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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 베트남 총리·양대 기업 회동 ‘협력 강화’

    최태원, 베트남 총리·양대 기업 회동 ‘협력 강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베트남을 방문해 총리와 면담하고 양대 민영기업 총수와 회동하는 등 베트남에서 전방위적인 파트너십 강화에 나섰다. 6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과 주요 계열사 사장들은 5일부터 2박3일간 베트남을 찾았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유정준 SK E&S 사장 등 SK그룹 최고경영진이 최 회장과 동행해 동남아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여 줬다. 최 회장, 최 수석부회장, 조 의장은 전날 베트남 하노이 총리공관에서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 팜브엉 빈그룹 회장 등과 만나 협력을 다짐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환경 문제를 염두에 둔 산업 전략을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최 회장은 이날 “SK그룹과 빈그룹은 돈만 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 점에서 경영철학이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총리 면담에 앞서 최 회장 일행은 팜브엉 회장 일행과 따로 만나 포괄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SK그룹은 지난달 16일 빈그룹 지주회사 지분 6.1%를 10억 달러(약 1조 1800억원)에 매입하며 빈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최 회장 일행은 6일 오후 호찌민으로 건너가 응우옌당꽝 마산그룹 회장 등 주요 경영진과도 회동했다. 마산그룹은 식음료, 축산, 광물, 금융업 등 고성장 산업이 주력인 베트남 시가총액 2위 그룹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SKT, MS와 5G 협력 손잡았다

    SKT, MS와 5G 협력 손잡았다

    SK텔레콤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양사 기술을 융합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5G 상용화 전후로 각 분야에서 국내외를 대표하는 사업자들과 굵직한 규모의 협의를 이끌어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MS의 클라우드, 인공지능(AI) 기술과 자사의 5G, AI 등 기술을 융합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두 회사는 양해각서 체결로 SK텔레콤의 파트너십 프로그램인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JIP)에 참여하게 됐다. JIP는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게 목표다. 지난 2월 SK텔레콤 빅데이터 솔루션 ‘메타트론’ 개발과 업데이트를 MS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상에서 진행한 두 회사는 앞으로 SK텔레콤의 AI 플랫폼 ‘누구’와 MS의 ‘코타나’ 역량을 결합, AI 스피커, 기업 솔루션 영역에서 상품·서비스 개발을 추진한다. 또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새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SK텔레콤을 시작으로 SK그룹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에 MS의 업무협업 플랫폼 ‘MS365’를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 3월 말 MS 본사를 찾아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와 사업 협력을 약속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는 5G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MS 같은 글로벌 강자와의 협력이 필수”라며 “양사의 역량을 결합해 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 8일엔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과 디지털 광고·마케팅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3~4월엔 MBC, KBS, SBS와 5G 기반 신규 사업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2월엔 세계 3대 미디어그룹 중 하나인 컴캐스트와 이스포츠 합작 법인을 세웠다. 연세대 의료원 용인세브란스병원에 5G·AI 등 솔루션을 도입하기로 했으며, 육군사관학교와도 스마트 사관학교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엔 5G 자율주행 등 스마트시티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협약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SKT 잇단 ‘거물급’ 업무협약 이번엔 MS와

    SKT 잇단 ‘거물급’ 업무협약 이번엔 MS와

    지난 8일엔 인스타와 디지털광고 협약지상파 방송 3사와도 5G 방송 함께컴캐스트와는 e스포츠 합작법인 세워 SK텔레콤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양사 기술을 융합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5G 상용화 전후로 각 분야에서 국내외를 대표하는 사업자들과 굵직한 규모의 협의를 이끌어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MS의 클라우드, 인공지능(AI) 기술과 자사의 5G, AI 등 기술을 융합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두 회사는 양해각서 체결로 SK텔레콤의 파트너십 프로그램인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JIP)에 참여하게 됐다. JIP는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게 목표다. 지난 2월 SK텔레콤 빅데이터 솔루션 ‘메타트론’ 개발과 업데이트를 MS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상에서 진행한 두 회사는 앞으로 SK텔레콤의 AI 플랫폼 ‘누구’와 MS의 ‘코타나’ 역량을 결합, AI 스피커, 기업 솔루션 영역에서 상품·서비스 개발을 추진한다. 또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새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SK텔레콤을 시작으로 SK그룹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에 MS의 업무협업 플랫폼 ‘MS365’를 도입할 계획이다.지난 3월 말 MS 본사를 찾아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와 사업 협력을 약속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는 5G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MS 같은 글로벌 강자와의 협력이 필수”라며 “양사의 역량을 결합해 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 8일엔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과 디지털 광고·마케팅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3~4월엔 MBC, KBS, SBS와 5G 기반 신규 사업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2월엔 세계 3대 미디어그룹 중 하나인 컴캐스트와 이스포츠 합작 법인을 세웠다. 연세대 의료원 용인세브란스병원에 5G·AI 등 솔루션을 도입하기로 했으며, 육군사관학교와도 스마트 사관학교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엔 5G 자율주행 등 스마트시티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협약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인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 승진 △선임연구위원 황은경 고경택 정연주 유영석 김영석 박재로 황인주 유평준 △선임행정위원 최창식 김상호 △연구위원 김영록 안찬솔 문수영 김용기 정우태 양인철 최준석 김동필 박범진 정인수 전수민 김용주 △기술위원 윤재국 전철수 민철호 △행정위원 황현덕 △수석연구원 양성린 구보경 박재홍 △수석기술원 박정호 △수석행정원 조영대 서현선 △전임기술원 박철순 △전임행정원 이향천 홍희진 양미영 △책임주무원 김은영 고금희 임경원 △선임주무원 윤재원 김진 정숙
  • SKT도 가세… 5G 무제한 요금제 ‘극한 경쟁’

    SKT도 가세… 5G 무제한 요금제 ‘극한 경쟁’

    6월까지 상위 두 요금제 가입하면 연말까지 5G 데이터 무제한 제공 초고속 VR 스트리밍 기술도 소개 “올해 안에 5G 기지국 7만개 설치”세계 최초 5G 스마트폰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이동통신 3사의 요금·서비스 경쟁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SK텔레콤은 3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5GX 요금제’ 4종을 공개하면서 상위 두 요금제에 대해 오는 6월 말까지 가입할 경우 연말까지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해당되는 요금제는 월 9만 5000원에 데이터 200GB를 제공하는 ‘5GX프라임’, 12만 5000원에 300GB를 주는 ‘5GX플래티넘’이다. SK텔레콤은 프로모션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이들 요금제에 데이터 무제한 혜택을 제공하며, 종료 시점에 연장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정호 SKT 사장은 “50년 전 달 착륙이 인류에게 큰 도약이 된 것처럼 SKT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가 또 한번 인류의 삶이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누구나 5G를 통해 우주여행을 하는 ‘초시대’ 개막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이런 전략은 전날 발표된 KT 데이터 완전무제한 요금제의 영향이 크다. 앞서 KT는 나머지 두 회사 요금제 윤곽이 나오자 5만 5000원짜리 중저가를 제외한 모든 요금제에 속도제한 없이 데이터를 무한 제공한다고 밝혔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정부에 요금제를 인가받아야 하는 SK텔레콤은 데이터 완전 무제한으로 무장한 KT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LG유플러스의 요금제 사이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이날 SK텔레콤은 ‘5G 론칭 쇼케이스’를 열고 요금제 외에도 네트워크 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기술들을 소개했다. 가상현실(VR) 스트리밍·UHD 영화 등 초고용량 서비스에서는 순간적으로 국내 최고속인 초강 2.7기가비트(Gbps)로 높여 주는 ‘5GX 터보 모드’, 스마트팩토리나 자율주행차 등 즉각적인 반응이 필요한 서비스에서는 5G 반응 속도를 최대치로 올리는 ‘5GX 초저지연 모드’가 이에 해당한다. SK텔레콤은 자사 5G 기지국 수가 2일 오후 6시 기준 국내 최다인 약 3만 4000개이며, 3일 기준으로 3만 5000개라면서 연말까지 7만개를 목표로 증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T는 전날 기지국 3만개로 시작한다면서 ‘커버리지’(수신영역) 맵을 5일 공개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대해 강종렬 SK텔레콤 ICT 인프라센터장은 “커버리지는 지고 싶은 생각이 절대 없으며 맵에 대해서도 공개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LG유플러스는 ‘5G 이노베이션 랩’을 서울 마곡 사옥에서 개관하고 공개했다. 국내외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들이 5G 서비스와 기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개발해 상용화할 수 있게 돕는 곳으로 약 230㎡ 공간에 서버룸, 네트워크존, 운영지원실 및 프로젝트룸, 플랫폼존, VR개발존 등으로 구성됐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서울포토] ‘레드 드레스’ 김연아 우아한 자태

    [서울포토] ‘레드 드레스’ 김연아 우아한 자태

    3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 로비에서 열린 ‘5GX 서비스 론칭쇼’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김연아, 페이커 씨가 세계 최초 5GX 상용화 선포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인사]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에 박정호…대표이사·의장 분리

    △ SK하이닉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박 사장은 1989년 ㈜선경에 입사한 뒤 SK텔레콤 뉴욕지사장, SK그룹 투자회사관리실 CR지원팀장(상무), SK커뮤니케이션즈 사업개발부문장,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부사장), SK C&C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이 분리됨에 따라 이석희 대표이사(사장)는 경영 활동에 집중하면서 작년 말부터 시작된 반도체 경기의 급격한 하락과 ICT 업계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 [인사]

    ■교육부 △사회정책협력관실 이강연△국가균형발전위원회 파견 박정호△강릉원주대학교 박광원△고등교육정책실 황순은 ■부산항만공사 △물류연구부장 연정흠 ■신영증권 ◇승진<전무> △스트럭처드프로덕츠본부 김우연△에셋얼로케이션본부 김대일△FICC본부 정헌기 <상무> △결제업무팀/경영기획팀/브랜드전략팀/인사팀 김동준△명동지점/반포지점 허도웅△법인영업본부 현원식△스트럭처드프로덕츠세일즈부/에쿼티파생운용부 천신영△IT센터 원창선 ■전자신문 ◇승진 △사장 편집인 양승욱
  • [인사] 교육부

    △ 사회정책협력관실 이강연 △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파견 박정호 △ 강릉원주대학교 박광원 △ 고등교육정책실 황
  • 돌아온 주총, 주주친화 새바람…오너家 ‘얼굴’도 바뀐다

    돌아온 주총, 주주친화 새바람…오너家 ‘얼굴’도 바뀐다

    삼성전자, 좌석수 작년보다 2배 늘려 SK텔레콤, 주주 견학 프로그램 마련 현대차 ‘정의선 대표 체제’ 스타트 LG 구본준 ‘퇴장’…구광모 시대로 대한항공, 조양호 이사 재선임 촉각오는 15일 LG전자와 20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개막한다. 주요 기업별 오너가(家) 인사들의 사내 지위를 결정지을 안건들이 주목받는 가운데 주주 친화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존과 다른 주총 모습을 선보이겠다고 벼르는 기업들이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서울 서초사옥에서 진행될 주총 좌석수를 지난해 400석의 약 두 배로 늘려 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 5월 액면분할 뒤 첫 주총이어서 참석자 수가 늘 것으로 예상해서다. 여러 회사의 주총이 겹치는 ‘슈퍼주총데이’인 27일을 피해 주총일을 잡은 점 역시 참석자를 늘릴 요인으로 꼽힌다. 안건과 관련된 주목은 ‘상정되지 않은 안건’에 집중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3년 등기이사 임기가 오는 10월에 끝나지만, 재선임 안건이 산정되지 않았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상고심이 속행 중이란 점을 감안한 조치로 읽히지만, 이 부회장 임기 만료 전 임시주총을 열어 재선임을 결정지을 가능성이 여전히 거론된다. 27일 열리는 SK 주총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게 한 정관을 바꾸는 안건이 올라간다. 통과되면 최태원 SK 회장이 SK 대표이사직만 수행하고 이사회 의장직은 이사 중 한 명이 맡게 된다. SK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의 26일 주총에선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4대사업부장이 직접 발표·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주총에 참석한 주주 대상으로 본사 사옥 내 티움 전시관 투어를 마련했다. SK텔레콤 주총 안건 중엔 또 한문으로 작성됐던 정관을 모두 한글로 바꾸는 내용의 주총 특별 결의 안건도 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22일 주총에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이어지는 별도 이사회에서 정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 ‘정의선 시대’를 공식화하는 행보다. 주당 2만 1967원의 고배당을 요구하는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 이사회가 제시한 주당 3000원 배당안과 사외이사 추천 명단에 반기를 들고 있지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가 현대차 손을 들어 줌에 따라 현대차가 주총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LG그룹 역시 구본준 부회장의 등기이사 퇴장을 통해 ‘구광모 시대’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15일 열리는 LG전자·LG화학 주총에서 구 부회장이 맡고 있던 등기이사직에 계열사 전문경영인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된다. 고 구본무 회장 동생으로 LG 2대 주주인 구 부회장은 LG 고문을 맡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기업 주총에서 반대권을 행사해도 판을 뒤엎을 만큼의 지분을 확보하진 못했지만, 부쩍 주주권 행사 카드 언급을 늘리는 중인 국민연금에 시선이 쏠린 주총도 있다. 27일 대한항공 주총에선 조양호 대표이사 회장의 이사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비리 혐의와 일가의 갑질 파문 때문에 조 회장의 이사 연임을 반대하는 세 규합이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롯데칠성음료·롯데케미칼 정기 주총에선 신동빈 롯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국민연금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을 끈다. 국민연금은 신 회장이 계열사 이사를 과도하게 겸직한다는 이유로 롯데의 다른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한 적이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존엄한 죽음을 말하다] 파란 집에서 8시간, 노인들은 그렇게 생을 끝냈다

    [존엄한 죽음을 말하다] 파란 집에서 8시간, 노인들은 그렇게 생을 끝냈다

    “인터뷰 안 합니다. 저희는 디그니타스와 비밀협약을 맺었어요. 아무것도 말해 줄 수 없습니다.” 지난 1월 7일 스위스 취리히주 쿠스나흐트의 한 주유소 1층에는 3평 남짓한 사무실이 쪽방처럼 딸려 있었다. 외국인 조력자살(안락사) 후 시신을 화장장까지 운반하는 민간 장례업체의 사무실이었다. 굳이 하는 일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듯 작은 간판 하나 걸려 있지 않았다. 사무실 옆에 주차된 운구 차량을 보고 겨우 찾아낼 수 있었다. 혹시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한국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문전박대만 당했다. 신분만 밝혔을 뿐인데도 장의업체 직원은 질문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기자는 기자일 뿐, 우리는 기자를 믿지 않는다”며 퉁명스럽게 문을 걸어 잠갔다. 이미 여러 국가의 취재진이 이곳을 다녀간 것 같았다.한국인 최초로 안락사를 선택한 이들, 그들은 어떤 사정이 있었기에 아픈 몸을 이끌고 8770㎞를 날아 스위스까지 갔을까. 답을 찾고자 서울신문은 지난 1월 4~11일 스위스 취리히에 다녀왔다. 한국인 안락사가 이뤄진 블루하우스부터, 시신을 운반하는 사설 장례업체, 취리히주가 운영하는 공립 화장장까지 그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걸었다. 기록은 감춰져 있고, 흔적은 흩어져 있어 아쉽게도 물음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숨진 한국인이 스위스에서 최초로 내디뎠던 그 길에서 고인들이 보았을 마지막 풍경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느낀 건 안락사를 그려낸 영화 ‘미 비포 유’처럼 모든 게 평화롭고 아름답지만은 않았다는 점이다. 삶과 죽음은 엄연한 현실이었고, 정답 없는 갈림길이었다.블루하우스는 취리히주 파피콘에 있다. 스위스인들은 조력자살을 하더라도 집에서 받을 수 있기에 굳이 이곳에 올 필요가 없다. 오직 외국인만이 이 파란 건물에서 스스로 숨을 거둔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블루하우스의 외관은 아늑하지만은 않았다. 건물 바로 뒤편에는 대형 공작기계 제조업체가 크고 암울한 배경화면처럼 버티고 있었고, 바로 앞 인적 드문 공터가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스위스 일정 중 3일을 투자해 블루하우스 앞을 지켰지만, 지나는 사람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드물었다. 매일같이 사망자가 발생하는 만큼 일부러 인적이 드문 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인상도 받았다. 친구의 안락사를 곁에서 지켜본 익명의 제보자 ‘케빈’도 이렇게 고백한 바 있다. “블루하우스 앞에 도착하는 순간 차에서 내리지 못할 정도로 몸이 오싹했다. 기분이 참 묘했고 안 좋았다.”8일에는 블루하우스 밖에서 안락사 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오전 10시 30분쯤 프랑스 국적 번호판을 단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한 대와 미색 SUV 한 대가 연이어 도착했다. 각각 두 차량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내렸고, 휠체어를 타고 블루하우스로 들어갔다. 가족들이 오열하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이곳에 오기 전 마음의 준비를 마친 듯 덤덤한 모습이었다. 두 시간쯤 지나 가족들이 블루하우스에서 나왔다. 블루하우스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죽음의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는 없었지만, 디그니타스와 검찰, 법의학자 인터뷰 등을 통해 추정할 수 있었다. 우선 안락사 전 동행한 가족들은 수많은 서류를 확인하고 서명해야 한다. 특히 환자의 병명이 적힌 의사 진단서와 환자의 사망 의사가 담긴 선언문 등은 필수다. 물론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중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환자가 치사약(펜토바르비탈)을 마시기 전까지 디그니타스 직원은 환자가 지금도 안락사를 원하는지, 마음은 변하지 않았는지를 수차례 반복해서 확인한다. 그리고 환자가 약을 마시기로 결정하고, 실제로 약을 복용하면 보통 수분 내에 사망에 이른다. 죽을 권리를 선택한 이들의 마지막은 그렇게 마무리된다. 이날은 예상보다는 조금 늦은 오후 5시 30분쯤 경찰과 법의학자가 블루하우스로 들어갔다. 경찰이 각종 서류의 확인 등을 마치면 타살 의혹이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법의학자의 검시가 시작된다. 한 시간 뒤 경찰과 법의학자가 철수하자 곧이어 하얀색 운구 차량이 도착했다. 휠체어를 타고 블루하우스로 향했던 노인들은 주검이 돼 8시간 만에 관에 실려 나왔다. 프랑스 노인 두 명은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안락사 후 시신은 모두 취리히주 북화장장(Krematorium Nordheim)으로 보내진다. 블루하우스와의 거리는 26.4㎞로 승용차로 30분 거리다. 취리히주가 운영하는 공립 화장장 3곳 중 한 곳으로 파피콘에서 사망한 이들의 시신은 일단 이곳으로 옮겨진 후 화장을 할지, 매장을 할지 결정된다.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한국인들도 이 화장장에서 한 줌의 재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크다. 케빈이 친구의 마지막 모습을 본 곳도 이곳이다. 인상적이었던 건 국적에 상관없이 스위스에서 사망하면 현지 화장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장례 과정은 우리나라에서처럼 큰돈이 필요하지 않다. 이 때문인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구분되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수백 명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할 수 있는 대형 장례식장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유골함 비용도 들지 않는다. 그렇기에 세금을 내지 않는 외국인들이 자국에서 조력자살을 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품은 스위스 국민들도 꽤 있다.화장장으로 시신이 옮겨지면 대략 3일 후 화장이 된다. 화장 전까지는 시신은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방에 모신다. 우리가 찾은 회장장에도 23개의 방이 마련돼 있었다. 케빈은 9번 방에서 고인과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북화장장 총책임자인 시릴 지머만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받는 외국인들이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을 하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현실적으로 모든 비용을 스위스 국민이 댄다는 점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디그니타스는 조력자살로 외국인들에게 돈을 받지만 정작 자국 화장터에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기자는 이곳에서 화장된 한국인의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찾고자 했던 한국인 기록을 모두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케빈이 스위스까지 동행해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던 박정호(가명)씨의 기록은 확인할 수 있었다. 디그니타스와 케빈을 제외한 제삼자를 통해 한국인의 안락사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이 기록에는 고인의 이름과 생년월일, 가족 이름, 한국 주소 등이 적혀 있으며, 사망 장소로는 블루하우스가, 장례 주관자로 디그니타스가 기재돼 있었다.안락사한 한국인의 기록은 더 찾을 수 없을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민간 장의업체 두 곳을 더 찾았다. 한 곳은 파피콘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장의업체고, 다른 한 곳은 디그니타스와 비밀협약을 맺은 곳이었다. 물론 두 곳에서 더는 추가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수십 년간 죽음을 일상으로 접한 스위스 장례전문가로부터 조력자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었다. 파피콘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장례업체인 게르바 린다우의 사장 우르스 게르바(50)는 조력자살도 존엄한 죽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아 문제라고도 했다.“제 경험으로는 보통 조력자살을 통해 남은 유족들이 더 힘들어하더라고요. 가족들은 고인의 조력자살을 원하지 않거나 보낼 준비가 안 됐는데, 억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근엔 그런 선택이 남용되는 건 아닌가 우려스럽습니다.” 취리히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취리히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친구가 택한 존엄한 죽음, 내겐 존엄하지 않았다

    친구가 택한 존엄한 죽음, 내겐 존엄하지 않았다

    안락사 동행자 케빈의 고백 (하) 오랜 친구로부터 스위스에 함께 가 달라는 제안을 받은 케빈(가명). 암 투병 중인 친구의 고통을 이해하면서도, 제안에 쉽게 동의하지 못했다. 스위스 여정은 곧 조력자살(안락사)을 위한 마지막 여행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케빈은 일단 함께하기로 했다. 현지에 가더라도 어떻게든 친구의 극단적 선택을 말릴 기회는 생길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친구는 구체적 안락사 일정과 사망 후 시신 처리까지 모든 준비를 마쳤을 정도로 결심이 확고했다. 스위스에 도착한 케빈은 친구에게 그냥 돌아가자고 설득했지만, 극심한 고통 없이 죽고 싶다는 그의 결정을 끝내 꺾지는 못했다. 당일 아침이 밝았다. 친구는 편지 한 통을 남기고 안락사 장소인 ‘블루하우스’로 떠났다. 서울신문은 익명의 취재원 케빈으로부터 그가 경험했던 내용을 담은 편지를 받아 상하로 나눠 연속 보도한다.늘 형 같았던 친구에게 스위스까지 따라와 끝까지 설득해 준 네 뜻을 따르지 못해 미안하다. 날 위해 늘 기도하는 맘으로 돌아가자고 했던 네 마음만은 잊지 않을게. 미안하지만 난 여기서 삶을 마감하고자 한다. 너의 뜻이 신앙적으로도 옳고 하나님의 뜻이라는 점도 알지만, 그러기엔 내가 너무 유약했던 거 같아. 사랑하고 존경하는 친구야. 그 마음 영원히 간직할게. 부디 안녕하길. 스위스에서 박정호 올림 아무도 없는 호텔방에 돌아와 그가 남긴 편지를 읽었습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미친놈’.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습니다. 죽으려는 놈이 무슨 걱정을 이렇게 하는지, 또 이런 글을 왜 썼는지, 그의 마음을 알기에 고마움과 함께 답답한 감정이 동시에 몰려왔습니다. 친구는 제가 서울로 돌아갔을 때 처벌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나 봅니다. 편지 속에 저를 마치 안락사에 반대하는 성직자인 양 적어 놓았더군요. 혹시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미리 써 준 것 같았습니다. 저는 친구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했는데, 그는 끝까지 저를 보호해 주려 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지금이라도 정호가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충 옷을 갈아입고, 급히 호텔방을 나서 렌터카를 몰았습니다.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약 먹기로 결정했어. 함께 스위스에 와 줘서 고마워.” 제게 자신의 죽음을 알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잘 가라고, 우리 꼭 다시 만나자고도 했습니다. 전화를 끊었는데, 도저히 운전을 할 수 없어 도로 갓길에 차를 잠시 세웠습니다. 가슴이 저린다는 게, 울음이 터져 나온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그제야 알았습니다. 정호가 죽는다는 것에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파란 이층집에 도착했습니다. 경찰 두 명이 다녀간 후 디그니타스 직원의 안내에 따라 그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방 중간 침대에 담요를 덮고 누워 있는 그를 봤습니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눈을 살짝 뜬 채 창백한 얼굴로 표정이 없었습니다. 다리가 떨리고 가슴이 터질 듯 아팠습니다. 얼굴도 만져 보고 손도 만져 봤지만, 온기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죽었을지 궁금했습니다. 끝까지 함께 옆에 있어 주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마음이 미어졌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색 양복에 검은색 넥타이를 한 장의사 두 분이 들어왔습니다. 직원은 제게 “잠시 나가 있어 달라”고 했습니다. 밖에 나가 하늘을 봤더니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죽는구나, 과연 이렇게 죽는 게 존엄하게 죽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제 이 사람은 고통과 걱정이 없는 완전히 자유로운 세상에서 그간 힘들었던 모든 것을 풀어놓고 평온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는 하얀 천과 쿠션으로 꾸며진 서양식 육각 나무 관에 누워 있었습니다. 정호가 바라던 대로 모든 게 끝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의사들은 집 앞에 세워둔 검은색 영구차에 관을 실었습니다. 차 안에 관 하나가 더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날 옆방에서 생을 마감한 독일인 남성의 관이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물었더니 디그니타스 직원은 크레마토리움(화장장)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같이 가고 싶었지만 오늘은 갈 수 없다며 종이에 주소를 적어 주며 내일 갈 것을 권했습니다. 그렇게 친구는 관에 누운 채 홀로 크레마토리움으로 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시내 북쪽 화장장으로 향했습니다. 스위스 화장장은 우리나라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화장만 하는 게 아니라 고인을 모시는 빈소도 있고 장례의식을 거행할 수 있는 큰 장례식장도 있었습니다. 도착해서 5분 정도 기다렸더니 직원 한 분이 숫자 9와 고인의 이름표가 붙어 있는 방으로 안내해 줬습니다. 방은 1.5평 정도 크기입니다. 관이 누워 있는 방향으로 길쭉했습니다. 오른쪽 벽 탁자 위에 관이 놓여 있었고, 고인은 관에서 어제 봤던 그대로 편안히 누워 있었습니다. 그의 머리 오른쪽으로 굵고 짧은 큰 촛불이 하나 타고 있었습니다. 방은 춥지는 않았지만 서늘했습니다. 화장장 직원은 제게 괜찮으냐고 물었고, 제가 괜찮다고 하니 인사를 하고 나갔습니다. 저는 말없이 그를 봤고, 정호의 얼굴과 손을 만졌습니다. 어제보다 더 차가웠습니다. 무엇이 그를 여기까지 이끌었을까요. 어쩌면 그는 미래에 겪어야 할 고통을 회피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병의 특성상 앞으로 몸은 점점 쇠약해지고, 통증은 온몸으로 퍼져 나갔을 겁니다. 죽을 것같이 숨이 막혔겠지요. 결국 정신까지 온전하지 않게 될 거란 걸 알았을 때, 그는 견디기 어려웠을 겁니다. 또 기약 없는 투병과 간병으로 받게 될 가족의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까지 고려해 스위스에 오는 걸 결정했을 겁니다. 그는 똑똑했습니다. 물론 인간적 갈등도 그의 몫이었겠지요. 대학도 못 간 자식들을 뒤로하고 어떻게 비행기를 탔을까 생각하면 제 가슴이 무너지는 듯 아픕니다. 대단한 친구입니다. 죽음은 슬픈 일이지만, 저는 그의 죽음을 축하하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그가 바랐던 바일 겁니다. 호텔에서 만난 의사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어떠한 고통도 없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거라는 말이 위로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친구를 위해 준비해 온 옷을 갈아입혔습니다. 좀더 환하고 편해 보였습니다. 친구도 제 선물을 좋아하는 것 같아 제 마음도 편해지더군요. 며칠 후 그는 한 줌의 재가 됐습니다. 스위스에서 그는 자기 삶을 완성했습니다. 그의 죽음은 존엄한 죽음이었을까요. 미안한 말이지만 적어도 저에게 친구의 죽음은 존엄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친구 스스로는 존엄한 죽음을 택했다고 확신합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안락사 동행자 케빈의 고백 (상) 결국… 저는 오랜 친구의 안락사를 도왔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탐사기획부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 [단독]한국인 최초 안락사 그 길을 쫓다...스위스 현지 르포

    [단독]한국인 최초 안락사 그 길을 쫓다...스위스 현지 르포

    “인터뷰 안 합니다. 저희는 디그니타스와 비밀협약을 맺었어요. 아무것도 말해 줄 수 없습니다.” 지난 1월 7일 스위스 취리히주 쿠스나흐트의 한 주유소 1층에는 3평 남짓한 사무실이 쪽방처럼 딸려 있었다. 외국인 조력자살(안락사) 후 시신을 화장장까지 운반하는 민간 장례업체의 사무실이었다. 굳이 하는 일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듯 작은 간판 하나 걸려 있지 않았다. 사무실 옆에 주차된 운구 차량을 보고 겨우 찾아낼 수 있었다. 혹시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한국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문전박대만 당했다. 신분만 밝혔을 뿐인데도 장의업체 직원은 질문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기자는 기자일 뿐, 우리는 기자를 믿지 않는다”며 퉁명스럽게 문을 걸어 잠갔다. 이미 여러 국가의 취재진이 이곳을 다녀간 것 같았다.한국인 최초로 안락사를 선택한 이들, 그들은 어떤 사정이 있었기에 아픈 몸을 이끌고 8770㎞를 날아 스위스까지 갔을까. 답을 찾고자 서울신문은 지난 1월 4~11일 스위스 취리히에 다녀왔다. 한국인 안락사가 이뤄진 블루하우스부터, 시신을 운반하는 사설 장례업체, 취리히주가 운영하는 공립 화장장까지 그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걸었다. 기록은 감춰져 있고, 흔적은 흩어져 있어 아쉽게도 물음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숨진 한국인이 스위스에서 최초로 내디뎠던 그 길에서 고인들이 보았을 마지막 풍경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느낀 건 안락사를 그려낸 영화 ‘미 비포 유’처럼 모든 게 평화롭고 아름답지만은 않았다는 점이다. 삶과 죽음은 엄연한 현실이었고, 정답 없는 갈림길이었다.블루하우스는 취리히주 파피콘에 있다. 스위스인들은 조력자살을 하더라도 집에서 받을 수 있기에 굳이 이곳에 올 필요가 없다. 오직 외국인만이 이 파란 건물에서 스스로 숨을 거둔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블루하우스의 외관은 아늑하지만은 않았다. 건물 바로 뒤편에는 대형 공작기계 제조업체가 크고 암울한 배경화면처럼 버티고 있었고, 바로 앞 인적 드문 공터가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스위스 일정 중 3일을 투자해 블루하우스 앞을 지켰지만, 지나는 사람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드물었다. 매일같이 사망자가 발생하는 만큼 일부러 인적이 드문 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인상도 받았다. 친구의 안락사를 곁에서 지켜본 익명의 제보자 ‘케빈’도 이렇게 고백한 바 있다. “블루하우스 앞에 도착하는 순간 차에서 내리지 못할 정도로 몸이 오싹했다. 기분이 참 묘했고 안 좋았다.”8일에는 블루하우스 밖에서 안락사 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오전 10시 30분쯤 프랑스 국적 번호판을 단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한 대와 미색 SUV 한 대가 연이어 도착했다. 각각 두 차량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내렸고, 휠체어를 타고 블루하우스로 들어갔다. 가족들이 오열하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이곳에 오기 전 마음의 준비를 마친 듯 덤덤한 모습이었다.두 시간쯤 지나 가족들이 블루하우스에서 나왔다. 블루하우스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죽음의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는 없었지만, 디그니타스와 검찰, 법의학자 인터뷰 등을 통해 추정할 수 있었다. 우선 안락사 전 동행한 가족들은 수많은 서류를 확인하고 서명해야 한다. 특히 환자의 병명이 적힌 의사 진단서와 환자의 사망 의사가 담긴 선언문 등은 필수다. 물론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중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환자가 치사약(펜토바르비탈)을 마시기 전까지 디그니타스 직원은 환자가 지금도 안락사를 원하는지, 마음은 변하지 않았는지를 수차례 반복해서 확인한다. 그리고 환자가 약을 마시기로 결정하고, 실제로 약을 복용하면 보통 수분 내에 사망에 이른다. 죽을 권리를 선택한 이들의 마지막은 그렇게 마무리된다. 이날은 예상보다는 조금 늦은 오후 5시 30분쯤 경찰과 법의학자가 블루하우스로 들어갔다. 경찰이 각종 서류의 확인 등을 마치면 타살 의혹이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법의학자의 검시가 시작된다. 한 시간 뒤 경찰과 법의학자가 철수하자 곧이어 하얀색 운구 차량이 도착했다. 휠체어를 타고 블루하우스로 향했던 노인들은 주검이 돼 8시간 만에 관에 실려 나왔다. 프랑스 노인 두 명은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안락사 후 시신은 모두 취리히주 북화장장(Krematorium Nordheim)으로 보내진다. 블루하우스와의 거리는 26.4㎞로 승용차로 30분 거리다. 취리히주가 운영하는 공립 화장장 3곳 중 한 곳으로 파피콘에서 사망한 이들의 시신은 일단 이곳으로 옮겨진 후 화장을 할지, 매장을 할지 결정된다.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한국인들도 이 화장장에서 한 줌의 재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크다. 케빈이 친구의 마지막 모습을 본 곳도 이곳이다. 인상적이었던 건 국적에 상관없이 스위스에서 사망하면 현지 화장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장례 과정은 우리나라에서처럼 큰돈이 필요하지 않다. 이 때문인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구분되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수백 명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할 수 있는 대형 장례식장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유골함 비용도 들지 않는다. 그렇기에 세금을 내지 않는 외국인들이 자국에서 조력자살을 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품은 스위스 국민들도 꽤 있다. 화장장으로 시신이 옮겨지면 대략 3일 후 화장이 된다. 화장 전까지는 시신은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방에 모신다. 우리가 찾은 회장장에도 23개의 방이 마련돼 있었다. 케빈은 9번 방에서 고인과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북화장장 총책임자인 시릴 지머만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받는 외국인들이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을 하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현실적으로 모든 비용을 스위스 국민이 댄다는 점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디그니타스는 조력자살로 외국인들에게 돈을 받지만 정작 자국 화장터에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곳에서 화장된 한국인의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찾고자 했던 한국인 기록을 모두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케빈이 스위스까지 동행해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던 박정호(가명)씨의 기록은 확인할 수 있었다. 디그니타스와 케빈을 제외한 제삼자를 통해 한국인의 안락사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이 기록에는 고인의 이름과 생년월일, 가족 이름, 한국 주소 등이 적혀 있으며, 사망 장소로는 블루하우스가, 장례 주관자로 디그니타스가 기재돼 있었다.안락사한 한국인의 기록은 더 찾을 수 없을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민간 장의업체 두 곳을 더 찾았다. 한 곳은 파피콘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장의업체고, 다른 한 곳은 디그니타스와 비밀협약을 맺은 곳이었다. 물론 두 곳에서 더는 추가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수십 년간 죽음을 일상으로 접한 스위스 장례전문가로부터 조력자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었다. 파피콘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장례업체인 게르바 린다우의 사장 우르스 게르바(50)는 조력자살도 존엄한 죽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아 문제라고도 했다.“제 경험으로는 보통 조력자살을 통해 남은 유족들이 더 힘들어하더라고요. 가족들은 고인의 조력자살을 원하지 않거나 보낼 준비가 안 됐는데, 억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근엔 그런 선택이 남용되는 건 아닌가 우려스럽습니다.” 취리히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취리히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존엄한 죽음을 말하다] 결국… 저는 오랜 친구의 안락사를 도왔습니다

    [존엄한 죽음을 말하다] 결국… 저는 오랜 친구의 안락사를 도왔습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정호와 오랜만에 통화 통증 때문에 안락사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함께 취리히 교외 파란 2층 집에 갔습니다 시내에서 피자 한 접시를 먹는 친구를 보며 한참 더 살 수 있을 텐데, 죽는 게 말이 될까 서울로 돌아가자 했지만 그는 남았습니다 암 투병으로 고통을 겪는 오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온몸이 부서질 듯한 통증 때문에 안락사하고 싶다고 합니다. 스위스에 함께 가줄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익명의 취재원 케빈(가명)은 실제로 스위스행을 결정했습니다. 타인의 자살을 도운 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그러기엔 친구의 부탁이 너무도 간절했습니다. 케빈은 스위스에서 극단적 선택을 끝까지 말렸지만, 친구는 결국 그의 방식대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스위스는 유일하게 외국인의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국가로, 영화 ‘미 비포 유’의 남자 주인공이 삶을 마무리하기 위해 선택한 곳이기도 합니다. 서울신문은 지난해 10월부터 약 5개월에 걸쳐 ‘한국인의 존엄한 죽음’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외국인 조력자살을 돕는 글로벌 단체를 모두 확인하는 과정에서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을 감행한 한국인이 두 명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스위스 현지와 한국으로 오가는 추적 끝에 어렵사리 케빈을 만났고, 오랜 설득을 통해 그는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케빈은 지난달 자신의 소회를 담은 편지 한 통을 서울신문 앞으로 보내왔습니다. 그는 물론 한국인이며,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을 선택한 한국인 두 명 중 한 사람의 친구입니다. 그가 처음 케빈이라는 이름을 썼기에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케빈의 편지를 최대한 원문을 살려 상하로 나눠 싣습니다. 케빈의 요청 등을 고려해 안락사한 분의 나이, 가족 관계, 직업 등 구체적 신원과 사망일 등은 적지 않았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저는 한국의 평범한 40대 가장입니다. 스위스에 다녀온 지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지금도 제가 한 일이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아니면 잘잘못을 따질 수 없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편지를 쓰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앞서간 제 친구의 선택이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친구의 용기를 사회적으로 헤아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친구의 이름은 박정호(가명)입니다. 저는 정호와 함께 말기 암환자 등에게 조력자살을 도와주는 스위스에 있는 디그니타스라는 단체에 다녀왔습니다. 이제 친구는 더이상 이곳에 없습니다. 어느 날 오랜만에 정호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무척 반가웠습니다. 안부를 묻고 답하다가 대뜸 스위스에 같이 가줄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오랫동안 암투병을 해오던 걸 알았기에 저로서는 그 제안이 무척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그 기쁨이 잠시 뒤 눈물로 변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거실에 있는 컴퓨터 앞에 앉은 저는 너무나 떨렸습니다. 친구가 얘기한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을 끄집어 내려고 애썼습니다. 너무 혼란스러워 다 기억나지는 않았는데, 처음에 인터넷에 입력한 단어는 ‘스위스’와 ‘안락사’였던 것 같습니다. 검색어 아래로 충격적인 글과 사진, 동영상들이 나타났습니다. 검색된 글들을 읽다가 ‘조력자살’과 ‘디그니타스’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친구가 했던 이야기들이 이해가 됐습니다. 가슴이 뛰고 눈물이 콸콸 쏟아졌습니다. 디그니타스 직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약물을 환자가 스스로 마시고 곧 잠에 드는 듯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구는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제 친구가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 친구는 시한부 삶 선고를 받았습니다. 자신의 병세가 더 심해졌을 때 나타날 고통을 몹시 두려워했습니다. 한 번은 저에게 물에 빠져본 적 있느냐고 묻더군요. 그러면서 상태가 더 악화되면 자신은 결국 익사하는 고통 속에서 죽게 될 거라며 그 전에 평화롭게 삶을 마감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가족이 겪을 고통과 경제적 부담도 내심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스위스까지 같이 가줄 수 있느냐는 말에 ‘아니’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친구는 제가 법적인 문제에 휘말릴 수도 있으니 안 가도 된다는 말도 했지만, 제가 가겠다고 하자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화를 받고 난 얼마 뒤 친구 집으로 갔습니다. 직접 보기는 꽤 오랜만이었지요. 친구는 이전보다 훨씬 불편해 보이긴 했지만, 말도 잘하고 고집도 있고 아주 똑똑해 보였습니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 계절의 변화도 느끼고 차를 운전해 이곳저곳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만나서 그저 농담하고 이야기하니 예전처럼 즐거웠습니다. 친구와 죽음이라는 단어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한 달 동안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스위스로 떠나는 날 아침에는 비가 쏟아졌는데, 출국장에 먼저 도착해 저를 기다리고 있던 친구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이미 친구의 몸이 많이 불편했기 때문에 우리는 공항 직원의 도움을 받아 탑승했고, 12시간이 넘는 힘든 비행 끝에 취리히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스위스에서 보낼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사실 낯선 그곳에서 아픈 친구를 데리고 뭘 해야 할지 잘 몰랐습니다. 호텔에서 가만히 있기가 뭣해 빌린 차를 끌고 일단 나섰습니다. 우리 중 누가 먼저 말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며칠 후 그가 죽을 장소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차량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시내를 빠져 나와 한적한 교외를 한참 달리니 파란색의 2층 집이 나왔습니다. 그 집 앞에 도착하는 순간 차에서 못 내릴 정도로 몸이 오싹했습니다. 우리는 차에 앉은 채로 파란색 집을 바라만 보다가 시내로 돌아왔습니다. 기분이 묘했고, 안 좋았습니다. 다시 돌아와 시내 구경을 했습니다. 양껏 시켜놓고 냄새 때문에 몇 점 먹지도 못한 스위스 퐁듀 맛도 보고, 피자도 먹었습니다. 피자 한 접시를 다 먹는 친구를 보면서 아직은 한참 더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내일 모레 죽는 게 말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들은 대로 디데이(D-day) 이틀 전에 디그니타스에서 보낸 의사 한 분이 호텔 방으로 찾아왔습니다. 의사는 제 친구가 정말 죽을 의지가 있는지와 온전한 정신 상태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들을 했습니다. 컵에 든 물을 스스로 마셔 보라고 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손으로 약물을 마실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같아 불편했습니다. 의사는 다음날 또 왔습니다. 친구의 마음이 바뀌지 않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친구는 약을 마시고 죽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었고, 의사는 5분 안에 잠들어 30분 안에 죽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의사는 자신이 처방한 약이 내일 디그니타스에 가면 준비돼 있을 거라고 말하며 면담을 마쳤습니다. “서울로 돌아가자.” 이날 밤 제 입에서는 결국 참고 있던 말이 터졌습니다. 12시간이나 비행기를 아무렇지 않게 타고 오고, 밥도 잘 먹고, 말도 잘하고, 나보다 더 똑똑한 친구가 이대로 죽는다는 게 말이 안 됐습니다. 혼자서 한국으로 돌아갈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고만 싶었습니다. 일단 이번에는 돌아가고, 나중에 다시 함께 와주겠다며 친구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이번에 돌아가면 다시 오지 못할 것이라는 걸 직감한 듯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날 아침에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친구는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했고,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친구가 택시를 부른 이유를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서울로 돌아갔을 때 자살방조죄로 곤욕을 치르게 될까 봐 배려한 것이었습니다. 친구의 마지막 배려를 말없이 받아들인 제가 창피하고 비굴하게 느껴집니다. 친구는 호텔방을 나서기 전 반으로 접은 메모지 하나를 주고 떠났습니다. 손으로 쓴 편지였습니다. 저는 그 편지를 한참 후에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정호는 택시기사의 도움을 받아 차에 올랐습니다. 차창 너머로 저를 발견한 정호가 손을 내밀며 고맙다고 했습니다. 손을 잡았지만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택시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점점 시야에서 멀어졌습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안락사 동행자 케빈의 고백 (하) 친구가 택한 존엄한 죽음, 내겐 존엄하지 않았다 ■ 탐사기획부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단독] 한국인 2명 스위스서 안락사… ‘존엄한 죽음’ 화두를 던지다

    [단독] 한국인 2명 스위스서 안락사… ‘존엄한 죽음’ 화두를 던지다

    2016년과 2018년 한국인 2명이 스위스에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안락사로 숨진 것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숨진 2명 외에 향후 해외 안락사를 준비 중이거나 기다리는 한국인도 10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죽음을 논하는 데 보수적이었던 우리 사회에 안락사 허용 논의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국제적으로 조력자살을 돕는 단체인 스위스의 ‘디그니타스’(DIGNITAS)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력자살을 한 한국인이 2016년과 2018년 2명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사망자와 관련한 일체의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지난 5개월간 두 한국인이 왜 스위스로 마지막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과정으로 삶을 마감했는지 추적했다. 지난 1월에는 스위스 현지 취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 출신인 40대 남성 박정호(가명)씨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말기암 환자였던 박씨는 한 달간의 준비 끝에 스위스로 향해 삶을 마감했다. 서울신문은 또 박씨의 안락사를 위해 스위스까지 동행했던 친구 케빈(가명)도 만날 수 있었다. 6일과 7일자 2회에 걸쳐 케빈이 전하는 박씨의 마지막 여정을 싣는다. 조력자살은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고자 시행하는 일종의 안락사다. 스위스는 1942년부터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이를 허용해 왔다. 디그니타스를 비롯해 ‘엑시트 인터내셔널’(Exit International)과 ‘이터널 스피릿’(Eternal Spirit) 등 3개의 단체가 외국인 조력자살을 돕는다.엑시트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호주의 104세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의 조력자살을 도운 곳이다. 당시 구달 박사는 특별히 아픈 데가 없음에도 존엄한 죽음을 맞겠다며 공개적으로 안락사를 선택했고, 스위스로 향하는 도중 언론과 실시간 인터뷰를 해 많은 화제를 남겼다. 취재 결과 디그니타스 외 두 단체에는 현재까지 한국인 조력자살자가 없었다. 그러나 디그니타스와 엑시트 인터내셔널에는 각각 47명, 60명의 한국인 회원이 있어 이들 107명이 향후 조력자살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서울신문은 주스위스 한국대사관에 조력자살 사망 사실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지만, 알지 못한다는 답변만 받았다. 취리히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취리히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프롤로그 ‘병석의 아버지가 너무 고통스러워 하세요. 편히 눈 감을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제발 안락사 논의를 부탁드려요.’ 지난해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기사가 나간 후 안락사 문제를 기사화해 달라는 여러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안락사 허용’을 원하는 댓글도 수없이 이어졌습니다. 사실 ‘안락사´는 간병살인 시리즈 기획 단계부터 언급됐지만, 애써 외면한 주제였습니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 늦기 전에 미뤄둔 숙제를 꺼냅니다.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이 과정에서 스위스에서 한국인 두 명이 안락사를 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거듭된 설득 끝에 친구의 안락사 여정에 동행한 분을 어렵사리 만나 인터뷰할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발달한 의료 수준에 비해 한국인의 죽음의 질은 낮습니다.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처럼 확실한 건 없지만 죽음을 준비하는 이는 드뭅니다. 우리 사회에서 죽음을 논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중환자실에서 온갖 장치를 주렁주렁 걸고서야 비로소 죽음을 고민하고 이야기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스위스처럼 안락사를 전면 허용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어떤 것이 존엄한 죽음인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성역 없이 고민하고 토론해 봤으면 합니다. 기사는 그런 논쟁의 출발점이었으면 합니다. 지금도 수많은 임종기 환자들이 가족들과 마무리할 시간도 없이 통증을 견디다 이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스위스까지 가서 안락사를 결정한 이들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단독] 한국인 2명 스위스서 안락사…107명은 준비·대기중

    [단독] 한국인 2명 스위스서 안락사…107명은 준비·대기중

    2016년과 2018년 한국인 2명이 스위스에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안락사로 숨진 것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숨진 2명 외에 향후 해외 안락사를 준비 중이거나 기다리는 한국인도 10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죽음을 논하는 데 보수적이었던 우리 사회에 안락사 허용 논의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국제적으로 조력자살을 돕는 단체인 스위스의 ‘디그니타스’(DIGNITAS)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력자살을 한 한국인이 2016년과 2018년 2명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사망자와 관련한 일체의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지난 5개월간 두 한국인이 왜 스위스로 마지막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과정으로 삶을 마감했는지 추적했다. 지난 1월에는 스위스 현지 취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 출신인 40대 남성 박정호(가명)씨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말기암 환자였던 박씨는 한 달간의 준비 끝에 스위스로 향해 삶을 마감했다. 서울신문은 또 박씨의 안락사를 위해 스위스까지 동행했던 친구 케빈(가명)도 만날 수 있었다. 6일과 7일자 2회에 걸쳐 케빈이 전하는 박씨의 마지막 여정을 싣는다.조력자살은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고자 시행하는 일종의 안락사다. 스위스는 1942년부터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이를 허용해 왔다. 디그니타스를 비롯해 ‘엑시트 인터내셔널’(Exit International)과 ‘이터널스피릿’(Eternal Spirit) 등 3개의 단체가 외국인 조력자살을 돕는다. 엑시트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호주의 104세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의 조력자살을 도운 곳이다. 당시 구달 박사는 특별히 아픈 데가 없음에도 존엄한 죽음을 맞겠다며 공개적으로 안락사를 선택했고, 스위스로 향하는 도중 언론과 실시간 인터뷰를 해 많은 화제를 남겼다. 취재 결과 디그니타스 외 두 단체에는 현재까지 한국인 조력자살자가 없었다. 그러나 디그니타스와 엑시트 인터내셔널에는 각각 47명, 60명의 한국인 회원이 있어 이들 107명이 향후 조력자살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서울신문은 주스위스 한국대사관에 조력자살 사망 사실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지만, 알지 못한다는 답변만 받았다. 취리히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취리히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프롤로그 ‘병석의 아버지가 너무 고통스러워 하세요. 편히 눈 감을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제발 안락사 논의를 부탁드려요.’ 지난해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기사가 나간 후 안락사 문제를 기사화해 달라는 여러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안락사 허용’을 원하는 댓글도 수없이 이어졌습니다. 사실 ‘안락사´는 간병살인 시리즈 기획 단계부터 언급됐지만, 애써 외면한 주제였습니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 늦기 전에 미뤄둔 숙제를 꺼냅니다.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이 과정에서 스위스에서 한국인 두 명이 안락사를 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거듭된 설득 끝에 친구의 안락사 여정에 동행한 분을 어렵사리 만나 인터뷰할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발달한 의료 수준에 비해 한국인의 죽음의 질은 낮습니다.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처럼 확실한 건 없지만 죽음을 준비하는 이는 드뭅니다. 우리 사회에서 죽음을 논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중환자실에서 온갖 장치를 주렁주렁 걸고서야 비로소 죽음을 고민하고 이야기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스위스처럼 안락사를 전면 허용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어떤 것이 존엄한 죽음인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성역 없이 고민하고 토론해 봤으면 합니다. 기사는 그런 논쟁의 출발점이었으면 합니다. 지금도 수많은 임종기 환자들이 가족들과 마무리할 시간도 없이 통증을 견디다 이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스위스까지 가서 안락사를 결정한 이들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단독] 결국… 저는 오랜 친구의 안락사를 도왔습니다

    [단독] 결국… 저는 오랜 친구의 안락사를 도왔습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정호와 오랜만에 통화통증 때문에 안락사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함께 취리히 교외 파란 2층 집에 갔습니다 시내에서 피자 한 접시를 먹는 친구를 보며한참 더 살 수 있을 텐데, 죽는 게 말이 될까서울로 돌아가자 했지만 그는 남았습니다암 투병으로 고통을 겪는 오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온몸이 부서질 듯한 통증 때문에 안락사하고 싶다고 합니다. 스위스에 함께 가줄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익명의 취재원 케빈(가명)은 실제로 스위스행을 결정했습니다. 타인의 자살을 도운 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그러기엔 친구의 부탁이 너무도 간절했습니다. 케빈은 스위스에서 극단적 선택을 끝까지 말렸지만, 친구는 결국 그의 방식대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스위스는 유일하게 외국인의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국가로, 영화 ‘미 비포 유’의 남자 주인공이 삶을 마무리하기 위해 선택한 곳이기도 합니다. 서울신문은 지난해 10월부터 약 5개월에 걸쳐 ‘한국인의 존엄한 죽음’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외국인 조력자살을 돕는 글로벌 단체를 모두 확인하는 과정에서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을 감행한 한국인이 두 명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스위스 현지와 한국으로 오가는 추적 끝에 어렵사리 케빈을 만났고, 오랜 설득을 통해 그는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케빈은 지난달 자신의 소회를 담은 편지 한 통을 서울신문 앞으로 보내왔습니다. 그는 물론 한국인이며,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을 선택한 한국인 두 명 중 한 사람의 친구입니다. 그가 처음 케빈이라는 이름을 썼기에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케빈의 편지를 최대한 원문을 살려 상하로 나눠 싣습니다. 케빈의 요청 등을 고려해 안락사한 분의 나이, 가족 관계, 직업 등 구체적 신원과 사망일 등은 적지 않았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저는 한국의 평범한 40대 가장입니다. 스위스에 다녀온 지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지금도 제가 한 일이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아니면 잘잘못을 따질 수 없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편지를 쓰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앞서간 제 친구의 선택이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친구의 용기를 사회적으로 헤아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친구의 이름은 박정호(가명)입니다. 저는 정호와 함께 말기 암환자 등에게 조력자살을 도와주는 스위스에 있는 디그니타스라는 단체에 다녀왔습니다. 이제 친구는 더이상 이곳에 없습니다. 어느 날 오랜만에 정호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무척 반가웠습니다. 안부를 묻고 답하다가 대뜸 스위스에 같이 가줄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오랫동안 암투병을 해오던 걸 알았기에 저로서는 그 제안이 무척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그 기쁨이 잠시 뒤 눈물로 변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거실에 있는 컴퓨터 앞에 앉은 저는 너무나 떨렸습니다. 친구가 얘기한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을 끄집어 내려고 애썼습니다. 너무 혼란스러워 다 기억나지는 않았는데, 처음에 인터넷에 입력한 단어는 ‘스위스’와 ‘안락사’였던 것 같습니다. 검색어 아래로 충격적인 글과 사진, 동영상들이 나타났습니다. 검색된 글들을 읽다가 ‘조력자살’과 ‘디그니타스’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친구가 했던 이야기들이 이해가 됐습니다. 가슴이 뛰고 눈물이 콸콸 쏟아졌습니다. 디그니타스 직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약물을 환자가 스스로 마시고 곧 잠에 드는 듯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구는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제 친구가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 친구는 시한부 삶 선고를 받았습니다. 자신의 병세가 더 심해졌을 때 나타날 고통을 몹시 두려워했습니다. 한 번은 저에게 물에 빠져본 적 있느냐고 묻더군요. 그러면서 상태가 더 악화되면 자신은 결국 익사하는 고통 속에서 죽게 될 거라며 그 전에 평화롭게 삶을 마감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가족이 겪을 고통과 경제적 부담도 내심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스위스까지 같이 가줄 수 있느냐는 말에 ‘아니’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친구는 제가 법적인 문제에 휘말릴 수도 있으니 안 가도 된다는 말도 했지만, 제가 가겠다고 하자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화를 받고 난 얼마 뒤 친구 집으로 갔습니다. 직접 보기는 꽤 오랜만이었지요. 친구는 이전보다 훨씬 불편해 보이긴 했지만, 말도 잘하고 고집도 있고 아주 똑똑해 보였습니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 계절의 변화도 느끼고 차를 운전해 이곳저곳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만나서 그저 농담하고 이야기하니 예전처럼 즐거웠습니다. 친구와 죽음이라는 단어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한 달 동안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스위스로 떠나는 날 아침에는 비가 쏟아졌는데, 출국장에 먼저 도착해 저를 기다리고 있던 친구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이미 친구의 몸이 많이 불편했기 때문에 우리는 공항 직원의 도움을 받아 탑승했고, 12시간이 넘는 힘든 비행 끝에 취리히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스위스에서 보낼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사실 낯선 그곳에서 아픈 친구를 데리고 뭘 해야 할지 잘 몰랐습니다. 호텔에서 가만히 있기가 뭣해 빌린 차를 끌고 일단 나섰습니다. 우리 중 누가 먼저 말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며칠 후 그가 죽을 장소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차량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시내를 빠져 나와 한적한 교외를 한참 달리니 파란색의 2층 집이 나왔습니다. 그 집 앞에 도착하는 순간 차에서 못 내릴 정도로 몸이 오싹했습니다. 우리는 차에 앉은 채로 파란색 집을 바라만 보다가 시내로 돌아왔습니다. 기분이 묘했고, 안 좋았습니다. 다시 돌아와 시내 구경을 했습니다. 양껏 시켜놓고 냄새 때문에 몇 점 먹지도 못한 스위스 퐁듀 맛도 보고, 피자도 먹었습니다. 피자 한 접시를 다 먹는 친구를 보면서 아직은 한참 더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내일 모레 죽는 게 말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들은 대로 디데이(D-day) 이틀 전에 디그니타스에서 보낸 의사 한 분이 호텔 방으로 찾아왔습니다. 의사는 제 친구가 정말 죽을 의지가 있는지와 온전한 정신 상태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들을 했습니다. 컵에 든 물을 스스로 마셔 보라고 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손으로 약물을 마실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같아 불편했습니다. 의사는 다음날 또 왔습니다. 친구의 마음이 바뀌지 않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친구는 약을 마시고 죽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었고, 의사는 5분 안에 잠들어 30분 안에 죽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의사는 자신이 처방한 약이 내일 디그니타스에 가면 준비돼 있을 거라고 말하며 면담을 마쳤습니다. “서울로 돌아가자.” 이날 밤 제 입에서는 결국 참고 있던 말이 터졌습니다. 12시간이나 비행기를 아무렇지 않게 타고 오고, 밥도 잘 먹고, 말도 잘하고, 나보다 더 똑똑한 친구가 이대로 죽는다는 게 말이 안 됐습니다. 혼자서 한국으로 돌아갈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고만 싶었습니다. 일단 이번에는 돌아가고, 나중에 다시 함께 와주겠다며 친구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이번에 돌아가면 다시 오지 못할 것이라는 걸 직감한 듯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날 아침에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친구는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했고,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친구가 택시를 부른 이유를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서울로 돌아갔을 때 자살방조죄로 곤욕을 치르게 될까 봐 배려한 것이었습니다. 친구의 마지막 배려를 말없이 받아들인 제가 창피하고 비굴하게 느껴집니다. 친구는 호텔방을 나서기 전 반으로 접은 메모지 하나를 주고 떠났습니다. 손으로 쓴 편지였습니다. 저는 그 편지를 한참 후에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정호는 택시기사의 도움을 받아 차에 올랐습니다. 차창 너머로 저를 발견한 정호가 손을 내밀며 고맙다고 했습니다. 손을 잡았지만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택시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점점 시야에서 멀어졌습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7일 2회에서 이어집니다. ■ 탐사기획부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SKT-도이치텔레콤, 5G 손잡고 유럽 공략

    SK텔레콤이 유럽 최대 통신사인 도이치텔레콤과 5G 네트워크, 미디어, 보안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유럽 관련 시장에 진출할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19’에서 협약을 맺은 두 회사는 연구개발(R&D) 합작회사 설립을 검토하는 등 사업·시장 개척을 위한 행보를 시작한다. 구체적으로 SK텔레콤은 5G 상용화 노하우와 네트워크 운용 기술력을 도이치텔레콤과 공유한다. 차세대 미디어·보안 기술 등의 공동 개발과 사업 협력도 추진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도이치텔레콤과 긴밀하게 협력해 유럽의 네트워크, 미디어, 보안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팀 회트게스 도이치텔레콤 회장은 “양사의 파트너십 확대가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5G 및 혁신 서비스를 진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과 도이치텔레콤은 5년 전부터 협력 토대를 쌓기 시작했다. 최진성 도이치텔레콤 부사장은 “5년 전 파트너십 1단계인 정보교류를 시작했고, 2단계로 SK텔레콤이 육성하는 스위스 벤처기업 IDQ와 도이치텔레콤이 키우는 모바일엣지X(MEX)에 상호 투자를 했다”면서 “이제 3단계 협력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의료·쇼핑·엔터테인먼트… 5G일상, 현실로

    의료·쇼핑·엔터테인먼트… 5G일상, 현실로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19’는 5G가 우리의 삶 속에 파고든 현실이 됐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5G 상용화 원년인 올해 MWC에 참가한 업체들은 저마다 ‘5G 개척자’임을 강조했다. 스마트 팩토리 등 B2B(기업 대 기업) 위주 기술이 주를 이루었던 지난해와 다르게 의료,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일상에서 피부에 와닿는 B2C(기업 대 소비자) 위주 5G 기술이 부스를 채웠다. ●“사람을 향한 기술”… B2C 위주 5G 기술 부스 가득 5G는 4세대(4G·LTE) 이동 통신에 비해 속도가 20배 빠르고 지연 시간은 10분의1밖에 되지 않는다. 황창규 KT 회장은 MWC 기조연설에서 “5G는 산업 현장의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데 쓰일 뿐 아니라 재난안전, 기후변화, 고령화 등 각종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라면서 “궁극적으로 사람을 향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MWC에서 국내외 이동통신사들은 재난과 사고, 의료기술에서 5G를 접목시킨 경우가 많았다. 5G의 초고속, 저지연은 고도의 전문성과 세밀함을 요구하기에 원격 의료나 진료에 요긴하게 쓰였다. NTT도코모가 선보인 5G 원격 의료 제어 기술 시연에선 수술방에 있는 의사와 고속 열차를 타고 달리고 있는 의사가 5G를 통해 실시간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열차 안 의사는 실시간으로 통합시스템을 보며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에릭슨은 응급구조사가 전문의와 같은 장갑을 끼고 잘못된 처치를 할 경우 장갑의 진동이 울리는 5G 의료 기술을 제시했다. KT가 선보인 무인 비행선 ‘5G스카이십’은 화재나 자연재해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재난 상황에서 스카이십을 띄워 다양한 각도에서 상황을 지연 없이 전송, 신속한 구조를 가능하게 했다.●5G 원격 의료 제어 기술·사람 없는 쇼핑도 5G 기술로 실황·공연 관람 경험을 한층 풍성하게 만드는 킬러 콘텐츠도 제시됐다. 영국 통신사 보다폰과 장비업체 에릭슨 브랜드에 흩어져 있는 밴드가 5G를 매개로 합동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에릭슨 전시관엔 리드기타와 드럼이, 보다폰 전시관엔 베이스기타와 키보드 연주자만 있었지만 관람객들은 두 개의 부스 전부에서 실제 연주자에 홀로그램 연주자를 더해 4명의 완성된 밴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멤버가 다 모이지 못한 상황에서도 각자 장소에서 5G로 지연 없이 공연을 펼쳤듯 미래 시공간을 초월한 공연 방법이 다양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는 사람 대신 로봇 밴드를 선보였다. 이 전시장에선 로봇이 실시간으로 악보를 받아 피아노와 드럼을 연주했다.‘사람 없는 쇼핑’ 등 실생활에서의 변화도 예상된다. 인텔이 선보인 스마트 쇼핑은 고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5G의 장점을 진열대와 계산대 곳곳에 활용했다. 5G 스마트폰 앱을 구동시키고 상점에 들어가 상품을 고르자, 매장 위 스크린에 상품 관련 상세정보가 떴다. 물건을 고른 뒤 상점을 나오자 계산대를 거칠 필요 없이 자동으로 앱에 계산 내역이 나왔다. 매장 위 카메라가 5G를 통해 상품의 모양과 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를 주고받고, 상품 도난 여부를 감시했다.●다양해진 VR·AR 콘텐츠…“5G 상용화 땐 기술 더 발전 ” 5G를 활용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콘텐츠가 다양해진 것도 MWC에서 확인됐다. 속도가 느리고 초점이 안 맞아 어지럼증을 야기할 때가 있던 4G 시대에 비해 5G 통신 환경에선 한층 실감 나고 생생한 VR 경험이 가능하다. 차이나모바일이 선보인 5G 자전거 체험을 위해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눈에 쓰고 자전거에 올라타니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펼쳐졌다. 여러 사람과 함께 동시 접속, 게임을 할 수도 있다. 화웨이, 레노보(모토로라), 샤오미 등도 속도감 있고 그래픽이 뛰어난 VR을 선보였다. 노키아는 부스 한편에 탁구대를 마련, 관람객들이 VR 탁구 게임을 할 수 있게 했다.퀄컴은 클라우드 서비스와 5G, VR 3가지 기술을 합친 ‘XR’(확장현실)을 선보였다. HMD를 PC에 연결하지 않고도 해상도 높은 VR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클라우드 서버에서 풀HD급 영상을 5G로 전송, VR 특유의 어지러움증을 없앴다.MWC 현장을 찾은 업계 관계자들은 5G 시대 AR, VR 콘텐츠가 만개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동구 5G포럼 집행위원장은 “지난해에 전시됐던 5G 체험 기기들의 성능이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5G 기술을 통해 유선이 아닌 무선으로 VR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가능해졌다. 5G가 상용화되면 VR 콘텐츠와 관련된 기기와 기술이 더욱 발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 사진 바르셀로나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이동통신 1위 넘어 5G ‘초1등’ 되겠다”

    “이동통신 1위 넘어 5G ‘초1등’ 되겠다”

    AR 모바일 게임 ‘해리포터’ 출시“5G에 걸맞은 단어가 ‘초’(超·뛰어넘다)다. 초 시대를 맞이해 초생활, 초산업을 이끄는 초 정보통신기술(ICT) 리더가 되겠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25일(현지시간) 스페인 ‘MWC19 바르셀로나’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G 시대 이동통신 1위를 넘어 ICT 서비스와 관련해 ‘초1등’ 기업이 되겠다고 선포했다. 박 사장은 “5년 뒤면 대부분 텔레비전 대신 증강현실(AR) 글라스로 영화도 보고 PC 작업을 할 것”이라며 AR 글라스 기업인 매직리프, 증강현실(AR) 기업인 나이언틱 등과 독점 제휴를 맺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시적인 제품으로 AR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보다 퍼포먼스가 뛰어난 해리포터 게임을 출시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올해 본격적으로 5G 생활이 시작된다고 박 사장은 내다봤다. 그는 “(한국에) 돌아가면 5G 요금제를 준비할 텐데, 대용량 데이터 사용자의 경우 LTE보다 5G의 GB당 요금이 더 싸지도록 5G요금제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사장은 “연말까지 80여개 시도에 5G 거점을 만들 계획”이라면서도 “5G 커버리지를 LTE만큼 촘촘하게 하려면 요금을 많이 올려야 하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커버리지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바르셀로나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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