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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블로그] 촛불에 권력의 탈을 씌우지 마라

    “촛불에 권력의 탈을 씌우지 마세요.” 12일 정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와글’이 촛불 민심을 대변할 시민 대표단을 꾸리자고 ‘온라인 시민의회’ 사이트에 제안하자 대부분의 시민은 ‘촛불의 정치 세력화’를 우려하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진순 와글 대표는 지난 6일 홈페이지에 “시민의 위대한 힘을 제도화해야 한다. 촛불광장의 민의를 대변할 시민대표를 선출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시민대표 후보 중에 선정된 인사들로 시민의회 대표단을 구성하자는 거였죠. 그러나 시민들은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도 없는 인기투표식 대표 선출로 대표성이 확보될 수 없다”, “국회의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고 정치 커뮤니티도 지천으로 널렸는데 시민의회가 왜 필요한가”라고 되물었습니다. 결국 지난 10일 와글은 “미숙한 운영으로 걱정을 끼쳐 깊이 사과드린다”는 입장문을 게재하고 제안을 거둬들였습니다.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다음날 열린 지난 10일 촛불집회에서 만난 시민들은 무엇보다 ‘권력의 탈을 쓴 촛불’ 혹은 ‘누군가에 의해 주도되는 촛불’을 경계했습니다. 한 시민은 “여당이나 야당이나 촛불집회를 이용해 대선을 유리한 국면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아예 안 하는 게 좋다. 시민단체들도 시민들의 순수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에 충실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그간 폭넓은 공감을 얻은 촛불집회가 영속성을 갖는 방법을 찾기 위한 논의가 많았습니다. 언뜻 기존의 사회 논리로 보면 집회가 큰 공감과 영속성을 동시에 얻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특별한 세력의 리더십이 집회를 이끌면 시민의 공감이 줄어들고, 리더십이 없으면 집회가 한순간에 흩어질 수 있죠. 그런데 시민들은 이런 이분법적인 기존 논리를 거부합니다. 직장인 김윤성(32)씨는 “헌법재판소가 잘못하면 헌재 앞으로, 특검이 잘못하면 특검 사무실 앞으로 촛불을 들고 나가면 된다”고 했습니다. 가장 무서운 감시자 역할을 통해 사회가 정직하게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순수한 촛불집회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고, 사라진 듯하지만 언제나 모일 수 있는 영속성을 부여한 거죠. 물론 이런 생각은 온라인과 SNS가 있어 가능할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새로운 모습을 ‘시민정치’라고 불렀습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어떻게 시민정치를 할 것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749만명이 참석한 촛불집회로 올바른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의지는 충분히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시민의 말, 권력자들은 새겨들어야겠습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위기의 대한민국 탈출구 찾아라] “野, 촛불 민심 보고 착각 땐 역풍…여·야·정 힘 합쳐야”

    [위기의 대한민국 탈출구 찾아라] “野, 촛불 민심 보고 착각 땐 역풍…여·야·정 힘 합쳐야”

    야권 원로들의 주문 임채정 “정국 안정에 힘써야” 유인태 “야당이 마음 비워야” 문희상 “野 오만한 모습 안 돼” 김원기 “국민의 뜻만 받들라” 야권 원로들은 1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후 정국 수습을 위해 자신의 ‘친정’인 야권을 향해 겸손한 자세로 협치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 민심이 야권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착각했다가는 역풍에 휩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정국이 최소한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제는 경제나 안보 문제 등 우리 국내 상황이 매우 위중한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여·야·정이 힘을 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임 전 의장은 “대통령과 함께 내각도 탄핵을 당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낮은 자세로 국정을 수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야권도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인태 전 의원도 “이번에 광장에 모였던 사람들의 뜻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가 되길 바라는 것이고 그것이 분노로 표출된 것”이라면서 “시민들의 뜻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 것인가는 여야가 협치를 통해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특히 “이번 탄핵정국은 촛불이 만들어준 상황인데 야당이 전리품에만 너무 욕심을 내다 보면 화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야당이 마음을 비우고 우리 사회에서 무엇부터 고쳐야 할 것인지 서로 지혜를 모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6선의 민주당 문희상 의원도 “야권이 정권을 잡은 양 오만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그러면 오히려 역풍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의원은 “겸허하고 겸손한 자세로 촛불 민심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수렴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정권교체까지는 공백이 있을 수밖에 없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사회적 갈등에 놓인 이슈들에 대해서 무리하지 않게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들도 임명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사실상 탄핵을 받은 것이지만 야당이 인사나 임명 자체에만 매달린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통과는 우리 사회를 역사의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끌고 가는 세력이 퇴장하도록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면서 “국민의 뜻을 받드는 자세로 가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野 “뒤집어” 與 “지켜라”…박근혜표 정책 놓고 충돌

    野 “뒤집어” 與 “지켜라”…박근혜표 정책 놓고 충돌

    野 “朴 탄핵은 정책도 탄핵” 국정교과서·사드 등 중단 요구 與 “국정 혼란 최소화해야” 시동 건 정책들 계속 추진 의사이달 임시국회 ‘협치의 場’ 촉각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은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박 대통령이 탄핵까지 이르게 된 민심의 거센 비판에는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여러 정책에 대한 비판도 담겼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야당의 이 같은 방침에 부정적 입장이어서 1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의 협치 노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야당은 특히 국정교과서, 한·일 위안부 합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여론의 비판과 논란을 불렀던 정책들을 이번 기회에 수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심 이반으로 인한 국정 혼란을 막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문제를 받아들이면서도 여소야대 상황을 충분히 활용하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지난 9일 탄핵안 가결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국정교과서와 위안부 협상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11일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다는 것은 이 정부가 추진해 왔던 정책도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도 “박근혜표 정책 재검토가 촛불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국정교과서 추진은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드 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 외교적 현안에 대해서도 사실상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 정부에서 보다 신중하게 논의해 보자는 것이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야·정 협의체에서 국정교과서를 폐기하고 사드 배치 문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다음 정부에서 국민의 총의를 모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사드 배치와 관련해 “모든 걸 법적 절차로 논의해 봐야 되고 그러려면 내년 5월 전 배치는 무리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운용 방향도 문제시하고 있다. 민주당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미국 금리 인상이 코앞에 있는 데다 매년 연말이면 내년도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하는 게 관례였는데 현재 아무런 논의가 없는 게 문제”라고 경제 현안 등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탄핵 정국 이후 국정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야당의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보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일단 시동을 건 정책들은 계획대로 원만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원 대변인은 “국회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국정을 수습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여야는 협치를 넘어 합치의 자세로 정부와 함께 국정을 다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새누리당이 오는 16일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한 만큼 야당의 요구에 대한 협의가 이뤄질지는 유동적이다. 특히 국정교과서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어 야당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날 사의를 표명한 정진석 원내대표도 지난달 28일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 직후 “새누리당은 정부와 국정교과서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한 적이 없다”며 “원점에서부터 다시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탄핵 심사 중…징계 늦춰달라” 요청한 朴대통령

    “탄핵 심사 중…징계 늦춰달라” 요청한 朴대통령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는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와 관련, 박근혜(얼굴) 대통령에 대한 당원으로서의 징계 방침을 확정했다. 이진곤 윤리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제출한 소명서를 중심으로 징계 수위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명의로 당 윤리위에 소명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소명서에서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판 절차와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징계안에 대한 심사와 결과 발표를 늦춰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리위 관계자도 “대통령이 이미 탄핵당한 상황에서 징계안 심사를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여러 상황을 감안해 오는 20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비주류로 구성된 비상시국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소속 의원 29명과 원외 당협위원장 7명 등 36명의 서명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다. 징계 수위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4단계로 돼 있으며, 탈당 권유 조치를 받은 뒤 10일 이내에 탈당하지 않으면 즉시 제명된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정진석 사의 “대통령 탄핵에 책임”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12일 사의를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데 대해 집권 여당 원내대표로서 책임지는 게 온당하다고 생각해 국민 여러분 앞에 서게 됐다”면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작은 정을 끊고 국가적 대의를 따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원내지도부 공백 상태를 방지하기 위해 7일 이내 치러지는 새 원내대표 선거까지는 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도 정 원내대표와 함께 물러나기로 했다. 당은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오는 16일 치르기로 했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주류 지도부는 차기 비상대책위원장 인선과 함께 다음주 물러날 전망이다.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 인선을 놓고 주류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 비박계 간의 한판 세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박지원 “조대환 수석 임명? 대통령 끝까지 인사 실패하고 떠났다”

    박지원 “조대환 수석 임명? 대통령 끝까지 인사 실패하고 떠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로 인한 직무정지 전에 조대환 법무법인 하우림 대표변호사를 새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이에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인사를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고 떠난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이번에 박 대통령이 탄핵으로 청와대에서 칩거하는 순간까지도 오락가락하는 조 민정수석을 임명한 것을 보면서 역시 박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인사를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고 떠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새 민정수석에 내정된 조 변호사는 2014년 12월 11일 여당 몫 특조위원 5명 안에 포함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을 맡으면서 세월호 특조위 해체와 이석태 특조위원장의 사퇴 등을 촉구하며 특조위의 무력화를 계속 시도했던 인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조 신임 수석은 특조위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7월 23일 사퇴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모두발언을 통해 전날 박 대통령의 혐의를 추가로 밝힌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검찰 수사가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을 정도로 끝이 났다. 이제 특검에서 모든 것을 이어받을 차례”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 대통령과 공모해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면서 박 대통령에게 조 전 수석의 강요미수 공범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박 대통령을 철저하게 대면조사해서 국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박 특검은 ‘법률 미꾸라지’ 김기춘, 수배범 우병우 이 두 사람을 반드시 구속수사해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인한 국정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박 원내대표는 “예고한대로 오늘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논의하겠다”면서 “또한 임시국회가 소집되었기 때문에 황교안 총리(대통령 직무대행) 등을 국회로 출석하게 해서 국정 공백에 대한 국회의 제안과 정부의 대책, 그리고 향후 정치정국의 로드맵에 대해서 의견을 조율하고, 정부의 생각도 들어보겠다”고 발언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오늘의 눈] 탄핵 이후의 광장/이현정 정책뉴스부 기자

    [오늘의 눈] 탄핵 이후의 광장/이현정 정책뉴스부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34표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된 지난 9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시민들은 두 손을 높이 들고 “대한민국 만세”, “우리가 이겼다”고 외치며 얼싸안았다.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탄핵안 표결을 지켜보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부둥켜안았다. 시민의 힘으로 정도(正道)를 벗어난 역사의 물줄기를 틀고, 권력은 민심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재확인한 순간이었다. 촛불은 탄핵이 가결된 다음날에도 광화문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탄핵 이후의 촛불은 탄핵 이전의 촛불과는 달랐다.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만을 요구하지 않았다. 지금의 ‘헬조선’을 만든 낡은 체제와 작별하고 패권적 정치권력과 단절해 지금과는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외쳤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에 만족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은 민심의 최종적인 목표가 아니라 더 나은 내일로 가기 위한 통과의례일지도 모른다. 더는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외침, 상식적이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시민의 요구, 그것이 광장의 촛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 탄핵이 끝이 아니라 시작인 진짜 이유다. 군사독재자의 딸이자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그가 국가원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것은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해 수구기득권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낡은 체제가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급기야 국가의 주요 정책결정 과정과 인사에도 사적 권력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돈도 권력’이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말은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도 나아지는 게 없는 대한민국 갑남을녀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새벽에 나가 밤늦도록 일하며 자녀 뒷바라지에 평생을 바친 부모, 아무리 발버둥쳐도 제자리인 포획당한 청춘이 이런 사회에 울분을 터뜨리며 거리로 나섰다. 촛불이 에워싼 곳은 청와대였지만, 민심이 겨냥한 곳은 부패한 권력, 권력과 유착한 재벌, 기형화한 체제였다. 정치권이 촛불 광장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국면을 대선용으로만 활용하려 들고, 사회·경제 개혁에 머뭇거린다면 국민의 분노가 이번엔 국회를 향할 것이다. 관료 조직도 마찬가지다. “컨트롤타워가 없어진 마당에 뭘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위기 상황에 관료 조직이 제 기능을 못한다면 이는 관료 조직이 가져야 할 자율성과 정책의 보편성을 외면하고 그간 타성에만 젖어 왔다는 것을 자인하는 일이 된다. 복지부동, 무책임, 무능, 부패, 무사안일로는 이 정국에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탄핵 이후 첫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 광장에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고,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다시 수면으로 떠오른 ‘대통령의 7시간’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의미로 구명조끼 304개가 놓였다. 낡은 체제의 종식은 세월호 진상 규명, 즉 과거 청산에서부터 시작된다. 광장의 촛불이 여기서 잦아든다면 우린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잠든 진도 앞 깊은 바다, 인양되지 못한 선체에 영영 갇히게 될 것이다. hjlee@seoul.co.kr
  • [열린세상] 탄핵 가결 후 한국의 외교·안보가 갈 길/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탄핵 가결 후 한국의 외교·안보가 갈 길/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혼돈의 국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악화되는 경제 못지않게 외교·안보의 현재와 미래가 걱정이다. 대통령의 권력은 5년이라는 시간의 제한이 있지만 평화롭고 안전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중단 없이 전진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이 처한 막중한 외교·안보의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미국에 대한 외교를 보자. 한국의 안보를 공동으로 책임지는 미국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로 새로이 바뀐다.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일본의 아베 총리는 만사 제쳐 두고 미국으로 날아갔다. 미·일 동맹의 굳건한 기반을 현지에서 확인하고 귀국하자마자 2조원에 가까운 미국의 새로운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시스템을 사겠다고 선물을 안겨 주었다. 일본의 사드 시스템은 고도 600㎞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이지스함 탑재 SM3 미사일과 대기권 내로 진입할 경우를 대비한 사정거리 15~20㎞의 패트리엇 3 미사일의 2단계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들여오기로 한 신형 패트리엇 3 미사일은 고도 150㎞에서 상대방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어 3단계 방식으로 변하게 된다. 국익을 위해서 가장 먼저 미국의 차기 대통령 트럼프를 만나러 간 일본의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의 안보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국제 정세는 팽팽 돌아가는데 한국은 국정 혼란에 빠져 불안한 미래가 계속되고 있다. 둘째 대중국 외교는 어떤가. 한국은 미국의 요구로 사드 시스템을 배치하기로 되어 있다. 이 결정이 나오자마자 중국은 ‘갑질’을 하기 시작했다. 화장품 산업에서부터 한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계속되고 있는 북한 미사일 발사의 대비책으로 사드 시스템을 배치하겠다는 미국의 주장을 무시할 수 있는가? 미군을 내보내라는 말인가? 북한이 5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을 계속 실험하고 발사하는 동안 6자 회담 의장국으로서 중국은 무엇을 했는가? 서해에서 꽃게를 불법적으로 훔쳐가고 남해를 돌아 동해에서 수백척의 중국 어선이 오징어를 싹쓸이하는 중국은 과연 강대국의 자격이 있는가? 중국에 항의할 것은 하고 설명할 것을 하는 다방면의 대중외교를 펼쳐야 한다. 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화장품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무슨 죄가 있는가? 비열하기 짝이 없는 중국의 작태다. 셋째 국방을 보자. 지난 2년간 중국에 거점을 둔 북한 사이버 해킹 그룹에 의해 중요한 국방정보가 탈취당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는 오래전부터 엄중하게 거론되어 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잊을 만하면 도발하는 북한의 다양한 공격에 국민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목함지뢰 도발, 5차례의 핵실험, 2016년만 해도 10회가 넘는 미사일 발사 등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불안하기만 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변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야기된 국정 혼란은 국회의 탄핵 가결에 이어 헌법재판소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제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차분하게 기다리며 국내외 산적한 문제들을 지혜를 모아 헤쳐 나가야 한다. 세계를 다니다 보면 대한민국의 위상이 어떤지 실감케 된다. 국정은 비록 혼란스럽지만 한국이 그동안 이루어 놓은 경제기적은 우리의 어깨를 으쓱하게 했다. 세계와의 경쟁에서 선두권에 올라선 대한민국의 건설,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 국가기간 산업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할 위정자들의 리더십을 국민은 요구하고 있다. 어떻게 쌓아 올린 대한민국의 위상인데 국내 정치의 혼란 때문에 곤두박질치게 할 수는 없다. 통일을 이루어낸 독일 브란덴부르크 앞을 지나가면 사진을 찍어 주는 독일 사람들이 한국 사람임을 알아보며 ‘강남스타일!’ 하며 말춤을 추며 다가온다.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세계 각국이 한국을 위대한 국가로 바라보고 있다. 무게 중심을 잡고 대한민국호라는 배가 안정되게 항진을 계속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합심할 때이다.
  • 주말·찬성여론이 완충… 탄핵 때와 다른 금융시장

    주말·찬성여론이 완충… 탄핵 때와 다른 금융시장

    정치 이슈 =악재가 일반론이지만 “불확실성 줄어 큰 요동 없을 것”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 후 처음 열리는 12일 주식시장은 별 동요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미국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와는 많이 다를 것이라는 얘기다. 탄핵과 같은 극단적인 정치 이슈는 금융시장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게 일반론이지만 박 대통령은 예외가 될지 주목된다. 탄핵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도 찾을 수 있는 선례가 많지 않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내 첫 탄핵 사례는 2004년 3월 12일의 노 대통령 때다. 당시 노 대통령 탄핵은 오전 11시 55분쯤 가결돼 증시에 곧바로 큰 충격을 줬다. 코스피가 장중 47.88포인트(5.5%)나 폭락했다. 장 후반 들어 낙폭을 다소 만회했지만 그래도 큰 폭(-2.43%)의 하락장을 피하진 못했다. 지수선물도 한때 5% 이상 급락해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됐다. 코스닥은 3.44%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8원이나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2004년과 같은 혼란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말이라는 시간이 완충 역할을 하는 데다 국민의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탄핵이기 때문이다. 갤럽이 지난 6~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찬성은 81%, 반대는 14%로 나타났다. 반면 노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반대가 65%, 찬성이 31%로 양상이 달랐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단 측면에서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며 “정치권이 하루빨리 화합하고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 경제 회복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워터게이트 파문으로 탄핵 직전 하야한 닉슨 전 대통령 사례가 있다. 닉슨 전 대통령이 사임을 발표한 1974년 8월 9일 다우지수는 0.97%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 분석을 보면 워터게이트가 터진 1973년 3월부터 1년간 다우지수는 19.1%나 하락했다. 하지만 워터게이트보다는 당시 세계경제를 덮친 1차 석유 파동의 영향이 더 컸다. 탄핵이 대외 신용도를 떨어뜨리고 외국인 자본 유출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2000년 필리핀(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 탄핵 직전 사임)과 2001년 인도네시아(압두라만 와힛 전 대통령 탄핵) 탄핵 정국 당시 정치적 혼란을 이유로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았다. 브라질은 지난 8월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신용등급 추가 강등을 경고받고 있지만, 정치 이슈가 아닌 재정수지 악화가 주된 원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최근 지속된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이 탄핵 가결로 멈출 것으로 보인다”며 “헌법재판소가 가급적 빨리 탄핵 심판을 끝내 시장에 남아 있는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해야 경제 회복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관가 블로그] 탄핵에 원대복귀 ‘막막’…與 파견 공무원 어떻게

    [관가 블로그] 탄핵에 원대복귀 ‘막막’…與 파견 공무원 어떻게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표결 전날인 지난 8일 야 3당은 탄핵안이 부결되면 소속 의원 전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기로 당론을 모으고 “잔도를 불태웠다”고 밝혔습니다. 삼국지연의, 초한지 등 고전에 종종 등장하는 ‘잔도’(棧道)란 험한 벼랑 같은 곳에 나무와 줄을 엮어 사다리 모양으로 만든 다리를 뜻합니다. 이를 불태웠다는 것은 곧 ‘배수의 진’을 치고 결사적으로 싸운다는 의미겠지요.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야 3당에는 잔도가 필요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잔도가 무참히 불타버린 공직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최근까지 정부부처에 국장급으로 있다가 관례에 따라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던 고위 공무원들입니다. 각 부처에서 1~2명씩 차출돼 모두 10여명이 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특별히 여당에 애정이 있어서 간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정부부처에서는 과장에서 국장, 국장에서 실장으로 진급할 때 1~2년 정도 대통령 비서실, 타 부처나 외청, 국제기구 등에 파견 근무를 갑니다. ‘지구’(소속 부처)를 잠시 떠났지만 주위를 돌다가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을 ‘인공위성’이라고 부르는데, 여당 수석전문위원도 그 자리 중 하나입니다. 정부는 경제, 복지, 국방 등 주요 정책을 입안할 때 당정협의를 거칩니다. 이때 여당 수석전문위원들이 정부와 여당의 소통창구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때문에 다른 인공위성과 달리 사직을 한 뒤에 떠난다는 점입니다. 정국이 안정적일 때는 원래 소속 부처의 개방 공모직으로 돌아오는 게 관례였는데, 이번에는 탄핵안 가결로 여당이 붕괴될 상황에 놓였습니다. 원대 복귀는커녕 현재의 일자리도 위태로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 버렸습니다. 한 정부부처 인사 담당자는 “인사수요가 있다면 돌아오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이 시국에 고위공무원 인사가 가능할지…”라고 말끝을 흐린 뒤 “당정협의는 정책 추진의 필수 과정인데, 그 담당자의 운명이 정국 상황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엉뚱한 곳으로 튄 탄핵의 불똥, 더 찾아봐야겠습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美 “사드 배치 불변… 韓, 정책 일관성 기대”

    미국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이에 영향을 받지 않고 굳건한 한·미 동맹의 토대 위에서 북한 핵 문제와 한·미·일 3각 협력 등 현안을 기존과 변함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에밀리 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국무총리에 대해 북한 문제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기대한다”면서 “한·미 동맹은 역내 안정과 안보를 위한 변함없는 ‘린치핀’(핵심축)으로 미국은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방위공약을 계속 준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리자베스 트루도 미 국무부 대변인도 탄핵안 표결 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탄핵안 가결 여부와 관계없이) 양국의 관계는 강하고 견고하다”며 “(한·미 관계에) 어떤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과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도 한국의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한·미 동맹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특히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도 “이미 합의된 사안인 만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왔다. 피터 쿡 국방부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 향후 거취에 관계없이) 가능한 한 빨리 사드를 배치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사드 배치는 현재 진행 중이며 한·미 동맹도 그 계획을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행정부는 13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이런 원칙을 재차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입장은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 초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인 마이클 플린은 지난달 방미한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등 한국 대표단을 만나 한·미 동맹을 ‘핵심 동맹’이라고 표현하면서 동맹 기조를 앞으로도 유지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그들만의 정치 심판한 촛불, 평화 낳고 직접민주주의 밝혔다

    그들만의 정치 심판한 촛불, 평화 낳고 직접민주주의 밝혔다

    탄핵소추안 가결시킨 원동력 평가 대의 민주주의 한계 뛰어넘은 듯 국민 의사 표현할 법적 방법 필요 지난 10월 29일 시작된 촛불집회는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 원동력이었다. 총 7차례의 촛불집회가 끝난 시점에서 5명의 전문가에게 촛불집회의 의미를 물었다. 이들은 ‘직접 민주주의의 시작’, ‘정치계급의 붕괴’, ‘비폭력 명예혁명’ 등으로 답했다. 향후 촛불집회는 정치권을 계속 감시하는 기능을 해야 하며 국민소환제 등 미래의 대안을 토론하는 공론의 장이 됐으면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① 촛불은 직접민주주의다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원장은 촛불집회에 대해 국민이 의사 결정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소통하면서 여론을 이끌었고, 그 여론에 의해 많은 시민들이 광장에 나왔다”며 “자신의 목소리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직접민주주의’를 진하게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민들은 탄핵안을 가결하는 과정을 경험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기각하거나 각하한다고 해도 실망하거나 무력감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며 “촛불이나 SNS를 통해 직접 민의를 표출하는 방식으로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② 촛불은 정치계급의 붕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의 정치권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거나 또는 주군을 위해서 일하는 악습을 반복했지만 촛불집회에서 국민은 자신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권에 반기를 들었다고 해석했다. 전 교수는 “기존 정치 계급을 빨리 끌어내야 한다는 국민의 생각이 촛불집회를 만들어 냈다”며 “촛불집회는 직접민주주의, 또 대중영합주의와 맞닿아 있다. 촛불집회로 인해 기존의 정치계급은 붕괴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탄핵안이 가결되고도 7차 촛불집회에 100만명의 시민이 광장에 나온 것을 볼 때 촛불은 휘발되지 않고 지속력을 갖고 있다”며 “시민의 힘으로 뭔가를 이뤄냈다는 성공의 힘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③ 촛불은 비폭력 명예혁명이다 안병욱 가톨릭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87년 6월 항쟁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한국 사회를 억압해 온 권위주의를 이번에 청산했다”며 “촛불의 힘으로 세계 역사에서 유례없는 명예혁명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촛불집회의 가장 큰 원동력은 성숙한 시민의식이었지만 오랜 기간 진행된 공권력의 변화도 동력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공권력의 폭력 진압으로 극히 일부 계층만 집회·시위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김대중 정부 이후 집회·시위 자유가 확산되고 비폭력 집회가 자리를 잡으면서 남녀노소 모든 계층이 집회에 참가하게 됐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6월 항쟁이나 촛불집회나 일차적인 장애물을 제거해 냈다는 결과는 같다”며 “하지만 촛불집회는 앞으로 과거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정치권을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④ 촛불은 민주주의를 복원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처음에는 시민들이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러 촛불집회에 참가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민주주의를 바로잡으려는 모습으로 발전했다”며 “민주주의 복원에 대한 열망과 외침이 표출된 것”이라고 정의했다. 강 교수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정치권에 시민들이 직접 이정표를 제시하며 제도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집회가 이뤄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참여했고, 투쟁적인 과거 집회와 달리 문화 축제로 승화시켰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대통령은 헌법과 법을 어겼지만, 시민들은 법을 지키며 촛불집회를 했다”며 “시민들이 도덕적 우위를 점했고, 민주주의 수준을 한 단계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⑤ 촛불은 국민 주권을 되묻는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과 교수는 촛불집회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황 교수는 “기존 혁명과 다른 것은 국민이 주인이었다는 사실”이라며 “주최 측이 분명치도 않고, 누가 주최하든 국민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촛불집회 말고 국민의 의사를 표현할 법적인 방법을 보장해야 한다”며 “일정 수 이상의 주민이 뜻을 모아 지자체장을 소환하고 파면하는 주민소환제를 확장한 국민소환제의 도입을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가결돼도 추워도 전국 104만명… 폭죽 터트린 촛불 “탄핵 크리스마스”

    가결돼도 추워도 전국 104만명… 폭죽 터트린 촛불 “탄핵 크리스마스”

    7차 집회까지 총 748만명 참석 춥고 매서운 바람이 부는 지난 10일 전국에서 104만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16만 6000명)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강하게 촉구했다. 시민들은 폭죽을 터뜨리고 ‘탄핵 크리스마스’ 등의 인사를 건네며 전날 있었던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자축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평일·주말 열리는 모든 촛불집회를 계속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 집회에는 60만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12만명)이 참여했다. 지난 7차례의 촛불집회에 전국에서 748만명이 참석했다. 두 차례 이상 참여한 경우가 상당수이겠으나 연인원으로 치면 우리나라 인구(5168만 7682명)의 14.5%에 해당한다. 시민들은 오후 4시부터 청와대 앞 100m 앞까지 3개 경로로 ‘청와대 포위 집회’를 마치고, 광화문광장에서 6시부터 본집회를 열었다. 오후 6시 30분, 광화문광장에서는 미술가들이 설치한 8.5m 높이의 대형촛불 점등식이 열렸고 오후 7시에는 1분 소등행사가 진행됐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304개의 풍선을 하늘로 띄웠고, 희생자 304명을 뜻하는 각각 304개의 구명조끼와 촛불도 놓였다. 이효승(40)씨는 “탄핵안이 가결된 것이지 아직 탄핵이 된 건 아니기 때문에 기뻐하긴 이르다”며 “시민들이 너무 일찍 만족하고 흩어지면 정치권에서 또 물타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란(39·여)씨도 “탄핵안이 가결돼 집회 참여하는 시민이 줄어들까 봐 걱정돼서 일부러 나왔다”며 “박 대통령이 정말 물러날 때까지 계속 모이고 헌법재판소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오후 7시 50분에는 청와대 200m 앞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본행진을 시작했고 이미 설치된 무대 앞에서 ‘박근혜를 구속하라’, ‘시간끌기 어림없다’,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공식 행사가 종료된 밤 9시 30분에는 주최 측이 나누어 준 폭죽을 터뜨리며 전날의 탄핵안 가결을 자축했다. 자정까지 일부 시민들이 집회를 계속했지만 연행자는 없었다. 오후 5시 30분쯤 통의동 교차로까지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단체 소속 30여명이 탄핵안을 가결한 국회를 규탄하는 맞불행진을 하면서 긴장이 커졌지만, 역시 큰 충돌 없이 평화집회 기조가 이어졌다. 집회에 어김없이 등장한 패러디는 오히려 내용이 더 무거워졌다. ‘실업자가 된 박근혜 돕기 사랑의 모금’ 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나선 박성수(42)씨는 “10원 몇 푼이라도 쥐어 보내자는 의미에서 10원짜리 동전만 모금하고 있다”며 “성금을 모아서 청와대에 택배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의 경찰차벽에는 꽃 스티커 대신 풍자 스티커가 붙었다. 경찰 버스 창문에 철장에 갇힌 박 대통령의 그림을 붙이는가 하면, ‘근혜와의 전쟁’, ‘간신’ 등 영화 포스터를 패러디한 스티커도 등장했다. 시민들은 나눔 이벤트를 마련해 탄핵안 가결을 반겼다. 사진전문기업인 ‘당신의 사진가’ 소속 사진작가 3명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탄핵기념 가족사진을 무료로 찍어 주었다. 역사박물관 앞에서 시민들에게 복숭아즙과 여주즙을 나눠 준 농민도 있었고, 한 시민은 솜사탕 기계를 들고 나와 솜사탕을 어린이에게 무료로 주었다. ‘박근혜 하야’의 의미로 박하사탕 1500여개를 반지 모양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준 임좌진(49)씨는 “시민들이 답답할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마음이 시원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박하로 골랐다”고 말했다. 지방 곳곳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 6시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는 시민 5만여명이 참석한 촛불집회가 개최됐다. 참석자들은 ‘새로운 나라 우리의 힘으로’라는 글귀가 적힌 대형 현수막(폭 25m·길이 20m)을 전일빌딩 외벽에 걸고, 대형 태극기를 든 채 1시간 동안 금남로 일대를 행진했다. 대구에서도 이날 오후 5시부터 국채보상로에서 7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국대회가 열렸다. 전남 여수 거문도 주민들은 조업용 어선 10척에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깃발을 내걸고 해상 퍼레이드를 펼쳤다. 서울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서울 강신 기자 xin@seoul.co.kr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광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野, 정부 ‘노동 양대 지침’ 폐기 움직임

    野, 정부 ‘노동 양대 지침’ 폐기 움직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로 정부의 노동개혁이 좌초될 상황에 처했다. 야당은 올해 노동개혁 4법 입법을 무산시킨 데 이어 정부의 대표적인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꼽히는 ‘양대 지침’을 폐기하는 데 총력을 다할 태세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양대 지침을 폐기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환노위 야당 의원들은 지난 8일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양대 지침 등 노동개혁 폐기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이날 “기업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만들고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눈을 감는 정부가 악덕 기업주의 역할을 하는 상황을 지켜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국정 혼란 수습을 위해 구성할 예정인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양대 지침 폐기를 공식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환노위 야당 의원들은 최근 정부가 책정한 내년도 ‘일터혁신 컨설팅 사업’ 예산 126억원 가운데 양대 지침과 관련한 ‘채용 컨설팅 사업’ 예산 17억원도 전액 삭감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양대 지침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가 핵심이다. 근로기준법은 ‘징계해고’와 ‘정리해고’만 규정하고 있는데 일반해고는 저성과자 해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규정 완화를 담았다. 양대 지침은 야당과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양대 지침 추진에 반발해 같은 달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고, 야당도 노동개혁 논의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정부는 근로기준법, 파견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등 노동개혁 4법을 단 한 번도 환노위 입법심사 테이블에 올려놓지 못했다. 고용부는 정치권과 노동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양대 지침은 계속 추진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고용부 관계자는 “양대 지침은 대법원 판례를 기반으로 만든 가이드라인일 뿐 근로기준법을 초월해 만든 정책이 아니다”라며 “일부 노동계의 주장처럼 폐기해야 할 성질의 정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朴 “피눈물 난다는 말 알겠다”… 기각 희망 속 관저서 특검 대비

    靑수석 오늘부터 黃권한대행에 보고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지난 9일 오후 7시 3분부터 직무가 중단됨에 따라 ‘타의에 의한’ 관저 칩거에 들어갔다. 이 칩거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최장 180일) 결정 시기에 따라 짧으면 내년 초, 길면 내년 6월 6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제 갑자기 끝날지 모를 ‘연금 생활’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탄핵 가결 후 첫 휴일인 10~11일 관저에 머물며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0일에는 TV로 제7차 촛불집회를 지켜봤고 참모들로부터 비공식적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칩거는 ‘휴식형 칩거’는 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사건 관련 헌재 탄핵심판은 물론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심리에 들어간 헌재가 오는 16일까지 피청구인인 박 대통령에게 답변서 제출을 요구했고, 14일 국조특위의 3차 청문회는 세월호 7시간 의혹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여기에 특검의 대면조사 요구를 앞두고 법률적 대응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청와대는 11일 검찰의 최종수사 결과 발표에 대응하지 않는 등 특검 조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박 대통령은 9일 국회 탄핵안 가결 직후 가진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탄핵 가결 등의 상황에 대해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고, 눈물을 흘리면서 국무위원들과 인사를 나눴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 직후 가진 수석비서관들과의 간담회에서도 박 대통령은 비슷한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소식통은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대로 최순실 사건과 관련해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 여전하다”면서 “헌재에서 탄핵안이 기각돼 임기를 끝까지 채울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12일부터 이틀간 청와대 수석비서관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청와대 업무 현안 파악에 나선다. 앞서 황 권한대행은 지난 10일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40여분간 보고를 받고 청와대 비서실과 총리실 간 업무 조정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황 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외교, 안보, 경제 등 국정을 수행할 때는 청와대 비서실에서 보좌하고, 행정부처 간 정책 조정 등 기존 총리 업무는 국무조정실에서 보좌한다’는 기본 원칙을 정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친박 “김무성·유승민 떠나라” 비박 “구태정치 청산” 결별 선언

    친박 “김무성·유승민 떠나라” 비박 “구태정치 청산” 결별 선언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탄핵 정국’이 ‘대선 정국’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아직 헌법재판소의 심판 절차가 남아 있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조기 대선’이 불가피하다는 쪽에 정치권의 중지가 모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헌재의 심판 결과 발표일을 예측하기 힘들다 보니 대선일도 언제가 될지 가늠할 수 없어 대선 주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여야는 대선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급히 치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 대통령이 파면되면 곧바로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 파면 이전에는 각 당의 경선이나 대선 주자들의 공식적인 선거 운동이 제한된다. 탄핵안 기각으로 대통령의 권한이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여론의 압박으로 ‘퇴진’이 불가피하다면 이 또한 60일의 여유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디데이 없는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반으로 두 쪽 난 새누리당이 결국 분당의 위기에 직면했다. 주류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 비박계는 11일 각각 별도의 공식 모임을 꾸리며 갈라 설 준비를 했다. 그러면서 서로를 향해 “당을 떠나라”고 압박하며 강대강 대치 국면에 돌입했다. 주류 친박 의원 50명은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회동을 하고 ‘혁신과 통합 연합’이라는 모임을 출범키로 했다. 정갑윤 의원, 이인제 전 의원, 김관용 경북지사가 공동대표를 맡는다. 민경욱 의원은 브리핑에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앞으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당과 보수세력을 추스르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 나가는 모임”이라고 결성 취지를 밝히며 “참여 인원은 70~80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비주류의 두 축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과 결별을 선언했다. 민 의원은 “보수의 분열을 초래하고 당의 분파 행위에 앞장서며 해당행위를 한 김 전 대표와 유 의원과는 같은 당에서 함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주류가 아직은 당내 다수 세력임을 과시하며 당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주류 의원은 “비주류가 강하게 나올수록 주류 지도부도 강경하게 맞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비주류의 비상시국위원회도 국회에서 총회를 열고 당 지도부의 즉각 사퇴와 함께 탈당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보수를 빙자한 구태정치, 가짜 보수는 청산돼야 한다. 대통령을 바르게 보필하지 못하고 당을 특정인의 사당으로 만들고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 범죄의 방패막이가 된 이들은 스스로 당을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명의 공동대표를 뽑고 비주류만의 지도부 체제를 갖춰 나가기로 했다.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은 일단 대표직을 고사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 등 전·현직 의원 12명도 이날 별도 모임을 갖고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다. 설상가상 이런 난국을 돌파하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할 유력 대권 주자도 마땅치 않아 새누리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김 전 대표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유 의원을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은 탄핵 정국에서 대선 주자로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며 지지율 반등에 실패했다. 게다가 ‘유일한 희망’으로 거론되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마저 내년 1월 귀국 시 새누리당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여권의 대선 주자로 내세워야 한다는 ‘황교안 대안론’이 당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여권이 대선 주자로 내밀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검토해 보자는 취지로, 그만큼 여권의 ‘큰인물난’이 극심하다는 의미로 인식된다. 한 여권 인사는 “보수의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해 온 황 총리가 권한대행 역할을 잘 해낸다면 대선 주자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황교안 대안론’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황 권한대행이 스스로 직에서 물러나거나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돼야 대선 출마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국정 공백을 수습할 임무를 떠안게 된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위해 중도 퇴진하는 것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삼성·현대차, 사업재편 등 유동적

    삼성·현대차, 사업재편 등 유동적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 이후 정치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내년도 경영전략 수립에 차질을 빚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적어도 몇 달은 걸릴 것으로 보고 이 기간에는 투자와 사업재편 등의 중대 의사결정을 미루겠다며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 이달 초 잡혔던 사장단 인사를 연기했다. 관계자는 11일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연내에 할지, 해를 넘겨서 할지 정하지 못하는 등 경영계획 수립이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사와 맞물려 그룹 조직개편, 미래전략실 해체 등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도 역시 지연될 처지다. 다만 전자를 주축으로 내년 상반기 상품 개발과 판매 전략을 다룰 연말 전략회의(19~21일) 등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초로 계획했던 회장 주재 해외영업본부 법인장 회의를 연기했다. 이르면 이달 하순쯤 이 회의를 열어 내년도 사업계획을 구체화한다. SK그룹은 이달 중 임원 인사는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특검 수사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LG도 사업계획을 예정대로 시행하되 투자나 고용은 국내외 경기 상황, 정국 변수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을 이유로 당초 연말로 예정됐던 정기 임원인사를 내년 초로 연기했다. 특검을 앞두고 있어 수사 상황 등에 따라 인사를 포함한 주요 경영 일정이 내년 1월 이후로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한화는 그동안 계속된 검찰 수사와 청문회 등으로 내년도 사업계획과 투자·고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상태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직무정지 朴대통령 “피눈물 의미 이제 알겠다”

    직무정지 朴대통령 “피눈물 의미 이제 알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지난 9일 저녁 7시 3분부터 직무가 중단됨에 따라 ‘타의에 의한’ 관저 칩거에 들어갔다. 이 칩거는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최장 180일) 결정 시기에 따라 짧으면 내년 초, 길면 내년 6월 6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제 갑자기 끝날지 모를 ‘연금 생활’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탄핵 가결 후 첫 휴일인 10~11일 관저에 머물며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1일에는 TV로 제7차 촛불집회를 지켜봤고 참모들로부터 비공식적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칩거는 ‘휴식형 칩거’는 되기 힘들 전망이다. 최순실 사건 관련 헌재 탄핵심판은 물론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심리에 들어간 헌재가 오는 16일까지 피청구인인 박 대통령에게 답변서 제출을 요구했고, 14일 국조특위의 3차 청문회는 세월호 7시간 의혹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여기에 특검의 대면조사 요구를 앞두고 법률적 대응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9일 국회 탄핵안 가결 직후 가진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탄핵 가결 등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고, 눈물을 흘리면서 국무위원들과 인사를 나눴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 직후 가진 수석비서관들과의 간담회에서도 박 대통령은 비슷한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소식통은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대로 최순실 사건과 관련해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 여전하다”면서 “헌재에서 탄핵안이 기각돼 임기를 끝까지 채울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황교안 국무총리가 박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게 됨에 따라 청와대 비서진은 총리실과 역할분담 협의를 시작했다. 황 권한대행은 10일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업무조정 문제를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황 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외교, 안보, 경제 등 국정을 수행할 때는 청와대 비서실에서 보좌하고, 행정부처 간 정책 조정 등 기존 총리 업무는 국무조정실에서 보좌한다’는 기본 원칙만 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업무조율 범위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청와대에서 황 권한대행에게 업무 보고를 하는 창구 역할은 강석훈 경제수석 겸 정책조정수석 대행에게 맡길 것으로 보인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검찰 수사결과 발표’, 피의자 박근혜 범죄혐의 추가

    ‘검찰 수사결과 발표’, 피의자 박근혜 범죄혐의 추가

    검찰이 범죄 피의자로 지목하며 탄핵안까지 가결돼 직무정지 상태인 박근혜 대통령이 새로운 범죄 혐의로 추가 입건됐다. 11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조원동(60)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 강요미수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앞서 최순실씨(60)와 공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등의 혐의 공범으로 이미 피의자 입건된 상태다. 검찰은 조 전 수석을 기소하면서 그가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이미경 부회장이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압박하고서 응하지 않을 경우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까지 거론했다고 공소사실에 기재했다. 당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알려지고 나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이목이 쏠렸고, 검찰은 조 전 수석이 “대통령과 공모”했다고 명시해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목했다. 조 전 수석은 이달 7일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 ‘대통령의 뜻은 내가 아니더라도 전달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피의사실과 혐의가 추가되면서 특검에서는 박 대통령 대면 수사가 이러질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목하고 두 차례에 걸쳐 입건했으나 직접 조사하지는 못했으며 박 대통령 조사는 특검의 과제로 남았다. 박영수 특검 역시 “시험을 보기 전에 답안지를 보여줄 수 없다”며 박 대통령 대면 조사가 원칙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검찰은 기업이 최씨 측의 요구에 따라 자금을 추가 출연하거나 그의 딸 정유라의 독일 승마훈련 경비 지원해줬다는 의혹 등에 관해 제3자 뇌물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조사했으나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특검에 넘겼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역에서도 촛불은 여전히 뜨겁게 타올랐다

    지역에서도 촛불은 여전히 뜨겁게 타올랐다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한 이튿날인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지방 곳곳에서 열렸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본거지인 대구에서는 이날 오후 5시부터 국채보상로에서 7000명(경찰 추산 2700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시국대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대통령 즉각 퇴진’, ‘새누리당 해체’ 등을 요구하며 공평 로터리에서 중앙로 로터리까지 2.4㎞ 구간을 행진했다. 경북에서도 오후 5시부터 문경, 안동, 예천, 구미, 포항 등 9곳에서 지역별로 30~700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대통령 하야 촉구 집회가 열렸다. 부산에서는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백화점 앞에서 이날 오후 6시부터 열린 부산 시국대회에서 10만여명( 경찰 추산 1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시국집회의 본행사가 끝나고 나서 참가자들은 오후 7시 30분부터 헌법재판소의 공정하고 신속한 판단을 요구하는 취지에서 부산지방검찰청까지 10㎞ 구간에 걸쳐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날 집회에는 ‘헌법재판관님 옳은 판단을 응원합니다’, ‘다음 탄핵은 재벌입니다’ 등의 피켓과 거리낙서가 등장했다.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서도 울산 60여개 시민사회노동단체가 결성한 ‘박근혜 정권 퇴진 울산시민행동’ 주최로 촛불 집회가 열렸다. 7000여명(경찰 추산 1500여명)의 시민이 모여 각종 문화공연을 즐기며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쳤다. 광주에서는 이날 오후 6시 금남로 일대에서 시민 5만여명이 참석한 촛불집회가 개최됐다. 영화 ‘님을 위한 행진곡’의 박기복 감독과 출연진인 영화배우 김부선씨도 참석했다. 세월호 미수습자 단원고 허다윤양의 어머니도 무대에 올라 세월호의 조속한 인양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새로운 나라 우리의 힘으로’라는 글귀가 적힌 폭 25m, 길이 20m의 대형 현수막을 전일빌딩 외벽에 내걸고 축포를 터뜨렸고, 대형 태극기를 들고 1시간 동안 금남로 일대를 행진했다. 방송인 김제동씨도 집회 전 시민들과 만나 탄핵 이후 정국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전남 여수 거문도 주민들은 조업용 어선 10척에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깃발을 내걸고 해상퍼레이드를 펼쳤다. 순천 국민은행 앞, 전남 목포 평화광장,장흥군청, 보성역, 해남 군민광장 등 17개 시·군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렸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광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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