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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 보수권 광화문 집결…황교안·나경원 일반시민 자격으로 참석

    범 보수권 광화문 집결…황교안·나경원 일반시민 자격으로 참석

    한글날인 오늘 오후 12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이 총괄대표, 이재오 전 의원이 총괄본부장을 맡은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도로 조국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두 번째 대규모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도 광화문광장을 찾아 범보수단체 주최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에 참가했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일반 시민 자격으로 집회에 참석해 별도의 공개 발언은 하지 않았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글날인 오늘 오후 12시부터 광화문에서 애국시민과 함께합니다”라며 “세종대왕 동상을 보면서 우리 모두 함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갑시다”라고 집회 참가를 독려했다.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우리공화당과 천만인무죄석방본부 등도 이날 낮 12시30분부터 서울역 지하철 출구 앞에서 ‘조국 구속·문재인 퇴진’을 주제로 제149차 태극기 집회 1부를 마친 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으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나갔다. 경찰은 이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90개가 넘는 중대 5000여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한편,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서초동 집회 주최 측은 12일 집회를 끝으로 당분간 집회를 열지 않는다고 밝혔다. 글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정경심 사모펀드 차명 의혹에… 금감원장 “투자·대출 판단 어려워”

    정경심 사모펀드 차명 의혹에… 금감원장 “투자·대출 판단 어려워”

    윤석헌 “檢 공소장 봐야 알 수 있어” 신중 “코링크 약정액 허위로 보고했다면 불법” 조국과 靑서 세 차례 만남엔 “현안 보고” 인사처 감사선 조국 호칭 놓고 반말·고성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8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사모펀드 운용사 지분을 남동생 명의로 차명 보유한 채 횡령한 자금으로 투자금을 돌려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투자인지 대출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날 국회에 공개된 조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36)씨의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정 교수 남매는 2017년 2월 소위 ‘조국 가족펀드’를 운영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신주 250주를 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조씨는 정 교수의 남동생을 명의자로 하는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은 뒤 수수료 명목으로 월 860만 3000원을 지급했다. 윤 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이 거래에 대해 투자인지 대여인지 묻자 “검찰 공소장을 면밀히 살펴보기 전에는 답변하기 어렵다”며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은 “코링크PE를 시작으로 WFM(코링크PE가 투자한 코스닥 상장사) 주가 조작으로 돈을 만들고 가상화폐 의혹, 해외자금 도피 의혹도 있다. 금융가에 널리 퍼진 얘기인데 금감원이 자기 혼자 모르는 척하면서 ‘꿩 짓’을 하고 있다”며 “이는 권력형 투자를 한 것이고 게이트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조 장관 가족이 사모펀드에 74억 5500만원을 출자하기로 약정하고 실제 10억 5000만원만 투자했고, 코링크PE가 금융 당국에 약정액을 허위 보고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이 아니냐는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의 지적도 나왔다. 이에 윤 원장은 “가능성은 있다. 거짓으로 보고한 경우 불법”이라고 했다. 윤 원장이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시절 청와대로 찾아가 세 차례 만난 사실도 거론됐다. 윤 원장은 올해 초 국민은행·메리츠화재·한화생명·KB증권을 상대로 한 종합검사와 관련해 현안을 보고하는 차원의 만남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행정안전위원회의 인사혁신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감사에서는 전광훈 목사가 지난 3일 광화문 집회장에서 헌금을 모집한 것이 위법이냐는 질의가 있었고, 박영수 선관위 사무총장은 “그분이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정치자금법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 장관의 호칭을 두고 여야 의원 간 고성도 오갔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조 전 민정수석의 사모펀드 문제를 살피고 있느냐”고 질의하자 우리공화당 조원진 의원이 혼잣말로 “그냥 조국이라고 하면 되지”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탄핵됐어야 할 의원이 한두 명이 아니다”라고 했고, 조 의원이 “야, 너 뭐라고 했어”라고 말싸움을 벌였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박근혜와 같이 탄핵 됐어야” vs “야, 너 지금 뭐라 했어” 막말 오간 행안위

    “박근혜와 같이 탄핵 됐어야” vs “야, 너 지금 뭐라 했어” 막말 오간 행안위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여야 언쟁이 격화된 끝에 막말이 오가는 볼썽 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이날 행안위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인사혁신처 국정감사에서 조 장관의 호칭 문제로 여야 간 시비가 붙었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은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에게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의혹이 공직자윤리법 위반이 아닌지 질의하는 과정에서 ‘장관’이라는 호칭 대신 ‘청와대 전 민정수석’이라고 칭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장관을) 굳이 전직으로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권은희 수서경찰서 전 수사과장이라고 불러도 되겠냐”고 반문했다. 소 의원은 이어 “창피하게 그러지 말자”며 “나는 초선의원인데 덜떨어진 옛날 정치를 안했으면 좋겠다. 재선, 3선 의원님들”이라고 꼬집었다. 조 장관 호칭 문제는 여야 의원 간 대립으로 확전됐다. 이 과정에서 ‘탄핵’이 언급되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같이 탄핵됐어야 할 의원이 한두명이 아니다”라고 하자,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은 “야, 너 뭐라고 얘기했어. 어이,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라며 소리를 질렀다. 이에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조 의원을 향해 “동료의원에 ‘야’라고 하는 것은 잘했느냐”고 맞섰다. 소란이 진정되자 권 의원은 펀드 재산 등록 당시 조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있었기 때문에 ‘전 민정수석’이라는 호칭을 썼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권 의원은 “조국 전 민정수석의 재산을 질의했고, 추가 질의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관련 내용을 질의하려고 했다”며 “용어 사용이 질책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 심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유승민 “조국일가 비호하는 홍위병 집회, 대통령이 선동”

    유승민 “조국일가 비호하는 홍위병 집회, 대통령이 선동”

    오신환 “조국 검찰개혁? 도둑이 도둑잡는 꼴”“국정농단 당시 촛불과 서초동 촛불 달라”“범죄 피의자 비호 위해 동원되고 있을 뿐”유승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고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서초동 집회의 손을 들어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서초동 집회는 조국 일가의 비리를 비호하는 홍위병 집회”라면서 “국론분열이 아니라고 하면서 대통령이 국론분열에 앞장서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유 대표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초동 광장의 파시즘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헌법가치를 파괴하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전날 검찰개혁과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 등을 둘러싸고 열리는 대규모 집회에 대해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로,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대의정치가 충분히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 때 국민이 직접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 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서초동의 소위 ‘조국수호 집회’를 긍정하고, 더 나아가 조국 일가의 불법 부정과 비리, 반칙과 위선을 비호하는 홍위병들의 집회를 대통령이 나서서 선동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대표는 “‘폭정’의 저자 티머시 스나이더는 ‘탈진실은 파시즘의 전 단계’라고 했다”면서 “조국(장관)을 파면하고 조국 일가를 법대로 처리하면 끝날 일을, 대통령은 ‘밀리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진실을 외면하고 국민 편가르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지도자이기를 포기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말”이라고 일갈했다. 유 대표는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약속했던 취임식 때의 문 대통령은 어디로 사라졌나. 국민통합은 포기했나”라고 반문했다. 유 대표는 “대한민국이 두 개의 광장으로 쪼개져 있다”면서 “경제와 안보는 폭풍 속으로 치닫고 있는데 광장의 갈등과 대립은 가슴 아픈 분열”이라고 답답해했다. 같은 날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족의 사모펀드 투기, 입시부정 의혹 등이 불거진 조 장관이 이끄는 검찰개혁에 대해 비판했다. 오 원내대표는 “조 장관이 검찰 개혁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도둑이 도둑을 잡으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면서 “분노한 국민들이 거리로 나오게 된 것은 여야를 막론한 모든 정치권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서초동 집회에 대해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게이트로 인해 열린 촛불집회와는 다르다고 일갈했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2016년 국정농단 당시 전국에서 타오른 촛불과 서초동 촛불은 근본이 다르다”면서 “지금의 촛불은 범죄 피의자를 비호하기 위해 (집권 세력이) 동원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여야 ‘광장정치’ 대신 검찰개혁 입법 서둘러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표출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면서 “이제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지혜를 모아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는 최근 검찰개혁과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 등을 둘러싸고 열리고 있는 진보와 보수 간 대규모 집회에 대한 언급과 함께 표출된 국민의 목소리를 제도화하자는 의미로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보수진영의 광화문 집회와 지난 5일 진보진영의 서초동 집회 등을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인 측면”을 거론하며 “국론 분열은 아니다”라고 인식했다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앞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날 “의장의 권한을 행사해 사법개혁안을 본회의에 신속히 상정할 생각”이라면서 “장관이 누구든, 검찰이 무슨 자체 개혁안을 내놓든 국회가 내일이라도 합의만 하면 사법개혁에 대한 논쟁은 없어지는 것”이라고 한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사법개혁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지만, 여야 대립으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 의장이 “서초동도 민심이며, 광화문도 민심”이라고 한 발언은 당연하다. 나라가 극단적인 국론 분열 양상을 보이며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도 하락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주 성인 2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긍정평가)는 전주보다 2.9% 포인트 내린 44.4%를 기록했다. 이는 리얼미터 조사 기준으로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다.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2.1% 포인트 오른 52.3%로 이 역시 취임 후 기존 최고치를 경신했다. 추세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더 떨어진다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킨다고 해도 이래서는 국정 동력을 얻기가 힘들다. 여야 지도부는 자성해야 한다. ‘광장의 함성’을 지지층 결집용으로 활용한다면 정치 불신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장소만 서초동으로 달랐을 뿐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광화문 촛불집회를 연상시키는 규모와 시민의식이 아닐 수 없다”고 한 것은 여당 대표의 발언으로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 국정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으로 더 포용력 있는 정치를 펴야 한다. 여야 모두 국민을 거리로 내모는 정치 행태를 자제해야 한다. 여야는 현재 국민의 검찰개혁 열망을 입법으로 수렴해 제도화하길 바란다. 검찰도 수사의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
  • 지역실정 고려 안 한 국고보조사업… 정부·지자체 역할 재구성 관건

    지역실정 고려 안 한 국고보조사업… 정부·지자체 역할 재구성 관건

    예산편성 끝났는데 정부사업 공문 난감 일방적 보조율에 정부·지자체 갈등 격화 중앙정부 ‘국가 보조’ 허울로 예산 절감 지방재정 중앙에 종속… 예산 전용까지 정부 보편적 복지·지자체 생활형 분담을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분권의 필요성을 강조할 때 빼놓지 않는 표현이 ‘중앙정부의 과도한 간섭과 통제’다. 지자체가 혁신적인 실험을 할 여지가 적다는 것으로 거칠게 표현하면 ‘중앙정부의 갑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 해묵은 숙제가 국고보조사업 개혁이다. 지자체 등이 하는 사업에 국가가 보조하는 제도를 지칭하는 국고보조사업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상호 일정액씩 재원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문제는 보조율 자체가 지역 실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해지면서 발생한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자체와 갈등을 일으켰던 영유아 누리과정, 이른바 무상보육이 대표적이다. 거기다 의견수렴이 부실하고 지자체 사정을 봐주지 않고 발표하는 시기도 문제가 된다. 한 지자체 관계자 A씨는 “정부에서 의견 수렴한다며 공문이 오긴 한다. 결론을 정해놓고, ‘이러이러한 사업을 하기로 했는데 며칠 안으로 의견을 달라’는 식”이라면서 “결국 의견만 물을 뿐 수렴은 없다”고 꼬집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 B씨는 “예산 편성이 다 끝났는데 느닷없이 발표해버리고, 우리한테는 시키는 대로 따라오라는 식이 많다”면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하라고 하거나 아예 예산을 전용하라는 요구를 받은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정부가 습관적으로 국고보조사업 방식을 활용한다고 지적한다. 그 배경에는 ‘지자체를 통제해야 한다’는 경향과 ‘지자체는 그냥 믿고 맡길 수 없다’는 불신이 짙게 자리잡고 있다. 중앙과 지방 재정관계를 특징짓는 ‘가부장제’가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사례다. 이런 성격은 정부의 국고보조사업을 규정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과 서울시 차원의 보조사업인 시비보조사업 관련 사항을 규정한 ‘보조금 관리 조례’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잘 드러난다. 의견 수렴 규정부터 극과 극이다. 보조금법은 광역지자체 단체장이 ‘의견을 해당 중앙관서의 장 및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제시할 수 있다(제11조 1항)’고 했다. 그리고 기재부 장관은 이 가운데 타당하다고 판단하는 사항을 ‘예산에 반영할 수 있다(2항)’고 했다. 보조금법 전체를 통틀어 지자체가 가진 유일한 권한은 의견 제시뿐이다. 이에 비해 서울시 조례는 ‘시장은 자치구의 부담을 수반하는 지방보조사업을 신설할 때에는 자치구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제6조)’고 해서 의무의 주체 자체를 다르게 설정했다. 중앙정부 국고보조사업은 보조금법 시행령에 기준보조율이 정해진 사업은 121개이지만 실제 국고보조사업은 정부 각 부처에 걸쳐 1000개 가까이 된다. 대다수 국고보조사업이 개별법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만 명시된 채 부처별로 신설하고 보조율을 정한다. 이에 비해 서울시는 자치구와 협의가 잘 이뤄지고, 보조율 100%로 시작한 뒤 협의를 거쳐 보조율을 조정하는 사업 방식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 차원에선 거창한 발표를 한 뒤 사업 집행과 결과 등 책임져야 할 부분은 지자체에 떠넘겨 버리는 구조다. 국고보조사업이 ‘책임의 외주화’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셈이다. 기재부 보조금관리위원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지방재정학자 C 교수는 “정부가 사업을 온전히 책임지려면 100만큼 돈이 들어가는데 국고보조사업으로 하면 70이나 80만 쓰면 된다”면서 “정부 차원에선 일종의 비용 절감이고, 이는 곧 정부 정책에 가격 부담이 일어난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중요 정책을 일일이 국고보조사업방식으로 하는 건 지자체에 중앙정부와 국회에 로비를 하라고 유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상철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기획위원 역시 “현행 국고보조사업 방식이 지방재정을 중앙정부에 종속시키는 수단이 되고 있다”면서 “반대로 일부 지자체에선 ‘국고보조사업 하느라 돈이 없어 복지에 쓸 돈이 없다’는 식으로 손쉬운 알리바이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결국 국고보조사업 개선이 재정분권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곧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복지는 국가가, 주민 밀착형 사회서비스는 지자체가 하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재구성하자는 의견으로 모인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사업은 전액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로 간다고 하면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아동수당 등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사실 이는 중앙·지방 역할분담이라는 효과는 큰 데 비해 비용 부담은 생각보다 작다. 복지사업은 대부분 비수도권의 보조율이 80~90%라 지자체 부담은 실제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기초생활보장 등 가장 규모가 큰 중앙정부의 현금성 복지 총액이 약 46조 8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국비 부담이 36조 6000억원이다. 광역 지자체에서 부담하는 게 7조 4000억원, 기초 지자체에서 부담하는 게 2조 8000억원가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체 지자체별 지출액 대비 비중을 보면 광역 5%, 기초는 2.2%”라고 밝혔다. 이는 복지사업을 국고보조사업에서 전액 지원사업으로 전환할 경우 재정 절감이 지자체 전체로는 크지 않겠지만 복지 예산 확대에 따른 부담이 가장 큰 특광역시 자치구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이해찬 “외국에서도 촛불집회…박근혜 탄핵 집회 연상”

    이해찬 “외국에서도 촛불집회…박근혜 탄핵 집회 연상”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와 관련해 “장소만 서초동일 뿐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촛불집회를 연상시키는 규모와 시민의식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규모도 놀랍지만, 폭력이 전혀 없고 쓰레기도 자진 수거를 하고 남다른 시민의식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서울은 물론 지역에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이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외국에서도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검찰 개혁을 향한 국민의 자발적 열망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 검찰개혁특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 피의사실 공표 제한, 옴부즈맨 등 검찰권의 민주적 통제와 흔들림 없는 인권 보호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법사위 계류 중인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사법개혁 법안 역시 조속한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제18호 태풍 ‘미탁’과 관련해 “마침 어제 정례 고위 당정청 간담회가 있었다”며 “이낙연 총리와 청와대 비서진하고 당이 모여서 대책 회의를 했는데 가능한 한 빨리 특별교부세를 지원해서 지급하도록 어제 합의했다”고 말했다. 또 “어제 당정청에서 말했지만 이번 주내에 2차 특별재난지역을 발표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세밀하게 들어가면 읍면동마다 피해 양상이 다르다. 읍면동을 2차로 지정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 신속하게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의 정례 오찬 모임인 ‘초월회’ 회동에 불참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날 “이 대표는 초월회가 민생을 도모하는 장이 아니라 정쟁을 위한 성토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어 태풍 피해, 아프리카돼지열병,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는 국민의 마음을 고려해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정치 검찰 물러나라” 8번째 촛불집회…지난주보다 더 모였다

    “정치 검찰 물러나라” 8번째 촛불집회…지난주보다 더 모였다

    검찰청 인근 서초역 사거리 네 방향 도로 덮은 ‘촛불’주최 측 “참여인원 목표 달성”…“공수처 설치” 등 외쳐“검찰 개혁” 구호 이어지다 오후 9시 30분쯤 집회 마무리 “정치 검찰 물러가라.”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인근 도로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고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검찰 개혁과 조 장관의 거취 등을 두고 광장의 세 대결 양상이 격화된 가운데 일주일 만에 다시 검찰청사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적폐청산연대)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역 사거리 일대에서 ‘제8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행사는 오후 6시부터 예정돼 있었지만 사전 집회 등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이 일찍부터 몰려 검찰청 주변은 물론 서초역 사거리 일대까지 인파로 가득 찼다. 주최 측은 서초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반포대로와 서초대로 네 방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주최 측은 집회 시작과 함께 애초 참가자 수 목표치(300만명)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다만 “숫자 싸움만 해서는 시민들이 모이는 의미가 퇴색된다”며 “앞으로 추산 참가자 수는 발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주최 측은 사전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조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 전 검찰의 정치개입은 대통령 인사권과 입법부의 권한을 침범한 것”이라며 “대대적인 압수수색은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조국수호, 검찰개혁, 언론개혁”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우리가 조국이다! 정치검찰 물러가라! 공수처를 설치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조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사가 시작되자 시민들이 무대에 올라 발언을 이어갔다. 서울대 민주동문회 회원이라고 밝힌 첫 번째 시민은 “검찰이 자기들의 왕국을 만들고자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권도 깔아 뭉개려 들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마구잡이로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원동욱 동아대 교수, 소설가 이외수씨, 서기호 변호사를 비롯해 일반 시민들의 발언이 계속됐다. 집회 참석자들은 조 장관 일가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무리하다고 비판했다. 또 개혁에 미온적인 검찰의 태도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로 집회에 참석한 임모(73)씨는 “검찰의 지나친 수사와 언론의 무분별한 받아쓰기 관행을 비판하려고 나왔다”며 “조 장관과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강모(57)씨는 “검찰은 스스로 개혁할 수 없는 집단이라 시민들의 압박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온가족이 함께 집회에 참석한 김모(38·여)씨도 “조 장관 관련 뉴스를 보면서 화가 났다”며 “조 장관과 그가 추진하려는 검찰 개혁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자 남편과 딸이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기온은 20도 밑으로 떨어졌고, 잠시 빗방울이 날리는 등 서늘한 날씨에도 참가자들은 동요없이 집회를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우리가 이긴다”, “촛불이 이긴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 등의 구호를 외쳤고, 집회는 오후 9시 30분쯤 마무리됐다.한편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야당과 보수단체의 집회도 같은날 검찰청 인근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우리공화당은 이날 낮 12시 30분부터 서울 성모병원 앞에서 ‘조국 구속 태극기 집회’를 개최했다. 우리공화당은 매주 토요일 주로 서울역 인근에서 태극기 집회를 했으나 이날은 집회 장소를 서초동으로 옮겼다. 집회 참가자들은 스크린이 설치된 곳부터 서초동 누에다리 앞까지 반포대로 400m 구간 8차선 도로를 차지하고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 등 구호를 외쳤다. 또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자유연대도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초역 6번 출구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태극기 집회와 촛불집회가 충돌하지 않도록 누에다리를 중심으로 경찰 병력을 배치했다. 또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대한문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석방 촉구대회’를, 일파만파애국자연합은 오후 2시부터 동화면세점 앞에서 ‘애국자 총연합집회’를 진행했다.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는 지난 4일 저녁부터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효자로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정치 검찰 물러나라” 서늘한 날씨 속 8번째 촛불집회 (생중계)

    “정치 검찰 물러나라” 서늘한 날씨 속 8번째 촛불집회 (생중계)

    검찰청 인근 서초역 사거리 네 방향 도로 인파로 차주최 측 “참여인원 목표 달성”…“공수처 설치” 등 외쳐검찰 개혁과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 등을 두고 광장의 세 대결 양상이 격화된 가운데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또 한번 서울 서초구 검찰청사 인근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적폐청산연대)는 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인근 도로에서 ‘제8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행사는 오후 6시부터 예정돼 있었지만 사전 집회 등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이 일찍부터 몰려 검찰청 주변은 물론 서초역 사거리 일대까지 인파로 가득 찼다. 이들은 오후 2시쯤부터 반포대로 누에다리 남쪽에 자리 잡고 앉아 사전 집회를 열었다. 이날 저녁 기온은 20도 밑으로 떨어졌고, 잠시 빗방울이 날리는 등 서늘했지만 참가자들은 동요없이 집회를 이어갔다. 집회 참석자들은 “조국수호, 검찰개혁, 언론개혁”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우리가 조국이다! 정치검찰 물러가라! 공수처를 설치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조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은 이날 애초 참가자 수 목표치(300만명)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다만 “숫자 싸움만 해서는 시민들이 모이는 의미가 퇴색된다”며 “앞으로 추산 참가자 수는 발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집회 참석자들은 검찰이 조 장관 일가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로 집회에 참석한 임모(73)씨는 “검찰의 지나친 수사와 언론의 무분별한 받아쓰기 관행을 비판하려고 나왔다”며 “조 장관과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온가족이 함께 집회에 참석한 김모(38·여)씨도 “조 장관 관련 뉴스를 보면서 화가 났다”며 “조 장관과 그가 추진하려는 검찰 개혁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자 남편과 딸이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야당과 보수단체의 집회도 같은날 검찰청 인근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우리공화당은 이날 낮 12시 30분부터 서울 성모병원 앞에서 ‘조국 구속 태극기 집회’를 개최했다. 우리공화당은 매주 토요일 주로 서울역 인근에서 태극기 집회를 했으나 이날은 집회 장소를 서초동으로 옮겼다. 집회 참가자들은 스크린이 설치된 곳부터 서초동 누에다리 앞까지 반포대로 400m 구간 8차선 도로를 차지하고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 등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태극기 집회와 촛불집회가 충돌하지 않도록 누에다리를 중심으로 경찰 병력을 배치했다. 또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대한문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석방 촉구대회’를, 일파만파애국자연합은 오후 2시부터 동화면세점 앞에서 ‘애국자 총연합집회’를 진행했다.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는 지난 4일 저녁부터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효자로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법서라] ‘황제소환’ 논란 다음날, 檢 ‘공개소환’ 폐지…“왜 지금?”

    [법서라] ‘황제소환’ 논란 다음날, 檢 ‘공개소환’ 폐지…“왜 지금?”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검찰총장은 사건관계인에 대한 ‘공개 소환’을 전면 폐지하고, 수사 과정에서 이를 엄격히 준수할 것을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습니다.”4일 오전 11시, 대검찰청 기자단에 급작스런 공지사항이 전달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건관계인에 대한 공개 소환을 전면 폐지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입니다. 비공식적으로 결정 취지를 설명하는 ‘백브리핑’을 바로 30분 뒤에 열겠다는 통보도 함께였습니다. 하필 이날 헌법재판소 국정감사도 진행되고 있어 법조기자들은 매우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갑작스러웠죠. 통상 대검이나 법무부와 같은 기관은 중요한 정책 결정이 있으면 미리 기자단에 상의해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보도를 중지하는 것) 시간을 정합니다. 그러나 이날 결정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뤄졌습니다. ‘전면 폐지’라는 큰 결정이 얼마나 급박하게 공지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공개소환을 폐지한다고? 윤 총장의 지시사항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검찰은 그간의 수사공보 방식과 언론 취재 실태 등을 점검하여,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검찰수사에 대한 언론의 감시·견제 역할과 국민의 알권리를 조화롭게 보장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는 공개소환 방식에 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검찰 내·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검찰총장은, 향후 구체적인 수사공보 개선방안이 최종 확정되기 전이라도 우선적으로 사건관계인에 대한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하고, 수사 과정에서 이를 엄격히 준수할 것을 전국 검찰청에 지시하였습니다.”간단히 요약하면 ‘미리 검찰 소환 대상과 소환 시간을 알리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수사기관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사실, 즉 ‘피의사실’을 함부로 공개할 수 없습니다. 사문화됐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피의사실공표죄’는 엄연히 존재하죠. 다만 수사기관의 공보 원칙을 규정한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 제17조 예외적 실명 공개 조항에 따르면 오해의 방지 또는 수사 및 보도의 공정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실명과 구체적인 지위를 공개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차관급 이상의 입법부·사법부·행정부·헌법재판소·선거관리위원회·감사원 소속 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 교육감, 치안감급 이상의 경찰공무원 등 ▲정당의 대표, 최고위원 및 이에 준하는 정치인 ▲대규모 공공기관의 장 ▲특정경제가중처벌법에 명시된 금융기관의 장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의 기업 대표이사 등이 그 대상입니다. 이러한 원칙 아래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고위공직자들은 모두 포토라인 앞에 섰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검찰은 사전에 소환 일시를 밝히는 ‘공개소환’을 하고, 언론은 그에 맞춰 검찰청 앞에 ‘포토라인’을 설치합니다. 앞서 언급한 세 고위공직자들은 안전 유지 차원에서 모든 기자들이 다가가진 않고 미리 선정한 기자 1~2명이 대표로 질문하지만, 일반적인 포토라인은 기자들이 소환자를 둘러싸고 여러 질문을 던지는 풍경으로 기억됩니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장면이겠죠. ●폐지, 언제부터 준비했나? 사실 공개소환과 포토라인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해 시작했던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입니다. 그전에도 문제제기는 있었으나, 이번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은 사법행정권남용 의혹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전직 고위 법관들이 줄줄이 공개적으로 소환됐죠. 나아가 피의자뿐만 아니라 참고인 신분에 불과했던 현직 법관들도 포토라인에 서야 했습니다. 물론 이들은 공보준칙에 해당하는 고위공직자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에 언론 상에 얼굴까지 공개되진 않았습니다만, 결과적으로 기소되지 않은 법관들까지 포토라인에 서야 했죠. 이에 판사들을 중심으로 공개소환과 포토라인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적극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수사대상이 되니까 갑자기 문제 삼느냐’는 비판도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공개소환과 포토라인 폐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인권보호 차원에서 포토라인이 폐지돼야 한다는 쪽이 많은 설득력을 얻었죠. 전임 법무부 장관인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 같은 포토라인을 본격적으로 폐지하기 위해 공보준칙 변경에 나섰습니다. 비록 본격적인 시행까지 나서진 못했지만, 사전 준비작업을 상당히 끝마쳤습니다. 이번 조국 법무부 장관 체제에 들어서 본격적인 공보준칙 개정 작업에 들어갔고, 검찰도 이를 기다리던 상황이었습니다. ●갑자기, 왜? 그런데 법무부가 공보준칙을 완성 짓기도 전, 이날 대검이 갑작스럽게 공개소환 전면 폐지를 선언하고 나선 겁니다. 대검은 윤 검찰총장 취임 직후 준비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향후 구체적인 수사공보 개선방안이 최종 확정되기 전이라도’라는 문장을 통해 법무부 개정을 기다리지 않고 검찰이 할 수 있는 선제조치는 먼저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죠. 대검 관계자는 별도로 “시행 가능한 인권보장 정책은 바로 즉시 시행 가능하도록 발표하고, 일선에서 실행할 계획”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공개소환 폐지는 공보준칙 개정이 없더라도 검찰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의미죠. 문제는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황제소환’ 논란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내려진 결정이라는 점입니다. 정 교수는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 청사 1층 현관이 아니라 수사관과 함께 직원들이 사용하는 지하통로를 통해 조사실로 올라갔습니다. 이미 비공개 소환이었던 것이죠. 이후 건강문제를 호소하며 출석 8시간 만에 다시 비공개로 검찰청사를 빠져나갔습니다. 정 교수는 현재 단순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입니다. 일반 피의자들 대부분, 특히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도 현관을 통해 들어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가히 ‘특혜’라고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여전히 정 교수에 대한 소환조사는 수차례 더 예고돼 있고, 나아가 조 장관 본인 역시 검찰에 소환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정 교수는 5일에도 비공개로 재소환됐죠.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나온 공개소환 전면폐지안은 결국 조 장관 일가 수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많은 기자들이 이 같은 지적을 했지만, 대검 관계자는 ‘계기가 무엇이든지를 떠나서’ 인권보장 정책을 하루빨리 마련하고자 시행한다고만 반복했습니다. 결국, 이번 조치는 원활한 조 장관 수사를 위한 발판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부와 경쟁적으로 제시하는 자체 개혁안의 일환으로 보이기도 하죠. 이와 함께 고위공직자 수사를 검찰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을 일컫는 ‘깜깜이 수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대검은 ‘공개소환 전면폐지’라는 큰 방향으로 향후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세부방안은 추가로 논의한다고 밝혔습니다. 괜한 오해를 사지 않고 인권친화적인 검찰로 거듭날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민주당 “내란선동” VS 한국당 “87년체제”… 같지만 달랐던 광화문집회

    민주당 “내란선동” VS 한국당 “87년체제”… 같지만 달랐던 광화문집회

    광화문 집회 ‘촛불집회 문화제’ 형식 차용한국당, 87년 체제 언급하며 성공 자평폭력행사 및 막말 폐해 등은 여전히 나와민주당은 내란선동으로 일부 참여자 고발여야의 세 대결 악순환에 포퓰리즘 경보문희상 의장 “국회 존재 이유 스스로 상실”지난 3일 광화문 집회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선동으로 폭력을 교사했다”며 일부 인사를 고발했고, 자유한국당은 “87년 체제와 같은 평범한 시민들의 외침”이라며 세를 과시했다. 광화문 집회는 기존의 보수집회와 비슷하지만 또 달랐다. 이튿날인 4일 여야가 이를 두고 수많은 평가와 조치를 내놓은 이유다. 이날 오전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내 대책회의에서 “서초동 200만 선동을 판판이 깨부수고 한 줌도 안되는 조국 비호 세력의 기를 눌렀다”며 “민심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이것은 지난 1987년 넥타이 부대를 연상케 하는 정의와 합리를 향한 평범한 시민들의 외침”이라고 했다. 진보의 전유물이던 87년 민주화 운동을 차용해 정당성을 주장했다. 황 대표도 “그것(광화문 집회)은 국민을 분열시키고 법치를 농락하고 국정을 농단하는 정권에 대한 국민심판이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촛불집회 때 핵심 구호였던 ‘국정농단’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현 정권을 압박한 것이다. 그간 보수집회의 상징이 군복이었다면 이번 광화문 집회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촛불집회에서 본격 등장한 ‘문화제 형식’을 도입했다. 기독교 인사들이 많아 자연스레 찬송가를 많이 부를 수 밖에 없는 점도 있었지만, 가요의 비중이 높아졌고, 군가는 다소 줄어든 듯 했다. 성조기와 태극기는 여전히 많았지만, 고등학교·대학·지역 등을 나타내는 깃발도 대거 등장했다. 일부 참여자는 자신의 쓰레기를 직접 치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하지만 고질적인 막말이나 폭력행사 부분은 근절되지 못했다. 집회 중에 청와대 방면으로 진출을 시도하다 경찰 저지선에 가로막히자 각목을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한 보수단체 회원 35명은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체포됐다. 이에 민주당은 4일 내란 선동 및 공동 폭행 교사 혐의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해찬 대표 명의의 고발장에는 ‘피고발인은 2018년 12월경부터 현재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수행하고 있는 대통령의 직무를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도록 내란을 선동했으며 2019년 10월 3일 청와대 진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교사했다’는 부분이 적시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한정 의원도 전광훈 목사 등을 내란 선동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문제는 정치가 광장에서 세를 과시하는 정쟁 대결이 악순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집회 이후 민주당은 ‘민심’을 강조했다. 안민석 의원은 “촛불혁명 시즌2가 예감되고 있다고 본다. 10월은 촛불 들기 딱 좋은 계절이지 않냐”며 “만일 정경심 교수 기소가 현실화되면 지난주보다 2배가 넘는 촛불이 모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광화문 집회로 한국당이 자신들에게 민심이 있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김성원 대변인은 “분노에 찬 국민들과 소위 ‘샤이 보수’들이 의사를 표현하고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주 토요일에는 또 서초동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다. 이런 형국에 대해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치 지도자라는 분들이 집회에 몇 명이 나왔는지 숫자 놀음에 빠져 나라가 두 쪽이 나도 관계없다는 것 아닌가“라며 “분열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 선동의 정치도 위험선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또 “국회가 갈등과 대립을 녹일 수 있는 용광로가 돼도 모자랄 판인데 이를 부추기는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국회 스스로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있다”고 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광화문 VS 서초동, 여의도가 실종됐다

    광화문 VS 서초동, 여의도가 실종됐다

    한국당 나경원 “광화문 집회, 87년 넥타이 부대 연상하는 외침”민주당 박광온 “서초는 자발적 집회, 광화문은 군중동원 집회” 국회 아닌 광장의 세 대결에 목메는 ‘포퓰리즘 경계하라’ 지적도 경제·안보 등 내년 쉽지 않은데, 국민 분열 자체 우려 목소리도‘조국 반대’를 외친 광화문의 개천절 보수집회와 ‘검찰개혁’을 주장한 서초동의 금요 진보집회가 세 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여의도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원들이 1년 중 가장 중요한 국정감사 및 본회의 기간임에도 광장에 목을 메면서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힘받은 한국당, ‘국정농단·87년 넥타이 부대’ 등 진보측 용어 차용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조국을 물리치십시오. 국민의 명령을 무겁게 받아들이십시오. 이제 문 대통령은 붕당의 지도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썼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는다면 이 싸움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고도 했다. 황 대표는 “어제(3일) 우리는 위대한 국민의 숭고한 명령을 들었다. 그것은 국민을 분열시키고 법치를 농락하고 국정을 농단하는 정권에 대한 국민심판이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때 핵심 구호였던 ‘국정농단’이라는 용어도 썼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당 대책회의에서 “서초동 200만 선동을 판판이 깨부수고 한 줌도 안되는 조국 비호 세력의 기를 눌렀다”며 “민심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이것은 지난 1987년 넥타이 부대를 연상케 하는 정의와 합리를 향한 평범한 시민들의 외침”이라고 했다. 또 나 원내대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검찰 조사에 대해 “왜 정 교수를 긴급체포하지 않고 귀가시켜 공범들과 말맞출 시간을 주나. 한 명의 피의자 때문에 5000만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조 장관이 서울대 교수 시절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행태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비판한 구절을 인용한 부분이다.●민주당, 광화문 ‘폭력·동원 집회’ 규정하며 서초 촛불집회와 차별화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일 열린 광화문 보수집회의 인파를 주시했지만 ‘동원집회’ 및 ‘폭력집회’ 등으로 규정하며 소위 ‘순수한 시민들의 모임인 서초동 촛불집회와는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집회에만 골몰하며 공당이기를 스스로 포기했다”며 “태풍 피해로 수백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는데 정쟁에 몰두하며 자신들 지역구의 태풍 피해를 나 몰라라 했다”고 말했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서초동 집회와 어제 광화문 집회를 비교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계속 한국당이 숫자로 비교하니 확연한 차이를 말하겠다”며 “서초동 집회는 깨어있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졌다. 어제 한국당의 폭력집회는 당의 총동원, 종교단체 등 이질적 집단을 동원해 만든 군중동원집회였다”고 했다. 설훈 최고위원은 “민생을 외면한 집회에서 막말이 난무했다. 한국당은 어제 국민과 민생을 말할 자격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도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 “오늘 회의 의제와 다르지만 수십명이 폭력을 휘두르고 성추행과 문화재 훼손도 있었다”며 “폭력을 포함한 불법은 용납돼선 안 된다. 엄정하게 조사하고 법에 따라 처리하라”고 지시했다.●콘크리트 지지층에 매달리는 여야 정쟁, 민생은 어디로 광화문 집회와 서초 촛불집회를 두고 여야가 정쟁을 벌이는 가운데 여의도 국회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대정문질문에 이어 국정감사 역시 소위 ‘조국 대전’ 중이다. 소위 조국 의혹 관련 증인을 채택하는데 합의하지 못해 일반증인이 없이 국감을 진행한 상임위원회가 나왔고 법제사법위, 교육위, 기획재정위 역시 같은 이유로 파행을 겪었다. 하지만 여야 모두 민생을 위해 상대가 먼저 멈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쪽 모두 광장의 목소리를 정쟁에 활용하는 것을 두고 정가에서는 포퓰리즘 경쟁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콘크리트 지지층을 보고 정치를 하면서 정작 많은 중도층의 목소리는 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검찰개혁은 원하지만 조 장관은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문제는 대한민국호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경제분야에서 경기하향세가 두드러지고, 디플레이션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중·러 전투기는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고, 한일 갈등, 지소미아 종료 및 방위비 인상을 둘러싼 한미 갈등의 분출 가능성 등 외교·안보 분야도 녹록치 않다. 한 의원은 “이런 분열은 지속되서는 안 된다.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나경원 “한 줌도 안 되는 조국 비호세력 기 눌렀다”

    나경원 “한 줌도 안 되는 조국 비호세력 기 눌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4일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 “서초동 200만 선동을 판판이 깨부수고 한 줌도 안되는 조국 비호 세력의 기를 눌렀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실정 및 조국 심판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전날 집회에 대해 “광화문 앞에서 시작해 대한문 앞을 넘어 숭례문에 이르기까지 서울 도심은 그야말로 상식과 정의의 물결이었다”고 자평했다. 나 원내대표는 “서초동 범법자 비호 집회 이후 여당이 무엇이라고 이야기했나. 가당치도 않은 200만명 운운하며 민심을 왜곡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적고 많음은 본질이 아니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퇴진 집회가 있으면 직접 나온다고 하더니 정작 청와대는 공포의 충격 속에 빠졌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국민 명예훼손을 한다”며 “뭐 눈에는 뭐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심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조국 파면을 넘어 정권 퇴진으로 옮겨붙고 있다”며 “이것은 지난 1987년 넥타이 부대를 연상케 하는 정의와 합리를 향한 평범한 시민들의 외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와중에도 정권찬양 방송들과 언론들은 먹칠 보도로 집회를 깎아내리기 급급하다”며 “서울 상공에서 찍은 사진을 한 장이라도 본다면 어제 집회의 역사적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검찰 조사와 관련해 “왜 정 교수를 긴급체포하지 않고 귀가시켜 공범들과 말맞출 시간을 주나”라며 “한 명의 피의자 때문에 5000만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수사 당시 조 장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인용해 비꼰 것이다. 그는 “검찰은 정 교수 ‘황제소환’도 모자라 ‘황제조퇴’까지 시켜주는 파격적 예우를 했다”며 “이것이 마지막 예우여야 한다. 정 교수에 대한 영장청구가 늦어지는 것은 증거인멸의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눈치 보지 말고 정 교수뿐만 아니라 이 모든 게이트의 정점인 조국 전 민정수석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외교부 직원이 의전 실수를 이유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청와대의 트러블 메이커”라며 “문 대통령은 김현종 2차장을 경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게으른 족제비와 말을 알아듣는 로봇(카와조에 아이 지음, 윤재 옮김, 니케북스 펴냄) 인공지능이 바꿔 놓을 세상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 기계언어 전문가인 저자는 대량의 데이터에서 추출한 통계를 기반으로 예측하는 현재의 인공지능은 논리적인 추론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음성 언어 처리의 원리와 대화형 AI를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들을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빗대 소개한다. 380쪽. 1만 8000원.세금 폭탄, 부자 감세, 서민 증세(강국진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노무현 정부의 ‘세금 폭탄’,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 박근혜 정부의 ‘서민 증세’ 논란까지 조세 정책은 경제적 효율성보다 정치 논리가 앞서는 영역이었다. 서울신문 기자인 저자가 조세 정책이 언론 프레임에 따라 어떻게 제약되고 강화되었는지를 종합 일간지 사설 517건을 바탕으로 확인했다. 368쪽. 1만 8000원.래디컬 마켓(에릭 포즈너·글렌 웨일 지음, 박기영 옮김, 부키 펴냄) 불평등, 경기 침체, 포퓰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전 세계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전면 재설계를 주장하는 저작. 세계적인 법학자 에릭 포즈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석 연구원 글렌 웨일은 독점·불균형 시장의 대안으로 경매 제도에 기반해 운영되는 사회 시스템을 제시한다. 472쪽. 2만 5000원.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다산북스 펴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의 첫 예술 에세이. 낭만주의부터 현대미술까지 눈앞에 펼쳐진 그림의 배경이 된 사건과 그림이 되기까지의 과정, 화가의 삶과 다른 이들의 감상까지 아우르는 17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424쪽. 1만 8000원.맨해튼의 반딧불이(손보미 지음, 마음산책 펴냄) 2011년 등단한 이래 유수의 문학상들을 수상하며 꾸준한 행보를 이어 가는 작가의 짧은 소설 모음집. ‘잃어버린 7시’를 찾아주는 탐정부터 고양이 도둑, 불행 수집가까지 20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원치 않은 결말에도 소중했던 기억을 붙잡으려 애쓰는 모습이 불완전한 우리와 닮았다. 240쪽. 1만 3500원.호재(황현진 지음, 민음사 펴냄) 2011년 ‘죽을 만큼 아프지 않아’로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은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무책임한 부모 대신 고모 내외에게서 성장했으나 지금은 가족과 연락을 끊은 여성 ‘호재’와 무능한 아버지들의 세계에서 희생을 자처한 여성이자 호재의 고모 ‘두이’의 시선과 회고로 구성된다. 208쪽. 1만 3000원.
  • [사설] 정경심 비공개 소환, 의혹 수사에는 예우 없어야

    검찰이 어제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소환했다. 지난 8월 27일 압수수색을 벌이며 강제 수사에 나선 지 37일 만이다. 현직 법무부 장관의 부인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또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의 당사자를 휴일에 비공개 소환한 것은 이례적이다. 당초 검찰은 공개 소환 원칙이라고 했으나 정치권에서 압력이 쏟아진 뒤 비공개 소환으로 전환했다. 그래서 서울중앙지검이 기자들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봉쇄하고, 검사장 전용 엘리베이터로 연결되는 비상구 문에는 ‘출입을 통제합니다(검사장님 지시 사항)’라는 문구도 붙여 놓았다. 정 교수는 이 경로로 포토라인을 거치지 않고 검사실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의 압박에 자체 개혁안을 낸 검찰이 ‘망신 주기 수사’ 논란을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 소환 방식보다 중요한 문제는 의혹의 해소다. 정 교수는 조 장관의 조카인 조범동씨가 실소유주로 지목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하고, 조씨가 지난해 8월 투자처인 더블유에프엠(WFM)에서 빼돌린 13억원 중 10억원을 넘겨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정 교수의 딸과 아들이 위조된 동양대 표창장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진학 등에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의혹 해소에는 예우나 예외가 있어선 안 된다.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 신병 처리 문제 역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원칙대로 하면 된다. 조 장관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최순실씨 등을 고발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그제 조 장관을 수십억원의 뇌물 수뢰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시켰다. 참여연대의 김경율 경제금융센터 소장도 “조국 펀드를 분석한 결과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이 반드시 옳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쏟아졌던 의혹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검찰은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속도를 내 수사하면서도 진실 규명에도 철저함을 보여야 한다.
  • 조국 앞에 낀 시민들

    조국 앞에 낀 시민들

    “檢개혁 옳지만 曺옹호는 적폐… 서초동 왜 가” “曺 싫지만 태극기 부대 더 싫다… 광화문 안 가”‘조국 대전’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와 검찰개혁 문제 등을 두고 진영 간 세 대결 양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극단으로 치닫는 진영 싸움에서 어느 진영에도 마음을 주지 못하는 ‘낀 시민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이들은 ‘검찰개혁’과 ‘조국 수호’를 동시에 외치는 서울 서초동 집회의 구호에 동의할 수 없고, 문재인 대통령 퇴진까지 외치는 광화문 집회에 힘을 보탤 생각도 없다고 밝힌다. 3일 서울 광화문·시청 일대의 ‘조국·문재인 정권 반대 집회’는 지난달 28일 서초동 집회보다 더 큰 규모로 진행됐다. 하지만 조 장관을 반대하는 시민들 중에서도 이날 집회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조 장관의 장관직 수행이 부적절하다고 보지만 “청와대에 진입해 문재인을 끌고 오자. 서울구치소로 보내자”(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거나 “여기 모인 것은 문재인 빨갱이 기생충 정권을 끝장내기 위한 것”(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이라는 등의 극단적 발언까지 쏟아지는 현장에 가고 싶지 않아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조국은 싫지만 태극기 단체들이 점령한 광화문 집회에 인원수 보탤 생각은 없다”, “자유한국당이 총동원령을 내린 시위에 참여할 순 없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낀 시민들이 서초동 집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복잡하다. 이 집회의 주요 구호 중 ‘검찰개혁’에는 찬성하지만 ‘조국 수호’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김모(28)씨는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은 청산돼야 하지만 검찰개혁을 위해 조 장관을 옹호하는 행태는 ‘대의를 위해 작은 적폐는 용인하고 가자’는 잘못된 행동 같다”고 말했다. 정의당 지지자인 이모(40)씨는 “현실 정치는 이런 것이라며 계속 타협하다 보면 결국 우리가 꿈꾸는 평등한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불편한 마음을 안고 서초동 집회에 나서는 시민도 많다. 흠결이 드러난 조 장관이 검찰개혁의 상징이 된 게 씁쓸하지만, 현실적으로 달리 방법이 없다는 판단이다. 직장인 이모(34)씨는 “조국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도덕적으로 옳지만, 냉정히 따져 봤을 때 그나마 사회문제를 바로잡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권력을 밀어주는 게 낫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보수·진보 지지층이 모두 내부 분열 상태”라면서 “특히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던 진보층은 ‘조국이 무너지면 문재인도 무너진다’고 보는 측과 ‘조국을 포기하는 게 문재인이 사는 길’이라고 보는 측으로 갈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보수에 비해 진보의 내분이 더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직 움직이지 않는 중도 시민들이 정당성을 실어 주는 쪽으로 내분이 정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시민들의 의식은 ‘검찰개혁은 해야 하지만 그 사람(조 장관)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인데 이를 수용하기 싫은 정부·여당의 무리수가 이런 현상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5회] “판사들 보호하는 방패막이” 재판상황 챙겨 보고한 前수석부장의 항변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5회] “판사들 보호하는 방패막이” 재판상황 챙겨 보고한 前수석부장의 항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출신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증인 출석‘가토 타쓰야 재판 개입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 중이라 답변 못해”“국민참여재판 배심원 평결·재판부 심증 미리 듣고 행정처 보고”“‘중요사건 예규’는 보고 최소한의 범위…더 보고한다고 위법 아냐” 선배 법관이 후배 법관의 재판에 대해 과연 언제, 어디까지 묻거나 조언을 해주는 것이 적절할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둘러싼 핵심 고민이다.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이나 그들과 연관된 전·현직 법관들은 “사법행정의 필요에 따라”, “사법행정의 일환이었다”는 입장으로 이른바 ‘재판 개입’ 의혹의 공소사실이 되어버린 많은 행위들을 설명한다. 특히 전국 최대 규모의 법원으로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사건들이 많이 다뤄지는 서울중앙지법은 법원행정처와는 또 다른 성격의 사법행정의 영역을 고민하게 한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12건의 재판 가운데서도 여러 차례 중요한 쟁점으로 거론됐고 무엇보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4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각각 2년씩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수석부장을 지낸 두 명의 고위 법관이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34회 재판에는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을 지낸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임 부장판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칼럼을 쓴 가토 타쓰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에 청와대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가토 지국장의 재판에 청와대 측 입장을 반영하는 등 재판에 개입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다. ●‘가토 타쓰야 재판 개입 의혹’ 기소된 고법 부장판사… “재판 중이라 답변 못해” 이날 검찰은 임 부장판사가 형사수석부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고영한 전 대법관(당시 법원행정처장) 등 행정처 관계자들에게 서울중앙지법에서 심리 중인 사건에 대해 보고하게 된 경위에 대해 물었다. 우선 임 부장판사의 공소사실이기도 한 가토 타쓰야 전 지국장 재판과 관련해 2015년 9월 1일자 ‘주요 형사사건 현황 보고(대외비)’ 문건을 자세히 작성해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경위에 대해 질문했다. 임 부장판사는 행정처에 보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한 문건이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 중이라 제 사건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이후 “주요 현황을 상부에 보고하는 게 형사수석부장의 업무에 해당하는 게 맞느냐”, “가토 타쓰야 사건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현직 대통령일 뿐 아니라 관심사인 대통령의 행적에 많은 관심이 모인 사건이라 주요 현안으로 관리돼 이렇게 상세하게 기재한 것인가”, “문건에 향후 재판 일정과 관련해 ‘판결에도 허위사실에 대해 분명히 설시할 계획’이라고 작성했는데 맞느냐”, “가토 타쓰야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가 판결 선고할 때 증인이 재판부를 상대로 특정 사건에 대해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느냐”는 질문에도 잇따라 “답변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는 답을 반복했다.“중앙지법에 주요 현안이 있는 경우 형사수석부장이 재판장으로부터 판결 전에 직접 (판결 초안을) 받아 검토하기도 하는가“라는 물음에도 “답변하지 않겠다”고 임 부장판사가 말하자 검찰은 “검찰 조사에서는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자진해 수정하는 건 형사수석부장의 당연한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임 부장판사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임 부장판사는 2015년 11월 선고를 앞둔 가토 전 지국장 사건의 1심 재판장에게 “판결 선고 전 대통령의 행적에 보도가 허위라는 점이 입증됐음을 밝혀달라”, “선고 때 구술할 내용을 미리 보고해 달라”는 등의 요구하는 등 재판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임 부장판사의 변호인은 그의 재판에서 “사법행정 권한이 있는 상급자기 조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당시 재판장인 이동근 부장판사도 증인으로 나와 “이례적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임 부장판사의 지시로 판결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질문에 증언을 거부하기로 한 가토 타쓰야 전 지국장 사건 다음으로 2015년 박삼봉 사법연수원장의 교통사고 사망사건과 관련한 국민참여재판과 SAT 기출문제 유출사건이 거론됐다. 검찰에 따르면 임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박삼봉 사법연수원장 사망사건 국민참여재판 관련, 배심원 전원 무죄 평결 및 재판부 심증 보고’, ‘SAT 유출 사건 사실조회 회신 지연돼 추정(기일을 추후에 정하겠다는 뜻) 중. 검찰 측에 입증 촉구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보고했다. 임 부장판사는 역시 임 전 차장에게 이러한 내용의 보고를 한 것은 맞지만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의 심증 등을 미리 보고하는 것이 형사수석부장의 업무 범위에 있냐는 질문에는 “그 점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평결·재판부 심증 미리 듣고 행정처 보고” 검찰은 특히 선고 전에 미리 배심원의 평결과 재판부 심증이 행정처로 보고된 데 대해 집중적으로 물으며 “최초 검찰 조사에서는 ‘임 전 차장의 지시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이후에 번복해 ‘재판장이 자발적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 부장판사는 “처음에는 사건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았는데 나중에 (검찰 조사 끝나고) 나아서 보니 그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돼 ‘중요사건’으로 분류됐던 것을 확인했다”면서 “그런 경우 별도로 요청하지 않더라도 재판부에서 판결 선고를 하거나 직후에 판결문 등을 보내온다. 그 재판부 자리가 제 사무실과 바로 맞은 편이어서 이렇게 판결이 난다고 말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설령 재판장이 자발적으로 보고한다 하더라도 사전에 입수한 재판부 심증을 행정처에 보고했다는 것인가”라고 다시 물었다. 임 부장판사는 “보고한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박삼봉 원장님은 저와도 개인적인 인연이 가까웠고 존경하는 원장님이었는데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셔서 법원에서 관심이 많은 사건이었다. 재판장이 판결 선고하러 들어간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보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부장판사는 이어 “형사수석부장 재직 당시 담당 재판장이 직접 행정처 차장 등과 연락하며 사건의 진행상황이나 판결 선고에 대해 보고한 경우는 없었나”라는 검찰의 질문에 “제가 알기로는 없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에서 그 이유에 대해 ‘그런 부분은 상상하기 어렵다. 만약 그렇다면 일선 법관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라고 했는데 일선 법관에게는 행정처가 법원 재판에 관여했다고 비춰질 수 있어서 그렇게 말한 건가”라고 검찰의 질문이 더해졌고 임 부장판사는 그렇다고 말했다. 2016년 4월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진 뒤 임 부장판사는 고 전 대법관의 요청으로 ‘정운호 사건에 대한 향후 대책 검토’ 문건을 작성하기도 했다. 당시엔 임 부장판사가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자리를 옮긴 뒤였다. 그런데도 고 전 대법관이 전화를 걸어 “뭔가 아이디어 없느냐”고 물어 언론보도 등을 참고해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 문건에서 임 부장판사는 사건에 대한 해석을 ‘가. 실패한 로비로 보는 시각, 나. 판사의 부적절한 처신을 문제삼는 시각, 다. 판사의 양형에 의문을 가지는 시각’으로 나눠 각각에 대한 구체적인 여론의 향방을 담으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법관의 부적절한 처신이나 양형 문제라기 보다 변호사의 부적절한 사건 수임과 전화 변론 등 변호사 윤리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그러나 고 전 대법관으로부터 구체적으로 사건의 본질이나 방향에 대한 지시가 있었다거나 고 전 대법관에게 행정처 내부 보고서나 참고자료를 받은 것은 없었다고 임 부장판사는 말했다. ●“‘중요사건 예규’는 보고의 최소한의 범위…더 보고한다고 위법은 아냐” 검찰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공작’ 대선 개입 사건에서도 2015년 2심에서 원 전 원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1심 재판장이었던 이범균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항소심 판결 정리 문건을 받아낸 경위도 물었다. 이 부장판사가 보낸 ‘원세훈 항소심 판결 정리’ 문건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무죄로 났던 1심과 유죄로 뒤바뀐 2심 판결의 쟁점을 비교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임 부장판사가 이러한 문건을 받은 것이 결국 임 전 차장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지적했지만 임 부장판사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이처럼 여러 사건들과 관련해 형사수석부장이 직접 재판부로부터 보고를 받고 이를 다시 행정처로 전달한 것을 두고 검찰은 거듭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은 언론에 보도되는 중요 형사사건이 많고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질문이 들어오면 답변을 해야하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했다”면서 “사법행정상 필요에 따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법원에는 ‘중요사건의 접수와 종국보고’ 예규가 있어 사건을 결론지은(종국) 뒤 결과 등을 보고하도록 돼있었다. 그러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재판 독립에 대한 내부 침해 우려가 제기돼 지난해 9월 폐지됐다. 그동안 법조인이 피고인이거나 사회적으로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건 등을 ‘중요사건’으로 분류했는데 이 예규가 폐지되면서 행정처는 물론 일선 법원의 법원장조차 형사수석부장이나 재판장으로부터 특정 사건에 관한 보고를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임 부장판사는 이 중요사건 보고 예규를 두고 “최소한 종국 때는 보고하라는 것이지 그 이상을 보고한다고 해서 위법인지 의문”이라면서 “예규가 없더라도 필요하면 확인해서 보고할 것은 해야 국회나 언론에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개입한 것으로 지목된 과거 사건들에 대해서도 “해당 사건 재판장이나 영장전담 판사도 언론 대응용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재판이나 사건에 부당 개입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따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피의자들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고 언론에 보도되기 직전에 먼저 결과를 검찰에 알려준 적도 있었다고 임 부장판사는 말했다. 영장이 발부되는 것보다 기각됐을 때 여론은 물론 국회나 언론에서 더욱 기각 사유에 대한 문의가 많고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형사수석부장이 기각사유에 대해 자세히 알았다가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했다고도 설명했다. 다만 “법원장, 행정처장의 국회 답변이나 언론보도 해명 등을 위해 영장 정보를 받은 적은 있으나 결과가 나오기 전 받은 적은 없다”며 여전히 영장재판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바는 없다고 강변했다. 변호인들의 반대신문에서도 답변은 일관됐고 변호인들도 임 부장판사가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 차장 등 윗선의 지시를 받아 재판에 관여한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적절하게 법원 외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사법행정권을 활용한 것이라는 취지를 강조했다. 임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사법행정을 통해서 소속 법관이 외부의 영향 없이 재판하도록 하는 것이지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수석부장의 주된 업무는 언론 등으로부터 판사가 비판받는 것에 대처해서 소신껏 재판하도록 방패막이가 되는 것이고 그렇게 해왔다”. 재판에 전념하는 일선 법관들을 “보호하기” 위해, 또 법원행정처가 주도하는 원활한 사법행정을 “보좌하기” 위해 그는 방패막이이자 연결고리가 되어 열심히 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든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는지, 법관들의 재판 독립이 침해되지는 않았는지는 결국 재판에서 판단될 몫으로 남아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한국당 “서초동 200만이면 우리는 2000만” 광화문 총집결

    한국당 “서초동 200만이면 우리는 2000만” 광화문 총집결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이날 광화문에서 서울시청을 지나 서울역까지 왕복 10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인파는 한목소리로 ‘조국 파면’을 외쳤다. 자유한국당은 집회 참석 인원을 300만명 이상으로 추정했고,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는 200만명 이상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광화문 집회 이후 최대 인파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오는 5일 서초동에서는 2차 ‘검찰 개혁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검찰 개혁’과 ‘조국 파면’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정권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규탄대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각 지역 당원, 일반 시민 등이 대거 참여했다. 황 대표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국정을 파탄 내고 안보도 무너뜨리고 있다. 대통령이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며 “(조국을) 반드시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단군 이래 최악의 정권”이라며 “지난번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시위하는 것을 보셨느냐. 그들이 200만이면 우린 오늘 2000만이 왔겠다”라고 말했다. ‘조국 파면’을 주장하며 19일간 이어온 단식투쟁을 이날 중단한 이학재 의원은 “문재인 정권을 퇴진시켜야 한다”며 “문재인을 둘러싸고 있는 쓰레기 같은 패거리들을 쓸어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한국당 집회 참가자들은 ‘지키자 자유 대한민국’, ‘문 정권 심판 조국 구속’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조국을 구속하라’, ‘조국은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일부는 태극기를 흔들기도 했다. 같은 시간 교보빌딩 앞에서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총괄 대표, 이재오 전 특임장관이 총괄 본부장을 맡은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가 ‘문재인 하야 광화문 100만 투쟁대회’를 열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이 집회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박 전 대통령의 실수도 있었지만, 보수우파 진영 내의 분열이 결정적 원인이었다”며 “이제는 우리가 탄핵을 사이에 두고 손가락질하고, 비방할 시간도, 그럴 겨를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 문재인을 파면한다’며 자체적으로 작성한 ‘국민탄핵 결정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결정문에서 “문 대통령이 헌법 3조와 내란죄(형법 87조), 외환유치죄(형법 92조), 여적죄(형법 93조)를 각각 위반해 국헌을 문란하게 했고, 베네수엘라 좌파독재를 추종하고 반자유시장 정책으로 민생파탄죄, 좌파 우선과 분할 통치로 국민분열죄를 범했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며 사회주의 개헌을 시도했고, 국가기관을 겁박해 조국 일가의 불의와 불법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방해했으며, 다중의 위력 동원을 교사해 협박을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정권이 아니라 조직폭력 집단 같은 행태를 저지르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좌파집단의 우두머리다. 그래서 대통령으로 인정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우리공화당은 낮 12시 30분부터 숭례문 앞에서 ‘문재인 퇴진 태극기 집회’를, 전국기독교총연합회는 정오부터 서울광장 서편에서 전국기독교연합 기도대회를 열었다.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일파만파애국자연합(일파만파)이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로 광화문 남쪽광장부터 서울역 4번 출구 앞까지 세종대로 2.1㎞ 구간 10차선 도로의 차량 운행이 전면 통제됐으며 대부분 구간이 집회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또 종각역에서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8차로도 차량이 통제됐고 다수가 종각역에서 내려 광화문 사거리 쪽으로 이동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롱터뷰]“참여정부 땐 檢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조직으로 착각”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장

    [롱터뷰]“참여정부 땐 檢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조직으로 착각”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장

    “1기는 굵직한 거대담론 집중, 2기는 피부로 느끼는 실사구시”“법무부에선 수사 오해 없게 개혁해야 수사 뒤 본격 개혁될 것”“촛불 때 檢 제대로 작동했으면 국정농단 없었을 것 인식 퍼져”“특수부 축소 檢 자체방안 서울중앙지검은 남아 있어 두고 봐야”“3~4개월 집중 권고 후 나머지 기간은 이행 점검 주력할 것” 김남준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법무부의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서 검찰 수사를 둘러싼 오해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검찰개혁이 담론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이행되도록 개혁위를 이끌겠다고 말했다.김 위원장은 2일 서울신문과 만나 법무부와 청와대의 지속적인 검찰개혁 메시지가 ‘수사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개혁위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수사에 신경 쓰지 않고 권고안을 낼 것”이라면서도 “다만 법무부에선 (수사 관련)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게 맞고, 실제 그런 부분을 고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부 축소 등 조직 변경도 대통령령 개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수사가 끝난 이후 본격적인 검찰개혁에 착수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 브레인’ 역할을 맡는 2기 개혁위의 활동 기간은 1년이다. 김 위원장은 가능한 3~4개월 내로 주요 권고를 마친 뒤 나머지 기간은 실제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데 집중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1기와 2기 개혁위의 차이를 ‘거대담론’과 ‘실사구시’로 설명했다. 1기 활동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입법 절차가 필수적인 굵직한 검찰개혁에 집중됐다면 2기 활동은 대통령령 개정, 법무부령 개정 등 법무부가 독자 시행할 수 있는 검찰개혁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인 김 위원장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체제에서 1기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개혁위는 지난달 30일 1호 권고안으로 직접 수사 축소,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을 위한 개정 실무작업 착수를 의결했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에 대해 김 위원장은 “형사·공판부보단 인지수사를 하는 특수부가 아직 인기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평검사 재직 기간의 5분의2 이상을 형사·공판·조사부에서 일해야 부장 승진이 가능한 현재 기준을 2분의1이나 그 이상으로 높이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내놓은 ‘특수부 축소’ 방안에 대해선 “대통령 지시에 따라 개혁안을 신속하게 낸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얼마나 권한이 줄어들지 아직 알 수 없다”고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서울중앙지검에는 특수부가 여전히 건재하고, 사실상 특수부 역할을 하는 형사부 일부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같은 비직제부서도 있기 때문에 언제든 특수수사를 이어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1기 위원으로 활동한 데 이어 2기에선 위원장을 맡으셨습니다. 위원장직을 받아들인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법무·검찰 개혁 분야에서 오래 일했습니다. 참여정부 당시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맡았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선 사법위원장을 지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1기 위원으로 활동했지만, 아직까지 검찰개혁이 실현된 부분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2기 활동을 통해 실질적인 검찰개혁을 이루는 것이 제가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위원장직을 수락했습니다.” -지난달 30일에 열린 발대식에서 ‘1기에서 충실한 권고를 했기 때문에 2기가 필요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하셨는데요. 1기에서 검찰개혁이 완성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1기 활동은 이론적으로 따지면 거대담론에 가깝습니다. 수사권조정을 포함한 형사소송법 개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국회 통과가 필요한 굵직한 개혁안들이죠. 그래서 1기 위원들이 열심히 논의해서 개혁안을 권고했는데, 권고안을 수용할지는 또 법무부의 몫입니다. 실제로 국회에 가있는 법안들은 저희가 권고했던 내용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이고, 여전히 미이행된 부분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그렇다면 2기는 1기와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2기는 ‘실사구시’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당장 현장에서 적용 가능하고,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개혁에 주안점을 두려고 합니다. 대통령령, 법무부령 등 개정을 통해 조직과 인원을 바꾸려고 합니다. 특수부 직접 수사 축소,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은 대통령령 개정으로 가능한 부분입니다.” -2기에선 현직 검사들을 포함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검찰 내부 의견은 검사가 잘 알기 때문에 제가 포함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아무래도 형사나 공판 관련 전문적인 지식이 있으면 권고안을 만드는 데 실무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현직 검사들과 민간 위원 간에 시각도 다를 것 같습니다. “네, 차이점이 있습니다. 민간 위원은 검찰 권한 축소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죠. 반면에 검사들은 검찰인사의 불공평성, 상명하복으로 인한 의견 제시의 어려움 등을 주로 얘기했습니다.” -천 전 장관님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찰개혁의 중요 목표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인데, 지금 오히려 개입을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개혁위로선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조직이라 수사를 신경 쓰지 않고 권고합니다. 다만 법무부에선 그런 부분은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런 부분을 (법무부에서) 그런 부분을 고려하는 것 같고요. 특수부 축소 등 조직 변경도 대통령령 개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끝난 이후에 본격적인 검찰개혁에 착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여정부 때와 지금의 검찰개혁 환경이 어떻게 다를까요? “참여정부에 힘이 없었던 것도 맞지만, 당시엔 검찰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정권 초기 대선자금 수사를 기점으로 검찰이 훌륭하다는 말도 나왔잖습니까. 당시 검찰이 정치권력을 이용하지 않고,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조직으로 인식됐습니다. 그렇게 검찰개혁 동력을 잃어버렸다고 볼 수 있죠. 이는 인식부터 잘못됐습니다. 권력기관, 특히 검찰처럼 권력이 집중된 조직은 스스로 내려놓기 어렵습니다. 특히 외부 개입이 힘든 조직은 내부 논리가 강하기 때문에 검사들 스스로도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지금은 검찰개혁 동력이 강해졌다고 보시나요? “그때보단 훨씬 강해졌죠. 박근혜 정부 당시 촛불집회를 통해 ‘검찰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국정농단과 같은 일이 생기지 않았으리라’는 인식이 생겨났습니다. 이번엔 다시 서초동에서 촛불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 방식을 보면서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습니다. 국민들이 검찰개혁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검찰 특수수사의 문제점이 무엇일까요? “수사하고, 기소하고, 재판하는 절차는 분리돼야 합니다. 수사권은 경찰에게, 기소권은 검찰에게, 재판은 법원에 맡기는 것이 이상적이죠. 문제는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꺼번에 쥐고, 경찰에 대한 지휘권까지 갖고 있죠. 마치 군주국가처럼 권력 분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사권을 경찰에 맡기고, 검찰은 사법통제를 하면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법률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하고 기소하는 등 특수수사가 ‘적폐청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인데요. “검찰개혁 문제는 좌우에 따른 차별이 있어선 안 됩니다. 적폐청산 수사도 결국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사들이 진행했습니다. 그 수사에서도 검찰이 강력한 권한을 이용해 관계자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을 거라고 봅니다. 좌우 진영논리와 관계없이 검찰 특수수사는 지양돼야 합니다.” -어제(1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특수부를 축소하는 방안을 내놓았는데,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신속하게 개혁 방안을 낸 것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실제로 얼마나 권한이 줄어들지 알 수 없습니다. 특수수사 비중은 서울중앙지검이 제일 크고, 나머지 검찰청들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3개 특수부를 남기더라도 힘을 더 키울 수도 있고요. 또 형사부를 특수부처럼 운영하거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처럼 비직제부서를 특수수사 팀으로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대검이 제대로 특수수사를 줄일 의지를 갖춘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특수부가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보시는 건가요? “앞으로 살펴봐야 할 문제입니다. 검찰은 오랫동안 해온 부정부패범죄와 금융범죄 수사에 전문성이 있습니다. 관련 분야 수사를 갑자기 멈춰버리면 공백이 발생하겠죠. 그래서 현행 수사권조정안에서도 일정 영역에선 검찰이 직접수사를 하는 것으로 남겨놓고 합의가 이뤄진 것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론 검사가 직접수사를 할 필요가 있는지 논의해야겠죠.”-점차 직접수사 권한이 검찰에서 경찰로 넘어가는 흐름인데요. 경찰에서 같은 폐해가 발생하진 않을까요? “기소권은 어디까지나 검찰에 있기 때문에 경찰에 대한 사법 통제는 이뤄질 것이라 봅니다.” -수사종결권은 경찰에 있는 방향으로 법안이 짜였는데, 사법통제가 가능할까요? “사실 1기 개혁위에선 수사종결권을 검찰에 줘야 한다는 권고를 냈습니다. 경찰이 불기소하더라도 사법 통제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권고안과 달리 실제 법안에선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지는 방향으로 담겼지만, 그럼에도 고소·고발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검찰이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는 구조기 때문에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1호 권고안에 ‘형사부와 공판부로의 중심 이동’도 포함됐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형사·공판부보단 인지수사를 하는 특수부가 아직 인기가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사회적인 이목을 끌기 쉽고, 대형 정치사건 등 ‘거악 척결’ 차원에서 훨씬 검찰권력을 발현하기 쉬운 부서이기 때문이죠. 또 과거엔 권력기관에 가까이 있는 공안부가 더 강했고요. 그에 비해 형사부와 공판부는 검찰 본연의 일이라 할 수 있는 기소권과 공소유지에 충실하지만, 상대적으로 권력에서 떨어져 있죠. 개혁위는 형사부와 공판부로 중심이 이동할 수 있도록 많은 권고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평검사 재직 기간의 5분의2 이상을 형사·공판·조사부에서 일해야 부장 승진이 가능한 현재 기준을 2분의1이나 그 이상으로 높이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겠죠. 앞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해갈 계획입니다.” -검찰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안이 또 무엇이 있을까요. “법무부가 검사에 대한 1차적 감찰권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검 자체적으로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고, 법무부는 2차적 감찰권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이 외부에서 감시해야 합니다. 내부에서만 감찰이 이뤄지면 특정 사건을 가볍게 처리하거나, 속된 말로 ‘묻어버릴’ 수 있습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검찰개혁을 위해선 법무부가 감찰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돼야 합니다.” -권고를 넘어서 실제로 이행되는지 여부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맞습니다. 적폐청산과 제도개혁은 ‘이행 여부’가 감시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국정원의 경우 개혁발전위원회 활동이 끝난 이후에도 일부 위원을 남겨 이행 상황을 계속 보고받았습니다. 저희도 3~4개월 집중적으로 권고안을 내놓고, 그 뒤에 필요하면 이행 여부를 감시하고자 합니다.” 글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투기감시센터, 조국 부부 檢에 고발

    경실련 소속 교수도 “사퇴해야”비판 합류 참여연대, 김경율 “曺의혹 침묵” 주장에 “상임집행위서 논의된 적 없는 내용” 반박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모펀드 투자 관련 의혹 등을 두고 진보 성향 시민사회가 갈라지고 있다. 회계사인 김경율 참여연대 전 공동집행위원장이 비판의 포문을 연 가운데 경제 문제를 꾸준히 다뤄 온 단체와 인사들이 잇달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일 조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등 7명을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때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고발했던 곳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2017년 5월 민정수석에 취임한 조 장관이 주식 등을 재산 등록하고서 1개월 이내에 매각하지 않아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또 정 교수가 블루코어밸류업1호사모펀드의 출자 지분을 예금 항목에 기재해 예금인 것처럼 은폐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 교수가 더블유에프엠(WFM) 자문계약을 맺고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6월까지 매달 200만원씩 자문료를 받은 것은 뇌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더블유에프엠이 자본력과 신용이 취약한 상태에서 조국 당시 수석이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배후에 있음을 익성과 중국업체에 홍보하고 확신을 심어 주려고 정경심과 고문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정책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조 장관이 지금 자진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개혁 방안은 대통령과 조 장관이 이미 제시했고 검찰도 수용 의지를 드러냈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입법 과제의 국회 통과를 위해서라도 조 장관이 지금 사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깊은 상호 불신에 뿌리내린 선동적이고 비이성적 진영 대결로 세월을 보낼 만큼 우리 경제와 국제 정세가 한가롭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전 공동집행위원장이 “조 장관 관련 사모펀드 의혹을 분석한 증거가 있는데 참여연대가 침묵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참여연대는 “의혹 제기를 묵살한 게 아니라 상임집행위원회에서 한 번도 논의된 적 없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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