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숨막힌 연장 첫홀서 대역전 드라마/제이미파대회 이모저모
파 5(532야드)의 연장 첫홀에 올라선 박세리의 표정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그로서는 지난해 여자US오픈에 이어 미국 진출 이후 두번째 연장 승부였다.18홀을 다 돌고 그것도 모자라 2개홀을 더 돌아야 했던 그 때의 지루한 승부가 생각난 것일까.
상황은 물론 달랐다.무조건 연장 18홀을 돈뒤 서든데스를 펼쳤던 US오픈과는 달리 이번에는 첫홀부터 서든데스였다.다른 것은 또 있었다.US오픈 때는아마추어 추아시리폰과 단 둘만의 경쟁에서 이겼지만 이번엔 올시즌 5승을노리는 캐리 웹을 포함해 카린 코크,마디 런,켈리 퀴니,셰리 스테인하우어등 쟁쟁한 5명과의 승부.LPGA 사상 최다 인원이 나선 연장전이었다.
그러나 박세리의 승부사 기질은 승부를 가리는데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승부는 첫홀에서 싱겁게 가려졌다.6명 모두의 움직임은 신중했다.모두3온에 성공,버디 찬스를 맞은 것.하지만 박세리의 볼이 홀컵에서 가장 가까운 3m 지점에 떨어졌다.홀컵에서 가장 먼 코크가 퍼팅을 시도했고 다음으로퀴니가 버디를 노렸으나 실패했다.나머지 3명의 퍼팅도 아슬아슬하게 홀컵을 비켜가거나 못미쳐 멈춰섰다.
마지막 남은 박세리의 퍼팅.수백여 관중은 물론 함께 연장전에 오른 나머지 5명의 온 신경이 그의 퍼터 끝에 집중된 긴장된 상황.박세리의 몸짓은 어느 때보다 침착했다.1년전 US오픈 마지막홀 5.5m짜리 버디퍼팅이 그랬듯이 퍼터를 떠난 볼은 그대로 홀컵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비로서 그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지는 가운데 관중들의 환호성이 하이랜드메도골프장의 하늘에 메아리쳤다.
이로써 박세리는 지난 6월21일 끝난 숍라이트클래식 이후 2주만에 다시 정상에 올라 2관왕이 됐지만 연장전까지 오르는 길은 험난했다.공동선두로 마지막라운드를 시작한 박세리는 15번홀에서의 보기로 선두인 스웨덴의 카린코크에 3타가 뒤져 우승과는 멀어진 듯 했다.그러나 박세리는 16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한 반면 2타차의 단독선두를 달리던 코크는 첫 우승 눈앞에 두었으나 18번홀서 뜻밖의 더블보기로 나머지 5명과의 연장전을 허용했다.
곽영완기자 kwyoung@ - 제이미파대회 이모저모 ■무려 6명의 선수가 연장전을 치른 것은 LPGA투어 사상 처음으로 지금까지의 기록은 5명.지난 79년 켐퍼오픈에서 사상 처음으로 5명의 선수가 연장전에서 승부를 가렸고 81년에 플로리다 시트러스대회와 웨스트버지니아클래식도 5명이 연장전을 펼쳤다.
■박세리가 흥미만점의 연장 승부를 펼치며 우승하자 여자골프의 붐을 바라는 LPGA관계자들은 즐거운 모습.호스트인 제이미 파도 대회 이미지를 높이게되자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LPGA 홍보 담당자 키리스틴 시보그씨는 “LPGA 역사상 6명이 플레이오프에나선 것은 사상 처음”이라며 “박세리가 또 한번 LPGA 역사를 새롭게 썼다”고 흥분.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그린의 주변에 있던 박세리의 남자 친구 로렌스 첸(24)은 부친 박준철씨에게 축하 악수를 청했고 박씨는 웃는 얼굴로 첸의 어깨를 두드려 눈길.첸은 이어 박세리와 가볍게 손을 붙잡고 ‘축하한다’며 기쁨을 나눴다.
■박세리가 이번 우승을 포함,7월 무더위에 강한데에는 한식이든 양식이든가리지 않는 ‘대식’이 한 몫했다는 평.평소 박세리는 경기를 마치면 부모와 함께 골프장 근처 음식점에서 다양한 메뉴로 두배 가까운 식사를 주문한다는 것.
박준철씨는 “갈비 7∼8인분을 먹고도 갈비탕을 주문하는 사람들은 우리 가족 뿐”이라고 농담.
■시즌 2승과 대회 2연패에 성공한 박세리는 상금랭킹과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 모두 5위권에 진입.지난주 LPGA선수권까지 올 시즌 32만5,086달러를획득한 박세리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13만5,000달러를 추가,시즌 상금총액이 46만86달러(약 5억5천200만원)로 늘어났다.
박세리는 이번 대회에 불참한 애니카 소렌스탐(41만2천167달러)을 제치고 5위에 올라섰다.‘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는 평점 30점을 추가,지난주 41.50점에서 71.50점으로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