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클럽서 인생을 즐기세요
도심 한가운데서 생(生)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라이브 클럽은 각박한 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에겐 사막의 오아시스같은 곳이다.그것이 흐느끼는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재즈의 선율이든,세상을 온통 뒤집어놓을 것같은 하드록의리듬이든.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문화적 쉼터로서,또 대중음악의 자양분 역할을 해오면서도 한켠으론 ‘식품위생법시행령’이라는 법조항에 묶여 물심양면으로 고생이 심했던 라이브클럽이 오는 6월 드디어 ‘불법’의 꼬리표를 뗀다.서양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정착된 ‘클럽 문화’가 이땅에도 튼튼히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울 수 있게끔 뒤늦게나마 토양이 마련된 점은 반가운 일이다. 라이브클럽 합법화를 계기로 서울지역의 가볼만한 클럽들을 소개한다.
재즈 클럽 76년부터 20년넘게 꾸준히 재즈팬들을 불러모으고 있는 ‘올댓재즈’를 비롯해 서울에만 10여곳의 클럽이 성황중이다.
지난해 4월1일 문을 연 ‘원스 인 어 블루문’은 이제 갓 1년밖에 안됐지만 재즈를 즐기지않는 사람도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곳.천정이 3층까지 훤히 뚫려있고 음향과 영상,특수조명 시설이 골고루 갖춰져있어이상적인 연주 환경으로 꼽힌다.한쪽 벽을 가득 채운 대형스크린외에 2·3층에 비디오를 설치,어디에서나 생생한 라이브공연을 즐기도록 신경썼다.
대학로에 있는 ‘천년동안도’는 96년 8월 오픈했다.건물 전면이 모두 유리인데다 검은 색을 주조로 한 실내장식과 푸른 색 조명 등이 세련되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풍긴다.대형 TV로는 외국 재즈뮤지션들의 공연실황을 감상할 수 있다.
‘야누스’는 국내 대표적인 재즈가수 박성연씨가 운영하고 있는 명소.신촌,대학로를 거쳐 97년 청담동으로 옮겨왔다.재즈 마니아들과 올드 팬이 많은것이 특징이다.96년 5월 이화여대 후문에 둥지를 튼 ‘버드랜드’는 이탈리아식 삼각지붕과 천장 곳곳에 박힌 수많은 백열등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정통 스탠더드부터 팝까지 골고루 연주돼 재즈마니아가 아니어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지난 연말 압구정동에 문을 연 ‘빅애플’은 재즈가수 윤희정씨가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곳.20대 젊은이들부터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처음부터 재즈라이브 공연을 전제로 공간을 개조했기 때문에 확실한 음향시설을 자랑한다.
국내 재즈클럽의 원조격인 ‘올댓재즈’는 지금도 초창기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다.이태원이라는 지역적인 특성상 출연하는 공연진의 상당수가 외국인이고 손님들도 외국인이 적지 않아 이국적인 분위기속에서 재즈에 흠뻑 취할 수 있다.이밖에 삼청동 ‘재즈 스토리’도 독특한 분위기로 관객을 유혹하고 있고,뉴욕의 ‘블루 노트’는 올해안에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 지하에 분점을 열 예정이다.
록 클럽 90년 들어 홍익대근처에 집중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록클럽은 파격과 실험정신으로 똘똘 뭉친 인디밴드와 공생관계를 이루면서 대학로·강남 등지로 급속히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크라잉 너트,18크럭 등이 출연하는 ‘드럭’은 이미 펑크록의 명소가 된 지 오래.‘마스터플랜’은 록,테크노,힙합이 공존하는 클럽으로 명성을 높이고 있고,강남의 ‘록커’는 블루스,모던 록,펑크 등 장르 구분없이모든 록커들이 공연하고 있다.
하드코어 펑크 등의 강한 음악만을 추구하는 밴드들의 아지트인 ‘하드코어’,모던 록,펑크 밴드들이 주로 등장하는 ‘스팽글’도 클럽가에서는 소문난 장소들이다.지난해 8월 압구정에 문을 연 ‘타임 투 락’은 한번에 500명을 수용하는 대형 클럽으로 일본의 클럽문화에 뒤지지 않는,우리 고유의 클럽문화를 발전시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록밴드 공연뿐만 아니라 퍼포먼스,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경연장인 ‘빵’,전문 블루스 음악 클럽 ‘플레이 더 블루스’와 ‘프리버드’‘롤링스톤즈’등도 주목받는 라이브클럽들이다.
각 클럽의 현재 공연 일정과 연락처는 별표 참조.
이순녀기자 coral@ 라이브클럽의 스타들 수십만장의 앨범이 팔리고,TV에 나와야만 스타는 아니다.대중적인 인기는아니더라도 자신의 음악을 최고로 여기고,또 이를 기꺼이 즐기는 관객이 있다면 그 역시 스타임에 틀림없다.
먼저 재즈클럽가의 스타들.‘원스 인 어 블루문’의 경우 최세진 쿼텟과 여성 보컬리스트 웅산이 가장 인기가 높다.평일에도 140석의 좌석이 거의 차는 편이지만 이들이 출연하는 날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고.미리 전화로 요일을 물어보고 오는 이들도 많다.
예순아홉이라는 나이가 믿기지않을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최세진의 강렬한 드럼과 부드러운 색소폰 연주가 일품.정말로와 함께 차세대 재즈 보컬로 꼽히는 웅산은 재즈 경력이 3년에 불과하지만 중저음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그의 노래를 듣기 위해 서울을 찾는 외국인 팬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버드랜드’는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이 무대에 오르는 화요일과 허스키한 음색과 풍부한 성량의 임희숙이 고정 출연하는 목요일이 가장 북적인다.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비좁은 보조의자에 앉거나,발길을 돌려야 할만큼 이들의 인기는 높다.유진박의 공연에는 자녀들과 함께 오는 가족단위 손님도꽤 많다.
최근 민요와 가요 10곡을 재즈로 재해석해 ‘화두’란 앨범을 낸 색소폰주자 이정식의 무대도 항상 관객들로 꽉 찬다.70년대부터 재즈 피아노연주자,작·편곡자로 정통재즈 보급에 앞장서온 신관웅의 빅밴드도 많은 고정팬을확보하고 있다.재즈계의 대모 박성연과 가스펠가수 출신의 재즈가수 윤희정은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꽉 찬 느낌을 주는 거물급 스타에 속한다.
홍대앞 라이브클럽가에도 속칭 ‘뜬’ 밴드들이 있다.‘크라잉 너트’는 케이블은 물론 공중파 방송에까지 여러차례 나오면서 가장 유명세를 많이 탄밴드.대표곡 ‘말달리자’는 CF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됐다.인디밴드의 음반판매량에서도 1위를 고수하고 있다.‘마루’는 데뷔 앨범에 윤도현 밴드가 참여하고,윤도현 밴드의 전국투어 공연 오피닝에도 참가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언니네 이발관’은 96년 ‘비둘기는 하늘의 쥐’로 데뷔한 뒤 최근 2집‘유리’를 발표하면서 독특한 밴드이름과 참신한 음악성으로 많은 음악마니아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그로테스크한 음악적 성향을 지닌 ‘레이니 선’은 지난해 11월 데뷔앨범 ‘포르노 바이러스’를 발표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이들의 앨범은 PC통신 음악동호회가 뽑은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3인조 헤비 얼터너티브 밴드 ‘위퍼’는 평균 21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꽉 찬 사운드와 발군의 실력으로 언더그라운드 클럽가의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이순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