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백신 금세기내 나온다/재미 박수지박사,한민족과학자대회서 발표
◎침팬지·원숭이 실험결과 큰 진전 보여/최근 바이러스 복제 막는 치료제 개발도
에이즈는 과연 신이 내린 21세기의 「천역」인가.그 원인이 되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발견된지 10년이지난 현재 이 증오의 바이러스에 희생양이 된 지구촌 가족은 1천4백만명.세계보건기구(WHO)는 앞으로 7년안에 에이즈에 대한 획기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2000천년엔 인류의 4천만명이상이 HIV에 감염되고 그중 6백만명의 에이즈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그렇다면 인류를 죽음의 공포에 몰아 넣고 있는 에이즈에 대한 대책은 없는가.
최근 고려대에서 열린 세계한민족과학기술자 종합학술대회에 참가한 재미 에이즈전문가 박수지박사(51·프레스비테리안 세인트룩스병원)는 HIV 치료제및 백신의 최신 개발동향을 발표,관심을 모았다.박박사의 도움말로 에이즈치료제·예방백신개발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알아본다.
▲에이즈치료제=인체의 면역체계는 다양한 종류의 세포를 갖고 있는 방위망으로 이뤄져 있다.이 면역세포들 가운데 인체에 침투한 병균을 식별해 공격명령을 내리는 세포가 T임파구이며 모든 T임파구는 다른 면역세포들과 교신을 하는 CD4세포를 부속기관으로 갖는다.HIV는 바로 이 CD4세포를 파괴함으로써 인간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보통 에이즈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것은 인간의 CD4수치가 HIV의 공격을 받아 1㎟당 5백개 이하(정상인은 6백∼1천2백개)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따라서 이미 개발된 모든 에이즈치료제는 HIV보균자의 면역세포수를 늘려주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에이즈치료약으로 지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인을 받은 제품은 AZT·DDI·DDC등 3종 뿐이다.이들 약품은 HIV가 세포내에 침입해 염색체와 결합하기전에 바이러스를 공격,유전적복제를 막음으로써 약효를 발휘한다.
지난 87년 첫 시판된 AZT는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나타내 에이즈치료약의 대명사로 통하지만 독성이 강해서 악성빈혈,골수조직이상등의 부작용을 가져온다.그 자체로 죽음을 부를 정도의 독성때문에 지금은 용량을 대폭 줄여 사용하고 있지만 요즘은 약제에 대한 바이러스의 내성이 또다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AZT의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을 덜기위해 개발된 것이 DDI.91년부터 사용된 이 약제는 AZT복용으로 악성빈혈등이 생겼을때 대신 쓰이지만 역시 췌장염과 말초신경성질환등의 부작용을 낳기 때문에 완전한 치료제는 못된다.
지난해 6월 공인된 DDC는 AZT의 복합치료제로서만 쓰인다.AZT를 복용한 뒤 CD4수치가 오히려 3백개 이하로 떨어질 경우 AZT의 용량을 줄여 함께 복용하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금년 지난 3월 하버드의대 연구팀은 AZT·DDI·레비라핀을 섞어 48주간 투여한 결과 독성과 바이러스의 내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새 사실을 밝혀냈다.즉 에이즈환자에게 AZT 6백㎎·DDI 4백㎎·레비라핀 4백㎎을 복합투여해 부작용없이 바이러스복제를 완전 봉쇄했다는 것이다.이 임상실험은 에이즈치료약 개발에 대한 가장 획기적인 성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에이즈백신=미국에선 지난해부터 7종류의 백신이 인체실험단계에 있고 20종이 동물실험중이다.
하지만 HIV는 감기바이러스와 같이 변이가 극심할 뿐만 아니라 침팬지와 원숭이에 HIV를 주입해도 에이즈증세가 발현되지 않아 백신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같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백신개발노력은 큰 진전을 보여 과학자들은 금세기안에 결실을 맺을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최근 원숭이를 대상으로 에이즈바이러스와 유사한 SIV에 대한 백신을 개발했으며,침팬지를 HIV로부터 보호하는 백신을 만드는데 성공했다.특히 올 초에는 에이즈감염 여성중 특정항체를 생산하는 여성들이 태아감염아율이 낮다는 사실을 확인,태아용백신개발의 길을 터 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