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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앙’ 16번 언급한 심재철…이인영 “남탓만…극우 목소리”

    ‘재앙’ 16번 언급한 심재철…이인영 “남탓만…극우 목소리”

    심재철 “문재인 정권 ‘3대 재앙’ 종식시킬 것”“희대의 선거범죄” “조국만 보이냐” 맹비난범여권 “정권 심판만을 위해 표 구걸” 비판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대대표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재앙’이라는 단어만 16번을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민의 소리보다는 극우의 소리가 많아 보인다”고 지적하는 등 범여권이 들썩였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지난 문재인 정권 3년은 그야말로 ‘재앙의 시대’”라며 헌정·민생·안보 등 ‘3대 재앙’으로 점철된 시기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능하고 오만한 정권을 심판해달라. 통합당이 21대 총선에서 압승해 문재인 정권의 3대 재앙을 종식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4·15 총선은 거대한 민심의 분홍(통합당 상징색) 물결이 문재인 정권 3대 재앙을 심판하는 ‘핑크 혁명’이 될 것”이라며 “핑크 혁명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조국 사태’를 겨냥해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자 불의와 반칙과 특권의 화신인 피의자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국민의 분노에 등 떠밀려 사퇴한 조국에 대해 대통령은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했다. 도대체 무슨 빚이냐”며 “대통령 눈에는 조국만 보이냐. 국민은 보이지 않냐”고 지적했다. 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선 “청와대가 사령부가 돼 더불어민주당, 경찰, 행정부가 한통속으로 대통령의 30년 지기 송철호(현 울산시장)를 당선시키고자 벌였던 희대의 선거 범죄”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공작을 위해 청와대 8개 조직과 대통령 참모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검찰 공소장에 대통령이 35번이나 언급된다”며 “누가 ‘몸통’인지 온 국민은 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앞에 정직하게 고백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로부터 검찰을 독립시키겠다. 다시는 추미애 장관이 저지른 검찰 인사 대학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정권 비리 은폐처가 될 것이 분명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반드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심 원내대표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숱한 적신호에도 우리 경제가 견실하다고 말해 온 대통령이다. 그러더니 이제 비상시국이라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시급한 특단의 대책은 바로 소득주도성장 폐기다. 정책 대전환 없이는 그 어떤 대책도 경제를 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부동산 정책 실패는 이 정권의 무능과 실정의 결정체”라며 “부동산을 잡겠다며 18번이나 대책을 발표했지만, 결과는 가격 폭등과 거래 절벽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정책 대안으로 최저임금 결정구조 전면 개혁, 법인세율 인하, 노동시장 개혁,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탈원전 정책 폐기 등을 제시했다. 그는 또 대북정책과 관련해 “문재인 정권은 끊임없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서 이탈하려 했다. 그로 인해 한미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다”며 “문재인 정권의 반일 선동은 불리한 정국 돌파를 위한 정략에 불과했다. 정작 아무것도 얻어내지도 못하면서 한일관계만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인과 중국 방문객의 입국 금지도 미적거렸고, 병 이름에 중국이나 우한이라는 단어를 쓰기조차 꺼린다”며 “우리 대한민국에 가장 중요한 한미관계는 헝클어뜨리고, 중국과 북한 바라기를 하는 문재인 정권에게 더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대안신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범여권 정당들은 심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과거 회귀에 편 가르기만 강조했다”며 일제히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심 원내대표는 미래를 언급했지만, 내용은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자유한국당 시절 정부를 비판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며 “국익이나 국민에 대한 걱정도 보이지 않고 초당적 협력에 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는 점도 아쉽다. 오직 정권심판만을 위해 표를 달라고 구걸했을 뿐”이라고 깎아 내렸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심 원내대표 연설 후 기자들에게 “국민의 소리보다는 극우의 소리가 많아 보인다. 자기반성은 없고 남 탓이 많다. 미래도 없고 민생도 없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얘기, 새누리당 시절 얘기는 물론 과거 전두환 시절의 논리도 등장했다”고 비판했다.장정숙 대안신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어 온 부정한 정치 세력이 지난날의 과오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도 없이 책임 전가에 혈안이 된 모습에 실소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총선은 반성 능력을 상실한 탄핵 폐족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장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영국 정의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과거와 혐오로 가득 찬 ‘도로 새누리당’ 선언이었으며 본인들이 재앙이고 구태임을 확인시켰다. 존재 자체가 ‘소돔과 고모라’”라며 “총선을 앞둔 제1야당이 위성정당이나 만들고 민주주의를 입에 올린 것도 비극”이라고 비난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미래통합당이 과거분열당임을 확인시켜준 연설이었다. 탄핵 정당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며 “오로지 정쟁과 반대로 반사이익을 얻어 다시 옛날처럼 권력기관과 국가 예산을 장악해서 반대 세력을 탄압하고 가진 자들을 노골적으로 편들어 지지기반으로 삼겠다는 욕심만 가득한 연설”이라고 혹평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따로 자리, 따로 인사… 정병국 “우린, 같이 만든 사람들” 쓴소리

    따로 자리, 따로 인사… 정병국 “우린, 같이 만든 사람들” 쓴소리

    새보수·전진당 입당파에 별도 인사 요구 좌석도 앞쪽에 별도로 꾸며 분위기 어색 황교안 불출마 의원 호명하며 감사 인사 유승민은 안 불러… “틈새 있나” 의구심 김무성 “이언주 전략공천하면 표심 분열” 이언주 “아직도 구태 막후정치 행태” 반발 ‘朴 변호인’ 유영하, 통합당 출범일에 탈당“우리 자리만 따로 마련한 것은 심히 유감입니다. 우리는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아니고 같이 미래통합당을 만든 사람들입니다.” 새로운보수당 출신 정병국 의원은 18일 미래통합당 상견례 자리로 마련된 첫 의원총회에서 쓴소리부터 했다. 의총이 마치 새보수당·미래를향한전진4.0 의원들에 대한 ‘흡수 통합’ 환영식처럼 연출된 까닭이다. 새누리당이 쪼개진 지 3년 2개월여 만에 통합당 지붕 아래 다시 만난 의원들 사이에는 어색한 긴장감이 흘렀다. 사회를 맡은 민경욱 의원은 새보수당 출신 이혜훈·오신환·유의동·정병국 의원과 전진당 출신 이언주 의원, 옛 안철수계 김영환 신임 최고위원을 단상으로 불러내 인사말을 부탁했다. 이들의 자리도 앞쪽에 별도 귀빈석처럼 꾸몄다. 이에 정 의원은 “인사를 하려면 다 같이 해야지. 우리가 왜 따로 해야 하느냐”며 “지도부가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 후에는 이름표가 붙은 좌석 대신 뒤쪽 옛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이에 섞여 앉았다. 이에 심재철 원내대표가 급히 일어나 “그럼 우리 다 같이 일어나 인사하자”고 제안하며 상황을 수습했다. 한국당계와 비한국당계 간 틈새는 계속 포착됐다. 서울 종로에서 헌혈을 마치고 뒤늦게 도착한 황교안 대표는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했지만, 새보수당에서 보수개혁을 촉구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의 이름은 부르지 않았다. 유 의원은 전날 통합당 출범식에 이어 이날 의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공천권을 둘러싼 잡음도 불거졌다.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부산 중·영도구, 6선) 의원은 “공천관리위원회가 이언주 의원을 부산 중·영도구에 전략공천하면 지역 표심이 분열될 게 뻔하다”면서 “예비후보들이 이미 뛰고 있는데 경선 기회를 박탈하면 정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이 의원의 전략공천을 시사한 발언을 두고 반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공관위도 아니면서 막후정치를 하려는 매우 심각한 구태정치”라고 맞받아쳤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김 공관위원장은 전략공천설에 대해 “그 정도까지 진도가 나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통합당 공관위는 이날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유일준 변호사를 공관위원으로 추가했다. 통합 논의 당시 나온 ‘공관위 확대’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으로 한국당에 당적을 두고 있던 유영하 변호사는 통합당 출범일에 탈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탄핵에 찬성한 새보수당과의 합당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판깨스트] ‘사법농단’ 잇단 무죄 판결… ‘재판개입’ 책임은 어떻게 묻나

    [판깨스트] ‘사법농단’ 잇단 무죄 판결… ‘재판개입’ 책임은 어떻게 묻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들이 연달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 절차가 아직 많이 남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핵심 고위 간부들 외에 검찰이 추가로 재판에 넘긴 10명의 전·현직 법관들의 재판에서 벌써 5명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인데요. 특히 13일과 14일 있었던 두 개의 판결에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미를 지닌 판단들이 담겨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의 향방이 더욱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틀간 무죄 판결이 난 두 가지 사건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전체적인 주요 배경과 핵심 혐의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유영근)가 무죄를 선고한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의 사건은 사법부의 ‘부당한 조직 보호’라는 전체 사건의 뿌리 중 하나로 연결됩니다. 이들의 혐의는 곧 양 전 대법원장과 고 전 대법관, 임 전 차장의 공소사실에도 포함돼 있기도 합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송인권)에서 선고된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사건은 ‘재판개입’이라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줄기입니다. 47개에 달하는 혐의를 받고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선 일부로 보이지만, 전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틀을 법원이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첫 계기가 된 것입니다. ●같은 ‘무죄’ 선고됐지만 파장은 더 큰 임성근 부장판사의 ‘무죄’ 선고된 주문은 모두 ‘무죄’.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 결이 조금 다릅니다. 앞 사건은 “이들의 행위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임 부장판사의 사건은 “위헌적인 부당한 일을 한 것은 맞지만 형사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재판부가 피고인들의 행위를 바라본 시각이 아예 다릅니다. 그리고 ‘사법행정권자’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판단도 달랐습니다. 판결 이후 법원과 검찰의 반응, 그리고 사건이 미칠 파장에도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훨씬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임 부장판사 사건입니다. 잇따라 무죄가 선고됐으니 사건을 재판에 넘긴 검찰도 연일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지만 그 강도는 임 부장판사 사건에서 더욱 셌습니다. 그리고 이번 판결은 단순히 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고 비난하고 넘어가선 안 되는, 본질적인 고민을 법원에 던지는 의미도 있어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임 부장판사의 공소사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 관련 보도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카토 타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을 맡은 재판장인 이모 부장판사에게 “기사가 허위”라는 중간 판결을 선고공판 이전에 하도록 요구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가 먼저 있습니다. 또 이 부장판사가 선고기일을 잡자 그 전에 판결 선고를 위한 구술본(법정에서 판결의 핵심을 요약해 선고하기 위해 작성하는 내용)을 미리 보고받은 뒤 이를 수정하도록 요청했다는 혐의입니다. “법리적인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지만 해당 보도는 매우 부적절했다”는 취지의 질책을 하도록 수정을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의 불법 집회와 관련한 사건 판결이 이뤄진 뒤 재판장인 최모 부장판사에게 요구해 양형이유 가운데 민감한 표현을 수정하도록 한 혐의, 원정도박 사건에 연루된 프로야구 선수 오승환·임창용씨를 정식 재판에 넘기려던 김모 판사의 판단을 뒤집고 “어차피 벌금형이 최고형인 범죄이니 약식명령으로 사건을 종결하라”고 종용한 혐의가 있습니다. 임 부장판사는 세 번째 혐의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견책’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이 같은 공소사실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두 갈래로 구분됩니다. 임 부장판사가 각각의 재판장들을 만나 재판에 관여한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관계는 인정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각 재판관여 행위는 피고인의 지위 또는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일선 재판부에 개입하는 행위 자체가 법관의 독립을 명시한 헌법에 반한다는 지적입니다. 이러한 판단은 그동안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들을 비판해 온 시각이라면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위헌적”이라는 지적은 결국 임 부장판사의 행위들에 대한 선언적 규정일 뿐, 임 부장판사의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못합니다. 위헌적이거나 부도덕한 행위라고 해서 곧바로 벌을 줄 수 있는 게 아니고 적용된 죄명에 따라 범죄가 성립되는지를 엄격하게 따지는 게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임 부장판사의 행위들이 기소된 죄명인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들어맞아야 하는 건데 이날 재판부는 맞지 않다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 ●공무원의 ‘권한에 없는’ 불법행위는 직권남용죄 처벌 불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무권한을 남용해 ▲상대방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할 때 성립되는 범죄입니다. 다만 ‘직무권한’은 공무원이 그 지위와 역할에 맞게 해오던 일들로 범위가 제한돼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에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지인이 운영한 회사인 KD코퍼레이션과 납품계약을 맺도록 하거나 최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플레이그라운드라는 광고업체와 광고계약을 맺도록 한 혐의에서 직권남용죄가 무죄로 확정됐는데요. 박 전 대통령이 잘못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대통령에게는 일반 사기업의 광고발주까지 관여할 직무권한이 애초에 없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공무원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상대방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경우 해당되는 죄라는 것, 다시 말하면 만약 공무원이 권한에도 없는 불법행위를 했더라도 죄를 물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단순히 ‘공무원 불법행위죄’라는 건 없고,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에 맞게 해야할 일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 권한을 넘어선 일을 하면 직권남용이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서는 직권남용에 대한 판단이 더욱 중요한데, 이날 재판부는 “형사수석부장에겐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며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헌법이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어 다른 국가기관이나 외부 세력 뿐 아니라 사법부 내부에서도 법관의 독립을 침해해선 안 된다”면서 “사법행정권도 궁극적으로 사법권 독립 내지 법관의 독립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므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선 안 되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법관의 조직법상 상위기관인 사법행정권자는 법관의 독립을 해치지 않은 범위 안에서만 직무감독을 할 수 있으므로 개별 법관의 재판업무에 대해 사전적·사후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체의 간섭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는데요. 사법행정권자인 수석부장판사가 개별 판사들의 재판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구체적인 지시를 하거나 특정한 방향이나 방법으로 처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애초에 수석부장판사의 직무권한에도 없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 직권남용죄를 물을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사법행정권자에 재판개입 권한 없어’ 판단→ ‘재판개입’ 처벌 근거 아예 없어져 이 논리를 만약 양 전 대법원장 등 다른 재판부도 마찬가지로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까요? 각종 재판개입 의혹들이 실제로 있었다고 한들 재판에 관여하도록 주도한 사법행정권자들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대법원장에게 일선 법원 법관들의 재판에 관여해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직무권한은 없다”, “법원행정처장이 일선 판사에게 특정 방향으로 재판을 진행하라고 지시할 권한이 없다”면 임 부장판사의 1심 판결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직 수뇌부들의 재판 만이 아니어도 지금이라도 어느 법원에선가 사법행정권자의 재판개입 행위가 벌어져도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법이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이 사건 각 재판관여 행위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에 해당해 징계사유 등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위헌적인 행위라는 선언도 했으니 국회에서 추진을 한다면 법관 탄핵이나 또는 법원 내부 징계절차로만 재판개입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해석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법관 탄핵이나 내부 징계절차는 모두 현직 법관들에 대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미 퇴직한 전직 법관들에겐 아예 책임을 따질 방법이 없기도 합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재판 독립의 원칙상 재판개입을 위한 직무권한이 존재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직권남용죄도 성립할 수 없다면 인사권자나 상급자의 어떠한 재판 관여도 처벌할 수 없을 것이고 직권남용죄의 보호법익인 국가기능의 공정성은 가장 중요한 사법의 영역에서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직권이 남용된 결과를, 남용된 직권 그 자체와 혼동한 것”이라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형사수석부장이 재판에 개입할 수 없는 것인데, 임 부장판사는 형사수석부장의 재판사무감독권 등 사법행정상의 지휘와 감독, 지시, 명령권을 이용해 개별 판사들의 재판 독립을 침해했다는 게 핵심인데 재판부가 거꾸로 판단을 했다는 겁니다. ●영장재판에서의 수사정보 넘긴 행위에 대해선 “사법행정의 영역” 판단 여기서 앞서 지난 13일 선고된 세 명의 법관들의 사건도 다시 들여다 봐야 합니다. 임 부장판사보다 하루 전날 선고된 이 사건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법원행정처(임종헌)→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신광렬)→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법관(조의연·성창호)으로 영장심사 과정에서 확보한 검찰의 수사기록을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갔고, 다시 영장전담 법관→형사수석부장→법원행정처로 수사정보가 보고돼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를 방해하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공소사실의 내용입니다. 정운호 게이트에 현직 부장판사였던 김수천 전 부장판사가 뇌물 혐의로 연루되자 법원행정처가 다른 판사들에게로 검찰 수사가 확대되지 않도록 조직적으로 수사를 방해할 목적을 세웠다는 게 검찰의 지적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데엔 우선 ▲사법부의 조직적인 검찰 수사 방해 움직임이 있지 않았고, ▲일부 행정처로 넘어간 수사정보가 있었지만 ‘기밀’이라고 보호할 만한 비밀이 아니었고 ▲외부로 유출되거나 실제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다는 점이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신 부장판사의 임 전 차장에 대한 보고를 “규정에 근거해 법관 비위와 관련해 사무·감독하는 상급 행정기관인 행정처에 보고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영장재판 과정에서 알게 된 현직 법관이나 법원에 크게 영향을 미칠만한 내용을 사법행정기관인 행정처에 보고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정보보고’라는 판단입니다. 임 전 차장이 김수천 전 부장판사의 가족관계서를 신 부장판사를 통해 영장판사실에 내려보내기도 했고, 이 가운데 일부 영장이 기각되기도 했지만 그것이 수사를 방해할 목적이 아니었고, 영장이 기각된 것도 조·성 부장판사가 통상의 영장심사 절차와 원칙에 맞춰 처리한 결과라고 판단했습니다. 중요 사건의 핵심 인물에 대한 영장을 심사하다보면 가족관계는 자연스레 확인 가능하니 굳이 행정처에서 명단을 내려보내지 않아도 영장판사들이 파악할 수 있었으니 그 역시 엄청난 목적을 갖고 비밀스런 정보를 주고받은 게 아니라고 본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의 한 간부는 “13일에서는 사법행정 영역이어서 재판 관련 내용을 보고하는 게 가능해서 죄가 안 된다 하고 그 다음날에는 사법행정 영역에 재판개입의 권한과 근거가 없어 죄가 안 된다고 하니 법원에서의 논리도 서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법행정권자 지시→일선 판사 영향 ‘인과관계 없다’ 다시 임 부장판사 사건으로 돌아와 또 다른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 있습니다. 임 부장판사가 재판부에 자신의 생각을 지시하거나 요구한 행위 그 자체만으로 위헌적이고 징계사유라고 꼬집긴 했는데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지시를 전해들은 일선 법관 3명은 임 부장판사에게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았다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 “합의부의 재판은 합의에 따라 심판하는 것이므로 재판장의 의사와 독립된 것으로 재판장이 혼자서 이를 결정할 수도 없다. 이모·최모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요청을 무조건 따르지 않고 자신의 법적 판단 및 합의부 내의 논의 등을 거쳐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재판부와 합의해 결정을 했다. 즉, 피고인의 요청과 이모·최모 부장판사 및 소속 재판부의 재판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됐다. 김모 판사 또한 동료 판사들의 의견을 듣고 독립적으로 결정을 해 피고인의 요청과 김모 판사의 약식명령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됐다.”상급자가 어떠한 지시와 요구를 했고, 실제로 그와 같은 결과가 나왔지만 하급자가 정말 그 지시 때문에 그렇게 판단했는지 아니면 오롯이 자신의 독립적 판단으로 그렇게 결론냈는지 ‘독립된 재판을 해온’ 판사들에게서는 특히 인과관계를 밝히는 게 어렵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는 곧 ‘의무없는 일’을 한 것도 아니라는 게 돼 만약 임 부장판사에게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주어졌다고 판단했어도 또 다시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대법원장이 재판에 개입하도록 지시했고, 그와 관련된 보고서가 작성됐고 일부 재판 결과도 그 지시와 같은 취지로 나왔다고 해도 대법원장→판결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하면 역시 재판개입 행위를 처벌할 수 없게 됩니다. ●‘무죄 판결문’에서 끝나지 말아야 할 법원의 진짜 고민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부의 숙원을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각종 재판을 ‘거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각종 일선 재판부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연결됩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일제 강제징용 사건이죠. 청와대와 정부에 우호적일 만한 판결 결과가 나오도록 대법원 재판을 오래도록 끌었다는 게 주요 혐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만약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부에서도 이날과 같은 판단을 받아들여 어떠한 재판개입도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면 ‘지연된 정의’의 책임을 과연 누구에게, 어떻게 물어야 할까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비단 양 전 대법원장 뿐이 아닙니다. 앞으로 이처럼 사법행정권자의 재판개입이 ‘면죄’된다면 그리고 그 재판의 결과가 틀렸다면. 잘못된 재판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도 없게 됩니다. 재판이 잘못됐다는 것을 법원 어디에서도 밝힐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렵고 복잡한 사건의 내용과 법리이지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은 계속 깊이 들여다 봐야 합니다. 10명의 전·현직 법관 가운데 5명이 무죄가 됐다고 그냥 법원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말 일이 아닙니다. 애초에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었다며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검찰을 쏘아보고 말 일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재판개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어디까지를 재판개입과 관여로 봐야할지 법원은 아주 깊게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합니다. 그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이라는 법원 역사상 가장 아팠던 상처 속에서 반드시 얻어내야 할 열매라는 것을, 무죄 판결문에도 오히려 더 되새길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국정농단’ 최순실 파기환송심 징역 18년·안종범 징역 4년

    ‘국정농단’ 최순실 파기환송심 징역 18년·안종범 징역 4년

    최서원 2심서 2년 감형된 징역 18년안종범 법정구속에 “아내 오늘 입원”재판부 “반영하기 곤란”‘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최서원(64·개명 전 최순실)씨가 파기환송심에서 2심보다 감형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법정에 선 안종범(61)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오석준)은 14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비를 뇌물로 받고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씨에게 징역 18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하면서 63억여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 재판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는 이들에 대한 재판”이라면서 “최씨의 행위로 인해 국가 조직 체계가 큰 혼란에 빠졌고 탄핵 과정에서 빚어진 국민의 대립·반목 등 사회갈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 이에 상응한 엄중한 책임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앞선 항소심 결론 대부분을 유지하되 대법원이 지적한 강요죄 등을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최씨의 이날 2심보다 2년 감형된 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2심은 최씨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200만원, 추징금 70억여원을 선고했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8월 최씨가 대기업에게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대한 출연 요구가 강요죄 성립 요건인 ‘협박’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해당 부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추징금이 낮아진 것도 삼성으로부터 받은 말 3필 가운데 ‘라우싱’이 삼성 측이 보관중인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 뇌물 공여자에게 뇌물이 반환됐다고 본 것이다. 최씨는 선고 직후 재판부를 향해 “말씀드릴 게 있다”면서 “국민적 공분 일으킨 건 다 사죄하겠다. 그런데 말 부분은 다 삼성이 관리하는데 저희한테 추징한 건 무리가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건 저희 판단이니까 상고에서 다투도록 하라”고 답하는 데 그쳤다.안 전 수석은 이날 징역 4년에 벌금 6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3월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었으나 실형이 선고됨에 따라 법정에서 다시 구속됐다. 안 전 수석은 재판부에 “법정구속은 인정하는데 아내가 오늘 병원에 입원했다”며 양해를 구했으나 재판부는 “그 부분을 저희가 반영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답했다. 최씨 측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선고 후 “파기환송심에서 실체적 진실을 정확히 보고 판단해줄 것을 기대했는데 현 사법부에서 진실을 향해 용기있는 깃발을 드는 판사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사실관계에 천착하고 법리를 따지는 대신 대법에서 기왕 한 판결에 기생한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상고 여부에 대해서는 최씨와 상의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대법 “김기춘·조윤선 ‘화이트리스트’ 항소심 다시 하라”

    대법 “김기춘·조윤선 ‘화이트리스트’ 항소심 다시 하라”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불법 지원(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항소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상고심에서 강요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보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 전 실장 등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33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최대 쟁점이었던 직권남용죄는 원심과 같이 유죄라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하지만 강요죄도 유죄로 본 점에 대해선 잘못이라고 봤다. 청와대 소속 공무원들이 전경련에 보수단체 자금지원 현황을 확인한 행위 등이 의사 결정의 자유를 제한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전경련 관계자들의 진술은 부담감·압박감을 느꼈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자금지원 요구는 직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전경련 부회장의 자금 지원은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지난달 전원합의체는 직권남용죄의 기준을 ‘직권을 남용한 것뿐만 아니라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화이트리스트 사건은 두 가지 모두 범죄성립 기준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전경련에 특정 정치 성향의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구한 행위는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비서관실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으로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이어서 “전경련 부회장은 이 같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해 전경련의 해당 보수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지원 결정이라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김 전 실장 등은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블랙리스트’ 사건과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하도록 한 ‘화이트리스트’ 사건 모두 항소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1·2심은 김 전 실장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조 전 수석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대법, ‘화이트리스트’ 김기춘·조윤선 상고심 선고…드루킹 ‘댓글조작’도

    대법, ‘화이트리스트’ 김기춘·조윤선 상고심 선고…드루킹 ‘댓글조작’도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불법 지원(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에 대해 13일 상고심 선고를 내린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등의 상고심 판결을 이날 선고한다. 김 전 실장 등은 2014∼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33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김 전 실장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조 전 수석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직권남용죄를 인정하지 않았던 1심과 달리 2심은 직권남용죄와 강요죄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날 상고심 선고는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선고한 ‘블랙리스트 사건’의 영향권에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김 전 실장 등이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것이 맞는지를 더 따져봐야 한다며 파기환송을 결정한 바 있다. 또 직권남용죄의 구성 요건 중 ‘의무 없는 일’이 위법인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봤다.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블랙리스트’ 사건과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하도록 한 ‘화이트리스트’ 사건은 혐의 성립 구조가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 때문에 지난달 전원합의체에서 내놓은 법리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이날 대법원에서는 19대 대선 등을 겨냥해 온라인 공간에서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드루킹’ 김동원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도 이뤄진다. 항소심은 김씨에 대해 댓글 조작과 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1심에서 댓글조작 등 혐의로 받은 징역 3년 6개월에서 형량이 약간 줄어든 상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형량은 1심과 같다. 항소심 재판부는 “댓글 조작은 피해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의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선거 상황에서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과정을 방해했다는 점에서 위법성이 매우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19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 등으로 2016년 말부터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이용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또 일당 중 한 명인 도두형 변호사와 공모해 고 노회찬 전 의원에게 두 차례에 걸쳐 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고, 이를 숨기기 위해 관련 증거를 조작한 혐의도 받았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손성진 칼럼] 검찰, 개혁과 통제 사이

    [손성진 칼럼] 검찰, 개혁과 통제 사이

    검찰이 인신구속권을 앞세워 안하무인의 집단으로 국민의 위에 서서 군림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번이라도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아 본 사람이라면 검찰의 실상을 몸으로 느끼고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인간의 본성과 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깔아뭉개는 검찰 행태의 배경에는 검찰이 독점적으로 누려 온 권한, 즉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 추진되고 있는 검찰 개혁은 당위성을 갖기에 충분하고 개혁에 저항하는 것은 기득권을 옹호하는 보수적 시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취임하자마자 밀어붙이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일련의 정책은 개혁이라는 마스크를 쓴 통제와 다름없다. 스스로 조사를 받을 피의자이면서 검찰 개혁을 추진한 조국과 마찬가지로 ‘추미애표 개혁’도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 추미애 개혁이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을 겨냥한 것임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추 장관은 “장관으로 온 이상 저는 탈정치화했다”고 말했지만, 누가 동의하겠는가. 여당 대표까지 지낸 5선 의원 출신인 추 장관이 정치물을 셀프 표백했다고 한들 누가 믿겠느냐는 말이다. 국민은 도리어 추 장관을 개혁의 완장을 찬 검찰 통제사, 특임 장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추 장관은 피의사실을 공표해서는 안 된다며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을 국회에 보내지 않고 공개를 거부했다. 형법 126조 ‘피의사실 공표 조항’은 검찰, 경찰 등이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1975년 1차 형법 개정 때 신설된 조항이지만 여태까지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 이 문제에서는 피의자의 인권과 명예, 국민의 알권리, 언론 자유 등 다양한 헌법적 권리와 자유가 충돌한다. 피의자의 인권과 명예도 중요하지만 다른 두 가지도 무시할 수 없다. 개개의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특히 피의자가 공인이거나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국민의 알권리가 앞설 수 있다.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은 어느 쪽일까. 그 사건 수사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수사 주체인 검찰을 불신한다면 또 다른 문제다. 그렇지 않다면 국가 권력이 관련된 이번 사건은 수사 과정과 결과를 국민에게 기소 전에라도 알리는 게 알권리를 보장하는 길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에 이의를 제기한 정치인이나 언론, 국민은 거의 없었다. 더욱이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위한 특검법에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 과정도 언론을 통해 밝히도록 하는 ‘대국민보고’도 포함돼 있었다. 물론 공소장도 공개됐다. 이 법안에 서명한 의원 중에는 추 장관도 들어 있다. 추 장관은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블랙리스트의 최초 지시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추 장관은 스스로 이중잣대를 보여 준 셈이다. 국정농단 사건이 헌법재판이라는 논리로 방어하려 했지만, 헌법재판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말하는 것이지 검찰 수사와 법원의 재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가 관련된 국정농단 사건도 형사재판일 뿐이다. 추 장관이 지금 와서 갑자기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소신을 바꾸게 됐다면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앞으로 야당이 연루된 정치적 사건을 포함해 모든 사건의 피의사실 공표와 공소장 공개를 거부해야 한다. 과연 자신의 처지와 정치적 상황이 달라졌을 때도 소신을 지킬지는 두고 볼 일이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도 마찬가지다. 사법부와 준사법기관인 검찰을 바라보는 정치권력의 시각은 시시때때 오락가락한다. 툭하면 고발장을 제출해 사법기관의 심판을 받겠다며 권위를 인정해 주는 척한다. 그러나 마음에 차지 않는 수사나 판결이 나오면 법원은 비판과 개혁의 과녁이 되고 만다. 선거개입 사건 수사에서도 결과는 동일했다. 정치권력은 속성상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외치면서도 중립을 보장하지 못한다. 검찰 권력이 무소불위가 아니라 결국은 인사권으로 검찰의 목을 틀어쥐고 있는 정치권력이 검찰 위의 무소불위임이 드러나고 있다. 벌써 민주주의의 후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추미애 개혁이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그 반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발 더 나아가면 독선과 독재와도 연결될 위험성이 있다. 이런 점들을 염려하는 진보 진영과 검찰 내부의 소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개혁의 정당성을 찾고 민주주의를 지켜갈 수 있을 것이다. sonsj@seoul.co.kr
  • 文 “피해자 중심주의는 국제원칙” 日언론에 이례적 반박

    文 “피해자 중심주의는 국제원칙” 日언론에 이례적 반박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문 대통령이 과거 강제징용 피해자를 변호한 경험 때문에 피해자 중심주의를 고수한다’는 취지의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피해자 중심주의는 소송대리인 경험이나 대한민국의 입장과 상관이 없는 국제사회의 원칙”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보도를 접한 뒤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대리인을 한 걸 요미우리신문이 문제 삼지만)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소송대리인 프레임을 걸 수는 있겠으나, 피해자 중심주의는 유엔 인권위원회 등에서 확립된 원칙”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도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하지 않아 국민 동의를 구하지 못한 것”이라며 “해법을 모색하는 것 역시 피해자 동의가 가장 큰 원칙”이라고도 거듭 밝혔다. 일본 보수 언론 보도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이 아닌 대통령이 반응한 것은 이례적이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정부 기조가 문 대통령의 개인적 경험 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원칙적 대응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요미우리신문은 ‘한일의 현장, 문 대통령의 실상’이라는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대표로 있던 부산종합법률사무소가 강제징용 피해자를 변호한 일이 한국의 피해자 중심주의의 배경이 됐다고 주장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문 대통령, 봉준호 감독에 축전 “국민에 자부심과 용기 줘”

    문 대통령, 봉준호 감독에 축전 “국민에 자부심과 용기 줘”

    문재인 대통령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인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것에 대해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있는 국민들께 자부심과 용기를 줘 특별히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봉 감독 측에 축하의 뜻을 담은 축전을 보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축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국민의 근심이 깊은 가운데 이룬 쾌거라 더욱 의미 깊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도 축전 내용을 공개했다.축전에서 특히 “우리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을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 봉 감독님과 배우, 스태프 여러분이 자랑스럽다”며 “봉 감독님, 배우와 스태프 여러분의 ‘다음 계획’이 벌써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는 영화 중 나오는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대사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문 대통령은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은 ‘아카데미 4관왕’은 지난 100년 우리 영화를 만들어온 모든 분의 노력이 축적된 결과”라며 “한국 영화가 세계영화와 어깨를 견주며 새로운 한국 영화 100년을 시작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강조했다. 또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개성 있고 디테일한 연출과 촌철살인의 대사·각본·편집·음악·미술을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까지 그 역량을 세계에 증명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서 “‘기생충’은 유쾌하면서 슬프고, 사회적 메시지의 면에서도 새롭고 훌륭하며 성공적”이라며 “영화 한 편이 주는 감동과 힘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영화인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펴고 걱정 없이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정부도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같은 언급은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봉 감독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작품 활동에 제약을 받았던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문 대통령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박수 치면서 회의 시작하자”

    문 대통령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박수 치면서 회의 시작하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주요 부문인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의 영예를 거머쥐자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이를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10일(한국시간)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봉준호 감독, ‘기생충’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관왕을 했다”면서 “박수 한번 치면서 시작할까요”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제안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등 회의 참석자들은 일제히 박수로 화답한 뒤 회의는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우리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을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 봉 감독님과 배우, 스태프 여러분이 자랑스럽다”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은 ‘아카데미 4관왕’은 지난 100년 우리 영화를 만들어온 모든 분의 노력이 축적된 결과”라며 “한국 영화가 세계영화와 어깨를 견주며 새로운 한국 영화 100년을 시작하게 돼 매우 기쁘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개성 있고 디테일한 연출과 촌철살인의 대사·각본·편집·음악·미술을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까지 그 역량을 세계에 증명했다”고 평가했다.이어 “‘기생충’은 유쾌하면서 슬프고, 사회적 메시지의 면에서도 새롭고 훌륭하며 성공적”이라며 “영화 한 편이 주는 감동과 힘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영화인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펴고 걱정 없이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정부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박근혜 정부 당시 봉준호 감독이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등 활동에 제약을 받아왔다는 점을 떠올리게 한다. 문 대통령은 또 “봉 감독님, 배우와 스태프 여러분의 ‘다음 계획’이 벌써 궁금하다”며 “다시 한번 수상을 축하하며, 국민과 함께 항상 응원하겠다”고 밝혔다.문 대통령이 ‘다음 계획’이라는 언급을 한 것은 영화 기생충에 나온 유명 대사인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대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에 ‘기생충’을 관람한 문 대통령은 같은 해 5월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에 직접 SNS를 통해 축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봉 감독님의 영화는 우리 일상에서 출발해 그 일상의 역동성과 소중함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지난달 열린 2020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서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것을 두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한국 영화 100년의 저력을 보여주는 쾌거”라고 극찬한 바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권언유착 논란에도 청와대 직행…현직 언론인 또 ‘대통령의 입’으로

    권언유착 논란에도 청와대 직행…현직 언론인 또 ‘대통령의 입’으로

    文정부 네 번째 대변인에 강민석 선임 중앙일보 사직 후 3일 만에 청와대로 ‘정치적 중립·공공성 훼손’ 비판 높아 신임 춘추관장에 한정우 靑부대변인청와대가 6일 현 정부 들어 네 번째 대변인에 강민석(왼쪽·54) 전 중앙일보 부국장을 선임하면서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언론 윤리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권언유착의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신임 대변인에 강 전 부국장을, 춘추관장에 한정우(오른쪽·49) 현 부대변인을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의 입’으로 불리는 대변인 공석 상황은 고민정 대변인이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달 15일 사임한 이후 22일 만에 해소됐다. 강 신임 대변인은 경향신문을 거쳐 중앙일보에 몸담아 온 기자 출신이다. 정치데스크(정치부장), 논설위원, 제작총괄 콘텐트제작에디터 등을 지냈다. 지난 2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3일 수리됐다. 김의겸(한겨레신문 기자)·고민정(KBS 아나운서) 전 대변인에 이어 세 번째 언론계 출신 대변인이다. 비서관으로 승진한 한 신임 관장은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을 거쳐 지난 대선 문재인 선거캠프 ‘광흥창팀’에서 활동한 뒤, 정부 출범과 함께 국정홍보·홍보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으로 일해 왔다. 윤 수석은 “강 대변인은 오랜 기간 언론 활동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청와대의 대국민 소통에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보수지 출신 기용으로 청와대 내 인적 구성을 넓히고 보수층까지 더 가까이 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강 신임 대변인이 언론사를 떠난 지 불과 3일 만에 청와대로 옮기면서 ‘언론의 정치적 중립과 공공성이 훼손됐다’는 비판도 높다. 언론인이 현직 상태 또는 사표 제출 며칠 만에 ‘권력 심장부’인 청와대로 직행하는 일은 반복됐다. 앞서 한겨레신문 출신인 김 전 대변인,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전임 이명박 정부 때는 이동관(동아일보) 대변인, 박근혜 정부 때는 윤창중(문화일보)·민경욱(KBS)·정연국(MBC) 대변인이 기자 출신에서 대변인으로 변신하며 도마에 올랐다. 민경욱 당시 KBS 앵커는 오전 보도국 편집회의에 참석한 뒤, 같은 날 오후 대변인으로 임명돼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하루 동안 언론인과 대변인 내정자 두 역할을 했다”며 언론 감시기능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윤 수석도 지난해 1월 초 임명 당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비판 성명을 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인 능력과 그가 쌓은 경험을 하나의 자산으로 평가하고, 사회적 자산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적인 일을 위해 쓸 수 있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라며 “(현 정부에서) 해당 언론사들과의 권언유착은 없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중앙일보·JTBC 노조는 성명을 내고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이라는 나쁜 기록을 이어 갔다”고 비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공소장 비공개 원칙…오해·상처 감내할 것”

    “공소장 비공개 원칙…오해·상처 감내할 것”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 비공개 논란에 대해 “오해나 상처는 내가 감내하겠다. 다만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야권은 추 장관을 고발하는 한편 “대통령이 연루된 정황을 밝히겠다”며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어 공소장 비공개를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추 장관은 6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 2층에 신설한 법무부 대변인실 ‘의정관’ 개소식에 참석해 공소장 비공개 논란과 관련해 “헌법상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형법에) 피의사실 공표 금지 조항이 있고, 이에 법무부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만든 것”이라면서 “법무부가 이를 스스로 깨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수의 정권 인사들이 얽혀 있는 이번 사건부터 공소장을 비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번 사건은 안 지키고 다음 사건부터 지키라고 할 순 없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의 임기 이후 최강욱(52)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의 공소장은 공개됐던 것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 중인 분들이 (공소장이 공개되면) 함께 피의사실 공표가 되는 것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위 공직자들은 방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오히려 반대”라면서 “재판 전에 엄청난 예단과 억측을 불러일으켜 왔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시절이던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의 공소장에 근거해 “박근혜 대통령이 공동정범이자 범행 주도 피의자”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 사건은) 헌법재판의 영역이며, 이번 사건은 형사재판이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다만 추 장관은 “공판 절차가 시작된 후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홈페이지 등에 공소장을 공개하는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개입 의혹에) 연루된 정황이 있는지 밝혀야 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추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날 추 장관을 업무방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공소장 논란’ 추미애 “국정농단 때와 달라…이번에 안하면 못해”

    ‘공소장 논란’ 추미애 “국정농단 때와 달라…이번에 안하면 못해”

    “자료제출 안 한 게 아니라 중간 정도 제출조 전 장관, 본인 일이라 제대로 하지 못해오해 살 수 있지만 이번 지나가면 못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 비공개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추 장관은 6일 오전 서울고검 내 법무부 대변인실 분실인 ‘의정관’ 개소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취재진을 만나 공소장 비공개 결정이 자신의 당대표 시절 언행과 들어맞지 않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았다. 추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2016년 1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한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의 공소장을 거론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관련 공동정범이자 범행을 주도한 피의자”라고 지적했다.이를 두고 공소장 공개 여부를 대하는 입장이 과거와 달라진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추 장관은 “(박 전 대통령 사건은) 헌법재판의 영역이며, 이번 사건은 형사재판이라 무관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헌법 재판은 헌법상의 여러 원칙을 지킬 태도가 돼 있느냐는 것이고 여러 종합적인 고려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 재판에 이른 박 전 대통령 등의 국정농단 사건을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같은 형사사건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은 법무부가 국회에 공소장 전문을 제출하지 않는 게 헌법과 형사소송법, 국회법 등 위반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료 제출을 안 한 게 아니라 보도자료와 공소장 전문의 중간 정도 자료를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추 장관은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르면 (국회의 요구에 대해) 자료 제출 의무가 있는데 어디까지라는 기준이 없다.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귀속돼 상위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고민을 했고 그 정도로 자료 제출에 응했다”고 했다. 공소장 공개나 피의사실 공표를 제한하는 방안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부터 추진됐던 일인데, 하필 이 시점에서야 공소장을 비공개하는지에 대해 추 장관은 “조 전 장관은 본인 일이다 보니 포토라인과 피의사실 공표 금지 문제의 이해관계자처럼 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제가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지만 이번에는 그냥 지나가면 누구도 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또 불거진 현직 언론인의 靑 직행 논란

    또 불거진 현직 언론인의 靑 직행 논란

    문재인 정부 들어 네번째 청와대 대변인에 6일 강민석 중앙일보 전 부국장이 임명되면서, 또 다시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이 논란으로 불거졌다. 청와대는 이날 신임 대변인에 강 전 부국장을, 춘추관장에 한정우 현 부대변인을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의 입’으로 불리는 청와대 대변인의 공석 상황은 고민정 대변인이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달 15일 사임한 이후 22일 만에 해소됐다. 강 신임 대변인은 경향신문을 거쳐 중앙일보 논설위원·콘텐트제작에디터 등을 지냈고 지난달 부국장 대우 승진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입’이라는 상징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출입기자 경력이 있고 정치부장을 지낸 강 부국장을 대변인에 선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보수 언론사 출신이고 현 정부 들어 비판적 칼럼을 써왔단 점에서 이례적 인사가 아니냐는 평도 있지만, 여권 인사들과 꾸준히 소통해 온 편”이라고 전했다.그러나 강 신임 대변인은 언론사를 떠난 지 불과 3일 만에 청와대로 직행하며, 또 한 번의 ‘현직 언론인 청와대 직행’ 사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적잖다. 현직 부국장이던 그는 지난주 후반 내정설이 흘러나왔고, 이후 지난 2일 청와대 검증 등을 이유로 제출한 사직서가 곧바로 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 감시·비판이 본연의 역할인 언론인이 공백기를 두지 않거나, 혹은 사표 제출 며칠 만에 ‘권력 심장부’인 청와대로 직행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언론 윤리와 고유 기능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이명박 정부 때는 이동관(동아일보) 대변인이, 박근혜 정부 때는 윤창중(문화일보)·민경욱(KBS) 대변인이 현직 기자 신분에서 대변인으로 변신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사 및 언론노조, 야당의 반발도 잇따랐다. 당시 민경욱 KBS 앵커는 오전 보도국 편집회의에 참석한 뒤, 같은 날 오후 대변인으로 임명돼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하루 동안에 언론인과 대변인 내정자 두 역할을 했다”며 언론 감시기능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논란은 2017년 현 정부 들어서도 이어졌다. 초대 대변인 후보로 유력 검토됐던 김의겸 한겨례 선임기자는 사내 반발이 거세지자 청와대가 결국 무효화했다. 그는 같은 해 7월 사직 후 약 6개월 간 공백기 끝에 이듬해 1월 결국 대변인으로 낙점됐다. 지난해 1월 8일 임명된 윤도한 국민소통수석(MBC 논설위원),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한겨레 선임기자)도 거의 현직에서 이동한 셈이어서 논란이 됐다. 당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성명을 내고 “지난주까지 MBC에 재직하다, 2018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자로 명예퇴직한 분”이라며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윤 수석은 MBC 노조 1호 조합원이었고, 방송독립, 공정방송 투쟁에서 언제나 모범이 돼온 선배 언론인이었다”며 “실망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직 언론인이 청와대에 바로 오는 것이 괜찮냐고 비판한다면, 그 비판을 달게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도 “권력에 대해 야합하는 분들이 아니라, 언론 영역의 공공성을 살려온 분이 청와대의 공공성을 지킬 수 있게 해 준다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언론계, 정치권, 학계, 법조계, 청와대 내부 등 5개 그룹에서 후보군을 추렸고, 국회의원 출신 등 무게감 있는 인물을 물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하반기로 접어드는 만큼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깊이 이해하는 동시에 언론 이해도도 높은 안정적 인물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인물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진다. 오는 4월 총선 불출마를 결정한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대변인직 제의를 했지만 대부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고, 이후 강 부국장을 포함, 일부 언론인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런 논란에 대해 “개인 능력과 그가 쌓은 경험을 하나의 자산으로 평가하고, 사회적 자산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적인 일을 위해 쓸 수 있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라며 “(현 정부에서) 해당 언론사들과 권언유착은 없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국정농단’ 장시호·김종·차은택 재판 모두 다시

    ‘국정농단’ 장시호·김종·차은택 재판 모두 다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광고감독 차은택(51)씨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41)씨의 재판이 다시 열리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6일 오전 광고사 지분강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차씨의 상고심 선고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같은 재판부는 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장씨와 김종(59)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상고심 선고에서도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들 혐의 중 강요죄 부분을 유죄로 선고한 2심 판단이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강요죄가 성립될 만큼의 협박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최서원씨의 강요죄 부분을 무죄로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같은 취지의 파기환송이다. 대법원은 차씨의 강요 혐의와 관련해 “KT 회장 등에게 특정인의 채용·보직변경과 특정업체의 광고대행사 선정을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에서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차씨가 최서원씨의 영향력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던 점 등 1심이 인정한 사정만으로는 협박을 요건으로 하는 강요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대법원은 지적했다. 재판부는 “차씨 등이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 등과 함께 기업에 이익 제공 등을 요구했다고 해서, 곧바로 그 요구에 불응할 경우 어떠한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장씨의 강요 혐의에 대해서도 “기업 대표 등에게 특정 체육단체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을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에서의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송성각(62)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대해서는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차씨는 2015년 포스코가 계열 광고업체인 포레카를 매각하려 하자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광고회사 대표를 압박해 지분을 넘겨받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차씨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KT가 자신의 지인을 채용하게 하고 최서원씨와 설립한 광고회사를 광고대행사로 선정되게 한 혐의와 회사 자금 2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등도 받는다. 1·2심은 “최서원을 배후에 두고 각종 권력을 얻어 행사했다”며 차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장씨와 김 전 차관은 최씨와 공모해 삼성그룹과 그랜드코리아레저(GKL)를 압박해 영재센터 후원금 18억여원을 받아 낸 혐의로 기소됐다. 장씨는 영재센터를 운영하며 국가보조금 2억 4000만원을 가로채고, 영재센터 자금 3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장씨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법원은 장씨가 삼성그룹 등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와 영재센터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는 1심처럼 유죄 판단했지만, 영재센터를 운영하며 국가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는 무죄로 뒤집었다. 항속심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피고인은 최서원과 공모해 영재센터를 운영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권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거액의 후원금을 받고 이를 통해 일정 부분 사익을 충족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차관은 1·2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이들은 형기를 모두 채웠거나 구속기간 만료 등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서도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정권 핵심 인사·靑 ‘흠집’ 우려했나… 참여연대 “국회·법 무시” 비판

    정권 핵심 인사·靑 ‘흠집’ 우려했나… 참여연대 “국회·법 무시” 비판

    청와대, 비공개 결정 과정에서 협의 시사 ‘국정농단 사건’ 땐 공소장 토대 사과 요구 진중권 “文, 盧가 국민에게 준 권리 뺏어”국회의 공소장 제출 요구를 거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피의자와 사건관계인들의 인권 보호 등을 앞세워 국회의원들의 공식적인 자료 제출 요구에 갑자기 응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매우 이례적인 데다 하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이 불거진 사건이 첫 사례가 됐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의원실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곧바로 언론에 공소장 전문이 공개되는 잘못된 관행이 있어 왔다”면서 “더이상 이런 잘못된 관행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전날 송철호(71) 울산시장과 백원우(54)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피고인 13명에 대한 공소장 전문을 제출하지 않겠다고 국회에 밝혔다. 대신 A4용지 세 쪽 분량의 공소요지만 의원들에게 제출했다. 추 장관은 이날 일부 언론에 공소장 내용이 보도된 것을 두고도 “어떻게 유출됐는지는 앞으로 확인해 봐야 할 일”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공소장 전문 비공개 결정은 추 장관의 지시로 전격 이뤄졌다. 법무부는 “공소장 공개 여부는 법원의 고유권한”이라면서 “소관 부서는 공소장을 제출하지 않으면 장관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시했지만 추 장관은 이를 감내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공소장 비공개 결정 과정에서 청와대와의 협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에 따라 결정했고 그 사안을 청와대가 정확히 알고 있다”며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추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2016년 11월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서원(64·개명 전 최순실)씨의 공소장에 공동정범으로 적시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추 장관이 공소장 비공개 결정을 한 데엔 조국(55·불구속 기소)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 등 청와대 관련 수사 과정에서 공소장 내용이 알려지며 정권 핵심 인사들과 청와대의 도덕성에 흠집이 났다는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중대 혐의로 기소된 사건인 데도 법무부가 내놓은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 보호’라는 비공개 사유는 궁색하기 그지없다”면서 “국회와 법률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중요 사건의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한 국회 증언·감정법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참여정부 사법개혁의 대표적 업적으로 꼽혀 왔던 조항”이라면서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권이 국민에게 준 권리를 다시 빼앗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주광덕·곽상도 의원은 대검찰청과 법원행정처에 각각 공소장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와 열람등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법원에서 국회에 공소장을 전달한 전례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이낙연 나와’ 이정현, 종로 출마 선언 “좌편향 세력 부수겠다”

    ‘이낙연 나와’ 이정현, 종로 출마 선언 “좌편향 세력 부수겠다”

    “文정권 끝장내는데 모든 정당 뭉치자”“다른 가정 없이 종로서 끝까지 간다”이낙연에 도전장…황교안 5일 결정날듯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4·15 총선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서울 종로에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권을 끝장내겠다”면서 “가장 앞장서서 좌편향 급진 집권 세력의 장기 집권 전략을 부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은 선거로 정치한다. 지긋지긋한 권력의 사유화, 국민 편 가르기, 후대의 미래 훔치기 등 좌편향 운동권 집권 세력을 끝장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선거밖에 없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 의원은 “지긋지긋한 ‘겨울 공화국’을 끝내는 봄이 와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의 봄을 알리는 전령이 되기 위해 종로에서 출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종로에는 여당인 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총리가 이미 출마를 공식화했으며,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출마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태다.이 의원은 “저는 분열주의자가 아니다. 모두가 두려워 망설일 때 누군가는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라면서 “저의 종로 출마를 시작으로 문재인 정권을 끝장내는데 뜻을 같이하는 모든 정당·정파가 하나로 뭉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명시한 ‘모두가 두려워 망설일 때’에는 당 안팎의 권유에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에 오른 이 전 총리와의 대결에서 질 것이 두려워 종로 출마를 좀체 결정하지 못하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질타한 것으로 해석된다. 황 대표의 출마 여부는 이르면 5일 결정될 예정이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종로에서 끝까지 간다”며 완주 의사를 밝혔다. 그는 황 한국당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다른 부분은 가정하지 않는다”면서 “종로에서 끝까지 간다는 것과 문재인 정권을 끝장내려는 사람들이 하나로 뭉치자는 것 외에는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이 의원은 “이번 총선은 미래세대들이 주인공이 돼야 하는 공간”이라면서 “젊은이들의 서포터, 가이드 역할을 하겠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17계단을 거쳐 올라가며 경험한 저의 모든 경륜을 미래세대 정치세력화를 위해 다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청와대 앞을 회견 장소로 택한 이유에 대해 종로구인 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무실이 가깝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남 곡성 출신인 이 의원은 1995년부터 보수정당의 불모지인 호남에서만 출마해왔다. 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그는 2014년 재보궐 선거에서 전남 순천·곡성에서 처음 당선되며 지역구도를 타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6년 순천에서 3선 고지에 오르기도 했다.탄핵된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주인이 됐던 2013~2014년에는 청와대 정무수석와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았다. 그러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했던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에 부당 개입했다는 혐의(방송법 위반)로 지난달 16일 대법원에서 10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12일 호남을 떠나 수도권 출마를 선언했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330여명 태운 두 번째 전세기 김포 도착, 이 와중에 대규모 집회?

    330여명 태운 두 번째 전세기 김포 도착, 이 와중에 대규모 집회?

    전날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과 인근에서 철수하는 한국인 330여명을 태운 정부의 두 번째 전세기가 1일 오전 우한 톈허(天河)공항을 출발했다. 중국 보건당국은 1일 0시까지 신종코로나 누적 사망자 수가 259명, 확진자가 1만 1791명이라고 발표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들이 탑승한 대한항공 KE 9884편 보잉 747 여객기가 한국시간으로 오전 6시 18분(현지시간 오전 5시 18분) 우한 공항을 이륙했다. 전세기는 오전 8시 13분쯤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전날 우한 공항 출발 직전 마지막 검역 과정에 고열로 탑승이 좌절됐던 교민 한 명도 이날 함께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승객 수와 2차 전세기 입국 관련 정보는 오전 11시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정례 브리핑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이들은 복잡한 검진 과정을 밟고 아무런 증상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에만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격리 수용된다. 두 번째 전세기로 오는 교민 대부분은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수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귀국하는 과정에 발열 등 의심 증상을 보여 병원에 이송됐다가 음성 판정을 받은 교민 11명은 1일 오전 9시쯤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추가 입소했다. 이곳에는 전날 150명을 수용한 것으로 발표됐으나 실제로는 156명이 입소했다고 진천군과 경찰은 전했다. 이에 따라 이곳에 수용되는 교민 수는 167명으로 늘었다. 진천 인력개발원 기숙사는 219실로 전날 들어온 교민 156명과 행정·의료 요원 40명에 이어 이날 추가 입소한 교민 11명을 포함하면 모두 207실이 배정돼 12실만 남는다. 정부는 그래도 우한 일대에 남아 있는 300여명의 교민 가운데 귀국하길 희망하는 이들이 있는지 파악해 세 번째 전세기 투입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전날까지 국내에서 11명의 확진자가 나올 정도로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주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강행될 예정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백신도 아직 나오지 않았고 전염력도 강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대규모 집회에 감염자가 참석할 경우 바이러스가 대규모로 확산할 수 있고, 접촉자와 접촉 경로를 추적, 파악하기도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는 1일 낮 12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를 진행한다. 태극기혁명국민대회와 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 성향 단체들도 여느 주말처럼 서울시청 앞과 광화문 광장 등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도 오후 2시부터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톨게이트 승리를 위한 민주일반연맹 결의대회’를 진행한다. 주최 측은 약 400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한다. 국가보안법철폐긴급행동 등 진보 성향 단체들도 같은 시간 KT 광화문 빌딩 앞에서 ‘국가보안법철폐’ 집회를 연 뒤 행진할 계획이다. 일요일 오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생일을 맞아 우리공화당이 서울역과 광화문 광장 등에서 대규모 태극기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집회를 주관하는 단체들도 나름 예방책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공화당 관계자는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준비하고 참가자에게도 마스크·장갑 착용과 거리 유지 등 준수사항을 알리고 있다”며 “일단 이번에는 계획대로 진행하고 다음 주 집회는 진행 여부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일반연맹 관계자도 “톨게이트 농성·단식을 마무리 짓고 앞으로 투쟁 계획을 선포하는 중요한 자리여서 연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참가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안전 수칙을 지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법서라] 추미애-윤석열 휴전?…불씨는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

    [법서라] 추미애-윤석열 휴전?…불씨는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 “법과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거기에 대한 저항도 있기 마련이므로 그걸 뚫고 나가는 데 큰 어려움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잘 헤쳐 나가면서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저희들의 사명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3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사 전출식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달 23일 중간간부 및 평검사 인사로 전보조치 된 검사들에게 “검사의 일이라는 것은 늘 힘들다”며 한 말입니다. 또 “어느 위치, 어느 임지에 가나 검사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입각해서 운영되는 조직”이라면서 “여러분들의 책상을 바꾼 것에 불과하고, 본질적인 책무는 바뀌는 것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나 역시 많은 인사이동을 거쳐 지방으로 또 서울로 다녔지만 모든 검사에게 새 임지에 부임하는 것은 도전”이라며 “도전을 겪어가면서 검사는 역량과 안목을 키우고 능력과 리더십도 키우게 되는 것”이라고도 강조를 했는데요.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뒤 대구고검, 대전고검 등 이른바 좌천성 인사조치 된 윤 총장의 경험으로도 읽힙니다. 지난 1월 한 달은 검찰에 그야말로 혼돈의 시간이었습니다. 지난해 8월 말부터 본격화한 조국(55·불구속 기소) 전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로 계속된 혼란과 갈등이 마무리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격화됐고 연일 ‘초유의’, ‘전례없는’ 상황들이 이어졌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뒤 첫 고위간부 인사(1월 8일)→직제 개편안 발표(1월 13일)→중간간부 및 평검사 인사(1월 23일)로 검찰 조직은 그 자체로 큰 변화를 겪었는데 진행 중이던 수사를 마무리짓는 과정에서 더욱 충돌이 커진 것입니다. 고위간부 인사에서 윤 총장이 지난해 7월 앉힌 핵심 참모진들을 대거 ‘물갈이’했고 윤 총장이 집중했던 반부패수사(특수수사) 등 직접수사를 대폭 줄였죠. 이를 두고 검찰에선 “윤석열의 손발을 잘랐다”, “총장의 힘을 뺐다”는 반응이 검찰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반면 법무부는 이전의 윤 총장이 특수수사 위주의 검사들을 자신의 측근으로 둔 인사가 ‘비정상’이었다면서 이번 인사는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직접수사 축소는 검찰개혁을 위한 방향이라고도 반박했죠. ●‘최강욱 기소’ 두고 “날치기 기소” vs “지시 불이행” 대충돌 그런데 이처럼 변화가 생긴 검찰 조직에서 또 다른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른바 ‘패싱’ 논란인데요. 조 전 장관 가족 수사를 해온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가 지난달 23일 최강욱(52)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전격 기소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승인을 하지 않자 윤 총장의 지시와 승인으로 기소가 이뤄진 것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불구속 피의자를 기소하는 것은 차장검사에 전결 권한이 있다”고 설명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최 비서관 기소를 결재한 것이 절차상으론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추 장관은 “날치기 기소”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며 수사팀에 대한 감찰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송 차장검사와 고 부장검사가 일단 감찰 검토 대상이겠지만 윤 총장까지도 얼마든지 감찰 대상으로 넓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검찰에선 수사팀의 의견을 받아들여 최 비서관을 기소하라고 윤 총장이 세 차례 지시했는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윤 지검장에게 잘못이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감찰이라는 초강수 카드가 언급되자 추 장관과 윤 총장 측은 더욱 서로를 벼랑 끝으로 몰았습니다. 사건의 당사자인 최 비서관도 변호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검찰총장에 의한 검사장 결재권 박탈이 이뤄진 것은 단순한 절차 위반을 넘어 불법행위”라면서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했고, “윤 총장과 관련 수사진을 고발하겠다”, “법무부와 대검의 감찰조사는 물론 향후 출범하게 될 공수처 수사를 통해 저들의 범죄 행위가 낱낱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며 충돌을 부추겼습니다. 수사 과정이 부당했다는 이유로 향후 윤 총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여서 추 장관이 언급한 감찰 가능성과도 맥락을 같이 합니다.이런 가운데 검찰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으로 백원우(54)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52)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송철호(71) 울산시장, 황운하(58)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13명을 무더기로 기소했습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측근들의 비위 의혹 수사에서 불거진 하명수사 의혹이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으로 보내진 뒤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송 시장의 당선을 위해 선거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는 수사까지 번졌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청와대가 당시 선거에 관여했다고 결론을 내고 결국 핵심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기기로 결론을 냈는데요. 기소 전날인 지난달 28일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신봉수 2차장과 김태은 부장검사 등이 이 지검장을 찾아가 여러 차례 수사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최 비서관에 대한 기소 의견을 밝혔던 상황과 거의 비슷했죠. 이 지검장은 최 비서관 때와 마찬가지로 수사팀의 오랜 설득을 듣고도 결론을 내리지 않고 저녁 10시 30분이 다 되어서 퇴근을 했습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13명 무더기 기소…말 아끼는 추 장관 그리고 다음날 윤 총장은 이 지검장과 수사팀, 대검 간부들을 다같이 불러 모아 13명에 대한 기소를 두고 논의를 벌였습니다. 이 지검장은 이 자리에서도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유일하게 기소에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고 합니다. 결국 이번에도 윤 총장의 지시로 이 지검장이 아닌 신 차장검사의 전결로 13명을 재판에 넘기게 된 것입니다. 다같이 한 자리에 모여 회의하는 자리가 있었던 것만 제외하면 대부분 최 비서관을 기소한 과정과 같았습니다. 하루 전날 추 장관은 중요사건을 처리할 때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거치라며 검찰 안팎의 기구들을 통해 의견수렴을 한 뒤 기소나 구속영장 청구 등의 결정을 하라고 당부해 윤 총장이 직접 수사팀에 지시하는 절차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검찰 인사로 다음달 3일부터 수사팀 간부들이 확 바뀌게 되니 그 전에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지으려는 수사팀의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으로도 해석됐습니다. 그런데 추 장관은 “날치기 기소”라며 화를 냈던 최 비서관 때와 달리 지난달 29일 13명을 기소한 뒤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백원우·박형철 전 비서관은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에서 수사했던 유재수(56·구속 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의혹 사건으로 그날 오후 또 다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런데도 추 장관은 어떤 일인지 말을 아꼈습니다. 법무부에서도 “오늘은 별도로 의견을 내진 않을 것”이라고 알렸는데요. 문득 추 장관이 13명 기소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고 넘어가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오늘‘은’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것인지 궁금해졌는데 일단 법무부에선 ‘오늘은’에 방점이 있지 않겠냐는 답을 들었습니다. 1월 내내 바빴던 저녁시간과 달리 여권 관계자 13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진 날 오히려 조용하게, 별일 없이 지나간 것이 어색할 정도였습니다. 추 장관은 지금까지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무더기 기소 이후 추 장관이 생각을 밝힌 것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 추진계획 브리핑과 질의응답을 통해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를 했을 뿐입니다. 이날 추 장관은 “검찰의 직접수사 영역을 축소해 나가고 인권 보호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면서 취임 일성으로 밝혔던 검찰개혁의 방향들을 검찰 인사발령이 끝나는 다음달 3일 이후 본격적으로 후속작업으로 본격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질의응답에서 최근 윤 총장과 불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일축했고, 또 검찰개혁 작업들에 대해 윤 총장도 동참하기로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조 전 장관 가족 수사를 시작으로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사건, 하명수사·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 청와대를 향한 수사들로 청와대와 법무부, 검찰의 갈등이 폭발했는데 이제 이 수사들은 거의 마무리가 됐습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13명이 무더기 기소됐지만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지난달 30일, 29일 각각 처음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해선 4월 총선이 지난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약간의 시간을 남겼습니다. 당장은 수사를 두고 충돌할 사건은 잦아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긴장감은 여전하고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여권 인사들이 거론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는 우리들병원 대출 특혜 의혹이나 신라젠 사건 등의 수사와 추 장관의 청문회 과정에서 추 장관의 아들 군부대 미복귀 의혹 등 여전히 여권을 향한 수사는 계속 진행이 될 전망입니다. 자유한국당이나 새로운보수당 등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추 장관과 이 지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있습니다. 추 장관은 그동안 진행된 수사 과정에서 항명이나 패싱 논란 등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해 수사팀을 감찰하거나 징계할 수도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이 불씨가 다시 커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여전히 검찰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사설] ‘블랙리스트’ 유죄지만 직권남용 개별로 따지라는 대법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어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상고심에서 심리 미진과 법리 오해를 이유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블랙리스트에 대한 지원 배제 등 핵심 혐의는 원심대로 유죄를 인정했지만, 그동안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은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는 적용 범위를 좁게 해석한 것이다. 형법 123조의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한다. 적용 대상이 공무원으로 제한된 직권남용죄는 직무상 권한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고, 권한 남용이 법에 없는 일을 하는 행위로 실제 연결됐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등 구성 요건이 까다로운 대표적인 범죄다. 따라서 ‘직권’과 ‘남용’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과 ‘의무 없는 일’의 단어 해석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법원이 ‘의무 없는 일’에 대한 기준을 엄격하게 제시한 것이다. 대법원은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지시를 받는 쪽)이 공무원이거나 공공기관 임직원인 경우에는 법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그가 어떠한 일을 한 것이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계 법령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행정기관의 의사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일방이 상대방의 요청을 청취하고 협조하는 등의 행위를 법령상 의무 없는 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실장 등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 등에 대해 이름과 배제 사유 등을 정리한 문건(블랙리스트)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기초로 정부지원금 등을 줄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은 각각 2심에서 4년과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의 이번 판단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현 정권에서 벌어진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뿐 아니라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도 이 혐의가 적용된 상태다. 직권남용 범위가 확장되면 부적절한 정책이나 사소한 절차 위반까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권력을 남용한 공무원을 단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정 당국이 정치적 목적이나 수사 편의를 위해 직권남용 혐의를 남발해서는 안 될 일이다. 사법부도 직권남용의 기준을 더 엄격히 따져 판결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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