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친지 부둥켜안고 눈물마/탈북일가 회견장
◎비참한 북 실상 설명하다 끝내 목메/“김일성 대원수 고맙습니다…” 5세 소녀노래에 섬뜩함도
북한 주민의 처절한 삶에 대한 폭로,탈북 대장정의 긴박했던 순간에 대한 회고,그리고 그리던 가족·친지들과의 상봉….
「동토의 왕국」 북한을 탈출,지난 9일 자유의 품에 안긴 김경호씨 일가족의 17일 기자회견장은 눈물과 환희로 가득찼다.
회견에는 김씨의 일가족 등 17명 가운데 임신 8개월인 넷째딸 명실씨(28)를 제외한 16명이 참석했다.김씨의 맏형 경태씨(70)·조카 홍석씨(34),이태원 친구 이한성(61)·변지열씨(61),그리고 부인 최현실씨(57)의 어머니 최정숙씨(76) 등 일가 친지 등 14명도 회견 장면을 처음부터 지켜보았다.
회견이 끝나자 이들은 서로 부둥켜안았다.아무런 말도 없이 눈물만 흘렸다.
내·외신 기자 200여명과 TV로 이를 지켜본 사람들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특히 탈북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사회안전부 노무원 최영호씨(30)는 북한에 아내와 세살박이 아들을 두고 온 것으로 밝혀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몸이 불편한 김씨 를 대신해 부인 최씨가 마이크를 잡았다.사지에서 일가족을 탈출시킨 「대모」답게 목소리는 시종 담담하면서도 힘이 있었다.
배고픔과 가난….최씨는 너무도 비참한 북의 실상을 설명하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장내는 이내 숙연해졌다.이를 지켜보던 최씨의 어머니 최정숙씨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최씨는 『북한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수면제를 먹이려고 했고 발각되면 북으로 끌려가기보다 쥐약을 가족들에게 돌리려고 했었다』고 두만강을 건널 때의 비장한 각오를 털어놓았다.
이어 『남한에는 한강다리 밑에 거지가 수두룩하다고 들었는데 막상 와보니 빌딩하고 큰 배(유람선)만 다니더라』고 말해 장내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셋째 사위 박수철씨(38)는 『북한에서는 간부와 어부,과부들이 잘 산다고 해 「3부」로 불린다』면서 『간부는 주민들의 뇌물로,어부는 통제가 적은 바다에서 고기를 낚기 때문에,과부는 몸을 팔아 그나마 잘 살 수 있다』고 설명해 북한의 실상을 엿보게 했다.
손녀 박봄양(5)은 『한국에 오니까 과자랑 사탕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좋다』면서 마냥 즐거워했다.기자들이 노래를 불러보라고 하자 「따사로운 품속에 안아주시니 김일성 대원수님 고맙습니다…」라고 또렷하게 불러 북한의 철저한 정신교육에 섬뜩함을 느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