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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올리니스트
    20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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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아메리칸 체임버 오케스트라/카네기홀서 화려한 데뷔

    ◎구소 망명자로 구성… 허드렛일로 생계 뉴욕에 있는 예술가 집단거주지 「그리니치 빌리지」의 주말저녁. 어느 레스토랑에서건 생계를 위해 악기를 연주하는 소위 「문라이팅 악사」들을 쉽게 볼수 있는 시간이다.그러나 이들 모두를 별볼일 없는 무명악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난해말 유서깊은 카네기홀에서 화려한 데뷔를 마친 「뉴아메리칸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단원 28명중 24명도 이들 문라이팅 그룹의 일원이다.싸구려 레스토랑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피아노현을 조율하는 사람외에 심지어 음식을 나르는 사람과 미용실에서 빗자루질을 하는 단원도 있다. 「뉴아메리칸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단원 다수가 이처럼 허드렛일을 할수밖에 없는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지난해 여름 구성된 이 오케스트라는 이름 그대로 이민자들로만 구성돼있다.그러나 더 정확히 말해 이들은 구소련출신 망명자들이다. 공산주의 몰락후 소련에 살던 유태인들의 대탈출 행렬에 끼여든 이들은 미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자본주의의 냉엄한 현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모국에선 내로라 하는 연주자들이었지만 미국은 음악을 한다 해서 국가가 생계를 보장해주는 곳이 아니었다.서양음악에 어두운 이들은 꽉 짜인 뉴욕의 음악계에서 오디션을 받을 기회조차 찾을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이들은 「그리니치 빌리지」로 모여들어 레스토랑을 찾거나 기타 허드렛일을 할수밖에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뉴아메리칸 체임버 오케스트라」에서 남성 첼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로만 테플린스키는 최근 미용실에서 견습을 끝내고 미용사 자격증을 얻은데 이어 카센터 운전수로서의 세번째 직업을 얻었다.동료 단원인 바실리 바트라첸코는 러시아인이 경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나르고 테이블을 치우는 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음악을 할 기회를 만난 것은 지난여름.뉴욕의 이민자협회가 이들을 한데 모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키로 결정하고 오디션을 실시한 것이다. 처음엔 여러가지 예상치 못했던 문제점들도 나타났다.가장 큰 문제는 단원간의 불화였다.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구레닌그라드) 출신 단원들은특히 우크라이나인 단원들을 경멸했다.지휘자 베스 코헨은 처음엔 이들이 도저히 융화할 수 없을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비올리스트의 부족도 중요한 애로점이었다.이 문제는 두명의 바이올리니스트를 비올리스트로 전환시킴으로써 해결했다. 악기조차 갖지 못한 단원들은 이민자협회로부터 악기를 대여받았다.협회는 악기외에 연주회때 입을 턱시도 등 세세한 채비까지 챙겨줘야 했다. 코헨은 악단의 첫연주회에 영국의 작곡가 구스타프 홀스트의 곡을 올리려 했으나 단원들은 홀스트란 이름조차 몰랐다.결국 역시 구소련 출신의 작곡가 야킬 사브자노프의 「축제의 조곡」을 택했다. 진통끝에 첫번째 리허설을 가져본뒤 악단의 부지휘자 레프 벡슬러는 링컨센터를 가리키며 『우리는 6개월이내에 저곳에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리고 장담은 지켜졌다.약속한 기일이내인 지난해 12월 이들은 링컨센터는 아니었지만 꿈의 무대 카네기홀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 새달 서울바로크합주단 정기연주회/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 협연

    ◎제미니아니곡 「라 폴리아」 국내초연/바흐 바이올린협주곡도 함께 선사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이 협연하는 서울바로크합주단의 정기연주회가 3월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대강당을 비롯,부산과 광주등 3곳에서 열린다. 김영욱은 이번 연주회에서 바흐의 바이올린협주곡 1번을 협연하는 한편 서울바로크합주단의 리더가 되어 제미니아니의 합주협주곡「라 폴리아」를 한국초연한다. 김영욱이 서울바로크합주단과 협연하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모차르트의 서거 2백주년이 되던 지난 91년 모차르트의 바이올린협주곡 5곡을 완주한 바 있다.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을 비롯,15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서울바로크합주단은 협주곡 연주를 위해 관악기 파트를 객원으로 포함시켜도 20명 내외가 되는 실내악단.바흐나 모차르트 당시 연주관행에 근접한 편성이다.따라서 지난 91년 모차르트로 높은 평가를 받은 김영욱과 서울바로크합주단은 바흐와 제미니아니를 들려줄 이번 연주에서도 깊은 감명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바로크합주단은 이번 연주회에서 김영욱과의 협연 이외에도 페르골레지의 콘체르티노 1번과 파헬벨의 캐논,스트라빈스키의 현악합주를 위한 협주곡을 들려주게 된다. 한편 부산연주회는 2일 하오 7시30분 문화회관에서,광주연주회는 11일 하오 7시 문화예술회관에서 각각 열린다.연주회 문의는 02­391­9266.
  • 체코 「수크챔버」 내한 공연/새달 4∼5일 KBS홀

    ◎부산·제주 등서 모두 5차례 체코의 수크 챔버 오케스트라가 3월4·5일 여의도 KBS홀에서 공연하는등 서울과 부산·제주에서 모두 5차례 내한연주회를 갖는다.특히 5일에는 이 악단의 창설자이자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요셉 수크가 협연자로 나서 하이든의 바이올린협주곡 다장조를 연주하게 된다. 수크 챔버는 드보르자크 이후 체코 최고의 작곡가로 이름을 날렸던 요셉 수크의 이름을 따 1974년 결성된 단체.이 악단의 음악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요셉 수크는 바로 작곡가 수크의 손자이며 드보르자크의 증손자이다. 수크 챔버의 서울연주회의 4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순익과 피아니스트 신민자,5일에는 요셉수크와 함께 피아니스트 이명은이 나설 예정.4일에는 리히터의 신포니아와 스타미크의 교향적 협주곡,하이든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이중협주곡,드보르자크의 세레나데 마장조가 연주된다.또 5일에는 미슬리베체크의 디베르티멘토와 하이든의 바이올린협주곡,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12번,요셉 수크의 세레나데 마장조가 선을 보인다. 한편 수크 챔버는 1일에는 제주문예회관,2일과 3일에는 부산문화회관중강당에서 공연한다.연주회 문의는 02­232­4798.
  • 비싼 외국 현악기/호화판 판촉연주회 “눈총”

    ◎대일악기,오늘 힐튼호텔서 미 「…소사이어티」 주최로/한대 수억원 바이올린등 40대 들여와/활 50개도… 미 상인 「봉」 노릇 할판/각계의 중진 4백여명 초청 장삿속 공연 1724년산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비롯,수십억원 어치에 달하는 명품 현악기 40점이 한꺼번에 국내에 들어와 전시·판매되고 이를 홍보하는 호화판 연주회도 열릴 예정이어서 눈총을 사고 있다. 악기판매상인 대일악기는 미국 최대의 고악기상인 「바인 앤드 푸시」사와 함께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일악기 전시장에서 고악기 전시·판매행사를 갖는다.이 행사에는 「스트라디바리우스」 3대와 1735년산 「요셉 과르네리」등 2대의 「과르네리우스」,1757년산 「JB 과다니니」등 이탈리아의 크레모나 지방에서 생산된 이른바 「올드 악기」 40대가 출품된다.이처럼 큰 규모의 고악기 전시·판매행사는 국내에서는 처음이거니와 국제적으로도 드물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될 악기들에는 「바인 앤드 푸시」사의 소장품들.아직 가격이 알려지지는않았지만 고악기에 정통한 음악인들에 따르면 최고 수억원에서 최저 수천만원의 가격표가 붙을 것이 확실시 된다고 한다.40대의 가격을 합하면 수십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이 전시회에서는 또 수백만원에 이르는 현악기 활 50개도 전시·판매된다.1백년 이상된 고악기는 골동품으로 분류되어 관세없이 구입자가 10%의 부가세만 내면 국내 반입·판매에는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 대일악기측의 주장이다. 이에앞서 17일 하오 7시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는 세계적인 연주자로 성장한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유니스 리가 피아니스트 넬슨 파제트와 함께 이 행사의 홍보를 겸한 연주회를 갖는다.이 연주회의 형식적인 주최자는 미국의 「스트라디바리 소사이어티」.「…소사이어티」는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비롯한 이탈리아제 고악기들을 소장하고 있는 미국 부자들의 모임으로 재능있는 신진 연주자들에게 그 악기들을 빌려주고 있다.유니스 리는 한국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기업 모토롤라사 명예회장의 부인인 메리 갤빈여사의 16 90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대여받아 사용하고 있다.현재 「…소사이어티」로부터 「올드 현악기」를 빌려 연주활동을 하고있는 한국인은 유니스를 비롯,장영주와 이상미·제니퍼 고·힐러리 한·스코트 리등이 있다. 현재 「…소사이어티」의 회장은 바로 「바인 앤드 푸시」사의 대표.대일악기의 김주학대표 또한 「…소사이어티」의 고문이다.「…소사이어티」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주회가 장삿속에서 기획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이번 연주회에는 우리나라 정치·경제·문화계의 중진들과 악기의 실질적인 구매자가 될 연주자 및 그 부모등 4백여명이 초청됐다.「…소사이어티」의 명망을 발판삼아 전시·판매행사의 격을 높이고 구매자들에게 신뢰감을 주자는 의도가 읽혀진다. 이 전시회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한국사람들이 악기상의 「봉」 노릇을 하게 될지는 아직 알수 없다.미국에서 따라온 바이올리니스트가 성능시험을 해준다지만 수억원짜리 악기를 유명세만 믿고 전시장에 나가 덜컥 사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긴 하다.그러나 악기상의 입장에서는 단 한대를 못팔아도 수요가 크게 늘어날 「올드 악기」의 구입 창구로 인식을 준 것만으로도 이 행사를 갖는 상업적 가치는 충분하다는 것이 음악인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 군·관·정계서 출세가도 달린 「풍운아」/타계한 정일권 전총리

    ◎서른셋에 3군총사령관·최장수 총리 신화/「박정권 얼굴마담」평… 정인숙사건에 곤욕 18일 타계한 청사 정일권전국무총리는 군·관·정계에서 정상의 출세가도를 달린 「풍운아」라고 할 수 있다. 불과 서른셋의 나이에 참모총장격인 육·해·공군총사령관을 맡아 6·25를 치렀다.6년7개월동안의 최장수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국회의장직도 6년이나 재임했다. 해방이후 「6공」에 이르기까지 화려했던 경력으로 「처신의 신화」를 남기기도 했고 「박정희정권의 얼굴마담」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정씨는 1917년 11월 21일 함북 경원에서 태어났다.찢어지게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내고 37년 만주군관학교에 입교해 수석졸업한 뒤 만주군 소위로 근무했다.40년에는 일본육사 55기로 편입해 41년 본과정을 마치고 해방되던 45년까지 만주군 총사령부 헌병대에 근무했다.해방후 군사영어학교에 들어가 창군에 참여,46년 군번 5번의 대위로 임관해 4년만에 3군총사령관에 이르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그는 최근 회고록에서 6·25때 38선 돌파문제를 놓고 이승만대통령및 맥아더유엔군사령관과 며칠밤을 새우며 북진을 결정해 전세를 역전시킨 감격을 회상하기도 했다. 57년 대장으로 예편한 뒤 주프랑스대사와 주미대사를 거쳐 63년 외무부장관,64년에는 국무총리에 임명됐다. 그는 박정희전대통령과 뗄래야 뗄수없는 인연을 갖고 살았다. 만주군 중위로 근무할 때 신경군관학교 1학년에 다니던 박전대통령을 만났다.이때 두사람은 독립이 되면 부강한 나라를 만들자고 다짐했고 이 다짐은 20년후 박정권의 출범으로 구체화된다. 그는 박정권 초기에는 6년7개월의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를 지냈고 8·9·10대의 3선의원으로 79년까지 6년동안 국회의장을 지내는등 「3공」말기까지 늘 권력의 양지에 서있었다. 5공화국 이후 권력의 핵심에 다시 등장하지는 못했지만 85년 국정자문위원,88년 자유수호구국총연합회장,89년 자유총연맹총재,93년 민자당고문등 여권의 원로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현대사를 화려하게 풍미했던 그도 말년에는 「3공」 최대의 정치스캔들인 정인숙씨피살사건으로 곤욕을 치렀으며 정씨의 아들인정성일씨가 친자확인소송을 제기해 괴로움도 겪었다. 91년에는 지병인 임파선 암이 악화돼 도미,타계할 때까지 워싱턴과 하와이에서 치료를 받았다. 77년 재혼,현직 국회의장과 29살 아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의 로맨스로 화제를 모았던 부인 박혜수씨(48)와 1남1녀를 두었으며 사별한 전부인과의 사이에도 출가한 두딸이 있다.
  • 94예음실내악 축제/속초·강릉서/「슈베르트」주제로 18∼22일까지

    ◎석양음악회/브람스 피아노 3중주곡 매일 연주/속초연주회/베토벤곡등으로 꾸며질 본격실내악/강릉연주회/가곡 「겨울…」·하이든 현악4중주 선봬 94 예음실내악페스티벌」이 18일부터 22일까지 강원도 속초와 강릉 일원에서 열린다. 예음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문화체육부가 후원하는 이 페스티벌은 지난 86년부터 속초에서 열어오던 「예음설악페스티벌」의 범위를 강릉까지 넓혀 이름을 바꾼 것.그동안 연주회와 매스터클래스등을 통해 실내악에 대한 음악도들의 관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영동지방의 음악발전을 부추기는 효과를 거두어왔다.또 휴양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어 음악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해 왔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예음클럽과 독일의 페터슨현악4중주단을 비롯,재미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와 피아니스트 변화경,그리고 신수정·문용희·김금봉·김영호등이 나선다.또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와 첼리스트 박경옥,서울시향의 타악기주자 최경환과 클라리넷주자 김동진,성악가 김관동·석금숙부부등이 강사및 연주자로 참여한다.이밖에 대금주자인 이생강과 판소리명창 안숙선도 출연,색다른 무대를 펼친다.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는 「슈베르트」.숙소인 속초 삼성콘도미니엄에서 열리는 석양음악회와 속초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속초연주회,강릉문화예술관에서 열리는 강릉연주회를 통해 슈베르트의 실내악이 다채롭게 소개된다. 「석양 음악회」는 18일부터 20일까지 해질 무렵인 하오 5시부터 브람스의 피아노3중주 3곡을 매일 한곡씩 연주하는 프로그램.이에비해 18일부터 21일까지 하오7시30분에 속초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속초음악회」는 본격실내악연주회다.슈베르트의 8중주 바장조와 론도 가장조,피아노 3중주 내림마장조,베토벤의 현악4중주 1번과 모차르트 클라리넷5중주등이 연주된다. 올해 처음 마련된 「강릉 연주회」는 19·20일 하오7시30분에 강릉문화예술관에서 열린다.특히 19일은 슈베르트의 작품만으로 꾸며질 예정.김관동이 연가곡「겨울나그네」를 추려 부르는데 이어 피아노5중주곡 「송어」를 들려준다.페터슨콰르텟이 나서는 20일은 하이든의 현악4중주 라장조,모차르트의 현악4중주 바장조,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사장조가 연주된다. 마지막 날인 22일은 「실내악 한마당」으로 하오 2시부터 7시간동안 진행되는 일종의 마라톤콘서트.생상의 「동물의 사육제」가 연주될 「가족 음악회」를 필두로 「국악연주회」와 「한국가곡과 이중주 하이라이트」,「메인콘서트」가 마련되어 있다.문의는 736­3200.
  • 인간 이어령을 보는 “다양한 시각”

    ◎각계인사 64명 이씨 회갑 기려/「64가지 만남의 방식 출간」 좋은 인연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재산이다. 더구나 상대방이 이 시대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문화인이요 보기 드문 교양인이라면 그와의 만남은 더욱 큰 기쁨이었을 것이다.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문학평론가 이어령씨가 회갑을 맞은 것을 기념해 그를 사랑하는 각계 인사 64명이 그와의 추억거리를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64가지 만남의 방식」(김영사 펴냄)은 원로시인 서정주(78)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14)에 이르기까지,문화예술인·언론인·법조인·공직자들이 세대를 뛰어넘어 그를 기리는 마음을 담고 있다. 그들이 이어령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눈에 띈다. 우선 그는 누가 보기에도 문학은 물론 모든 예술장르를 꿰뚫고 있는 천재이다. 『모든 것에 모르는 것이 없어 처음엔 매우 싫었고(이강숙·한국예술종합학교장)』 『해박한 영화지식과 정열,뛰어난 감성에 신선한 충격을 느꼈으며(김수용·영화감독)』 『선험적으로 갖고 있는 디자인 센스가 대단히 탁월한경지에 있는(한도룡·홍익대 교수)』사람이다. 그런가 하면 발표 때마다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문학평론·사회비평의 글보다는 말솜씨에 더욱 뛰어난 면을 갖고 있기도 하다. 『선생님의 말씀을 받아 쓸 수만 있다면 박사학위 논문을 쉽게 통과하겠다 싶은(김지원·소설가)』수준으로 『유명한 관상가로부터 글보다 말이 낫다는 판정을 받은(김상태·이화여대 국문과교수)』달변가이다. 그렇다면「천재」이고「달변가」인 그의 인간적인 모습은 어떤 걸까. 『문단의 후배들을 30년 가까이 자상하게 거두는 대형(조선작·소설가)』이면서 『몸은 성장했지만 정신은 사춘기 소년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최인호·소설가)』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문단의 선배인 서정주로부터 『내 생각 속의 그는 여전히 한 서울대학생인데 어느 사이에 환갑이라니 그래도 설쇠는 데는 많이 쏘다닌 모양』이라는 소리를 듣는가 하면 동갑내기인 시인 고은은 『이어령이 벌써 회갑이라니,이것은 도무지 외설이다』라고 분개하기도 한다. 이 책은 물론 이 시대의 대표적인 지성인 이어령의 모습을 여러각도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어령과 동시대의 문화예술계 인사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시대의 문화예술 풍토를 고스란히 전해주는 문화예술사라는 점에서 더욱 가치있는 기록이다. 소설가 김승옥은 『이어령과의 만남은 한 개인이 아니라 우리의 시대를 만들었고 우리 문화의 얼굴을 바꾸었다.그래서 이 만남의 책은 한국의 지적 카니발이며 동시에 이 시대의 문화사인 것이다』라고 노래했다.
  • 이어령 전장관 회갑잔치 “전통예술 한마당”

    ◎가야금·판소리·사물놀이 등 어우러져 축하/이대제자 41명이 쓴 회고담 등 책 4권 봉정도 이어령 전문화부장관이 화갑을 맞았다.이전장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의 나이가 이제야 육십인가』하고 되물을 것이다.대학교수로,문학평론가로,신문사 논설위원으로,출판인으로,소설가로,장관을 지낸 행정가로,문명비판가로 그의 이름을 너무 오래전부터 자주 들어온 탓이다.그러나 육신의 나이에 반해 그는 아직도 창창하기만 하다. 「계유년생 바람닭」 이전장관의 화갑연이 3일 하오3시부터 서울 중구 필동 한국의 집에서 그가 23년동안 몸담은 이화여대제자와 정·관계인사,문화계인사,문인등 그를 흠모하는 각계사람 4백50여명이 모인 가운데 큰잔치로 치러졌다. 이날 화갑연은 지난89년12월 갑작스런 초대 문화부장관직 수락에 따라 교수직을 떠난지 4년만의 「마지막수업」이 치러진다는 언론보도때문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지만 정작 주인공은 『환갑날은 하루 쉬어야지 무슨 강연인가.망년회에 온 기분으로 즐겨달라』고 그답지 않은 짧은 답사로 끝내 아쉬움을 안겨줬다.그러나 이전장관은 미리 준비한 「별의 관측자가 아니라 별을 만드는 사람이 되자­윤동주의 서시 구조분석과 글을 쓰는 의미」란 제목의 강의록유인물을 통해 『진정한 시인에겐 환갑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마지막수업」에 갈음하는 여운을 남겼다. 이날 잔치는 황병기의 가야금연주,이매방의 승무,안숙선의 판소리,김덕수패의 사물놀이등 정상급 국악인이 출연해 우리의 전통가락과 춤사위를 선사,식장을 발디딜 틈없이 꽉채운 참석자들의 흥을 돋웠다.이어 이화여대 국문과 제자 41명이 쓴 스승 이어령에 대한 회고담 「영원한 기억속의 작은 이야기」와 제자 학자 31명이 쓴 논문 「구조와 분석」 시편과 소설편 각1권씩,세계적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에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에 이르기까지 64명의 각계인사들이 쓴 「64가지 만남의 방식」등 무려 1백30명의 필자가 총동원된 책 4권이 봉정됐다. 『사적인 회갑연은 싫다』면서 화갑연을 극구 사양했지만 부인 강인숙교수(건국대 국문과)와 함께 인간문화재 황혜성씨가 정성들여 마련한 전통회갑상에 앉아 두 아들이 올리는 술잔을 받는 그의 모습에서 참석자들은 바람이 불지 않아도 끊임없이 돌아가는 바람개비하나를 느꼈을 것이다.
  • 가난과 음악/김영준 바이올리니스트·서울시향 악장(굄돌)

    지난해 겨울 러시아의 한 도시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가난하다고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달러를 쓰는 여행객은 예외지만 내국인을 위한 물건은 없었다.그들은 빵 한조각을 위해 상점앞에서 새벽부터 줄을 서야 했고 빵이 다 떨어지면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워낙 생활필수품을 구하기 어려워 곳곳에서 담배 한갑을 들고 서있는 사람,신던 구두 양말등도 들고 서서 팔고 사는 광경들을 보았다. 지금도 초대 받아간 소련인의 집에서 먹은 달걀 한개가 얼마나 값진 대접이었는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할 지경이다. 오케스트라와 연습을 할때,단원들 모습이 모두 초췌하고 딱해 보였지만 첫 오케스트라의 화음이 시작되면서 그들의 궁핍을 잊어버렸다.풍부하고 유려한 울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별로 좋지 않은 악기들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연주 하는 소리마다 정신이 들어있는 듯 했다.우리나라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그들은 다른 듯했다. 어떻게 가난에 떨면서도 저렇게 열심히 음악을 대할수 있을까. 음악인 뿐이 아니라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다.매일 큰 홀에서 연주가 있는데 항상 매진인 것이다.음악을 듣는 그들의 표정은 부드럽고 여유만만했다.경제력보다는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그래서 예술이 발전하고 또 그 힘으로 가난을 이겨낼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요즈음 어렵다고 한다.그래서인지 조금뿐이던 정부,기업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도 그나마 끊어져가고 있다.물건이나 먹을 것은 너무 많이 버려지고 있는 실정인데도 눈에 보이는 것에만 매달려 있는 것 같다. 우리에게는 어려움을 이겨낼 정신이 필요하다.그 어려움을 지탱해 나갈수 있는 정신의 힘을 기르기위해 문화예술쪽으로 얼굴을 돌리게 할 방법은 없을까.
  • 화합하는 사회/김영준 바이올리니스트 서울시향 악장(굄돌)

    세계적인 교향악단들이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자주 공연을 가지는 것을 보면 한국무대도 세계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곧 지상 최고의 교향악단이라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을 할 예정이어서 음악인의 한사람으로서 가슴설레고 있다. 교향악 공연을 접하는 청중이 늘어나면서 『교향악단의 조직·운영등을 어떻게 하는지 무척 궁금하다』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흔히 교향악단의 운영은 한 국가를 통치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그만큼 단원 개개인의 음악적 능력및 자존심을 잘 조화시키면서 또 직업악단으로서 성공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복잡하다. 일반적으로 교향악단에는 평단원이 있고 각 악기군마다 수석주자라고 하는 책임자가 있다. 이밖에 악보·악기·무대진행등을 맡아 관리하는 직원,행정및 기획을 담당하는 사무직원이 있는데 이 모든 단원들의 리더가 악장이다. 그러나 교향악단 전체의 경영과 음악적 책임을 지는 상임지휘자가 결국은 최고 책임자가 되는 셈이다.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 악장이 일어서서 다같이 A음을 맞추도록 하면 이어 지휘자가 등단해 대표로 청중에게 인사를 하는 것과,또 악장과 연주 전후에 악수를 하는 것은 지휘자와 단원들이 성공적인 공연을 약속하는 행위이다. 1백20명의 단원이 하나의 음악을 연주하면서 그 가운데 한사람이라도 틀리는 음을 내게 되면 음악회 전부가 망쳐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단원 한사람 한사람이 평소 절대적인 위치를 확보하는 한편 자신의 역할과 음악적 내용에 대해 항상 책임을 지는 것이다. 연주단원이 내는 한음 한음이 잘 조화되듯이 사회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훌륭히 이루어 낼 때 우리 사회에도 아름다운 화음이 울려퍼지지 않겠는가.
  • 음악치료법/김영준 바이올리니스트·서울시향 악장(굄돌)

    부쩍 주변에 감기걸린 사람이 많아보인다.환절기가 되면 꼭 한차례씩 치러야 되는것이 감기다. 사람은 누구나 일을 한다.자신과 가족을 위해서,또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 개미들처럼 분주하게 뛰어다닌다.그러나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휴식을 취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건강을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감기 걸렸을때 약먹으면 1주일,약 안먹고 쉬면 7일 걸린다는 우스개도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인듯 싶다. 휴식을 취하는데도 사람마다 방법이 있을 것이다.운동을 하거나 등산을 가는 사람도 있고 바둑이나 그림그리기등 취미에 몰두하는 사람도 있다.혹은 하루종일 잠만 자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육체를 편하게 함으로써 쉬기도 하지만 육체를 격렬하게 움직임으로써 쉬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후자를 택하는 사람들은 정신의 휴식이 곧 진정한 휴식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셈이다.바꾸어 말하면 몸보다 더 휴식이 필요한 것은 정신으로,마음이 평안하게 쉬게되면 몸은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마음의 휴식! 한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싶다.음악치료법이 그것이다.「법」자가 붙었지만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다.정신이나 마음에서 오는 병의 치료에 특히 효과가 있는 요법이다.음악치료사라는 이 치료법의 전문가들에게는 어떤 상태의 환자에게는 어떤 음악을 들려주어야 한다는 교과서가 있겠지만 보통사람들에게는 별다른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음악을 골라 듣는 것이다.감기 기운이 있을때 하루종일 음악을 들어보라.피로가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모차르트의 음악을 많이 들을 것을 권한다.모차르트는 음악치료법에서도 피로한 사람들을 위한 공인된 고단위 치료제라고 한다.그의 음악에 어린아이들의 맑은 눈동자와 같은 순수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모차르트는 가장 효과가 빠르고 돈도 적게드는 감기약이다.
  • 피아니스트 백낙호씨(이세기의 인물탐구:38)

    ◎음악혼 불사르는 건반의 마술사/풍부한 예술감각·정상의 기량으로 청중 매료/연주회 2백여회… 베토벤곡 “환상적 해석” 평가 「스위스 루체른호에서 달빛을 받고 일렁거리는 조각배」. 이는 베토벤 월광소나타를 듣고 19세기 유럽시인들이 평한 찬사다. 한번 귀기울이기 시작하면 그곳에 흠뻑 빠지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현란한 음의 희롱과 꿈결같은 멜로디,우울과 불안과 기대와 사랑에 눈먼 쓰라림을 극복하려는 듯 4분의 4박자 프레스토는 걷잡을 수 없는 파도처럼 몸부림친다. 피아노의 거장 프란츠 리스트는 「사람의 혼을 조용히 일깨우는 아다지오 소수테누토와 격정의 프레스토 사이에서 행복감을 노래하는 제2악장」을 향해 가라앉은 분위기의 리타르단도와 점점 거세지는 크레센도의 「두개의 심연속에 놓여진 꽃」 또는 이 둘 사이의 「금빛 가교」에 비유하기도 했다. 백락호의 「월광」은 좀 더 영롱하다.처음엔 구름을 헤치고 활짝 드러낸 얼굴처럼 눈이 부시리 만큼 한점 티없이 휘황찬란하다.절제된 감정과 은은하고 환상적인 녹턴(야상곡)의 분위기는 듣는 이의 가슴을 진주 타래로 꾸며준다.그러다가 차츰 음 하나하나가 생동감있게 연결되고 종장으로 치닫는 속도가 거세지면서 달빛은 산산조각 분쇄되어 폭우로 퍼붓는다. ○확신에 찬 두들김 그의 연주는 어느 경우에도 애매하다든가 모호한 감은 찾아볼 수 없다.간혹 화창한 봄날의 청람같은 무드가 느껴지는가 하면 확신을 가지고 두들기는 건반은 청중에게 안심과 안도를 안겨준다. 음악평론가 이강숙씨는 그의 베토벤 연주는 「음악의 혼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화성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남다르다」고 말한다.음악적 진실에 과장이 없고 음악의 상을 명확하게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그의 연주는 그만큼 설득력이 강하다.한치의 오차없이 음색의 변화에 깊이 파고들어 곡의 완성과 함께 벅찬 감동과 품위있는 여운이 깃들어 있다. 그가 연주하지 않은 피아노곡은 거의 없다.모차르트에서 베토벤,베버와 슈베르트 멘델스존 쇼팽 차이코프스키 스크리아빈에 이르기까지 지난 45년간 그가 애정과 정성을 쏟지않은 곡은 없다고 할 수 있다.그중에서도 베토벤과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해석은 「환상적 경지」란 평을 듣고 있다. 「노워크 아워」지의 에드워드 버가미니나 그와 두차례나 협연한 바 있는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벌 세노프스키도 「어느 한 대목에도 허점이 없이 면밀한 주의력과 힘찬 핑거레이션」에 감탄한 바 있다. 대부분의 연주가들이 그런 것처럼 그도 5살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서울 가회동에서 의학박사 백태성씨(고)와 조은희여사(86)사이의 5남4녀중 장남으로 출생.외과의사인 부친은 플루트를 직접 연주하고 집안은 언제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는 병원에서 큰 수술이 있으면 시술하는 것을 눈여겨 보기도 했지만 폴란드의 작곡가이며 피아니스트인 파데레프스키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월광에 호소하는 듯한 천상의 소리와 엘먼의 달콤하고 매력적인 바이올린 선율에 매료되어 장차 음악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부친은 의사가 되기를 원했으나 장남이 음악에 심취하자 파데레프스키가 빈의 거장 레세티츠키 밑에서 피아노를 사사하던 이야기,베를린파리 런던 뉴욕에 진출하여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되기까지의 입지전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때부터 단 한번의 회의나 갈등없이 그는 음악의 길로만 똑바로 걸어왔다고 말한다.『음악은 이미 숙명이며 나의 생애였기 때문에』 그는 어떤 곡에도 당황하지 않는다.수많은 평자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처럼 「확신에 찬 두들김」으로 청중의 가슴을 정확하게 두들길 뿐이다. ○음악을 숙명으로 75년 대구 영남대가 강당을 새로 짓고 그를 초청했을때 연주회가 시작되자마자 불이 나간 적이 있었다.그날의 첫 곡은 슈만 피아노 협주곡 2번. 빠른 템포의 알레그로 비바체로 힘찬 화음에 이어 제1테마가 나타나기도 전에 불이 나간 바람에 장래가 술렁거리는 중에도 그는 아름다운 안단티노에서 스케르초와 프레스토까지 17분의 연주를 완벽하게 끝냈다.물론 다음곡 다음곡에서도 불이 들어오지 않아 촛불이 출렁거리는 속에서 연주를 진행해나갔고 어느때보다 뜨거운 박수를 받았으나 그는 「연주자를 믿는 청중의 태도」에 박수를 되돌렸다. 지난해 런던 비숍스게이트홀에서의 피아노 독주도 마찬가지다.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연주중에 어디선가 벌이 날아들어 아무리 피아노를 두들겨도 그의 왼쪽 손등에서 도무지 움직이지 않았다.벌에 쏘일 경우 손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오로지 연주에만 몰두했다.청중은 이를 알리 없었고 그의 매니저인 찰스 핀치씨만이 이 사실을 알고 발을 동동 굴렀다.그리고 그의 끈질김과 인내심과 암보에 감탄했다. 백낙호씨는 온화하고 겸허하다.정중하고 진솔한 성격으로 좀체 희비의 높낮이를 드러내지 않는다.다만 음악에서만은 좀더 공부하고 싶은 갈망에 목말라 했으나 유학의 길은 손에 닿지 않았다. 부친은 개성에서 경북등 도립병원으로 전전하는 월급쟁이에 불과했고 형제가 많은데 외국유학까지 가겠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뜻하지 않은 행운이 날아들었다.당시 미국대사관부영사이자 아마추어 첼리스트였던 마이클 베이츠가 그의 독주회에서 베토벤 「비창」과 「열정」을 듣고는 예일대 장학생으로 추천해준 것이다. 베토벤은 이처럼그와 인연이 깊다.후에 빈 교향악단의 지휘자 쿨트 뵈스와도 바로 「월광」연주가 계기가 되어 「황제」협연이 이루어졌다.그는 서울대를 졸업했지만 53년 예일대에서 1학년부터 다시 시작했다.그러나 크나이젤 하계 음악학교에서 아튀르 발삼교수를 만나 사사하고 예일대 관현악단과 협연을 하게 되기까지 그는 「참으로 많은 고생」을 해야만 했다. 낮에는 학교공부와 시간강사 피아노조교로,밤에는 접시닦이와 청소 아르바이트 그리고 새벽엔 연습등 예일에서의 6년은 인생의 전환이 될만큼 슬픔·고뇌·가난으로 점철되었고 비로소 뉴욕 줄리어드로 진출하면서 그의 앞길에 연분홍빛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첫번째 행운은 음악도의 선망인 에델마커스교수에게 지휘법·실내악·피아노문헌을 공부한 일이고 폴 주코프스키와의 줄리어드정기연주 협연,타운홀 WQXR(뉴욕FM)방송국에서의 독주회,그리고 잊지못할 일은 정명화·경화자매의 줄리어드 입시때 피아노반주를 맡은 일,루빈스타인·리히터·하이페츠연주와 뵈링의 마지막 「토스카」를 본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행운은 이어져 모교인 서울대가 그를 교수로 불러들였고 귀국독주회에서 특유의 베토벤 「열정」소나타 바하 「파르티타」 쇼팽·스크리아빈·드뷔시를 고루 선보여 유한철·박용구·김형주등 국내 평자들로부터 「진실한 예술성」 「세련된 의지」 「맑은 쾌감」 「콘서트 피아니스트로서의 탁월한 테크닉」등의 화려한 평에 휩싸였다. 그해 KBS의 인기아나운서이던 이정희씨를 만나 결혼,1남2녀가 모두 빈음대 졸업후 음악가가 된 것도 행운의 하나다(장녀 혜영씨는 KBS 교향악단 제1바이올리니스트,차녀 혜선씨는 뉴서울 필하모니 첼리스트,아들 정엽씨는 빈음대서 피아노 전공후 연구과정중). 그는 요즘도 새벽5시에 일어나서 예일대 줄리어드 음대시절과 똑같이 연습에 임하고 있다.75년이후 런던 심포니 매니저인 찰스 핀치씨와 계약되어 동남아·유럽연주 스케줄을 짜기 때문에 그는 교수와 연주활동을 적절하게 누릴 수 있게 되었다.따라서 하루 2시간씩의 매일 연습으로 해외연주 서울 지방연주 협연 등에 대비하고 있다.음악없이 어떻게 살 수있었을까.그는 피와 살과 그를 구성하는 세포하나까지도 음악으로 이루어졌음을 부인하지 않는다.입속에서 한소절의 허밍만으로도 벌써 몸속에 희열과 의욕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낀다. ○7년만에 독주회 91년 학교와 연주외에 모처럼 IMC(국제음악협의회)한국대표로 참여,지난 제25차 총회에서 동양권에서는 처음으로 임기 6년의 집행위원에 피선되었고 한달에 한번씩 예일대 재경 동문회 조찬에 나가는 정도.술은 맥주 한두잔에 애연가.선배인 전봉초,동료 이남수씨 등과 전람회장,연주회장 등에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그는 수많은 지방연주 해외연주 협연등 2백여회의 연주에도 불구하고 지난봄 호암아트홀서 7년만의 서울 독주회를 개최,그날의 「월광」소나타는 세월이 갈수록 영롱함과 격정이 진하여 피아노의 칸타빌레는 한층 우아하고 리타르단도와 크레센도는 정열의 다이내믹스로 절정을 이루었다. 마침내 그의 월광은 산산조각으로 분산되었고 청중도 연주자도 달빛의 폭우에 흠뻑 젖어 한동안 침묵에서 헤어 나올줄을 몰랐다.내년이면 대학교수 정년,그의 예술의 열정시대가 아마도 그때부터 막을 올리게 됨을 예고하고 있었다. □연보 ▲1929년 서울 출생 ▲1946년 개성 송도중 졸업 ▲1946년 서울대음대 입학 ▲1949년 서울대 음대관현악단 협연으로 「신인연주회」데뷔 ▲1950년 6월24일 백낙호 피아노 독주회(서울시공관) ▲1950년 해군교향악단 입단 ▲1952년 서울대 음대 졸업(김원복 윤기선사사) ▲1953년 서울대 강사·도미 ▲1957년 예일대 음대 졸업(예일대교향악단협연) 아튀르 발삼 사사 ▲1958년 예일대 음대대학원 졸업·예일대 강사·에델마커스 갈라미안 사사 ▲1962년 줄리어드 음대 연구과수료·줄리어드 정기연주회협연 ▲1962년 뉴욕 타운홀에서 피아노 독주회 ▲1963년 귀국 서울대 음대 재직 ▲1963년 서울시공관서 귀국독주회 ▲1964년 KBS교향악단과 협연(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1972년 대북 시립교향악단과 협연 ▲1972년 싱가포르에서 피아노 독주회 ▲1975년 빈교향악단과 협연,쿨트 뵈스지휘 ▲1975년 하와이대학서 피아노 독주회 ▲1976년 방콕서 피아노 독주회 ▲1977년 빈교향악단과 협연·서울시향협연(홍콩 시민회관)·말레이시아시향 협연(콸라룸푸르)·국향협연(국립극장) ▲1978년 방콕·싱가포르 피아노 독주·일본 도쿄교향악단 협연 ▲1979년 하와이대학서 피아노 독주회 ▲1980년 빈 교향악단과 협연·핀란드시향협연(81년)·미시간에서 피아노 독주회(82년)·빈교향악단·핀란드교향악단·서울시향협연(84년)·영국 아바딘 음악제서 서울대음대교향악단과 연주(85년)·KBS교향악단과 서울 수원 부산 인천 연주·대전 협연(87년)등 협연·해외독주등 2백여회 ▲1987년 서울대 음대 학장·LA심포니·춘천시향협연·이탈리아 우르비노 하기 국제대학초빙교수(88년)·KBS교향악단과 데뷔 40주년기념 연주회(89년)·이탈리아 페사로 하기음악제초빙교수(90년) ▲1992년 영국 런던 비숍스게이트홀서 피아노독주회및 런던음악제 초빙 교수 ▲1993년 3월 서울 호암아트홀서 피아노독주회및 부산 대구 대전서 독주회 서울대 음대 교수·IMC(국제음악협의회)한국대표(91년이후)한국음악협회 부이사장·한국 피아노 학회 회장·IMC 집행위원 대한민국 문화예술상·80년 올해의 음악상(음협제정)·「월간음악」상·영창음악상·예술대상(예총)
  • “돈벌이 급급한 3류 무대”/러 성폐테르부르크 심포니 내한 공연

    ◎궁립한 러시아 음악계·장사속 국내 초청측 결탁/교회단체 겨냥,찬송가 주제 교향곡 의뢰/“해외악단초청 이래도 되나” 우려의 소리 「음악수준은 뛰어나지만 가난한 러시아 음악계와 그 반대 상황에 있는 한국의 상호보완」.구소련의 붕괴와 함께 중량감있는 교향악단들이 잇따라 내한해 충격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던 당시에 내려진 평가이다.그 교향악단들은 물론 지금도 뻔질나게 한국을 드나든다.그러나 이제 의미는 달라졌다.초청자측은 돈이 벌리는 일이라면 연주회의 내용을 관계치 않는다.마찬가지로 러시아인들은 돈만 되면 어떤 무리한 요구도 다 들어준다. 오는 15일부터 25일까지 서울을 비롯한 전국 5개 도시에서 8차례 연주회를 가질 러시아의 성 페테르부르크 심포니도 그같은 의미의 퇴색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지휘자 알렉산더 드미트리예프가 이끄는 성 페테르부르크 심포니」라는 외형은 지난 91년 첫 내한 때와 같다.당시에는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곡만으로 프로그램을 짜 러시아음악의 정수를 들려주었다. 성 페테르부르크 심포니는 이번 공연에서 러시아의 현역작곡가 안드레이 페트로프의 「찬송교향곡」 1·2번을 세계 초연한다. 국내 매니지먼트 업계에서 해외유명교향악단을 초청하는데 현대작곡가의 교향곡을 초연한다는 것은 일종의 자살행위에 비견된다.한마디로 장사가 안된다는 것이다.그러나 페트로프의 교향곡은 경우가 다르다.오히려 표를 팔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주최측은 이번 연주회를 위해 교향곡을 써본적이 없는 페트로프에게 지난해 2곡의 교향곡을 위촉했다.이와함께 우리나라 교회에서 가장 많이 불리어지는 찬송가를 교향곡의 주제로 써달라고 주문했다.「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주 날개밑」「하늘 가는 밝은 길」「내 진정 사모하는」「저 높은 곳을 향하여」 등에서 헨델의 「할렐루야」까지의 악보가 그에게 전해졌다.페트로프는 경제사정이 어려운 러시아의 작곡가이기에 이같은 조건을 수락했고 주최측도 작곡료가 싸기에 투자가 가능했던 셈이다. 이번 공연이 국내 기독교의 교세를 염두에 두고 기획되었다는 것은연주회로는 유례가 드물게 10인 이상의 단체에게 입장권 가격의 20%를 할인해 주는데서도 잘 드러난다.그 결과 현재 예매창구에는 교회의 단체구입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협연자도 마찬가지이다.교향악단 측에서 추천한 러시아 출신의 17세 소녀 피아니스트 폴리나 오세틴스카야와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피아니스트 손은수와 유혜영,그리고 교향곡의 독창부분에 소프라노 넬리 리가 나선다.주최측은 과거 이 교향악단이 러시아곡 일색에서 베토벤과 그리그등이 포함되었다며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그러나 베토벤과 그리그는 음악회의 의미를 더하기 위한 「사전조율」의 결과라기 보다는 연주회에서 창피를 당하지 않겠다는 독주자의 일방적인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경력관리를 위한 연주회이지 정당한 개런티를 받고 청중을 위해 하는 연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궁핍한 경제사정이 낳은 해프닝이다.이번 연주회뿐 아니다.지난달에는 안익태의 「한국환상곡」을 역시 알렉산더 드미트리예프가 지휘하는 성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이 한복까지 차려입힌 성 페테르부르크 방송합창단과 함께 녹화한 레이저디스크가 발매됐다.또 국내음악인들은 유수한 러시아 교향악단과 언제든지 협연할수 있다.심지어는 대중가수도 마찬가지다.실력과 관계없이 돈만 있으면 된다. 뜻있는 음악인들은 이같은 행태가 러시아 음악인들을 돈의 노예로 만들고 우리의 정신을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해외음악교류에 정말 신중을 기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 소피 무터/기돈 크레머/세계적 바이올린 기량한껏

    ◎새달 2·14일 예술의전당서 내한 독주회 무터의 아름다움을 「볼」것인가 크레머의 연주를 「들을」 것인가. 음악애호가들이 가을의 문턱에서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바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와 기돈 크레머가 각각 9월 2일과 14일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잇따라 독주회를 갖기 때문이다. 물론 두 연주회에 모두 참석할수 있다면 이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진다.그러나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입장권 가격이 최고 6만원(무터)과 5만원(크레머)에 이르러 보통사람은 그럴 엄두를 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그렇다고 둘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것도 간단치만은 않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거장 카라얀의 마스코트로 여성다운 매력을 한껏 풍기는 독일 출신의 무터(30)는 그녀를 둘러싼 갖가지 화제로 음악성 이상의 명성을 날리는 연주자.이에 비해 라트비아공화국 출신의 크레머(45)는 못생겼지만 고도의 테크닉을 바탕으로 자유로이 지성과 감성의 세계를 넘나드는 세계 최정상급 실력파이다. 이들은 모두 이번이 두번째 내한.무터는 지난 84년,크레머는 86년 서울에서 공연을 가져 음악애호가들을 열광시킨 공통점도 지니고 있다. 레퍼토리는 무터가 커리어의 「시계태엽」과 브람스의 「소나타 1번」 모차르트의 「소나타 K304」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2번」,크레머는 한국초연인 아르보 패르트의 「프라트레스(형제)」 모차르트의 「환상곡 K397」과 「소나타 K481」 로크버크의 「기상적 변주곡」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소나타 작품 18」.둘 다 고전과 근대,현대가 조화되어 이 역시 선택에 어려움을 더하게 한다. 무터의 피아노 반주는 지난해 첼리스트 무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의 내한연주 때 동행했던 램버트 오키스.무터는 한때 로스트로포비치와 스캔들을 뿌리기도 해 묘한 인연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셈.크레머는 피아니스트 바딤 사하로프와 함께 무대에 선다. 이 둘 가운데 누구를 선택하든 그것은 각자의 취향 나름일 것이다.그러나 이미 싼 입장권부터 매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만큼 누구로 하든 결정은 빨리 내려야 할 것같다.연주문의는 무터 548­4480,크레머 751­5551.
  • 정트리오/세계정상선율 국내팬에 선사/16,17일

    ◎예술의 전당 등 7차례 전국순회 연주회/트리오·듀오콘서트 두 형태로 정트리오가 오는 16·17일 예술의전당 음악당을 비롯,전국에서 모두 7차례 연주회를 갖는다. 정트리오는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명훈(40·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음악감독)과 바이올리니스트 경화(45),첼리스트 명화(49·한국예술종합학교음악원교수)등 3남매로 이루어진 세계 정상급 실내악그룹.해마다 한여름이면 고국을 찾아 정례화 되다시피한 이들의 연주회는 무더위속에 풀죽은 국내 음악계에 활력소가 되어 왔다. 올해 프로그램은 트리오연주회와 경화와 명훈의 듀오콘서트 등 두가지. 16일 열리는 듀오연주회는 명성 그대로 세계 정상의 음악을 접할수 있는 드문 기회.멘델스존의 바단조와 바장조 등 두개의 「바이올린소나타」와 슈만의 「바이올린소나타 1번 가단조」를 연주할 예정이다. 17일에는 정트리오외 소프라노 김영미와 세명의 첼리스트가 나서 다양한 형태의 음악을 선보인다. 명화씨와 함께 배일환(28)과 신빛나리(21),송영훈(20)이 나서 비발디의 「네 대의첼로를 위한 합주협주곡」을 연주한다. 이들을 참여시킨 것은 촉망받는 신예를 국내무대에 좀더 적극적으로 소개해 성장의 기호를 주고 싶다는 명화씨의 뜻에 따른 것으로 지난해 국립음악원의 교수로 취임한 뒤 그의 국내음악계에 대한 애정이 한층 성숙해 졌음을 였보이게하는 대목이다. 김영미는 정명훈의 피아노반주로 푸치니의 오페라 「라 론디네」가운데 「로레타의 꿈」등 3곡을 노래할 예정. 휴식시간에 이어 명화씨와 명훈씨가 쇼팽의 「서주와 화려한 폴로네이즈 다장조」를 연주하면 정트리오가 브람스의 「트리오 2번 다장조」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들은 또 서울연주에 앞서 11일에는 창원 KBS홀에서 듀오,12일과 13일에는 대구시민회관에서 각각 듀오와 트리오,18일 울산 KBS홀에서 트리오,19일 광주문예회관에서 트리오 연주회를 갖는다. 지방연주에서는 「넉대의 첼로를 위한 합주협주곡」 대신 병화씨와 명훈씨의 듀오가 포함된다.연주문의는 517­76 57∼8.
  • 물보라 빛보라속 꿈돌이 두둥실

    ◎환호·갈채… 대전엑스포 개회식행사 3시간/사물놀이·「문명사리」에 신명… 찬탄/“미래를 열자” 풍선메시지 띄우고/시민들 “질서지키자” 다짐 새로이 【대전=특별취재단】 축제는 시작됐다.한밭벌 전역에 태극문양 엑스포기가 휘날리는 가운데 6일 상오 거행된 화려한 개막행사와 함께 대전엑스포의 열기는 용광로처럼 뜨겁게 타올랐다. 앞으로 93일동안 한민족의 과학기술 발전상과 도약에의 의지를 전세계에 과시할 대전엑스포는 이제 대장정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엑스포개회 팡파르와 함께 한밭벌의 과학·문화축제가 본격화되자 개회식장을 찾은 대다수의 시민들은 이번 행사가 무엇보다도 우리의 질서의식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개막식장에 참석지 못한 수많은 대전시민들도 박람회장 주변을 둘러싼채 세계적인 큰 잔치를 우리 손으로 직접 치른다는 기쁨에 들뜬 모습이었다.이날 행사는 갑천 엑스포 다리의 식전행사에서 대공연장의 개막축전행사까지 모두 3부로 나뉘어 3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식전행사◁ 6일 상오 10시10분엑스포 교향시 「꿈돌이 탄생」이 장엄하게 울려퍼지자 갑천 엑스포다리 아래에서 치솟는 수상분수에 둘러싸여 꿈돌이가 떠오르면서 대전엑스포의 막이 올랐다.탄생한 꿈돌이는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리는 오색연기와 불꽃·물보라를 가로질러 엑스포 다리로 올라와 태양열 자동차를 타고 주행사장인 한빛탑으로 향했다.취타대를 선두로 대전여상·한밭여상 학생 2백여명으로 구성된 엑스포 기수단과 십이지신을 상징하는 탈을 둘러 쓴 대전시립무용단과 충남전문대 무용과 학생들이 「꿈돌이」를 연호하며 뒤를 쫓았다. 꿈돌이의 길을 선도하는 육군 취타대가 한빛탑앞에 다다르자 한국여성근우회등 6백여명의 환영객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꿈돌이 일행을 맞이했다.이어 황·흑·백·홍·청색의 깃발을 휘날리며 기수단이 꿈돌이와 함께 도착하자 10개의 큰 북이 울려펴지며 한빛탑을 진동시켰다. 이들 사이로 태양열 자동차를 탄 꿈돌이가 롤러 스케이트를 탄 무용수들의 뒤를 따라 쏜살같이 본공연장으로 지나가자 한빛탑 광장에서 김덕수 사물놀이패는꽹과리와 징을 치며 기수단과 잡신을 쫓는 지신밟기를 펼쳐 식전행사는 절정을 이뤘다. ▷본행사◁ 개회식및 식후공연 「문명의 사계」가 열리는 대공연장은 개회식이 시작되기 30분전인 10시쯤부터 이미 관중입장이 완료됐다.TV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대공연장에는 대형스크린이 설치돼 2천6백여 참가자들에게 화면을 제공했으며 국방부 국악대,KBS관현악단,대전시립합창단등이 동원돼 개회식의 성대함을 더했다. 개회식에 이어 열린 「문명의 사계」공연은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거듭나기로 구성된 이날 공연은 무대의 화려함과 무용수들의 다양한 의상,그리고 기발한 안무로 30분동안 관중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특히 거듭나기에서 천재적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양과 꿈돌이소녀 한지영양이 무대 바닥에서 위로 솟아 올라 5분동안 연주와 춤을 선보인 장면등이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이뤘다. 대공연장공연이 끝난뒤 개회식의 무대는 한빛탑으로 옮겨졌다.상오 11시50분 한빛탑광장에서는 꿈돌이 메시지 1만장을 담은 높이 7m의 대형 꿈돌이 기구가 떠올라 전 세계에 꿈돌이의 메시지를 전파했다. 이어 1천명으로 구성된 사상 최대의 사물놀이패가 꿈돌이 메시지를 우리의 소리로 알리기 위해 뒤풀이 공연을 벌이면서 한빛탑 주위는 일순 소리의 광장으로 바뀌었다. 이날 밤 갑천변에서는 레이저 등을 동원한 영상쇼와 불꽃놀이 등의 화려한 개막축제가 열렸다.
  • 오늘 개막행사/한밭벌6곳서/육해공수놓기/D­1일(대전엑스포’93)

    ◎90분간 갑천∼대공연장 오가며 입체연출/식전·식후공연서 5개 「깜짝쇼」 선보여/1천명 참가 사물놀이팀공연 뒷마당도 준비 93대전엑스포의 화려한 개막을 지구촌가족에게 알리는 개막식행사는 식전공연(앞마당)과 개회식전·식후공연(본마당),그리고 뒷마당등 3개 공연행사와 의식행사등 4개 부문으로 나눠 6일 상오10시10분부터 11시40분까지 1시간30분 펼쳐진다. 개막식행사는 박람회장을 끼고 흐르는 갑천을 가로지르는 엑스포다리위에서 시작해 옥내대공연장과 한빛탑광장등 물∼다리∼길∼광장∼공연장∼하늘을 오가며 6개 장소에서 육·해·공 입체적으로 한발벌을 수놓는다. 「꿈돌이가 만든 새지구」와 「재생·순환과 창조」를 주제로 60분동안 펼쳐지는 식전·식후공연행사중 앞마당은 갑천과 엑스포교·한빛탑광장을 연계시키는 야외공간이며 본마당은 2천7백석의 대공연장인 실내공간이다. 또 뒷마당은 한빛탑광장과 하늘이 놀이공간이 된다. 앞마당과 뒷마당은 한국의 전래민속놀이형식을,본마당은 첨단과학과 전위예술이 어우러지는 총체극이다.조화있는 총체적 효과와 첨단과학과 산업기술의 활동무대,연령·성별·계층·인종을 초월하는 세계인의 참여무대가 93대전엑스포개회식행사의 기본개념이다. 의식행사 직전 20분동안 공연되는 앞마당은 꿈돌이의 탄생·다리밟기·길놀이·꿈돌이맞이로 꾸며진다.태고의 정적을 깨는 나각이 연주되고 수상스키가 진입하면 꿈돌이탄생을 알리는 교향시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갑천수심에서 꿈돌이가 탄생,엑스포다리위로 떠오르면서 개회식의 막은 오른다. 이어 엑스포교위에서는 12지신상·12원소상·대취타·엑스포꿈돌이및 엠블럼기수단원등 7백명과 4백여명의 사물놀이팀이 다리밟기에 들어간다.사물놀이팀및 오방색기수단과 다리밟기팀이 5개의 문을 지나면 꿈돌이를 태운 솔라카가 한빛탑광장에 도착하면서 꿈돌이맞이 길놀이공연이 흥겹게 펼쳐진다. 본마당은 의식행사 직후 35분동안 계속된다.제목은 「문명의 4계」로 정했다.자연의 4계절에 인류문명의 역사를 대비함으로써 미래의 희망과 문명의 자기성찰을 촉구하는 내용이다.아울러 제5계절인 재생을 제시하면서 개회식의 기본주제를 드러낸다. 봄은 농경시대를,여름은 전기산업시대,가을은 후기산업시대,겨울은 종말의 시대를 암시한다.마지막장인 거듭나기를 통해 새로 태어난 21세기 인류문명의 재생을 노래한다. 이어 뒷마당에서는 학생들에게 공모한 꿈돌이메시지를 실은 대형풍선이 한국및 외국공관자녀 어린들의 환송을 받으며 하늘위로 올라가면서 개막식행사는 절정을 이룬다.1천명이 동원된 사물놀이축하공연도 뒷풀이 한마당이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 이날 개막식 식전·식후공연에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감탄성을 절로 자아낼 5장면의 「깜짝쇼」가 선보인다. 놓치면 안될 하이라이트는 앞마당의 「꿈돌이탄생」장면과 본마당 봄의 장 가운데 「꽃피우기와 나비잡기」,가을의 「낙엽춤」,거듭나기중 「꿈돌이와 사라장」,뒷마당의 「사물놀이대공연」등 5장면. 「꿈돌이탄생」은 국민학교2년생 여자어린이가 갑천수심에서 솟아오르면서 관중들의 의표를 찌른다.「꽃피우기와 나비잡기」는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특수효과로 사방에서 꽃을피워 장관을 이룬다.「낙엽춤」의 경우 1t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아라미드섬유를 이용,허공에 떠 있는 하얀 그랜드피아노를 검은색 연미복을 입은 연주자가 연주하는 장면이다. 거듭나기중 「꿈돌이와 사라장의 만남」도 놓쳐서는 안될 장면이다.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장(장영주)이 이 장면을 위해 특별히 작곡된 「꿈돌이교향시」를 5분동안 연주한다는 것.이어 뒷마당에서는 세계최대규모인 1천명이 참가하는 사물놀이팀의 공연이 관중을 압도한다.
  • “「새로운 도약…」 꿈돌이역 기뻐”/서울 숭의국교 2년 한지영양

    ◎개막식서 해맑은 웃음 선보여 『내가 맡은 「꿈돌이」역할이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인 「호돌이」와 같은 것이라니 마치 꿈을 꾸는 것같아요』 대전엑스포마스코트인 「꿈돌이」로 발탁된 한지영양(9·서울 숭의국교2년)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듯 엄마품에서 어리광을 피우고 있었다. 한양은 6일 열리는 개막식공연에서 자신의 머리보다 3배이상 큰 노란색 꿈돌이 모자에 노란색 반바지를 입고 등장해 「꿈돌이가 만든 새지구」「재생,순환과 창조」등 식전·식후공연무대에서 특유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표현하게 된다.특히 개막식행사의 하이라이트를 이루는 식후공연 「거듭나기」에서 한국이 낳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양이 「꿈돌이탄생 교향시」를 연주하는 동안 무대에 나서 일정한 격식이 없는 자유로운 몸짓으로 관중들을 꿈돌이의 세계로 이끈다. 한양은 개업치과의인 한문성씨(38)와 숭의국교교사인 어머니 조은경씨(36)의 1남1녀중 막내둥이.유치원다닐때 특활반에서 무용을 배운 적은 있지만 정작 무용을 정식으로 배우지는 않았단다. 『힘들긴 하지만 주위분들이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시니까 하나도 힘든줄 모르겠어요.무엇보다도 내가 TV에 나오게 된다니 기분좋아요』
  •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씨(이세기의 인물탐구:31)

    ◎독자적 음악어법·「긴장의 선율」 일품/화려한 경험·탁월한 직관으로 곡핵심 용해/“정상의 기량·풍부한 감성” 연주로 청중 매료/13년간 「바로크 합주단」 이끌어… “노력이 최고덕목” 삶 일관 칼라일의 말처럼 「음악은 천사의 스피치」,만일 자기자신 안에 아무런 음악적 감흥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는 아마도 영원히 불행한 사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나기같은 박수를 받으며 김민이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활을 움직이기 이전의 숨막힐 듯한 정적까지도 그것은 이미 「절묘한 무음의 음악」이다.피치카토 스타카토 트레몰로로 번뜩이는 자유분방한 테크닉과 모든 음악적 패시지는 청중을 무리없이 곡의 핵심속에 침투시킨다.특히 스마트한 론도의 테마를 제시하면서 코다의 영광으로 소연되는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협주곡은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인해 청중은 가슴죄는 초조감마저 느껴야 한다.바로 이 싱싱한 긴장감이 김민연주의 특징이며 음악적 능력이다. ○난해한 음악에 집착 그의 직관력은 음악적 형태를 순식간에 포착하여 작곡의 모티브에 유연하게 밀착하는 곡해석으로 유명하다.난해하다고 지적되는 부분을 쉽게 소화하면서 작곡자가 의도하는 비밀을 보석처럼 캐내고 다듬어낸다.그러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 테크닉은 그것이 아무리 「하이페츠 테크닉」이라 할지라도 철저하게 외면한 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오랜 연주경험을 통해 「자기 음악을 위한 마음의 환경을 잘 가꾸고 있는 연주가」이며 또는 「음악의 모든 프레이즈(구)들이 음악이 원하는 자연스러운 호흡속에서 상호의존적으로,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계획에 의해 짜여진 노래이자 노골적인 계획에 의해서 불려지는 노래가 아닌 불가사의한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이만한 연주가가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하고 자랑스러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한 음악전문지가 기획한 「한국의 명연주가 집중연구」에 음악평론가 이강숙씨가 김민을 추천하면서 쓴 글이다.한상우씨도 「진지하고 확연한 음악적 틀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과 음악어법을 지닌 존재」임을 전제,특히 김민이 집착하는 브리튼이나프로코피예프,슈니트케와 츠빌리히등 현대음악이 갖는 난해성을 「활력있는 테크닉의 조화를 통해 긴장감과 함께 리듬을 확대시켜 강한 공감을 형성하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과연 그에게서 긴장감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그에게서 음악이 사라지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는 어릴 때부터 「확실한 가능성이 돋보이는 유망주」로 성장한 케이스다.본격적으로 바이올린수업을 받던 서울예고시절부터 첼로 정명화와 함께 예고실내악단을 조직하여 활동했고 아직 고교2학년때 서울대음대가 주최하는 전국고교생 음악경연대회에서 선배·동료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1등,대학에 들어가자 바로 국립교향악단(현KBS교향악단)에 입단,65년 첼리스트 전봉초씨가 창단한 바로크합주단 부악장등 문자그대로 음악의 탄탄대로 한가운데를 거침없이 걸어왔다고 할 수 있다. ○시련의 독유학 시절 그러나 그가 유학한 독일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파란과 시련을 한꺼번에 안겨주었다.예술가로서의 첫 갈등과 회의속에서 그는 「이제 나는 모든 것이 끝났는가」라는 좌절감에 허우적거렸다.이제까지 알고 있던 자신의 모습은 엄청난 허상이었으며 그런 자신의 실상을 확인하는 순간 그는 소스라칠만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함부르크국립음악원에서 만난 빌프리트 한케교수는 바흐 바이올린곡을 첫과제로 내주었다.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심오한 환상과 고고한 기품,음악의 모든 정교한 기법을 담아야 하는 이 절후의 명작은 고국연주때 「풍부한 음악적 감성」으로 호평받았고 그도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작품의 하나였다. 그러나 한케교수는 1악장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연습해올 것을 명령했다.1주일후 다시 교수 앞에 섰으나 이번엔 『이곡을 연주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교수의 이말은 그의 자존심을 무참하게 짓밟았다.여기에 일본인 학생과 비교되는 수모까지 겪으면서 스스로를 보호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가파른 위기의식을 느꼈다.여기서 도망친다면 영영 그만이다.자존심을 천재로 알던 그로서는 이때의 모욕의 충격에서 한동안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는 서울예고시절 오케스트라연습에 늦었다는 이유로 당시지도교수이던 이재헌씨가 「주의」했을 뿐인데도 그 길로 연습실을 빠져나가 연주회에 나타나지 않은 적이 있었다.관현악 대신 쳄버오케스트라로 편성하여 바이올린의 비중이 어느 때보다 컸으나 교수는 김민을 나무라지 못했다.건드리면 옥죄는 식물처럼 선병질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끝내 「크리스탈 유리잔 다루듯」했다는 에피소드를 남기고 있다.『그때 내가 크게 꾸짖었다면 오늘의 김민의 대성은 없었을 것이다.자존심만 상하게 하지 않는다면 그는 자신의 할일을 투철하게 해내는 인물』이라고 했다. 그런 김민이 독일에서 당한 모욕은 일생일대 대사건일 수밖에 없었다.6개월 만에 바흐 통과후에도 불가사의한 인내심으로 그는 2년간 한케교수 밑에 머물렀다.그리고 한케교수의 손꼽히는 제자로 인정받게 되자 미련없이 그로부터 떠나버렸다. ○세계30국 순회 연주 이번엔 베를린국립음악원 교수이자 혈기왕성한 토마스 브란디스교수를만났다.브란디스 사사를 원하자 한케교수는 크게 실망하며 「너의 재능과 개성을 키워줄 사람은 나」라고 설득하려 들었다.그러나 그는 여러 스승을 섭력한다는 의지로 브란디스문하에 들어갔고 여기서의 시련은 한케 이상의 고통이었다. 곡마다의 프레이스를 수백번씩 되풀이하면서 이를 다시 자신의 음악으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문자그대로 피나는 훈련이었다. 한케교수가 완벽주의라면 브란디스교수는 이미 인정된 가능성 위에서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고 탐색해나가는 노력파였다. 그는 지금도 제자들을 가르칠 때 자존심을 다쳐 결정적인 상처를 주기보다 끈질긴 집념에의한 노력에의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섬세한 예술가의 심성이란 작은 상처에도 영원한 좌절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는 끈질긴 노력끝에 눈부신 성취감을 가르쳤다. 음악성을 인정받아 재학중에 함부르크 클라이네 뮤직홀에서 첫독주로 서독음악계에 데뷔,입단이 까다로운 북독일라디오방송교향악단,로린마젤이 지휘자로 있는 베를린방송오케스트라와 함께 전세계 30개국 순회공연했고 그때 만난 줄리어드음대 출신인 피아니스트 윤미경(한양대교수)과 74년에 결혼,지금까지 음악의 협력자·조언자로서의 이상적인 생활을 누리고 있다.둘사이엔 아들 하나(태원·고2). 독일체류 10년만인 79년에 돌아와서 국립교향악단(현 KBS교향악단)악장취임,서울대음대교수·바로크합주단 재창단등 다양한 역할을 빈틈없이 맡아 「자신이 지닌 것과 음악이 원하는 사이를 훌륭하게 중재한다」는 주위의 평을 듣고 있다. 오케스트라보다 규모가 작은 실내악앙상블은 그 음악적 질이 한층 치열하고 치밀한 것이 특색이다.또 섬세하고 투명하여 독주자로서의 세련된 기량을 지니면서 여러 소리를 한데 묶어주는 음악적 조직측면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13년간 그는 악장과 지휘를 겸하는 리더로서 이무지치에 비견되는 위치로 바로크합주단을 올려놨고 최근에는 세계정상급 매니지먼트인 콜럼비아 아티스트와 계약,내년부터 세계투어에 들어간다. ○예술가 집안서 성장 그는 원로서예가이며 플루트를 연주하던 심당 김제인씨(82)와 이전 피아노과 출신인 이재순여사(82)의 3남매중 장남.여동생 장희씨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화가,남동생 춘씨는 그래픽 디자이너등 예술가집안에서 어릴때부터 그가 하고 싶은 일들을 주저없이 누려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림솜씨가 뛰어나 예고진학 때는 미술과 음악을 놓고 망설이기도 했으나 스승인 임원식씨와 이재헌씨의 강력한 조언으로 바이올린의 길을 택했다. 검은 안경과 검은 티셔츠,북유럽풍의 자유분방한 옷차림을 즐기는 만년소년같은 모습은 어느 한 구석에도 세월의 흔적이나 인생의 혹독한 시련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또 「모든 것은 내가 열심히 한 탓이 아니라 내 위에서 나를 지켜주는 누군가가 있고」그 누군가를 위해 연주한다는 그의 자세는 음악외엔 도무지 딴관심이나 욕심이 없는 듯 검은 연주복,눈부시게 흰 소매끝에서조차 바그너의 무한선율이 언제까지나 끝없이 흘러나올 뿐이다. □연혁 ▲1942년 서울출생 ▲1960년 서울예고졸업(안용구·이재헌 사사)서울대 음대입학(국립교향락단입단·서울대실내악단·한국학생실내악단 활동) ▲1962년 동아음락콩쿠르 입상 〃 국향과 비에니아프스키협연 데뷔 ▲1964년 서울대 음대졸업 ▲1965년 바로크합주단(단장 전봉초)창단멤버 부악장 ▲1968년 피아니스트 신수정과 서독유학독주회 ▲1969년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악원(빌프리트 한케,토마스 브란디스 사사) ▲1972년 재학시 함부르크 클라이네 뮤직홀 첫독주 ▲1972∼74년 쾰른실내악단 부악장,솔리스트,악장 ▲1974년 일시귀국 국립극장 개관기념 독주회 〃 쾰른 실내악단과 캐나다·미국·중남미등 30개국 순회연주 ▲ 〃 북독일라디오방송(NDR)단원및 독주자 ▲1976∼79년 베를린방송 교향악단 단원및 독주자 ▲1977년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단원선발이후(해외다연주참가) ▲1979년 귀국,국립교향락단 악장취임(이후 정기연주·협연참가) 〃 독일문화원주최「바흐,베토벤,프로코피예프를 위한 소나타의 밤」연주 ▲1980년 바로크합주단 재창단 악장겸 리더,해마다 정기연주 4회및 초청연주외 1백50여회연주와 미국등 해외연주 ▲1981년 KBSTV콘서트 텔레만 탄생 300주년 기념 연주 ▲1982년 제4회 독주회 겸 부인인 피아니스트 윤미경과 열번째 부부연주 ▲1984년 KBS교향락단과 일본및 동남아 순회연주 ▲1985년 호암아트홀 초청독주회 ▲1986년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 월드필오케스트라 제1바이올린 초청연주 ▲1987년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과 듀오이벤트(멜버른) ▲1990년 바로크 합주단 창단 25주년 기념연주 ▲1991년 바로크합주단 동남아 순회연주 ▲1993년3월 서울대 교수 실내악단 창단 첫 연주,한미 우호협회 한국주재 미군과 미국관계자 초청 6월축제 78 한국펜클럽선정 「이달의 음악가상」,87 한국음악가협회제정 「올해의 음악가」,87 바이로이트 바그너페스티벌 10년참가감사패,89 음악동아「올해의 음악가상」,바로크합주단 CD출반
  • 몬테베르디 3백50주기/이,기념음악제 성대

    ◎“오페라 아버지” 별명… 대표작 「오르페」/출생지 크레모나 중심 연주회 잇따라 「오페라의 아버지」로 불리는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의 사거 3백50주년을 맞아 그의 출생지인 크레모나와 활동 근거지 만투아와 베네치아 등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각지에서 기념 음악행사가 성대하게 벌어진다.이미 시작된 곳도 있는데 그가 세상을 떠난 달인 11월까지 계속된다. 크레모나는 아마티·스트라디바리·과르네리 등 바이올리니스트들이면 누구나 지니고 싶어하는 명품 바이올린들을 만들어낸 고장이다.여기서 태어난 몬테베르디는 만투아로 옮겨가 곤차가 궁정 음악가로 일하다가 인생 후반부는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성당의 성가지휘자로서 지냈다. 크레모나에서는 몬테베르디의 작품들을 음악사적 맥락에서 조명한 연주회가 지난 5월15일 시작됐다.이 행사는 11월까지 이어진다. 만투아에서는 9월4일 두칼레궁에서 몬테베르디 시대의 작품 연주가 시작된다.음악애호가들이 놓치면 후회하게 될 바로크 음악의 대향연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가 묻힌 베네치아에서의 기념행사는 더욱 성대하다.11월29일 산 마르코 대성당에서 장엄미사가 끝나면 이 교회에서 그가 잠들어 있는 프라리 교회까지 이르는 길이 추도행렬로 메워진다.수많은 음악 연주와 함께 그의 장례식이 재현되는 것이다. 그는 1567년 외과의사를 겸한 이발사(당시는 외과의사와 이발사 일의 구분이 없었다)의 아들로 태어나 경제적으로 유족했기 때문에 교회 합창단에 들어가 음악적 생애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즈음 크레모나는 쇠퇴기에 있었으나 소년 몬테베르디의 성장기에는 명성있는 바이올린 공장들이 생산을 계속하고 있었다.가장 이름 높은 제조공 스트라디바리는 몬테베르디보다 1세기 후에 태어났다. 몬테베르디는 수많은 마드리갈(연가)의 작곡자이기도 한데 최초의 마드리갈 작곡집은 그가 열여섯살의 생일을 맞기 직전에 내놓은 것이다. 만투아의 곤차가궁 소속 음악가로 있을 때는 엄청난 양의 작곡을 하면서도 보수가 시원찮아 곤궁하게 지냈다.이 시절에 내놓은 것 가운데 하나가 그의 첫 오페라 「오르페」다.이것은 그 이전의 오페라와는 확연히 다른,극적인 요소와 음악적인 요소를 잘 조화시킨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1613년 몬테베르디는 베네치아 산 마르코 대성당의 합창지휘자로 불려갔다.이 자리는 음악가로서의 확고한 명성과 함께 경제적 안정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부러워했다.1643년 죽을 때까지 30년 동안 그 특권을 누리면서 자신의 모든 재능을 창작에 쏟았다.불협화음을 사용한 몬테베르디의 과감성은 오늘날에도 놀라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인간 감정의 표현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그 성과는 마지막 두개의 오페라 작품 「오디세우스의 귀국」과 「포페아 대관식」에 축적되었다.이 두 작품은 진정한 현대 오페라의 시조로 일컬어진다. 이탈리아에 가 볼 계획을 하고 있는 음악애호가라면 몬테베르디 행사는 챙겨볼 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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