악하고 논리정연한 분들을 발탁하겠다”고 밝혔다. 소양고사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5·6급 승진후보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정책 시험’이다. 2012년 1월 5급 승진후보자를 대상으로 ‘성남시의 세수증대 방안과 시민복지증진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게 소양고사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경기도 공무원의 반발은 거셌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산하 3개 공무원 노조가 소양고사 도입 반대 시위를 벌였다. 공무원 94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찬성 8.8%, 반대가 90.7%나 됐다. 여기에 다면평가까지 시행돼 분위기가 더욱 험악해졌다. 다면평가는 승진 대상자에 대해 같은 직렬·직급 직원들이 서로 평가하는 제도다. 경기도청 공무원 노조 홈페이지에는 “같은 진용에 속해 있지 않다는 단순한 이유로 정말 신사다우신 분을 (승진에서) 제외했다”며 “승진자를 주변 동료 3명이 평가하는 건 정말 할 짓이 못 된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런 논란에 대해 경기도는 두 제도 모두 인사를 개선하고자 시행한 것으로 당장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경기도 인사담당자는 “5급 승진자는 경기도의 중요한 중간관리자로서 도가 진행하는 주요 정책이나 사업에 대해 소속 부서뿐 아니라 다른 부서의 업무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소양고사를 보는 것”이라며 “소양고사 내용을 교육 제도에 포함시키는 것은 논의할 여지가 있지만 폐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면평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일로 업무에 소홀한 직원도 있는데, 이를 인사과에서 다 파악할 수 없다”며 “인사 때 동료를 활용해 그런 부분들도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공정·투명한 인사 평가 위해 공개” 지난달부터 공개로 전환한 근평 제도에 대해 경찰 공무원 사이에선 찬반이 엇갈리지만 대체적으로 ‘긍정 평가’가 많은 편이다. 최근 경찰청에서 지방 일선서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창호 총경이 승진 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인사 갈등이 터져나왔지만 ‘근평 공개’에 대해서는 그나마 확인할 수 있는 인사 근거여서 찬성의 목소리가 많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이모 경찰관은 “(주변에) 찬성 의견이 훨씬 많다. 승진 시험을 준비하는 데 가늠자 역할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긍정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평가자는 자신의 평가가 노출된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평가 대상자들도 결과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반대하는 일부는 평가자와의 관계가 서먹해진다. 조직의 단합을 저해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며 “다만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다수는 아니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전귀성 경찰청 인사운영계장은 “그동안 근평을 어떻게 받는지를 알 수 없어서 상호 소통이 어려웠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 평가를 위해 근평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가 주관주의적 문화부터 넘어서야” 전문가들은 평가제도 자체보다 관가의 온정주의 문화를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존에도 새로운 인사제도를 여러 차례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제도 자체보다 이를 악용하는 문화에 있다는 것이다. 이건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온정주의 문화가 만연해 있다”며 “외환위기 이후에 도입한 공무원 성과평가제도가 결국 ‘성과급 나눠 먹기’로 변질된 것도 이런 온정주의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기 때문에 관가의 평가가 객관적으로 진행된다”며 “한국은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 주관주의적 문화가 있다 보니 좋은 제도라도 결국 공무원 개인에게 큰 피로도를 주는 불만 요소가 된다”고 분석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1300달러짜리 아기 침대 하루 5달러에 대여...“등골 휜다” 비난 잠재울까

    1300달러짜리 아기 침대 하루 5달러에 대여...“등골 휜다” 비난 잠재울까

    2016년 스마트 아기침대 ‘스누’를 출시해 성공을 거둔 미국 업체가 침대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하루 5달러(약 5600원)의 비용으로 침대를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9일(현지시간) 미 온라인매체 복스 등에 따르면 미 소아과 의사이자 아동학 박사인 하비 카프가 세운 업체 ‘해피스트 베이비’는 월 149달러의 스누 렌탈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6개월간 대여할 경우 900달러로 기존의 판매가인 1300달러에 비해 400달러 저렴하다. 카프 박사는 2003년 출간한 저서에서 아기가 울음을 그치고 잠들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5S’를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5S’는 담요나 포대기로 아기를 꼭 감싸주기, 아기를 옆으로 또는 엎드려 눕히기, 약간의 소음을 들려주기, 아기의 머리와 목을 받치고 빠르고 가볍게 흔들기, 엄마의 젖꼭지나 손가락을 빨도록 하기 등 5가지 방법을 담고 있다. 카프 박사는 이후 스위스 디자인 회사 등과 협업해 아기가 자궁 속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요소를 살린 아기침대 스누를 고안했다. 스누는 스마트폰 연동을 통해 아기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적정 온도, 흔들림 등을 유지시켜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외신들은 “밤새 우는 아기를 재우느라 수면 부족에 시달렸던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이라면서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비싼 가격 때문에 형편이 여의치 않는 부모들에게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지난해 “신생아를 잠들게 하기 위해 침대 하나를 사려고 돈을 퍼부어야 하는 현실”이라면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사설] ‘징벌적’ 논란 대체복무제, 시행하면서 보완·개선하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 방안이 36개월 교도소(교정시설) 근무로 확정됐다. 도입 초기에는 교정시설에서만 복무하되, 제도정착 이후에는 소방서와 복지기관 등으로 복무 분야를 다양화하고 복무기간도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최소 24개월에서 최대 48개월까지 1년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다. 국방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병역법 개정안’과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어제 입법예고했다. 대체복무는 2020년 1월부터 시행된다. 대체복무제 기간에 대한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 현역병(77%)과 일반시민(42.8%) 모두 36개월 복무방안을 가장 높게 선호한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시행 첫해는 1200명을 선발하고, 이후 연간 600명으로 상한을 둔다는 방침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신청자 중 대체복무 대상자를 판정하는 심사위원회는 국방부 소속으로 설치된다. 이번안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나 일부 시민사회단체 요구에는 크게 못미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병 복무기간의 1.5배(27개월)를 넘지말 것을 권고했다. 여기에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복무분야를 의무소방, 치매노인 돌봄 등 공공분야로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 또 심사기구도 국방부가 아닌 총리실 산하 기구로 하는 방안 등 독립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안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4대 의무인 국방의 의무의 숭고함과 다른 대체복무제와의 형평성, 여론 등을 감안해 내놓은 대안으로 보인다. 현재 육군사병의 복무기간은 21개월이나 2021년 말까지 18개월로 단축된다. 해군은 20개월, 공군은 22개월 복무한다. 산업기능요원이나 공중보건의 등 다른 대체복무자의 복무기간은 34~36개월이다. 현역병 복무기간의 2배인 36개월이라는 복무기간이 징벌적이라는 비판이 있으나 현역으로 복무 중인 병사나 국방의 의무을 다한 청년들이 대체복무제 시행으로 인해 느낄 박탈감이 적지않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국방부가 제도정착 이후 복무기간을 1년 범위에서 조정해 최소 24개월에서 최대 48개월까지 설정하고, 다양한 복무분야를 거론한 것은 여론을 두루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그 철학적 배경으로 한 대체복무제 정부안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일부가 보완될 수도 있고, 또는 시행하면서 도입의 취지를 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체복무대상자를 판단할 심사위원회 운영이다. 병역거부 사유가 합당한지를 판단할 기준 등도 상식적이고 설득력이 있으며,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이 정당한 병역거부 판단 기준으로 제시한 대로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에 따른 거부 신청인지를 판단할 객관적 기준을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고 소수자를 포용하는 유용한 제도가 될 것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