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박지현
    2025-09-0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57
  • [굄돌] 추운 봄나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신문지상에선 봄 여행을 안내하고 있다. 봄이 제일 먼저 온다는 남해 부근과 그 근방 강을 낀 곳,얼음 풀린 강물과 더불어 산수유,매화,벚꽃….그 이름을듣기만 해도 봄 냄새가 물씬거려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인다.긴 겨울의 자리털기를 위해 꼭 어딘가로 떠나야만 된다는법은 없지만 그냥 집에서 조용히 맞아들이기에는 이 봄은너무 유혹적이다. 봄맞이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그만큼 모든 가슴들이 삭막해져 있다는 것일게다. 며칠 전 아파트 관리비에 부가세를 물린다는 보도가 짤막하게 나왔다.거기에 반발한 아파트 주민들이 내지 않겠다고 하고 국세청은 이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누구의 발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국민들의 목을 조르는 일임엔 틀림없다.부가가치세란 국어사전에 이렇게 나와 있다.‘상품이나용역이 생산·유통되는 모든 단계에서 기업이 새로 만들어 내는 가치인 마진에 대해 과하는 세금’.더 구체적으로 ‘판매금액에서 매입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인 부가가치에 부가가치 세율을 곱한 것임’. 그렇다면 아파트 관리비는 어디에 해당되어서 부가가치세를 매기는 것인지….아파트를 구입할 때 이미 낼만큼의 세금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새삼스럽게 상품의 가치로 재평가되어 세목의 대상이 된 것인지,아니면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상품의 대상이 된 것인지.아파트 관리비에까지 세목을 확산시키는 일이 과연 타당한 일인지,아무리 조세 걷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국세청이라도 이건 말이 안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범위 내에서 세상을 이해한다.그 맥락에서 최악의 구직난,대학생 강도 등 각종 사건 사고들과 기업의 탈세,종금사부도,수출 부진 또는 사채에 얽힌 청부살인 등등에 보태진세금에 관한 대목은 읽기가 무서울 정도다. 특별히 등 기댈 데 없는 서민들로서는 점점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말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이제 봄이 되었으니 봄나들이도 가야 한다.사치스런 감상만은 아니다.저마다의 에너지 충전이 있어야 어떤 어려움도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일이면 또 어떤 세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오늘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경기 회복,탈루된 고액 세금 환수,최대의 구인난,형평성 없이 고지되는 불균형 세금을 고쳐 잡는다는 신나는 뉴스가 있다면 모를까. 박지현 시조시인
  • [굄돌] 삶의 업그레이드

    베란다 한 쪽 켠에 긴 손잡이가 달린 꽃바구니가 몇 개 있다.생일,결혼 기념일 등 각종 축하 꽃바구니로 배달되었는데처음 그 화려하고 아름답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젠 앙상한 가시뼈처럼 남았다.문제는 버리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계속 쌓아두기도 뭣하다는 것이다.온통 베란다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을 볼 때 마음이 석연치 않아 어떻게든 처리를해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뤄오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발렌타인데이 때의 일이다.남자 친구들에게 줄선물을 마련하느라 대학 다니는 딸들이 동대문에서 초콜릿덩어리를 사와 원하는 모형을 만드느라 부산을 떨었다.방 한쪽에 모아둔 포장지도 꺼내고 망사도 펼쳤다. 그런데 베란다로 나가더니 마른 꽃은 덜어내고 빈 바구니만들고 와 먼지를 닦아내는 것이다.거실은 초콜릿 바구니를 꾸미느라 어지럽기 짝이 없었다.얼마 후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한 눈에도 탐스러운 근사한 초콜릿 바구니가 거실 한 가운데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집에서 만드는 것이뭐 대수로울까 했던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축하꽃들이 담겨져 왔을 당시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에 많은 생각이 교차되었다. 한 번 사용되었던 것들을 다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이어디 꽃바구니뿐이겠는가.쓰임새에 따라 얼마든지 깜쪽같은변신을 이루는 재활용품들이 우리 생활 주변엔 너무 많다.빈종이 상자나 망사들은 사실 한 번 쓰고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들이다. 요즘 EBS 문화센터에서는 아이들 옷 만들기에서부터 헌 의자 수리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적은 돈으로 새로운 물건을만들거나 재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방영하고 있다. 어느 집을 방문해도 재활용해서 사용하는 물건들을 하나씩은꼭 보게 된다. 이젠 그만큼 재활용 의식이 우리 생활 깊숙이보편화되어 있다는 얘기다. 나는 이 참에 재활용의 의미를 조금 넓게 보고 싶다.새로운문명에 밀려 자꾸 자괴감이 드는 중년 이후의 삶을 업그레이드시키는 한 방편으로 늦깎이 공부를 하거나 낯선 것에 도전해 보자는 얘기다. 새로운 것을 자꾸 만들어 내는 일은 이미 있는 것의 복합적모방에 다름 아니다.다르게 보기,새롭게 보기,거꾸로 보기에서 찾는다면 그만큼 큰 재활용은 없을 것이다. 박지현 시조시인
  • [굄돌] 최소한의 배려

    아래층에 창하는 여자가 산다. 여기로 이사온 첫날부터 둥떠덕쿵 두웅- 하는 장구소리와 함께 탁하고 목쉰 소리를 들어야 했다.싫든 좋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일단 소리를 시작하면 일방적으로 들을 수 밖에 없었으므로 음악감상이 아니라 분명 소음이었다.올해로 오년 째다.창과 장구소리.사물놀이 공연 보기를 즐겨하는 나로서는 장구소리가 싫을 리 없다. 올해 대학에 갓 입학한 막내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내내 사물놀이 동아리에서 꽹과리와 장구를 쳐댔으니 그 애도 싫어할 리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식구들은 이 소리와 함께 탁하고 꺽꺽대는 발성에 있는 대로 기가 질려 있다.낮엔그런 대로 참을 수 있지만 밤늦도록까지 소리를 지르며 장구를 마구 쳐대는 행태를 못 견뎌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가을 수능시험을 코앞에 둔 막내는 견디다 못해 아예집에서는 공부를 포기했다.공연장에서는 신명나던 창과 장구소리가 때와 장소에 따라서 이토록 괴로울 수도 있구나 하는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큰 맘 먹고 딱 한 번 인터폰으로 자중을 권고했다.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오히려 모처럼 친척집이라고 어린 조카애들이 놀러 와서 뛰놀자 아래층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인터폰을 해댔다.쿵쾅거려 수면에 방해된다는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현관까지 쫓아와서 아이들 단속을 해달라고 적반하장격의 항의를 강력하게 했다.밤 아홉 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이후에도 늦은 밤 장구 두드리는 소리와창을 하는 소리가 여전했던 것은 물론이다. 반상회 때 오르는 단골 메뉴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강아지소변 금지,밤늦게 못 박는 행위,피아노 치기이다.그러나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다.남이 내는 소리엔 민감하고 내가 내는소리엔 너그럽기 때문일 것이다. 소음 속에 하루가 시작되고마감되는 현대사회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배려만 가진다면 좁은 통로에서도 서로 부딪치지 않으려 기다려 줄줄 아는 미국시민들을 그리 부러워할 일만 아닐 것이다. 박지현 시조작가
  • [굄돌] 그렇게 봄은…

    입춘·우수가 지났는데도 동장군은 좀처럼 물러갈 줄 모른다.달력을 보면서 괜히 조바심치고 으스스 한기가 드는 것은요즘 날씨 탓일까.그런데 봄은 어김없이 남쪽에서 북상하고있는 모양이다.며칠 전 텔레비전 카메라가 한반도 남쪽 끝에있는 여수 오동도의 만발한 동백꽃을 잡아주었다. 비록 화면속이었지만 탐스럽기 그지 없었다. 동백꽃이 피었다가 지면뒤이어 매화·산수유도 피어날 것이다. 그러나 어디를 둘러봐도 쉽게 봄이 올 것 같지는 않다.백화점 여성의류 코너마다 때이른 봄옷들이 그 화사함을 뽐내고있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시큰둥하고,신문과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연일 추운 소식만 보도되고 있다.구조조정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실업자 백만시대의 공포,인기연예인의 공연을보기 위해 며칠째 추운 바닥에서 노숙하는 청소년들,최악의대졸 취업난 등….도무지 신나고 즐거운 소식은 없는 것이다.갈팡질팡하는 교육정책도 나를 슬프게 한다.가장의 실직과예측할 수 없는 경제위기 속에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주부들의 현주소다.봄이 저만치 왔다가도로 갈 수밖에 없을 것만 같다.아직 눈더미는 녹지 않고 아파트 후미진 곳과 골목 사이에 고집스럽게 남아 있다. 며칠 전 우연히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대다가 화단에서 어떤 물체를 보게 되었다.연두빛 어린 새싹이었다.아니 새싹이라고 하기엔 제법 모양새를 갖춘 풀이었다.너무 자주 내려이젠 지겨워진 눈 속에 깔려 있다가 며칠 녹녹해진 햇살에그 존재를 뾰족이 드러낸 것이다.반가운 마음에 앞서 갑자기마음이 신산해짐은 역시 날씨 탓만은 아니리라. 그러다가 오늘,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조카에게 가방을 하나사주려고 백화점에 데리고 갔는데,조카는 이것저것 신중하게고민하더니 제 마음에 꼭 드는 분홍빛 가방을 끌어안고 좋아어쩔 줄 몰라했다.아직 때묻지 않은 천진한 모습에서 코끝이찡해 옴을 느꼈다.순간,겹겹의 눈더미를 헤치고 쏘옥 고개내민 연초록 풀잎이 조카의 모습과 오버랩되었다.나는 어린조카를 번쩍 안아들고 가슴에 꼬옥 품어주었다. 코 안 가득시큼한 비닐가방 냄새 대신 그 조카에게선 봄 냄새가 물씬나는 것같았다.봄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박지현 시조시인. ◆알림 굄돌 필진이 3월부터 바뀝니다.앞으로 4월까지 두 달동안 집필해 주실 네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 3∼4월 ▲박지현(46·시조시인)▲라윤도(48·건양대 교수·국제정치학)▲곽수(51·서양화가)▲이도형(36·도예평론가)
  • MBC 새 아침드라마‘내 마음의 보석상자’

    백화점 식당가에서 한식당을 하는 맹여사.어린시절부터 흠모해온 고향 오빠가 사별하자 전실 자식 둘을 마다않고 그와 결혼한다.소설가인 남편은 더없이 자상한 로맨티시스트,하지만 가장으로는 무능하다. 맹여사는 유독 전처소생 아들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쏟으며 4남매를억척으로 키워낸다. 그녀의 친딸 수정은 이런 엄마가 지긋지긋하다.“절대로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라며 증오와 복수심을 키우지만 운명처럼 다가온 남자는 애 딸린 이혼남.마음을 다잡고 도리질 쳐보지만 사랑을 막을 수가 없다. 5일 첫방송되는 MBC 새 아침드라마 ‘내 마음의 보석상자’(박지현극본·김정호 연출)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가족들이 등장한다.혼자서 외동딸을 애지중지 키운 미혼모 집안,이혼한 아들부자와함께 3대가 살고 있는 홀아비 집안 등등. 시청률을 의식해 너무 비정상적인 가족상만을 나열했다는 ‘혐의’에 대해 김정호PD는 “저마다 상처를 묻어둔 채 살아가는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우리 시대에 진정한 사랑과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풀어나가겠다”고살짝 비켜 선다. 수정역의 정혜영은 이름은 낯설지만 비타민약 ‘레모나’CF로 눈에익은 얼굴이다.올해 28세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앳된 얼굴에 사슴같이 큰 눈망울이 매력포인트.그동안 해온 청순가련형과는 달리 당차고씩씩한 혜영을 소화하기 위해 허리까지 내려오던 생머리를 짧게 잘랐다고. 상대역에는 12살이나 연상인 띠동갑 홍학표가 캐스팅됐고 김영애(맹여사),임채무(소설가 남편),김영란(미혼모),김용건(홀아비) 등 중견탤런트도 대거 가세한다.특히 김영애는 KBS 저녁 일일드라마 ‘우리가 남인가요’에서 이기적이고 까탈스러운 성격으로 변모해 아침,저녁을 넘나들며 얼굴색을 바꿀 예정이다.자신의 본래 모습과 80%쯤 닮은 맹여사가 연기하기엔 한결 편하다는 게 그녀의 귀띔. 그동안 대부분의 아침드라마들이 불륜,삼각관계 등 뒤틀린 소재로 주부 시청 시간대를 도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이번에도 그렇고 그런 드라마겠지’하는 시청자들의 선입견을 깨고 ‘내 마음의 보석상자’가 가족속에 숨겨진 보석같은 사랑을 제대로 끄집어내 보여줄지 한번 기다려볼 일이다.아침 9시에 방송된다. 허윤주기자 rara@
  • 가볼만한 신년음악회

    어김없이 설레임으로 다가온 2001년.아름다운 선율에 발레를 곁들인이색 무대가 열리는 등 새해 희망을 노래하는 신년음악회가 다채롭게 준비됐다. 서울시교향악단은 13일 오후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발레를 곁들인 색다른 신년음악회를 내놓는다.(02)399-1630. 정치용단장이 지휘하는 음악회 1부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김선희교수가 이끄는 크누아발레단이 차이코프스키 ‘박쥐서곡’‘백조의 호수’등에 맞춰 2인무를 선사하고,2부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와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등으로 구성한다. 16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미추홀예술진흥회 신년음악회’는 프라임필하모닉 협연으로 다양한 레퍼토리를 들려준다.(02)391-2822. 신예 비르투오조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 엘리자벳 노가 처음 내한하고,세계적인 리릭소프라노로 해외에서 더 유명한 이정애 등이 출연한다.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2번’,엘가 ‘위풍당당 행진곡’,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중 ‘수잔나의 아리아’등을 들려줄예정이다. 17일 조이클래식이 주최하는 ‘2001 신년음악회’에는 트럼피티스트바실리 강,하프 나현선,바리톤 장철,소프라노 박지현이 출연한다.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2263-3620). 울산시립교향악단 협연으로 들려줄 레퍼토리는 베토벤 ‘피델리오’서곡,오펜바흐 ‘호프만의 이야기’중 ‘인형의 노래’,비제 ‘아를르의 여인 모음곡 제2번’등이다. 19일 오후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금난새와 함께하는신년음악회’에는 유라시안필하모닉이 모차르트 ‘아이네 클라이네나흐트 뮤직’,차이코프스키 ‘우울한 샹송’등을 마련했다.(02)598-8277. 허윤주기자
  • 아줌마들 “글발 오르네”

    ‘문청’으로 불리던 열혈 문학청년들은 점점 사라지는 대신 문학주부,즉 ‘글쓰는 아줌마’들이 크게 늘고 있다. 대학의 사회교육원이나 백화점 등의 문화센터에는 문학수련에 ‘용맹정진’하는 주부들로 만원이다.주부의 이같은 ‘문학열기’는 올해 각 언론사 신춘문예 당선 결과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올해 신문사의 시·소설 부문 당선자는 대부분 여성이었고 40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수년째 글쓰기를 다져온 주부들이 비로소 ‘달걀껍질’을 깨고세상으로 뛰쳐나오는 것이다. 문화센터에서 15년 동안 문학강좌를 해 온 인천시립대 오창익(66)교수는 “글쓰기를 시작하는 주부들은 결혼과 가정생활로 접었던 젊은날의 꿈을 펼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서 “문장쓰기에 초보적자질을 갖춘 30·40대 주부들이 문화센터에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부들은 인생 초년에 쌓인 스트레스를 바깥으로 표출하고 자신을 완성하는 자기회수의 방편으로 문학을 한다”고 말했다. ◆열혈 문학주부들=중학교 가정교사인 김향신씨(40)는 벌써 1년째 문화센터에서 수필특강을 듣고 있다.결혼 뒤 책을 읽거나 일기 쓸 시간도 없다가 아이들을 키우고난 뒤의 시간적 여유와 공허한 마음 때문에 글을 쓰게 됐다.김씨는 일단 시작하고 나니 “문학도 후천적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아줌마들의 에피소드를 모은 수필집 ‘별난 기억이 주는 즐거움’을 펴낸 한정신씨(59)는 일단 글은 썼지만 책을 낼 방법이 없자 직접출판사 ‘한린’을 차렸다.1권의 책을 쓰기 위해 10년 동안 1,000여권의 책을 읽은 한씨는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를 찾아다니다 일언지하에 거절당하자 직접 출판사를 차려 지금까지 2권의 책을 출판했다. ◆글쓰기 지도로 부수입도=2001년 대한매일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당히 당선된 박지현씨(47)는 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글쓰기를 해 왔으며 현재는 문예창작대학원을 다니고 있다.6년 전부터 아이들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1달에 15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박씨에게 시는 ‘생활의 에너지’다. ◆독한 각오와 프로의식이 필요하다=최근 장편소설 ‘여자의 계절’을 펴낸 고은주씨(34)는“많은 여성들이 아이들을 키우고 난 뒤 마땅히 할 일이 없고 원고지와 펜만 있으면 가능하므로 글쓰기에 쉽게도전한다”고 지적한다.국문과를 졸업한 고씨는 학교친구들이 문학상을 받고 책을 펴내는 자신을 부러워하면 “아직 아기도 못 낳고 남편 아침도 못 챙겨주면서 7년 동안 장편소설 1권을 쓰느라 엄청한 육체노동을 했다”고 강조한다. 고씨는 마흔에 등단한 소설가 박완서씨처럼 삶에 대한 통찰력이 생겼을 때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격려하고 싶지만 일단등단한 이후에는 인생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실제로 박완서씨는글쓰기를 시작하는 많은 주부들의 역할 모델이자 우상이다.이에 대해 박완서씨(70)는 “문학은 타고난 팔자”라고 말한다. 문학은 주부들에게 ‘아줌마들의 정체성찾기’의 발로이자 재능을살려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기성작가들이 강조하는 것은 꾸준히 글을 쓰겠다는 각오와 자기노력이다. 윤창수기자 geo@
  • 대한매일 신춘문예 당선작/ 눈 녹는 마른 숲에

    [박지현] 서릿발 무너지면 황토빛이 드러난다 ㅎ, ㅎ, ㅎ, 언손 녹이는 바람이 불고 있다 아직은 풀리지 않는 단단한 심줄의 땅. 차고 투명한 강물 속에 엎드린 피라미 떼 지느러미 파닥파닥 물풀 하나 흔들어놓는, 저 겨울 껍질을 깨는 뽀족한 눈 하나 있다. 눈 녹는 마른 숲에 텃새 다시 날아오고 뿌리를 감싼 물이 하늘 높이 차올랐다 아득히 잊었던 얼굴 연초록 물이 든다. 꽁꽁 막힌 길을 송곳으로 뚫는 소리 노랗게 물드는 그 울타리 긴 둘레로 가파른 숨결 고를 때 천지가 다 환하다. *시조 당선소감. 시조를 만나면서 내 삶에 허기가 조금씩 가시는 것을 느꼈다.고도로절제되고 응축된 시어,겉으로 드러내지 않고도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언어의 아름다움,그 깊은 맛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나는 늘 내의식의 한 가운데 나만의 비밀열쇠를 거머쥔 채 남몰래 내 길을 닦고 또 닦아왔다.살아 꿈틀대는 운율에 온통 나를 맡기면서….그래,지금의 결과를 낳았다. 이젠 꼼짝없이 시조에 갇혀버린 셈이다.생활이 각박해질수록,세상이더욱 감각적으로 치달아갈수록 삶의 진솔한 정서를 담아낼 수 있는진정한 그릇은 시조이리라.국적도 모르는 문화와 그 잔재들이 판을치고 있는 요즘 우리가 가야할 길은 어디로 뻗어있는 것인지 …. 어려운 길을 함께 걷는 분들께 이제나마 작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할 일이 많아 늘 허덕이는 나에게 어려운 길을 열어주신 심사위원들께는 마음으로부터의 고마움을 전해 드린다. 장롱 깊숙히 묻어둔 패물처럼 소녀적 꿈을 남몰래 꺼내보며 이따금즐거워하시던 친정어머니,고려대 문창과 교수님과 학우들,그리고 내일처럼 기뻐해 줄 친구들과도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본명 박옥실 ▲1954년 부산 출생 ▲현 고려대학교 인문정보대학원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중
  • 광주시청, 제일화재 꺾고 ‘파란’…2000핸드볼큰잔치

    복병 광주시청이 우승후보 제일화재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광주시청은 29일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벌어진 2000핸드볼큰잔치 여자부 예선리그에서 주전들의 고른 활약으로 제일화재를 21-18로 눌렀다. 이로써 광주시청은 2승1패를 기록하며 여자부 4강 판도를 혼전으로몰고 갔다.지난해 준우승팀 제일화재는 3연승뒤 충격의 1패를 안았다. 광주시청은 국가대표 골키퍼 오영란이 선방하고 주포 이윤정(5골)을축으로 김미라·박지현(이상 4골)·허영미·정은미(이상 3골) 등이파상 공격을 퍼부어 대어를 낚았다.제일화재는 김경화(8골)가 분전했지만 문은실이 1골,박정희는 단 1골도 넣지 못해 주저앉았다. 전반을 10-9로 앞선 광주시청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미라 2골 등 박지현·정은미가 잇따라 4골을 터뜨리며 순식간에 14-9로 점수차를 벌려 승기를 잡았다.기세가 오른 광주시청은 종료 4분여를 남기고 21-14,7골차로 달아나며 막판 제일화재의 맹추격을 3점차로 막아냈다. 남자부 B조의 충남대도 정대욱(8골)·김준수(6골)를 앞세워 성균관대를 26-24로 격파하고 첫 승을 올려 1승1무1패를 기록했다.성균관대는 3패째를 안았다.A조에서는 조선대가 원광대를 25-20으로 물리쳤다. 김민수기자
  • 26일 MBC ‘이브의 모든것’

    트렌디 드라마의 신화는 계속될 것인가. 다른 방송이 시대극 신설에 열중하는 틈을 타 MBC는 자신들의 주종목으로 치부하는 트렌디 드라마 하나를 쏘아올린다.오는 26일밤 9시55분 방영될 새 미니시리즈 ‘이브의 모든 것’(밤9시55분)은 ‘사랑을 그대 품안에’,‘별은내 가슴에’ 등 히트작을 양산하며 트렌디 드라마의 대명사격으로 통하는 이진석PD 연출작.‘사랑해 당신을’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박지현 작가가 집필했다. 트렌디 작품답게 패션에서 음악까지 젊은 층의 감성과 유행을 담아내는 감각을 과시한다.장동건,채림,한재석,김소연 등 화려한 스타들을 포진시키고 무대와 플롯도 젊은 여성들이 가장 선망한다는 방송국 뉴스앵커 자리를 놓고다툼을 벌이는 두 여성의 경쟁과 화해,그속에서 깨닫는 인생의 의미로 맞추어졌다.두 여주인공이 MBC 아나운서국에서 훈련받는 모습도 노출시켜 젊은여성들의 방송에 대한 환상에 영합한다. 세상을 보는 눈이 따뜻한 진선미(채림)와 화려한 외모에 번들거리는 야심을갖춘 허영미(김소연)가 인생의 고비고비에서 맞닥뜨린다.두 사람 모두 불우한 가정환경을 지니고 있지만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다르다.영미의 소유욕을 채워줄 방송국 사장 아들 형철(장동건)은 선미에게 끌리고 선미는 고향같은 이미지를 주는 우진(한재석)을 향한다.그러나 우진은 모두가 악녀라고 하는 영미에게서 아름다운 면을 발견하고 감싸안는다. 전형적인 이중 삼각관계에다 ‘미워할 수 없는 팥쥐’가 등장하는 셈.인물이 지나치게 우연(인연이란 이름으로 포장된다)에 의해 얽혀들고 사건 자체도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단점 때문에 ‘감각적인 요소에 치중한 뻔한 이야기’라는 폄하를 화려한 영상과 속도감있는 전개로 비켜나갈 전략.트렌디 드라마는 시청자의 ‘단맛에 대한 욕구’를 부추기며 시청률 성공을 보란 듯이 자랑해 왔다.과연 이번에도 단맛 승부가 성공할까. 임병선기자 bsnim@
  • TV드라마 ‘이브의 모든것’ 버스·지하철에 광고

    오는 26일부터 방송하는 MBC수목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극본 박지현 연출 이진석)이 17일부터 지하철 및 버스광고를 실시한다.드라마를 대중교통수단을 통해 광고하는 것은 국내 방송사상 처음. MBC는 총 5,000만원을 투입,지하철 2호선 전동차 창문 위쪽에 B대형 사이즈양면광고 500장과 지하철 1호선 천장에 S형 사이즈 광고 300장,신촌과 명동등 주요 역사에 대형와이드 광고 7장 등을 붙이고 서울시내버스 50대에도 와이드 광고를 하게 된다. 임병선기자
  • [화성 어린이캠프 참사]캠프 아르바이트 외동딸 잃은 어머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루종일 애타게 찾아 헤맸는데…이럴 수는 없습니다” 1일 새벽 뒤늦게 외동딸 박지현(23·성신여대 체육학과 3년 휴학)씨의 시신을 확인한 어머니 조혜영(51·경기도 시흥시 대야동)씨는 애써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조씨가 사고소식을 처음 들은 것은 지난달 30일 오후 6시쯤.딸과 함께 이벤트강사로 떠났던 동료로부터 “죄송하다.사고가 났다”는 짤막한 전화가 걸려왔다. 전날 아침 “화성으로 유치원캠프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고 집을나선 딸이 30일 오후부터는 휴대전화도 불통이어서 걱정을 하고 있던 터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사고대책본부가 차려진 경기도 화성군 서신면사무소로 달려갔다. 그러나 불이 난 씨랜드 수련원 숙소에서 딸이 잔 사실은 확인했지만 생사여부는 종잡을 수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2시간 넘게 서울로 차를 달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도착했다.밤늦도록 신원미상의 시신을 확인하다 이날 새벽녘에야 딸의 검정색 손지갑을 찾을 수 있었다. 지갑에는 평소 지현씨가 끔찍이 아끼던 조카슬기(7·여)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제손으로 등록금을 벌겠다고 휴학까지 했던 착한 딸이었는데…” 조씨는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강동교육청에 넋을 잃은 채 앉아 있었다. 특별취재반
  • TV드라마에도 ‘IMF 그림자’

    ◎트렌디풍 퇴조·가족­남성취향 늘어 감각적 영상의 트렌디풍이 퇴조하고 자잘한 일상사를 다룬가족드라마,퇴근시간이 빨라진 가장들을 겨냥한 남성 취향 드라마가 잇따른다. IMF한파는 TV드라마 풍속도를 이처럼 바꿔버렸다.중진 연기파들을 내세운 MBC 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가 50%에 가까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가운데 KBS­1의 일일극 ‘정 때문에’와 KBS­2의 주말극 ‘아씨’등이 그 뒤를 따른다.세 드라마 모두 가족이야기 아니면 복고풍.전형적인 남성드라마로 평가받는 KBS­1의 대하사극 ‘용의 눈물’도 꾸준히 시청층을 유지한다. 이같은 추세는 3월 개편이후에도 이어진다.현재 각 방송사가 준비하는 후속 드라마가 대부분 가족용·남성취향 및 복고풍으로 가닥잡힌 것. KBS­1은 ‘정 때문에’후속으로 3월16일부터 ‘살다보면’(박지현 극본·박수동 연출)을 내보낸다.제목에서 느껴지듯 다난한 인생살이의 단면들을 통해 가족이 사랑으로 뭉치는 이야기를 다룰 예정.KBS는 또 4월부터 2TV를 통해 60∼70년대 정치·사회상황을 배경으로한 새 주말극 ‘야망의 전설’(최완규 극본·이녹영 연출)을 내보낼 계획이다.‘용의 눈물’에 이은 또 하나의 남성취향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찾아간다는 생각. ‘그대 그리고 나’로 톡톡한 재미를 보는 MBC도 KBS-1의 ‘정 때문에’에 맞서 3월2일부터 새 일일극 ‘보고 또 보고’(임성한 극본·장두익 연출)를 방송한다.역시 가족드라마로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히면서 고민하고 사랑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SBS는 3월 개편을 계기로 드라마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공세전략을 구사한다.화제작 ‘모래시계’로 일단 분위기를 띄운 SBS는 28일부터 전형적인 정치다큐드라마 ‘3김시대’(사진 이영신 극본·고석만 연출)로 남성시청자를 공략한다.KBS­1의 ‘용의 눈물’과 만만찮은 싸움이 될 듯.소시민들의 애환과 희망을 담은 새 일일극 ‘서울탱고’(윤정건 극본·이영희 연출)도 3월2일부터 방영한다.
  • “값싸고 동질감 형성” 대학티셔츠 “불티”

    ◎연세대 환경의류학과 교내 「디자인 공모」 통해 로고새긴 티셔츠 판매/교수·종업생에도 인기 연세대에서 학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옷이 있다. 연세인이라면 누구나 한벌쯤 가지고 있다.매년 4∼5천장씩 팔린다. 바로 연세대 로고가 새겨진 T셔츠이다. 올해도 환경의류학과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번달 16일까지 「졸업작품전 기금마련을 위해」 영문으로 「연세」가 새겨진 T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이 T셔츠는 흰색과 검정색의 기본색을 바탕으로 폴로티,쫄티와 박스티 등 3가지 종류가 있다.값은 7∼9천원이다. 이번 행사에 T셔츠 판매를 맡은 박지현양(24·4년)은 『지난 3월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채택된 3∼4개의 디자인을 교내에 진열하여 학생들의 많은 지지를 받은 작품을 옷으로 만들었다』면서 『디자인이 세련되고 값이 저렴해 첫날부터 많은 학생들이 사러 온다』고 인기의 비결을 설명했다. 판매장이 설치된 학생회관 앞에는 옷을 사러온 연세대 재학생들은 물론 교수들과 학교에 들른 졸업생들,그리고 유학온 외국인 학생들까지 옷을 고르느라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옷을 구입한 상경계열 김태래군(19·1년)은 『연세의 새내기로서 당연히 구입했다』며 『학교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고 다니며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자랑하겠다』고 말했다. 과대표인 최유돈군(22·4년)은 『이번 판매전은 오는 10월로 예정된 정기 졸업작품전의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실시한 행사지만 학교의 로고가 새겨진 옷을 학생들에게 저렴한 값에 판매,연세인 모두가 하나라는 동질감과 애교심을 높이는 부수적인 성과도 거뒀다』고 행사의 의의를 밝혔다.
  • 대상 김병철작 「지배자의 죽음」/서울 현대조각공모전 입상작 발표

    ◎우수상 김정재작 「시간의 편린…」/특선 강효정·박지현·성철진·이숙자·조덕환씨/25∼30일 서울갤러리서 전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신문사 주최 제8회 서울현대조각공모전에서 최고상인 영예의 대상은 역사성을 주제로한 시멘트조각 「지배자의 죽음」을 출품한 김병철씨(28·서울 마포구 창전동 5­134)가 차지했다. 우수상은 역시 역사성이 강조된 작품 「시간의 편린속에서」를 출품한 김정재씨(29·서울 강남구 역삼동 825­13)에게 돌아갔다. 특선(5점)은 ▲강효정씨(25·경북 김천시 황금동 한시아파트 4­1504)의 「정 92」 ▲박지현씨(24·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43)의 「우리가 남긴 공허」 ▲성철진씨(32·전북 전주시 중화산동2가 539­9)의 「93계유년」 ▲이숙자씨(39·서울 동작구 노량진2동 286­7)의 「도솔천」 ▲조덕환씨(32·서울 마포구 아현동 85­337)의 「서정적 서술」이 각각 뽑혔다.그밖에 56점이 입선작으로 선정됐다. 올해는 지난해 수준인 1백10점이 응모했으며 특히 신세대 작가들이 의식변화에 상응한실험작품들을 대거 출품하여 오늘의 조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뚜렷이 드러내 보였다는 심사위원들의 평이 따르고 있다. 상금은 대상 3백만원,우수상 2백만원,특선 각각 1백만원이 주어진다.입상및 입선작은 오는25일부터 30일까지 서울갤러리에서 전시되고 낙선작은 30일이후에 반품한다. 올해 심사는 김찬식(위원장)김광우 김봉구 김복영 최종태씨가 맡았다.
  • 심사평/발상·조형어법 등 돋보여/신세대들 실험작품 추구경향 뚜렷

    금번 제8회 서울미술대전의 출품작은 모두 63점으로 압축되었다.애초 예심에 응모한 건수는 1백3명의 1백10점이었으며 이가운데서 67점이 본심에 진출해서 위와 같은 결과를 얻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최근 해를 거듭할수록 출품작가들이 거의 신세대로 국한되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작품경향 또한 일체의 고정관념을 떠나 그들 자신의 의식변화에 상응한 실험작품들을 모색하는 경향을 보여 주고 있는 바 올해는 특히 그 절정을 보여 주지 않았나 생각된다. 따라서 출품작들은 거의가 완성도에 있어서 불확실하거나 재료의 소화능력이라든가 아이디어설정에 있어서 또한 난삽함을 보여 주었다.이러한 어설픔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조각이 걸어가야 할 전망만은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서 수상작들에 주목하고자 하였다.현재와 미래의 불확실한 진로를 예감케 하는 가운데 하나의 가능한 처방을 아울러 시사해 줌으로써 다음 두 작품을 수상작으로 그리고 5점의 특선작을 고를수가 있었다. 대상작으로 선정된 김병철의 「지배자의 죽음」은 시멘트를재료로 해서 이마에 구멍이 뚫린 소와 머리의 상부가 괴멸된 추장(옛지배자)을 주제로 다룸으로써 역사적인 회고를 통해 이 시대의 역사를 반추하게 하는 작품내용을 보여 주었고 우수상으로 뽑힌 김정재의 「시간의 편린 속에서」도 역시 역사성을 제시하는 가운데 특히 비구상적 표현의 방법을 제시하였다. 다같이 역사성을 다루기는 하였으나 김병철의 「지배자의 죽음」의 경우는 추장의 인상과 소의 표정의 정밀한 표현,그리고 시멘트재질에다 황토색을 부가함으로써 고졸성과 역사의 애환을 밀도있게 부각시켰다는 점이 평가되어 대상으로 선정되었다.이에 비해 김정재의 「시간의 편린 속에서」는 원환과 편린의 상징인 돌의 구조적 표정의 어색함과 전체 조형의 애매함이 결함으로 지적되었으나 역사성의 제기에 있어서 충분한 가능성이 평가되어 우수상으로 최종 선정되었다. 이들 작품들의 발상과 조형어법이 주목되었던 것은 이것들이 이 시점에서 해결을 지향한 가능한 하나의 패러다임을 보여 줄 수 있으리라 기대되었기 때문이다.그리고 특선작으로 성철진의 「93­계유년」,이숙자의 「도솔천」,박지현의 「우리가 남긴 공허」,조덕환의 「서정적 서술」,강효정의 「정­92」를 고를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시각에서였다는 것을 부기하고자 한다.
  • 순수추상 벗어나 형상표현법 시도 “눈길”/입선작을 뽑고나서

    ◎「대상은 내면의식 유추해내는 솜씨 탁월」 조각분야만의 단일 공모전으로 출발해 올해 7회째를 맞는 서울신문 주최의 92년도 서울현대조각 공모전을 심사 하면서 다양한 재료의 등장과 자유로운 이미지의 표현방법을 관찰할수 있었다.그것은 언제부터인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쇠퇴해 가기 시작한 구상조각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미술계,특히 조각분야에서는 추상이 그 주류를 이루어 왔었다. 그러나 많은 작가들이 다시 형상성에 관해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처럼 이번 공모전에서도 눈에 띄게 순수추상 보다는 형상을 통한 표현방법의 시도를 확연하게 볼수 있었다.많은 토론끝에 특선 5점과 대상,우수상 각1점씩을 선정하게 되었는데 이 중에서 엄밀히 추상이라고 할수있는 작품은 한점뿐이 아닌가 한다.이번에 대상과 우수상은 거의 동점으로 대상을 주기에는 미숙하다는 점으로 미루어 두 작품을 함께 우수상으로 선정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최종으로 정욱장씨의 「그날이후­92­2」를 대상으로 선정하고 박지현씨의 「강제된 사연」을 우수상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정욱장씨의 「그날이후」는 작가의 내면의 풍경을 인체나 동물을 통하여 유추해 내는 솜씨를 높이 샀다.서구적인 표현 감각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지적을 염두에 둘필요가 있겠다.박지현씨의 「강제된 사연」은 작품의 내용과 조화를 이루는 재료의 소화능력을 높이 평가할수 있겠다. 휠체어와 거기에 얹혀진 납주물로 새겨진 숫자로 분류된 어떤 존재에 대한 작가의 사고를 비정하면서도 유연성을 가진 납이라는 재료를 통해 잘 소화시켰다고 본다.그러나 이 작가가 가진 암시성의 절제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탈락된 작품들 중에는 응모규정을 지키지않은 작품이 많아 안타깝게 생각한다.이번 심사를 통해 응모작들이 상당한 수준임을 볼때 이 공모전이 이제 자체의 성격을 띠고 안정되어 있음을 보고 조각가의 한사람으로 주최측에 감사한 마음과 아울러 기쁘게 생각한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