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언론계인사 1800명 도청 확인
안기부와 국정원 도청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15일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이 대통령 친인척과 정·재계, 언론계 인사 1800여명에 대해 전방위 불법감청을 한 정황을 포착,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신건·임동원 원장을 이날 통신 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이 법원에 제시한 영장에 따르면 임씨는 1999년 12월∼2001년 3월 재직기간 동안 대북정책부터 정치사찰까지 현안이 있을 때마다 광범위하게 불법감청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임씨의 국정원장 재직 시절 이뤄진 불법 감청 가운데 ▲박재규 당시 통일부 장관 ▲각종 게이트에 연루된 진승현씨 ▲안풍사건의 강삼재 의원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고 정몽헌 회장 등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신씨가 원장으로 있던 2001년 3월∼2003년 4월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 박준영 국정홍보처장, 이인제·하순봉 의원 등 대규모로 불법감청이 이뤄졌다. 검찰은 당시 정치권의 이슈였던 DJP공조 파기와 관련, 여·야 의원을 막론한 감청이 이어졌고, 이것이 신씨의 지시 또는 묵인하에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이 감청대상의 휴대전화 번호를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R2)에 입력, 상시 도청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두 전직 원장의 이 같은 혐의사실을 상당 부분 인정,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법 김득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두 전직 원장이 불법감청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수사기록에 나와있는 당시 국정원 직원의 진술과 여러 정황에 비춰 (혐의사실이)신빙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두 원장은 자신들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임씨는 영장심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재임기간 중 불법감청 행위가 이뤄진 것을 적발, 단속하지 못한데 대해 지휘책임을 통감한다.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신씨는 “국민의 정부 국정원장들은 감청을 지시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물증이 없다.”고 주장했다.
홍희경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