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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 읽히기(외언내언)

    영국의 정치가 디즈레일리는 ‘단 한권의 책밖에 읽은 적이 없는 사람은 경계하라’고 충고한다. 단 한권의 ‘편견’은 상대방의 다양한 ‘감성’을 다치기 때문이다.그대신 독일의 알프레드 베버는 ‘두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번 읽을 가치도 없다’고 단언한다. 물론 어느 책이 양서이고 어느 책이 악서인가를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단지 비문이나 성서처럼 오래된 것이 고전임에 틀림없다.‘고전’이란 누구라도 읽지 않으면 후회하면서도 누구라도 읽기 싫어하는 책이기도 하다.사람들은 책장을 열기도 전에 그 내용이 난해할 것에 지레 겁을 먹지만 좋은 책이란 먼저 읽어두지 않으면 두번 다시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한 출판사가 중고교 독서담당 교사들을 상대로 ‘도서 추천 실태’ 조사결과 그들이 추천한 권장도서는 무려 1천100여권.필독서인 생텍쥐베리에서 헤세 리처드바크 바스콘셀로스 다윈찰스 스티븐호킹에서 심훈 나도향 이효석 박경리 유홍준에 이르기까지 주옥같은 명편과 과학과 자연에 대한 논리적 해석을 돕는 책들이 고루 들어 있다.이보다 앞서 한국 갤럽이 전국의 청소년 1천500여명을 상대로 한 ‘한국인의 독서실태’조사에 보면 56%가 한달에 ‘단 한권도 책을 읽지 않았다’고 응답한다.그러나 ‘어제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문에서는 무려 83.2%가 TV시청을 밝히고 있다. TV시청은 휴식이지만 독서는 마음을 살찌우는 양식이다.습관적으로 체질적으로 독서의 생활화를 당연하게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책 한권 읽었다’는 자랑은 결국 ‘지성’을 해치는 ‘우매’일 것이다.1천여권을 다 읽을 수 없다면 10권을 먼저 읽고 다시 10권에 도전할 수 있다.우리민족의 삶을 이해하고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대하소설과 인간과 사회에 대한 빼어난 통찰력이 돋보이는 고전에는 우리의 미래와 새로운 인생이 들어있다.책을 멀리하는 개인이나 사회는 무한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이런 경기불황일수록 두 눈에 불을 켜고 책의 행간 속에 숨어있는 삶의 지혜의 빛을 찾아내보자.
  • 박경리의 ‘토지’ 사전으로 나왔다

    ◎등장인물·사건·남부사투리 총정리/평론가 임우기씨 등 1명 3년간 작업 해방후 한국문단이 거둔 가장 큰 수확으로 꼽히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사전이 솔출판사에서 나왔다.국내에서 단일 문학작품에 대한 사전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지난 69년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되기 시작한 ‘토지’는 25년만인 94년 8월15일 5부 16권으로 완간됐다.‘토지’에 대해서는 그뒤 학계와 비평계의 본격적인 연구와 평가작업이 이뤄져 ‘토지와 박경리문학’(한국문학연구회 엮음),‘토지를 읽는다’(최유찬 지음) 등 비평집만 네 권이나 나왔다. 94년 봄 기획돼 3년여에 걸친 작업끝에 나온 ‘토지’사전은 문학평론가 임우기씨(솔출판사 대표)가 책임편집을 맡았으며,집필작업에는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국문학연구자 등 11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토지’에는 수많은 등장인물·사건·장소·시간들이 복잡하고도 치밀하게 얽혀 있으며 경상도 남부지방의 사투리를 비롯한 방언·속담 등 관용구와 풍속어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어휘,속담,풍속 및 제도,인물,사건,연대표 등으로 구성됐다.평사리 마을의 위치,최참판댁 가옥구조,하동 평사리 일대와 남해안 지도,작품 당시의 만주 지도,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가계도,작가연보 등을 부록으로 정리했다.2만9천원,332­1526.
  • 노벨문학상 ‘유감’/장은수 문학평론가(특별기고)

    ◎한국작가엔 ‘못오를 나무’인가 이탈리아의 좌파 극작가인 다리오 포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것을 나는 인터넷에서 처음 보았다.그 시간에 나는 노벨 사이트를 접속해 두고 있었고,예정시간보다 10초 뒤에 선정 이유서가 뜨기 시작했다.그동안 예상수상자들에 관한 자료를 모아온 나로서는 다소 의외의 결과였다.전문가들은 V.S.네이폴,주제 사라마고,베이다오,위고 클라우스,얀 크로스 등을 주목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이 무명(?)작가의 등장을 두고 말이 많은 모양이다.노벨문학상이 결정될 때마다 시비야 늘 있었던 것이지만 이번엔 교황청이 반박하고 나섰다는 점이 이채롭다.‘이탈리아인의 종교적 감정을 모독했다’고 교황이 직접 비난했던 그의 수상소식을 듣고 바티칸당국은 ‘논란대상인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문학인들이야 작품 보는 취향이 각자 다르니 그렇다고 치고 바티칸이 나선 것은 놀라운 일이다.일개 작가의 동정에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을까.교황청과 마약밀매조직의 관련성을 풍자한 ‘교황과 마녀’같은 작품이 눈에 거슬렸는지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교황청 차원에서 그의 문학을 공식부인한 것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그러한 교황청의 태도는 샐먼 루시디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호메이니를 생각나게 한다.이슬람교를 모독한 작품 ‘악마의 시’를 썼다 하여 루시디는 아직도 이슬람 광신자들의 살해위협 속에 쫓기고 있다.국가권력이나 종교권력이 일일이 예술작품을 통제한 것은 중세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교황청이 한 발짝만 더 나아가게 된다면,그것은 예술의 독자성을 부인하는 일이 될 것이다. 아무튼 매해 쏟아지는 이러한 쑥덕공론을 잠재우려면 스웨덴 한림원은 좀더 엄격하고 공정한 문학적 기준을 가져야 할 것이다.특히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중국,이란 등의 감독들이 주목받는 것과 비교하면 일본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지역의 문학에 대한 그들의 무관심은 얼마쯤은 도가 지나친 부분이 있다. 물론 그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그중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그 나라 작가의 작품들을읽어볼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다.일본을 제외하고 자국의 작품을 다른나라 말로 번역 출판하는데 열심인 나라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많은 나라에서 그의 연극을 올린 다리오 포를 두고도 무명(?)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해 상의 권위를 떨어뜨렸다고 비판받는 상황이니 읽을 작품도 없는 주제에 노벨상 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을지도 모른다. 한국도 이러한 상황에서 절대로 예외가 아니다.‘언제쯤 노벨문학상을 받게 될까요’라는 물음에 나는 늘 ‘어림없다’고 말한다.노벨문학상은 작품성의 문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그것은 어느 정도는 해외출판정책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작품에 대한 번역지원금을 주는 등 국가차원의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이문열,박경리 등의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서점문턱을 넘은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정부에서 돈을 대 만든 책들이 고스란히 창고에 쌓여 있다가 폐지 시장으로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다.이런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노벨문학상 수상 운운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 조순 ‘새 정치세력 연대’ 추진

    ◎여야·각계각층 건전한 지도층 연계 구상/“후보 짝짓기 무의미” 낡은정치 청산 노려 강원지역을 순회하고 있는 민주당의 조순 총재는 14일 상오 춘천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건전한 정치를 위한 정치권 안팎의 연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여와 야,그리고 사회각계 인사와 단체 등 정치권 안밖의 건전한 지도층이 뜻을 모아 정치문화를 바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조총재는 “이인제 전 경기지사나 4자연대등의 연대설이 있지만 이는 작은 연대에 불과한 것으로 큰 흥미가 없다”고 말했다. 조총재의 이런 주장은 ‘후보연대’의 틀을 벗어나 ‘세력연대’를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한 측근은 “조총재는 지금과 같은 특정후보간 ‘짝짓기’식 연대논의는 무의미하며 비자금사건으로 상징되는 ‘낡은 정치’에 맞설 ‘새 정치’를 위한 세력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이는 곧 조총재가 출마선언 당시 주창한 ‘범국민후보’와도 맥을 같이한다.‘정권교체’나 ‘세대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인 셈이다. 이날 ‘토지’의 작가 박경리씨를 찾아간 것도 이런 구상의 연장선위에 있다는 설명이다.조총재는 춘천에서 1시간반쯤 차를 타고 원주의 박씨 자택을 방문,15분 남짓 환담했다.“건전한 시민들과 함께 하는 정치를 향한 첫 작업으로 봐달라”는게 조총재측의 주문이다.대선을 불과 두달 남짓 남겨 놓은 시점에서 조총재의 이런 구상이 구체화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조총재측도 자칫 또 하나의 정치실험으로 끝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 소설가 최일남(이세기의 인물탐구:147)

    ◎직필로 현상통찰… 서민의 ‘등대지기’/어휘마다 야유와 풍자로 해학적 효과 창출/‘거룩한 응달’ 등 30여권… 월탄문학상 등 수상 시인 고은은 그의 시집 ‘만인보’에서 소설가 최일남의 대목을 이렇게 노래부른다. ‘지극히 정다우나 지극히 어꾸수하나/지극히 공적인 사람/한번도 찬란한 적 없으나/어느 곳도/헛디딘 곳이어서는 안되었다/ 그는 그의 과녘적중을 자랑하지 않는다/세월이 갈수록/그는 무서운 사람이어서/…’ ○모든 사물을 좌사우고 고은은 최일남을 ‘거대한 등대지기’로 표현한 적도 있다. ‘작으나 거인이며 대해를 탐조하는 통솔자의 기질이 탁월하다’고 했다.실제로 최일남은 소설가 박경리씨를 향해 “그앞에 서면 왠지 작아지는 자신을 느낀다”고 했지만 위세나 근엄을 보이지 않아도 후배들은 그를 ‘어려워하고’‘존경’해 마지않는다.전형적인 문인의 소박성을 간직하면서도 섣부른 것을 용납하지 않고 사물을 좌사우고하는 정의감이 투철하다.또 소설가와 언론인의 생활을 병행하는 중에도 매사에 중용을 지키고 자신이 넘나든 다양한 분야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소설을 ‘튼실하게’ 살찌운다.평론가 김병익에 의하면 그의 소설은 ‘평범한 평균치의 소시민을 통해 우리 주변의 작은 이야기를 우리시대의 풍속사’로 일관성있게 정리해 나간다.‘문학주의를 과시하거나 거대한 역사를 주장’하기 전에 ‘티나 태를 부리지 않는 격의없는 사고와 말씨’‘공정하고 균형있는 감각’‘번뜩이는 풍자와 분석력으로 당당하고 명쾌하게 우리의 현상을 통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윤식은 그의 문학의 도정을 3기로 나누고 있다.이른바 50년대는 ‘민중을 의식한 고발문학적 성격’을 띤 반면 70년대는 ‘역사적 시각과 정치적 감각’,장년기에 이르러 상실을 테마로 삼아 ‘인간심리의 기미와 우수를 세태삽화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평한다.‘도시적 세련의 정체가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제시하면서 ‘사진적 묘사와는 다른’ 본격적 세태소설을 정립하고 있다.소시민적 영웅심리의 허상을 희화적으로 그린 ‘홍소’와 고향을 떠나 서울에 살고있는 중년층들의 변화를 그린 ‘서울사람들’‘타령’ 등이 그 예이다.최근의 ‘덧없어라,그 들녘’도 ‘우물안의 개구리신세에 자족하며 사는 한 지역의 유지들과 경박한 세속에 맞서 필마단기로 싸우려드는 돈키호테적 인물,산업개발의 필요성과 문화유적보호의 당위 사이에서 갈등과 알력을 보이는 삶의 양태’를 유창의 직필로 그려낸다.신문사 문화부장시절을 애잔하게 그린 ‘만년필과 파피루스’도 ‘누렇게 바랜 비망록의 화장을 고치거나 삭아내린 비목을 다시 세우려하지 않고 지나간 것들의 실감이 오늘의 문화에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생각하면서 ‘한 시대의 미완성은 정작 완성품보다 훨씬 값지다’는 교훈을 남긴다. ○소년시절에 축구선수로 그의 글쓰기 작업은 반짝이는 기교나 현란한 형용사 이전에 ‘서민적인 구수한 문체’로 최일남만의 독특한 문학을 내세우는 것이 특징이다.이미 남이 쓴 문체나 표현을 재현해서 쓰기보다 ‘단어의 처녀성’에 탐착하여 가령 원고지 5장안에서 ‘것’이라는 한마디도 되풀이하는 법이 없다.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확실성은 기본이며 소설은 말이아닌 글이기 때문에 ‘글만의 멋과 맛’을 확고히 지킨다는 주의다.특히 토속적인 부사어인 ‘되나캐나’‘콜딱콜딱’‘쪼속쪼속’‘어세두세’‘으시딱딱’같은 어휘들을 적소에 사용하여 야유와 풍자,해학적 효과를 그때마다 적절하게 창출해 낸다.그의 일련의 소설들은 ‘신문기사의 규칙’속에 갇히지 않은 인간의 사연을 자연스럽고도 관곡하게 성취한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53년 ‘문예’지 ‘쑥이야기’ 발표 그는 전주시 다가동에서 태어났다.소학교 시절에는 축구선수로 뽑히기도 하고 노래부르기와 글짓기를 좋아했다.6·25때 중학교 교장이던 부친이 납치당하고 하나밖에 없는 형이 의용군으로 끌려가 실종되었으나 외로움과 슬픔은 참을수 있어도 ‘배고픔’만은 견딜수 없었다고 고백한다.문학청년시절에는 이태준과 박태원에 탐닉하고 ‘젊음과 진보를 믿는다’는 ‘노신’에서 직접 간접의 영향을 받고 있다. 전주사범을 졸업하던 다음해인 53년에 김동리씨의 기대에 찬 추천사로 ‘문예’지에 소설 ‘쑥이야기’를 발표했고 서울대 졸업후 ‘여원’지 편집장을 거쳐 59년부터 언론사에 재직해 왔다.동아일보 문화부장 17년째인 지난 80년,언론인 해직과 관련하여 해직언론인협의회 회장이 됐을때 검사앞에 불려가 “전과기록이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미안하지만 여지껏 파출소에 불려간 적도 없다”고 답변하여 검사도 그도 ‘슬몃’ 웃을수 밖에 없었던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그러나 신문사를 그만둔 후에도 견고하고 수위높은 주장과 사물을 꿰뚫는 비판정신으로 여러 신문에다 정치·사회·문화에 걸친 당대의 문제들을 짚어내어 각층의 공감을 산 것으로 유명하다.그는 80년대 후반부터 전업작가로 돌게 되었고 ‘산문은 20대가 팔 구멍이 있고 60대가 팔 광맥도 많다’는 자세로 ‘예술’의 이름에 갇히지 않은 소박한 이야기의 세계를 펼쳐 나간다.자녀는 결혼하여 분가하고 강남구청앞 오래된 해청아파트에서 부부만이 살고 있다. ○80년대 후반 전업작가로 ‘큰새’는 좁은 새장안에 갇히지 않는 법,어떤 칸막이에도 속하지않는 평범한 삶의 진실속에서 그는 여전히 소설청탁에 심화를 끓이면서 ‘죽어서나 이 짓을 면할까 보냐?’ ‘어떻게 사느냐?’를 시시때때로 자문하기를 멈추지 않는다.그리고 자신의 심경을 ‘외람되나 금아선생의 옛 수필’을 인용하여 ‘아무려나 50년 나와 함께하여 헐어진 책등같이된 이름,금박으로 빛낸 적도 없었다.그런대로 아껴 과히 더럽히지나 않았으면 한다’고 전한다. ‘지극히 정답고’‘지극히 어꾸수하나’ 아마도 어떤 삶의 형태에서도 결단코 ‘타락을 모르는 무서운 사람이어서’ 그는 천명을 들썩이지 않는 초연의 자세로 ‘무구한 명예’를 지켜나가게 될 것이다. □연보 ▲1932년 전북 전주 출생 ▲1952년 전주사범 졸업 ▲1953년 ‘문예’지 소설추천 ▲1956년 현대문학지 소설추천완료 ▲1957년 서울대 문리대 졸업,‘여원’ 편집장,단편 ‘진달래’ 등 발표 ▲1959년 민국일보 문화부장 ▲1960년 고려대 대학원 졸업 ▲1963∼77년 동아일보 문화부장 ▲1978년 동아일보 편집부국장 ▲1980년 동아일보 해직 ▲1984∼87년 동아일보 논설위원 ▷작품집◁ 창작집 ‘서울 사람들’(75년 세대사) ‘타령’(민음사)·‘흔들리는 성’(삼중당)·‘홰치는 소리’(81년 창인사) ‘누님의 겨울’(정음사)‘그때 말이 있었네’(89년 나남) ‘히틀러나 진달래’(91년 한길사),장편소설 ‘거룩한 응달’(82년 동아일보출판국)‘그리고 흔들리는 배’(84년 동아일보출판국)·‘덧없어라 그 들녁’(고려원)·‘시작은 아름답다’(96년 해냄)·‘만년필과 파피루스’(97년 강)와 콩트집 ‘생활속으로’(78년 월간독서)와 에세이집 등 30여권 ▷수상◁ 월탄문학상(75년) 소설문학상(79년) 한국일보문학상(81년) 이상문학상(86년) 가톨릭언론문화상(88년) 인촌문학상(94년) 위암 장지연언론상(95년)
  • 토지문화관(외언내언)

    원주시 단구동 742의 9.소설가 박경리의 집이다.치악산을 배경으로 드넓은 마당에는 소나무며 잣나무 대추 밤 호두 등 과일나무들이 무성하고 밭에는 온갖 푸성귀와 고추 마늘에 이르기까지 사철농사가 그치지 않는다.작가는 새벽 두세시면 일어나 글을 썼고 머리속의 샘물을 다 퍼올리고나면 마당으로 나가 풀을 뽑고 벌레를 잡는다.그가 수확한 배추로 김장을 담근 사람도 있고 가을에는 그가 딴 대추나 잣을 선물로 받기도 한다. 작가의 생명과 환경에 대한 외경은 남들이 관심을 갖기 훨씬 이전부터 실천되어 그는 마당에 날아오는 꿩이나 산까치에게 모이를 뿌려주고 집주변을 돌아다니는 들고양이들이 굶주릴 것을 염려하여 쌀한톨도 버리지않고 음식 남은 것을 모아둔다.또 나무를 꺾으면 나무에 깃든 생명이 피를 흘리며 슬퍼한다는 것을 아는 심심상인이 몸에 배 나무토막을 주으면 손칼로 새나 나비를 조각하고 원고지 파지뒷장에는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그런 작가의 혼신이 깃든 집이 지난 95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어 헐릴 위기에 놓였을때 그의 치열성과 정열을 아끼는 문단은 작가의 집 보존을 간절히 요청했고 한국토지공사는 오히려 작가의 문학적 업적을 고마워하며 박경리문학관으로 집을 쾌히 보존하기로 한 것이다.또 작가는 작가가 받은 보상금으로 흥업면 매지리에 1만5천여평의 부지를 확보하고 건축비는 토지공사가 부담하는 ‘토지문화관’을 설립,내일(15일)이 그 기공식이다.세미나실과 집필실을 갖춘 이 문화관은 숲속의 맑은 공간에서 세계의 석학·예술인들이 모여 삶과 환경을 토의하고 앞길이 기대되는 학자 예술가들에게 저술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다. 그는 25년간의 대장정끝에 16권의 ‘토지’를 완결,자신의 대표작의 이름을 붙인 문학기념관을 갖는 최초의 작가가 되는 셈이다.사후의 청마나 지용의 생가가 보존되고는 있으나 생존작가의 집필실보존과 문화관도 처음있는 일이다.‘우리문학사를 찬연히 빛내주는 이정표’이며 ‘민족사에 길이 남을 광망’인 토지의 도도한 물결이 원주의 명소로 탄생하고 토지공사가 배려한 것에 의미가 있다.이는 문학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 같지만 그것은 ‘토지의 작가’‘환경과 생명’을 생각하는 작가의 기념비적 사업이기 때문이다.
  • ‘페미니즘과 소설비평’ 출간

    ◎페미니즘 시각서 본 여 작가 8명 작품세계 임옥인 손소희 강신재 한무숙 박경리 송원희 한말숙 정연희 등 8명의 여성작가들의 작품세계를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조명한 연구서 ‘페미니즘과 소설비평’(한국문학연구회 지음) 현대편이 한길사에서 나왔다.지난 70년대까지 지속적인 활동을 벌인 이들의 작품은 가정과 남성,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사랑,여성에 있어서의 진정성 문제 등을 주로 다룬다.그러나 이 작가들의 작품에는 현실의 모순을 적극적으로 타파해 나가려는 전형적인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다는게 이 책의 지적.이덕화 평택대 교수의 ‘비극적 세계와 여성의 운명:‘토지’이전의 박경리론 등 무게있는 논문이 실렸다.
  • 이수성 고문 출판기념회 성황

    ◎3천명 넘는 하객 참석… 마당발 면모 과시/원내외 위원장 55명 한자리 “세 관심집중” 신한국당 이수성 고문이 16일 저녁 서울 남산의 힐튼호텔에서 개최한 출판기념회를 통해 일생을 쌓아온 인맥을 과시했다.그의 저서 「신뢰와 희망­그 조용한 변혁을 위하여」의 발간을 축하하는 이 행사에는 각계각층에서 3천명이 넘는 하객이 참석,남산 주변의 교통이 한때 심한 체증을 빚었다. 탤런트 이순재씨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서 축사를 맡은 홍남순변호사는 『이고문을 대통령으로 밀어주자』고 분위기를 한껏 띄웠고 고병익전서울대총장과 소설가 박경리씨도 참석자들에게 이고문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이고문도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전국민의 대통령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염을 토했다. 정치적으로 이날 행사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대통령후보 경선을 앞둔 상황에서 신한국당 원내외 지구당위원장들이 몇명이나 참석했는가였다.이고문측이 공식 발표한데 따르면 김수한 국회의장,황낙(왕변에 각) 주전국회의장,김명윤 고문,김운환 부산시지부장,김동욱 경남도지부장,권정달·유용태 의원 등 정치발전협의회 소속 의원을 비롯한 43명의 의원과 송천영 정동포럼회장 등·이춘식·최후집 위원장 등 원외지구당위원장 14명이 참석했다.송회장 등 정동포럼 회원들은 아예 호텔내 중국식당에 자리를 잡은뒤 이고문을 초청하기도 했다.경선 예비후보 가운데는 최근 반이회창 대표 전선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이한동·박찬종고문이 나란히 참석했다. 범민주계의 한 의원은 『55명의 위원장이 온 것은 많다고도 적다고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참석자 가운데는 김용준 헌법재판소장,신경식 정무·손학규 보건복지부장관 등 13명의 전현직 각료급 인사와 강신옥씨 등 14명의 전직의원이 포함됐으며 최각규 강원도지사,최기선 인천시장도 모습을 보였다.이회창 대표는 화환을 보내 축하의 뜻을 전했다.당 총재인 김영삼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축하하지는 않았다.
  • 현대 창립 50돌/제2창업 “시동”

    ◎연매출 80조원·계열사 50개·임직원 20만/2세 경영체제 완료… 미래산업 본격 진출 현대그룹이 오는 25일로 창립 50주년을 맞는다.1947년 설립된 현대건설의 전신 현대토건에서 출발한 현대그룹은 한국 경제와 궤를 같이 하며 성장을 거듭해 연간 매출 80조원,50개 계열사,임직원 20만명의 세계적인 대그룹으로 도약했다.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이 설립한 현대토건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 공사를 도맡아 따내면서 급성장,62년부터 국내 1위 자리를 고수하며 그룹의 기반을 닦았다.65년에는 태국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수주,국내 최초로 해외로 진출했으며 67년 현대자동차 설립,72년 현대중공업 설립,75년 중동 건설시장 진출,83년 현대전자 설립 등을 거치면서 현대는 자동차·건설·중공업·조선 등 국가 기간산업을 이끌어왔다. 관절염으로 보행이 약간 불편할 뿐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82세의 정명예회장은 창업자로서 창립 50주년을 지켜보는 드문 경사를 맞았다. 특히 정명예회장의 동생인 인영씨는 한라그룹을,순영씨는 성우그룹을,상영씨는 금강그룹을 독자 운영하고 세영씨는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등 기업가 가족을 이뤘다.또 지난해 정몽구 회장이 그룹회장에 취임하고 5남 몽헌씨가 그룹부회장을,7남 몽윤씨는 현대할부금융회장을 맡는 등 현대는 본격 2세 경영체제를 갖추었다.정회장체제의 현대는 제철·금융·우주항공산업 등 미래산업 진출을 중점 목표로 제2의 창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23일 하오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념리셉션에는 고건 총리,이수성·이홍구 신한국당 고문,송태호 문화체육부·송종의 법제처장,조순 서울시장,김상하 대한상의회장,홍인기 증권거래소이사장,홍일식 고려대총장,작가 박경리씨 등 각계 인사 2천400여명이 참석,경사를 축하했다.정명예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피폐했던 이 땅위에 국가기간산업을 일으키며 한국의 산업경제의 발전과 함께 해왔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리셉션에는 잭 웰치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 회장과 에드윈 폴리 미 헤리티지재단 총재,도요타 쇼이치로 일본 경단련회장 등 세계 각국 명사들의 축하 영상 메세지가 방영됐다.
  • 가장 이상적인 활동 작가 도스토예프스키/한국문학평론 창간 설문

    ◎90년대 후반 주목할 문인 유하·신경숙씨 국내 평론가들은 국내외 작가중 가장 이상적인 문학활동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는 작가로 도스토예스프키를,90년대 후반기 한국문단에서 주목할 시인·소설가로 각각 유하·신경숙씨를 가장 많이 꼽았다.이는 현역평론가 163명을 대상으로 한 계간 「한국문학평론」창간호의 특집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 이상적 작가로는 도스토예프스키(9명)이외에 ▲이청준·황순원(6명) ▲박경리·이문열(5명) ▲노신·신경림·황석영(4명) ▲서정주·엘리어트·이상·조정래(3명) 등의 순으로 꼽혔지만 없다는 응답(27명)이 더 많았다. 주목할 시인은 유하(8명) 다음으로 ▲장석남(7명) ▲백무산(6명) ▲나희덕(4명)의 순,작가는 신경숙(14명)다음으로 ▲윤대녕(13명) ▲김소진(8명) ▲이순원(6명) ▲은희경·최윤(5명)순이었다.
  • 한국 문화예술 세계 알리기 본격화

    ◎유네스코 한국위,올 주요사업으로 추진/창덕궁·수원 화성 세계문화유산 추가 등록/한·중·일 교과서 왜곡문제 학술회의도 계획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사무총장 권태준)가 우리 문화예술 알리기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는 「한국문화 학문 예술 알리기」를 올해 주요사업으로 정해 창덕궁·수원 화성(수원 화성)의 세계문화유산 추가등록을 비롯해 박경리씨 대하소설 「토지」의 불어번역판 유네스코 대표문학선집 등록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했다.이와 함께 오는 7월 서울이나 독일 베를린에서 동서 인쇄술의 발달을 비교하는 세미나를 추진하고 10월중 서울에서 독일과 폴란드간 사례에 비추어본 한·중·일 교과서 왜곡문제와 관련한 학술회의도 계획하고 있다. 이가운데 「동서 인쇄술 발달비교 세미나」와 역사교과서 편집을 위한 학술회의는 우리 문화와 역사를 유럽 등 세계각국에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눈길을 끄는 부분.동서 인쇄술 발달비교 세미나의 경우 지난해 가을,독일이 제안해 추진중인 사업으로 한국위는 우리문화 소개의 장으로 삼기위해 독일개최를 원하고 있다.현재 독일 학계에서 인쇄술은 독일,활자는 한국이 앞섰다는 주장이 지배적인 상황.따라서 동·서양 인쇄문화가 각기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발전해왔는지를 짚어보면서 우리 고인쇄술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자리로 기대를 모은다. 역사교과서 편집을 위한 학술회의도 의미있는 자리.독일과 폴란드 유네스코위원회와 우리측이 10월에 공동개최할 이번 학술회의는 과거 역사교과서 왜곡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독일과 폴란드의 문제해결 과정과 결과를 중심으로 한·중·일 학자들이 해결책을 모색해본다.최근까지도 한·일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망언이 끊이지않고 있는 상황에서 역사교과서 문제를 유네스코 차원에서 접근,공동저술과 서술방식의 공동기준을 마련해보는 기회인만큽 첨예한 관심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경리씨 「토지」 불어판의 유네스코 대표문학선집 등록과 창덕궁·수원 화성의 세계문화유산 추가등록은 문화유산의 해인 올해 꼭 성사돼야할 비중있는 과제들이다.박경리씨의 「토지」는 이미 영역판이 완결돼 유네스코 세계대표문학선집에 등록돼 있으나 불어판이 등록될 경우 한층 더욱 세계적인 작품으로 가치를 지니게 된다.이 「토지」 불역에는 삼성문화재단이 자금을 지원하고 프랑스 갈리마르출판사가 출판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3년쯤 후에는 번역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창덕궁·수원 화성 세계문화유산 등록추진도 지난해 불국사 석굴암,종묘,해인사 대장경판 및 판고의 등록에 이은 국민적 관심사안.한국위는 이미 창덕궁 등 2건을 유네스코에 지정신청을 해놓은 상태로 오는 3월말 유네스코 전문조사단이 이 대상물에 대한 현지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 창덕궁·훈민정음·조선왕조실록/세계문화유산 등록 추진

    ◎문체부 올 업무계획/세종대왕동상 경복궁이나 세종로에 건립/2백억 들여 「만화의 집」 신축… 영상산업 육성 정부는 97 문화유산의 해를 계기로 문화재관리국을 내년중으로 문화재관리청으로 승격시키고,창덕궁과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을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으로 등록토록 하는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또 세종대왕 탄신 6백돌을 맞아 서울 세종로 혹은 경복궁 안에 세종대왕동상을 세우기로 하고 21세기 유망사업인 영상,만화,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오는 99년까지 2백억원을 들여 서울 남산에 2천평 규모의 만화의 집을 건립하고,오는 2001년까지 춘천을 「만화의 도시」로 조성하는데 적극 나서기로 했다. 김영수 문화체육부장관은 16일 올해 업무계획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를 문화복지 확산의 해로 정해 문화의 대중화와 생활화를 도모하는 해로 이끌어가겠다』면서 이를 위해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복지 확산 ▲우리 문화의 세계화 ▲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승 ▲문화·관광산업의 경쟁력 강화 ▲국민체육의 균형적 발전 등의 시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장관은 위헌시비에 휘말렸던 공연윤리위원회의 위상과 관련,영화 음반 비디오등 영상물의 자율규제를 정착시킨다는 원칙아래 공연윤리위원회를 대체할 민간자율심의기구인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를 상반기중에 발족시킨다는 구상도 밝혔다. 또 독일에서 타계한 작곡가 윤이상씨를 비롯 소설가 박경리,시인 김춘수,유치환,화가 전혁림 등 문화 예술인 7명의 생가복원사업도 올해 업무계획의 하나이다.
  • 한국 대하소설 연구/이남호(화제의 책)

    ◎「토지」 등 9개작품 분석 논문모음 프랑스 작가 앙드레 모루아는 대하소설(ROMAN FLEUVE)을 『줄거리 전개가 완만하고 등장인물이 잡다하며,사건이 연속 중첩돼 마치 대하의 흐름과 같이 계속되는 장편소설』이라고 정의했다.이처럼 대하소설은 내용적인 면에서 볼때 현실사회를 단순히 반영하기보다는 작가의 역사의식이 강하게 투영돼 있는,바꿔말해 일정한 시대의 삶과 역사를 작가 특유의 역사의식으로 재구성한 것이어야 한다.때문에 장편소설(일반적으로 200자 원고지 500장 이상)보다 단지 분량이 많다고 해서 대하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책은 대하소설의 개념과 미학을 구체적인 작품분석을 통해 고찰한 논문 모음집이다.박경리 「토지」의 문학성을 논한 「생명주의 소설의 미학」,김주영 「객주」의 세계를 분석한 「민중적 삶의 구체성」,홍성원의 「남과 북」을 대상으로 한 「6·25 콤플렉스와 그 극복」 등 9편의 글이 실렸다.집문당 8천원.
  • 「토지」작가 박경리씨/연대 석좌교수 추천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씨(69)가 97년도 연세대 용재 석좌교수 후보로 추천을 받았다. 연세대는 3일 『박씨가 원주캠퍼스에서 문학강의를 몇 해째 해왔고 우리문학에도 크게 공헌해온 점을 감안,올해의 석좌교수 후보 3명중 1명으로 추천했다』며 이달 중순 이들중 1명을 석좌교수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건축가 김원(이세기의 인물탐구:113)

    ◎자연·인간 하나로… 청수한 공간 조성/하나의 작품 맡겨지면 환경을 먼저 생각/KOEX·독립기념관 등 대형 프로젝트 단골 『내가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점심시간이 되어도 밥먹으러 가자거나 퇴근시간에 술한잔 하자는 사람도 없었다』 건축가 김원이 대학졸업후 김수근건축연구소에 다니던 안국동시절의 초상화다.아침에는 일찍 나와서 사무실 청소에다 난로에 불을 지피고 선배들이 출근하기 전에 도면을 그려나갈 80자루 이상의 연필들을 깎아서 갈아놔야 했다.참으로 참담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는 수많은 책들을 읽을수 있었다.「건축철학」에서 「공간심리학」「네덜란드의 종합국토계획」에 이르는 방대한 독서를 할수 있었고 일본책을 읽기위해 혼자서 일어공부를 하기도 했다.이것이 모태가 되어 후에 자신만의 독특한 건축용어를 구축하게 되었다. 어쩌다가 일이 주어지면 선배들은 「서울대학에선 이렇게 가르치느냐?」고 힐난했다.1년이 지나서야 구석에 틀어박혀 책만 읽고있는 그를 발견한 김수근씨가 67몬트리올 박람회 한국관 프로젝트를 맡겼다.이 기간동안 그는 최대의 능력을 발휘해 나갔다.여수수족관 정부종합청사 조선호텔을 설계하거나 여의도종합개발 과학기술연구소설계에 참여하고 70오사카 엑스포 한국관 설계를 담당했다.인내로써 신뢰를 쌓으면서 성공적인 안국동시대를 거쳤다. 대학생활은 허무와 방황의 나날이었다.경기고에 다닐때는 조각가를 꿈꾸면서 천재조각가 권진규의 지도를 받기도 했으나 부친 타계후 혼자서 2남3녀를 키운 어머니의 권유로 서울대공대 건축공학과에 진학했으나 대학은 「서울대생은 당연히 한국 건축계의 지도자가 돼야한다」는 자부심만을 키워주었고 전문교육이 아닌 「자율교육」을 유도하고 있었다.이 방법이 마음에 들지않아 강의실밖에서 빙빙 돌다가 걸핏하면 산에 오르거나 「술독」에 빠져 비분에 찬 논쟁만을 일삼았다. ○고교시절 조각가 꿈꿔 건축가 김원은 결국 지난 30년동안의 건축실무와 경험에서 「건축은 유행가처럼 히트하는 것이 아니며 건축가는 영웅일수 없다」는 진리를 터득했다.그리고 『사람이 어디에 사는가하는 것은 어떻게 사는가 하는것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어디에 살고있느냐 하는 것은 바로 나자신이 어떻게 사느냐의 반영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나의 프로젝트가 맡겨지면 「환경을 생각하는 건축」을 위한 다방면의 연구에 들어간다. 영화진흥공사의 종합촬영장을 설계할 때는 모스크바 모스필름스튜디오 부다페스트의 마자르필름 이탈리아의 치네치타(시네시티) 등 세계 30여군데의 촬영장을 꼼꼼히 돌았다.국악당을 맡았을때도 황병기 박동진등 국악 관련자와 독주자 합주자 지휘자 무용가들을 고루 만나 인터뷰하는데만 6개월이 걸렸다.가야금연주에서 「은쟁반에 옥구슬을 굴리는 소리」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어떤 극장조건이 가장 이상적인가.길놀이와 뒷풀이를 위해 객석과 무대간의 유리감을 줄이고 안방같은 극장,혹은 마당같은 무대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가장 문학적인 건축가상 그가 자신의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마음껏 구사한 작품은 단연 보석전문점인 명보랑의 빙갤러리를 들수 있다.남산에서 하얏트호텔입구에서있는 이 첨단건물은 도시의 숲속에 파묻힌 한아름의 다이아몬드처럼 낮에는 종일 태양빛에 빛나고 밤에는 별빛아래 영롱하다.국내에선 낯선공법인 멜로 시스템을 적용한 노출된 내장마감과 하얀 알루미늄판으로 외곽을 덮으면서 지붕도 벽도 창문도 구별없이 건물전체가 수정처럼 각진채 「먼 우주를 향해 떠가는 비행체」 또는 「현대추상회화」같은 이미지를 떠올린다.그외엔 주한 러시아연방대사관이 큐빅(정육면체)형의 독특한 외곽시도로 시선을 모았고 화순 남평에 짓고있는 광주가톨릭신학대학이 내년 7월로 완공을 앞두고 있다. 그는 본래 서울 북아현동에서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 이당 김은호등 화단의 대가들이 드나들던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났다.외무부 부산출장소에 파견된 부친을 따라 국민학교를 부산에서 다녔고 공부는 물론 음악 미술 글짓기에서 재능을 보여 어릴때는 「신동」소리를 듣기도 했다.지금도 건축뿐 아니라 뛰어난 건축이론과 건축수필로 오늘의 건축에 대한 문제점을 유려한 필치로 전개하여 올 「문학의 해」기념 「가장 문학적인 건축가상」을 받았다. 건축가들의 대부분이 「대장간에 칼이없다」는 식으로 자신의 주택을 갖지못한 것과는 달리 그는 67년 이미 정릉꼭대기에다 자신의 집을 직접 지은 일이 있고 3년전에는 종로구 동숭동에 자신의 건축설계사무소인 「광장」빌딩을 신축,지금은 10년전에 다시 지은 옥인동 자택에 살고있다.부인 박정애씨와의 사이엔 남매,두주불사의 애연가다. 그는 시인같고 대학의 청년강사같은 인상을 풍기고 있지만 풍수지리의 대가로도 이름이 높다.일본의 유명한 야기충언은 그의 저서 「한국의 풍수사들」에다 김원을 특별하게 따로 다루고 있고 독립기념관과 국립예술종합학교를 이문동 중정자리에 추천한 것도 바로 김원 자신이다. 그의 사고력은 「어느때는 넓은 물과 같고 어느때는 깊은 산속같다」는 말을 듣는다.건축가 공일곤에 의하면 『하나에 파고들면 끝장을 내고야마는 건축계의 몇안되는 완벽주의자의 한사람』이다.그러면서도 하나의 건축을 이룰 때마다 「불사불루」,지나치게 사치하지 않고 그러면서 누추하지 않은 누구나 「애정」을 가질수 있는 부드럽고 청수한 공간을 조성한다. ○풍수지리연구회장 역임 김원은 수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움을 딛고 이제 건축계의 기린아로 우뚝 서있다.76년이래 독립 설계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시대를 앞장서는 수많은 작품을 이룩하였고 80년대이후 대규모의 정부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그의 업적은 신문지 한장이 모자랄만큼 「한 일」과 「할 일」들이 산처럼 쌓여있다. 건축계의 엘리트로 상징되는 그의 위상은 지금 가장 왕성하고 의욕적으로 자신에게 축적된 모든 것이 용해되어 창작품으로 흘러나오는 시기다.그의 꿈은 자연과 인간이 완전히 일체감을 이루는 「자연속의 건축」을 이루는 일이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그는 항상 도전하고 연구하고 고뇌하는 엘리트의 모습을 변치않고 있다. □연보 ▲1943년 서울 출생 ▲65년 서울대 공대 건축공학과 졸업 ▲65∼70년 김수근 건축연구 소근무 ▲73∼78년 이대 및 동대학원 출강 ▲76년 건축연구소 「광장」 개소 ▲79∼89년 한국풍수지리연구회 회장 ▲82년 제1회 대한민국건축대전 초대작가(해마다 출품),독립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종합기획위원 ▲84년 예술의 전당 건축설계 자문위원 ▲85년 「세계현대건축가 101인」(일본 가지마 출판사 선정) ▲87∼95년 한국건축가협회 이사 및 도시계획분과위원장 〈현재〉 한국건축가협회·한국실내디자인학회·한국인테리어디자이너협회 명예이사,건축환경연구소「광장」 및 도서출판「광장」대표,대한건축학회 정회원,국제박물관협의회(ICOM)정회원 〈작품〉 67 조선호텔계획,엑스포 70 (일본 오사카)한국관,한국종합전시관(KOEX),박경리기념관,독립기념관,국립국악당,명보낭(빙갤러리),경주 신라민속촌,영화진흥공사 종합촬영소,통일연수원,외무부 외교센터,서울원서동 불교박물관,주한러시아연방국대사관,분당시범단지공동주택외 성당 수도원 신학대 등 200여점 〈저서〉 건축평론집 「우리시대의 거울」,수상집 「한국현대건축의 이해」 「빛과 그리고 그림자」외 논문다수 〈수상〉 한국건축가협회 작품상(79·80·81·82·83·85·86··91·95년)한국인테리어 디자이너협회작품상(84년) 엄덕문건축상(91년) 「문학의 해」기념 「가장 문학적인 건축가상」(96년)
  • 선고공판 이후의 전·노씨/평상시와 같은 수감생활

    ◎전씨­식사 다 비우고 소설 「대망」 읽어/노씨­바둑책·맨손체조 등으로 소일 26일 공판에서 사형과 징역 22년 6월을 선고받고 안양교도소와 서울구치소로 돌아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평상시와 다름 없이 수감생활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피고인이 안양교도소로 돌아간 시간은 12·12 및 5·18 사건 선고공판이 끝난 지 40분쯤 뒤인 26일 낮 12시50분쯤.하오 1시쯤 점심식사가 나오자 거의 다 비웠다. 하오부터는 선고 전부터 읽어온 일본 전국 시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대망」을 읽었다.하오 5시45분에는 저녁을 들었다. 이후 전피고인은 「대망」과 불경 등을 읽다가 하오 11시5분쯤 취침했다. 교도소의 관계자는 『원래 사형이 선고된 피고인은 자살 소동 등에 대비해 가죽 수갑을 채우게 돼 있지만 전피고인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등을 감안해 채우지 않기로 했다』며 『속마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한 자세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전피고인은 27일에는 상오 6시에 기상,맨손체조를 한 뒤 7시45분쯤 평상시와 같이 아침식사를 했다. 노피고인도 26일 낮 12시50분쯤 서울구치소로 돌아가 하오 1시쯤 조기매운탕,샐러드,배추김치와 사과 1개를 거의 다 비웠다. 하오에는 박경리씨의 대하소설 「토지」를 읽고 하오 5시15분쯤 저녁식사를 들었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토지」와 바둑책 등을 읽고 맨손체조 등으로 시간을 보내다 하오10시15분에 잠자리에 드는 등 전피고인과 마찬가지로 불안한 기색은 나타내지 않았다. 27일 상오 10시 쯤에는 전상석·이양우·석진강 변호사 등이 전피고인을 면회한데 이어 장남 전재국씨도 상오 11시쯤 전피고인을 찾았다. 노피고인도 이날 상·하오에 걸쳐 한영석·김유후 변호사와 아들 재헌씨를 면회했다.변호인단과 가족들은 중형이 선고된데 대해 위로의 말을 전하고 항소심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집행정지 등으로 풀려났던 황영시·유학성·안현태·장세동·이학봉·최세창 피고인과 불구속 기소자 가운데 유일하게 법정구속된 차규헌 피고인도 26일 하오 4시30분을 전후해 서울구치소와 영등포구치소에도착,신체검사 등을 받은 뒤 수의로 갈아입었다.이들 역시 법정 구속을 예상했거나 체념한 듯 저녁식사를 거의 비우는 등 큰 동요는 없었다고 법무부 관계자가 밝혔다.이들 대부분은 27일 상오 부인과 아들 등 가족들을 면회했다.
  • 「역사적 인물 20인」 이색 전시회

    ◎수묵화가 김호석씨 「역사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전 13일부터/동양적인 초상화풍에 현대적 표현 조화/역사상황 묘사 풍경화 18점도 함께 전시 「가을 등불아래 책 덮고 지난 역사 되새기니/세상에 선비구실 어렵기만 하구나」­.일본침략에 자결로 항거한 선비,매천 황현이 자살전 남긴 절명시다. 일본침략에 선비정신으로 맞선 황현을 비롯,식민지시대와 분단시대를 민족해방과 국토통일을 위해 치열하게 살거나 외곬 인생을 꿋꿋이 지킨 역사적 인물 20명의 인물화를 보여주는 이색 전시회가 열린다.13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동산방화랑(733­5877)에서 열리는 한국화가 김호석(39)의 「역사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전. 홍익대 출신인 김호석씨는 전통초상화에서 집요하고도 오랜 훈련을 거쳐 정확한 묘사력과 발묵,먹의 농담처리에 뛰어나 이 시대의 장인이란 평을 받고 있는 수묵화가.주로 역사적 현장의 인물을 가려 리얼리즘 계통의 초상화에 치중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는 김씨가 지난 86년 황현 그림을 처음 그린 뒤 전통 초상화 기법을 변형시켜 최근5년간 집중적으로 작업한 인물화중 엄선한 작품 20점과 이 인물들과 관련한 역사적 상황을 나타내는 풍경화 18점 등 모두 38점을 보여주는 자리.황현외에 국가개혁의지의 선구자 김옥균,농민전쟁 지도자 전봉준,항일의병운동의 선도자 최익현,독립운동의 거목인 안창호 신채호 홍범도,해방직후의 민족지도자 김구 여운형,현대 종교계에 우뚝선 존재인 성철 스님 관응 스님 김수환 추기경,문화예술계를 빛낸 최순우 임창순 윤이상 박경리,남북화합을 시도한 문익환목사,민중시인 김남주,민주화투쟁의 기수인 국회의원 김근태의 초상화와 무명 농민상이 나온다.이가운데 생존자는 김수환 추기경과 관응 스님,토지의 작가 박경리,한학자 임창순,김근태 의원 등 5명. 김씨는 이 인물들에 대해 한국과 중국의 동양적인 초상화풍인 전신사조 양식으로 그리면서도 현대적 표현성을 창의적으로 조화시킨 점이 특징이다.전신사조란 대상인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인품과 정신 등 내면세계까지를 담아내는 것.인물묘사에 정확성을 주기위해 김옥균 관응 스님 성철 스님의경우,한지에 들기름을 먹인 밑그림 형태의 유지초본 양식으로 그렸고 박경리 윤이상 문익환 목사 김근태 의원은 한지 뒷면에서부터 30여차례 색을 덧칠해 앞면에 배나오도록 배채로 처리한게 눈에 띈다. 이번 전시는 김씨가 민족의식과 외길인생에 투철했던 우리 역사의 대표적 인물들을 얼마만큼 철저하게 형상화했는가와 함께 전통초상화의 현대적 접목형태를 정리해보는 자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창작문학의 산실 「현대문학」 새달 5백호

    ◎「한국문학 꽃피우기」 41년 8개월/황동규·문병란·김후란 등 537명 등단시켜/「순수」 고수로 새 감각의 계간지에 밀리기도 국내 창작문학의 유서 깊은 산실 월간 「현대문학」이 8월호로 통권 5백호를 맞는다.지난 55년 1월호로 창간된 뒤 41년 8개월동안 한호의 결호없이 한국문학사상 유례없으며 깨지기 어려울 대기록을 세운 것. 당시의 대표적 순수문학지 「문예」가 폐간돼 전후 문예지 맥이 끊긴 54년 「한국현대문학의 건설」을 내걸고 출범한 「현대문학」은 60∼70년대초 한국문학의 가장 권위있는 지면으로 대접받았다.70년대 「창작과비평」「문학과지성」 등 인문사회과학을 망라하는 문학종합 계간지들의 출현에도 「현대문학」은 창작문학위주의 편집을 고수했다. 지금까지 「현대문학」이 등단시킨 문인수만 5백37명.지난 69년까지만 해도 어림잡아 5백명 미만의 중앙문인중 절반에 육박하는 2백23명이 「현대문학」출신이었다 시에서는 토속서정의 박재삼,지성적 시세계를 자랑하는 황동규,참여시인 고은,민중서정의 전범 이성부,80년 광주의시인 문병란,언어의 풍경을 말끔하게 그려온 오규원,현대시 실험에 몰두해온 이승훈,대표적 여류시인 김후란·김초혜·천양희 등이 배출됐다.소설쪽으로는 「오발탄」의 이범선,시민사회의 허위를 사회성 높게 고발해온 최일남,「토지」의 박경리,최근 역사소설의 진경을 보여온 서기원,토착 민중언어의 대가 이문구,이밖에 김원일·이동하·조정래·마광수·김홍신·유홍종·김채원 등이 「현대문학」에 의해 발굴됐다.또 박철희·김윤식·박동규·홍기삼·임헌영·이선영·김인환·최동호·이동하 등은 「현대문학」의 촘촘한 그물에 건져진 평론가들이다.한국문단의 허리를 이룬 「현대문학」출신은 이밖에도 무수하다. 5백호 특집으로 꾸며질 8월호에는 문학평론가 김용직·김윤식·전영태·이동하씨의 현대문학 역사를 되돌아보는 특별좌담,박완서·이수익씨 등 문인들이 현대문학에 얽힌 추억을 말하는 「현대문학과 나」 등이 실린다.서정주씨를 필두로 한 「현대문학」출신 시인 50명의 신작시 특집도 볼거리다. 동리의 문학론을 이어받아 이념보다 작품을우선한 「현대문학」은 한 시대 우리 문단의 명실상부한 저류를 이뤘다.특정유파에 치우치지 않고 문학성을 중시한 「현대문학」의 잣대에 검증받은 문인들은 역설적으로 참여·민중·시민문학의 모든 부면에서 한국문학을 화려하게 꽃피웠다.하지만 산업화의 모순으로 사회가 극심하게 앓던 70∼80년대 순수주의를 앞세운 「현대문학」은 보수적이라는 비난을 들으며 문학과 사회를 적극적으로 연결하려 했던 다른 세력들에 밀리기 시작했다.90년 2만부까지 이르렀던 발행부수도 최근 1만2천부로 떨어졌다.「문학동네」「상상」 등 새감각의 계간지 세력이 밀려오는 90년대 「현대문학」이 살아남으려면 단순히 「좋은 시와 좋은 소설을 평면적으로 싣는 것」이상의 체질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손정숙 기자〉
  • 박경리 공원/임영숙 논설위원(외언내언)

    소설가 박경리씨가 한국문학사에 우뚝 선 대하소설 「토지」를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 69년.세속의 잡답을 싫어하는 작가의 서울 정릉댁은 이때부터 더욱 문을 굳게 닫았다.「토지」3부를 끝내고 지난 80년 작가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원주시 단구동으로 훌쩍 이사를 간다.『인기라는 물결로부터 자기가 썩고 있는 일에 빗장을 지르기 위해서』였다. 도시의 시끄러움에서 한 발 벗어난 농촌마을 7백여평의 땅에 2층양옥의 집필실을 마련한 작가는 이곳에서 「토지」4부와 5부를 집필하고 지난 94년 드디어 작품을 완성했다.그리고 그도 어쩔 수 없이 잡답에 휩싸여야 했고 한적하던 단구동 작가의 집도 원주시의 팽창으로 한국토지공사의 택지조성사업지구에 포함된다. 다행히 작가의 집은 「박경리 기념관」으로 남아 손때 묻은 생활집기와 책상 필기도구 원고지 등을 그대로 보존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소설 「토지」의 무대와 등장인물을 주제로 한 평사리마당·홍이동산·용두레벌 등의 공간으로 구성되는 총 부지 3천3백여평의 「토지공원」이 만들어진다.또한 「토지공원」에서 10리쯤 떨어진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에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창작의 산실로 공개될 「토지문화관」이 건립된다.한국토지공사(사장 이효계)가 참으로 드문 문화적 결단을 내려 8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작가도 사재를 털어 마련한다는 것이다. 드디어 우리도 번듯한 문학명소를 하나 갖게 되는성 싶다.많은 나라들이 그들의 문학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작가의 생가는 물론 그가 잠시 머물렀던 곳이나 작품의 무대가 됐던 곳까지 기념물로 보존해 관광명소로 만들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도 문학기념관 하나 세우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지난 70년대부터 여러차례 문학기념관 건립계획이 발표됐지만 실현되지 못하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토지공사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며 「토지공원」과 「토지문화관」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고 예정대로 98년에 문을 열기를 기대한다.그때는 낯가림이 심한 작가도 매지리 「토지문화관」옆 새 자택에서 방문객을 반갑게 맞아줄지도 모른다.
  • 미혼 직장여성 한달에 책 2∼3권 읽는다

    ◎교보문고,서울시내 5백명 대상 조사/작가 이문열·시드니 셀던 선호/소설·수필 등 문학서 즐겨 찾아 미혼 직장여성들은 한달에 책을 2∼3권 읽으며 특히 문학서를 즐긴다.또 국내작가로는 이문열을,외국작가 가운데는 시드니 셀던을 가장 좋아한다. 교보문고가 최근 서울시내 미혼 직장여성 5백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독서실태조사 결과 이들은 한달 평균 2.2권,1년에 27권 가량의 책을 읽는 것으로 밝혀졌다.이는 지난 94년 조사한 성인 연간독서량 9.7권의 3배 가까운 수치다.책값은 한달에 1만4천2백원정도 지출했다. 이들은 책을 읽는 이유를 ▲자기발전을 위해서(33%) ▲여가를 즐기려고(27%) ▲교양을 갖추기 위해(19%)라고 대답했다.책을 고를 때는 저자를 가장 먼저 고려(54.2%)하지만 제목(20.1%)이나 표지(17.8%)를 중시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관심있는 분야로는 소설(55.6%),수필(13.2%),시(6.4%) 등 75%가 문학서를 지목했다.나머지 분야 중에서는 취미·실용서(6.8%)가 비교적 인기일 뿐 어학·역사·컴퓨터 분야는 5%에 못미쳤다. 따라서 감명깊은 책 10위까지가 모두 문학작품이었다.1위는 「태백산맥」이며 이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천년의 사랑」「토지」(공동 4위)가 뒤따랐다. 좋아하는 국내작가로는 이문열­양귀자­신경숙­박완서­조정래­공지영­박경리­김성종­전여옥­이외수 순으로 꼽았다.외국작가는 시드니 셀던­밀란 쿤데라­무라카미 하루키­존 그리샴­로빈 쿡­마이클 크라이튼­알베르 카뮈­베르나르 베르베르­앤 타일러가 10위까지 차지했다. 한편 미혼 직장여성들은 책을 선물로 주고받기를 좋아해 89%가 책을 선물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그 대상은 친구가 대부분이고 애인(15%),가족(4%),동료(4%)는 의외로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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