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박주영, 영화 ‘골’ 주인공에게 배워라
대니 캐논 감독의 축구 영화 ‘골‘은 뛰어난 기량을 가진 멕시코 유망주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입단해 주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매끄럽게 그려 냈다. 지네딘 지단, 데이비드 베컴, 앨런 시어러 같은 특급 스타들이 카메오로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영화의 미덕은 축구 선수가 반드시 잔디 위에서만 성장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 준 데 있다. 선수들은 전후반 90분을 뛰기 위해 그보다 더 많은 시간, 장외에서 혈전을 치른다. 원정 경기를 가면 상대 팀의 광적인 팬들과 익숙하지 않은 경기장의 ‘공세‘를 받는다. 라커룸에서 나와 상대 팀 선수들과 나란히 서 있을 때도 팽팽한 눈싸움이 벌어진다. 경기 도중에 심판의 눈을 피해 유니폼을 잡아끌거나 나지막이 욕설을 주고 받기도 한다. 팀 동료들도 잠재적인 적이다. 고된 훈련과 실전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포지션 경쟁이 되기도 한다. 쓸모 없는 선수는 방출하는 게 프로의 생리다. 그래서 선수들은 무엇보다 팀내 일원이 되고 동료들과 두터운 신뢰를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은 한가로운 사교가 아니라 생존 명령이다. 우리의 뛰어난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해 처음 겪게 되는 이중적인 감정, 드디어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들어섰다는 설렘과 낯선 함성들로 인한 두려움이 장외의 혈전들에서 뒤범벅된다. 한 팀이라고 하지만 치열한 포지션 경쟁이 벌어지게 마련이고 특히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온 선수를 겨냥한 유럽인의 보이지 않는 텃세도 심하다. 그래서 몇몇 선수는 아쉽게도 더 큰 무대로 오르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중계 화면만으로는 우리의 박지성, 설기현, 이영표, 김동진, 박주영 같은 선수들이 경기 외적인 생활과 훈련을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경기를 하면서 동료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아, 조금만 더!’하는 아쉬움이 들 때가 더러 있다. 반칙, 슛, 골 같은 결정적인 장면이 일어날 때 우리 선수들이 조금 더 동료들과 함께 그 순간에 몰입했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데뷔전에서 아름다운 골과 어시스트를 기록한 박주영이 그 뒤 이렇다 할 소식을 전해 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박주영은 골을 얻지 못했을 뿐이지 결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거구의 수비수들을 제치고 헤딩슛을 터뜨리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오늘의 주제와 관련해 흐뭇한 장면이 많았다. 동료가 골을 넣었을 때 달려가 격렬하게 껴안았다. 골 넣은 선수가 멀찍이 달려가면서 세리머니를 할 때도 반드시 쫓아가 안았다. 진심으로 골을 즐겼다. 동료가 반칙으로 쓰러졌을 때는 급히 의료진을 불렀다. 공간 침투를 위해 끝없이 미드필드 라인과 소통하는 모습도 많았다. 이런 과정에 의해 박주영은 팀의 일원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박지성이라는 좋은 선례를 좇아 말이다. 물론 박주영이 골을 많이 터뜨리면 좋겠지만 그것은 신의 영역이고 우선 팀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동지애를 향해 열심히 뛰고 있다. 그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