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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와 차 한 잔]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 펴낸 미술평론가 손철주

    [저자와 차 한 잔]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 펴낸 미술평론가 손철주

    출판사 자음과모음이 펴낸 문고판 인문도서 시리즈. 인문 교양지 ‘자음과모음 R’의 연재물과 KBS ‘TV특강’ 강연록 등을 엮어 1~3권을 냈다. 1권이 미술평론가 손철주의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 2권은 역사학자 장수한 침례신학대 교수의 ‘깊고 진한 커피 이야기’, 3권은 동화작가이자 시인인 김진경의 ‘신화로 읽는 세상’이다. 7000~8000원대로 책정해 시리즈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 책은 쉽게 보고 덮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깊은 정보는 다른 책에서 얻으면 돼요. 한번 읽고 다른 사람 주세요. 재미있다면 말이죠.” 출판사가 들으면 식겁할 소리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계동 출판사 학고재에서 만난 미술평론가 손철주(59)는 신간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를 두고 이렇게 정의했다. 이 책은 자음과모음 출판사가 내놓은 ‘팸플릿 시리즈’ 1권으로, 그가 지난해 한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다, 그림이다’ 등 스테디셀러의 저자이자 미술평론가이니 이 손바닥만 한 책을 두고는 이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건가 생각하면 물론 오산이다. 이 책에 대한 애정은 “재미있게 보고 다른 사람에게 주어라.”에 방점을 찍어 이해하면 된다. 1장 ‘누워서 구경하니 더욱 신기하여라’는 산수화를 다루고 2장 ‘봄날의 상사는 말려도 핀다’는 그림에 담긴 내밀한 남녀의 애정사를 풀어 놓는다. 3장 ‘꽃이 속삭이고 동물이 노래한다’에서는 민화를, 4장 ‘선비는 숨어도 속세는 즐겁다’에선 인물화를 다룬다. 옛 그림의 시대적 배경과 화가의 시선을 소개하고 관련된 한시도 녹여 가면서 설명한다. 그림을 보여 주고 말하는 TV 강의를 글로 적어 놓으니 내용이 쇠락해 버렸다. 그래서 강의 내용을 중심으로 말투를 새로 쓰고 설명을 덧대면서 이해력을 돕는 작업을 했다. “바위는 어떻게 그렸고 붓질은 어떻게 했고 이런 식의 미술 기법보다는 그림이 품은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다.”는 그는 “그림을 그린 옛 사람의 눈으로, 그 시대상에서 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마치 할머니 무릎을 베고 옛 이야기를 듣는 듯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 녹아들어 재미가 쏠쏠하다. 그는 비단에 채색을 하고 정교하게 산과 나무, 해를 심어 넣은 유성업의 ‘해맞이’처럼 연하장 같은 그림보다는 서툰 듯 거칠게 그린 최북의 ‘공산무인도’를 더 좋아한다. 화가가 자연을 바라보는 심경이 붓질 하나하나에 그대로 묻어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이유로 무명 화가의 솜씨가 부끄러움 없이 드러난 민화도 참 재미있는 그림이다. 소박하고 진실하면서도 우리 민족의 습속이나 믿음이 고스란히 숨어 있어서다. 사무실 벽에 빼곡히 붙은 메모지들에 쓴 한시를 인용하면서, 도록을 꺼내 보이면서, 컴퓨터에 있는 민화를 확대해 가면서 설명을 하는 그의 얼굴에 신명이 묻어난다. 김홍도의 ‘표피도’를 설명할 때는 감탄사가 마구 섞인다. “붓질이 아주 자잘해요. 그림을 20분의1 정도로 축소해서 붓질을 몇 번 했는지 헤아려 봤거든요. 수십만 번인 거예요.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이런 잔털을 일일이 다 그렸다는 게.” 옛 그림은 이토록 찬사를 받아 마땅한데 정작 사람들은 그 가치를 잘 알지 못한다. 저자는 그 이유를 “스토리텔러 부족”으로 꼽는다. “가끔 옛 그림 전시를 하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요.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흥행은 못 해요.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가 그 역할을 자처한다. “이전까지는 동서양 미술 전반에 관심을 가졌지만 이제는 옛 그림에 집중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했다. 옛 그림을 역사이자 축적된 우리의 삶으로 보는 그에게는 일종의 사명감이자 책임감이다. 준비하는 책 역시 옛 그림에 관한 것이다. 이전에 냈던 ‘옛 그림 보니 옛 생각 난다’가 옛 사람의 감성을 흘렸다면 새 책에는 미술 기법을 조금 덧댈 계획이다. 그럼 옛 그림을 어떻게 즐기면 되는 것인가 묻자 “무조건 많이 보라. 그리고 꼭 돋보기를 갖고 가라.”고 대답한다. 공자 왈 ‘머리 좋은 사람은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더 나아가서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이치다. 돋보기의 용도는? 옛 사람이 옛 그림에 숨겨 놓은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주는 수단이다.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서울광장] 검찰이 바로 서야 한다/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검찰이 바로 서야 한다/우득정 수석논설위원

    2009년 4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을 불렀다. 전직 대통령 예우차원에서 노 전 대통령의 김해 봉하마을 사저로 방문조사하거나, 소환조사하더라도 이동거리가 가까운 부산이나 창원지검으로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검찰은 ‘법대로’를 외치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 소환조사하더라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검찰 출두 23일 후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리면서 검찰의 ‘공명심’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이 대통령은 세계 무대에서 외국 정상들과 만날 때 ‘전직 대통령을 자살로 내몰았다’는 시선이 가장 부끄럽다고 한다. 2010년 4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공기업 사장 인사청탁 명목으로 5만 달러를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곽 전 사장이 진술을 번복한 이후 검찰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곽 전 사장의 진술에만 의존했던 검찰이 진술 번복으로 궁지에 몰리자 진술을 다시 뒤집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검찰총장 출신 한 인사는 무죄 선고로 검찰수사가 도마에 오르자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의 헤어스타일까지 들먹이며 검찰 지휘부의 무능을 질타했다고 한다. 이처럼 서슬이 시퍼렇던 검찰이 요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 의혹 관련자 전원에게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 의혹의 핵심인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에게는 ‘서면조사’라는 편의를 베풀었다. 지난해 10월 청와대가 내놓은 해명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비판에는 서면조사가 한몫했다. 민주통합당 이석현 의원은 “검찰이 국선변호인이 된 것 같다.”고 꼬집었고, 통합진보당 노회찬 의원은 “서울중앙지검이 청와대를 고객으로 하는 ‘서울중앙로펌’으로 전락했다.”고 혹평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조차 “내 상식으로도 조금 의외”라며 특검 도입과 국회 청문회 불가피론을 거론했을 정도다. 이틀 후 “사즉생(死?生) 각오로 성역 없이 파헤치겠다.”고 공언했던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결과에 대해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은 “원숭이에게 검사복을 입혀도 이보다는 수사결과가 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최고의 엘리트임을 자부해 온 검찰이 한순간 유인원으로 역(逆)진화하기에 이르렀다. 민간인 사찰을 주도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에 명시된 ‘VIP 또는 대통령실장’ 조사과정에서 정정길·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에게는 서면조사를,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장관에게는 자발적으로 제출한 해명성 진술서를 ‘무혐의’ 결정의 근거로 삼았으니 검찰 스스로 화를 불러왔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본래 피의자나 주요 참고인은 소환조사가 원칙이다. 노 전 대통령에게 들이댔던 그 원칙이다. 서면조사는 당사자가 국내에 없거나 출석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검찰이 먼저 이 원칙을 무너뜨렸으니 앞으로 일반 국민이 서면조사로 대체하자고 덤비면 어찌할 건가. 검찰은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이 검찰 불신을 초래했다고 볼멘소리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검찰’로 대변되는 권력 줄대기와 눈치보기, 인사철이면 난무하는 로비와 청탁문화가 지금의 검찰 위기를 불렀다는 지적도 결코 빈말이 아니다. 국민의 눈에는 권력과 검찰의 공생관계로 비치고 있다. 항간에는 다음 달 검찰 인사 이전에 현 정부의 모든 의혹을 털어버릴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고삐가 풀리기 전에 인사를 무기로 적당히 ‘마사지’해 온 관행을 빗댄 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대검찰청을 방문했을 때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휘호를 내렸다. 정권의 성격과 상관없이 이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그 답은 검찰에 있다. djwootk@seoul.co.kr
  • [열린세상] 자치구 폐지에 대한 논쟁, 그 해법은?/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자치구 폐지에 대한 논쟁, 그 해법은?/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도 벌써 20년이 되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지방자치제에 대한 근본적인 체제 개편이 이슈가 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대도시의 자치구 폐지 여부에 관한 논쟁이다. 즉, 자치구의 기초의회를 폐지하고 자치구를 행정계층화하여 자치구의 장을 임명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어느 길이 국민과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인가? 장면Ⅰ: 2012년 4월 13일 대통령 산하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는 서울시와 6개 광역시의 74개 자치구 및 군의회를 폐지하고 구청장과 군수를 임명제로 바꾸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개편안을 의결하였다. 의결과정에서 위원들 간 격론과 고성이 오가고 일부 위원들은 사퇴를 선언하기도 하였다. 6월 13일에는 36개의 기초자치단체를 16개로 통폐합하겠다는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장면 Ⅱ: 제주특별자치도는 최근 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를 설치하여 지난 5월 30일 서귀포시청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였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로 전환되면서 4개의 기초자치단체(제주·서귀포시, 북제주·남제주군)는 폐지되고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행정계층으로 바뀌었는데, 다시 기초자치단체로 복원시키기 위함이다. 기초자치단체 폐지로 행정시장 권한이 미약하니 시장의 민원대응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지고 정책 순응도도 약해지는 현상이 표출되고 있다. 모든 권한과 민원이 제주지사에 집중됨으로써 행정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고 제주도의 경쟁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다시 자치단체로 환원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장면 Ⅲ: 서울 지하철 3호선과 4호선은 1980년 2월 29일 동시에 공사를 착공하여 1985년 10월 18일 전 구간을 동시에 개통하였다. 같은 날짜에 착공하여 개통한 3, 4호선의 운영형태는 상이하다. 3호선은 ‘수서~대화’ 구간으로 모두 우측 통행방식이고 전력공급방식도 1500V 직류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건설된 4호선의 ‘장암~오이도’ 구간에서 서울시 구간(장암~남태령)은 우측통행방식에 1500V 직류방식을 사용하고, 철도청(현재 코레일) 관할의 ‘선바위~오이도’ 구간은 좌측통행방식에 전력은 2만 5000V 교류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즉, 남태령~선바위 구간에서 좌·우측 통행방식이 교차(‘꽈배기굴’)하고 직류와 교류 간의 전환에 따라 절연구간이 존재, 이 구간에서는 관성으로 운행하는 기이한 구조로 되어 있다. 당시 이 공사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금액이 들어갔고 3호선 건설 시 좌측통행방식을 고수하여 X자 교차터널을 건설하려다 당시 4호선을 감사한 감사원의 예산 낭비 지적에 따라 3호선은 서울시 방식대로 직류 1500V, 우측통행으로 건설하게 되었다. 전력공급방식의 상이함으로 인하여 하드웨어의 구조뿐 아니라 차량제작(승압 및 감압) 방식도 달라져야 하므로 엄청난 추가비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지하철사고의 동인이 되고 있다. 왜 이러한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관료들의 조직이기주의를 감시하는 기능의 부재로 인하여 현재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만 하는 실정이다. 직선 단체장을 없애고 지방의회를 폐지하면 효율적이고 만사형통일까? 건설 당시에 주민 직선의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있었다면 우측통행이 좌측통행으로 바뀌고 전류방식이 직류에서 교류로 바뀌는 등의 우는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주민들은 뒷전인 채 관료들의 조직할거주의에 기반한 밀실에서의 협상결과일 뿐이다. 그 형태와 방식은 다양할 수 있지만, 자치구제도의 존치는 필수적이다. 대의회제를 소의회제로, 또는 기초의회와 광역의회를 통합하여 운영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안이 있다. 중앙에서 획일적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메뉴(여러 방안)를 제시해 주고, 해당지역 주민들이 그들 지역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제도를 최종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해법이다. 이는 주민들의 자치의식을 고양할 뿐만 아니라 책임의식도 함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제도 간 경쟁을 통해 단점은 극복하고 장점은 극대화함으로써 보다 품격 높은 지방자치로 발전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
  • 덕유산 칠연계곡…일곱 개의 연못·폭포가 한 줄로

    덕유산 칠연계곡…일곱 개의 연못·폭포가 한 줄로

    덥습니다. 한여름은 아직 당도하지도 않았는데 더위는 벌써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가뭄까지 겹쳐 어지간한 개천들은 말라깽이 칠십 할머니 젖가슴만도 못하게 쪼그라들었지요. 이럴 땐 수량 풍부한 계곡에 들어 시원하게 탁족(濯足)을 즐기는 게 최고일 겁니다. 어머니 품처럼 넉넉한 덕유산은 안으로 젖줄기 같은 계곡을 여럿 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전북 무주의 칠연계곡입니다. 일곱 연못 사이에 일곱 폭포가 있다고 해서 이른바 ‘칠폭칠연’(七瀑七淵)의 정취로 이름난 곳입니다. 명성으로야 구천동계곡을 따라가겠습니까만, 세상엔 2등만의 풍경도 있는 거지요. 한여름의 구천동이 갖지 못한 적요함, 그리고 작고 예쁜 폭포와 연못 등 독특한 풍경들을 품고 있습니다. ●흐르는 물에 발을 씻고 기껏 무주까지 와서 구천동계곡은 건너뛰고, 칠연계곡으로 가란다. 그게 무슨 얘기냐는 푸념이 나올 만하겠다. 그렇다면 늘 가던 곳만 갈 거냐는 반문 역시 성립하지 않을까. ‘무슨 산=어느 계곡’이란 정형화된 등식으로 스스로를 얽매는 건 옳지 않다는 거다. 칠연계곡의 정체성은 뭔가. 단답형으로 규정하긴 어려우나, 빼어난 탁족처라 한다면 무리가 없지 싶다. 흐르는 물에 발을 씻으며 더위를 쫓기 좋은 곳이다. 선조들은 탁족을 세속에 얽매이지 않는 초탈한 삶의 비유로도 썼다. 아이들과 물놀이를 할 사람은 일찌감치 다른 곳으로 방향을 돌리는 게 좋겠다. 물놀이 즐기기 적당한 얕고 너른 개울이 드물기 때문이다. 대신 작고 예쁜 소(沼)들이 많다. 소 주변에서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늘어지게 오수를 즐기거나, 책을 읽기 딱 좋다. 칠연계곡의 소들은 거개가 작다. 위험해 뵈는 곳도 많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소라도 물이 도는 곳은 위험할 수 있다. 덥다고 수영금지 표지판이 붙은 소에 무턱대고 뛰어들지 말라는 뜻이다. 아울러 소 주변은 매우 미끄럽다. 오르내릴 때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흔히 칠연계곡의 들머리를 덕유산 안성탐방지원센터로 잡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용추폭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게 옳다. 폭포치고는 비교적 흔한 이름인 데다, 차도에 인접해 있어 스쳐 지나기 십상이지만, 깊은 산자락에 꼭꼭 숨어 있었다면 ‘비경’ 소리를 들었을 만큼 빼어난 자태를 하고 있다. 용추폭포를 품고 있는 마을은 사탄동이다. 부디 이름만으로 ‘종교적인 핍박’을 하진 마시라. 한자로는 모래 사(沙)에 여울 탄(灘)을 쓴다. 한글로 풀면 모래여울 마을이라는 예쁜 이름이다. 사탄동에서 좀 더 위로 올라가면 통안마을이다. 통안마을 위로는 ‘점방’(작은 가게) 하나 없다. 마실 물 등은 이 마을에서 준비해 가야 한다. ●늘어선 활엽수림… 짙푸른 숲그늘 이러구러 숲길로 접어든다. 안성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 곧바로 칠연계곡이 이어진다. 신갈나무와 고로쇠나무, 물박달나무 등이 계곡을 어루만지며 늘어서 있다. 아그배나무와 함박나무 등 잎이 도드라진 나무들도 간간이 얼굴을 내민다. 깃대종(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중요 동·식물)은 구상나무지만 눈에 띄는 나무는 죄다 활엽수다. 당연히 숲그늘도 짙푸르다. 침엽수에 견줘 피톤치드는 적겠으나, 그만큼 쉴 곳이 많다. 바람 소리도 곱다. 침엽수의 뾰족한 잎을 스치는 새된 소리에 견줘 훨씬 부드럽고 상큼하다. 물은 더없이 맑다. 그 안에 깃대종인 금강모치 등이 산다. 탐방지원센터 관계자는 요즘 어디서 들어 왔는지 무지개송어와 산천어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했다. 금강모치 등 작은 물고기들이 이들의 주요한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최근 덕유산 국립공원 측이 생태계 교란종에 대한 퇴치작전에 돌입한다고 했으니, 지켜볼 일이다. 계곡을 왼편에 두고 산길을 오른다. 한 굽이 돌 때마다 여울져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계곡 밖의 들녘은 가뭄으로 타들어 가는 상황. 하지만 칠연계곡을 흐르는 물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칠연계곡은 덕유산의 서쪽 사면을 타고 흐른다. 동쪽으로 흐르는 구천동계곡과 반대 방향이다. 명성의 차이만큼, 방문객의 발걸음도 큰 차이를 보인다. 같은 덕유산의 물줄기인데도, 칠연계곡 탐방안내소 관계자들이 은근히 건너편의 구천동에 경쟁 의식을 갖는 이유다. 풍경도 낫고, 덜 알려져 조용한 데다, 송어 양식장 등 물을 흐릴 수 있는 시설도 없다며 자랑이다. 탐방지원센터에서 10분가량 오르면 문덕소다. 칠연계곡에서 첫 번째 만나는 비경이다. 제법 규모가 크고 깊은 못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너른 반석 위를 지난 물이 세차게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하얀 포말이 싱그럽기 그지없다. ●계곡 훑고 온 바람, 이마에 땀 거둬가 문덕소에서 20분 남짓 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나무다리를 건너면 동엽령과 중봉을 거쳐 덕유산의 최고봉인 향적봉(1614m)에 이르는 산행코스가 이어진다. 길 오른편의 나무계단 쪽 길로 들어서야 칠연폭포와 만날 수 있다. 이곳부터 칠연폭포 끝자락까지는 10여분이면 족하다. 칠연폭포는 한 줄로 이어지는 일곱 연못 사이에 일곱 폭포가 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른바 ‘칠폭칠연’의 풍경이다. 계곡의 이름 또한 이 폭포에서 비롯됐다. 칠연폭포는 한눈에 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숲 사이에 숨어 보일 듯 말 듯 이어져 있다. 그래서 신비감도 더하다. 칠연폭포가 펼쳐지는 구간엔 두 곳의 전망대를 조성해 뒀다. 폭포 쪽으로 내려가려면 미끄러짐에 유의해야 한다. 물기 많은 바위들은 빙판이나 다름없다. 길을 막아 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길을 낸 것도 아니다. 일렬로 늘어 선 폭포의 중간쯤 되는 곳의 너럭바위에 앉아 위아래를 훑어본다. 계곡을 훑고 온 바람이 이마의 땀을 거둬 간다. 얕은 폭포를 지나 온 계곡물은 작은 소로 빨려 들어간다. 이 과정이 일곱 차례 반복된다. 과장 좀 보태면 금강산 상팔담의 축소판이다. 세숫대야를 20배쯤 확대한 것 같은 연못들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다. 숲에 인적은 드물다. 칠연폭포가 길의 끝이기 때문이다. 그 덕에 숲은 늘 섬뜩할 정도로 적막하다. 나무의 삭정이가 부러지는 소리에도 화들짝 놀랄 판이다. 무더위도 덩달아 무릎을 꿇는다. 하산길에 칠연의총(七淵義塚)에 들러도 좋겠다. 조선 말기 일본군과 싸우다 숨진 의병장 신명선과 의병 150여명이 묻힌 곳이다. 칠연계곡 초입, 그러니까 안성탐방지원센터 앞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난 다리를 건너면 나온다. 이 의병부대는 1907년에 거병해 무주와 진안 등지에서 일본군 수비대를 격파하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일본군 토벌대의 추격을 받아 칠연계곡에서 옥쇄(玉碎)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 사진 무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가는 길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덕유산 나들목으로 나온 뒤, 죽천교차로에서 우회전해 19번 국도로 갈아탄다. 이어 죽천삼거리에서 좌회전, 727지방도를 따라 10분가량 곧장 올라가면 용추폭포 앞에 닿는다. 대중교통은 덕유산 탐방안내소 바로 아래 통안마을에서 안성터미널까지 오전 9시·11시 30분, 오후 1시·2시·4시 30분·6시(이상 통안마을 출발 기준) 하루 6회 군내 버스가 오간다. 적상산이나 나제통문 등 무주 북부의 명소들을 먼저 찾을 경우 무주 나들목으로 빠지는 게 낫다. ▲맛집 무주의 대표 먹거리는 역시 어죽이다. 물 맑은 금강에서 잡은 물고기로 끓여낸다. 읍내 군청 앞의 금강식당(322-0979)과 ‘육지 속의 섬’ 내도리로 건너가는 앞섬다리 부근의 앞섬마을(322-2799), 뒷섬마을의 큰손식당(322-3605) 등이 이름났다. ▲잘 곳 무주읍 당산리의 무주이리스호텔(324-3400), 설천면 삼공리의 제일산장(322-3100), 설인관광펜션(322-0558) 등이 깨끗하다고 입소문난 업소들이다. 좀 더 안락한 잠자리를 원한다면 무주리조트나 티롤호텔 등도 좋겠다.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83) 廣州 곤지암 향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83) 廣州 곤지암 향나무

    수도권 동남쪽의 교통의 요충으로 곤지암(昆池岩)이 있다. 교통정보를 전하는 라디오 방송에 단골로 등장하는 지명이다. 조선시대 외침에 항거한 역사적 유래가 담긴 지역이지만, 그보다는 소머리국밥집들로 더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휴일이면, 식당가에 주차한 자동차들이 즐비하지만, 곤지암의 뜻이나 유래를 알아보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예 없다. 곤지암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는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곤지암이라는 바위가 남아있지만, 이를 찾는 이보다는 국밥 한 그릇을 찾아오는 사람만 북적일 뿐이다. 도시의 개발 과정은 그렇게 우리가 지켜야 할 역사도 문화도 모두 내려놓게 했다. ●신립 장군 설화 얽힌 바위 위에 싹 틔워 “곤지암은 여러 가지로 유명한 곳인데, 곤지암이 뭔지, 여기가 왜 곤지암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진작에 이 곤지암을 잘 살렸어야 했는데, 좀 늦었죠.” 이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장경숙(42)씨의 이야기다. 들고남이 잦은 수도권이다 보니, 이 지역 사람들조차 곤지암이라는 이름의 바위에 대해서 무관심한 게 사실이다. 실촌읍 곤지암리였던 행정구역 명칭을 2011년 6월에 ‘곤지암읍’으로 고치고 곤지암을 알리려 나서긴 했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며 장씨는 아쉬워한다. 곤지암은 ‘원조’를 내건 소머리국밥집들이 즐비한 식당 골목 바로 뒤편에 말없이 수백 년을 지켜온 유서 깊은 바위의 이름이다. “큰 바위가 두 개잖아요. 지금 한 쪽 바위에서 향나무가 높이 솟아올랐는데, 참 신기해요. 그 옆의 바위에도 나무가 있었는데 시들시들 죽어가는 바람에 베어냈지요. 그 나무도 저 나무만큼 신기했어요.” 곤지바위라고도 불리는 이 바위에는 나라를 찾기 위해 애쓴 신립(申砬·1546~1592) 장군에 얽힌 이야기가 남아있다. 임진왜란 때 충주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치고 왜군과 싸우던 신립 장군은 전투에서 패배하자, 강물에 몸을 던져 치욕의 삶을 스스로 마무리했다. 부하들은 장군의 주검을 서울로 옮겨가려 했지만, 곤지암 지역에서 장군의 관은 꼼짝도 하지 않아, 이곳에서 장례를 치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풍수지리에 따르면 쥐의 형국을 한 장군의 묘소 맞은 편에 고양이 모양의 큰 바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바위 위에서 개나리도 피어나 마을에 이상한 일이 생긴 건 장군의 장례를 치른 뒤부터였다. 누구라도 말을 타고 고양이 바위 앞을 지나려면 말발굽이 땅에 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장군이 ‘왜 오가는 사람들을 괴롭히느냐’며 바위를 꾸짖었다. 그러자 벼락이 바위에 내리 꽂히면서 고양이 머리 모양의 바위 윗부분은 땅에 떨어지고 몸통은 두 쪽으로 갈라졌다. 잇달아 옆의 땅이 갈라지면서 연못이 생겼다. 장군의 묘소를 위협하던 고양이 바위가 무너진 뒤에야 비로소 사람들은 이곳을 편하게 지날 수 있었다고 한다. 나란히 서 있는 두 바위 가운데 하나는 높이가 3.6m에 너비가 5.9m나 뒤는 큰 바위이고, 바로 옆의 바위는 높이 2m에 너비 4m 쯤 된다. 더 크고 더 아름다운 것만을 찾는 현대인에게 곤지암은 사실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찾는 이가 많지 않은 것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바위에 담긴 슬픈 민족사까지 잊혀지는 건 안타깝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여기 큰 연못이 있었어요. 지금은 언제 연못이 있었는지 상상도 안 되게 바뀌었지만, 물고기들이 뛰노는 넓고 예쁜 연못이었지요.” 장씨의 어린 시절이래봐야 고작 20~30년 전이다. 그 짧은 사이에 마을은 급속히 도시화됐다. 바위 주변으로 시장이 들어섰고, 연못이 메워진 자리에는 학교가 들어섰다. 곤지암 주변으로는 바위보다 훨씬 높은 건물들이 에워쌌다. 큰 바위가 어우러진 연못 풍경은 장씨조차도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다. “바위 위에서 나무가 자란다는 게 놀라워요. 봄에는 바위들 틈에서 개나리도 노란 꽃을 피우죠. 한번 본 사람들은 누구나 다 신기하다고 하지만, 보러 오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곤지암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말없이 하나의 생명을 키웠다. 누가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닌데, 마치 오래 전부터 바위가 생명을 잉태했던 것처럼 바위 틈으로 초록의 비늘잎을 가진 향나무가 홀로 사라진 역사를 웅변하듯 솟구쳐 올랐다. ●300년 역사의 증거로 살아남은 나무 거름이 될 흙은커녕 물 한 모금 머금지 못 하는 바위 틈에서 솟아오른 향나무는 키가 9m쯤 되는데, 줄기 둘레는 기껏해야 1m도 채 안 된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가 300년에서 400년쯤 됐다고 하지만 정확한 기록은 없다. 물론 300년쯤 된 여느 향나무에 비하면 턱없이 작지만, 바위 틈에서 자랐다는 특별한 사정을 감안하면, 300년은 넘게 자란 나무로 보인다. 바위 틈에서 시작된 가느다란 나무 줄기는 전체적으로 곧게 뻗었지만 매우 가냘프다. 가냘픈 굵기에 비하면 9m의 키가 안쓰러울 정도로 높아 보인다. 굵기와 높이는 균형을 잃었지만 자라 오르는 어느 한 순간도 비틀리지 않고 올곧게 자랐다는 게 신통하다. 더구나 뿌리가 삐져나온 바위 틈에 눈길이 이르면, 나무의 경이로운 생명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사람과 나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지만, 문화와 역사를 버리면서까지 이뤄내야 하는 개발은 과연 얼마나 오래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을까. 바위 위에서 300년 동안 생명을 이어온 나무가 허공에 홀로 쓰는 질문이다. 글 사진 광주(경기)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 곤지암리 453번지. 중부고속국도의 곤지암나들목으로 나가서 이천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1㎞쯤 못 미쳐 오른쪽으로 곤지암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이 길로 접어들어 600m쯤 더 가면 오른쪽에 곤지암초등학교가 나온다. 학교 울타리가 끝나는 부분에 곤지암 향나무가 있다.
  • 초원 중심에 바다가? ‘세계서 가장 기이한 해변’

    초원 한가운데에 해변이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21일 스페인 북부에 있는 기이한 해변을 소개해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굴피유리 해변(Gulpiyuri Beach)라고 불리는 이 해변은 주위가 푸른 산이나 초원 등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고운 모래사장과 에메랄드 빛 바닷물, 파도 등 해변이 갖춰야 할 환경은 모두 갖췄다. 이 기막힌 바다는 서유럽 해안에 뻗어있는 북대서양의 넓은 만인 비스케이만(Bay of Biscay)으로부터 바닷물이 흘러들어와 형성됐다. 수백 만년 동안 넓은 바다와 연결된 절벽 아래가 부식과 침식을 거치면서 내륙 내부로 향하는 터널이 만들어진 것. 굴피유리 해변은 지대가 비교적 낮은 곳에 형성된데다 초원과 산, 높은 바위 등으로 둘러싸여 있어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지만, 최근 여행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관광메카로 자리 잡았다. 주위 경치가 아름다운 것은 물론이고, 내륙 한가운데 펼쳐진 바다와 40m 정도 이어진 모래사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동화 속 세상을 연상케 한다. 네티즌들은 “이런 신비로운 곳이 있는 줄 몰랐다. 꼭 한번 가보고 싶다.”, “호수인 줄 알았는데 짠 맛이 나는 바다라는게 믿기지 않는다.”며 관심을 표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블랙 드래곤피시 등 ‘심해 괴생물’ 대거 발견

    뉴질랜드 심해에서 블랙 드래곤피시 등 잠재적 신종 생물이 대거 발견됐다. 14일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 뉴스는 뉴질랜드 수자원 대기 연구소(NIWA)가 최근 3주간에 걸쳐 뉴질랜드 북부 케르마데크 해령 일대를 탐사한 결과 심해생물을 대거 발견했다면서 16종의 생물을 공개했다. 탐사대는 해저 화산이 많은 케르마데크 해령 4곳의 심해 지역(약 1만 ㎢)을 3주간에 걸쳐 조사하고 다양한 생물의 모습을 기록했다. 해저에는 산맥과 대륙 사면, 협곡이 펼쳐져 있으며 다수의 열수 구멍에서는 화산으로부터 열수와 가스가 방출되고 있었다. 탐사대를 이끈 생물학자 말콤 클락 박사는 “이번 탐사를 통해 자루 따개비와 거대 홍합 등 기존 종 이외에 잠재적 신종도 여럿 발견했다.”면서 “이 4곳의 심해 영역에는 다양한 생물 군집이 서식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클락 박사는 “이번 탐사는 어느 정도 눈으로 접할 기회가 적어 관심 밖이었던 심해를 좀 더 조명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저인망 어업이나 광물 채굴 같은 인간 활동에 의한 심각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어떤 생물이 살며 그들이 환경의 변화로부터 받는 영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케르마데크 해령 일대에서 발견된 심해 생물들이다. ▲다모류(Polychaete Worm) 이 생물은 수심 약 1200m의 진흙 바닥에서 발견됐다.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몸통과는 대조적으로 입가는 사나운 육식 동물 그 자체로, 마치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 생물을 연상시킨다. ▲새우아재비과(Uroptychus Squat Lobster) 수심 650~1400m에서 발견된 새우아재비과 동물(Uroptychus). 이전부터 확인되고 있지만, 아직 정식으로 신종 인정을 받지 못했다. 심해의 새우아재비는 거의 산호 근처에 서식한다. 이번에도 대나무 산호에 붙어 있었다고 한다. ▲뱀거미불가사리(Snake Stars) 6개의 발을 사용해 산호에 붙어 사는 뱀거미불가사리 일종(학명: Asteroschema bidwillae). 뉴질랜드 북부 해안, 수심 약 12​​00m에 있는 탄가로아 해산에서 발견됐다. ▲귀오징어(Mickey Mouse Squid) 수심 약 900m 계곡 사면에서 발견된 귀꼴뚜기과. 이 생물은 몸이 약해 양호한 상태로 채취한 것은 드물다고 한다. ▲털 게(Hairy Crab) 뉴질랜드 바다의 수심 900m 해산 정상 부근에 있는 바위에 서식하는 작은 게(학명: Trichopeltarion janetae). 2008년 처음 발견된 털난 게는 뉴질랜드와 호주 남부 해역 해산에 살고 있다고 한다. ▲블랙 드래곤피시(Black Dragonfish) 해령에서 발견된 블랙 드래곤피시 암컷. 이디아칸서스(Idiacanthus) 속의 잠재적 신종으로, 작은 물고기를 먹이로 하는 무서운 육식동물이다. 암컷은 몸길이 50​​cm에 달하지만, 수컷은 10cm 미만이다. 흥미롭게도 수컷은 이빨과 소화 기관이 퇴화돼 있어 생식을 끝내면 죽는 종도 있다고 한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독도’ 없는 애플지도

    애플이 최근 공개한 iOS6 베타버전 운영체제에 ‘독도’가 ‘다케시마’로 등록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위터를 중심으로 ‘오류를 바로 잡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애플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A)2012에서 지금까지 기본으로 탑재된 구글 지도 대신 애플 자사의 지도 서비스를 새로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도 애플리케이션에서 독도를 검색하면 검색결과가 나오지 않는 대신 ‘竹島’(다케시마)로 검색하면 독도에 ‘竹島’라는 한자어가 표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트위터 사용자들은 관련 글을 리트위트하며 정정 요청에 동참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 사실을 처음 발견한 ‘소프트키스’라는 닉네임의 블로거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냥 보고 있을 수 없다. (애플사에) 문제 리포트를 통해 수정 요청을 했지만 혼자 한다면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수 있으니 업데이트하신 분들도 문제리포트를 보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트위터 사용자들은 “이런 글은 열심히 퍼날라야 할 듯, 아이폰 관련 개발자 여러분 꼭 수고해 주세요.”라며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홍혜정기자 jukebox@seoul.co.kr
  • “5년간 숲에 살았다. 난 누구?” 도움 청한 미스터리 소년

    “5년간 숲에 살았다. 난 누구?” 도움 청한 미스터리 소년

    자신이 어디에 살던 누군지 모르지만 지난 5년간 숲 속에 살았다고 주장하며 9개월 전 독일 베를린 시청에 도움을 청한 소년의 사진을 시 경찰 당국이 12일 공개하며 신원 확인에 대한 협력을 호소하고 있다.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진 속 소년은 금발에 티셔츠를 입고 알파벳 ‘디(D)’라고 새겨진 펜던트가 달린 금목걸이를 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연령은 16~20세 사이로 추정되며 푸른눈을 가진 백인 소년으로, 몸가짐은 단정하고 스포츠 선수처럼 좋은 체격을 갖고 있다. 이 소년은 지난해 9월 5일 베를린 시청에 나타나 자신의 이름은 “레이(Ray)이며 1994년 6월 20일 출생이라는 것밖에 모른다.”고 호소하며 도움을 청했다. 소년은 영어를 사용하며 독일어는 거의 알지 못한다고 알려졌다. 당시 소년은 텐트와 침낭, 그리고 새것과 다름없는 배낭을 갖고 있었으며 깨끗한 의복 차림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소년은 젊은이를 위한 긴급 시설에 보내져 모험같은 이야기를 털어놨다. 기억 상실인지 아니면 말하기를 거부하고 있는지는 불분명 하지만 소년은 자신의 성과 출생지 등의 신상 정보를 밝히지 않았다. 이와 함께 소년은 지난해 8월 아버지가 급사했으며 그때까지 두 사람이 약 5년간 함께 숲에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숲속에서 바위 밑을 파 구멍을 만들었다.”면서 “스스로 아버지를 매장한 뒤 5일간 북쪽을 향해 걸어왔다.”고 말하며 베를린에 도착하게 된 사연을 밝혔다. 그는 아버지의 사인과 시신을 매장한 장소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해 경찰이 수색하고 있지만 해당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그는 어머니에 대해서 ‘도린(Doreen)’이란 이름으로 자신이 12살때 교통사고로 사망했으며 이 사고에 대해서도 기억이 나진 않지만 자신의 얼굴에 상처를 보고 이 사고로 입은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를린 경찰은 독일어와 영어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광범위한 조사와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보호 기관과 경찰 측도 ‘레이’라고 자칭하는 소년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사진을 보고 신원을 아는 사람은 연락을 달라며 제보를 당부했다. 한편 소년은 베를린 소년 보호시설에 잠시 머문 뒤 생활 보호시설로 옮겨져 법정 후견인이 지명되는 절차를 밟고 있지만 보호 기관이나 베를린 경찰 측도 소년의 이야기에 큰 의심을 품고 있으며 이번 사진을 공개해 널리 지원을 요청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베를린 경찰 배포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영화리뷰] ‘프로메테우스’

    [영화리뷰] ‘프로메테우스’

    영국 감독 리들리 스콧(75)은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휘둘리지 않고 1억 달러짜리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영국 최고 광고감독이던 그는 1977년 ‘결투자들’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뒤이어 내놓은 두 편의 공상과학영화(SF)는 그의 필모그래피 중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으로 꼽힌다. ‘에일리언’(1979)은 리플리란 여전사 캐릭터를 창조해냈고 ‘블레이드러너’(1982)는 인간의 존재론적 의미를 탐구하는 철학적인 SF의 시초로 꼽힌다. 이후 누아르와 액션, 전쟁, 역사, 로맨틱코미디를 섭렵하던 그가 30년 만에 SF로 회귀한 작품이 6일 개봉한 ‘프로메테우스’다. 2093년 거대 기업 웨이랜드는 마야와 메소포타미아 등 고대 유적에서 공통으로 발견된 별자리를 좌표 삼아 1조 달러짜리 우주선 프로메테우스를 띄운다. 인류를 만든 외계의 창조주를 만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2년여의 비행 끝에 도착한 행성에서 탐사대원들은 미지의 존재에 의해 하나둘 목숨을 잃는다. 섣부른 호기심은 자칫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결과를 초래한다. 스콧 감독이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먼저 생각한 사람이란 뜻)란 이름을 끌어들인 것은 일종의 복선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감춰 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내준 선지자다. 하지만 대가는 혹독했다.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낮에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고 밤에는 다시 회복되는 끝없는 고통을 겪는다. 게다가 제우스가 복수를 위해 보낸 판도라를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가 아내로 취한 탓에 훗날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제목부터가 스포일러인 셈. ‘에일리언’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 앞선 이야기를 다룬 속편) 여부에 대한 논란은 관객이 판단할 몫이다. 스콧 감독은 “‘에일리언’과 연결되는 부분은 거의 없다. ‘프로메테우스’는 전혀 다른 세상의 문을 열어젖히는 영화”라고 말했다. 그러나 감독의 전작에서 본 듯한 캐릭터와 장면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신념 강한 여과학자 엘리자베스(노미 라파스)나 의뭉스러운 안드로이드 데이빗(마이클 패스벤더)은 ‘에일리언’의 여전사 리플리, 인조 인간 비숍과 겹쳐진다. 우주선을 띄운 진짜 목적이 거대 기업의 꿍꿍이였다는 설정도 비슷하다. 창조주에 대한 피조물의 존재론적 의문, 자아를 갖게 된 피조물의 저항은 복제 인간 반란을 통해 신과 인간의 관계를 묻는 ‘블레이드 러너’와 궤를 같이한다. 스콧 감독이 30년 새 진일보한 기술과 1억 3000만 달러(1533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자신의 오랜 화두를 재해석(혹은 재활용)했다는 생각을 지워내기란 쉽지 않다. 진화론과 (신이 아닌 외계인에 의한) 창조론 등 인류 기원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져보지만 뾰족한 답이 있을 리 없다. “아직도 해답을 찾고 있다.”는 허무한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닷컴은 이 작품의 신선도를 74%로 집계했다. ‘어벤져스’(93%)보단 낮고 ‘맨 인 블랙 3’(68%)보단 높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81) 경기 남양주 수종사 은행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81) 경기 남양주 수종사 은행나무

    강원도 태백의 깊은 골, 금대봉 기슭의 검룡소(儉龍沼)에서 솟아오른 샘은 남한강이 되고, 금강산 금강천에서 흘러온 또 하나의 물줄기는 북한강이 된다. 두 강 줄기는 경기 양평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만나 호흡을 고른 뒤, 민족의 젖줄 한강이 되어 수도 서울에 접어든다. 두 강물의 합강(合江) 풍경을 가장 잘 내다볼 수 있는 곳은 맞은편의 운길산 중턱쯤이다. 제법 가파른 운길산 등산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물머리의 저녁 노을 풍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 오르는 사진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걷기 열풍과 함께 늘어난 등산객들이 부쩍 눈에 띈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동방의 사찰 가운데 최고의 풍광 “깊은 산은 아니지만, 수도권에서 이만큼 울창한 숲도 흔치 않아요. 숨이 찰 정도로 헉헉거려야 하는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 보면 수종사에 닿지요. 숲도 좋지만, 절집 마당에서 보는 두물머리 풍경이 여느 등산 코스보다 좋지요.” 주말마다 수종사를 찾는다는 등산객 박순철(64)씨는 천천히 산을 오르며 한마디 던진다. 도시에 살면서 가까이에서 숲과 강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어 좋다는 이야기다. 그가 느릿느릿 오르는 해발 610m의 운길산은 큰 산은 아니라 해도, 길이 가팔라서 제법 숨이 턱에 찬다. 그 중턱에 아름다운 절집 수종사(水鐘寺)가 있다. 법당을 비롯한 대부분의 전각은 새로 지은 것이지만, 수종사는 유서 깊은 천년 고찰이다. 이 지역 태생인 다산 정약용(丁若鏞·1762~1836)은 수종사를 “신라 때 지은 고사(古寺)”라며 “절에는 샘이 있어 돌 틈으로 물이 흘러나와 땅에 떨어지면서 종소리를 내기 때문에 수종사라 한다.”는 기록을 ‘수종사기’(水鐘寺記)에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역사의 자취를 찾기 위해 수종사를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의 등산객처럼 건강을 위한 등산 코스로, 혹은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기 위해 찾는 곳일 뿐이다. 특히 저녁 노을 붉게 물들 무렵 수종사 법당 앞마당에서 내다보는 두물머리 풍광은 더할 나위 없는 장관이다. 이 풍광을 조선 전기의 명문장가 서거정(徐居正·1420~1488)은 ‘동방의 사찰 풍광 가운데 최고의 전망’으로 꼽았다. 수종사의 아름다운 풍광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람들이 쌓아 온 심미안의 역사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셈이다. ●옛 절 중건 지시한 세조가 손수 심어 절집을 찾는 사람들의 자취는 허공으로 흩어지지만 그 안에는 수종사의 긴 역사를 증거하는 자취가 하나 있다. 큰법당을 비롯한 여러 전각 가장자리 언덕에 서 있는 은행나무가 바로 그것이다. 알아보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도 나무의 기세는 대단하다. 산림청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 앞의 안내판에는 나무의 키를 35m, 가슴높이 줄기 둘레를 6.5m라고 했다. 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한 1982년에 측정한 값이지만,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눈짐작으로는 대략 25m가 채 안 돼 보인다. 큰 줄기가 부러진 흔적도 찾을 수 없으니, 갑자기 나무의 키가 줄어들었을 리도 없다. 아무래도 애당초 부실한 측정이었지 싶다. 그러나 나무에는 숫자로 드러낼 수 없는 넉넉한 기품이 담겼다. ‘수종사’라고 이 절을 명명한 조선의 임금 세조가 손수 심은 나무인 까닭이다.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세조는 전국의 물 좋은 곳을 찾아다녔다. 그가 오대산 상원사의 약수로 목욕을 하고 돌아오면서 이곳 운길산 아래 마을에 머무른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날 밤 세조는 신비롭다 해야 할 만큼 청아한 종소리를 들었다. 세조는 신하들을 시켜서 소리의 정체를 알아보라고 했다. 신하들은 “운길산 중턱에 폐허가 된 천년 고찰이 있는데, 그 터의 한쪽 바위 굴에 열여덟 나한이 줄지어 앉아 있다.”며 “신비로운 종소리는 그 바위 굴 옆의 큰 바위 틈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라고 아뢰었다. 물소리의 신비를 지키고 싶었던 세조는 옛 절을 다시 고쳐 세우라고 지시하면서 그 절의 이름을 손수 물 수(水)와 쇠북 종(鐘)을 써서 수종사라 했다. 1459년의 일이다. 절집이 완공되자 세조는 몸소 가파른 산길을 올라 종소리를 내는 샘물을 다시 찾아보고는 절집 마당 한켠에 은행나무를 심었다. 때가 정확하니 나무의 나이도 정확하게 554살이라고 할 수 있다. 옛 임금의 손길을 말없이 증거하는 음전한 생김새의 나무다. ●500년에 걸친 역사의 흐름으로 남아 세조의 은행나무는 사방으로 팔을 넓게 펼쳤다. 그 폭이 무려 20m나 된다. 더 넓은 세상을 품고자 했던 임금이 심은 나무여서인지 그의 품은 의젓하고 넉넉하다. 오래도록 거침없이 흘러야 할 민족의 젖줄 한강을 굽어 살피는 늠름함이 나무 줄기 깊숙한 곳에 배어 있다. 은행나무가 서 있는 언덕은 산 아래의 두물머리 주변 풍광을 조망하기에 좋은 자리다. 수종사 법당 앞마당과 함께 ‘동방 최고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자리다. 넓게 펼친 나뭇가지 아래에 들어서서 강촌 풍경을 바라보면 마음까지 평화로워진다. 나무 앞에 놓인 벤치에는 짧은 시간 동안 몇 쌍의 젊은 연인들이 스쳐 지났다. 이 땅의 평화와 역사를 지키며 서 있는 임금의 나무 아래로 이 시대 젊은이들의 사람 살이가 그렇게 하나 둘 쌓인다. 강마을에 땅거미 지고, 나뭇잎 사이로 비껴드는 햇살에 노을 빛이 스며든다. 옛 임금이 심은 은행나무 아래로 지금 이 땅을 살아가는 민초들의 가쁜 숨결이 새 역사 되어 천천히 내려앉는다. 글 사진 남양주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 가는 길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 1060. 수종사는 자동차로도 찾아갈 수 있지만, 수도권에서 출발한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다. 등산로가 좁고 가팔라서 운전이 쉽지 않은 데다 주변 풍광이 걷기에 좋기 때문이다.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중앙선 전철을 이용하면 남양주 조안면의 운길산역까지 1시간 남짓 걸린다. 운길산역 앞 삼거리에서 강변으로 이어진 국도 45호선의 청평 방면으로 800m쯤 가면 나오는 보건소 삼거리에서 수종사 입구를 알리는 안내판을 볼 수 있다. 300m쯤 가서 오른쪽 길로 약 1.5㎞ 오르면 수종사에 닿는다.
  • 대구 자살학생 투신 전 2시간 30분 고민했다

    자살한 대구의 고교 1년생 김모(15)군이 투신 직전 아파트 옥상에서 2시간 30분 넘게 혼자 머문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김군이 투신 자살한 수성구 모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숨진 김군이 지난 2일 오후 4시 26분 아파트 102동 엘리베이터를 탄 뒤 15층에서 내린 것을 5일 확인했다. 경찰은 김군이 곧바로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오후 7시 5분까지 2시간 30여분 동안 혼자 고민하다 투신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군이 오랜 시간 투신에 대한 두려움과 동급생으로부터 당한 폭력의 고통 사이에서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김군과 함께 축구를 한 동기생 8명을 조사한 결과 김군과 같은 중학교를 다닌 A군이 수차례 김군을 폭행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동기생들은 경찰조사에서 “2009년 4월부터 A군이 김군을 폭행하고 축구를 할 때 김군이 실수를 하면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발로 차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A군은 중학교 졸업 후 다른 고교에 다니면서도 매주 주말에 함께 축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김군보다 키가 15㎝가량 더 큰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A군의 심리 불안 상태가 계속됨에 따라 이날 소환 조사는 하지 않았다.. 김군의 아버지(44)는 “아들은 공부도 잘하고 축구를 좋아하는 착하고 예의 바른 아이였다. 카카오톡 대화를 보고 나서야 아들이 오랫동안 누군가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는 또 “지난 석가탄신일에는 가족이 함께 팔공산 갓바위에 오르기도 하고 축구화도 사줬다.”면서 “아들이 한 번도 신지 못한 축구화가 아직 집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잇따른 대구 학생들의 자살에 대구시교육청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 등 16개 대구지역 단체 대표들은 이날 대구시교육청 현관에서 교육청과 교육감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한폭의 수묵화같은 절경 품은 충북 단양

    한폭의 수묵화같은 절경 품은 충북 단양

    9일 오전 10시 30분 KBS 1TV ‘한국재발견’은 남한강과 소백산을 만날 수 있는 ‘자연이 만든 하늘정원 - 충북 단양’을 방영한다. 예부터 수많은 이들이 작품 소재로 삼을 정도로 아름다운 단양팔경을 비롯해 남한강 물결을 따라 수묵화 같은 절경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산악지대가 80%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석회암층이 있어 카르스트 지형과 200여개에 이르는 석회암 동굴까지 있다. 참 다채로운 곳이 바로 단양이다. 단양팔경은 누구나 한번쯤 구경할 만한 경치다. 남한강 위에 우뚝 솟은 세 개의 바위가 시선을 압도하는 도담삼봉을 비롯해 옥순봉, 사인암 등은 절경이라고 부르기 손색이 없다. 많은 작가들이 이 단양팔경을 소재로 그림을 남길 정도였으니 이를 한번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소백산도 좋다. 백두대간의 능선이 이어지는 만큼 산세가 웅장하지만, 남한강과 만나는 곳곳에 아기자기한 모습도 눈길을 끈다. 특히 늦은 봄 철쭉이 만개하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소백산 연화봉 정상을 뒤덮은 철쭉 군락과 1000여 그루가 들어찬 주목 군락지를 찾아가 본다. 1978년 문을 연 한국 최초의 현대적 천문대인 소백산 천문대도 가볼 만하다. 소백산 자락 안에는 피화기마을이 있다. 구불구불 험준한 보발재길을 한참 오르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마을. 이름이 재밌다. 재난과 화를 피할 수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200여년 전 홍수와 전쟁을 피해 깊은 산속으로 찾아든 사람들이 만든 마을로 지금은 10여 가구만 남아 있다. 60여년 전 이 마을에 정착한 정길녀 할머니를 통해 이 동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알아본다. 단양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태고종의 본산 구인사다. 출발은 초가집 두채였으나 지금은 300만 천태종 신도가 한번쯤은 다녀가는 곳이 됐다. 이곳은 각종 봉우리가 많다. 그래서 사찰 건물이 하나씩 늘다 보니 산중 도시처럼 성장했다. 단양에는 석회암 동굴도 많다. 우리나라 1000개 동굴 가운데 200개가 단양에 몰려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이 15만년 전 형성됐다는 고수동굴이다. 여기에는 사자바위, 마리아 바위, 동굴 진주 등 기묘한 모양의 바위들이 즐비하다. 또 고대인의 자취가 남아 있는 동굴도 있다. 금굴이 대표적인데 이곳에서는 70만년 전부터 3000년 전까지의 유물 갖가지가 출토됐다. 그러나 단양이라 해도 도시로 탈출하는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가장 큰 들판이라는 뜻에서 한드미란 이름을 가진 마을을 찾아 마을재생프로젝트를 취재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바다에 추락한 ‘UFO’…발트해서 본격 탐사 시작

    바다에 추락한 ‘UFO’…발트해서 본격 탐사 시작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발트해 심해에서 발견된 원반형 물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난 1월 CNN이 보도해 화제가 된 발트해 심해 91m 지점에서 발견된 괴물체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중이다. 지난해 6월 처음 발견된 이 물체는 당시 수중음파 탐지기로 확인한 결과 직경 60m 정도의 원반형 모습으로 추정됐다. 특히 이 괴물체는 공개된 이미지에서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우주선 밀레니엄 팔콘과 닮은꼴로 확인돼 추락한 UFO가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졌다. 최근 유명 해저탐험가 피터 린드버그팀은 심해 잠수부와 로봇등을 동원해 이 괴물체에 대한 정체를 밝혀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린더버그는 “당초 수중음파 탐지기를 동원해 세계 1차대전 당시 침몰한 난파선을 찾다가 이 괴물체를 발견했다.” 면서 “일반적인 난파선 모양과는 전혀 다르며 영화 속 우주선 모양을 닮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는 3D로 촬영해 명확하게 괴물체의 정체를 밝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에 대해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관련 전문가들은 “수중음파탐지기는 사진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한다.” 면서 “이번 탐사를 통해 특별한 것을 발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마도 이 괴물체는 과거에 침몰한 난파선의 잔해이거나 특이하게 생긴 바위일 것”이라며 반박했다.   인터넷뉴스팀 
  • 팔공산 케이블카 이번엔 허가?

    팔공산 갓바위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세 번째로 재추진된다. 특히 환경부의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대구시 등 허가 기관의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갓바위 케이블카 유치추진위원회는 31일 대구 동구보건소 대강당에서 이재만 동구청장, 강신화 동구의회 의장, 최삼룡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을 비롯해 동구지역 주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가졌다. 고상동 영진전문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케이블카 추진이 필요하다. 케이블카는 골프장이나 스키장 건설보다 환경파괴가 적다.”고 주장했다. 추진위는 이달 중 케이블카 설치 허가신청서를 시에 낼 예정이다. 구간은 동구 진인동 갓바위 집단시설지구~경북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선본사 갓바위 왼편 200m 지점 1.2㎞이다. 이를 위해 추진위는 집단시설지구 상인과 투자자 등으로 구성된 ㈜갓바위문화관광개발을 만들었다. 추진위는 반대입장을 나타내는 불교계를 설득하기 위해 조계종 관계자 등과 다양한 접촉을 해 상당한 입장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갓바위를 관리하는 선본사 관계자는 “케이블카 재추진과 관련해 추진위와 어떤 접촉도 하지 않았으며 의사도 전달받은 바 없다. 반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응재(66) 추진위원장은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노약자는 물론이고 장애인들도 갓바위에 쉽게 오를 수 있고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경북녹색연합 관계자는 “현재 민간업체가 추진하는 케이블카는 참배객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잦은 교통사고 유발 울산바위전망대 폐쇄

    설악산 미시령 동서관통도로 속초 방향 하행선에 설치된 울산바위 전망대가 이달 중 폐쇄되고 긴급 제동시설이 설치된다. 고성군은 30일 대형 교통사고 발생이 잦은 미시령 동서관통도로 사고 예방을 위해 강원도로부터 최근 울산바위 전망대 도로점용 허가를 취소하고 민간사업자가 설치해 놓은 편의시설을 폐쇄해 줄 것을 요청받았다고 밝혔다. 울산바위 전망대는 미시령 도로를 이용해 고성과 속초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지난 2007년 고성군이 도로부터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 민간사업자에게 임대, 편의시설을 운영하는 등 관광객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2006년 미시령 동서관통도로 개통 후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이어져 현재까지 사망자만 모두 9명에 달해 이에 대한 보강 및 대책 마련이 요구돼 왔다. 급기야 지난 2월 24일 6중 추돌사고가 발생, 4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대형사고가 발생하자 도와 고성군, 경찰 등은 대책회의를 개최해 울산바위 전망대 폐쇄를 결정했다. 도는 울산바위 전망대 폐쇄 후 총 1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새달부터 연말까지 길이 160m, 폭 9m, 경사도 5도의 긴급 제동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울산바위 풍광을 가장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전망대를 설치했지만 취지에 맞지 않게 상습적인 대형 교통사고 구간으로 전락해 폐쇄 조치하고 긴급 제동시설을 설치한다.”고 말했다. 고성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아라가야의 심장 함안에서 만난 낙화놀이

    아라가야의 심장 함안에서 만난 낙화놀이

    교교한 달빛이 흐르는 연못 위로 불꽃비가 내립니다. 하늘에서 요란하게 터지는 불꽃놀이와는 양태가 사뭇 다릅니다. 아래로 아래로 잔잔하게 흘러내립니다. 한 가닥의 불꽃은 수천 개의 흐름으로 바뀌고 곧 불꽃비가 되어 연못을 적십니다. 경남 함안 무진정에서 열린 ‘함안 낙화놀이’ 풍경입니다. 꼭 낙화놀이가 아니더라도 함안을 찾아야 할 이유는 많습니다. 너른 악양뜰과 국민 가요 ‘처녀 뱃사공’을 품은 악양루,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만큼이나 넉넉한 반구정, 칼날처럼 올곧은 선비들이 살던 고려동 등 다 돌아보려면 하루해가 짧지요. 함안은 겉보기와 다른 도시입니다. 눈에 띄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지요. 빼어난 풍경들은 외려 도시의 이면에 숨죽이고 있었습니다. 오래전 함안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아라가야가 신라의 그늘에 가려졌듯 말입니다. 글 사진 함안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함안은 사실 여행 목적지로 그리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경남에서도 오지에 속한다고는 하나 오지 특유의 적요함보다는 인근 창원의 위성도시 같은 들뜬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그런데 꼭꼭 숨어있는 풍경들을 찾다 보면 느낌은 전혀 달라진다. 풍경 하나하나가 여느 곳에서 쉬 보기 어려울 만큼 빼어나다. 무진정은 그 가운데 첫손으로 꼽히는 경승지다. 조선 중종 때의 문신 조삼의 후손들이 그의 호를 따서 지은 정자다. 세월이 더께로 내려앉은 정자의 풍모도 좋지만 정작 객들의 시선을 끄는 건 무진정 앞에 펼쳐진 연못이다. 둥근 석축이 감싼 연못 주변에는 왕버드나무, 느티나무 등이 아름드리로 자라났다. 연못 가운데 영송루를 중심으로는 구름다리가 놓여 운치를 더한다. # 물오른 참나무 7일간 태워 숯 만들고 광목 얹어 심지 삼아 무진정에선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전후해 낙화놀이가 열린다. 올해 21회째다. 경북 안동, 전북 무주 등에서도 비슷한 놀이가 열리는데 문화재(시도무형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된 건 함안 낙화놀이가 유일하다. 낙화놀이는 액운을 태워 없애고 한 해의 풍농을 기원하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행사 시작 전부터 여간 정성을 쏟아야 하지 않는다. 핵심은 숯가루다. 함안군청 홍보담당 조정래씨에 따르면 음력 3월 중순께 물오른 참나무를 통째 자른 뒤 이를 넣고 7일 동안 흙구덩이에서 불을 때 숯으로 만든다. 숯이 만들어지면 들깨처럼 곱게 갈아 한지 위에 놓고 심지로 쓸 광목을 얹은 뒤 둘둘 만다. 이렇게 만든 낙화 2개를 두께 1~1.5㎝, 길이 15~20㎝로 꼰다. 광목에 녹아 있는 풀을 빼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풀을 녹이기 위해 양잿물을 넣는데 양잿물의 양을 조절하는 게 핵심 기술이다. 너무 많으면 심지가 너덜거리고 적으면 제대로 불이 붙지 않는다. 이렇게 만든 타래(전해 오는 정확한 이름은 없다) 3000개를 무진정 앞 연못에 설치한 줄에 걸고 불을 붙이면 숯가루가 거꾸로 타오르면서 바람에 날리는 장관을 연출한다. 2시간여 진행되는 낙화는 잔잔하게, 때로는 우수수 떨어지기도 한다. 일년에 단 하루 펼쳐지는 이 장면을 보기 위해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무진정 일대를 가득 메운다. 뭇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낙화놀이 횟수를 늘이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 고운 꽃비처럼 날리는 숯가루, 일년 액운 다 가져가렴 함안의 경승지들은 대개 낙동강과 남강 등 물길 주변에 몰려 있다. 그 가운데 악양루는 가장 앞줄에 세울 만하다. 진주를 거쳐 온 남강이 유장하게 흘러가는 법수면 절벽 위에 우뚝 서 있다. 악양루에 서면 악양뜨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누런 황톳길이 ‘S라인’을 그리며 휘돌아 가고 물새 오가는 남강변엔 갯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뉘라서 이 광경에 미혹되지 않을 수 있을까.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적시면’으로 시작되는 노래 ‘처녀뱃사공’도 바로 이 풍경 속에서 만들어졌다. 조정래씨는 “6·25전쟁 당시 유랑극단 단장으로 함안에서 피란 생활을 하던 윤부길(가수 윤항기, 윤복희의 선친)씨가 대산장에 가기 위해 악양나루터에서 나룻배에 올랐는데, 마침 노를 젓던 처녀가 군에 입대한 뒤 소식이 끊긴 오빠(박기준, 6·25전쟁 때 전사)의 사연을 들려줬고 훗날 이 내용을 토대로 가사를 지었다.”고 설명했다. 가사에 남강이 아닌 낙동강이 등장하게 된 건 가사의 운율을 맞추기 위해서였다는 것. 악양뜰 너머 남강변엔 악양둑방이 끝 간 데 없이 이어져 있다. 둑 양편으로는 꽃양귀비 등 꽃들이 식재돼 있다. ‘에코싱싱길’이라 불리는 꽃길의 길이는 2.5㎞에 달한다. 남강에 악양루가 있다면 낙동강변엔 반구정이 있다.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짙은 그늘을 선물하는 곳이다. 반구정에 들면 먼저 인스턴트 커피를 한 잔 타 마실 일이다. 반구정 쪽문을 열면 커피와 종이컵, 정수기 등이 준비돼 있다. 객들에게 늘 공짜 커피를 타 주시던 할머니는 올봄 타계했지만 손님을 접대하는 할머니의 뜻은 여태 이어지고 있다. 반려자를 먼저 보낸 조승도(88) 할아버지의 손님맞이 방식도 남다르다. 객들이 찾아오면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음료수를 준비하는데 느티나무 아래 정자에서 주객이 맞절로 예를 표시한 뒤에야 대화를 나눈다. 느티나무 아래 텃밭엔 ‘선화지허’(仙化之墟)라고 쓰인 비가 있다. 할머니가 숨을 거둔 장소로, 한학자 출신의 조 할아버지가 직접 작명했다. 조 할아버지에 따르면 밭일하던 할머니를 놀래주기 위해 뒤에서 몰래 끌어안았는데 호미를 손에 쥔 채 그대로 할아버지의 품으로 쓰러졌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외모만큼이나 로맨틱하고 믿기지 않을 만큼 애틋한 이야기다. # 노예 같은 벼슬길 마다하고 자연 벗 삼은 선비가 살아난 듯 함안 안쪽에서 손꼽히는 관광지는 칠원면 무기리의 무기연당이다. 조선 후기 학자 주재성의 생가이자 주씨 집안의 종가에 딸린 전통 정원이다. 정원 곳곳마다 이름을 숨기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했던 선비의 철학이 그대로 담겨 있다. 무기연당의 중심 건물은 하환정(何換亭)이다. ‘어찌 바꾸리오.’라는 뜻의 건물이다. 주재성의 학식이 높아 조정에서 세 번이나 관직을 권했지만 그는 매번 “자연과 벗 삼은 삶을 어찌 노예 같은 벼슬길과 바꾸리오.”라며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환정 앞에는 사각형의 연못이 조성돼 있다. 물 가운데엔 원형의 석가산(石假山)도 세웠다. 땅은 네모요, 하늘은 둥글다는 우주관, 천원지방(天圓地方)을 표현한 것이다. 함안 선비 특유의 날 선 기개와 마주하려면 군북면 조려의 생가 일대와 산인면의 고려동(高麗洞) 유적지를 찾아야 한다. 군북면 원북리 일대의 채미정과 고바위 등에서는 ‘백세청풍’(百世淸風)이란 글귀와 자주 만난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본다면 백세란 말 그대로 100세대, 즉 3000년을 뜻한다. 이는 곧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푸른 바람처럼 허허롭게, 또 절개를 지키며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터다. 고려동은 고려 말 성균관 진사였던 이오가 칩거했던 집이다. 전정렬 문화관광해설사는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들어서자 충절을 지키려는 이오가 산인면에 내려와 담을 높이 치고 평생을 담 안에서 살았다.”며 “후손들 또한 19대 600년 가까이 이곳을 떠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들이라면 함안박물관, 아라고분군 등도 함께 둘러보는 게 좋겠다. 함안은 아라가야의 수도였다. 559년께 신라에 복속되기 전까지 500년 넘게 지속됐던 국가다. 아라가야의 후예라는 자존심은 지금도 함안 곳곳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 대전통영 고속도로 진주분기점에서 부산 방향 남해고속도로로 바꿔 탄 뒤 함안나들목으로 나간다. 고려동유적지, 무기연당, 악양루 등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 동선을 잘 짜야 한다. 잘 곳 읍내 장미모텔(585-8823), 황실모텔(585-1515) 등이 비교적 깔끔하다. 맛집 ‘처녀뱃사공’의 조카가 운영하는 악양루가든(584-3479)은 메기매운탕을 잘한다. 산초 등이 양념처럼 들어가는데 원치 않을 경우 미리 말해야 한다. 3대를 이어져 오는 어탕도 맛있다. 악양루 초입에 있다. 함안면 북촌리에는 한우 국밥촌이 형성돼 있다.
  • 버려진 주택지 인근 뒷산 마을공동체 공원으로 단장

    노원구는 상계동 95-336 일대에 마을공동체 공원을 조성하고 다음달 1일 오후 3시 불암허브공원에서 개장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시비 91억원을 들여 불암산 자락 1만 6923㎡에 들어선 공원은 이웃 나눔공간을 위한 마을공동체의 장으로 자리잡게 된다. 마을공동체 공원 조성은 장기간 불법경작 등으로 훼손된 주택지 인근의 동네뒷산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2010년 6월 인근 3개 아파트 단지별로 주민 건의사항을 받아 초안을 만들었다. 주민 토론회에 이어 기본설계안 수립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3월에는 실시설계과정을 통해 3회에 걸쳐 현장 토론회도 벌였다. 이렇게 모은 의견을 바탕으로 아파트와 인접한 지역에는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고 숲을 조성해 소음 등 문제점을 최소화했다. 폐쇄회로(CC)TV, 경계 펜스 등 주민의견을 적극 반영해 설계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공원 진입로의 자연스러운 바위 암반을 보존하면서 경사지에 허브식물을 재배하는 공간 820㎡를 들여놓았다. 허브식물재배원에는 로즈마리, 라벤더, 페퍼민트 등 29종의 허브를 심어 시기별로 허브잎과 꽃 등을 주민들이 직접 채취해 활용하도록 했다. 맥문동, 벌개미취, 원추리, 꽃창포 등 16종의 초화류도 심어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중앙에 자리한 과수원 770㎡에는 자두, 살구, 매실, 모과, 복숭아나무 등을 심어 주민과 함께 가꾸도록 했다. 공원 전체를 통틀어 나무 36종 3만631그루를 심었다. 이밖에도 가구당 10㎡(2m×5m) 규모의 텃밭 70곳을 만들고 도시농업지원센터에서 주민들에게 분양을 매듭지었다. 여규형 상계3·4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행사뿐 아니라 주민화합을 위한, 주민과 대화의 중심지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면서 “노인치매를 위한 텃밭가꾸기 등 자치회관 프로그램과도 연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구청장은 “마을공동체공원은 동네 산자락에 공원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휴식공간뿐 아니라 커뮤니티의 장을 제공하는 동네뒷산 공원화 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라며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주민들의 이야기를 좀 더 담을 수 있는 주민참여형, 주민맞춤형 공원으로 가꾸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우도서 사륜오토바이 추락…20대 女 외국인 2명 부상

    28일 오전 11시 19분쯤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 1㎞ 지점 산호사 해변 근처에서 외국인 관광객 2명을 태운 사륜구동 오토바이 ATV가 해안가 갯바위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ATV를 몰던 스웨덴 관광객 팅(22·여)과 조수석에 타고 있던 스페인 관광객 베르나(21)가 크게 다쳐 119구급대에 의해 제주 시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우도는 제주도 동쪽 2.8㎞ 해상에 있는 섬으로, 제주의 축소판으로 불리며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곳이다. 경찰은 이들과 목격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매년 500만명 찾는 북한산 등반기

    매년 500만명 찾는 북한산 등반기

    서울의 동북부에 우뚝 솟아 있는 북한산. 수도권 어디에서도 접근하기 쉬워 평일에도 수많은 사람이 찾는 북한산 국립공원은 연평균 탐방객 수가 500만명으로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7일 오전 7시 40분 KBS 2TV에서 방영되는 ‘영상앨범 산’에선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이루어진 청원산악회원들과 함께 한국의 명산이자 서울의 진산(鎭山)으로 이름 높은 북한산 등반기를 다뤘다. 북한산의 특징이자 가장 큰 매력은 험준하게 뻗은 화강암 봉우리들의 장관이다. 최고봉인 백운대(836m), 암벽 등반의 메카 인수봉(804m) 등 총 32개의 봉우리가 저마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일행이 선택한 것은 최고봉 백운대를 지나 비봉에 이르는 주능선 코스이다. 백운대를 오르는 길 옆으로는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 인수봉과 만경대(800m)의 절경이 시선을 빼앗는다. 하지만 암벽은 아름다운 만큼 위험하다.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등반사고에 대비해 암벽 부근에는 산악구조대가 비상 대기 중이고 하나의 사고라도 줄이고자 미리 암벽에 올라 위험물을 제거하는 작업도 상시로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산성 위문에서 시작해 백운대로 걸음을 옮기는 일행. 가파른 바위 비탈을 올라야 하는 이 코스는 산을 자주 찾는 이들에게도 녹록지 않다. 정상부에 다가설수록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거워지지만 오랫동안 동행한 회원들과 함께 서로 응원해 가며 산행을 계속해 나간다. 백운대 정상은 수백 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는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서 한눈에 펼쳐지는 서울시내 풍경과 북한산의 장쾌한 산 너울을 감상한다. 이어지는 산행은, 백운대에서 문수봉(727m)을 지나 비봉(560m)으로 향한다. 북한산의 뼈대를 이루는 여러 능선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비봉능선이다. 비봉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서울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북한산의 전체적인 앉음새가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화강암들이 켜켜이 쌓인 비봉을 오르는 바위 길은 다소 위험하지만, 그만큼 오르는 맛을 짜릿하게 느낄 수 있다. 비봉 정상에서는 북한산과 남산, 시내의 빌딩들, 그리고 굽이쳐 흐르는 한강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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