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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춧과 식물 대청엽, 아토피에 효과 있다

    배춧과 식물 대청엽, 아토피에 효과 있다

    아토피는 피부가 건조하고 가려움증과 함께 염증이 생기는 만성 피부질환이다. 유아나 아동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아토피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주로 증상 완화 수준의 치료만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국내 연구진이 배춧과 식물이자 전통 약재로 많이 쓰였던 대청의 잎(대청엽)에 아토피 피부염 개선 효능이 있는 물질이 있다는 것을 밝혀내 주목받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 연구팀은 대청엽 추출물이 아토피 피부염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물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몰레큘스’에 실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앞서 연잎 같은 천연물을 활용해 항염, 항바이러스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번에는 전통 한약재인 대청엽 추출물의 아토피 피부염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한 생쥐와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사람의 상피세포를 이용해 실험했다. 그 결과,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동물에게 대청엽 추출물을 먹이면 알레르기질환인 아토피 피부염, 천식, 알레르기 비염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혈중 IgE 생성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면역세포의 반응과 염증 관련 인자 생성 및 발현이 64% 이상 억제되는 것이 관찰됐다. 상피세포에서도 대청엽 추출물이 면역세포 이동을 유도하는 물질 생성을 억제하고 히스타민이나 사이토카인 같은 물질을 줄여 염증이 10분의1로 줄어드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마진열 한의학연구원 박사는 “이번 연구는 전통 약재 대청엽에서 새로운 아토피 피부염 치료 물질 개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에이즈 HIV 감염경로…‘동성끼리’ 성 접촉, 이성 간 감염 추월

    에이즈 HIV 감염경로…‘동성끼리’ 성 접촉, 이성 간 감염 추월

    우리나라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일으킬 수 있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되는 경우는 대부분 성 접촉으로 발생하는데, 최근 동성 간 성접촉 사례가 이성 간 성 접촉에 의한 사례보다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질병관리청의 ‘2022년 HIV/AIDS 신고 현황 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HIV/AIDS가 처음 보고된 1985년부터 2022년 말까지 외국인은 제외하고 신고된 누적 내국인 HIV 감염인(사망자 포함)은 1만 9001명이었다. 성별로는 남자 1만 7782명(93.6%), 여자 1219명(6.4%)이었다. 이 중에서 사망자를 빼고 2022년 말 기준 생존해 있는 내국인 HIV 감염인은 1만 5880명으로 남자 1만4882명(93.7%), 여자 998명(6.3%)이었다. 생존 내국인 HIV 감염인을 연령별로 보면 ▲10~14세 2명 ▲5~19세 21명(0.1%) ▲20~24세 336명(2.1%) ▲25~29세 1488명(9.4%) ▲30~34세 2356명(14.8%) ▲35~39세 1807명(11.4%) ▲40~44세 1616명(10.2%) ▲45~49세 1940명(12.2%) ▲50~54세 1738명(10.9%) ▲55~59세 1649명(10.4%) ▲60~64세 1235명(7.8%) ▲65~69세 851명(5.4%) ▲70세 이상 841명(5.3%) 등이었다. HIV에 걸린 내국인 중에서 무응답을 제외하고 역학조사에 응한 감염인을 기준으로 연도별(1985~2022년) 내국인 HIV 감염경로를 살펴보면, 대부분 성 접촉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5년부터 2018년까지만 해도 동성 간보다는 이성간 성 접촉으로 HIV에 걸린 경우가 더 많았지만, 2019년부터는 동성 간 성 접촉 감염이 이성간 성 접촉 감염을 앞질렀다. 지난해 신규 내국인 HIV 감염인(825명) 중에서 본인 답변을 기반으로 감염경로를 조사한 결과 577명(99.1%)이 성접촉으로 감염됐다고 답했다. 이 중 동성 간 성 접촉은 348명(59.8%)으로 이성간 성 접촉 229명(39.3%)보다 많았다. 수혈이나 혈액제제로 인한 감염사례는 2005년까지는 종종 발생했지만, 2006년 이후부터는 한 건도 없었다. 최근엔 마약을 하면서 공동으로 주사기를 쓰다가 HIV에 걸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마약 주사 공동사용에 의한 감염사례는 1992년 1건, 2000년 1건, 2008년 1건, 2010년 1건, 2017년 1건 등으로 드문드문 발생했는데, 최근 들어 2019년 2건, 2020년 2건, 2021년 1건, 2022년 5건 등으로 4년 연속 끊이지 않게 보고돼고 있어 보건당국이 예의주시 중이다. 질병관리청은 “치료제 개발로 에이즈는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만성 감염질환이 되었지만, 에이즈를 퇴치하려면 일상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성 접촉을 피하고, 감염이 의심되면 신속하게 검사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을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다. HIV로 인해 면역체계가 손상·저하됐거나 감염증, 암 등의 질병이 나타난 사람을 에이즈 환자라고 부른다. 에이즈는 항바이러스 치료법 등의 등장으로 이제는 만성질환으로 인식된다. HIV에 걸릴 경우, 올바른 치료와 건강관리를 한다면 30년 이상 건강하게 살 수 있다.
  • 펭귄에서 돌고래까지…해양동물 5000여 마리 폐사 미스터리

    펭귄에서 돌고래까지…해양동물 5000여 마리 폐사 미스터리

    우루과이에서 폐사한 해양동물의 종이 다양해지고 개체수도 기하학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25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루과이에서 폐사한 해양동물은 최소한 5000마리에 이른다. 펭귄, 갈매기, 바다거북, 바다사자, 돌고래 등 다양한 종이 싸늘한 사체로 발견됐다. 집단 폐사는 특정 구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카넬로네스, 몬테비데오, 말도나도, 로차 등 우루과이 해변 곳곳에서 해양동물 폐사가 보고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SOS 해양동물’에 따르면 우루과이에선 14일부터 폐사한 해양동물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말도나도에서 펭귄 사체가 발견된 게 재앙의 신호탄이었다. 이후 집단 폐사가 잇따르고 있지만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우루과이 당국은 사태 초기 조류 인플루엔자를 의심하고 죽은 펭귄 20마리 사체를 수거해 정밀 검사를 실시했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다만 펭귄들이 먹지 못해 체력이 극도로 약해진 상태였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부검에 참여한 ‘SOS 해양동물’은 “펭귄들이 며칠 동안 먹지 못해 위와 창자가 텅 비어 있었다”고 밝혔다. 30년째 해양동물 보호ㆍ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는 ‘SOS 해양동물’의 리차드 테소레는 “펭귄들이 폐사한 직접적 원인은 비정상적인 추위로 추정되지만 펭귄들이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어간 건 배고픔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OS 해양동물’에 따르면 수산자원 보호를 위한 감독과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남대서양에서 싹쓸이 조업은 이제 연중 내내 일상이 됐다. 이와 관련해 테소레는 “30년 전엔 기름유출로 석유를 뒤집어쓰거나 조업용 그물에 걸려 죽는 해양동물이 많았지만 이젠 먹잇감이 없어 해양동물이 굶주리는 불행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펭귄을 제외한 다른 해양동물의 집단 폐사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SOS 해양동물’은 “바다거북의 경우엔 낚시 도구에 걸린 게 아닌지 의심되지만 바다사자, 돌고래 등의 폐사 원인은 아직 미스터리”라고 밝혔다.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기 위해선 부검을 해야 하지만 폐사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우루과이 당국은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SOS 해양동물’은 “펭귄의 사례를 볼 때 다른 동물들도 제대로 먹지 못해 체력이 약해져 죽은 게 아닌지 의심할 수 있다”면서 “이런 추정이 맞는다면 결국 사람이 해양동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 쇼이구 북한 가고 푸틴 중국 간다…북중러 긴밀 협력 [월드뷰]

    쇼이구 북한 가고 푸틴 중국 간다…북중러 긴밀 협력 [월드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맹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오는 10월 중국을 직접 방문한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투데이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이날 자국 매체 기자들에게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일대일로’ 포럼이 열리는 10월에 중국에 갈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말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권좌에 오른 뒤 2013년부터 중국 주도로 추진돼온 중국-중앙아시아-유럽 간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이다. 2017년, 2019년에 이어 올해 3차 포럼이 열린다. 푸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해 2월 4일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이후 처음이다.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동맹국으로, 양국은 경제와 군사 분야에서 ‘제한 없는’ 파트너십과 협력을 강조해왔다. 중국은 지난해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서방국들의 각종 제재를 받을 때도 러시아 편에 서 양국 관계가 더 긴밀해졌다는 평가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3월 모스크바를 국빈 방문해 양국 관계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당시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강력한 반미(反美) 연대를 과시하며 “양국은 각자의 이익, 무엇보다도 주권과 영토보전, 안보를 지키기 위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아울러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언젠가는 튀르키예를 방문할 계획이지만,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8월 튀르키예를 방문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으나, 크렘린궁은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또 오는 9월 초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라는 초청도 받았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AP는 중국이나 튀르키예, 인도의 경우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 협정인 로마 규정에 서명한 당사국이 아니라 푸틴 대통령의 방문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ICC는 지난 3월 17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범죄에 관여했다며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ICC 회원국이라면 푸틴 대통령의 체포 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다음 달 22∼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초대받았으나, 남아공이 ICC 회원국이어서 직접 참석 대신 화상으로 참석하기로 했다.이로써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미일과 북중러 간 대립이 선명해진 국제정세 구도가 전승절 계기에 한층 또렷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24일 중국 당정 대표단을 초청한 데 이어 25일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군사대표단을 초청한다고 발표했다. 중·러 방북단은 전승절 70주년을 기념해 오는 27일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열병식에 참석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노마스크’ 정책 이후에도 방역을 강조하는 보도를 수시로 내보내는 등 여전히 바이러스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번 초청은 북한이 팬데믹 이래 꽁꽁 닫아뒀던 국경을 처음으로 단체 외빈에 개방하는 것인데다, 전승절 행사에 10년 만에 외국 대표단을 초청한 것이라 시선을 끈다. 현재까지 공표된 초청 명단에 중국과 러시아만 포함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한창 전쟁 중인 러시아가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파견한 점 역시 눈에 띈다. 최우방국 중국과 러시아를 우선 초청함으로써 ‘전승절 70주년’이라는 행사 의미도 살리고 3국간 친선관계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계기로 활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유엔 무대에서도 시종일관 북한 입장을 두둔해왔다. 대북 제재 장기화와 국제적 고립으로 압박을 받는 북한으로서도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해줄 중러와의 밀착이 전략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이 정전 70주년을 맞아 유엔참전 22개국 대표단을 초청해 벌이는 대규모 국제행사에 맞불을 놓고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북한의 의도도 읽힌다. 다만 중국의 경우 이번에 북한이 특별하게 취급하는 정주년(70주년)이라는 의미와 예전 관행으로 볼 때 국회부의장 격을 단장으로 내세워 대표단의 수위를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북한이 최근 미사일 발사 등 연쇄 도발을 감행한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고양이 ‘고병원성 조류독감’ 확진…질병청 “인체 감염 드물어”

    고양이 ‘고병원성 조류독감’ 확진…질병청 “인체 감염 드물어”

    서울 용산구에서 고양이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에 확진돼 농림축산식품부와 질병관리청이 긴급 방역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보호소에 있던 고양이에게서 호흡기 질환 감염이 의심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확인 검사한 결과 25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최종 확진됐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고양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 사례가 나온 것은 2016년 12월 이후 두 번째다. 현재까지 인체감염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해당 보호소를 소독하고 출입을 통제했으며 역학 조사를 진행 중이다. 예찰 지역(10㎞ 내) 감수성 동물 사육시설에 대한 예찰·검사, 역학적으로 관련된 사람·시설에 대한 검사 등도 시행할 계획이다. 질병관리청은 고양이 사체 접촉자를 조사하는 등 혹시 모를 감염자를 찾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접촉자 중 유증상자는 없으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접촉자는 최종 접촉일로부터 최대 잠복기인 10일간 증상 발생 여부를 집중 모니터링하게 된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말 그대로 닭과 오리, 철새 등 조류가 걸리는 인플루엔자다. 원래 사람에게선 병을 잘 일으키지 않는데, 이른바 ‘종(種)간 장벽’이 무너지면서 일부 조류 인플루엔자가 바이러스가 동물과 사람에게도 번지고 있다. 근래 들어 사람을 숙주로 삼기 시작한 신종 바이러스일수록 치명률이 높다. H5N1형 조류 인플루엔자의 경우 2003년 태국 깐짜나부리 주 파트룩이란 마을에서 처음 발생했으며, 이후 동남아와 중동 등에 퍼져 수많은 환자와 사망자를 냈다. 다만 질병관리청은 “고양이 발생 사례와 고양이를 통한 인체감염 사례는 드문 만큼 과도한 불안보다는 야생조류 등의 사체, 분변 접촉금지 및 손 씻기 등 일상생활에서 인체 감염 예방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 [단독] “행복추구권 침해” “축복 속 죽음을”… 조력사망 합법화 투쟁 나선 사람들 [금기된 죽음, 안락사⑤]

    [단독] “행복추구권 침해” “축복 속 죽음을”… 조력사망 합법화 투쟁 나선 사람들 [금기된 죽음, 안락사⑤]

    <5> 가족 그리고 죽음을 돕는 사람들 희소 질환인 척추협착증을 앓던 캐나다 국적의 캐서린 카터(당시 89세)는 2010년 스위스로 건너가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이듬해 그의 딸 리 카터는 국가를 상대로 조력사망을 허용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어머니가 집에서 편하게 죽을 권리를 빼앗겼다는 이유였다. 긴 소송 끝에 2015년 캐나다 대법원은 자살 조력을 위법으로 규정한 현행법이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캐나다 조력사망 합법화의 시발점이 된 ‘카터 판결’이다. 캐나다는 물론 스페인, 뉴질랜드 등 여러 국가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조력사망을 합법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력사망이 꼭 필요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법적 투쟁에 나서고 있다. 24시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하반신 마비 환자 이명식(62)씨는 국가가 조력사망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당사자들이 나서 법 바꿔 나가야” “언제까지 제가 이 고통을 견딜 수 있을지 모릅니다. 제겐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공무원이었던 이씨는 2019년 5월 은퇴 후 노년을 보내기 위해 제주도에 터를 잡았다. 집을 얻고 청소를 하던 중 허벅지에 알레르기가 생겼다. 인근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았더니 금세 증상이 사라졌다. 하지만 얼마 뒤 다시 가려운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아 주사를 맞았다. 그게 불행의 시작점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주사를 맞고 집에 돌아와 잠을 청했는데, 정신을 차린 건 40일이 지난 뒤였다.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두 다리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죽을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병원에서는 원인 미상의 바이러스 감염으로 척수염이 생겼고 바이러스가 뇌와 척수로 번져 하반신에 마비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마치 덤프트럭이 두 다리를 밟고 지나가는 듯한 통증이 계속된다”고 표현했다. “대부분의 하반신 마비는 다리가 물렁물렁한데 제 다리는 뻣뻣하게 굳어 있어요. 그 상태에서 마치 다리를 꽈배기처럼 비트는 고통이라고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어요.” 대소변을 해결하는 문제는 물론이고 숨 쉬는 것과 밥 먹는 것조차 점차 고통스러운 일이 됐다. 마약성 패치를 몸에 붙여도 통증은 쉽사리 가시질 않았다. 그가 호소하는 통증의 정도는 ‘10 가운데 9’. 이씨는 “세상에 그 어떤 고통도 내 고통과 비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처음에는 회복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이겨 냈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통증과 함께한 지 3년. 이씨는 지난해 스위스에 있는 조력사망 단체인 디그니타스와 페가소스, 라이프서클 등 4개 단체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씨가 ‘그린라이트’(조력사망 승인)를 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국내 법상 그가 뜻하는 대로 스위스에서 조력사망하기는 쉽지 않다. 거동이 불편한 탓에 스위스로 가려면 누군가 함께해야 하지만, 동행자가 자칫 자살방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헌법소원을 내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이씨는 자신의 고통을 국가가 낫게 해 주지도 못하면서 평화로운 죽음조차 가로막는 현행법이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력사망을 허용한 나라들의 경우 존엄사의 한 방법으로 이뤄진 조력자살에 대해 동행자나 조력자를 처벌하는 조항을 폐지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씨는 “내가 필요해서 스위스로 가려는 것일 뿐”이라면서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는 사람들의 가족과 지인에게 자살방조죄를 씌우는 건 선택권마저 빼앗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우리나라에서 조력사망이 법제화되려면 이를 필요로 하는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차원에서 그는 자신처럼 끝없는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고 나섰다고 설명했다. “국민 80%가 찬성한다는데 정작 나서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조력사망을 원하지만 주변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아요. 숨어서 요구하면 무슨 소용 있나요. 저 같은 당사자들이 모여 법을 바꿔야지요.” 법조인들이 모인 한국존엄사협회가 이씨를 지원할 계획이다. 최다혜(법학 박사) 회장은 “우리의 임종은 어때야 하는가에 대해 전반적인 사회·의료 시스템을 다시 생각해 볼 시기가 됐다”며 “죽을 권리와 선택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존엄사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아버지의 비극, 남은 사람들은 안 돼” “우리나라에도 안락사가 있었다면 아버지를 좀더 편안하게 보내드릴 수 있었을 겁니다.” 직장인 이상혁(49)씨는 2017년부터 세 차례 헌법소원을 냈다. 불치병으로 죽을 때까지 고통받아야 하는 사람에겐 안락사를 받을 권리가 있다며 이를 막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취지였다. 이씨가 홀로 법적 투쟁에 나선 건 16년 전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면서다. 아버지는 2007년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모든 걸 제쳐두고 치료에 전념했지만,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항암 치료도 소용없었다. 암세포가 몸집을 키우면서 아버지는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 밭은 숨을 몰아쉬며 몸부림치는 아버지의 모습은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뼛속 깊은 곳까지 전이된 암세포들은 고문하듯 환자를 괴롭혔다. 진통제도 소용없었다. 골통(骨痛)이 시작되면 이씨의 아버지는 “몸이 으스러지는 것 같다”는 말을 되뇌었다. 뼈가 약해지면서 체위를 바꾸는 일조차 쉽지 않아지자 욕창이 찾아왔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버지는 침대를 세우고 일주일을 꼬박 앉아서 지냈다. 눕는 순간 숨이 멈춘다는 사실을 아는 듯했다. “차라리 죽는 게 더 편안할 정도의 고통으로 느껴졌어요. 폐암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고통 중 하나라는 말을 절감하게 만들었죠.”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고 생각했을까. 아버지는 힘에 부친 듯 “이제 침대를 내려 달라”고 말했다. 그러곤 밤새 숨을 헐떡이며 괴로워하다가 심장이 멈췄다.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극도의 고통에 시달렸던 아버지를 보내며 그는 “남은 가족은 그렇게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아버지를 보낸 뒤 우연히 TV에서 조력사망 다큐멘터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TV에 등장한 암환자는 가족의 축복을 받으며 죽음을 맞았다. 고통과 비극, 슬픔뿐이었던 아버지의 죽음과 완벽히 대비됐다. 이씨는 법을 바꿔 보기로 결심했다. 조력사망이 도입된 나라들은 국가가 법적으로 존엄사를 인정하는 것부터 출발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15년 직접 안락사 법안 초안을 작성해 광화문광장에 가서 서명운동을 벌였다. 또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로 뛰어가 입법을 호소하기도 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세 차례 헌법소원에 나섰다. 누구나 존엄한 죽음을 맞을 권리가 있지만 국가가 제도를 만들지 않아 헌법 제10조인 행복추구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를 각하했다. 국회가 안락사 절차를 마련할 입법 의무가 없고 안락사 문제는 법학에서부터 종교적, 윤리적, 철학적 문제까지 연결돼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세 번의 도전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그는 당시 헌재 결정문들을 보여 주며 ‘졸작’이라고 평가했다. 나라가 죽음의 문제를 깊이 고민하지 않은 것이 결정문에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씨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조력사망을 합법화해 달라는 국민동의청원에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5만명이 청원에 동의하면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부칠 수 있다. 본회의에서 채택된 청원은 국회 또는 정부에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80%가 넘는 높은 찬성 여론에도 사람을 모으는 게 쉽지는 않다. 과거 세 번의 국민동의청원 모두 1000명을 넘기지 못했다. 조직 없이 혼자 법을 바꾼다는 것에 한계를 느끼지만 여전희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 비해 안락사 찬성률이 10% 포인트 이상 낮았던 덴마크(70%)도 올 들어 안락사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순식간에 국민동의청원이 목표치를 넘어섰더군요. 꾸준히 알리다 보면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털북숭이 애벌레 독 알고 보니 세균에서 건너왔다 [와우! 과학]

    털북숭이 애벌레 독 알고 보니 세균에서 건너왔다 [와우! 과학]

    곤충 가운데는 독을 지닌 종이 적지 않다. 특히 느릿느릿 움직이면서 잎을 갉아 먹는 애벌레의 경우 독 이외에는 자신을 보호할 만한 방법이 없어 다양한 독을 갖췄다. 이 가운데 가발을 쓴 것 같은 독특한 외형의 플란넬 나방 애벌레(학명·Megalopyge opercularis)은 북미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애벌레로 유명하다. 너무나 눈에 잘 띄는 털북숭이 애벌레이지만, 손만 갖다 대도 불에 덴 것 같은 통증과 염증을 일으켜 사람은 물론 새나 다른 동물도 건드리지 않는 독충이다. 사실 눈에 잘 띄는 긴 털의 목적도 독으로 천적을 찌르는 것이다. 독이 묻어 있는 털은 안에 있는 무방비 상태의 부드러운 몸통을 안전하게 보호한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 앤드류 월커 박사와 글렌 킹 교수는 이 독에 대해서 연구하다가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나방이나 혹은 다른 곤충에서 발견되는 독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기전의 독이기 때문이다. 플란넬 나방 애벌레가 만드는 독은 사실 적은 수의 아미노산이 모인 펩타이드로 이뤄져 있다. 연구팀이 메갈리신(megalysin)이라고 명명한 이 독은 세포 표면에 여러 개가 결합해 도넛 모양의 구멍을 내는 방식으로 세포를 파괴한다. 세포막은 단순한 막이 아니라 세포의 핵심 구조이기 때문에 여기에 큰 구멍이 뚫리면 세포가 죽을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메갈리신이 다른 곤충 독에서 진화한 것이 아니라 세균에서 수평적 유전자 전달을 통해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 형태나 방식이 살모넬라나 병원성 대장균의 독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다른 생물의 유전자가 바이러스 등에 의해 전달되는 수평적 유전자 전달은 드물긴 하지만 여러 생물에서 관찰된다. 아마도 오래전 수평적 유전자 전달 방식으로 독을 만드는 유전자를 전달받은 플란넬 나방의 조상이 진화 과정에서 독을 이용해 가장 효과적으로 몸을 지키는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현재 같은 털북숭이 애벌레의 형태를 갖춘 것으로 생각된다.  연구팀은 메갈리신을 개조하면 신약으로 개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첨언했다. 예를 들어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구멍을 내면 암세포만 죽일 수 있고 만약 죽지 않더라도 항암제가 쉽게 내부로 침투하게 도울 수 있다. 그리고 세포가 파괴되지 않을 정도로 구멍을 낸다면 약물 전달을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보조 약물로 개발할 수 있다. 앞으로 후속 연구 결과가 주목된다.  
  • [단독] “죽고 싶다는 건 ‘잘 살고 싶다’는 것… 조력사망은 해방구가 아니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단독] “죽고 싶다는 건 ‘잘 살고 싶다’는 것… 조력사망은 해방구가 아니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4> ‘조력사망은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없다’ 외치는 사람들 가족이 고통 속에서 죽는 모습은 남은 사람에게 트라우마와 죄책감을 안긴다. 고통뿐인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이 조력사망 제도화에 상대적으로 높은 찬성률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안타깝게 떠나보냈거나 병으로 고통을 받고있다고 해서 모두가 조력사망 도입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절망적인 상황일수록 죽음이 마지막 선택지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또 의료 기술의 발달과 완화의료의 확대 등도 말기 환자들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환자 보호자와 암 전문의, 지체장애인 등 각각 다른 자리에 서서 ‘조력사망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3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토한 항암제 다시 삼킨 아내… 6개월 시한부, 20년 기적의 삶 말기암 환자에게 온 기회획기적 신약 ‘글리벡’ 무상 복용암세포 줄어 이식수술로 새생명 “말기 환자들도 본능적으로 죽음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살 가능성을 찾습니다.” 안기종(53)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에 ‘조력존엄사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반대 의견서’를 보냈다. 그는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근거 중 하나로 의학의 발달을 꼽았다. 안 대표는 의학의 발달 덕에 기적과 같은 일을 경험했다. 2001년 11월 그의 아내는 우연히 배에서 큰 혹을 발견했다. 아내는 대형병원에서 골수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골수성 백혈병. 만성기를 지나 가속기로 접어든 상태였다. “6개월입니다.” 의사의 입에서 ‘시한부 선고’가 내려졌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안씨는 정신없는 아내를 대신해 백방으로 신약에 관한 정보를 수소문했고 얼마 후 희망적인 소식을 찾았다. 불과 6개월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난 표적 항암제 ‘글리벡’을 한국에서도 무상으로 복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글리벡은 당시 전문의들에게 ‘기적의 항암제’로 평가받았다. 몇몇 병원을 중심으로 말기 환자에게 무상으로 약을 공급해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여기에 참여했다. 글리벡을 복용하자 아내는 심한 구토와 근육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생존 욕구가 더 강했다. 토사물을 뒤져 가며 글리벡을 다시 삼키기를 반복했다. 덕분에 한 달 만에 혈액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석 달이 지나자 암세포가 거의 사라졌고, 열 달이 됐을 땐 골수검사 결과 역시 정상인과 같은 수준이 됐다. 병원에서는 상태가 좋아졌을 때 완치를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자고 권유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아내는 2013년부터 약을 중단했다. 6개월 시한부였던 아내는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멀쩡히 회사에 다니고 있다. 의학, 더디지만 계속 발달연장된 생명, 말기 판단도 달라져포기하지 않는 한 가능성 있는 것 포기하지 않은 덕에 살아난 아내의 존재는 안씨가 조력사망 제도화에 찬성할 수 없는 이유다. 의학 발달로 희귀·난치병의 치료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20년 사이 국내 사망률 1위 암인 폐암의 생존율은 2.6배 이상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조력사망 제도를 시행한다면 자신의 아내처럼 살 수 있는 사람도 스스로 삶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안 대표는 “의학의 발달로 시한부나 말기 환자를 정의하는 기준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면서 “환자들의 삶의 질 역시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는데도 대중의 인식은 과거 고통스러운 기억에만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하루하루 간병과의 전쟁을 이어 가며 한숨짓는 보호자들의 목소리도 그의 확신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환자가 그냥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지친 간병인들의 호소를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런 상황에서 조력사망이 환자를 죽음으로 떠밀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다만 안 대표가 조력사망을 반드시 반대하는 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삶의 끝단이 있다. 고통을 전혀 관리할 수 없는 병과 임종을 피할 수 없는 시기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때에는 조력사망을 최후의 수단으로 고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조력사망이 제도화될 것이란 사실은 부인하지 않아요. 하지만 아직도 치료비가 없어서, 병간호에 지쳐서 살인까지 하는 세상이잖아요. 제도 개선과 재정 투입으로 임종 환경을 충분히 개선한 상태가 돼야 다시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병마의 고통 알기에… 내 환자와 가족이 ‘임종의 시간’ 갖게 도와야 해방감보다 죄책감그땐 ‘죽음’ 맞을 준비 못 해 후회호스피스 등 더 나은 마지막 있어 “조력사망이 너무 빨리 고통의 해결책처럼 등장했다는 생각입니다. 호스피스와 완화의료로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은 데도 말이에요. ” ‘O&C’(Open and Closure: 수술 시작 후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 바로 봉합하는 경우. 외과의사가 말하는 가장 허탈하고 안타까운 수술) 김선영(47)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O&C’라는 의학용어를 알게 된 건 중학생 때다. 1990년 가을 40대 중반의 경제학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갑작스레 담낭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위해 배를 열었지만 손을 쓸 수 없었다. 대신 아버지의 몸에는 담즙배액관(PTBD)이 꽂혔다. 어머니는 아버지 곁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 지겨운 것….” 이듬해 12월 아버지의 마지막 숨이 그치자 어머니는 시신에서 관을 빼내며 한숨을 내뱉었다. 길었던 어둠의 터널에서 해방된 듯한, 하지만 고인에게 ‘더 나은 마지막’을 건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담겼다.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임종 과정은 가족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 아버지도, 가족들도 온통 고통뿐인 기억으로 남았다. 치료를 위해 노력한 시간이 후회와 죄책감으로 얼룩졌다. “그 당시에는 죽음에 대해 충분히 얘기를 나누고 임종 준비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만약 호스피스 제도가 있었고 누군가 임종을 도왔더라면 아버지와 가족에게 많은 도움이 됐을 거예요.” 그는 현재 아버지와 같은 암 환자를 상대하는 종양내과 의사가 됐다. 환자의 고통과 남은 가족들의 후회 등 말기 환자의 투병 과정을 잘 알기에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권하길 꺼린다. 아버지의 임종과는 다르게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를 활용해 임종을 잘 준비했으면 한다. 생존 의지와 의료 복지환자 고통·불안 해소할 시간 필요‘해로운 치료 중단’ 진단 명확해야 하지만 현실에서의 한계는 분명했다. 환자를 충분히 돌보지 못하는 바쁜 병원, 부족한 호스피스 인력 문제는 만성적 고질병이다. 21.5%에 그치는 호스피스 이용률(2021년 호스피스 대상 질환사망자 대비)은 호스피스가 충분히 좋은 제도란 것을 강조하기엔 부끄러운 숫자다. 김 교수는 호스피스 제도를 확충해 이용률을 높이고 인식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환자 대부분은 치료에만 집착하는데 의사 입장에선 호스피스 등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할 기회도 시간도 없다. 결국 관성적으로 환자는 항암 치료를 하다가 응급실에서 사망하고 가족들은 큰 트라우마를 겪는다”며 “또 통상 대형병원 진료는 3분 안에 1명의 환자를 처리하는 식이다. 이런 체계에선 의료진이 환자의 외로움과 불안 등을 충분히 해소해주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병원에서 만난 말기 환자들은 대체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밝혔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력사망 찬성 비율이 높은 것은 응답자들이 임종에 대해 구체적이고 깊은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 교수는 “사람들은 먼 죽음을 생각할 때 ‘건강하게 살다가 깔끔하게 죽어야지’라고 쿨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죽음이 임박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어떻게든 희망을 놓지 않고 조금이라도 가족들과 더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말기 환자와 가족들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충분히 준비하려면 의료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이 더이상 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오히려 항암이 해롭다는 걸 명확히 말해 줄 필요가 있어요. 그게 치료를 선택하지 않은 가족들의 죄책감과 짐을 덜어 주는 일입니다.” 살수록 고통 커지는 장애인… 나처럼 죽음을 강요받을 수도 “저 몸으로 살겠나”소아마비 걸리자 죽음 갈림길에내 죽음에 제삼자 개입은 ‘살인’ 중증장애인 이문희(66)씨는 어린 시절 자신도 모르게 삶의 갈림길에 섰던 사실을 떠올리면 아직도 끔찍한 기분을 떨치기 어렵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동네에 번진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두 돌이 지나서도 일어서지 못했다. 뒤늦게 병원을 가서 지체장애 진단을 받았다. 어느 날 그의 친척 할머니가 찾아왔다. 할머니는 이씨의 어머니에게 “곡기를 끊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밥을 적게 줘 자연스럽게 굶겨 죽이자는 것이었다. 당시 집안의 수입은 대부분 이씨의 치료비로 나갔다. 건강한 아이도 살기 어려웠던 시절 가족은 이씨가 살아갈 삶을 걱정했다. 다행히 어머니의 강한 반대로 이씨는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이씨는 “할머니는 내 삶을 걱정해 날 죽이자고 했었지만 정작 손주인 내 의사는 물어보지 않고 여생의 기회를 제거하려 했다”면서 “조력사망 제도도 의사소통이 부족한 장애인들의 의사와 반하는 오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력사망을 반대한다. 손주를 죽이려 했던 할머니처럼 제삼자가 사람의 죽음을 결정하는 제도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사람들이 말하는 ‘죽을 권리’란 내 죽음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조력사망 제도는 국가가 개인들의 죽음에 개입하는 것을 넘어 그 절차와 방법까지 탈범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유학 시절 겪었던 크고 작은 경험들 역시 조력사망을 반대하는 이유가 됐다. 이씨는 1998년 도르트문트대에서 장애인 직업재활을 전공했다. 수업에서 지도교수가 중증장애인의 안락사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며 회의에 빠졌다. 안락사가 겉으론 약자를 위한 것으로 포장해도, 실질적으로 약자에게 죽음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가치 없는 삶은 없다생명에 ‘실용의 잣대’ 대면 안 돼신체보다 ‘정서적 해방’ 고려해야 이씨는 조력사망이 자칫 파시즘을 기반으로 한 ‘우생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씨가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어느 날 새벽 1시, 바깥이 밝아 문을 열었더니 집에 불이 번지고 있었다. 황급히 화장실에서 물을 길어 뿌렸다. 이웃 주민들의 신고와 도움으로 이씨는 겨우 살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양인과 장애인을 혐오하는 ‘신나치주의자’(네오나치)의 방화 범죄였다. 이씨는 “(세계적으로) 네오나치와 같은 극우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락사는 국가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한테 지지를 받고 있다”며 “사람의 생명이 극대화된 생산성의 논리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안락사를 고민하는 것은 그만큼 실용성에 근거한 가치와 철학이 사회를 지배한다는 방증”이라면서 “어느 것이 더 실용적인가란 고민에서 가치 없는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논리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죽고 싶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결국 ‘살고 싶다’는 것임을 사회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말은 죽고 싶다고 하지만 사실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살고 싶다는 욕망이 큰 겁니다. 그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됐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죽고 싶다는 마음은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서적 외로움, 세상과의 단절 등 심리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말기 환자에게 ‘당신은 어떻게 죽을 건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마음 아픈 건 어때요’라고 먼저 물어봐야 할 때입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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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시한부 아내의 기적의 삶…“조력사망은 해방구가 아니다” [금기된 죽음, 안락사]

    [단독] 시한부 아내의 기적의 삶…“조력사망은 해방구가 아니다” [금기된 죽음, 안락사]

    고통의 당사자 3人이 전하는 조력사망 반대 이유의학 기술의 발전, 회복 가능성 차단부족한 호스피스·완화의료부터 보완해야사회적 약자 죽음으로 등떠밀 것 가족이 고통 속에서 죽는 모습은 남은 사람에게 트라우마와 죄책감을 안긴다. 고통뿐인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이 조력사망 제도화에 상대적으로 높은 찬성률을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안타깝게 떠나보냈거나 병으로 고통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조력사망 도입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절망적인 상황일수록 죽음이 마지막 선택지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또 의료 기술의 발달과 완화의료의 확대 등도 말기환자들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환자 보호자와 암 전문의, 지체장애인 등 각각 다른 자리에 서서 ‘조력사망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3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토한 항암제 다시 삼킨 아내…6개월 시한부의 기적 “말기 환자들도 본능적으로 죽음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살 가능성을 찾습니다.” 안기종(53)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에 ‘조력존엄사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반대 의견서’를 보냈다. 그는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근거 중 하나로 의학의 발달을 꼽았다. 안 대표는 의학의 발달 덕에 기적과 같은 일을 경험했다. 2001년 11월 그의 아내는 우연히 배에 큰 혹을 발견했다. 아내는 대형병원에서 골수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골수성 백혈병. 만성기를 지나 가속기로 접어든 상태였다. “6개월입니다.” 의사의 입에서 ‘시한부 선고’가 내려졌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안씨는 정신없는 아내를 대신 백방으로 신약에 관한 정보를 수소문했고 얼마 후 희망적인 소식을 찾았다. 불과 6개월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난 표적 항암제 ‘글리벡’을 한국에서도 무상으로 복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글리벡은 당시 전문의들에게 ‘기적의 항암제’라는 평가받았다. 몇몇 병원을 중심으로 말기 환자에게 무상으로 약을 공급해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를 진행하고 있었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글리벡을 복용하자 아내는 심한 구토와 근육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생존의 욕구는 더 강했다. 토사물을 뒤져가며 글리벡을 다시 삼키기를 반복했다. 덕분에 한 달 만에 혈액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석 달이 지나자 암세포가 거의 사라졌고, 열 달이 됐을 땐 골수검사 결과 역시 정상인과 같은 수준이 됐다. 병원에서는 상태가 좋아졌을 때 완치를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자고 권유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아내는 2013년부터 약을 중단했다. 6개월 시한부였던 아내는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멀쩡히 회사에 다니고 있다.포기하지 않은 덕에 살아난 아내의 존재는 안씨가 조력사망 제도화에 찬성할 수 없는 이유다. 의학 발달로 희귀·난치병의 치료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20년 사이 국내 사망률 1위 암인 폐암의 생존율은 2.6배 이상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 무작정 조력사망을 시행한다면 자기 아내처럼 살 수 있는 사람도 스스로 삶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안 대표는 “의학의 발달로 시한부나 말기 환자를 정의하는 기준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면서 “환자들의 삶의 질 역시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대중의 인식은 과거 고통스러운 기억에만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하루하루 간병과의 전쟁을 이어가며 한숨짓는 보호자들의 목소리도 그의 확신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환자가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간병인들의 지친 호소를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런 상황에서 조력사망은 환자를 죽음으로 떠밀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다만 안 대표가 조력사망을 반드시 반대하는 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삶의 끝단이 있다. 고통을 전혀 관리할 수 없는 병과 임종을 피할 수 없는 시기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때에는 조력사망을 최후의 수단으로 고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환자들은 미래에 조력사망이 제도화될 것이란 사실은 부인하지 않아요. 하지만 아직도 치료비도 없어서, 병간호에 지쳐서 살인까지 발생하는 세상이잖아요. 제도 개선과 재정 투입으로 임종 환경을 충분히 개선한 상태가 돼야 다시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외로웠던 아버지의 임종, 누군가 도왔더라면… “조력사망이 너무 빨리 고통의 해결책처럼 등장했다는 생각입니다. 호스피스와 완화의료로도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은 데도 말이예요. ” ‘O&C’(Open and Closure: 수술 시작 후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 바로 봉합하는 경우. 외과의사가 말하는 가장 허탈하고 안타까운 수술) 김선영(47)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O&C’라는 의학용어를 알게 된 건 중학생 때다. 1990년 가을 40대 중반의 경제학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갑작스레 담낭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위해 배를 열었지만 손을 쓸 수 없다. 대신 아버지의 몸에는 담즙배액관(PTBD)이 꽂혔다. 어머니는 아버지 곁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 지겨운 것…” 이듬해 12월 아버지의 마지막 숨이 그치자 어머니는 시신에서 관을 빼내며 한 숨을 내뱉었다. 길었던 어둠의 터널에서 해방된 듯한, 하지만 고인에게 ‘더 나은 마지막’을 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담겼다. 악몽같은 시간이었다. 임종 과정은 가족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 아버지도, 가족들도 온통 고통뿐인 기억으로 남았다. 치료를 위해 노력한 시간이 후회와 죄책감으로 얼룩졌다. “그 당시에는 죽음에 대해 충분히 얘기를 나누고 임종 준비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만약 호스피스 제도가 있었고 누군가 임종을 도왔더라면 아버지와 가족에게 많은 도움이 됐을 거에요.” 그는 현재 아버지와 같은 암 환자를 상대하는 종양내과 의사가 됐다. 환자의 고통과 남은 가족들의 후회 등 말기 환자의 투병 과정을 잘 알기에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권하길 꺼린다. 아버지의 임종과는 다르게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에서 임종을 잘 준비했으면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한계는 분명했다. 환자를 충분히 돌보지 못하는 바쁜 병원, 부족한 호스피스 인력 문제는 만성적 고질병이다. 21.5%에 그치는 호스피스 이용률(2021년 호스피스 대상 질환사망자 대비)은 호스피스가 충분히 좋은 제도란 것을 강조하기엔 부끄러운 숫자다. 김 교수는 호스피스 제도를 확충해 이용률을 높이고 인식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환자 대부분은 치료에만 집착하는데 의사 입장에선 호스피스 등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할 기회도 시간도 없다. 결국 관성적으로 환자는 항암 치료를 하다가 응급실에서 사망하고 가족들은 큰 트라우마를 앓는다”며 “또 통상 대형병원 진료는 3분 안에 1명의 환자를 처리하는 식이다. 이런 체계에선 의료진이 환자의 외로움과 불안등을 충분히 해소해주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김 교수는 “병원에서 만난 말기 환자들은 대체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밝혔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력사망 찬성 비율이 높은 것은 응답자들이 임종에 대해 구체적이고 깊은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 교수는 “사람들은 먼 죽음을 생각할 때 ‘건강하게 살다가 깔끔하게 죽어야지’라고 쿨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죽음이 임박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어떻게든 희망을 놓고 않고 조금이라도 가족들과 더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말기 환자와 가족들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충분히 준비하려면 의료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이 더 이상 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오히려 항암이 해롭다는 걸 명확히 말해줄 필요가 있어요. 그게 치료를 선택하지 않은 가족들의 죄책감과 짐을 덜어주는 일입니다.” 조력사망,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죽음으로 내몰 것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저런 몸으로 살겠냐…그냥 보내주자.” 중증장애인 이문희(66)씨는 어린시절 자신도 모르게 삶의 갈림길에 섰던 생각을 떠올리면 아직도 끔찍한 기분을 떨치기 어렵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동네에 번진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두돌이 지나서도 일어서지 못했다. 뒤늦게 병원을 가서 지체장애 진단을 받았다. 어느 날 그의 친척 할머니가 찾아왔다. 할머니는 이씨의 어머니에게 “곡기를 끊는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밥을 적게 줘 자연스럽게 굶겨 죽이자는 것이었다. 당시 집안의 수입은 대부분 이씨의 치료비로 나갔다. 건강한 아이도 살기 어려웠던 시절, 가족은 이씨가 살아갈 삶을 걱정됐다. 다행이 어머니의 강한 반대로 이씨는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이씨는 “할머니는 내 삶을 걱정해 날 죽이자고 했었지만 정작 손주인 내 의사는 물어보지 않고 여생의 기회를 제거하려 했다”면서 “조력사망 제도도 의사소통이 부족한 장애인들의 의사와 반하는 오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력사망을 반대한다. 손주를 죽이려 했던 할머니처럼 제삼자가 사람의 죽음을 결정하는 제도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사람들이 말하는 ‘죽을 권리’란 내 죽음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조력사망 제도는 국가가 개인들의 죽음에 개입하는 것을 넘어 그 절차와 방법까지 탈범죄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유학 시절 겪었던 크고 작은 경험들 역시 조력사망을 반대하는 이유가 됐다. 이씨는 1998년 도르트문트 대학에서 장애인 직업재활을 전공했다. 수업에서 지도 교수가 중증장애인의 안락사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며 회의에 빠졌다. 안락사가 겉으론 약자를 위한 것으로 포장해도, 실질적으로 약자에게 죽음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이씨는 조력사망이 자칫 파시즘을 기반으로 한 ‘우생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씨가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어느 날 새벽 1시, 바깥이 밝아 문을 열었더니 집에 불이 번지고 있었다. 황급히 화장실에서 물을 길어 뿌렸다. 이웃 주민들이 신고와 도움으로, 이씨는 겨우 살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양인과 장애인을 혐오하는 ‘네오 나치’(신나치주의)의 방화 범죄였다. 이씨는 “(세계적으로) 네오 나치와 같은 극우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락사는 국가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한테 지지를 받고 있다”며 “사람의 생명이 극대화된 생산성의 논리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우려스렵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안락사를 고민하는 것은 그만큼 실용성에 근거한 가치와 철학이 사회를 지배한다는 방증”이라면서 “어느 것이 더 실용적인가란 고민에서 가치없는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논리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죽고 싶다’고 외치는 사람들도 결국 원하는 건 ‘살고 싶다’라는 점을 사회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말은 죽고 싶다고 하지만 사실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살고 싶다는 욕망이 큰 겁니다. 그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됐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죽고 싶다는 마음은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서적 외로움, 세상과 단절 등 심리적 원인도 복합적으로 작용입니다. 말기 환자에게 ‘당신은 어떻게 죽을 건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마음 아픈건 어때요’라고 먼저 물어봐야 할 때입니다.”
  • 펭귄 300여 마리 우루과이에서 집단 폐사…못먹어 비쩍 말랐다

    펭귄 300여 마리 우루과이에서 집단 폐사…못먹어 비쩍 말랐다

    남미 우루과이에서 집단 폐사한 펭귄들이 발견됐다. 당국은 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원인을 규명하지는 못했다. 19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폐사한 펭귄들은 솔리마르, 아구아스 둘세스 등 해변 곳곳에서 발견됐다. 워낙 여러 곳에 죽은 펭귄들이 쓰러져 있다 보니 처음엔 폐사한 펭귄의 수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일부 현지 언론은 “펭귄 200여 마리가 폐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우루과이 동물보호당국이 파악한 피해 개체 수는 훨씬 많았다. 공식 발표된 폐사 펭귄은 최소한 300마리 이상이었다. 폐사한 펭귄은 멸종 취약종으로 지정돼 있는 마젤란 펭귄(학명 Spheniscus magellanicus)이었다. 마젤란 펭귄은 매년 이맘때 파타고니아에서 브라질 남부로 이동한다.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고로 죽음을 맞는 펭귄이 있긴 하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폐사는 드문 일이다. 당국은 처음엔 조류 인플루엔자를 의심했지만 사인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폐사한 펭귄에 간편 검사를 진행했지만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우루과이의 동물보호단체인 비정부기구(NGO) ‘해양동물구조’는 “그간 사고로 죽은 펭귄은 주로 젊은 펭귄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분명 죽음의 원인이 다른 데 있다”고 말했다. 죽은 펭귄들은 비쩍 마른 게 특징이었다. 몸에 지방질이 적은 것도 폐사한 펭귄들이 보인 공통점이었다. 파타고니아에서 브라질까지 긴 여행을 떠나기 전 펭귄들은 본능적으로 충분히 먹고 칼로리와 지방질을 쌓는다. 해양동물구조는 “남극해와 파타고니아 앞바다에서 과도한 (수산물) 조업으로 먹잇감 씨가 마르자 펭귄들이 제대로 먹지 못한 것 같다”면서 “약한 체력으로 브라질까지 여행에 나섰다가 폐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죽은 펭귄들 중에는 플라스틱 때문에 부상한 상태로 죽은 경우도 있었다”면서 사람이 펭귄을 죽인 건 아니지만 간접 사인으로 작용한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도 펭귄들의 죽음에 한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바다의 물길이 달라져 브라질로 향하다 길을 잃고 헤매 체력이 소진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우루과이 당국은 마젤란 펭귄들의 이동이 활발한 기간 중 모니터링을 강화해 참사를 막겠다고 했다. 당국자는 “펭귄들의 영양상태 등을 보면 비슷한 일이 또 발생할 수 있다”면서 “펭귄들의 이동을 24시간 관찰하고 이상 징후가 보이면 즉시 구조대를 출동시켜 비극적인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 美 연방, 중국 우한 연구소에 “지원금 끊겠다” 통보한 이유는?

    美 연방, 중국 우한 연구소에 “지원금 끊겠다” 통보한 이유는?

    미국 연방 당국이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WIV)에 매년 지원했던 막대한 규모의 연방지원을 전격 중단키로 했다. 이 연구소는 중국과학원 소속으로 지난 1956년에 세워진 바이러스 전문 연구기관이다. 바이러스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중국의 유일한 최고 등급 실험실을 갖춘 곳으로 알려져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미국 보건복지부(HHS)가 외부에서 수년간 제기된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 의혹에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국제적 기준의 생물연구 안전규범 준수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미 연방이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 대한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제공하는 막대한 규모의 보조금 지원을 사실상 중단키로 선언한 것. 이번 결정은 미 보건복지부가 수개월에 걸쳐 실시한 조사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연구소에서 외부로 유출됐다는 뚜렷한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미 연방이 당초 규정했던 연구 관련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는지 여부와 책임 회피 논란 등이 주요하게 작동했다. 미 보건복지부 대변인실은 성명서를 통해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미 국립보건원 생물안전규범을 위반할 수 있다는 충분한 의혹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 미 보건복지부 내부에서는 향후에도 중국 정부에 소속된 연구소와 기관 소속의 중국 국적 연구자들이 미 정부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지난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인간 확진 사례가 처음 공개된 직후,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지에 대한 각종 의문은 미국의 주요 논쟁의 화두가 돼 왔다. 미 정부는 지난 6월 이와 관련한 비밀 보고서를 최종판을 공개했는데, 당시 미 연방수사국(FBI) 측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일정한 기간 동안 꾸준하고 정밀하게 바이러스 기원을 추적 조사한 결과,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발생해 외부로 유출됐을 잠재적인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미 연방 상원 보건위원회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자연 발생보다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렸다. 미 연방 상원 보건위원회는 당시 약 300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많은 정황 증거들을 볼 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019년 9월 이전 우한 실험실에서 의도하지 않은 두 차례의 사고로 최초 유출됐으며, 그 즈음 우한에서 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한 바 있다.   
  • 이탈리아 역대급 폭염…코로나19 시기 ‘긴급전화’ 재등장

    이탈리아 역대급 폭염…코로나19 시기 ‘긴급전화’ 재등장

    로마의 기온이 41.8도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이탈리아가 폭염 재해 자구책으로 긴급전화를 개설했다.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방송 라이(Rai)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긴급전화 1500번 운영을 시작, 폭염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1500번은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 시민들에게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사용됐던 번호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 폭염을 코로나19에 준하는 재해로 보고 1500번 긴급 전화를 통해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피해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이탈리아에서는 심장이나 호흡기 관련 질환이 있는 고령자가 폭염에 노출되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분위기다. 실제로 전날 수도 로마의 기온이 41.8도까지 찍으면서 작년 6월 40.7도를 넘어 역대 최고기온을 갈아치웠는데, 이 때문에 최근 며칠간 탈수 증세 등으로 응급실로 실려오는 환자 수가 2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밀라노에서 44세의 도로공사 직원이 사망한 데 이어 이날 북부 도시의 한 빵집에서 60대 남성이 실신해 사망한 사건이 보고됐다. 이 때문에 남부 일부 지역의 공장 노동자들은 폭염을 피해 새벽 4시부터 오전 11시까지 교대 근무에 들어가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긴급전화 1500번 외에도 보건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폭염을 피할 수 있는 행동 10가지 수칙 등을 안내해오고 있다. 오라치오 쉴라치 보건부 장관은 “온열 질환이 의심될 경우에는 1500번으로 전화해 가장 가까운 의료시설을 안내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탈리아 보건부는 이날 로마·피렌체 등 20개 도시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19일에는 23개 도시로 폭염 경보 발령 지역이 확대한 바 있다. 또, 현재 고기압의 영향으로 지중해의 시칠리아섬과 사르데냐섬에서도 최고 기온이 무려 43∼44도인 것으로 관측됐고, 이탈리아와 비슷한 위도에 있는 스페인 본토 동북부 카탈루냐, 아라곤 지방과 지중해에 있는 스페인령 마요르카섬에서도 40도를 넘어섰다. 
  • ‘숨은 감염자’도 많을 텐데… 코로나 확진자 1주새 22%↑

    ‘숨은 감염자’도 많을 텐데… 코로나 확진자 1주새 22%↑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주 전보다 20% 넘게 증가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3주째 1보다 높아 확산이 우려된다.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7월 2주(9~15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8만 6953명으로 1주 전보다 22.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일평균 확진자 수는 2만 6708명으로 전주보다 5000명 가까이 늘었다. 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는 6월 3주 1만 6025명→6월 4주 1만 7442명→7월 1주 2만 1857명→7월 2주 2만 6708명으로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확진자 1명이 몇 명에게 감염시키는지를 의미하는 지표인 감염재생산지수는 1.16으로 3주 연속 1을 넘었다. 여름 휴가철을 앞우고 야외 활동이 늘고 지난달 1일 격리 의무가 권고로 바뀌어 대부분 시설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 것 등이 확진자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격리 의무 해제 후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숨은 감염자’를 포함하면 실제 확진자 규모는 발표치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재원중 위중증 환자 수나 사망자 수는 정체세를 보이고 있다. 7월 2주 일평균 위중증 환자수는 직전 주보다 4.3% 증가한 122명이었고, 주간 신규 사망자 수는 4.9% 늘어난 43명이었다. 방대본은 코로나19 주간 위험도를 전국, 수도권, 비수도권 모두에 대해 ‘낮음’으로 평가했다. 위험도는 지난 1월 중순 이후 6개월째 ‘낮음’을 유지하고 있다. 방대본이 6월 4주차 확진자를 2주간 모니터링한 결과 중증화율은 0.13%, 치명률은 0.03%였다. 한편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에서는 특정 변이가 급증하는 식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검출률은 XBB.1.9.1가 25.9%, XBB.1.9.2가 24.7%를 기록했으며 XBB.2.3은 16.1%였다.
  • “코로나는 인종 공격으로 기획” 케네디家 대선 후보 트럼프가 민다

    “코로나는 인종 공격으로 기획” 케네디家 대선 후보 트럼프가 민다

    “코로나19는 인종적으로 기획된 공격이다. 아쉬케나지 유대인과 중국인만 살려두고 백인(카프카시안)과 흑인을 전멸시킬 의도로 기획됐다.” 이런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은 이가 백인 우월주의자나 우파 음모론자가 아니라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이며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부 장관의 셋째 아들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69)란 사실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뿌리부터 민주당인 그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당내 경선 과정에 위협할 수 있는 인물이라 더 당황스럽기만 하다. 물론 우파 진영과 음모론자들은 그가 왜 이런 주장을 펴는지 동기를 의심하면서도 반색하고 있다. 주말 내내 로버트 주니어는 이런 황당한 주장들을 거듭해 늘어놓았다. 그는 국립보건원(NIH)가 인간의 유전적 변수들이 어떻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기는 데 기여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발간한 논문을 보고 이같은 확신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논문 저자는 영국 BBC의 자매사인 미국 CBS 뉴스에 보낸 이메일 답변을 통해 문제의 논문은 로버트 주니어의 주장들을 “결코 뒷받침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종류의 오역은 우리가 팬데믹을 끝장내는 것을 도와주는 학문적 연구를 망친다”고 밝혔다. 명문가 출신이란 배경에다 환경 전문 변호사로서 명성을 쌓은 그는 사실 알고 보면 20년 동안 백신 접종 반대에 앞장선 활동가였으며 지난해에는 팬데믹 시기 공중 보건 조치들이 “히틀러의 독일에서도 보지 못한 파시즘” 행태라고 맹비난해 왔다. 하지만 이런 흠결에도 로버트 주니어는 전국적인 여론조사에서 지난 4월에 첫 등장, 21% 지지율을 기록하며 꾸준히 중상위권에 머물러 있다. 대선 유세를 한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인데도 그렇다. 바이든 대통령은 80세 고령에도 국정 지지율이 41%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로버트 주니어의 높은 인기는 대부분 케네디란 성(姓) 덕분이다. 민주당 전략가인 케빈 월링은 BBC 인터뷰를 통해 “케네디 가문에 대한 향수와 브랜드의 결합, 그의 견해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더 많은 민주당 당원들이 이런 모든 이슈에 대한 그의 견해를 알면 지지율이 한꺼풀씩 떨어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진영은 그를 애써 무시하는 듯 보였는데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인종적으로 기획된 것이란 발언에 대해 “사악하며 우리네 많은 미국인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다른 인사들도 반유대적이며 반아시안적이라며 거리를 두려 했다. 케네디 가문 사람들도 몇년 동안 로버트 주니어의 공적 발언들을 웃어넘기곤 했다. 누이 케리 케네디(63)는 이날 “코로나가 인종적으로 기획된 공격이란 지난주 우리 오빠의 개탄스럽고 진실되지 않은 발언들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지난 2021년 1월 의회 폭동에 대해서도 그는 공화당 내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이나 할 법한 말들을 대신 했다. 2020년 대선 결과가 도둑질당했으며 의회 폭동이 별 것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행사에 등장한 것도 여러 차례였다. 미국 CBS 방송은 지난 4월 트럼프의 최측근 참모 중 한 명이었던 스티브 배넌이 “몇달 동안 (로버트 주니어의) 출마 결심을 부추겼는데 2024년 대선 레이스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고, 미국 전역에 백신 반대 정서를 확산하는 데 유용하다는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난달 로버트 주니어에 대해 “아주 똑똑한 친구이며 좋은 친구”라고 칭찬했고, 그의 친구 로저 스톤도 로버트 주니어의 대선 출마 아이디어를 거듭 좋은 방안이라고 부채질했다. 여기에다 폭스 뉴스나 다른 우파 미디어들도 케네디 지지 분위기를 띄우는 데 가세했다.
  • 친강 中 외교부장 3주째 두문불출…불륜설·건강 이상설 등 추측 난무

    친강 中 외교부장 3주째 두문불출…불륜설·건강 이상설 등 추측 난무

    중국 외교를 책임지는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0일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온갖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17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친 국무위원은 지난달 25일 베이징에서 스리랑카·베트남 외교장관과 러시아 외교차관을 만난 것을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무엇보다 지난 11~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와 아세안 파트너국 외교장관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장관급 연쇄 회동에 불참해 논란이 됐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그의 건강 문제를 거론하며 “아세안 관련 연쇄 외교장관 회의에 (상급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홍콩 성도일보는 지난 10일 “친 국무위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휴양 중”이라며 “조만간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열흘 정도면 충분히 회복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길어지는 그의 부재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중화권에서는 중국 특유의 비밀주의를 비꼬듯 친 국무위원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가설이 난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불륜설’이다. 그가 홍콩의 한 방송국 여기자와 내연 관계를 이어 오다가 최근 발각돼 논란이 됐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친 국무위원과 불륜 상대로 지목된 여성이 함께 찍은 사진도 돌아다니고 있다. 단기간에 회복하기 힘든 병에 걸려 별도 공간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는 주장과 주미 중국대사 재임 시절(2021년 7월~2022년 12월) 불거진 비위 문제로 공산당 기율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다는 설도 제기됐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16일 외부 기고 형태 칼럼에서 “당분간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외교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중국 외교 책임자인 그가) 오랫동안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분명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친 국무위원의 상황을 정확히 확인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그간 중국에서 고위급 인사가 장기간 두문불출하면 어김없이 대만 등 중화권 언론에서 추측 보도가 나왔고, 거의 다 오보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중국 ‘늑대외교’의 상징인 친강은 지난해 12월 30일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의 후임으로 외교부장으로 발탁됐다. 지난 3월에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국무위원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57세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임이 각별하다고 알려져 있다.
  • ‘안 나오나, 못 나오나’ 中 외교수장 친강, 3주째 두문불출 ‘미스테리’

    ‘안 나오나, 못 나오나’ 中 외교수장 친강, 3주째 두문불출 ‘미스테리’

    중국 외교를 책임지는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0일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온갖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17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친 국무위원은 지난달 25일 베이징에서 스리랑카·베트남 외교장관과 러시아 외교차관을 만난 것을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무엇보다 지난 11~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와 아세안 파트너국 외교장관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장관급 연쇄 회동에 불참해 논란이 됐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그의 건강 문제를 거론하며 “아세안 관련 연쇄 외교장관 회의에 (상급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홍콩 성도일보는 지난 10일 “친 국무위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휴양 중”이라며 “조만간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열흘 정도면 충분히 회복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길어지는 그의 부재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중화권에서는 중국 특유의 비밀주의를 비꼬듯 친 국무위원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가설이 난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불륜설’이다. 그가 홍콩의 한 방송국 여기자와 내연 관계를 이어오다가 최근 발각돼 논란이 됐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친 국무위원과 불륜 상대로 지목된 여성이 함께 찍은 사진도 돌아다니고 있다. 단기간에 회복하기 힘든 병에 걸려 별도 공간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있다는 주장과 주미 중국대사 재임 시절(2021년 7월~2022년 12월) 불거진 비위 문제로 공산당 기율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다는 설도 제기됐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16일 외부 기고 형태 칼럼에서 “당분간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외교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중국 외교 책임자인 그가) 오랫동안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분명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친 국무위원의 상황을 정확히 확인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그간 중국에서 고위급 인사가 장기간 두문불출하면 어김없이 대만 등 중화권 언론에서 추측 보도가 나왔고, 거의 다 오보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중국 ‘늑대외교’의 상징인 친강은 지난해 12월 30일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의 후임으로 외교부장으로 발탁됐다. 지난 3월에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국무위원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57세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의 신임이 각별하다고 알려져 있다.
  • “어른들의 감기”…러 피겨요정 걸린 ‘키스병’ 뭐기에

    “어른들의 감기”…러 피겨요정 걸린 ‘키스병’ 뭐기에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안나 셰르바코바가 일명 ‘키스병’이라고도 불리는 단핵구증에 걸린 사실이 알려졌다. 단핵구증은 주로 젊은 성인에서 감기처럼 찾아오는 질환으로 자신도 모르게 감염되었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키스병’이라는 속칭이 붙은 이유는 키스를 통해 전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키스뿐만 아니라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매개 감염을 통해서도 전파가 된다. 또한 전염성 단핵구증은 자칫 급성 편도염으로 오인할 수 있어 잘못된 치료 방법으로 피부발진 같은 합병증이나 비장비대로 인한 파열이 일어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러시아 언론들은 셰르바코바가 단핵구증에 걸려 훈련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핵구증은 관절염으로도 진행될 수 있기에 피겨 생명에 치명적이다. 셰르바코바는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이 열리던 해 세계 챔피언과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로, 세계 여자 피겨 스케이팅 사상 최초로 한 프로그램에서 두 번의 쿼드러플 플립을 성공했다. 러시아 매체들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계주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통산 금메달 4개를 수확한 다리아 돔라체바(벨라루스)도 이 질병에 걸려 2015년 대회를 통째로 날렸고, 캐나다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도 이 질병에서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 선수 생활을 중단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더러(2008년 감염)는 단핵구증에도 불구하고 그해 베이징올림픽과 US오픈 우승을 차지했다”라고 전했다. 러시아 피겨스타들은 SNS에 “셰르바코바의 건강을 기원하며 꼭 극복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증상은 감기와 비슷…특효약 없어 전염성 단핵구증은 80∼95% 이상이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에 의한 감염으로 발생하며, 주로 감염에 대항하는 림프구를 공격해 발생한다. 감염 후 약 4∼8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에 증상이 발생하며 주로 젊은 성인에게 나타난다. 증상으로는 대개 고열, 전신피로, 편도의 염증으로 인한 인후통, 연하곤란,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의 림프절의 통증과 부종이 발생한다. 또한 비장이 커지면서 복부에 압통을 느낄 수 있으며, 식욕감퇴, 체중감소, 두통, 피로감 등이 생기고 드물게는 얼굴이나 몸에 발진이 나타나기도 한다. 감염 경로는 키스 같은 경구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또한 기침이나 재채기에 의해 감염된 점액이 공중에 떠다니다가 다른 사람의 호흡을 통해 전파되거나, 같은 그릇에 음식을 나누어 먹거나 하더라도 감염될 수 있다. 합병증으로는 비장비대로 인한 파열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배에 충격을 줄 수 있는 행동은 1개월 정도 주의가 필요하다. 드문 경우에 뇌염이나 뇌수막염, 아주 드물게는 심근염이나 심외막염이 발생할 수 있다. 감염성 단핵구증은 혈액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으며, 심신 안정과 수액요법, 증상에 따른 약물요법 등 일반적인 보존적인 치료 이외에 정해진 특효약은 없다. 기본적인 치료 방침은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 증상에 따른 불편한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다. 차가운 물이나 소금물로 목 가글 등은 인후통의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인후통 및 발열 등의 심한 증상은 2주 이내에 호전이 된다.
  • [단독] 통장은 위험 감지, 구청은 신속 처리… 쓰레기집서 ‘희망’ 찾다[비수급 빈곤 리포트-4회]

    [단독] 통장은 위험 감지, 구청은 신속 처리… 쓰레기집서 ‘희망’ 찾다[비수급 빈곤 리포트-4회]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던 지난 2월 2일. 서울 노원구 ‘대문 살피미’ 단원인 통장 임정희씨는 집 앞에 쌓인 쓰레기 탓에 사람이 사는 곳인지, 버려진 집인지 알 수 없는 상계동 한 무허가 주택을 찾았다. 노원구 19개 행정복지센터의 통장 717명, 반장 1710명으로 이뤄진 대문 살피미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지역 내 모든 가구의 집을 살핀다. 임 통장은 집 앞 수북한 쓰레기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각종 체납 고지서를 ‘위험 신호’로 보고 현관문을 두드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지팡이를 짚고도 중심을 잡지 못해 비틀거리는 한 남성이 걸어 나왔다. 벌어진 문틈 사이로 16.5㎡(5평) 남짓한 방을 가득 채운 쓰레기 더미가 보였다. 음식물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쓰레기 더미에 고립돼 있었던 조원호(57·가명)씨는 “청소하지 않겠다”며 도움의 손길을 거부했다. 하지만 임 통장이 몇 시간을 붙들고 설득한 끝에 조씨는 방을 치우기로 했다. 이튿날 상계동 행정복지센터 이형호 복지팀장과 이경아 주무관, 임 통장을 포함해 모두 6명이 조씨 집을 다시 찾았다. 거실만 치웠는데도 50ℓ짜리 쓰레기봉투 10개가 동이 났다. 3시간 넘게 청소하는 동안 악취와 함께 정체불명의 벌레들도 쏟아져 나왔다. 이날 청소를 함께한 대문 살피미 단원은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돼 한 달간 항생제 치료를 받기도 했다.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홀로 살던 조씨는 지난해 5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수술 대신 약물치료를 받던 조씨는 평소에도 술에 취한 것처럼 말이 어눌해졌다. 또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없고 손의 움직임도 부자연스러워졌다. 몸의 한쪽 근력이 저하되는 편마비와 뇌 기능 저하까지 생겨 씻지도, 쓰레기를 치우지도 못한 채 6개월을 보냈다. 노원구는 청소 당일 조씨를 설득해 그의 거처를 인근 고시원으로 옮겼다. 안정된 주거지를 찾기 전까지 이곳에 거주하는 조씨는 “너무 좋다.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구는 생계비 62만원과 긴급주거비(고시원비)를 지원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을 위한 서류 준비도 일사천리로 진행했고, 장애 등록 신청도 바로 연계했다. 임 통장이 조씨를 발견한 지 석 달 만인 지난 5월 조씨는 생계·의료·주거급여 대상자가 됐다. 쓰레기 집에 고립돼 절망을 마주해야 했던 조씨가 희망을 갖게 된 건 공무원과 전문가가 한목소리로 강조한 ‘민관 협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마을 구석구석을 알고 있는 통·반장, 신속하게 행정 처리에 나선 지방자치단체, 쓰레기 집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려 했던 조씨의 회복 의지가 더해지면서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한 한 인생을 붙잡은 것이다. ‘2023 비수급 빈곤 리포트’ 관련 영상은 QR코드를 찍거나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 붙여 넣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tv.naver.com/v/38090687 ■특별기획취재팀 (사회부)백민경·강병철·김헌주·홍인기·김지예·강윤혁·김주연·김소희·김중래·박상연·곽진웅 (전국부)임태환·명종원 기자
  • “겁 없는 손님만” 中 200m 높이 ‘절벽 카페’ 커피 한 잔 7만원

    “겁 없는 손님만” 中 200m 높이 ‘절벽 카페’ 커피 한 잔 7만원

    200m 위의 깎아지는 기암 절벽 위에 문을 연 중국의 한 카페가 현지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구이저우성 남부에 위치한 첸난부이족먀오족자치주 리보현(荔波县)의 산꼭대기에 마련된 ‘절벽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 한 잔의 가격은 무려 398위안(약 7만 원)에 달하지만 이를 맛보려는 이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중국 상유신문(上游新闻) 등 현지 매체들은 리보현 문화관광국에서 최근 관광객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시작한 ‘절벽 카페’ 프로젝트가 20~30대 젊은 청년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하면서 이색 카페로의 화제성이 연일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카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림 전문가의 안내에 따라 전문 자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깎아지는 듯한 높이의 절벽을 타고 약 1시간 30분 동안 원시림을 이동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또, 약 70층 높이의 산을 오른 뒤 또다시 20미터 가량의 깎아지는 듯한 절벽을 이동한 뒤에야 ‘절벽 카페’에서 398위안의 커피 한 잔을 음미해볼 수 있는 셈이다.실제로 SNS에 공개된 사진 속 카페 손님들은 커피를 마시는 순간에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절벽에 연결된 로프, 안전벨트인 하네스와 헬멧과 밑창이 두꺼운 등산화 등을 착용한 모습이었다. 공개된 사진을 본 현지 네티즌들은 “요즘 커피 시장이 점점 확대되면서 기존의 블루 오션이었던 것이 레드 오션으로 변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다”면서 “이젠 커피 한 잔에 목숨까지 걸라고 하는 카페가 다 생겨난 것이냐”,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 절벽 커피 한 잔의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그만한 용기가 있는 지 여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커피 카페인의 기능 덕분이 아니라 절벽의 아찔한 높이 탓에 잠이 확 깰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화제가 된 카페는 지난 2019년 개점한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한 동안 폐점했다가 올 6월에서야 다시 문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카페 측은 398위안이라는 고가의 커피 가격과 관련해 “각종 장비 대여료와 절벽까지 안내하는 인솔자 안내 비용,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료 등이 모두 포함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또, 카페 운영진은 만일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체중 100㎏ 미만의 고객만 입장이 허가, 1인당 최장 1시간까지만 절벽에 앉아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이용 시간 제한제를 실시 중이다.
  • [단독·영상]‘쓰레기 집’서 살던 조씨는 어떻게 희망을 찾았나[비수급 빈곤리포트-4회]

    [단독·영상]‘쓰레기 집’서 살던 조씨는 어떻게 희망을 찾았나[비수급 빈곤리포트-4회]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던 지난 2월 2일. 서울 노원구 ‘대문 살피미’ 단원인 통장 임정희씨는 집 앞에 쌓인 쓰레기 탓에 사람이 사는 곳인지, 버려진 집인지 알 수 없는 상계동 한 무허가 주택을 찾았다. 노원구 19개 행정복지센터의 통장 717명, 반장 1710명으로 이뤄진 대문 살피미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지역 내 모든 가구의 집을 살핀다. 임 통장은 집 앞 수북한 쓰레기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각종 체납 고지서를 ‘위험 신호’로 보고 현관문을 두드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지팡이를 짚고도 중심을 잡지 못해 비틀거리는 한 남성이 걸어 나왔다. 벌어진 문틈 사이로 16.5㎡(5평) 남짓한 방을 가득 채운 쓰레기 더미가 보였다. 음식물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쓰레기 더미에 고립돼 있었던 조원호(57·가명)씨는 “청소하지 않겠다”며 도움의 손길을 거부했다. 하지만 임 통장이 몇 시간을 붙들고 설득한 끝에 조씨는 방을 치우기로 했다. 이튿날 상계동 행정복지센터 이형호 복지팀장과 이경아 주무관, 임 통장을 포함해 모두 6명이 조씨 집을 다시 찾았다. 거실만 치웠는데도 50ℓ짜리 쓰레기봉투 10개가 동이 났다. 3시간 넘게 청소하는 동안 악취와 함께 정체불명의 벌레들도 쏟아져 나왔다. 이날 청소를 함께한 대문 살피미 단원은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돼 한 달간 항생제 치료를 받기도 했다.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홀로 살던 조씨는 지난해 5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수술 대신 약물치료를 받던 조씨는 평소에도 술에 취한 것처럼 말이 어눌해졌다. 또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없고 손의 움직임도 부자연스러워졌다. 몸의 한쪽 근력이 저하되는 편마비와 뇌 기능 저하까지 생겨 씻지도, 쓰레기를 치우지도 못한 채 6개월을 보냈다. 노원구는 청소 당일 조씨를 설득해 그의 거처를 인근 고시원으로 옮겼다. 안정된 주거지를 찾기 전까지 이곳에 거주하는 조씨는 “너무 좋다.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구는 생계비 62만원과 긴급주거비(고시원비)를 지원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을 위한 서류 준비도 일사천리로 진행했고, 장애 등록 신청도 바로 연계했다. 임 통장이 조씨를 발견한 지 석 달 만인 지난 5월 조씨는 생계·의료·주거급여 대상자가 됐다. 쓰레기 집에 고립돼 절망을 마주해야 했던 조씨가 희망을 갖게 된 건 공무원과 전문가가 한목소리로 강조한 ‘민관 협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마을 구석구석을 알고 있는 통·반장, 신속하게 행정 처리에 나선 지방자치단체, 쓰레기 집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려 했던 조씨의 회복 의지가 더해지면서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한 한 인생을 붙잡은 것이다. 서울신문의 ‘2023 비수급 빈곤리포트’ 기획 시리즈 기사는 아래 QR코드를 찍거나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oo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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