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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라우마에 빠진 동심… 지진·화재놀이로 악몽과 ‘사투’

    “지진이다. 도망쳐!” 땅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애써 놀란 표정을 지으며 혼비백산한다. 나무 아래, 바위 뒤로 숨었던 아이들은 잠시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터벅터벅 걸어 다시 모여든다. 일본 현지언론들이 18일 전한 도호쿠 지역 대피소의 풍경이다. 언론은 대지진이 강타한 이곳에서 ‘집단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상태에 빠진 아이들이 ‘지진놀이’, ‘화재놀이’ 등 강진 당시 상황을 재연하며 스스로 상처를 꿰매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들의 이러한 상황극은 ‘놀이’라기보다는 ‘사투’에 가깝다. 극한의 공포를 맛본 어린이들이 놀이로 상황을 포장해 긴장과 불안을 풀어내려 노력한다는 설명이다. 김정운 명지대 교수(심리학)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두려웠던 실제를 가상으로 전환해 상황의 진지함을 희석하려고 애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자연재해나 전쟁 등 두려움의 대상을 놀이의 소재로 삼는 건 흔한 현상이다. 어릴수록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적 성향이 강하게 남아있는 까닭이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소아정신과)는 “회오리 피해가 잦은 미국 미시시피 지역 아이들이 ‘토네이도 놀이’를 하기도 한다.”면서 “의사소통에 서툰 아이들은 놀이로 곧잘 감정을 표현하곤 한다.”고 말했다. 누구도 자신의 어깨를 토닥여줄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피소의 어린이 10만여명 가운데 특히 부모를 잃고 혼자 살아남은 아이들이 많아 2차 충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트라우마에 대상상실(사랑하는 사람을 잃게되는 현상)이 겹치면 아이들의 심리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커먼 파도에 아끼던 장난감과 애완견은 물론 가족까지 빼앗겨 버린 아이들은 대피소에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구토와 고열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또 피해지역 밖의 아이들도 대지진 이후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일이 잦다. 도쿄와 오사카 등에 사는 부모들은 “지진 이후 아이가 잠을 자던 중 오줌을 싸거나 불안해 한다.”는 글을 수없이 올리고 있다. 일본의 한 발달심리학 전문가는 주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수시로 지진을 경험하는 탓에 브라운관을 통해 본 대지진 장면을 남의 일로 여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방사능 유출 우려가 커지는데 부모들은 오히려 구체적인 설명을 꺼려 막연한 공포를 느끼는 청소년들도 급증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방사능 유출과 추위, 식량난 등 당장 급한 문제해결에만 몰두한 채 상처받은 아이들의 심리치료 대책을 전혀 세우지 못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면 정신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박사는 트위터를 통해 “재앙적 심리상태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 채 시간이 흐르면 이들은 ‘재앙적 경험’ 때문이 아니라 ‘성격상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주위로부터 인식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아동 성폭행의 경우처럼 심리적 상처를 받은 뒤 2차 피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치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지리산 반달곰 야생서 또 새끼 낳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이 새끼 한 마리를 출산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새끼를 출산한 어미 곰은 2007년 러시아에서 도입한 곰으로 지리산 바위 굴에서 동면하던 중 1월 초에 출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단은 설명했다. 지난해 두 마리에 이어 이번까지 모두 다섯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이 중 2마리는 죽고, 이번 새끼 곰을 포함해 세 마리가 살아 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지리산 반달곰... 또 새끼 낳았네

    지리산 반달곰... 또 새끼 낳았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이 새끼 한 마리를 출산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새끼를 출산한 어미 곰은 2007년 러시아에서 도입한 곰으로 지리산 바위 굴에서 동면하던 중 1월 초에 출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단은 설명했다. 어미곰은 2009년 5월 덫에 발가락이 걸려 치료를 받은 후 재방사됐다.  이에 따라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곰은 2009년 두 마리, 지난해 두 마리에 이어 이번까지 모두 다섯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이 중 2마리는 죽고, 이번 새끼곰을 포함해 세 마리가 살아 있다. 새끼가 출산됨에 따라 지리산 야생에 살고 있는 반달가슴곰은 18마리로 늘었다.  김종달 국립공원종복원 센터장은 “출산이 가능한 암컷을 집중 모니터링하던 중 최근 동면 굴 밖으로 나온 새끼가 촬영돼 출산을 확인하게 됐다.”면서 “야생에서 새끼를 출산했다는 것은 방사된 곰이 지리산 서식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통영 매물도… 봄이 오는 길목 호젓한 나들이

    통영 매물도… 봄이 오는 길목 호젓한 나들이

    경남 통영에서 뱃길로 1시간 20분 남짓. 매물도는 그렇게 먼바다 위에 고절한 자태로 떠 있었습니다. 유명하기로야 등대섬을 품은 소매물도가 단연 앞섭니다. 해마다 40만명 가까운 관광객들이 등대섬과 소매물도를 찾습니다. 반면 매물도는 유명세에서 한발 물러서 있습니다. 보다 정확히는 소매물도로 가는 도중 잠시 들렀다 가는 곳 정도에 머문다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하지만 가려져 있다고 풍경이 없는 건 아니지요. 어린 시절 소풍 가서 보물찾기 놀이를 하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보물을 찾았을 때의 그 기쁨, 딱 그만큼의 풍경을 매물도는 숨겨 두고 있습니다. 특히 장군봉에서 마주한 장쾌한 풍경은 쉬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렬했습니다. ●섬, 문화의 옷으로 갈아입다 매물도에 들면 적요하다. 이곳이 ‘전국구 관광 명소’ 소매물도를 지척에 둔 섬인가 의아할 정도다. 음식점이 없고 펜션이 없는 데다 자동차도 없다. 3무(無)의 섬이다. 소란의 근원이 될 곳들이 없으니 당연히 소란스러울 까닭도 없다. 선착장에 섬사람과 뭍사람들이 들고 날 때 잠깐 인기척이 느껴졌다가 이내 절해고도 특유의 적막감에 젖어든다. 매물도는 통영에서 26㎞쯤 떨어져 있다. 본섬과 소매물도, 등대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흔히 소매물도와 구분 짓느라 ‘대매물도’로 부르지만, 공식 명칭은 매물도다. 주민들도 대매물도라 불리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매물도가 최근 문화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단초는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가고 싶은 섬’ 사업이었다.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이후 매물도 주민과 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가 함께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을 모색했고, 그 결과물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매물도 특유의 생활과 문화를 녹여 낸 공공미술 예술 작품들이 설치됐고,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탐방로 등의 시설도 정비됐다. ‘어부 밥상’ 등 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 콘텐츠도 개발됐다. 다행스러운 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섬 고유의 경관을 잃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 섬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재정비’와 관광객을 위한 ‘보존’ 사이에서 최대공약수를 찾은 셈이다. 매물도를 한 바퀴 돌아보는 탐방로는 그중 가장 앞세울 만하다. 전체 길이는 5.2㎞. 다 둘러보는 데 세 시간이면 족하다. 당금, 대항 등 매물도의 두 마을 주변을 에둘러 돌아간다. 물론 새로 난 길은 아니다. 예전 마을 사람들이 나무하러 가던 길, 옆 마을로 마실 가던 길 등을 잇고 다듬어 걷기 좋은 산책로로 만들었다. ●매물도의 아틀리에, 장군봉 탐방로의 최고 풍경 포인트는 장군봉이다. 매물도 어디서든 풍경이 주인이 된다. 장군봉은 당금마을보다 대항마을에서 가깝다. 선착장에서 채 1㎞가 못 된다. 높이는 210m. 섬 산행이 늘 그렇듯 대항마을 선착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산행은 시작된다. 매물도엔 장군봉이 두곳이다. 첫 번째 장군봉은 선착장에서 30분 남짓 올라가야 만난다. 예전부터 주민들이 장군봉이라 부르던 곳이니 앞에 ‘원조’를 붙여도 무방하겠다. 산 중턱에 너럭바위가 펼쳐져 있고, 까마득한 발아래로는 대항마을과 선착장이 아련하다. 주변을 둘러치고 있는 다도해의 섬들은 그대로 병풍이 된다. 매물도의 아틀리에라 불러도 손색 없을 풍경. 통영항 출발 전 이 지역의 관광업체 대표가 꼭 장군봉에 오르라 중언부언한 까닭이 그제야 가슴에 와닿는다. ‘원조’ 장군봉에서 20분 남짓 오르면 산 정상이다. 두 번째 장군봉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폐쇄된 군 레이더 기지와 막사, 병기고 등으로 살풍경한 몰골을 하고 있던 곳이다. 2007년 말 철거 작업이 마무리됐고, 그제야 장군봉도 제 모습을 찾았다. 산 정상에서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보시라. 거칠 것 없이 탁 트인 한려해상국립공원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무인도인 등가도가 혈혈단신 바다 위에 떠 있고,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서수(瑞獸)의 뿔처럼 불쑥 솟았다. 내 나라 안 어디서고 쉬 마주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맹장(猛將) 아래 약졸(弱卒) 없다. 장군봉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이토록 장한데 그 아래 풍경인들 뒤질까. 억새 무성한 탐방로를 따라 곳곳에 풍경의 보고를 숨겨 뒀다. 해안에서 소매물도 쪽으로 불쑥 튀어나온 ‘꼬돌개’는 낙조 감상 일 번지다. 마을을 지키는 당산목 후박나무도 빼놓으면 섭섭한 볼거리. 장군봉 아래에선 일본군들이 파놓은 진지 동굴들도 볼 수 있다. ●생활의 거리에서 마음을 데우다 당금마을은 매물도의 ‘명동’이다. 대항마을에 견줘 겨우 몇 명 더 살 뿐이지만 섬 주민들은 그렇게 농을 던지며 적적한 섬 생활을 위로한다. 외형상 매물도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건 ‘생활의 거리’다. 골목길을 따라 마을 곳곳에 미술 작품들을 설치했다. 골목길 민박집엔 주인을 닮은 이름들도 붙였다. 물때와 고기 종류 등을 잘 아는 아저씨가 사는 ‘고기 잡는 집’이 있고, 화초 기르기를 좋아하는 ‘꽃 짓는 할머니의 집’도 있다. 생활의 거리는 이처럼 주민들의 정서가 듬뿍 담긴 골목길을 따라 펼쳐진다. 골목길은 주민 저마다의 삶을 담아내는 한편, 그를 통해 공동체성을 하나로 묶어 낸다. 골목길이 소곤대는 이야기를 따라 한발한발 내딛다 보면 외지인들은 어느 결엔가 주민들의 일상에 꼼짝없이 빠져들고 만다. ‘바다 마당을 가진 집’에서 잠시 다리쉼도 해야 하고 ‘제주 해녀를 데려온 할머니 집’에 들러 속사정도 들어 봐야 한다. 골목길이 들쑥날쑥 굽이치며 이어지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어느 길로 가도 마을은 통하고 누구네 집이건 한번은 지나친다. 그 길에서 서로를 보듬고 살피며 살아온 골목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풍경과 먹을거리, 그리고 특유의 정서가 온전한 섬. 매물도를 돌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데워진다. 글 사진 통영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 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 통영항 여객터미널에서 오전 7시·11시, 오후 2시에 운항한다. 매물도 출항 시간은 오전 8시 15분, 낮 12시 20분, 오후 3시 45분. 주말에는 증편된다. 왕복 2만 7300원. 645-3727. 거제시 저구항에서도 하루 4차례 여객선이 운항한다. 등대섬 물때는 한솔해운 홈페이지(www.nmmd.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맛집: 매물도에는 음식점이 없어 민박집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1인 6000원. “회 5만원어치만 썰어 주세요.” 하면 주민들이 물고기를 잡아다 회도 쳐 준다. 석화와 볼락구이, 성게알쌈, 방풍나물 등으로 구성된 ‘어부 밥상’은 올여름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잘 곳: 당금·대항마을 주민 대부분이 민박을 운영한다. 당금마을 박성배 이장(010-8929-0706)·김인옥 어촌계장(010-3844-9853), 대항마을 이규열 이장(010-4847-9696)·김정동 어촌계장(010-6340-1514), 소매물도 이석재 이장(010-2810-7704).
  • 서해 보석 ‘가의도’…험한 파도 이기고 봄처럼 피어난 섬

    서해 보석 ‘가의도’…험한 파도 이기고 봄처럼 피어난 섬

    가의도란 섬이 있습니다. 충남 태안반도 끝자락 신진도항에서 뱃길로 30분쯤 걸립니다. 흔히 바다낚시터, 혹은 봄꽃 촬영지 정도로 알려진 작디작은 섬이지요. 하지만 섬에 발을 딛고 서면 그쯤의 범주에 가둬 두기엔 너무나 빼어난 풍경을 숨겨두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봄이면 기화요초들이 절벽을 덮고 인적 드문 흔장벌의 모래들은 황금빛으로 반짝입니다. 마귀할멈바위 등 제법 장쾌한 풍경도 품고 있습니다. 봄소풍 가기 딱 좋은 곳이지요. ●불편함 뒤에 보석 같은 풍경이 가의도는 안흥항에서 서쪽으로 5㎞ 남짓 떨어져 있다. 해안선 길이는 약 10㎞. 이 작은 섬에서 40여가구 주민들이 올망졸망 살아간다. 지역 특산물은 육쪽마늘. 충남지역 육쪽마늘의 종자 생산지다. 인근 해역은 태안해안국립공원이다. 섬내 순회관광 코스도 개발돼 있다. 경찰초소나 우체국, 초등학교 분교 등 공공기관은 없다. 섬으로 가는 길은 불편의 연속이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다 보니 출항지인 신진도(안흥외항)에서조차 안내판은커녕, 매표소도 찾기 어렵다. 설령 찾았다 해도 문을 닫아 두기 일쑤다. 찾는 이가 많지 않은 계절엔 선원들이 배 위에서 직접 운임을 받기 때문이다. 물살을 가르며 사자바위, 정족도 등을 줄줄이 지난 백화산호가 가의도 남항에 승객을 풀어 놓았다. 작고 예쁜 포구다. 선착장 바로 앞의 섬 이름을 따 솔섬이라고도 부른다. 가의도엔 접안시설이 두곳 있다. 섬 주민 대부분이 몰려 있는 ‘굿두말’의 북항과 이곳 솔섬이다. 요즘처럼 북서 계절풍이 불 때는 바람을 피해 배가 솔섬으로 진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너진 선착장이 외지인을 맞고 있다. 지난해 태풍 곤파스가 남긴 상처다. 접안시설이 사라진 탓에 배에 오르려는 주민들이 방파제 바위 사이로 위태롭게 내려온다. 섬에 닿고서도 불편한 상황은 나아지지 않은 셈이다. 평균 연령 75세의 섬주민들이 믿고 기댈 데라곤 ‘나라님’뿐. 주동복 이장은 “지난해 대통령님이랑 전화통화할 때 꼭 보수공사를 해 준다고 혔는디 여태 이 모양이여. 주민 대부분이 노인들인디 워티게 육지에 나갈 때마다 바위를 오르내리란 말여.”라며 탄식했다. 섬 안에 공용화장실 등 시설도 태부족이다. 매점은 달랑 하나. 그마저 매점 할머니가 뭍으로 일보러 나가면 물 한 병 살 수 없다. 기화요초들이 섬 절벽을 수놓는 봄이 되면 적잖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는데, 그간 이런 불편을 어떻게 감수했을까. ●아는 이 드물다고 볼 게 없으랴 배가 서둘러 선착장을 빠져나갔다. 섬은 다시 깊은 정적에 잠긴다. 들리는 거라곤 해변의 몽돌과 파도가 서로를 희롱하는 소리뿐. 간간이 제 존재를 알리려는 갈매기가 끼룩대며 추임새를 넣는다. 솔섬에서 야트막한 재를 넘으면 굿두말이다. 언덕 위엔 500년 가까이 됐다는 은행나무가 수호신처럼 굳건히 서 있다. 그 아래로 주황색 등 원색의 지붕을 인 집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멀리 북항의 조그만 방파제가 거센 바람과 성난 파도를 힘겹게 막아 내고 있다. 굿두말 옆은 큰말이다. 마을 아래 큰말장벌해수욕장이 첫 번째 볼거리. 해안가의 암벽과 파도가 어우러진 풍경이 제법 장하다. 날물 때면 섬 아낙들은 멀리 신장벌로 굴을 캐러 간다. 마을 주민들이 ‘흔장벌’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몽돌이 많은 곳을 사투리로 ‘장부리’라고 하는데, 그 앞에 ‘흐옇다’는 뜻의 ‘흔’이 붙어 이뤄진 지명이다. 굴이 물 빠진 여(수중 바위)밭에 지천이다. 더하고 뺄 것 없이 딱 ‘갯바위 반 굴 반’이다. 흔장벌까지는 ‘소사나무길’ 이정표를 따른다. 널재 등 봉우리를 두어개 넘는데, 갈 때는 내리막이지만 올 때는 줄곧 오르막이어서 땀깨나 흘려야 한다. 여름이면 무성한 수풀이 길을 막아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또 하나. 섬에 뱀이 많다. 특히 흔장벌 쪽 산자락이 그렇다. 뱀이 동면에서 깨기 시작하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소사나무 숲길을 벗어나면 섬의 북단 도두랑이가 자태를 드러낸다. 가의도의 진경이 시작되는 셈이다. 도두랑이 못 미쳐 왼쪽으로 돌면 넙배다. 가파른 절벽 위에 서면 너른 서해가 한눈에 찬다. 봄이면 절벽 위로 풀이 돋고 꽃이 필 터.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넙배 맞은편은 흔장벌이다. 날물 때면 너른 백사장이 드러난다. 섬 내 유일한 모래 해수욕장이다. 흔장벌 좌우로 기암괴석들이 병풍을 쳤다. 멀리 안면도 등 태안의 섬들은 걸개그림으로 모자람이 없다. 일부 외지인들이 이곳을 ‘서해의 하와이’라고 부르는 까닭도 능히 짐작된다. 하지만 하와이의 성긴 모래알에 견줘 흔장벌의 모래는 몇 배나 곱고 부드럽다. 날물 때면 ‘마귀할멈바위’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 관광안내 책자 등에서 독립문바위라고 설명하는 곳으로, 커다란 갯바위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모양을 하고 있다. 오래전 마귀할멈이 조류 거세기로 악명 높은 ‘간장목’을 건너다 속곳이 젖자 홧김에 소변을 봤는데, 그때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나. 실제 마귀할멈바위에 올라서면 유람선 등에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장쾌한 풍경과 만나게 된다. 글 사진 태안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41) ▲가는 길 태안 끝자락 신진도항에서 백화산호가 오전 8시 30분, 오후 4시 30분 두 차례 가의도까지 운항한다. 어른(편도) 3100원. 가의도에서 나올 때는 배가 두 선착장 중 어디로 입항하는지 미리 확인해 두는 게 좋다. 675-1033, 010-8010-5215. ▲잘 곳 섬 주민 대부분이 민박을 겸하고 있다. 금성민박(674-3812), 어촌민박(674-1467), 뚝집(655-9663) 등은 백반 식사도 제공한다. 3만~4만원. 섬 내 매점은 ‘담뱃가게’ 한 곳뿐이다. 라면, 음료수 등을 판다. ▲주변 볼거리 보령의 무창포해수욕장은 해넘이 풍경이 아름다운 곳. 비체 팰리스 리조트의 노천온천에 누워 낙조를 감상하는 맛이 각별하다. 태안 안흥항 인근 갈음이해수욕장은 모래 곱기로 소문났다. 해수욕장 뒷자락 해송숲까지 모래로 가득하다. ▲맛집 서산시청 뒤 진국집(664-4994)은 토속음식 ‘게국지’로 소문난 집. 게장을 담갔던 간장에 묵은지, 게 다리 등을 곁들여 끓여 낸다. 1인분 6000원. 태안 몽산포항의 몽대횟집(672-2254)은 주꾸미 샤브샤브로 입소문이 난 집. 1㎏ 4만 5000~5만원.
  • 전북 예향천리 ‘마실길’ 열린다

    전북 예향천리 ‘마실길’ 열린다

    산 좋고 물 좋은 전북의 구석구석을 두루 거닐어 볼 수 있는 예향천리 ‘마실길’이 이달 중에 모두 열린다. 전북도는 도내 14개 시·군에서 조성하는 총 500㎞의 마실길이 이달 중에 모두 완공, 개방된다고 7일 밝혔다. 마실길은 제주 ‘올레길’과 같은 전북 도보길의 총칭이다. 지난해부터 1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닦기 시작한 마실길은 핵심 3대 권역 8개 노선 230㎞와 14개 시·군 명품 마실길 270㎞ 등 모두 500㎞에 이른다. 3대 권역은 ▲모악산 마실길 ▲예향천리 백두대간 마실길 ▲서해안 해변 마실길 등이다. 모악산 마실길은 전주~김제~완주에 걸쳐 있는 모악산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코스로 56㎞에 이른다. 모악산의 경관을 즐기며 주변 고찰과 한적한 시골 마을, 도시 근교 등을 모두 아우를 수 있어 도시민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예향천리 백두대간 마실길은 무주~장수~진안 등 전북의 동부 산악권 명소를 연결하는 역사·문화 탐방길이다. 섬진강 발원지인 장수 뜸봉샘, 논개 생가, 무주 반딧불장터와 도산서원, 진안 풍혈냉천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전체 길이가 111㎞에 이른다. 서해안 해변 마실길은 경관이 빼어난 부안군과 고창군의 서해안을 끼고 있다. 새만금 전시관, 격포항, 곰소항, 부안자연생태공원, 고창 선양제와 미당시문학관 등을 연결하는 63㎞의 아름다운 옛길이다. 14개 시·군마다 조성된 명품 마실길도 각 지역의 특색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뛰어난 코스로 평가되고 있다. 전주시는 한옥마을 인근 아·태무형문화 유산의전당~남고산~초록바위를 돌아오는 15㎞를 조성했다. 익산시는 웅포고분전시관, 금강변, 익산토성, 미륵사지 등 백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2개 코스의 마실길을 개발했다. 김제시가 금구면 당월저수지와 당월마을, 인근 편백나무 숲을 돌아볼 수 있도록 닦은 명품길도 눈길을 끈다. 임실군 마실길은 옥정호 주변을 돌아보는 15㎞ 코스다. 완주군도 위봉폭포~송곶재~다자마을~대부산재 등을 연결하는 고종시 마실길을 조성했고, 고창군은 고창읍성~김기서 강학당~신기계곡~고인돌박물관~운곡저수지 등 관내 명소를 연결하는 40㎞의 마실길을 개발해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도내 곳곳에 마실길이 완공됨에 따라 도는 지도를 제작해 전국에 알리고 홍보하는 등 마실길 활성화에 나설 방침이다. 지도는 나홀로 도보여행이 가능하도록 거리, 휴게시설, 대중교통 등 다양한 정보를 담게 된다. ‘걷기 열풍’을 타고 부쩍 늘어난 도보 여행자들을 유치, 관광지를 널리 알리고 경제도 활성화시킨다는 구상이다. 도 관계자는 “올해 개방되는 마실길은 지역 유지와 향토사학자, 전문가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생태, 문화, 역사, 경관 등이 뛰어난 옛길을 중심으로 조성됐다.”면서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자연미를 살려 누구나 부담 없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최치원 유적지 성역화 추진 부산해운대구, 광장 등 정비

    신라말 대학자였던 해운(海雲) 최치원 선생의 유적지에 대한 성역화가 추진된다. 부산 해운대구는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동백섬에 있는 최치원 선생 유적지를 성역화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최치원 선생은 해운대의 빼어난 해안 절경에 매료돼 동백섬 바위에 자신의 호 ‘해운’을 새겨 해운대라는 지명을 탄생시켰다. 동백섬 정상에는 최치원 선생의 기념비와 동상, 선생의 유품 등이 전시된 기념관이 있다. 해운대구는 성역화 사업 추진을 위해 유적지의 실질적인 정문 역할을 하고 있는 등대광장의 진입로를 정비하는 한편, 동상 주변에 높이 자라 경관을 해치는 나무들을 가꾸고 청소인력을 상주시켜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로 했다. 또 한글 안내문을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국어로 적은 안내문으로 교체하고 문화해설사 2명을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배치해 국내외 관광객들을 안내하기로 했다. 해운대구는 최치원 선생 유적지가 성역화되면 국내외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더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치원 선생은 당나라 유학시절 ‘황소의 난’이 일어나자 ‘토황소격문’이라는 격문 한 장으로 난을 평정해 지금도 중국인들에게 칭송을 받고 있다. 구는 유적지 성역화가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지진으로 집에 떨어진 바위 팔아요” 경매 화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를 강타한 지진으로 거실에 떨어진 바위가 경매에 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뉴질랜드 헤럴드의 보도에 의하면 22일 크라이스처치에 지진이 강타하면서 언덕위에 있던 바위가 그만 필 존슨의 지붕을 뚫고 거실로 떨어졌다. 다행이 거실에 아무도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존슨은 이 바위를 뉴질랜드 경매사이트인 트레이드미에 경매로 올렸다. 그가 올린 경매 설명이 재미있다. 존슨은 이 바위에 ‘록키’라는 이름을 붙이고는 “조경에 딱 어울리는 20-30톤 바위 세일, (약간의 콘크리트 먼지가 덮여 있지만) 자연 그대로의 바위임. 정원 조경에 적합하지만 거실의 장식으로 사용할 수 있음. 특히 우리집처럼 지붕을 뚫고 바위를 거실에 놓는다면 ‘집안에 자연을 담고’ 싶은 사람에게 최적임.” 여기에 배달과정의 설명이 더해진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배달을 할 만한 여력이 못되니 본인이 가지고 갔으면 함. 혹시 굴려서 가지고 간다면 이웃에 해가 되지 않게 조심할 것” 최종 경매 낙찰자는 기념촬영도 한다. 존슨은 경매의 수익금 모두를 지진피해 기금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 경매가 화제가 되면서 이번에 다른 스폰서가 나타났다. 텔마라는 사람은 경매우승자에게 노퍽 섬의 록키 포인트 로지에 4명이 7일동안 머물를 수 있는 4000달러 상당의 여행권을 주겠다고 나섰다. 경매는 오는 7일 오전 11시38분에 마감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김경태 tvbodaga@hanmail.net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22) 영주 순흥면 소수서원 솔숲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22) 영주 순흥면 소수서원 솔숲

    알싸했던 겨울의 기억을 붙들어 안은 꽃샘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학교 교정은 아이들의 웃음꽃으로 왁자하다. 겨울방학을 마치고 전국의 모든 학교들이 교문을 열어젖혔다. 아이들의 환한 웃음소리는 봄의 더딘 걸음걸이를 한껏 재우친다. 학교는 언제나 이 땅 이 나라의 희망이다. 옛 사람들에게도 학교가 내일의 희망을 일궈가는 자리였음은 틀림없다. 그래서 선현들은 학교를 짓고 맨 먼저 주변에 나무를 심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에 그런 학교 숲의 원형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솔숲 가운데 하나다. 소수서원 솔숲에는 오래 전부터 ‘학자수’(學者樹)라는 별명으로 불려 온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소수서원 설립 초기에 경내에 심은 1000그루의 소나무 중 우여곡절을 거치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나무들이다. ‘학자수’라는 이름은 처음에 나무를 심을 때부터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소수서원은 470년 전인 서기 1542년(조선 중종 37)에 주세붕(周世鵬, 1494~1554)이 ‘백운동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이다. 이곳은 원래 ‘숙수사’라는 절이 있던 자리여서, 당간지주와 같은 불교 유물을 볼 수도 있다. 주세붕은 허물어진 숙수사 터를 지나다가 언덕 아래로 개울이 흐르는 이곳의 풍광에 마음이 기울어 서원을 세울 자리로 점찍었다. 맞은편 연화봉 기슭에 늘 흰 구름이 머물고 있어서 백운동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유생의 표상’ 현재 150여 그루 자라 1년여에 걸친 공사 끝에 서원은 완공됐으나 건축주인 주세붕의 눈에는 평지인 서원 터의 기운이 약해 보였다. 땅의 기운을 보완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건 나무를 심는 일이었다. 기왕에 심을 나무라면 이곳에서 배움의 길을 닦아 나갈 유생들의 표상이 될 소나무가 좋겠다고 생각한 그는 좋은 소나무를 구해 서원 곳곳에 심었다. 어떠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학문의 뜻을 굽히지 않는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기 위한 나무로 소나무만 한 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주세붕이 심은 소나무 가운데 이미 수명을 다해 쓰러진 것도 있지만, 여전히 생명을 이어가는 나무도 있고, 솔숲 안에 떨어진 솔방울에서 저절로 싹을 틔워 자라난 나무들도 있다. 어림잡아 150여 그루의 소나무가 무리지어 있는데, 한눈에 봐도 나무의 수령은 들쭉날쭉해 보인다. ●쓰러지면서도 피해 없게 ‘장엄한 최후’ “나무도 오래 자라면 영험함이 깃드는 생명체라는 생각이 들었던 때가 있어요. 저기 매표소로 들어서면 솔숲에서 가장 오래된 굵은 소나무가 한 그루 있었지요. 비스듬히 서 있어서, 인상적이었던 그 나무가 4년 전 한여름에 쓰러졌어요. 관람객이 유난히 많았던 날이었죠. 쿵 하고 쓰러지는 소리를 듣고 달려갔는데, 놀랍게도 다친 사람이 한명도 없었어요.” 10년째 경내의 문화재를 안내하는 최옥녀씨의 이야기다. 쓰러진 나무는 굵기로 봐서 서원 설립 초기에 심은 500살쯤 된 나무였다. 부러진 줄기 안쪽은 썩어서 텅 비어 있었다. 이미 오래 전에 쓰러져야 했지만 다른 소나무들이 솔숲의 새 주인으로 자라날 때까지 고통의 세월을 견뎌온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엄하게 생을 마친 한 그루의 노송을 바라보았던 최씨는 사람을 다치지 않게 한 것은 나무가 자비의 덕을 가졌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한다. 소나무로만 이루어진 숲 가장자리에는 곧게 뻗어오른 소나무들보다 굵은 줄기로 서 있는 한 그루의 고사목이 있다. 소혼대라는 이름을 가진 낮은 둔덕 위에 서 있는 죽은 나무다. 소혼대는 글공부에 지친 유생들이 머리를 식히던 쉼터로, 이 자리에 줄기가 중동무이된 채 서 있는 고사목은 바로 좋은 그늘을 드리워 주던 정자나무였다. 솔숲이 소나무 특유의 까탈스러움을 갖췄다면, 이 한 그루의 고사목은 오래 전부터 그 곁에서 푸근함을 갖춘 정자나무로 살아 있었다. 이미 오래 전에 이승에서의 삶을 마친 나무이건만 가만히 바라보면, 나무 그늘에 들어서 삶과 학문을 이야기하던 유생들의 옛 모습을 떠오르게 할 만한 기세다. 솔숲 안의 커다란 소나무들처럼 살아 있었다면 500살은 됐음 직한 고사목이다. “꼭 찾아봐야 할 고사목이 또 있어요. 소수서원에서 후학을 가르치던 이황 선생이 손수 심은 나무랍니다. 이황 선생은 죽계수라고 부르는 개울 건너편을 자주 산책하셨다고 해요. 선생은 자신이 제일 좋아한 곳을 ‘취한대’라 하고 주위에 스물한 그루의 나무를 심었어요. 그중 두 그루가 고사목으로 남은 거죠.” ●이황선생 손수 심은 나무도 고사목으로 하얗게 말라죽은 이황의 고사목은 서원 입구의 경렴정에서 훤히 내다보인다. 이황이 쓴 ‘白雲洞’과 주세붕이 쓴 ‘敬’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 있어 ‘경자바위’라고 부르는 큰 바위 바로 옆이다. 스스로를 ‘청량산 지킴이’라고 했을 정도로 자연을 사랑했던 이황 선생은 제자들을 가르치면서도 자연 사랑을 몸소 실천했던 것이다. 솔숲을 일군 주세붕이나, 스물한 그루의 나무를 심은 이황이나 모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실천으로 보여준 모범적인 큰 스승들이었다. 이황의 고사목을 바라보면서 최씨는 “늙어 죽은 나무이지만, 요즘 사람들이 선현의 자취가 남아 있는 귀한 나무라는 걸 알아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소수서원의 솔숲과 나무에는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과 더불어 이루어진다는 평범하면서도 오묘한 생명의 철학이 담겨 있다. 숲과 나무가 사람에게 가르쳐 주는 천년의 지혜다. 글 사진 영주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경북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 151-2. 소수서원은 중앙고속국도의 풍기나들목에서 10여㎞ 떨어져 있어서, 수도권에서도 하루 만에 너끈히 다녀올 수 있다. 나들목을 나가서 우회전한 뒤 소수서원까지는 줄곧 직진하면 닿는다. 서원 1㎞ 못미처에서 나오는 사거리에서 한번만 좌회전하면 된다. 갈림길마다 소수서원 방면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 주말 하이라이트

    ●욕망의 불꽃(MBC 토요일 밤 9시 50분) 태진은 강금화에게 인기와 민재(유승호)를 결혼시키겠다고 말하고, 우연히 둘의 대화를 엿듣게 된 희정은 영대와 차순자에게 얘기한다. 그리고 그 소식을 전해들은 나영이 인기를 찾아가 어떻게 된 일인지 캐묻자 인기는 태진과 만났다고 이야기한다. 한편 민재의 결혼 소식을 듣고 한 자리에 모인 식구들 앞에서 태진은 경영권을 영대에게 맡기겠다고 하는데…. ●퀴즈 대한민국(KBS1 일요일 오전 10시) 지난주 후반전, 만점에 가까운 실력으로 모두를 놀라게 한 이경례씨. 세번의 도전은 없다. 이번에는 반드시 퀴즈 영웅에 오르겠다고 다짐하는 그녀다. 그리고 엄마의 응원을 위해 벌써 두 번이나 회사에 휴가를 냈다는 딸을 위해서라도 오늘은 반드시 해낸다. 퀴즈 영웅을 향한 그녀의 거침없는 질주를 함께한다. ●주말연속극 사랑을 믿어요(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승우에게서 머플러를 돌려받은 혜진은 왠지 모를 불편한 마음에 그를 피하게 된다. 한편 영희는 남편 몰래 완성한 드라마 대본이 발각이 나 어쩔 줄 몰라 하고, 기창은 기어코 그 원고가 들어 있는 USB를 박살내 버린다. 그 충격으로 영희는 모든 것을 잃은 듯 식음을 전폐하고 드러눕는다.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SBS 토요일 오후 5시 10분)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에서 염경환이 김구라에게 섭섭했던 일화를 공개한다. 동현군이 염경환 아저씨네 가족이 집에 놀러 왔을 때 일과 김구라 집안은 손님이 오는 걸 싫어한다는 내력을 고백하자 이경규는 ‘우리 집도 손님이 오는 걸 싫어했다며 웃음을 선사한다. ●영상앨범 산(KBS2 일요일 오전 7시 40분) 해발 1950m로 남한 땅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한라산. 손을 들어 은하수를 잡아 끌어당길 수 있을 만큼 높아 그 이름이 붙여졌다. 다양한 지형과 기기괴괴한 바위, 골짜기 등으로 아름다운 산세를 이루며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영상앨범 산’이 사진작가 김중만과 함께 한라산의 비경을 찾아 떠난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 일요일 오전 10시 45분) 1990년 미국, 흔적도 없이 13점의 명화들이 사라졌다. 과연 누가 왜 열세 점의 명화를 훔쳐간 것일까. 또 오랜 세월 지속된 인디언과 백인들의 싸움. 그 속에서 인디언들의 영웅으로 활약하다 후손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한 남자가 있다. 100년의 세월이 더 지나간 지금 다시 영웅으로 추앙받게 된 이야기도 들어본다. ●The 빅뱅쇼(SBS 일요일 밤 12시) 2년 3개월 만에 ‘빅뱅’이 가요계로 돌아온다. 이들은 4집 미니앨범의 수록곡을 들고 SBS ‘the 빅뱅쇼’를 통해 화려한 컴백무대를 가진다. 미국에서 펼쳐진 뮤직비디오 촬영 에피소드, 대성이 진한 애정연기를 펼치고 바로 잠든 이유 등 솔직하고 꾸밈 없는 모습들을 공개한다.
  • 日과 총격전 끝에 사수… ‘韓國領’ 새겨

    日과 총격전 끝에 사수… ‘韓國領’ 새겨

    독도는 크게 두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동쪽 섬(東島)에 가면 ‘한국령’(韓國領)이라는 글씨가 뚜렷하게 새겨진 바위를 만날 수 있다. 이 석자를 새겨 넣은 사람이 바로 홍성근 박사의 큰아버지인 홍순칠(1929~1986) 독도 의용수비대장이다. 한국전쟁 때 부상으로 전역한 홍순칠은 고향 울릉도로 돌아왔다가 ‘島根縣 隱岐郡 竹島’라는 표지목을 발견했다. ‘시마네현 오키군 다케시마’라는 뜻. 1905년 일본이 독도를 일본령에 편입시킨 뒤 박아 둔 것이었다. 분기탱천한 홍순칠은 이때부터 독도를 지키기로 결심하고 1953년 의용수비대를 출범시켰다. 상징적인 군대가 아니었다. 실전(實戰)도 주고받았다. 1953~1954년 독도에 접근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총격전을 벌였던 것. 그 뒤 한국 정부가 체계를 잡아감에 따라 1956년 독도 수비 임무를 경찰에 넘기고 독도에서 철수했다. 1966년 5등 근무공로훈장을 받았고, 사후(死後) 보국훈장 삼일장이 추서됐다. 수기 ‘이 땅이 뉘 땅인데’(1997)를 남겼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그림에만 집중하는 젊은 두 작가 전시회

    그림에만 집중하는 젊은 두 작가 전시회

    젊은 작가 하면 아무래도 듣도 보도 못한 기법이나 아이디어를 선보일 것만 같다. 아니 그래야만 할 것 같다. 그런데 말 그대로 우직한 방식으로 그림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젊은 작가 두명의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어 찾아가 봤다. 공교롭게도 두 작가 모두 ‘초상’을 내세웠다. 영상, 설치 등 새로운 작업들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오히려 정통 회화가 다시 각광받을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도 여전히 대세는 영상과 설치 쪽이다. 왜 두 젊은 작가는 그림을 붙잡고 있는 것일까. ■문성식 ‘풍경의 초상’전 종이위 켜켜이 묻어나는 풍경의 주름 ‘질감’ 2005년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최연소 작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문성식(31). 그의 작업 도구는 세밀붓이다. 붓두께가 새끼손가락 손톱의 절반만 한 붓이다. 이 붓으로 대작(114×298㎝) ‘밤의 질감’을 그렸다. 물감을 펴발랐느냐. 그것도 아니다. 점을 찍듯 일일이 찍어서 그렸다. 도를 닦듯 수개월간 몰두한 작품이다. 왜 이런 방식을 썼을까. “밤에 산을 봤을 때 느낄 수 있는, 나무나 바위나 잎사귀 같은 곳은 물론 공기의 틈새에까지 스며든 어둠을 다 표현해 보고 싶어서”라는 게 대답이다. ‘질감’ 그 자체를 나타내고 싶었다는 얘기다. 이런 노력은 다른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가령 세로 길이 4m가 넘는 ‘숲의 내부’(75×428㎝)는 전경과 후경의 낙엽이나 나무가 똑같은 수준으로 그려져 있다. 숲을 가득 채운 비밀스러운 공기의 흐름이 주는 질감을 고스란히 되살리기 위해서다. 이는 캔버스 대신 종이를 택한 데서도 드러난다. “질감 그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캔버스 위에 물감을 한층씩 쌓아올리는 게 아니라, 종이에 번지는 물감이 서로 겹쳐지도록 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고 문 작가는 설명한다. 흙 그 자체, 골목길의 깨진 시멘트 조각, 그리고 낡아버린 가옥의 지붕 자체에서 풍겨져 나오는 회화성을 살리고 싶다고도 했다. 풍경이 품은 주름살을 포착해 냈으니 ‘풍경의 초상’이다. 드로잉 작품들에서 선보이는 세밀하고 정교한 선들도 이런 주름살에 대한 표현으로 보인다. 때문에 전시장을 나설 때면 되레 ‘우는 아이’라는 소품이 기억에 남는다. 평면적으로만 바라보던 세상에서 깊은 주름을 읽어냈을 때, 그때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것. 그 울음이 작품마다 배어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는 아이’가 혹시 자화상 아니냐는 질문에 작가는 “그렇다.”고 답했다. 4월 7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본관. (02)735-8440. ■김성윤 ‘오센틱’전 ‘웃긴’ 초기올림픽… 과거이면서 현재 ‘상상’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은 엄숙하다. 올림픽 우승 기념 같은 분위기라서 그렇다. 그런데 하고 있는 꼴들이 우습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는 양복 상의에 넥타이를 맸는데 바지가 쫄쫄이다. 역도 선수는 큰 역도 대신 대형 아령 같은 것을 한 손으로 들었다 놓는다. 복장은 아예 타잔이다. 사격선수인데 쏘는 대상은 살아있는 비둘기나 나무로 만든 사슴이다. 복잡미묘한 인물들의 표정도 재미를 더한다. 가장 튀는 작품은 ‘장애물 수영 경기, 수스무 노부히데’에 등장하는 일본 선수다. 성적이 원하는 목표에 못 미쳐서 그런 것인지, 어색함과 긴장감 때문에 굳어버린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모델 노릇하는 게 힘들어서 짜증난 것인지, 그도 아니면 그 모든 게 다 섞여 있는 것인지, 표정이 참으로 헷갈린다. 새달 대학원(국민대)에 진학하는 김성윤(26) 작가가 그려놓은 것들은 이제는 사라져 버린, 초기 올림픽 시절 황당했던 종목들이다. 하지만 작업 과정은 엄격하다. 최고의 초상화가로 꼽히는 존 싱어 사전트(1856~1925)가 초기 올림픽 선수들을 그렸다면 어땠을까라는 게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 올림픽 자료사진을 보고 서울 이태원 등에서 비슷한 인물을 섭외한 뒤 사진을 찍어두고 그림을 그린다. 약간의 장난기도 느껴진다. 피겨스케이팅 선수에게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아이템인 토끼 모자를 씌운 것이 그 예다. 그래놓고는 전시 제목을 ‘오센틱’(Authentic·진본)이라고 붙여뒀다. “과거를 재구성하면서 약간의 상상력을 덧붙인 셈인데 이는 사실적이면서도 허구적이고, 과거이면서도 현재이고자 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김 작가는 말한다. 이는 진본과 모사와 재현의 문제에 대한 궁극적 질문이기도 하다. 다음 달 27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16번지. (02)722-3503.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Seoul 요모조모-만원의 행복] 면목동 사가정공원

    [Seoul 요모조모-만원의 행복] 면목동 사가정공원

    ‘금빛은 수양버들에 들고, 옥빛은 매화에서 떨어지는데/ 조그마한 못의 새로운 물은 이끼보다 푸르네/ 봄의 근심과 봄의 흥위(興慰), 어느 것이 더 깊고 얕을까/ 제비도 오지 않고 꽃 또한 피지도 않았네.’ 중랑구 면목동 사가정공원엔 조선조 문인 서거정(1420~88)의 재능을 엿볼 수 있는 시비들이 띄엄띄엄 세워져 자칫 무료해지기 쉬운 산책길의 운치를 더해준다. ‘春日’(봄날)이란 시비는 2월 끝자락을 음미하기에 제격이다. 삶이 가려워 옷 벗은 나무들, 나무계단 옆 바위에 내려앉은 하얀 양탄자 같은 잔설들, 주인 잃고 헤매는 강아지 한 마리가 서성이는 곳…. 그곳엔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떠나고 있다. 지하철7호선 사가정역 1번 출구에서 불과 5분 거리인 사가정공원을 걷다보면 이별이 아쉬운 겨울과 봄을 재촉하는 햇살을 동시에 만난다. 공원은 매월당 김시습(1435~93)과 함께 당대 최고의 문인으로 꼽혔던 서거정 선생이 당시 용마산(아차산) 부근에 거주했던 점에서 호 사가정(四佳亭)을 따 만들었다. 사가정은 당시 파주 도라산에 있던 정자 이름으로, 자신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해 재치있게 빌린 것이란다. 선생은 세종에서 성종에 이르는 동안 69세로 생애를 마칠 때까지 6조 판서와 한성부 판윤, 대사헌, 대제학 등을 역임했고 ‘경국대전’, ‘동문선’, ‘동인시화’, ‘필원잡기’ 등을 저술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5년 문을 연 사가정공원은 주민 건강을 책임지는 허파이기도 하다. 11만㎡ 규모의 공원에는 말 동상과 어우러지는 어린이놀이시설, 건강지압로, 약수터, 자연학습원을 갖췄다. 함께 들어선 중랑문화체육관에선 수영, 헬스로 몸을 다질 수 있어 가족이나 연인과 들러도 좋다. 용마산 자락엔 사가정공원과 더불어 동양 최대 51.4m 높이의 인공폭포를 자랑하는 용마폭포공원도 볼거리다. 용마폭포 왼쪽 21m 높이의 청룡폭포와 오른쪽 21.4m의 백마폭포는 삼중주의 앙상블을 이룬다. 공원을 관리하는 이중규(57)씨는 “평소 좋아하는 클래식, 영화음악을 틀어줘 폭포수를 보러 왔다가 아쉽게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을 위로해준다.”면서 “허기는 사가정역 앞 사가정시장에 들러 따끈한 찐빵, 순대로 달래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봄물 오른 전남 고흥반도

    봄물 오른 전남 고흥반도

    봄물이 올랐습니다. 바람결엔 촉촉한 습기가 묻어납니다. 계절의 순환은 무엇도 거스를 수 없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합니다. 남도 끝자락, 나로도를 휘휘 돌아온 봄바람이 내륙으로 내달립니다. 봄바람이 스친 자리마다 꽃망울이 맺혀지고, 곰실거리는 봄내음에 섬 처녀의 가슴은 요동칩니다. 전남 고흥반도의 초봄 풍경입니다. 봄의 전령 매화는 아직 일러 피지 않았지만 고흥반도 앞바다엔 봄빛이 완연했습니다. ● ‘섬섬옥섬’… 다도해 풍경의 진수 고흥반도는 멀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보자면 그렇다. ‘가도가도 천리’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게다. 이제 많이 달라졌다. 완주~순천 간 고속도로가 열렸기 때문. 구불구불 국도를 따라 남원, 구례 등을 줄줄이 거쳐야 했던 예전과 달리 빠르고 곧게 고흥반도까지 내달릴 수 있다. 고흥반도는 득량만과 여자만을 양 옆에 두고 조롱박처럼 매달려 있다. 남북 간 길이는 약 95㎞. 거금도(居島), 내·외 나로도(老島) 등 주변 160개의 섬들이 어우러지며 고흥군을 이룬다. 고흥반도의 아름다움을 몇 마디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올곧은 기상의 나무와 숲이 있고, 먼 우주를 응시하는 최첨단의 우주센터도 있다. 섬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갯마을 풍경과 마주하고 싶다면 반도의 왼쪽을 따라 돌아보시라. 단언컨대 다도해 풍경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들물때 보다는 날물때 찾아야 한다. 볼품없이 바다위에 떠 있던 섬들이 뭍과 연결되며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고흥반도 초입에서 월정리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월정해안방풍림으로 유명한 곳. 들물에서 날물로 바뀌는 시간이면 방품림 아래 보관해 둔 뻘배 주변으로 아낙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물이 빠지고 기름진 갯벌이 드러나면 아낙들은 뻘배를 몰고 바다로 향한다. 꼬막을 잡으러 가는 길이다. 그네들이 이동하는 경로마다 주름살처럼 골이 깊게 패여 있다. 고단한 삶의 흔적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더없이 빼어난 풍경이 만들어 지고 있으니, 얼마나 역설적인가. 신망방조제와 오도일·이방조제를 줄줄이 지나면 백일리다. 20m 남짓한 백일연륙교를 통해 고흥반도와 연결돼 있다. 그런데 이 섬, 작지만 의외로 너른 풍경을 갖고 있다. 거칠 것 없이 탁 트인 갯벌 위에서 어민들이 갯것들을 수확하느라 여념이 없다. 주변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은 풍경의 덤. 우미산 중턱의 도로 위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가 눈부시다. 티 없이 맑은 햇살이 수면에 부딪혀 물비늘을 만들고 있다. 절반은 하늘, 또 절반은 은빛 갯벌이다. 우미산 아래는 용암마을이다. 고흥 8경 중 6경인 영남 용바위를 품었다. 하지만 정작 명소의 지위를 안겨주고 싶은 건 마을 앞 풍경이다. ‘안넢’이라 불리는 작은 섬이 어여쁜 자태를 뽐내고, 그 뒤로 매물섬이 작은 주상절리대를 펼쳐 보이고 있다. 멀리는 여수시 낭도 등 다도해의 섬들이 점점이 흩뿌려져 있다. 절경이다.  오가는 길에 만나는 팔영산의 웅장한 자태와 해창만수로의 아련한 정취도 빼놓을 수 없다. 갈대 사이 몸을 숨겼던 물새들이 비상하는 순간, 그대로 영화의 한 장면이 된다. 특히 해가 천등산 너머로 자취를 감출 때면 사위가 황금빛으로 물들며 장관을 펼쳐낸다. ●하늘 향해 솟아오른 나로도  고흥반도 끝자락의 나로도는 외나로도와 내나로도로 이루어져 있다. 두 개의 연륙교로 이어져 이제는 섬 아닌 섬이 됐다. 섬 이름이 독특하다. 신라 장보고가 해상의 패권을 쥐고 있던 시절, 외나로도 앞 바다에는 제주로 향하는 중국 상인들의 왕래가 빈번했다. 당시 중국 상인들이 외나로도 ‘서답바위’(일명 부채바위)를 보고 마치 오래된 비단이 바람에 날리는 듯 아름답다며 비단 ‘라’(羅)와 늙을 ‘로’(老)를 써 나로도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나로도는 우주를 향한 전진기지답게 우주 관련 교육·체험시설이 많다. 내나로도 덕흥리엔 국립고흥청소년 우주체험센터, 외나로도 끝자락 나로우주센터에는 우주과학관이 조성돼 있다. 도양읍 용정리엔 우주천문과학관이 들어선다. 800㎜ 대형 천체망원경과 천체 투영실, 전시관 등으로 구성됐다. 조성공사는 대부분 마무리됐고 개장일만 기다리고 있다.  고흥반도를 말할 때 나무를 빼놓을 수는 없다.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초입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봉래산 삼나무숲이다. 일제강점기 때 시험림으로 조성됐다. 울울창창한 삼나무들이 도도한 수직세상을 펼쳐내고 있다. 피톤치드 뿜어나오는 숲길에 들면 어느 곳보다 깊은 숨을 쉴 수 있다.  동토(凍土)를 뚫고 핀 노란 복수초와 만나는 것도 봉래산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 삼나무숲에서 헬기장에 이르는 구간 곳곳에 무리지어 피어 있다. 삼나무 숲에 별똥별이 쏟아진 듯하다. 내나로도의 나로도학생수련원을 둘러싸고 있는 상록수림도 볼 만하다. 바로 옆 나로우주해수욕장에는 곰솔들이 제법 장한 풍경을 펼쳐내고 있다. ●사슴을 닮은 섬 소록도  소록(小鹿)이라 했다. 섬 생김새가 작은 사슴을 닮았다는 뜻이다. 고흥 8경 중 2경으로 꼽히는 곳. 하지만 편히 섬 풍경을 즐길 여유를 갖기란 쉽지 않다. 어디건 한센병 환자들의 한숨이 배어있지 않은 곳은 없기 때문이다.  소록도는 중앙공원 등 극히 일부 지역만 외부인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소록대교가 고흥반도 녹동항과 소록도를 이어주면서 배를 타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건 해안가와 나란한 소나무 길이다. ‘수탄장’(愁嘆場)이라 불리는 곳. 예전 한센병 환자와 가족들이 한 달에 한 번, 그나마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채 그저 눈길로만 상봉하던 장소다.  소록도의 핵심은 국립소록도병원 뒤편의 중앙공원이다. 2만㎡(6000평) 규모. 반송, 백목련, 호랑가시나무, 금목서, 아기 동백꽃, 당종려나무 등이 곳곳에 심어졌다. 기대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1930년대 중반 대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일본과 대만에서 나무를, 완도 등지에서 기암괴석을 들여왔다. 당시 돌과 나무를 이고지며 나른 이들은 한센병 환자들이었다. 그들의 노역으로 정원이 만들어진 셈이다. 빼어난 조형미의 공원을 보면서도 아름답다고 해야 할지 슬프다고 해야할지 모순으로 머리가 뒤엉킨다.  중앙공원 초입의 소록도갱생원 검시실(등록문화재 제66호)과 감금실(등록문화재 제67호)은 일제 강점기에 인권 유린이 자행되었던 곳. 환자들은 거주 이전의 자유와 이동권을 박탈당했고, 걸핏하면 감금과 감식, 체벌을 당했다. 검시실에는 지금도 수술대와 세척 시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글·사진 고흥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호남고속국도 익산분기점에서 익산~포항 간 고속도로를 탄 뒤 전주나들목을 지나 새로 난 완주~순천 간 고속도로로 바꿔 탄다. 순천나들목으로 나와 순천시내를 지난 뒤 2번국도로 바꿔 타고 벌교까지 간다. 벌교에서 15번 국도를 타고 끝까지 가면 고흥반도다. ▲주변 관광지: 팔영산이 제1경이다. 여덟 봉우리가 우뚝 솟은 모습이 장하다. 등산이 어렵다면 능가사 쪽에서 보는 것도 좋다. 능가사 옆엔 국내 최대의 편백나무숲이 조성돼 있다. 소록도 아래 거금도도 예쁘다. 녹동항에서 오전 6시20분부터 오후 8시10분까지 10분~30분 간격으로 철부선이 오간다. 어른 1200원. 승용차 9000원(운전자 포함 2명 무료). 녹동매표소 843-9184. ▲맛집: 도화면 중앙식당은 한정식으로 이름났다. 굴을 껍질째 삶은 피굴 등 토속음식이 곁들여 진다. 832-7757. 진미횟집은 장어통탕이 맛있는 집. 녹동항 인근에 있다. 842-3111. ▲잘 곳:나로2대교 초입의 하얀노을모텔펜션이 조용하고 깨끗하다. 주변 풍경도 넉넉한 편. 모텔 내 레스토랑에서 돈가스와 백반 등 간단한 음식도 판다. 4만원. 833-8311~3.  
  • 불덩이 떨어지는 ‘신비의 천연폭포’ 화제

    불덩이가 수백m를 떨어지는 것 같은 천연폭포의 신비한 경관이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호스테일 폭포는 자연이 빚어낸 가장 희귀한 현상 중 하나로 평가되는 이른바 ‘불덩이 폭포’(FireFalls)로 드물게 변신한다. 1년 중 5월을 중심으로 몇 주일만 쏟아지는 계절성 폭포인 호스테일 폭포가 2월 중 단 며칠 동안만 500m폭포에 시뻘건 불덩이가 떨어지는 장관이 펼쳐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암폭포를 연상케 하지만 흘러내리는 건 100% 물이다. 해질녘인 오후 5시 30분쯤 석양에 폭포가 정확히 반사되면서 노란빛을 내던 폭포수가 용암처럼 주황빛을 강하게 발산한다. 매년 350만명이 장관을 보려고 찾을만큼 인기가 뜨겁지만, 불덩이 폭포를 보는 건 쉽지 않다. 하늘이 청명해야 하고 폭포수가 충분해야 하며, 햇빛과 각도가 정확히 일치해야만 폭포가 주황빛으로 물들기 때문이다. 폭포의 신비한 절경을 사진으로 담은 한 사진가 조쉬 아논은 “태양, 물, 바위 등이 어우러져 탄생하는 신비의 풍광은 자연이 주는 거대한 선물”이라고 감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日 온천명소 나가사키현 ‘운젠 지옥’

    日 온천명소 나가사키현 ‘운젠 지옥’

    산간 마을 여기저기에서 수증기가 구름처럼 솟아오릅니다. 멀리서 보자니 꼭 선계(仙界)입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서면 척박한 땅의 바위 사이로 온천수가 부글부글 끓어 오릅니다. 대기에 스민 유황 냄새는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지옥과 닮았다는 일본 시마바라 반도의 ‘운젠지옥’(雲仙地獄) 풍경입니다. 관광객들의 평온한 표정과 주변 건물들의 넉넉한 자태가 없었다면 영락없이 지옥이라 여겼겠지요. 사람과 화산이 공생하는 독특한 여행지, 일본 규슈 서쪽의 시마바라반도를 다녀왔습니다. ●화산과 사람의 공생 나가사키현 운젠시는 1934년 일본의 첫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작은 온천마을이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차로 세 시간쯤 걸린다. 운젠지옥은 땅 속 마그마가 지상으로 고온의 가스를 뿜어내면서 늪처럼 형성된 곳으로, 운젠시에서 으뜸가는 볼거리로 꼽힌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산책을 하거나 계란 등을 삶아 먹으며 ‘지옥’을 즐긴다. 화산과 사람이 공생하고 있는 셈이다. 운젠온천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먼저 화산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게다가 최근 규슈 남단 가고시마현과 미야자키현 사이의 신모에다케가 ‘폭발적 분화’를 거듭하고 있어 궁금증이 더할 터다. 1990년 11월 운젠국립공원의 주봉인 후겐다케(普賢岳·1359m)가 용암과 가스를 내뿜으며 분화를 시작했다. 이듬해엔 화구 분화로 형성된 용암돔이 붕괴, 시속 100㎞가 넘는 화쇄류로 돌변하면서 시마바라(島原)시 남쪽 마을을 덮쳤고, 취재진과 화산학자 등 4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때 분화로 후겐다케 위에 높이가 124m나 되는 헤이세이신잔(平成新山·1483m)이 새로 만들어졌다. 화쇄류는 1996년 5월 1일까지 총 9432회 발생했다. 앞서 1792년엔 대규모 분화와 대지진, 그리고 산의 붕괴와 쓰나미로 무려 1만 5000명이 희생됐다. 시마바라시 문화관광해설사 하세가와는 “당시 후겐다케 옆의 마유산(眉山) 3분의1이 무너졌고, 화쇄류로 324채의 집이 매몰됐다.”며 “바다가 메워져 산에서 800m 떨어져 있던 아리아케만(灣)이 지금은 1.5㎞ 거리가 됐다.”고 전했다. 약 700m의 바다가 뭍으로 변한 셈이다. 덩달아 시마바라 시내도 평균 6m가 높아졌다고. 마유야마의 붕괴로 아리아케만에선 높이 23m의 쓰나미가 일었다. 20㎞ 떨어진 맞은편 구마모토현을 오가며 피해를 키웠다. 시마바라시의 시라치(白土) 호수도 이때 만들어졌다. 하지만 운젠시가 속해 있는 시마바라반도가 남규슈의 신모에다케와 100㎞ 이상 떨어진 데다, 바람도 태평양쪽으로 불고 있어 여행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350년 역사 자랑하는 온천지대 화산이 재앙이라면, 온천은 축복이다. 시마바라반도의 온천을 대표하는 운젠온천은 화산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후겐다케 남서쪽 산자락의 해발 700m 고지에 터를 잡았다. 3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온천지대다. 이중 6㏊의 펄펄 끓는 늪지대가 운젠지옥이다. 운젠지옥 주변에 2㎞의 ‘지옥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천천히 돌아보는 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크고 작은 지옥마다 이름이 붙여져 있다. 갖가지 나쁜 생각들을 경계하라는 ‘팔만지옥’, 수다스러움을 멀리하라는 ‘참새지옥’도 있다. ‘대규환지옥’(大叫喚地獄)은 운젠지옥 중에서도 가장 압력이 높고 수증기 끓는 소리가 큰 곳. 분출할 때 소리가 땅 아래 망자들이 울부짖는 절규처럼 들린다고 해 이름 지어졌다. 350년 전에는 개종을 거부한 천주교 신자들을 고문하고 사형시킨 ‘진짜 지옥’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운젠온천은 유황이 함유된 강산성 온천이다. 온천수 온도는 70~100도. 하루 400t가량 솟는다. 히로시 히데야마 운젠관광협회 사무국장은 “온천수를 파이프로 연결해 운젠온천마을의 20개 료칸과 호텔 등에 공급한다.”며 “살균효과가 뛰어나 습진 등 피부병과 신경통, 미용 등에 효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입욕 전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고, 발끝이나 손끝부터 천천히 물을 묻혀 피부 혈관을 확장시킨 뒤 어깨까지, 고혈압 환자인 경우 하반신만 물에 담가야 한다.”며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하면 물에서 나와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권했다. 온천은 숙박시설에 딸린 곳도 있고, 공동 온천도 있다. 온천욕만 할 경우 500~1000엔 정도 받는다. 100엔짜리 대중탕도 두 곳이 있다. 유노사토와 신유 공동온천으로, 역사가 100년을 헤아린다. 운젠시 서남쪽 해안마을인 오바마(小浜)는 해수온천으로 이름난 곳. 지하에 고였던 바닷물이 데워진 뒤 마을 해안길이나 바닷가 테트라포드(삼발이)를 가리지 않고 솟구친다. 용출량이 많은 곳엔 발을 담글 수 있는 무료 족탕과 고구마, 달걀 등을 온천수에 쪄 먹을 수 있는 시설을 해 놓았다. 족탕 길이는 온천수 온도와 같은 105m. 일본에서 가장 길다. 105도의 온천수를 80도로 식히고, 다시 바닷물과 섞어 40도로 낮춘 뒤 흘려 보낸다. 족탕 끝엔 애완견 전용탕도 마련해 뒀다. 바다 경치를 보며 온천을 즐기는 노천탕도 있다. 1시간 300엔. 만조 때는 타는 듯 붉은 바다가 눈앞에 넘실댄다. 여기에 따뜻한 사케(정종) 한 잔 기울인다면 세상에 더없는 호사겠다. ●사무라이 숨결 오롯한 시마바라 운젠 인근 시마바라시도 잊지 말고 찾자. 시마바라성(城)을 중심으로 발달한 고도(古都)다. 운젠시에 견줘 제법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남아 있다. 헤이세이대분화 때 마유산이 방벽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해자로 둘러싸인 시마바라성을 중심으로 무사도의 숨결이 오롯한 사무라이저택, 시라치 호수 등 관광지가 몰려 있다. 후쿠오카에서 원자폭탄 피폭지인 나가사키를 통해 운젠을 오갈 경우 한번쯤 고속도로를 버리고 옛 도로를 이용하길 권한다. 현도(縣道) 128호선이다. 산자락과 바닷가를 고루 아우르며 달리는데, 편백나무와 삼나무 우거진 길이라 영혼까지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자로 잰 듯한 일본의 현대식 풍경과는 전혀 다른, 조금은 남루한 일본의 시골 풍경과도 마주할 수 있다. 여기에 나가사키 시내 폭심지에 들러 일본인의 아픔까지 공유한다면 나가사키 여행으로 모자람이 없겠다. 글 사진 운젠·시마바라(일본 나가사키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인천~후쿠오카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각각 하루 3회, 부산~후쿠오카는 대한항공 하루 2회, 아시아나항공 하루 1회 운항한다. 후쿠오카공항에서 지하철로 JR하카다역으로 이동한 뒤 특급 갈매기를 타면 이사하야역까지 1시간 30분(일반표 3790엔, 약 5만 1000원), 이사하야역에서 운젠온천까지 버스로 1시간 20분(1300엔) 걸린다. 운젠온천마을(www.unzen.org)에 숙소를 예약한 경우 후쿠오카 하카다역에서 운젠온천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운젠온천마을에 일본 10대 료칸 가운데 하나인 한즈이료(半水盧·81-957-73-2111)가 있다. 경북 청도 출신의 재일동포 가네우미 류카이(海龍海·61·유코그룹 회장)가 운영하는 최상급 료칸이다. ‘평생에 한번, 최상의 음식과 서비스’가 모토다. 바깥세상과 차단된 가운데 쾌적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14동의 복층형 독채 객실이 들어서 있다. 객실마다 별도의 정원이 딸려 있고, 요리사 8명 등 35명의 종업원이 ‘1손님 1종업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실엔 전용 노천탕도 있다. 숙박료는 1인 5만엔부터. 민박은 보통 7000~1만엔, 호텔과 료칸은 1만 5000엔선이다. 부산 나가사키시 관광사무소 (051)463-3111, ▲시마바라의 향토 음식 구조니(具雜煮)를 꼭 맛볼 것. 찹쌀떡에 버섯과 야채, 장어 등 10여 가지 재료를 넣고 끓였다. 농민 봉기 ‘시마바라의 난’을 이끌었던 소년 지도자 아마쿠사 시로(天草四郞)가 농민군과 나눠 먹었던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시마바라성 정문 앞 히메마쓰야(姬松屋) 등이 유명하다. 유부초밥을 곁들인 구조니 정식이 1200엔부터. 나가사키 짬뽕도 빼놓을 수 없다. 오바마온천지역 내 자노메(蛇の目) 등이 유명하다. 850~1050엔.
  • 28일 아카데미 시상식 4대 관전 키워드

    28일 아카데미 시상식 4대 관전 키워드

    ‘아카데미’의 계절이 돌아왔다. 오는 28일 오전 10시(현지시간 27일 오후 5시) 미국 할리우드 코닥극장에서 열리는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전후해 쟁쟁한 후보작들이 국내 관객들에게도 선보인다. 올해 아카데미는 실화를 소재로 한 감동 코드를 내세운 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영화들이 많아 오랜만에 ‘아카데미 특수’를 기대해 볼 만하다. 4대 관전 포인트를 짚어 본다. ●독주 - ‘소셜 네트워크’ ‘킹스 스피치’ 다관왕 레이스 올해 아카데미 최대 화제작은 단연 톰 후퍼 감독의 ‘킹스 스피치’(3월 3일 개봉)다. 영국 왕 조지 6세의 연설 공포증 극복과정을 그린 ‘킹스 스피치’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12개 부문 최다 후보에 올라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버지 조지 6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해 더욱 화제가 됐다. 신경성 말더듬증에 시달리는 조지 6세(콜린 퍼스)가 괴짜 언어 치료사(제프리 러시)를 만나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왕이 되는 과정을 코믹하고 감동적으로 그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킹스 스피치’가 골든글러브상을 비롯해 각종 영화상을 휩쓸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인셉션’과 함께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는 상태다. 아카데미 전초전 격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킹스 스피치’는 최다인 7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남우주연상에 만족해야 했다. 반면 ‘소셜 네트워크’는 4관왕에 올랐다. 하지만 ‘킹스 스피치’는 지난달 말 미국 제작자조합(PGA), 감독조합(DGA), 배우조합(SGA) 등이 주최한 시상식에서 연이어 ‘소셜 네트워크’를 제치고 수상함으로써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실화 - ‘127시간 ’‘파이터’ 등 감동선사 수상 점쳐 ‘킹스 스피치’를 비롯해 ‘127시간’, ‘파이터’ 등 실화에 바탕을 둔 후보작들이 많아 이들 작품의 수상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74회 수상작 ‘뷰티풀 마인드’를 끝으로 실화 영화는 아카데미에서 웃지 못했다. 하지만 묵직한 감동을 중시하는 아카데미 관례로 볼때 실화 영화의 수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게 할리우드의 관측이다. 오는 17일 국내 개봉하는 ‘127시간’은 2003년 미국 유타주 블루존 캐니언을 홀로 등반하다 바위에 손이 끼이는 사고를 당해 자신의 팔을 자르고 탈출한 애런 랠스턴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대니 보일 감독은 이 작품에서 인간의 강렬한 생존 의지를 감각적인 영상으로 그려냈다. 제임스 프랑코가 주연을 맡았으며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3월 개봉 예정인 ‘파이터’는 전설적인 권투 선수 미키 워드(마크 월버그)가 형 디키 에클런드(크리스천 베일)와 함께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감동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이 작품을 위해 무려 14㎏을 감량해 화제가 된 베일은 골든글러브와 미국배우조합상(SGA) 남우조연상에 이어 아카데미에서도 수상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데이비드 O 러셀이 연출한 이 영화는 작품상 등 6개 부문 후보로 올랐다. ●女神 - ‘블랙 스완’ 포트먼 트리플 크라운 쥘까 ‘시상식의 꽃’인 여우주연상은 ‘블랙 스완’(2월 24일 개봉)에서 호연을 펼친 나탈리 포트먼이 강력하게 거론된다. ‘더 레슬러’를 통해 왕년의 스타 미키 루크를 부활시킨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미국 평단에서 ‘포트먼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이끌어 냈다. 발레와 스릴러를 접목한 작품이다. 백조 연기는 완벽하게 소화해 내지만, 도발적이고 사악한 흑조를 연기하는 데는 불안함을 느낀 나나(포트먼)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포트먼은 정상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점차 내면에 숨겨진 파괴적인 본성과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발레리나의 심리를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미비평가협회와 골든글러브에 이어 연속 수상을 노리고 있다. 이에 맞서는 강력한 경쟁자는 니콜 키드먼으로 영화 ‘래빗홀’에서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은 엄마 역을 맡아 열연했다. ‘윈터스 본’의 제니퍼 로렌스, ‘에브리바디 올라잇’의 아네트 베닝, ‘블루 밸런타인’의 미셜 윌리엄스 등도 경합을 펼친다. ●흥행 - 비수기 2~3월 수상작 극장가 특수 기대 실화는 아니지만,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더 브레이브’(원제 True Grit)도 오는 24일 국내 관객에게 선보인다. 찰스 포티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1969년 존 웨인 주연의 영화로 먼저 만들어져 국내에 ‘진정한 용기’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연방보안관을 고용해 아버지를 살해한 무법자의 뒤를 쫓는 한 소녀의 복수극을 그렸다. 제프 브리지스와 맷 데이먼, 조시 브롤린 등이 총출동해 북미에서 1억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려 코엔 형제 영화로는 흥행에서 가장 성공했다.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10개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이상규 CGV 홍보팀장은 “2~3월은 극장가 비수기이고 아카데미 영화들의 흥행도 예전에 비해 약해졌지만, 올해는 감동 코드를 다양한 장르에 버무린 대중성 높은 영화들이 많고, 국내에도 익숙한 할리우드 배우들의 연기 변신을 보는 재미가 쏠쏠해 오랫만의 특수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정부, 마애불 훼손 계속 방치땐 법적대응”

    “정부, 마애불 훼손 계속 방치땐 법적대응”

    4대강 사업 구간인 경북 의성군 낙동강 낙단보 공사 현장에서 훼손된 채 발견된 고려 시대 마애미륵보살좌상과 관련, 대한불교조계종은 당국이 고의로 훼손하고 은폐했다고 결론짓고 법적 대응 등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조계종은 10일 오후 서울 견지동 총무원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종단이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의성군청이 지난해 8월 마애불의 존재를 인지하고 조사했음에도 문화재청 등이 별다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9월에 훼손되고 말았다.”면서 “그럼에도 정부 당국은 이를 10월에 발견했다고 발표하며 국민과 종단을 우롱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자승 총무원장이 낙단보 마애불 발견 현장을 찾아 진상 규명과 종합적인 보존 대책을 촉구했음에도 별다른 후속조치 없이 보물급 마애불상을 지방문화재로 격하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조계종 대변인인 원담 스님은 “오는 16일까지 납득할 만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문화재청은 물론 4대강 추진 부처와 시공업체 등을 상대로 법률적 대응은 물론 현장 직접 조사와 불교적 대응까지 병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조계종은 ‘제2의 마애불’ 존재 가능성도 언급했다. 문화부장 효탄 스님은 “마애불 50m 이내에 축대로 가려진 또 다른 마애불이 있다고 지역 주민들이 제보했다.”면서 “그럼에도 관계기관은 문화재 조사를 생략한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계종은 오는 18일 낙단보, 금강 곰나루, 남한강 바위늪구비, 영산강 담양 습지 등 전국 4대강 마애불 훼손 현장에서 방생(放生) 법회를 열 예정이다. 해인사 방장이자 조계종정인 법전 스님이 직접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19) 부산 기장 죽성리 곰솔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19) 부산 기장 죽성리 곰솔

    나무가 사람을 품었다. 한 그루만으로는 사람들의 마음과 뜻이 지나치게 컸던 때문일까. 다섯 그루가 한데 모여서, 사람의 희망과 소원을 켜켜이 담은 서낭당을 품었다. 처음엔 여섯 그루를 심고 그 나무들 가운데에 돌무지 탑을 세웠다고 한다. 그로부터 300년이 훨씬 지난 지금은 돌무지 탑 대신 서낭당이 들어섰고, 여섯 그루의 나무 가운데 한 그루는 가뭇없이 사라졌다. 눈 씻고 당집을 여러 차례 돌아가며 짚어봐야 다섯 그루뿐이다.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사람들이 들고 났던 것처럼 나무도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것이다. ●윤선도가 7년 유배 생활했던 마을 미역으로 유명한 부산 기장군의 어촌 마을, 기장읍 죽성리는 대나무가 많고 성곽이 있다 해서 죽성(竹城)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세월 지나며 그 많던 대나무도 사라졌고, 임진왜란 때 일본인들이 지었다는 성곽도 푸른 이끼에 휩싸였다. 그러나 여전히 120가구의 삶이 오롯이 살아 있는 비교적 큰 마을이다. 꿈을 안고 대처로 떠난 사람도 있겠지만, 좌절된 꿈을 부여안고 들어온 사람도 있었다. 조선 중기의 시인 윤선도가 그렇다. 1618년에 윤선도는 이 마을에 들어와 7년 동안 유배 생활을 했다. 그는 소나무 몇 그루가 듬성듬성 서 있는 바닷가의 작은 둔덕에 황학대라는 이름을 붙였다. 황금빛 학이 날아오르는 바위라는 뜻으로, 이백과 도연명의 자취가 남아 있는 양쯔강의 황학루를 떠올린 것이다. 황학대 뒤편으로 이어지는 낮은 동산 마루에 커다란 나무가 있다. 국수당이라고 부르는 마을 서낭당을 품고 서 있는 다섯 그루의 곰솔이다. 멀리서 바라봐도 이 정도면 마을의 자랑이라 할 만큼 훌륭한 나무다. “저 나무가 얼마나 귀한 나무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지. 절반은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거든. 하지만 여기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한테 저 나무는 버팀목이지. 언제 심은 나무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나 어릴 때에도 저만큼 컸어. 그때부터 지금까지 마을에서는 정월 대보름이면 나무에 당산제를 지내고 있어.” 이곳에서 태어나 80년 동안 한집에서 살아온 장묘윤(80) 노인의 이야기다. 사람 좋은 표정으로 나그네를 방 안에 들인 노인은 엎드려 누운 채 나무 이야기를 풀어낸다. 불편해 보이는 몸이지만 싱그러운 기색이다. 나무 이야기에 신명이 담겼다. “내가 몸이 안 좋아서 일어나질 못해. 네 살 때 곱사등이가 돼서, 지금까지 이렇게 살지. 요즘이야 잘 고치는 병이라고 하지만,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 그 바람에 멀리 나가지 못하고, 팔십 평생 그저 저 나무만 바라보며 살았지.” ●사람이 심은 나무가 되레 사람을 지켜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사람들은 하늘을 바라본다. 죽성리 사람들이 바라보는 그 하늘 가장자리에는 큰 나무가 걸려 있다. 부산시 기념물 제50호인 기장 죽성리 곰솔은 그렇게 마을 사람들의 모든 기쁨과 슬픔을 보듬어 안고 살았다. 처음에야 사람이 나무를 보살폈겠지만, 사람의 도움으로 잘 자라난 나무는 이제 거꾸로 사람을 지켜주는 듬직한 나무가 됐다. 자동차는 언감생심 드나들 수 없는 좁은 골목길. 나무는 그 길 너머 마을 뒷동산 마루에 우뚝 서서 오랜 세월 동안 마을 사람들의 버팀목 노릇을 했다. 돌무지 탑 대신 당집을 처음 놓은 게 언제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다섯 그루 가운데에 떡하니 자리 잡은 당집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 견고하다. 마을 사람들은 곰솔 가운데의 서낭당을 국수당이라고 부른다. 국수당은 서낭당의 다른 이름으로, 옛 사람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지은 당집이다. 당산나무 근처에 당집이 있는 게 남다르다 할 건 없지만, 여러 그루의 큰 나무가 서낭당을 둘러싸고 있는 경우는 아마도 유일한 풍경이지 싶다. “누가 심었는지는 알 수 없어.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옛날에 여섯 어른이 한 그루씩 심은 나무라고만 알고 있어. 국수당은 몇 차례 다시 지은 거야. 나무야 세월 지나도 끄떡 없지만 사람이 지은 당집은 허물어지게 마련이잖아.” 다섯 그루의 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12m 넘게 자랐고 제가끔 펼친 품을 합하면 무려 20m를 넘는다. 그중 한 그루는 아예 긴 세월 동안 지탱해온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제 가지를 땅 바닥에 내려놓을 참이다. 머지않아, 언덕 위에 무거운 제 몸을 가만가만 내려놓고 사람들에게 천천히 다가설 듯하다. ●다섯 그루가 모여 빚어 더 아름다운 풍경 더 놀라운 건 다섯 그루의 나무가 마치 잘생긴 한 그루의 나무처럼 서로를 배려하며 지어낸 풍경이다. 가지를 한껏 뻗어 냈지만, 다른 나무의 자람을 방해하지 않는 쪽으로만 멀리 뻗어 냈다.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나무는 온 힘을 다해 바다 쪽으로 가지를 뻗었고, 마을에 가까이 서 있는 나무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몸을 풀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햇살만으로 이토록 옹골차게 제 살림살이를 꾸려냈다. 결국 한 그루로서는 도저히 지어낼 수 없는 장관을 이루었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아름다운 한 그루의 나무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도 이 다섯 그루의 나무를 복수형으로 부르지 않고 단수형으로 그저 ‘국수당 곰솔’ 혹은 ‘우리 나무’라고 부른다. “워낙 생김새가 좋은 나무여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아. 그래서 오년 전에는 마을 당산제와 별도로 별신굿을 크게 올렸지. 일주일 동안 굿을 지냈으니 얼마나 컸는지 알 만하지.” 창밖으로 어둠이 짙게 내렸지만 장 노인의 나무 이야기는 끝 모르고 이어진다. 그의 삶을 짓누른 등짝만큼 고통스러웠던 삶의 무게를 나누어 품었던 나무에 대한 경배이지 싶다. 세상의 모든 나무가 사람살이를 더 아름답고 평화롭게 한다지만, 기장 죽성리 곰솔만큼 사람살이를 온몸으로 품는 나무는 흔치 않음이 틀림없다. 글 사진 부산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부산 기장군 기장읍 죽성리 249. 기장군을 가려면 부산 울산 간 고속국도의 기장 나들목을 이용하는 게 좋다. 나들목에서 4㎞쯤 남쪽으로 가면 기장군청이 나온다. 군청 정문에서 남쪽으로 500m 가면 나오는 오거리에서 7시 방향으로 돌아 신천리로 들어선다. 2.7㎞ 가면 죽성초등학교가 나오는데, 학교를 지나면서 곧바로 오른쪽으로 난 좁다란 길로 들어서면 언덕 위로 나무가 보인다. 마을 안 골목이 비좁아 자동차는 마을 입구의 공터에 세워야 한다.
  • ‘무방비’ 지구촌 유적지

    ‘무방비’ 지구촌 유적지

    ■ 5000년 된 벽화 ‘도굴’ 소말릴란드 독립 인정 안 돼 보호 난항 ‘해적 근거지’로 악명 높은 소말릴란드의 수천년된 암각화 유적지가 잇단 도굴과 무관심 속에 수난을 당하고 있다. 이름조차 낯설어 찾는 사람이 드문 까닭에 이 지역 곳곳에는 가치를 가늠하기 어려운 유적이 널려 있지만 약탈을 막을 장치는 전혀 없다. 7일 CNN에 따르면 아덴만을 끼고 있는 작은 나라 소말릴란드 드함바린 지역의 5000년 된 선사시대 동굴 벽화 등 유적이 있는 100여곳이 도굴꾼에게 방치된 채 심각한 위협을 당하고 있다. 2007년 지역 고고학자의 주도로 발굴된 이 바위 그림은 사람은 물론 개와 양, 기린 등 함께 어울려 살던 가축의 모습을 담아 당시 생활상을 연구하는 데 꼭 필요한 자료다. 유적지가 보호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말릴란드가 ‘지도에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소말릴란드는 1991년 끝없는 내전을 겪는 소말리아로부터 분리 독립했으나 국제사회로부터 독립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곳 유적지는 유네스코(UNESCO)로부터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인정받기 어렵다. 결국 유적 보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도움을 바라기 힘들다. 궁핍한 국가 사정 탓에 박물관을 짓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유적을 발굴해도 보관할 장소가 없다 보니 찾아낸 유적지를 방치하거나 발굴을 포기하는 경우가 흔하다. 배고픔에 지친 지역민들에게 무방비상태의 유적지를 도굴, 골동품 상인에게 팔아넘기는 것은 주요 수익원이 됐다. 소말릴란드 정부의 문화유적 담당자인 사다 마이오 박사는 “소말릴란드인은 대부분 유적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모른다.”면서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세계문화유산 ‘포격’ 태국군과 충돌… 캄보디아 사원 파손 세계문화유산인 힌두교 사원 ‘프레아 비 헤아르’의 영유권을 놓고 사흘째 계속된 태국군과 캄보디아군 간 무력 충돌 과정에서 사원 일부가 포격으로 무너졌다. 캄보디아 정부가 “6일 태국군의 포격으로 프레아 비 헤아르 사원의 한쪽 측면이 파손됐다.”고 밝혔음을 7일 BBC 등 외신이 전했다. 양국 군은 지난 4일 사원에서 3㎞쯤 떨어진 지역에서 교전을 시작해 다음 날까지 포격을 주고받았다. 양국 군은 휴전과 교전을 거듭하다 6일 다시 3시간 동안 박격포 등 중화기를 동원해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사원 일부가 공격받아 허물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캄보디아 각료 평의회실 파이 시판 대변인은 “태국군이 캄보디아 영내로 무단 진입해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주장했고, 태국 육군은 “캄보디아가 공격해 반격했을 뿐”이라고 맞받았다. 11세기쯤 세워진 프레아 비 헤아르 사원은 크메르 왕조의 대표적 유적지로, 태국과 캄보디아는 양쪽 국경 인근에 있는 사원의 영유권을 서로 주장해 왔다. 1962년 국제사법재판소가 “사원이 캄보디아 영토에 속한다.”고 결정했으나 태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후에도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사원이 2008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관광객이 몰리면서 캄보디아 정부가 많은 수익을 거두자 양국 간 갈등이 더욱 격화돼 무력 충돌이 이어졌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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