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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섭의 산으路] 경북 문경 대야산

    [조용섭의 산으路] 경북 문경 대야산

    눈부신 흰 암반을 따라 흐르는 물길, 잠시 제 몸을 바위에 맡겨 떨어뜨린다. 물은 푸른 하늘도, 진록의 숲도 닮지 않은 옥빛 소(沼)를 이룬다. 물길은 산길옆 계곡을 따라 순하디순한 모습으로 편안하게 이어진다. 마음만 동하면 그대로 첨벙하고 들어가는 계곡이 경북 문경의 대야산이다. 한여름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불볕더위에 몸을 달구며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서는 길에 마치 담금질을 하듯 계곡에 몸을 담근다.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용추계곡에서의 호사다.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을 가르며 백두대간의 허리를 잇는 대야산은 산길 들머리가 유난히 아름답다. 산길은 계곡을 그림자인 양 따라가다 능선의 멋진 암봉들이 조화를 이룬다. 주위 조망 또한 빼어난 곳이다. 대야산은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하지만 등산로나 입장료 등과 관련하여 관리공단의 직접적인 통제는 받지 않는다. 산길은 벌바위 마을에서 시작하여 용추→월영대→피아골을 거쳐 정상에 오른 뒤, 밀재→월영대→벌바위로 되돌아 오는 코스로 잡았다. 대야산 주차장 상가 오른쪽의 나무계단을 넘어가면 용추계곡 들머리가 나온다. 민박집들을 지나 계곡을 낀 싱그러운 숲길을 15분여 진행하면 거대한 암반 위에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 용추폭포가 나온다. 대하사극 ‘왕건’에서 왕건이 도선선사로부터 도선비기를 받는 곳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사실, 왕건의 라이벌 견훤의 고향이 대야산을 품고 있는 가은읍이란 게 흥미롭다. 거대하고 평평한 암반이 계곡을 가득 채우고 있는 월영대까지는 용추에서 20여분 소요된다. 여기에서 왼쪽 밀재 방향과 오른쪽의 피아골 방향으로 길이 갈라진다. 어느 쪽이나 정상으로 이어지나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피아골길을 오름길로 택했다. 급경사 지대에는 고정로프를 깔아놓아 오르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몰릴 땐 교행이 힘들어 상당히 지체된다. 한가지, 등산로를 벗어나면 낙석의 위험이 크니 주의를 요한다. 식수는 미리 준비하는 게 좋으나, 계곡 상단부 왼쪽 가파른 바위지대에도 가느다란 물줄기가 흐른다. 급사면을 올라 능선에 닿으면 이내 정상이다. 정상 주위의 암봉들은 하나같이 수려한 모습으로 범상치가 않다. 오른쪽(동쪽) 촛대봉으로 이어지는 길과 왼쪽(진행방향) 밀재로 이어지는 산길이 백두대간 마루금이다. 동북쪽의 거대한 바위봉우리로 빛나는 산이 역시 백두대간상의 봉우리인 희양산이다. 정상 아래 내려서는 바위 구간은 운행에 다소 주의를 요하나 역시 크게 어려운 곳은 없다. 능선을 내려오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며 거대한 바위지대와 코끼리바위를 지나서 사거리인 밀재에 닿는다. 오른쪽은 괴산, 정면은 백두대간 마루금으로 이어지고, 월영대는 왼쪽으로 내려서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편안한 숲길이 이어지며 사기굴, 떡바위 이정표를 지나면 이내 월영대를 만나게 된다. 용추계곡을 내려서며 산행을 마친다. 물론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은 어느새 계곡에 들어갔다 나왔을 일이고…. 중부고속도→증평IC→36번,34번 국도→괴산→913번 지방도(쌍곡계곡)→불란치재→대야산, 중부내륙고속도→문경IC→3번국도→977지방도→가은→913번 지방도 동서울터미널→문경(30분 간격·2시간 소요). 문경에서 가은으로 이동한 뒤, 가은→벌바위 시내버스 이용(문경시내버스 054-553-2231) 벌바위 입구에 돌마당식당(054-571-6542) 등 민박집이 다수 있다. 인터넷(www.sanfestival.com)을 참고할 수 있다. 지리산 답사모임 ‘지리산 산길따라’ (cafe.daum.net/jiricom)대표 시솝
  • 지리산 반달곰 복원 중간점검

    지리산 반달곰 복원 중간점검

    지리산 골짝과 등마루에 곰 발자국이 갈수록 무성하게 찍히고 있다.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으로 방사된 반달가슴곰(1급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329호)들의 족적이다. 연말쯤이면 지리산 반달곰이 20여마리를 웃돌게 된다.“산에서 곰이 사라진 지 오래”라는 말은, 적어도 지리산에선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올해 5년째 접어든 복원사업이 거둔 성과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물음도 동시에 던져지고 있다. 복원사업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곰은 곰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서로의 영역을 지켜주며 공존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복원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간간이 제기돼 온 이런 물음은 요즘 더욱 진지해졌다. 몇 가지 사례 때문이다. #1 연해주 반달곰 ‘칠선’이의 실패 10개월 전 연해주산 6마리에 이어 북한산 8마리도 지난달 지리산에 방사돼 야생에 적응 중이다.14마리 모두 생후 20개월 안팎. 아직은 어린 티를 벗지 못했는데, 전문가들은 “이때부터 4살 정도까지 호기심이 물오르고 활동력도 왕성해져 사람과 마찰로 이런저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닌 게 아니라 보름 전, 그만 우려했던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지리산 탐방객 등에 따르면 칠선(암컷)이는 장난기가 그득했다. 탐방로 계단을 내려가는 등산객의 배낭을 뒤에서 붙잡고 놔주지 않는 바람에 배낭 실밥이 뜯어지기도 했고, 등산객의 모자를 뒤에서 갑자기 낚아채 도망가는 일도 벌어졌다. 대피소 근처에 둔 잔반통의 나사를 돌려 뚜껑을 연 뒤 그 속의 음식물을 먹어 치우는 영리함도 보였다. 어린 반달곰의 앙증맞은 행동으로 여겨선 곤란하다. 복원사업의 관점에서 보면 틀림없는 실패작이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 야성을 상실한 증거이기도 하다. 결국 칠선이는 마취총을 맞고 회수돼 계류장에 갇힘으로써 야생의 삶을 중도 마감하게 됐다. 한상훈 반달곰관리팀장은 “언젠가 칠선이가 나무에서 떨어져 골절상을 입은 적이 있는데 한 달 정도 치료받는 과정에서 사람 냄새에 익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칠선이뿐 아니라 또 다른 반달곰도 최근 대피소 인근을 배회하며 쓰레기 더미를 뒤진 흔적이 포착됐다. 반달곰팀은 현재 대피소 근처에 잠복하거나 무인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사실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 팀장은 “(반달곰이 사람 근처에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면)등산객들의 탐방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면서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은 물론 음식을 먹은 흔적조차 남기지 말고, 곰들에게 귀엽다고 과자를 줘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2 일본 반달곰,2년 넘도록 종적 못찾아 지리산 노고단 아래 문수사란 절에서 기르던 반달곰 4마리 가운데 2마리가 지난 2003년 7월 자취를 감추었다. 사찰 측은 “반달곰이 도망쳤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산중에 풀린 경위에 대해선 여러 의혹이 분분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들 곰은 만 2년이 지나도록 행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탈출한 곰이 일본아종이라는 점이다. 지리산 동부지역에서 서식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야생 반달곰이나 최근 방사된 연해주산·북한산 반달곰과는 교배가 되면 안 되는 종이다. 그럴 경우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탈출한 곰의 생사여부 등 사실관계의 확인이 요구되고 있지만 당국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환경부 김홍주 사무관은 이에 대해 “그동안 (문수사 곰을 봤다는)신고가 일절 없었던 점 등에 비춰 지리산에 살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야생곰과의 교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정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일본 반달곰을 봤다는 신고가 없었던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관계자는 “일반 등산객이나 탐방객, 주민 등이 곰을 목격하더라도 일본 반달곰인지, 연해주 혹은 북한산 반달곰인지 구분하기 힘들다.”면서 “이들 반달곰의 한 쪽 귀에 달린 인식표가 한결같이 노란색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달곰이 실제로 지리산에 풀린 것은 맞는지, 생사여부는 어떤지 등에 대한 당국의 철저한 사실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3 지리산은 ‘위험지대’? 지리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에겐 ‘위험한 곳’으로 바뀌게 된다. 우선 내년 이맘때쯤 탐방로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반달곰은 100㎏가량의 육중한 체구를 갖춘 녀석들이다. 귀여운 반달곰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어지게 된다. 지리산 등산을 하려면, 최악의 경우 곰의 공격(?)으로부터 목숨을 부지하는 방법만큼은 필수적으로 알아둬야 할지도 모른다. 반달곰을 당국이 일일이 관리해 주도록 기대하는 것도 어렵다. 올해부터 2008년까지 해마다 6마리씩 24마리를 추가로 들여와 방사할 계획인데, 숫자가 많아지면서 인위적 관리는 갈수록 힘들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방사 후 1∼2년까지는 반달곰의 이동경로 파악 시스템을 운용할 계획이지만 그 이후부터는 수컷 곰들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반달곰을 방사하면서 귀에 매단 위치추적용 발신기 배터리의 수명이 끝나더라도 이를 교체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한상훈 팀장은 “암컷은 새끼를 배기 때문에 앞으로도 집중 추적해 배터리를 교환할 예정이지만, 수컷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지리산의 주인은 사람이 아닌 반달곰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사람의 안전에 대한 정교한 대책 마련이 필요함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반달곰과 맞닥뜨리면 일본의 산간지방 에서는 때때로 곰이 주민들을 습격하기도 한다. 우리도 전혀 남의 일로 치부할 수만은 없게 됐다. 지리산 깊은 숲속에서 반달곰과 맞닥뜨릴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단 반달곰과 마주치면 시선을 피하지 말고 곰의 움직임을 살펴보면서 천천히 떨어져야 한다. 당황한 나머지 곰에게 등을 보이며 도망가는 것은 절대 금물. 이럴 경우 곰은 자기보다 약한 상대로 판단해 공격해 온다. 산속에서 곰보다 빨리 달릴 수 있다는 생각도 오산이다. 곰은 영리하기도 하지만 민첩하기 이를 데 없다.100m를 7초에 주파할 정도다. 심지어 차를 타고 있더라도 산속에선 제 속도가 나오지 않으니 안심할 수 없다. 반달곰은 금속성 소리를 싫어하기 때문에 방울소리를 내거나 호각을 크게 불며 자리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대로 반달곰이 접근해 오면 손을 크게 휘두르거나 높은 바위에 올라가는 것이 좋다. 집요하게 접근할 경우 우산이나 배낭 등으로 적극 방어를 해야 한다. 그래도 공격을 멈추지 않아 급박한 위험에 빠질 경우엔 최후의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신체의 급소를 보호하는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반달곰관리팀은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단독산행을 피하고 지정된 탐방로 이용 ▲곰에게 먹이를 주거나, 비디오 촬영 금지 등을 당부하고 있다.
  • 사랑에 빠진 거인/구드룬 헬가도티어 글

    멀리 북구의 눈덮인 섬나라 민담이 그림책으로 날아왔다.‘사랑에 빠진 거인’(구드룬 헬가도티어 글, 브라이언 필킹튼 그림, 김승희 옮김, 비룡소 펴냄)은 아이슬란드의 아득한 ‘거인’ 민담을 소스 삼아 서사의 맛을 한껏 살려낸, 깔끔한 일품요리 같은 동화다. 감동이나 교훈에 대한 강박 없이 그저 이어올 이야기가 감질나 술술술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는 점에서 책은 아주 특별한 매력을 지녔다. 산등성이 ‘이야기 바위’에 어린 아들과 아빠가 등을 기대고 앉았다.“아빠, 거인 이야기 해주세요!” 주인공은 거인을 너무너무 무서워하면서도 거인 이야기가 언제나 제일 재밌다. 자, 그렇게 시작된 것이 여자 거인 플럼브라 이야기. 무지무지 게으르고 못 생긴 건너편 산의 남자 거인을 사랑하게 된 플럼브라의 전설은 군침이 돌 만큼 흥미롭다. 백년 동안 청소 한번 한 적 없었던 플럼브라, 남자거인이 불쑥 찾아올까봐 마침내 동굴 청소를 시작한다. 그때 던져낸 돌멩이들이 하나둘 산아래로 굴러가면 마을사람들은 얘기한다.“산사태가 났나봐!” 대청소 끝에 배가 고파진 플럼브라는 백년만에 요리도 해본다. 부글부글 솥에서는 맛난 수프가 끓어오르자 동굴 밖으로 스멀스멀 연기가 피어오른다. 마을사람들은 또 얘기한다.“화산이 폭발하려나봐!” 기다려도 기다려도 남자거인이 오지 않자 플럼브라는 한밤중에 그를 직접 만나러 나선다. 그런데 서둘러야 한다. 날이 새고 해가 뜨면 그 자리에서 돌이 돼버린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어렵게 어렵게 만난 두 사람은 얼싸안고 뜀박질까지 ‘쿵쿵쿵’. 다음 장에서 마을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독자들의 눈이 반짝거릴 대목이다. 마을사람들은 이렇게 외친다.“지진이 났다!” 이야기가 가지를 칠수록 책 속에 등장하는 배경그림들도 푸짐해진다. 집으로 돌아와 플럼브라가 낳은 아들은 무려 여덟명. 거인 아빠를 빼닮아 덩치만 클 뿐 울룩불룩 돌멩이처럼 못 생겼지만, 정성을 다해 사랑을 쏟는 플럼브라의 모성이 넉넉하고 훈훈하다. 자잘하고 유쾌한 이야기만 하염없이 늘어놓을 것 같던 책이 어느 순간 살짝 낯빛을 바꾼다. 아들들에게 아빠를 보여주고픈 마음에 또 길을 나선 플럼브라 가족. 어떻게 될까. 해가 뜨기 전에 아빠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할텐데, 가는 길에 돌이 돼버리면 안되는데…. 아무리 재촉해도 아이들의 걸음은 느리기만 하고 조금씩 어둠은 걷혀가고, 그들은 그만…. 앞뒤 논리를 잴 필요도 없이 어린 독자들이 귀만 크게 열어놓으면 그걸로 충분할 이야기책이다. 우둘투둘 거칠지만 따스한 질감이 손끝에 전해올 듯한 플럼브라의 얼굴, 슬픈 운명을 꿈에도 예감하지 못한 채 천진하게 엄마를 따라 걷는 달밤의 꼬마거인들 모습이 오래오래 그림처럼 머릿속을 휘젓고 다닐 듯싶다. 돌이 돼버린 플럼브라의 머리에 쌓인 흰 눈, 그 주위를 쓸쓸히 맴도는 새들의 날갯짓 등에서 북구의 서정이 고즈넉이 묻어난다. 김승희 시인이 옮긴 덕분에 글맛이 한결 더 도드라졌다.6세 이상.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속리산에서만 36년째 ‘찰칵 찰칵’

    속리산에서만 36년째 ‘찰칵 찰칵’

    “그 때는 카메라만 있어도 아가씨들이 졸졸 따라다녔지.” 충북 보은 속리산에서 36년째 사진사로 일하고 있는 이기완(64)씨. 그는 속리산을 돌아다니면서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 받는 것이 직업이다. 이씨가 사진사가 된 것은 1969년. 충북 괴산 출신인 그는 “군 제대 후에 농사를 지었는데 적성에 영 맞지가 않았어.”라고 말한다. 지금은 사진사가 2명밖에 없어서 속리산사진사협회가 유명무실해졌지만 옛날에는 회원 가입이 쉽지 않았다. 이씨는 친구가 협회 간부여서 쉽게 가입할 수 있었다. 사진사들은 9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이씨는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은 카메라를 들고오기 때문에 돈벌이가 잘 안됐어. 하지만 신혼부부는 수입이 짭짤했지.”라고 말했다. 신혼부부가 하루 평균 400쌍이 찾았고, 많을 때는 800쌍이나 몰렸다. 이씨는 “한 20년쯤 됐을 거야.”라며 얘기를 꺼냈다.“만삭의 임신부가 ‘산달이 석달이나 남았다.’며 졸라대서 문장대로 향했지만 얼마 안 가 산통을 호소하더군. 주변에 사는 아주머니를 불러 바위에서 애를 받았지. 산 밑에 있는 상가까지 달려내려가 미역과 기저귀를 사오느라 진땀을 흘렸어.”라고 옛일을 떠올렸다. 산모는 아주머니 집에서 3일간 몸조리를 하고 떠났다. 이씨는 “그 때 태어난 아들이 5∼6년 전까지 음료수를 싸들고 찾아 왔었어.”라며 흐뭇해했다. 신랑이 친구들과 술을 진탕 마셔서 돈이 떨어져 결혼반지를 맡기는 일도 많았다. 술에 취한 신랑 2명이 동시에 방을 잘못 찾아 잠을 잔 뒤 다음날 ‘영험하신 법주사 아래에서 일어난 일이니 이것도 인연’이라면서 신부를 바꿔서 사는 부부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전성기 때는 당시로서는 큰 돈인 하루 10만원 이상을 벌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한달 내내 공치기 일쑤다. 그는 사진사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지난 2001년부터 문화해설사도 겸하며 용돈을 벌고 있다. ‘잘 나갈 때 돈을 모아놓지 그랬느냐.’고 묻자 이씨는 “그 때는 평생 잘 될 줄 알았지.”라면서 웃었다. 보은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인천 시내버스 4개노선에 새달 저상버스 20대 투입

    인천시는 다음달부터 노약자·장애인이 이용하기에 편리한 저상버스 20대를 시내버스 4개 노선에 투입한다. 대상 노선은 15번(남동구 수현마을∼제물포역∼월미도),28번(가좌동∼부평역∼임학사거리),28-1번(금곡동∼동암역∼인천터미널),23번(월미도∼석바위∼부개택지지구) 등이다. 저상버스는 바닥 높이가 30∼40㎝로 일반버스(80∼90㎝)에 비해 훨씬 낮다. 그러나 대당 가격이 1억 9000만원으로 일반 시내버스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시는 운수업체에 대당 1억원씩을 지원하고 있다.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시는 2013년까지 저상버스를 전체 시내버스의 10% 수준인 150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 방학엔 다도해 비경을

    방학엔 다도해 비경을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서 초·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는 여행지를 정하는 일이다. 모처럼 가족들끼리 푸른 바다에 몸을 담그고 쉴 수 있는 곳이라야 하고, 아이들에게 뭔가 유익한 추억도 남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어디 피서객들로 크게 붐비지 않는 즐겁고 유익한 여행지가 없을까. 그렇다면 주저없이 다도해가 펼쳐진 서남해안으로 떠나보자.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쪽빛 바다와 남도 특유의 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다. 특히 맛깔스러운 음식이 있어 아이들의 편식 걱정은 접어도 좋다. 대부분 살찔 염려가 없는 웰빙 식품이라 어른들에게도 딱이다. 여름 성수기에도 비교적 사람들이 크게 붐비지 않는 다도해의 비경 외달도(목포)와 조도(진도)로 안내한다. 목포·진도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외국에 온 것 같아요” - 외달도 ●아이들을 위한 열대의 쪽빛섬 ‘여기가 우리나라 맞아?’‘사랑의 섬’이라는 별칭이 붙은 목포의 외달도는 이름만큼이나 예쁜 섬이다. 열대 지방의 리조트를 연상시킬 만큼 이국적인 정취를 뿜어낸다. 푸른 바다와 인접한 해수풀장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외달도행 신진페리(061-244-0522)에 오르자 서남해안에 점점이 박힌 섬들이 하나둘 스쳐 지나갔다. 외달도는 목포에서 불과 6㎞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고하도와 달리도, 율도를 거쳐 도착하기 때문에 시간은 50분쯤 걸린다. 요금은 1인당 왕복 7000원. 페리는 2시간 간격으로 하루 6차례 운항한다. 배를 놓치면 북항(270-8584)에서 일명 ‘쌕쌕이’로 불리는 낚싯배를 이용하면 된다. 10명까지 인원에 상관없이 편도 2만 5000원이다. 시간은 15분. 선착장에 내려 해변을 따라 왼쪽으로 100m쯤 지나 해변에 인접해 있는 해수풀장(276-9676)에 도착하자 아이들의 아우성이 즐겁게 메아리친다. 지난해 완공돼 올해가 사실상 첫 개장으로 아직까지는 덜 알려져 관광객들의 발길이 적다. 청정해역의 푸르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 우수마을’, 해양수산부로부터는 ‘100대 아름다운 섬’으로, 전남도에서도 ‘아름다운 섬마을’로 지정된 곳이다. 오전 9시 문을 열어 오후 5시 문을 닫는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해수욕장과 샤워실 등 시설 이용료가 없다는 것. 내년에는 유료화를 검토중이지만 크게 비싸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목포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숙박용 텐트는 1박에 2만원(275-9676). 해수풀 앞에는 갯벌 생태체험장이 있어 각종 조개와 고둥을 채취할 수 있어 어린이들을 위한 훌륭한 자연학습장 구실을 한다. 해수풀 뒤에는 왕골이 우거진 천연 습지가 있어 개구리 울음소리와 풀벌레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섬은 걸어서 30분이면 일주할 정도로 크지 않지만 경치가 빼어나다. 선착장을 따라 오른쪽으로 걸으면 멋진 해상 콘도형 유료 낚시터(246-3170)가 있는데 바다에 설치된 가두리 양식장에서 고기를 낚아 올릴 수 있다. 낚싯대와 미끼는 무료로 제공되며 잡은 고기의 종류에 따라 돈을 내면 된다. 참돔은 마리당 1만 6000원, 농어·감성돔은 마리당 8000원이다. 무료로 회도 썰어준다. 이 곳에서는 숙박도 할 수 있는데 1인당 7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방이 3만원이다. 외달도에 붙은 무인도 별섬은 앙증맞을 정도로 귀엽다. 외달도 해수욕장과 등대, 갯바위 낚시터 등도 있으며, 섬 중심에 있는 해발 64m의 매봉산은 최고의 산책코스다. 이 곳의 먹을거리는 최고의 여름 보양식. 특산물인 전복과 고둥, 굴, 소라 등 해산물 요리와 토종 촌닭을 맛볼 수 있다. 아이들의 편식 걱정을 접어도 좋을 만큼 맛있다. 해수욕장에서 조금 걸어 올라가면 김순엽 민박집(261-1347)이 있다. 무공해 야채와 도다리 매운탕 등 한상 가득 나오는 한정식이 1인당 5000원이며, 촌닭 1마리 3만원, 전복은 15마리를 썰어 한접시에 7만원이다. 숙박료는 2만 5000∼3만원이다. ●세계에서 2점뿐인 공룡화석 목포의 박물관은 다른 곳과 달리 알차다. 자연사박물관과 국립해양유물 전시관이 있는데 모두 국내 최고의 전시관이다. 용해동 입안삼 자락에 있는 목포 자연사박물관(276-6331)은 12개 전시관에 1만 3000여점의 희귀 전시품을 전시한 자연생태학습의 요람이다. 지구 46억년의 자연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지질관 등은 세계에 단 2점뿐인 공룡화석 렙토세랍토스와 임신한 해양파충류 화석이 전시돼 있다. 성인 3000원, 초등학생 1000원. 인근 국립해양유물전시관(270-2000)은 우리의 오랜 해양역사의 하나인 고대 선박의 발달사와 송·원대 도기문화를 보존·전시하고 있다. 완도선실, 신안선실 등 4개 전시실에는 해저에서 인양한 유물 등이 전시돼 있다. 성인 600원, 어린이 무료. 인근에는 남농기념관과 문화예술회관이 있다. 외달도 옆 고하도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때 108일 동안 머물던 곳으로 사당이 있다. 목포시청 관광과(270-8217). ■ 절로 신나는 섬-조도 ●푸른 바다에 깃털처럼 뿌려진 조도 남근바위(방아섬), 똥섬(변도), 모자섬(산자도)…. 푸른 바다에 섬들이 새의 깃털처럼 흩뿌려져 있다 해서 붙여진 조도. 푸른바다에 점점이 박혀 있는 154개의 섬들은 작은섬 하나하나가 자연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모양만으로도 그 이름을 대충 어림잡을 수 있을 만큼 섬 모양이 특이하다. 팽목항에선 조도 어류포행 조도고속페리(061-542-5383), 신해고속페리가 하루 여섯편 운항한다. 이 중 두편은 관매도까지 간다. 조도까지 편도 3000원, 승용차 운반비 1만 4000원(운전자 포함). 떠나기 전에 미리 운항여부와 시간을 확인하는 게 좋다. 섬들의 중심인 조도의 어류포에 도착하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가슴을 열어준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조도의 전경을 볼 수 있는 도리산 돈대봉. 항구에서 일주 해안도로를 따라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돈대봉에 도착하자 점점이 박혀 있는 섬들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섬들을 감싼 해무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섬을 도는 해안도로의 길이가 100㎞에 이를 정도로 긴 만큼 차를 배에 싣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가족 여행을 온 곽혜영(53·서울 강동구 둔촌동)씨는 전망대 앞에 펼쳐진 섬들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일본 도치기현에서 9년째 살다가 최근 귀국한 곽씨의 친척 박미애(47)씨는 “일본의 3대 절경인 미야기(宮城)현의 마쓰시마(松島)보다 훨씬 예쁘다.”면서 “섬사이에 피어오르는 해무가 절경이다.”고 말했다. 매도는 3㎞에 이르는 백사장과 3만평의 소나무 숲이 장관이다. 모래사장이 곱디곱다. 배를 타고 관매8경을 돌아보면 좋다.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진도 남도국립국악원과 인접해 있는 개인 미술관인 나절로 미술관(010-9457-8841)은 이 일대 최고의 숙박 명소. 지난 94년 손수 가꾼 이색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추상화가 이상은(53)씨가 운영하고 있다.‘나절로’는 이씨의 호로 ‘스스로 흥에 겨워’란 뜻의 호남 사투리다. 이씨가 폐교된 3500여평 규모의 상만초등학교를 인수해 가꾼 곳이다. 미술관 정원에는 무성한 담쟁이 덩굴과 108번뇌의 얼굴을 표현한 돌상이 어우러져 있다. 이 미술관에는 7개의 방이 있어 주로 예술인들에게 방을 내주는데 전화로 예약하면 일반인도 숙박할 수 있다. 토담으로 지은 찻집에서는 차를 마실 수 있으며, 야외에는 바비큐 시설과 원두막이 있어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 숙박료는 2인 1실 2만 5000원. 인근엔 정유재란때 충무공 이순신이 12척의 배로 왜선 330여척을 무찌른 명량대첩지가 있다. 가계해수욕장에서는 ‘한국판 모세의 기적’인 신비의 바닷길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에게 가장 유익한 여행지는 세계적인 명견인 진돗개(천연기념물 53호)를 보는 것. 진돗개시험연구소(540-3388)와 인근에 있는 사육장을 둘러볼 만하다. 진도개의 본산으로 철저한 혈통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돌담한정식(544-1170)에서는 한정식과 갈치조림, 병어조림, 보리쌈밥(1인분 6000원) 등 남도 음식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진도군 문화관광과(540-3219)
  • 남북전통공예 만나다

    남측의 전통공예 작품은 정교하고 세련된 반면 북측은 소박하면서 힘이 넘친다. 분단된 지 어언 60년, 그동안 남북한 전통 공예는 이렇게 다른 길을 걸어왔다. 남북한 전통 공예인들의 작품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25일부터 열리는 ‘남북전통공예교류전’을 둘러 보면 분단의 아픔 속에서 각각 전통 문화를 계승해 온 남북의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난다.현재 음식을 담는 소반의 경우 남측은 북측보다 1.5배나 큰 것을 알 수 있다. 무늬등 형태도 북측 보다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이다. 나전칠기의 경우 남측은 조개를 빽빽이 박아 장식성이 뛰어나지만 북측은 여백의 미가 돋보인다. 이는 경제력 차이 때문에 북측이 재질 면에서 우리보다 다소 떨어지기 때문. 조개를 ‘금쪽’같이 아껴 쓴 흔적이 엿보인다. 북한 인민예술가 김청희의 십장생도 병풍은 당초 나일론에 수를 놓은 작품을 보내 온 것을 우리측에서 비단을 보내 다시 작품을 제작했을 정도다. 겨울철 추위를 막고자 썼던 여성 방한 모자인 북한의 풍차, 남바위, 풍뎅이는 남측에서 잘 볼 수 없는 귀한 것들이다. 우리보다 추운 탓에 귀에 털을 많이 댄 것이 특징이다. 색깔이 곱고 화려하다. 치마 저고리 등 한복에서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우리 것이 원단과 색감, 디자인 면에서 좋다. 재질면에서는 다소 떨어져도 북한 한복은 단아한 한복의 멋을 잘 살리고 있는 것이 장점. 장경희 한서대 교수는 “북한 작품은 고졸하고 질박해 과거 사대부의 미감을 그대로 유지한 측면이 강하고, 우리 작품은 정교하면서 자본주의 영향으로 필요 이상 화려해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측에서는 이번 전시회에 최고 예술가인 계관인(김일성 상 수상)우치선의 1m가 넘는 ‘대형청자화병’과 인민예술가 리원인·김청희의 수예작품 등 모두 311점을 작품 보증서와 함께 보내왔다. 남측에서는 중요 무형문화재 유기장 이봉주, 침선장 정정완, 목조각장 박찬수의 작품 302점이 선보인다. 정양모 남북전통공예교류전 대회장은 “북의 어려운 경제사정때문에 이대로 두면 전통공예 전승이 단절될 위기에 있기에 교류전을 통해 북의 실상을 이해하고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밝혔다.9월 20일까지 덕수궁 석조전(02)736-8334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후세인 조카 4명 저항세력 자금줄”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의 조카 4명이 시리아에 근거지를 두고 이라크내 저항세력에게 무기와 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다고 미국 재무부가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21일(현지시간) 이라크 저항세력의 자금 출처를 조사해온 재무부가 이들 4명의 실명과 시리아내 주소를 공개하는 한편, 미국내 자산을 동결했다고 보도했다.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미군의 이라크 점령 초기 저항운동을 주도한 것은 후세인의 이복동생이자 정보기관 책임자였던 사바위 이브라힘 알 티크리티였다. 그러나 그는 지난 2월 시리아에서 체포돼 이라크군에 인도됐다. 미 정보 당국은 사바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네 아들에 주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맏아들 야시르는 후세인의 본처 사지다 카이랄라 틸파를 통해 후세인이 축재한 “엄청난” 재산을 빼돌려 무장세력 지원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지다를 몰아낸 후처 사미라 샤반다르가 후세인 은거지를 미군에 제보한 것과 대조된다. 둘째아들 오마르는 후세인 일족의 고향인 티크리트 일대에서 저항세력을 지원했으며 셋째아들 아이만은 바그다드와 라마디, 팔루자 등에서 후세인 친위부대였던 사담 페다인(사담 특공대) 잔당들을 지휘한 것으로 드러났다. 막내 아들도 저항세력과 연결돼 있으며 시리아 다마스쿠스와 블루단 등지에도 후세인 친척들이 산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재무부는 밝혔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길섶에서] 안개/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안락한 실내에서 멀리 바라보는 안개는 아름답다. 그러나 발을 딛고 선 땅 외에는 아무것도 가늠할 수 없는 외딴 공간에서의 자욱한 안개는 얼마나 공포스러운 것인가. 갯벌체험을 간 관광객이 밀물과 함께 갑자기 엄습해 온 안개에 길을 잃어 실종됐다는 뉴스는 학창시절 등산을 갔다 안개 때문에 조난을 당할 뻔했던 기억을 되살아나게 했다. 장맛비 예보를 무시하고 험하다는 설악산 서북주릉 등반길에 나선 것부터 무리였다. 귀때기청봉 너덜바위지대는 맑은 날에도 방향표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길을 잃기 쉬운 곳이다. 장맛비 속에 산사람들이 말하는 ‘개스’에 갇혀 헤매다 기껏 찾아낸 길이 얼마전 지나쳤던 곳이란 걸 알았을 때의 허탈감이란. 사방이 벽으로 꽉막힌 느낌 속에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일념이 절망감을 잠재울 수 있었던 것같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꼭 산이나 갯벌에서만 안개를 만나는 것도 아니다. 방향감을 잃고 때로 번민하는 인생살이 자체가 이미 안개 속 아닌가. 시원한 바람이 안개를 씻어내 앞이 확트인 날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박성원 신작 ‘우리는 달려간다’

    ‘우리는 달려간다 이상한 나라로, 니나가 잡혀 있는 마왕의 소굴로∼’라는 노래를 기억하시는지? 70년대 인기 만화영화 ‘이상한 나라의 폴’의 주제가다. 다음 구절은 이렇다.‘어른들은 모르는 4차원 세계, 날쌔고 용감한 폴이 여다’ 소설가 박성원(36)의 신작 소설집 ‘우리는 달려간다’(문학과지성사)는 용감한 폴이 니나를 구하려고 친구들과 떠나는 4차원 세계로의 여행만큼이나 기이한 이야기다. 마술봉, 요술차 같은 마법은 등장하지 않지만 현실과 상상, 진실과 거짓,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무화시키는 독특한 서사구조는 독자를 단번에 낯선 세계로 끌어들인다.94년 ‘문학과 사회’를 통해 등단한 작가는 소설집 ‘이상(異常), 이상(李箱), 이상(理想)’(1996),‘나를 훔쳐라’(2000) 등을 통해 평범한 일상 저 너머에 잠재해 있는 삶의 허구성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작품세계로 주목을 받았다.5년 만에 발표한 세번째 소설집 ‘우리는 달려간다’에서도 그의 실험은 집요하게 이어진다. 소설집에 실린 9편의 단편들은 이유도 모른 채 갑자기 난처한 상황에 처하거나 불가항력적인 외부의 환경변화에 속수무책 당하는 이들이 주인공이다.‘긴급피난’에서 폭설에 차 사고를 당한 주인공은 어떤 남자의 도움으로 구출되지만 엉뚱하게 살인혐의를 뒤집어쓸 위기에 처하자 어쩔 수 없이 방화를 한다. 후속격인 ‘인트라망’은 불을 지르고 도망가던 주인공이 바위에 부딪혀 기절했다가 69일 만에 깨어나 보니 자신이 죽이려 했던 여인의 아들이 병수발을 들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펼쳐지는 이같은 황당한 사건들 속에서 주인공은 아무 대처도 못하고 그저 악몽에서 깨어나기만을 바라는 허약한 존재로 그려진다. 이밖에 스스로 지어낸 거짓말에 십수년간 속아 진짜와 거짓이 모호해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모든 것’, 퇴근길에 과거 자신의 모습과 대면하는 ‘데자뷔’ 등이 실렸다.8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영화속 휴양지 Best10

    영화·드라마 촬영지는 뭔가 특별함이 있다. 화면속에서 보았던 세트장은 여행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세트장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변에 펼쳐진 풍광이 아름답다. 전국에서 가볼 만한 영화·드라마 촬영지 10곳을 소개한다. (1) 국내 최초 드라마 기념관…올인의 제주 섭지코지 넓고 푸른 바다에 웅장한 성산 일출봉이 한눈에 보이는 제주 섭지코지의 올인하우스는 국내 최초의 드라마 기념관이다. 이병헌·송혜교 주연으로 지난 2003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올인 세트장이 당시 태풍 매미로 철거되자 지난 6월 사업비 30여억원을 투입해 복원했다. 지하 2층, 지상 1층의 연건평 270평 규모의 올인하우스는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성당과 야외공원은 물론 촬영당시의 소품, 카지노를 재현해 관광객들이 직접 드라마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또 ‘수연(이병헌) 이야기’,‘인하(송혜교) 이야기’ 등 주인공과 관련된 전시장도 있다. 주변에 있는 신양해수욕장은 적당한 수심과 수온, 바람, 안전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다. 남제주군 관광진흥과(064-730-1720). (2) 예배당과 김민준 나무… 폭풍속으로의 아름다운 울진 앞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절벽에 정성스럽게 지어진 현준(김석훈)과 현태(김민준)의 집. 돛대에 샌드백을 걸어놓고, 그 옆에 있는 한 그루의 나무는 벌써부터 김민준 나무라 불리고 있다. 멀리 보이는 빨간색 지붕이 매력적인 그림 같은 예배당도 세트장이다 죽변항 주변에는 덕천리 백사장, 봉평해수욕장 등 동해의 푸른 물과 깨끗한 모래는 해수욕장으로 즐기기에 좋은 곳들이 많다. 주변 명소로는 덕구온천, 유황온천, 성류굴, 민물고기 전시관 등이 있다. 울진군 문화관광과(054-782-1501). (3) 끝없는 백사장… 파이란의 강원 고성군 화진포해수욕장 화진포 해수욕장은 영화에서 파이란(장백지 역)이 백사장에서 자전거를 끌고 서 있었던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화진포해수욕장은 주변에 울창한 소나무숲, 맑은 호수, 기암괴석 등이 잘 어우러져 있어서 자연풍광이 수려하다. 화진포에 매료된 남북의 최고 권력자들은 앞다투어 전용 별장을 세우기도 했다. 김일성 별장과 이승만, 이기붕 별장 등이 각기 들어서 있다. 주변에는 백도해수욕장, 삼포해수욕장, 송지호해수욕장, 건봉사, 세계잼버리수련장, 고성왕곡마을, 울산바위, 통일전망대, 간성향교, 청간정, 청학정, 화암사 등이 있다. 고성군 문화관광과 (033-680-3352). (4) 竹 펼쳐졌네… 청풍명월의 전남 담양 대나무골 테마공원 인조반정을 소재로 한 무협영화의 무대인 전남 담양군 금성면 봉서리 대나무골 테마공원(061-383-9291·www.bamboopark.co.kr)은 청정호수 담양호를 중심으로 고지산 골짜기에 부채살처럼 펼쳐진 분지에 자리잡았다. 때문에 청량한 대숲 바람속에서 시원한 죽림욕을 즐길 수 있다. 영화 포스터의 배경으로 등장할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다. 드라마 ‘다모’와 영화 ‘흑수선’, 전설의 고향 ‘죽귀’를 비롯해 수많은 CF이 촬영된 곳으로 유명하다. 주변 관광지로는 금성산성과 추월산, 담양호, 소쇄원, 가사문학관 등이 있다. 담양군청 문화레저관광과 (061-380-3150). (5) 나 다시갈래…박하사탕의 충북 제천 진소마을 ‘나, 다시 돌아갈래!’ 영화 첫 장면에서 영호(설경구)가 양팔을 벌리며 철교위에서 절규하며 기적의 기차소리에 묻힌 그 장소. 충북 제천시 백운면 애련리 진소마을은 고즈넉한 산자락 등 자연상태 그대로 남아 있는 곳으로 여름철 피서지로도 좋은 곳이다. 특히 영호가 20년전 첫사랑과 함께 소풍갔던 충북의 동강인 제천천(영화속 진소천)은 여름 무더위를 날리기 충분하다. 주변에는 월악산과 청풍문화재 단지, 배론성지, 청풍호반 수경분수와 번지점프장 등이 있다. 제천시 문화관광과(043-640-5681). (6) 바다세트의 제왕…해신의 전남 완도군 위대한 해상제국을 꿈꿔왔던 장보고의 파란만장한 인생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해신’은 완도군 볼목리 세트장(신라방)과 소세포세트장(청해포구) 등 두곳에서 주로 촬영됐다. 볼목리 세트장은 중국거리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으로 붉게 칠한 외벽과 건물, 도로 등이 벽돌로 만들어져 마치 중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소세트세트장(청해포구)은 1만 6000여평의 부지에는 부두와 선박, 저잣거리, 군영 막사, 망루 등 42동의 건물이 완공되어 있다. 앞 바다 풍경은 120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마치 장보고의 시대로 돌아와 있는 듯하다. 바다 멀리에는 보길도 등 섬이 있어 풍광이 아름답다. 주변에는 장도 청해진 유적지와 난대수목원, 예송리해수욕장, 금일해수욕장, 중리해수욕장 등이 있다. 완도군 문화관광과(061-550-5224). (7) 끝없는 갈대밭 사이…JSA의 충남 서천군 신성리 영화의 첫머리에 남한 이수혁 병장(이병헌)이 비무장지대를 수색하던 중 한치 앞도 안보이는 우거진 갈대밭에서 오줌을 누려고 대열을 이탈했다가 지뢰를 밟고, 이를 북한 오경필 중사(송강호)가 구해주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 바로 충남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이다.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금강 하구둑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부여 방면으로 14㎞가량 달리다 보면 만날 수 있다. 금강하구둑 주변에는 놀이시설인 리버사이드 파크랜드와 자동차 야외극장 등 즐길거리와 마량리 동백나무숲, 비인관광농원, 춘장대해수욕장이 있다. 서천군 문화관광과(041-950-4224). (8) 슬프도록 아름다운…엽기적인 그녀의 강원 정선 백운농장 ‘엽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이 영화에서 견우(차태현)와 그녀(전지현)가 헤어지면서 큰 나무아래에 타임캡슐을 묻는 장면을 촬영했던 곳은 강원도 정선군 함백면 세비재의 백운농장. 고랭지 채소밭 사이로 서 있는 ‘엽기 소나무’는 젊은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파란 하늘과 맞닿는 고랭지채소밭 풍경을 찬찬히 살펴 본다면 그 목가적인 아름다움에 눈을 지그시 감게 된다. 주변에는 화암동굴과 몰운대, 용마소, 화암약수, 소금강, 광대곡의 12용추폭포, 정암사, 가리왕산, 아우라지, 민둥산 등이 있다. 정선군 문화관광과(033-560-2365). (9) 조용한 산사…달마야 놀자의 경남 김해 은하사 스님과 조폭(조직폭력배)의 유쾌한 소동을 담은 이 영화가 촬영된 무대는 경남 김해시 삼방동 은하사(055-337-0101·www.eunhasa.net)다. 신어산 기슭에 위치한 이 곳의 높은 계단을 올라 가면 영화속 조폭 재규(박신양)와 청명 스님(정진영)이 기와 많이 깨기·깨진 물독 채우기 등 서로 기싸움을 벌이던 대웅전 등을 만날 수 있다. 가락국 수로왕때 장유화상이 중건한 이 절은 가야불교의 성지로 도유형문화재 238호로 지정된 사찰이다. 주변 명소로 신어산 산림욕장, 동림사, 가야랜드, 장척계곡 등이 있다. 김해시 문화체육과 (055-330-3251). (10) 웅장한에 압도되다…태조왕건의 경북 문경새재문경새재의 제 1관문인 주흘관을 지나면 나타나는 ‘태조 왕건’ 드라마 촬영지는 2만평에 왕궁 2동과 기와집 41동, 초가집 40동을 지어 그 규모가 마치 민속촌을 방불케 한다. 고증을 통해 고려왕궁과 백제왕궁, 고려의 서민가옥과 양반가옥 등 후삼국 시대와 고려시대의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아이들과 배우는 여행을 하고 싶은 가족에게 인기가 특히 많다. 문경새재관리사무소(054-571-0709). 인근에 문경온천과 문경도자기전시관, 석탄박물관 등도 둘러보면 좋다. 문경시 문화관광과 (054-550-6393).
  • [지금 거창에선] 연극·예술 활기… ‘아시아의 아비뇽’ 꿈꾼다

    [지금 거창에선] 연극·예술 활기… ‘아시아의 아비뇽’ 꿈꾼다

    경남 거창군이 ‘아시아의 아비뇽’을 꿈꾼다.‘거창국제연극제(KIFT)’의 성공을 발판삼아 문화·예술이 살아 숨쉬는 관광지로 거듭난다는 포부다. 거창읍 내에 국제연극문화타운을 조성하고, 사계절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산악형 경전철을 건설, 관광객을 연간 100만명 유치할 수 있는 관광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거창군은 한반도 남부 내륙에 깊숙이 자리잡은 인구 7만의 작은 군이다. 지리산국립공원과 덕유산국립공원, 가야산국립공원의 중심에 위치,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을 자랑한다. 아울러 교육과 문화·예술활동이 활발하며, 친 환경·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는 청정의 고장이다. ●감성의 숲에 꽃들이 피어나다 이곳에서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린다. 올해로 17번째.‘감성의 숲에 꽃들이 피어나다’라는 슬로건으로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수승대 일대 야외극장과 거창연극학교, 거창문화센터 무대 등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참가극단과 작품도 45개로 역대 최고다. 특히 프랑스·독일·루마니아·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유럽 지역과 페루·브라질 등 남미, 그리고 일본 등지의 극단도 참가, 모두 199회의 공연을 갖는다. 올해 관객목표는 15만명. 지난해에는 10개 국가에서 42개 극단이 참가,150회 공연을 했다. 관객도 11만 3000여명에 달해 객석 점유율 140%가 넘는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이는 입장권 발매숫자를 집계한 것으로 무료 입장객을 포함하면 관객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3년 관객 6만 4000여명에 비하면 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연극제 집행위원회 이영철 홍보국장은 “올해는 공연 일수와 공연 횟수가 늘어 관객 유치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창국제연극제는 지난 1989년 이종일(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씨 등 지역의 연극인들이 ‘인간·자연·연극’을 모토로 내걸고 개최한 ‘시월연극제’가 모태가 됐다. 객석이 77개뿐인 작은 극장과 학생들이 주로 찾는 한정된 관객, 예산부족 등으로 시련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 연극제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시월연극제는 연극인들의 끊임없는 고민과 열정으로 5회까지 이어오다 지난 94년부터 거창연극제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이듬 해부터 국제연극제로 격상됐다. 그러다 98년 군수가 대회장을 맡으면서 일대 전기를 가져왔다. 군으로부터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을 받는 것은 물론 범 군민적 성원에 힘입어 명실상부한 국제연극제로 자리잡았다. 연극제 개최 시기를 여름 휴가철로 변경하면서 부족한 공연공간 및 관객확보 문제를 해결했다. 국민관광지 수승대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무대로 활용하는 등 여타 연극제와 차별화해 지방적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KIFT 로드맵으로 꿈★ 이룬다 거창군은 이를 발판으로 관객 100만 시대를 열기 위한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우선 73억여원을 투자해 2008년까지 거창읍 김천리 일대에 연극문화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국제연극문화센터를 건립하고,KIFT문화거리와 아비뇽 공원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연극문화센터는 현 문화센터를 증·개축, 활용하고, 거창교까지 1.2㎞에 KIFT문화거리를 조성한다. 이 구간에 설치된 전주와 통신선을 모두 땅속으로 묻고, 보도를 확·포장해 가로수의 수종을 다양화하는 등 테마를 달리할 계획이다. 주변 상가도 이미지에 맞게 단장키로 했다. 거창교 주변에 조성되는 아비뇽공원은 소규모의 거리공연과 이벤트장소 등 주민들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주말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 수승대 문화관광 상품화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이미 KIFT를 통해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로 이름나 있는 위천면 수승대에 사업비 70억원으로 실내극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부지 7000여평에 지상 3층, 연건평 2100평 규모다.1층은 객석 500석 규모의 공연장을 만들고,2층에는 전시장과 세미나장, 휴식공간 등을 꾸미고,3층에는 세계 연극박물관을 조성한다. 사계절 주말 프로그램은 계절별로 테마를 달리한다. 봄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축제를 개최하고, 여름에는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리며, 가을은 농촌체험 프로젝트, 겨울은 가족이 테마다. 월별로도 주제를 정한다. 예컨대 1월은 ‘연극, 눈썰매와 겨울이야기’로 어린이들이 연극인과의 만남으로 연극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무대의상 만들기와 분장하기, 대본만들기, 연극 한 토막 따라하기 등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자연과 역사, 문화가 어우러진 관광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거창을 브랜드화한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계획이 현실화되면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이 거창을 찾고, 관광수입도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거창의 브랜드화로 사과·딸기·쌀·애우(쑥먹인 쇠고기) 등 지역의 농특산물이 얼굴을 갖게돼 1조원에 달하는 간접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준화 거창군 부군수는 “군이 추진하는 계획이 완성되면 거창은 세계적인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난다.”고 장담했다. 거창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거창 국제연극제’ 매력은 프랑스에 ‘아비뇽 페스티벌’이 있다면 한국에는 ‘거창국제연극제(KIFT)’가 있다. 거창연극제가 비록 역사는 짧지만 아비뇽축제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과 개성을 갖고 있다. 매년 7월 아비뇽페스티벌이 열리는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아비뇽에는 세계 각국에서 수십만의 관광객이 모여든다. 축제가 펼쳐지는 3주간 도시는 연극과 발레·음악 등 공연예술로 가득찬다.1947년 9월 연극배우이자 무대감독인 장 빌라르가 ‘아비뇽에서 예술의 주간을’이라는 기치를 걸고 교황청 안마당에서 3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서 시작돼 세계적인 연극축제로 자리잡았다. 피서철에 개최되는 거창연극제에도 10만이 넘는 관객이 몰린다. 지난 89년 영어교사인 이종일(거창연극제 집행위원장)씨 등 지역 연극인들에 의해 시작돼 올해로 17번째를 맞는다. 아직까지 연극 위주로 진행되지만 마당극과 악극·국악 뮤지컬 등으로 장르를 넓혀가고 있다. 거창연극제의 매력은 무대에 있다. 수승대 계곡의 거북바위와 옛 서원, 대나무 숲, 낡은 초가, 허름한 정자, 고목나무 주위 등 자연공간이다. 특히 강변에 세워진 수변무대는 관객들이 벌거벗은 채로 물놀이를 하면서 공연을 만끽할 수 있어 피서문화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다는 평이다. 또 다른 특징은 ‘은행나무 카페’. 수령 300년이 넘는 고목나무 아래 마련된 카페는 배우들과 관객, 연극계 인사들이 친교를 다지는 만남의 장이다. 즉석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공연 후일담이 오가며, 배우들을 보러온 관객들로 항상 시끄럽다. 관객들은 무대보다 더 뜨거운 뒤풀이를 보면서 연극의 매력에 빠져 든다. 거창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강석진 거창군수 “월성계곡·가조온천 관광명소도 많아” “거창국제연극제에서 한 여름 피서지의 낭만과 연극의 향기에 젖어 보십시오.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는 29일 개막되는 제17회 거창국제연극제(KIFT) 대회장인 강석진 거창군수는 “바가지 상혼이 판치고, 볼거리·놀거리가 부족한 유명 해수욕장 대신 수승대에서 휴가를 즐기라.”며 거창연극제 홍보에 열을 올렸다. 강 군수는 “올해 연극제에는 세계 9개국에서 45개 극단이 참가해 모두 199회 공연한다.”면서 거창연극제가 해를 거듭하면서 참가단체 등 외형적인 규모는 물론 작품의 수준 등 내적인 측면에서도 이미 세계적인 수준임을 자랑했다. 또 “문화·예술이 중앙으로 집중되는 흐름을 깨고 작은 시골 마을에서도 예술축제가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고 했다. 그는 성공비결로 연극인들의 끊임없는 고민과 변함없는 열정, 군민들의 헌신적인 성원을 들었다. 또 수승대라는 자연공간에 마련된 무대와 한 여름 피서철에 개최되는 것도 성공 비결의 하나라고 말했다. 강 군수는 “올해도 15만여명의 관광객이 수승대를 찾을 것으로 전망돼 150억원 이상의 관광수입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강 군수는 “거창에는 수승대를 비롯, 월성계곡, 가조온천 등 관광객들이 쉽게 접극할 수 있는 관광명소가 많다.”면서 “이와 연계해 프랑스의 아비뇽과 같은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군수는 “오는 2008년까지 교육문화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로드맵을 완성할 것”이라며 “관광객 100만시대가 열리면 거창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이 얼굴을 갖게 되고, 연간 2000억원의 관광수입은 물론 1조원 이상의 간접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거창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영화·드라마 주인공처럼…

    영화·드라마 주인공처럼…

    영화·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되는 여행을 떠나자. 바쁜 일상 탓에 영화와 드라마로 평소의 여가를 대신하는 도시민들에게 영화 촬영지는 한번쯤 가보고 싶픈 여행지. 화면을 통해 보던 멋진 풍경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세트장을 돌아보며 잠시 영화 속으로 빠져도 좋고, 주인공 기분을 내도 좋다. 올초 개봉해 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마파도’는 영화의 재미만큼이나 경치가 아름답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로 펼쳐진 해안선은 눈과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마파도는 가상의 섬. 지도를 아무리 훑어봐도 찾을 수 없다. 영화 속에서는 전남 고흥 앞바다에 있는 섬이라고 소개돼 있지만 실제로는 전남 영광군 백수읍 동백마을에서 촬영됐다. 섬은 아니지만 섬보다 더 멋진 해안선을 뽐내고 있는 영화 속의 그곳, 마파도의 절경 속으로 가족들과 함께 떠나보자. 글 사진 영광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아담하고 깔끔한 해수욕장 개펄을 끼고 펼쳐진 해안도로 주변 어느 곳에 가도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쉴 수 있지만, 그래도 가마미해수욕장과 모래미해수욕장이 가장 좋은 피서지다. 해수욕장을 거점 삼아 2∼3일 쉬면서 주변을 돌아보면 좋다. 가마미해수욕장은 예부터 호남 3대 피서지로 알려진 곳. 병풍처럼 넓게 드리워진 솔숲에서 낮잠을 즐겨도 좋은 곳이다. 깨끗한 백사장과 바닷물 등 깔끔한 것이 최대 장점. 시골 인심이 살아 있어 바가지도 없다. 주차료 2000원만 내면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정에 관계없이 쉬다 갈 수 있다. 물론 별도 입장료도 없다. 해수욕장에는 군청에서 직접 운영하는 널찍한 숙박용 텐트 30동이 해변과 마주하고 있으며 4인 가족이 묵기에 충분하다.1일 숙박료는 2만원, 사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민박집은 성수기 3만원이다. 가마미해수욕장 관광협의회(356-1020). 즐길거리도 많다. 밤마다 매주 3차례씩 백사장에서 무료 영화가 상영된다. 해변에서 바나나보트(1회 1만 2000원)와 플라이피시(2만원) 등 각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인근에 있는 원전홍보 전시관을 무료로 둘러보며 원자력에 대해 배워볼 수 있다. 모래미 해수욕장은 아담한 해수욕장. 해안선은 길지 않지만 해안선을 때리는 파도소리가 정겨운 곳이다. 곱디고운 모래와 아직 때묻지 않은 주변 경치가 아름답다. 다소 작은 것이 흠이다. 촬영지에서 멀리 보이는 송이도에는 멋진 조약돌 해수욕장이 있다. 섬 전체 모양이 사람의 귀처럼 생기고 소나무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송이도는 납작하고 매끈한 하얀 조약돌이 넓게 깔려 아름답다. 길이가 2㎞나 되며 맨발로 밟고 다녀도 전혀 아프지 않다. 계마항에서 하루 1차례 배편이 있으며,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 마파도를 찾아 영광 동백마을로 ●엽기 할매들의 보금자리 마파도로 향하는 길은 즐겁다. 영화 속의 코믹한 장면을 떠올리면 절로 웃음이 쏟아진다.160억원짜리 로또 당첨권을 들고 잠적한 여자를 찾아 마파도에 잠입한 비리형사(이문식 역)와 모범 건달(이정진 역), 마파도 다섯 할매의 코믹 연기가 머릿속을 맴돈다. 서울을 떠난지 3시간. 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를 빠져나와 영광읍을 거쳐 백수해안도로에 들어서자 바다 내음이 코를 찌른다. 산등성이를 따라 굽이굽이 뻗은 해안도로를 달리자 막혔던 가슴이 시원하다. 해안도로는 백수읍 백암리 답동마을에서 시작해 동백마을을 거쳐 원불교 성지까지 총 16.3㎞에 이른다. 해안도로를 따라 10여분 달리자 ‘마파도 촬영지’라는 조그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뻔했을 정도로 표지가 크지 않다.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수 있지만 마을엔 주차할 곳이 없다. 도로에 차를 세우고 좁은 샛길을 따라 100여m를 걸어 내려가자 17가구가 모여 사는 아담한 시골마을인 동백마을이 나타난다. 봄이면 홑동백꽃이 아름답게 피는 마을이다. 해변 마을이지만 동글동글한 돌을 쌓아 만든 돌담은 마치 섬마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마파도(麻婆島)라는 이름은 영화 속의 소재인 대마(大麻)와 노파(老婆)에서 만든 합성어다. 마을을 지나 해변에 이르자 언덕 위에 폐허 같은 허름한 흙집 몇 채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마파도 세트장. 집 앞에서 머뭇거리자 마을 주민 정병양(61)씨가 다가와 “거기가 촬영지여, 들어가서 봐요.”라면서 “저 집이 할매들이 살던 집이고, 언덕 위의 저것이 일용엄니(할매역을 맞은 김수미)가 기도하던 사당이니까 천천히 돌아봐요.”라고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정씨는 “이 동네에서 지난해 8월부터 영화를 6개월 찍었는데 동네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다.”면서 “영화 시사회 때 동네사람을 모두 초청해서 봤는데 우리마을이 나오니까 신기했다.”고 후일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촬영을 위해 지은 집은 모두 다섯채. 바다를 내려보는 밭뙈기 위에 집을 짓고, 돌담을 쌓고, 밭을 일구어 가상의 섬을 탄생시켰다. 안으로 들어가자 항아리며, 가구며, 절구, 우물 등 영화 속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다. 세트장의 담벼락에는 관광객들이 써놓은 낙서들이 눈길을 끈다. 집 안에서는 마치 “이놈들아 뭐하는 거여!”라며 소리치는 할매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특히 세트장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과 바다를 연결한 한적한 길이 눈에 익는다. 산등성이를 넘어 꼬불꼬불 이어진 길에서는 갯내음과 풀내음이 마파도의 정취에 흠뻑 빠지게 한다. 그러나 영화에 나오는 대마밭은 이곳에 없다. 영화 속 이 장면만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율무밭을 빌려 촬영했다고 한다.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경 촬영지에서 나와 해안을 따라 연결된 오솔길을 따라 전망대 방향으로 올라가자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평지가 많은 서해안답지 않게 높은 해안 절벽이 장관을 연출한다. 오솔길 정상에 있는 백암해안전망대에 오르자 광활한 개펄이 펼쳐지고 그 사이로 보이는 송이도와 안마도, 칠산도 갈매기 섬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7개의 올망졸망한 섬들을 한데 묶은 칠산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제 389호)로 지정돼 있다. 전망대에서 가파른 절벽길을 타고 해변으로 내려가자 갯내음이 상쾌하다. 바닷물이 만나는 해안에는 거북이 모습의 거북바위와 어머니와 아들이 껴안고 있는 형상인 모자바위 등 멋진 바위들이 솟아 있다. 개펄은 진흙과 모래가 적절히 섞여 물 빠진 개펄 위로 차를 몰고 달릴 수 있을 만큼 바닥이 단단한 게 특징. 개펄을 호미로 헤집으면 백합과 바지락, 맛 등 각종 조개를 잡을 수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관광지로는 정유재란 열부순절지와 숲쟁이 꽃동산을 비롯해 원불교 영산성지, 소태산 박중빈 생가,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등을 만난다. 정유재란 열부순절지는 정유재란 때 부인들이 왜군으로부터 화를 면하기 위해 서해바다에 투신, 순절했던 곳으로 이 곳에서 보는 서해 낙조가 매우 아름답다. 공기가 맑고 시원한 공원이 조성된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 생가는 잠시 쉬어가는 맛이 있다. 백제불교 문화의 진원지 불갑사와 함께 해변을 끼고 있는 나무 데크가 예쁜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도 둘러볼 만하다. 불갑산 기슭에 자리잡은 불갑사는 백제불교 문화의 진원지로 백제 불교의 정취가 그대로 살아 있다. ●풍성하고 맛깔스러운 먹을거리 먹을거리로는 영광의 대표 음식인 굴비백반을 비롯해 백합죽, 덕자찜 등이 유명하다. 백합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 있는 백합죽은 각종 약재를 넣어 따뜻하고 맛깔스럽다. 갖은 양념에 맛좋게 익힌 덕자찜은 영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을거리다. 굴비백반과 굴비구이를 파는 음식점이 많지만 굳이 백반을 시키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식당에서 기본 반찬으로 굴비구이가 나온다. 고두섬의 절경을 마주한 언덕 위에 있는 고두섬 횟집(352-0001)은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백합죽(7000원)과 백합탕(2만 5000원)을 비롯해 자연산 활어(5만원) 등 각종 싱싱한 자연산 회를 맛볼 수 있다. 영광굴비는 기본 반찬으로 맛볼 수 있다. 민박도 겸하는데, 최성수기에도 4인가족 기준으로 3만∼5만원이면 숙박이 가능하다. 이 집은 마파도 촬영팀 일부가 촬영기간 중 민박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법성포에 가면 예부터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랐던 영광 굴비를 만날 수 있다. 음력 3월경 칠산앞바다에서 잡은 산란 직전의 조기를 법성포에서 소금에 절여 건조시켜 맛이 독특하고 영양이 풍부한 영광 대표 특산품이다. 법성포 굴비거리에는 300여개의 굴비 판매점이 즐비하다. 크기에 따라 50만∼70만원짜리 굴비세트부터 3만∼5만원짜리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굴비특품 사업단(356-5667). 이 중 천연 옥물에 담가 굴비의 비린맛을 없앤 옥굴비(356-5002)가 맛있다.20마리짜리 굴비세트가 5만원으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절반가격에 좋은 품질의 영광 굴비를 살 수 있다. 가는 길은 승용차로는 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에서 나와 영광읍 방향(22번 국도)을 타면 된다. 대중교통은 서울·안양·안산·성남·이천에서 고속버스가 운행되며 3∼4시간 소요된다. 영광읍에서 가마미해수욕장까지 군내버스가 운행되는데 30분 걸리며 요금은 1900원이다. 영광터미널(351-3379). 영광군청 문화관광과(061)350-5208.
  • “울산 범바위 문화재 지정을”

    울산시 울주군 이진리 바닷가에 있는 특이한 바위인 범바위와 차일암을 비롯한 해안지형을 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울산시지리교사모임과 ‘울산생명의 숲’은 15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범바위와 차일암이 있는 이진리 해안지형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아름다운 해안지형이라며 지방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할 것을 울산시에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진리 일대 해안지형에 대해 최근 2개월여에 걸쳐 학술조사를 한 결과 중생대 백악기부터 몇억년에 걸쳐 형성된 학술·경관·역사적으로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서울근교 등반사고 급증

    서울근교 등반사고 급증

    서울에서 소방헬기가 출동하는 산악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189건이나 발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주5일제 근무 확산과 암벽 등반객 증가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돼 주의가 요망된다. ●주5일제근무, 산악사고 급증 서울시 소방방재본부는 올해 1∼6월까지 실족이나 추락사고, 심장질환 등 산악사고로 소방헬기가 출동한 건수는 189건으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발생한 157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산에서 발생하는 전체 산악사고 2002년 208건에서 2003년 239건,2004년 303건 등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이 가운데 실족과 추락 사고는 2002년과 2003년 각각 132건,136건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88건에 이어 올 상반기 94건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추락도 2002년 48건,2003년 61건,2004년 65건에 이어 올 상반기에만 50건이 발생했다. 산악사고가 많이 늘어나는 원인은 주5일제 전면 시행에 따라 등산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많이 몰려 자연스럽게 사고율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사실 북한산 등 서울 인근의 산들은 주말이면 등산하기가 힘들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북한산에서 실족사고 조심해야 장소별로 소방헬기가 가장 많이 출동한 곳은 북한산이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모두 202건이나 됐다. 다음은 관악산(79건), 수락산(74건), 도봉산(67건) 등 순이었다. 북한산은 입산객 수가 가장 많은데다 바위가 많아 암벽·리지 등반을 하다 실족·추락 사고가 많이 일어났다. 등산로 주변에 주점이 많은 관악산은 술을 마시고 등반하다 실족하는 주류 사고도 많았다. 수락산은 최근 리지등반 코스가 개발된 이후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경기 양주시 덕정 5일장-솔부추·콩된장 웰빙식품 ‘손짓’

    경기 양주시 덕정 5일장-솔부추·콩된장 웰빙식품 ‘손짓’

    지난 7일 오후 4시쯤 경기도 양주시 덕정역 앞 도로변에 있는 ‘덕정5일장’의 채소 장터는 40∼50대 여성 10여명이 시끌벅적 떠들어대고 있었다. 저녁 반찬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장에 들른 이들은 장터에 나온 솔(잎)부추·열무·오이·호박 등 여러가지 채소들에 대해 “싱싱하네.”,“시들시들하네.” 등 각자 품평을 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덕정 5일장의 꽃’은 단연 ‘솔(잎)부추’라고 할 수 있죠. 쇠고기 안심·등심 등 값비싼 고기집에 가면 참기름을 넣어 만든 소금장에 찍어 먹도록 야들야들하게 생긴 솔잎과 같은 채소가 나오잖아요. 그게 바로 ‘솔부추’라고 하죠.” 친구와 함께 찬거리를 고르던 주부 김민숙(47·양주시 회암동)씨는 “‘솔부추’는 일반 부추처럼 뻣뻣하지 않고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소스를 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피를 맑게 해 주고 피로 회복에도 뛰어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남자들이 먹으면 다음날 오줌 줄기가 집 앞 담장을 넘어간다고 해서 ‘월담초’라고도 불리고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고기맛 더해주고 피로 회복·정력에도 ‘그만´ 이 덕분에 ‘덕정장’의 최고 유명 브랜드는 ‘솔부추’로 꼽히고 있다. ‘쭉쭉 빵빵하게 빠진’ 줄기와 짙은 녹색을 띠고 있는 잎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솔부추’는 매운 맛을 내는 ‘알린’ 성분이 풍부하고 매콤한 향기가 진하다. 매콤한 향은 고기의 노린내를 없애고 입안을 개운하게 해 주기 때문에 고급 음식점에서 생채로 주로 이용된다. 몸을 덥게 해주는 보온 효과가 있어 피로 회복에 좋고, 피를 맑게 해 허약체질 개선과 성인병 예방 등에도 효과적이다. 가격은 단(200g)에 2000원 안팎이다. ●천연비료로 키워 ‘안전´ 박종서 양주 회천농협 전무는 “‘솔부추’는 솔잎처럼 생겨 ‘솔잎부추’, 실과 같다 하여 ‘실부추’, 칼슘·철분·비타민 함량이 풍부해 ‘영양부추’라고 하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건강식품”이라며 “중국에서 한반도로 건너온 ‘솔부추’가 남하를 하다가 산자수명(山紫水明)한 이곳에서 터전을 잡아, 양주가 사실상 원산지나 다름 없을 정도로 많이 재배되고 품질도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옆에 있던 최완석 상무도 “‘솔부추’는 집안 장독대 주변에 스스로 자라날 정도로 끈끈한 생명력을 지녀 병충해에 강하고 비료 대신, 거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잔류농약 조사에서 한번도 농약이 검출된 적이 없는 무농약 웰빙 식품”이라고 거들었다. ●100여년 역사… 하루 평균 5000여명 발걸음 양주시 덕정역 앞 도로변을 쭉 따라 자리잡고 있는 ‘덕정 5일장’은 100여년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깊은 장터. 경기도 북부지역을 주로 누비는 도부꾼 150여명이 2일과 7일에 한데 모여 채소·과일·의류·생선·생활용품과 잡살뱅이 좌판을 벌여놓고 손님들을 맞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오기봉(73·양주시 고읍동)씨는 “덕정장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동두천과 가까워 미군의 병참기지 역할을 하며 군인 관련 물품들이 넘쳐 흘러 꽤 흥청거렸다.”며 “하지만 우시장 등 가축시장이 없어지면서 장터도 급속히 쇠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아직도 장을 찾는 사람들이 하루평균 5000명을 넘을 정도로 5일장의 면모를 나름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콩간장 등 가정집서 담가 ‘덕정장’이 내세우는 또다른 ‘자랑거리’는 100% 콩된장·간장 가게.100% 자연산 콩된장·간장을 비롯해 콩된장·간장으로 삭힌 깻잎·고추, 청국장 환·분말가루 등 다양한 콩관련 상품들을 선보였다. 예부터 유명한 좋은 물로 된장과 간장을 빚고 있는 덕분이다. 인근 옥정(玉井)동의 경우 물이 좋아 ‘옥처럼 빛나는 우물’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정도로, 조선시대 때는 임금님들이 이 지역의 회암사에 들렀다가 꼭 이곳으로 와 물을 한번 마시고 갔다고 한다. 콩된장·간장을 판매하던 최수정(34·양주시 회정동)씨는 “이 콩된장은 공장이 아니라 가정집에서 직접 담그는 제품인 만큼 믿을 수 있고 우리 할머니나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데다, 된장을 담근 물에 철분이 없는 덕택에 된장맛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말한다. 값은 100g에 600원이다. ●박물관에 간 듯 민속공예품 즐비 민속공예 코너도 ‘덕정장’의 명물이다. 짚으로 만든 짚신과 쬐꼬마한 바지게·삼태기, 고리버들로 만든 앙증맞은 키, 왕골 바구니, 삿갓, 대나무로 만든 죽부인·카시트…. 비록 좌판을 벌여 놓고 손님을 맞고 있지만, 마치 ‘민속 박물관’에 와 있는 분위기에 빠져들게 한다. 가격은 대나무 카시트(2개) 1만 5000원, 죽부인 1만원, 키 5000원, 바지게 1만원, 왕골 바구니 1만원, 삼태기 7000원, 짚신 5000원 등이다. ‘덕정장’이 농협 직거래장터와 함께 사이좋게 ‘동거’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장터와 맞닿아 있는 회천농협 앞에서 농협측은 자두·참외·수박·감자 등 과채류와 식용유 등 가공식품 등을 내놓고 있고, 도부꾼들은 바로 옆에다 시게전·과일·건어물·의류·애완동물 등의 각종 좌판을 벌여놓고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다. 농협의 한 직원은 “이곳에서 장사를 하겠다는데 어떻게 말리겠느냐.”며 “크게 ‘환영’할 일이 아니지만, 서로 돕는다는 생각으로 우리 농산물 판매하는 데에만 신경을 쓴다.”고 털어놨다. 양주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찾아가는 길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1호선 의정부역에서 하차, 기차로 갈아탄 뒤 덕정역에 내리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강북지역에서는 서울시청에서 종로를 거치는 3번 국도를 타고 의정부를 경유하면 되고, 강남지역에서는 동부간선도로를 거쳐 3번 국도에 오르면 도착한다. 버스를 이용하려면 종로 5가에서 지선버스 1018번, 미아삼거리에서 1048번이나 광역버스 9019번 등을 타면 된다. ■ “솔부추 칼국수·만두 맛은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솔부추’는 양념장의 생채로 사용되는 것 외에도 칼국수·만두 등 다양한 식재료로도 쓰인다. 하지만 ‘솔부추’ 칼국수·만두는 아직 보편화되지 못한 게 흠. 현재 ‘솔부추’ 칼국수·만두를 선보이고 있는 곳은 경기도 양주시 옥정동의 ‘독바위 칼국수’(031-859-3191)가 유일할 정도다. ‘솔부추’ 해물 칼국수는 ‘솔부추’를 갈아 즙으로 만든 뒤, 밀가루와 함께 부어 반죽을 한다. 이때 일반 칼국수 반죽할 때보다 물을 바특하게 해야 제 맛을 낸다. 반죽이 끝나면 끓는 물에 새우·오징어·굴·만디기(미더덕)·바지락 등 5가지 이상의 해물과 호박·감자·당근·파 등 갖은 야채를 썰어 넣어 끓이면, 부추 향이 코를 살짝 자극하는 녹색을 띤 칼국수로 변신한다.‘솔부추’ 한 단(200g)이면 20인분 정도를 만들 수 있다. 가격은 1인분에 5000원이다. ‘솔부추’ 만두는 ‘솔부추’를 다져서 고기와 두부, 숙주나물 등을 섞어 만두피로 싼 뒤 삶으면 된다. 왕만두 형태로 1인분(6개)에 5000원. 이곳에서 만난 정용택(36·서울시 강서구 염창동)씨는 “볼일 보러 이곳에 들렀다가 이곳 사람들이 ‘솔부추’ 칼국수·만두가 맛있다고 하기에 한번 와 봤는데, 정말 맛이 일품”이라며 “물론 ‘솔부추’ 해물 칼국수가 그윽한 부추 향에다 쫄깃쫄깃한 면발이 입맛을 돋우지만,‘솔부추’ 만두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은 기가 막히게 좋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양주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29번국도-기암괴석과 해변

    29번국도-기암괴석과 해변

    올 여름은 29번 국도를 따라 달려보자. 충남 서산에서 전북 군산·부안을 거쳐 전남 담양·보성으로 이어지는 총연장 308.772㎞. 시원하게 뚫린 이 길은 우리를 위풍당당한 옛 성으로, 인자한 ‘백제의 미소’를 지어주는 마애불의 세계로, 고즈넉한 천년고찰의 품으로 안내한다. 기암괴석과 하얀모래가 절경을 이루는 해변과 끝없이 펼쳐진 대나무숲도 길손을 반긴다. 간월도의 어리굴젓, 부안의 백합죽, 담양의 대통밥 등 지역의 별미도 맛볼 수 있다. 길따라 맛따라 떠날 요량이라면 서해안을 끼고 있는 29번 국도를 택하는 게 제격이다. 이 나라 산하 어느 한 곳 버릴 게 있으랴만 이 곳은 특히 세상의 때가 덜 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더욱 정겹다. 오랜만의 여유와 낭만을 되찾아 보자.29번 국도가 바로 그에 이르는 길이다. 글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역사길을 따라 서산을 넘다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읍성 29번 국도를 타고 충남 아산을 지나 서산 방향으로 해미고개를 넘으면 해미시내다. 여기서 조금만 직진하면 사거리에서 개심사 방향으로 해미읍성(사적 116호)이 나온다.1417년 태종대에서 1421년 세종대에 걸쳐 축조된 이 석성(石城)은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읍성으로, 남쪽에는 정문격인 진남문이 있고 동서로 각각 동문과 서문이 자리잡고 있다. 해미(海美)라는 이름은 15세기 초 조선 태종때 정해현과 여미현을 합치면서 가운데 글자를 한 자씩 따서 지은 것. 성으로 쳐들어오는 적군을 막기 위해 성벽 둘레에 탱자나무를 많이 심어 예전에는 ‘지성(枳城·탱자성)’이라 불렸다. 해미읍성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충무공 이순신이 충청병사 군관으로 10개월간 근무했던 곳이기도 하다. ●역사의 한 서린 천주교 성지 해미읍성은 더없이 평화롭게 보이지만 역사의 한이 서린 곳이다. 대원군 시절부터 천주교 박해로 1000여 명의 천주교도들이 이곳에서 집단 순교했다. 진남문을 들어서면 수령이 300년이 넘는 회화나무(일명 호야나무)가 슬픈 역사를 증언하듯 버티고 서 있다. 천주교도들을 매달아 고문하고 교수형에 처하거나 활을 쏘아 처형했던 비운의 나무다. 지금도 이 나무에는 머리채를 매달았던 철사줄 흔적이 남아 있어 당시의 참상을 말해준다. 서문 앞 쪽 순교지에는 팔다리를 잡아들고 머리를 메쳐 살해한 ‘자리갯 돌’이라는 사형대와 생매장 순교지인 진둠벙이 그대로 남아 있다.‘진’은 죄인이 줄어 변한 말,‘둠벙’은 웅덩이의 충청도 사투리다. 진둠병 맞은 편에는 거대한 해미순교탑과 ‘무명 생매장 순교자들의 묘’가 있어 해마다 수많은 교인들이 찾아와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고귀한 넋을 기린다. 해미읍성 문화유산해설사인 조성옥(44)씨는 “해미읍성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와서인지 학생들의 단체 관람이 줄을 잇는다.”며 “주말에는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역사의 산 교육장”이라고 설명한다.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은은하게 퍼지는 ‘백제의 미소’ 서해안고속도로 서산나들목으로 진입해 운산을 지나 해미읍으로 가면 삼거리에 서산마애삼존불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에서 좌회전해 용현 저수지를 지나 계곡으로 들어가면 마애삼존불 입구가 나온다. 국보 84호인 서산마애삼존불은 가야산의 끝자락인 수정봉 북쪽 산중턱 거대한 절벽을 파내 만든 부조형식의 불상. 중국으로 가던 백제 사람들이 먼 길의 안녕을 빌었던 부처님이다. 백제 후기 작품으로 자연암벽에 새겨진 불상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얼굴 가득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부처상은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웃는 모습이 각기 달리 보이도록 조각돼 있다. 보호각 안에 들어 있어 자연광 속의 미소는 만날 수 없지만 내부에 조명기구가 갖춰져 각도에 따라 비춰보면 변화무쌍한 미소를 엿볼 수 있다. 서산마애삼존불 입구 위쪽에 있는 수림가든(041-663-3557)은 민물새우탕(1인분 7000원)을 시원하게 잘 끓인다. ●서산마애불 vs 태안마애불 서산마애삼존불만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태안읍 백화산 중턱에 자리잡은 태안마애삼존불(국보 307호)도 찾아가볼 만하다. 태안읍 로터리에서 원북·이원 방면으로 700m쯤 올라간 뒤 우회전해 1㎞남짓 가면 나타난다. 태안마애삼존불은 백제 초기 작품으로 우리나라 마애석불의 선구로 꼽힌다. 천진난만한 미소의 서산마애석불과는 또 다른 분위기. 뭔가 엄숙하고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태안마애석불 보호각 앞에는 일소계(一笑溪)라는 물줄기가 있어 산중의 운치를 더해준다. ●간월도 간월도는 원래 창리 포구에서 똑딱선을 타고 가야하던 섬이었다.1980년대말 천수만을 가로지른 서해안 방조제가 건설됨에 따라 육지와 이어졌다. 하지만 간월도 전체가 육지로 변한 것은 아니다. 남쪽 봉우리는 아직도 섬으로 남아 있다. 그 손바닥만한 섬에 간월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자리잡고 있다. 고려말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도를 닦다 어느날 달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치고 난 후 암자 이름을 간월암(看月庵)으로, 섬 이름을 간월도라 했다고 한다. 이곳은 옛 삼국시대에는 피안도 피안사로, 원효대사가 수행했던 곳이기도 하다. 하루 두번씩 밀물 때는 물이 차서 섬이 됐다가 썰물 때는 물이 빠져 작은 자갈길로 육지와 연결된다. 물이 가득 차면 마치 한 송이의 연꽃, 혹은 한 척의 배가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썰물 때를 기다려 간월암으로 건너가는 스릴이 있다. 해안을 끼고 있는 간월도 오뚜기횟집(041-662-2708)에서는 강낭콩·밤·은행·버섯 등을 넣은 영양굴밥(8000원)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 강의 끝·바다의 시작 부안전라북도 서남쪽에 위치한 부안땅은 국립공원인 변산반도를 끼고 있는 서해안 최고의 관광휴양지다.1988년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변산반도는 크게 해안가의 외변산과 내륙쪽의 내변산으로 나뉜다. 변산반도 국립공원은 국내 국립공원 가운데 유일하게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멋스러움을 더한다. 특히 격포 일대에는 채석강과 적벽강, 격포해수욕장 등이 모여 있어 관광명소로 이름이 높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성인 16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 ●변산반도 최고의 절경 채석강 변산반도의 절경은 역시 외변산의 채석강. 격포항 북쪽 닭이봉 아래 위치한 채석강은 강이 아니다. 해식단애로 말미암아 생긴 지층을 말한다. 중국 당나라의 시인 이태백이 술에 취해 뱃놀이를 하던 중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중국의 채석강에서 이름을 따왔다. 썰물 때 드러나는 해안단층은 마치 수만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 신기한 형상이다. 격포해수욕장에서 격포항 등대가 있는 곳까지 펼쳐져 있는 채석강은 물 빠진 바위에 붙은 바다생물과 해식동굴 등 이국적인 풍광이 눈길을 끈다. 하루 두 차례 물이 빠지는 간조 때 채석강을 거닐어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 될 듯. 해질 무렵 격포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장관이다. ●숫사자의 모습 닮은 적벽강 채석강에서 약 1㎞에 이르는 백사장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적벽강에 이른다. 적벽강은 중국 북송 때의 시인 소동파가 노닐며 적벽부를 지었다는 적벽강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채석강 북쪽의 적벽강 역시 강이 아니다. 후박나무로 유명한 격포리로부터 용두산을 감싸는 약 2㎞의 해안선을 일컫는다. 천연기념물 123호인 후박나무 군락과 수성당을 거느리고 있다. 적벽강 여울골절벽 위에 서 있는 수성당은 칠산바다를 수호하는 ‘계양할미’라는 여신을 모신 해신당. 절벽위의 수성당에서 굽어보는 위도와 칠산바다는 한 폭의 그림이다. 만물의 형상을 한 붉은 색의 기묘한 바위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 동굴이 조물주의 조화를 실감케 한다. 바다에서 바라본 적벽강의 모습은 숫사자를 닮았다. 그래서 ‘사자바위’라 불린다. 석양을 받으면 바위가 진홍빛으로 물든다. 채석강에 비해 찾는 이가 드물어 호젓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석강과 적벽강 사이에 격포해수욕장이 있다. 변산반도 서쪽 끝으로, 채석강과 적벽강의 절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격포해수욕장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물이 맑고 모래가 부드러워 인기다. 백사장 길이는 약 500m. 간만의 차가 심하지 않고 경사가 완만해 해수욕장으로선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전나무 숲길로 유명한 백제고찰 격포해수욕장을 지나 석포리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능가산 자락에 전나무 숲길로 유명한 내소사가 나타난다. 백제 무왕 34년 633년에 승려 혜구두타에 의해 창건된 고찰이다.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이 절에 들러 시주를 한 이후 내소사로 불려졌다는 설도 전한다. 일주문에서 천왕문 사이 600m 가량 이어지는 전나무 숲길은 월정사의 전나무 숲처럼 울창하진 않지만 산책코스로는 그만이다. 내소사에서는 관음봉을 올라 바위 능선을 타고 월명암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특히 유명하다. 월명암 뒤쪽에 자리한 낙조대에서 보는 서해 일몰 또한 장관이다. ●뭘 먹을까 부안의 맛은 이곳 특산물인 백합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백합은 조선시대부터 임금의 진상품으로 귀하게 여겨져온 명물. 부안군 변산면 새만금전시관 근처의 갈매기집(063-583-6060)은 백합죽의 일번지다. 백합죽은 보통 백합속살과 불린쌀, 김 등을 재료로 만든다. 하지만 이 집에는 특유의 비법이 있다. 이곳에서는 백합죽(8000원)외에 백합회·백합무침 등 백합과 관련된 모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 竹 펼쳐지는 담양 ●마을 있는 곳에 대숲 있다 “마을이 있는 곳엔 대숲이 있고, 대숲이 있는 곳엔 마을이 있다.” 이같은 말이 있을 정도로 전라남도 담양은 예로부터 죽향(竹鄕)으로 유명하다. 그런 대숲의 정취를 맛보기 위해 찾지않을 수 없는 곳이 바로 금성면 봉서리 대나무골 테마공원이다. 영화 ‘청풍명월’‘흑수선’, 드라마 ‘여름향기’ 등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청정호수 담양호를 중심으로 추월산과 금성산성 맥을 따라 고지산 골짜기로 쭉쭉 뻗어 올라간 대나무숲이 장관이다. ●죽림욕과 송림욕을 동시에 고지산 남서방향으로 부채살처럼 펼쳐진 3만여 평의 야산에는 맹종죽과 왕죽, 분죽, 조릿대(산죽) 등 각양각색의 대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청량한 대숲 바람 속에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대밭 샛길과 맨발로 황토 마사길을 걷는 소나무 산책로가 포인트. 대밭으로 둘러싸인 공터에는 그동안 이곳에서 촬영한 드라마와 영화 장면들을 사진으로 볼 수 있다.500여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야영시설도 갖추고 있다. 입장료 어른 2000원, 학생 1500원, 어린이 1000원.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061-383-9291. ●담양의 먹을거리 담양읍 백동리 담양공고 옆 죽향(061-382-0684)은 대나무통 영양밥을 잘 한다. 이곳의 대나무통 영양밥은 대통에 쌀과 대추, 은행, 밤을 넣고 불에 구워내 만드는 게 특징. 압력솥에서 쪄내는 것보다 한결 향기가 은은하고 씹히는 맛이 쫄깃쫄깃하다.1인분에 1만원으로 반드시 2시간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대나무골 테마공원에서 자동차로 5분거리, 담양온천 입구 삼거리에 있는 맛선한정식(061-383-9393)에서는 갈치정식(1만원), 병어조림(1만 3000원)등 신선한 생선요리를 내놓는다.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7)무학대사와 ‘정감록’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7)무학대사와 ‘정감록’

    ‘정감록’엔 이른바 삼절운(三絶運)이 예언돼 있다. 조선왕조의 운수가 세 번 끊길 위험에 처한다는 것인데,“이씨의 운에 세 개의 비밀스러운 글자가 있으니 소나무, 집, 그리고 밭이라(李氏之運 有三秘字 松家田三字也)”고 한 구절이 그것을 집약하고 있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소나무, 집, 그리고 밭이 최적의 피란처란 뜻이다. 소나무(松, 명나라 장수 李如松) 덕택에 임진왜란을 넘길 수 있었으며, 병자호란은 겨울철에 일어난 전쟁인 데다 단기간의 전쟁이라 집에 조용히 머문 사람은 무사했고 멀리 피란간 사람들은 도리어 혹한을 만나 얼어 죽었다는 이야기다. 밭이 피란처가 되는 것은 세 번째 위기가 닥쳐올 때라고 했다. 위기가 닥쳐올 시기에 대해 “해를 헤아려보면 세 번의 전쟁은 원숭이, 쥐 또는 용해에 일어난다.(考基年數 則兵在申子辰)”고 했다. 임진(辰)·병자(子)는 이미 역사적 사실로 입증됐기 때문에 원숭이해가 언제인가로 초점이 모아졌다. 조선 후기 기득권층은 그 해가 언제냐며 전전긍긍해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왕조의 종말을 바라던 사람들은 이 예언에 큰 희망을 걸었다. 그런데 전혀 뜻밖에도 이 예언을 남긴 사람은 무학대사(無學大師)라고 했다. 무학이라면 태조 이성계의 왕사(王師)로 한양 천도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조선왕조의 멸망 시기를 예언했다니 갑자기 어리둥절해진다. 무학은 정말 조선 왕조의 멸망을 예언했을까. 만일 그런 일이 없었다면, 언제 누가 왜 무학의 이름을 판 것일까.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 사실 태조 이성계는 무학에게 정신적으로 적잖이 의지했다. 이 점은 ‘조선왕조실록’에서도 확인된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태종 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일으켜 실세로 등장하자 이성계는 왕위를 버리고 고향땅 함흥으로 낙향했다. 이것은 태종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의 표현이었고, 따라서 태종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정치적 부담이었다. 태종은 부왕을 다시 서울로 모셔오지 않으면 안 됐고, 그래서 여러 차례 함흥으로 사신을 보냈다. 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항간에는 태조가 함흥으로 내려온 사신을 모조리 잡아 죽였다고도 한다. 어딜 가서 아무 소식도 전하지 못하는 경우 ‘함흥차사’(咸興差使)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 유래는 태종 때의 복잡한 사정을 반영한다. 태조의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던 태종은 마침내 무학대사를 함흥으로 보냈다. 평소 태조는 무학을 한없이 공경하고 믿었기 때문에, 그를 통해서라면 태조의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태종2년 11월9일 무자). 과연 무학의 설득은 효과가 있어 얼마 후 태조는 다시 서울로 말머리를 돌렸다. 그 만큼이나 태조는 무학을 존경했고 인간적으로 신뢰했다. 몇 년 뒤 무학이 타계하자 태조는 아들 태종에게 부탁해 무학에게 묘엄존자(妙嚴尊者)라는 시호를 내리게 하였다(태종 10년 7월12일 정축). 마지못해 태조의 뜻을 따르기는 했지만 태종은 실상 무학을 우습게 여겼다. 태종의 눈에 비친 무학은 한낱 평범한 승려에 불과했다. 조선 초기의 역사 기록을 살펴보면, 무학은 설법(說法)에 뛰어나지 못했다 한다. 한 번은 궁중에서 선(禪)에 관해 가르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무학은 불교의 종지(宗旨)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그 자리에 있던 여러 스님들의 애를 태웠다는 것이다(실록, 태조 1년 10월11일 기미). 그 자신 선승(禪僧)이었지만 참선에 관해 별로 많이 알지 못했다는 악평인데, 물론 이것은 태종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에 의해 왜곡된 평가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태조는 무학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태조는 무학이 머무는 회암사(檜巖寺)를 찾아가 숙식을 함께 하기도 했고, 그를 스승으로 받들어 계(戒)를 받고 심지어 대사의 생활방식을 본 떠 일체 육식을 끊어버리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질문을 제기된다. 무학의 어떤 점이 태조를 그렇게까지 매료시켰을까. 역사적 기록을 자세히 검토해보면, 두 사람이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큰 구실을 담당한 것은 풍수지리에 관한 무학의 전문적 지식이었다. 태조는 즉위 초 계룡산 천도를 검토했다. 당시 무학은 태조의 측근에서 계룡산의 풍수지리를 검토했다. 결국 그는 천도를 반대하게 되었고(실록, 태조 2년.2월11일 병술), 계룡산 천도도 무위에 그쳤다. 그 뒤 한양이 새 수도의 후보지로 떠올랐고 그 때도 태조는 무학의 의견을 물었다.“이 곳은 사면이 높고 수려(秀麗)하며 중앙이 평평하므로, 성을 쌓아 도읍을 정할 만합니다.”(실록, 태조 3년.8월13일 경진) 이러한 무학의 찬동에 태조는 무척 만족했다. 왕은 정도전·하륜·이양달 등에게도 명령해 천도문제를 함께 결정짓게 했다. 무학은 북한산에 올라 한양의 풍수를 살폈다. 그 때 무학이 미래의 도성 풍경을 조망한 곳은 삼각산의 하나인 만경대(萬景臺)였다. 거기서 한양 쪽을 내려다보면 만 가지 모습이 한 눈에 보인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무학이 나라의 도읍터를 살폈기 때문에 국망봉(國望峰)이라고도 한다. 일설에 따르면, 그 때 무학은 인왕산을 주산으로 삼고 북악을 좌청룡(左靑龍), 목멱산(남산)을 우백호(右白虎)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정도전(鄭道傳) 등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북악이 주산이 되었다 한다. 무학은 정도전 등과 더불어 한양 천도의 일등 공신이었다. 도읍을 옮기는 문제는 가벼운 일이 아니었지만 태조는 이를 서둘렀다. 그는 고려 말 갑자기 중앙정계에 등장한 신흥세력이었기 때문에, 고려의 수도 개성에 포진한 해묵은 귀족 세력들이 눈엣가시처럼 느껴졌다. 무학은 왕의 그런 심중을 정확히 헤아려 한양천도를 적극 도왔다. 이로써 무학은 태조와 하나가 되었다. ●무학대사는 갈수록 높이 평가돼 무학은 실제로 풍수지리에 능통했다. 그런데 후대로 갈수록 풍수 및 예언에 관한 그의 능력은 더욱 미화되었다.17세기 중반 대신(大臣) 송시열(宋時烈)은 효종 임금 앞에서 조선시대의 3대 풍수지사를 거론하는 일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첫 손가락에 꼽힌 사람은 무학(無學)이었다. 나머지 둘은 이의신(李懿信)과 박상의(朴尙毅)라고 했다.(‘실록’, 현종 개수 즉위년 7월3일 임술). 이것은 아마도 당대 지식인들의 일반적인 평가로 봐도 좋을 것이다. 후대 사람들이 무학을 높이 평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조선왕조의 기틀이 확고해지면서 건국의 주역들이 신성화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태조 이성계는 신성한 왕으로 자리매김되었다. 그런 가운데 태조를 가까이서 보좌한 무학은 신인(神人)으로 기려졌다. 태조와 무학의 특별한 관계를 상징하는 설화도 많이 생겨났다. 예컨대, 무학이 스승 나옹화상과 함께 왕후(王侯)가 배출될 명당과 장상(將相)이 나올 명당을 봐두었는데 무학이 이성계에게 이를 알려주었다는 이야기다. 이성계는 무학의 말을 듣고 아버지 이자춘의 묘를 잘 써서 왕이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왕건 가문과 도선의 관계를 꾸민 설화를 연상케 한다. 설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나이를 고려할 때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둘째, 수도 한양이 명실공히 모든 분야에서 조선왕조의 중심이 됨에 따라, 도읍을 정하는 데 기여한 무학의 능력이 과장되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왕십리에 관한 설화도 탄생했다. 한양에 도읍하려고 했을 때 무학은 왕십리 자리에 궁궐을 지으려고 하였다는 것이다. 사실 무학은 인왕산을 주산으로 삼았으므로, 이런 일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설화에 따르면, 무학은 왕십리에서 검은 소를 타고 지나가던 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소를 때리면서 무학만큼이나 미련하다고 꾸짖었다. 이에 무학이 노인에게 가르침을 청했고 십 리를 더 가라는 깨침을 얻어 왕(往)십리라는 지명이 생겼다 한다. 어떤 설화에서는 그 노인이 신라의 고승 도선 국사였다고 한다. 물론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그렇긴 해도 이 설화에는 한두 가지 숨은 뜻을 담고 있다고 본다. 한양의 궁궐터를 정하기가 쉽지 않았던 사실이 암시되어 있고, 풍수지리의 대가였던 도선과 무학은 죽음의 세계를 뛰어넘어 서로 통한다는 믿음이 보인다. 그런가 하면, 이런 신이한 우여곡절을 통해 얻은 도읍인 만큼 한양은 최고의 수도라는 뜻도 있는 것같다. 이런 주장과 믿음은 조선시대 일반 민중의 의식세계를 반영한다. 그것이 정말 옳으냐 그르냐하는 문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셋째, 풍수지리에 관한 무학의 능력이 점차 과장되면서 그가 생전에 발휘하지 못한 다른 능력까지도 재평가되었다. 해몽을 잘해 이성계의 즉위를 미리 알아 맞혔다는 전설은 그 가운데 하나다.(‘대동기문’) 인왕산 선바위에 얽힌 전설은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무학은 애초 조선왕조가 5백년 뒤 망할 줄 알았기 때문에 나라의 수명을 늘리려고 선바위에 와서 천일기도를 하였다는 것이다. 만일 선바위가 한양도성 안에 포함되면 그것이 가능하다는 신령의 계시를 받았으나, 정도전의 주장에 밀려 무학의 주장은 관철되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무학은 장차 불교가 유교에 억눌려 지내게 되고, 나라의 수명도 500년에 불과하게 되었다며 통탄했다. 선바위에 관한 전설 역시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무학의 예언 능력이 조선후기 민중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선은 유교사회가 된다는 예언은 실제의 역사적 상황을 반영해 꾸민 이야기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국운이 500년에 그친다는 예언은 많은 민중의 희망이기도 했다. 그들은 한 편으로 조선왕조와 수도 한양의 번영을 바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조선사회의 각종 모순이 해소된 새 나라를 꿈꾸었다. 이런 소망은 왕조의 종말에 관한 예언 설화를 낳았고, 그 중심에 무학이 자리잡게 되었다. 무학의 신이한 예언 능력을 소재로 한 설화는 전국 여러 곳에 있다. 부평의 원통골이나 부산의 강선대(降仙臺)의 지명 설화는 해당 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설명하면서 무학의 예지능력을 강조한 경우다. 그밖에 서산의 나무 설화는 특정한 나무를 대상으로 해 세상의 운명을 예언한 것이다. ●무학은 예언과는 거의 무관한 고승 역사적 기록을 자세히 검토해 보면 무학은 예언가가 아니었다. 경남 합천 삼가 출신인 그는 젊은 시절 원나라의 수도에서 인도승려 지공(志空)을 만나 불법을 배웠고, 뒤에 고승 나옹(懶翁)의 지도를 받았다. 그는 태조의 두터운 신임으로 왕사(王師)가 되어 한양천도를 도왔다. 그러나 세상사에 깊이 관여한 흔적은 없다. 무학은 주로 회암사에 조용히 머물다가 태종 5년(1405) 금강산 금강암에서 세수 78세, 법랍 62세로 입적하였다. 비록 풍수에 능통하긴 했지만, 사사건건 세상일에 관심을 두었다고 볼 근거는 조금도 발견되지 않는다. ●무학을 둔갑시킨 술사들 하지만 후대에 이르러 무학은 풍수지리와 예언의 대가로 부풀려졌다.16세기 후반, 무학이 타계한 지 약 180년쯤 지났을 때, 불현듯 그가 저술했다는 ‘도참기’(圖讖記)가 한양에 등장했다. 그 때는 고질적인 당쟁이 시작된 데다 일본과의 관계가 경색되기 시작해 안팎으로 무척 어수선하였다. 이런 판국에 누군가 무학의 명성을 빌려 국가의 장래를 논하였다고 하겠다. 무명의 술사가 실은 ‘도참기’의 저자였을 것이다. ‘도참기’는 임진왜란을 전후해 상당히 널리 퍼졌다. 그런데 처음에는 누구도 그 내용을 명확히 해석하지 못했다. 그만큼 난삽했다. 예컨대, 임진년에 대해 “악용운근(岳聳雲根) 담공월영(潭空月影) 유무하처거(有無何處去) 무유하처래(無有何處來)”란 구절이 적혀 있었다. 이 구절은 한바탕 왜란을 겪은 뒤에야 명료해졌다. 결론적으로 말해, 신립(申砬) 장군이 충주에서 패전해 그 군사들이 월낙탄(月落灘)에서 몰사한다는 내용으로 풀이되었다. 왜 그런가. 첫 구절의 ‘악’(岳)은 곧 ‘유악강신’(維岳降申)이므로 신(申)이다.‘용’(聳)은 ‘입’(立)과 같은 뜻이라 입(立)이다. 그리고 ‘운근’(雲根)은 돌(石)이다. 따라서 ‘악용운근’(岳聳雲根) ‘신립’의 이름이다. 다음 구절인 ‘담공월영’(潭空月影)은 ‘달이 여울에 떨어지다.’(月落灘)는 뜻이다. 달리 말해,‘물에 빠져 죽는다.’는 말이다. 마지막 두 구절은 ‘도성의 백성들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모두 피란 간다.’,‘왜구가 입성(入城)한다.’는 말로 해석된다(실록, 선조 25년 4월30일 기미) 물론 이런 해석은 사후 약방문이었다. 억지스러운 면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임진왜란을 계기로 무학의 예언가적 능력에 새삼 주목했다. 실제로는 어느 술사가 무학의 이름을 빌려 저술한 ‘도참기’였을 텐데 그 위력에 힘입어 예언가 무학의 명성은 더욱 빛났다. 역사에는 이런 아이러니가 있다. 서양 중세의 도서관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저자로 내세운 위서(僞書)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고 하지 않은가. 한 때 장안의 화제가 됐던 ‘도참기’는 남아 있지 않다. 워낙 알쏭달쏭한 내용이라 해석이 어려워 임란과 함께 수명을 다한 것 같다. 그 대신 오늘날에는 ‘정감록’의 일부로 돼 있는 ‘무학비결’이 전한다. 눈을 부릅뜨고 ‘무학비결’에서 ‘도참기’의 흔적을 살폈으나 허망한 노릇이었다. ‘무학비결’은 조선왕조의 멸망에 초점을 맞춰 말세의 징후를 논의한 예언서다. 주요한 내용은 ‘정감록’에 실린 다른 예언서들과 대체로 일치한다. 조선왕조의 국운을 약 400년으로 봐 “앞의 360년” 즉 18세기 말까지는 국정이 비교적 순탄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그 뒤 56년은 물과 불이 서로 살아주기 때문에 백성들이 난리를 깨닫지 못하고 재상은 쓸모없는 글만 숭상하니 가히 풍요롭고 태평하나 방백(方伯)과 수령(守令)은 위에서 도둑질하고 아전과 군교(軍校)는 아래에서 약탈을 일삼으니 백성들이 불안하여 들에 살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18∼19세기의 실제 상황과 대체로 일치한다. 그 사실로 미루어 보면 ‘무학비결’이 저술된 시기는 그 때가 아니었을까 한다. 조선의 운명이 다할 무렵에 대해선 “신인(神人)이 두류산(頭流山)에서 도읍을 옮기는 계책을 세우고 200년이나 국운을 연장시킬 것”이라고 했다. 두류산 즉, 지리산에서 혁명의 기운이 무르익지만 그것은 매우 서서히 진행된다고 보았다.“때에 무(武)는 강하고 문(文)은 약하여 가히 임금이 임금이 아니요 신하 또한 신하가 아니라 슬프도다.” 조선의 마지막은 무인정권이 장식할 것이라는 예언이다. 역사적 사실과 동떨어진 내용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무학비결’이 저술된 시기를 좀더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다. 새로 오군영이 설치되어 수도 방어가 강화되던 18세기 말 이후, 외세의 침입이 노골화되기 직전인 1860년대까지 저술되었다고 추측된다. 누누이 말했듯 18∼19세기엔 술사와 그들에게 협력한 승려들이 다양한 예언서를 생산 유포했다. 그들은 새로운 예언서들에 근거해 때로 반란을 획책했다.‘무학비결’은 바로 그런 예언서의 일종이었다. 고승 무학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지만, 풍수와 예언으로 이미 명성이 높아진 무학의 이름을 빌려 술사들은 민중을 포섭하려 했다. 그러잖아도 민중들은 설화 속의 무학같은 신승(神僧)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무학비결’의 창작은 사회적 여망에 부응하는 행위였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열린세상] 학교 성폭력 은폐자 파면하라/강지원 변호사

    익산에서 또다시 학생 집단성폭력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월13일 익산J중학교 남학생 2명은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을 도루코칼로 위협해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이 J중학교는 지난 4월, 그로부터 1년여전에 일어났던 학생 집단성폭력사건을 은폐했다가 뒤늦게 들통이 났던 바로 그 학교다. 은폐 사건의 진상은 지난 7월6일 밤 방송된 KBS2 TV 추적 60분에서 관계자들의 생생한 진술에 의해 사실로 드러났다. 경위는 이렇다. 이 사건은 지난해 5월5일 이후 8월까지 4차례에 걸쳐 4개 중학교 남학생 8명에 의해 여중생에게 저질러졌다. 그들은 밖에서 순서를 정하기 위해 가위, 바위, 보까지 했다. 불량서클 명칭은 ‘끝없는 질주’였다. 이 사건은 그로부터 1년도 더 지난, 금년 4월에야 경찰수사에 의해 전모가 밝혀졌다. 피해자의 부모도 그제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부모를 더욱 기막히게 한 것은 학교당국은 훨씬 전부터 사건내막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은 부모에게 일체 비밀에 부친 채 다른 이유를 들어 타학교로 전학가라고 강요했고 부모는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까지 그같은 끔찍한 일을 당한 피해 여중생은 9월 들어 가출, 무단결석을 보름 정도 했다. 그러곤 9월말 학교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때 학생의 기억으로는 학교측이 무단결석사실과 함께 “○○○와 안 좋은 소문이 있던데 사실이냐.”며 집단성폭력사건을 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할 수 없이 “예”라고 대답했고 나중에는 자술서까지 써냈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측은 이 부분에 대해 당시 성폭력사실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학교측의 이같은 변명은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다른 중학교에 다니는 한 가해학생 부모가 지난해 10월7일 학교에 불려가 그같은 사실을 통보받았고 그날 J중학교 관계자도 그 학교에 왔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무료법률지원팀은 그외에도 생생한 증언들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다. 자,이런데도 학교측은 계속 ‘오리발’을 내밀 것인가. 그래서 이제는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빠져 나갈 생각인가. 또 성폭력이 아니라 단순한 성관계인 줄, 심지어 화간인 줄 알았다고 계속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할 것인가? 도대체 한 장소에서 한 명도 아닌 8명이 교대로 그랬는데도 화간이었다고? 그리고 당시에 여학생이 반항을 안 한 점이 이상하다고? 그렇다면 그것이 반항을 안 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 그 기막힌 상황에서의 여자아이의 심리를 그렇게도 상상할 수 없단 말인가? 그 아이는 지금도 언제 치유될지 모를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대인공포증, 불면증,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그게 화간이었다고? 그래서 은폐조작했다고? 그게 바로 교육자의 양심이고 교육적 조치란 말인가? 도대체 교육부장관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전북도 교육감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선진국에서 이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2차,3차 재발을 막기 위해 이미 총력전에 나섰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 교육계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아니 직위해제 2달만에 어느새 복직까지 시켜 줘 네티즌들의 몰매까지 맞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그러니 똑같은 사건들이 또 발생하는 것이다. 더 말할 것이 없다. 지난 사건부터 전면 재조사하라. 그리고 은폐관계자들을 색출해 가차없이 파면하라. 직접 조사했다며 은폐가 없다고 보도자료를 낸 익산교육청 책임자들, 공립·사립을 막론하고 학교책임자들을 모두 파면하라. 세상에 사건사고는 늘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똑 부러지게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중의 한 가지가 범죄보다 더 나쁜, 은폐라는 더 큰 범죄를 막는 일이다. 피해여중생은 나에게 편지를 보냈다.“선생님의 ‘선’자는 먼저 ‘선’자 아닌가요? 저보다 적어도 10년은 더 사신 분들이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선생님들이 더 원망스러워요. 제 억울함을 풀어 주실 거죠?”라고. 강지원 변호사
  • 그때그때 다른 휴가지 패션

    그때그때 다른 휴가지 패션

    휴가지에서는 여유를 꿈꾼다. 그리고 평상시와 다른 패션을 꿈꾸기도 한다. 화려한 무늬와 강렬한 컬러로 장식한 휴가지 패션. 장소에 따라 어떻게 코디할까. 진행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해변에서 선명한 색상은 해변에서 가장 잘 어울린다. 최고의 색상은 단연 바다의 푸른 빛과 어울리는 남색과 하얀색. 최근에는 바다빛을 띠는 터키 블루와 골드도 포인트 컬러로 많이 활용되는 추세다. 자연을 닮은 초록색이나 하와이안 셔츠의 커다란 꽃무늬도 잘 어울린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에 팔랑이는 스커트와 고급스러운 7부 바지도 좋다. 일교차가 큰 바닷가에서는 보온을 위한 긴 소매 재킷이나 카디건을 꼭 준비할 것. ■ 계곡에서 지형이 험한 산으로 가거나 바위가 많은 계곡으로 휴가를 떠날 때는 긴 바지가 기본이다. 움직임이 자유롭도록 주머니가 많은 유틸리티 바지(카고 바지)를 입는 것도 좋은 옷차림. 안전을 위한 실용성도 생각해 굽이 높지 않고 발에 딱 맞는 스니커즈나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스포츠 샌들을 준비한다. 무겁지 않은 천소재의 미니 크로스백이나 힙색을 활용해 꼭 필요한 소품도 챙기고, 활동성도 높이자. ■ 도심에서 도심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은 호텔의 패키지. 냉방이 잘 되고 약간은 건조한 도심의 호텔에서는 칠부 소매나 긴소매를 입는 것이 좋다. 지나친 노출은 삼가고 호텔 시설을 이용하기에 무리가 없는 옷을 고르는 것이 포인트. 여성스러운 피케 티셔츠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스니커즈나 조리를 신으면 감각있는 패션을 연출할 수 있다. 가벼운 천소재의 가방이나 귀여운 캔디 컬러의 액세서리가 발랄한 휴가패션으로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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