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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년 아쉬움 클래식으로 달래 볼까

    송년 아쉬움 클래식으로 달래 볼까

    수백년 전 유럽의 대중음악인 클래식에도 유행이 있다. 공연이 집중되는 연말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자주 눈에 띄는 작곡가와 곡을 발견할 수 있다. 올 연말 집중조명을 받는 음악가는 베토벤. 영화 ‘카핑 베토벤’이 흥행에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으나 올해 개봉돼 베토벤의 삶에 대해 새삼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2월8∼14일 베토벤 소나타 32곡을 모두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연주회는 그의 삶뿐 아니라 음악도 베토벤이 부활한 듯 살려낼 것이다. 공교롭게도 젊은 피아니스트 손열음(21)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고른 곡도 8번 ‘비창’,21번 ‘발트슈타인’ 등 베토벤 소나타 7곡이다. 올 한해 독일하노버 국립 음대에서 아리에 바르디 교수를 사사한 그가 들려주는 베토벤은 이제 예순이 된 피아니스트 선배와 어떻게 다를지 관심을 모은다.‘열음의 베토벤’ 공연은 12월9일 오후 5시,10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다.2만∼3만원.(02)399-1616. 프랑스의 대표적인 작곡가 라벨의 춤곡 ‘볼레로’ 역시 올 연말 인기 레퍼토리.80년대 TV에서 방영된 미니시리즈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에 삽입돼 특히 30대 이상에게 익숙한 클래식이다. 지난 12일 내한공연을 가진 파리오케스트라의 지휘자 크리스토퍼 에센바흐는 15분이 넘는, 어찌 들으면 단조로운 이 춤곡을 눈짓과 고갯짓만으로 지휘하는 독특한 카리스마를 발휘해 관객들을 매료시킨 바 있다. 차세대 유망주들이 모인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송년음악회 ‘비트윈 더 이어즈’의 첫 프로그램 역시 ‘볼레로’.12월30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의 마지막 곡은 라벨이 편곡한 무소르크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다.1만∼2만 5000원.(02)399-1790. 12월23일까지 전국 순회공연하는 피아니스트 김정원씨 독주회의 연주곡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 추천 감상곡으로 실릴 정도로 대중적인 클래식이다 보니 각종 연주회의 인기 레퍼토리로 사랑받고 있다. 거의 매년 한국을 찾는 사라 장, 김지연, 장한나, 정명화 등의 연주회는 내년에도 변함없이 예정돼 있다. 런던 필하모닉, 차이나 필하모닉,LA 필하모닉 등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도 빼놓지 않고 서울을 찾는다. 특히 2월에는 2년 만에 쇼팽을 넘어 바흐의 골드베르크를 연주하게 될 임동혁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있다. 이어 5월에는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이 차이나 필하모닉과 협연무대를 갖는다. 지난 3일에는 임동혁의 형인 임동민과 랑랑이 같은 날 연주무대를 가졌는데, 랑랑은 공연 직후 사인회를 통해 압도적인 인기를 과시했다. 내년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무대가 주목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길섶에서] 첼로의 가을/최태환 수석논설위원

    도심 단풍이 현란하다. 세상이 갈색과 선홍의 향연이다. 찬바람속 눈의 호사다. 화가 모딜리아니도 가을을 좋아했을까. 주황과 검붉은 색을 즐겨 썼다. 짙은 푸른색과 함께. 모딜리아니 특유의 미묘한 색조였다. 그는 간결하면서도 길쭉한, 독창적 데생의 인물들을 만들었다. 그림 ‘첼로를 켜는 사람’을 떠올린다. 리드미컬하고 힘찬 선의 구성이다. 가을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깊고 묵직한 첼로 음은 어쩐지 가을을 닮았다. 쓸쓸한 외모도 그렇다. 시인 박남준은 첼로를 빌려 흔들리는 삶의 아픔을 절규했다.“검은 나무에 다가갔다/첼로의 가장 낮고 무거운 현이 가슴을 베었다…/이 상처가 깊다/잠들지 못하는 검은 나무의 숲에/저녁 무렵같은 새벽이 또다시 밀려오는데” ‘저녁 무렵에 오는 첼로’다. 첼리스트 양성원이 얼마전 베토벤의 첼로소나타 전곡집을 냈다. 첼로의 신약성서로 꼽힌다. 재작년 바흐의 무반주 첼로 전곡을 녹음했다. 첼로에 조응하는 갈색의 피아노 선율을 들으며 깊어가는 가을을 음미하는 것도 운치있는 일이 아닐까.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 女心 흔드는 그의 멜로디

    女心 흔드는 그의 멜로디

    매력적인 외모와 빼어난 연주실력으로 소녀팬들을 몰고 다니는 인기 피아니스트들의 공연이 줄을 잇고 있다. 뉴욕에 거주하는 임동민(27)은 동유럽의 명문 오케스트라인 슬로박 필하모닉과 협연무대를 갖는다.11월1일 오후 8시,3일 오후 2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005년 동생 임동혁(23)과 함께 쇼팽 콩쿠르에서 2위 없는 공동 3위를 차지한 임동민은 올 3월 통영국제음악제에서도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인기를 과시했다. 동생에 비해 ‘투명하고 선명한 사운드’‘학구적인 스타일의 피아니스트’란 평가를 받는 임동민과 협연하는 슬로박 필하모닉은 이번이 첫 내한 공연이다. 슬로박 필하모닉의 지휘는 레오스 스바로프스키가 맡고 있다.3만∼12만원.(02)599-5743.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준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전국 12개 도시 순회공연에 나선다.28일 오후 5시 충무아트홀 공연을 시작으로 광주, 대전, 수원, 창원, 대구, 울산, 전주, 성남, 고양, 부산을 차례대로 돌 예정이다. 장장 2개월 동안 1만 6000여명의 관객에게 서정적인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와 러시아 음악 특유의 열정을 자랑하는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등을 선사한다.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독집 발매 기념 연주회를 연 김정원은 일본의 인기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주인공과 견줄 만하다는 현지 언론의 평을 받았다. 그가 영화에서 연주한 곡과 ‘노다메’의 남자 주인공이 연주한 곡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같았던 것.3만 3000∼7만 7000원.(02)2658-3546. 클래식과 대중을 잇는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강충모의 ‘인투 더 클래식’ 시리즈는 올해로 네 번째를 맞았다.29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강충모는 이번 공연에서 하이든, 스크리아빈, 바인, 쇼팽의 소나타를 연주한다.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연에 앞서 19일 오후 7시30분 모차르트홀에서 강 교수가 직접 음악에 대해 설명하는 강연도 마련된다.2만∼4만원.(02)3436-5222. 폴란드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표트르 안데르셰프스키는 30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에서 바흐의 영국모음곡과 슈만의 유모레스크, 시마노프스키의 마스크를 연주한다. 완벽주의적 성향으로 유명한 안데르셰프스키는 1990년 리즈 콩쿠르에서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연주 도중 퇴장해버려 화제를 모으기도 한 인물이다.3만∼5만원.(02)751-9607.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서울 국제 기타 페스티벌 25·27일 월드글로리아센터

    200대의 클래식 기타가 한꺼번에 무대에 오르는 환상적인 공연이 25일 오후 7시30분,27일 오후 6시30분 서울 명일동 월드글로리아센터에서 열린다. 1957년 세워진 일본 니이보리 기타 음악학교의 엘리트 연주자 20명으로 구성된 니이보리 기타 앙상블의 첫 내한공연이 ‘2007 서울국제기타페스티벌’이란 제목으로 열리는 것. “하나의 기타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두 개의 기타들이다.”라고 했던 쇼팽의 말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공연이다. ‘너의 영혼을 위하여 자양분이 되는 좋은 음악을 공급하라.’는 모토로 1957년 세워진 니이보리 기타 음악학교의 엘리트 연주자들인 니이보리 기타 앙상블은 애초 여성 합주단이었다.1974년 첫 유럽공연에서 영국 BBC TV로부터 ‘하늘의 딸들’이란 찬사를 받았으며, 이후 남녀 혼성 합주단으로 구성돼 지금까지 4000회 이상 공연을 펼쳤다. 대형 연주회뿐 아니라 사교모임이나 디너파티, 자원봉사 연주도 열어 클래식 기타의 아름다운 선율을 알려왔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2번의 연주회에서 각각 다른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바흐, 모차르트에서 요한스트라우스와 같은 클래식, 한국과 스페인 음악, 러시아 민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로 기타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 대중도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25일에는 일본 작곡가 하야카와의 바로크 스타일의 이탈리아 칸초네, 모차르트의 플루트 협주곡 등이 선보인다. 27일에는 드라마 ‘겨울연가’에 삽입된 오석준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러시아 민요 ‘카린카’ 등이 연주된다. 특히 이날은 한국연합 기타합주단과 함께 200여명으로 구성된 국제연합기타합주단이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영화 007 제임스 본드 테마곡 등을 연주한다. 지휘는 국제 니이보리 기타 음악학교의 교장인 가주유키 테라다(42) 교수가 맡아 절도있는 지휘를 선보인다. 기타라는 단일 악기로는 한국 공연 역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이번 무대의 입장료는 1만∼7만원.(02)523-0110.
  • ‘약물복용’ 매리언 존스 메달이어 상금도 몰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을 뒤늦게 시인해 미국 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육상스타 매리언 존스(31)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따낸 5개의 메달을 반환했지만 그의 굴욕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공식 기록집에서 그의 이름을 완전히 삭제하는 것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따낸 메달과 약물복용 기간(2000년 9월∼2001년 7월)에 따낸 상금, 대회 참가 수당까지 모조리 몰수할 채비를 하고 있다고 AP통신이 10일 보도했다. 토마스 바흐 IOC 부위원장은 또 존스가 내년 베이징대회를 비롯, 향후 올림픽 무대에서 선수나 코치, 또는 방송 출연 등을 빌미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크 로게 위원장은 이같은 대책에 대한 집행위의 추인을 빨리 얻어내기 위해 우편 투표를 허용하는 방안까지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AAF의 닉 데이비스 대변인은 2001년 골든리그 대회에서 존스가 받은 잭팟 보너스 100만달러를 비롯, 약물 복용 기간에 따낸 상금 수백만달러를 몰수하겠다는 방침이 “명확하다.”고 확인했다.또 존스가 같은 해 에드먼턴 세계선수권에서 따낸 금메달 두 개도 박탈할 방침이다. 존스는 시드니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 3개 등 모두 5개의 메달을 9일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에 돌려줬지만 IAAF는 존스가 뛰었던 계주팀의 메달까지 박탈하는 것이 규정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할 방침이어서 파장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전격Z작전’ 핫셀호프 알코올중독 딛고 새삶

    ‘전격Z작전’ 핫셀호프 알코올중독 딛고 새삶

    1980년대 최고의 인기 TV시리즈 ‘전격Z작전’(Knight Rider)의 데이비드 핫셀호프(55)가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났다고 MSNBC, 할리우드닷컴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핫셀호프의 대리인 주디 카츠는 “지난 9일 오전(현지시간) 메디컬 센터(Cedars-Sinai Medical Center)에서 검사를 받고 그의 건강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핫셀호프는 지난 2002년 알코올중독을 증세를 보여 재활 센터를 찾기 시작했다. 이후 2004년에 음주운전으로 체포되는 등 술과의 악연이 끊이지 않던 그는 2006년에 이혼을 겪으며 더욱 깊은 알코올중독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5월에는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카츠 대리인은 “핫셀호프가 알코올중독을 이겨낸 과정을 곧 직접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핫셀호프의 전처인 가수 겸 배우 파멜라 바흐도 “그가 최고의 자리에 남기를 원한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핫셀호프 주연의 ‘전격Z작전’(Knight Rider)은 최신 기술로 리메이크되어 올 연말 TV영화로 방영될 예정이다. 이 리메이크 프로젝트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와 ‘본 아이덴티티’의 덕 리만 감독이 맡아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독일 女월드컵 2연패

    독일이 세계최강 미국을 준결승에서 일축한 브라질의 파상공세를 이겨내고 여자월드컵 2연패에 성공했다. 독일은 30일 상하이 훙커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후반 7분 터진 비르기트 프린츠와 41분 시모네 라우데르의 연속골을 앞세워 2-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독일은 여자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2003년 대회에 이어 2연패의 기쁨을 누렸다. 미국은 두 차례(1회와 3회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2대회 연속은 아니었다. 또한 대회 21득점에 무실점으로 우승하는 기염도 터뜨렸다.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마르타를 앞세운 브라질 공격진은 전후반 내내 독일 골문을 두들겼지만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나온 것만 두 차례에 이를 정도로 운이 따르지 않았다. 특히 후반 15분 환상적인 드리블 끝에 페널티킥을 얻어낸 마르타가 날린 회심의 킥이 독일 수문장 나디네 앙게레르의 선방에 가로막히면서 남미대륙 최초의 대회 우승을 노렸던 브라질은 추격의 의지를 잃었다.7골로 대회 득점왕을 차지한 마르타는 8골을 넣어 대회 최다기록을 수립할 기회도 날려버렸다. 앙게레르는 남녀 월드컵을 통틀어 최장 무실점 시간을 540분으로 늘렸다. 종전 기록은 월터 젱거(이탈리아)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세운 517분이었다. 앞서 열린 3,4위전에선 미국이 애비 왐바흐의 두 골과 로리 찰룹니, 헤더 오릴리의 릴레이골로 란힐트 굴브란드센의 한 골로 따라붙은 노르웨이를 4-1로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 in] 페이지 터너

    [강유정의 영화 in] 페이지 터너

    유리조각처럼 차갑고 매끄럽게 생긴 여자 아이가 피아노를 연습하고 있다. 그녀는 어느 대목에 이르러 목에 가시가 걸리듯 자꾸만 연주를 틀린다.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아버지에게 괜찮다며 말을 건넨다. “저는 합격할 수 있어요. 아버지. 걱정 마세요.”그런데 그녀가 오디션에서 떨어졌다. 그녀는 늘 실수하던 그 부분에 이르러 똑같은 오류를 범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 모든 일을 그 순간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았던 심사위원 탓이라고 판단해 버린다. 이제, 그녀의 실패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된다. 영화 ‘페이지 터너’는 일종의 복수극이다. 예상하다시피 복수는 오디션을 망친 소녀가 그 원흉으로 지목한 심사위원을 조준한다. 그런데 이 복수극 좀 다르다. 복수라고 하면 우리는 대개 ‘킬 빌’이나 ‘친절한 금자씨’와 같은 격정적 감정의 드라마를 떠올린다. 여성복수극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복수는 피와 회한, 오래 묵은 갈증이 터지는 순간의 쾌감과 연루된 무엇으로 연상된다. 복수는 냉철한 실행이라기보다 결기 어린 계획의 결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드니 데니쿠르 감독은 쇼스타코비치와 바흐를 오가며 복수의 온도를 식힌다. 아리안과 멜라니가 불협화음 속에서 교감하고 완벽한 하모니와 함께 무너지는 장면은 감독의 섬세한 감식안을 엿보게 한다.‘더 차일드’의 소녀 데보라 프랑수아가 연기하는 건조한 멜라니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흥미롭게도, 영화의 복수는 매우 정적이면서 차갑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 차가움이 마치 드라이아이스처럼 사후 통증을 남긴다는 사실이다. 시종일관 정적으로 흐르는 소녀의 눈빛 뒤에 관객은 뒤늦게 뜨거운 화인을 확인하게 된다. 영화를 보다보면 멜라니가 심사위원인 아리안에게 갖는 복수심이 조금 의아스러워질 수도 있다. 실상 아리안은 그녀의 연주를 방해했다기보다 그저 집중하지 않았을 따름이다. 엄밀히 말해 멜라니가 견딜 수 없었던 것은 그녀의 실패가 아니라 아리안이 지닌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멜라니는 아리안의 교만, 우아함, 권위와 권력이 자신에게 없는 결핍이라는 점을 직감한 것이다. 멜라니가 십여 년 후에 갑자기 나타나 아리안을 망치는 과정이 이를 잘 보여준다. 멜라니는 아리안의 삶에 파멸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삶에 내재한 균열 한가운데에 손가락 하나를 가져다 놓는다. 멜라니는 아리안의 교만함 한가운데 놓인 ‘불안’이라는 이름의 심리를 조금씩 아주 미약하게 자극할 뿐이다. 아리안이 허점을 고백하고 자신에게 완전히 의존하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멜라니는 자신의 삶으로 되돌아간다. 아리안에 대한 그녀의 복수는 완벽한 인생의 정점에 서 있다고 믿고 있던 거울의 파멸과도 같다. 중요한 사실은 멜라니의 실패가 결국 완전하지 못했던 연습에 있었던 것처럼 아리안의 파멸 역시 그녀의 삶 안에 내재해 있다는 점이다. 결국 파멸은 자신의 깊숙한 곳, 그 내면에서 비롯된다. 영화평론가
  • 14일 박소현 파이프오르간 음악회

    14일 박소현 파이프오르간 음악회

    파이프오르간은 교회음악에서 비롯된 악기지만 그 장중한 소리가 주는 감동은 종교를 초월한다. 14일 오후 7시30분 서울 감리교 신학대 웨슬리 채플에서 열리는 ‘박소현 파이프오르간 음악회’는 좀 더 친밀하게 파이프오르간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오르가니스트 박소현은 이화여대 종교음악과를 마친 뒤 독일 쾰른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국립음대의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2004년 덴마크 오덴제 국제 콩쿠르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3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이번 연주에는 바리톤 최상규, 트럼펫 이희석, 기타 박종석 등 여러 연주자들이 함께 한다. 트럼펫과 오르간의 협주로 바흐의 음악을 연주하고 기타와 오르간은 스페인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스 협주곡 가운데 ‘아다지오’를 선보인다. 파이프오르간의 장엄한 소리와 섬세한 현악기인 기타가 만나 들려줄 스페인의 구슬픈 멜로디가 기대를 모은다. 아랑후에스 협주곡은 TV 명화프로그램이 시작될 때 배경음악으로도 오랫동안 사용된 만큼 낯설지 않은 클래식 명곡이다. 전석 초대.(02)2280-0153.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한국인 피랍사건 탈레반 배후 사살

    아프가니스탄 보안군이 한국인 납치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탈레반 사령관 등 16명의 무장대원을 사살했다고 AFP통신이 4일 아프간 정부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아프간군은 한국인 23명이 납치됐던 가즈니주 카라바흐 지역에서 전날 밤 탈레반 소탕작전을 벌였으며, 수시간에 걸친 교전 끝에 납치 사건을 배후에서 조종한 인물로 지목된 물라 마틴을 사살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알리 샤 아마드자이 가즈니주 경찰서장은 “이 지역 탈레반 사령관인 물라 압둘라 잔과 함께 한국인 납치사건의 배후 인물로 꼽히는 물라 마틴 등 모두 16명의 무장대원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제메라이 바샤리 아프간 내무부 대변인도 “마틴은 한국인 납치사건을 주도한 배후 인물”이라며 그가 사살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미군 주도 연합군 측은 반군 “몇 명”이 사망했다고만 밝혔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공연+전시회]

    [국악] ■ 2007 고창굿 한마당 9일 오전 11시∼오후 7시 한강시민공원 뚝섬유원지 뱃머리 광장. 고창농악보존회, 고창군 읍면농악단, 대학 풍물패 등이 길놀이, 당산제, 민속놀이, 짚공예 체험 등을 선보인다.(063)562-2044. [음악] ■ 저먼 브라스 내한공연 3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독일 금관앙상블을 대표하는 10명의 연주자가 바흐, 베르디부터 멕시코 민요까지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음악 선사.3만∼7만원.(02)586-2722. ■ 플루티스트 줄리앙 보디몽 독주회 6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라벨, 드뷔시, 메시앙, 비도르 등을 들려주는 영국 BBC오케스트라 플루트 수석의 첫 내한공연.3만원.(02)6303-1919. [뮤지컬] ■ 햄릿 10월12일∼11월11일. 유니버설아트센터. 체코의 록오페라 ‘햄릿’을 대중적으로 다듬어 유럽과 브로드웨이의 호응을 얻은 뮤지컬 ‘햄릿. 왕용범 연출.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3·7시, 일 오후 2·6시.4만∼10만원.(02) 336-2360.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9월16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2000년 초연 배우들이 재현하는 롯데에 대한 베르테르의 서정적인 사랑. 김광보 연출. 화∼금 오후 8시, 토·일 오후 3시·7시.3만∼7만원.(02)742-9881∼2. [연극] ■ 안데르센 프로젝트 7∼9일.LG아트센터. 작품과 달리 우울하고 불행했던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생애를 멀티미디어와 로베르 르파주의 상상력으로 들여다본다.2007년 유럽연극상 수상. 로베르 르파주 연출. 금 오후 8시, 토 오후 6시, 일 오후 3시.3만∼6만원.(02)2005-0114. ■ 멜로 드라마 6월1일∼11월 4일.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2관. 부모를 잃은 남매와 교감할 수 없는 부부의 엇갈린 관계가 결혼과 사랑의 의미를 묻는다. 장유정 연출.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4·7시, 일·공휴일 오후 3·6시.2만∼2만 5000원.(02)762-0010.
  • ‘개머리 마호메트’ 풍자 무사할까

    ‘개머리 마호메트’ 풍자 무사할까

    |파리 이종수특파원|이란이 스웨덴의 한 지역신문이 실은 마호메트 풍자 만평에 강력 항의, 자국 주재 스웨덴 고위 외교관을 소환하는 등 양국 관계가 경색되고 있다. 소피아 카를베르크는 27일(현지시간) 스웨덴 외교부 대변인은 “구닐라 폰 바흐르 이란 주재 공사가 이란 외교부에 소환돼 지역 신문에 실린 만평이 ‘마호메트에 대한 모욕’이라고 항의받았다.”며 “더 이상 문제가 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문은 스웨덴 남부 도시 오레브로의 지역신문 네리케스 알레한다가 마호메트의 얼굴을 개의 몸체에 붙여 묘사한 라르스 빌크스의 스케치 작품을 실으면서 촉발됐다. 6만 5000여부를 발행하는 이 신문의 울프 요한슨 수석편집인은 “지난여름 화랑들의 불안감으로 빌크스의 전시회가 열리지 못했는데 이는 일종의 자기 검열에 해당되는 것”이라며 만평을 실은 배경을 설명했다. 만평이 실린 뒤 신문사 앞에는 매일 60여명의 이란인들이 몰려가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2년 전 덴마크 한 일간지가 실은 마호메트 만평을 계기로 촉발된 서유럽과 이슬람국가의 갈등이 재연되는 게 아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5년 9월 덴마크의 한 일간지가 마호메트 만평 12컷을 실어 서유럽과 이슬람 국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바 있다. 요한슨 수석편집인은 “파문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우리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의 대응에 대해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개의치 않겠다.”며 “이란은 특수한 체제”라고 덧붙였다. vielee@seoul.co.kr
  • “우주 어지럼증부터 없앨래요”

    “지구에 돌아왔으니 우주에 머무르는 동안 생긴 어지러운 증세부터 없앨까 해요.” 여교사 출신 비행사로 우주왕복선 엔데버호에 탑승했던 바버라 모건이 13일간의 우주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귀환한 뒤 소감을 밝혔다. 22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엔데버호가 21일 낮 12시32분 케네디 우주센터에 안착했다고 보도했다. 인도양 상공에 떠 있던 엔데버호는 코스타리카와 쿠바, 남플로리다 상공을 지나는 귀로를 거쳤다. 멕시코만까지 진출한 허리케인 딘의 영향을 피해 일정을 하루 단축했다. 엔데버호의 성공적인 임무 수행으로 바버라 모건은 지난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참사때 숨진 여교사 크리스타 매컬리프의 유지를 받들 수 있게 됐다. 당시 모건은 챌린저호 탑승을 지원했지만 매컬리프가 승무원석에 앉는 바람에 예비승무원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녀는 7명의 비행사를 태운 챌린저호가 이륙 직후 폭발하면서 전업 우주비행사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착륙 후 푸른 우주복과 빨간 야구모자를 쓴 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모건은 힘든 우주여행 탓에 다소 멍한 모습이었지만 곧 화색을 되찾았다. 그녀는 지난 14일 우주공간 체험을 학생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25분간 화상수업을 하기도 했다. 한편 엔데버호 비행 책임자인 마이크 레인백 국장은 “엔데버호의 플로리다 귀환은 장관이었다.”며 만족했다. 케네디 우주센터 엔데버호 이륙 책임자였던 마이클 라인바흐도 “매우 양호한 상태로 돌아왔다.”고 반겼다. 엔데버호는 12일 17시간55분간 우주에서 체류했다. 지구주위를 201번 돌면서 약 530만마일(853만㎞)의 비행기록을 세웠다. 공정률 60%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해 정류장 건설 임무를 수행했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피랍 한국인 석방협상] 한국인 인질들 생활은

    아프간 피랍 6일째이자 네번째 시한이 제시된 24일 새벽까지 한국인 23명은 건강한 상태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잦은 이동과 열악한 기후, 극도의 긴장상태로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3일(현지시간) AP통신에 “그들은 건강하고 양호한 상태(good health and fine)”라고 거듭 밝혔다. 탈레반 지휘관인 압둘라 잔의 대변인도 이날 “인질들이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 입었으며 초콜릿과 비스킷 등을 아침식사로 제공받았다.”고 말했다. 또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사이에서 인질 협상을 중지하고 있는 가즈니 주 카라바흐 부족 원로들도 탈레반측과 접촉 뒤 “한국인 인질이 건강하게 있다.”는 말을 했다고 현지 경찰이 전했다. 전날 NHK 보도에 이어 22일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도 현지 경찰의 말을 인용해 “인질들이 음식과 홍차를 제공받고 있다. 그들 중에 의사가 있어 탈레반이 그가 처방한 약을 공급했다.”고 전했다. 피랍자들은 탈레반의 주식인 밀, 보릿가루로 만든 이동식을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영양상태에 당장 탈이 날 염려는 적어 보인다. 하지만 아프간 부족원로를 통한 구명협상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피랍자들의 건강상태가 악화될 우려가 높다. 이들은 현재 가즈니 주 카라바그 서쪽 산악지대에 2∼4명씩 무리지어 7군데에 수용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부 칸다하르 주로 옮겨졌을 가능성도 있다. 아프간 남서부는 험준한 산악, 사막지형으로 지금은 섭씨 40도를 넘나들고 비도 오지 않는 고온건조한 한여름 계절이다. 때문에 열악한 기후 조건 속에 무방비인 피랍자들은 잦은 이동, 심리적 불안감으로 저항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피랍자 중 여성이 18명인 것도 이런 우려를 더하고 있다. 납치상태가 장기화될수록 질병, 빈사상태에 빠질 공산이 크다. 그나마 피랍자 대부분이 간호사, 의사인 점으로 미뤄 억류된 환경에서 최소한의 건강은 돌볼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피랍 한국인 석방협상] “아프간 정부 권한없단 말만…”

    “또 하루를 넘겼지만….”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닷새째인 23일 협상 시한이 세번째 연장되자 온 한국민이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이 제시한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재소자의 맞교환 요구를 거부하면서 짙은 한숨도 터져 나왔다. 이날 현지언론 등을 통해 탈레반과 한국 정부의 직접 협상론이 불거지면서 정치적 요구에 이어 ‘경제적 보상’이 주요 조건으로 부상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와 한국 정부 양 갈래로 협상 전선을 확대한 점, 인질들에 대해 비교적 양호한 대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방 협상의 시간을 번 만큼 가시적 성과가 나올 지 주목된다. 탈레반이 재차 협상 시한을 연장하면서 피랍 사태가 장기화 양상을 띌 가능성이 커졌다. 혼선 속에서 낙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적어도 탈레반이 협상을 통해 실익을 챙기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한국인 인질 23명과 탈레반 수감자와의 맞교환 요구이다. 수감자 석방은 아프간 정부의 주권 문제이지만 미국·영국 등 주둔 연합군의 막후 입장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날 압둘 하디 칼리드 아프간 내무차관이 인질과 수감자 교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탈레반 대변인 유수프 아마디는 “인질과 동수인 수감자 23명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아프간) 정부를 대표한다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는 권한이 없다고만 말한다.”면서 “그들은 협상의 전권을 가지지 못한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거점 지역인 남부 카라바흐 부족장 등 부족 원로를 중개인으로 내세운 협상이 기대와 달리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사태 장기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탈레반은 3차 시한인 23일 오후 7시(한국시간 오후 11시30분)을 앞두고 한국 정부와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면서 국면은 다시 바뀌었다. 탈레반 지휘관인 압둘라 잔의 대변인은 이날 “우리가 한국과의 직접 협상을 요구하는지 알리기를 희망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협상 시한을 24시간 연장하면서 한국 정부 협상단과의 직접 접촉을 또 다시 촉구했다. 시선은 아프간 정부를 배제한 채 탈레반이 한국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꺼내놓을 구체적인 주문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나토가 주도하는 아프간 국제안보지원군(ISAF)의 댄 맥닐 사령관은 “극단주의자들과의 직접 협상은 좋은 생각이 아니며 납치를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속셈이기 때문에 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날 압둘라 잔의 대변인은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와 인터뷰에서 “한국인을 수용한 각 그룹마다 자살폭탄 대원이 배치돼 있다.”면서 “이들 대원은 폭탄이 장착된 조끼를 입고 있다.”고 인질 감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만약 정부가 어떤 형식으로는 모험을 감행한다면 인질 처형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군 병력이 진입할 경우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따라서 아프간 군 당국 등이 섣불리 구출 작전에 나설 경우, 끔찍한 인질 처형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이 대변인은 “우리는 개로 하여금 사람을 물도록 하는 기독교도나 유대인이 아니다.”고도 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그림 메르헨/니콜라스 하이델바흐 그림

    우리 유년의 기억을 풍성하게 해준 ‘백설공주’‘헨젤과 그레텔’‘빨간 모자’‘라푼첼’ 등 수많은 동화들이 우리 곁에 다시 왔다. 이 동화들은 모두 독일의 언어학자이자 문헌학자인 야코프 그림과 빌헬름 그림 형제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까지 구전으로 전해지던 옛이야기들을 묶은 것. 문학과지성사에서 내놓은 ‘그림 메르헨’(니콜라스 하이델바흐 그림, 김서정 옮김)은 그림 형제가 1812년 펴낸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옛이야기’ 초판부터 1857년에 나온 마지막 7판까지 수록된 200편의 옛이야기 가운데 101편을 골라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백설공주’ 등 친숙한 이야기 외에 ‘하얀눈이와 빨간눈이’‘춤추다 해진 구두’‘다알아 박사’ 등 조금은 생소한 이야기들도 적잖이 실려 있다. 독일어로 ‘작은 이야기’, 우리말로는 ‘전래동화’쯤으로 번역되는 메르헨은 신화나 전설과는 달리 오로지 재미를 추구한다. 짧고 재미있으니 소박한 민중이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이야기였을 듯하다. 이번 번역집은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받은 독일의 일러스트레이터 하이델바흐가 그림작업을 맡아 이야기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3만 5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로스트로포비치 추모 프로

    KBS 2TV ‘클래식 오디세이’는 12일 밤 12시45분부터 지난 4월27일 80세로 타계한 첼로계의 거장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를 기리는 시간을 갖는다. 옛 소련에 저항하다 국적을 박탈당했지만, 전 세계에 자신의 신념을 전파한 예술가 로스트로포비치.1989년 무너진 베를린 장벽 위에서 그의 연주가 울려 퍼질 때 사람들은 인권과 자유를 향한 그의 의지를 온 몸으로 느끼며 전율했다. 로스트로포비치를 ‘20세기 첼로의 황제’로 만든 작품의 하나인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가운데 6번의 사라방드 등을 들어본다. 제자인 장한나가 들려주는 ‘스승 로스트로포비치’의 이야기도 들어본다.
  • 김정환 펜싱 사브르 국제대회 첫 金

    무심코 복용한 수면제 탓에 도핑테스트 양성 반응이 나와 선수 자격을 정지당하는 아픔을 겪었던 김정환(24·경륜운영본부)이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사상 처음으로 국제대회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세계 41위 김정환은 21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월드컵 A급 대회(개인전만 치르는 대회)인 보우오디요프스키 사브르대회 결승에서 세계 8위인 니콜라스 림바흐(독일)를 15-13으로 꺾고 우승했다. 한국 펜싱은 이로써 국제 대회에서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했던 남자 사브르 정상에 올랐다.32강에서 세계 1위 솔트 넴칙(헝가리)을 15-14로 꺾고 파란을 일으킨 김정환은 4강에서도 세계 7위 미하이 코발류(루마니아)를 15-14로 제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특히 지난 3월 불가리아 그랑프리 대회에서도 동메달을 따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망을 밝게 했다. 상대 몸통이나 전신을 향해 찌르기만 할 수 있는 플뢰레, 에페와 달리 사브르는 칼끝과 칼날, 칼등을 모두 사용해 찌르기, 자르기, 베기를 하는 종목. 유럽의 텃세가 가장 심하다. 아시아 강국으로 꼽히는 중국도 유럽에 가면 성적을 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한국 펜싱은 이 종목에 대한 투자와 노력으로 결실을 보게 된 것. 김정환은 한국체대 4학년 때인 2005년 SK텔레콤 국제그랑프리에서 사브르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긴장감으로 잠을 이루지 못해 수면제를 복용했던 게 탈이 났다. 수면제에 이뇨제가 포함된 탓에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국제펜싱협회(FIE)는 메달 박탈과 1년간 선수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로 인해 도하아시안게임에도 나서지 못했으나 지난 2월 선발전 1위로 대표팀에 복귀했다. 그를 고교 때부터 지도한 서범석 경륜운영본부 펜싱팀 감독은 “김정환은 순간적인 판단이 빨라 올림픽에서도 충분히 통할 재목”이라면서 “원우영 오은석 등과 함께 베이징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문화 시론] 할리우드 영화와 베토벤, 바그너, 모차르트 음악

    [문화 시론] 할리우드 영화와 베토벤, 바그너, 모차르트 음악

    글 최정호 한양대 겸임교수, 경영학 박사, 《CEO여, 문화코드를 읽어라》의 저자 인류 문화사에서 불멸의 악성(樂聖)으로 불리는 작곡가 베토벤에게 지금부터 180년 전쯤 한 예언자가 나타나 당신이 지금 작곡하는 음악들이 불과 100년 뒤부터 유성영화라는 활동사진에 원음대로 녹음이 되어 이것이 그가 태어났던 독일의 본이나 그가 작곡활동을 벌였던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물론 전 세계 구석구석에 똑같이 퍼져나가 매일같이 인류에게 감동과 환희의 눈물을 선사할 것이라고 예언해 주었다면 그는 큰 소리로 웃으면서 거짓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런데 할리우드를 비롯한 구미 선진국의 명작영화에는 그의 선율들이 주요한 모티프를 던지면서 광범위하고 심도 깊게 활용되고 있다. 그의 그 유명한 ‘운명 교향곡(5번)’은 여러 영화에서 황홀경을 선사하고 있다. 10대의 우상 제레미 섬터 주연으로 이런저런 영화상을 수상한 <피터 팬>(2003), 그리고 엠마 톰슨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하워즈엔드>(1992), 아카데미외국어영화작품상을 수상한 이탈리아의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과 그의 부인 줄리에타 마시나 주연의 <카비리아의 밤>(1957), 94세까지 현역으로 뛰며 20세기의 가장 현란한 지휘자로 불리던 백발의 지휘봉 없는 지휘자, 그리하여 필라델피아교향악단을 26년 간 지휘한 레오폴트 스토코프스키가 직접 등장하는 영화 <카네기홀>(1947) 등에서 큰 구실을 하고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을 영화화하여 안젤라 랜즈베리가 아카데미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주목을 끈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 1945)에서는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Moonlight Sonata)’의 선율이 흐르고 있다. 그 후 베토벤의 월광곡은 흑인배우 제이미 폭스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레이>(Ray, 2004)와 유태인 아드리엔 브로디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반나치영화 <피아니스트>(Pianist, 2002)에서 또한 캐시 베이츠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미저리>(Misery, 1990)에서 각기 구사되고 있다. 그의 전원 교향악의 ‘양치기의 노래(Shepherd’s Hymn)’ 멜로디는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올랐던 <빅피시>(Big Fish, 2003)에 나온다. 베토벤의 제9교향곡은 죠프리 러쉬가 주연상을 수상한 <샤인>(shine, 1996)과 테러영화 <다이하드>(Die Hard, 2002)에 그리고 아카데미 감독, 각본, 작품상을 한꺼번에 수상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고전 폭력영화 <오렌지 시계공장>(A Clockwork Orange, 1971)에 쓰이고 있다. 또한 로빈 윌리암즈가 주연상 후보로 오른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89)에도 등장한다.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 1997)과 <비포어 선라이즈>(Before Sunrise, 1995), 그리고 <뉴른베르그의 재판>(Judgment at Nuremberg, 1961)에는 그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 Pathetique’)의 멜로디가 각각 배어 있다. 흑인 웨슬리 스나입스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는 것과 흑인과 백인의 부부 스와핑이라는 기묘한 설정으로 화제가 되었던 <원나이트 스탠드>(One Night Stand, 1997)에는 베토벤의 현악 사중주 ‘카바티나 (Cavatina’)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의 멜로디를 차용한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한 영화는 무려 430편이 집계되어 있다. 그에 필적하는 또 다른 작곡가는 바로 리하르트 바그너이다. 지금까지 바그너의 선율을 삽입한 할리우드와 유럽의 각종 영화가 무려 428편에 달한다는 것이다(IMDB통계). 몇 가지 특기사항만 들면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를 빌려 쓴 할리우드의 대표작은 다음 세 작품이 있을 것이다. 1941년 영화사에 불멸의 금자탑을 쌓은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에는 탄호이저의 선율이 삽입되어 나온다. 1948년 존 폰테인 주연의 불후의 순애보인 <미지의 여성으로부터 온 편지(A Letter from An Unknown Woman)>에는 바그너의 탄호이저에서의 ‘오 그대 나의 사랑스러운 저녁별이여(O, du mein holder Abendstern)’가 삽입되어 있다. 1968년 찰튼 헤스턴 주연의 나치를 다룬 영화 <카운터포인트>에는 탄호이저 서곡이 라이트 모티프로 쓰이고 있다. 1996년 레오나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바그너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할 수 있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리베스토드(Liebestod)의 선율을 이용하여 무겁고 애절한 죽음의 사랑을 기리고 있다. 최신작 2006년의 <클림트>에서는 로엔그린의 멜로디를 차용하고 있다. 이 영화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아트 누보의 거장 화가 오스트리아의 구스타프 클림트의 애정행각을 다룬 것으로서 존 말코비치가 주연을 맞고 있다. 1939년 할리우드의 대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는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에 나오는 신부의 합창이 나온다. 모차르트 음악의 쓰임새도 대단한 바가 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무려 552편의 영화와 TV드라마에 나온다. 상당수가 그의 뮤직 비디오에 쓰이기도 했지만 예컨대 영화 <마스터 앤드 커맨더 : 위대한 정복자(2003)>에서는 바이올린 콘체르토 3번의 멜로디가 흐른다. TV드라마로 히트한 헬렌 미렌 주연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1998)>에서는 모차르트의 진혼곡 레퀴엠의 장중한 선율이 흐르고 있다. 짐 캐리의 출세작 <트루먼 쇼>(1998)에서는 모차르트의 호른 콘체르토 작품 1번의 1악장이 흐른다. 디카프리오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모차르트의 교향곡 25번이,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에서는 클라리넷 협주곡A장조와 바이올린과 비올라 협주곡 E장조가 흐른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등을 휩쓴 대작 영화이다. 요한 바흐의 선율은 각종 영화 401편에 기여하고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278편의 영화 작품에 기여하고 있다. 멘델스존의 멜로디는 258편의 작품에 쓰이고 있다. 슈베르트의 멜로디는 247편의 영화에 깔려 있다. 브람스의 음악은 173편의 영화에 나온다. 유네스코가 천명한 대로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다. 문화의 세기라는 말은 문화 콘텐츠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DMB가 지지부진하는 것도 콘텐츠 개발이 병행되지 않기 때문이라면 이들 클래식 음악이야말로 끊임없이 인류 영혼을 풍부하게 하는 불멸의 예술 콘텐츠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월간 <삶과꿈> 2007.03 구독문의:02-319-3791
  • 인간의 문제/마르틴 부버 지음 윤석빈 옮김

    집을 떠나본 사람치고 집이 그립지 않은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돌아갈 집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믿을 것이라곤 자기밖에 없을 것인즉, 결국 자기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자기가 누군지를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고 말 것이다. 돌아갈 집이 없는 인간으로서 자기가 누군지를 알아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렇게 인간이 자신을 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삼게 된 것은 집을 잃은 탓이다. ‘대화의 철학자’ 마르틴 부버(M.Buber)는 그의 저서 ‘인간의 문제’(윤석빈 옮김, 길 펴냄)에서 서양철학의 역사를 ‘집이 있는 시대’(제1부)와 ‘집이 없는 시대’(제2부)로 나누면서 각 시대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기인식의 인간학적 문제를 성찰해왔는지를 밝힌다. 부버가 볼 때, 플라톤에서 헤겔까지 인간은 집이 있었다. 돌아갈 집이 있기에 인간은 자기가 누군지에 관한 인간학적 문제를 다루어도 그저 형이상학적, 종교철학적, 역사철학적 맥락에서 부수적인 문제로 다루어왔다는 것을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 스피노자, 칸트, 헤겔 등에 관한 비판적인 고찰에서 밝힌다. 유독 부버는 이 시대의 이단아 파스칼만은 높게 평가하는데, 그가 무한한 우주 어디에도 돌아갈 집이 없는 인간의 진지한 인간학적 사유를 미리 선보인 까닭이다. ‘신은 죽었다.’라는 니체의 말은 집 없는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이 시대에는 다른 철학의 부속물로 전락해온 인간학적 문제가 비로소 자립성을 확보하면서 철학적 인간학으로 전개되기에 이른다. 부버는 이러한 인간학의 당당한 발걸음을 이끈 철학자로 니체, 포이어바흐, 마르크스, 키에르케고르, 하이데거, 셸러 등을 고찰하되, 개인주의적 인간학과 집단주의적 인간학의 두 가지 틀에서 논한다. 부버는 ‘인간 일반’을 놓치고 ‘사회’만을 분석한 마르크스의 집단주의도 비판하지만, 특히 하이데거의 개인주의를 매섭게 공격한다. 그의 개인주의는 인간의 실존적인 자기관계만을 고집하는 바람에 신을 향해 열린 개별자의 실존적인 자기관계를 제시한 키르케고르의 그것보다 못한 ‘닫힌 체계’라는 비판이다. 물론 하이데거의 실존이 존재 자체를 향해 열린 개방성임은 부인할 수 없다. 앞선 철학자들에 대한 지나친 비판은 대화론적 철학의 체로 걸러낸 부버만의 고유한 해석 탓이겠지만, 굳이 이것을 이 책의 결함으로 볼 필요는 없다. 어차피 앞선 철학을 자신의 눈으로 해석하는 것은 철학자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짧은 글 ‘전망’에서 부버는 두 가지 인간학을 대신할 대안을 인간의 ‘사이존재(Zwischensein)’에서 찾는다. 인간이 나와 너 ‘사이’의 열린 공간에서 이러한 “사이의 영역” 자체로 ‘존재’하면서 서로 나누는 대화가 인간의 존재론적 근본구조인 까닭이다. 이것은 집 없는 시대에 인간학이 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인간학적 사유의 이념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첨언한다면, 우리의 얼굴로 우리의 역사에서 나와 너 사이에서 성립하는 ‘서로주체성’의 이념을 모색하고 있는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의 저서 ‘서로주체성의 이념’을 곁들여 읽기를 권한다. ■ 서평:권순홍(군산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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