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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아파트 옥상 위 황당 ‘바위 빌라’ 결국 철거중

    최근 보도돼 화제가 된 중국 베이징 아파트 옥상에 건설된 일명 ‘바위 빌라’가 결국 철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베이징 현지언론은 “하이뎬(海淀)구에 위치한 아파트 옥상 빌라가 6명의 인부들이 동원돼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화제의 이 바위 빌라는 26층 아파트 옥상 위에 건설된 것으로 6년 전 부터 중의학 의사인 장비칭(張必淸·59)이 불법으로 만들어왔다. 철거작업에 들어가자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수년 동안이나 그대로 방치된 이 건축물이 뒤늦게나마 해체 작업에 들어가 기쁘다” 면서 “그간 아파트 내에 물이 새고 큰 소음이 나는 등 크게 불안했다” 며 두팔을 들고 환영했다. 문제의 이 옥상 빌라는 대형 나무와 바위 등으로 만들어져 아파트 주민들에게 큰 불안감을 안겨왔다. 그간 주민들은 이에대한 민원을 당국에 제기했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6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고 최근 소셜네트워크에 이 빌라 사진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이에 당국이 조사에 나서 불법 건축물 임을 확인하고 15일 이내에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대해 장씨는 “특별한 곳에 살고자 했던 오랜 꿈 때문에 이같은 건축물을 만들었다” 면서 “아파트의 열기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며 오히려 큰소리쳤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바닷속을 살리자] 해조류량 3년새 3배 늘어… 팔뚝만 한 참돔 등 ‘물고기 천국’ 변신

    [바닷속을 살리자] 해조류량 3년새 3배 늘어… 팔뚝만 한 참돔 등 ‘물고기 천국’ 변신

    적조 현상으로 비상이 걸렸던 지난 7일 경남 거제도 다대·다포항 앞바다. 바지선에 고정된 대형 크레인이 옆에 있는 또 다른 대형 바지선에서 철제 구조물을 내려 바다에 넣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다에 웬 철제 구조물? 관광객들은 보기 드문 광경에 유람선 승선을 미루고 이를 유심히 지켜봤다. 보트를 타고 2㎞쯤 떨어진 작업 현장으로 접근했다. H형강 철재 구조물은 너비 13.5m, 높이 9m에 이르는 8각형 형태다. 크기가 3층 높이의 집채만 하다. 이날 30m 깊이 바다에 넣은 구조물은 모두 3개. ‘바다목장’을 조성하는 데 사용되는 인공어초다. 바다목장은 인공어초, 바다숲 조성, 종묘 방류 등을 통해 물고기가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줌으로써 수산자원을 증강시키고 어민 소득을 올리는 사업이다. 전국에 9개가 완공됐고 17개를 조성 중이다. 다대·다포 바다목장 조성사업의 규모는 306㏊에 이른다. 2011년부터 시작해 2015년에 완공된다. 바다에 넣은 철재 구조물은 일종의 물고기 놀이터. 구조물 중간에 철판을 붙였다. 파도가 철판에 부딪혀 산소를 만들어내고, 그늘을 만들어 물고기가 숨을 장소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여기에 감태 등 해초씨를 뿌려준다. 한 해가 지나면 해초가 자라 물고기 먹잇감도 자란다. 다대 연안 바다목장에는 다양한 인공어초가 들어 있다. 얕은 곳에는 작은 콘크리트 인공어초를 넣고 해초류를 심었다. 어린 물고기 먹잇감인 플랑크톤을 키우기 위해서다. 조금 안쪽에는 전복·멍게 같은 해조류 씨를 뿌렸다. 육중한 열차 객차 3량도 바다에 가라앉혔다. 모두 물고기들의 집이다. 인공어초는 와류·용승류를 만들어 어류를 모으는 효과가 있다. 은신처를 제공, 정착성 어종이 모여 살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준다. 인공 구조물을 설치, 코가 작은 그물을 이용,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원 조성사업도 병행 추진된다. 어린 조개와 고기를 풀어준 것이다. 다대·다포 목장에는 개조개, 전복, 멍게 등 해조류는 물론 감성돔·볼락·쏨뱅이의 치어를 방류했다. 바다목장은 가두리 양식과는 달리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그러나 치어를 방류해도 멀리 나가지 않는다. 해역에 해초와 플랑크톤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되레 먼 바다에서도 이곳으로 몰려들어 온다. 바닷속이 궁금하다. 전문 스쿠버다이버를 따라 바닷속을 구경했다. 손바닥만 한 참돔과 농어가 떼를 지어 노는 모습이 들어왔다. 더 먼바다 쪽으로 나갔다. 그러자 팔뚝만 한 농어와 참돔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물고기떼도 발견됐다. 서울에서 낚시를 왔다는 김성균씨는 “바다목장 사업이 시작된 이후 손맛을 제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얕은 바다 쪽으로 나오자 해초류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인공어초에는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전복과 멍게가 움직였고, 작은 조개들도 다닥다닥 붙어 있어 바다목장을 실감케 했다. 최동림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남해지사 자원조성실장은 “바다숲을 조성하고 인공어초를 설치하면 안정적인 수산자원 증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목장조성 사업이 끝나면 레저·관광 수요까지 끌어들일 수 있어 어민 소득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여수에서 쾌속선을 타고 두 시간 가까이 달려서 도착한 거문도. 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동행한 수산자원관리공단 직원들은 “겉으로 보는 아름다움에 취해 바닷속을 보면 실망감이 클 것”이라며 들뜬 기분을 가라앉혔다. 거문도 덕촌리 전수월산 아래 바다. 이곳이 2010년부터 조성되고 있는 엑스포 바다숲 현장이다. 면적만 70㏊에 이른다. 바다숲은 갯녹음으로 황폐해진 바닷속에 물고기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사업. 해초를 심고 작은 물고기 먹이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눈에 보이는 바닷물은 검푸르고 깨끗했다. 윤순기 공단 연구원의 손을 잡고 바닷속으로 따라 들어가자 말로만 듣던 갯녹음 현상이 보인다. 다가서자 뿌연 먼지만 날렸다. 바닥에는 불가사리와 폐조개껍질만 지저분하게 쌓여 있었다. 겉으로 보던 해상공원의 이미지와는 딴판이었다. 먼바다 쪽으로 들어갔다. 바닷속으로 20m쯤 들어가자 아치형 어초가 보이고 감태 해초가 붙어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곳에는 420여개의 다양한 형태로 만든 인공어초가 들어 있다. 인위적으로 바닷속에 구조물(바위)을 만들고 그곳에 감태 4300m를 옮겨 심은 것이다. 무성한 해초 뒤로 어린 물고기가 노는 것이 보였다. 어초에는 조개도 많았다. 어느 사이 연구원들이 넙치를 잡아들였다. 연구원들은 1시간 가까이 해초 서식 상태를 측정하고 일일이 수중 촬영을 했다. 다른 연구원 2명은 바다 밑에 널려 있는 불가사리를 주워 담았다. 바다숲 조성 효과는 눈으로도 검증됐다. 2010년 4월 바다숲 조성 이전에 조사한 해조류 생물량은 1㎡당 1050g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6월 이곳에서 측정한 해조류량은 2925g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글 사진 거제도·거문도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용어 클릭] ■갯녹음 기후변화 등으로 연안 암반지역에 서식하던 대형 해조류가 녹아 사라지고 마디 없는 석회조류가 번식하면서 수산자원이 동반 감소해 바다가 황폐해지는 현상. 암반이 백색 또는 홍색으로 변하는 현상이 뚜렷해 백화현상, 바다 사막화라고도 한다.
  • 한반도 밤하늘에 별똥별 ‘우주쇼’…화려한 유성우에 황홀한 여름밤

    한반도 밤하늘에 별똥별 ‘우주쇼’…화려한 유성우에 황홀한 여름밤

    13일 새벽 밤하늘에 별똥별이 쏟아지는 ‘우주쇼’가 펼쳐졌다.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로 불린 이번 별똥별 우주쇼는 우리나라에서는 13일 새벽 4시를 전후해 절정에 달했다. 다만 당초 기대됐던 시간당 100개의 유성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한국천문연구원이 밝혔다. 또 두터운 구름으로 인해 관측이 쉽지 않았다.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는 130년 주기로 태양주위를 도는 혜성인 스위프트 터틀(Swift Tuttle)의 잔해(먼지 또는 바위)가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져 발생하는 것으로 매년 8월 관측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베이징 아파트 옥상에 건설된 황당 ‘바위 빌라’

    보고도 믿기 힘든 특별한 아파트가 언론에 보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중국언론에 보도돼 화제가 된 이 아파트는 놀랍게도 옥상에 돌과 바위로 만들어진 빌라가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당국에 허가조차 받지 않았다는 사실. 무려 6년에 걸쳐 이 황당한 옥상 바위 빌라를 완성한 사람은 대학 교수로 알려진 장 린. 베이징에 위치한 고층 아파트에 이같은 건축물을 만든 것은 특별한 곳에 살고자 했던 그의 꿈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아파트에 입주해 있는 주민들의 심정은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한 주민은 “옥상에 무거운 건축물이 만들어져 언제 아파트가 무너질 지 몰라 두렵다” 면서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새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민도 “지난 몇 년 동안 이 옥상 공사 때문에 시끄러워 편하게 쉴 수 없었다” 며 불만을 터뜨렸다.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자 결국 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베이징 당국은 “이 바위 빌라는 정식으로 허가받지 않은 불법 건축물”이라면서 “만약 주인 린이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철거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폭염, 생활을 바꾸다

    폭염, 생활을 바꾸다

    남부 지역에 연일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직장인들이 조기 출퇴근하고 시민들은 낮시간 외출을 자제하는 등 생활방식이 변하고 있다. 11일 낮 최고기온이 36.9도를 기록한 울산은 시민들이 낮 외출을 자제하는 바람에 교통량이 평소보다 크게 줄었다. 울산은 지난 4일 35.6도를 시작으로 여드레째 35도를 웃돌고 있다. 울산시 교통관리센터 관계자는 “대기업 휴가가 끝나고 조업이 재개됐지만 낮 시간대 도심 교통량이 3분의1로 줄었다”며 “이는 직원들이 출근 시간은 앞당기고 퇴근 시간을 늦추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통관리센터는 주요 도로의 평균 운행 속도가 폭염 전 시속 30㎞에서 폭염이 찾아온 뒤 40㎞로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대신 기온이 내려가는 저녁과 밤에 울산교, 태화교, 선바위교 인근에 텐트나 돗자리를 펼치고 강바람을 쐬는 풍경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도 무더위를 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현장 직원들에게는 얼음이 듬뿍 들어간 수박화채나 아이스크림 등 특별 간식을 제공한다. 휴가를 마치고 12일부터 출근하는 현대중공업은 현장 직원에게 몸 온도를 낮추는 쿨링 재킷, 쿨링 언더웨어 등을 지급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청주 사업장은 오후 3시에 맞교대하는 생산직 근로자 4000명에게 모두 아이스크림을 준다. 구내식당 메뉴도 냉콩국수 등 시원한 음식으로 짠다. 무더위에 맞춰 정기 보수 작업 중인 SK에너지는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현장 근로를 최소화하고 있으며 살수차로 물을 뿌려 기온을 낮춘다.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있는 GS 칼텍스는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작업을 멈출 수 없어 낮시간 작업을 최소화한다. 책임자 판단에 따라 근로시간을 늦추거나 휴식 시간을 준다. 현장 곳곳에 이온음료를 비치, 수분을 보충하도록 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특별 간식으로 아이스크림, 화채 등을 내놓는다. 부산 금정구 장전동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선 체감온도가 40도를 훨씬 넘어서자 인부들의 조기 퇴근이 잇따르고 있다. 건설 현장은 여름철엔 오전 6시 출근, 오후 5시까지 작업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점심 때면 인부의 20%가량이 조기 퇴근하고 있다. 인부 김모씨는 “오후에는 체감온도가 40도를 웃돌아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텐트 덮친 만취車

    텐트 덮친 만취車

    7일 오전 5시쯤 충남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꽃지해수욕장 할미할아비바위 앞 해변 도로에서 이모(22·무직)씨가 몰던 스포티지 승용차가 왼쪽으로 꺾이는 커브길 테두리를 들이받은 뒤 이 도로와 주차장 사이에 조성된 화단 위 야영장을 덮쳤다. 이 사고로 야영장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던 김모(19·대학 1년)양과 여동생(13·중 1년)이 차에 치여 서산의료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아이들과 함께 잠을 자던 아버지 김모(49)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한 사고 목격자는 “도로에서 갑자기 ‘끼익’ 하는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차량이 텐트를 들이받고 멈춰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이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6%로 만취 상태였고, 친구 2명이 동승 중이었다. 청주에 사는 이씨 등은 안면도로 놀러왔다 이날 숙소인 민박집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해변 도로를 마구 달리다 사고를 저질렀다. 서울에 사는 김씨는 자매를 데리고 안면도로 피서를 와 야영을 하다 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김씨네 텐트 외에 4∼5동의 텐트에서 10여명이 잠을 자던 중이어서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사고가 난 곳은 야영지가 아닌 유채꽃밭이 조성됐던 화단으로 밝혀져 행정당국의 관리·감독 소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씨를 음주운전 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태안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저 나루에 사공이 몇이냐?” “늙은이가 슬하의 자식 둘을 데리고 나루질을 하고 있습니다.” “사공이 네놈의 외양을 꿰고 있겠지?” “안면이 없지 않습니다.” “예로부터 거룻배에는 비렁뱅이나 문둥이, 백정이며 상여는 태우지 않는 게 풍속이었다. 때문에 네놈이나 나나 비렁뱅이나 백정은 아니겠으니, 저 거룻배를 타지 못할 형편은 아니다. 그러나 사공이 네놈의 면목을 단박에 눈치채고 등짐도 없이 빈 몸으로 회정하는 까닭을 꼬치꼬치 묻게 되면 네놈의 대답이 궁할 것이고, 대답이 궁해서 머뭇거리면 더욱 의심하여 파고들 것이야. 눈치 하나로 연명하는 사공이 내 본색까지 수상히 여기고 고을 군교나 오가는 행상들에게 귀띔을 한다면, 나와 네놈은 독 안에 든 시궁쥐 꼴 아닌가.” “거룻배로 건너가기 불편하다면 사공막 아래쪽으로 바위 벼랑을 도끼로 찍어 발 붙일 곳을 만든 벼룻길이 있습니다.” “그래? 천도가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군.” “한겨울에는 등빙으로 건너지만, 장마철에 물이 과도하게 불어나 물살이 세고 거룻배 다루기가 여의치 않을 때는 벼룻길을 따라 곧은재 앞까지 갑니다. 그러나 자칫 발을 헛디뎌 소에 소금 짐을 엎지르게 되면 본전을 놓치는 것은 예사고 사람 목숨까지 거덜 나고 말지요.” “네놈은 10여년 넘게 천도를 건너다녀서 눈 감고도 건널 수 있겠다?” “발새 익은 길이라 할지라도 눈 뜨고도 겨우 건너는 길인데 무슨 배짱으로 눈 감고 건널 수 있겠습니까.” “이놈 봐라, 비루먹은 강아지 범 복장거리시킨다더니 주제 사납게 된 것은 모르고 농지거리가 도통 기탄이 없군… 여기서 해 지기를 기다렸다가 사공막에 불이 꺼지면 벼룻길을 따라 건너기로 한다.” “그게 눈 감고 건너는 것이나 매한가지가 아니겠습니까.” “이놈아. 버르장머리 없이 말대꾸가 낭자하냐. 네놈을 그 색주가에서 건져낸 장본인이 바로 나라는 것을 벌써 잊었느냐.” “도대체 무슨 위급한 일이 기다리고 있기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급주로 길을 줄이는 것입니까요?” “이놈… 머릿속이 뒤숭숭한 게로군. 처음엔 말구멍이 막히도록 기가 질려 있더니 결박을 풀어주니까. 넉살 좋게 제법 뇌까리고 있군. 수다스럽게 굴면, 비수로 혓바닥을 자르든지 멱을 찔러 선지를 뽑아버릴 것이야. 내가 못할 것 같으냐? 어리석은 놈아, 네놈의 목숨이 내 손안에 있다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더란 말이냐?” 길세만이 힐끗 위인을 일별했다. 부릅뜨고 노려보는 눈매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매서웠다. 언성은 높지 않았으나 가슴속에 도사린 결의는 녹록하지 않다는 신호였다. 길세만은 해가 지고 어둑발이 내릴 때까지 구린 입도 떼지 않고 기다렸다. 먼 데 사람의 형용도 분별이 어려울 정도로 어두워지자, 두 사람은 일어나 아슬아슬한 벼룻길로 들어섰다. 절벽을 가슴으로 끌어안고 한 걸음 한 걸음 떼어놓지 않는다면 그대로 열길 물속으로 굴러떨어질 만큼 위태로운 길이었다. 지난번 파수 때는 고래등같이 쌓아올린 소금 짐을 지고도 무사히 건너다녔던 길이건만 지금은 단출한 몸으로 건너는데도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도무지 발짝 떼어놓기가 여의치 않았다. 뒤를 따르는 위인의 재촉 때문인지 아니면 가슴속이 뒤숭숭한 탓인지 알 수 없었다. 코비치재를 지나면 다시 회룡천이 나타나는데, 회룡천 물길을 따라 몇 걸음만 내려가면 나룻배를 타지 않고도 건널 수 있는 여울이 있었다. 두 사람은 회룡천 근처에 있는 숲속에서 야숙을 하였다. 유월이라 하지만 야기는 매우 차가워 모닥불을 피우지 않으면 눈을 붙일 만한 온기를 유지할 수 없었다. 한밤중에 모닥불을 피우면 또다른 불상사를 불러올 수도 있었다. 그래서 후미진 숲속에 숨어 연기 나지 않는 싸리나무를 꺾어다 불을 피웠다. 길손들의 이목을 따돌리며 잠행하는 두 사람이 치받이길인 산수터를 지나고 넓재 어름에서 멈칫거리고 있을 때, 말래 접소에는 때아닌 울진 질청에서 행세한다는 호장(戶長)이 찾아왔다. 호장이란 관아에서 관기들을 감독하는 아전이었다. 관기가 아프거나 대처에 볼일이 있을 때, 호장에게 말미를 청하고 허락을 받아야만 출타를 할 수 있었다. 관기들은 정해진 날짜마다 관아에 나가 점고를 받아야 했는데, 모두 호장이 맡아 처리하였다. 대개 한 달에 두 차례씩 삭망에 치러지는 점고는 구실살이하는 자가 도망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소집 점검이었다. 그중에 행수 기생이 있어 교방에서 어린 관기들을 통제하기도 하였다. 그런 호장이 도방을 찾아와 현령이 베푸는 소연에 참석을 해달라는 통기를 넣은 것이었다. 얼른 생각해도 넓재에서 창궐하던 산적들을 소탕한 것에 인사치레하려는 것이었다. 내키든 내키지 않든 고을의 현령이 소연을 베풀겠다면, 응당 참석을 해야 했다. 접소에서는 반수 권재만에게 급주를 놓았다. 급주를 놓은 지 닷새째 되는 날 반수 권재만이 말래 접소에 당도하였다. 부랴부랴 채비를 차리고 정한조, 곽개천, 천봉삼, 최상주, 배고령, 지난번 적환을 입어 아직 기동이 임의롭지 못한 조기출까지 관아로 달려갔다.
  • [프로축구] 물오른 서울, 수원 물 먹일까

    [프로축구] 물오른 서울, 수원 물 먹일까

    프로축구 FC서울은 수원의 ‘밥’이다. 서울은 최근 만난 9경기(FA컵 한 경기 포함)에서 수원에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2010년 8월 8일 원정에서 2-4로 패한 뒤 지난 4월 14일 무승부(1-1)까지 2무7패다. 최용수 감독은 2012년 사령탑에 부임한 후 한 번도 수원을 못 이겼다. 지난해 K리그 통합우승으로 축배를 들었지만, 수원을 이기지 못한 찜찜함은 진하게 남았다. ‘슈퍼매치’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거뜬히 4만 관중을 불러모으는 것을 생각하면 부끄러운 성적표다. 드디어 갚을 때가 왔다. 서울은 3일 오후 7시 안방으로 수원을 불러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상승세가 워낙 좋다. 성남·전남·강원·제주를 줄줄이 깨고 4연승을 달렸다. 홈 8경기 연속 무패(6승2무), 홈 4연속 무실점으로 상암에선 더욱 강하다. ‘서울극장’으로 불릴 만큼 쫄깃한 승부를 연출하는데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끈끈함이 강점이다. 서울은 K리그클래식 중 유일하게 외국인 선수 4명을 동시에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득점왕 데얀이 부상을 털고 돌아왔고, 몰리나, 에스쿠데로, 아디까지 짜임새가 쫀쫀하다. ‘홍명보호 1기’ 하대성, 윤일록, 고요한의 발끝은 날카롭다. 주장 하대성은 “일본을 상대로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고 하듯 수원과의 대결은 자존심이 걸린 승부”라며 투지를 보였다. 반면 수원은 휘청거리고 있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외국인 선수 스테보, 라돈치치, 핑팡, 보스나 등을 모두 방출했다. 스트라이커 정대세마저 부상이라 정통 공격수가 없다. 호흡을 맞춘 지 막 일주일이 된 새 용병 산토스와 조동건, 홍철, 서정진을 묶어 ‘제로톱’을 구사하는 형편이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서울은 우리에게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텐데 그 점을 적절히 역이용하겠다”고 느긋한 자세를 취했다. 수원(5위·승점 33·10승3무7패)과 서울(6위·승점 32·9승5무6패)은 상위 스플릿을 장담할 수 없어 그라운드는 더 치열할 전망이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부여 낙화암 고란사 고란초 낙석 방지 철망에 고사위기

    부여 낙화암 고란사 고란초 낙석 방지 철망에 고사위기

    “나이 드신 관람객들이 ‘옛날에는 고란초가 많았는데 왜 지금은 없죠’라고 물어보세요.” 충남 부여군 부소산에 있는 고란사 주지 탄공(49) 스님은 “20여년 전만 해도 절 뒤에 고란초가 꽤 많았는데 지금은 두세 포기밖에 남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란초 ‘원조’ 고란사의 고란초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백제 멸망 시 3000궁녀가 백마강에 목숨을 던졌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낙화암 위의 고란사 뒤편 절벽에 자생하는 고란초는 수학여행을 가면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고란초라는 이름이 고란사에서 따온 것이기 때문이다. 연간 25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이곳 고란초가 줄기 시작한 것은 1994년 지질조사 이후다. 교수들은 이 절벽에 균열이 생겨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뿔처럼 튀어나온 바위를 깎아내고 낙석 방지용 철망까지 설치했다. 이런 환경 변화가 고란초에 독이 됐다. 햇볕에 자주 노출되자 말라 죽기 시작했다. 고란초는 길이 5∼15㎝, 너비 2∼3㎝에 포자가 점처럼 박힌 풀로 바위틈과 이끼가 붙은 곳에서 잘 자란다. 그늘과 습기가 충분해야만 한다. 이계영 부여군 문화재관리팀장은 “고란초는 강가 절벽이나 바닷가 숲 등 일부 다른 곳에서도 자라지만 원조는 고란사 게 아니냐”면서 “이를 살려 보려고 군농업센터에서 양식도 하고, 바위에 가로 90㎝, 세로 60㎝ 크기의 유리관도 설치해 봤지만 모두 허사였다. 고란사가 매일 물을 뿌려 주기도 어렵고, 관리가 안 된다”고 전했다. 백제 의자왕이 고란사 약수임을 확인하기 위해 약수에 잎을 띄우게 했다는 고란초. 전 고란사 주지와 부여 출신 변호사 등이 모임을 만들어 이곳 고란초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것을 추진하고 나섰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부여군이 천연기념물로 신청하면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조사에 나설 계획”이라며 “역사성과 문화재 가치 등이 기준이 되지만 선정이 된다 해도 천연기념물 분과위원회 심사 등이 필요해 족히 1년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부여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녹차메카 보성 발효단지로 뜬다

    녹차밭으로 유명한 전남 보성군이 발효단지 지역으로 급부상한다. 보성군은 ㈜보성천연발효메카 등 5개사와 2018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발효단지, 관광리조트, 설비 및 자재 기업들이 들어서면 410명에게 새 일자리가 생겨날 전망이다. 보성천연발효메카는 득량면 일원에 1605억원을 투자해 천연발효단지·힐링캠프·리조트 등을 조성한다. 발효단지를 주 테마로 한 생산형 전원마을을 조성해 입주자의 제2 창업을 돕고, 기업체 연수 및 여행객을 위한 리조트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편백·황칠·차나무 등 자연치유 환경의 힐링시설을 설치해 이미 조성된 편백나무 숲 삼림욕장과 함께 맥반석을 이용한 자연 치유공간과 교육시설 등을 만든다. ㈜금원리조트는 회천면 일원에 298억원을 들여 해양관광 숙박시설을 건립, 해양 자원을 기반으로 한 갯벌 체험 등 테마가 있는 4계절 체류형 관광휴양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휴양콘도 및 펜션 21동과 갯벌체험장, 갯바위 낚시 등의 다양한 체험시설장을 갖춰 나갈 예정이다. 박준영 도지사는 “도와 군에서도 기업경영에 어려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보성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요즘, 독도 노래 코드는 유쾌·상쾌·경쾌!

    요즘, 독도 노래 코드는 유쾌·상쾌·경쾌!

    ‘삼천리 이 강산에 바위 섬 하나/내 한 점 고운 살을 던진 독도여/저 푸른 동해바다 품에 안기어/대한봉 우산봉이 우뚝 솟았네/아 겨례의 높은 이 기상 누가 막으리요/천년 만년 우리 함께 영원하라 독도여’(가곡 ‘아 우리 독도여’) 푸른 동해에 뜬 한 점 섬 독도의 기상을 담은 노래가 광복절을 전후로 잇따라 발표된다. 먼저 경북도는 오는 15일쯤 가요 ‘독도 환타지아’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김정택 SBS 예술단장에게 의뢰해 제작 중이다. 독도가 우리나라 영토인 역사적 사실과 아름다운 이미지를 밝고 경쾌하게 표현한 게 특징이라고 도 관계자는 설명했다. ‘보고 싶다’를 부른 인기가수 김범수가 취입한다. 도는 지난 2월 ‘독도 국민가곡 공모전’ 개최를 통해 ‘독도는 독도다’(작곡 성찬경, 작사 오탁번) 등 입상작 10곡을 선정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식적인 독도 노래를 만들거나 선정하기는 처음이다. 최동호 시인의 가사에 국민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한 최영섭씨가 곡을 붙인 가곡 ‘아 우리 독도여’도 이달 중순 발표를 앞뒀다. 송기창(바리톤) 가천대 교수가 노래한다. 가수 윤종신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독도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각각 작곡과 작사를 맡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세계인이 신나게 따라 부를 수 있게 만든다는 당찬 계획을 세웠다.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뮤직비디오 발표와 동시에 유튜브에 공개한다. 앞서 그룹사운드 ‘건아들’의 박대봉씨는 지난달 독도에서 ‘독도는 우리섬’ 발표회를 가졌다. ‘전우가 남긴 한마디’를 노래한 가수 허성희도 오랜 공백을 깨고 신곡 ‘독도 찬가’로 컴백했다. 이 밖에 독도 노래로는 1994년 정광태가 발표한 ‘독도는 우리 땅’과 작곡가 겸 가수인 한돌의 ‘독도의 아침’ ‘독도의 사랑’ ‘독도에 비가 내리면’, ‘나를 두고 가려무나’를 부른 김동아의 ‘독도 갈매기’ 등이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우리 땅 독도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화와 예술의 힘으로 독도를 지켜나가기 위해 노래를 만들게 됐다”면서 “노래들을 교과서에 수록하는 등 국내외에서 애창되도록 홍보와 보급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생로병사의 비밀(KBS1 밤 10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간염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일까. 제작팀은 100명의 시장상인을 대상으로 B형 간염 검사를 실시했다. 대부분 간 건강에 무관심한 시장상인들이다. 방치하면 간경화, 간암으로 이어지는 간염은 최근 간 치료와 이식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한 연구가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칼과 꽃(KBS2 밤 10시) 연개소문 세력에 맞서지만, 강력하게 쳐들어오는 이들 앞에 공주(김옥빈)는 자신의 아버지 영류왕(김영철)의 죽음을 뒤로 한 채 도망친다. 공주는 시우(이정신)의 도움을 받아 왕궁을 탈출한다. 영류왕과 왕자 환권의 시신은 군중 앞에서 모욕적으로 불태워지고, 복수를 다짐한 공주는 영류왕의 고향이자 금화단과의 접선 장소인 졸본성으로 향한다. ■여왕의 교실(MBC 밤 10시) 마 선생(고현정)이 쓰러지고, 양 선생(최윤영)과 구 선생(정석용)은 마 선생의 보호자를 찾기 위해 빈집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아이들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마 선생의 본모습을 맞닥뜨리고 깊은 생각에 빠진다. 마 선생이 학교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6학년 3반 학생들은 마 선생을 찾아나선다. ■드라마 스페셜 너의 목소리가 들려(SBS 밤 10시) 혜성(이보영)이 민준국(정웅인)에게 납치됐다는 걸 알게 된 수하(이종석)는 절규한다. 민준국은 수하에게 1시간 내로 자신의 은신처인 폐건물로 혼자서 오라며 이를 어기면 혜성을 죽이겠다고 위협한다. 다급해진 수하는 혜성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혼자서 민준국을 만나러 간다. ■한국기행(EBS 밤 9시 30분) 경북 청송군과 영덕군에 걸쳐 있는 주왕산은 화산암류의 거대한 바위가 병풍처럼 이어져 있는 바위들의 세상이다. 주왕산의 화려한 암봉과 계곡은 청송에서 나고 자란 이원좌 화백에게 늘 특별하게 다가온다. 꽃눈을 어떻게 찾고, 자르고, 가공하는지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진다는 꽃돌.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을 피우러 청송으로 향한다. ■리얼대탐험(OBS 밤 9시 50분) 타이태닉호는 영국 사우샘프턴 항에서 뉴욕 항으로 처녀항해를 하던 중 4월 14일 밤 11시 40분 뉴펀들랜드 해역에서 빙산과 충돌하면서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한다. 두 동강이 난 배는 충돌 후 2시간 40분 만에 완전히 침몰했고, 승선자 2220여명 중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을 포함한 1500여명이 차가운 북대서양의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는데….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그래서 하는 얘긴데… 단돈 몇 푼이라도 노잣돈을 구처할 수 없겠는가?” 그때서야 모꺾어 앉아 있던 계집은 고개만 돌리고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길세만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그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요? 나더러 노잣돈 내놓으란 것이요?” “몇 푼이나마 있으면 발굽이라도 뗄 수 있지 않겠나.” “진서 글도 잘하시고 대국 일도 잘 아시는 분이 좆 같은 소리 그만하시오. 지금까지 공다지로 먹은 식대부터 내놓고 노잣돈 타령하시오. 갖은 갈롱을 떨어가며 잔허리가 부러져라 하고 삭숭이를 받쳐준 해우채는 언제 건네줄 텨?” 처음 만날 때부터, 계집의 얼굴이 동글납작하고 콧등 주위에 깨알 같은 점들이 오종종하게 박히고 입술도 얇아 심지가 깊지 못하고 수다스러울 것 같았으나, 며칠 데리고 놀 계집에게 별 주책이다 싶었다. 그런데 그 걱정이 이런 행티를 부리게 된 것이었다. “허어… 이 사람 보게. 돌림병에 까마귀 울음소리라더니 천생 그 짝일세. 임자 그 시답잖은 불두덩 아랫구멍으로 들어간 돈이 얼만데 지금 와서 염치없게 해우채 타령인가. 올곧은 정신 가진 계집이라면 내 앞에서 그런 악증 부리는 게 아닐세. 하긴 내가 자기 단속이 부족하고 대가 물러서 못 쓰겠다는 평판을 듣는 사람일세. 그로써 갈보한테 노잣돈 구걸하는 하찮은 신세가 되었지만, 자네가 지금까지 끽소리 한마디 없이 밑엣품을 팔아온 날 업신여기고 되반들거리는 낯짝을 쳐들고 방색하는 꼴을 보자 하니 지금 당장 칼을 물고 엎어지고 싶구먼. 달포 가까이 서로 격의 없이 나누었던 정분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그때였다. 계집이 발딱 몸을 일으키더니, 부엌으로 내달았다. 그리고 금방 봉노로 돌아왔는데 손에는 어느새 식칼이 들려 있었다. 그것을 길세만의 턱밑에 바싹 들이대고 들까불면서 쏘아붙였다. “어디 칼 물고 엎어지는 꼴을 구경 한번 해봅시다.” 계집의 태도가 부글거리던 가슴속에 불을 댕기고 말았다. 눈에 불꽃이 튀는 듯했던 길세만은 더이상 입씨름을 참지 못하고 계집의 귀쌈을 찢어져라 후려치고 말았고, 그 사품에 계집은 칼질을 당한 갈대처럼 풀썩 꺾이어 주저앉고 말았다. 따귀 한 대에 기절을 해버렸는지 한동안 깨어나지 못하고 부들자리 위에 엎드려 일어나지 못했다. 계집편성에 또 무슨 소동을 벌일까 싶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소슬히 바라보는데, 어느덧 계집의 어깨가 겨울 사시나무처럼 떨리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문득 서글픈 생각이 폐부를 파고들었다. 중놈의 바랑 속에 들어 있는 빗처럼 쓸모없는 목숨, 티끌 같은 목숨을 부지하자고 이토록 팍팍한 세상을 의지할 곳 없이 떠도는 신세는 계집이나 길세만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새우는 대대로 곱사등이더라고, 알고 보면 세상으로부터 업신여김 당하면서 살아가긴 매한가지가 아닌가. 못된 소행머리로 기광을 부렸다 하지만, 손찌검까지 가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가슴을 쳤다. 행렬 잃고 땅에 떨어진 기러기도 매한가지, 성깔이 어긋나서 식칼을 들고 들어와 턱밑에 들이댄 것도 모두가 이처럼 각박한 세상을 견디며 살아가려 했으니 얻어진 악증이 아니던가. 마음이 흔들비쭉하여 죽이라고 악지를 부리며 지다위하고 대들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투전판에서 전대를 털린 것도 모두가 미련했던 자신의 탓이었지, 정분을 나누었던 계집이 사주해서 얻은 횡액은 아니었지 않은가. 잠깐 부린 소행머리가 괘씸하다 해서 손찌검을 한 것은 백번 돌이켜보아도 잘못된 일이었다. 길세만은 계집의 흔들리는 어깨를 가만히 안아주며 말했다. “내가 잘못했네. 요사이 이르러 기운도 탈진하고 형세가 기울다 보니,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저지르고 말았네. 이제 진정하고 일어나 앉게. 두 번 다시는 데데하게 노잣돈 구처해 달라는 얘기는 않겠네.” “기운이 남았거든 더 때리세요. 투전판에서 돈 잃고 뜨내기 계집에게 노잣돈 구걸하는 사내가 부끄럽지도 않소?” “어허… 겸연쩍게 왜 또 그러나. 내 그럴 의향이 없다니까 그러네.” “그동안 거웃이 쓰리고 아파도 군소리 한마디 없이 육공양을 암팡지게 대접해온 터에 이런 괄시가 없소. 그동안 건네준 해우채가 분수에 넘치도록 과람했다 하나 내가 생트집으로 주머니를 발긴 적은 없지 않소.” “잘 알고 있네. 얼혼이 빠진 내가 형장 맞을 짓을 하였네.” “해우채로 건네준 돈은 벌써 똥 된 지 오래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뒷간에 오래도록 앉아 살펴보지 않았소. 뒷간에서 뭘 찾느라고 그토록 오래 앉아 있었소?” “이제 그만하게. 뒷간에 똥밖에 더 있었겠나.” 길세만이 몇 번이나 다짐을 두고 사죄한 덕분인지 계집은 더이상 모질게 파고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날 밤은 오줄없는 계집처럼 육공양을 해서 길세만을 아주 노골노골하게 만들었다. 침통하고 소슬하여 심신이 지친 터라, 평소와는 달리 일합을 치른 후에는 녹아떨어져 코까지 골았다. 그가 다시 눈을 뜬 것은 가슴을 바위가 짓누르는 듯한 거북함을 참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섬뜩하여 눈을 떠보니 어섯눈에도 시꺼멓게 보이는 한 장정이 자신의 가슴 위에 올라타 있었다. 이게 어인 도깨비인가 싶어 벌떡 상반신을 일으키는데, 가슴을 타고 앉은 자가 반사적으로 목덜미를 누르고 있어 여의치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언제 잡도리하였는지 아갈잡이까지 되어 있었다. 적당을 모두 소탕하였다는데, 이건 또 어디서 나타난 산적이며 무뢰배인가 싶었다. 수시로 드나들었던 투전판의 타짜꾼들은 아닐 것이었다. 안면을 트고 지내는 사이는 냄새로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뱃구레를 깔고 앉은 위인은 길세만이 잠에서 깨어났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인데도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 그때 문득 뒤통수를 치는 상념이 있었다.
  • [기고] 기념관 운영관리비 지원방식 개선을/윤주 매헌기념관 관장

    [기고] 기념관 운영관리비 지원방식 개선을/윤주 매헌기념관 관장

    “23세,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우리의 압박과 고통은 증가할 뿐이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 각오를 세웠다. 뻣뻣이 말라 가는 삼천리 강산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수화(水火)에 빠진 사람을 보고 그대로 태연히 앉아 볼 수는 없었다. 우리 청년시대에는 부모의 사랑보다, 형제의 사랑보다, 처자의 사랑보다도 더 한층 강의(剛毅)한 사랑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각오란 나의 철권으로 적을 즉각 부수려는 것이다.” 윤봉길 의사가 남긴 글을 읽다 보면 당시 식민지 상태의 비참한 현실 속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큰 뜻을 세우고 대의(大義)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불사른 의사의 뜨거운 조국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는 민족의 영웅 매헌 윤봉길 의사를 기리기 위해 1988년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국민의 성금만으로 서울 서초구 시민의 숲에 매헌기념관을 건립했다. 현재 매헌기념관은 건립된 지 20여년이 지나 건물 벽 곳곳에 금이 가고 떨어져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심지어 비가 온 다음에는 기와가 자주 떨어져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기와가 자주 떨어지는 기념관 뒤쪽에 임시방편으로 시민의 접근을 금지하는 표시를 했으나 우기를 맞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급히 보수공사가 필요하나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는 정부(국가보훈처)로부터 운영 관리비를 한 푼도 지원받지 않는다. 회원의 회비로는 보수공사는커녕 기념 사업을 추진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정부는 기념관의 소유권이 국가(국가보훈처)에 있는 순국선열 기념관에만 운영 관리비를 지원하고 있다. 윤봉길 의사 기념관은 국민의 성금으로 건립해 지방자치단체(서울시)에 기부채납했기 때문에 기념관의 건물이 국가 소유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가 실질적으로 자체 예산으로 건립해 준 순국선열 기념관은 그 건물이 국가 소유라는 이유로 운영 관리비를 지원해 주고, 국민이 건립한 윤봉길기념관은 소유 주체가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을 하지 않는 현행 지원 방식은 부당하다고 생각된다. 순국선열기념사업회는 국가 건물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가보훈처는 국가 소유 건물을 관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정부 부처가 아니다. 당연히 현행 운영 관리비 지원 방식은 기념관의 건립 목적 및 규모, 순국선열의 공훈 등을 고려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 그동안 순국선열 기념관 운영 관리비 지원 방식을 바꾸려고 부단한 노력을 했다. 그러나 국립서울현충원은 국방부, 국립대전현충원은 국가보훈처에서 관장하는 제도(편제)조차도 쉽게 바로잡지 못하는 현실을 보고, 한 번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며 계란으로 바위 치기 식이 아닌가 하는 절망감에 빠지곤 했다. 정부에 다시 한번 호소한다.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있는 윤봉길의사기념관을 즉시 보수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는 현행 순국선열 기념관 운영 관리비 지원 방식을 합리적으로 바꾸길 바란다. 오늘도 비가 내리고 있다. 이번 비는 며칠간 이어지고 바람도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떨어질 기와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 [이슈 & 이슈] 2013 대장경세계문화축전 D-60

    [이슈 & 이슈] 2013 대장경세계문화축전 D-60

    경남 합천군 가야면에 걸쳐 있는 가야산은 산세가 빼어나게 아름다워 예로부터 ‘조선 팔경’과 ‘12대 명산’으로 꼽힌다. 고려팔만대장경이 보관돼 있는 법조종찰 해인사가 있어 불교 성지로 유명하다. 특히 삼재(旱災·水災·兵禍)가 들지 않는 영험함 등으로 영산(靈山)으로도 불린다. 국보 및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과 대장경판이 보관된 건물 장경판전이 700년 넘는 세월 동안 아무런 화를 입지 않고 보존되고 있는 것도 대장경과 가야산의 영험함 덕분으로 여겨진다. 가야산은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붉은 단풍으로 계곡물이 온통 붉게 물드는 가을 경치가 특히 절경이다. 삼재불입(三災不入)의 영기(靈氣)가 서린 가야산에서 가을 비경을 배경으로 오는 9월 27일부터 11월 10일까지 45일 동안 대장경세계문화축전 행사가 펼쳐진다. 간행 1000년이 넘은 세계적인 기록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의 가치와 우수함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개최하는 국제적인 문화 행사다. 2011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다.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로부터 국제 행사 및 중앙 투·융자심사 승인을 받아 경남도와 합천군, 해인사가 공동 주최한다. 가야면 야천리 해인사 입구에 조성된 기록문화테마파크, 해인사, 암자와 계곡 등을 무대로 대장경 진본 및 변상도 전시, 홍류동계곡의 소리길 힐링 체험, 팔만대장경 경판 개수에 맞춘 8만 1258개의 소원등 달기, 해인사 암자 비경 탐방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행사가 있다. 12만 4620㎡에 이르는 주 행사장인 기록문화테마파크는 주제관인 대장경천년관을 비롯해 5차원(5D) 입체영상관, 고려대장경 역사관, 기록문화관, 세계문화유산관, 세계힐링체험관, 미래희망관 등 6개 전시관과 1개의 입체영상관으로 이뤄져 있다. 전시관마다 둘러보는 데 30~40분이 걸린다. 영구 시설인 대장경천년관은 대장경의 모든 자료와 기록을 디지털을 통해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대장경판 진본이 천년관에 전시된다. 대장경판은 건강, 축복, 합격, 승진, 재물 등 주제별로 나눠 모두 8개를 해인사 장경각에서 옮겨 와 행사 기간에 공개한다. 경전 내용과 부처의 생애를 표현한 그림으로 해인사에 보관하고 있는 변상도(變相圖) 60점도 행사 기간 천년관에 전시한다. 기록문화테마파크에서 해인사까지 수백년 된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홍류동계곡을 따라 조성된 6.3㎞에 이르는 소리길은 명상하며 가야산 가을 정취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길이다. 가야산과 팔만대장경의 기를 담아 소원을 기원하는 풍경 모양의 소원등은 선착순으로 접수해 행사 기간 동안 주 행사장에 내건다. 해인사보다 역사가 더 오래된 신라시대 암자인 원당암을 비롯해 사명대사가 입적한 홍제암 등 해인사 주변에 있는 10여개 암자를 관람객들이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걸어서 둘러보고 공양 체험을 하는 암자 탐방 행사도 눈길을 끈다. 암자 탐방은 2개 코스로 나눠 운영할 계획이다. 코스에 따라 1~4시간이 걸린다. 평소 스님들의 기도처로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해인사 뒤편 치인리의 가야산 중턱에서는 통일신라시대에 건립된 7.5m 높이의 마애불 입상(보물 제222호)도 만나볼 수 있다. 행사 기간 주 행사장에서는 평일 7차례, 주말에는 9차례 다양한 문화 공연이 열리고 매일 다채로운 체험 행사가 진행된다. 9월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국내외 석학들이 참가한 가운데 ‘고려대장경 사상과 문화’를 주제로 국제 학술 세미나가 열리고, 9월 30일~10월 2일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에서는 대장경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린다. 이번 대장경문화축전은 모두 144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개최한다. 여태성 조직위원회 사무국장은 “관람객 160만명을 목표로 삼고 중국, 일본 등 해외를 비롯해 전국을 돌며 대장경축전을 알리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에 열린 첫 축전은 국내외에서 223만명이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축전은 9월 26일 오후 2시 주 행사장에서 개막식을 하고 11월 10일 오후 7시 폐막식을 끝으로 45일간의 행사가 종료된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국립공원 속 우리집…월악산 ‘골뫼골 명품마을’

    국립공원 속 우리집…월악산 ‘골뫼골 명품마을’

    전국 국립공원 구역 안에는 130여개 자연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생태계 보존이 잘된 국립공원은 대부분 농어촌 지역에 있다. 따라서 공원구역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각종 규제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많다며 불만과 민원도 많이 제기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립공원마다 지역 특색에 맞는 ‘명품마을’을 조성해 주민들의 소득 향상은 물론, 탐방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명품마을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소득 수준을 높여주기 위한 취지에서 조성을 시작했다. 2010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인 ‘관매도’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9곳이 지정됐다. 명품마을로 지정되면 마을 환경 개선과 인프라 확충 등 자연생태 자원을 활용해 소득과 연계하는 각종 사업비가 지원된다. 지난주 월악산국립공원 ‘골뫼골 명품마을’을 찾아 이색 프로그램 체험과 향후 개선해야 될 점 등을 취재했다. “처음 이곳 골뫼골에 터전을 잡았을 때 하늘만 보였고, 외지 사람들 구경하기도 힘들었지요. 요즘 명품마을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북적여 살맛 납니다.” 월악산국립공원 내 골뫼골 명품마을에서 만난 이장 정종호(63)씨는 외지 방문객들을 친절히 맞이했다. 그는 “1983년 초 이곳 산골을 찾아 터전을 잡았는데 이듬해 지역이 국립공원으로 지정 발표됐다”면서 “처음엔 주민들이 공원법이 뭔지도 모르고 산골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기대감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규제만 많아 공단 직원들을 보기만 해도 밉상이었다고 회상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나 할까, 각종 지원과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정보까지 제공해 주니 요즘은 공단 직원들이 한식구처럼 느껴진다며 환하게 웃었다. ‘골뫼골’은 골짜기와 산이 결합된 말로 산골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충북 제천시 한수면 송계4리에 위치한 마을로 과거에는 주변에 광산이 있었고, 1970년대 중반까지 화전민들이 살았다고 한다. 소나무가 무성한 데다 맑은 송계계곡이 길게 이어지고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주변에는 덕주산성과 사자빈신사지석탑(보물 94호) 등 문화유산들도 곳곳에 숨어 있다. 마을에서 이어지는 영봉과 북바위산 탐방로 덕주야영장이 있어 탐방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닷돈재 야영장은 장비를 풀옵션으로 이용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을이야기 해설판과 함께 4㎞를 걸어 들어가면 숲속 끝에서 아담한 학교를 만날 수 있다. ‘골뫼골 숲속학교’로 옛 초등학교 분교를 개조해 세미나실로 꾸미고, 바로 옆에 군불 황토집도 새로 지었다. 주변에는 폴딩텐트와 산막 등 다양한 야외 숙박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30여명 규모의 워크숍 장소로 인기가 높다. 골짜기 맨끝에 위치한 이곳에는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망이 설치되지 않았다. 대신 새소리와 계곡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만 들을 수 있다. 이장 정씨는 다음 달 초까지 5개 팀이 예약돼 있고, 문의 전화도 많다고 자랑했다. 아울러 숲속학교를 이용할 때는 사전예약(043-653-3250)이 필수라고 홍보도 잊지 않았다. 그는 “명품마을 지정으로 주민들에게 희망과 자연의 고마움을 새삼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숲속학교는 모든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데 50만원(1박 기준)을 받는다. 경비를 제외하고 모두 마을기금으로 적립된다. 월악산사무소 최유화 주임은 “골뫼골에는 32가구 40명의 주민들이 사는데 대부분 상가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향후 송계양파, 표고버섯 등 지역 특산품을 가공해 판매하는 등 상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립공원 명품마을은 관매도(다도해해상국립공원)를 1호로 지정한 뒤, 3년 동안 9개가 조성되었다. 명품마을은 자연생태적인 여건과 주민 구성원, 특산물 등 환경을 고려해서 개발 방향을 설정한다. 마을당 적게는 2억원, 많게는 1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는데, 주민이 직접 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공원관리공단은 2020년까지 전국 국립공원 내 130개 마을 가운데 50곳을 명품마을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이미 조성된 명품마을은 마을별 여건에 따라 2가지(복합형과 기업형) 유형으로 운영 중이다. 복합형 명품마을은 우수한 경관과 자연자원을 활용하여 생태관광객 유치와 음식, 숙박, 특산품을 연계해 궁극적으로 마을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 탐방객 유입이 원활하지 않은 마을은 특산품 개발과 판매에 집중하여 저노동 고부가가치를 창출, 사회적기업으로 특화시키는 쪽으로 지원하고 있다. 명품마을 1호인 전남 완도군의 관매도는 어촌과 농촌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자연자원이 우수해 연간 탐방객이 5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늘다리를 소재로 대표 트레킹 코스를 개설하여 보고 걸으면서, 향토음식까지 맛볼 수 있는 생태관광지의 대표 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경남 통영시 함목마을(한려해상)은 거제도 해금강과 신선대 등 관광지를 기반으로 독창적인 문패를 단 민박(펜션)업을 특화시켰다. 전남 신안군의 상서마을(다도해해상)은 슬로시티 투어버스의 중간 기착지로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조성됐다. 국립공원 내 명품마을은 다양한 특성으로 탐방객의 눈길을 끌게 한 것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안정화되기까지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마을사업 경험이 미천한 공원공단은 1호 명품마을인 관매도가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자, 생태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쪽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마을사업의 성공 여부는 주민들 간 화합에 달려 있다”면서 “소득이 생길수록 오해와 반목이 커지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종천 국립공원공단 자원보전이사는 “명품마을 활성화를 위해 매월 주민 반상회를 열어 정보를 공유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발전방향을 논의하고 있다”며 “마을 수익에 대한 투명한 회계관리를 위해 ‘판매시점 정보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는 9월부터 전체 명품마을 주민 운영자가 모여 정보를 교류하는 자리도 정기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글 사진 제천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엄마 도와줘요!”…암벽타려 애쓰는 아기 북극곰

    엄마곰을 따라가려고 암벽을 타려 애쓰는 아기 북극곰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27일(현지시간) 사진작가 앤디 라우즈가 촬영한 먹이를 찾아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북극곰 가족 사진을 소개했다. 사진을 보면 엄마 북극곰 뒤로 아기 곰 두 마리가 열심히 따라가는 상황이다. 이어진 장면에서 이들 곰 가족은 막다른 길에 도달했다. 한쪽은 아직 차가운 바닷물이고 다른 한쪽은 아기 곰들이 넘기에는 다소 높아 보이는 암벽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엄마 곰은 가던 길을 돌리지 않았다. 먼저 조심스레 앞장서 바위를 오르자 그 뒤를 이어 첫째 아기 곰이 무리 없이 올라섰다. 이제 남은 막내 곰이 바위에 올라서려 했지만 뒷다리가 짧아서인지 그만 미끄러지고 말았다. 연신 미끄러짐에도 먼저 눈밭 위에 올라선 엄마 곰은 무심한 건지 지친 건지 신경 쓰지도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보는 바와 달리 북극곰은 모성애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험난한 환경 속에서 살아 남아야만 하는 자신의 새끼를 위해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다. 한편 아기 곰은 엄마 곰이 눈을 40번 깜박인 끝에서야 겨우 암벽을 타는 데 성공했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유럽 배낭여행-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유럽 배낭여행-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는지 배낭 멘 여행길에선 낯모르는 이와 “안녕” 하고 입만 벙긋하는 인사만으로도 말꼬리가 길어진다. 어디서 왔는지 이름이 뭔지 아주 사소한 호감부터 “너 지금 행복하니?” 선문답 같은 대화에 이르기까지. 나는 꿈꾸듯 거닐며 수많은 이방인들과 옷깃 스치는 인연을 맺었다. 이를테면 옷깃스침 동행이랄까. 유럽 땅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나는 마냥 행복했다가 돌연 쓸쓸해지고 그지없이 황홀했다가 못내 아쉬워 어쩔 줄 모르는 순간순간을 맞이한다. about ‘동행’ 본 기사는 SJR EUROPE에서 론칭한 ‘동행’ 상품을 따라 여행한 기록이다. 3월27일부터 4월12일까지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로마에 이르기까지 총 6개국 18개 도시를 탐방했다. tip 1 동행 상품가 외에 옵션투어 비용, 식비, 자유 여행을 하면서 지출한 교통비와 각종 입장료 등 15박 17일의 현지에서 지출한 여행경비는 120만원 남짓. 기념품 구입 또는 개인 쇼핑 품목이 많을 경우에는 더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tip 2 파리의 라스파일 시장과 몽파르나스 묘지, 뮌헨의 영국정원과 슈바빙, 프라하의 카프카 뮤지엄, 비엔나의 레오폴드 뮤지엄, 베네치아의 리도섬과 부라노섬 등은 기본 투어가 아닌 자유 시간을 활용해 여행했다. 기본 투어에 해당하는 파리, 프라하, 비엔나, 베네치아, 로마 등의 주요 도시 투어 역시 일부 구간 동행 후 자유로이 움직였고, 옵션 투어 가운데 바티칸 시국은 개별적으로 방문했다. France Mont Saint Michel, Paris 파리에서 지도 없이 걷기 기어코 파리. 파리는 독보적이다. 자정 가까이 늦은 밤에 도착한 파리였지만 여행에 앞서 만난 선배의 말이 실감이 됐다. “아마도 네 마음과 부단히 싸우는 여행이 될 거야.” 어디부터 갈까, 뭐부터 할까, 마음은 급한데 결정은 못하고, 그럼에도 파리에서는 어느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여행은 이튿날 아침부터 시작됐다. 파리 몽파르나스 타워 가까이에 위치한 호텔Campanile Maine Montparnasse 로비에서 15박 17일간의 동행들과 만났다. 며칠 전에 도착해 이미 파리에 푹 빠진 이도, 스페인이며 어디며 이제 막 국경을 넘어온 이도 있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동행을 태운 버스는 파리를 조금 아껴두고 4시간여를 달려 프랑스의 끄트머리 몽생미셸Mont Saint Michel에 닿았다. 성 미카엘 대천사의 신성한 산성, 몽생미셸은 노르망디Normandie 해변에 떠 있는 아주 작은 바위섬이자 중세로부터 오랜 역사를 이어온 수도원이다. 일대는 드넓은 갯벌이다. 바닷일을 하던 사람들은 이 바위섬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다. 워낙에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밀물썰물의 간격이 짧아 많은 이들이 휩쓸려 버린 탓에 ‘몽통브mont tombe’, ‘무덤 산’이란 고약한 별칭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던 8세기 초반의 어느 날, 인근 아브랑쉬Avranches 지역 오베르St. Aubert 대주교의 꿈에 성 미카엘이 나타나 예배당을 세울 것을 명령했고, 그후 서서히 모습을 달리한다. 14세기 백년전쟁 때에는 전투 요새로, 18세기 대혁명 시절에는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오늘 내가 마주한 몽생미셸은 고되고 혼란스러운 노르망디의 역사가 쓸려가고 다시금 수많은 순례자와 여행자들이 밀려오는 축복의 성지다. 그 물살에 실려 동화 속 풍경처럼 아른거리는 몽생미셸 속으로 들어간다. 바위섬 꼭대기의 수도원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은 좁고 가파르지만 저마다의 특색을 살린 호텔과 기념품 가게를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는 짧은 물때를 맞추기 위해 빠르고 간편하게 요리하고 먹을 수 있는 이곳의 대표음식 오믈렛과 사과 파이, 발효주 시드르Cidre 등을 즐긴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들어선 수도원에서 갯벌 뒤로 어디서부터가 바닷물인지 모를 그저 눈부신 노르망디 해안을 실눈으로 조망한다. 드디어 정말, 파리의 아침이다. 알람이 울리기 전 진작에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조식 서비스를 마다하고 향한 곳은 ‘카페 드 플로르Cafe de Floer.’ 카페 홀을 등지고 바깥 거리 쪽 테라스 좌석에 앉아 에스프레소와 크루아상으로 파리지엔의 밥상을 받아든다. 그러나 난 이따금씩 꿈꿨다. 저마다의 삶을 일구고 있는 파리지엔들마저 도시의 풍경으로 소비되는 파리에서 보들레르가 말한 ‘플라뇌르flaneur’, 이 도시의 산보객이 되는 순간을. 개인의 삶과 분리하여 도시 자체를 관찰하고 감상하는 한가한 무리가 되는 것이야말로 파리를 가장 파리답게 소비하는 방법이 아닐까. 자리를 털고 일어났지만, 카페 드 플로르에서 몇 발짝 나가지 못하고 바로 옆 서점에서 발길을 멈춘다. 막 문을 여는 참이다. 출근하는 서점 직원들을 따라 들어가 바바리코트 차림의 백발 할아버지들과 책 구경을 한다. 파리를 담은 사진집 몇 권을 골랐다. 그리고 다시 감이 이끄는 대로 걷다 ‘라스파일 시장Marche Biologique Raspail’에 이른다. 화요일과 금요일이면 우리의 오일장처럼, 라스파일 도로변에 장이 선단다. 일요일에는 파리 근교에서 재배하는 유기농 식재료를 사고파는 유기농마켓이 열린다. 운이 좋다. 마침 장날이다. “봉쥬르.” 늘어선 가판 너머에서 들려오는 싱싱한 인사와 한 손에는 애견, 다른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든 동네 할머니와의 연속된 조우. 그리고 갖가지 방식으로 조리한 올리브를 맛보기로 건네는 손길까지 의도치 않게 살가운 일상을 공유한다. 예상치 못했던 진짜 파리지엔의 모습.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몽파르나스 묘지Montparnasse Cemetery에는 안내지도를 들고 명망가들의 묘를 찾는 이들이 꽤 많다. 시장에서 산 빨간 딸기를 베어 먹으며 보들레르 묘 앞에 마주앉은 나는 잠시 시간여행자로 전환된다. 아, 파리에서의 3일은 턱없이 짧다. 나는 파리를 빠르게 읽기로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튈르리 정원과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개선문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그 긴긴 길 위엔 셀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많은 의자가 줄지어 있고 그 위로 걸음을 멈춘 사람들이 기대어 있었다. 그날 밤, 중세 파리 투어를 했던 동행 몇몇이 해질녘 몽마르트르에서의 낭만을 안주 삼아 조촐한 와인 파티를 열고 있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가는 것만으로도 이유가 되는 장소가 있다. 지칠 대로 지쳤지만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다음날, 동행들로부터 귀동냥한 정보를 중얼거리며 뤽상부르 공원Le Jardin du Luxembourg에서 아침 산책을 했다. 오늘 역시 조식 서비스 대신에 공원의 작은 카페테리아에서 크레이프와 커피로 덜 깬 잠을 달랜다. 조깅하는 파리지엔과 이른 아침부터 가이드 뒤를 쫓는 단체여행객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까짓것 부지런해져 보지 뭐. 반의반, 그 일부만이라도 보겠다고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으로 갔다. 역시나 나의 관심사는 미술작품보단 ‘오르세’라는 공간과 그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므로 두어 시간이면 될 거라는 건방진 생각이 있었다.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오르세는 물론 파리를 소화해 낼 방법이 없다. 그냥 넋 놓기로 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난 몽마르트르Montmartre 언덕 한가운데서 본의 아니게 낯선 구경꾼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몽마르트르의 예술가에게 초상을 맡기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었다. 붓 대신 가위를 들고 2~3분 만에 옆모습 실루엣을 종이에 오려 준다는 거리 예술가 앞에 앉았다. 대개 어린 아이들이 재미 삼아 하는 것 같았다. 관심의 대상이 나인지 예술가의 손놀림인지 모르겠더라.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민망함을 누르는 동안에 완성된 나의 실루엣. 하나도 안 닮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탐이 나는 파리에서 마지막은 바토 무슈Bateaux Mouches 위에서의 센강 유랑이다. 저마다의 파리를 즐긴 동행들이 하나둘 선착장으로 모여 이야기를 쏟아낸다. 듣는 이는 드물다. 알알이 불씨 오른 에펠탑이 가까워진다. 탄성이나 호들갑 없이 오히려 조용해진다. 파리의 밤이 강물 따라 흘러간다. ▶travie info 동행 프로그램은 여행하는 도시 가운데 주요 도시에서 지식 가이드를 제공한다. 프랑스에서는 몽생미셸과 옹플뢰르 1일 투어를 기본 일정에 포함하고 있고 파리에서는 2가지의 옵션 투어가 준비되어 있다. 옵션 투어는 물론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지식 가이드 투어에도 강제사항은 없다. 개인의 여행 기호를 존중하여 얼마든 자유 여행이 가능하다. route 1. 루브르 박물관+중세 파리투어 샹젤리제 거리→개선문→루브르박물관→중식→시테섬→노트르담성당→최고재판소→콩시에르쥬리→시청사→퐁피두센터→사요궁전(에펠탑 조망) route 2. 오르세 미술관+파리 인상파 투어 오르세 미술관→로댕미술관 정원→몽마르트르 언덕(성심성당, 예술인의 광장, 피카소의 작업실, 물랭루즈(조망))→개선문(샹젤리제) Switzerland Interaken,Luzern,Mürren,Mürren 만년설 위로 반짝이던 하루 파리 유랑을 끝낸 동행들이 모두 버스에 올랐다. 꼬박 8~9시간 몸을 구겨 잠을 청해야 한다. 다들 오랜 시간의 쪽잠이 불편하지만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려서인지 금세 잠에 빠진다. 조금 깊이 잠들었다 깨어났다.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 여전히 낯선 도로 위다. 예상치 못한 거센 눈발로 좀더 안전한 길을 찾아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다행이다. 이번 여정은 이 야간이동을 시작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프라하까지 여정의 절반 이상을 이 버스 한 대로 움직인다. 유럽 배낭인데 유레일이 아니고 버스라니 처음엔 갸웃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도시간 이동에 소비되는 시간과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어 나로선 반가운 일이다. 예상보다 한두 시간 늦었지만 무사히 인터라켄이다. 도시락으로 요기한 동행 대부분이 ‘Top of Europe’ 융프라우에 오를 채비를 한다. 꼭 1년 만에 다시 찾은 인터라켄에서 나는 과감히 융프라우를 포기했다. 이미 올랐다는 것이 큰 이유였지만 파리 파노라마가 가시기 전 유럽의 지붕 아래서 그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지난 여행에서 아쉽게 놓쳤던 청정마을 뮈렌Murren 행 기차에 올랐다. 기착지 라우터브루넨Lauterbrunnen에서 케이블카로 갈아타기 전 마을의 작은 카페에 들러 따뜻한 홈메이드 스프 한 그릇을 먹었다. 얼마나 내렸는지 눈에 파묻힌 것만 같은 집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뮈렌에서 단출한 워킹화에 의지하여 곧 미끄러질 듯 뒤뚱거리며 걷는다. 날쌔게 지나가는 스키어들은 물론 눈썰매 힘껏 지치는 어린 아이들도 탄탄한 기운을 뿜어낸다. 변덕스런 날씨로 여행자 애태우기 일쑤인 그날의 융프라우는 다행히 쾌청했다고 동행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하산했다. 오늘은 다들 세상 모르고 잠이 들겠지. 하얀 솜사탕처럼 멀리 뭉게뭉게 겹쳐 있는 알프스 산맥의 품속에서 그만큼 달달한 꿈을 꾸면서. 이른 아침인데 하늘을 나는 사람들이 보인다. 알프스 높은 곳 어디에선가 발을 뗐을 패러글라이더들이 드문드문. 지천이 눈꽃, 상고대로 뒤덮인 산길을 지나 어느새 루체른Luzern이다. 호반 위로 얌전히 뻗은 카펠교Kapellbrucke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스위스의 고즈넉함을 맛본다. Germany Füssen, Munich 찰나지만 더없이 벅찬 순간 몇 시간 후 국경을 넘어 독일 퓌센Fussen에 도착했다. 오후 4시 전후인데 벌써 어둑하니 날씨가 궂다. 저 멀리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이 보인다.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동화 속 모습이다.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상당수 장면의 배경이니 말이다. 성의 일부가 보수공사 중인 데다 성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다는 마리엔 다리는 기상악화로 출입이 통제된 상황이라 아랫마을에서 성의 초입까지 짧은 산책으로 만족하고 서둘러 뮌헨으로 방향을 틀었다. 늦은 밤에 도착한 뮌헨Munich은 몹시 차분했다. 물론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auhaus는 달랐다. 동행들과 우르르 몰려간 호프브로이하우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맥주홀답게 사람도, 맥주도, 열기도 거품이 일 듯 넘쳐났다. 뮌헨에선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동행들이 삼삼오오 빈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파리에서의 3박 4일이 짧다 투덜댄 것이 무안할 정도로 뮌헨에선 아주 잠시 머물렀다. 그래도 슈바빙Schwabing과 영국정원Englischer Garten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감수성 예민하던 시기에 읽었던 책의 잔상 때문이었을 게다. 이젠 어떤 내용이었는지 줄거리조차 생각나지 않는데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렸던 슈바빙과 영국정원의 모습만은 또렷했다. 오스트리아로 출발하기 전, 자유로운 3시간이 주어졌다. 호텔 리셉션에서 지도 한 장과 함께 효율적인 동선을 추천받아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곧 멎을 것처럼 숨이 찼음에도 자전거와 유모차가 차례로 엇갈려 지나가고 오리와 거위가 벤치를 돌며 길동무 해주는 영국정원에서 더 깊이 차가운 공기를 들이킨다. 그리곤 지그재그로 훑어 내려간 슈바빙. 짧아서 아쉬웠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하다. 전혀. 그곳에 내가 존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벅차기만 한 걸. 찰나일지라도. 다시 올라탄 동행 버스, 차창에 스치는 풍경은 눈 깜빡일 때마다 영화 스틸 컷이 된다. 할슈타트로 가는 길이다. 휴대전화로 알림 메시지가 계속 들어온다. 네트워크 설정을 알리는 메시지. 버스가 조금만 방향을 바꾸어도 네트워크 설정이 달라진다. 독일 통신망을 잡았다가 오스트리아 통신망을 잡았다가. 이윽고 조용해졌다 싶었을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그곳, 할슈타트 끄트머리에 있었다. Austria Hallstatt, Salzburg, Vienna 유럽의 작은 마을들을 가다 여전히 하얀빛을 발하는 눈이 마을을 살포시 덮고 있다. 그만치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친다.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상쾌하면서 동시에 차분해지는 기분. 깜빡 졸다 깨나니 어느새 할슈타트Hallstatt 호수다. 할슈타트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사이에 있다. 할슈타트를 포함하여 이 일대를 보통 잘츠카머구트Salzkammergut라고 부른다. 크고 작은 호수를 끼고 있는 이곳의 작은 마을들은 알프스 아래 투명한 빛을 머금고 있다. 모두 자석에 이끌리듯 호숫가로 내달린다. 공기 중엔 감탄만이 존재한다. 떠나오기 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부터 모차르트, 클림트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훈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그들이 태동한 마을, 도시, 공간 그 자체였다. 할슈타트에서는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시간과 이후 잠깐의 산책이 허락됐다. 호수 가장자리 꽤 경사진 산자락을 타고 올라가는 할슈타트의 집들. 집 위에 집, 그 위에 다시 집이 층층이 피라미드를 이룬다. 그런 까닭에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비탈 아래 집의 다락방 또는 굴뚝과 눈이 마주친다. 집 앞 정원, 뒤뜰은 물론이고 담장, 벽면, 창틀에 이르기까지 매일매일 부지런히 쓸고 닦고 손질하는 정성이 느껴진다. 골목길에 맞닿은 벽면에 벤치를 놓은 집들이 많다. 허락 없이 잠시 엉덩이를 붙인다. 등허리를 기대고 가만히 마을을 관찰한다. 굴뚝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자 허기가 밀려온다. 이미 때는 놓쳤고 아쉬운 대로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 투박한 파운드케이크 한 조각과 핫초코 한 잔을 주문한다. 할슈타트의 강렬함을 뒤로하고 동행 버스는 잘츠부르크Salzburg에 도착했다. 재빠르게 캐리어를 호텔 방에 밀어두고 저녁나절 동행의 지식 가이드를 따라 나선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었던 미라벨 정원Mirabell garten을 지나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까지 단숨에 잘츠부르크 구시가를 가로지른다. 슈니첼과 비엔나커피를 차례로 맛보며 오스트리아 스타일의 만찬을 가져볼까 잠시 고민. 하지만 생선요리를 판매하는 이곳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몇 가지 요리를 포장하고 기차역 안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슈니첼과 케이크, 과일 그리고 와인까지 푸짐하게 장을 본다. 호텔 방 안에 차려낸 배낭여행자의 잘츠부르크식 만찬에 흡족해하며 여행 친구들과 꽤 긴 수다를 늘어놓는다. Czech 에곤 실레 그리고 카프카 할슈타트와 마찬가지로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Cesky Krumlov는 좁다란 골목골목으로 이어진다. 이곳에 와서 알게 된 재미난 사실 하나. 모차르트 엄마 그리고 에곤 실레 엄마의 고향이 각각 할슈타트와 체스키 크룸로프라는 것. 처음엔 웃어넘겼는데 그게 아니다. 두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굉장한 포인트. 특히나 엄마의 고향 체스키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에곤 실레Egon Schiele는 한동안 이곳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한다. 체스키를 표현한 작품도 상당수.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눈에 익은 에곤 실레의 초상과 작품으로 디자인한 전시 포스터들이 벽을 도배하고 있다. 마을에는 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The Egon Schiele Art Centrum도 있다. 굴라쉬 브런치를 즐긴 다음 그가 걸었을 법한 골목을 따라 크룸로프 성으로 향했다. 성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는 동안 자주 걸음을 멈췄다. 가파르기도 했지만 시야가 트이는 성벽길에 접어들자 체스키 크룸로프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성벽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그 너머의 마을 가장자리를 둥그스름하게 에두르고 그 안쪽에 중세의 시간을 간직한 집들이 소복히 모여 있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임에도 마을엔 아늑한 기운이 유유히 흘렀다. 그리고 프라하Prague는 역시나 아름다웠다. 바츨라프 광장에서부터 화약탑, 천문시계, 카렐교까지 프라하 구시가를 동행 매니저의 꼼꼼한 가이드를 따라 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렐교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쁜 연인들을 뒤로하고 다리 난간에 바싹 붙어 프라하 성을 바라본다. 카렐교 건너의 펍에서 벨벳 맥주 한 잔. 부드러운 벨벳 거품이 입술에 닿자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그러나 그 기쁨은 스쳐 지나갈 뿐이었나. 잔이 빌 때쯤 이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셈하게 된다. 달게 자고 일어난 프라하의 아침은 지난밤만큼 아름다웠다. 성비투스성당, 황금소로가 이웃하고 있는 프라하 성 일대를 함께 둘러보는 동행 가이드 투어 이후엔 홀로 프라하 시가지를 쏘다녔다. 가능하면 외면하고 싶었음에도 끝내 제 발로 찾아갔다, 카프카Franz Kafka를. 마냥 들뜨고 신나게 보내도 아쉬움 가득할 여행길에서 가슴 철렁할 것이 분명한데도 어느새 나는 카프카 뮤지엄Franz Kafka Museum 속을 헤매고 있었다. “이곳은 도시가 아닙니다. 꺼져 가는 꿈과 열정의 울퉁불퉁한 자갈밭으로 뒤덮인 시간이라는 태양의 갈라진 바닥을-잠수종 속에서처럼-우리는 걸어가는 것입니다. 이곳은 재미있는 곳이긴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곳입니다.” -프란츠 카프카, 구스타프 야노우호의 <카프카의 대화> 인용문 中 카프카가 남긴 기록을 보는 사이 낭만적이기만 했던 프라하는 한순간에 반전된다. 숨이 턱 막힌다. 달달한 체코 전통빵 뜨르들로Trdlo를 뜯어먹으며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린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곧 프라하를 떠난다. 숨 가쁘게 도착한 다음 여정은 비엔나Vienna.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오스트리아에서 꼭 맛보아야 한다는 슈니첼과 비엔나커피를 에곤 실레와 맞바꾸고 나는 다시금 배고픈 여행자가 된다. 레오폴드 미술관Leopold Museum에서 만난 에곤 실레. 체스키 크룸로프의 풍경을 담은 작품 앞에 섰다. 에곤 실레의 체스키는 내 기억 속의 그곳보다 훨씬 어둡고 울적했지만 나로선 참 반가운 장면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체코, 다시 오스트리아로. 공간이 다르고 에곤 실레와 나 사이의 시간 또한 다르지만 그 사이를 연결하는 풍경이 있고 그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이 여행의 순간에 감사한다. ITALY Vaticano,Rome,Veneziam,Sorrento,Sorrento,Sorrento 냉정해질 수 없는 이탈리아 여행 오늘 나는 생애 첫 야간열차를 경험한다. 비엔나에서 베네치아까지. 꼬박 12시간이 지나면 그토록 원했던 베네치아에 닿는다. 이번 동행길에서 가장 기대한 곳 중 하나가 베네치아다. 6개의 간이침대가 세 개씩 양 벽면을 의지해 층을 이룬 열차 칸은 비좁았다. 부피 큰 캐리어는 침대 아래 보관함에 들어가지 않아 양쪽 침대 사이에 나란히 줄지어 세웠다. 그 위로 다시 작은 짐들을 포갠다. 이제 열차 칸의 여섯 명은 발 디딜 공간 하나 없이 밤을 달린다. 열악했지만 싫지만은 않았다. 누군가 이야기했다. 이 모든 것이 야간열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고. 처음으로 부모님이 아닌 친구와 단둘이 감행했던 여행이 떠올랐다.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여 두근두근했던 그 느낌. 한참 줄을 서 겨우 고양이 세수를 했다. 슈니첼 한 덩이를 패티로 넣은 버거와 커피 한 병. 자정 가까이 돼서 맛보는 제대로 된 첫 끼니다. 꿀맛. 푸르렀다. 물이 곧 땅인 베네치아Venezia에서는 모든 것이 맑고 푸르렀다. 동행들과 베네치아 본섬 투어에 나섰다. 떠밀리듯 걸을 수밖에 없을 만큼 본섬엔 여행자들로 가득했다. 그 북적임이 베네치아를 더욱 활기 넘치게, 역동적으로 만들어 준다. 그 물결을 따라 조금 멀리 나가 보자. 배에 올랐다. 리도 섬Lido으로 가는 배다. 매년 가을, 베니스영화제가 열리는 아름다운 섬 리도의 4월은 따사로웠다. 흐드러진 벚꽃과 나뭇가지마다 터져 나온 초록 잎사귀들로 봄기운이 물씬했다. 한편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세계의 끝은 낮고도 깊어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었다. 고요하고 평화롭게 반짝이는 해변에서 태양 빛을 그대로 흡수한다. 허리춤에도 못 미치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바다 가까이 다가간 아빠, 양동이와 집게를 들고 바닷가의 쓰레기를 줍는 할아버지, 파도를 마주하고 앉아 무심한 얼굴로 사과를 베어 문 젊은 연인. 영화와도 같은 삶의 순간들이다. 리도에서 배를 두 번 갈아타고 도착한 부라노 섬Burano은 색색이 선명했다. 바다로 이어지는 좁은 수로에 데칼코마니 풍경을 찍어내는 부라노의 색채는 바다로 나간 이들이 짙은 안개 속에서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집집마다 알록달록 칠을 한 것이 오늘날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예쁘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곳. 거품이 절반이나 되는 폭신한 카푸치노 한 잔을 들고 본섬으로 돌아가는 배에 오른다. 안녕, 부라노. 안녕, 베네치아.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베네치아의 축복 속에 헤엄치던 나는 어느새 피렌체Firenze 산타마리오 델 피오레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한 마디로 두오모Duomo 꼭대기에 올라 있었다. 두말 할 것 없이 <냉정과 열정 사이>를 곱씹으면서. 찰나에도 시작과 끝은 있다. 조금씩 여행의 끝이 보인다. 동행의 마지막, 종착역은 로마 떼르미니. 악명 높은 떼르미니역 플랫폼에 내리는 순간부터 동행들 사이에 긴장감이 맴돈다. 마지막 여행지니 모두들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추억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게지. 주변을 살피고 짐 가방 단속도 단단히 한다. 이제 로마Rome의 법을 따를 시간이다. 이튿날 아침, 로마의 여인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날름날름 맛있게 먹었던 영화 <로마의 휴일>의 촬영지인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을 시작으로 트레비 분수, 베네치아 광장, 판테온, 나보나 광장까지 세상 모든 길이 통한다는 로마의 중심을 통과한다. 촌스럽게 무슨 동전 던지기를 하냐고 피식 비웃었던 나는 어둔 밤 조명 밝힌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앞에서 슬그머니 동전을 꺼내들었고, 칠칠치 못하게 거리에서 무슨 젤라또를 날름거리냐고 흉봤던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맛있다는 젤라또 가게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로마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테베레강 건너 트라스테베레Trastevere 마을에 이르러서야 느긋한 한때를 보낸다. 중세로부터 이어진,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서민지구라고 했다. 꼭 유명한 집이 아니라도 동네 어귀 작은 카페며 레스토랑 어디엘 들어가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커피와 피자를 맛볼 수 있는 마을이다. 웬만한 부침개보다 훨씬 큰 피자 한 판도 머릿수대로 주문하는 것을, 뜨거운 태양 아래 마시는 와인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들 틈에서 매끄러운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를 훅 들이킨다. 산타 마리아 인 트라스테베레 성당과 노천카페가 테두리를 만들고 있는 광장으로 포근한 햇살이 쏟아진다. 조바심쟁이가 모처럼 너그러워진다. 버스 차창 밖으로 나폴리 항을 곁눈질한 끝에 도착한 폼페이Pompeii에서는 그 폐허 위로 핀 들꽃처럼 가슴 뛰는 생명력을, 아말피 코스트Amalfi Coast를 신나게 달려 도착한 쏘렌토Sorrento에서는 나른해서 더 달콤한 지중해 마을의 여유로움을 삼킨다. 꿈은 아니겠지. 마지막은 아니겠지. 바티칸에서 뜻밖에도 새로이 선출된 교황님의 알현식을 마주하기도 했으니 이번 여행, 정말 제대로다. 떼르미니역에서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Leonardo Express 열차를 타고 도착한 로마 피우미치노공항.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노트북 전원을 켠다. 사진 폴더 안에 새로이 추가된 이미지 파일만 3,000장. 힘들었던 기억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순간순간이 애틋하게만 기억되는 동행. 나는 지금 또다시, 더없이, 여행을 안달하고 있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SJR EUROPE www.sjreurope.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삽자루의 유럽 ‘동행’ 15박 16일 2013년 SJR EUROPE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배낭여행. 파리에서 시작하여 로마에서 끝나는 15박 16일의 여행 프로그램으로 항공권은 개인의 기호와 예산에 맞게 선택, 자연스럽게 동행 일정 전후로 자신만의 여행 일정을 추가할 수 있다. 일정 내내 전문 지식 가이드 출신의 인솔자가 동행하여 주요 도시에서는 무료 가이드 투어를 제공하는 한편 여행자 스스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여행 정보와 노하우는 물론 충분한 자유 일정을 지원한다. 함께하는 낭만과 혼자만의 자유로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동행의 가장 큰 매력. 몽생미셸과 옹플뢰르, 퓌센, 할슈타트, 체스키 등 자유 여행에서는 가기 힘든 유럽의 소도시를 경유하는 것도 동행 상품의 차별화 포인트. 더욱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를 위해 남부지중해 투어, 바티칸 투어 등 다양한 옵션 투어도 마련해 두었다. 유럽 여행이 처음인 여행자 또는 안전과 도시간 이동에 부담을 느끼는 여행자에게 아주 적합한 상품이다.
  •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순례는 안단테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순례는 안단테

    Pilgrimage 길 위를 걷는 자에게 서두름은 독이 될 뿐이다. 순례자임을 표시하는 가리비 하나 달고 마음을 의지할 지팡이 하나 짚고 걸음을 내딛는다. 느릿하게 울리는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步行記. 순례가 범람하는 시대에 길을 나서다 분명한 건 ‘철학’도 유행을 탄다는 점이다. 많이 생산하고 빨리 소비하는 게 절대적 선으로 여겨졌던 세상에 반기를 드는 가치들이 출현하고 있다. 버리고 줄이고 좁히고 늦추겠노라고 선언한 사람들은 웰빙을 부르짖고 로하스, 다운시프트 같은 삶의 방식을 발 빠르게 차용했다. 그에 따라 여행 철학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정복한 나라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공한 해외여행이라고 자부했던 때도 있다. 밤낮없이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하는 여행에서 이제는 되도록 천천히, 느리게 여행하자 한다. 때마침 ‘걷기 여행’은 강력한 트렌드가 되었고 ‘산티아고 순례길’은 맞춤형 소비재가 되어 빠르게 소모돼 갔다. ‘그럴듯한 새로움’을 갈구하는 콘텐츠 시장에서 순례는 구미 당기는 소재였으리. 서점에 넘쳐나는 순례 에세이들, 열흘짜리 순례길 맛보기 여행상품까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민첩한 유행 앞에 순례의 본래 의미나 목적은 사장된 듯했다. 그래서였나. 내 딴에 순례란 단지 시대의 산물에 불과할 뿐이고 유행이 식으면 그 다음 주자에게 자리를 넘겨주어야 할 위태로운 ‘전염’이라 취급했으니. 이제야 심성이 삐딱한 여행자였노라고 인정해야 할 듯하다. 한 해 몇천명의 순례자들이 거쳐 가는 프랑스 남부 미디피레네Midi-Pyrenees 순례길에서 길의 매력에 전염되다 못해 여행 후 강력한 후유증까지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이번 여행기는 기도문이 될 것 같다. 나처럼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에만 있는 줄 알았던 여행자가 있다면 그 오만으로부터 얼른 구원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가리. 말뿐인 순례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나는 ‘순례’를 알지 못했다. 그 길 위를 걷기 전까지 말이다. ▶미디피레네 Midi-Pyrenees 프랑스, 안도라공국, 스페인에 걸쳐 있는 피레네산맥 일부 지역에 위치한 프랑스 남서부 주. 주도인 툴루즈Toulouse는 파리에서 남쪽으로 680km 떨어져 있다. 프랑스에서 만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사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수만 갈래다.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른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고보St.James. 그가 묻힌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방 수도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에 이르는 모든 길은 순례길이다. 야고보를 찾아가는 길에는 축복과 기쁨보다는 성자를 향한 연민과 참회가 가득하다. 성자를 지키지 못한 신도들의 원죄가 깊고도 깊기 때문이리라. 야고보는 예수 사후 이스라엘에서 참수를 당했는데 신도들은 성자의 억울한 죽음을 맞고도 그의 시체조차 찾지 못했다. 유해를 싣고 스페인으로 향하던 배가 난파된 것. 9세기 들어서야 발견된 그의 시체는 그간의 험난한 여정을 증명하듯 노오란색 가리비가 다닥다닥 붙은 채였다고 한다. 뒤늦게 야고보의 묘지 위에 성당을 짓고 증축을 거듭해 산티아고를 조성했다. 그들이 성지를 세우는 것만으로 미안한 감정을 달랬다면 오늘날의 순례길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다. 성직자와 신자들은 단지 그의 묘를 참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가리비를 머리에 달고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성 야고보처럼 길을 나섰다. 아무리 구불구불한들, 제 아무리 험준하다 한들 당신이 걸음을 내딛으면 나만의 참회와 구원이 담긴 길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알고 보면 ‘산티아고 순례길’이 일반인에게까지 유명세를 떨친 건 최근의 일. 파울로 코엘료가 <순례자>를 집필하면서 전세계적인 열풍을 낳은 산티아고 순례길은 제주 올레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올레가 ‘휴식’이라는 이미지와 맞물린다면 산티아고 순례길은 ‘고난’으로 수렴된다. 현재 유럽에는 12갈래의 대표적인 순례길이 있는데 순례자 10명 중 8명은 일부러 프랑스 남부서부터 일정을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는 험준한 길을 택한다. 놀멍쉬멍 걷든 지팡이를 짚고 걷든 ‘걷는다’는 행위는 동양과 서양 어디서든 구도의 길과 이어지나 보다. 고단한 순례자의 안식처 콩크Conques 모든 순례길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로 통칭되는데 프랑스 남부도시 생장 피드 포르에서 출발해 스페인 북부를 횡단하는 루트가 가장 유서 깊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걸은 길은 프랑스 남부 도시 르 퓌Le Puy에서 출발해 미디피레네주의 유명 순례도시를 관통하는 구간의 일부였다. 나를 포함해 미국, 라트비아, 중국, 크로아티아, 캐나다 등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을 이끌 가이드는 러시아계 프랑스인인 엘리나. 말 그대로 다국적 ‘순례단’인 우리는 미팅 포인트였던 툴루즈Toulouse에서 그녀를 보자마자 속사포같이 질문을 쏟아낸다. ‘예순이 넘은 내가 걸을 수 있는 길이냐, 하루에 몇 시간을 걷는 거냐, 너무 힘들면 도중에 포기해도 되냐’라는 질문에 엘리나는 빙긋 웃으면서 답했다. “마음을 먹은 성직자들은 이 길을 무릎으로 기어 올라간답니다.” 차분한 한마디였지만 ‘엄살떨지 마시오’라는 엄포가 분명했다. 동행인이 있어도 또 가이드가 붙는다 해도 긴장되는 초행길이었다. 사람들의 경직된 표정을 읽었는지 엘리나는 이 길을 가는 데 있어 꼭 경건한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일러준다. 단지 마주치게 될 프랑스의 대자연, 봄과 여름 사이를 가르는 바람, 작은 마을들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즐기라 했다. ‘순례’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에 짓눌렸는데 어느덧 경직된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린 건 헤픈 성격보다는 ‘끝내줬던’ 날씨에 책임이 있으리. 미디피레네를 횡단하는 갸론Garon강에서 첫 번째 목적지 콩크Conques까지 3시간 가량 차로 이동하는 동안 첩첩산중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건 바로 건축자재였다. 주변에 암석으로 된 산이 없는 탓에 갸론강에서 길어 올린 붉은 모래를 이용해 벽돌을 구워 건물을 올리고 길을 닦은 툴루즈와는 달리 암회색 집들이 눈에 띈다. 언덕 위 석회석을 이용해 튼튼히 쌓아올린 건물이 모여 있는 작은 마을 앞에 일행을 태운 차가 멈췄다. 콩크는 불어로 조개를 뜻하는데 마을 전체가 조개껍데기를 엎어놓은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 겨우내 잠잠했던 콩크는 4월 부활절과 함께 모여드는 순례자들로 다시금 활기를 찾는다. 중세 순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산티아고를 찾아가는 길목길목에는 순례자를 위한 마을이 조성됐고 콩크도 그 마을 중 하나다. 각 순례 도시는 종교적인 기능과 생활적인 기능 모두를 담당했다. 전망이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교회나 수도원이 들어서 있다. 매일 평균 8시간 동안 길을 걷는 순례자가 안락한 밤을 지새울 수 있도록 숙박업소가 등장했고 그들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이 갖춰졌다. 90가구가 전부인 이 작은 마을에 한 해 3만명의 순례자들이 모여든다. 기사들도 말 위에서 내려와 걸어야 했을 만큼 좁은 골목길, 손으로 일일이 쪼개 얹은 기왓장은 천년 동안 고단한 순례자를 반겨 왔다. 느린 걸음으로 한 시간이면 돌아보는 마을이지만 세계 각국에서 출발한 순례자에게 콩크는 없는 것 빼고 다 갖춘 마을일 거다. 작디작은 마을에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켜켜이 앉은 시간이 스쳐갔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 12사도 중 한 사람인 성 야고보의 순교지라는 게 정설. 산티아고는 야고보의 스페인식 발음이며 콤포스텔라는 ‘별의 들판’이라는 뜻의 라틴어campus stellae에서 유래했다. 예루살렘·로마에 이은 유럽 3대 순례지의 하나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을 비롯해 성당·교회·대학 등 중세의 건물이 남아있어 번영했던 때를 보여준다. 척박한 땅에서 드리는 기도 로카마도르 Rocamadour 순백의 도시가 언덕 끄트머리에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계령 뺨을 칠 정도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거슬러 올라가고 나니 로카마도르Rocamadour가 드라마틱하게 등장했다.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잠깐 머뭄의 시간을 갖는 데 일행 모두가 동의했다. 마을 입구를 2km 앞두고 멀찌감치 떨어져 하염없이 마을을 바라본다. 오체투지로 순례길에 나선 성직자들은 물론이고 순례로서 죗값을 치르던 이들까지 바로 이 자리에 서서 마을을 굽어보고 한시름 놓았을 게 틀림없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덕에 자꾸 발걸음이 늦춰진다. 이 마을은 석회질이 다량 포함된 토질 덕분인지 유난히 흰 빛을 뽐낸다. 석회바위산 꼭대기에 이 같은 마을을 만들려면 평지보다 몇 배 노동력이 투입됐을 텐데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입지였다. 듣자하니 이 ‘석회’가 바로 순례마을의 비밀을 푸는 열쇠였다. 6만년 전 이 일대가 바다 밑에서 융기하며 바다생물이 퇴적된 땅이 드러났다. 토양의 주성분은 석회석과 같은 탄산칼슘. 하지만 물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토질 탓에 나무를 심어도 과실이 나지 않고 곡식을 심어도 추수할 수 없는 척박한 땅이 돼 버렸다. 성직자들은 아무도 살지 않는 땅, 조용히 명상할 수 있는 이곳에 주목했다. 12세기부터 도시를 일궈 한때는 8,000명 가까이 머무는 ‘기도하는 마을’을 만든 것이다. 지금은 800명 규모로 축소됐지만 한 해 방문객만 100만명에 이르는 관광지다. 가장 유명한 순례마을 중 하나였던 로카마도르는 악명 높은 곳이기도 했다. 삶이 고단한 자들은 유복한 내세를 보장받기 위해, 범죄자들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 어떤 이들은 기적을 간구하기 위해 마을의 맨 꼭대기 성당을 찾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찾는 구원을 얻고자 필시 223개의 계단을 오르는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어떤 성직자는 구불구불한 14개의 고갯길을 택해 무릎으로 오르기도 했다. 모든 고통을 감내할 수 있었던 건 성당 내 위치한 ‘검은 성모상’을 알현하기 위함이었다. 106년 기적을 행했다는 검은 성모상은 시간이 흐르며 자연적으로 검게 변했다고 하는데 프랑스 내 많은 검은 성모가 있지만 로카마도르 것을 제외하고는 일부러 페인트를 칠한 것도 많다 한다. 가끔 아무도 치지 않는 종이 울리는 건 이 성모의 힘이라고 로카마도르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두런두런 얽힌 로카마도르 이야기를 들으며 223개의 계단을 올랐다. 로카마도르 터가 머언 옛날 바다 아래 잠겼던 땅임을 증명하듯 계단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화석이 박혀 있다. 아름다운 길이지만 시간이 흘렀어도 악명은 여전했다. 최영미 시인은 아침마다 내뱉는 마른 기침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하는데 나 역시 고통으로 생이 자각되긴 마찬가지였으니. 건조한 모래바람이 호흡기를 훅 틀어막고 심장은 튀어나올 듯 펌프질을 해댔다. 온몸의 기관들이 벌떡 잠에서 깼을 무렵에야 검은 성모의 성당 앞에 겨우 발을 디뎠다. 언덕 꼭대기에는 대성당 외에도 자연 동굴을 활용해 만든 예배당이 있었는데 건조한 기후 탓인지 외벽에는 13세기에 그려진 벽화가 그대로 남아있다. 럭비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미디피레네 사람들을 위한 럭비의 신 예배당도 갖추고 있다. 엄숙하게만 보인 순례 마을의 귀여운 재치라고나 할까. 다시 떠나는 길 오슈Auch 마지막 행선지 오슈Auch에 도착하기 전 프랑스에서 가장 작은 마을이라 알려진 라르상글Larressingle에 들렀다. 목적은 라르상글에 있는 교회에서 순례자들에게 찍어 주는 도장을 받기 위해서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각 순례 마을은 이들 여권에 방문자임을 증명해 주는 도장을 찍어 준다. 그러나 한때 주교가 거주할 정도로 큰 마을이었던 라르상글에는 을씨년스런 바람이 불었다. 교회 역시 군데군데 파손된 흔적이 역력했고 벽에는 커다란 엑스 표시가 낙인처럼 찍혀 있었다. 엑스 표시는 ‘팔렸음’을 뜻하는 표식이란다. 20세기 병적으로 ‘프랑스’적인 것에 탐닉한 미국인들은 오벨리스크를 유럽으로 옮긴 로마인처럼 프랑스의 와인이나 예술품뿐만 아니라 건물을 통째로 뜯어 부지런히 신대륙으로 날랐다. 혁명정부 이후 나폴레옹 제정이 들어서면서 교회는 더 이상 경배의 대상이 아니었다. 군자금을 충당하려는 약탈자들이 전국의 교회로 몰려들면서 온전히 제 모습을 보존하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 당시 프랑스인에게 교회를 뜯어 파는 일은 아무런 죄책감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왠지 교회 내부에 바깥보다 더 추운 공기가 도는 것 같다. 별 기대 없이 여권을 대고 한 켠에 마련된 도장을 꾸욱 눌러 보는데 선명한 글씨가 찍혀 나온다. 한동안 이용하지 않았다면 잉크가 말랐을 게 분명하지만 도장은 아직 촉촉했다. 분명 바로 얼마 전 순례자가 이곳을 지나갔다는 뜻이기도 했다. 반가운 마음에 길을 재촉했다. 순례자의 행선지가 우리와 같다면 길 위에 마주칠 것이다. 한걸음에 달려 오솔길 위를 걷고 있는 두 명의 사내를 발견했다. 우리는 같은 길을 걷는 길 위의 동지였으므로 안면몰수하고 둘을 잡아 세웠다. 순례에 나선 지 한 달이 넘었다는 미국인 칼과 브라이언트는 40년지기 친구사이. 군에서 제대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먼저 걸었던 칼이 브라이언트를 끈질기게 설득해 성사된 여행이라고 한다. “부인과 자녀 모두 미쳤다고 했지만 친구 녀석 믿고 한번 와보기로 했지.” 결국 브라이언트는 ‘해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보스에게 장기 휴가를 얻는 데 성공해 길에 나섰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가장 오래된 도장을 찍었다는 그는 여정이 빼곡히 담긴 여권을 자랑한다. 남이 보지 않을 땐 꼭 붙어 걷던 두 사람에게 어깨동무를 요청하니 쑥스럽다며 발을 뺀다. 나머지 여정도 건강하게 마무리짓길 바라며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우리대로 오슈에 다달았다. 오슈라는 도시명은 아우구스투스에서 유래했는데 이곳은 중세 유명한 종교도시였다. 도시 어디에서나 고딕양식의 오슈대성당Auch Cathedral이 시선에 걸린다. 성당 내부는 26m 높이로 프랑스에서 가장 큰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해마다 5월이면 오르간축제가 펼쳐지고 6월부터 8월까지 매주 일요일에는 무료 콘서트가 열린다. 가장 좋은 것, 귀한 것을 집약해 천국에서의 행복한 나날을 암시하고자 했던 의도대로 교회 내부는 화려했다. 믿음을 확인한 순례자는 교회를 빙 한 바퀴 돌아보고 다시 길을 나서야 하는 동력을 얻는다. 오늘날 프랑스의 순례 마을과 관련 건물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 많은데 단지 시간이 오래 되어서라거나 보존이 잘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차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믿음의 힘만으로 수천명의 사람들이 같은 길을 걸었던 장면은 그 당시에도 장관이었을 테니. 반면 기독교가 쇠락하고 신보다 인간이 앞서던 시대가 도래하고 또 부르주아 혁명이 일어나면서 순례길이 쇠퇴해 갔다는 점도 유럽인의 역사가 이 길 위에 오롯이 반영되는 것 같다. 다시 성찰의 기회를 물색하던 현대인에게 조용히 길을 내준 사람들 덕분에 순례마을은 박제된 박물관이 아닌 삶과 역사의 교차점에 서 있다. 그리고 내 삶의 좌표는 그 어디쯤엔가 찍혀 있다. 글·사진 양보라 기자 취재협조 프랑스관광청 kr.rendezvousenfrance.com 02-776-9142 ▶travie info 어디서 출발하면 좋을까 출발점을 선택하는 건 순례자의 몫이다. 프랑스길Camino Frances을 걷는다면 파리, 르퓌Le Puy, 아를Arle, 생장St. Jean Pied de Port이 관문지다. 특히 생장에서 산티아고까지 800km에 이르는 코스에 70%의 순례자가 모인다고 한다. 미디피레네 코스를 걷고 싶다면 주도 툴루즈Toulous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무엇을 준비할까 가리비와 나무 지팡이를 든 순례자의 초라한 행색도 시간이 흐르며 변모됐다. 기본적인 아웃도어 트레킹 물품을 준비하자. 편한 신발, 스틱, 수통 등을 챙기자. 빗물로 인해 무릎 아래 부분이나 등산화가 젖는 것을 방지하는 스패츠도 유용하다. 유럽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하려면 우비는 필수다. 어디서 먹고 씻고 잘까 일단 먹는 것은 알아서. 순례자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에서 조리도 가능하다. 알베르게는 도미토리 형식의 유스호스텔이라 보면 되는데 순례길 전역에 분포해 있다. 위생상태는 천차만별. 때로는 침대 진드기에 역습을 당할 수도 있다. 다음 순례자를 위해 한 곳에 오래 머물 수 없다. 다만 몸이 아픈 경우는 예외다.
  • 퀸즈랜드 Wildlife Encounter

    퀸즈랜드 Wildlife Encounter

    QUEENSLAND Wildlife Encounter 반짝이는 해변이자 자연과 문명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꿈의 휴양지, 골드코스트. 골드코스트는 오직 해변이며 휴양지라는 여행자의 편견을 잠시 내려 놓으면 퀸즐랜드를 너머 호주를 대표하는 골드코스트의 자연이 보인다. 자연이 선물하는 예기치 않은 만남이 있기에 더욱 아름다운 골드코스트로 떠난다. ●Zoo 바람직하고 착하게 Q1빌딩의 스카이포인트에 오르면 서퍼스 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에서 힌터랜드Hinterland까지 골드코스트의 구석구석이 눈에 들어온다. 스카이포인트의 풍경은 속삭인다. 내기하듯 내달려 끝내 수평선에서 마주한 바다와 하늘은 물론 강을 감싸고 푸르게 피어난 숲 모두가 골드코스트의 한 부분이라고. 솔직히 말해 내게 골드코스트는 서퍼스 파라다이스였다. 서퍼스 파라다이스는 말 그대로 서퍼스 파라다이스였다. 해변을 수놓은 마천루 아래 강렬한 태양과 높은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은 이미 서퍼스 파라다이스라는 ‘이름’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골드코스트가 사방으로 펼쳐지는 스카이포인트의 230m 상공에 오르면 ‘골드코스트는 서퍼스 파라다이스’라는 공식이 애초에 틀렸음을 알게 된다. 골드코스트에는 서퍼스 파라다이스만이 아니라 수많은 지역이 존재하니 말이다. 지역적으로 분류하자면 서퍼스 파라다이스는 중부 골드코스트에 해당한다. 골드코스트의 중심인 이곳에서 남과 북으로, 또는 내륙의 힌터랜드 방면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고층 빌딩은 자취를 감춘다.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남쪽으로 불과 17km 거리에 자리한 ‘커럼빈 야생동물 공원’도 그런 곳이다. 마치 원래부터 존재했던 자연의 일부인 양 공원은 숲 속에 파묻혀 있다. 커럼빈 야생동물 공원은 유칼리나무와 열대우림이 감싸안고 있다. 숲은 애초에 자생했지만 지금은 사람의 손을 빌어 푸르게 유지된다. 기업의 후원으로 심은 가녀린 나무는 몇 년이면 제법 모양새를 갖추고 코알라의 먹이가 되거나 안식처가 된다. 커럼빈에서 후원은 이처럼 중요하다. 입장료 등의 수익과 더불어 개인과 기업의 후원은 모두 동물을 위해 쓰인다. 커럼빈이 자랑하는 야생동물 병원만 봐도 알 수 있다. 최첨단 장비도 한몫을 하지만 병원은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무리 없이 돌아간다. 작은 도움들이 모여 벌써 7,000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이 치료를 받고 새 생명을 얻었다. ‘동물의 보호와 번식, 연구를 꾀하고 일반인에게는 관람을 통하여 동물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동물에 대한 애호 정신을 기른다.’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이 만든 커럼빈 야생동물 공원은 ‘사전적인’ 동물원의 의미를 바람직하고 착하게 실천하고 있다. 어차피 동물원에서 살아야 할 운명이라면 동물들도 커럼빈과 같은 곳을 희망하지 않을까 싶다.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편견이 동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은 다반사다. 커럼빈의 오스트레일리아나 쇼Australiana Show. 큰 구렁이와 발이 달린 특이한 호주 뱀이 등장했다. 다소 징그러운 겉보기와는 달리 순한 파충류 아이들이다. 공연에서는 뱀 등 파충류가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한다. 지레 겁을 먹은 사람들이 그들을 죽이고 본다니 커럼빈에서 외치는 “제발 내버려 둬Leave it alone!”는 쇼가 아니라 동물들의 생존 문제다. 1년에 평균 4명. 상어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의 수다. 한번에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재난 영화 속의 상어와 실제 상어는 다르다. 약육강식의 논리에 맞게 상어는 자신보다 약한 물개나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 사람은 고사하고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 건강한 물고기조차 절대 상어의 밥이 되지 않는다. 하여 씨월드 상어만Shark Bay에서는 작은 물고기와 커다란 상어들이 유유히 함께 노닌다. 요리조리 빠르게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는 절대 상어 밥이 될 수 없기에 상어 밥은 다이버들이 따로 챙긴다고 한다. 커럼빈 야생동물 공원의 바람직하고 착한 기운이 해양 테마파크인 씨월드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다. 씨월드에서는 펭귄, 북극곰, 상어, 돌고래 등과의 만남을 기뻐하는 작은 행동 하나도 해양 동식물을 보호하고 아끼는 태도의 바탕이 된다고 믿는다. 비영리 단체인 씨월드 연구구조재단을 후원하며 해양 생물 구조와 해양 환경 보존에 힘쓰는 까닭도 다름 아니다. ▶travie info 스카이포인트Skypoint 서퍼스 파라다이스의 Q1빌딩 77층에 자리한 전망대다. Q1은 거주 빌딩으로는 세계에서 5번째 높이인 322.5m.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면 42.7초 만에 230m 높이의 전망대에 닿는다. 전망대 유리창 너머로는 360도로 펼쳐지는 골드코스트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 내에 카페와 레스토랑이 자리하며, 스카이포인트 등반 등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다. 주소 Level 77, Q1 Building, 3/3003 Surfers Paradise Boulevard, Surfers Paradise 관람시간 일~목요일 오전 7시30분~오후 8시30분, 금~토요일 오전 7시30분~밤 11시30분 문의 07-5582-2700 www.skypoint.com.au 커럼빈 야생동물 공원Currumbin Wildlife Sanctuary 27ha의 숲 속에 자리한 야생동물 공원으로 캥거루, 코알라, 악어 등 호주의 야생동물을 가까이에서 보거나 만질 수 있다. 오전 8시부터 야생 잉꼬새 먹이 주기, 캥거루 먹이 주기, 맹금류 공연, 오스트레일라나 쇼, 원주민 공연 등이 이어진다. 주소 28 Tomewin Street, Currumbin 관람시간 오전 8시~오후 5시 문의 07-5534-0803 www.cws.org.au 씨월드Sea World 호주 최고의 해양 테마파크다. 펭귄, 북극곰, 상어 등 다양한 해양 동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매진 돌고래 공연이 유명하다. 공원 내에 씨월드 리조트를 비롯해 워터파크 시설을 갖추고 있다. 주소 Seaworld Drive, The Spit, Gold Coast 관람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 문의 07-5588-2222 www.myfun.com.au ●Sea 자연의 모습 그대로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6km. 메인 비치의 마리나 미라지에서 보트를 타고 점핀핀 바Jumpinpin Bar로 간다. 바닷길의 규정 속도를 준수하며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달리는 보트는 소버린 섬Sovereign Island을 지나 사우스 스트래드브로크 섬South Stradbroke Island의 최상단으로 향한다. 보트나 제트 스키를 이용하지 않고는 접근이 어려운 점핀핀 바는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는 물 반, 고기 반의 낚시 포인트다. 물고기 낚시에는 새를 따를 수 없는 법. 누가 먼저 자리를 차지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점핀핀에서는 펠리컨과 사람이 함께 낚시를 즐긴다. 북부 골드코스트에 해당하는 이곳에는 섬과 섬이 어지러이 널려 있다. 섬으로의 접근은 육지보다 수월하지 않은 덕분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남았다. 맹그로브숲은 조금씩 천천히 물을 정화하고 그 물에는 다양한 어종의 물고기와 더불어 거북이와 돌고래가 산다. 썰물 때 거북이와 돌고래를 보는 일은 참 쉽다. 바로 옆에서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만 기대하지 않는다면 동물원에서 거북이와 돌고래를 보는 것만큼 쉽다. 섬에 보금자리를 튼 독수리와 물수리가 바다 위를 비행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눈이 아닌 몸으로 섬을 즐기려면 보트에서 내려야 한다. 사우스 스트래드브로크 섬에는 맥라렌 랜딩 리조트McLaren’s Landing Resort 등 몇 군데의 랜딩 포인트가 자리했다. 리조트에는 다이버들과 투어 여행자들을 위한 레스토랑과 제트스키, 카약, 세그웨이, 농구 등 액티비티 시설이 마련돼 있다. 사우스 스트래드브로크 섬을 구석구석 돌아보려면 4WD 아일랜드 에코 투어가 제격이다. 사륜구동 지프를 타고 섬 반대쪽 해변으로 가는 투어로 샌드 보딩이 포함된다. 차는 뱅크셔 나무와 고사리가 우거진 숲 사이 모랫길을 달린다. 불쑥불쑥 나타나는 왈라비 덕분에 몇 번은 차를 세우게 되는 길이다. 반대쪽 해변에는 곱고 흰 모래사장을 지닌 22km의 해변이 펼쳐진다. 섬의 시작과 끝이 시야에 담기지 않는 해변은 광활한 태평양이 껴안았다. 저 멀리 서퍼스 파라다이스의 마천루도 한눈에 들어온다. ▶travie info 에코 익스트림Eco Extreme 스피드와 쾌적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에코1 보트를 타고 인근 바다와 섬의 생태를 관찰하는 투어다. 마리나 미라지에서 출발한 보트는 사우스 스트래드브로크 섬의 최상단에 자리한 점핀핀 바까지 간다. 사우스 스트래드브로크 섬의 맥라렌 랜딩 리조트에 내려서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주소 Mariners Cove(D-Arm), Seaworld Drive, Main Beach 문의 0447-620-271 www.ecoextreme.com.au ●Forest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는 메인 비치, 서퍼스 파라다이스, 브로드 비치, 커럼빈 등…. 골드코스트의 해변은 이름을 달리하며 남과 북으로 이어진다. 이 길을 오가다 보면 마치 골드코스트가 해안 도시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내륙으로 가는 서쪽 길로 접어들면 이러한 사실은 금세 잊힌다. 이 산 너머에 진정 바다가 있었던가!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서쪽으로 35km를 달리면 노스 탬보린North Tamborine이다. 차로 불과 30분 거리에 자리한 산 동네는 바닷가 동네보다 6~7도 정도 기온이 낮다. 사람들은 전망 좋은 산 위에 집을 짓고 레스토랑, 카페, 와이너리, 브루어리, 갤러리, 웨딩 가든 등을 차려 놓았다. 이들이 모여 있는 노스 탬보린의 갤러리 워크Gallery Walk에는 바닷가와는 또 다른 정취의 골드코스트가 존재한다. 오렐리 산장으로 가려면 탬보린 마운틴을 지나 서쪽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차로 곧장 달려 1시간 30분 거리라지만 탬보린 마운틴의 갤러리 워크에서 이미 1시간을 써 버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노스 탬보린에서 탬보린 마운틴 로드를 따라 내려와 자리한 카눈그라Canungra의 길 위에서 여행자들은 또 시간을 보낸다. 산그늘 아래 녹색 평원을 펼쳐 놓은 개인 목장과 와이너리는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딱 필요한 만큼의 시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카눈그라 타운의 풍경도 아늑하다. 이제 래밍턴 국립공원까지는 35km가 남았다. 오렐리 산장이 가까워질수록 초원은 사라진다. 숲 속에 난 외길은 하늘을 뒤덮은 열대우림으로 어둠에 휩싸였다. 래밍턴 국립공원 그린 마운틴 구역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10분을 더 달리면 오렐리 산장. 탬보린 마운틴을 지나 래밍턴 국립공원의 오렐리 산장으로 가려면 공식적으로는 1시간 30분, 실제로는 4시간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래밍턴 국립공원Lamington National Park은 호주에서 가장 큰 열대우림이다.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된 숲길만 160km에 이른다니 그 규모는 감히 상상조차 힘들다. 거대한 숲은 500여 개의 폭포를 품었으며, 200여 종에 이르는 새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오렐리 가족들은 이 열대우림을 개발해 산장을 짓고 손님을 맞았다. 1926년부터 시작했으니 90년이 다 돼 가는 일이다. 수영장과 스파 등의 부대시설이 마련돼 있지만 오렐리를 찾는 이들은 숲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 숲은 낮이 다르고 또 밤이 달라 하루를 묵어 가며 낮과 밤을 모두 만끽해야 속살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하루보다는 이틀, 이틀보다는 사흘이 낫다. 글렌Glen Threlfo이 오렐리에서 32년간 가이드를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는 숲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렐리의 하루는 하여 조금 일찍 시작된다. 산안개가 희미하게 솟아오르는 오전 6시45분, 오렐리 산장 인근 숲으로 ‘버드 워크Early Morning Bird Walk’를 떠난다.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은 새 모이를 손에 쥐고 숲으로 향한다. 새의 지저귐을 쫓아 옮기는 발걸음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버드 워크는 조류 전문가인 마크 컬튼Mark Culleton이 이끈다. 새의 습성을 잘 아는 그를 따르면 4~5종의 새는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낮 시간의 그는 ‘야생동물과의 만남Wildlife Encounter’이라는 프로그램 또한 진행한다. 올빼미, 포섬, 점박이 퀄 등 퀸즐랜드의 야생동물을 직접 보고 배우며 이해의 폭을 넓힌다. 오렐리의 자랑인 ‘트리 톱 워크Tree Top Walk’도 반드시 걸어 봐야 한다. 1986년에 세계 최초로 트리 톱 워크를 만든 이래 남미, 북미 열대우림 트리 톱 워크의 모델이 됐다. 오렐리의 트리 톱 워크는 9개의 출렁다리가 열대우림 한가운데를 연결한다. 두 층으로 이뤄진 나무 꼭대기 전망대는 사다리로 오를 수 있는데, 상층 전망대의 높이는 무려 30m에 이른다. 직각에 가까운 사다리를 기어올라야 하니 나무 꼭대기에서 열대우림을 굽어보는 기회는 강심장을 지닌 이들만의 특권이라 하겠다. 어둠이 내린 숲은 또 다른 풍경을 펼쳐 놓기에 오렐리의 하루 또한 조금 늦게 끝난다. 어둠을 뚫고 10분가량을 달린 사륜구동 버스가 인근 숲으로 향한다. 버스가 멈춰 선 숲 입구 풀밭에는 패디 멜론Paddy Melon 무리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가까이 다가서면 숲 속으로 몸을 숨기는, 야생의 패디 멜론이다. 작은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숲 속으로 들어간다. 어둠은 나를 삼키고 발자국 소리만을 남긴다. 그렇게 내가 사라진 숲에서 나는 자연의 일부가, 한낱 소리가 된다. 숲의 어둠은 좀체 적응이 안 된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이 어둠 속에서 작은 벌레가 내는 빛은 인공의 조명보다 밝다. 개똥벌레가 점점이 박힌 까만 절벽은 별이 내려앉은 밤하늘, 숲이 이룬 작은 우주다. 이 작은 우주에는 새 생명이 자라난다. 절벽 바위 틈, 다이아몬드 목걸이마냥 알알이 열린 개똥벌레의 유충은 1년 후면 숲의 우주를 빛내는 별이 될 테다.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취재협조 퀸즐랜드관광청 www.queensland.or.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info 오렐리O’Reillys 오렐리의 숲을 제대로 즐기려면 오렐리 산장에서 하루 이상 묵어가는 게 좋다. 오렐리의 로고로 사용되는 리젠트 바우어새의 이름을 딴 48개의 바우어 산장이 숲 속에 자리했다. 오렐리의 산장은 일반적으로 욕실이 딸린 2~3개의 룸과 거실, 완벽한 주방 시설을 갖춘 부엌, 바비큐 시설과 테이블이 있는 발코니로 구성된다. 붙박이 세탁기까지 꼼꼼하게 갖춰 놓았으니 시설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 주소 Lamington National Park Road, Canungra, Beaudesert 문의 07-5544-0644 www.oreillys.com.au 오렐리 와이너리O’Reilly’s Canungra Valley Vineyards 골드코스트 힌터랜드의 카눈그라 밸리에 자리한 와이너리로 오렐리 산장과 더불어 즐기기에 좋다. 직접 생산한 와인을 구입하거나 테이스팅할 수 있다. 와인 테이스팅은 오후 4시30분까지 가능하며 비용은 3달러. 5가지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주소 Lamington National Park Road, Canungra Valley 문의 07-5543-4011 www.oreillys.com.au ▶travel info Queensland [Restaurant] ●골드코스트 오메로스 브로스Omeros Bros 메인 비치의 마리나 미라지에 자리한 해산물 레스토랑. 다수의 기관과 매체에서 베스트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항구를 조망할 수 있는 실외와 정갈하게 꾸민 실내에 좌석이 마련돼 있다. 마리나 미라지 내에 자리한 글래스 다이닝 & 라운지 바와 맥스 브레너 초콜릿 바도 인기다. 주소 Marina Mirage, Seaworld Drive, Main Beach 문의 07-5591-7222 www.omerosbros.com 바자 레스토랑Bazaar Restaurant QT 골드코스트 호텔에 자리한 뷔페 레스토랑이다. 오픈된 주방에서 어떤 재료를 사용해 어떤 요리가 탄생하는지 눈으로 보고 즐길 수 있다. 신선한 해산물 요리부터 아시안 요리, 즉석 딤섬 요리 등 메뉴도 풍성해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킨다. 20여 가지에 이르는 디저트 메뉴 역시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주소 QT Gold Coast Hotel, Cnr Gold Coast Highway & Staghorn Ave, Surfers Paradise 문의 07-5584-1200 www.qtgoldcoast.com.au 갤러리 카페The Gallery Cafe 노스 탬보린의 갤러리 워크에 자리한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나무로 마감한 깔끔한 실내와 탬보린 마운틴의 정취가 살아 있는 야외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진하게 로스팅한 롱블랙과 직접 구운 폭신폭신한 스콘이 아주 잘 어울린다. 주소 112 Long Road, Eagle Heights 문의 07-5545-2222 치앙마이 타이 레스토랑Chiangmai Thai Restaurant 크라운 타워 리조트 안에 자리한 태국 요리 전문점. 식사 시간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몰려든다. 때문에 실내는 다소 소란스러운 편. 중국 스타일이 가미된 요리는 태국 전통의 맛과는 거리가 있지만 골드코스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태국 레스토랑임에는 틀림없다. 주소 5-19 Palm Avenue, Surfers Paradise 문의 07-5526-8859 ●브리즈번 조지스 파라곤George’s Paragon 브리즈번 강을 조망하며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 바닷가재, 새우, 게, 오징어, 굴 등 해산물과 디저트용 과일을 한 접시에 선보이는 ‘씨푸드 플래터Seafood Platter’가 추천 메뉴다. 양이 어마어마해 2~3명 즐기기에 충분하다. 점심시간이나 이른 저녁에 찾으면 반값으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주소 Level 1, Eagle Street Pier, Eagle Street, Brisbane 문의 07-3211-8111 www.georgesparagon.com 젤리피시Jellyfish 스토리 브리지Story Bridge가 내려다보이는 브리즈번 강 워터프론트에 자리한 레스토랑이다. 생선 요리가 주 메뉴로 재료에 따라 구이, 튀김, 조림 등으로 조리법을 달리한다. 식사 시간에는 늘 붐비는 편. 예약을 하고 찾는 게 좋으며, 요리가 나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주소 Boardwalk Level, Riverside Centre, 123 Eagle Street, Brisbane 문의 07-3220-2202 www.jellyfishrestaurant.com.au [Hotel] ●골드코스트 서퍼스 파라다이스 메리어트Surfers Paradise Marriott 골드코스트에서도 유일하게 해수 라군을 갖춘 리조트. 호텔 내 해수 라군에서 스노클링을 즐기며 형형색색의 열대어를 관찰할 수 있으며, 오전 9시30분에는 열대어 먹이 주기 시간도 마련된다. 해수 라군 주변에는 일반 수영장이 하나 더 자리했다. 리조트 건물은 28층 높이로 총 객실 수는 329개다. 일부 객실 발코니에서는 서퍼스 파라다이스, 네랑 강, 호텔 해수 라군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주소 158 Ferny Avenue, Surfers Paradise 문의 07-5592-9800 www.surfersparadisemarriott.com.au ●브리즈번 브리즈번 트레이더스 호텔Brisbane Traders Hotel 장거리 버스와 기차, 시내버스, 시티 트레인 등이 정차하는 브리즈번 트랜짓 센터와 인접한 호텔이다. 걸어서 10분 이내에 브리즈번 CBD, 퀸스트리트 몰 등이 자리해 편리하다. 브리즈번 공항과는 15km 거리다. 5개 타입의 191개의 객실을 선보이는데 대부분이 디럭스 타입이다. 객실은 비교적 넓은 편에 속한다. 주소 159 Roma Street, Brisbane 문의 3238-222 www.shangri-la.com/kr/brisbane/traders ▶travie info 항공 대한항공에서 인천-브리즈번 직항편을 주 4회 운항한다. 인천에서는 월, 수, 금, 토요일 오후 8시5분, 브리즈번에서는 화, 목, 토, 일요일 오전 8시25분에 출발한다. 브리즈번에서 골드코스트까지는 차로 1시간가량 걸린다. 시차 한국보다 1시간 빠르다. 날씨 태양의 주州로 불리기도 하는 퀸즐랜드답게 연중 300일 이상 맑은 날이 지속되며 온난한 기후를 유지한다. 골드코스트의 6~8월 겨울 기온은 섭씨 11~21도 정도다. 전압 240/250V, 50HZ. 한국의 전기 제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3핀 코드라 어댑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와이파이·데이터 일부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무료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하다. 데이터를 구입하면 장소에 관계없이 스마트폰 3G 사용이 가능하다. 15일간 무제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 30달러. 국제전화 250분과 500MB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상품도 30달러다. 한국은 국제전화 가능 국가에 포함되지만 실제 연결이 잘 안 된다. 대신 호주 내에서 전화를 사용할 일이 많다면 전화와 데이터가 결합된 상품이 낫다. 공항이나 핸드폰 대리점에서 구입 가능하며 심 카드를 교체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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