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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라는 하나의 언어로… 봉준호, 할리우드 벽 넘었다

    영화라는 하나의 언어로… 봉준호, 할리우드 벽 넘었다

    스페인 거장 알모도바르와 경합 끝 수상 할리우드 내 세대교체 흐름도 영향 미쳐 북미 개봉 역대 모든 외국어영화 흥행 8위 “자막의 장벽,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중략)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합니다. 그 언어는 영화입니다(I think we use only one language, Cinema).”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남긴 말이다. 지난해 5월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탄 이후 ‘기생충’은 15개 이상의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했고, 영화제 이외 각종 시상식에서도 30여개가 넘는 상을 받는 등 거머쥔 트로피만 50개가 넘는다. 북미에서 80여일간 장기 상영하며 박스오피스 누적 매출만 2390만 739달러(약 279억원)를 넘겼다. 이는 북미에서 개봉한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 기록이자 북미에서 개봉한 역대 모든 외국어영화 중 흥행 순위 8위의 기록이다. 이 때문에 ‘기생충’의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할리우드리포터·버라이어티 등 미국 연예매체들은 ‘기생충’의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2관왕을 예측하기도 했다. ‘기생충’의 골든글로브 수상이 더욱 의미를 갖는 것은 영화산업의 중심인 할리우드에서 한국 영화로 우뚝 섰다는 데 있다. 기존에 세계 3대 영화제라 불리는 베를린·칸·베니스영화제에는 이창동, 김기덕, 박찬욱 등 이른바 작가주의로 분류되는 감독들이 활발히 진출했다. 그러나 골든글로브에는 봉 감독이 처음 이름을 올렸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칸이 가장 전위적인 영화들, 동시대의 가장 문제적인 작품에 관심을 둔다면 골든글로브나 아카데미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영화들에 주안점을 둔다”며 “이번 수상은 미국 주류 영화 시장에 ‘봉준호’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비영어권 국가의 영화에서도 보다 젊은 피를 찾는 할리우드의 경향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외국어영화상 부문에서 ‘기생충’과 경쟁한 ‘페인 앤 글로리’는 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작품이다. 1980년 ‘산 정상의 페피, 루시, 봄 그리고 다른 소녀들’로 데뷔한 알모도바르는 ‘내 어머니의 모든 것’(2000), ‘그녀에게’(2003)로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두 차례나 안았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경쟁해 상을 받았다는 건 할리우드 내에서도 세대교체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결과”라고 평했다. 골든글로브상은 매년 1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선정, 시상한다. 그렇기 때문에 2월에 열리는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의 전초전으로 불린다. 그러나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의 회원수가 약 90명으로 소수인 반면 아카데미를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회원수는 약 9000명에 달한다. 외국인이 다수 포함된 외신기자협회보다 미국의 배우, 감독, 제작자가 주축이 된 AMPAS가 훨씬 미국 중심적이며 대중친화적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오는 13일 아카데미 최종 후보가 공개된다. 현재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상 국제극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과 주제가상 예비후보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어 감독·각본상은 물론 최고 영예인 작품상 후보 선정도 점쳐지고 있다. 골든글로브는 작품상 후보작의 경우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로 구성돼야 한다는 규정을 갖지만, 아카데미에는 언어 규정이 없어 ‘기생충’의 노미네이트도 유력시된다.지난해 멕시코의 거장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가 골든글로브에서 감독상과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뒤 아카데미에서 3관왕(외국어영화상·촬영상·감독상)에 오른 것도 본보기로 꼽힌다. 강 평론가는 “외국어영화상은 물론 감독·남우조연상 등 깜짝 수상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예측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다음달 9일 미국 캘리포니아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사람 냄새’ 나는 SF를 만나다

    ‘사람 냄새’ 나는 SF를 만나다

    카메라를 보세요/커트 보니것 지음/이원열 옮김/문학동네/392쪽/1만 5800원목소리를 드릴게요/정세랑 지음/아작/272쪽/1만 4800원“2020년은 SF 단편집을 내기에 완벽한 해가 아닌가 싶다.” 꾸준히 SF를 써 온 소설가 정세랑(36)의 말이다. 유독 새해 들어 이전의 SF적 상상을 되짚고 새로운 상상에의 불씨로 삼으려는 시도들이 많은 걸 보면 틀린 말도 아닌 성싶다. 때맞춰 ‘작가들의 작가’라는 커트 보니것(1922~2007)의 SF 소설집과 정 작가의 첫 SF 소설집이 나왔다. ‘카메라를 보세요’와 ‘목소리를 드릴게요’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차이처럼 책이 주는 온도 차도 극명하다. 2020년을 여는 독서의 시작으로 이보다 더 완벽한 선택도 없을 것 같다.●SF 설정 속 위선과 거짓 ‘카메라를 보세요’ ‘카메라를 보세요’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존경하고 박찬욱이 사랑한 작가 보니것의 미발표 초기 단편소설집이다. 블랙유머의 대가, 반(反)문화의 대변인, 휴머니스트 등 다양한 별칭으로 불린 보니것. 그중에서도 그를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었던 것은 다른 작가들에게는 없는 ‘SF적 상상력’이었다. SF적 설정 속 드러나는 사람들의 적나라한 위선과 거짓, ‘웃픈’ 진실이 그의 소설 속 마력이다. 책 속 단편들이 제시하는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는 정교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기발한 건 사실이다. 가령 ‘비밀돌이’는 외로운 사람에게 대화와 조언을 제공하는 마법 같은 기계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솔직한 조언이라는 명목으로 듣는 이에게서 잔인하고 나쁜 속내를 들춰낸다. “모든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뭘까, 심지어 음식보다 더? 이야기할 사람! 진정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 바로 그거지.”(25쪽) 페이퍼나이프 모양의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방문한 소인국 외계인 한 무리가 겪은 일을 다룬 ‘작고 착한 사람들’, 사람의 몸에 주입하면 반드시 진실만을 말하게 되는 ‘진실 혈청’이 등장하는 ‘에드 루비 키 클럽’은 모두 인간들의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보니것은 생전 자신의 소설 창작 규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의 시간을 사용하되 그 사람이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만들 것”(12쪽)이라고 했단다. ‘카메라를 보세요’에 담긴 14편은 소설 속 인물에 한해서건, 책을 읽는 독자건 절대 시간을 허투루 보냈다고는 여기질 않을 듯하다. ●따뜻하고 무해한 SF ‘목소리를 드릴게요’ 한국 문학의 최전선, 정세랑의 소설은 보니것의 그것보다는 훨씬 따뜻하다. 보니것이 사람들의 이면을 까발리는 데 초점을 둔다면, 정세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품어 안는 전략을 취했다. “나는 23세기 사람들이 21세기 사람들을 역겨워할까 봐 두렵다. 지금의 우리가 19세기와 20세기의 폭력을 역겨워하듯이 말이다.” 작가의 말에서 털어놨듯, 그는 인류애를 기반으로 멸망을 향해 치닫는 사람들을 디스토피아적 설정 속에서도 따뜻한 충고를 취하는 방식을 택했다. 거대한 지렁이들이 인류 문명을 갈아엎는 이야기를 다룬 ‘리셋’, 주인공이 대학 캠퍼스에서 시작된 사랑에서부터 인간 재생 프로젝트와 외행성 개척이라는 난관을 마주하는 ‘11분의 1’ 등은 기본적으로 완전한 러브스토리에 가깝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받아들이고 싶은 세계와 그럴 수 없는 외부 사이의 간극은 소설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특히 여성성과 자연이 난관을 헤쳐 가는 등장인물들의 주요 키워드인데, 이들은 공격적이지 않고 자신의 것을 조용하게 수호하는 수비수에 가깝다. 남성들은 주로 조력자로 등장, 여성 화자 액션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남성 주인공과 이를 조력하는 여성’이라는 기존 서사가 보란듯 역전돼 있다. 정세랑표 ‘무해한 SF’의 총집합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시론] ‘천만 영화‘의 허울에서 벗어나자/윤성은 영화평론가·영화학 박사

    [시론] ‘천만 영화‘의 허울에서 벗어나자/윤성은 영화평론가·영화학 박사

    몇 년 전, 프랑스 파리 여행 중에 있었던 일이다. 영화관에서 티켓을 파는 청년이 어디서 왔냐고 묻기에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홍상수, 박찬욱, 봉준호 등 한국 감독들의 이름을 줄줄이 댄다. 어떻게, 어디서 한국영화를 접하게 됐는지 궁금하던 차, 서점에서 우연히 영화감독 지망생을 만나 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영화를 무척 좋아하고, 박찬욱 감독의 팬임을 밝히기도 했던 그는 파리가 전 세계 영화들을 두루 접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했다. 고전영화부터 신작까지, 블록버스터부터 독립영화까지 늘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에서 영화를 공부했던 그가 이렇게 말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는 영화산업에 대한 규제 및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일례로 15개에서 27개 사이의 스크린을 보유한 멀티플렉스의 경우에는 한 영화가 최다 4개의 스크린밖에 차지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에 동시에 많은 작품들이 영화관에 걸리게 된다. 물론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극장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극장이 아니라 관객이 영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은 영화계를 넘어 문화 강국으로서 프랑스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유지해 나가는 든든한 힘이다. 2019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는 ‘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 ‘겨울왕국 2’ 등 무려 다섯 편의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영화 100년사에 처음 있는 일로, 밀레니얼 세대가 영화관을 점차 외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산업적 측면에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많은 관객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블록버스터나 화제작이 개봉될 때마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그림자처럼 함께 따라다녔다. 전작들이 크게 흥행했던 ‘어벤져스: 엔드게임’, ‘겨울왕국 2’는 개봉 첫 주에 2000개 이상의 스크린을 가져가면서 각각 58%(이하 최고치), 46.1%의 스크린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 두 작품은 스크린 수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1000만 관객 고지를 밟을 수 있었고, 피해는 고스란히 그 기간에 개봉한 다른 영화들과 관객들에게 돌아갔다. ‘겨울왕국 2’가 개봉한 지 약 한 달, ‘백두산’의 좌석점유율도 개봉 첫날(19일) 50.6%를 기록했다. 반독과점 영화인대책위원회(반독과점 영대위)는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올해 스크린 독과점에 포함되는 영화가 13편에 달한다고 지적하면서 국회와 정부가 영화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그런데 스크린독과점은 벌써 십수년 동안 1년에도 몇 번씩 제기돼 온 문제임에도 왜 아무런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을까. 해결책은커녕 사실상 어떠한 정책적 시도도 없었다는 점이 의아스럽다. 현재 국회에 관련 법안들이 몇 건이나 발의돼 있음에도 논의가 미루어지고 있는 데는 업계의 입김 외에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위정자들은 스크린 독과점을 영화계의 밥그릇 싸움 문제 정도로 가볍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먼저,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대기업이나 한 편의 영화가 극장 수입을 독점하는 것 이상의 어젠다를 갖고 있다. 문화 콘텐츠는 나름의 이데올로기를 탑재하고 있으므로 특정한 가치 편향성을 가진 영화가 스크린을 점령한다면 관객들은 부지불식간에 그런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야말로 극장가에 다양한 작품들이 존재해야만 하는 궁극적인 이유다. 또한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할 권리에 대해서도 추상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영화 티켓 가격에 포함된 영화발전기금 3%의 일부는 다양한 형식, 내용의 영화 및 독립영화에 대한 제작·배급 지원에 사용된다. 만약 관객들이 보고 싶지 않은 영화를 스크린 독과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게 만든다면 영화발전기금은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 경제 체제에 규제는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 작품은 장기간 일정 상영관 수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수익을 올릴 것이고, 그렇지 못한 작품들은 극장가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초반의 쏠림 현상을 노리는 허술한 블록버스터들은 사라져갈 확률이 높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은 소비자 중심으로 유지되면서 콘텐츠의 질은 오히려 향상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에 아직 어떤 시도도 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득보다 실을 걱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중소 규모의 영화들과 관객을 위한 영화법 개정이 절실하다.
  • 공직인사혁신위, 국민이 체감하는 적극행정 추진 방안 논의

    공직인사혁신위, 국민이 체감하는 적극행정 추진 방안 논의

    국무총리 소속 공직인사혁신위원회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전체회의를 열어 그간 인사혁신 추진 성과와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위원회 정부위원장인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먼저 올 한해 적극행정의 추진 성과와 2020년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는 지난 8월 ‘적극행정 운영규정’을 제정해 적극행정의 개념을 정립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위원회는 올해가 적극행정의 제도화에 집중한 해였다면 문재인 정부 하반기에는 적극행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적극행정을 새로운 공직문화로 확고히 정착시킬 것을 촉구했다. 또 이날 회의에서는 균형인사 추진 성과와 향후 계획, 정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무원 인재개발 혁신 방안이 논의됐다. 내년부터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을 아우르는 범정부 균형인사 추진체계를 마련하고, 각 기관의 적극적인 균형인사 추진을 위해 기관별 실적을 정부혁신평가,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에 반영한다. 여성관리자 임용 및 장애인 채용 등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범정부 균형인사 성과공유대회 등을 통해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 등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 미래 역량을 갖춘 공직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학습자 수요 분석, 지능형 인재개발 플랫폼 구축, 문제해결형 교육기법 도입 등 공무원 인재개발 분야의 혁신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공직인사혁신위원회는 인사혁신을 통한 공직 경쟁력 강화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출범한 민·관 협의체이다. 민간위원장은 박찬욱 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정부위원장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맡고 있고 민간위원 15명과 정부위원 5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불편한 진실·민감한 사회문제 터치… 흥행 넘어 공감대까지 얻다

    불편한 진실·민감한 사회문제 터치… 흥행 넘어 공감대까지 얻다

    21세기 한국영화의 특징은 ‘1000만 영화’로 상징되는 산업의 양적 측면으로만 분석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2010년대 한국영화는 정치사회적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다루거나 현실 정치 속으로 과감히 개입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은 상업영화를 제작하는 메이저 산업을 기준으로 그 안과 밖,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주류 산업 내에서 ‘사회·현실 비판’ 테마는 작품성뿐만 아니라 흥행적 차원을 만족시키는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했다. 또한 대규모 제작비를 들이는 상업영화가 아닌 ‘다양성영화’ 지형에서도 한국 현대사와 현재 사회를 돌아보고 각성하게 하는 영화들이 등장했다. 한국사회의 정치 상황을 외면하지 않는 창작자들의 과감한 태도는 21세기 한국영화의 저력을 살피는 데 반드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사회를 반영하고 법안 결정에 영향 주고 한국영화는 흥행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키며 정치적 현상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한국사회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거나 정치적인 색채를 띤 영화들이 관객의 주목을 받기도 한다. 특히 2011~2012년은 민감한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대중적으로 큰 호응을 얻으며 사회고발과 국민 참여를 독려하는 성격의 영화 흐름을 이끌어 냈다. 장애인 교육시설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의 실체를 파헤친 ‘도가니’(황동혁·2011)와 실제 교수와 판사의 ‘석궁사건’을 다뤄 2012년 초 34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부러진 화살’(정지영·2012)이 대표적이다. 특히 ‘도가니’는 2011년 가을 460만 관객을 동원하며 전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 냈고, 덕분에 실제 사건의 재조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격히 퍼져 나가게 된다. 결국 해당 학교의 법인 허가가 취소되기에 이르렀고 같은 해 아동·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른바 ‘도가니법’이 국회에서 통과하는 데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기존 언론 보도가 해내지 못한 것을 결국 영화 한 편이 이뤄 낸 케이스로 기록된다.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2012년에는 한국 현대사에 직접적으로 발언하는 영화들이 등장했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 자녀들이 규합해 주범인 전직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시도를 그린 ‘26년’(조근현·2012), 작고한 정치인 김근태의 고문 사건을 다룬 ‘남영동1985’(정지영·2012) 같은 영화들이 대선 정국과 맞물려 이슈를 끌어내기도 했다. ●사회비판 영화들의 흥행성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은 ‘사회참여’나 ‘불편한 진실’을 다룬 영화들이 흥행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기존의 공식을 깨뜨렸고 이는 2013년 ‘변호인’(양우석)을 통해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완성된다. 상업영화가 추구해야 할 미덕을 지켜 나가며 정치적으로 발언했고 영화 자체를 넘어 한국사회가 처한 상황과 시대 분위기 속에서 대중들과 소통한 것이다. 또한 ‘부러진 화살’에 ‘국민배우’ 안성기가 등장한 것처럼, 이 영화는 배우 송강호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분해 대중적 설득력을 배가했다. 최종 1130만 관객의 선택을 받게 된다. 바로 전해에는, 사극이지만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으로 화제가 된 ‘광해, 왕이 된 남자’(추창민·2012)가 1230만 관객을 동원했다. 또한 사회고발 성격의 주제를 장르영화의 틀에서 영리하게 녹여 낸 ‘더 테러 라이브’(김병우), 실화인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룬 ‘소원’(이준익)도 2013년에 주목받은 작품들이다. 대기업 반도체회사의 산재로 딸을 잃은 아버지의 투쟁을 그린 ‘또 하나의 약속’(김태윤·2013),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한 ‘소수의견’(김성제·2013)도 정치적으로 순탄치 않았던 제작과 배급 과정 끝에 각각 2014년과 2015년에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다. 사회고발성 영화는 대중적 장르영화의 틀과 결합해 관객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검사와 경찰 조직 그리고 스폰서 기업과의 유착 비리를 고발한 ‘부당거래’(류승완·2010), 현실의 ‘막장’ 재벌 3세들의 작태를 픽션으로 다뤄 관객의 분노와 카타르시스를 영화적 동력으로 삼은 ‘베테랑’(류승완·2014), 정치권력과 거대 언론의 결탁을 고발한 ‘내부자들’(우민호·2015), 한국사회의 적폐라 할 정치검찰의 타락상을 우회적으로 묘사한 ‘더 킹’(한재림·2016)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2015년 개봉한 ‘베테랑’은 134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한국영화 흥행 1위를, ‘내부자들’은 감독판 관객을 합쳐 91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하며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정치·자본 권력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한국 현대사에 대한 창작자들의 세련된 발언과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은, 2017년 ‘택시운전사’(장훈)와 ‘1987’(장준환)에서 만개했다. 전자는 송강호의 뛰어난 연기를 바탕으로 5·18민주화운동을 장르적으로 해석했고 후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6월항쟁까지 대한민국 현대사의 분수령이 된 1987년을 속도감 있게 묘사해 냈다. 각각 1200만, 700만 이상 관객의 지지를 받았다. 2010년대 한국영화의 흥미로운 특징 중 하나는 2013년 ‘변호인’, 2014년 ‘명량’(김한민)·‘국제시장’(윤제균), 2015년 ‘암살’(최동훈)·‘베테랑’ 등 1000만 관객 영화들이 정치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일정 부분 계몽적인 화법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현대 한국사회의 보수와 진보, 각 진영 논리로도 읽을 수 있다. 유신독재 시대를 관통하는 한 노동자 아버지의 일생을 그려 1420만 관객을 동원하고 보수 진영에 의해 정치적으로도 활용된 ‘국제시장’(윤제균·2014), 국책은행이 메인 투자자로 나서 제작하고 애국주의 화법과 마케팅으로 600만 관객을 동원한 우파 프로파간다 영화 ‘연평해전’(김학순·2015)은 보수 진영의 이데올로기가 투영된 영화로 기록할 수 있다. ●주목받고 기대되는 여성주의 시선의 영화들 최근 한국영화계는 여성주의 시선을 담지한 여성 창작자들의 영화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산업 내부의 진지한 고민 역시 필요한 상황이다. 2018년 ‘한국영화 성인지(性認知) 통계’를 보면 순제작비 30억원 이상의 상업영화에서 여성 감독 비중이 아직도 10편(13%)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영화진흥위원회·‘한국영화산업 결산’ 참조). 2014년은 두 편의 ‘여성영화’가 돋보인 해다. 학대를 당하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본 ‘도희야’(정주리), 대형마트 계약직 여성 직원들의 부당한 해고와 투쟁을 그린 ‘카트’(부지영)가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현실비판 영화의 흐름을 이어 갔다. 2016년에는 그해 문화계의 화두였던 ‘여성주의’가 한국영화에서도 부각됐다.여성 주인공을 이야기의 전면에 내세운 ‘아가씨’(박찬욱), ‘굿바이 싱글’(김태곤), ‘덕혜옹주’(허진호)가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고 여성 감독의 작품 ‘우리들’(윤가은), ‘비밀은 없다’(이경미), ‘미씽: 사라진 여자’(이언희)가 비평적으로 좋은 성과를 얻었다. 최근에도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2018)가 흥행·비평 양면에서 특별한 성과를 거뒀고 독립영화 ‘벌새’(김보라·2018)는 올해 국내외 30개 이상 영화제에서 연이어 수상하며 화제를 낳았다.조남주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82년생 김지영’(김도영·2019)도 한국사회의 젠더(사회문화적 성별) 감수성을 일깨우며 소설에서 시작된 이슈를 확장시켰다. 올해 ‘생일’(이종언), ‘우리집’(윤가은)까지 여성 창작자들의 활약이 돋보인 덕분에 앞으로의 한국영화가 더 기대된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산소 같은 여자’ 말고 모성애 강한 영애씨

    ‘산소 같은 여자’ 말고 모성애 강한 영애씨

    CF 영향 자의 반 타의 반 ‘신비주의’ 전략 가정 덕에 편해… 연기도 다양한 색깔 도전펄밭 헤치는 액션 신 위해 액션스쿨 수업 실종아동 포스터 관심 생기면 성공한 것 할리우드서 태어났다면 물랑루즈 찍고파‘산소 같은 여자’가 변했다. 외모도 목소리도 이 세상 너머의 사람 같던 그가, TV 예능 프로그램(SBS ‘집사부일체’)에 나와 사는 집과 아이들을 공개하고 김장 재료를 다듬었다. “다시 태어나면 가수가 되고 싶다”며 “할리우드에서 태어났으면 ‘물랑루즈’ 같은 영화를 찍었을 것”이라는 말도 스스럼없이 한다.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이영애(48) 얘기다. 주연을 맡은 영화 ‘나를 찾아줘’의 개봉에 부쳐 최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이영애는 ‘나를 찾아줘’에 대해 “40대 이후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10대, 20대 때는 부끄러움이 많았고, CF의 영향으로 ‘신비주의 콘셉트’가 자의 반 타의 반 자리잡았어요. 제가 가정을 가지면서 좀더 편해지고, 연기자로서도 다양한 색깔을 보여 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거 같아요.” 김승우 감독의 입봉작인 한편 스스로 입봉작이라는 느낌도 든다고, 그는 첨언했다. 영화에서 이영애는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아나서는 엄마 ‘정연’ 역할을 맡았다. 그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에서도 아이를 잃은 엄마로 분했지만, 이번엔 결이 다르다. ‘금자씨’는 복수가 초점인 반면, ‘정연씨’는 아이를 찾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다. 아이를 찾는 와중에 남편(박해준 분)도 잃은 여자의 다층적인 연기가 필요했다. 인상적인 대목은 간호사로 일하는 정연이 후배에게 “어떻게 그렇게 보통 사람들보다 더 밝게 생활할 수 있냐”는 얘기를 듣 는 지점이다. “만약 아이가 이 세상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면, 엄마가 살아갈 이유가 없겠죠. 하지만, 아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에 정연은 그럴 수가 없어요. 마음과 정신은 떠 있지만, 현실에도 발을 내디뎌야 하고요. 복잡한 감정을 가진 어머니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아이들을 데려다 착취하는 낚시터 사람들과 이를 비호하는 경찰 홍 경장(유재명 분)에게 맞서 아들을 되찾아야 하는 극 중 정연은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신경 쓸 새가 없는 인물이다. 그 극적인 고군분투를 그리기 위해, 펄밭과 바다를 헤치는 인생 첫 기나긴 액션 신 등을 위해 이영애는 액션 스쿨에 다녔다. 반면 통곡·오열 등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은 최대한 감정을 절제했다. 그의 말처럼 다양한 감정을 얼굴에 섞기보다 덤덤하게 가서 관객들에게 그 몫을 맡기는 편을 택한 것이다. “원래 낚시터 사람들한테 쫓기듯이 도망 나와서 혼자 갯벌 옆에 차를 세우는 부분이 있었어요. ‘동물 소리 같은 울부짖음’이라고 지문에 적혀 있었는데 롱테이크로 7~8분을 찍었죠. 그러나 영화 전체로 봤을 때는 너무 감정을 강요하는 거 같아서, 배우로서는 아깝지만 편집한 게 잘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말만도 5가지 버전의 연기를 만들어 대비했고, 그중 하나가 스크린에 담겼다. 영화는 아동에 대한 착취와 성적 학대까지 가미돼 폭력 수위가 높다. 시나리오는 ‘18금’ 판정이 예상될 만치 더욱 수위가 셌다고 한다. 스스로 두 아이의 부모여서 더욱 고민이 되기도 했다. “작품을 결정하기 전에 고민됐던 부분 중 하나예요. 그런데 감독님하고도 얘기했지만, 현실은 상상 이상으로 더 잔인하고 힘들잖아요. 그걸 우리가 알리는 과정도 필요하고요. 그러면서 다시 좋은 메시지를 주는 것이, 배우로서는 큰 보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종 아동을 찾는 포스터는 늘 곁에 있지만, 관심을 두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하자 그는 말했다. “저 또한 다르지 않아요. 그래도 이런 영화가 관객분들께(실종 아동 포스터) 한 번 볼 거 두 번 보게 한다면 성공한 거 아닌가 싶어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집사부일체’ 역대급 신비주의 사부 정체는 이영애?

    ‘집사부일체’ 역대급 신비주의 사부 정체는 이영애?

    역대급 톱스타 사부의 출격이다. 24일 방송되는 SBS ‘집사부일체’에서는 사부의 집에 초대된 멤버들의 모습이 전해진다. 예능에 거의 출연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역대급 게스트의 등장에 멤버들은 혼비백산하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사부는 집 뿐만 아니라 자녀들까지 공개하며 소탈한 모습을 보여줬다. 사부의 미모를 쏙 빼닮은 자녀들 역시 깜찍한 매력으로 상승형재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고 전해져 기대감이 상당하다. 사부와 양세형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나머지 멤버들은 사부의 자녀들과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만능 엔터테이너’ 이승기와 육성재는 뮤지컬 수업을 진행했고, 이상윤은 ‘서울대 출신’ 엘리트 배우답게 과학 수업을 진행했다. 특히 사부의 9살짜리 자녀는 이상윤과 문제 없이 과학에 대한 대화가 통할 정도로 똘똘한 모습을 보여 모두를 놀라게 했다. 평소 신비로운 이미지로 유명한 사부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소탈한 매력을 선보였다. 아무도 몰랐던 사부의 솔직한 모습에 멤버들은 더욱 더 사부에게 빠져들었다는 후문이다. 또 사부는 진솔한 이야기까지 털어놓았다고 전해져 궁금증이 더해진다. 앞서 공개된 예고편에서 힌트 요정으로 등장한 박찬욱 감독은 “오늘의 사부와 같은 작품을 했다”고 밝혀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그의 특급 힌트로 사부 후보는 최민식, 송강호, 이영애, 하정우 등으로 좁혀진 가운데 멤버들은 “이분들 중에 사부님이 있다니”, “누가 나와도 대박이다”라며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사부의 정체는 오늘(24일) 오후 6시 25분 방송되는 ‘집사부일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설국열차 타고 할리우드 간 ‘충무로 키드’의 탄생

    설국열차 타고 할리우드 간 ‘충무로 키드’의 탄생

    한국영화산업이 다시 호황을 맞이한 2013년은 한국영화의 해외 수출 부문에서도 기록할 만한 해다. 특히 한국영화 최대의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봉준호 감독·2013)가 해외 수출을 견인했고, 중국 블록버스터 영화의 기술 파트 수주에 힘입어, 총 5900만 달러(약 680억원)의 수출액을 달성했다. 한국영화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 중국영화산업과의 활발한 협업,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사의 한국영화 투자 등은 한국영화의 국제적 위상을 잘 보여 주는 대목일 것이다. 2013년에는 박찬욱, 김지운 그리고 봉준호라는 한국영화의 대표 감독들이 할리우드에 도전했다. 박찬욱의 ‘스토커’(2013)는 미국의 폭스 서치라이트 등의 영화제작사가 1200만 달러 규모로 제작한 아트 필름이다. 김지운의 ‘라스트 스탠드’(2013)는 미국의 디 보나벤추라가 3000만 달러로 제작해 웨스턴의 본고장인 할리우드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봉준호의 ‘설국열차’는 박찬욱의 모호필름과 CJ ENM이 주도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한국, 미국, 프랑스가 참여한 자본으로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하고, 체코에서 영화를 촬영했다. 제작비는 한화로 450억원이 투여됐다. 이는 한국영화사상 가장 큰 제작비이지만,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중·저예산 제작 규모에 해당한다. 2013년 한국영화의 해외 수출은 ‘설국열차 효과’라고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영화 한 편이 나머지 한국영화 전체 수출액에 육박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167개국에 판매되는 성과를 올렸고, 최종적으로 86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기록된다. 한편 2016년에는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며 4500만 달러 이상의 해외 수출 수익을 거뒀다. 한중합작과 한국영화 감독의 중국영화계 진출 등 중국영화산업과의 관계가 긴밀해진 것도 2013년의 일이다. 그 신호탄은 2013년 중국에서 크게 흥행에 성공한 로맨틱 코미디 ‘이별계약’(오기환 감독·2013)이 쏘아 올렸다. 한중합작 영화인 ‘이별계약’은 한국의 콘텐츠를 해외 현지 시장에 맞게 변용하고, 현지의 제작 시스템을 활용해 제작·배급한 사례다. 1억 9284만 위안(약 3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별계약’을 성공시킨 CJ ENM은 ‘수상한 그녀’(황동혁 감독·2013)를 로컬라이징한 ‘20세여 다시 한번’(레스티 첸 감독·2014)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 영화는 5500개 스크린에서 동시 개봉해 3억 6500만 위안(약 640억원)의 박스오피스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한중합작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수상한 그녀’는 베트남 버전 ‘내가 니 할매다’(판씨네 감독, 2015)로도 개봉돼 베트남영화 사상 최고 매출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의 한국영화 투자도 눈여겨볼 만한 현상이다. 특히 20세기 폭스사는 2010년 ‘황해’(나홍진 감독)의 100억원 제작비 가운데 20%를 선투자하며 한국영화 제작에 처음 참여했다. 2013년부터는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을 통해 직접 ‘러닝맨’(조동오 감독·2013) ‘슬로우 비디오’(김영탁 감독·2014), ‘나의 절친 악당들’(임상수 감독·2015)을 제작하고 배급했다. 세 작품의 극장 흥행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2016년 ‘곡성’(나홍진 감독)으로 흥행·비평 모두 성공을 거뒀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2016년 첫 투자배급작 ‘밀정’(김지운 감독·2016)으로 750만 관객을 모은 후, ‘싱글라이더’(이주영 감독·2016), ‘마녀’(박훈정 감독·2018), ‘인랑’(김지운 감독·2018), ‘악질경찰’(이정범 감독·2019) 등의 작품을 내놓고 있다.
  • 박찬욱 감독, 제네바영화제 ‘필름…’수상

    박찬욱 감독, 제네바영화제 ‘필름…’수상

    박찬욱 영화감독이 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5회 제네바 국제 영화제에서 ‘필름 앤드 비욘드’ 상을 받았다. 영화제 측은 박 감독이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공로를 인정해 이 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영화제는 지난 1일 시작해 박 감독의 영화 ‘아가씨’를 비롯해 장편 2편과 단편 3편을 오는 10일까지 상영한다. 박 감독은 “내 경력의 중간 결산으로 여기고 감사히 받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퓨전 사극·한국형 스릴러+미학적 작가주의… 흥행·작품성 인정받다

    퓨전 사극·한국형 스릴러+미학적 작가주의… 흥행·작품성 인정받다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계에 불었던 산업의 활기는 2006년 그 정점을 찍었다. 2003년부터 80편대를 기록하던 한국영화 제작편수는 2006년을 기점으로 100편을 넘어섰다. 2001년 50%를 넘어 2004년부터 60%대에 육박하던 한국영화 점유율도 급기야 2006년 63.8%를 기록했다. 현재까지도 가장 높은 수치로 기록되는 비율이다. 2006년이 한국영화산업에서 가능한 최대치를 보여준 해였다면, 2007년 이후는 위기 혹은 조정 국면으로 진입하게 된다. 2006년 7월, 긴 논란 끝에 결국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 상영제도)가 73일로 축소되었고, 때마침 버팀목이라도 무너진 듯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가 거세졌다. 한국영화 관객은 감소했고 수익률과 수출 실적 또한 하락했다. 2007년 50%로 내려선 한국영화 점유율은 2008년 42.1%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2년 만에 침체기를 극복하고 2009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만들어낸다. 시장 규모에 맞는 한국형 장르가 다듬어졌고, 상업영화와 작가주의 영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독창적인 감독들이 작품을 이어갔다. 이번 연재는 2000년대 중후반의 한국영화가 어떻게 도약해 갔는지 살펴보기로 한다.●한국형 장르의 역동성 200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에서 주목할 장르 키워드는 바로 사극과 스릴러다. 퓨전의 길을 택한 사극·시대극 그리고 범죄·액션과 결합한 스릴러 장르는 다양한 장르적 요소와 이합집산하며 더욱더 진화해갔다. 이러한 장르 다변화와 ‘복합장르화’ 경향은 2010년대로 이어지며 ‘한국형 장르’가 구축되는 방법론이 됐다. 물론 한국영화의 전통적인 장르인 멜로·로맨스와 1990년대의 인기 장르였던 로맨틱 코미디도 관객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1960년대 한국 관객들이 가장 많이 찾았던 사극 장르는 2000년대 들어 현대적인 감각의 퓨전 사극으로 부활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재용, 2003)를 시작으로 2005년 ‘혈의 누’(김대승)·‘형사 Duelist’(이명세)가 이어졌고, 2005년 12월에 개봉한 ‘왕의 남자’(이준익)는 12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사극 흥행의 정점을 찍었다. 특히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시나리오를 쓴 김대우 감독은 대담한 상상력과 세련된 유머가 돋보인 ‘음란서생’(2006)과 ‘춘향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방자전’(2010)을 내놓으며 퓨전 사극의 유행을 이끌었다. 2000년대 후반에도 사극의 인기는 계속되었는데, 고려 왕조를 배경으로 에로티시즘과 결합한 ‘쌍화점’(유하, 2008), 한국형 히어로물을 표방하며 판타지 장르에 도전한 ‘전우치’(최동훈, 2009)가 대표적이다. 근현대사의 사건이나 실존 인물을 다룬 시대극 장르도 주목할 경향이다. 2004년에는 ‘효자동 이발사’(임찬상)·‘하류인생’(임권택) 등 근현대사를 가공하거나 ‘슈퍼스타 감사용’(김종현)·‘역도산’(송해성) 등 실존인물을 소재로 과거를 되돌아보는 노스탤지어 영화들이 수확됐다. 2005년에는 대통령 시해 사건을 블랙코미디 감각으로 풍자한 ‘그때 그 사람들’(임상수), 일제강점기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일대기를 그린 ‘청연’(윤종찬)이 이어졌다. 2007년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화려한 휴가’(김지훈)가 전국 730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살인의 추억’(봉준호, 2003)이 선취한 스릴러 장르는 2008년 ‘추격자’(나홍진)에서 완성됐다. 실제 연쇄살인마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추격자’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관객 500만 이상을 동원해 화제가 됐다. 이 영화의 성공은 범죄·액션 등의 요소와 결합한 스릴러 장르의 유행을 촉발, 스릴러가 현대 한국영화의 대표 장르로 등극하는 계기가 됐다. 2010년에는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끼’(강우석), 잔혹한 이미지를 전시한 ‘하드보일드’ 스릴러 ‘악마를 보았다’(김지운)가 흥행 배턴을 이었다. 액션과 스릴러는 장르 특성상 결합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의 전통적인 강세 장르인 액션이 더 전면으로 나서는 영화들도 있었다. 2010년에는 남북 분단 상황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의형제’(장훈)가 540만 관객을, 2011년에는 ‘감성 액션’을 표방한 ‘아저씨’(이정범)가 61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과 비평 모두 주목을 받았다.범죄스릴러의 인척 장르라 할 누아르, 갱스터 영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윤종빈, 2011)는 1980년대 시대상을 풍자와 해학 그리고 블랙코미디 방식으로 그리며 갱스터 장르의 신기원을 보여주었다. 한편 최동훈은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004)으로 한국형 ‘케이퍼 무비’(범죄 전문가들의 정교한 범죄 과정을 보여주는 장르)를 성공시켰다. 이후 허영만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2006), ‘멀티캐스팅’의 묘를 살린 범죄영화 ‘도둑들’(2012) 등을 내놓으며 최고의 흥행 감독으로 등극했다. 큰 예산이 들지 않는 로맨틱 코미디도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 법칙을 새롭게 재해석한 ‘달콤한 거짓말’(정정화, 2008), 박중훈의 귀환과 ‘88만원 세대’의 묘사가 인상적인 ‘내 깡패 같은 애인’(김광식, 2010), 장르 화법에 더없이 충실했던 ‘시라노: 연애조작단’(김현석, 2010), 기획 코미디의 힘을 보여준 ‘댄싱퀸’(이석훈, 2011), 460만 가까운 관객을 모은 성공작 ‘내 아내의 모든 것’(민규동, 2012), 키치적인 B급 정서가 매력적인 ‘남자사용설명서’(이원석, 2012) 등이 이어졌다. 멜로를 코믹호러에 접붙인 ‘달콤, 살벌한 연인’(손제곤, 2006), 로맨틱 코미디의 뼈대에 호러를 녹여낸 ‘오싹한 연애’(황인호, 2011)도 주목받았다. ●예술영화·상업영화 아우르는 작가주의 1996~1997년 데뷔해, 2000년대 초중반 주요 해외영화제를 통해 인정받은 작가주의 감독 홍상수, 김기덕, 이창동은 미학적 성숙을 거듭하며 그들의 영화세계를 완성시켜갔다.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치면 단연 홍상수다. 그는 매년 1~2편의 작품을 연출하며, 새로운 미학적 실험과 변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5년 ‘극장전’, 2006년 ‘해변의 여인’, 2008년 ‘밤과 낮’·‘첩첩산중’(단편), 2009년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10년 ‘하하하’·‘옥희의 영화’, 2011년 ‘북촌방향’ 등 언뜻 앞의 영화와 겹치는 듯하면서도 매번 기존의 틀을 바꿔가는 방식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마치 거울처럼 마주 보는 그의 연작들은, 각 영화의 제목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차라리 ‘홍상수 영화’로 호명하고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비평적 해석의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국내외 비평계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예술영화 관객들의 지지도 굳건하다. 김기덕은 ‘활’(2005), ‘숨’(2007), ‘비몽’(2008) 등 본인의 작품뿐만 아니라 ‘영화는 영화다’(장훈, 2008)·‘풍산개’(전재홍, 2011) 등 조감독 출신 감독의 영화 제작까지 겸했다. 그는 ‘아리랑’(2011)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피에타’(2012)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안았다. 이창동 역시 인간의 실존적 고통과 구원에 관한 질문을 멈추지 않으며, 미학적 성취를 이어갔다. ‘밀양’(2007)은 제60회 칸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 진출, 주연 배우 전도연이 한국영화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시’(2010)는 제63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각본상을 받았다. 한편 이창동은 2009년 제62회 칸영화제에서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2011년 제64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2000년대 들어 새롭게 발견된 시네아스트(cineaste·영화예술가)로는 재중동포 출신인 장률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두 번째 장편영화인 ‘망종’(2005)이 제58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고 여러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널리 알려졌다. ‘경계’(2007), ‘중경’(2007), ‘두만강’(2009), ‘풍경’(2013)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조선족, 탈북 여성과 소년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등 경계인들의 이야기를 건조한 풍경 속에 담아내고 있다. 특히 그는 ‘경주’(2013) 이후 새로운 화법으로 전환해 더 넓은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 외에도 ‘천년학’(2007)으로 100번째 영화를 연출한 거장 임권택, 현대 한국사회에 대한 성찰을 로맨스 장르에 녹인 ‘멋진 하루’(2008)의 이윤기, 리얼리즘과 신비함이 뒤섞인 ‘파주’(2009)의 박찬옥, 제주도 4·3 사건을 독특한 미학으로 승화시킨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의 오멸 등이 작가주의 영화의 계보를 이었다. 또한 제28회 밴쿠버 영화제에서 용호상을 수상한 ‘회오리바람’(2009)의 장건재, 탈북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을 예리하게 포착한 ‘무산일기’(2010)의 박정범,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창조한 ‘파수꾼’(2010)의 윤성현 등 인상적인 독립장편영화로 데뷔한 감독들도 특기할 필요가 있다.대중영화와 작가영화의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 독창적인 장르 해석과 자신만의 영화 스타일을 유지하는 감독군으로는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그리고 나홍진이 있다. 봉준호는 국내를 넘어선 흥행과 비평적 지지를 받은 ‘괴물’(2006), 뛰어난 미학적 완성도로 국내외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마더’(2009) 그리고 글로벌 영화 프로젝트의 성공작 ‘설국열차’(2013)를 이어가며 그만의 영화세계를 진보시켜갔다. 박찬욱은 ‘복수 3부작’의 완결편 ‘친절한 금자씨’(2005), 디지털 영화 미학을 개척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제62회 칸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쥐’(2008), 그리고 첫 번째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2013)까지, 영화적 야심과 예술가적 자의식을 팽팽하게 유지하고 있다. 김지운은 만주웨스턴 ‘쇠사슬을 끊어라’(이만희, 1971)를 오마주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고어 영화(선혈이 낭자하는 잔인한 묘사가 특징)에 가까운 하드보일드 ‘악마를 보았다’(2010) 등을 통해 특유의 장르 미학을 추구하고 있다.2008년 범죄스릴러 ‘추격자’로 데뷔한 나홍진은 광기 어린 액션스릴러 ‘황해’(2010), 초자연적 미스터리스릴러 ‘곡성’(2016)을 내놓으며, 스릴러 장르를 그만의 스타일과 해석으로 새롭게 구축해가고 있다. 그의 세 작품은 모두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추격자’는 제61회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황해’는 제64회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곡성’은 제69회 비경쟁부문에서 세계 영화인들을 만났다. 그는 가장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임에 틀림없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퓨전 사극·한국형 스릴러+미학적 작가주의… 흥행·작품성 인정받다

    퓨전 사극·한국형 스릴러+미학적 작가주의… 흥행·작품성 인정받다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계에 불었던 산업의 활기는 2006년 그 정점을 찍었다. 2003년부터 80편대를 기록하던 한국영화 제작편수는 2006년을 기점으로 100편을 넘어섰다. 2001년 50%를 넘어 2004년부터 60%대에 육박하던 한국영화 점유율도 급기야 2006년 63.8%를 기록했다. 현재까지도 가장 높은 수치로 기록되는 비율이다. 2006년이 한국영화산업에서 가능한 최대치를 보여준 해였다면, 2007년 이후는 위기 혹은 조정 국면으로 진입하게 된다. 2006년 7월, 긴 논란 끝에 결국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 상영제도)가 73일로 축소되었고, 때마침 버팀목이라도 무너진 듯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가 거세졌다. 한국영화 관객은 감소했고 수익률과 수출 실적 또한 하락했다. 2007년 50%로 내려선 한국영화 점유율은 2008년 42.1%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2년 만에 침체기를 극복하고 2009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만들어낸다. 시장 규모에 맞는 한국형 장르가 다듬어졌고, 상업영화와 작가주의 영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독창적인 감독들이 작품을 이어갔다. 이번 연재는 2000년대 중후반의 한국영화가 어떻게 도약해 갔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한국형 장르의 역동성 200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에서 주목할 장르 키워드는 바로 사극과 스릴러다. 퓨전의 길을 택한 사극·시대극 그리고 범죄·액션과 결합한 스릴러 장르는 다양한 장르적 요소와 이합집산하며 더욱더 진화해갔다. 이러한 장르 다변화와 ‘복합장르화’ 경향은 2010년대로 이어지며 ‘한국형 장르’가 구축되는 방법론이 됐다. 물론 한국영화의 전통적인 장르인 멜로·로맨스와 1990년대의 인기 장르였던 로맨틱 코미디도 관객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1960년대 한국 관객들이 가장 많이 찾았던 사극 장르는 2000년대 들어 현대적인 감각의 퓨전 사극으로 부활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재용, 2003)를 시작으로 2005년 ‘혈의 누’(김대승)·‘형사 Duelist’(이명세)가 이어졌고, 2005년 12월에 개봉한 ‘왕의 남자’(이준익)는 12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사극 흥행의 정점을 찍었다. 특히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시나리오를 쓴 김대우 감독은 대담한 상상력과 세련된 유머가 돋보인 ‘음란서생’(2006)과 ‘춘향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방자전’(2010)을 내놓으며 퓨전 사극의 유행을 이끌었다. 2000년대 후반에도 사극의 인기는 계속되었는데, 고려 왕조를 배경으로 에로티시즘과 결합한 ‘쌍화점’(유하, 2008), 한국형 히어로물을 표방하며 판타지 장르에 도전한 ‘전우치’(최동훈, 2009)가 대표적이다. 근현대사의 사건이나 실존 인물을 다룬 시대극 장르도 주목할 경향이다. 2004년에는 ‘효자동 이발사’(임찬상)·‘하류인생’(임권택) 등 근현대사를 가공하거나 ‘슈퍼스타 감사용’(김종현)·‘역도산’(송해성) 등 실존인물을 소재로 과거를 되돌아보는 노스탤지어 영화들이 수확됐다. 2005년에는 대통령 시해 사건을 블랙코미디 감각으로 풍자한 ‘그때 그 사람들’(임상수), 일제강점기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일대기를 그린 ‘청연’(윤종찬)이 이어졌다. 2007년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화려한 휴가’(김지훈)가 전국 730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살인의 추억’(봉준호, 2003)이 선취한 스릴러 장르는 2008년 ‘추격자’(나홍진)에서 완성됐다. 실제 연쇄살인마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추격자’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관객 500만 이상을 동원해 화제가 됐다. 이 영화의 성공은 범죄·액션 등의 요소와 결합한 스릴러 장르의 유행을 촉발, 스릴러가 현대 한국영화의 대표 장르로 등극하는 계기가 됐다. 2010년에는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끼’(강우석), 잔혹한 이미지를 전시한 ‘하드보일드’ 스릴러 ‘악마를 보았다’(김지운)가 흥행 배턴을 이었다. 액션과 스릴러는 장르 특성상 결합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의 전통적인 강세 장르인 액션이 더 전면으로 나서는 영화들도 있었다. 2010년에는 남북 분단 상황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의형제’(장훈)가 540만 관객을, 2011년에는 ‘감성 액션’을 표방한 ‘아저씨’(이정범)가 61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과 비평 모두 주목을 받았다.범죄스릴러의 인척 장르라 할 누아르, 갱스터 영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윤종빈, 2011)는 1980년대 시대상을 풍자와 해학 그리고 블랙코미디 방식으로 그리며 갱스터 장르의 신기원을 보여주었다. 한편 최동훈은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004)으로 한국형 ‘케이퍼 무비’(범죄 전문가들의 정교한 범죄 과정을 보여주는 장르)를 성공시켰다. 이후 허영만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2006), ‘멀티캐스팅’의 묘를 살린 범죄영화 ‘도둑들’(2012) 등을 내놓으며 최고의 흥행 감독으로 등극했다. 큰 예산이 들지 않는 로맨틱 코미디도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 법칙을 새롭게 재해석한 ‘달콤한 거짓말’(정정화, 2008), 박중훈의 귀환과 ‘88만원 세대’의 묘사가 인상적인 ‘내 깡패 같은 애인’(김광식, 2010), 장르 화법에 더없이 충실했던 ‘시라노: 연애조작단’(김현석, 2010), 기획 코미디의 힘을 보여준 ‘댄싱퀸’(이석훈, 2011), 460만 가까운 관객을 모은 성공작 ‘내 아내의 모든 것’(민규동, 2012), 키치적인 B급 정서가 매력적인 ‘남자사용설명서’(이원석, 2012) 등이 이어졌다. 멜로를 코믹호러에 접붙인 ‘달콤, 살벌한 연인’(손제곤, 2006), 로맨틱 코미디의 뼈대에 호러를 녹여낸 ‘오싹한 연애’(황인호, 2011)도 주목받았다. ●예술영화·상업영화 아우르는 작가주의 1996~1997년 데뷔해, 2000년대 초중반 주요 해외영화제를 통해 인정받은 작가주의 감독 홍상수, 김기덕, 이창동은 미학적 성숙을 거듭하며 그들의 영화세계를 완성시켜갔다.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치면 단연 홍상수다. 그는 매년 1~2편의 작품을 연출하며, 새로운 미학적 실험과 변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5년 ‘극장전’, 2006년 ‘해변의 여인’, 2008년 ‘밤과 낮’·‘첩첩산중’(단편), 2009년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10년 ‘하하하’·‘옥희의 영화’, 2011년 ‘북촌방향’ 등 언뜻 앞의 영화와 겹치는 듯하면서도 매번 기존의 틀을 바꿔가는 방식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마치 거울처럼 마주 보는 그의 연작들은, 각 영화의 제목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차라리 ‘홍상수 영화’로 호명하고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비평적 해석의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국내외 비평계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예술영화 관객들의 지지도 굳건하다. 김기덕은 ‘활’(2005), ‘숨’(2007), ‘비몽’(2008) 등 본인의 작품뿐만 아니라 ‘영화는 영화다’(장훈, 2008)·‘풍산개’(전재홍, 2011) 등 조감독 출신 감독의 영화 제작까지 겸했다. 그는 ‘아리랑’(2011)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피에타’(2012)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안았다. 이창동 역시 인간의 실존적 고통과 구원에 관한 질문을 멈추지 않으며, 미학적 성취를 이어갔다. ‘밀양’(2007)은 제60회 칸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 진출, 주연 배우 전도연이 한국영화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시’(2010)는 제63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각본상을 받았다. 한편 이창동은 2009년 제62회 칸영화제에서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2011년 제64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2000년대 들어 새롭게 발견된 시네아스트(cin?ste·영화예술가)로는 재중동포 출신인 장률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두 번째 장편영화인 ‘망종’(2005)이 제58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고 여러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널리 알려졌다. ‘경계’(2007), ‘중경’(2007), ‘두만강’(2009), ‘풍경’(2013)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조선족, 탈북 여성과 소년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등 경계인들의 이야기를 건조한 풍경 속에 담아내고 있다. 특히 그는 ‘경주’(2013) 이후 새로운 화법으로 전환해 더 넓은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 외에도 ‘천년학’(2007)으로 100번째 영화를 연출한 거장 임권택, 현대 한국사회에 대한 성찰을 로맨스 장르에 녹인 ‘멋진 하루’(2008)의 이윤기, 리얼리즘과 신비함이 뒤섞인 ‘파주’(2009)의 박찬옥, 제주도 4·3 사건을 독특한 미학으로 승화시킨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의 오멸 등이 작가주의 영화의 계보를 이었다. 또한 제28회 밴쿠버 영화제에서 용호상을 수상한 ‘회오리바람’(2009)의 장건재, 탈북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을 예리하게 포착한 ‘무산일기’(2010)의 박정범,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창조한 ‘파수꾼’(2010)의 윤성현 등 인상적인 독립장편영화로 데뷔한 감독들도 특기할 필요가 있다.대중영화와 작가영화의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 독창적인 장르 해석과 자신만의 영화 스타일을 유지하는 감독군으로는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그리고 나홍진이 있다. 봉준호는 국내를 넘어선 흥행과 비평적 지지를 받은 ‘괴물’(2006), 뛰어난 미학적 완성도로 국내외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마더’(2009) 그리고 글로벌 영화 프로젝트의 성공작 ‘설국열차’(2013)를 이어가며 그만의 영화세계를 진보시켜갔다. 박찬욱은 ‘복수 3부작’의 완결편 ‘친절한 금자씨’(2005), 디지털 영화 미학을 개척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제62회 칸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쥐’(2008), 그리고 첫 번째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2013)까지, 영화적 야심과 예술가적 자의식을 팽팽하게 유지하고 있다. 김지운은 만주웨스턴 ‘쇠사슬을 끊어라’(이만희, 1971)를 오마주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고어 영화(선혈이 낭자하는 잔인한 묘사가 특징)에 가까운 하드보일드 ‘악마를 보았다’(2010) 등을 통해 특유의 장르 미학을 추구하고 있다.2008년 범죄스릴러 ‘추격자’로 데뷔한 나홍진은 광기 어린 액션스릴러 ‘황해’(2010), 초자연적 미스터리스릴러 ‘곡성’(2016)을 내놓으며, 스릴러 장르를 그만의 스타일과 해석으로 새롭게 구축해가고 있다. 그의 세 작품은 모두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추격자’는 제61회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황해’는 제64회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곡성’은 제69회 비경쟁부문에서 세계 영화인들을 만났다. 그는 가장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임에 틀림없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전도연 “칸 여우주연상 무게, 지금까지도 견디는 중”

    전도연 “칸 여우주연상 무게, 지금까지도 견디는 중”

    배우 전도연이 ‘칸 영화제’ 수상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전했다. 3일 방송되는 JTBC ‘방구석1열’은 지난주에 이어 한국 영화 100주년 특집 두 번째 이야기로 꾸며진다. 이날 방송에서는 배우 전도연을 ‘칸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영화 ‘밀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 진행된 ‘방구석1열’ 녹화에서 주성철 편집장은 칸 영화제의 위상에 대해 “칸 영화제 수상은 영화인들에겐 마치 노벨상 같은 느낌이다.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이후, 2007년 전도연 배우가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탔을 땐 한국 영화 예술이 정점을 찍은 것만 같았다”라며 가슴 벅찬 순간을 회상했다. 전도연은 “수상할 때는 무대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이후 호텔 바에서 이창동 감독님과 송강호 배우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듣자 그제야 긴장이 풀리며 눈물이 펑펑 났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에 MC 장윤주는 “너무 부러워서 그날부터 4일 밤을 못 잤다”라고 이야기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전도연 배우는 “칸 영화제로 인해 얻은 영광도 크지만 좀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작품들을 하고 싶은데 점점 작품 수가 줄어들고, 영화제 출품용 영화만 출연할 것 같다는 인식이 생겼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해야 할 배우로서 그 무게감을 지금까지도 견디고 있다”라고 밝혔다. 주성철 편집장은 전도연과 함께한 소감에 대해 “여전히 우리와 함께 울고 웃어주는 전도연 배우가 ‘한국 영화 100주년’에 함께한 것은 큰 행운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전도연과 함께한 ‘방구석1열’은 3일 오전 10시 50분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대기업 자본·한국형 장르·대중 저격… 21세기 ‘웰 메이드’ 시대 열다

    대기업 자본·한국형 장르·대중 저격… 21세기 ‘웰 메이드’ 시대 열다

    2000년대는 한국영화계의 오랜 화두인 ‘영화산업의 기업화’라는 목표에 가장 근접한 시기였다. 무엇보다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덕분에 한국영화를 만드는 창작자들의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1999년 49편이던 한국영화 제작편수는 2004년 82편에 달했고 2006년에는 1991년 이후 가장 많은 110편의 영화를 만들어 지난 10년간 이어 온 양적 성장의 정점을 보여 주었다.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 역시 1999년 19억원에서 2004년 41억원을 넘어섰다. 불과 5년 만에 제작 현장의 몸집이 2배 이상 커진 것이다. 그 내용을 채운 것이 바로 한국영화 특유의 장르들이었다. 2000년대 초반 ‘조폭영화’의 유행이 있었고 이후 공포, 스릴러 장르가 전통적인 멜로드라마 일변도의 흥행 판도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2000년대 전반, 산업의 질적 성장을 책임진 ‘웰 메이드 영화’ 경향이었다. 세계가 주목하는 21세기 한국영화의 특징, 즉 완성도 높은 상업영화라는 건강한 체질은 바로 이때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대기업 중심의 산업 재편 2000년대 한국영화는 1990년대 후반에 감지된 르네상스의 기운을 주저 없이 밀고 나갔고 이는 전체 산업 규모의 확대로 이어졌다. 먼저 지표상의 수치부터 확인해 보자. 영화산업의 기반인 전국 스크린 수는 1998년 507개, 1999년 588개에서 2003년 1132개, 2004년 1451개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국의 영화관이 속속 멀티플렉스 체인으로 전환되며 스크린 숫자가 급증한 것이다. 이에 외국영화를 포함한 전체 관객수 역시 1999년 5472만명에서 2003년 1억 1947만명, 2004년 1억 3517만명으로 두 배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다. 주목할 부분은 한국영화 관객의 증가이다. 1999년 2172만명에서 2003년 6391만명, 2004년 8019만명으로 매년 배가 뛰면서, 제작 현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1999년 ‘쉬리’(강제규)가 만들어 낸 한국영화 붐과 포스트 ‘쉬리’ 효과로 인해 1998년 25.1%에서 1999년 39.7%로 상승했던 한국영화 점유율은, 2001년 50%를 넘어서더니 2004년에는 59.3%에 달하며 60%대를 넘보게 된다.(영화진흥위원회 연도별 ‘한국영화연감’ 참조) 2000년대 초중반 한국 영화산업의 구도는 충무로 토착 자본의 약화 그리고 대기업 자본의 지배력 강화로 설명할 수 있다. 새 판을 짜기 시작한 대기업의 과감한 행보에 시네마서비스(1994년 설립)로 대표되는 충무로 영화인들이 주도권을 내어 준 것이다. 사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로 한 차례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는 대기업들은, 영화산업 규모가 커지고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부가 시장의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다시 흥행 게임에 나섰다. 바로 CJ가 만든 미디어 기업 CJ엔터테인먼트, 오리온 계열의 쇼박스 그리고 롯데엔터테인먼트(2005년 설립)가 대표 주자들이었다. 먼저 각 회사의 면면을 살펴보자. 강우석 프로덕션이 모태인 시네마서비스는 서울극장의 전국 배급망과 투자·제작에 관한 강우석의 뛰어난 감각이 만난 결과였다. 2000년 제일제당에서 독립해 설립한 CJ엔터테인먼트(현 CJ ENM)는 1998년 CGV강변11을 시작으로 멀티플렉스 극장 사업에 진출하며 배급과 흥행 기반을 닦았다. 쇼박스는 2000년 삼성동 코엑스에 메가박스를 개관하며 멀티플렉스 사업에 뛰어든 오리온 그룹이 출범시킨 투자배급사였다. 1996년 설립한 미디어플렉스가 전신으로, 2002년에 본격 출범했다.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시네마서비스(2002년 플래너스로 사명 변경)는 각각 CGV, 메가박스, 프리머스 시네마라는 멀티플렉스 영화관망을 확보하며 투자·제작-배급-상영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게 된다. 2002년 전후 충무로 토착 자본을 상징하는 시네마서비스와 대기업 CJ엔터테인먼트의 2강 체제가 굳어졌고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강제규)를 위시로 쇼박스가 두각을 나타내며 3강 체제로 재편됐다. 2004년 CJ가 시네마서비스의 극장 체인 프리머스를 인수하고 시네마서비스가 CJ의 투자금을 받아 다시 프로덕션의 역할로만 물러난 것은, 한국 영화산업이 기존의 충무로 질서가 아닌 대기업 자본 체제로 재편됐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또한 2010년대까지 이어지는 CJ의 독주를 예견하는 것이기도 했다. 한편 시네마서비스의 자리는 롯데시네마를 앞세운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대체하게 된다.●한국형 장르영화의 가능성 영화 장르는 시대적 분위기와 관객의 취향에 조응해 마치 생명을 가진 것처럼 끊임없이 변화한다. 2000년대 전반 역시 한국 관객의 전통적인 선호 장르인 코미디, 액션, 통속 멜로를 기반으로 다양한 유형의 장르가 합쳐지고 또 하위 장르로 분화됐다. 특히 2000년대 초입은 ‘조폭영화’, ‘조폭코미디’가 붐을 일으켰는데 IMF 외환위기로 인한 전 국민적 스트레스 혹은 트라우마가 이 영화들을 통해 발현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01년 흥행 5위 안에, 전국 818만 관객을 동원한 ‘친구’(곽경택)를 필두로 ‘신라의 달밤’(김상진)·‘조폭 마누라’(조진규)·‘달마야 놀자’(박철관) 같은 조폭영화가 4편이나 진입하며 코미디와 액션을 선호하는 한국 관객들의 전통적인 취향을 입증했다.(당시 흥행 2위는 곽재용 감독의 로맨틱코미디 ‘엽기적인 그녀’가 차지했다.) 2002년에도 ‘가문의 영광’(정흥순)·‘공공의 적’(강우석)·‘광복절 특사’(김상진) 등이 흥행에 성공하며 유사한 장르의 경향이 이어졌다. 한편 스타도 액션도 없었던 ‘집으로…’(이정향)가 전국 4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흥행 2위에 오른 것은, 관객들이 조폭영화의 폭력성과 폭력의 희극화에 금세 피로감을 느꼈던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2003년 이후 한국영화계는 로맨틱코미디와 조폭코미디 경향이 약화된 반면 세련된 공포·스릴러 장르와 인터넷 소설 원작 영화가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먼저 공포영화부터 점검해 보자. 2003년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윤재연)·‘장화, 홍련’(김지운)·‘거울 속으로’(김성호)·‘4인용 식탁’(이수연) 등 다양한 소재의 호러 장르들이 작가주의적 관점을 유지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2005년에는 ‘분홍신’(김용균)·‘여고괴담4: 목소리’(최익환)·‘가발’(원신연) 등의 공포영화가 제철인 여름 시즌에 안착했다. 2010년대 한국영화를 주도하게 되는 스릴러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2003년 ‘살인의 추억’(봉준호)과 ‘올드보이’(박찬욱)가 선취한 스릴러 장르는 점차 외연을 넓혀 갔다. 2007년 ‘그놈 목소리’(박진표)·‘극락도 살인사건’(김한민)·‘리턴’(이규만)·‘세븐데이즈’(원신연) 등으로 액션, 미스터리 요소와 결합하거나 ‘혈의 누’(김대승)·‘기담’(정식·정범식)·‘궁녀’(김미정) 등 공포·사극 장르와 뭉치는 식이다. 한편 인터넷 소설의 영화화 붐은 2003년 ‘동갑내기 과외하기’(김경형)가 전국 49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시작됐다. 이를 신호탄으로 이듬해 ‘그놈은 멋있었다’(이환경)와 ‘늑대의 유혹’(김태균) 등 인터넷 소설을 빌려 10대 영화 시장을 공략하는 트렌디 영화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한국인의 전통적인 선호 장르인 통속 멜로드라마의 저력도 여전했다. ‘내 머리속의 지우개’(2004·이재한), ‘너는 내 운명’(2005·박진표)이 이른바 신파 정서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 대표작들이다. 2005년에는 도시남녀의 세련된 사랑이야기가 이어졌다. ‘멀티캐스팅’의 묘를 살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민규동)·‘새드 무비’(권종관), 독특한 감성이 인상적인 ‘사랑니’(정지우)·‘연애의 목적’(한재림), 90년대식 로맨틱코미디가 진일보한 ‘광식이 동생 광태’(김현석)·‘작업의 정석’(오기환) 등 멜로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시도들이 선보였다.●대중과 비평이 모두 좋아하는 영화 2000년대 초중반 순수한 예술영화 진영이 아닌 상업영화의 최전선에서, 대중과의 접점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장르 영화로 승부하는 감독들의 작품이 주목을 받았다. 특히 박찬욱, 봉준호는 각각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 2003년 ‘살인의 추억’을 내놓으며 ‘대중적 작가주의’라는 새로운 인식 기준을 제시한다. 이는 바로 ‘웰 메이드 영화’ 담론으로 연결됐다. 이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3년이다. ‘살인의 추억’,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재용), ‘올드보이’, ‘장화, 홍련’ 등 네 작품이 모두 3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5위권에 들자 ‘돈 버는 영화’와 ‘공들여 잘 만든 영화’의 간극이 없어진 것을 포착한 영화 저널과 평론가들이 이 용어를 내놓았다. 특히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올드보이’가 이듬해 제57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까지 받은 것은 웰 메이드 경향의 핵심을 보여 준 사건이었다. 덕분에 2000년 흥행 1위를 차지한 박찬욱의 전작 ‘공동경비구역 JSA’가 한국영화의 웰 메이드 시대를 연 것으로 재정의되기도 했다.‘잘 만든’ 상업영화를 뜻하는 웰 메이드 영화는, 사실 엄밀한 용어라기보다 여러 의미들을 포괄하며 다양하게 쓰인다. 탄탄한 내러티브(이야기 구조)를 기반으로 장르의 관습을 잘 활용하여 상업영화로서의 완성도를 높인 영화를 뜻하기도 하고, 대중영화의 틀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는, 즉 흥행과 작가주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영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미술과 사운드 그리고 후반작업까지 전 분야의 완성도를 높인 영화라는 것이 기본 전제다. 이러한 웰 메이드 계보는 2004년 ‘범죄의 재구성’(최동훈)·‘효자동 이발사’(임찬상), 2005년 ‘혈의 누’(김대승)·‘달콤한 인생’(김지운) 등의 작품으로 이어졌다. 상업영화라는 한계를 안고서도 감독의 연출력을 최대한 밀어붙여 만든 영화가, 작품성도 인정받고 흥행에도 성공한다면 그것은 영화산업의 가장 건강한 모습일 것이다. 웰 메이드 영화는 한국영화산업의 현실적인 전략이자 강점이 됐고 한국영화의 브랜드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PARK CHAN-WOOK’ 대체불가 화법과 미학적 실험…한국 넘어 세계적 거장 반열에

    ‘PARK CHAN-WOOK’ 대체불가 화법과 미학적 실험…한국 넘어 세계적 거장 반열에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난 박찬욱은 서강대 철학과 재학 시절 히치콕의 ‘현기증’(1958)을 감상한 후 영화에 매료됐다고 한다. ●충무로 비주류서 ‘…JSA’ 통해 스타 감독으로 영화감독을 꿈꾸며 영화광으로 살아가던 그는 졸업과 동시에 충무로 현장으로 뛰어든다. 충무로 시절은 그에게 시련을 안겼지만, 단련과 성장의 시기이기도 했다. 이장호 감독의 판영화사가 제작한 ‘깜동’(유영진·1988)의 연출부를 거쳐 곽재용 감독의 ‘비오는 날의 수채화’(1990)에서 각본과 조감독을 맡았다가 중도 하차했다. 그리고 ‘달은… 해가 꾸는 꿈’(1992)으로 비교적 빨리 감독 데뷔를 이뤘지만, 소수 마니아들만의 지지에 그치기도 했다. 이후 영화평론가로 살던 그는 고심 끝에 ‘3인조’(1997)를 내놓았지만 역시 흥행에 실패했다. 그가 비주류 감독에서 흥행 감독으로 단박에 올라선 것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에서다. 충무로에 새로운 바람이 일던 시기, 명필름의 프로듀싱 능력과 장르 영화에 관한 그의 뛰어난 감각이 행복하게 조우한 결과였다. ●복수 3부작 … 대중과 작가주의 접점 찾다 이후 장대한 복수 3부작이 펼쳐진다. ‘복수는 나의 것’(2002)에서 다시 대중적 화법과 멀어지며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영화 최초로 본격적인 하드보일드(비정하고 냉혹한 스타일)의 길을 개척했고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작 ‘올드보이’(2003)에서는 대중성과 작가주의 미학의 접점을 찾는 데 성공하며 한국 영화를 새로운 차원으로 위치시켰다. 그리고 ‘친절한 금자씨’(2005)로 대중의 영화 감각을 끌어올리는 그만의 연출력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다. ●‘스토커’·‘아가씨’… 멈추지 않는 실험정신 이후 행보도 주목해야 한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에서 디지털 영화 미학을 실험했고 2009년 에밀 졸라 원작에 뱀파이어 호러를 가미한 ‘박쥐’로 다시 칸영화제의 선택(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이후 할리우드에서 ‘스토커’(2013)를 연출했고 ‘아가씨’(2016)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과 대중적 성공을 동시에 이뤘다. 영국과 북미에서 크게 성공한 이 영화는, 한국 영화 최초로 영국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 수상까지 거둔다. 박찬욱은 21세기 한국 영화가 세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앞장섰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세계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감독으로 우뚝 섰다.
  • 김태리, 역대급 졸업사진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을 듯’

    김태리, 역대급 졸업사진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을 듯’

    배우 김태리의 역대급 초등학교 졸업사진이 공개됐다.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역대급 초등학교 졸업사진’이란 제목으로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해당 사진은 한 초등학교 졸업사진으로 사진 아래 ‘김태리’라고 적혀있다. 김태리는 지금과 똑같은 앳된 외모를 자랑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을 접한 네티즌은 “역대급 졸업사진”,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을 듯”, “영화 한 장면 같아”, “너무 귀엽다”, “지금고 얼굴 똑같다”, “매력 폭발” 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김태리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로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단독] 이 모습, 아카데미서도 볼까

    [단독] 이 모습, 아카데미서도 볼까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목표 활동 민관 첫 합동 한국영화 홍보 지원정부와 민간 영화 배급사가 국제 영화제 수상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처음으로 꾸렸다. 대상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으로, 목표는 내년 2월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 수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오석근 위원장은 1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배급사인 CJ ENM과 지난달 팀을 구성하고 홍보 활동을 함께하기로 했다.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으면 한국 대외 이미지를 높이고, 한국 영화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전방위 지원 의지를 밝혔다. 윤인호 CJ ENM 영화팀장은 “배급사만 나서서 홍보 활동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큰 힘이 되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TF팀은 영진위, CJ ENM, 미국 배급사 니온과 영화인 등을 비롯해 10여명 정도로 구성됐다. 영진위는 전 세계 한국문화원을 통해 홍보에 나서고 유명 영화인 등을 통해 아카데미 회원에게 알리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내년 아카데미 영화제 종료 뒤에는 그간 활동을 기록한 백서도 내놓는다. 영진위와 CJ ENM이 공조하게 된 데에는 지난해 이창동 감독 영화 ‘버닝’ 사례가 계기가 됐다. 영화는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올해부터 국제장편영화로 이름 변경) 부문 예비 후보에 그쳤다. 배급사가 영화를 출품하면 심사위원들이 후보를 선정하는 일반 영화제와 달리 아카데미는 8000여명의 회원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후보를 선정한다. 미국 영화인을 비롯해 세계 유명 영화인이 회원으로 속해 있다. 한국은 봉 감독과 박찬욱 감독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 영화는 해외 영화제에서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카데미 상 후보로 오른 적은 한번도 없다. 지난해 영화 ‘버닝’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많은 해외 영화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을 휩쓸었지만 아카데미 본선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영진위는 이 원인을 아카데미 회원을 대상으로 한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이 국가별 대항전 성격을 띠는 점도 영진위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이다. 이 부문은 국가별로 1개 영화만 추천할 수 있다. 영진위는 올해 한국 후보로 ‘기생충’을 정했다. 다만 ‘기생충’이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상업적인 아카데미에 맞서 만든 칸에서 대상을 받아 아카데미 회원들이 이를 꺼리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윤 팀장은 “‘기생충’은 작품성과 상업성을 고루 갖췄다”며 “국제장편영화 부문과 다른 부문에서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박스오피스 모조닷컴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3곳의 상영관에서 개봉해 사흘 동안 37만 6264만 달러(약 4억 4549만원)를 벌어들였다. 스크린당 평균 수입이 12만 5421달러(1억 4847만원)로, 올해 개봉한 영화 중에서 1위를 기록했다. 미국 배급사 니온은 다음주 보스턴,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주요 도시 등에서 상영관을 25~3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한국형 블록버스터 ‘쉬리’… 영화 한류, 그 시작을 알리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쉬리’… 영화 한류, 그 시작을 알리다

    1990년대 중후반 한국 사회는 ‘문화의 시대’라고 불리기 시작한다. 정치권력에 예속되지 않은 독자적인 문화 영역이 부각됐고, 한국영화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992년 ‘결혼이야기’와 ‘미스터 맘마’를 위시로 한 기획영화의 등장은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영화산업에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1999년 ‘쉬리’의 전국 580만명 흥행 성공은 한국 영화산업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와이드 릴리스(광역 개봉 방식)로 상징되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한국영화가 맞이한 르네상스는 양적 성장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2000년대 한국영화의 완성도를 책임질 신인감독들이 대거 등장했고, 세계영화제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들도 이 시기에 출현했다. 문자가 아닌 영상의 시대, 한국의 ‘영화청년’들은 시네마테크(예술영화전용관), 영화저널, 국제영화제 등과 역동적인 관계망을 구축하며 분명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풍성한 영화문화를 꽃피우게 된다.●한국형 블록버스터 등장… 영화 판을 바꾸다 1990년대 초중반 한국영화는 할리우드 외화 직배로 위기를 맞았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고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 내며 문화계의 중심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이는 수치로도 설명된다. 1993년 외국영화 대비 한국영화 점유율(서울 관객 기준)은 15.9%로 가장 낮았지만, 1997년부터 25% 선을 회복한 후 1999년 39.7%까지 올랐다. 물밀듯이 들어오는 외화의 틈바구니 속에서 흥행작들이 버텨 준 덕분이었다. 1995년 ‘닥터 봉’(이광훈, 37만명 흥행), 1996년 ‘투캅스 2’(강우석, 63만명), ‘은행나무침대’(강제규, 45만명), 1997년 ‘접속’(장윤현, 67만명), 1998년 ‘편지’(이정국, 1997.11 개봉, 72만명), ‘약속’(김유진, 66만명), 1999년 ‘주유소습격사건’(김상진, 96만명) 등이 한국영화의 상업적 존재감을 만들어 갔다. 특히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성공작으로 기록되는 ‘쉬리’(강제규)가 한국영화 흥행을 견인했다. 전국 스크린 수가 600개를 기록하던 시절(KOBIS 기준 현재 3127개), ‘쉬리’는 처음으로 전국 58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2000년대 한국영화의 ‘천만 관객 시대’를 예고했다고 할 수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차용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말은 1998년 여름에 개봉한 ‘퇴마록’(박광춘)의 홍보 문구에서 처음 등장했다. ‘블록버스터’의 어원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 공군이 사용한 폭탄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설명되는 할리우드 대작 영화의 제작·개봉 방식을 의미한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대규모 흥행을 목적으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여 제작한 후, 최대한 많은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해 단기간에 큰 흥행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75년 ‘죠스’(스티븐 스필버그)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흥행 수입 1억 달러(약 1200억원)의 벽을 돌파하면서부터다. 매끄러운 이야기 전개보다는 화려하고 압도적인 스펙터클 위주의 영상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특징이다. 다시 1990년대 후반의 한국영화계로 돌아오자.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가 15억원 수준이던 당시, ‘퇴마록’은 상대적으로 많은 24억원의 제작비를 들였고, 특수 효과에 기반한 볼거리를 앞세웠으며, 거액의 마케팅 비용과 함께 서울 27개관, 전국 70개관의 대규모 전국 동시 개봉을 추진했다. 한국 시장에서 추진한 첫 번째 블록버스터 방식의 영화였던 것이다. 개봉 첫 주 제작진의 의도대로 전국 45만명을 동원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지만, 결과적으로 그해 한국영화 흥행 5위에 그치며 블록버스터 전략을 완벽하게 성공시키지는 못했다. 한국 영화산업의 현실에 맞지 않는 공허한 방법론이 될 뻔했던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1999년 ‘쉬리’를 통해 유의미한 제작 전략으로 정착한다. ‘쉬리’의 제작발표회에서 강제규 감독은 “할리우드에 대적할 만한 한국형 액션 블록버스터를 만들겠다”는 출사표를 던졌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메이킹 영상을 돌려보며 한국영화 기술 수준에서 가능한 것들만 추려 냈다. 마침내 ‘쉬리’는 개봉 21일 만에 ‘서편제’(1993, 서울 기준 103만명)가 보유한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돌파, 서울에서만 24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당시 전 세계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타이타닉’(1997)의 제작비가 무려 2억 5000만 달러(약 3000억원)였는데, ‘쉬리’는 100분의1에 불과한 32억원의 제작비만 들여 국내 흥행에서 승리한 것이다. ‘쉬리’의 성공 신화는 IMF 외환위기 사태라는 국가적 상처를 치유하는 담론이 되었고, 김대중 정부의 국민영화로 등극했다. 특히 이 영화는 일본시장에서도 처음으로 13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 한류의 기반이 되었다. 한국의 영화산업이 ‘쉬리’의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후 한국영화는 새로운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2배 이상 뛴 제작비와 급상승한 마케팅비, 광역 개봉 방식 등 ‘규모의 경제’라는 유사 할리우드 전략을 이어 간 것이다. 1995년 10억원(순제작비 9억원, 마케팅비 1억원)이었던 한국영화 평균 총제작비는, 불과 4년 만인 1999년 19억원(순제작비 14억원, 마케팅비 5억원)으로 뛰었다. 2004년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2003.12 개봉)와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1000만 관객 시대를 연 것은 분명 1990년대 말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경험이 귀중한 자산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1000만 관객 영화’라는 호명 앞에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말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2004년 시점 한국영화는 평균제작비가 40억원을 넘고, 점유율은 무려 59.3%를 기록하는 급격한 성장을 맞게 된다. ●작가주의 감독들 성장… 상업영화 새 모델로 1990년대 중후반의 산업적 활력이 작가주의 감독들의 시대를 만들어 낸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젊은 감각의 영화사들은 흥행뿐만 아니라 작품성까지 고려할 패기가 있었고, 신인 감독들 역시 대중영화와 예술영화의 접점을 적극적으로 고민했으며, 그들의 작품들을 지지하는 젊은 관객들이 한국의 영화문화 지형을 새롭게 짜고 있었다.국내외 대학의 영화과, 대학 영화동아리, 영화아카데미(1984년 영화진흥공사 산하 설립) 등에서 단편영화 연출로 단련한 ‘영화청년’들이 신진 감독군을 형성, 상업영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1994년 데뷔한 ‘장미빛 인생’의 김홍준, ‘세상 밖으로’의 여균동, 1995년 ‘은행나무 침대’의 강제규, ‘돈을 갖고 튀어라’의 김상진, ‘내일로 흐르는 강’의 박재호, 1996년 ‘세 친구’의 임순례, ‘박봉곤 가출사건’의 김태균, ‘고스트맘마’의 한지승, 1997년 ‘접속’의 장윤현, ‘넘버3’의 송능한, ‘억수탕’의 곽경택, 1998년 ‘아름다운 시절’의 이광모, ‘내 마음의 풍금’의 이영재 등은 충무로 상업영화 시스템 내에서 그들만의 개성적인 스타일을 보여 주며 1990년대 르네상스를 꽃피웠다. 특히 1990년대 후반 등장한 일군의 감독들은 관객과 비평을 두루 만족시켰던 2000년대 한국영화의 세련된 흐름을 예견하고 있었다. 1998년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는 ‘봄날은 간다’(2001), ‘미술관 옆 동물원’의 이정향은 ‘집으로’(2002),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임상수는 ‘눈물’(2000)에 이은 ‘바람난 가족’(2003), ‘정사’의 이재용은 ‘순애보’(2000)에 이은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 ‘조용한 가족’의 김지운은 ‘반칙왕’(2000), ‘기막힌 사내들’의 장진은 ‘간첩 리철진’(1999)에 이은 ‘킬러들의 수다’(2001)로 21세기 한국영화의 서두를 장식했다. 1999년 역시 세련된 화법을 선보인 감독들의 데뷔가 이어졌는데, ‘해피엔드’의 정지우는 ‘사랑니’(2005),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민규동, 김태용은 각각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과 ‘가족의 탄생’(2006)으로 안정된 연출력을 선보였다. 2000년대 해외 영화제를 통해 인정받은 작가주의 감독들이 등장한 것도 이때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로 데뷔한 홍상수는 ‘강원도의 힘’(1998)을 이어 가며 모더니즘 미학의 본격적인 흐름을 만들었고, ‘악어’(1996)로 데뷔한 김기덕은 원초적인 에너지와 남근중심적인 폭력성이 찬반의 평가를 낳는 가운데 국내외 마니아층을 확보해 갔다.치열한 창작의 고통을 원고지에서 스크린으로 옮겨 간 이창동은 ‘초록물고기’(1997)에 이은 ‘박하사탕’(2000)으로 세계적인 작가주의 감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편 박찬욱은 영화광으로서의 취향을 앞세운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1992)과 ‘삼인조’(1997)를 내놓으며 관객과의 접점을 찾는 데 더딘 행보를 보였지만, ‘공동경비구역 JSA’(2000)로 일거에 도약했다. 이 영화는 한국 상업영화 특유의 뛰어난 완성도를 의미하는 2000년대 ‘웰 메이드 영화’의 장대한 흐름을 선취한 것으로 평가된다.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부고]

    ●박찬욱(KEB하나은행 지점장) 철수(한국전력 사외이사)씨 모친상 김옥기(전 전남도의원)씨 장모상 25일 나주시농협장례식장, 발인 28일 오전 8시 30분 (061)334-4440 ●이대원(전 대구수성경찰서장·대구경우회장)씨 별세 동훈(대명호텔앤리조트) 정호(보림토건) 은희(주부)씨 부친상 정재철(특허청 심사관)씨 장인상 김현정(주부) 전은혜(남대구세무서)씨 시부상 25일 대구 전문장례식장, 발인 28일 오전 7시 30분 (010)2216-4230 ●이주봉(전 해남중 교장)씨 별세 영기(광주은행 전남영업본부 부장) 화정(경기 안성초 교사) 형돈(부산 힘찬병원 내과 과장) 형도(한국철도공사)씨 부친상 26일 광주 VIP 장례타운, 발인 28일 오전 (062)521-4444 ●심영선(충청타임즈 괴산·증평담당 부국장)씨 모친상 25일 경북 점촌 함창 중앙장례식장, 발인 28일 오전 8시 (054)541-4477 ●남봉현(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국제협력TF단장)씨 모친상 홍성민(카길애그리퓨리나 부장)씨 장모상 이영희(서울대병원 수간호사)씨 시모상 26일 천안하늘공원 장례식장, 발인 28일 오전 7시 (041)621-8013 ●임재문(영등포 맥스과학학원 원장)씨 모친상 26일 서울 홍익병원, 발인 28일 오전 6시 (02)2600-1445 ●허영(현대해상 차장) 허준(삼성LCD 과장)씨 부친상 2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8일 (02)3410-3151 ●진대웅(전 코리아헤럴드 기자)씨 별세 25일 분당차병원, 발인 27일 오전 8시 30분 (031)780-6160
  • [부고] 이대원씨 별세, 김옥기씨 장모상

    ●이대원(전 대구수성경찰서장·대구경우회장)씨 별세, 이동훈(대명호텔앤리조트)·정호(보림토건)·은희(주부)씨 부친상, 정재철(특허청 심사관)씨 장인상, 김현정(주부)·전은혜(남대구세무서)씨 시부상, 25일 오후, 대구 전문장례식장 특101호, 발인 28일 오전 7시 30분. 010-2216-4230 ●박찬욱(KEB하나은행 지점장)·철수(한국전력 사외이사)씨 모친상, 김옥기(전 전남도의원)씨 장모상, 25일 오후 8시 10분, 나주시농협장례식장 1층 VIP실, 발인 28일 오전 8시 30분. 061-334-4440
  • [인사]

    ■행정안전부 ◇국장급 전보 △정보기반보호정책관 박상희 ■산업통상자원부 ◇과장급 전보 △중동아프리카통상과장 김정대 ■국세청 ◇부이사관 전보 △국세청 대기 이승수 한창목 김진호 ◇과장급 전보[국세청]△정책보좌관 김준우△대변인 김재철△국세통계담당관 장신기△정보화1담당관 남우창△정보화2담당관 박찬욱△납세자보호담당관 김태호△국제세원관리담당관 최인순△부가가치세과장 박광종△조사1과장 백승훈△조사2과장 공석룡△국제조사과장 박정열△장려세제운영과장 김대일△대법원 파견 이법진△국무조정실 파견 임상진△조세심판원 파견 전지현[서울지방국세청]△운영지원과장 최원봉△개인납세1과장 박달영△개인납세2과장 홍성표△법인납세과장 한지웅△조사1국 조사2과장 강승윤△조사1국 조사3과장 이봉근△조사2국 조사관리과장 이준희△조사2국 조사2과장 양정필△조사3국 조사1과장 전애진△조사3국 조사3과장 박성학△조사4국 조사2과장 강영진△국제조사2과장 오미순△종로세무서장 고점권△남대문세무서장 서재익△용산세무서장 김지암△성북세무서장 김승민△마포세무서장 이준호△영등포세무서장 이훈구△동작세무서장 안진흥△강남세무서장 정용대△반포세무서장 윤순상△서초세무서장 홍성범△중랑세무서장 김민기△도봉세무서장 고현호△강동세무서장 고영호△노원세무서장 변세길[중부지방국세청]△운영지원과장 윤영일△개인납세2과장 남아주△체납자재산추적과장 김광칠△조사1국 조사2과장 이진△조사1국 국제거래조사과장 한인철△조사2국 조사1과장 서영윤△조사2국 조사2과장 최지은△안양세무서장 정대만△동안양세무서장 김기영△동수원 세무서장 최명식△화성세무서장 김영철△평택세무서장 나성길△분당세무서장 백운철△용인세무서장 윤경필△원주세무서장 공준기△인천세무서장 이상철△북인천 세무서장 정근형△파주세무서장 배상재[대전지방국세청]△징세송무국장 정성훈△조사2국장 김학선△대전세무서장 김남선△동청주세무서장 김수현△제천세무서장 임지순△공주세무서장 장종환△아산세무서장 박태의[광주지방국세청]△조사2국장 황영표△익산세무서장 김천기[대구지방국세청]△성실납세지원국장 정규호△조사2국장 강대일△북대구세무서장 서동욱△수성세무서장 강영구△수영세무서장 신동익[국세공무원교육원]△교육지원과장 이임동△교수과장 고영일[초임 세무서장]△홍천세무서장 정순범△삼척세무서장 이광섭△속초세무서장 김왕성△서산세무서장 오원균△정읍세무서장 정학관△남원세무서장 김상경△목포세무서장 장길엽△해남세무서장 박민후△경산세무서장 최종열△경주세무서장 김학관△영덕세무서장 김기수△상주세무서장 구종본△부산지방국세청 감사관 김성철△중부산세무서장 이동준△북부산세무서장 이창남△창원세무서장 이민수△김해세무서장 하영식△거창세무서장 박우용 ■한국원자력연구원 △수출용신형연구로실증사업단장 정환성 ■비욘드포스트 △대표이사 겸 발행인 황석순△광고국장 이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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