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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대통령 퇴진
    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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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와 결혼했다던 박 대통령, 나라가 이혼서류 접수”…외신이 본 ‘대통령 탄핵 가결’

    “나라와 결혼했다던 박 대통령, 나라가 이혼서류 접수”…외신이 본 ‘대통령 탄핵 가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지난 9일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세계 주요 언론들도 이 소식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영국 언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혼의 박 대통령과 관련해 ‘이혼’이라는 비유까지 들며 국내 상황을 전했다. FT는 10일 인터넷판 ‘힘 잃은 박근혜 대통령 운명을 기다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출마했을때 지지자들은 미혼의 박 대통령이 ‘나라와 결혼했다’고 강조했는데, 지난 9일 국가는 이에 대해 이혼 서류를 접수했다(the nation filed for divorce)”라고 보도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특유의 내성적인 표정으로 뉴스를 받아들였다”며 “수주간 대규모 집회 기간 동안 진지함 조차 보여주지 않았는데 탄핵안 가결 이후에는 진지함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영국 언론 BBC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강아지가 대통령을 끌어내렸나’는 제목의 기사에서 “개 문제로 다툰 것으로 이 모든 제보가 시작됐으니 퍼피게이트로 부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최순실씨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던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는 지난 7일 최씨와 멀어진 경위에 대해 “제게 (최씨의 딸인) 정유라의 강아지를 잠깐 맡아달라고 하면서 싸우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언론은 한국의 안정을 위해선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지지율이 5% 전후로 떨어지고 주말마다 수십만 명(경찰 추산)이 참가하는 퇴진요구 집회가 열리는 등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완전히 잃은 현상을 생각하면 탄핵 가결은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도 “국정을 혼란에 빠뜨린 원인을 만든 사람은 박 대통령 자신”이라며 “박 대통령은 우선 특검에서 있는 그대로 증언을 해야 하며, 자신의 진퇴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與 비상시국위 내일 ‘인적 청산’ 논의

    與 비상시국위 내일 ‘인적 청산’ 논의

    새누리당 비상시국위 관계자들은 10일 “탄핵안 통과 이후 비상시국위의 해체와 당의 새로운 길을 논의하기 위해 11일 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비상시국위는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심재철·정병국·김재경·나경원·주호영 등 비주류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들은 ‘친박 패권주의’가 박 대통령이 탄핵소추까지 당하고 당의 지지율을 곤두박질치게 만든 주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새누리당에서 최소 62명의 탄핵 찬성표를 이끌어낸 여세를 몰아 이정현 대표 등 친박(친박근혜)계 주류가 장악한 당 지도부의 즉각적인 퇴진과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촉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11일 회의에서 친박계 핵심인사들에 대한 ‘인적청산’ 필요성에 뜻을 같이하고 당의 전면쇄신과 국정공백 최소화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상시국위 회의에 앞서 새누리당 ‘탈당파’도 오전에 의원회관에서 별도로 만날 예정이다. 이들은 박 대통령 탄핵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비주류 의원들의 추가 탈당을 끌어낼 방안과 신당 창당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눌 알려졌다. 연합뉴스    
  • ‘직무정지’ 朴대통령의 근황은? “관저에서 휴식 취하며 독서”

    ‘직무정지’ 朴대통령의 근황은? “관저에서 휴식 취하며 독서”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정지 이튿날인 10일 관저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조용히 일상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권한행사가 정지된 박 대통령은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독서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힘든 일이 많아 심신이 지친 상태”라면서 “우려할 만한 건강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좀 쉬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가다듬을 것”이라고 전했다.박 대통령은 지난 9일 직무정지 직전 국무위원 간담회에선 탄핵 가결 등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면서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고, 눈물을 보이며 국무위원들과 인사를 나눴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내주부터 본격화할 특별검사 수사와 조만간 시작될 헌법재판소 탄핵 절차 대비에도 주력하고 있다. 직무정지 직전에 조대환 변호사를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한 데 이어 주말 중으로 탄핵심판 변호인 선임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재판관이나 재판연구관 출신 등을 찾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현재까지는 법무법인 화우 출신의 채명성 변호사만 변호인에 선임됐다. 또한,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도심을 비롯한 전국에서 열리는 7차 촛불집회 상황을 TV로 지켜보며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집회에서도 지난 주말과 마찬가지로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함성이 청와대 안까지 크게 울려 퍼질 가능성이 크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을 포함한 주요 참모들이 대부분 출근해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청와대는 황 권한대행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헌법재판소 탄핵 기각시 직무에 복귀할 수 있는 박 대통령에게도 국정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최소한의 비공식 보고를 이어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늘 7차 촛불집회…탄핵 가결 후 첫 집회, 몇 만명 모일까

    오늘 7차 촛불집회…탄핵 가결 후 첫 집회, 몇 만명 모일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후 첫 주말인 10일 오후 서울 도심을 비롯한 전국에서 7주째 이어지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시민 참석자들과 함께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촛불 행진을 벌인다. 행진은 자하문로와 효자로, 삼청로 등 세 방향으로 이뤄진다. 주최 측은 이들 세 경로로 청와대를 에워싸듯 행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주일 전인 3일 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자하문로를 따라 행진한 대열은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효자로와 삼청로를 따라 행진한 대열도 각각 청와대 100m 앞 지점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당초 경찰은 율곡로 이북에서의 행진과 집회를 금지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주최 측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이를 허용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6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와 ‘박근혜 정권 끝장내는 날’이라는 제목의 본집회를 연다. 이날 집회에는 가수 이은미씨, 권진원과 평화의 나무 합창단, 노동가수연합팀 등이 공연을 펼친다. 7시 소등 퍼포먼스와 경적 시위 등도 빼놓지 않고 진행한다. 올해 촛불집회를 상징하는 곡이 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이뤄진다. 집회 참가자들은 본집회 직후인 오후 7시 30분부터 다시 청와대 방면으로 대규모 행진을 벌여 늦은 밤까지 집회를 계속한다. 이에 앞서 이날 정오부터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토론회와 사전집회, 진보정당 행사 등도 잇따라 열린다. 오전 11시에는 광화문광장 인근인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박사모) 등이 참여하는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가 열린다. 다만 일부 보수단체 회원이 광화문 할복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이 글을 검토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현장에서 검문검색 등을 통해 차단할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역사적 그날, 12·9/강동형 논설위원

    [서울광장] 역사적 그날, 12·9/강동형 논설위원

    2016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장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방청석에 자리를 잡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은 차분하게 진행됐다. 소란을 피우는 의원들은 없었다. 친박 실세인 최경환 의원을 제외한 299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투표 결과 탄핵 찬성은 234표로 탄핵에 필요한 200표보다 월등히 많았다. 국회의장이 표결 결과를 발표하자 방청석에서 짧은 환호성이 있었지만 장내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의원들이 표결을 진행하는 동안 국회 주변에서 탄핵 가결을 촉구하는 구호가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진행되는 역사적인 순간 국회는 기대 이상의 성숙한 모습을 연출했다. 12년 전인 2004년 3월 12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국회의장 단상을 점거한 채 의장의 의사 진행을 막고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계속됐고 의장석을 점거한 여당 의원들이 국회 경위들에 의해 끌려 나갔다. 발버둥치고, 울부짖는 모습과 거친 숨소리, 환호와 박수 소리가 교차하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가결됐다. 그러나 광화문에서는 탄핵을 반대하는 촛불이 하나둘씩 불을 밝히기 시작했고,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어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는 순간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유폐된 상태였다. 한달 반 동안 여섯 차례의 주말 촛불집회가 열렸고, 대통령은 세 번이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때마다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처방전을 내놓았다. 퇴진 일정을 밝히고 질서 있는 퇴진을 바라는 진심 어린 충고는 물거품이 됐다. 12년의 시차를 둔 탄핵 풍경이 달라도 너무나 다른 것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 간극은 촛불의 의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2년 전 타오른 첫 번째 촛불은 정치적인 폭거로 탄핵당한 노 전 대통령을 살려야 한다는 염원을 담고 있었다. 반면 여섯 차례의 평화집회에서 타오른 촛불은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분노를 표출했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눈에는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씨와 공범으로 비치고 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도 사과를 하지 않고 끝까지 고집을 부린 대가가 탄핵으로 부메랑이 됐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12년 전과 같은 결과를 기대한다면 큰 착각이다. 헌재 결정 전이라도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면 한다. 대통령 탄핵은 헌법상 가장 강력한 정치 행위이고, 최후의 수단이다.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고 표결까지 간 것은 우리 헌정사에 불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을 새 시대를 여는 기회로 삼는다면 역설적이지만 축복이 될 수도 있다. 탄핵 이후의 절차는 특검과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정치권은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 탄핵의 역사적 의미를 완성하려면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1960년 4월 혁명은 광장에서 시작됐지만 그 과실은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정치가 챙겼다. 1987년 6월 항쟁도 광장에서 시작됐으나 그 과실 역시 특권층과 재벌의 몫이었지 국민의 몫은 아니었다. 2016년 촛불 혁명은 그 어떤 혁명과 비교해도 결코 가볍지가 않다. 촛불 혁명의 열매는 이제 국민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금수저와 흙수저, 헬조선, 청년 실업과 노인 문제 등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극복하는 것만이 그 과실을 국민에게 돌리는 지름길이다. 이를 거역하는 순간 촛불은 다시 타오를 것이다. 우리는 한 달여 동안 한번도 가 보지 못한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다. 실족하지 않고 올 수 있었던 것은 어둠 속에서 빛난 촛불이었다. 촛불의 힘으로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헌법 개정 등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새 시대에 걸맞은 지도자를 선출하는 일이다. 주권자인 국민은 잘났거나 못났거나 모두가 행복할 권리를 갖고 있다. 인간 세상은 원래 불평등하다고 당연히 여기는 지도자, 모든 사람이 행복한 나라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시도조차도 안 하는 정치인은 새로운 시대상과 어울리지 않는다. 대통령 탄핵이 국민의 역량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전환점이 되길 소망한다. yunbin@seoul.co.kr
  • [열린세상] 촛불이 밝히는 새로운 시대정신/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촛불이 밝히는 새로운 시대정신/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촛불로 하나 된 시민들의 열의가 국가의 새로운 청사진을 요구하고 있다. 차가운 날씨에도 청와대 앞을 밝힌 촛불들이 단지 대통령의 퇴진만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물론 대통령이 어떻게 퇴진하느냐는 중요한 이슈다. 하지만 시민들은 어떻게 이런 어이없는 일들이 가능했는지, 또 이러한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무슨 조치들이 취해져야 하는지도 묻고 있다. 제6공화국에 내재한 권력구조의 결함을 치유하고 주권자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는 정치제도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경제와 사회의 고른 발전을 위한 국가 운영의 원리와 원칙은 무엇이 돼야 하는가? 이제는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바람직한 국가 운영에 대한 새로운 합의를 형성해 나가야 할 때다. 이 새로운 국가 운영 원칙을 찾는 작업은 박근혜 정부의 실패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구조적인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는 ‘발전국가 패러다임’ 속에서 뿌리내린 강력한 국가주의의 폐해가 경제와 사회 곳곳에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음을 보여 준다. 민주화 이후에도 한국의 국가 권력은 최고 권력자의 관심 사항이라는 이유로 재벌들에게 특정 재단에 대한 기부를 강요하고, 이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기업의 인사에 개입할 만큼 여전히 강력하다. 1997년의 외환위기는 국가의 과도한 개입을 종식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었지만, 작은 정부를 표방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처방들은 오히려 국가 권력이 새로운 형태로 사적 영역에 안착하는 통로가 됐다. 포스코나 KT처럼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도 사장을 임명할 수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가 권력이다. 이화여대 사태의 발단이 된 교육부의 미래대학 및 프라임사업, 최순실 일가의 돈줄이 된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창조융합사업도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 여전히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한때 고속 성장을 이끌었던 이 강력한 국가 중심 패러다임은 정보기술을 토대로 한 서비스 산업 중심의 미래 경제 모델과 부합하지 않는다. 민주화 이후 다원화돼 가는 사회 속에서 시민적 자유와 권리의 신장을 요구하는 시민들 또한 국가 권력의 남용을 더는 용납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 운영 원칙은 시민사회와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자유주의적 제도와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는 사적 영역의 모든 주체들이 정치권과 교감하면서 이해관계의 충돌을 조정하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플랫폼이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새로운 국정 운영의 원칙은 또한 이러한 제도들을 운용하는 엘리트들에 대한 견제를 요구한다. 민주화 이후 지난 30년간 절차적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공고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운영의 중심에 있는 엘리트들은 공공성에 헌신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사익 추구를 위해 국가 권력을 남용하거나, 자리 보전을 위해 최고 권력자의 명령에 순종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러한 정치 엘리트들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한 사회가 가진 높은 수준의 윤리와 행위규범이다.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 상호신뢰와 상호호혜, 도덕적 행위의 가치가 붕괴된 사회에서는 엘리트들의 어떠한 결정도 이해 당사자들의 설득과 정치적 합의의 도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윤리적 명예에 관한 불문율이 정치권을 압박하는 규범이 될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피상적인 절차의 완결성을 넘어 바람직한 결과물들을 산출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정치권은 아직 그 낡은 구태를 벗어 던지지 못하고 있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의 피의자가 된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고도 정치권은 복잡한 정치 방정식의 계산에 골몰한다. 이미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능력과 정당성을 상실한 대통령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여당과 시민들의 분노에 편승해 반사이익을 챙기는 데 급급한 야당들 모두 변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청와대와 국회가 전국의 거리에 나와 있는 시민들의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다면, 촛불 속에 담긴 희망은 곧 수백만의 분노로 바뀔 것이다. 구시대의 문제가 드러난 역사의 전환점에서 새로운 공동체의 기초가 될 시대정신에 대해 이제는 논의를 시작해야만 한다.
  • 美 “한국민 평화 행동 주목”… 日은 긴급 대책회의

    美 “한국민 평화 행동 주목”… 日은 긴급 대책회의

    中 “내정” 선긋기… 사드 반대도 재확인 주요 외신 가결 상황 생중계·긴급 타전… 환구시보 “첫 탄핵 심판받는 女대통령”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처리와 관련해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의 정부는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받는 등 깊은 관심을 가졌다. 특히 미국 CNN과 블룸버그, 영국 BBC, 일본 NHK, 중국 대표 포털인 신랑망 등은 국회에서의 탄핵안 처리 과정을 생중계로 전하기도 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한국의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한국 국민이 민주주의 원칙의 정신에 따라 차분하고 책임 있게 평화적으로 행동한 것을 주목한다”면서 “미국은 앞으로도 계속 한국의 변함없는 동맹이자 친구”라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트뤼도 국무부 공보국장은 관련 질문에 대해 “이는 한국 국민의 내부 문제이고 한국 정부와 우리의 관계는 강하고 깊고 견고하다”고 말했다. 트뤼도 국장은 이번 사안이 북한 문제와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는 탄핵소추안이 가결 처리된 직후 긴급 비공개 대책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 총리도 실시간으로 관련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탄핵 가결이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 “일본에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막 탄핵안이 가결된 만큼 어떤 상황이 될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북한 문제 등 외교·안보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현시점에서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본다”고 설명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서는 탄핵과 무관하게 합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의장국으로서 조정하고 있던 한·중·일 3개국 정상 회의 연내 개최를 보류할 방향으로 최종 조정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이를 중국과 한국에 통보하기로 했다고 NHK가 전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일정을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NHK는 덧붙였다. 중국의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의 이웃으로서 한국의 정국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다만, 탄핵은 한국 내정이고 중국 정부의 일관된 원칙은 다른 나라의 내정을 간섭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빨리 안정을 찾아 한·중 관계가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탄핵안 가결 처리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문제와 관련해 “사드 문제에 있어서 중국 입장은 일관되며 우리는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AP, AFP 등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탄핵안 가결을 긴급 뉴스로 전했다. ‘이웃 나라’ 상황에 대해 일본과 중국, 홍콩 언론들도 생방송으로 탄핵소추안 가결 처리 상황을 생중계하면서 자세히 보도했다. 앞으로의 한국 정세와 대통령 직무정지, 관련 법에 따른 향후 절차, 물망에 오르는 향후 대선 주자 등에 대해 상세하게 전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었던 박 대통령은 역대 최저의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 최다 인파가 몰려 퇴진을 요구한 대통령, 최초로 탄핵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미르재단 보도’ 5개월 만에 잃어버린 대통령직

    ‘미르재단 보도’ 5개월 만에 잃어버린 대통령직

    타오른 촛불 민심에 국회도 탄핵안 주도 ‘선거를 통해 선출된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의 뜻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는 의혹은 올해 7월과 9월 ‘미르·K스포츠 재단’ 보도로 불거졌다. 지난해 10월 설립된 미르재단이 두 달 만에 500억원에 가까운 기금을 마련하는 데 안종범(57·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개입한 정황과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단골 마사지 센터장으로, 사실상 재단 구성과 인선 등을 비선실세가 주도한 것이라는 의혹 등이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이후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의 특혜입학 정황이 드러나며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까지 사임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박 대통령이 ‘개헌론’을 꺼내든 10월 24일 저녁, JTBC는 ‘최씨가 청와대로부터 극비자료를 전달받은 태블릿PC가 발견됐다’는 보도를 내보내며 비선실세 의혹에 ‘확신’이 더해졌다. 다음날 박 대통령이 “대선 때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며 시인하자 민심이 요동쳤다. 그동안 청와대가 부인했던 ‘비선‘을 공식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특별검사제 카드를 꺼내고,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토요일인 29일엔 ‘퇴진’을 요구하는 1차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검찰 수사도 급물살을 탔다. 30일 독일로 도피했던 대통령의 40년 지기 최씨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검찰은 안 전 정책수석, 국정 자료를 전달한 의혹을 받는 정호성(47·구속기소) 전 부속비서관을 체포하고 다이어리와 통화 녹취 파일 등 증거를 확보했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차일피일 미루자 국정 지지율은 4~5%대로 떨어졌다. 3차 촛불집회 참석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국회도 특검법을 통과시키고 국정조사를 열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0일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는 민심에 불을 질렀다. 검찰은 최씨의 직권남용 혐의에서 박 대통령을 ‘공동정범’으로 규정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한다고 발표했다. 박 대통령 측이 검찰 조사결과를 부인하자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다. 국회는 대통령 탄핵안 논의에 속도를 냈다. 박 대통령은 29일 3차 대국민 담화에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며 공을 국회로 넘겼다. 그러자 제6차 촛불집회엔 232만명의 시민이 모였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당시를 넘어선 사상 최대 규모였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촛불 민심이 정국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미르재단’ 보도가 처음 나온 지 5개월 만인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7일 진행된 국회 청문회는 비선실세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 계기를 짐작케 했다. 한때 최씨의 측근이었던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는 청문회에서 “(최씨의 딸) 강아지를 잠깐 맡아 달라고 하면서 싸우게 됐다”며 최씨와 멀어지게 된, 그리고 이로 인해 최씨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주요 대선주자들 반응

    문재인 “박 대통령 모든 것 내려놓고 결단 필요” 이재명 “공정·평화·정의의 대한민국 건설해야” 안철수 “경제 분야 여·야·정 협의체 구성해야” “위대한 국민의 승리이자 민주주의의 새 역사를 쓴 기점이다.” 여야 차기 잠룡들은 9일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국정 공백과 국민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국민의 힘으로 능선 하나를 넘었고, 역사가 그 노력을 장엄하게 기록할 것”이라며 “국가 리더십의 부재를 하루빨리 끝내야 하는 만큼 박 대통령이 모든 걸 내려놓고 국민과 국회의 뜻을 받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탄핵 정국’에서 강력한 대선후보로 떠오른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도 페이스북에서 “박 대통령 탄핵은 단지 ‘범죄자 박근혜’에 대한 탄핵만이 아니다. 몸통인 새누리당에 대한 탄핵이며, 뿌리인 재벌체제에 대한 탄핵”이라고 규정했다. 이 시장은 이어 “공정하고 평화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정수습이 중요하고, 우선 경제분야 여·야·정 협의체 또는 국회·정부 협의체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외교, 그리고 국방 안보 분야의 컨트롤타워를 세우도록 국회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며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에 이어 2016년 12월 9일 ‘국민명예혁명’이라는 빛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민과 국회의 뜻이 확인된 만큼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입장문을 내고 “오늘은 국민이 승리한 명예혁명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국민이 탄핵한 것은 헌법을 짓밟은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20세기의 낡은 정치를 통째로 탄핵했다. 권위주의적 통치 체제를 탄핵했고, 부패한 정경 유착을 탄핵했으며, 불의한 정치검찰을 탄핵했다”고 평가했다. 안 지사는 “정치와 재벌, 검찰을 개혁하고 새 시대의 안보 외교, 경제발전 전략, 사회 안전망을 재설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옛 친정’ 새누리당에 정면으로 칼을 겨눴다. 남 지사는 트위터에서 “새누리당 해체에서 시작하자. 새누리당은 공당이 아닌 사당이기 때문”이라며 “서청원 의원으로 대표되는 ‘진박’들은 정계에서 은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정 농단의 공범인 ‘진박’ 한 명 한 명을 국민이 분명히 기억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남 지사는 “국민이 거꾸로 가던 민주주의 역사의 시계 바늘을 멈춰 세웠다. 위대한 국민의 승리이자 민주주의와 법치의 승리”라고 치켜세웠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오늘의 결과는 새누리당을 국민이 탄핵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발전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생산적 경쟁을 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새누리당은 오늘 죽음으로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 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탄핵 가결 후 “가장 고통스러운 표결”이라며 “헌법 질서에서 정치혁명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불의한 권력에 맞선 촛불혁명은 민주주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한배 탔던 야권 대선·정국수습 주도권 다툼 ‘점화’

    한배 탔던 야권 대선·정국수습 주도권 다툼 ‘점화’

    ‘文 대세론’에 후발주자 견제 빨라질 듯… 국민의당은 안철수 중심 정국 주도 모색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그동안 한배를 탔던 야권 내부의 권력지형도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화되는 가운데, 대권 주자 간 정국 수습책 및 경선 룰(규칙) 등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론’이 다시 부각된다면 야권 내부의 정계개편 시도나 주도권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탄핵안 통과를 계기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친문(친문재인)계는 일단 ‘불확실성’을 덜어냈다. 지난주부터 국회 앞에서 독자적인 촛불집회를 이어 가며 국회를 압박했던 문 전 대표는 ‘탄핵 정국’ 이후에도 각종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문 전 대표를 제외한 후발 주자들은 본격적으로 ‘문재인 대세론’을 견제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표적이다. 이 시장을 비롯한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등도 아직까지는 문 전 대표와의 ‘협력적 경쟁관계’을 표방하고 있지만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또 당내 비주류 의원들이 ‘비문(非文)’ 전선을 구축하면 ‘문재인 대 비문’ 구도가 형성된다. ‘대선 스케줄’이 앞당겨진 만큼 각자 이해관계가 다른 잠룡들 간 신경전도 조기에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야권 내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다툼이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선두를 달리는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을 필두로 한 추격자들 간 권력 투쟁이 치열해지는 복잡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 전 대표가 조기 대선을 의미하는 ‘탄핵 후 즉각 사퇴론’을 주장하자, 새누리당뿐 아니라 김종인·박영선 의원 등 당내 비주류 진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탄핵 정국’에서 존재감을 나타냈던 국민의당은 당내 유력 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정국 주도권 잡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 전 대표가 “부패 세력인 새누리당과의 연대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은 비박(비박근혜)계와의 연대 가능성을 닫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탄핵 공조’가 ‘대선 공조’로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최 교수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박 대통령 퇴진을 향해서는 협력을, 대선을 향해서는 경쟁을 펼치는 투트랙의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탄핵 이끈 촛불 “즉각 퇴진”… 오늘도 靑 향한다

    탄핵 이끈 촛불 “즉각 퇴진”… 오늘도 靑 향한다

    “644만명 6주간 주말마다 모인 성과” “개표 결과 1·234·56·7… 역사 외우기 쉬울 것” “와~ 탄핵 찬성 많이 나왔다”, “매주 열린 촛불집회를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 국회앞 9일 오후 4시 10분쯤 정세균 국회의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발표하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박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하던 시민들은 예상보다 찬성표가 많이 나왔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총 644만명의 국민이 지난 6주간 주말마다 모여 열었던 촛불집회의 성과라는 평가가 많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단 시점까지 국민의 뜻을 지속적으로 전달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박 대통령 사저 인근의 주민들은 간혹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1000여명의 시민이 모였고, 오후가 되자 1만여명으로 늘었다. 김원호(55)씨는 “그간 촛불집회에 한 번도 안 나왔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 휴가를 내고 나왔다”며 “앞으로 헌재나 국회가 잘못한다면 집회에 나오겠다. 탄핵 가결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울컥하고 우리 국민들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머리에 먹물을 뿌린 뒤 ‘대통령 탄핵하라’ 글씨를 쓰는 예술인, 만장을 들고 “탄핵”을 외친 시민도 있었다.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탄핵 반대’라고 적힌 손피켓을 든 보수단체 회원 수십명도 시위를 벌였으나 양측 간에 충돌은 없었다. # 서울역 기차를 기다리며 TV로 탄핵 가결 순간을 지켜본 대학생 신영윤(25)씨는 “비박(비박근혜)과 친박이 막판에 똘똘 뭉쳐서 부결시킬 것 같아 불안했는데 이제 안심”이라며 “내일 대전 촛불집회에는 축제를 즐기는 심정으로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손상훈(31)씨는 “사필귀정이고 인과응보이며 탄핵 가결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촛불을 든 국민들이 이뤄낸 것”이라고 평했다. 김창순(65)씨는 “오늘은 국민이, 민주주의가, 정의가 승리한 기념일로 대한민국을 다잡는 데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는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정원(72)씨는 “앞으로 헌재 결정이 남았는데, 박 대통령의 공과가 있지만 국가 안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며 “북한이라는 적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삼성동 박 대통령 사저 주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대통령 사저 근처 주민들은 안타까운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TV를 통해 탄핵안 가결을 보던 세탁소 주인 이모(60·여)씨는 “동네 주민으로 인간적인 안타까움이 있지만 잘못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며 “하루 빨리 비정상인 현 시국이 정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저 근처에서 만난 회사원 성모(31)씨는 “이번 박 대통령의 탄핵이 끝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어둠을 몰아내고 거짓을 바로잡는 분수령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 사회 각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에는 여러 패러디물이 나왔다. 불참 1명, 찬성 234명, 부결 56명, 무효 7명을 두고 ‘1234567’이어서 후손들이 역사를 외우기 쉬울 거라고 했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손에 장을 지지는 취지의 패러디 사진도 여러 버전으로 쏟아졌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직 당선 사진도 있었다. 시민단체, 종교·문화계 단체들은 잇따라 입장문을 발표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며 국민의 힘으로 끌어낸 역사적 결과물”이라며 “헌재는 역사적 책임을 지고 국가와 국민의 안녕을 위한 결정에 임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비상시국대책회의는 “국민의 승리, 민의의 승리, 촛불의 승리를 선언한다”면서 “박 대통령의 퇴진이 새로운 민주사회, 국민주권사회로의 출발점이 되도록 온 사회구성원이 함께 노력할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박 대통령이 즉각 퇴진을 거부할 경우 헌재는 헌재소장의 임기 만료 전에 탄핵 결정을 내리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서울연극협회는 “전 국민의 승리로서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길이 기록될 역사의 큰 전환점”이라며 “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문화예술계를 향해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파행에 대해 핵심 역할을 한 문화체육관광부의 환골탈태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탄핵, 끝이 아닌 시작… 헌재 심판일까지 지속”

    “탄핵, 끝이 아닌 시작… 헌재 심판일까지 지속”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를 이끈 건 ‘촛불’의 힘이었다. 지난 3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 등 전국에서 펼쳐진 6차례의 촛불집회를 이끈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9일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을 환영하면서도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퇴진행동은 박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촛불집회를 평일과 주말에 계속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박 대통령의 직무정지 조치로 향후 촛불집회의 규모가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집회 자체는 헌법재판소 선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퇴진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탄핵소추안 가결은 박근혜 정권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전국 방방곡곡의 광장에 나선 국민 촛불의 위대한 힘이 이룬 소중한 성과”라며 “탄핵 가결은 끝이 아닌 시작으로 축배를 들기에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돼도 즉각 퇴진 의사가 없음을 이미 밝혔으며 이는 국민과의 대결을 계속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촛불민심은 여전히 ‘즉각 퇴진’에 있다”고 주장했다. 퇴진행동은 “향후 박 대통령 즉각 퇴진과 적폐 청산의 촛불을 더욱 확산시키겠다”고 덧붙였다. 또 10일 7차 촛불집회를 ‘박근혜 정권 끝장내는 날’로 정했다. 9일 퇴진행동이 주최한 평일 촛불집회에는 평소보다 많은 시민 3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오후 7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물러나Show’라는 제목으로 공연이 열렸고, 오후 8시부터 청와대 200m 앞에 있는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했다. 집회에 나온 김원일(57)씨는 “직장이 여의도인데 탄핵 가결 뉴스를 보고 기분이 좋아 퇴근하고 광화문에 왔다”며 “여러 번 촛불집회에 나온 보람이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오준(40·여)씨는 “한번도 빼놓지 않고 촛불집회에 나왔다”며 “헌법재판소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거다. 촛불은 끝까지 타오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퇴진행동은 향후 촛불이 국회나 헌법재판소 앞에서 타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정수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퇴진 시점까지 촛불집회는 평일에도 주말에도 계속 열릴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도 국민의 명령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향후 상대적으로 촛불집회에 모이는 사람들의 규모 자체는 줄겠지만 기본적으로 헌재에서 결정이 날 때까지 국정 농단에 대한 항의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망연자실 박사모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보수단체들은 격하게 반발했다. 정광용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는 탄핵안 개표 결과가 나온 직후 국회 인근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선동 탄핵·왜곡 탄핵을 납득할 수 없다”며 “10일 오전 11시 광화문광장에 모여 탄핵 무효화를 요구하는 총궐기를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박사모 등 보수단체 회원 50여명은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진상 규명 없는 탄핵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대통령 탄핵은 보수우파에 대한 탄핵이며 촛불 광풍과 야당의 압박으로 시작된 탄핵은 반드시 국회에서 부결돼야 한다”며 오후 2시부터 국회 앞에서 집회를 이어갔지만 오후 4시 10분쯤 탄핵 가결 결과가 나오자 곧 탄식했다. 월드피스자유연합도 이어 성명을 발표하고 “황교안 국무총리는 권한을 위임받는 즉시 비상계엄령을 발동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안재철 대표는 “헌법재판소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을 기다리겠다”며 “즉각 퇴진 요구에 대통령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월드피스자유연합 회원 1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원표공원 앞에 모여 ‘대통령님 힘내세요’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까지 행진했고,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인 오후 4시 30분부터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통령 지지 집회를 열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새누리 의원 128명 중 최소 62명 찬성… 친박도 20여명

    새누리 의원 128명 중 최소 62명 찬성… 친박도 20여명

    “탄핵은 국정 혼란” 최경환 불참… 가·부 동시 표기, 백지 등 무효 7표 촛불민심이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반영됐다.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299명(새누리당 최경환 의원 불참)이 투표에 참여해 234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새누리당 의원 128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최소 62명이 탄핵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찬성표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탄핵안 가결 정족수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2인 200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21명, 국민의당 38명, 정의당 6명, 무소속 7명 등 야권 성향 의원 수가 172명이기 때문에 가결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최소 28명의 표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216명 찬성’ 전망이 나돌았다. 야권 성향 의원 수를 제외하면 새누리당 의원 44명이다.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주류(비박근혜계)의 비상시국회의에는 김무성·심재철·정병국·강길부·김재경·나경원·유승민·이군현·주호영·강석호·권성동·김성태·김세연·김영우·김학용·여상규·이종구·이학재·홍문표·홍일표·황영철·박인숙·오신환·유의동·장제원·정양석·정용기·하태경·박성중·송석준·윤한홍·정운천·김현아 의원 등 모두 33명이 참석했다. 지난 7일 ‘박근혜 퇴진 서울대 동문 비상시국행동’에 따르면 33명을 포함해 김종석·이혜훈·이은재·이진복·이현재·김기선·이철규·경대수·김규환·김성태(비례) 의원 등 모두 10명이 탄핵에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친박인 비례대표 신보라 의원은 페이스북에 탄핵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44명을 넘어 더 많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탄핵을 찬성했다는 것은 친박계 의원들도 상당수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최대 20여명에 가까운 친박계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6차례 촛불집회로 확인된 박 대통령 탄핵을 바라는 민심, 지난 6·7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위법 행위, 새누리당 정당 지지율 3위 추락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따져봤을 때 친박계 의원들이 끝까지 탄핵을 반대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또 친박 의원들의 의원실과 지역사무소, 개인 휴대전화로 탄핵 찬성을 압박하는 등 촛불이 여의도로 향한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 중의 친박으로 꼽히는 최경환 의원은 표결에 불참한 이유에 대해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해 왔다”면서 “탄핵 표결은 가로 결론이 나든 부로 결론이 나든 극심한 국정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무효표 7표는 한글이나 한자로 가(可) 혹은 부(否)로 표기하는 방법을 몰라 실수했다기보다는 일부러 무효표를 만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감표위원으로 참여한 새누리당 정태옥 의원은 “‘가·부’를 동시에 적은 표, ‘가’를 쓰고 동그라미나 점을 찍은 표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백지로 내 무효 처리된 표가 2표였다”고 설명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역사적 비극”… 野의원 대부분 박수 없이 차분

    “역사적 비극”… 野의원 대부분 박수 없이 차분

    野 일부 번쩍 손들고 눈물 글썽이기도 친박 대부분 투표 마친 뒤 바로 퇴장 ‘방청’ 세월호 유가족 “촛불 민심 만세” 9일 오후 4시 10분. 정세균 국회의장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투표 결과가 적힌 쪽지를 받아 들자 국회 본회의장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정 의장의 입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청석에서는 박수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본회의장 방청석에 앉아 표결을 지켜본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일어나서 “촛불 민심 만세, 만세, 만세”를 외쳤다.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색의 점퍼를 맞춰 입고 온 유가족들이 304명 피해자의 얼굴이 담긴 노란 천을 펼치자 국회 경위들이 제지했다. 일부 유가족은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방청석 여기저기서 “박근혜는 퇴진하라”, “새누리당은 공범이다”, “다음 차례는 새누리당이다”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반면 의원들이 착석한 본회의장 내에서는 여전히 정적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대부분의 야당 의원은 얼굴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소리를 지르거나 박수를 치지 않았다. 본회의 표결 전 각 당 지도부 차원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결과적으로 역사적 비극인 만큼 악수도 포옹도 하지 마라’는 등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야당 의원만 탄핵안 가결이 발표되는 순간 두 팔을 하늘로 번쩍 들어 올리거나 눈물을 글썽였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대부분은 탄핵안에 대한 투표를 마치고서는 본회의장을 빠져나가 친박 의원들이 주로 앉은 가운데 줄 좌석 중 상당수가 비어 있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투표를 하고 본회의장을 빠져나오자 한 시민은 “1번 부역자, 소감이 어떠세요”라고 소리를 지르다가 제지를 당했다.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이정현 대표는 눈을 감은 채 투표 결과를 기다리다가 발표를 듣고 침통한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갔다. 본회의장에 남아 있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씁쓸함 등이 뒤섞인 얼굴로 말없이 자리를 떠났다. 이날 국회가 박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짓는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기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10분이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3시 본회의장에 들어와 곧바로 박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개의했고 회의는 차분함과 침통함 속에 속전속결로 끝났다. 민주당에서는 추미애 대표가, 국민의당에서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각각 ‘1번’으로 투표를 했다. 새누리당에서는 탄핵안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김진태 의원이 가장 먼저 투표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12·9 심판… 대한국민의 날

    12·9 심판… 대한국민의 날

    헌재, 탄핵심판 주심에 강일원 지정 최재경 사표 수리… 후임에 조대환 이르면 내년 초 대선… 격랑속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를 통과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에서 비롯된 치욕의 역사라는 오명과 분노한 민초들에 의한 촛불의 역사라는 자긍으로 동시에 기록되게 됐다. 임기를 1년 2개월여 남겨둔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부터 직무가 정지됐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헌정 사상 두 번째이자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12년 만이다. ‘탄핵 정국’에 마침표를 찍은 여야 정치권은 ‘조기 대선 정국’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향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합헌 판결을 전제로, 심리 기간과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 여부에 따라 차기 대선은 이르면 내년 3~4월, 늦어도 7~8월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안은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00명 중 299명이 무기명 투표에 참여해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가결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무소속 의원 172명과 새누리당 비주류가 만든 ‘합작품’이다. 표결 불참자는 새누리당 주류 핵심인 최경환 의원이 유일했다. 본회의 개의부터 탄핵안 가결까지는 1시간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가결 직후 탄핵안 의결서 정본은 헌재에 제출됐다. 헌재는 이날 저녁 긴급 재판관 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 탄핵심판안을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하는 한편 강일원 재판관을 주심으로 지정했다. 헌재는 또 박 대통령에게 오는 16일까지 탄핵소추안에 대한 의견서를 보내 줄 것을 통보했다. 국회로부터 탄핵안 사본을 전달받은 박 대통령의 권한은 이날 오후 7시 3분에 공식 정지됐다. 헌재는 최장 180일간 심리를 할 수 있어 늦어도 내년 6월까지는 탄핵 여부를 결정한다. 국정 공백 장기화에 대한 부담과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해 헌재가 심리를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헌재 심리의 초점은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맡을 수 없을 정도의 불법적·위헌적 행위를 했는지 여부다. 탄핵안이 최종 확정되려면 재판관 9인 중 6인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각각 내년 1월과 3월 끝나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여당 대표로서 정말 죄송하고 용서를 구한다”면서 “전적으로 제 책임이고 제가 당연히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민이 승리한 날”이라면서 “헌재가 조속히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촛불 민심은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한다”면서 “황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탄핵 파고를 넘은 정치권은 또 다른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여야는 박 대통령의 즉각 하야, 황 권한대행 체제 인정 여부 등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야권은 이날 정국 수습을 위한 12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다. 민주당 추 대표는 국정 공백 보완을 위한 ‘국회·정부 정책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황 권한대행 체제를 일단 인정하면서도 여론의 추이를 살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소속 의원(128명)들이 탄핵 반대(56표)보다 찬성(62표)에 더 많은 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된 이상 탄핵 저지를 주장해 온 이 대표 체제의 와해가 예상된다. 주류의 ‘탄핵 주도 비주류 축출론’과 비주류의 ‘핵심 주류 인적 청산론’이 정면충돌할 경우 분당 사태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박 대통령은 사의를 표명해 온 최재경 민정수석의 사표를 이날 수리하고 후임에 새누리당 추천 몫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조대환 변호사를 임명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朴대통령 “헌재 결정까지 국정공백 최소화해 달라”

    朴대통령 “헌재 결정까지 국정공백 최소화해 달라”

    박근혜 대통령은 9일 자신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 “국회와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으며 지금의 혼란이 잘 마무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탄핵안 가결 직후 청와대에서 가진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앞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특검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야당의 즉각 퇴진 요구를 일축하며 법대로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각 부처 장관들은 헌재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비상한 각오로 합심해 국정 공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朴탄핵 가결 첫 주말 집회도 靑 100m앞까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뒤 처음 열리는 주말 집회가 이전과 마찬가지로 청와대 100m 앞에서도 이뤄지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호제훈)는 9일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 경찰의 집회금지 통고에 반발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10일 집회와 행진은 청와대에서 100m지점씩 떨어진 효자치안센터와 자하문로16길 21 앞, 삼청로 방향 126 맨션까지 오후 5시 30분을 시한으로 허용된다. 다만, 법원은 이번에도 효자동 삼거리(청와대 분수대 부근) 지점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가 규정한 ‘대통령 관저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집회 및 행진을 허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난 수 차례의 집회와 행진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평화로운 집회와 행진이 가능함을 증명했다”며 경찰의 전면 금지 통고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집회와 행진으로 야기될 수 있는 다소간의 교통 불편은 주권자인 국민에게 헌법상 부여된 집회·시위 자유를 보장함에 따라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이를 수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구간의 행진을 일몰 전으로 제한한 것에 대해선 ”다수의 참가자가 운집할 가능성이 커 안전사고가 우발적으로 발생할 개연성이 적지 않고, 야간엔 질서 유지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견된다”고 설명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박근혜 탄핵 가결] 10일 집회, 靑 100m 앞서 진행

    [박근혜 탄핵 가결] 10일 집회, 靑 100m 앞서 진행

    10일 주말집회도 지난 주말처럼 청와대 100m 앞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호제훈)는 9일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경찰의 집회금지 통고에 반발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10일 집회와 행진은 청와대에서 각 100m 지점씩 떨어진 효자 치안센터와 자하문로16길 21 앞, 삼청로 방향의 ‘126 맨션’에서 오후 5시 30분까지 허용된다. 다만, 법원은 이번에도 역시 효자동 삼거리(청와대 분수대 부근) 지점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가 규정한 ‘대통령 관저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집회와 행진을 허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의 조건부 또는 전면 금지 통고에 대해 “지난 수차례의 집회와 행진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평화로운 집회와 행진이 가능함을 증명했다”며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구간의 행진을 일몰 전으로 제한한 것에 대해선 “다수의 참가자가 운집할 가능성이 커 안전사고가 우발적으로 발생할 개연성이 적지 않고, 야간엔 질서 유지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견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퇴진행동은 10일 집회에서 자하문로·삼청로에선 청와대 100m 앞까지, 효자로에선 청와대 분수대 앞까지 행진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자하문로와 삼청로 행진 코스의 최북단은 이달 3일 법원이 허용한 지점이다. 그러나 경찰은 교통소통을 이유로 내자동 로터리(경복궁역 사거리)와 동십자각 로터리까지만 행진을 허용하고 율곡로 이북의 행진·집회는 불허했다. 효자동 삼거리를 지나는 행진 코스는 아예 전 구간을 금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탄핵안 가결” 에 박수·탄성…세월호 유족 “국민은 위대”

    “탄핵안 가결” 에 박수·탄성…세월호 유족 “국민은 위대”

    9일 오후 4시 10분. 정세균 국회의장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투표 결과가 적힌 쪽지를 받아들자 국회 본회의장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정 의장의 입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청석에서는 박수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본회의장 방청석에 앉아 표결을 지켜본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일어나서 “촛불민심 만세, 만세, 만세”를 외쳤다.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색의 점퍼를 맞춰 입고온 유가족들이 304명 피해자들의 얼굴이 담긴 노란천을 펼치자 국회 경위들이 제지를 당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방청객 여기 저기서 “박근혜는 퇴진하라”, “새누리당은 공범이다”, “다음 차례는 새누리당이다”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탄핵안 가결이 발표되는 순간 두 팔을 하늘로 번쩍 들어올리기도 했다. 몇몇 의원들은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대부분의 야당 의원들은 얼굴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소리를 지르거나 박수를 치지 않았다. 본회의 표결 전 각 당 지도부 차원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결과적으로 역사적 비극인만큼 악수도 포옹도 하지마라’는 등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 대부분은 탄핵안에 대한 투표를 마치고서는 본회의장을 빠져나가 친박 의원들이 주로 앉은 가운데 줄 좌석은 대부분 비어있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투표를 하고 본회의장을 빠져나오자 한 시민은 “1번 부역자, 소감이 어떠세요”라고 소리를 지르다가 제지를 당했다. 본회의장에 남아 있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씁쓸함 등이 뒤섞인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인 유경근씨는 이날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 진짜 시작이다”라면서 “박 대통령을 탄핵하면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이 10년, 20년은 앞당겨진 것 같다. 국민의 힘이 이렇게 위대한 것이었다”며 울먹였다. 이날 국회가 박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짓는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기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10분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3시 본회의장에 들어와 곧바로 박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개의해 차분함과 침통함 속전속결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추미애 대표가, 국민의당에서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각각 ‘1번’으로 투표를 했다. 새누리당에서는 탄핵안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김진태 의원이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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