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重 민영화 과정·의미
한국의 플랜트산업을 대표하는 거대 공기업,한국중공업이 12일 두산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한중 민영화는 공공부문 개혁의 기폭제로 작용하는 한편 재계에도일대 판도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민영화 과정 한중 민영화가 거론된 것은 경영악화로 자본잠식이 심화됐던 88년 9월부터다.지분매각을 위한 입찰이 두차례 이상 유찰된뒤 공기업 체제를 유지하느냐 마느냐로 논란이 지속돼왔다.
그러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민영화가 본궤도에 올랐고 98년 8월공기업 민영화 추진위의 의결에 따라 지분의 51% 이상을 매각한다는계획이 확정됐다.한중 민영화는 4단계 매각을 기본원칙으로 추진됐다.기술제공자인 미 GE·웨스팅하우스와 전략적 제휴(25%),기업공개(24%),경쟁입찰(26%+알파),매각 유보지분 2단계 매각 등이다.현재 지분24%가 우리사주 10%,일반 공개 14%로 배분됐다.지난해 초 7대 사업구조조정 일정에 따라 발전 설비와 선박용 엔진 일원화 작업이 선행됐고 4대 재벌과 외국업체를 배제한 채 경영권 지분에 대한 입찰이실시됐다.정부는 잔여지분 24.3%에대해서는 내년 상반기 중 지배관계 정착을 보아 입찰 방법과 시기를 정할 계획이다.
■의미 한중 민영화는 정부의 경제개혁 의지에 대한 대내외 투자가들의 신뢰를 제고하는 한편 공공부문 개혁과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재계 판도변화.두산이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체득한 노하우와 기계산업에 대한 경험을 한중의 발전설비 노하우와 접목시킬 경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두산은 현재 재계 12위이지만 한중 인수로 주력산업을 발전설비와 기계산업으로 바꾸면서 단번에 8위로 오르게 됐다.
함혜리기자 lotus@.
* 朴容晩 (주)두산사장 문답.
“창업 104년만에 드디어 제2의 도약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습니다” 12일 한중의 새 주인이 된 (주)두산 박용만(朴容晩)사장(전략기획본부장)은 “한중 인수를 계기로 두산은 앞으로 소비재와 중간산업재를양대 축으로 하는 초우량 기업군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인수 배경은 지난 95년부터 구조조정에 나서 재무구조가 튼튼하고사업영역도 기존의 소비재 위주에서 중간산업재 중심으로 재편했다.
이에 따라 전자 기계 포장 건설 등 중간산업재 매출비중이 전체의 60%에 이른다.한중 인수는 정부의 민영화 추진전략과 두산의 이러한 사업구조재편 전략이 일치한 결과다.
■인수 방식은 자산인수방식이 아닌 지분인수방식으로 이뤄졌다.정부와 산업은행은 지난달 17일 한중지분 36% 인수 적격자로 두산과 스페코를 선전, 3주간의 실사작업을 진행했다.결과 두산이 한중지분 36%는 물론 외환은행 보유지분 15.7%에 대해서도 우선매입권을 갖게 됐다.이에따라 두산은 전체 51%의 지분을 확보,실질적인 경영권을 갖게됐다.
■자금조달계획과 대금지불방식은 구조조정과 사업매각을 통해 인수에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다.차입을 통한 자금조달은 고려하지않고 있으며 보유자산을 현금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대금상환은규정에 따라 올해말까지 계약금 200억원을 지불하고 나머지는 내년1,2,3월에 걸쳐 균등하게 납부한다.
■구체적인 운영계획은 우선 경영 및 조직관리부문에서 선진화된 기업지배구조를 도입해 전문경영인에게 철저히 일임하는 한편 주요사안은 이사회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다.
■고용승계 여부는 지분인수 방식이어서 원칙적으로 그대로 고용승계가 된다.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또 노조측과의 유기적인 협의를 통해 ‘윈-윈’방안을 모색하겠다.
강선임기자 sunnyk@.
*두산 어떤 회사인가.
두산은 창업 104년째를 맞은 국내 최고령 기업으로 재계 12위(자산순위)에 올라있다.그러나 이번 한중 인수로 순위 8위로 껑충 뛰어오르게 됐다.1896년 서울 동대문에서 포목점인 ‘박승직 상점’으로 첫출발했으며 46년 장남인 박두병씨에 의해 ‘두산’이란 이름을 갖게됐다.한국전쟁 때인 52년 OB맥주를 설립해 현대적인 기업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지난 95년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국내기업 최초로 구조조정작업에 착수,29개 계열사를 23개로 줄였다. 또 보유부동산은 물론 ‘3M’‘코닥’‘네슬레’ 등 ‘알짜배기’ 사업과 ‘코카콜라’를 팔았다.
두산은 이어 ‘갈데까지 갔다’는 재계의 평가 속에서도 2차 구조조정에 돌입,23개 계열사를 ㈜두산·두산건설·두산포장·오리콤 등 주력 4개사로 통합했다.특히 현금흐름 개선을 위해 OB맥주 지분 50%를벨기에 인터브루사에,양주사업부문 전체를 캐나다 시그램사에 각각매각했다.두산은 지난해말 현재 자산 7조6,449억원(자본금 7,881억원,부채 4조6,896억원),매출액 3조6,532억원(당기순익 5,908억원)의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강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