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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

    ●이학수(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 부회장)씨 모친상2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30일 (02)3410-6914●김용범(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용훈(전 금호생명 팀장)용민(템피아 대표)씨 부친상 박상문(기독교장로회 전남노회장)김인재(자영업)김양보(염산전자고 교사)씨 빙부상 2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9일 오전 7시 (02)3410-6915●민재성(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고문)씨 상배 석현(NYLON 대표)종현(Food2 〃)수연(아인엣홈즈 〃)씨 모친상 이규철(아키테리어 대표)홍원택(서울 메드쿠스 〃)씨 빙모상 27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29일 오전 6시 (031)787-1508●이승우(국제문제연구소 논설위원)명우(롯데제과)형우(퍼라이존)관우(ING LIFE)씨 부친상 2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9일 오전 9시 (02)3010-2237●노상철(동성렌탈 대표)상열(EL전기조명 대표)상국(사업)상헌(전남대 부교수)상만(사업)씨 모친상 2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9일 오전 5시 (02)3010-2293●박순태(원음방송 PD)씨 모친상 27일 일산병원, 발인 29일 오전 7시 (031)902-5499●유호성(성동그리스도의교회 원로목사)씨 별세 영석(아이마켓코리아 상무)영환(SK텔레콤 부장)영미(국민은행 과장)씨 부친상 2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9일 오전 8시 (02)3410-6908●조규영(전 교사)규점(대불대 교수)규옥(목포대 조경실장)희연 희랑씨 모친상 26일 전남 목포 중앙병원, 발인 29일 오전 10시 (061)271-4444●박준현(명곡·명동유학원 원장)씨 별세 27일 하계동 을지병원, 발인 29일 오전 10시 (02)970-8444●박지원(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원)승원(한국코트렐 상무)씨 부친상 27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29일 오전 7시 (02)590-2557●이재준(전 국정홍보처 국장)씨 모친상 2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9일 오전 8시 (02)3010-2235
  • 박지원의 정자 ‘건곤일초정’ 복원

    충남 당진군은 16일 조선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정조 24년(1800년)에 세웠던 ‘건곤일초정’(乾坤一草亭)을 복원했다. 건곤일초정은 박지원이 면천군수로 있을 때 버려졌던 연못을 정비한 뒤 연못 한가운데에 돌을 쌓아 인공섬을 만들고 그 위에 지은 30여㎡ 규모의 6각 정자이다. 인근 향교의 유생들이 찾아와 시를 읊고 학문을 익히는 등 은자의 정취가 있었던 곳이었으나 일제시대에 소멸됐다. 당진군은 지난 1월부터 1억 6000만원을 투입, 연못에 인공섬과 정자를 복원하고 돌다리를 만들었다. 군 관계자는 “조상이 남긴 문화유산이 복원되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이번에 일을 마무리짓게 됐다.”며 “인근 면천향교와 더불어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당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대법관 후보5명 지상청문회

    신임 대법관 후보 5명은 나름대로 강점을 지닌 사람들로 평가된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흠이 없을 수는 없다. 국회는 이달말이나 7월초쯤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적격 여부를 따지게 된다. 이번에 제청된 후보들이 그동안 내렸던 판결과 법원 내외부의 평가 등을 종합해 이들의 면면을 살펴 본다. ■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 치밀한 판결과 개혁적·합리적 성향을 인정받아 대법관 제청이 있었던 2004년 8월과 지난해 10월에도 가장 유력한 인사 중 한 명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삼수 끝에 후보로 제청된 만큼 ‘모의고사’를 충분히 치렀다는 평이다.178㎝의 호남형 외모처럼 행동도 ‘신사’로 통한다. 환경법과 행정법 분야에 정통하다.1994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재직할 때 일조권을 헌법상 기본권인 환경권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고 일조침해 기준을 세웠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판결도 다수 내렸다.2001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과로로 인한 산업재해 사건에서 “과로와 스트레스가 특정 질병의 원인이 됐다는 것을 의학적으로 완전히 밝히기 어렵다.”며 업무상 재해의 범위를 넓게 해석했다. 같은 해 내부 고발자인 공무원을 해임한 국가에 대해 패소판결을 내려 주목받았다. 국가보안법 적용과 관련해서도 엄격한 법적용을 내세워 판결의 결론이 개혁적으로 나오는 일이 많았다.95년 서울지법 부장판사로 있으면서 사회민주주의 청년연맹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최형록씨의 혐의 사실 가운데 이적표현물 제작배포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2∼3년간 같은 혐의에 대한 무죄 선고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2002년에는 국보법 철폐를 주장하는 현수막 설치를 허가해야 한다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국보법과 관련해 전향적인 판결을 해온 만큼 청문회에서는 국보법 개폐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을 묻는 질문이 이어질 전망이다. 3개 지법원장을 거치며 다양한 행정적 시도를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부임한 뒤 민원 관련 업무를 강화해 ‘친절한 법원’을 만드는 데 힘썼다. 육군법무관으로 만기 전역한 이 후보자의 재산은 아파트를 포함해 모두 7억 6800여만원이다. 가족은 부인 박옥미씨와 2남2녀. ▲전북 고창▲경기고·서울대법대▲사시 14회▲서울민사지법 판사▲법원행정처 조사심의관▲제주지법원장▲수원지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박일환 서울서부지법원장 원칙에 입각한 판결과 꼼꼼한 실무처리 능력 등을 토대로 법원 내 ‘정통 법관’으로 인정받아 왔다. 법원 내부에서 엄격하고 원칙적인 판결과 실무처리로 정평이 나 있다. 대구 출신으로 지역안배 측면에서도 유리한 점수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이론과 법리 해석에 밝고 원칙론에 입각한 판결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헌법과 지적재산권 분야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1988년 헌법재판소 창설 때 파견 근무를 했고,98년 특허법원이 문을 열었을 때는 초대 부장판사로 재직했다. 지난해 1월에는 음악파일 교환 프로그램인 ‘소리바다’를 상대로 제기됐던 서버 운영 중단 가처분 이의 소송 항소심에서 “소리바다 운영진은 이용자들의 무단복제를 방조해서는 안 된다.”며 서버 운영 중단 결정을 내려 음반제작사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했다. 2004년 9월 상속 시기에 관계없이 상속된 빚이 재산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지 3개월 내에 한정승인신고를 했다면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빚은 갚지 않아도 된다는 첫 판결을 내렸다. 또 성적불량으로 학사경고를 세 번 받은 대학생이 재시험 기회를 주지 않고 제적시킨 것은 지나치다며 학교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학생은 재학 중 학교의 학칙과 규정을 따라야 한다.”며 학교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94년부터 법원행정처 송무국장으로 재직하면서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종전의 피의자 임의동행 형식으로 수사하던 관행을 타파하고, 체포영장·긴급체포 제도를 도입하는 등 인신구속제도 전반을 개선하는 입법작업을 했다. 박 후보자의 재산은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아파트 1채를 비롯해 7억 8100여만원이다. 박 후보자는 공군법무관으로 만기 전역했다. 가족은 부인 문성옥씨와 1남1녀. ▲경북 군위▲경북고·서울대법대▲사시 15회▲서울고법 판사▲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사법연수원 교수▲서울지법 부장판사▲법원행정처 송무국장▲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제주지법원장▲서울서부지법원장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안대희 서울고검장 대검 중수부장 재직 때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하면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검찰조직의 위상을 바로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 후보자는 약관인 20세에 사법시험에 합격, 이른바 ‘소년 등과’한 뒤 25세에 최연소 검사로 임관했다. 그후로 검찰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오랫동안 굵직한 사건 수사를 도맡았다. 안 후보자에게 ‘국민검사’로 불릴 만큼 대중적인 지지를 가져다 준 중수부장 시절이었지만 이번 청문회에서는 집중포화 대상이 될 전망이다. 그가 중수부장으로서 수사지휘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박주선 전 민주당 의원 사건 등은 무죄가 확정됐다. 또 대선자금 수사로 타격을 입은 정당이 수사의 형평성 등을 문제삼을 수도 있다. 한편 안 후보자가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시험 17회 동기라는 점이 논란을 빚을 수도 있다. 육군 법무관(대위)으로 전역한 안 후보자의 재산형성 과정은 별 다른 논란이 없을 전망이다. 안 후보자의 재산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1억 9000여만원짜리 아파트 등 모두 2억 7300여만원으로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 중 하위그룹이다. 특수부 ‘강골 검사’라는 강한 이미지가 대법관이 되는 데 부담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부산고검장 재직시 조세포탈 이론과 수사 실무에 관한 책을 펴냈고 서울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여러 대학에 출강하는 등 학구적인 면모가 긍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자는 특수부 검사로서 대법관 수행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 분야의 주요 보직을 맡아 그렇게 비쳐지는 것일 뿐 기획·공판검사, 헌법재판소에서도 법률가로서 원칙을 갖고 일해 왔고 앞으로도 원칙을 갖고 일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가족은 부인 김수연씨와 1남1녀. ▲경남 함안▲경기고·서울대법대▲사시17회▲부산지검 특수부장▲대검 중수부 과장▲서울지검 특수부장▲부산지검 동부지청장▲서울고검 형사부장▲부산고검 차장▲대검 중수부장▲부산고검장▲서울고검장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김능환 울산지법원장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과 대법원 선임·수석 재판연구관을 지내는 등 행정과 재판 업무를 두루 거쳤다. 재판도 민·형사 사건을 비롯해 가사·행정사건 등 모든 사건을 다뤄 봤다. 재판 형태에 따라 쟁점이 되는 지점을 찾는 안목을 높이 평가받는다. 2005년 말 기준 공직자 재산등록 때 서울 송파구에 있는 30평형대 아파트 한 채 외에 이렇다 할 재산이 없어 화제가 됐다. 사법부 재산공개 대상자 가운데 꼴찌에서 두 번째를 기록했지만, 정작 김 후보자는 “가족이 살 집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며 여유를 보였다. 재산은 아파트, 예금 등 4억 4900여만원이다. 이삿짐이 한 방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복도까지 점거하는 전형적인 ‘학자형’ 법관이다.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뒤에도 “영광스럽다. 그러나 국민이 위임한 대로 정의를 밝히고 인간의 가치를 실현해 달라는 요구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크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2001년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영남위원회’ 사건과 관련, 관련자 8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982년 현직 고교 교사 모임인 ‘오송회’ 멤버 9명이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자 6명에 대해 선고유예를,3명에 대해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당시 국보법 위반으로 구속됐다가 1심에서 선고유예로 석방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국회 인사청문위 과정에서 국보법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이 예상된다. 1996년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시절에는 가사사건에 맞게 법리보다는 생활을 앞세우는 판결을 내렸다. 직장생활을 하며 시어머니를 모시는 ‘신세대 주부’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정에 불충실하다며 이혼을 요구한 남편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부과했다. 가족은 부인 김문경씨와 2남. ▲충북 진천▲경기고·서울대법대▲사시 17회▲전주지법 판사▲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청주지법 충주지원장▲수원지법 성남지원장▲울산지법원장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전수안 광주지법원장 전 후보자는 “대법원에서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판결을 내리도록 노력하겠다. 재판은 공정할 뿐 아니라 공정해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광주지법원장에 부임하기 전까지 27년간 재판에 ‘올인’한 법관이기에 밝힐 수 있는 소회다. 2004년 대학과 사시 모두 후배인 김영란 대법관이 자신을 제치고 최초 여성 대법관이 돼 한때 법원에서 입지가 좁아졌지만, 이후 고법 형사부장 판사로 있으며 의미있는 판결을 많이 남겼다. 목소리가 작고 가녀린 체구를 지녔지만, 형사재판 형량이 세기로 유명하다. 재판을 꼼꼼하게 진행하고 당사자들의 말을 잘 들어줘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정치 실세를 변호한 변호사에게마저 “재판부를 원망할 수가 없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전 후보자는 지난해 10월 사법부의 과거사 정리와 관련, 사법부의 반성을 촉구하는 글을 발표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사법부 과거사 정리작업과 맞물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추궁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반면 여성 보호와 화이트칼라 사범과 반인권적 범죄에 엄정한 양형기준을 적용해 왔고 소수자 보호에 앞장서 왔다는 점은 강점으로 꼽힌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04년 ‘피해자가 상처가 있을 정도로 반항하지 않은 것은 화간’이라고 주장하는 성폭력 피고인에게 “성폭행 피해자가 반항하면서 상처가 생기지 않은 점을 갖고 성폭행당한 게 아니라고 본 것은 잘못”이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 내 여판사들의 맏언니로 부상한 것은 1997년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하면서부터. 사법연수원 과목에 여성법 강좌를 개설하고, 법원 내 여성법학회 발족에 힘을 쏟았다. 가족은 남편 임상혁(58·의사)씨와 2남. 전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아파트 등 18억 7300여만원이다. ▲부산▲경기여고·서울대법대▲사시 18회▲대법원 재판연구관▲춘천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교수▲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광주지법원장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방북수행 명예회복 좌절’ DJ측 불쾌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25일 법정 구속되면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방북을 둘러싸고 동교동과 현 정부 사이에 파인 골이 더 깊어지는 느낌이다. 박 전 장관의 방북 수행을 통한 대북자금 ‘특검’명예회복 시도가 일단 좌절됐기 때문이다. 전날 대통령 직속 기구인 동북아 시대위원회 이수훈 위원장이 KBS에 출연,DJ의 방북 의제를 공개 비판한 것도 DJ측을 불쾌하게 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측은 25일 파기환송심에 앞서 박 전 장관의 ‘무죄 석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박 전장관과 임동원 전 국정원장,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특검 연루자들을 DJ 방북 필수 수행원으로 꼽아놓은 상태. 특히 박지원 전 장관은 매일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자택으로 출퇴근하며 임 전 원장 등과 함께 방북 전략을 짜온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방북이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김 전 대통령측은 박 전 장관이 구속된 데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 이미 2년 가깝게 형을 살고, 지병이 있어 보석된 상태”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경환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은 잘못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이수훈 위원장은 23일 DJ가 방북해 통일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참 답답하다. 준비가 너무 번잡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한다. 정부는 별 기대하는 바 없다.”며 동교동측과 북핵문제 해결을 우선시하는 정부와의 불협화음을 시사했다.DJ측은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힘든 발언으로, 정부 관계자들이 사려깊게 말씀해 주길 바란다.”고 유감을 표시했다.김수정 구혜영기자 crystal@seoul.co.kr
  • 박지원 前장관 법정구속

    박지원 前장관 법정구속

    “꽃이 네번 졌어도 녹음방초 계절은 다시 온다.” 25일 재판에 앞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이 한 말이다. 그러나 그의 희망은 곧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박 전장관은 4년여에 걸친 법정공방 끝에 현대비자금 150억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는 벗었지만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알선수재죄 등으로 징역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이재환)는 25일 현대로부터 150억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전 장관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뇌물 수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2003년 6월 대북송금 특검에서 긴급체포된 지 4년 만이다. 2004년 11월 대법원은 박 전 장관에게 돈을 건넸다는 김영완씨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 뒤 검찰은 미국으로 도피한 김씨를 해외 영사관에 출두토록 해 진술을 받고 이 전 회장을 재조사하는 등 보완 조사를 벌여 지난달 4일 박 전 장관에게 징역 20년에 추징금 148억 5000여만원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이날 김씨의 영사신문 진술서와 관련,“피고인과 이해관계가 상반된 김영완씨의 진술을 토대로 한 것으로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됐다는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며 증거로 보지 않았다. 또 이 전 회장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등 대법원의 무죄취지를 뒤집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파란색 넥타이에 정장을 입고 나온 박 전 장관의 표정은 밝았다.3년 전 구속될 당시 “꽃이 진다고 바람을 탓하랴.”고 읊었던 그는 누명을 벗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행렬에 함께 할 뜻을 내비쳤다. 김 전 대통령도 지난 4월 말 박 전 장관과 함께 광릉수목원에 다녀오면서 “방북해 명예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곧 무너졌다.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이 SK그룹에서 7000만원, 아시아나항공에서 3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죄와 대북송금 과정에서 직권남용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죄는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대북송금 사실은 숨기고 정상회담 사실만 발표했고 현대와 산업은행을 통해 북에 제공할 1억달러를 불법조달하는 등 대북송금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지 않고 진행해 국론분열을 초래했다. 또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데도 2회에 걸쳐 대기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점은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다.”며 징역3년의 실형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박 전 장관은 그동안 재판을 받으면서 1년가량을 구속 상태로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20여개월을 복역해야 한다. 한편 검찰은 “상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청와대·동교동 ‘DJ방북 의제’ 갈등

    6월 말로 예정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방북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동교동간 불편한 갈등 기류가 감지된다. 방북의 최대 목표치를 무엇으로 잡느냐부터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수행단도 1차 정상회담 때의 주역들을 대거 포함시킬 예정이어서 참여정부와 동교동을 갈라놓은 ‘대북송금 특검’의 남은 상처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의 한 고위 소식통은 22일 “노무현 대통령이 몽골에서 대북 양보 발언을 한 것은 2차 정상회담 성사보다는 DJ의 방북을 지원하면서라도 6자회담 교착이란 엄중한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가 움직이지를 않고 중국도 관망하며 제 이익만 챙기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란 설명이다. 이 소식통은 “6자회담 재개를 방북의 최우선 의제로 하고 힘을 집중시켜야 하는데 동교동 분위기는 그런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참여정부의 현실주의적 실용주의와 DJ측 햇볕론자 입장은 철학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최근 DJ 방북과 관련,“6자회담 재개가 최우선 의제이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남북연합논의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은 현 정부가 동교동에 띄우는 ‘호소’란 설명이다. 동교동측 소식통은 “DJ 입장에선 6자회담 재개는 큰 부담이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2000년 합의사항인 2차 정상회담 이행도 DJ측의 우선순위에 해당되는 의제로 알려졌다. DJ시절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이번 방북에는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이기호 전 경제수석 등 1차 정상회담 주역들이 포함돼 있고 이들이 벌써 그림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 정치인과 기업인 등 각 분야 인사들의 DJ방북 수행단 줄서기가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박물관·미술관 건설 줄잇는다

    최근 경기도내에 수준높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잇따라 착공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은 18일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다산 정약용 선생 유적지 앞에서 실학박물관 기공식을 개최했다. 실학박물관은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180억원이 투입되며, 대지면적 1232평에 지하 1층, 지상 1층 등 연면적 906평 규모로 건립된다. 문화재단은 박물관 전시를 위해 혜강 최한기의 문집 초고인 잡고(雜藁) 등 그의 작품 195점을 확보했고, 연암 박지원 작품 중 열하일기(熱河日記) 등 78점, 일본 난학 관련 유물 4점을 구입 또는 기증받았다. 이날 기공식에서는 다산 정약용이 발명해 수원 화성을 쌓는 데 쓴 3m 높이의 거중기가 등장했으며 실제 작업에 동원된다. 도는 이에 앞서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고 백남준을 기리고 그의 작품을 전시하는 ‘백남준미술관’을 지난 9일 착공했다.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 미술관 건립부지에 들어서는 백남준미술관은 289억원을 들여 1만평 부지에 지상 2층, 연면적 1695평 규모로 건립된다. 상설 및 기획전시실, 자료실, 창작공간, 교육실, 수장고, 연구실, 편의시설 등을 갖춘다. 도는 또 백남준미술관 옆에 2008년 5월 문을 열 어린이 박물관을 오는 8월 착공할 계획이다. 어린이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9877㎡규모로 어린이들에게 역사와 유물 등을 직접 보고 만지고 만들면서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된다. 특히 백남준미술관, 어린이미술관이 들어서는 용인 기흥의 경우 기존 도립박물관, 한국민속촌 등과 더불어 새로운 역사문화관광단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광식 도 문화관광국장은 “실학박물관, 백남준미술관, 어린이박물관 등 수준높은 문화시설이 경기도에 잇따라 들어서 주민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간찰-선비의 마음을 읽다/심경호 지음

    “근래에 편지를 보내주셨는데도 답장을 보내지 않은 것은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그대가 서신을 보내는 것도 마음이요, 내가 답장을 하지 않은 것도 마음이니, 마음에 어찌 둘이 있겠습니까. 진공(眞空)과 묘유(妙有)의 뜻이 이에서 환히 드러날 것입니다.” 추사 김정희가 초의선사에게 근황을 알린 간찰(簡札)의 한 대목이다. 일상의 여유와 서정,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간찰은 본래 죽간과 목찰에 작성한 글이란 뜻이지만, 종이나 비단에 적은 편지도 모두 간찰로 불린다. 서한(書翰), 간독(簡牘), 간서(簡書), 독서(牘書), 서신(書信), 서찰(書札), 고서(高書), 귀찰(貴札), 방서(芳書), 옥찰(玉札), 존함(尊函), 혜서(惠書)등 편지를 가리키는 말들은 매우 많다. ‘간찰-선비의 마음을 읽다’(심경호 지음, 한얼미디어 펴냄)는 옛 선비들의 편지글을 모은 책이다. 이규보, 정몽주, 김시습, 이황, 이이, 허균, 박지원, 정약용, 김정희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 24명의 간찰이 담겨 있다. 중국 송나라의 철학자 정호는 “서찰은 선비의 일에 가장 가깝다.”고 했다. 조선조 선비들은 완물상지(玩物喪志, 쓸데없는 물건을 가지고 노는 데 팔려 소중한 자기의 본심을 잃음)라 해 서예나 그림 등에 빠지는 것을 극력 피했지만 간찰만은 예외로 했다. 자신의 글씨와 문장을 한껏 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책에서는 벗에게 보내는 간찰만을 골라 실었다. 조선 중기의 문신 최명길이 장유에게 국사를 함께 논하자고 권한 간찰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발굴ㆍ소개되는 것이어서 관심을 모은다.1만3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천법무 “美도피 대형 경제사범 곧 인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한국 기업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입히고 미국에 도피 중인 대형 경제사범의 피고인이 한·미 범죄인인도협약에 따라 곧 한국으로 넘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을 방문중인 천 장관은 워싱턴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앨버토 곤살레스 미 법무장관과의 면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천 장관은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비자금 혐의 사건 재판에서 검찰측 증인이었으나 미국으로 도피한 김영완씨에 대한 범죄인인도 요청 여부를 묻는 질문에 “검찰이 그런 필요성을 인식하지 않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귀국하면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천 장관은 또 곤살레스 장관과의 면담에서 양국간 수형자 이송 협약에 따라 각각 상대국에 수감돼 있으나 자국에서 수형생활을 하기를 바라는 자국 국적 수형자 몇명씩을 서로 이송키로 했다.dawn@seoul.co.kr
  • 새로운 조선을 꿈꾼 실학자들의 교우·도전과 좌절

    18세기 조선의 대표적인 북학론자인 초정(楚亭) 박제가.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손꼽힌 청나라 학자 이조원은 초정을 이렇게 평했다.“…그가 구사하는 문사(文詞)는 아름답고, 별빛같고, 조개껍데기처럼 단단한 기운이 있으며, 교룡(蛟龍)이 사는 수궁의 물처럼 상서로움이 있었다. 어찌 천하의 신기한 문장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스스로 떨쳐 일어나기에는 힘이 부족하였으므로 끝내 그를 알아주는 자가 매우 드물었다.” 서얼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시·서·화에 뛰어난 소질을 보이며 이름을 떨친 박제가는 이처럼 의미심장한, 조선의 기남자(奇男子)였다. ‘박제가와 젊은 그들’(박성순 지음, 고즈윈 펴냄)은 실학자 박제가의 일대기를 다룬 평전 형식의 책이다. 박제가라는 인물이 함축하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다각도로 보여준다. 박제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백탑파 문인들과 그들을 인정하고 등용해 개혁의 길에 나선 국왕 정조다. 연암그룹, 연암일파, 북학파 등으로도 불린 백탑파는 연암 박지원을 중심으로 한 동인집단으로 백탑은 지금의 탑골공원 원각사지 10층 석탑을 가리킨다. 박제가는 이 백탑파 문인들과 교류하며 혈연을 뛰어넘는 끈끈한 우정과 학문적 교류를 이어갔다. 이덕무·유득공·이서구·서상수 등이 백탑파의 주요 인물. 박제가는 ‘야숙강산(夜宿薑山)’이란 시에서 이 다정한 벗들을 “기질 다른 형제요 한 방에 살지 않는 부부”로 묘사했다. 이 책에선 이들을 ‘젊은 그들’이라 부른다. 백탑파 인사들은 당시 팽배해 있던 소중화사상을 부정했다. 나아가 조선이 진정한 중화가 되기 위해선 그에 합당한 내실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위해선 청나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것이 바로 ‘북쪽’을 배우자는 북학론(北學論)이다. 이 책은 박제가와 그의 벗들이 일생을 바쳐 주장한 북학론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으며 그 내용은 무엇이고 정조의 개혁정치와는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소상히 다룬다. 북학파의 생각은 북벌론에서 이어져 내려온 소중화사상이나 대명의리론과는 판이한 것이었다. 당시 조선의 사상계는 매우 경직돼 있었다. 경전의 해석을 주자의 주대로 하지 않고 독창적으로 해석하면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렸다. 이런 배경에서 박제가는 1778년 청나라 연경에 다녀온 뒤 ‘북학의’를 지어 이용후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청의 발달한 문물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중국병에 걸린 ‘당괴(唐魁)’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박제가와 그의 벗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들의 경세론을 펼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국왕 정조의 지우(知遇)에 힘입은 바 크다. 정조는 특히 박제가를 아껴 견줄 자가 없는 선비라는 뜻의 ‘무쌍사(無雙士)’라 불렀다. 박제가는 정조의 인정을 받아 서얼 출신임에도 규장각 검서관에 발탁됐다. 검서관은 비록 7품 이하의 하급 관직이었지만 표전(表箋, 임금께 올리는 글)을 짓는 등 중요한 일을 맡았으며, 사실상 임금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는 사관의 임무까지 띠고 있었다. 정조의 개혁정치에 힘입어 박제가는 사회개혁을 위한 여러 시무책들을 올렸다. 그는 중국과의 통상, 서사(西士)초빙론, 중국 유학을 통한 인재양성론 등을 주창했으며 놀고먹는 사족층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생을 도태시키고 수레를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당시로선 무척이나 파격적인 것이었다. 개혁군주인 정조조차 그를 송나라의 급진개혁파 정치가 왕안석과 같다고 평할 정도였다. 조선 후기 사림세력에 맞서 ‘이용후생의 학문’을 주창한 박제가와 스승 박지원, 그들이 존경해마지 않았던 국제적인 학자 홍대용, 박제가의 절친한 벗인 이덕무·백동수·이서구…. 이 책에는 새로운 나라를 꿈꾼 조선 청춘들의 아름다운 만남과 사귐, 도전과 좌절의 이야기가 실렸다.“박제가의 한 몸에는 조선 후기 실학사조의 발흥과 전개, 그리고 몰락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게 저자(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연구교수)의 말이다.1만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이승원 교수가 본 ‘나비와 전사’

    달라이라마는 이렇게 말했다.“오늘 우리가 보는 무수히 많은 별자리는 차츰차츰 조금씩 발견되어 온 것이다. 망원경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더 많은 별자리를 발견할 것이다. 우리가 사물을 보는 능력을 많이 가질수록 볼 것이 더 많아진다.” 한동안 세계를 바라보았던 우리의 망원경은 근대주의와 민족주의였다. 이는 그 어떤 담론보다 우리의 삶을 겹겹이 둘러쌌던 철옹성이자, 반세기 동안 한국의 지성사를 지배해 온 굳건한 패러다임이었다. 그러나 근대성의 그물에 걸려들지 않는 마이너리티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배제되었으며, 근대성의 견고한 지반 위에 형성된 ‘근대적 앎의 매트릭스’는 우리의 사유의 폭과 깊이를 오히려 감퇴시켰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나비와 전사’(휴머니스트 펴냄)에서 근대주의나 민족주의라는 표상들은 “승화되어야 할 무엇이 아니라 과감하게 놓아버려야 할 뗏목”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말에 동감은 하지만, 이미 우리의 ‘뇌수’와 ‘세포’에까지 각인된 근대적 인식틀을 어떤 방식으로 내파할 수 있을 것인가.‘나비와 전사’는 이러한 질문에 한 가닥 실마리를 제공한다. 저자는 푸코와 박지원 그리고 불교의 인식론적 틀을 무기로 중세와 근대와 탈근대의 불연속적인 단절의 지층들을 묘파해 간다. 그럼으로써 근대성의 ‘외부’와 그 ‘너머’를 사유할 수 있는 인식론적이자 존재론적인 망원경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한국 근대성의 기원들이다. 근대적 시공간과 지식, 민족, 기독교, 문학, 사랑, 위생, 섹슈얼리티 등 그동안 우리가 숭고하게 떠받들었던 담론들은 저자의 예리한 시선으로 재배치된다. 푸코, 박지원, 허준, 옹녀, 장금이, 나우시카처럼 전혀 계열화되지 않는 이질적인 존재들은 어느덧 현실의 장으로 걸어나와 균질화된 근대적 지식과 사유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근대성에 포획되지 않는 소수자들의 우발적인 마주침은 근대 외부의 다양한 사유를 겹쳐지게 하는 ‘헤테로토피아’의 세계를 구성하기에 이른다. 우리는 앎과 일상과 혁명의 문제를 절름발이로만 따로따로 물어왔던 것은 아닐까. 앎은 ‘현학’이 아니다.“일상의 흐름 속에서 표현되지 않는 앎은 앎이 아니다.” 따라서 “공부와 일상이 겹쳐질 때, 지식은 비로소 근대적 표상으로부터 탈주하여 삶의 역동적인 흐름 속으로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곳곳에 스며있는 앎에 대한 성찰은 “지식이 일상과 하나가 되고, 일상이 곧 혁명이자 비전이 되는 코뮌”을 만들기 위한 실천과 연결된다. 장금이가 “걸으면서 사랑하기”를 온몸으로 실천해 갔다면, 저자는 “걷고 또 걸으면서” 자신을 붙들어 맸던 근대주의라는 “견고한 대지와 결별”하면서 새로운 지식과 삶의 공동체를 구성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국의 근대성’에서부터 ‘나비와 전사’에 이르는 일련의 저작들을 통해서 저자가 집요하게 추구하는 삶과 지식의 실천윤리는 ‘몸을 바꿔라!’는 테제이다. 몸이란 “외부로 소통하는 창”이다. 몸을 바꾸는 행위는 앎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과 동일한 말이다. 공부를 기반으로 코뮌을 구성하고 이를 동력으로 삼아 몸과 일상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저자가 진정 이 책에서 주장하는 핵심이다. 저자는 말한다.“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모쪼록 저자의 전위적인 욕망과 독자들의 욕망이 역동적으로 접속하기를. 그리하여 ‘사막’에서도 삶과 지식의 공동체를 구성하기를. (인천대 강사·한국문학)
  • [씨줄날줄] 칼 로브/한종태 논설위원

    예나 지금이나 최고 권력자의 오른팔이니 왼팔이니 하는 핵심측근들은 한 시대를 풍미한다. 간혹 자신이 모시는 ‘윗분’보다 더 힘이 센 경우도 있었으니 그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온갖 연줄을 동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고려 공민왕 때의 신돈이 그랬고 조선 세조 때의 한명회가 그랬다. 김영삼 정부의 이원종씨와 김대중 정부의 박지원씨도 여기에 해당된다 하겠다. 두 사람은 청와대 수석 시절 ‘왕수석’으로 통했다. 이씨는 김현철씨 사건으로 중도하차했고 박씨는 끝까지 김대중 대통령을 모신 차이가 있을 뿐이다. 조지 부시 미 행정부에서 이런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이다. 적법성 시비에 휘말리며 간신히 백악관에 입성한 부시 대통령이 2002년 상·하원 중간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데 이어 2004년 재선에도 성공한 선거전략이 모두 로브의 두뇌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이분법에 기초한 선택과 집중 기법이다. 낙태와 동성애자 결혼, 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는 강경 보수주의 정책이 로브의 아이디어다. 그 결과 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 대법원을 모두 장악했는데, 이는 미국 역사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한때 공화당에서는 루스벨트나 아이젠하워, 레이건 등 공화당이 자랑하는 역대 재선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을 부시가 해냈다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바 있다. 공화당의 베테랑 선거 컨설턴트 스튜어트 스티븐스조차도 칼 로브가 부시 캠페인의 시작이며 끝이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만큼 로브의 비중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오죽하면 ‘칼 로브의 부시’라고 할 정도였겠는가. 그런 로브가 이번에 역할이 축소됐다.5년만에 이뤄진 대폭적인 백악관 진용 개편에 따라 정치고문 역할을 더이상 하지 않게 된 것이다.30%대로 떨어진 부시의 지지율, 의회와의 갈등,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는 국내정책 등 얽혀 있는 난제가 로브의 역할 축소로 이어진 셈이다. 특히 오는 11월에는 상·하원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다. 지금 예상대로 공화당이 참패하면 부시의 레임덕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지나치게 강경한 이미지가 결국 부시에겐 짐이 된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민심과 더불어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자세를 갖는 것만이 측근의 정도(正道)일 것이다. 한종태 논설위원 jthan@seoul.co.kr
  • 진술만 쥔 檢 ‘깊은 시름’

    진술만 쥔 檢 ‘깊은 시름’

    계좌추적을 피하기 위해 뇌물을 주로 현금과 달러로 전달하면서 검찰이 혐의 입증에 애를 먹고 있다. 잇단 무죄 판결에 이어 17일 법원이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와 이성근 산은캐피탈 사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해 수사에 비상이 걸렸다. 영장을 기각한 법원은 돈을 건넨 사람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검찰은 “뇌물 사건에 있어 직접증거는 돈을 주고 받은 사람의 진술밖에 없다. 한쪽이 부인한다고 다른 사람의 주장을 무조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미 뇌물수수 혐의를 받던 많은 정치인 등이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염동연·이인제 의원, 박주선 전 의원, 김홍업씨, 안상수 인천시장, 박광태 광주광역시장,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 등이다. 수표를 뇌물로 전달하는 사례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1만원권 현찰을 선호하고 부피를 줄이려고 달러나 무기명 채권, 아예 세탁된 현찰이 입금된 차명통장을 건네기도 한다. 대선자금 수사에서는 현금을 이른바 ‘차떼기’로 전달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라면·사과·굴비·간고등어상자 등 내용물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신종 수법이 등장해 수사를 어렵게 하고 있다. 라면·사과상자에는 2억 5000만원 안팎, 간고등어상자에는 3000만원이 들어간다. 공천비리 사건에서는 21만달러(2억원)를 약상자에 넣어 전달했다. 언젠가 10만원권이 발행되면 현금을 추적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유죄심증을 형성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뇌물 사건에서는 진술외에도 목격자나 현장상황 조사, 계좌추적과 입출금 내역 자금흐름 등 객관적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뇌물 수사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의심이 드는 진술을 일방적으로 인정할 수는 없지 않으냐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검찰도 결국은 진술의 신빙성을 느끼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다. 뇌물 등을 받은 측에서 주장하는 것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돈을 준 사람의 말이 사실이라는 점을 밝혀내는 점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법원의 양형에 대한 불만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검찰 관계자는 “판사들이 징역 5년 이상을 선고해야 하는 특가법 뇌물사건에 부담을 많이 느낀다.”면서 “상급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는 것을 두려워 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때문에 다른 검찰 간부는 “법원이 뇌물 등의 사건에서 자백하는 경우와 부인하는 경우에 있어 형량을 다르게 한다면 진실을 밝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의 이같은 요구에 부정적이다. 한 판사는 “검찰에서 플리바겐에 버금가는 감경을 요구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김효섭 박경호기자 newworld@seoul.co.kr
  • 조선시대 삶의 파노라마

    18세기 조선사람들은 길을 가다가 자기 앞에 넓은 소매의 도포에 술띠를 두루고 갓을 쓴 사람이 나타나면 대번 양반인 줄 알았다. 연암 박지원이 ‘양반전’에서 상민 신분의 비애를 생생히 묘사하고 있듯, 그들은 양반에게 “몸을 꾸부려 어찌할 줄 모르는” 시늉을 했을 것이다. 조선사회는 한마디로 신분사회였다. 반상(班常)의 구분이 엄격했던 조선시대에는 의식주에 따라 신분이 드러났고 국가의 정체성과 개인의 삶이 유지됐다.‘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한국고문서학회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은 의식주를 통해 조선시대 생활사 전반을 살핀 흥미로운 책이다. 조선 후기 풍속화와 고문서를 매개로 당대 사람들의 삶을 재현한다. 풍속화는 신분을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단원 김홍도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평양감사향연도’ 가운데 한폭인 ‘월야선유도(月夜船遊圖)’를 보면 당시의 복식문화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책은 그림 속 등장인물들에 일련번호를 매겨 양반·중인·상민·천민의 남성의복 등을 분석하며 18세기 신분제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적 양상들을 짚어나간다. 도포는 양반 신분의 상징이다. 고려시대의 깃이 곧은 직령(直領)에서 유래한 도포는 사대부가 예를 차리기 위해 입는 것으로, 그들의 평상복이자 출입복이었다. 도포의 색깔은 여러 가지였다. 평상시에는 백색 도포를 입었고, 길복(吉服)으로는 옥색이나 연갈색을 입었다. 청색의 청포도 있었다. 도포 외에 반(班)과 상(常)을 가르는 신분의 상징을 하나 더 든다면 술띠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조선 후기 풍속화를 보면 양반의 가슴에는 반드시 술띠가 둘러져 있다. 하지만 상민은 조선시대 금제(禁制)에 따라 술띠를 착용할 수 없었다. 술띠야말로 양반의 도포를 진정 도포답게 만드는 중요한 장식이었다. 우리 민족의 식문화의 중심은 단연 밥이다. 삼국시대까지 밥은 곡물을 시루에 넣고 찌는 증숙반(蒸熟飯)이었다. 시루에 찐 밥은 술밥같이 꼬들꼬들해 가마솥에서 지은 찰기 흐르는 밥과는 큰 차이가 있다. 통일신라 이후부터는 솥을 이용해 밥을 짓는 자숙반(煮熟飯)이나 취반(炊飯)이 일반화됐다. 이 책에서는 ‘미암일기’‘묵재일기’등 조선시대 양반들이 남긴 다양한 일기 자료를 활용해 당시 식생활 문화의 실상에 다가간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쌀밥에 고깃국’을 최상으로 여겼다. 그러나 국가로부터 환곡을 받아 생활하던 하층민에게는 그림의 떡. 상당수의 하층민들은 보리를 수확하는 5월부터 가을걷이를 하는 9월까지 쌀이나 조 대신 보리를 주식으로 삼았다. 보리가 생산되는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까지의 ‘맥절(麥節)’에는 보리를 더 싸게 사들이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 조상들의 대식(大食)습관을 다룬 대목은 쓴웃음을 짓게 한다. 조선 전기 훈구파의 거목 이극돈은 상소를 올려 풍년이면 먹을 것을 아끼지 않아 중국 사람이 하루 먹을 분량을 한 번에 먹어 치운다고 개탄했다. 조포석기(朝飽夕飢)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아침에 양식을 다 먹어치워 저녁에는 굶는다는 뜻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주거생활은 어땠을까. 책은 호구단자와 준호구, 가옥문기, 가좌책 등을 면밀히 분석해 그들의 주거 양태를 밝힌다. 책에 따르면 조선시대에도 오늘날처럼 셋집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주거생활에서 온돌문화는 빼놓을 수 없는 대목. 온돌방은 고려 말에 등장한 새로운 공법으로, 지배층을 중심으로 점차 보급됐다. 그러나 조선 초까지도 관청이나 부잣집에서만 볼 수 있을 정도로 제한적이었으며, 그것도 주로 병자나 노인의 방에만 설치됐다. 온돌이 민간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대략 16세기경으로, 그전까지는 입식생활이 주를 이뤘다. 의식주의 역사는 그동안 복식사나 음식사, 건축사 등 각각의 영역에서 통사적으로 혹은 양식적으로 다뤄져 왔다. 이 책은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보다 대중적인 시각에서 의식주의 생활사를 한데 아우른다. 조선 풍속화와 고문서를 고리로 학제간 연구의 폭을 한층 넓혔다는 데 이 책의 미덕이 있다.1만 7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조선 최고의 명저들/신병주 지음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조의궤. 최근 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 조선시대 최고의 기록물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은 일본 도쿄대로 반출된 오대산 사고본에 대한 환수가 추진되고 있고, 의궤는 실록에 이어 세계기록유산으로 신청된 상태다. 조선사가인 서울대 규장각 신병주 학예연구사가 쓴 ‘조선 최고의 명저들’(휴머니스트 펴냄)은 이들 실록과 의궤를 비롯, 조선의 시대상과 그 시대 사람들의 지혜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록물과 서책 14권을 엄선, 역사학자의 눈으로 쉽게 풀어헤쳤다. 기행문에서 일기, 보고서, 문집, 관찬기록 등 국보급 기록물에서 당대 베스트셀러까지 명저들의 특징과 함께 관점과 맥락, 인물과 사건, 현재적 의미까지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평소 고전을 어렵게 느낀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조선이 기록과 서책의 문화역량을 가질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조선왕조 500년간 이어진 방대한 편찬사업의 산물인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는 문치주의 확산의 촉매제였다. 학자 등 개인들도 문집이나 일기를 통해 자신의 학문과 사상을 기록, 책으로 남겼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건국의 주역 정도전과 의녀 장금도 등장한다. 실록 뿐 아니라 승정원일기에 담긴 국왕 비서들의 기록에서는 세종은 육식주의자, 영조는 채식주의자임을 알 수 있다. 최초의 체계화한 성문헌법인 ‘경국대전’에는 당대 사람들의 합리성이 담겨 있다. 조선왕실의 행사기록을 생생하게 담은 ‘의궤’는 당시의 높은 그림 수준을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 시대에도 삶의 모습을 후손에게 어떻게 전할 것인가를 과제로 던져준다. 국가적인 토목공사의 추진 상황을 명쾌하게 정리한 ‘준천사실’에서는 왕들의 국가경영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신숙주의 ‘해동제국기’나 최부의 ‘표해록’은 축적된 지적 역량과 해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보여준다.‘난중일기’에는 장군 이순신의 진솔한 모습이 담겨 있으며, 허균의 ‘홍길동전’은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는 지식인의 궤적을 보여준다. 백과사전인 ‘지봉유설’과 ‘성호사설’을 통해서는 조선시대에 대한 지식을 폭을 넓힐 수 있다.18세기 우리 국토를 답사하면서 산천·풍수·인심을 논한 ‘택리지’는 당대 사대부들이 너도나도 책을 손에 들고 국토를 유람하는 붐을 낳았던 베스트셀러였다.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은 궁중생활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며, 박지원의 진취적인 세계주의 사상이 담긴 ‘열하일기’는 세계화와 정보화의 과제를 안고 있는 오늘날에 필요한 새로운 지혜를 던져준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기록유산들 속에는 삶의 가치와 역사,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대를 이끌어간 고민과 사상의 깊이를 책 한권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기쁨이 있다.1만 50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조선 최대 갑부 역관/이덕일 지음

    연암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에서 거지 행색의 허생에게 선뜻 만 냥을 꾸어준 변 부자. 그의 직업은 역관(譯官)이었다. 조선 숙종연간 역시 역관 출신으로 도성 제일의 부자가 된 변승업의 할아버지가 바로 그다. 역관이 이처럼 갑부가 될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 하나는 불우비은(不虞備銀), 즉 관아의 예비은을 사용할 있었기 때문이다. 역관은 각 관아에서 필요로 하는 중국 물품이 있으면 대금을 미리 받아 구입해 관아에 넘겨주고 몇배의 이익을 남겼다. 나아가 자신의 신분을 빌미로 관아의 은을 빌려 무역자금으로 쓸 수 있었다. 엄청난 특혜였던 셈이다. 역관은 요즘으로 치면 ‘투잡스족’으로 실무외교관이자 국제무역상이었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아나키스트 이회영과 젊은 그들’‘이덕일의 여인열전’ 등 생존 당시 주목받지 못한 불운한 천재나 역사 속에서 잊혀져간 인물들을 복원해온 역사학자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씨가 이번엔 역관들의 세계를 다룬 ‘조선 최대 갑부 역관’(김영사 펴냄)을 내놓았다. 저자는 “역관은 조선사회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중인이라는 신분적 한계 때문에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남아 있는 사료 또한 충분하지 않아 오늘날까지 그 위상과 역할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한다. 외교관, 국제무역상, 무기수입상, 첩보원, 개화사상가, 독립운동가…. 조선의 역관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 그러나 외국어에 능통했던 만큼 역관은 무엇보다 외교 전선에서 빛을 발했다. 조선 초기 역관은 통역과 실무만 맡은 게 아니라 공식 외교관인 사은사(謝恩使)의 자격으로 중국에 가 외교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예종 이후 사대부들의 견제가 심해지면서 점점 본연의 업무인 통역만 담당하게 됐지만, 역관들은 종종 명분만을 중시하던 무능한 사대부들을 대신해 중국과 외교담판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 땅이 될 뻔한 우리 영토를 지켜낸 김지남·김경문 부자가 그 대표적인 예다. 김지남은 백두산정계비를 세울 때 청나라 오랄총관(烏喇摠管) 목극등과 다퉈가며 조선의 입장을 관철해낸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역관은 조선 실물경제의 큰 손이었다. 역관들은 조선의 귀한 약재였던 인삼을 중국이나 일본에 팔아 거액의 돈을 벌었다. 또 중국과 ‘여마(餘馬)무역’을 벌이기도 했다. 여마란 사행(使行) 도중에 말이 죽거나 병이 들까봐 예비로 데리고 다니는 말. 역관들은 이 여마에 추가로 물품을 싣고 가 물건을 사고 팔았다. 이들의 중개무역은 청나라의 해금(海禁)정책으로 중국이 일본과 직접 교역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서 저자가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중개무역을 통해 역관 자신이 누구보다 부자가 됐지만, 그들의 활발한 무역활동으로 말미암아 조선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당시 농업을 우대하고 상업을 천시한 농본상말(農本商末)사상에 젖어 있던 양반 사대부들은 역관을 ‘역상(譯商)’이라며 멸시했다. 역관 가문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장희빈이다. 대대로 유명한 역관을 배출한 집안의 서녀(庶女)인 장희빈은 숙종 15년(1689년) 서인정권을 무너뜨리고 남인들이 재집권한 기사환국의 주역이었다. 그 뒷배를 봐준 것은 물론 정치권력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한 ‘역관 명가’ 인동 장씨 가문이었다. 숙종은 결국 인현왕후 민씨를 폐출하고 장씨를 왕비로 삼았다. 저자는 역관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명나라 홍등가에서 기녀를 구출해 준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은 ‘상도’의 임상옥이 아니라 역관 홍순언이라는 사실, 세계 최고(最古)의 중국어 학습서 ‘노걸대’를 쓴 사람은 조선의 역관이라는 이야기, 병인양요 때 뛰어난 첩보활동으로 프랑스의 막강 함대에 맞서 조선을 승리로 이끈 역관 오경석의 일화 등을 들려 준다. 또 역관들이 천주교 서적과 서양의 선진문물을 조선에 들여옴으로써 개화사상의 주역이 됐고, 이어 한말 애국운동의 한 갈래를 이뤘다는 점도 분명히 밝힌다. 이 책은 김영사가 ‘새로운 감각의 역사서 시리즈’를 표방하며 내놓은 ‘표정있는 역사’ 시리즈의 첫 권이다. 일방적인 ‘역관 예찬론’의 혐의가 없진 않지만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역관 집단의 다양한 역할과 의의를 입체적으로 살피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99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알뜰살뜰 정보]

    ●신세계이마트는 12일까지 LG생활건강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만들기’ 특별기획 행사를 연다. 엘라스틴 샴푸 등 샤프란 세제, 토디앙 기저귀 등 1000여가지 물량,50억원어치를 기획가로 판매한다.1만원어치 구매 때마다 스크레치 복권 한 장씩 주고 당첨자에게 상품권 등을 증정한다. 매출액의 1%를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한다. ●옥션(www.auction.co.kr)은 태평양에서 직접 운영하는 매장을 열고 31일까지 이벤트를 진행한다. 한방화장품 브랜드 ‘스템난’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구매자 중 추첨을 통해 삼성 LCD 32인치 TV, 아이리버 512M MP3P 등을 경품으로 준다. ●롯데닷컴(www.lotte.com)은 사이트 오픈 10주년을 맞아 31일까지 기념 행사를 진행한다. 최초 구매일을 확인한 회원에게 LG 디오스 양문형 냉장고, 휘센 에어컨, 소니 디지털 카메라 등을 최고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을 준다. ●인터파크(www.interprak.com)는 5일까지 한국 영화 응원 이벤트를 진행한다. 한국 영화를 예매하는 소비자 중 선착순 500명에게 건당 2000원이 할인되는 쿠폰을 발급한다. 제휴 신용카드 할인 등과 중복으로 적용된다. ●신세계닷컴(www.shinsegae.com)은 디자이너 박지원과 함께 ‘F.LETTER by JIWON PARK’를 선보였다.20대 중·후반의 여성을 타깃으로 한 패션 브랜드다. 오픈을 기념해 5퍼센트 적립금을 주고, 추첨을 통해 박지원 티셔츠(300매한), 지방시 핸드백 등을 증정한다.
  • [책꽂이]

    ●한반도 평화론(백경남 지음, 한울아카데미 펴냄)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정세 등을 여성 불교인의 입장에서 정리. 저자(동국대 교수)는 문명사적 진운이 지중해시대, 대서양시대를 거쳐 제1차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지금은 아·태·동북아로 옮아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또한 중국의 대륙문화와 일본의 해양문화의 충돌, 서양의 가치와 아시아적 가치의 충돌을 조정하는 조화의 진원지로서의 ‘불교 허브 코리아’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2만원.●대중예술과 미학(박성봉 지음, 일빛 펴냄) 16∼17세기 런던에서 공연되던 셰익스피어의 연극은 지금은 고급예술로 간주되지만 그 당시에는 전형적인 대중예술이었다. 그런가하면 현대 미국의 만화가인 로버트 크럼을 도스토예프스키에 비유하는 만화비평가도 있다. 대중예술의 개념은 이처럼 시대와 장소,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다. 저자(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교수)는 예술이라는 개념의 존재이유는 재미와 감동이라고 강조한다.1만 3000원.●천황의 나라 일본(고토 야스시 등 지음, 이남희 옮김) 일본은 기원전 660년에 초대 천황인 진무(神武)천황이 즉위했다. 이후 6세기초 게이타이(繼體)천황에서부터 현 천황에 이르기까지 만세일계(萬世一系)의 황통 계승을 유지해오고 있다. 신적인 존재로 민중에게 인식되던 천황은 7세기 경에는 공민제와 율령제가 공표됨에 따라 정치적 실권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9세기 이후부터는 귀족이나 막부가 실권을 행사하게 되고, 실권자는 천황으로부터 대권을 받는 형태가를 취했다. 이 책은 천황을 통치기구 그 자체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1만 3000원.●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지 상식 백가지(서전무 지음, 정원기 등 옮김, 현암사 펴냄) 유비는 쌍고검, 장비는 장팔사모, 관우는 82근짜리 청룡언월도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반달같이 생긴 칼끝에 긴 자루가 달린 대도를 들고 적토마 위에 올라 수염을 휘날리는 관우의 모습은 소설적 허구일 뿐, 관우시대엔 그런 종류의 긴 칼은 쓰이지 않았고 기껏해야 1m 정도의 장도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삼국지연의를 지은 나관중이 주유를 도량이 좁고 포용력이 부족한 인물로 묘사한 것도 진실과 다르다며 조조군을 물리치고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끈 총사령관이었던 주유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1만 8000원.●고전문학사의 라이벌(정출헌 등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그들의 운명을 갈라놓은 건 세조의 왕위찬탈이었다. 서거정은 원종공신 1등에 올라 탄탄대로를 걸었고, 김시습은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평생 전국의 산사를 떠돌았다. 서거정이 조정대각(朝廷臺閣)의 시를 대변했다면, 김시습은 산림초야의 시를 대변했다. 둘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명암이 엇갈리는 삶을 살았다. 책은 시대와 불화한, 또는 영합한 천재들을 통한 새로운 고전문학 독법을 보여준다. 유쾌한 노마드 박지원과 비운의 정착민 정약용, 가문소설의 시대를 연 선의의 경쟁자 김만중과 조성기 등의 이야기를 소개.1만 1000원.●로마, 천년의 지식사전(고바야시 코즈에 지음, 송수영 옮김, 밀리언하우스 펴냄)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세네카 ‘인생의 짧음에 관해서’ 중) ‘주사위는 던져졌다’(수에토니우스의 ‘로마황제열전-카이사르전’ 중)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기꺼이 믿는다’(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 중) 로마인들이 남긴 말과 글은 제국이 멸망하고 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로마인의 명언 100여개를 수록.1만 2000원.
  • ‘열하일기’ 한글판 발견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이 쓴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우리말로 번역한 필사본이 새로 발견됐다. 서울대 인문대 학장인 권두환 교수는 22일 ‘연암열하일긔’라는 제목이 붙은 254쪽 9만 2000여자 분량의 열하일기 한글 번역 필사본을 사진자료 형태로 공개했다. 권 교수가 일본 도쿄대에서 찾아낸 이 필사본의 분량은 지금까지 열하일기의 유일한 한글 번역본으로 알려졌던 현존 명지대 소장본의 17배에 이른다.이 필사본은 경성제국대학과 도쿄제국대학에 재직했던 한국어 연구의 대가 오구라 신페이(小倉進平·1882∼1944) 교수가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상권 150쪽, 하권 104쪽으로 돼 있고 각각의 표지에 ‘熱河記 乾(열하기 건)’,‘熱河記 坤(열하기 곤)’이라고 한문으로 적혀 있다. 연암이 중국을 다녀오면서 열하일기를 쓴 것은 1780년. 권 교수는 문체·단어·맞춤법 등 특징으로 미뤄 필사본의 저본(底本)은 18세기 말이나 19세기 초 만들어진 한글 번역본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연합뉴스
  • [씨줄날줄] 홍보수석/오풍연 논설위원

    언론과 권력의 관계는 늘 매끄럽지 못하다. 언론은 권력을 견제하고, 권력은 곧잘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기 때문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다. 권세는 10년을 못가고, 열흘간 붉은 꽃이 없다는 뜻이다. 다시말해 얼마 못가서 반드시 쇠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있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 당시 국무부 대변인이었던 제임스 루빈이 남긴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 그는 “언론인들은 (남을)비판하는 건 좋아하지만 (자기를)비판받는 건 참지 못한다. 기사나 논조에 대해 시비하지 않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이런 긴장관계 속에서도 언론으로부터 평가받는 대변인이 적지 않다. 유머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민을 웃길 줄 알았기에 더욱 사랑받았다.‘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의 작가인 레오 버스카글리아는 “사람은 함께 웃을 때 서로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고 명쾌한 해석을 한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입’ 역할을 했던 애리 플라이셔 전 백악관 대변인도 그 중의 하나다. 그가 고별연설을 할 때 기자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를 정도였다니 인기를 가늠할만하다. 우리나라에도 명대변인을 여럿 꼽을 수 있다. 이들 또한 유머감각이 뛰어난 편이다.1980년대 이후 정치판을 쥐락펴락했던 봉두완·박희태·박상천·홍사덕·박지원씨 등이 이름을 날렸다. 특히 박희태 국회부의장은 1988년 12월 민정당 대변인에 임명돼 민자당으로 바뀐 1993년 2월까지 4년 3개월간 집권당 대변인을 맡았다. 이즈음 대학생들이 당사를 기습점거하자 “귀여운 아가들이 당을 방문했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 논평은 아직도 정가에 회자되고 있다. 이같은 유머감각 때문에 그가 최장수 대변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게 아닐까.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입’이다. 국민의 정부까지는 공보수석이 대변인을 겸했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홍보수석 밑에 대변인을 두었다. 대변인이 주로 브리핑을 맡지만, 중요사항은 홍보수석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언론과 날을 세워온 조기숙 홍보수석이 “제가 떠나면 청와대는 물론이고 나라가 조용해질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후임 이백만 수석은 대통령과 국민사이에 어떤 가교역할을 할지 기대된다. 오풍연 논설위원poongyn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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