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정서 맞는 클래식프로 만든다
◎KBS 제1FM,「방송 10% 한국화」 5개년계획 수립/쇼팽의 「야상곡」등 친근한 소품주류/박은희씨등 직접연주… CD로 제작/제주도 「오돌또기」 비롯 작곡작업도 활발
고전음악방송의 「한국화」 작업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순수고전음악만을 방송하고 있는 KBS 제1FM이 벌이고 있는 이 작업은 특히 그동안 서양사람의 작품을 서양사람의 연주로 들을 수밖에 없었던 서양고전음악프로그램에서 한국 연주가와 한국 작곡가의 비중을 높여가자는데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중부지방 일원에서 들을 수 있는 KBS 제1FM은 하루 21시간의 방송시간에 서양음악 프로그램이 10개,전통음악 프로그램이 3개,우리가곡이 1개등 모두 14개의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다.
이가운데 하루 1천50분,비율로는 전체방송시간의 84%를 차지하는 서양고전음악프로그램의 거의 전시간이 서양연주가가 연주한 서양작곡가의 작품을 서양음반제작사가 만든 음반으로 방송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이같은 실정에서 KBS는 지난해 FM방송음악의 한국화를 위한 중기계획을 세워 첫해인 올해부터 5년이후인 87년까지 전체 방송시간의 10%이상을 「한국화된 음악」으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세웠다.이 비율은 그러나 정경화와 정명훈·김영욱·백건우·강동석등 해외에서 음반을 취입한 세계적인 한국인음악가의 연주를 뺀 것이어서 계획대로라면 87년부터는 KBS 제1FM의 서양고전음악방송에서 5곡 가운데 1곡은 한국작곡가 혹은 한국연주자의 작품을 들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KBS는 이에따라 올해부터 「한국의 연주가」계획의 녹음에 들어가 지난 3월에는 피아니스트 박은희와 박지혜,바이올리니스트 배은환,첼리스트 배일환,하프의 박라나,그리고 KBS교향악단의 녹음을 마쳤으며 지난 6월에는 피아니스트 김용배와 이혜경,바이올린의 양고운,첼로의 이동우,플루트의 이승희 등이 KBS홀에서 녹음을 끝냈다.
또 10일부터는 바이올린의 이택주와 이순익 송재광 김영준 김현미,첼리스트 박병훈과 이정근,피아노의 조숙현과 손인경이 역시 KBS홀에서 녹음을 시작해 오는 19일까지 모두 마치게 된다.
이들이 녹음하는 곡들은 바흐의 「골르베르크변주곡」(박은희)이나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KBS교향악단)같은 대곡들도 있으나 대부분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나 쇼팽의 「야상곡」,생상스의 「백조」,드뷔시의 「갈색머리의 소녀」,차이코프스키의 「뱃노래」와 같이 누구에게나 친근한 소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난 3월과 6월에 녹음을 끝낸 곡들은 이미 6월,7월 두차례의 KBS제1FM 특집에서 방영되어 『연주수준이 기대이상으로 높으면서도 서양사람들의 연주와는 또 다른 특별한 정감을 자아낸다』는 평을 받은바 있으며 그 이후 일반방송에서도 심심치 않게 전파를 타고 있다.
방송에 적합한 창작음악을 확보하기 위한 「한국의 작곡가」계획도 이미 추진되고 있어 이성천은 함경도의 「북청사자놀이」를 환상곡으로,황성호가 제주도의 「오돌또기」를 교향조곡으로 작곡에 들어갔으며 「성주풀이」도 성악과 기악을 위한 별곡으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한국의 음악가」와 「한국의 작곡가」계획에 의해 녹음된 곡들은 모두 12장의 콤팩트디스크로 제작된다.
이 작업을 지휘하고있는 KBS의 한신평 제1FM부장은 『이같은 작업을 하는 것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고전음악방송을 한국화시키기 위해서는 방송사 스스로가 방송할 음반을 제작하는 것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은 일단 시작했다는데 의의를 둘수 있는 정도지만 계획대로만 된다면 한국음악계의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해인 올해는 방송빈도가 높은 소품위주가 되지만 내년부터는 소품과 함께 음악성 높은 곡도 녹음하게 되는 등 갈수록 대곡의 비중을 높여간다는 것.이렇게 되면 이 작업에 참여해 음반도 만들고 방송빈도도 높아진 음악가들의 활동무대가 크게 넓어지고 해외진출의 발판도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