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박정희
    2026-03-10
    검색기록 지우기
  • 거점
    2026-03-10
    검색기록 지우기
  • 송금
    2026-03-10
    검색기록 지우기
  • 일본인
    2026-03-10
    검색기록 지우기
  • 무디스
    2026-03-1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256
  • 막 내린 ‘3金 시대’…김종필 별세

    막 내린 ‘3金 시대’…김종필 별세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김 전 총리 측 관계자는 “김 전 총리가 오늘 오전 8시 15분쯤 별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중구 청구동 자택에서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측에 따르면 김 전 총리의 가족들은 이날 오전 119를 통해 김 전 총리를 인근 순천향병원으로 옮겼으며, 김 전 총리는 병원 도착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김 전 총리의 측근은 “한 달 전쯤부터 기력이 떨어졌지만 특별한 병환은 없었다”면서 “빈소가 차려지면 가족장으로 조촐하게 하고 조화나 조의금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측근은 또 “생전에 국립묘지에 가지 않고 검소하게 부인 고 박영옥 여사가 묻혀 있는 고향의 가족묘원에 묻어달라는 말씀이 있었다”면서 “이미 언론 보도가 나왔으니 부고도 따로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제가 마지막으로 본 게 지난 21일인데 기력이 다하는 순간까지 기억력 하나는 그대로였다”면서 “과거에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면 오히려 저희보다 기억하는 연도나 순서가 정확했다”고 전했다. 빈소는 평소 진료를 받았던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이로써 김대중·김영삼·김종필 트로이카가 이끌어왔던 ‘3김(金)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지난 1926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김 전 총리는 공주중·고등학교와 서울대 사범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으며, 지난 1963년 공화당 창당을 주도하고 그해 치러진 6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7·8·9·10·13·14·15·16대를 거치며 9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3김 시대’의 한 축인 김 전 총리는 1961년 처삼촌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에 가담하면서 현대 정치사의 전면에 등장했으며, 같은 해 중앙정보부를 창설해 초대부장에 취임한 것을 시작으로 줄곧 영원한 ‘제2인자의 길’을 걸어왔다. 공화당 창당과정에서 증권파동을 비롯한 이른바 ‘4대 의혹사건’에 휘말리면서 63년 2월 ‘자의반 타의반’ 첫 외유를 떠난 데 이어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의 주역으로서 핵심쟁점이던 대일 청구권 문제와 관련된 ‘김종필·오히라 메모’ 파동으로 6·3사태가 일어나자 1964년 또다시 2차 외유길에 올랐다.이후 1971년부터 1975년까지 4년 6개월 간 국무총리를 지내며 승승장구했으나, 1980년 신군부의 등장과 함께 ‘권력형 부정축재자 1호’로 몰려 영어의 몸이 되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1984년 미국으로 건너가 유랑생활을 하다 1986년 귀국한 뒤 신민주공화당을 창당하고 1987년 13대 대선에 출마해다가 낙선했다. 그러나 1988년 치러진 13대 총선에서 충청권을 기반으로 35석의 국회의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 오뚝이처럼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그는 이어 평생의 꿈인 내각제를 고리로 1992년 대선에서 3당 합당과 함께 김영삼(YS) 당시 대선 후보를 지원했으며, 1997년 대선에선 자신이 창당한 자유민주연합 후보로 다시 대권에 도전했으나 선거 막바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성사시키며 김대중(DJ)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함으로써 첫 수평적 정권교체와 함께 국민회의·자민련 공동정권을 탄생시켰다.그러나 내각제 파동과 16대 총선 과정에서 쌓인 공동정권 수장 사이의 앙금은 결국 2001년 9월 임동원 당시 통일부 장관 해임안 가결 및 공조파기로 이어졌다. 김 전 총리는 2004년 17대 총선을 통해 재기를 시도했으나, 자신의 10선 도전 실패와 함께 고작 4명의 의원만 배출하는 참패를 당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김 전 총리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쿠데타 원조에서부터 중앙정보부 창설자, 풍운의 정치인, 영원한 2인자, 경륜의 정치인, 처세의 달인, 로맨티스트 정치인 등 그에 따라붙는 여러 별칭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영욕과 부침을 거듭해왔다. 김 전 총리의 서거로 1960년대부터 우리 정치권을 풍미해 온 ‘3김 시대’는 실질적 종언을 고하게 됐다. 유족으로는 아들 진씨, 딸 예리씨 1남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질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호가호위 정치인 물러나고 외부인사 영입해야

    지도자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아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후폭풍에도 ‘천막당사’와 박근혜 당시 대표를 중심으로 선방했다. 박 전 대통령이 당 대표로 나서면서 ‘마지막으로 살려 달라’고 호소했던 것이 유효했다. 특히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 산업화 세력의 큰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몰락한 지금 보수 진영 안에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을 찾기는 힘들다. 당내에서 실패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는 이전투구가 나타난 것이 그 단면이다. 한국당 초선 의원 5명은 지난 15일 “지난 10년 보수 정치 실패에 책임이 있는 중진 의원들은 정계를 은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부적격 의원들을 저격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보수 정치 세력의 리더가 되기 위한 당내 경쟁이 아닌 시대에 맞는 의제를 만들어 내기 위한 경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혼란을 한 번에 수습해 줄 ‘만병통치약’은 없다는 것이다. 16대 국회에서 의장을 지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지도자는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고 자신의 활동을 통해 스스로 크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외부의 가능한 사람을 영입하고 지역 유지라는 이유로 국회의원을 하는 사람들은 정리하고 새로운 사람을 골라내는 일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청원·윤상현 의원 등 박 전 대통령 정권에서 호가호위했던 사람은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집권 여당이라면 탄핵의 동시 책임을 지든지 적어도 5~6명은 정계 은퇴를 했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건 인적 쇄신이지만 (지금은) 총선 국면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을 받기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합리적 보수 인사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정의화 전 국회의장, 홍정욱 전 국회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대선 주자급에서는 유일하게 당선된 원희룡 제주지사도 거명된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새로운 보수 세력 재편을 위해선 ‘청년보수당’을 부각시켜야 할 정도로 총체적 난관”이라고 평가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인 “안정성·연속성에 역점 두겠다”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인 “안정성·연속성에 역점 두겠다”

    ‘박정희 고향’이자 보수 텃밭인 구미에서 첫 진보 시장으로 취임하는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인은 18일 “공무원이 동요하지 않고 업무를 추진하도록 안정성과 연속성에 역점을 두고 시정을 펴겠다”고 밝혔다. 장 당선인은 이날 시청 간부공무원과 가진 간담회에서 “공무원을 통제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내달 1일 취임하더라도 인사는 시장 권한대행 주도로 하면 된다”며 인사에서도 안정을 가장 중요시했다. 장 당선인은 시장직 인수지원단이 19일부터 가동하면 실·국별로 업무보고를 받은 뒤 구체적인 업무 방향과 지침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지원단은 당선자의 주요 공약사업에 맞춘 시정 로드맵을 마련해 보고할 예정이다. 또 장 당선인과 협의해 취임식을 화합 분위기로 검소하게 치른다는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도 野도 못 믿어”…태극기 집회, 길을 잃다

    “美도 野도 못 믿어”…태극기 집회, 길을 잃다

    ‘친미반북’ 외쳐 온 보수 단체들 “트럼프 대통령에 배신감 느껴” “회담 한 번으로 평화가 오겠나” 북미 해빙 분위기에 혼란 커져 선거 패배 더해 보수 분열 가능성‘태극기 부대’가 멘붕(멘탈 붕괴) 상태에 빠졌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박근혜 석방’과 ‘친미 반북’을 외쳐 온 이들이 6·12 북·미 정상회담과 6·13 지방선거를 거치며 신념과 현실의 극단적 부조화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는 장면은 태극기 부대가 가졌던 기존의 피아(적군과 아군) 식별을 붕괴시켰다. 보수 정치세력의 궤멸로 귀결된 지방선거는 태극기 시위의 동력을 급속도로 약화시켰다. 실제로 17일 예정됐던 북한 규탄 집회가 열리지 않은 사례도 잇따랐다. 보수 집회의 ‘성지’가 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지난 16일에 집회가 열리긴 했지만, 참가자 수는 크게 줄었다. 서울의 대표적인 보수 단체 집회 장소인 대한문, 광화문광장,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최근 만난 시위대는 대부분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모(68·여)씨는 “모두가 ‘북·미 회담 쇼’에 속고 있다”고 단언했다. 박씨는 “북한, 미국, 한국의 집권자들이 자기 정권을 강화하려는 쇼를 펼치고 있다”면서 “굶어 죽으면서 개발한 핵무기를 북한이 정말로 포기할 것으로 믿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60대 여성은 “(북한 주민이) 미국을 철천지원수라고 생각한 세월이 얼마인데 회담 한 번으로 평화가 찾아오겠느냐”라면서 “결국 우리나라만 ‘적화’될까 겁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렸다. 조모(60대 초반)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손자뻘인 김정은과 동등한 위치에서 회담한 것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을 보고한 것”이라면서 “미국이 국익을 위해 철저히 계산된 회담을 한 것일 뿐 미국은 절대 북한을 믿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뢰를 보냈다. 반면 이모(76·여)씨는 “한국을 도와준 든든한 동맹국 대통령이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려 하다니 믿기지 않는다”면서 “이제 트럼프를 못 믿겠다. 배신감을 느낀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보수 단체 회원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조차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이 탄생한 지방선거의 결과 역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김모(78)씨는 “선거 결과가 상당히 불쾌하고 의심스럽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석방됐으면 절대로 패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모(71)씨는 “자유한국당이 공천을 잘못했다. 이게 다 홍준표 대표 책임”이라며 분노했다. 박모(68·여)씨는 “문재인 정권이 신문과 방송을 장악해 태극기 집회는 전혀 보도하지 않고 좌파들만 홍보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모(76·여)씨는 “투표용지를 3번 접으라 해서 접었는데 3번 접으면 전자개표기가 읽어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면서 “수개표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치관에 혼란이 온 데다 지방선거에서 대패하면서 보수 진영의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면서 “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대한 찬반에 따라 보수가 중도 보수와 극우 수구세력으로 명확하게 분열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데스크 시각] 보수 야당이 사는 법/김경두 정책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보수 야당이 사는 법/김경두 정책뉴스부장

    지난 13일 밤 8시 20분 지하철 1호선 전철 안이었다. 벌써 얼큰하게 한 잔 걸친 60대 어르신들이 6·13 지방선거 출구조사와 막 뚜껑을 연 개표 결과를 놓고 혀를 찼다.“세상이 어찌 되려구, 큰일이야.”, “출구조사는 믿을 게 못 돼. (내일) 아침이면 (자유한국당이) 적어도 4~5곳은 먹을 거야. 나도 (출구조사 인터뷰를) 해 봤는데, ‘진짜 투표’를 말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 돼. 믿어 보라니까.” 그들이 내린 뒤 주변에 있던 한 젊은 친구가 “태극기 집회에서 ‘가짜 뉴스’만 접하니 모든 게 가짜로 보이나 봐”라고 냉소를 지었다. 그분들의 기대와 달리 6·13 지방선거는 보수 야당의 참패로 끝났다.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중 텃밭인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이 무너졌고 대구·경북(TK) 2곳만 겨우 건졌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보수의 상징과 같은 서울 강남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마저 ‘푸른 깃발’이 꽂혔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선거를 2주 앞두고 페이스북에 “개차반 같은 인생을 살았어도 좌파 인생만 살면 용서받는 세상은 외눈박이 세상입니다. 한국 사회의 도덕성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눈여겨보겠습니다”라고 호기롭게 글을 올렸다. 그러나 국민은 ‘탄핵 사태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안보팔이와 지역주의에 기대는 우파 인생들’에게 회초리를 들었다. 민심을 입맛대로 왜곡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보수 야당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다. 결과가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충격 요법만이 한 줌의 기득권도 내려놓지 않으려는 지금의 보수 야당을 변화로 이끌 수 있어서다. 그리고 그 시작은 국민 눈높이에서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물꼬를 튼 두 차례의 남북 정상 회담을 ‘위장 평화쇼’라고 폄훼한다거나, 70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어렵게 공동성명에 합의한 북ㆍ미 정상회담을 두고 “알맹이가 없다”고 어깃장을 놓고 재를 뿌릴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국회를 열어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지지 결의안을 채택해 초당적 협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민생을 챙기는 ‘섬기는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통계를 보면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은 뒷걸음질쳤고 혁신 성장은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은 10.7%로 두 달 연속 두 자릿수대를 기록했다. 체감 청년실업률은 이보다 두 배 높은 23.4%나 됐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 시장도 심상찮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석 달 만에 0.25% 포인트 추가로 올렸고, 올 하반기에도 두 차례 더 올릴 것을 내비쳤다. 일부 신흥국에서 자본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와 자영업자에게 더 큰 이자 부담을 지울 수 있다.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민생에 진력한다면 궤멸에 가까운 보수 야당도 반등할 기회는 여전히 있다. 그러나 통렬한 자기반성 없이 또다시 당권을 둘러싸고 정치공학적인 셈법만 따진다면 두 번 죽을 수밖에 없다. 비워야 더 크게 채울 수 있다. 민심은 균형을 찾는다. 어느 일방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다. 여당의 낙하산 공천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에서도 반전이 일어났다. 무소속 박우량 후보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비서 출신인 천경배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심판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golders@seoul.co.kr
  • 기초단체장 민주당 151:한국당 53… 풀뿌리까지 ‘파란’

    기초단체장 민주당 151:한국당 53… 풀뿌리까지 ‘파란’

    사상 초유 진기록 쏟아진 6·13이번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는 사상 초유의 진기록이 쏟아져 기네스북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전통적 보수 지지층으로 분류되던 부산·울산·경남(부울경)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약진하며 사상 초유의 ‘싹쓸이’를 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17곳의 광역단체장 중 대구·경북·제주를 제외한 총 14곳을 석권했다. 특히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에서 승리를 거두며 민주당 계열 정당이 수도권과 부울경을 모두 휩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한국당 전통 지지 기반인 부울경에서 민주당의 ‘싹쓸이’는 이번 선거의 민심을 그대로 대변한 것이라고 분석된다. 부산에서 민주당 오거돈 당선자는 한국당 서병수 후보와의 ‘리턴 매치’에서 승리해 첫 민주당 출신 부산시장에 등극했다. 울산에서는 민주당 송철호 당선자가 한국당 김기현 후보를 꺾으며 첫 민주당 출신 울산시장에 당선됐다. 특히 경남에서는 김경수 당선자가 김태호 후보를 제치며 사상 첫 민주당 출신 경남지사로 당선되는 진기록을 남겼다. 기초단체장에서도 진기록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단체장 선거에서도 싹쓸이에 가까운 완승을 했다. 특히 보수텃밭으로 분류되는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 중 강남과 송파 등 2곳을 확보하며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양상을 보였다.강남에서는 민주당 정순균 당선자가 한국당 장영철 후보를 꺾으며 민주당 계열 정당으로는 첫 강남구청장에 당선됐다. 민선 1, 2기를 제외하고 3기 이후 모두 한국당 계열 정당이 차지했던 송파구청장도 민주당 박성수 당선자가 한국당 박춘희 후보를 누르고 16년 만에 탈환에 성공했다. 다만 서초는 민주당 이정근 후보가 한국당 조은희 당선자에게 패해 첫 민주당 구청장을 배출하는 데 실패했다. 민주당은 서초만 한국당에 내줬을 뿐 나머지 24곳을 모두 휩쓸고 역대 서울 구청장 선거 최대 압승을 기록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도 첫 민주당 출신 시장이라는 진기록이 연출됐다. 구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장세용 당선자가 한국당 이양호 후보를 누르고 당선에 성공했다. 특히 구미에서까지 민주당이 탈환에 성공한 것은 보수의 아성을 무너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미는 전통적으로 낮은 투표율과 박 전 대통령의 향수로 보수 성향이 강한 특성을 보여 왔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젊은층의 투표율과 보수 후보의 표 분산이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남의 최대 도시라 불리는 창원에서도 민주당 허성무 당선자가 3수 끝에 당선에 성공하며 민주당 계열 정당 출신의 첫 당선자를 배출했다. 이 밖에도 파주, 포천, 이천, 여주, 광주 등 보수색이 짙은 지역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가져 가며 기초의원에서도 민주당은 완벽에 가까운 승리를 일궈냈다. 재보궐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기록이 이어졌다. 울산 북구에서는 이상헌 당선자가 민주당 출신 후보로는 사상 처음으로 당선에 성공했다. 울산 북구는 노동자의 표심이 크게 작용하는 지역으로 그동안 보수와 노동권 후보 간의 맞대결 양상을 보여 온 곳이다. 한국당은 그나마 대구·경북(TK)만을 힘겹게 사수하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2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며 ‘불명예 진기록’을 떠안았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TK, 섬처럼 갇힌 ‘보수 심장’

    TK, 섬처럼 갇힌 ‘보수 심장’

    직선제 개헌 이후 정치 주류 호령 과거 집착·변화 거부 ‘고립’ 자초 민주당 대구 기초의원 45명 당선 TK, 한국당 살려줬지만 ‘경고’도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을 석권하고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TK) 2곳만 건지면서 TK는 파란(민주당의 상징색) 바다 위에 뜬 빨간(한국당의 상징색) 섬처럼 고립된 형국이다. 한국당 계열의 정당이 이처럼 옹색하게 위축된 것은 가깝게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멀게는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일 만큼 충격적이다. TK가 보수당의 아성으로서 대한민국의 주류를 호령하던 것과 비교하면 실감이 안 날 정도다. 국회 의석 113석으로 어엿한 거대 제1야당이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영역이 TK로 쪼그라들면서 군소 지역정당의 대명사 격인 ‘TK 자민련’처럼 전락했다는 자조도 흘러나온다. 보수 논객인 전원책 변호사가 13일 MBC 개표 방송에 출연해 “TK가 통일신라 이후 이렇게 섬처럼 내몰린 적이 있었나”라고 말했다. 한국 정치사에서 고립은 주로 호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호남의 고립은 박정희 시대가 유발한 지역감정의 피해자 성격이 강한 반면 TK의 고립은 과거의 영화(榮華)에 집착해 변화를 거부하는, 즉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실제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임대윤 후보는 막판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로 한국당 후보를 바짝 추격했으나, 실제 선거 결과는 13.9% 포인트 차 낙선이었다. 부동층이 고민하다 결국 변화보다는 관성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처럼 완고한 TK도 언젠가는 변할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이번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선전한 동시에 대구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45명의 당선자(한국당은 53명)를 배출했다. 대구보다 보수적인 경북에서도 한국당 당선자가 146명으로 앞섰지만 민주당 당선자도 38명이나 됐다. 한 선거구당 1명씩만 선출해 지난 선거까지 TK에선 한국당이 사실상 전승을 이어 가던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대구 4명, 경북 7명의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야당이 발전적인 대안을 보여 주지 못하고 과거에만 사로잡혀 있다면, 최후의 보루인 TK마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조짐으로 해석될 만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만 보고 TK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한국당이 안심하는데, 이것은 ‘착시 현상’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PK, 30년 만에 다시 ‘진보의 땅’…

    PK, 30년 만에 다시 ‘진보의 땅’…

    1987년까지 진보성향 강한 ‘야도’ 3당 합당 이후 ‘보수당 텃밭’으로 2016년 총선 지역구도 변화 조짐 부산 구청장 16명 중 13명 ‘민주’‘야도(野都)에서 보수당의 텃밭으로, 그리고 다시 진보의 품으로….’ 6·13 지방선거가 낳은 기록 중 하나는 더불어민주당이 사상 처음으로 울산을 포함한 PK(부산·경남) 지역의 광역단체장 3곳을 석권했다는 것이다. 1995년 지방선거가 도입된 이후 23년 동안 민주당은 PK 3곳 중 어느 한 곳에서도 승리한 적이 없었다. 2010년 범야권 단일 후보로 당선된 김두관 경남지사(현 민주당 의원)는 당시 무소속이었다. 그만큼 PK는 대구·경북(TK)과 함께 보수당의 아성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면 PK는 원래 야성(野性)이 강한, 즉 민주·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통치 종말의 단초가 된 부마항쟁이 바로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198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 진영의 PK 출신 김영삼(YS) 후보와 호남 출신 김대중(DJ) 후보가 분열하고, 이어 1990년 3당 합당으로 YS가 보수 세력에 편입되면서 PK는 졸지에 보수당의 텃밭이 됐다. 이후 망국적인 영호남 지역주의가 악화하면서 민주당이 PK에서 당선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든 일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세 번이나 떨어졌을 정도로 난공불락이었던 PK는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에서 당선될 때부터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즉 PK의 ‘야성’ 회복은 노 전 대통령에게 상당 부분 빚졌다고 볼 수 있다. 이어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 5명의 지역구 의원이 PK에서 배출되면서부터 변화가 확연히 보이기 시작했고, 촛불민심이 이끌어 낸 지난해 조기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마침내 38.71%의 득표율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31.98%)를 눌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오거돈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55.2%의 득표율로 서병수 한국당 후보(37.2%)를 큰 격차로 제쳤는데, 노 전 대통령이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도전하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기초단체장에서도 민주당은 울산 5곳을 싹쓸이했고 부산 16곳 중 13곳, 경남 18곳 중 7곳을 얻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유권자는 정치적으로 신뢰를 한다는 의미에서 여당을 전폭 지지했고 야당에는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는 심판을 한 것”이라고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맹목적으로 찍어주니 경제 파탄”… ‘보수 성지’ 구미가 디비졌다

    “맹목적으로 찍어주니 경제 파탄”… ‘보수 성지’ 구미가 디비졌다

    14일 오후 1시 서울에서 KTX와 버스 등을 갈아타며 2시간 30분 만에 경북 구미역에 도착했을 때 흐렸던 하늘에 햇빛이 나기 시작했다. 전날 구미시장 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는, 가장 드라마틱한 결과를 배출한 곳이었지만 분위기는 차분했다.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출생지로 자유한국당에는 성지(聖地)나 다름없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민주당 장세용(40.8%) 후보가 한국당 이양호(38.7%) 후보를 누르고 승리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지난 6차례 구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계열이 후보를 낸 것은 2010년과 2014년 두 차례뿐이었고 그나마 득표율은 20% 미만이었다. 구미가 무슨 일로 뒤집어진 것일까. “평생을 한국당 후보만 뽑았는데 이제는 안 되는기라요. 한국당은 뭐라 카는지…, 경제 문제가 워낙 심각해 처음으로 민주당을 뽑았지요.” 구미역 앞에서 만난 부동산 중개업자 김모(60)씨는 새벽까지 구미시장 선거 결과를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다며 카랑카랑한 사투리로 이렇게 말했다. 태어나고 자란 구미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처음으로 투표했다는 김씨는 “구미에서 ‘묻지마 한국당’은 더이상 없다”며 “그 보수적이던 구미시민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했다.렌터카를 빌려서 번화가인 인동동으로 가봤다. 칼국수 집에 들어갔을 때 옆 테이블 손님들의 대화 주제도 선거였다. “한국당 우짜다 이래 됐노”, “그러이 말이다” 등의 얘기가 들렸다. 식당 직원 김태욱(26)씨는 “이 동네는 구미에서도 보수가 워낙 강해서 친박연대 시위나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기념행사가 열리는 곳”이라며 “요즘에는 주민들이 정치 얘기를 별로 하지 않았는데 이번 선거 결과를 보니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근처 슈퍼마켓 앞 평상에서는 가게 주인과 손님이 낮술을 즐기며 선거 뒷얘기가 한창이었다. 60대 가게 주인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다 문재인 대통령만 말한다. 내 30대 아들도 문 대통령 지지자”라면서 “우리가 어떻게 자유를 얻었는지 요즘 애들도 피를 흘려 봐야 정신 차릴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곳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터는 썰렁했다. 방문객이 한창이어야 할 오후 2시인데도 5명 정도만 눈에 띄었다. 안내 직원은 “보통은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오지만 오늘은 좀…”이라고 말을 아꼈다. 방명록을 보니 선거날만 해도 40명 가까이 방문기록이 있었지만 이날은 10명도 채 넘기지 않았다. 구미 시민이 이번에 민주당을 택한 데는 경제 문제가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구미 시내에는 낡은 폐공장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고 신축 건물들 대부분에는 임대 문의 현수막이 잔뜩 붙어 있었다. 구미는 한때 경북 최대 산업도시의 위상을 자랑했지만, 지금 경제난에 처해 있다. 구미 3공단에 있는 LG디스플레이 생산라인 일부가 파주로 이전되면서 노동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구미산업단지의 주력인 삼성과 LG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한 것도 큰 타격을 줬다. 때문에 산업단지의 젊은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변화’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동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서지연(48)씨는 “젊은 사람들이 구미를 떠나니 카페 운영도 예전만 못하다”면서 “경제가 어려워지니 변화를 원한 것 같다”고 했다. 주부 이모(50)씨는 “아침에 사우나를 갔는데 노인들이 모두 ‘구미 이제 망하게 생겼다’고 한탄했는데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구미에 공장이 많던 시절 아파트를 무조건 짓기만 해 깡통 아파트도 많다”며 “한국당 정치인들은 우리가 맹목적으로 찍어 주니 지역경제를 파탄 내고도 자기네들끼리 좋아하기 바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영업자 김모(46)씨도 “노인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연민이 많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며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후보가 좋아서가 아니라 지긋지긋한 한국당을 바꿔 보고 민주당에 기회를 한 번 줘 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 송모(29)씨는 “구미는 원래 젊은층이 많은 젊은 도시인데 투표소에 가면 죄다 노인뿐이라 민주당을 찍어 봤자 사표가 되니 그동안 투표를 포기했었다”며 “그런데 이제는 정말 바꿔 보자는 심정으로 정말 많은 구미의 젊은이들이 사전투표를 한 것 같다”고 했다. 지역주의에 억눌려 있던 ‘샤이 진보’(숨은 진보층)가 대거 민주당에 표를 던졌다는 얘기다. 변화에 대한 갈망은 한국당을 지지하던 노년층에서도 느껴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터에서 휴식을 취하던 한상희(79)씨는 “막말만 하던 홍준표 대표는 정말 반성해야 한다. 구미의 빈부 격차는 점점 심해지는데 한국당 소속 구미시장이 한 게 뭐가 있냐”며 “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지만 이번에 난생 처음으로 민주당을 뽑았다”고 털어놨다. 귀경길에 구미역 앞에서 만난 김모(62·종교단체 근무)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강한 구미이지만 한국당이 후보만 내면 될 거라 생각해 지역구 의원들이 제멋대로 공천한 것에 대한 불만이 컸다”고 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내려갈 때보다 더 가까운 느낌이, 구미가 그리 먼 곳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구미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구미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서울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뉴스 분석] 정치, 낡으면 무너뜨린다… 민심의 자신감

    [뉴스 분석] 정치, 낡으면 무너뜨린다… 민심의 자신감

    투표율 60.2%, 탄핵 경험 작용 네거티브·색깔론 편 야당 심판 민주당 PK 광역단체장 첫 배출 보수·진보 간 경쟁 시대적 요구 일부 벌써 2년 뒤 총선 정조준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6·13 지방선거는 단순한 선거의 승패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남을 이정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7개 광역단체장 중 더불어민주당 14곳 승리, 민주당의 부산·경남(PK) 지역 석권,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구미에서 민주당 시장 배출, 대구·경북(TK)으로 쪼그라든 자유한국당 등의 ‘충격적인 선거 결과’는 모두 사상 처음 일어난 일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선거의 의미는 투표율에 숨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벤트까지 겹쳐져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 투표율은 60.2%에 달했다. 1995년 지방선거가 시작된 이래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이다. 여당의 낙승이 예상되는 선거임에도 국민들은 왜 굳이 투표장에 간 것일까. 전문가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낸 경험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국민이 힘을 모으면 최고 권력자까지 바꿀 수 있다는 ‘성공의 경험’이 정치 참여 의식을 높였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투표의 힘을 국민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투표로 바꾼 정부가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보이자 내가 참여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졌다. 촛불 민심이 여전히 국민을 투표장으로 끌고 가는 힘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선거에도 어김없이 네거티브 공세, 냉전주의적 색깔론, 지역감정 유발 등 구시대적 선거 프레임이 등장했지만 민심은 오히려 시대적 변화를 보지 못하고 낡은 패러다임을 끌어안은 야당을 심판했다. 민주당에 유권자들이 PK를 선물한 것은 뿌리 깊은 영호남 지역 구도를 깨고, 보수와 진보가 정책과 이념으로 경쟁하는 정치 지형을 만들어 보라는 시대적 요구로 풀이된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당의 참패는 ‘보수의 몰락’이 아닌 합리적 보수와 진보의 양 날개로 움직이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작으로 볼 수도 있다. 문 대통령도 14일 여당의 지방선거 승리에 대해 “국정 전반을 다 잘했다고 평가하고 보내 준 성원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계열 구미시장의 출현은 ‘박정희 패러다임’의 해체를 의미한다는 평가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구미시민 저변에 변화에 대한 열망이 있었으나, 그동안 ‘박정희 상징’을 동원한 정치 권력에 의해 발현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정치학자들은 정치체제가 변화했음에도 정당 체계의 근본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 구축한 권위주의적 국가 운영 모델의 헤게모니가 지속돼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민들은 벌써부터 2년 뒤 총선을 겨냥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중앙과 지방정부에 이어 의회 권력까지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4·19혁명부터 6월항쟁에 이르기까지 부당한 국가권력에 반대한 많은 민주화운동이 있었지만, 그 중심은 사실상 학생들이었다. 이와 달리 촛불혁명에는 이념과 연령을 초월한 다양한 시민들이 결집해 정치와 사회를 움직일 무한한 힘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는 평가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박정희 고향서 이변” 구미서 민주당 장세용 후보 당선

    “박정희 고향서 이변” 구미서 민주당 장세용 후보 당선

    박정희 전 대통령 고향이자 보수 텃밭인 경북 구미시장 선거에서 장세용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을 낳았다. TK(대구·경북)지역 곳곳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한국당 또는 무소속 후보들을 위협하며 선전했지만 장 후보가 유일하게 당선됐다. 장 후보의 당선은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 요인이 겹친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미·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한반도 평화 흐름과 한국당에 대한 실망 등 외부 요인에 내부적으로 진보 후보인 장 당선인에 맞설 보수 후보 3명이 난립한 게 당락을 결정짓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구미는 낮은 투표율과 박정희 향수로 보수 성향이 강한 특성을 보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젊은 층의 투표율과 보수 후보의 표 분산이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특히 선거 쟁점의 하나로 부각된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에 장 당선인은 반대 입장을 보인 반면 한국당 이양호 후보는 당론 때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어중간한 태도를 보인 것도 당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구미시장은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남유진 전 시장이 각각 3선 연임을 한 곳이다. 박정희 향수에 젖은 표심은 항상 보수 성향으로 나타났다. 역대 선거에서 진보 후보들은 25∼30%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으나 장 당선인은 40%를 넘는 지지를 얻었다. 선거기간 2건의 여론조사에서도 장 당선인은 1·2위를 차지해 당선 가능성이 50%로 점쳐지기도 했다. 40대 이상 유권자는 보수 성향의 한국당·미래당·무소속 후보를, 40대 이하는 진보 성향의 장 당선인을 지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장 당선인은 “시민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마음을 하늘 같이 받들겠다”며 “선거기간에 한결같이 곁을 지켜준 가족, 선후배, 선거운동원, 시민의 열정과 노고를 마음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일·중 전문가 전망] “北 비핵화 큰 틀 선언은 가능… 북·미 수교 윤곽 때 핵포기할 것”

    [미·일·중 전문가 전망] “北 비핵화 큰 틀 선언은 가능… 북·미 수교 윤곽 때 핵포기할 것”

    기미야 다다시(58) 일본 도쿄대 종합문화연구과 교수(한국학 부연구센터장)는 7일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북·미 수교”라면서 “이것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이며, 미군의 한반도 주둔도 용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미야 교수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세부적인 것까지는 어렵더라도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큰 틀의 선언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전망해 본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발언이나 행동들을 볼 때 이번에는 뭔가 커다란 전략적 결단을 하고 나온 것이 분명하다. 특히 주변 국가들의 입장을 많이 고려하고 있는 듯 보이는 게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다. 미국 등 각국이 북한에 대해 과도한 경계심을 갖고 딱딱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앞으로 한 발짝씩 나아가게 만듦으로써 상황이 과거로 되돌려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심은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할 수 있는지 여부인데. -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것이냐 아니냐를 단언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일정 수준 ‘원하는 조건’이 갖춰지면 포기할 수 있는 상황까지는 와 있다고 본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미국과의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그 단계까지 갈 수 있다면 김 위원장은 핵을 포기할 용의가 충분할 것이다. 역으로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는 미국도 북한과 수교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의 미군 철수 요구도 완화될까. -지금까지처럼 북한이 강하게 미군 철수를 주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주한미군 자체보다는 자신들에 대한 미국의 적대 정책이었다. 만일 북·미 수교가 이뤄지면 주한미군이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외려 중국이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더 부담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북한 비핵화에 있어 실행의 속도가 관건이 될 텐데. -어차피 비핵화 프로세스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실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번 회담에서는 일단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고, 미국이 그것을 받아들여 대북 적대적 정책을 포기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증해 주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이른바 ‘재팬 패싱’(일본이 배제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일본은 북·미 회담에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비핵화 문제의 당사국이긴 하지만 북한에 압력을 넣거나 북한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 않다. 평화협정 역시 일본은 직접 당사국이 아니다. 비핵화 합의 이후 대북 경제협력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할 수는 있겠지만,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의 진전이 전제가 돼야 한다. 일본의 역할론은 상당한 단계의 진전이 이뤄지고 난 뒤의 얘기다. →향후 한국 정부의 바람직한 역할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북·미 회담을 안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한국 외교의 커다란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앞으로도 의견 차이가 클 수밖에 없을 텐데, 이를 중간에서 조정하고 이어 주고 깨지지 않도록 지키는 노력이 한국에는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잘되면 국제 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기미야 다다시 교수는 누구 일본 도쿄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1986년 한국으로 유학,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박정희 정부의 경제정책 연구)를 받았다. 일본 호세이대 교수를 거쳐 1996년부터 도쿄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부터 도쿄대 한국학 부연구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한국-민주화와 경제발전의 역동성’, ‘박정희 정부의 선택’, ‘일본의 한반도 외교-탈식민지화 냉전체제 경제협력’ 등의 저서가 있다.
  • [문정인 특보 강연] “트럼프, 비핵화엔 시간 걸린다고 로드맵 수정… 文 의중 반영”

    [문정인 특보 강연] “트럼프, 비핵화엔 시간 걸린다고 로드맵 수정… 文 의중 반영”

    비핵화 시기와 범위 4·27 판문점 회담의 성과는 있었다고 보지만 이행 여부는 결국 오는 12일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달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일괄 타결하자, 즉 지금 있는 거 한꺼번에 다 내놓으라는 것이다. 북한이 가진 핵프로그램에는 핵시설, 즉 농축 우라늄 시설과 재처리 시설이 있고 이를 통해 만든 무기인 핵탄두가 있다. 또 핵탄두에 들어가는 삼중수소, 이중수소, 리튬과 같은 시료가 있고 핵탄두를 실어 나르는 단·중·장거리·대륙간(ICBM) 탄도미사일이 있다. 이를 한꺼번에 다 처리하자는 건데 북한은 수용할 수 없다. 북한 입장에선 행동 대 행동 원칙, 점진적 동시교환 원칙에 따라서 하자고 주장하는데, 이 점이 미국과 북한의 가장 큰 차이다.또 트럼프 대통령은 ‘선(先) 폐기 후(後) 보상’ 원칙을 갖고 있다. ‘너희들이 먼저 모범적으로 폐기해라. 그러면 체제 보장 등 모든 거 다 해 주겠다’는 거다. 그런데 북한 입장에선 이를 받을 수 없다. 이라크, 리비아 케이스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빨리 비핵화를 하느냐’인 시간문제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에 도전해야 하기 때문에 그전까지 모든 것을 마치려 하는데 2년~2년 반 사이에 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범위 문제도 중요하다. 의제를 핵 문제, 핵미사일에 국한시킬 거냐 인권 문제도 다룰 것이냐의 문제다. 생화학무기, 사이버안보 의제로 확장시킬 수도 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인권 문제를 다루려 하는데 자국 의회 때문에 그렇다. 북한은 (미국의) 적대적 의도와 정책의 폐기를 요구하는데 그중 하나가 인권, 민주주의 문제를 거론하지 말라는 거다. (인권 문제는) 특히 의제로 다룰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팽팽하게 맞섰다. 北에 줄 비핵화 3대 보상 또 일괄타결 시 북한이 미국에 핵프로그램 중 무엇을 얼마나 줄 건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미국은 북한이 가진 핵탄두와 ICBM을 다 내놓으라는 입장이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도 언급했지만, 미국은 “테네시 가서 해체하겠다”고 했다가 테네시 가서 해체하는 게 복잡해지니까 요즘엔 “우리 팀이 북한에 들어가서 해체하겠다”고 말한다. 또 (핵탄두와 ICBM을) 전부 내줄 건지, 일부만 줄 건지도 협상 대상이다. 미국이 비핵화 대가로 해줄 수 있는 건 세 가지다. 우선 정치적 보장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버리고 북한의 3대 세습체제를 포함해서 사회주의 체제를 인정해 주며 수교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북한이 원하는 거다. 군사적으로 북한은 “남쪽에 분명 미국 핵무기가 있을 테니 이를 검증 가능하게 사찰할 수 있도록 하자”고 요구한다. 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할 때 전략무기를 배치하지 않기를 원한다. 아울러 미국이 공개적으로 북한에 대해서 재래식 핵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고 불가침 조약을 맺자는 것이 북한의 기본적인 요구 사항들이다. 경제적으로는 북한이 구체적으로 비핵화에 대해 행보를 보이면 당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재 완화 결의안을 채택해 달라고 요구한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독자 제재를 풀 것도 주장한다. 나아가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에 가입하는 것을 미국이 계속 거부하고 있는데, 미국이 거부하지 않으면 (북한 가입을) 반대할 국가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경제 지원이나 마셜 플랜을 기대하지 않는다.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정상국가로 대접받을 수 있기를 원한다. 트럼프식 비핵화로 변화 처음에 미국은 볼턴 보좌관이 언급했던 것처럼 리비아 모델을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리비아 모델이 적실성이 적다는 사실을 미국도 아는 거 같다. 그래서 남아공 모델 얘기가 나온다. 남아공 모델은 주요 핵무기와 핵물질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는 데 2년 반 걸렸다. 완전하게 핵시설과 핵물질을 없애는 데는 10년이 걸렸다. 트럼프 행정부도 이를 아는 것 같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일괄타결 얘기를 별로 하지 않는다. 일괄타결을 주장하면서도 과정이 있고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를 한다. 선 폐기 후 보상 언급도 하지 않는다. 동시 교환 원칙에 따라 북한이 아주 가시적인 핵폐기를 하면 미국도 바로 큰 보상을 줄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달 22일 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회담하면서 (문 대통령의 생각이) 상당히 반영된 게 아닌가 본다. 북미 정상회담 전망 그러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 성 김 미국 주필리핀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판문점에서 다섯 차례 회담을 해 (입장 차를) 줄이려 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트럼프 대통령 체면 살려 달라. 크게 양보하라’고 말할 것이다. 또 ‘핵탄두를 우리에게 몇 개 줄 거냐. 화성15형은 반드시 줘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다. 이게(핵탄두와 ICBM이) 중요할 텐데, 나머지(완전한 비핵화)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이 자신이 가진 핵과 미사일 모두를 신고하면, 신고한 것에 대해 핵시설과 핵물질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무기는 미국이 사찰해야 한다. 사찰이 끝나면 과학적 문건을 가지고 검증해야 하고, 검증 후 폐기 대상을 설정하고 검증 가능하게 폐기해야 하기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도 요즘 이것을(핵폐기 과정을) 어떻게 조율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북·미가 주요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면 지금까지 판문점에서 5차례나 회담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미국 쪽에서 들은 얘기로는 지난 주말까지는 (회담) 공정률이 20%밖에 안 됐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진행되는 걸 보면 결국에 (합의가) 많이 이뤄진 것 아닌가 하고 희망적으로 본다. 우리 정부가 가장 바라는 건 북·미 정상회담이 잘돼서 바로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가 남·북·미 3자가 종전선언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 비핵화 속도가 빨라지게 돼 있다. 北에 개혁·개방 명분 줘야 판문점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우리가 미국하고 자주 얘기해 신뢰를 쌓은 후 미국과 불가침조약 체결하고 관계 정상화하면 왜 핵무기 갖고 고통을 받아야 하나”라고 발언했다. 전례 없는 발언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은 강성대국, 즉 나라를 강하게 만들고 그걸 통해 융성한 국가를 만드는 것을 추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부국강병 패러다임이다. 메이지유신, 박정희 정권, 덩샤오핑 시대 때처럼 먼저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고 그 후 강력한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중요한 근거는 북한이 화성15형 발사했을 때 사실 ICBM 무기 체계의 시작이었는데 끝났다고 말한 것이다. 또 올해 미국 중간선거와 연계시켜 (북·미 정상회담을) 하는 게 보인다. 김 위원장은 조건이 맞으면 핵폐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은 젊고,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았던 사람이고 엄격히 말하면 재일 교포다. 그런 점에서 선대(先代)와 리더십의 차이가 있다. 북한에 최근 상당히 큰 변화가 있다. 지난 4월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박봉주 내각총리에게 “경제 문제에 관해서는 절대 복종하라”고 말했다. 또 전원회의에선 “(핵개발·경제발전) 병진정책은 끝났다. 이제 경제에 매진할 시간”이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 신년사에서도 내각 중심의 통일적 지도력이 언급됐다. 이를 보면 상당히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건데, 군부를 포함한 북한 보수세력의 저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큰 과제다. 이를 극복하려면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등에서) 성공해야 한다. 미국에 제대로 인정받고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중국에서 투자가 오는 등 희망이 보여야 한다. 당과 내각은 김 위원장을 강력하게 밀고 있으니, 김 위원장이 군부와 국가보위부에 ‘봐라 잘되고 있지 않냐’라고 말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줘야 한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는 6자회담으로 나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이나 미국에 6자회담 거부감이 있는데 잘못됐다고 본다. 6자회담으로 가게 된다면 2005년 9·19 공동성명 때 우리가 가졌던 (북한 비핵화의) 희망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돋보기] “태릉선수촌, 국민 품으로” 왕릉과 공존안 새달 결정

    반세기 국가대표 선수들의 땀과 눈물이 서린 태릉선수촌의 원형을 어느 정도 존속시킬지가 다음달에 결정될 전망이다. 대한체육회는 500년 조선왕릉에 비길 바는 아니지만 1966년 처음 조성돼 50년 넘게 한국 엘리트 체육의 산실 역할을 해 온 태릉선수촌을 근대 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을 문화재청과 협의해 왔다. 대한체육회 산하 문화재자문위원회 관계자는 5일 “선수촌 안 8개 건물을 그대로 남기겠다는 기존 방안과 많이 달라졌다. 문정왕후가 잠든 태릉과 명종과 인순왕후가 합장된 강릉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조성된 선수촌의 원형은 보존하되 두 가지 다른 성격의 문화재를 국민들이 즐겁게 이용하는 시설로 함께 호흡하게 하자는 것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박정희 군사정부가 점령하듯 조성한 태릉선수촌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올림픽 금메달 116개를 일군 한국체육의 심장이었다. 하지만 2009년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이곳의 훼손 능역을 원상 복구하겠다는 문화재청과 이견을 빚어 왔다. 이에 따라 체육회는 2016년 3월 문화재청의 등록 심사 보류 결정에 맞서 보완 자료를 첨부해 등록문화재 재등록을 추진해 왔다. 이듬해 문화재와 각계 전문가를 초빙해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1년여 활동 끝에 이제 최종 보고서 작성을 마무리한 상태다. 자문위원회 관계자는 “폐쇄적이었던 시설을 개방해 두 가지 성격의 문화재가 함께 호흡하며 국민들의 품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마련했다”며 “문화재청이나 전문가들에게도 선수촌이 이 시대의 살아 있는 역사로 근대문화유산 지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많이 맞춰진 상태”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주무 부서인 근대문화재과 관계자는 “다음달 문화재위원회 합동분과위원회(근대, 사적, 세계유산)를 열어 안건으로 상정해 검토할 예정”이라며 “문화재청도 태릉선수촌의 체육사적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나, 다만 해당 지역이 조선왕릉 권역으로 국가 사적이자 세계유산인 관계로 공존 가능성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태릉선수촌의 보존, 활용계획 및 세계유산 영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바람직한 안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자문위원회 관계자도 “현실적으로 8개 건물을 모두 지키긴 힘들 것 같다. 그렇다고 한두 건물만 상징처럼 남겨 사진만 걸어 놓는 박물관으로 만드는 것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자문위원회도 문화재청과 이달 중 한 번 더 접촉을 갖고 우리 뜻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허석 순천시장 후보 “현충일 하루 조용한 선거운동으로”

    허석 순천시장 후보 “현충일 하루 조용한 선거운동으로”

    허석 더불어민주당 순천시장 후보는 현충일인 6일 하루 동안 선거유세를 중단하고 조용한 선거운동을 치르기로 했다. 다만 후보자와 배우자의 통상적인 선거활동은 계속할 계획이다. 또 선거시작부터 연일 뜨거운 날씨에 고생하는 유세팀원들과 선거운동원들도 이날 평상복장으로 바꿔 입고 선거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허 후보는 “선거운동도 중요하지만 1년 365일 중 단 하루라도 순국선열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보냈으면 좋겠다”며 “당선되면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은 물론이고 지역 보훈단체의 지원에도 각별히 신경쓰겠다”고 밝혔다. 이날 순천 지원유세에 나설 박주민 의원 등 ‘평화열차 111유세단’도 연설은 하지 않고 후보자와 함께 시장방문 등 조용히 시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허 후보는 일제강점기 빼앗긴 경도 주권찾기탑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내년 3·1운동 100주년에 맞춰 순천만국가정원에 우리나라 표준시의 기준점인 127.5도로 환원운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허 후보는 “대한제국 때인 1908년 127.5도를 표준시로 처음 정했다가 일강점기인 1912년 조선총독부가 135도로 바꿔 버렸고, 광복이후 이승만정부 때 다시 127.5도로 환원했다가 5·16쿠데타 직후 박정희정부가 다시 135도로 바꾸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표준시 기준인 127.5도가 바로 순천만을 관통하고 있고, 표준시가 틀리면 사주에서 중시하는 생년월일시가 달라질 수 있어 시민운동으로 시작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좌우시대 30년 종언…한국정치를 지배할 3대 프레임

    좌우시대 30년 종언…한국정치를 지배할 3대 프레임

    1987년 12월 대통령 선거. 국민 대부분은 민주화 세력을 대표하는 김영삼과 김대중 가운데 한 명이 후보로 출마하면 확실하게 이기는 싸움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양 김씨가 모두 출마하면서 노태우가 어부지리로 당선됐다. 다음해 4월 벌어진 총선. 평화민주당, 통일민주당, 민주정의당, 신민주공화당의 ‘4당 체제’가 형성됐다. 대선도, 총선도 맘대로 되지 않자 김영삼은 다급해졌다. 4당 체제에서 대통령이 되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는 결국 1990년 김대중의 평화민주당을 제외한 ‘3당 합당’을 성사시킨다. 박정희가 썼던 ‘반(反)호남 지역연합’을 내걸었다. 3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김영삼 대세론’을 펼쳤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재산 공개와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 축출을 통해 자신의 행보를 정당화했다. 3당 합당과 군사독재 잔재를 털어내는 정치적 세탁 과정에 이르기까지 김영삼이 만든 프레임은 큰 힘을 발휘했다. 이 과정을 거쳐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한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 산업화를 주도하며, 민주화의 성과를 적극 흡수한다’는 기치를 내건 정치세력, 한국의 ‘보수’는 이렇게 탄생했다.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프레임은 사람들이 어떤 입장을 갖게끔 여러 명제를 연동시키는 내용의 구조물이다. 크기와 모양이 없는 고도로 신축적인 개념이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여론 지형에 정착하면 사람들 무의식에 깊숙이 자리한다. 정치는 프레임 전쟁이다. 누가 더 많이 사람의 뇌 속에 자신의 프레임을 심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용어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한국정치는 프레임 전쟁 과정이었다. 김영삼이나 김대중은 가히 프레임 전쟁의 대가였다. 이명박은 앞서 김대중, 노무현 진보세력 10년에 맞서 박정희 시대 ‘산업화 신화’ 프레임을 내걸어 대통령이 됐다. 박근혜는 집권 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해 김기춘의 블랙리스트 등 ‘좌우’ 프레임으로 몰락을 자초했다. ‘두 번째 프레임 전쟁이 온다’의 저자 박세길은 바로 지금이 ‘새로운 프레임 전쟁이 시작되는 시점’이라 주장한다. 민주화 운동세력의 필독서로 불린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돌베개)를 냈던 그는 앞선 30년을 ‘진보 대 보수’, ‘노동 대 자본’, ‘북한 대 남한’ 등 적대적인 양자 프레임 구도로 해석했다. 그는 이 ‘첫 번째 프레임’이 2017년 촛불 시민혁명으로 종식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앞으로 30년 동안 새로운 시대를 이끌 ‘두 번째 프레임’ 전쟁도 예고했다. 두 번째 프레임의 핵심은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체제 구축’, ‘개인의 창조적 역량에 기초한 상생의 경제 생태계 형성’이다. 저자의 말대로 첫 번째 프레임의 붕괴 조짐은 곳곳에서 보인다. 지금까지 한반도 냉전 핵심축은 미국과 북한 간 적대관계로 형성됐다. 북한의 핵개발은 이러한 적대관계의 지속이 빚어낸 부산물이었다. 그렇다면 북·미관계 변화를 중심으로 한 적대관계 청산은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일 수 있다. 바꿔 말해 북한이 더는 핵무장에 집착할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이야말로 북핵 문제 해결의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북핵 문제는 위기인 동시에 한반도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가 된다. 저자는 다만 경제 문제에서 진보 세력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에 진보세력 다수가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면서 정권을 뺏긴 점에 주목했다. 문재인 정부가 다시 정권을 잡았지만, 제대로 된 경제 정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와 관련, 향후 30년 동안 벌어질 프레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세 가지 필승 프레임도 제시했다. ‘사람 중심 대 자본 중심’, ‘수평 대 수직’, ‘생태계 대 포식자’ 프레임이다. 이를 재빨리 파악하고,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진보와 보수의 운명도 크게 달라질 것이란 이야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가족에 다 주었던 77세 여중생의 ‘자유’… 탄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가족에 다 주었던 77세 여중생의 ‘자유’… 탄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감동 전달한 ‘조그만 사랑 노래’ “영어도 배우고 공부에 자신감”“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지난 29일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 열린 ‘개교 66주년 시낭송 대회’에서 황동규 시인의 ‘조그만 사랑 노래’의 시구가 낭랑한 음성을 타고 울려 퍼졌다. 낭송 주인공은 중학교 2학년 5반 학생인 문숙자(77·여)씨였다. 눈을 지그시 내리깔고 시를 또박또박 읊어 나가는 문씨의 목소리는 묵직했다. 한편으로는 비장감까지 느껴졌다. 마이크를 잡은 손이 파르르 떨렸지만 실력은 시 낭송 전문가 못지않았다. 객석에서는 경외의 의미를 담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낭송이 끝나자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행사 중에 절대 손뼉을 치지 말아 달라”는 사회자의 당부는 감동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적인 박수를 꺾지 못했다. 일성여중고는 성인 여성을 위한 학력 인정 2년제 학교다. 형편이 가난해, 또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배움의 때를 놓친 여성들이 이곳에서 중·고등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5만 4322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날 만학 여중생 16명이 시낭송 대회에 나섰다. 최고령은 77세인 문씨였고, 평균 나이는 62세, 최연소는 58세였다. 이들이 낭송한 국내 시는 한 소절만 들어도 제목을 맞힐 수 있는 익숙한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60~70년 세월을 품은 목소리로 전해지는 정갈한 시구는 관객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시 낭송에 앞서 만난 문씨는 마치 10대 소녀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문씨는 “오늘 무대를 위해 수백번도 더 연습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문씨는 시 ‘조그만 사랑 노래’를 관통하는 핵심 단어로 ‘자유’를 꼽았다. 그는 “언뜻 이별시처럼 보이지만, 박정희 군사정권 당시 자유를 말하지 못했던 세대였던 시인이 이 시에서 자신이 느낀 씁쓸한 한을 풀어 놓은 것 같다”고 해석한 뒤 “한평생 자식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나도 자유를 누리지 못했다”며 시에 자신의 삶을 투영했다. 남편은 2016년 가을 무렵 떠나보냈다. 문씨는 10살도 채 안 됐던 1950년 6·25전쟁 이후로는 단 한 번도 ‘공부’를 해 보질 못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처음으로 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문씨는 “여든이 다 돼 영어를 배우고 있다”면서 “이젠 공부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문씨는 이날 시 낭송회에서 ‘우수상’을 차지했다. 상장과 꽃다발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선 문씨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 보였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4자 평화협정 뒤 남북·미중 2개의 부속협정 유력

    4자 평화협정 뒤 남북·미중 2개의 부속협정 유력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연내 종전선언 및 향후 평화협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뒤 한반도 평화 로드맵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이다. 평화정착은 ‘평화체제’가 유지·심화돼 남북의 평화 공존 상태가 공고화된 것이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으로 시작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꿔야 한다. 그 수단이 전쟁을 끝내자는 의사 표명인 ‘종전선언’과 같은 의미의 법적·제도적 합의 문서인 ‘평화협정’이다.종전선언은 ‘군사적 적대성 해소’의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북·중, 미·중, 한·중 간에 모두 수교한 중국이 법적으로 꼭 참여할 필요는 없다. 반면 남북은 분단의 당사자이고 북·미는 수교를 맺지 않는 적대국이어서 3자를 필수 당사국으로 본다. 1960년대와 70년대 초 북한은 남북 평화협정을 언급했지만 외세 개입으로 한국의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며 북·미 평화협정으로 변화했다. 1975년에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유엔총회연설에서 4자 회담을 제안했고 1979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이 3자 회담을 제안했다. 2003년 시작된 6자회담의 결과로 나온 2005년 9·19 공동성명에는 ‘직접 관련 당사국’이 향후 한반도 평화에 대해 협상할 것을 합의했고 2007년 10·4 남북 정상선언에는 ‘3자 또는 4자 정상이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하지만 통상 평화협정이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법적 문서라는 점에서 당시 서명했던 미국(유엔군 대표), 중국, 북한을 참석국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를 구축할 당사자로서 한국까지 4자 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이 크다. 평화협정은 4자가 한반도 평화를 추구한다는 내용의 기본 조약을 맺고 그 하위에 2개의 부속 협정을 두는 방식이 유력하다. 부속 협정은 남북 간의 평화 행동을 담고, 미·중 간에 이를 인증하고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추첨의 진화/손성진 논설고문

    [그때의 사회면] 추첨의 진화/손성진 논설고문

    현재 로또 복권은 특수한 추첨 기계로 추첨한다. 아파트 당첨자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한다. 학교 배정 추첨 등 대부분의 추첨도 컴퓨터로 한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추첨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1969년 9월 15일 처음 발행된 주택복권은 화살을 번호판에 쏘아 당첨번호를 정했다. 화살은 물론 직접 쏘는 것은 아니었고 출연자가 버튼을 누르면 화살이 과녁으로 날아갔다. 1970년대까지 주택복권 추첨은 지금처럼 경찰관이 입회한 가운데 TV로 방영됐는데 송해의 “준비하시고 쏘세요”라는 신호가 기억에 남아 있다. 이 방식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이 멘트가 총탄 발사를 연상시킨다는 이유 때문에 공 추첨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공 추첨은 재미가 덜 하고 단조롭다고 해서 1992년부터 다시 화살 발사 방식으로 바뀐 적도 있다. 흔히 1970년대 추첨으로 중고교에 입학한 세대를 ‘뺑뺑이 세대’라고 하는데 ‘은행알 추첨기’와 연관이 있다. 8각 물레방아처럼 생긴 은행알 추첨기는 손잡이를 오른쪽으로 두 번, 왼쪽으로 한 번 돌리면 배정되는 학교 번호가 적힌 은행알이 밖으로 굴러 나왔다. 이 은행알 추첨기를 일명 ‘뺑뺑이’라고 불렀다. 뺑뺑이는 엄연히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표준어다. 아파트 동·호수 추첨에도 은행알이 이용됐다. 1971년 입주한 여의도 시범아파트 1850가구의 동·호수를 은행알을 이용해 추첨했다고 한다. 그런데 은행알 추첨에서는 큰 은행알이 밖으로 나올 확률이 높으므로 부정 추첨 시비가 일곤 했다(동아일보 1966년 12월 10일자). 1950, 1960년대 아파트나 전화 청약 추첨은 제비뽑기였다. 1963년 8월 서울 용산고등학교 강당. 서울 상도동과 신림동 시영아파트 분양에 신청자가 쇄도해 최고 2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입주자를 선정하는 추첨 방식은 제비뽑기였다. 눈을 가린 사람이 함 속에 손을 넣어 세모꼴의 제비를 뽑아낸다. 제비를 열어 번호를 부르면 당첨된 사람이 환호성을 질렀다(경향신문 1963년 8월 27일자). 사립초등학교 신입생 선발에도 제비뽑기 방식이 이용됐는데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의혹이 간혹 제기되곤 했다(동아일보 1966년 12월 10일자). 아파트 추첨이 공개 추첨으로 바뀌고 컴퓨터가 사용된 것은 1973~1974년 무렵이다(매일경제 1974년 9월 5일자). 아파트 당첨 조작은 컴퓨터 추첨에서 처음 발생했다. 1973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 AID아파트 추첨 때 프로그래머 3명이 입주 희망자 10명에게 돈을 받고 당첨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일이 있다. 사진은 1967년 12월 서울 한 사립초등학교 교정에서 은행알 추첨기로 신입생을 추첨하는 모습.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서울광장] 파국의 다른 이름은 시작이다/김성곤 논설위원

    [서울광장] 파국의 다른 이름은 시작이다/김성곤 논설위원

    완벽하게 뒤통수를 맞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은 더 아플 것이다. 한국계 미국인 3명을 풀어 주고, 풍계리 취재단에 한국 취재진을 뺐다가 막판에 집어넣는 등 한껏 몸값을 부풀려 가며, 핵시설을 폭파한 지 불과 한두 시간 만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2일로 예정됐던 북ㆍ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1박4일간의 빡빡한 일정으로 미국으로 달려가 트럼프로부터 북한의 체제 보장과 ‘유연한 일괄타결’ 발언을 이끌어 내는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한 게 바로 엊그제다. 일반 국가의 대통령이라면 상상이 안 되는 비례(非禮)였지만, 트럼프는 눈 깜짝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주변국에 그 어떤 배경 설명이 있었다는 얘기도 아직 들어 보지 못했다. 트럼프의 북ㆍ미 정상회담 취소 배경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정상회담 전 미국과 북한의 실무 접촉에서 진전된 입장이 나올 것을 기대했다가 별 내용이 없자 실망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장이 “(북ㆍ미)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며 펜스 미국 부통령을 ‘얼뜨기’로 표현한 것이 화를 돋우었다는 해석도 곁들여진다. 하지만 최 부장의 발언은 명분일 뿐 ‘북한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답’이 없자 정상회담을 뒤엎었다는 게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북한으로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 내지 못하면 ‘서두르다가 실패한 회담’이라는 비난이 불을 보듯 뻔한 마당에 굳이 북ㆍ미 정상회담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편지를 하라. 언제든 만날 수 있다”며 문을 아예 닫지 않은 것을 보면 미국의 중간선거가 11월이어서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입장 변화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한 중국에 대한 경고도 담고 있다. 중국이 협조를 안 하면 우리가 판을 깰 수도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김계관이 김 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 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히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보인 것을 보면, 일단은 중국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어떻든 트럼프는 승부사적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북한으로부터 과거와 같은 ‘살라미 전술’(하나의 과제를 여러 단계별로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협상전술)이 엿보이자 정상회담 취소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상식을 초월하는 무지막지한 방식에 북한은 물론 중국도 허를 찔린 듯하다. 그러나 북한도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북·미 정상회담 등 비핵화 논의가 깨진 뒤의 전개 과정을 모를 리 없다. 경제적 압박과 함께 생각하기조차 끔찍하지만, 군사적 카드도 미국이 들먹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테이블에 앉을 명분이 필요한 것이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가라고 했다. 북ㆍ미 양측 모두 판을 깨는 것은 원치 않는 만큼 차분히 다시 흩어진 구슬을 꿸 필요가 있다. 역사는 ‘조급한 결론은 항상 심판한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1978년 카터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캠프 데이비드 협상이 이뤄져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평화를 얻었지만, 서두르다가 팔레스타인과 예루살렘 정착촌 문제는 짚지 못했다. 지금 미국과 중동은 그 실수의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한ㆍ일 협정도 마찬가지다. 박정희 정부가 서두르는 통에 우리는 지금 위안부 문제나 강제 징용자 문제에서 심판을 받고 있다. 평화를 지키고 협상을 성사시키는 것은 유리그릇과 같다. 진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를 시작할 때다. 우리도 진득하게 중재의 과정을 지켜보자. “끝은 끝이 아니고 시작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라고 했다.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의 말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꿈을 여기서 접을 수는 없다. sunggone@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