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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긋불긋 단풍향연

    울긋불긋 단풍향연

    늦더위가 가시지 않았지만 전국의 명산에 붉은 물이 들기 시작했다. 지난주 초부터 설악산 대청봉을 시작으로 단풍 색이 난 뒤 하루 평균 20㎞ 속도로 남하 중이다. 단풍의 시기는 산 전체로 볼때 20% 정도이면 첫 단풍,80% 이상 물 들면 절정기로 친다. 올 단풍은 가뭄과 늦더위 등으로 때깔이 기대치에 다소 못미친다는 평가다. 하지만 명산 인근 자치단체는 다채로운 단풍 축제를 마련, 행락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 강원·제주권-설악산 중순쯤 절정… 속초, 등반 등 7개 행사 설악산에는 단풍 파도가 넘실거린다. 지난달 29일 설악산 대청봉 주변의 나무들이 붉은색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아직 대청봉 정상에 머물며 화려한 단풍의 자태를 느끼지는 못하지만 이달 중순쯤이면 설악산 전체의 80% 숲이 단풍으로 물들 전망이다. 설악산의 단풍은 예년에 비해 3일가량 늦은 12∼27일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대산·치악산국립공원도 설악산보다 3∼7일 늦은 기간을 두고 단풍이 절정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속초시는 16일부터 온천대축제, 설악문화제, 전국산악인 등반대회 등 무려 7개 축제를 한꺼번에 열어 풍선한 볼거리, 먹을거리를 선보인다. 바다 건너 한라산의 단풍은 17일부터 시작돼 다음달 말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영실 지역의 오백장군 바위들과 단풍이 어우러진 모습은 자연이 빚은 한 폭의 동양화로 손색이 없다. ■ 충청권-속리산 송이백숙 군침… 월악산에선 산사 음악회 충남 공주 계룡산은 21일 첫 단풍이 들어 31일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춘 마곡사 추 갑사’로 불릴 만큼 단풍으로 유명한 갑사에서는 25일 ‘산사음악회’가 열린다. 이 날 ‘괘산대제’가 열려 폭 9.5m 길이 13m의 국보 298호 ‘삼신불괘불탱화’가 사찰에 걸려 장관을 이루게 된다. 갑사 입구에는 음식점이 널려 있고 산채비빔밥이나 도토리묵 등을 맛볼 수 있다. 충북 속리산은 19일 첫 단풍이 들어 다음 달 2일 절정을, 월악산은 15일 첫 단풍이 27일쯤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속리산 잔디공원에서는 25·26일 ‘속리축전’이 열려 큰굿과 줄타기, 산신제 등이 펼쳐진다. 법주사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송이백숙과 버섯 한정식 등이 입맛을 돋운다. 월악산 덕주사에서는 4일 웅산, 김도향, 김범용 등이 출연하는 산사 음악회를 연다. 월악산은 수안보 주변에는 오리 샤부샤부 음식점이 많고, 제천 송계계곡에 토종닭과 민물매운탕 음식점이 계곡을 따라 널려 있다. ■ 호남권-내장산 절경 으뜸… 장성, 단풍숲거리공연 등 푸짐 단풍이 아름다워 ‘조선8경’의 하나로 꼽힌 내장산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단풍 관광 1번지. 내장산과 백양사가 위치한 백암산 등은 단풍철을 맞아 올해도 전국에서 수십만명의 단풍 행락객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지리산도 노고단 등지로 향하는 등산객으로 만원을 이룰 전망이다. 장성군은 11월1∼2일 백양사 일대에서 단풍등산대회, 단풍숲거리공연, 산사음악회, 예술단 공연, 장터 개설 등 장성백양단풍축제를 연다. 장터에서는 특산물인 곶감, 감, 김치, 청국장, 말린 산나물 등 전통음식을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 단풍축제를 둘러본 뒤 차량으로 30분 거리인 광주 무등산도 오를 수 있고 주변 음식점에선 동동주와 산나물 무침 등 토속음식을 즐길 수 있다. 지리산 밑자락 음식점에는 각종 산채와 촌닭 백숙 등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 영남권-청송 절골계곡 물안개는 덤… 문화사과잔치 눈길 경북 청송 주왕산은 20일쯤 단풍 옷을 갈아 입기 시작해 이달 말∼11월 초까지 화려한 자태를 한껏 뽐낼 것으로 보인다. 대전사∼제3폭포 3.8㎞ 탐방로는 단풍으로 뒤덮여 장관을 이루게 되며 절골∼가메봉 5.5㎞ 탐방로는 단풍이 기암괴석과 함께 어우러져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절골 계곡 깊숙한 곳에 자리한 주산지는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단풍이 어우러져 새벽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24∼26일에는 주왕산으로 들어가는 길섶에 자리한 청송민속박물관 인근에서 청송 사과와 문화를 주제로 한 ‘청송문화사과 축제’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주왕산 인근에는 달기 약수를 이용한 닭백숙집이 즐비하다. 대구 팔공산에서는 24∼28일 동화집단시설지구 일대에서 팔공산 단풍길 걷기, 팔공가요제 등 단풍축제를 연다. 팔공산에는 ‘한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입시기도처 1번지로 유명한 갓바위 부처가 있어 가을마다 팔공산은 기도객과 단풍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가뭄과 늦더위 등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단풍잎에 검은 반점이 나타나고 잎 전체가 말라 들어가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면서 “전국의 주요 명산도 단풍이 다소 늦어지면서 때깔이 예년 수준 정도에 그치거나 이에 못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전국종합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41) 경남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41) 경남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은 지리산 주능선 상의 세석과 장터목으로 길이 닿아 늘 등산객들로 분주하지만 옛날 옛적엔 천왕봉에서 기도를 올리려는 무당들로 붐볐던 곳이라고 한다. 백무동이란 이름도 ‘100명의 무당이 살았다’는 뜻의 ‘백무(百巫)’였다가 무관이었던 전주 이씨가 들어오면서 백무(白武)로 그 뜻이 바뀌었다. 지금은 22가구쯤 살고 있으며 3분의2가 민박과 식당을 겸한다. 그중 원주민은 절반도 안 되는데 “장사할 줄 몰랐다.”는 게 그 이유. 주로 머루, 오미자, 당귀 등을 채취하며 살았던 원주민들은 뒤늦게 민박 대열에 합류했다. 산행인구가 늘어난 건 1980년대 중후반부터였지만 자연보호구역으로 묶여 시설 확충을 하지 못하다가 김대중 정부 때 취락지구로 변경, 약 4년 전부터는 펜션단지로 조성되다시피 했다. ●마을이름 百巫→무관가문 白武로 백무동의 대표적 등산로는 한신계곡과 하동바위 코스로 각각 나뉜다. 약 6.5㎞의 한신계곡은 첫나들이폭포, 가내소폭포, 한신폭포 등을 품고 있어 여름철 계곡산행 코스로 인기가 높다. 청류와 어우러진 가을 단풍도 멋스럽고 북사면 특유의 겨울 설경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석대피소를 앞둔 1㎞가 바위너덜로 이뤄진 급경사여서 오르는 데 곤욕을 치르곤 한다. 장터목대피소로 이어진 하동바위 코스는 길이 5.8㎞로 등산로 중간에 하동바위가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 남쪽의 중산리 코스와 더불어 천왕봉을 오르려는 등산객들로 사시사철 붐비는 길이다. 계곡은 거의 없이 무던한 능선길에 가깝다. 식수는 중간 지점의 참샘에서 보충할 수 있다. 몇 해 전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심야버스가 생기면서 새벽 산행을 즐기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그 외 한신계곡의 가내소폭포 즈음 해서 장터목까지 오르는 한신지계곡이 있지만 현재는 비법정탐방로로 묶여 산행을 할 수 없다. 어느 코스든 주능선까지 오르려면 넉넉히 4시간은 잡아야 한다. 특히 요즘은 쑥부쟁이와 구절초가 절정을 이루고 있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전주 이씨의 후손으로 6대째 백무동에 살고 있는 이봉수(52)씨는 어린 시절 동네 어른한테 전해들었던 호랑이에 관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디선가 ‘사르르’ 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긴 꼬리의 호랑이가 동네에 자주 나타났다. 아주 더울 땐 밤중에라도 계곡에 내려가 친구들과 물장구를 쳤는데, 어른들이 물동이를 시끄럽게 두들기며 내려와 아이들을 데려갔다. 그럴 때마다 길 위로 올라와 계곡을 내려다보니 바위 위에 호랑이가 앉아 있더라는 것. 아이들 노는 걸 구경했는지, 아니면 먹잇감으로 생각한 건지, 커다란 불덩이(안광)가 덩실 춤을 추다 산으로 올라가곤 했단다. ●펜션 편리함·초가집 흙냄새의 어울림 18년째 택시기사로 일하는 이봉수씨는 백무동 한쪽에 ‘장터목펜션’을 열었다. 몇 해 전만 해도 신축 허가가 나지 않아 묵혀 뒀던 땅이다. 쥐 오줌이 얼룩진 옛 민박집에 비하면 요즘의 백무동은 그야말로 최신식이다. 먹고 자고 씻는 일이 편해져 하룻밤 묵어가기 좋다. 특히 이씨의 펜션에 주차를 하고, 그의 택시로 성삼재 이동, 주능선 종주를 마친 다음 다시 백무동으로 하산, 역시 이씨의 펜션에서 식사까지 한 후 차량 회수를 해가는 이들이 많아, 이씨도 산행객들도 편해진 게 사실이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펜션으로 바뀐 민박집이 좋은 건 분명하지만, 그래도 굳이 불편을 감수하며 낡은 흙집을 찾는 이들도 있다. 초행이라면 찾기도 힘든 백무동 골목 안 ‘초가집’은 상호 그대로 60년된 초가집이다. 짚으로 얹은 지붕엔 아직도 굼벵이가 산다. 건강 때문에 내려왔지만 이제는 각처에서 찾아오는 산사람이 좋아 평생 머물기로 작정했다는 초가집 내외는 펜션보다 훨씬 저렴한 숙박료를 장점으로 꼽는다. 그러나 단골 산꾼들은 돈보다 ‘격의 없이 친근함’을 이 집의 최고로 친다. 글 사진 황소영 자유기고가
  • [Local] 목포, 10~12일 문학축전

    전남 목포시는 목포문학관 개관 1주년을 맞아 10∼12일 문학축전을 연다. 공연, 전시, 강연회 등 10개 마당으로 꾸며진다. 지역 도서관과 함께 하는 주제별 도서전시회, 시민들이 책을 판매하고 바꾸는 책 장터, 소외 계층에 기증하는 사랑의 책 모으기 등은 독서의 계절에 맞는 행사로 기대된다. 또 가족백일장, 동화극·연극놀이 체험, 목포 갓바위 전설을 극화한 공연 관람 등으로 온가족이 즐길 수 있다. 목포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강원 삼척 새천년도로에서 온 ‘가을 편지’

    강원 삼척 새천년도로에서 온 ‘가을 편지’

    광활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역동적이면서도 아늑한 풍경들을 품고 있는 삼척의 바다.58㎞에 달하는 긴 해안선 전체가 아름다운 해수욕장과 아늑한 포구, 그리고 기암괴석의 갯바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 유명한 ‘7번 국도’가 강원도 삼척을 수직으로 관통하며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여기 7번 국도와는 별개로 놓쳐서는 안될 해안도로가 있다. 지난 2000년 개통된 ‘새천년도로’가 바로 그 곳. 정라항에서 삼척해수욕장까지 4㎞ 남짓한 구간을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달린다. 가장 가까이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길이고, 또 가장 망망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삼척의 아틀리에,‘달뜨는 언덕’ 새천년도로는 곰치국 잘하는 집들이 늘어선 정라항에서 출발한다. 이름만큼이나 예쁘고 활기 넘치는 항구다. 코발트빛 바다가 갯바위에 부딪쳐 하얀 포말로 사그라드는 해안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달뜨는 언덕’에 이른다. 여태 이름지어 이 언덕을 불러준 이는 없었지만,“둥그런 달이 여인네의 구부러진 머리카락 같은 해안선 위로 떠오를 때면, 소름이 돋을 만큼 아름답다.”는 것이 홍금화 삼척시청 문화공보계장의 감상이다. 언덕 가장 높은 곳에 소망의 탑이 있다. 삼척 최고의 일출 명소로 꼽히는 곳. 신혼부부 소망석과 청소년, 어린이 소망석 등 3단 타원형으로 구성됐다. 홍 계장은 양손으로 태양을 껴안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 작품 밑에 타임캡슐을 묻어 두었다고 전했다. 달뜨는 언덕 바로 아래는 광진항이다. 명색이 항구일 뿐 실제 어선들이 오가지는 않고, 물질 나가는 해녀들이나 아담한 풍경에 홀린 관광객들만 간간이 찾는 곳이다. 작고 아담한 해안선과 유난히 길고 곧은 나무들이 잘 어우러져 있다. ●달 구경 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 광진항에서 고개 하나를 넘으면 10여 점의 작품들이 전시된 조각공원에 닿는다. 바이올린 켜는 소녀의 동상 너머로 넘실대는 바다를 보자니, 이 곳이 어느 화가의 아틀리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탁트인 풍경이 압권이다. 파란 바다를 한껏 창문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숨 한자락 내려 놓아도 좋겠다. 바닷가쪽을 통유리로 조성해 놓아 “달 뜨는 시간에 맞춰 가면 달구경 오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는 것이 홍 계장의 설명이다. 풍경은 또다른 풍경으로 이어진다. 조각공원 아래로 난 길을 따라가면 삼척해수욕장 못미쳐 ‘작은 후진해수욕장’과 만난다.‘후진’은 삼척의 옛이름이니, 삼척해수욕장의 동생뻘 되는 해수욕장이다. 드넓은 백사장을 자랑하는 삼척해수욕장에 견줘 보면 한없이 작은 규모. 형만한 아우 없다지만, 풍경에서만큼은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바닷물과 고만고만한 갯바위들이 어우러지며 보석 같은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새천년도로는 삼척해수욕장에서 끝난다. 사람이 명명한 길도 여기까지다. 내친 걸음 500m정도 떨어진 수로부인공원까지는 가보는 게 좋겠다. 증산해수욕장과 동해시 추암 촛대바위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해가(海歌)’ 설화를 바탕으로 해가사 터에 조성됐다. 이제껏 동해시에서 바라보던 추암 촛대바위가 공원 정자 위에 서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누구나 한 손으로 돌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무게 4t의 여의주(드래곤 볼) 조각물도 이채롭다 . ●민속과 외설의 아슬아슬한 경계 삼척 여행을 말할 때 해신당 공원을 빼놓을 수는 없다. 지난 7월 개장 5년 만에 관람객수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물론, 해마다 10∼20%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신당 공원은 삼척에서도 풍경 곱기로 소문난 신남마을 언덕에 조성됐다. 해마다 정월 대보름과 양기가 강한 10월 첫 오(午)일이면 남근을 깎아 바다에 제물로 바치는 풍습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삼척시립박물관 김태수 학예연구사는 “외지인을 배제한 채 마을 주민들만 제사를 올리는 강원도 고성군 망개마을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근봉납의 전통을 엿볼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풍습의 배경이 된 전설이 애처롭다. 오래 전 이 마을 살던 ‘해랑’이란 아가씨가 풍랑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는데, 한 남자가 바다를 향해 소변을 본 이후 마을에서 흉한 일들이 사라지고 풍어가 계속됐다는 것. 그때부터 마을사람들이 남근을 깎아 바다에 던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성(性)을 테마로 한 관광지이기는 하나, 남근 숭배와는 거리가 멀다. 김 학예연구사는 “해학과 예술이 잘 조화된 남근들을 볼 수 있다.”며 “억압된 성에 대한 유쾌한 담론을 터뜨리고 가는 곳”이라고 설명했다.(033)572-4429. 글 사진 삼척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033) ▶가는길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동해 나들목→7번 국도→동해→삼척. 구불구불 강원도 길의 진수를 맛보려면 중부내륙고속도로→감곡 나들목→38번국도→제천방향→영월→정선→태백→삼척 순으로 가도 좋겠다. 삼척시 관광개발과 570-3545. ▶맛집 정라항 주변 삼정식당은 생태지리로 소문난 집.2만∼3만원.573-3233. 바다횟집은 곰치국을 잘한다.8000원.574-3543. ▶묵을곳 해안도로변 펠리스호텔(575-7000), 퍼시픽모텔(576-0162) 등이 전망좋고 저렴하다. ▶주변 관광지 ▲죽서루는 오십 굽이 휘돌아 흘러가는 오십천변 층암절벽 위에 지은 아름다운 누각.▲준경묘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 이양무 장군의 묘소다. 금강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570-3224.▲환선굴과 대금굴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대이리 동굴지역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 [베리타스·에듀PSAT硏과 함께하는 PSAT 실전강좌] 22. 언어논리

    언어논리의 ‘표현’파트에는 ‘문장구성문제’가 있으며 세부 항목으로 문단배열, 삽입, 후속 등의 범주를 통합시킬 수 있다. 그간 기출문제를 살펴 보면 상당히 많은 문제가 문단배열 삽입 후속 등의 문제로 출제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입법고시 언어논리에서는 문장구성 특히 단락배열문제가 편향돼 출제되는 그간의 경향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꼭 먼저 풀어야 할 문제유형이라 할 수 있다. 요령이 생기면 30초에서 1분 이내에 풀 수 있게 된다. ☞ [PSAT 실전강좌] 언어논리<문장구성> 이론과 실전문제 바로가기 1)문단배열은 지문 속의 글을 배열한 후 이를 논리적 순서에 따라 재배열하는 유형의 문제이다. 이러한 유형의 문제를 출제하는 데 있어 엄격한 논리성을 가진 글들이 대상이 된다. 출제오류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2)후속연결이란 제시문을 이해한 후 논리적 추론을 통해 글의 전 단락 또는 이어질 단락의 내용을 추론하는 유형이다. 3)문단첨가·끼워넣기는 제시문을 파악한 후 논리적 추론을 통해 괄호에 적당한 문장이나 단어를 채워 넣는 유형이다. <예제 1-2008년 행·외시> 한 편의 완결된 글을 작성하려고 할 때, 가장 적절한 문단 배열의 순서는? (가) 1000분의1초(ms) 단위로 안구운동을 측정한 결과 미국 학생은 중국 학생에 비해 180ms 빨리 물체에 주목했으며 눈길이 머문 시간도 42.8% 길었다. 그림을 본 후 처음 300∼400ms 동안에는 두 그룹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으나, 이후 420∼1100ms 동안 미국 학생은 중국 학생에 비해 ‘물체’에 주목하는 정도가 더 높았다. (나)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S) 회보는 동양인과 서양인이 사물을 보는 방식에 차이가 난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과 연구진은 백인 미국인 학생 25명과 중국인 학생 27명에게 호랑이가 정글을 어슬렁거리는 그림 등을 보여 주고 눈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실험 결과 미국 학생의 눈은 호랑이처럼 전면에 두드러진 물체에 빨리 반응하고 오래 쳐다본 반면 중국 학생의 시선은 배경에 오래 머물렀다. 또한 중국 학생은 물체와 배경을 오가며 그림 전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 연구를 주도한 리처드 니스벳 교수는 이런 차이가 문화적 변수에 기인하는 것으로 봤다. 그는 “중국문화의 핵심은 조화에 있기 때문에 서양인보다는 타인과의 관계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반면 서양인은 타인에게 신경을 덜 쓰고도 일할 수 있는 개인주의적 방식을 발전시켜 왔다.”고 말했다. (라) 니스벳 교수는 지각구조의 차이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 기인한다는 것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시아계 학생들이 사물을 볼 때, 아시아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과 백인계 미국인의 중간 정도의 반응을 보이며 때로는 미국인에 가깝게 행동한다는 사실로도 입증된다고 덧붙였다. (마) 고대 중국의 농민들은 관개농사를 했기 때문에 물을 나눠 쓰되 누군가가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다. 반면 서양의 기원인 고대 그리스에는 개별적으로 포도와 올리브를 키우는 농민이 많았고 그들은 오늘날의 개인 사업가처럼 행동했다. 이런 삶의 방식이 지각구조에도 영향을 미쳐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바위가 물에 가라앉는 것은 중력 때문이고 나무가 물에 뜨는 것은 부력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도 정작 물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모든 움직임을 주변 환경과 연관시켜 생각했고 서양인보다 훨씬 전에 조류(潮流)와 자기(磁氣)를 이해했다는 것이다. (L) 가 - 나 - 다 - 마 - 라 (2) 나 - 가 - 다 - 라 - 마 (3) 나 - 가 - 다 - 마 - 라 (4) 마 - 라 - 나 - 가 - 다 (5) 마 - 라 - 다 - 나 - 가 <해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S) 회보’ 등의 표현으로 도입부를 알리는 ‘나’가 가장 먼저 와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나’에서 말하고 있는 미국학생과 중국학생의 구체적 차이를 제시하고 있는 ‘가’가 와야 하고 그 다음에 실험결과에 대한 분석인 ‘다’가 와야 한다.‘다’와 ‘라’에 니스벳 교수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순진하게 ‘다-라’일 것이라고 생각한 학생들이 많았다. 하지만 ‘라’의 마지막을 보라.(‘덧붙였다’고 나와 있는 것을 보지 못하면 함정에 빠질 수도 있었다.)‘라’는 부연의 역할을 하면서 결론으로 언급하는 문단이었던 것이다. 정답 : (3) 여성곤 베리타스법학원 언어논리 강사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30) 경북 문경시 조령산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30) 경북 문경시 조령산

    조령산(1062m)은 백두대간 고개인 이화령(548m)과 조령(643m) 사이에 솟아 있는 산이다. 산 동쪽은 경북 문경시, 서쪽은 충북 괴산군에 속하며, 정상 동쪽에는 문경의 진산인 주흘산이 자리잡고 있다. 조령산의 식물학적 중요성은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참배암차즈기가 처음 채집된 곳이라는 데서 비롯된다. 일제강점기이던 1911년 일본 식물학자가 참배암차즈기를 학계에 신종으로 발표할 때, 조령산을 이 식물의 기준표본채집지로서 기록한 바 있다. 이화령에서 조령산까지는 그리 험한 곳이 없지만 정상부터 조령까지는 바위벼랑이 발달해 무척 험하다. 특히, 정상과 조령 사이에 놓인 신선암봉(937m) 일대는 등산 초심자가 접근하기에 어려울 정도다. 곳곳에 밧줄이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정상에서 조령까지 지도상의 거리는 5㎞ 남짓할 뿐이지만 등산시간이 4∼5시간이나 걸리는 것은, 그만큼 오르내림이 심하고 아슬아슬하게 지나야 하는 구간이 많다는 증거다. 이곳은 험한 지형 덕에 사람의 출입이 적어 귀한 식물들이 보전되어 있다. 이화령에서 정상까지는 전형적인 육산(肉山)의 모습을 하고 있다. 능선에는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계곡 쪽에는 신갈나무, 굴참나무를 비롯해서 마가목, 물푸레나무, 생강나무, 쪽동백나무, 층층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조림한 잣나무가 숲을 이룬 곳도 더러 있고, 어린 물푸레나무가 군락을 이루기도 한다. 숲 바닥에서는 까실쑥부쟁이, 꽃며느리밥풀, 나도송이풀, 나비나물, 물봉선, 신감채, 오리방풀, 참꿩의다리, 참산부추 등이 발견된다. 정상 아래에 있는 조령샘까지 가는 동안에 여러 번 만나게 되는 퇴석지대에는 강아지풀, 거북꼬리, 계요등, 까치고들빼기, 눈괴불주머니, 닭의장풀, 담쟁이덩굴, 바랭이, 산물통이 등이 자라고 있다. 이들은 일반적인 산지 숲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종류들과는 다른 것들이라서 눈길을 끈다. 조령샘을 지나 백두대간에 올라서면 동자꽃, 속단, 큰까치수염 등이 눈에 띄고, 물봉선이 꽃밭을 이룬다. 이맘때는 물봉선 외에도 바디나물, 산비장이, 수리취, 어수리, 억새, 참취의 꽃을 볼 수 있다. 정상부터 조령까지는 완벽한 골산(骨山)의 모습이다. 바위가 발달한 곳이 한 곳도 없는 이화령에서 정상까지와는 산세가 완전히 달라지며 골산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바위산다운 험한 지형은 신선암봉 일대에서 절정을 이룬다. 식물도 달라진다. 잣나무 따위를 심은 조림지는 아예 없어지고, 소나무숲도 아니다. 신갈나무가 우점하는 숲에 당단풍나무, 물푸레나무, 진달래, 층층나무, 함박꽃나무 등이 섞여 자라고 있다. 소나무는 숲을 이룰 정도로 많지 않고 바위지대에 간간이 자라고 있을 뿐인데, 수형이 아름답고 수령이 오래된 것이 대부분이다. 자생하는 잣나무도 몇 그루가 관찰된다. 풀꽃의 종류들도 확연히 달라진다. 바위지대에서만 자라는 자주꿩의다리를 시작으로 개쑥부쟁이와 산구절초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 정상부터 조령까지 여러 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따로 군락을 지어 자라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에서는 두 식물이 함께 큰 무리를 지어 자라서 가을꽃밭을 만들기도 한다. 산구절초와 개쑥부쟁이 외에도 난쟁이바위솔, 미역취, 바위떡풀, 바위채송화, 오리방풀, 왜솜다리, 죽대 등이 자라고 있다. 가야산은분취도 이맘때 꽃을 피워 눈길을 끄는 식물 가운데 하나다. 가야산에서 처음 발견된 우리나라 특산식물로서 덕유산부터 설악산까지 분포한다. 한두 포기가 아니라 아주 많은 포기가 바위지대에서 자라고 있어 이채롭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꼬리진달래도 매우 흔하다. ‘지형이 그곳에 자라는 식물을 결정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또 다른 희귀식물이 하나 발견되는데, 가는잎향유다. 남한에서는 주흘산, 속리산, 월악산 등 몇몇 산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평양 등 북한에도 분포한다. 한반도 내에서의 고립된 분포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매우 한정된 지역에서만 살고 있는 식물이다. 중국에 나는 것과 같은 종으로 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추정하기도 한다. 한해살이풀이기 때문에 태풍, 채취 등으로 씨를 남기지 못하게 되면 멸종될 위험이 크므로 잘 보살펴야 할 식물이다. 조령이 가까워지면 부드러운 능선에 소나무가 섞인 신갈나무숲이 가끔씩 나타난다. 이곳에는 노린재나무, 미역줄나무, 생강나무, 쇠물푸레, 진달래, 철쭉나무 같은 떨기나무와 함께 정령엉겅퀴, 조팝나물, 큰참나물 같은 가을풀꽃들이 꽃을 활짝 피워서 꽃산행객을 맞이한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충주호 재발견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충주호 재발견

    충북 충주와 제천, 단양 등에 걸쳐 있는 충주호는 국내 두 번째로 큰 인공호수다. 저수용량 27억 5000만㎥. 가늠조차 어려운 크기다. 이처럼 거대한 호수를 즐기기 위해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선택한 방법은 자동차 드라이브다. 충주호 조성 당시 기대됐던 ‘충주호 물길 100리 르네상스’는 빛바랜 느낌이 없지 않지만,‘한국 최고의 호안(湖岸)’이라 평가받는 드라이브 길은 건재하기 때문이다. 이제 90리 남짓한 비포장길을 새로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소수의 여행자들만 찾던 그 길이 알려지면서 그간 꼭꼭 숨겨져 있던 충주호의 비경들도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흙길 곳곳에서 만나는 고즈넉한 시골마을과 문화유적들은 풍경의 덤. 이제 얼마 뒤면 호수는 가을옷으로 갈아입을 게다. 충주호에서 드라이브를 즐기며 자동차 한가득 가을의 정취를 담아오는 것도 좋겠다. ●비포장길에서 만난 그림 같은 호수 충주호는 도는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른 풍경을 펼쳐 보인다. 충주댐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돌면 비포장길을 따라 오밀조밀하고 섬세한 여성적인 풍경을, 오른쪽으로 돌면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우람하고 선 굵은 남성적인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우선 왼쪽길. 충주 시내에서 목행대교를 건넌 뒤 용교삼거리를 끼고 우회전하면 532번 지방도로와 만난다. 동량면 하천리를 거쳐 제천시 금성면까지 이어진 길이다. 쉬 보기 어려운 충주호의 풍경들과 만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단, 이 길의 대부분은 비포장이란 점을 잊지 말 것. 자동차의 ‘안위’가 염려돼 그림 같은 호수 풍경을 기꺼이 포기하겠다면 하천리 하천대교쯤에서 돌아 나오시라. 동량초등학교를 지나 하천리 방향으로 가다 보면 빨간 사과들의 유혹에 절로 차가 멈춰진다. 장선마을이다. 충주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를 생산한다는 곳. 사과가 탐스럽게 열려 있는 나무마다 아래에 은박 코팅 비닐을 깔아 놓았다. 햇빛을 반사시켜 속속들이 붉어지라는 뜻에서다. 박선예(53) 충주시 문화관광해설사에 따르면 “충주호의 물안개가 밤사이 사과 표면을 차갑게 식힌 뒤 해가 뜨면서 온도가 오르는 현상이 반복돼 당도가 높아진다.”고 하니, 호수는 세세한 곳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넉넉함을 나눠 주는 모양이다. 하천리 하천대교에 이르면 비로소 남한강의 장중한 물줄기와 마주하게 된다. 호수 위로 쏟아져 내린 햇살을 받아 은빛 물비늘들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다. 충주호는 이처럼 물이 가득 찼을 때와 갈수기 풍경이 사뭇 다르다. 호수 아래의 온갖 것들이 드러나 다소 황량한 풍경을 그려내는 갈수기에 비해 물이 가득 찬 요즘은 풍만하고 여성스런 곡선미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사람들이 충주호를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안을 가진 곳이라고 치켜세우는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게다. ‘하늘 향한 희망의 안테나’ 솟대들이 늘어선 솟대마을을 지나면 비포장길이 시작된다. 제천시 금성면까지 대략 37㎞ 거리. 비포장이라고는 하나 승용차가 다니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 흙길에 들어서면 리아스식 호안을 따라 마을 가장자리까지 마중나온 호수의 푸른 물과 만난다. 골자리마다 수상 좌대가 들어차 있고, 숲과 물이 어우러지며 그림 같은 풍경을 그려낸다. 호수와 나란히 달리는 길이 아니라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풍경이다. 이 나무 저 나무 꾸밈없이 섞여 있는 에움길을 몇 굽이 돌면 제천시 오산리다. 낚시터로 많이 알려진 곳. 이곳을 먼저 찾은 이들은 낚시인들이었지만, 아름다운 풍경은 모두의 것일 터다. 밤송이들이 폭죽처럼 터지는 밤나무 아래로 파란 하늘을 가득 담은 호수가 ‘명경지수란 이런 것’이라며 말을 건네는 듯하다. 호수에 얼굴을 비추며 나르시시즘 놀이를 즐겨 본다. 하늘도 호수도, 나도 모두 한 곳으로 갈무리되는 느낌이다. 부산리, 사오리 등을 줄줄이 지나고 나면 황석리다. 이곳부터 방우리에 이르는 구간에서 호수는 절정의 아름다움을 펼쳐 보인다. 박선예 해설사의 ‘강추’ 구간이기도 하다. 물에 잠기기 전에는 봉우리였을 산자락들이 다도해의 섬처럼 두둥실 떠 있고, 멀리 뒤로는 소백산맥의 준봉들이 주름살같이 마루금을 좁히고 있다. 이런 길이라면 풍찬노숙도 마다 않고 찾을 만하다. ●내륙의 바다를 만끽하다 이번엔 오른쪽길. 충주댐에서 36번국도를 따라 마즈막재를 지나 단양의 장회나루까지 이어져 있다.‘내륙의 바다’로 일컬어지는 충주호의 장대함과 선 굵은 암릉들에서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겨 나오는 코스다. 장회나루 가기 전 제천시 수산면에서 청풍방면 82번 지방도로로 내려서는 게 좋다. 청풍대교에서 직진해 597번 도로를 타고 제천시 금성면으로 향할 수도 있고, 우회전해 능강 등을 거쳐 장회리 인근에서 36번국도와 다시 만날 수도 있다. 익히 알려진 충주호의 정통 드라이브 코스가 바로 옥순대교를 건너 능강까지 이어진 597번 지방도로다. 기왕 나선 길, 장회나루까지는 가야 한다. 예사롭지 않은 바위산들이 호수 주변으로 이어져 있어 충주호 최고의 선상 유람 코스로 꼽힌다. 장회나루에서 단양으로 향하는 장회재 구간도 빼놓을 수 없다.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이 길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올려놓았다. ●전 세계 무술고수들을 만난다 ‘무술로 세계가 하나로’라는 슬로건을 내건 충주세계무술축제(www.martialarts.or.kr)가 한국을 비롯해 28개국의 무술고수들이 참가한 가운데 다음달 2∼8일 충주 유엔평화공원 터에서 개최된다. 사바테(프랑스), 펜칵실라트(인도네시아), 아르니스(필리핀), 크라슈(우즈베키스탄), 불가리안캠포(불가리아) 등 각국의 대표 무술이 총집합하는 진귀한 축제다. 대회 참가 무술인들로부터 여러 나라의 전통무술을 배우는 체험도 할 수 있어 흥미를 더한다. 글·사진 충주·제천·단양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043)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충주 나들목→충주호. 충주시 관광과 850-6723. ▶잘 곳 온천을 겸해 수안보에서 하루를 묵어도 좋겠다. 수안보상록호텔은 일요일 투숙객에 한해 숙박+식사 2회(조·석식)+온천사우나 이용권(2인 기준 2회) 등을 8만 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845-3500. ▶맛집 가금면 중앙탑 인근 중앙탑오리집은 담백하고 연한 오리탕(3만 5000원)을 2대째 가업으로 잇고 있는 집.857-5292. 전통 꿩요리의 진수는 대장군식당에서 확인할 수 있다.846-1757. ▶둘러볼 곳 충주시는 매주 일요일 문화유적투어를 운영한다. 중앙탑, 탄금대 등을 돌아볼 수 있다. 참가비는 없고, 도시락을 지참해야 한다.11월 말까지.850-7468. 호암지 인근 택견전수관은 전통무예 택견의 모든 것을 담아둔 곳.847-7044. 와인 애호가라면 박달재와 충주댐 사이에 있는 묵은지·와인터널을 놓쳐선 안 된다.851-3630.
  • [관가 포커스] ‘오만한 권익위’

    국민권익위원회가 민원인의 증거자료를 분실한 것도 모자라, 경찰의 수사협조 요청에 상위 기관임을 들먹이며 협조를 거부,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17일 권익위 등에 따르면 1997년 정모(65·여)씨는 사전 통보없이 선산에 지방국도가 뚫려 훼손된 데 대해 대전국토관리청을 찾았지만 “국가기관의 일”이라는 핀잔만 듣자,2002년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의 전신인 옛 부패방지위 소속 공무원 유모씨는 이를 즉각 조사해주겠다며 녹취록을 포함한 1982장에 이르는 증거자료를 정씨로부터 넘겨받았다. 하지만 이후 조사가 진척되지 않자 2006년 기관을 다시 찾은 정씨는 유씨로부터 “올 초 청사 이전 과정에서 서류를 두고 와 모두 폐기되고 말았다.”는 엄청난 소식을 접했다. 정씨는 지난해 8월 종로경찰서에 유씨를 직무유기,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경찰은 권익위에 수사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권익위 관계자는 “감히 대통령직속기관(당시 국가청렴위)에 사전상의도 없이 공문을 함부로 보내느냐.”며 협조를 거부했다. 종로경찰서장 명의의 수사협조요청 공문서와 당시 지휘를 맡았던 경찰관의 진술서에는 “수차례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결국 받지 못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로부터 3일 뒤 해당 경찰관은 다른 지방으로 전보 발령을 받았고 고소건은 무혐의로 결론났다. 정씨는 지난 8일부터 권익위 청사 앞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전직 초등학교 교사였던 정씨는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친 대로 법과 양심에 호소했지만 결과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면서 “헌법재판소에서 검찰측에 재수사하라는 결정까지 내렸지만 이에 아랑곳 않는 검찰과 권익위의 권력 앞에 가슴이 온통 까맣게 타버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박신양 “드라마 찍다 폭포 밑으로 떨어질 뻔”

    박신양 “드라마 찍다 폭포 밑으로 떨어질 뻔”

    톱스타 박신양이 드라마 촬영 중 폭포 밑으로 떨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을 회상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박신양은 17일 오후 2시 서울 팔레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SBS수목드라마 ‘바람의 화원’(극본 이은영ㆍ연출 장태유)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촬영 에피소드를 공개하던 중 “호랑이를 피해 도망가는 장면을 촬영하다 폭포 밑으로 떨어질 뻔 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발에 뭔가 엉켜서 바위에 넘어져서 정신을 잠깐 잃었었다.”고 당시를 회상한 박신양은 “깨어나보니 폭포 앞이었다.”고 아찔했던 그 순간을 전했다. 이에 대해 장태유 PD는 “당시 촬영을 하고 있는데 카메라에서 박신양이 사라졌다.”며 “달려가 보니 거짓말처럼 폭포 앞에 걸려서 물 속에 머리를 박고 쓰러져 있었다.”고 밝혔다. 박신양ㆍ문근영 주연의 ‘바람의 화원’은 이정명 작가의 동명 베스트 셀러를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조선후기 천재화가 신윤복(문근영 분)과 김홍도(박신양 분)의 삶을 다룬 예술 드라마이다. ‘바람의 화원’은 ‘워킹맘’의 후속으로 오늘 24일 오후 9시 55분 첫 방송된다. 서울신문NTN 김경민 기자 star@seoul.co.kr / 사진=한윤종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지자체 가을 축제로 물든다

    지자체 가을 축제로 물든다

    가을을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하지만 올 가을은 추석날을 전후해 비키니를 입고 해수욕을 즐기는 두 얼굴의 계절이다. 하지만 고장의 먹을 거리 등을 소개한 전국의 가을축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준비되고 있다. 추석 연휴 뒤끝이 허전하지 않은 것도 이처럼 보고, 듣고, 즐길 자리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불과 며칠 후면 수확의 계절에 맞춘 가을맞이 축제가 쏟아진다. 강원 동해안에서는 어촌문화와 송이채취 체험 관련 축제들이 열린다. 동해시는 20∼21일 묵호항 매립지에서 ‘오징어축제’를 연다. 동해의 대표 어종인 오징어를 맨손으로 잡고 회까지 썰어 먹을 수 있다. 오징어 요리경연대회를 비롯해 오징어 가면무도회 등의 체험행사가 흥미를 끈다. ●강원 동해안, 어촌·송이채취 체험 행사 국내 최고의 송이(松珥) 품질을 자랑하는 ‘양양송이축제’는 26∼30일 강원 양양군 남대천변과 송이산지 등에서 열린다. 양양송이는 동해안 바닷바람을 맞으며 소나무숲에서 자라 향기가 진하기로 유명하다. 축제에 참가하면 양양송이를 직접 채취하고 싼 가격에 맛볼 수 있다. 강원 양구군에서는 국토 정중앙을 알리는 ‘배꼽축제’가 처음 개최된다. 새달 1일부터 9일까지 양구 인공습지·종합운동장 등에서 열려 양구군이 우리 국토의 정중앙임을 알린다. 축제 기간에 관광객들은 인공으로 만든 습지안의 한반도 섬에서 닭·오리와 희귀 조류들의 부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다. 더구나 조선백자의 원료로 유명한 방산 백토(白土)를 활용해 백토마사지, 백토를 활용한 먹을거리 코너 등 이색적인 이벤트가 열린다. 국토 남단 제주에서는 한라산 오름군락인 새별오름에서 새달 11일부터 12일까지 ‘억새꽃축제’가 열린다. ●제주선 말고기 요리 시식회 말(馬)의 고장을 알리는 ‘제주경마축제’도 새달 9∼12일과 18∼19일 두차례에 걸쳐 제주경마공원에서 열린다. 축제에서는 제주마 밧줄 던져잡기, 마상 무예, 로데오경기, 멋진 제주마 선발대회·제주마 전시, 제주마 영상관 제주마의 역사, 제주마 자료관 말복장 입어보기, 말고기 요리 시식회가 열린다. 조선시대 동래부(東萊府·현 부산 동래구)의 생활상과 임진왜란 당시 왜군과의 전투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동래읍성 역사축제’도 다채롭게 펼쳐진다. 새달 10일 부산 동래구 동래읍성 북문광장에서 3일간의 일정으로 개막된다. ●경산 갓바위에 소원 빌어볼까 경북에서는 전국 유일의 소원을 비는 축제인 ‘경산 갓바위축제’가 19∼20일 경산 와촌면 대한리 갓바위주차장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로 9회째다. 올해 행사는 20일 오후 2시부터 각계 종교 지도자들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개인 및 국가 번영을 기원하는 소원기도회를 갖고 불교, 기독교, 천주교, 천도교 등 5개 종교 단체 합창단을 초청해 소원기원 합창제를 갖는다.19일 경축식 행사에는 주한 외교사절단과 결혼이주여성, 외국인 근로자 등 500여명의 외국인이 초청된다. 경북 문경에서는 ‘문경오미자축제’가 20∼21일 문동로면 일원에서 열린다. ●제천 한방축제선 건강 다지고…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10월1일부터 39일간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진다. 한국 오페라 60주년을 맞아 ‘한국을 통해, 오페라 만세’라는 주제로 수준높은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중부내륙권 최대 약초 집산지이자 한방도시인 충북 제천시는 제천한방건강축제를 새달 2∼8일 연다. 제천은 전국 3대 약령시장인 제천약초시장이 운영 중이다. 황기는 올 상반기 유통량 전국 1위(80%)를 차지한다.12번째 맞는 박달가요제도 열린다. ●하동 국내 최대 꽃단지는 어때요 경남 하동군 북천면에서는 19∼28일 꽃 축제가 열린다. 메밀꽃·코스모스 꽃단지는 31㏊로 단일 꽃밭으로는 전국 최대이며 체험 위주다. 꽃밭 면적이 지난해보다 10㏊ 늘었다. 전국 관광객을 위해 임시 관광열차도 운행한다. 인근 이명산에 위치한 이병주 문학관에서는 26일 전국 문인이 참가한 심포지엄도 갖는다. 전국종합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월드이슈] 종교와 축제 어우러진 ‘루르드 열기’ 절정

    [월드이슈] 종교와 축제 어우러진 ‘루르드 열기’ 절정

    |루르드(프랑스) 글 사진 이종수특파원|성모 마리아가 발현했다는 프랑스 남서부 도시 루르드는 지금 전 세계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른바 ‘루르드 현상’이라고 불리는 이 열기는 우선 올해가 마리아 발현 150주년을 맞았다는 상징성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13일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방문이 맞물리면서 상승작용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루르드 관광청은 지난해 600만명이었던 방문객이 올해는 8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현지에서 그 열기를 직접 확인해 보았다.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인구 1만 5679명의 시골 도시에 수백만명이 몰리는 것일까? 호기심을 잔뜩 안고 8일(현지 시간) 오전 파리 몽파르나스 역에서 루르드 행 초고속 열차에 올랐다. 지난해 루르드를 찾은 방문객은 하루 평균 1만 6438명. 주민들보다 더 많은 외지인이 매일 찾는 셈이다. 프랑스2 텔레비전 등 언론은 최근 잇따라 루르드 방문 열기를 보도했다. 마리아 발현 150주년에 교황의 방문이라는 특수(特需)가 주된 배경이지만, 꾸준한 순례객과 ‘기적’을 염원하는 장애우들의 발길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뿐일까? 꼬리를 무는 의문 속에 적포도주로 유명한 보르도를 지나 루르드에 도착하니 오후 4시가 가까웠다. 역에서 내려 숙소로 가는 길목은 듣던 대로 인파에 덮여 있다. 짐을 푼 뒤 마리아가 발현했다는 마자비엘 동굴로 향했다. ●기적이 꿈이 아닌 성(聖)의 세계 성지로 가는 길에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왔다는 장애우와 마주쳤다. 그는 두번째 방문으로 기적만 바라고 온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처음 찾은 뒤 몸과 마음이 한결 맑아지는 것을 느껴서 다시 왔다.”고 말했다. 그는 루르드에는 장애우를 위한 숙소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 좋다고 했다. 장애우와 노약자를 위한 자원봉사자의 활동은 루르드 시(市)의 가장 큰 특징이다. 관광청 관계자는 “지난해 방문객 가운데 장애우가 7만명인데 그들을 위한 자원봉사자는 12만명이었다.”면서 “자원봉사자 가운데는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개신교·이슬람교·불교 신자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원봉사자 대부분은 휴가를 이용해 자기 비용으로 참가한다고 했다. 파리에서 왔다는 자원봉사자 마리에트 마뉘아르(54) 아주머니는 “10년 전부터 해마다 휴가를 이용해 이 곳에 온다.”면서 “종교적 이유가 주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기자에게 가톨릭에 귀의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장애우 방문객보다 훨씬 많은 자원봉사자 이윽고 성지에 도착한 뒤 방문객 틈에 끼었다. 마리아가 발현했다는 동굴 앞에는 ‘기적을 낳는다.’는 성수를 받는 사람이 즐비했다. 성지 홍보 관계자는 “이 물은 정화의 상징으로 방문객이 마시거나 떠가는 양이 매년 1만㎥나 된다.”고 설명했다. 동굴 앞에는 기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피부색과 언어는 달라도 하나의 공동체처럼 숨쉬고 있었다. 동굴의 모든 바위는 방문객들이 얼마나 만졌는지 미끈미끈하다. 어떤 이는 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얼굴에 문지른다. 다음 사람은 바닥에 남은 물기를 만진 뒤 어깨에 바르기도 한다. ●성(聖)의 절정…촛불 행렬 밤 9시가 되자 사람들이 손에 손에 초를 들고 성지 주변으로 몰려든다. 이른바 ‘마리아 행렬’이라는 촛불행진이다.‘피렌체’(이탈리아)나 ‘바르셀로나’(스페인)라고 적힌 깃발을 든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성지 안 성당 앞에 몰려든다. 어림잡아도 2000명은 너끈히 되겠다. 박소피아(44) 수녀는 “매년 3월부터 10월까지 매일 저녁 열리는 행사”라면서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도 촛불을 서로 붙여 주며 하나가 된다.”고 설명한다. 정도미니크(59) 수녀는 “우리는 파리 한인 성당에서 일하고 있는데 휴가를 맞아 이곳에 왔다.”며 반가워했다. 숙소로 돌아오니 삼삼오오 자그마한 파티를 벌이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니 아일랜드의 더블린 교회에서 온 팀이다. 맥주잔이 쌓이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자 초로의 남자가 나서 사회를 보면서 노래를 부른다. 백발의 남녀가 한 사람씩 나서 마이크를 잡고 ‘We shall overcome’ 등 추억의 팝송이나 민요를 선창하면서 신명이 이어진다. 사회를 보던 앤드루 코마코(51)는 “교회 신도 70명과 함께 방문했다.”면서 “하나 된 마음으로 노래하고 춤추다 보니 성과 속이 같아지는 것을 경험한다.”고 들려줬다. ●성(聖)과 속(俗)이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축제 마을을 돌아 보니 곳곳에서 파티가 벌어지고 있다. 순간 루르드 열기에 대한 의문이 약간은 풀렸다. 단순히 성지라는 이유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그 열기 속에는 성과 속을 아우르는 축제성이 숨쉬고 있었다. 파리로 돌아오는 길에 미셸 마페졸리 파리5대학 사회학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루르드에서의 경험을 털어 놓자 그는 “현대인들은 갈수록 소부족 사회를 만들어 간다.”면서 “루르드에 모인 이들은 굳이 가톨릭 신자가 아니어도 연대감을 통해 ‘함께 되기’를 맛보고 일상의 고단함을 이겨낼 에너지를 충전한다.”고 진단한다. 그런 의미에서 루르드 현상은 ‘또 하나의 축제’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존하는 성의 세계에 축제성을 매개로 속의 세계가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특유의 분위기가 유지되는 한 성모 발현 150주년이 지나고, 교황이 다녀가도 루르드의 열기는 앞으로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vielee@seoul.co.kr
  • [씨줄날줄] 인연과 악연/노주석 논설위원

    전생에 맺은 인연에는 대략 두가지 경우가 있다고 한다. 먼저 은인이 되어 서로 은혜를 보답하기 위한 인연이다. 또 하나는 빚쟁이가 되어 서로 빚을 받으러 온 인연이다. 앞은 존경과 자비심의 인연이고, 뒤는 불화와 증오심의 인연이다. 좋은 인연과 궂은 인연이다. 인연과 악연이다.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에 각을 세우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불교계가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과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악연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수로 23살 차이인 두사람은 동국대학교 선·후배라는 학연을 맺었다. 스님은 이 학교 불교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땄으며 어 청장은 경찰행정학과 출신이다.1993년 스님이 합천 해인사 주지 시절, 어 청장은 합천경찰서장으로 근무했다.15년이 흐른 뒤 촛불집회의 와중에서 조계종 총무원장과 경찰청장으로 다시 만났다. 범망경(梵網經)에서는 인연을 맺은 사람끼리의 만남을 ‘겁(劫)’이라는 단위로 설명하고 있다. 겁은 천지가 한번 개벽하고 다음 개벽이 시작될 때까지의 시간을 뜻한다. 쉽게 표현하면 1000년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낙숫물이 집채만한 바위를 뚫는 시간이요,100년에 한번씩 내려오는 선녀의 옷자락에 사방 40리의 바위가 닳아 없어지는 시간이다. ‘겁의 인연설’에 따르면 모르는 사람끼리 옷깃이 한번 스치려면 500겁, 부부가 되려면 7000겁, 부모자식은 8000겁, 형제자매는 9000겁이 각각 필요하다고 한다. 지관 스님과 어 청장 사이에는 한 나라에 태어난 인연 1000겁에, 학연과 근무연 등을 다 합쳐 최소 2000겁 이상의 인연이 서로 얽어 매고 있을 법하다. 이원규 시인은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에서 “…악연은 잘못된 만남이 아니라 한 하늘 아래 살면서/아예 만나지 못하는 것/결국 인연과 악연의 그 무서운 갈림길은 우리 마음속에 있습니다/아직은 가지 않는 길, 내내 가지 말아야 할 길, 악연의 길을 가기엔/인생이 너무 짧습니다.”라고 노래했다. 두 사람을 칭칭 동여매고 있는 ‘악연의 사슬’이 풀리길 바란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14일 TV 하이라이트]

    ●영상앨범 산(KBS1 오전 7시) ‘검은 바위’라는 뜻의 카라코람. 카라코람 산맥은 히말라야 산맥군의 하나로 인도 북부에서 파키스탄, 중국의 신장 자치구와 카슈미르 지방을 연결하는 카라코람 고개가 있는 곳이다. 서부 카라코람 지대에는 바투라 산군과 훈자피크, 레이디 핑거 등 6000∼7000m급 고봉들이 많아 산악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50분) 조선시대부터 왕이 자신의 충신에게 하사했다던 검. 화려한 외양만으로도 위용이 느껴지는 검은 변괴를 처단하고 재앙을 물리쳤다고 한다. 한쪽 날에는 주술적인 주문 글귀가, 다른 쪽 날에는 북두칠성을 비롯한 별자리가 새겨져 있는 신비한 검. 조선을 대표하는 명검의 정체는 무엇일까. ●해피 선데이(KBS2 오후 5시25분)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눈물의 투혼을 발휘한 역도의 이배영, 작지만 강한 미녀 검객인 펜싱 은메달리스트 남현희가 ‘스쿨림픽’ 코너에 나온다.4개의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14명의 연예인과 함께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인의 면모를 보여준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5시30분) 코뿔새의 대모라 불리는 한 교수는 ‘필라이 프로젝트’를 통해 멸종위기에 놓인 코뿔새 수호에 힘쓰고 있다. 그는 코뿔새의 존재와 숲 보존에 대한 연관성을 설명하고, 고뿔새의 새로운 보금자리 마련에도 지역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또 한 해양 환경론자는 고래상어의 멸종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좋아서(SBS 오전 10시50분)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스타들의 고군분투 리얼 육아 체험 보고서. 이번에는 최근 사회현상인 ‘슈퍼대디의 바짓바람’에 주목했다. 아이의 친구 문제, 식사, 학교생활, 공부 등을 모두 책임지고 돌봐주는 요즘 아빠들의 ‘슈퍼 대디 열풍’에 도전한다. 아빠 수업을 받느라 좌충우돌하는 스타들이 재미있다. ●희망풍경(EBS 오전 6시) 어느 누구보다 밝은 웃음을 가진 뇌병변 1급의 중증 장애인 가영이. 딸을 가슴으로 낳아 사랑으로 키워온 지도 벌써 열 두해. 미겸씨는 비록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세상 그 어떤 엄마에게도 뒤지지 않는 사랑을 하고 있다. 입양, 장애에 대한 세상의 완강한 편견에 당당히 맞선 모성애에 코끝 찡해진다.
  • [현진오의 꽃따라산따라] (29) 경북 경산·영천 금호강 배후습지

    [현진오의 꽃따라산따라] (29) 경북 경산·영천 금호강 배후습지

    큰 강 주변에는 자연적으로 습지가 발달한다. 깎아지른 협곡으로 이루어진 강에는 습지가 발달할 여유가 없지만, 범람원이나 삼각주가 형성되는 완만한 지역의 강에는 습지가 곧잘 발달한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하천제방 뒤쪽에 생긴 습지를 배후(背後)습지라고 한다. 배후습지에는 크고 작은 연못, 늪지, 저수지가 많이 형성된다. 대구의 동쪽, 경산과 영천 일대에는 수생식물 생육지로서 주목할 만한 특별한 배후습지가 발달해 있다. 낙동정맥에서 발원하여 영천으로 흘러들며 큰 물줄기를 이루는 금호강은 영천에서 경산을 흐르는 동안에 물길 남쪽에다 넓은 평야와 배후습지를 빚어놓고 있다. 경산을 지난 금호강은 대구시내 북쪽을 굽이돈 후 대구 서쪽에서 낙동강에 합류되므로, 크게 보아서는 금호강 일대의 이 습지도 낙동강 배후습지라 할 수 있다. ●연못·저수지 많아 희귀 수생식물 집단 서식 경산과 영천의 습지에는 연못과 저수지가 참으로 많다. 이름 있는 큰 것들만 보아도 골못, 괴연제, 남매지, 대승제, 대정지, 문천지, 본촌제, 부지, 비느리못, 삼정지, 신제지, 연지, 이지, 한제지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에 만들어진 것도 몇 개 있지만,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본촌제가 있는 것처럼 많은 연못과 저수지들이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역사가 깊은 연못에는 귀한 물풀이 많이 산다. 이곳 연못과 저수지, 습지들에는 가래, 가시연꽃, 네가래, 노랑어리연꽃, 마름, 물질경이, 물달개비, 붕어마름, 사마귀풀, 생이가래, 어리연꽃, 연꽃, 자라풀, 창포, 털여뀌 등 많은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고, 이들 가운데 많은 것이 이맘때 가을볕 아래서 꽃을 피운다. 경산과 영천 일대는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 수생식물을 관찰하기에 좋은 곳 가운데 하나로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그만큼 물풀이 다양하고 풍부하기 때문인데, 국가적으로 수생생물의 다양성을 보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지역이기도 하다. 가시연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잎을 가진 식물로 큰 잎은 지름 120㎝에 이른다. 잎몸, 잎자루, 꽃받침에 날카로운 가시가 많아서 우리말이름이 붙여졌다. 한해살이풀이라는 습성도 재미있는데, 대형 물풀이 한해만 살고 죽는다는 것은 수수께끼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맘때 가시로 둘러싸인 채 아름다운 꽃을 피운 후 시들기 시작해서 뿌리까지 죽고, 이듬해 씨에서 새싹이 돋아난다. 전국의 오래된 연못이나 늪에 살지만,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식물로 지정할 만큼 사는 곳이 드문 희귀식물이다. 경산과 영천 일대에 가장 많은 자생지가 있고, 가장 많은 개체가 자라고 있지만 연못 자체가 사라지면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대만, 인도, 일본, 중국에도 분포하지만 그곳에서도 희귀식물이다. ●사는 곳 따라 형태가 다른 물여뀌 물여뀌는 북쪽에 고향을 둔 식물이다. 몽골이나 연해주 같은 북위도 지방에 가면 호숫가에 큰 무리를 지어 자라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남한에서는 자생지를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드물다. 우포늪을 비롯하여 몇몇 곳에서만 자생지가 발견되었는데, 영천의 한 저수지에도 살고 있다. 물 위로 올라온 꽃차례에 작은 꽃들이 다닥다닥 달린다. 이 식물의 생태적 습성은 물풀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다형성(多形性), 즉 사는 곳에 따라서 형태가 달라지는 특징을 잘 보여준다. 물속에서 자라는 물여뀌는 넓고 큰 잎이 물 위에 뜨고, 줄기는 가늘고 늘어진다. 하지만 물가 근처의 습지에서 자라는 것은 줄기가 똑바로 서고, 잎은 가늘고 작다. 극단적으로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둘을 보면 전혀 다른 종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잎 뒷면에 공기주머니 가진 진녹색 자라풀 자라풀은 이맘때 진녹색의 윤기 나는 잎 사이에서 흰 꽃이 핀다. 윤기 나는 잎은 표면에 왁스층이 있어서 물방울이 떨어지면 번지지 않고 데굴데굴 구른다. 잎을 뒤집으면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아래쪽으로 볼록 솟아오른 것이 자라를 연상케 한다. 큰 공기주머니를 가진 세포들이 잎 뒷면에 있어서 잎이 물에 잘 뜰 수 있게 해준다. 전국에 자라는 물풀이지만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경산과 영천 일대에는 수생식물만 좋은 것이 아니다. 습지 주변의 야트막한 산에서 자라는 식물들 가운데도 눈여겨 볼 만한 것이 많다. 만주에도 사는 좀목형은 만주와 경상도 사이의 다른 지역에는 분포하지 않아 흥미로운 식물이다. 묏대추나무 역시 전국에 자란다고 알려져 있지만 드물게 발견되는 나무로서, 재배 대추의 원종이라 할 수 있다. 부추는 보통 외래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경산과 영천 일대에서 야생하는 것이 발견되어 토종식물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낳게 한다. 나무의 성질을 가진 풀로서 내륙 쪽 북방한계선에 해당하는 곳에 자라고 있는 층꽃나무도 만날 수 있다. 이 밖에도 개싸리, 꽃싸리, 바위솔 같은 식물들이 이맘때 꽃을 피우고 있다. 추석에 고향 가면 연못과 습지가 옛 모습 그대로인지 살펴보자. 어린 시절에 이름도 모른 채 가까이서 보았던 물풀들이 그대로 있는지 기억을 되새겨 보자. 동무들과 마름 열매를 따던 옛 추억도 더듬어 보자. 그러고 나서 오랜 동안 고향 습지를 말없이 지켜온 물풀들에게 제대로 된 이름을 한 번 불러주자.“마름!가래!노랑어리연꽃!” 등이라고.
  • 떡메치고…구슬치고…바람개비 돌리고…가족 이벤트 풍년

    떡메치고…구슬치고…바람개비 돌리고…가족 이벤트 풍년

    유독 짧은 추석이다. 불경기에 연휴 기간까지 짧아져 추석 기분은 덜하지만 놀이공원 등의 이벤트만큼은 올해도 ‘풍년’이다. 주요 놀이 공원들과 리조트 업체들이 추석을 맞은 가족들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들을 소개한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처럼만 놀자 ▲에버랜드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른 ‘퓨전’민속 이벤트를 13일부터 시작한다. 제기차기 등 쉬 접해왔던 민속놀이들과 뱀주사위놀이 등 잊혀져가는 고수들의 놀이들로 구성됐다. 민속놀이에 참여하는 어린이에게는 구슬과 공깃돌 등을 선물로 준다.13일엔 ‘아름다운 콘서트’도 열린다. 공연의 백미는 ‘마셜아츠’를 뮤지컬과 접목시킨 ‘점프’. 태권도와 동양무술이 접목된 화려한 마셜아츠와 코믹한 스토리가 만나 흥미진진한 무대를 펼쳐낸다. 오후 7시. 입장객들은 무료로 볼 수 있다.55세 이상 이용자들은 12∼16일 입장료가 면제란 것도 잊지 말자.www.everland.com ▲롯데월드는 13∼15일 김중자 민속예술단의 화려한 부채춤과 가무악을 시작으로 사흘 동안 한가위 큰잔치가 펼쳐진다. 줄타기 명인의 ‘외줄타기’, 여성 농악밴드 25인조가 선보이는 ‘길놀이’ 등 늘 보아도 신나는 전통공연이 이어진다. 트로트 가수 김혜연과 함께하는 우리 노래 한마당도 흥겹다. 인기 마술사가 선사하는 마술 쇼 등은 관객이 주인공이 되어 짜릿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www.lotteworld.com ▲서울랜드는 추석 연휴 기간 밤 10시까지 연장 개장한다. 민속놀이 체험이 대폭 확대된 것이 특징. 삼천리 동산 연꽃분수 주변에서 대형 윷놀이와 투호놀이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 온가족이 참여하는 별난 민속 3종경기가 열린다. 풍성한 오곡백과가 상품으로 내걸린 퀴즈 대회에도 참가하자. 외국인도 행복한 추석이 될 듯. 연휴기간 ‘외국인 빅3 이용권’은 1만원, 자유이용권은 1만 4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무료 국제전화 전용 부스도 마련된다.www.seoulland.co.kr ▲63시티는 28일까지 제1회 63 바람개비 축제를 개최한다.‘바람개비의 꿈’이 주제다. 수중 마술쇼, 바람개비 입체 그림 전시 등이 펼쳐진다.14∼15일 63시티를 찾는 가족들은 바람개비 윷놀이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www.63.co.kr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13일부터 생후 6개월 된 잔점박이물범 두 마리를 공개한다.13일∼10월5일 아기물범 이름짓기 이벤트를 벌여 당선자에게 50만원 상당의 과학 전집과 4인 초대권을 준다.www.coexaqua.com ▲한국민속촌에서는 한가위 맞이 큰 굿을 비롯, 경기도의 대표적인 추석 세시놀이인 거북놀이, 성주고사 등이 펼쳐진다. 도리깨질 등 농경체험장도 마련됐다.www.koreanfolk.co.kr ●리조트업계 ‘추석 패키지 대첩’ 추석을 앞두고 각 리조트에서 준비한 가을 패키지에 주목하는 것도 좋겠다. 저렴할 뿐 아니라, 모든 리조트 업장에서 다양한 민속놀이와 풍성한 문화공연이 함께한다. ▲한화리조트는 전국 12개 직영리조트에서 9월 내내 ‘특가 패키지’를 선보인다. 설악은 1박+워터피아(2인) 패키지가 12만∼15만 5000원. 경주는 1박+스프링돔(2인) 패키지가 11만 1000∼17만 2000원선이다. 백암온천은 1박+온천사우나(2인) 패키지가 7만∼9만 1000원.www.hanwharesort.co.kr ▲대명리조트는 BC카드와 함께 ‘1+1무료 이벤트’를 진행한다.13∼15일 BC카드로 비발디파크 오션월드 입장권(5만원) 구매 시 한 카드당 한 명에게 무료 입장 혜택을 준다.www.daemyungresort.co.kr ▲현대성우리조트는 콘도 1박+1만원 식사권 2장+수영장 또는 사우나(택1) 이용권 2장을 통합한 ‘굿라이프 객실패키지’를 출시했다. 주중 7만 1000원, 주말 9만 1000원.11월20일까지 패키지 이용 고객에게는 08∼09시즌 스키장 오전 리프트권을 제공한다.www.hdsungwoo.co.kr,(033)340-3000. ▲휘닉스 리조트가 제주 섭지코지에 오픈한 ‘휘닉스아일랜드’는 9월 한달 이용할 수 있는 ‘휴 패키지’를 내놨다. 콘도 숙박+사우나+수영장+명상센터로 구성된 패키지 가격은 2인기준 주중 21만 8000원(주말 25만 8000원). 온라인 예약시 1만원 할인된다.www.ppisland.co.kr,1577-0069. ▲힐튼 남해 리조트도 ‘휴 패키지’를 준비했다. 바다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디럭스 스위트룸에서의 1박과 뷔페 레스토랑 ‘브리즈’에서의 조식 포함 30만 9000원부터(2인 기준).www.hiltonnamhae.com ▲무주리조트는 가족호텔 1박 1식+곤돌라+노천온천 이용권+어린이나라 할인권 등으로 구성된 ‘에코 패키지’와 어린이나라 할인권 대신 ATV 1시간 이용권으로 구성된 ‘알파인 패키지’를 겨울시즌 전까지 판매한다. 에코패키지 주중 8만∼12만 5000원, 알파인 11만∼17만원.www.mujuresort.com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이 축제는 빼놓지 말자 갓 잡은 대하와 가을 전어를 맛볼 수 있는 보령 무창포 대하·전어 축제가 11일∼10월5일 열린다. 갯벌에서 전어와 대하, 맛 등을 잡는 다양한 체험행사도 마련됐다.(041)936-3510. 15일까지 강원도 봉평에서는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을 기리는 제10회 효석문화제가 열린다. 장관을 이룬 메밀꽃밭을 배경으로 다채로운 문학, 체험행사와 공연이 열린다.(033)335-2323. ■이곳도 좋아요 도로는 다소 분주하겠지만 가족과 함께 아름다운 고향 주변 명소들을 여행하며 한가위의 참맛을 느끼는 것도 좋겠다. 고향에서 부모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들를 만한 대도시 근교의 근사한 나들이 명소를 소개한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추천했다. ▶수도권 팔당호반, 강화 평화전망대, 화성 융건릉, 원주 흥법사·법천사·거돈사 옛절터, 주문진 아들바위 ▶충청권 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 아산 온천지구, 청원 문의문화재단지 ▶영남권 영천 은해사와 거조암, 안동 퇴계 오솔길, 김해 김해천문대, 사천 삼천포유람선, 울산 주전-정자 해안 ▶호남권 장성 축령산, 진안 마이산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28) 강원도 동해안 석호습지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28) 강원도 동해안 석호습지

    강원도 동해안에는 석호(潟湖)가 많다. 강릉 경포호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며 주문진 향호·포매호, 속초 청초호·영랑호, 고성 송지호 등을 거쳐 거진 화진포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석호들이 발달해 있다. 석호는 파도에 의해 운반된 모래가 바닷가 쪽에 장벽을 쌓으면서 만들어진 해안호수로서 수심이 얕은 게 특징이다. 좁은 입구를 통해 바닷물이 드나들므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호수라 할 수 있다. 동해안의 해안석호 주변에는 크고 작은 습지들이 발달해 있다. 석호가 형성된 후에 석호 안의 퇴적물들이 가장자리로 밀려가 쌓이면서 습지를 만들기 때문에 석호 주변에는 어김없이 습지가 발달한다. 석호 자체에 발달하는 이런 습지 외에도 강원도 동해안 일대에는 다양한 규모의 습지들이 여러 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들 중에는 원래 석호였지만 바닷물이 드나드는 입구가 메워져서 석호의 기능을 잃은 채 작은 호수나 습지가 된 것도 있고, 지역 자체가 낮아서 만들어진 습지들도 있다. 거진에서 강릉에 이르는 전 지역에 이런 작은 습지들이 산재해 있다. 석호와 석호 일대에 발달한 이런 습지들을 통틀어 석호습지라 부른다. ●한해살이 좀어리연꽃 드물게 발견 대형 석호들은 생태적으로 이미 많이 파괴된 상태다. 어떤 곳은 매립되었고, 또 어떤 곳은 경관이 아름답기 때문에 각종 개발사업이 이루어져 석호의 생태적 기능이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독특한 환경을 갖춘 이곳에 살고 있어야 할 많은 식물들이 이미 사라지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대형 석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석호습지들 가운데는 아직까지 원시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는 곳이 더러 있다. 이곳들에는 우리나라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수많은 희귀식물이 자라고 있다. 석호습지에는 물이 고여 있는 중심부에 세모고랭이, 송이고랭이, 큰고랭이 등 비교적 키가 큰 물풀들이 자라고 있고, 주변부에는 갈대, 개발나물, 도루박이, 들통발, 애기부들, 애기수련, 좀어리연꽃, 줄, 질경이택사, 창포, 통발 등이 자란다. 습지 가장자리에는 가는오이풀, 긴잎미꾸리낚시, 물옥잠, 부채붓꽃, 옹굿나물, 진땅고추풀, 꽃창포 등이 자란다. 이맘때 물 위에서 작은 꽃을 피우는 좀어리연꽃은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의 연못에 살지만 매우 드물다. 세계적으로는 일본, 만주, 우수리에도 분포한다. 형제뻘인 노랑어리연꽃이나 어리연꽃에 비해서 전체가 작을 뿐만 아니라 여러해살이풀이 아니라 한해살이풀이다. 꽃은 지름이 5㎜에 불과하다. 양양 일대의 석호습지 몇몇 곳에서 발견된다. 참통발은 물속에 사는 식충식물이다. 줄기에 벌레잡이통이 달려 있는데, 이곳에 갇힌 작은 수서곤충들을 잡아먹는다.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물 위로 나온 꽃대 끝에서 피는 노란 꽃이 예쁘다. 대부분의 석호습지에서 발견되며, 몇몇 석호습지에서는 이보다 더 귀한 들통발과 통발도 자라고 있다. ●애기며느리밥풀, 습지 주변 무리지어 자라 습지를 에워싸고 있는 바깥 부분은 해송이 숲을 이룬 곳이 많다. 해송 숲에는 키 작은 떡갈나무들이 간간이 섞여 자란다. 이맘때 숲 가장자리와 숲 속에서는 개쑥부쟁이, 금불초, 다북떡쑥, 도깨비바늘, 백령풀, 애기며느리밥풀, 절국대, 참골무꽃, 큰벼룩아재비, 해란초 등이 꽃을 피운다. 봄에는 매화노루발을 만날 수 있고, 늦가을에는 둥근바위솔이 무리지어 핀다. 숲 속을 붉게 물들이는 애기며느리밥풀은 석호습지 주변의 숲 속에서 크게 무리를 지어 자란다. 한해살이풀로서 며느리밥풀 종류들 가운데 잎이 가장 가늘다. 중부 이북의 소나무 숲에서 볼 수 있으며, 일본, 만주, 우수리에도 산다. 진한 자줏빛 꽃은 물론이고 꽃을 싸고 있는 수염 달린 꽃싸개잎들도 꽃이 필 시기에 꽃처럼 자줏빛으로 변하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다. 석호습지는 물이 고여 작은 호수의 모습을 하고 있든, 갈대 같은 수생식물들이 들어차 습지의 모습을 하고 있든,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땅이다. 쓸모없는 땅이라 여겨져서 매립되기 일쑤다. 주변에는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미국나팔꽃, 미국쑥부쟁이 같은 귀화식물이 번성하여 고유생태계가 파괴된 곳이 많다. 하지만 양양을 비롯하여 몇몇 곳의 석호습지들은 아직 보전상태가 양호하다. 이곳의 연못 속 작은 세상에는 아직도 많은 생물들이 원시에 가까운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해 환경부장관이 지정하는 야생동식물특별보호구역은 바로 이런 곳을 보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환경부의 특별보호구역은커녕 지자체장이 지정하는 야생동식물보호지역으로조차 지정되지 않아 보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다. 이런 데를 제쳐 둔 채 어딜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하늘에서 ‘땅끝’을 내려다보다

    하늘에서 ‘땅끝’을 내려다보다

    해남 ‘폴더’를 연다. 그 안에서 ‘문서’들이 주르륵 쏟아져 나온다. 하나같이 ‘땅끝마을’이다. 해남의 간판스타인 땅끝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삶의 새로운 전기를 찾고자 한다. 그 중엔 세상과 부딪쳐 입은 상처로 남루해진 몸을 추스르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땅끝마을은 고즈넉한 옛모습을 많이 잃었다. 개발바람을 피할 수 없었던 게다. 땅끝을 어떻게 느끼는가는 오로지 여행자의 몫.‘땅끝’이 가진 상징성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또다른 명소들을 발로 뛰어 찾아냈다. (1) ‘남도의 금강산´ 달마산과 도솔암 새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땅끝은 또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달마산과 두륜산에 주목해 보자. 각각 도로와 케이블카가 나 있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달마산은 소백산맥의 한 줄기다. 높이는 489m쯤 된다. 공룡의 등줄기처럼 울퉁불퉁한 암릉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때문에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린다. 산 정상을 따라 등산로가 이어져, 어느 곳에 서더라도 빼어난 풍광과 마주할 수 있다. 그중 도솔암은 현지인들이 첫손 꼽는 명소다. 도솔봉 못미쳐 암릉 꼭대기에 아슬아슬하게 자리잡고 있다. 안내판에 따르면 창건 연대는 통일신라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정유재란 등을 거치면서 소실됐던 것을 현 주지인 법조 스님이 지난 2002년 단 32일만에 중창했다. 법조 스님은 “주변 풍광이 워낙 수려해 수행자가 공부할 곳은 아니고, 중생들이 단 하루라도 불법과 더불어 안식할 수 있게 하려고 조성했다.”고 밝혔다. 도솔암에 올라 서면 땅끝과 다도해가 주르륵 펼쳐진다. 법조 스님은 “석양이 다도해에 쏟아져 내릴 때면 꼭 ‘판화’를 보는 듯하다.”고 표현했다. 도솔암 맞은편에 6∼10명 정도가 묵을 수 있는 요사채가 마련돼 있다.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식수는 삼성각 아래 용샘에서 길어 온다. 간단한 세면 정도는 가능하다. 숙박비는 불전함에 성의 표시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숙박을 하려면 사전에 법조 스님(011-9639-1013)과 일정을 맞춰야 한다. 송지면 마봉리에서 도솔암 이정표를 따르다, 중계탑 아래 차를 세워두고 산길로 20분 정도 가면 나온다. 달마산과 이웃한 두륜산은 해발 703m로 바다에 인접한 봉우리 치고는 제법 높은 편이다. 명찰 대흥사와 동다송(東茶頌)을 지은 초의선사가 수행했던 일지암 등이 이 산에 기대어 있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정상까지 손쉽게 오를 수 있다. 대흥사 입구 옆에서 출발해 고계봉(638m)까지 이어지는데, 길이가 1600m에 달한다. 국내에서 가장 길다. 정상까지 8분 정도면 닿는다. 정상 전망대에 서면 ‘섬들의 천국’이라는 서남해의 섬들을 가장 멀리, 많이 볼 수 있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제주의 한라산까지 관측된다고 한다. 운행시간은 오전 7시30분∼오후 7시. 일출 감상을 하려면 예약을 해야 한다.5000∼8000원. 두륜산케이블카 www.haenamcablecar.com (061)534-8992. (2) 바람과 파도가 만든 조각 ‘비둘기바위’ 황산면 징의마을은 예전엔 섬이었으나 간척사업을 통해 뭍이 됐다. 마을 이름의 유래가 재밌다. 대흥사 수도승이 무슨 이유에선지 절을 나와 목탁을 던지고(목탁섬), 불단에 올리는 시루를 버린 다음(시루섬), 속옷까지 벗어던졌는데, 그 속옷이 징의리에 떨어져 ‘징의’(澄衣·깨끗한 옷. 스님의 속옷을 뜻함)마을이 됐다는 것. 징의마을의 자랑거리는 ‘비둘기 바위’라 불리는 해식절벽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모양새가 전북 진안 마이산의 타포니 지형과 닮았다. 마을 입구에서 ‘모래미’라 불리는 자그마한 모래사장을 지나면 연분홍빛 ‘신비의 문’과 만난다. 이 마을 이병규(70) 이장에 따르면 “달빛 영롱한 밤이면 마을 처녀총각들이 찾아와 밀회를 즐기곤 했다.”는 곳이다. 얼핏 보면 작은 규모다. 하지만 실망은 이르다. 한 굽이만 돌아서 보시라.‘기골이 장대한’ 해식절벽이 나온다. 파도의 침식 강도에 따라 얼기설기 얽혀 있는 바위들과, 돔 형태로 지붕이 얹힌 바위 등이 적잖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이장은 “절벽에 뚫린 구멍마다 산비둘기들이 둥지를 틀어 비둘기바위라고 불렀다.”고 설명했다. 징의마을로 가려면 마산면 호교리에서 고천암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좋다. 천일염전이 그렇거니와, 둑방길에 흐드러진 갈대들이 초가을 햇빛을 받아 서정미를 물씬 풍겨낸다. 썰물에 가야 제대로 구경할 수 있다. (3) 달마산을 병풍처럼 두른 미황사 미황사는 ‘남도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달마산을 병풍처럼 두른 명찰. 섬을 제외하면 뭍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절집이다. 단청을 입히지 않은 대웅보전이 소박하고 단아하다. 대웅전 기둥을 받치고 있는 주춧돌에는 게와 거북을 조각해 이채로움을 더하고 있다. 절집 풍광도 빼어나지만 발 아래로 펼쳐지는 다도해를 조망하는 맛이 일품이다. 특히 응진당과 만하당에서 보는 낙조가 장관이다. 경내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부도탑도 빼놓으면 서운할 풍경. (4) 명량대첩을 다시 본다 ‘2008 명량대첩축제’(myeongryang.com)가 10월11∼14일까지 명량해협(울돌목) 일대에서 열린다. 하이라이트는 명량해전 재현 행사.200여척의 선박과 1300명의 인원이 동원돼 실전과 같은 명량대첩을 선보일 예정이다.3만여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명량어울림 강강술래’행사도 마련됐다. 주최측은 진도대교 위에서 펼쳐지는 이 행사를 기네스북에 올릴 방침이다. 축제 총감독은 영화 ‘동승’ 등에서 메가폰을 잡은 주경중 감독이 맡았다. 주 감독은 “해남 각 지역의 설화가 바탕이 된 공연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연습하고 있다. 지역민들에게 축제는 이미 시작된 셈”이라며 “보여지는 축제가 아닌 참여하는 축제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글 사진 해남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061)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목포나들목→2번 국도 강진방향→성전→13번 국도 해남. 해남 초입 외엔 LPG충전소가 없다. 해남군청 문화관광과 530-5229. ▶맛집 해남 읍내 천일식당은 80년을 이어온 떡갈비로 소문난 집.1인분 2만원.536-4001. ▶잘 곳 유선장여관(534-2959)은 영화 ‘서편제’ 촬영지. 산중에 위치해 운치가 있다. 이밖에 땅끝마을하얀집 534-3223, 가학산자연휴양림 535-4812, 해남유스호스텔 533-0170 등이 있다. ▶주변 관광지 고천암은 겨울철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곳. 장대한 갈대 군락지의 서정성이 뛰어나다. 땅끝관광지, 우항리 공룡화석지, 우수영관광지, 고산윤선도유적지 등도 가볼 만하다.
  • 김영석 디자이너가 말하는 ‘한복 멋지게 입는 법’

    김영석 디자이너가 말하는 ‘한복 멋지게 입는 법’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씨는 독특한 이력으로 주목을 먼저 받는다. 남성으로 서른 중반에 다른 일을 하다가 뒤늦게 한복 짓기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늦은 출발에 비해 이른 명성을 얻은 이유는 남다른 솜씨와 참신한 안목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옥가옥에 살며 요즘 ‘출토복식(무덤에서 나온 전통 복식)’ 재현에 힘을 쏟고 있을 정도로 전통을 사랑하는 그는 디자인에서는 고전미를 추구하지만 색을 쓸 때는 때론 파격적이라 할 만큼 과감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지하 작업실의 작은 창을 통해 파고들던 아침 햇살의 황홀경을 잊을 수 없다는 그는 ‘즐겨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논어의 가르침을 다시 깨닫게 해준다. 아무리 원해도 옷과 사람이 어울리지 않으면 절대 옷을 짓지 않는 고집도 세상이 알아줬다. 지금은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지하 아케이드에 둥지를 틀고 있지만 삼청동에 처음 ‘전통한복김영석´을 연 지 내년이면 10년째를 맞는다는 그를 만나 요즘 한복 입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땅에 떨어진 한복의 품격 인터넷에 ‘한복’을 치면 관련 사이트 수백개가 주르륵 뜬다. 접근은 훨씬 쉬워졌지만 제대로 갖춰 입기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명절, 결혼, 돌 등 특별한 행사를 위한 복장으로 취급되면서 비용 대비 효용성만을 따지게 됐기 때문이다. 품격 있는 선택은 뒷전이고 ‘어쨌든 걸쳤다.’는 의미가 더 커지고 있는 것. 그는 “한복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수천만원을 호가하기도 하는 일본의 전통복식 기모노는 대여할 때조차 전통에 맞춰 완벽한 성장(盛裝)을 할 수 있게 합니다. 한복은 그렇지 않지요. 때와 장소, 입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인가에 대한 고려 없이 대충 가격만 맞으면 빌려 입는 경우가 허다하죠.” 그는 개량한복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개량한복은 일본의 유카타와 동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기모노에 비해 간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죠. 일본에는 고장마다 ‘마쓰리’라는 축제가 있는데 일본 사람들은 이때 유카타를 입고 거리로 나오죠. 한국도 개량한복을 입을 만한 자리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개량한복도 더욱 발전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개량한복을 공식적인 자리에 입고 나오는 것은 파자마만 걸치고 집 담장을 넘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 대여업체와 개량한복의 활성화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을 긁어준 측면도 있다. 그는 단호하게 “한복이 지금보다 더 비싸져야 한다.”고 했다.“비올 때 명품 가방을 머리에 쓰고 가면 짝퉁, 품고 가면 진품이라고 하잖아요. 옷을 벗어서 품고 갈 정도로 한복이 귀하게 취급돼야 한다고 봅니다.” ●멋과 재미 추구…스타일 다양화 일상복보다 변덕스럽지는 않지만 한복도 유행이 있다. 올해는 어떨까. 결혼식을 치르는 어머니들의 한복을 예로 들면서 “예전 같으면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색과 문양이 대담해졌다.”며 “멋과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개성을 드러내는 데 보다 적극적이라는 뜻이다. 다양한 스타일의 공존은 당연한 결과. 굳이 유행과 변화를 꼽자면 기장이 긴 저고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 이럴 때 보통 저고리와 소매 길이는 반비례하는데 기장이 길어지면 소매 통은 다소 좁아지고, 기장이 짧아지면 소매 통은 넓어지는 게 상례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옷고름도 좁고 짧아지거나 아예 없어져 전통 브로치를 달아 색다른 장식미를 추구하기도 한다. 겹쳐입기(레이어드)는 한복의 맵시를 살리는 비결 중 하나다. 저고리 위에 입는 덧저고리나 배자의 활용이 높아지고 있다. 기성복처럼 올해 한복에서 가장 많이 쓰인 색도 노란색이다. 녹색, 벽돌색, 갈색 등이 명도와 채도를 달리해 노란색과 조합을 이뤄 우아함을 한껏 발산했다.“한복을 입을 때 가장 명심할 것은 비움의 미학입니다. 꽃, 나무바위 등 우리나라 자연을 닮은 색을 강약을 두어 조화롭게 써야 제멋이 납니다.” 남자 한복은 좀 낀다 싶을 정도로 딱 붙게 입어야 맵시가 산다고 조언했다.“우리나라 남자들은 유달리 양복을 크게 입는데 한복을 입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복은 옷 자체가 크기 때문에 꼭 맞게 입어야 합니다. 저고리 소매가 손의 반을 덮을 정도로 크면 한복의 멋이 제대로 살지 않습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사진제공 : 전통한복김영석 ■ 아동용 어떻게 고르나 아얌부터 꽃신까지 제대로 갖춰야 아이들 한복도 한층 우아해졌다. 예년에 비해 카키, 크림색 등 성인 한복에서 주로 쓰이던 색상이 많아졌다. 전통 팔각자수, 섬세한 누빔으로 멋을 더한 스타일이 명절을 앞두고 쏟아지고 있다. 색동 일색과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황진이 한복’ 사이에서 선택의 고민을 덜어 주고 있는 것. 앙증맞은 액세서리는 아이들의 귀여움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무기. 댕기뿐 아니라 목단머리띠, 아얌, 굴레 등 머리 길이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장식물에서부터 오색비단 주머니, 노리개까지 다양하게 나와 있다. 양말 대신 버선, 운동화 대신 (인조)가죽신까지 아이라도 제대로 갖출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값싸면서 다양한 스타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인터넷 쇼핑몰은 품 들이지 않고 예쁜 한복을 살 수 있는 최적의 구매처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옥션의 유·아동의류 임주형 CM은 “2만∼6만원대의 실용적인 한복들이 봇물을 이뤄 추석빔을 마련하는 알뜰한 엄마들의 손길이 늘고 있다.”면서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700여벌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 한복은 세탁이 용이하고 구김이 덜 가는 합성섬유 재질의 광택 소재가 많다. 동정 부분도 종이에 원단을 덧댄 성인과 달리 여러 번 세탁을 해도 교체할 필요가 없도록 합성 섬유로 제작돼 있다. 디자인도 아이들의 활동성을 고려했다. 소매의 폭을 대폭 줄여 거추장스럽지 않고 고름 부분은 단추로 제작해 입고 벗기가 간편하다. 남아의 경우도 바지 허리는 고무밴드로 처리하고 밑단은 묶지 않고 고리식으로 쉽게 끼우도록 돼 있어 편리하다. 오래 입으려면 보관이 중요하다. 보통 한복 원단은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상자 안에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 상자에 담을 때에는 큼직하게 개켜 두는 것이 포인트. 방습제와 방충제를 함께 넣어 습기와 해충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 세탁은 처음 1회는 꼭 드라이크리닝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부터 손세탁을 하되 미지근한 물에 울 세제를 풀어 잠시 담근 후 비비지 말고 흔들어서 세탁한다. 기름때가 묻었을 때 주방 세제를 사용하면 효과가 좋다. 흰색 세탁물과 분리 세탁하고, 다림질은 최저 온도로 한다. 얇은 천을 위에 깔고 다려야 한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사진제공 : 옥션
  •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39)경남 함양군 휴천면 송대마을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39)경남 함양군 휴천면 송대마을

    지난 2월 ‘마을에서 건너 뵈는 산능선 모습이 마치 누워 있는 부처와 같다.’ 하여 ‘견불동’이 된 작은 마을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경남 함양군 휴천면 송대마을은 그 와불능선을 뒷산으로 둔 산중 깊은 마을이다. 엄천강 건너, 그리고 다시 도로 건너에 위치한 견불동보다 와불 형상이 훨씬 더 뚜렷한 덕에 ‘견불사’란 사찰도 들어서 있지만 본시 견불동에 있었다던 통일신라 때의 견불사와는 다르다. 점필재 김종직의 지리산 유람록 ‘유두류록’에는 ‘나 혼자 삼반석에 올라 지팡이에 기대섰노라니 향로봉, 미타봉이 모두 다리 밑에 있었다.’라고 표현돼 있다. 지금은 ‘상내봉’으로 일컫는 미타봉은 이 와불능선의 머리 부분으로 그 키가 해발 약 1200m이다. ●마을 뒷산엔 와불능선 오롯이 상내봉 부근엔 ‘망실공비 3인부대’로 불렸던 정순덕, 이홍이(희), 이은조가 군경의 추격을 피해 1962년까지 숨어 지낸 선녀굴이 있다. 이은조는 그해 선녀굴에서, 이홍이는 이듬해 산청에서 각각 사살당하고, 마지막 빨치산 정순덕은 같은 날 다리에 총상을 입고 생포 당한다. 여순사건부터 치자면 무려 15년이고, 한국전쟁이 끝난 후부터 쳐도 10년만이었다. 송대마을에서 3㎞쯤 떨어진 선녀굴에는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는 데다 좁은 입구와는 달리 안이 넓은 2중 동굴이어서 굴 내부에서조차 안이 잘 보이지 않아 빨치산의 은신처로 적당한 곳이었다고 한다. 근방에는 이와 비슷한 동굴이 5개나 더 있다. 함양군에서는 송대마을과 선녀굴을 중심으로 한 ‘지리산 공비토벌 루트’를 만들었지만 송대∼선녀굴∼어름터 등의 5㎞ 구간을 포함, 이 일대가 2017년 2월까지 출입통제 구간으로 묶여 산행은 할 수 없다. ‘지리산 엄천골’ 블로그를 운영 중인 김용규씨는 “그동안 송대마을이나 세동마을 사람들이 부처 형상의 산봉우리를 쉽게 감지하지 못했던 이유는 1950∼1970년대의 벌목과 산불 등으로 상내봉 주변에 나무가 많이 자라지 못해 그냥 밋밋한 바위 모습만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저런 암자를 제한 송대마을 가구수는 대략 네 집. 여느 동네처럼 한국전쟁으로 마을이 불에 타 부득이 집을 떠났다 다시 돌아와 50년을 살았다는 한 할머니는 붉은 고추를 손보며 연신 한숨뿐이다.“힘든 건 말할 수가 없어. 지금도 힘이 드는데 그때는 말할 것도 없지. 너무너무 힘들게 살아.” 할머니네 벌통은 아니었지만 3년 전 인근 농가가 반달곰 피해를 입었고, 멧돼지 횡포로 농사 지을 생각은 진즉에 접었다. 주로 한봉과 산나물 채취로 생계를 잇는데, 100% 무공해여서 도시 사람들에게 택배로 보내주는 일이 많다고. 다만 택배 차량조차 오가기 꺼리는 곳이라 물건을 부치려면 직접 들고 마천까지 나가야 한다. 일흔이 넘은 그이가 쉬엄쉬엄 1시간, 아니 걷는 데만 왕복 2시간이 걸리는 먼 길이다. ●소나무·대나무 많아 ‘송대마을´ 소나무와 대나무가 많아 ‘송대’라는 이름이 붙은 이 마을은 선녀굴에서 발원한 선녀골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반세기 전 빨치산들이 은거하며 마셨을 이 물은 햇볕에 증발돼 비가 되어 다시 땅으로 내리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이제는 지리산에 깃들인 이들에게 달고 깊은 맛을 제공하고 있다. ▶가는 길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과 동서울터미널, 부산과 대구 등에 함양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88고속도로 지리산IC에서 산내∼마천∼휴천 방면으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는 함양과 생초IC를 각각 이용한다.24번 국도에서 오도재를 넘어 마천∼휴천 방면으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후 견불사 이정표를 참조한다. 글 사진 황소영 자유기고가
  • [심재억 기자의 짧은 몽골 체류기](하편)

    [심재억 기자의 짧은 몽골 체류기](하편)

    ■몽골에서 우리의 옛 모습을 보다 ‘문명의 충돌’이라는 오고바흐타의 진단은 몽골에 체류하는 동안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몽골 입성 4일째 되는 날,의료봉사를 마친 일행은 초원으로 야유를 나섰다.말이 야유지 그것은 또다른 고행의 체험이었다.워낙 햇볕이 따가워 일행들은 함부로 초원에 나서기를 꺼려했다.그냥 차안에서 너른 초원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겠다는 투였다.그래도 몽골이라는 나라가 그리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않은가.필자는 작심하고 시원한 차량을 나섰다.더운 바람이 턱 하고 숨길을 막았고,발바닥에 밟히는 초원의 감촉은 뜨겁고 푹신했다.뜨거움은 태양에 달궈진 대지의 체온이고,푹신한 것은 빠삭하게 마른 모래흙이 밟히는 감촉이었다.걸음을 뗄 때마다 풀풀 먼지가 일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가 몽골과 역사·문화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흔적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어워’였다.초원을 가로 질러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이어진 길(나중에 지도를 보고 그 길이 러시아령 바이칼 호수 쪽으로 이어지는 간선 국도임을 알았다.)을 따라가자니 길가에 익숙한 돌무더기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바로 어워였다.우리 식으로 보자면 성황당이다.모양도 성황당과 너무 닮았다.몽골인들은 길을 오가다 어워를 만나면 돌을 세개 쌓거나 주위를 세번 돈 뒤 기원을 하고 지나간다.의례까지도 우리의 성황당 의식과 너무 비슷해 놀랐다.요즘엔 차량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예전처럼 돌이 많이 쌓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직 몽골에는 토템이나 샤먼적 요소가 우리보다 훨씬 많이 남아 있다.예컨대 차량 운전자도 아워 앞을 지나칠 때면 경적을 세번 울리거나 아예 차로 아워 주변을 세번 돌고 지나가는 식이다.우리에게 익숙한 ‘삼세번 문화’와 흡사한 의식의 발현이다. 우리와 다른 점도 있었다.종교든 생활 관습이든 주어진 환경 조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의 원형 이탈은 불가피한 것이다.우리의 경우 큰 나무에 영성(靈性)이 깃들었다고 보고 그걸 성황당으로 삼는 데 비해 그들은 그냥 평지에 돌무더기를 쌓아 어워로 삼았다.삼림지대가 아닌 망망대해 같은 초원지대에는 나무가 거의 없어 우리처럼 노거수를 토템의 대상으로 삼기가 쉽지 않은 탓일 것이다.이 때문에 우리는 나무 등걸에 색색의 천을 걸거나 금줄과 유사한 기능의 새끼줄을 걸쳐 공간의 신성성을 표시하는데 몽골에서는 돌무더기 가운데 통나무를 박아 장소성을 나타냈다.그들은 이 나무에 예외없이 파란 천을 친친 두른다.물론 다른 색의 천도 걸려있지만 주종은 파란색 천이다. 파란 색 천은 옛적부터 몽골인들이 외경의 대상으로 삼았던 하늘을 뜻한다.그러고 보니 우리가 탄 버스의 운전석 위에도 씨름 샅바처럼 만 파란 천이 가로로 걸쳐져 있다.이런 습속은 일반인의 생활에도 깊숙히 자리잡아 게르나 현대식 주택엘 들어서도 거의 예외없이 출입문 위에 가로로 걸쳐 놓은 파란 천을 볼 수 있다. 생각해 보면 그들이 하늘을 외경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충분히 이해됐다.그들의 삶을 지배하는 태양이 터를 잡은 곳이 하늘이고,철궁으로도 뚫지 못하고,천마를 달려도 다다를 수 없으니 어찌 그들이 하늘을 경외하지 않았겠는가.비록 지상에서는 동과 서,남과 북 천하에 대적할 사람이 없는 대제국을 일궜을지라도 하늘 만큼은 그들의 발아래 꿇릴 수 없었을테니…. 그들이 하늘을 외경의 대상으로 삼은 흔적은 까마귀를 신성시하는 것에서도 확인됐다.그들도 우리처럼 까마귀를 ‘태양의 사자’라고 믿는다.그래서 사냥에 나설 때도 까마귀는 건드리지 않는다.만약 누군가가 까마귀를 해쳤다면 전쟁터로 가는 길이든,결혼식장으로 가는 길이든 모두 포기하고 돌아온다고 한다.까마귀의 영성을 대하는 이들의 시각은 이 정도다. 이런 의식은 우리와도 닮았다.지금이야 까치는 길조이고,까마귀를 그냥 기분 나쁜 새로 여기지만 이는 근대 이후 우리나라에 이입된 서구적 의식의 영향 탓일 뿐 예전 우리 조상들은 까마귀를 영물(靈物)로 여겼다.몽골과 마찬가지로 우리 조상들도 까마귀를 ‘하늘의 사자’라고 여겼으며,이는 우리 신화 속에 깃든 삼족오(三足烏)의 전설이 입증해 준다.혹 어렸을 적에 할머니로부터 이런 얘기 들을 기억이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아,글씨 이 망할 구미호(여우)가 어찌나 신통방통한 둔갑술을 가졌는지 도저히 어찌 해볼 요량이 없는게야.그래 그 사람이 이젠 죽었구나 하고 아예 땅바닥에 다릴 풀고 퍼질러 앉았지.그러고는 조상께 하직인사를 올렸지 뭐야.‘인자 죽게 돼 조상님들께 제사도 못 올리게 되었다고….’그랬더니 눈앞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타나 이렇게 말하는 게야.‘이 눔아,게서 죽으면 못써.얼렁 내가 일러준 주문을 외워봐.그러면 삼족오허고 삼족구가 와서 널 구해줄게다.’ 그래 정신이 퍼뜩 든 이 사람이 그대로 주문을 외았드니 금시 삼족오허고 삼족구가 와서 그 구미홀 쫓아내는거야.” 여기서 삼족오는 다리가 셋인 바로 그 까마귀이고,삼족구는 다리가 셋인 개를 말한다.이처럼 우리 의식 속에서는 둘 다 잡귀를 물리치고 주인을 지켜주는 신성한 영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삼족오를 일본이 잽싸게 건져내 자국의 축구 국가대표팀 문장으로 만들었다.사실 우리 축구대표팀의 문장에 넣은 호랑이는 애당초 우리 의식 속에 늘 있었던 것이어서 놀랄 일이 아니었으나 일본이 삼족오를 내미는 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 때 내 속으로는 “저들이 언제 우리 할머니 이바구까지 훔쳐 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무척 아까웠었다.생각은 그렇더라도 까마귀에 대한 이런 의식이 동양문화의 중추를 관통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이로써 대륙의 문명이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갔음을 확인하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다른 문화의 유사성은 씨름에도 있었다.아워도 그렇지만 씨름도 우리 민족이 중국의 한족과 전혀 다른 문화적 혈통을 가졌음을 확인시키는 결정적 근거가 아닐까.씨름의 민속 벨트가 몽골-러시아 극동지역-한국-일본으로 이어져 중국이 배제되고 있다.인류문화사적으로도 중국은 우리와 전혀 다른 언어 및 인종적 경로를 갖고 있다. 몽골에서 ‘부흐’라고 부르는 씨름은 샅바를 이용하는 우리의 것과 형식적으로는 약간 차이가 있다.그러나 두 사내가 서로 맞붙어 힘과 기술을 겨룬다는 점에서는 똑같다.승패를 가르는 방식,즉 넘어뜨리면 이기는 승패 규칙도 매우 흡사하다.해마다 7월 11∼13일에 몽골 최대의 나담축제가 열리는데,이 축제의 3대 행사가 바로 부흐와 말타기,마상 활쏘기이다.여기에서 그들에게 부흐가 생활의 일부임을 알 수 있다.몽골 역사상 올림픽 첫 금메달리스트가 된 유도의 투브신바야르 나이단도 원래는 부흐 선수였다.현지에서 듣기로는,그가 부흐를 배우다가 ‘세상이 바뀌어 이제는 부흐로 먹고 살기 어려우니 유도를 하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유도선수가 되었단다.하기야 유도나 씨름이나 근본적인 역동의 원리는 그다지 달라보이지 않는다. 몽골 체류 중 일행은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가장 큰 곳 중 하나라는 재래시장을 찾았다.소액(50토그르기)이지만 입장료도 내야 했다.뙤약볕 아래 제법 널찍하게 펼쳐진 재래시장은 예의 인파로 북적였다.갖가지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이 보도를 점령한 것도 우리에겐 익숙한 광경이었다.특히 냉차를 파는 노점은 옛날의 우리 모습을 다시 보는 듯 했다.온갖 잡화가 진열된 그곳은 생각과 달리 잘 정리되어 있었고,풍성했고,사람들의 표정도 밝아 보였다.이 시장은 울란바토르에서도 중산층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또다른 익숙한 광경도 눈에 띄었다.식료품 가게에는 감자와 마늘,양파가 즐비했다.현지 안내원에게 물으니 몽골인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식품들이라고 했다.우리와 다른 점은 어물전이 없다는 거였다.하기야 고비사막을 깔고 앉은 내륙도시 울란바토르에 신선한 생선이 있을리 만무했다.일행중 누군가가 우스개소릴 던졌다.“어디 가서 싱싱한 회나 한 접시 했으면 좋겠구만.” 이 시장이 매력적인 것은 몽골인들의 삶을 가감없이 드러낸다는 점이었다.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거리의 악사’가 눈길을 끌었다.초로의 여인이 짙은 화장을 하고 뙤약볕 아래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아들인 듯 싶은 젊은이는 반주가 담긴 카세트를 켜들고 그 뒤에 물끄러니 서있었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리의 옛날들이 스쳐 지나갔다.일제에 의해 전통적인 우리의 권번이 해체되면서 수많은 기생들이 거리로 내몰렸다.이를테면 그 이전의 관기(官妓)가 중심이었던 ‘공창 시스템’을 자본주의식 ‘사창 시스템’으로 전환시킨 조치였다.하루 아침에 일자리에서 내몰린 기생들이,그것도 ‘애기기생’들을 모두 떠나보내야 하는 늙수그레한 노털 기생들은 천상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었다.그들은 전국을 떠돌며 잔치집을 전전하거나 노상에서 술과 웃음을 파는 들병이로 전락했다.이 몽골 여인의 삶의 내력을 알 수는 없었으나 길거리에서 기예를 파는 처지가 딱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양 한마리를 해치우는데 고작 20여분. 몽골을 떠나기 이틀 전,몽골 현지 ACC 책임자가 아주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몽골의 자연형 국립공원인 테일지 초원의 게르로 나가 양고기 오찬을 대접하겠다는 것이었다.정중한 초청이었기에 거절할 수는 없었지만 일행 대부분은 이미 여러번의 현지식에서 양고기의 누린 맛에 적잖이 질린 터라 서로 마주보고 눈만 꿈벅거렸다.그때 일행중 한 명이 나섰다.“너무 양고기에 기죽은 표정들 하지 맙시다.이미 초청을 받았는데 안 간다는 것도 결례이고 하니 그냥 가볍게 초원으로 산책 나간다는 생각으로 갔다 옵시다.” 그렇게 해서 울란바토르에서 차로 1시간 쯤을 달려 테일지 자연공원에 도착했다.그곳은 아름드리 삼림이 있고 바이칼호수에서 발원했다는 맑은 강물이 흐르는 천국 같은 곳이었다.산의 능선을 타고 펼쳐진 바위가 마치 금강산의 풍광 한 폭을 뚝 떼어다 옮겨놓은 듯 아름다웠다.안타까운 것은 거기에도 개발 바람이 불어 그 울창한 원시의 수림대가 차차 망가지고 훼손된다는 사실이었다.테일지로 가는 길목 곳곳에 베어넘긴 거목의 시체들이 즐비했다.그곳에서 말등에 올라타고 두개의 야트막한 하천을 건너 한참을 가니 광활한 초원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상상해 보라.인공이 가해지지 않은 원시의 초원을 눈앞에 두고 선 나그네의 가슴 울렁거리는 희열을. 말인 즉 인공이 가해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그곳에는 양과 말,야크떼를 거느린 유목민들이 살고 있었다.양털과 젖이 그들의 주수입원이었지만 가끔 게르에서 하루,이틀 묵으며 초원을 체험하려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제법 짭짤한 수입을 올리기도 하는 그런 곳이었다.그곳 유목민들은 땟국에 절은 입성 말고는 어떤 문명의 티도 내지 않았다.예약된 게르에 들어서자 주인 사내가 딱딱하게 말린 양젖 버터를 권했다.마치 고구마 절편처럼 딱딱했다.맛을 보려고 입으로 가져가니 예의 누린내가 확 끼쳐 슬그머니 내려놓고 말았다. 게르 뒷편에서는 젊은 유목민 사내가 때맞춰 능숙한 솜씨로 양을 잡고 있었다.그걸 지켜보자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살아있는 양의 네 다리를 잡고 땅바닥에 누인 뒤 고작 연필만 한 주머니칼을 꺼내 명치 부위에 10㎝ 가량의 칼집을 냈다.그때까지 양은 멀쩡하게 살아 맴맴거리고 있었다.이윽고 사내는 칼집으로 손을 쑥 집어넣더니 검지를 대동맥에 걸어 뚝 하고 잡아뗐다.그걸로 끝이었다.양은 이내 목을 축 늘어뜨렸다.양의 숨이 끊어지자 사내는 손바닥을 밀어 익숙하게 가죽과 몸통을 분리했다.칼은 발목과 목을 분리할 때만 썼다.다음은 배를 갈라 내장을 들어내는 일.가슴을 갈라 내장을 들어내고,흉곽에 그득한 피를 준비한 그릇에 담아 선지 순대를 만들었다.그의 아내인 듯 보이는 여성이 들어낸 내장을 익은 솜씨로 손봐냈다.순대와 내장,적당한 크기로 나뉜 몸통은 그대로 통속으로 들어가 삶겼다.양 한마리를 잡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20여분 정도,그러는 동안 땅바닥엔 피 한방울이 흐르지 않았다.일을 마친 사내는 풀섶에 쓱쓱 문대 손의 피를 닦았다.양 한마리를 그렇게 잡도리했다. 일행이 담소하는 동안 삶은 양고기가 가득 든 통을 든 사내가 게르로 들어섰다.건장한 사내는 순박하게 웃어보이며 통 속에서 막 삶긴 뜨거운 양고기를 꺼내 칼질을 시작했다.익숙한 솜씨였다.통속에는 양고기와 함께 돌과 감자도 들어있었다.게르에 차려진 간이 식탁위에는 금세 맛있게(?) 삶긴 양고기가 그득했다.다릿살이며 내장에 양의 선지를 채운 양순대가 모락모락 김을 피워올리고 있었다.술도 나왔다.말젖을 발효시킨 마유주였다.맛을 보니 시금털털해 아무래도 비위가 얇고 술에도 약한 필자가 감당하기엔 무리였다.일행 중 한 명이 “내 이럴 줄 알고 준비했지.”라며 술 한병을 꺼내 식탁에 올려놨다.몽골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칭키즈칸 보드카였다.독한 술이 돌자 처음엔 양고기 누린내에 고개를 모로 꺾던 사람들이 하나,둘 달려들어 안주 삼아 양고기를 맛보기 시작했다.더러는 “생각보다 먹을만 한데….”라는 후평을 내놓기도 했으나 준비해 간 고추장 맛으로 몇 점 먹어본 것이 고작이었다.30여명이 먹은 양고기가 너댓근에 불과해 보였다.남은 고기가 먹은 것보다 훨씬 많았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맞았다.벌써 며칠째 밥 다운 밥 꼴을 못 본 필자는 그걸로라도 면허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고기덩이 속에서 삶은 감자를 골라냈다.그러나 양고기와 같이 삶긴 터라 감자든 고기든 누리기는 매 한가지였다.양고기와 양순대,간 등이 있었지만 누린내 때문에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옆에 있던 누군가가 그런 필자의 옆구릴 쿡,찌르며 귀엣말을 건넸다.“아직 배가 덜 고팠구만….” ■애들아,말 달리자.저 땅 끝까지. 오찬을 마친 일행은 초원으로 나섰다.초원에서 몽골 말을 타볼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말을 타려니 연전 터키의 한 시골에서 말을 타다가 엉덩이 꼬리뼈 부위가 벗겨져 곪는 바람에 며칠 혼쭐이 났던 기억이 되살아났다.말안장에 쓸린 상처 부위가 덧나 나중에는 차를 타건 비행기를 타건 한시도 의자에 바로 앉지 못했던 그 끔찍한 여행의 기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을 터였다.그걸 아는 필자로서는 말등에 올라서도 말이 제 멋대로 달리게 할 수가 없었다.말은 과천 경마장에서 내달리는 유럽형 경주마처럼 크지 않았다.키가 작달막해 보였는데 그래도 가까이 다가가니 등이 어른 키높이만 했다.바로 이 말이 옛날 몽골 전사들이 타고 세계를 아우른 그 말이라고 했다.순식간에 내달리는 속도는 유럽산 경주마에 뒤지지만 지구력이 좋아 오래 달린다고 했다.또 먹성도 까탈스럽지 않고 병에도 잘 견딘다니 전쟁터에 타고 나갈 기마용으로는 그만인 듯 했다.그러니 유난히 말을 사랑했다는 당태종이 이곳에서 명마를 골라 준마도,백마도(百馬圖)를 그리고 그 유명한 당삼채로 완성해내지 않았을까. 그렇든 말았든 꼬리뼈의 추억 때문에 고삐를 바짝 당겨쥐어 말이 뛰지 못하게 한 뒤 게르 주변을 한바퀴 도는 것으로 끝냈다.그렇게 조심했는데도 나중에 보니 엉덩이 가운데 꼬리뼈 끝이 빨갛게 쓸려 있었지만 예전처럼 곪지는 않았다. 농사 유전자를 가진 한국인에게 말을 타는 일이 썩 어울려 보이지는 않았다.거북하고 어색한 몸짓이 우스꽝스러웠는지 그곳 아이들이 바라보며 키득거렸다.태어나 걸음을 떼면서부터 말등을 떠나지 않은 그곳 아이들 아닌가.아닌게 아니라 고작 예닐곱쯤 되어 보이는 꼬마가 잽싸게 말등으로 뛰어오르더니 ”츄∼츄∼”하는 입소리를 내며 가죽 고삐로 뱃골을 치자 말은 순식간에 초원 저편으로 질풍처럼 내달려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때 누군가가 한가지 제안을 했다.“저 꼬마녀석들에게 뭔가 선물을 줘야 할텐데 그냥 주기도 뭐하니 말타는 모습을 좀 보여달라면 어떨까?” 그런 뜻을 게르 주인에게 전했더니 주인 사내는 한 술 더 떴다.“이 마을(마을이라야 게르 서넛이 멀찍이 자리잡은 것에 불과했다.)에 저 또래 아이들이 모두 여섯인데 그들에게 목표를 정해 말타기 경주를 시켜보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모두가 동의했다.하는 김에 5달러씩 걸어 이긴 사람이 본전을 제하고 나머지를 애들 시상금으로 주자고 제안했다.주인이 제안한 터라 딱히 그 사람들이 기분 나쁘게 여길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자고 동의하자 주인이 초원을 향해 높은 톤으로 소릴 질렀다.멀리 있는 아이들을 부르는 소리였다.잠시 후 여기저기서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모여들었다.그들 뿐이 아니었다.아낙들,젖먹이들도 모두 눈을 반짝이며 게르 앞으로 모여 들었다.꼬마들은 제각각 아끼는 말을 골라타고는 고삐를 바투잡고 나란히들 섰다.그들은 말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듯 했다.우리야 한번 말등에 오르내리려면 기를 써야했지만 걔들은 가볍게 말등을 오르락거렸다.말에 올라탄 꼬마들은 뭐라고 주문을 외며 우리가 든 게르 주변을 천천히 열바퀴 돌았다.몽골의 전통적인 출정의식이라고 했다.이윽고 목표가 정해지고 모두 출발선에 섰다.목측으로 2000m쯤 되는 거리였다.사내가 신호를 하자 고삐를 꼬나쥔 꼬마들이 초원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마치 옛날의 몽골 전사들이 저렇게 내달려 도버해협과 북해의 거친 해안까지 다다랐던 것은 아닐까.그들의 모습에서 영화로웠던 칭키즈칸과 그의 아들 오고타이,손자인 쿠빌라이칸의 시대를 보는 것 같았다.그 모습은 시공을 초월해 그들이 말(馬)을 매개로 엮어진 불가분의 의식공동체임을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애들이 말을 몰아 목표를 돌아오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얼굴이 발그레 상기된 아이들은 사내의 지시에 따라 마상에서 뭐라고 몇 번 고함을 지른뒤 훌쩍,훌쩍 뛰어내렸다.그들이 마상에서 내지른 소리 역시 무사히 말을 타게 해 줘 감사하다는 일종의 주문이라고 했다.논의 결과 아무리 애들이 수고는 했지만 직접 돈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여겨 사내에게 모은 돈을 한꺼번에 건넸다.그렇게 모은 돈이 한 40 달러쯤 됐다.사내는 한 켠으로 아이들을 불러모은 뒤 뭐라고 얘기를 나눴다.아이들이 깔깔대는 소리가 들렸다.잠깐 말 타는 것을 보여줬을 뿐인데 돈은 무슨 돈이냐는 투였다.거기까진 우리가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황무지 제국에도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해가 기울고 있었다.구름 한점 없는 하늘 한 켠이 마치 불길이라도 이는 듯 선홍빛으로 타들었다.대륙의 장엄한 노을이었다.타드는 것이 하늘 뿐만은 아니었다.하늘과 맞닿은 대지도 붉게 달아올랐다.그 노을 속으로 누군가가 말등에 지친 몸을 싣고는 하염없이 길을 걷고 있었다.그의 뒤를 키 작은 양떼들이 따랐다.유목의 사내일 것이다.그 모습에서 문득 몽골의 전사들을 이끌고 천하를 휘저을 때 남긴 칭키즈칸의 말이 떠올랐다.“성벽을 쌓는 자는 망하고 이동하는 자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랬다.비록 그 말이 옛적 유목의 부정형 삶을 두둔하고 옹호하는 의미였을지라도 우리는 지금 그 의미를 결코 백안시할 수도,도외시할 수 없다.오늘날에도 그 교조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몽골의 거친 황무지,그 황무지와 하늘을 가장 단순하게 구획하는 일획의 지평선 위로 비장하게 물드는 노을.뜨겁게 달아 올랐다가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순식간에 스러져 가는 그 노을에서 장대했던 몽골의 옛 제국을 보았다.참으로 비장했던 제국의 영화와 끝.그 노을을 응시하던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말문을 닫았다.자연이 연출한 그 무위의 파노라마 앞에서 온몸으로 느끼는 전율 말고 무슨 영탄이 필요할 것인가.몇몇은 풀섶에 가만히 주저앉아 술병을 땄다.보드카였다.독한 술이 목줄기를 타고 넘어가 순식간에 흉금을 적셨다.노을에 함뿍 적신 얼굴 위로 서서히 술기운이 돌았다.노을과 사람이 함께 익어드는 것 같았다. 이윽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작한 노래가 거친 풀섶으로 나즈막히 흘렀다.“천등사안 바악딸째를 울고넘는 우리 님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 비에 젖는구려…”노래는 다시 이어졌다.“아아∼∼ 신라의 바아암이이이여 불국사의 종소리가 들리어온다 지∼나가는 나아그네에에여어 거∼얼음을 머어엄추어라 고오오요오하안 다아알빛아래….” 그 노래가 그 시각,그 자리에서 어울리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따지지 않았고,또 생각하지도 않았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장대한 자연의 섭리를 앞에 두고 터져나온 노래야말로 가장 진솔한 정서의 토로 아니었겠는가. 이윽고 맞은 저녁.몽골의 밤하늘은 별들의 천국이었다.장관이었다.요요한 풀섶에서 쳐다보는 밤하늘에는 별들이 촘촘하게 박혀 형용할 수 없는 자태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휘∼ 손을 내저으면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았다.어린 시절 고향에서 보았던 그 광경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그 모습이 고스란히 몽골의 초원에서 재현되고 있었다.아주 오랫동안 뒤로 고개를 꺾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가슴이 울렁거렸다.기대하지 않았던 만남이 주는 설레임 때문이었다. 그 싱싱하고 영롱한 별들이 어느 새 술병 속에 떨어져 잠겼는지 몇 잔을 마신 보드카가 이내 목에 턱턱 걸렸다.그렇게 술과 함께 삼킨 초원의 별들이 훗날 내 속에서 어떻게 되살아날까. 봉사단원들은 모처럼 가진 초원에서의 휴식에 모두 흡족해 했다.ACC 김종구 총재가 일행과 함께 하며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꽃향기는 황홀해 보여도 산 하나를 넘지 못하지만 남에게 베푸는 봉사의 향기는 국경도 넘는다.” 사실 일상에 쫓기며 살아야 하는 갑남을녀가 ‘봉사’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그러나 김 총재의 말마따나 “봉사는 마약”인지도 모를 일이다.그렇지 않고서야 선뜻 사재를 털어 빈민에게 새 게르를 지어주기는 쉬울 것이며,자신의 직장일을 뒤로 하고 1년에 몇 차례씩 해외 봉사활동을 나서기는 또 쉬울 것인가.봉사활동 말미에 가진 한·몽 ACC 자평모임에서 김 총재는 이런 말을 했다.“재산이 많아 하는 봉사는 자선일 수는 있어도 엄밀한 의미의 봉사는 아니다.봉사는 자신의 여건을 초월해 나서는 것이다.세상에 아무 것도 잃지 않고서 할 수 있는 봉사란 없다.” 일행을 이끈 아시아 사랑나눔의 배용민씨는 현지에서 정을 나눈 안내원들과 따로 어울리며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눴다.그가 대뜸 이런 말을 꺼냈다.“고생할 때는 두번 다시 몽골엔 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초원에서 밤을 맞으니 그 생각이 틀린 것 같습니다.이걸 보고 몽골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그랬다.사실 몽골에서의 체험은 매우 특이했다.그러나 누린 먹을거리에 곤죽이 되고,태양에 주눅이 들었어도 그것이 잘 사는 나라에서 항용 겪는 무관심이나 비하와 모욕의 체험은 아니었다.사람들은 순박했고,지혜로웠다.손님을 대하는 태도도 정성스러웠다.그런 정성이 양고기의 역겨운 노린내를 지우고도 남았다. 애당초 봉사하자고 나선 길에 무슨 호의호식을 바라겠는가.그런 생각이 봉사의 취지를 훼손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지며 더 많은 땀을 쏟지 못한 아쉬움이 가슴으로 잔잔하게 배어들었다.밤이 지나면 다시 저 망망한 대지 위로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그리고 그 태양의 순환처럼 이 황무지에도 연대와 공유의 찬란한 세상이 다시 열릴 것이다.그렇게 기원했다. 글·사진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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