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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여행 | Healing Alberta 알버타②Banff 한 달쯤 살고 싶은 동네, 밴프

    해외여행 | Healing Alberta 알버타②Banff 한 달쯤 살고 싶은 동네, 밴프

    ●Banff 한 달쯤 살고 싶은 동네, 밴프 시차 탓인지 새벽 5시도 안 돼 잠에서 깼다. 동이 틀 때까지 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른 새벽의 밴프 타운과 로키를 보고 싶었다. 아침 7시, 어둠이 걷히자마자 동네 산책을 나선다. 어제 스키를 타다 탈이 난 다리를 어기적어기적 끌고 가듯 걸으면서도 설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찼다.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진다. 밴프는 언젠가 한 달쯤 살아 보고 싶은 동네다. 해발 1,583m의 밴프 타운은 로키의 동쪽 비탈면에 위치한다. 대륙횡단철도 건설에 참여한 인부 세 명이 우연히 밴프 인근의 설퍼산Sulphur Mountain에서 온천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밴프는 1885년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대자연 원시림의 장엄한 풍광을 가진 밴프국립공원은 로키의 심장이다. 시간이 없어 미처 가보지 못했지만 밴프 스타벅스에서는 커다란 흑곰을 볼 수 있고, 머그컵You Are Here Collection에는 그리즐리곰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스타벅스다. 세계적인 관광지 로키산맥 여행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곳이라 북적북적한 분위기와 세계적인 브랜드 호텔 등을 떠올리겠지만 밴프 타운은 아주 소박하다. 흔하기 짝이 없는 브랜드 호텔 하나 없다. 메인 도로에서 부러 한 블록을 벗어나 걸었다. 관광지가 아닌 로컬의 일상적 모습을 보고 싶었다. 언뜻언뜻 보이는 로키산의 모습이 아니라면 여느 캐나다의 작은 타운과 다를 게 없다. 조용하고 평화롭다. 걷다 보니 밴프 기차역이 나왔다. 1885년 완공된 대륙횡단철도 구간의 한 기차역이다. 철로 끝에 로키산이 눈부시게 하얗다. 외국인 여행자들이 밴프와 인근의 레이크 루이스 국립공원을 방문하기 시작한 지 어느 새 백년이 훌쩍 더 지났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밴프와 레이크 루이스의 명성은 전혀 퇴색하지 않고 오히려 더해만 간다. 여름철에 밴프에서 방을 구한다는 건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다. 로키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와 알버타주 경계에 위치한다. 만년설이 쌓여 있는 로키의 준봉들은 가슴이 서늘해질 만큼 아름답다. 간단히 말하면 로키는 돌산이다. 로키의 90%는 퇴적암이다. 의문이 든다. 로키에서 자라는 수많은 나무들은 뭔가? 놀랍게도 바위를 뚫고 자라는 나무들이다.북미대륙의 줄기라 할 수 있는 캐네디언 로키의 길이는 1,500km, 너비는 80km에 달한다. 대자연의 파노라마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호수와 빙하, 폭포를 만날 수 있는 캐네디언 로키 안에는 4개의 국립공원과 3개의 주립공원이 있다. 천여 마리의 그리즐리곰과 흑곰이 산다고 알려져 있다. 로키 여행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로키를 따라 남에서 북으로, 또는 북에서 남으로 이동한다. 캘거리에서 서쪽으로 100km, 1시간 30분 거리에 자리한 밴프국립공원은 로키 최고의 관광지다. 면적은 6,600km2, 우리나라 충청남북도를 합친 것보다 조금 작다. 1985년 유네스코는 밴프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 큰 산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아웃도어 액티비티의 파라다이스가 밴프다. 여름철에는 1,500km에 달하는 밴프국립공원의 온갖 트레일을 걸으며 엘크와 무스, 곰 등을 관찰할 수 있다. 로키를 또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곳은 밴프 온천Banff Upper Hot Spring이다. 철도 인부들이 발견한 밴프 온천은 설퍼산 중턱에 위치한다. 로키를 바라보며 1년 내내 온천욕을 즐긴다. 이 세상 온천 중에서 이보다 더 좋은 뷰를 가진 곳이 있을까? 로키의 온천수에 몸을 담근 채 로키의 스펙터클한 풍경을 보려면 낮에 가야 한다. 지난 100년 동안 수많은 여행자들은 온천치료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른 새벽 밴프를 산책하는 동안 내 눈을 확 잡아 끈 정보가 있다. 밴프 인터내셔널 호스텔 현관에 붙어 있던 메모다.‘당신을 위한 특별한 요금, 1주일 숙박은 CAD185, 한 달은 CAD600(세금 포함), 아침식사와 와이파이 포함.’ 날이 따뜻해지자마자 밴프로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밴프 온천Banff Upper Hot Springs10:00~22:00 연중 개방 어른 CAD7.5, 아이 CAD6.3 +1 403 762 1515 www.hotsprings.ca ●Spring Ski3월에 떠난 스키 여행샴페인 같던 꿈의 스키장 여기는 어디일까? 전나무, 가문비, 소나무숲 사이 새하얀 눈밭에 나 홀로 서 있다. ‘말로만 들었던 ‘샴페인 파우더’ 눈밭이다. 주변에는 어떤 인적도 없다. 내가 캐나다의 스키장에 있다는 게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밴프의 노퀘이 스키장Mt. Norquay Ski Resort 슬로프에는 오직 나뿐이었다. 이런 순간이 또 올까 하는 황홀한 기운에 홀려 발목 위가 푹 패일 정도로 부츠에 짓눌리고, 넘어져 눈밭을 구를 때조차 화상을 입었는지도 몰랐다. 두터운 양말을 빼먹은 거야 경솔했다 해도 부츠가 꽉 끼는지는 왜 알지 못했을까. 나는 로키에서 정신이 나갔던 게다. 그만큼 이곳은 꿈의 스키장이다. ‘황제 스키’ 같은 세속적인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내가 노퀘이를 ‘꿈의 스키장’이라고 한 건 스키장을 독점해서가 아니라 설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스키장에서 로키라는 위대한 자연과 교감하는 순간이 황홀했기 때문이다. 아, 정말 좋아! 스키를 타는 동안 나도 모르게 이렇게 내뱉곤 했다. 노퀘이 스키장은 밴프에서 가장 가까운 스키장이다. 차로 10분 정도 걸린다. 28개의 슬로프를 갖고 있다. 로키의 여느 스키장이 그렇듯 11월부터 장장 5월까지 스키를 탈 수 있다. 노퀘이는 흔히 밴프에서 가장 좋은 ‘가족 스키장’이라고 불린다. 밴프국립공원에서 유일하게 야간 스키를 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 스키장에서 스키어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리프트 대기 시간’ 같은 말이 이곳에는 없다. 스키를 타지 못하는 이들은 스노튜빙을 즐길 수 있다. 스노튜브파크에서 커다란 튜브를 타고 슬로프를 빠르게 내려오는 액티비티다. 밴프 노퀘이9:00~16:00리프트 종일권 어른 CAD65, 청소년 CAD50, 아이 CAD25, 스노슈즈 일일 대여 어른 CAD15, 아이 CAD10(야간 스키는 1~2월 금, 토, 일요일만 운영) +1 403 762 4421 winter.banffnorquay.com 탐험가처럼 걷기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는 밴프에서 북쪽으로 56km 떨어져 있다. 보우 밸리Bow Valley를 거쳐 차로 40분 정도 달리면 도착한다. 빙하호인 레이크 루이스는 캐나다의 영원한 보석이란 찬사를 받아 왔다. 호수 너머 빅토리아 빙하Victoria Glacier는 로키의 보석이다. 느닷없이 시야 안으로 들어온 거대한 빙하산의 위용은 보고 또 보아도 대단하다.호수 인근의 레이크 루이스 스키장Lake Louise Ski Resort은 로키산맥 최고의 하이킹 및 크로스컨트리 스키 장소이자 북미에서도 가장 넓은 스키 리조트 중 하나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스키가 아니라 스노슈잉Snowshoeing을 하기 위해서다. 아직 많은 사람에겐 낯선 말이지만 리프트를 타고 산으로 올라가 누구나 곧바로 즐길 수 있는 게 스노슈잉이다. 마치 서부 캐나다를 찾아온 초기 탐험가들의 흉내를 내는 것 같은 액티비티다. 순록이나 토끼, 스라소니 같은 동물의 발은 넓적하다. 스노슈잉 때 신는 신발은 이들의 넓적한 발과 닮았다. 깊은 눈 속에 발이 푹푹 빠지는 것을 막아 주기에 손쉽게 눈길을 헤쳐 갈 수 있다. 스노슈잉을 할 때 방수신발은 필수다. 스노‘슈즈’라고 했지만 원래 신고 있던 신발을 벗고 스노슈즈를 신는 게 아니라 신발 위에 납작한 스노슈즈를 끼워 넣기 때문이다. 스노슈즈를 신자 내 발은 크고 넓적한 발바닥으로 변신했다. “이제 곧 문을 닫을 거예요.” 스키장 직원이 말했다. 스노슈잉을 본격적으로 즐기려던 참에 나는 무슨 말인가 싶었다. 알고 보니 레이크 루이스 스키장은 오후 4시면 문을 닫는다. 야생동물이 출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 이곳은 한국이 아니다. 캐나다에서 ‘야간 스키’라는 말은 낯설다. 낮이 아닌 어두운 밤에 위험하게 스키를 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스키에 관한 한 캐나다는 파라다이스다. 스키루이스9:00~16:00 리프트 종일권 어른 CAD92, 청소년 CAD72, 아이 CAD35, 가이드 투어, 스노슈즈 렌탈, 리프트권이 포함된 2시간짜리 스노슈잉 패키지는 CAD69 +1 403 497 6932 www.skilouise.com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에어캐나다 www.aircanada.co.kr, 캐나다 알버타관광청 www.travelalberta.kr
  • 해외여행 | [Surprising China] 안후이성-천하절경 황산으로 떠나는 환상 여행

    해외여행 | [Surprising China] 안후이성-천하절경 황산으로 떠나는 환상 여행

    천하절경 황산으로 떠나는 환상 여행안후이성(안휘성, 安徽省) 끝없이 펼쳐진 구름바다 위로 뾰족 올라온 봉우리, 봉우리 사이에 꼿꼿이 솟은 소나무. 케이블카를 탄 지 10분 만에 다른 세상으로 진입했다. 그곳에는 신선들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이 풍경을 두고 어떤 시인이 시 한 수 읊지 않을 수 있을까. 황산은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지, 자연 앞에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해준다. 솜사탕 같은 구름 위에 세상만사 고민들을 던져놓고 나니, 왜 그리 많은 이들이 황산을 찾는 지 알 것 같다. 후이저우의 전통마을, 홍춘 황산이 자리하고 있는 안후이성의 이름은 정치의 중심지였던 안칭(안경, 安庆)과 경제중심지였던 후이저우(휘주, 徽州)에서 한 자씩 따서 만들어졌다. 후이저우 문화를 담고 있는 곳은 여러 곳 있지만, 그중에서 14~19세기에 만들어진 건축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홍춘굉촌, 宏村이 널리 알려져 있다. 홍춘은 남송 시대 왕씨 집안의 집성촌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전통마을이다. 오랜 역사의 숨결을 잘 간직하고 있어, 주윤발 주연의 영화 <와호장룡>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홍춘에 들어가면 수묵화 속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든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홍춘을 찾은 이유는 그림 같은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은 티베트학, 돈황학과 함께 중국의 3대 지역학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독특한 지역문화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홍춘에 가면 독특한 건축물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후이저우의 독특한 문화 중 하나다. 이 지역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 하얀 색의 높은 벽에 까만 기와를 올린다. 하얀 집 벽과 까만 색 기와는 말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마두벽’이라고 불린다. 후이저우 건축의 또 다른 특징은 ‘천정’에 있다. 집의 윗부분을 뚫어서 집 안으로 빛이 들어오게 만드는 것인데, 하늘에서 봤을 때 빛이 들어가는 우물 같다고 하여 천정天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당월패방군에서 본 충효예지신 후이저우는 상업과 유학으로도 유명했고 중국의 내로라하는 거상 중에는 후이저우 출신이 적지 않았다. 후이저우는 성리학의 본산으로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도 후이저우 사람이다. 한때 중국 과거시험 합격자의 3분의 1을 배출했던 고장이라 그런지 후이저우는 붓과 먹, 벼루, 종이가 특산품이다. 특히 후이저우에서 만드는 휘묵徽墨은 중국에서 가장 좋은 먹으로 꼽힌다. 후이저우의 유교문화를 잘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당월패방군棠越牌坊群이다. 이곳에 가면 명청 시대 400여 년 간 포씨 가문에서 나온 충신과 효자, 효녀의 행적을 볼 수 있다. 마을 동쪽에서 들어가면 명대에 만들어진 패방 3개와 청대의 패방 4개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수년간 종기로 고생한 어머니를 위해 입으로 고름을 빨아낸 효자의 이야기를 비롯해 7가지의 마음 따뜻해지는 사연이 패방에 쓰여 있다. 홍춘에서 후이저우의 전통을 보고 패방에서 후이저우의 유교정신을 만났다면, 둔계노가屯溪老街에서 오늘날의 후이저우 문화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둔계노가는 1,000년 전 송나라 때 형성된 거리로 명청시대의 건축물들이 잘 남아있다. 지금은 거리 양쪽으로 기념품과 식료품을 파는 재래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역시 황산이다 역시 황산이었다. 기대를 져 버리지 않았다. 황산은 중국인들이 죽기 전에 꼭 가고 싶어 할 만큼 웅장했고, 산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등산 애호가들을 설레게 할 만큼 황홀했다. 공기 가득 물기가 있어 온 산은 촉촉했고, 산꼭대기를 휘감은 구름은 산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산수화 속을 걷다 안후이성 남동부에 자리하고 있는 황산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중국 최고의 명산이다. 중국 10대 명승지 가운데 유일한 산일 뿐만 아니라, 1990년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등록돼 보호를 받고 있다. 또 황산은 중국문명을 낳은 황하강, 중국에서 가장 긴 강인 양자강, 그리고 만리장성과 함께 중국의 4대 얼굴 중 하나로 꼽힌다. 황산이 특별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기기묘묘한 소나무奇松와 바다 같은 구름雲海, 특이하게 생긴 바위怪石가 유명하다. 먼저 눈을 사로잡는 것은 기기묘묘한 황산의 바위와 봉우리들이다. 황산에는 수만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그중 1,600m 이상의 봉우리가 72개나 된다. 다른 산과 비교할 수 없는 웅장함이 압도적이다. 황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해발 1,864m의 연화봉莲花峰. 하늘을 향해 핀 연꽃처럼 생겼다 해서 연화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황산의 대표적인 3대 봉우리로는 연화봉을 비롯해 가장 평평한 봉우리인 1,860m의 광명정光明顶, 가장 험하다는 해발 1,810m의 천도봉天都峰이 꼽힌다. 광명정에는 기상청이 서 있고, 신선이 모여 살던 곳이라는 천도봉 주변에는 천연석실이 있다. 세 봉우리 주변은 황산의 비경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항상 북적거린다. 황산에서 인기 있는 바위 중 하나는 손오공이 먹다가 던진 복숭아가 떨어져서 생겼다는 ‘비래석飞来石’이다. 비래석은 높이 7.5m에 너비 2m 정도의 바위로, 보는 위치에 따라 복숭아처럼 보이기도 하고 칼처럼 보이기도 한다. 설악산의 흔들바위처럼 약간 들떠서 움직이는데 돌이 있는 곳이 좁아 많은 이들이 한 번에 오르기는 힘들다. 하지만 여자가 세 번 만지면 아들을 낳고 남자가 두 번 만지면 입신양명한다는 전설 때문에, 너도나도 바위를 만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바위와 소나무, 그리고 구름 황산의 두 번째 주인공은 소나무다. ‘봉우리 없이는 바위 없고 바위가 없으면 소나무가 없고 소나무 없으면 황산의 매력이 덜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나무는 황산을 이야기할 때 빠트리면 안 된다. 1,800m의 험준한 바위산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소나무를 보면 자연의 신비와 생명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이곳에는 수령 1,000여 년 이상 된 소나무도 많다. 수많은 소나무 중에서는 이름을 가진 소나무들도 있다. 연화봉과 천도봉 사이에서 황산을 찾는 손님을 환영하고 있는 영객송迎客松을 비롯해 배객송, 송객송, 공장송, 연리송 등 10그루의 소나무가 ‘황산의 10대 명송’으로 꼽힌다. 이중에서도 단결송团结松은 중국인의 재치를 느끼게 해주는 소나무다. 가지 수가 56개로, 한뿌리에서 56개의 가지가 나온 모습이 56개의 민족으로 이뤄진 중국과 같다고 해서 ‘단결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서해대협곡, 비경에 홀리다 황산은 1년에 200일 이상 구름에 가려져 있어 운산이라고도 불린다. 그래서 맑은 날 여행하면 운이 좋은 것 같지만, 정작 그렇지도 않다. 바다처럼 펼쳐진 구름이야말로 황산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구름이 가득 메운 황산 봉우리에 산들바람이라도 불면, 진짜 파도가 치는 것처럼 보인다. 서쪽에는 서해가 시작되는 ‘서해문西海门’, 동해가 시작되는 ’동해문東海门’이 있다 또 구름 사이로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일출도 꼭 지켜봐야 할 장관으로 유명하다. 귀신도 홀리는 신비로운 풍경이라는 뜻으로 ‘마환경구魔幻景区’라고 불리는 서해대협곡 루트는 환상적인 황산의 풍경을 선물한다. 아찔한 절벽과 웅장한 기암괴석 사이로 좁은 길이 미로처럼 이어져 있다.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기분이 든다. 한 사람 내려갈 정도의 너비로 만들어진 아슬아슬한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현기증이 난다. 그러면서도 입은 끝없이 감탄사를 터트리고 손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분주하다. 서해대협곡을 트레킹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주로불간경 간경불주로走路不看景 看景不走路’라는 문구다. 길을 걸으면서 경치 구경하지 말고 경치 구경하면서 걷지 말라는 것. 절경에 빠져 무아지경 상태가 되면 갑자기 위험한 순간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산의 등산로는 가파른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더 주의가 필요하다. 황산에 있는 계단만 해도 수십만개. 어떤 코스로 돌아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황산을 여행하면 1만여 개의 계단을 오르내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험한 봉우리 사이에 난 계단을 따라가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일단 계단을 따라 경치를 감상하면서 내려가기만 하면, 아래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올 수 있다. 서해대협곡 모노레일은 남쪽 석상石床봉 협곡 밑에서 출발해, 892.6m 거리를 올라간다. 2013년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모노레일 덕분에 무릎이 걱정인 어르신들도 얼마든지 서해대협곡의 절경을 품에 안을 수 있다. 황산 여행의 마무리는 따끈한 물에 지친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 수 있는 온천이 좋다. 황산 아래에 온천지역이 있어, 쉽게 온천을 즐길 수 있다. 황산의 대표적인 휴양온천인 ‘취온천’은 5성급 호텔 시설을 갖춘 리조트형 온천장으로, 녹차탕을 비롯해 각종 약재를 넣은 탕과 장미와 라벤더 등 꽃을 넣은 탕 등 60여 개의 노천탕을 갖추고 있다. 키즈 스파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글·사진 Travie writer 채지형 에디터 트래비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 www.visitchina.or.kr *본문에 나오는 중국의 지명은 중국어 발음으로 적고 한자 음과 한자를 동시에 표시했다. 관광지, 사람 이름, 산 등 지명 이외의 것은 한자 음을 적고 한문을 병행 표기했다. ▶travel info 安徽省 Airline인천에서 황산공항까지 가는 직항편이 있어 편리하게 황산여행을 즐길 수 있다. 안후이성을 둘러보고 싶다면, 인천-허페이합비, 合肥 직항편을 이용해도 된다. 또 인천-상하이상해, 上海 직항편을 이용해, 상하이로 들어가 상하이와 항저우항주, 抗州와 함께 황산을 여행하는 경우도 많다. 상하이-허페이는 고속철로 3시간 걸린다. TIP숙소┃황산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황산 위에서 머물러야 한다. 백운호텔을 비롯해 황산 위에도 숙소들이 있으니 미리 예약할 것. 황산에 오르는 케이블카는 운곡케이블카와 옥병케이블카, 태평케이블카 등 3개다. 미리 지도를 보고 어떤 루트로 여행할 것인지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휘운가무쇼┃황산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유서 깊은 후이저우 문화를 압축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아름다운 황산을 새로운 각도로 만날 수 있어 추천할 만하다. 참고 웹사이트┃안후이성 www.ah.gov.cn 황산 www.huangshan.gov.cn 함께 가볼 만한 곳┃안후이성의 성도는 허페이다. 허페이는 중국의 대표적인 청백리인 판관 포청천의 고향으로, 포청천의 일대기를 볼 수 있는 포공사가 있다. 이곳에서는 포청천 사당과 함께 당시 상황을 밀랍인형으로 전시해 놓은 전시실,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세운 청풍각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또 허페이 시내에는 태평천국을 진압한 청나라 말기 정치가인 리홍장의 생가도 있다. 또한 안후이성에는 4대 불교 명산 중 하나인 구화산이 있는데 신라 김교각 스님이 지장보살로 추대된 곳으로 우리나라 불자들의 참배가 끊이지 않는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캥거루와 충돌했지만 ‘이것’ 덕분에 산 사이클 선수

    캥거루와 충돌했지만 ‘이것’ 덕분에 산 사이클 선수

    호주의 한 사이클 선수가 여행을 떠났다 캥거루의 습격을 받았지만 ‘이것’ 덕분에 큰 부상을 면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이클 선수로 활동중인 샤론 헤인리치(45)는 동료 선수인 헬렌 솔터(47)와 함께 호주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클레어 밸리를 찾았다. 클레어 밸리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산지로 알려져 있다. 두 선수는 자전거를 타고 이 일대를 여행하던 중, 커다란 바위 뒤편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캥거루와 심하게 충돌했다. 빠른 속도로 달리던 중에 발생한 사고로 두 선수 모두 바닥에 강하게 부딪혔는데, 특히 샤론 헤인리치는 지면과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아찔한 상황이 이어졌다. 헤인리치는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린 상태에서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고, 이 과정에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큰 부상을 입었지만, 목숨에 지장이 없었던 것은 바로 가슴 성형 보형물 덕분이었다. 그녀의 상태를 살핀 현지 의료진은 “가슴 성형 보형물이 완전히 파열될 정도로 심한 충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상 정도가 크지 않은 것은 보형물이 일종의 에어백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헤인리치는 “처음 캥거루가 바위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봤을 때에는 그저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내게 달려드는 것을 보고는 너무 놀라 피할 수 없었다”면서 “캥거루와 충돌한 뒤에는 1.5m 가량 몸이 날아갔고 그대로 바닥과 부딪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충돌 뒤에는 약 10분간 숨을 쉬거나 말을 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고통이 심했다”면서 “하지만 가슴 보형물이 충격을 완화시켜준 덕분에 더 크게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지역은 웨스턴그레이캥거루가 주로 서식하는 곳으로, 인근 공원에서도 어렵지 않게 캥거루를 볼 수 있는 지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해외여행 | 나가사키현 시마바라 반도 운젠雲仙의 3가지 선물③水 운젠온천 & 운젠지옥

    해외여행 | 나가사키현 시마바라 반도 운젠雲仙의 3가지 선물③水 운젠온천 & 운젠지옥

    ●水 운젠온천 & 운젠지옥 신선은 지옥에 산다 운젠의 온천탕들은 지표에서 용출되는 온천수만을 끌어다 사용한다. 지붕은 모두 빨간색이다. 국립공원에 적용되는 규칙이다. 그래서 운젠온천은 화려하지 않지만 평화롭다. 오랫동안 쉬어 가고 싶은 곳이다. 온천이라고 쓰고 운젠이라고 읽다 운젠온천雲仙溫泉에 도착한 것은 늦은 오후. 료칸의 객실을 배정 받고 짐을 풀었다. 테라스의 창문을 열었더니 눈앞에 운젠 지고쿠雲仙地獄, 즉 지옥이 펼쳐졌다. 유황냄새도 훅 끼쳐 왔다. 그리고 그날 밤은 지옥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는 비보를 들었다. 운젠시 최고의 여행지는 단연 운젠온천이다. 운젠온천의 역사는 승려 교기가 만묘지滿明寺라는 절을 창건한 701년에 시작됐다. 한때는 1,000여 명 이상의 승려들이 수행했을 정도로 흥했던 곳. 당시 승려들은 이곳의 명칭을 온천温泉이라고 쓰고 운젠雲仙이라고 읽었다. ‘温泉’이라는 한자를 ‘온센’으로 읽을 수도, ‘운젠’으로 읽을 수도 있었기 때문. 하지만 운젠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헛갈리지 않도록 표기를 ‘雲仙’으로 통일했다. 만묘지는 시마바라 난 때 소실되었지만 1년 후 재건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한밤의 지옥순례를 신청한 사람들이 모두 집합했다. 지옥에는 가로등이 없다. 랜턴 하나에 의존한 채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겠다고 모인 사람이 30여 명은 족히 넘었다. 시각을 지워 버리자 후각과 청각이 예민해졌다. 무슨 사건의 실마리라도 찾듯 어둠 속에서 조심스레 발을 옮기며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온천수가 흘러나오는 이 일대는 마치 폭격을 당한 듯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지옥의 종류가 무려 30여 가지나 된다. 오이토라는 여자가 간음 후 남편을 죽인 죄로 처형된 장소라는 오이토지옥이 있는가 하면 키리시탄(그리스도교도)*을 처형한 날 분출을 시작했다는 세이시치 지옥도 있다. 지옥 중의 지옥은 ‘대규환 지옥’이다. 귀를 기울이면 아비규환의 비명이 들려올 것이라는 가이드의 집요한 설명에 한참 동안 귓불에 손바닥을 대 보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깨끗이 포기하고 료칸으로 돌아와 그 지옥에서 흘러나온 물에 몸을 담갔다. 운젠화산 중턱에 자리잡은 운젠온천은 고지대에서 분출되는 유황온천이다. 산 아래 해안가에서 분출되는 오바마온천이 나트륨 함량이 높은 것과는 크게 다르다. 혈액 순환 촉진과 노폐물 배출 효과가 있으며 피부 탄력과 미백에 좋다. 지옥을 통과하니 드디어 천국이다. *시마바라 키리시탄 | 1549년부터 나가사키를 통해 일본에 전파된 기독교는 곧 시마바라 반도까지 확장됐다. 1600년대에 7만여 명에 이르는 시마바라 반도의 주민 모두가 ‘키리시탄그리스도교도’이었을 정도로 포교가 활발했지만 도쿠가와막부의 금교령으로 곧 탄압이 시작되었다. 당시 운젠지옥의 열탕은 배교를 강요하는 고문과 처형의 장소로 사용되었다. 1637년에 하라성에서 시마바라의 난1637~1638년이 발생해 3만여 명의 신도들이 희생을 당했다. 이후 살아남은 소수의 신도들은 1873년 금교령이 철회되기까지 250여 년 동안 숨어서 신앙을 이어 왔다. 운젠지옥에 세워진 순교자비를 포함해 시마바라 반도 곳곳에 성지순례 유적지가 남아 있다. 운젠지옥 나이트 투어1시간 정도의 도보투어. 오직 밤에만 들린다는 지옥의 소리와 금빛으로 빛나는 광물 등을 보고 들을 수 있다. 숙박하는 료칸이나 운젠관광협회에서 예약할 수 있다. 걷기 편안한 신발만 준비하면 된다. 1인당 500엔 저녁 7시, 8시 출발 +81 957 73 2626 www.unzen.or.jp 지옥은 동쪽에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지옥에도 흥망성쇠가 있다는 점이다. 운젠의 지옥들은 조금씩 동쪽으로 이동 중이다. 일례로 8만4,000가지 번뇌로 인해 저지른 악업 때문에 사후에도 고통을 받는다는 구舊 팔만지옥은 확연하게 그 기세가 쇠퇴한 모습이다. 아직도 60℃ 정도의 온천수가 솟아나지만 지옥지열체험장소로 용도를 변경했다. 테이블을 놓고 보를 한 장 덮었을 뿐인데 엉덩이가 뜨끈하다. 히터가 필요 없는 코타츠라고 하여 ‘에코타츠’라 부른다. 테이블에 둘러앉으니 피해 갈 수 없는 간식타임. 온천수로 삶아낸 계란과 많이 달지 않고 개운한 운젠 레모네이드 한 병이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시마바라의 천연 탄산수로 만든 운젠 레모네이드는 초창기에 운젠을 찾았던 외국인들이 마셨던 레모네이드를 재현한 것이다. 따끈해진 엉덩이가 바닥에서 잘 떨어지지 않지만 운젠산 정보관을 빼놓을 수는 없다. 시마바라 반도의 기원뿐 아니라 조류 관찰 등 다양한 이벤트에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유료지만 짐도 보관할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지옥을 벗어나 맑은 공기와 차가운 물을 찾아 갔다. 운젠지역에 식수를 공급하는 오시도리노이케원앙 연못는 에메랄드 물빛으로 유명하다. 이 오묘한 색의 비밀은 온천에서 나온 강한 산성 성분에 있다. 마을과 멀어질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것은 붉은 지붕으로 통일된 단정한 온천마을의 전경이었다. 운젠온천은 국립공원 안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편의점도 만들 수 없고, 지붕색도 붉은 색 한 가지로 통일되어 있다. 붉은 지붕의 마을과 에메랄드빛 호수는 서로를 더 도드라지게 한다. 산책로를 걷다 보니 푸른 이끼로 뒤덮인 숲과 암석으로 이뤄진 신사가 나타났다. 바위에 새겨진 다이코쿠텐상大黑天像은 일본에서는 칠복신중 하나로 음식과 재물복을 관장한다. 원래는 익살스런 표정으로 오른쪽에 황금망치를 왼쪽에 황금자루를 쥐고 있다는데, 바위 위에 새겨져서인지 오히려 신비로운 분위기다. 현지에서는 ‘파워 스폿’이라고 부를 만큼 특별한 기가 넘치는 곳이니 기운을 ‘충전’해 보자.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이진혁 취재협조 운젠시 관광물산과 www.city.unzen.nagasaki.jp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해외여행 | 타이완-당신이 타이동에 가면 좋겠다

    해외여행 | 타이완-당신이 타이동에 가면 좋겠다

    화려하지 않은 것들에게도 눈길을 주고, 아름다운 것을 잘 발견해 내는 사람. 그런 당신이라면 타이동을 쉽게 사랑하게 될 테니. 타이동은 타이베이 송산 공항에서 비행기로 50분, 타이베이 기차역에서 4시간 40분 소요된다. 평일의 경우 당일 예매가 가능하지만 사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타이동까지 가는 동안 아름다운 해안 풍경을 보고 싶다면 항공은 오른쪽 창가에, 기차는 왼쪽 창가에 앉는 것이 좋다. 누가 타이동台東에 가야 할까?당신이면 좋겠다. 낮은 담 꽃길 사이로 걷는 오후의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 어린 고양이 앞에서 발걸음을 오래 멈추는 그대. 핸드폰으로도 예쁘게 사진을 찍고, 가이드북의 형식적 추천보다 골목의 우연한 발견을 더 사랑하는 사람. 야시장의 생기로움과 한 잔의 맥주에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 늦은 아침의 자전거 여행을 사랑하고 두렵도록 푸른 바다 앞에 서면 어느 순간 가슴까지 함께 일렁이는 그대. 걸음을 멈추고 문득 누군가를 그리워할 줄 아는 사람. 물들어 가는 노을과 바람에 눈과 귀 기울이고, 흔들리는 수천 개 등불에 마음 빼앗기는 사람. 풍경은 쉽게 잊어도 사람은 오래 기억하는 그대. 그런 당신이 타이동에 가면 좋겠다. 그렇다면 당신도 나처럼 타이동을 쉽게 사랑하게 될 테니까.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만나기 전부터 사랑할 것 같은 느낌 기내식을 주식처럼 먹을 정도까지 자주는 아니어도, 여행 좀 다녀 봤다고 자부하는 사람에게는 일종의 감이 있다. 풍경에 대한 감각이다. 이곳을 내가 사랑하게 될 것인가 아닌가 하는 직관적 느낌. 공항 문을 열고 낯선 곳의 첫 공기를 들이마셨을 때, 택시 기사의 웃음과 마주쳤을 때, 햇살을 가리려고 경례하듯 손 그늘 만들며 도심 멀리 바라볼 때, 현지인의 그릇과 소품들에 마음 빼앗길 때, 그 느낌은 그냥 온다. 여행의 감이 오는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감이 있다. 나의 경우 화려하고 높은 빌딩과 쇼윈도 속 명품 가방을 보고 감이 온 적은 없다. 호텔 앞 24시간 편의점을 보고 감이 온 적도 없다. 뉴요커와 파리지엥도 크게 나를 현혹시키진 못했다. 나의 감은 오히려 소박하고 사소한 것들에게서 왔다. 벽에 그려진 그림들. 아이들의 웃음소리들.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잎들. 작지만 예쁜 카페의 불빛들. 조금 쓴 커피와 부드럽고 달콤한 디저트들. 그런 것들에게서 나는 여행의 감을 얻었다. 하지만 타이동은 조금 특이한 경우다.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프로펠러가 달린 조그만 비행기를 타고 타이베이 공항을 출발했을 때, 오른쪽 창가에 앉은 내가 볼 수 있었던 건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눈부신 해변이었다. 크기를 짐작할 수도 없는 태평양이었다. 아름다웠다. 파도의 흰 거품이 맥주처럼 해안에 밀려와 넘치는데, 목마른 모래톱이 그걸 다 받아 마시고 있었다. 멀리 생각보다 웅장한 타이완의 산맥과 그 중턱의 마을들. 한 뼘 위의 구름들.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면서 나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내가 곧 타이동을 사랑하게 될 것임을. 하늘로 오르는 등불 짐을 내리고 숙소를 나와 타이동의 길을 처음 걸을 때, 먼저 나를 반겨 준 것은 수천 개의 등불이었다. 멀리 하나씩 보이던 등불이, 광장 쪽으로 걸어 나오자 곧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고, 다시 골목을 하나 더 돌아 티에화춘鐵花村에 들어서니, 그곳은 이미 등불의 군락이었다. 열기구 모양의 등불은 각각의 무늬와 색깔 속에서, 마치 티에화춘 전체를 공중으로 몇 미터쯤 들어 올린듯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폐허였던 기차역과 주변을 완벽하게 문화의 중심지로 변화시킨 곳. 금요일마다 예술가들의 수공예품 마켓이 열리고 또 어떤 요일엔 달콤한 음악 공연이 열리는 곳. 오후의 햇살이 길게 비출 때 선로 위를 가만히 걸어 보거나 오래된 역사의 나무의자에 앉아 오지 않을 기차를 조금 기다려 보는 일. 어느 담벼락의 무늬를 배경으로 찰칵 사진을 담아 보는 일. 티에화춘의 낮 시간은 그렇게 사소한 일들로 한적하게 흐르고, 드디어 밤이 오면 온통 등불과 사람들로 반짝인다. 당신이 언젠가 티에화춘에 간다면, 그저 그 등불 아래에서 마음이 쉽게 흔들릴 수 있도록 경계의 벨트를 가만히 풀어 두면 된다. 섬세하게 만든 은반지와 고양이 모양 조각 비누를 하나쯤 사고, 예쁜 엽서와 노트를 구경하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래를 배경음으로 다시 수천 개의 등불 아래 앉으면 그뿐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당신의 안쪽에서 등불처럼 빛나는 어떤 얼굴 하나를 떠올려 봐도 좋다. 그것은 그리움일까 연민일까 고민하다가 남아 있는 미련을 조금 덜어 내 등불과 함께 날려 보내면 어떨까. 늦은 밤 그 시간이 되면 어차피 등불이 티에화춘을 날아 오르게 할 테니까. 당신의 마음도 함께 날아가고 있을 테니까. 티에화춘鐵花村옛 철도 역사와 인근 부지를 예술촌으로 만들어 보존했다. 옛 역사와 기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철로를 걸어 볼 수도 있다. 매일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며 주말에는 예술 수공예품 마켓도 열린다. 밤에는 수천 개의 등불이 아름답게 불을 밝힌다. No. 26, Lane 135, Xinsheng Rd, Taitung City, Taitung County 비에 젖은 꽃잎, 맑은 웃음, 좁고 예쁜 골목 택시를 타고 갈 때 볼 수 없었던 풍경을, 걸으면서 다 보았다. 속도의 눈속임 속에 숨겨져 있던 타이동의 모습들이었다. 사람 손길을 무서워하지 않는 고양이들은 구두 수선집 낮은 지붕 위에 자리를 잡았고, 과일 가게 옆에는 귀 접힌 어린 강아지가 졸고 있었다. 작은 카페들이 조화를 이루며 골목을 채웠다. 어디와 비슷하다고 말하면 좋을까. 북적이기 전의 서촌과 비슷하고 합정역 어느 골목과 닮았을까. 줄무늬 천막으로 비를 겨우 가린 노점의 작은 식당이 있고, 옆으로 간판이 예쁜 베이커리가 있는데 둘 다 각자의 모습 그대로 그곳에서 어울렸다. 오후의 소나기와 만나라고 화분을 밖으로 내어 놓은 상점들과 손으로 우산을 든 채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할머니의 모습이 타이동의 풍경이었고, 길을 물으면 친절히 알려 주는 웃음들이 또한 그대로 타이동이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라면 타이동과 어울릴 것이라고. 화려하지 않은 것들에게도 눈길을 주고, 아름다운 것을 잘 발견해 내는 사람. 공산품보다 수공예품을 더 좋아하며 일상에 아무리 바빠도 한나절의 여유로움을 즐길 줄 아는 사람. 주말이면 가방에 책 한 권쯤 담고 떠나는 사람. 그저 사람들 몰려가는 곳보다, 내가 좋아하는 곳을 오래 지켜 가는 사람. 경주와 군산, 통영의 골목을 천천히 걷다 돌아와도 참 좋은 여행이었다고 추억하는 사람. 그날 오후에 걸었던 타이동의 거리는 내게도 충분히 그런 곳이었다. 무심코 찾아 들어간 카페에서 나눈 간단한 대화는 정겨웠고, 커피는 향긋했으며, 망고 케이크는 입에서 모음처럼 부드럽게 녹았다. 그날 짠맛 아이스바를 물고 투명한 햇살 아래서 걸을 때, 타이동이 내게 다시 한 번 알려 줬는지도 모른다. 바빠지려고 여행을 온 게 아니라, 바쁘게 살았기 때문에 여행을 온 것이라고. 그러니까 여행에선 바쁘지 않아야 하는 법이라고. 진팡빙청津芳冰城40년 역사를 자랑하는 타이완 전통 빙수집. 팥빙수를 닮은 다양한 빙수와 짠맛이 가미된 아이스바를 맛볼 수 있다. 타이동 야시장 입구 근처에 있다. No. 358, Zhengqi Rd, Taitung City, Taitung County +886 8 932 8023 아이스바 TWD35(한화 약 1,300원) 나무 그늘 아래 쌀국수 한 그릇 점심을 맛있게 먹고 오후에 그냥 걷는 것. 두 번째 날의 전체 일정이었다. 타이동은 그렇게 느긋한 계획에 어울리는 여행지다. 좌표를 찍듯 어딘가를 찾아 가서 인증하고 높이와 면적을 자랑하는 건물에 줄 서서 들어가는 일은, 적어도 타이동에서는 필요 없는 일이었다. 멀리 시외로 나서면 계곡이 있고, 바람이 높게 불어 여름마다 열기구 축제가 열리는 언덕도 있다 했지만, 시내는 그저 낮고 한가로울 뿐이었다. 쌀이 좋기로 유명하다는 설명이 있었고 여행자라면 한 번쯤 들러 간다는 쌀국수집이 있다는 말도 들었다. ‘보리수나무 아래 쌀국수집’. 우리말로 풀어 쓰면 그 정도 이름인 곳. 수십년 전 어느 나무 아래 노점의 작은 국수집으로 시작하여, 이제 번듯한 식당이 된 곳이다. 한적한 골목 사이로 걷고 도로를 두 개쯤 건너 식당에 도착했을 때, 조금 놀랐다. 오전 11시가 막 지났을 뿐인데, 이미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 쪽으로 주방의 풍경이 그대로 눈에 보였다. 바쁜 손놀림이었다. 성성한 흰쌀면을 다발처럼 담아 국물로 적신 후 싱싱한 가츠오부시를 가득 얹어 끝없이 식탁으로 날랐다. 쌀이 좋고, 가츠오부시가 좋아서 더 맛있는 쌀국수가 된다는 설명이다. 생각보다 국물이 시원했다. 식탁 위의 고추소스를 조금 덜어 국물에 풀자 매콤함이 면에 부드럽게 스몄다. 짧고 쉽게 부서지는 면은 숟가락으로 떠서 마시듯 먹기 좋았다. 한국인의 속도로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이마의 땀을 닦고, 그제야 식당을 살펴보니, 현지인들은 한 손에 신문을 들고 천천히, 아이와 눈 맞추며 천천히, 친구와 이야기 나누며 천천히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그것이 타이동의 속도였다. 나는 그 속도로 천천히 오후의 골목을 걷기로 했다. 타이동에서는 타이동의 속도를 지키는 것이 도리이므로.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롱슈시아 쌀국수榕樹下米苔目· Rong Shu Xia Rice Noodles타이동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 중 하나. 맑은 국물과 가쓰오부시 속 희고 투박한 쌀국수면이 특징이다. 건면과 탕면이 있다. 탕면을 먹을 경우 식탁 위에 있는 고추소스와 식초를 적당히 넣으면 매콤하고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No. 176, Datong Rd, Taitung City, Taitung County, 950 +886 963 148 519 09:30~15:00, 17:00~20:00 (15:00~17:00 Break Time) 탕면 기준 TWD40(한화 약 1,500원) 가난하지만 풍부한 사람들 얼마 전까지 타이동 아이들의 소원은 맥도날드를 먹어 보는 것이었다. 매일 바닷가재만 먹는 가난한 생활이 싫어 부모님께 투정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타이완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문명의 상점은 멀고 바다에서 오는 풍성한 선물은 가득하다. 물론 지금은 맥도날드와 나이키, 5층짜리 백화점도 들어와 있지만. 필리핀판과 유라시아판이 수백만년 동안 서로를 밀어내면서 저절로 깊은 계곡과 산맥이 형성된 곳. 울창한 삼림 아래로 모래 해변이 끝도 없이 이어지다가 어느 곳에서는 바위로 절경을 보여 주는 곳. 태평양과 가장 가깝게 닿은 기차역이 있고 빈랑槟榔 열매를 오래 씹어 이가 모두 붉게 물든 노인들이 많은 곳. 해안의 기괴한 바위들과 산호초들이 명품이며, 인근해의 난류 속에 어자원이 풍성하여 마치 줍듯이 물고기를 잡을 수 있고, 산에서 무너져 내려온 암석들에서 쉽게 옥과 보석이 발견되는 곳. 코로 피리를 연주하고, 꽃무늬 전통 의상을 입은 소수민족들이 고산지역에서 옛 풍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으며 낙농업이 발달하여 전국의 우유를 책임지는 곳이 타이동이다. 타이완 일주여행의 마지막 코스. 휴가 때 정말 쉬려고 현지인들이 찾아오는 현지인의 여행지. 진한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의 땅. 부처의 머리 모양을 닮은 과일 석가로 유명하고 야자수 나무들이 인가 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고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많고 태평양을 손으로 만질 수 있으며, 야시장에서 현지인들과 앉아 과일 맥주 한잔으로 하루를 잊을 수 있는 곳이 타이동이다. 그리고 타이동은 자전거로 어디든 갈 수 있는 도로들과 길고 먼 삼림과 호수, 멀리 바다로 고기잡이 떠난 남자를 기다리다 반쪽의 꽃이 됐다는 처녀의 전설이 있으며 그 꽃 뒤로 먼 수평선이 끝없이 아름다운 곳이다. 내가 만난 타이동, 내가 들은 타이동은 그렇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의 방식으로 타이동을 만나게 될 터. 타이동에서 당신의 골목과 당신의 사람은 당신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변하지 않는 것 하나는 당신도 쉽게 타이동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 일종의 확신으로 말하는 것이다. 자전거 하나로 행복한 길 숙소에서 전기 자전거를 빌려 시내를 한 바퀴 돌아 보니, 좋았다. 어디선가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 보기로 결심했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에게 물으니 츠샹池上을 권했다. 기차와 버스로 쉽게 갈 수 있는 곳. 유명한 쌀 생산지로, 타이완 사람들이 쌀의 고향이라 부른다 했다. 아침을 먹은 후 출발하여 몇 시간쯤 자전거를 타고 다시 시내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치샹에 닿으니 역 앞으로 몇몇 자전거 대여점이 보였다. 3시간쯤 달릴 수 있다는 전기자전거를 택했다. 도시락도 구입했다. 그 지역 최고 품질의 쌀로 만든 도시락, ‘츠샹판바오’를 앞 바구니에 실었다. 달리다 느끼는 허기를 채워 줄 것이다. 목적지는 완안萬安 지역의 바이랑따다오伯朗大道로 정했다. 푸른 논 사이로 곧게 뻗은 도로가 아름답고, 영화배우 금성무가 광고를 찍은 덕으로, 타이완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지역이었다. 조금은 낯선 전기 자전거의 작동 방법을 시험해 본 후 지도를 보고 출발했다. 몇 미터쯤 비틀거렸다. 그러나 이내 나는 라이더가 되었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한참 달리니 온통 들판이었다. 푸른 논 사이사이로 잘 닦여진 도로가 곡선과 직선으로 길게 펼쳐졌다. 이제는 익숙해진 핸들로 그 사이를 달렸다. 페달을 밟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가니, 그저 풍경과 자유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많은 타이완 여행객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지만, 그곳에는 나와 내가 탄 자전거 하나만 있는 듯 느껴졌다. 그건 무엇이었을까. 현실에서 멀리 떠나와 낯선 곳을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 여행이라는 자유와 자전거라는 자유가 함께 만나, 모든 것을 잠깐 잊게 해주는 것. 때마침 비도 내렸다. 비가 왜 두려우랴. 비닐 우비를 꺼내 입고 즐겁게 소리 지르며 달렸다. 자전거로 달렸다. 누군가가 그때 내게 물었다면 나는 대답했을 것이다. 최고의 순간이라고. 여행이 최고이며, 자전거가 최고라고. 만약 도시락을 먹고 있을 때 물었다면 답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들이 그곳에서 최고였다. 츠샹池上 자전거 도로 끝없이 펼쳐진 논 사이를 자전거로 달릴 수 있다. 츠샹역에 내려 바이랑따다오伯朗大道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계절에 따라 푸른 녹색과 황금들녘, 만발한 유채꽃이 펼쳐진다. 곧게 뻗은 일직선 도로와 ‘금성무 나무’로 불리는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타이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타이동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으며 반나절 코스로 선택하면 좋다. 도시락과 비닐 우비까지 챙겨 가면 완벽. No. 259, Zhongxiao Rd, Chishang Township,Taitung County 노랑 고양이의 하품, 옥빛 조약돌의 ‘샤르륵’ 뜻밖의 장소에서 기대하지 않던 최고의 순간을 만날 때도 있다. 그것이 여행이다. 가고 싶은 곳만 갔을 때엔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일. 타이동 여행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내키지 않은 채 출발했던 ‘샤오예류小野柳’와 ‘산시엔타이三仙台’에서 뜻밖의 선물을 만난 것. 모래 암석들이 경관을 이룬 샤오예류는 수만년의 시간이 응축된 곳이었다. 해안에 가득한 기묘한 바위들은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감탄을 주진 않았다. 어느 나라에선가 더 큰 바위를 만났던 적도 있었고, 그런 풍경도 쉽게 잊힌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날 내가 그곳에서 받은 선물은 오후의 고양이었다. 지질학 체험관 뒤에서 늘어지게 한숨 자고 있던 타이동의 노란 고양이. 손으로 가만히 등을 쓸어 주니 친근한 태도로 내 손등에 머리를 비볐다. 온전한 기대와 신뢰의 표현이었다. 어느 날 당신 앞으로 그 고양이가 걸어와 손등에 머리를 기댈지도 모른다. 저 멀리 암석들과 열대의 나무들과 태평양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고양이와 나누는 잠깐 동안의 공감. 여행에 있어 그것이 전부일 수도 있다. 산시엔타이는 오래된 전설이 드리운 곳이다. 아름다운 다리를 건너가면 먼 태평양과 해변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꼭 가보라 했다. 의미가 풍경을 형성하고, 전설이 더해질 때 더 아름다워지는 곳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내게는 오히려 와 닿지 않았다. 전설의 의미를 잘 알 수 없었고, 공감이 생기지 않았다. 실망하여 되돌아가려는데 어디선가 ‘샤르륵샤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아름다운 소리였다. 해안에 수많은 옥빛 조약돌들을 태평양의 파도가 밀어서 적시고, 다시 되돌아갈 때 물과 돌이 서로 부딪히며 나는 소리였다. 파도가 한번 밀려오면 조약돌이 옥빛으로 물들고, 파도가 건너가면 일제히 ‘샤르륵’ 소리를 내는 것. 물속에서 수십만 개의 조약돌이 내는 합창, 아니 물과의 협연. 가만히 해안에 앉아 오래도록 그 소리를 들었다. 타이동에 오길 잘했다.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느긋한 속도와 연한 간지러움 같은 기분들. 순박한 사람들. 초록의 잎과 붉은 꽃들. 물렁한 과일들. 풍성한 해산물과 정겨운 골목들. 지붕들. 타이동에 오길 잘했다. 나의 감이 적중한 것이다. 이제 당신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글·사진 Travie writer 최성규 에디터 고서령 기자 취재협조 타이완관광청 tourtaiwan.or.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26년 만에 태극마크 단 아파치, 한국 상륙!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26년 만에 태극마크 단 아파치, 한국 상륙!

    아파치(Apache). 원래는 북미 대륙 인디언의 이름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단어를 들으면 인디언보다는 헬리콥터를 떠올릴 것이다. 1990년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가 흥행하기도 했고, 비슷한 시기 걸프전에서 아파치의 눈부신 승전보가 연일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영화와 게임, 장난감 등을 통해 너무도 친숙한 이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쟁과 영화를 통해 그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 이 아파치 헬기는 단숨에 세계 각국 군대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되어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우리 육군도 1990년대 초반부터 아파치 헬기를 도입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육군은 아파치 공격헬기 소요를 제기한지 26년 만에 드디어 아파치 공격헬기의 최신 버전인 AH-64E 아파치 가디언(Apache Guardian)을 인도받게 됐다. 도대체 무슨 우여곡절이 있었기에 소요제기부터 인도까지 26년이나 걸렸을까? 아파치를 향한 일편단심 우리 군이 공격헬기라는 물건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말 베트남전에 참전해 미군의 헬리본(Heliborne) 작전을 지켜보면서부터였다. 대부분의 국토가 울창한 열대우림이었던 베트남에는 전차와 장갑차가 움직일 수 있는 도로가 많지 않았다. 정찰기가 숲 속을 이동하는 베트콩을 발견하더라도 숲에서는 전차나 장갑차로 속도를 낼 수 없어 놓치기 일쑤였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대안이 바로 헬리콥터였다. 헬기는 전차나 장갑차와 달리 3차원 공간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다. 헬리본 작전은 바로 이러한 헬기의 3차원 고속 기동 능력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헬리본 작전은 일명 건쉽(Gunship)과 슬릭(Slick)의 콤비로 이루어졌다. 밀림 상공을 비행하던 편대가 숲 속의 적을 발견하면 즉시 개틀링 기관포와 로켓탄, 중기관총 등으로 중무장한 건쉽이 날아가 지상을 초토화시킨다. 뒤이어 병력을 태운 슬릭이 날아가 지상에 전투병력을 내려 잔적을 소탕하는 개념이 일반적인 헬리본 작전의 유형이었다. 이 헬리본 작전에서 화력지원을 담당하던 건쉽 헬기는 좀 더 많은 무장을 싣고 적의 사격에도 견딜 수 있는 방탄 소재를 갖추는 개량을 거듭하며 최초의 공격헬기 AH-1 코브라(Cobra)로 발전했고, 코브라 헬기는 베트남전이 끝날 때까지 밀림 상공을 종횡무진 휘저으며 위력을 발휘했다. 베트남전이 끝난 후 공격헬기의 상대는 베트콩에서 바르샤바조약기구(WTO)군의 전차부대로 옮겨갔다.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권 국가들의 동맹기구인 바르샤바조약기구는 동유럽 지역에 무려 8만여 대의 전차를 배치하고 서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위협했다. 당시 NATO의 전차 전력은 3만여 대에 불과했기 때문에 2.6배나 차이나는 공산권과의 전차 전력 격차를 줄여줄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그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공격헬기였다. 기관포와 미사일, 로켓탄 등의 무장을 갖춘 공격헬기는 NATO의 시뮬레이션 결과 1대가 추락할 때까지 16~18대 이상의 전차를 파괴할 수 있다고 평가됐다. 그러나 1982년 이스라엘이 AH-1S 공격헬기를 이용, 1대의 공격헬기가 추락할 때까지 무려 80대의 전차와 장갑차를 격파한 기록이 공개되면서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공격헬기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의 T-34 전차에 짓밟힌 아픈 기억이 있고, 항상 북한에 비해 전차 전력이 열세였던 우리나라에게 공격헬기라는 무기는 반드시 가져야 하는 무기였다. 남베트남의 패망과 주한미군 7사단의 철수 등으로 안보 정국이 불안해진 상황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AH-1 공격헬기를 판매해줄 것을 미국에 강력히 요구했고, 1978년 AH-1J 씨-코브라(Sea Cobra) 공격헬기 8대를 도입, 극비리에 운용을 개시했으며, 1988년부터 AH-1S/F 기종 70여 대가 추가로 도입됐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1991년 걸프전에서 이라크군이 아파치 등 공격헬기 전력에 큰 피해를 입은 것을 심각하게 인식한 북한이 보병 휴대용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과 대공포 전력을 급속도로 증강하기 시작한 것이다. 1990년대에 집중 배치된 일명 ‘화승총’ 보병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은 유효 사정거리 4.5km 수준의 적외선 추적 방식 미사일인데, AH-1S 공격헬기가 운용하는 주력 무장인 토우(TOW) 대전차 미사일보다 사정거리가 길었다. 즉, 공격헬기가 표적에 접근하기 전에 미사일 공격을 받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숲속에 숨어 갑자기 발사하면 공격당하는 입장에서는 대처할 방법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우리 군 공격헬기 부대의 생존성이 크게 취약해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군 내부에서는 신형 공격헬기 도입 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가장 먼저 물망에 오른 것이 아파치였다. 걸프전에서 아파치는 이라크군의 밀집 방공망을 휘저으며 1000여 대의 전차와 장갑차는 물론 야포와 대공포 진지 150개소 이상을 초토화시키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으며, 종종 한국에 전개되어 연합훈련을 통해 한국군 관계자들을 매료시켰다. 그러나 문제는 가격이었다. 1988년부터 도입된 AH-1S 공격헬기의 가격은 대당 110억 원 수준이었지만, 1990년대 초반 AH-64A 공격헬기의 대당 가격은 옵션에 따라 AH-1S의 2~3배 이상을 호가했다. 더욱이 1990년대 중반에는 노후화가 심각한 500MD 헬기의 대체를 위한 한국형 경헬기사업(KLH)에 모든 예산이 집중되었던 시기였고, 설상가상으로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가 터지면서 육군은 아파치 도입의 꿈을 접어야 했다. 아파치여야 하는 이유 육군은 지난 30여 년간 아파치를 원했고, 다른 여러 대안을 제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결국 아파치를 손에 넣게 되었다. 그렇다면 아파치의 그 무엇이 육군을 이렇게도 집착하게 만들었을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아파치의 압도적인 성능을 꼽는다. 아파치 36대가 도입되면 서부전선의 전장 판도 자체를 바꿔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AH-64E 공격헬기의 메인로터 위에는 초코파이(?)처럼 생긴 둥근 물체가 설치되어 있다. 이것이 일명 롱보우 레이더(Longbow Radar)라고 불리는 AN/APG-78 레이더이다. 이 레이더를 갖춤으로써 AH-64E는 공격헬기를 뛰어 넘어 ‘미니 조기경보기’ 수준의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 레이더를 갖춘 아파치 헬기는 반경 8km 내의 지상 및 공중 표적 1000개를 탐지, 이 가운데 256개의 표적을 추적하여 가장 위협도가 높다고 식별된 16개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또한 이 레이더를 통해 탐지한 표적 정보를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아군에게 전파해줄 수 있다. 즉, 전장 상공에 롱보우 레이더를 탑재한 AH-64E 1대만 떠 있으면 인접한 아군은 강력한 공중 화력 지원은 물론 적이 어느 건물, 어느 바위 뒤에 숨어 있는지 정보를 제공 받으며 일방적인 전투를 할 수 있다. 혹자는 이를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지도 전체를 볼 수 있는 불법 프로그램인 맵핵(Map hack)에 비교하기도 할 정도다. 옵션으로 선택해야 하는 사항이지만, AH-64E는 무인기와의 연동 작전 능력도 가지고 있다. 적의 대공포 위협 정도가 심각한 지역은 직접 들어가서 전투하는 대신 2~4기의 무인기를 직접 통제해 정찰 및 공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 필요할 경우 2~4대의 공격헬기와 8~16대의 무인기를 하나의 공격편대군으로 묶어 목표물에 막대한 화력을 퍼붓는 공습 작전 수행도 가능하다. 하지만 AH-64E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능은 역시 다른 경쟁 기종들을 압도하는 강력한 공격 능력이다. AH-64E는 현존하는 모든 전차나 장갑차량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건물과 벙커 등에 대해서도 강력한 파괴 효과를 갖는 대형 대전차 미사일인 헬파이어(Hellfire) 미사일을 무려 16발이나 탑재할 수 있다. 이것은 AH-1Z나 타이거, T-129 등 경쟁 기종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AH-64E는 이 미사일을 이용해 8~12km 떨어진 표적 16개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헬파이어 미사일 외에도 북한군이 보유한 대부분의 전차를 파괴할 수 있는 30mm 체인건과 광역 제압이 가능한 2.75인치 로켓 발사기, 적 헬기를 요격할 수 있는 스팅어 공대공 미사일도 운용 가능해 경쟁 모델들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강력한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GFAS(Ground Fire Acquisition System)라는 장비다. 이 장비는 360도 전 방향을 감시하며 헬기에 위협이 되는 대공포나 지대공 미사일, 심지어 소총과 기관총의 발사 화염까지 탐지한다. 발사 화염이 감지되면 어느 지점에서 어떤 무기가 헬기를 위협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조종사 헬멧의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계기판에 표시해주고, 필요할 경우 채프나 플레어를 발사해 헬기를 보호한다. 또한 탐지된 발사 원점을 향해 자동으로 기관포탑과 미사일 조준장치를 락온(Lock-on)시켜 놓는다. 조종사는 방아쇠만 당기면 된다. 적의 공격과 거의 동시에 반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갖춘 공격헬기는 전술적인 의미를 넘어 전장의 판도 자체를 바꿔버릴 수 있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이번에 도입되는 36대의 AH-64E 아파치 가디언은 2개 대대분에 불과하지만, 북한군 1개 기계화군단 이상의 전력 효과를 냄으로써 서부전선에서의 전차 전력 열세를 일거에 역전시킬 수 있다. 또한 그동안 취약점으로 지적되어 오던 서해 해안을 통한 공기부양정 파상 공격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바로 이러한 능력 때문에 육군은 그토록 아파치를 원했던 것이다. 우여곡절의 도입과정 하지만 육군에게 있어 아파치는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물건이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형 공격헬기 도입 소요를 제기하고 실제로 몇 차례 입찰공고까지 냈지만 언제나 예산이 발목을 잡았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경쟁자도 여러 차례 세웠다. 우리 군도 대량으로 운용하고 있는 UH-60 헬기의 공격헬기 개조 버전인 AUH-60 암드 블랙호크(Armed Black hawk), 미 해병대가 사용하고 있는 AH-1Z 바이퍼(Viper), 터키의 T-129 ATAK, 유럽의 EC-665 타이거(Tiger), 심지어 남아공의 AH-2 루이벌크(Rooivalk)와 러시아의 Ka-52 엘리게이터(Alligator)까지 경쟁에 참여했다. 각 제조사들은 한국육군의 아파치에 대한 일편단심의 열망이 얼마나 대단한지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파격적인 조건들을 제시했다. 한국 내 공장에서의 면허생산이나 기술이전, 절충교역 등에서 한국의 구미가 당길만한 미끼들이 던져졌는데 특히 루이벌크를 제시한 남아공의 데넬(Denel)의 제시 조건은 파격을 넘어 충격적이었다. 아파치 헬기의 반값에 기체는 물론 부품과 생산라인, 관련 기술의 지적재산권까지 넘기겠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루이벌크는 기술적 신뢰도와 후속 군수지원 등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고, 후보 기종에서 탈락했다. 가장 마지막까지 후보로 살아남았던 기종은 미 해병대가 사용하는 AH-1Z 바이퍼와 터키의 T-129 ATAK이었다. 2012년 경쟁 당시 아파치의 최신 개량형 AH-64E와 경쟁했던 이들 두 기종은 아파치보다 싼 가격을 메리트로 적극적인 구애를 벌였다. 대당 1억 달러(약 1180억원)를 호가하던 AH-64E와 달리 AH-1Z의 가격은 대당 7200만 달러(약 850억원), T-129의 가격은 대당 약 3800만 달러(약 448억원)였기 때문에 최저가 낙찰 방식을 적용하면 T-129의 선정이 유력해보였다. 특히 터키는 당시 이명박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던 약 20조원 규모의 터키 원전 사업을 미끼로 T-129 기종 선정을 강하게 요구했다. T-129은 저렴하기는 했지만 육군의 작전요구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소형 공격헬기였기 때문에 T-129 도입이 유력해지자 군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2년 말에 기적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육군이 도입을 추진하던 AH-64D 블록 3(Block III)가 AH-64E로 새롭게 명명되어 미 육군의 대량구입이 결정되고, 대만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도입을 결정하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주한미군 아파치 대대 철수에 따른 대체 전력 요구 등 우리 군이 협상을 유리하게 주도하면서 최초 제시 가격의 절반 수준까지 가격을 떨어뜨리는데 성공했다. 아파치의 일반적인 해외 판매 가격이 700억~1000억원을 호가하고 바다 건너 일본이 구형인 AH-64D 블록 2 기종을 대당 1800억 원이 넘는 가격에 구입한 것을 감안하면 제조사 보잉(Boeing)이 제시한 대당 500억 원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이렇게 되자 각 후보기종들의 대당 가격은 AH-64E 약 500억 원, AH-1Z 약 600억 원, T-129 약 400억 원 수준에서 형성되었고, 다른 두 후보기종보다 압도적인 성능 우위에 있는 AH-64E가 최종 선정되면서 육군은 오랜 숙원이던 아파치 도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파치의 핵심 장비라 할 수 있는 롱보우 레이더를 장착한 기체는 전체 도입 물량 가운데 1/6에 불과해 레이더 추가 도입을 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6년 만에 태극마크를 다는데 성공한 AH-64E 아파치 가디언은 이번에 첫 번째 기체가 육군에 인도되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2018년까지 육군항공작전사령부에 36대가 배치되어 그동안 지적되던 전략적 취약점들을 상당부분 커버하는 히든카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가수 이난영 탄생 100주년… 목포의 눈물에서 희망으로

    가수 이난영 탄생 100주년… 목포의 눈물에서 희망으로

    “대중가요 통해 목포 역사 되짚는 기회” ‘목포의 눈물’을 부른 가수 이난영(1916~1965)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고향인 전남 목포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린다. 목포의눈물 기념사업회는 오는 30일부터 다음달까지 ‘목포의 눈물에서 희망으로’란 주제로 이난영 탄생 100주년 행사를 갖는다고 25일 밝혔다. 기념행사는 30일 오후 오거리문화센터에서 토론회와 전시회로 막을 올린다. 토론회에는 장유정 대중음악평론가와 이윤선·고석규 목포대 교수 등이 참여해 ‘목포의 눈물’의 근현대적 의미를 되짚는다. 다음달 4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는 이난영이 즐겨 입었던 한복과 양장, 신발 등 유품을 비롯해 김시스터즈 기증품, 유달산 노래비 역사 사진 등이 전시된다. 31일 오후 갓바위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는 이난영의 딸이자 한류스타 1호인 ‘김시스터즈’ 멤버 김숙자씨가 어머니에 대한 못다 한 이야기와 노래로 진행하는 ‘토크콘서트’가 열린다. 생가터와 유달산 노래비, 삼학도 수목장 등 이난영의 흔적을 찾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이난영은 1916년 목포 양동에서 태어나 가난한 유년 시절에 학교를 그만두고 악극단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하다가 막간 가수로 발탁돼 가수의 길을 걸었다. 그는 1935년 ‘목포의 눈물’이 발표된 후 인기스타가 됐다. 목포의눈물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수많은 대중가요에 등장하는 ‘목포’를 통해 지역의 과거와 미래를 바라보는 기회를 갖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목포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新국토기행] <71>강원 정선군

    [新국토기행] <71>강원 정선군

    인구 4만여명의 산골 마을 강원 정선군이 청정 자연과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추억의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산촌마을의 토속 음식을 관광 상품으로 내놓고 오지마을을 연계해 즐거운 관광 체험장으로 엮어내며 사계절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정과 맛이 어우러진 정선 5일장과 철길 따라 자전거를 타고 흐르는 풍경을 감상하는 레일바이크, 정선아리랑의 발상지인 아우라지, 하늘 위를 걷는 병방치 스카이워크, 금광의 역사와 대형 종유굴 등이 장관인 화암동굴, 폐광된 삼척탄좌를 문화예술단지로 조성해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이름을 널리 알린 삼탄아트마인 등이 대표 관광지로 꼽힌다. 정선의 먹거리로 유명한 곤드레나물밥과 콧등치기국수, 올챙이국수, 감자옹심이, 찰옥수수 등은 여행의 맛을 더해 주는 대표 먹거리다. 최근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정선아리랑을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배경음악으로 준비하며 세계인을 끌어들이기 위한 콘텐츠 개발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아름다운 자연과 즐거움을 찾아 떠나는 산촌 여행, 정선아리랑의 흥겨운 가락과 함께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 맛보고 몸으로 체험하는 추억의 여행지 정선으로 떠나 보자.>>볼거리 ●맛·멋·흥이 넘치는 정선 5일장 명품 5일장으로 유명한 정선 5일장은 해마다 7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국내 대표 전통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아리랑의 구성진 가락과 함께 맛, 멋, 흥이 넘치는 정선 5일장은 매달 끝자리가 2일과 7일인 날에 열린다. 소박하고 우리의 옛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산골 장터는 구경하는 재미도 있지만 곤드레, 황기, 더덕 등 산촌에서 나는 신선한 농특산물을 구입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콧등치기국수, 올챙이국수, 감자옹심이, 메밀전병 등 다양하고 특색 있는 토속 음식을 맛보며 고향의 맛과 정취도 흠뻑 느낄 수 있다. 정선 5일 장터에서 즐거움과 흥을 선사하는 정선아리랑 공연도 빼놓을 수 없다. 시골 장터의 매력과 정선아리랑 가락과 함께하는 다양한 공연은 장터의 흥과 즐거움이 있는 매력 가운데 하나다. 정선 5일장은 닷새마다 열리지만 주말장도 있어 1년 내내 상설장처럼 열린다. 정선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시골 장터의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생생한 금광 체험 화암동굴 1922년부터 1945년까지 실제로 금을 캤던 광산으로 연간 순금 2만 2904g을 생산했다. 동양 최대 규모의 황종유벽과 부처상, 장군석 등 다양한 종유석을 자랑하는 천연 종유동굴과 금광 갱도를 갖추고 있다. 이를 활용해 ‘금과 자연의 만남’을 주제로 테마형 관광동굴을 개발했다. 관람 동굴 길이는 1803m로 역사의 장, 금맥 따라 365, 동화의 나라, 금의 세계, 대자연의 신비 등 5곳으로 동굴을 구분해 관광객들에게 신비와 재미를 더한다. 화암동굴 주변에는 풍경과 경치가 빼어난 화암 8경이 있어 정선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화암 8경은 화암동굴을 중심으로 화암약수, 거북바위, 용마소, 화표주, 소금강, 몰운대, 광대곡 등이다. 매표소에서 화암동굴 입구까지는 모노레일을 타고 간다. 정겹게 흘러나오는 정선아리랑을 들으며 창밖의 경치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철길 따라 흐르는 풍경 레일바이크 아우라지~구절리를 잇는 폐철로를 운행하는 레일바이크는 2인용과 4인용이 있다. 7.2㎞나 되는, 전국에서 가장 긴 코스이지만 오르막이 없는 내리막길이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시속 10~30㎞를 낼 수 있다. 출발역인 구절리역에서 가족, 연인, 친구 등과 함께 레일바이크를 타고 송천의 맑은 물, 푸르고 싱그러운 산과 숲을 지나 산 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정선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노추산의 비경과 오장폭포를 둘러보고 구절리역에 있는 ‘여치의 꿈’ 카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레일바이크를 타고 아름다운 송천계곡을 지나면 철길과 강 양쪽에 늘어선 기암절벽, 정겨운 농촌 풍경이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해마다 30만명 이상이 찾는 레일바이크는 주말과 공휴일에는 인터넷 예매를 해야 새벽부터 줄 서는 수고를 덜 수 있다.●하늘 위 걷는 병방치 스카이워크 한반도 모양의 지형을 따라 물줄기가 감싸 안고 흐르는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스카이워크는 해발 583m의 절벽 끝에 ‘U자’형으로 돌출된 구조물 바닥에 강화유리를 깔았다. 발아래에 낭떠러지가 펼쳐져 있어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스카이워크를 즐기려는 가족 단위 및 연인 관광객들은 서로 손을 꼭 잡고 전망대를 돌며 동강의 아름다운 비경을 감상한다. 병방치에서 또 다른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집와이어는 래프팅, MTB, 레일바이크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는 정선의 새로운 레포츠 시설이다. 집와이어는 계곡과 계곡 사이를 쇠줄로 연결하고 도르래를 이용해 최고 시속 100㎞로 325m의 높이에서 1200m를 활강하는 아시아 최고의 시설이다. 일상의 스트레스와 답답함을 날려 보내며 짜릿함과 스릴을 즐기려는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다.●‘태양의 후예’ 촬영지 삼탄아트마인 1964년부터 38년간 운영해 오다 2001년 폐광된 삼척탄좌 시설을 이용해 시간의 흔적과 예술의 희망을 캐는 개념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첫 문화예술광산이다. 정선 삼탄아트마인에는 과거 광부들이 석탄을 캐던 탄광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석탄차, 수직갱의 철 구조물, 석탄차를 끌어당기던 강철 로프, 석탄을 실어 나르던 컨베이어 벨트, 갱도 등을 직접 살펴보고 체험할 수 있다. 폐광의 흔적뿐만 아니라 예술 전시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현대미술관, 마인갤러리3, 삼탄뮤지엄 등이 있다. 특히 마인갤러리는 광부들이 화장실과 샤워장으로 사용하던 공간을 설치미술 갤러리로 꾸민 곳으로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정선아리랑열차 에이트레인 기차를 타고 정선의 아름다운 자연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추억과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게 정선아리랑열차다. 한국 전통의 미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정선아리랑열차는 지난해 개통됐다.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아리랑을 표현한 디자인으로 객차별 스토리와 테마가 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열차 내에서는 승무원이 음악 방송, 탑승 기념 인증, 사연 소개, 추억 만들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 여행 중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먹거리●맛·건강 품은 정선곤드레밥 정선은 이름난 토속 음식이 많다. 대표 음식이 곤드레밥이다. 곤드레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A 등이 풍부해 영양도 보충하고 성인병까지 예방할 수 있는 착한 먹거리로 꼽힌다. 곤드레나물을 넣어 지은 밥에 된장이나 양념장을 넣어 비벼 먹으면 구수하고 은은한 맛이 일품이다. 양념에 따라 각각 다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곤드레밥 맛집은 정선읍내에 나란히 자리한 ‘동박골식당’과 ‘싸리골식당’이 다. 원조 곤드레밥집으로 곤드레 고유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국향’은 오가피, 갈근, 황기, 헛개열매, 두충 등 24가지 약초를 달인 물로 지은 밥과 13가지의 정갈하고 푸짐한 반찬이 특색이다.●맛과 재미 만끽 콧등치기국수 메밀로 반죽해서 만든 면이 쫄깃쫄깃 탄력이 있어 ‘면을 후루룩 마시면 면발이 콧등을 친다’고 해서 콧등치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콧등치기국수는 예부터 정선 지방에서 ‘누른국수’라는 이름으로 전해 내려오는 향토 음식이다. 정선을 찾는 사람들은 꼭 먹어 봐야 할 음식으로 꼽힌다. 여름에는 차가운 육수를 부어 먹으면 더위도 잊게 만드는 별미다. 맛집으로는 정선읍내 ‘동광식당’과 ‘한치식당’이 있다. 여량면 아우라지역 앞의 ‘청원식당’도 콧등치기국수로 잘 알려진 집이다. 정선아리랑시장 먹자골목에도 콧등치기국수로 유명한 숨은 맛집이 여러 곳 있다.●올챙이 닮은 올챙이국수 찰옥수수나 메옥수수를 삶은 뒤 맷돌에 갈아 눌러 만든 국수다. 정선의 여름철 별미 중 하나다. 국수가 짧고 식감이 부드러워 국수인지 묵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올챙이국수를 정선 지역에서는 ‘올창묵’이라고 한다. 양념간장 하나만으로 맛을 내며 씹지 않아도 넘어간다. 올챙이국수는 그 모양이 ‘올챙이’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저칼로리 음식으로 고혈압, 당뇨 등의 성인병을 예방하는 건강식으로도 좋다. 정선 5일장과 골목 먹자골목 어디에서도 맛볼 수 있다.●감자 갈아 동글동글 감자옹심이 감자를 갈아서 만든 녹말과 감자 살을 반죽해 먹기 좋은 크기로 동글동글 빚어 옹심이를 만든다. 정선의 감자옹심이는 메밀국수에 넣는 게 특징이다. 옹심이라는 이름은 팥죽에 넣어 먹는 동그란 새알심을 부르는 강원도 사투리로 찹쌀가루를 빚어 만드는 팥죽의 새알심과 달리 순수 감자로 만든다. 맛집으로는 정선아리랑시장 부근 ‘옹심이네’가 유명하며 임계면 백복령쉼터에서도 정선 고유의 감자옹심이를 맛볼 수 있다. ●메밀부치기와 전병 메밀부치기는 소금에 절인 배추와 실파를 넣고 묽게 갠 메밀 반죽을 두루 부어 굽고, 메밀전병은 메밀 반죽에 김치소를 넣어 말아 만드는 것으로 정선시장의 별미다. 정선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목포의 눈물’ 이난영 탄생 100주년 기념 ‘다채’

    ‘목포의 눈물’ 이난영 탄생 100주년 기념 ‘다채’

    ‘목포의 눈물’을 부른 가수 이난영(1916~1965)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고향인 목포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린다. 목포의눈물 기념사업회는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까지 ‘목포의 눈물에서 희망으로’란 주제로 가수 이난영 탄생 100주년 행사를 갖는다고 25일 밝혔다. 기념행사는 30일 오후 오거리문화센터에서 토론회와 전시회로 막을 올린다. 토론회에는 장유정 대중음악평론가와 이윤선·고석규 목포대 교수 등이 참여해 ‘목포의 눈물’의 근·현대적 의미를 되짚는다. 다음 달 4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는 이난영이 즐겨 입었던 한복과 양장, 신발 등 유품을 비롯해 김시스터즈 기증품, 유달산 노래비 역사 사진 등이 전시된다. 31일 오후 갓바위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는 이난영의 딸이자 한류스타 1호인 ‘김시스터즈’ 멤버 김숙자씨가 어머니에 대한 못다 한 이야기와 노래로 진행하는 ‘토크콘서트’가 열린다. 생가터와 유달산 노래비, 삼학도 수목장 등 이난영의 흔적을 찾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이난영은 1916년 목포 양동에서 태어나 가난한 유년시절에 학교를 그만두고 악극단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하다가 막간 가수로 발탁돼 예술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1935년 ‘목포의 눈물’이 발표된 후 인기스타 정상에 올랐다. 목포의눈물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수많은 대중가요에 등장하는 ‘목포’를 통해 지역의 과거와 미래를 바라보는 기회를 갖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목포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군포시, 반월호수 친환경 순환산책로 새달 착공

    군포시, 반월호수 친환경 순환산책로 새달 착공

    경기 군포시가 다음 달부터 둔대동 반월호수에 길이 2.5㎞ 폭 2.5m의 친환경 순환산책로 조성 공사를 시작한다고 23일 밝혔다. 총 79억여원을 들여 기존의 반월호수 수변공원 산책로 0.9㎞와 연결하는 공사로 내년 5월쯤 완공되면 호수 전체를 순환하는 총연장 3.4㎞의 산책로가 완성된다. 시는 순환산책로가 마무리되면 군포의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인근 죽암천 제방 누리길과 연계하면 연인들의 데이트와 가족들의 나들이 명소로도 유명해져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경기 제3도립공원인 수리산과 인접한 반월호수는 호수에 비치는 산 그림자와 저녁노을이 아름다워 군포 8경 중 제3경으로 꼽힌다.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57년 조성한 저수지로 둔대동의 자연마을인 집예골, 샘골, 지방바위골에서 흐르는 물이 저수지로 유입된다. 시 관계자는 “경관 조망과 이용 편의를 위해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와 미니문고, 안전을 위한 야간조명과 방범용 폐쇄회로(CC)TV 등을 설치해 최고의 명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숲과 호흡하며 트레킹… 서어나무 군락지 품은 도심 속 둘레길

    숲과 호흡하며 트레킹… 서어나무 군락지 품은 도심 속 둘레길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며 새들이 지저귀는 숲길을 힘들이지 않고 걷을 수 있는 산.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동서남북 전망이 시원한 산. 경기 광명시 정중앙에 있는 구름산과 가학산을 말한다. 22일 광명시에 따르면 이 두 산을 연결하는 명품 둘레길 광명누리길이 지난해 8월 총사업비 10억원을 들여 개통됐다. 광명시는 끊어진 등산로를 연결하고 손쉽게 걸을 수 있도록 계단을 설치하는 등 등산로를 정비했다. 중간중간 길 안내판도 세우고 쉬어 갈 수 있도록 정자와 의자를 설치했다.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누구나 걷기 편하도록 손질한 것이다. 숲 생태계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도 기울였다. 광명누리길은 구름산과 가학산 2부 능선을 따라 만들어졌다. 1코스는 구름산 입구인 광명보건소에서 출발, 금강정사를 경유해 광명동굴까지 가는 5.9㎞ 구간이다. 2코스는 광명동굴에서 조선 후기 소현세자의 빈 강씨의 묘인 영회원을 지나 광명보건소까지 5.4㎞ 거리다. 광명누리길은 1~2코스를 한 바퀴 빙 돌 수 있는 순환형으로 만들었다. 광명보건소 앞에서 출발하는 1코스 계단 입구에는 광명누리길 안내도가 친절하게 세워져 있다. 이곳은 1코스 시작지점이자 2코스 종착점이기도 하다. 오늘은 2코스를 역순으로 올라 보기로 했다. 잠시 계단을 오르면 호흡이 가빠지기도 하지만 땀이 나기도 전에 비교적 평평한 흙길이 나온다. 산에서 맡는 흙냄새가 진하다. 새소리도 들리기 시작한다. 5분가량 더 오르면 큰 바위 하나와 새끼 바위 3~4개가 정겹다. 큰 어미 바위 품속을 새끼 바위들이 파고드는 형상이다. 8분가량 더 오르자 체력단련장, 금당이광장이 나온다. 여기서 잠시 쉬며 호흡을 가다듬는 게 좋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고즈넉한 오솔길이 나오고 정성껏 쌓아 올린 돌탑이 보인다. 완만한 길이 이어져 걸을 만하다. 세월의 무게를 짐작게 하는 바위가 많은 게 신기하다. 20여분 더 걸으면 가리대광장 쉼터가 반갑게 등산객들을 반긴다. 이곳은 갈림길이기도 하다. 왼쪽으로 가면 누리길,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등산로다. 누리길이라고 호기를 부렸다가는 곧 후회가 된다. 곧바로 시작된 계단은 끝이 없게 느껴진다. 이 구간에서는 모두가 입을 굳게 다문다. 가쁜 호흡 때문이다. 가쁜 호흡은 감출 수 있어도 흘러내리는 땀은 숨길 수가 없다. 허벅지 근육이 뻑뻑해지고 ‘쉬어 갈까? 말까?’ 하는 순간 계단의 끝이 코앞에 나타난다. 이쯤 되면 구름산이 절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계속해서 바위 사이를 가로질러 오르자 어느덧 해발 240m 구름산 정상 표지석과 정자가 나타났다. 정자에 올라 사방을 보니 시내 전경이 일품이다. 기념사진을 찍기에는 가장 적합한 장소다. 소하동과 노온사동에 걸쳐 있는 구름산은 광명시의 중심부에 있으며 광명에서 가장 높다. 접근이 쉬워 시민들이 즐겨 찾고 있다. 본래는 광명의 아방리에 있는 산이라 해서 아왕봉(阿王峯)이라고 불렀다. 조선 후기에 구름 속까지 솟아 있다고 해서 구름산으로 불리게 됐다는 말도 전해진다. 실제 구름산은 수분 유지에 유리한 토성을 가진 표토층으로 덮여 있어 활엽수의 정착에 유리하다. 식물의 증산작용과 안양천·목감천을 중심으로 발생되는 기류의 흐름이 동서 혹은 남북 방향으로 이동할 경우 안개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구름이 아닌 안개가 쉽게 발생, 구름을 모아 두는 형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과거 운산(雲山)이라 부르기도 했다. 다시 광명동굴이 있는 가학산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이제 산에 핀 들꽃을 구경하며 걸을 수 있을 만큼 걸음이 수월하다. 산책하기 안성맞춤인 오솔길을 따라 10분가량을 걷자 군부대 후문 안내판이 나온다. 정상에서 30분 걸렸을까. 노두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가학산 정상(전망대), 오른쪽으로 가면 광명돌굴이다. 가학산 정상 전망대에서 광명자원회수시설 굴뚝 등 시내를 내려다본 뒤 광명동굴로 내려갈 수도 있다. 오른쪽 광명동굴 방향으로 가다 보면 참나무 아랫부분을 비닐로 감싸 놓은 것을 수없이 볼 수 있다. 참나무시들음병 방제를 위해 광명시 공원녹지과에서 끈끈이롤트랩을 설치한 것이다. 매개충인 광릉긴나무좀이나 등산객들을 괴롭히는 날벌레들을 잡는 데 효과적이다. 꾸불꾸불 난 오솔길을 한참 걷다 보면 지나오면서 봤던 나무들과는 전혀 다른 굵직하고 매끈한 나무 군락지를 목격하게 된다. 국립공원에서만 간혹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나무를 도심 속 구름산에서 볼 수 있다니 놀랍고 반갑다. 자작나뭇과에 속하는 서어나무는 ‘서나무’라고도 하며, 나무 이름의 유래는 확실하지 않지만 ‘서쪽에 있는 나무’라는 뜻으로 추측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가 원산지다. 서어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조금 더 걸으니 왁자지껄한 광명동굴 보석찾기체험장이다. 광명누리길 1, 2코스에는 안전난간, 목교, 의자, 원두막, 화장실, 쉼터 등이 곳곳에 설치돼 등산객들이 불편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양기대 광명시장은 “어르신이나 어린이도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는 편안한 등산로를 만들었다. 시민들의 건강 증진과 휴식에 도움되는 명품 누리길이 되도록 계속해서 손질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산에 사는 정수희(47·여)씨는 “연휴를 맞아 광명동굴을 산책 삼아 다녀오고 싶어 광명누리길을 이용했다”며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울창하고 적당한 높이의 트레킹을 할 수 있는 명산이 있어 광명시민은 복 받았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盧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D-1…봉하마을 참배객 북적

    盧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D-1…봉하마을 참배객 북적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는 전국에서 온 참배객들 발길이 이어졌다. 대부분 가족 단위로 온 참배객들은 이날 오전부터 묘역을 찾아 미리 준비한 국화꽃을 헌화하고 노 전 대통령이 영면한 너럭바위로 이동해 묵념했다. 관광안내소 등이 집계한 이날 봉하마을에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참배객 2만여명이 몰렸다. 봉하마을에는 이달 들어 주말에는 하루 1만~1만 5000여명이 찾았다. 특히 5월 한 달간 토·일요일 시범 개방에 들어간 노 전 대통령 사저에는 이날 오전부터 현장 접수를 하려는 방문객들이 계속 줄을 섰다. 노무현재단은 애초 사전 접수한 300명으로 제한했지만, 현장에서 사저 관람을 원하는 참배객들이 많아 지난 7일부터 하루 사저 관람객을 1300명으로 늘렸다. 재단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 20분까지 10분 간격으로 50명씩 입장하도록 했다. 노무현재단 오상호 사무처장은 “사저 관람을 원하는 참배객들이 많아 주말에는 재단 봉사자들이 총동원돼 안내를 하고 있는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경기 여주에서 온 참배객 이성원(31)씨는 “현장 접수해 사저를 둘러봤는데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은 23일 오후 2시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과 묘역 일원에서 유족과 여야 정치권, 전국에서 온 참배객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된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영상] 낚시대회서 잡힌 347파운드 초대형 그루퍼 화제

    [영상] 낚시대회서 잡힌 347파운드 초대형 그루퍼 화제

    미국의 한 지역 낚시대회에서 잡힌 거대 그루퍼 영상이 유튜브에 게재돼 화제가 되고 있다. 낚시로 잡힌 거대 그루퍼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팔메토 브레던톤 요트클럽에서 열린 제 33회 크로스웨이트 메모리얼 낚시대회에 참가한 한 낚시꾼에 의해 잡혔다. 이날 잡힌 그루퍼는 바르샤바 그루퍼(Warsaw grouper)로 무게 347파운드(약 157kg)의 초대형 그루퍼다. 영상에는 크레인을 이용해 요트 센터 콘솔 안에서 그루퍼를 끌어올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거대한 그루퍼의 모습에 대회 참가자들과 구경꾼들의 탄성이 쏟아진다. 바르샤바 그루퍼는 등에 10개의 도셜 핀을 가지고 있으며 두 번째 도셜 핀이 가장 길다. 큰 입과 두터운 입술이 특징이며 몸에 몇 개의 흰 반점을 지녔다. 몸길이 6피트(1.8m), 무게 580파운드(263kg)까지 자라며 보통 90~300m의 깊은 바위 밑에 서식한다. 플로리다 어류 및 야생동물 보존위원회는 지금까지 잡힌 가장 큰 바르샤바 그루퍼는 데스틴 인근 해안에서 잡힌 무게 436파운드(약 198kg)라고 밝혔다. 사진·영상= PoleDancerNation.com youtube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더위 질렸다면 용마폭포… 도전 원한다면 클라이밍… 마음 지쳤다면 사색의 길

    더위 질렸다면 용마폭포… 도전 원한다면 클라이밍… 마음 지쳤다면 사색의 길

    서울 중랑구에는 장미축제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편안함을 주는 자연환경이 많다. 특히 매년 등산객 340만명이 찾는 망우산과 용마산, 봉화산 등은 도심 속 명산이다. 장미에 취해 보려 주말 동안 중랑을 찾는다면 인근 산자락의 이색 명소에 들러 봐도 좋을 듯하다. 동양 최대 규모 인공폭포인 용마산의 용마폭포(①)는 늦봄 더위를 날려 줄 만한 수경을 뽐낸다. 과거 채석으로 생긴 바위 절벽을 활용해 1997년 만든 용마폭포는 길이가 51.4m나 되고 양쪽으로 청룡폭포(21.4m)와 백마폭포(21m)를 끼고 있다. 폭포 밑으로는 2300㎡(약 700평) 규모의 연못도 있어 청량감을 준다. 인공폭포는 오전 11시와 오후 1시, 오후 3시 등 하루 세 번 1시간씩 가동되며 밤에는 조명이 켜져 근사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폭포공원 안에 있는 인공암벽장인 ‘중랑스포츠클라이밍 경기장’(②)도 매력 넘치는 곳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 경기장은 국제 규모의 인공암벽장인데 높이 17m, 폭 30m 크기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 하지만 압도적 크기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일반인도 즐길 만한 다양한 높이의 암벽장도 갖췄다. 실내 1층에는 높이 4m, 길이 9m의 볼더링월(추락해도 부상 위험이 없도록 낮게 만든 연습 암벽), 2층에는 높이 6m, 길이 12m의 볼더링월이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성인은 물론 아이들도 암벽을 타 볼 만하다. 망우산의 ‘사색의 길’(③)은 아이들과 조용히 산책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다. 길이가 4.7㎞ 정도인데 길 주변으로 애국지사 등 근현대사에 획을 그은 인물들의 묘지가 있다. 아동문학가 방정환과 독립운동가 겸 시인 한용운, 종두법을 처음 도입한 지석영, 화가 이중섭 등이 잠들어 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울릉공항 또 암초… 포스코·대림 입찰 포기

    울릉주민들의 최대 숙원사업인 울릉공항 건설 사업이 또다시 암초에 부딪쳤다. 18일 국토교통부 부산지방항공청과 경북도 등에 따르면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방식으로 발주한 울릉공항 1, 2공구 건설공사에 참여가 예상됐던 포스코건설, 대림산업이 입찰 포기각서를 제출했다. 활주로 건설을 위해 바다를 매립할 흙과 바위가 기준치에 미치지 못해 기존 계약금액으로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부산항공청은 다음달 중순쯤 재입찰 공고를 낼 방침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5800여억원을 들여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앞바다에 공항을 만들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입찰공고를 한 데 이어 다음달 중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앞서 정부는 1년 전 포스코엔지니어링이 가두봉(194.3m) 지역 10개 지점을 시추공을 뚫어 조사한 결과에 따라 공항 건설에 필요한 흙과 바위의 양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조사에서 양질의 피복석과 사석은 367만㎥로 공항건설에 필요한 352만㎥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입찰을 앞두고 대림산업이 “가두봉 암석의 강도가 기준을 맞추지 못해 사실상 전량을 육지에서 운반해야 한다”며 사업비 증액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부산항공청은 암석 재조사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공항건설에 필요한 흙과 바위를 육지에서 실어올 경우 공사비가 공구당 최소 300억원에서 많게는 5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도 관계자는 “1978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처음 거론된 이후 38년째 끌어온 공항건설이 또다시 난관에 부딪혀 곤혹스럽다”면서 “관련 부처 등과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공사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착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울릉공항 건설 사업 또 대형 암초 만나다

    울릉주민들의 최대 숙원사업인 울릉공항 건설 사업이 또 다시 암초에 부딪쳤다. 18일 국토교통부 부산지방항공청과 경북도 등에 따르면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방식으로 발주한 울릉공항 1, 2공구 건설공사에 참여가 예상됐던 포스코건설, 대림산업이 입찰포기각서를 제출했다. 활주로 건설을 위해 바다를 매립할 흙과 바위가 기준치에 미치지 못해 기존 계약금액으로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부산항공청은 다음 달 중순쯤 재입찰 공고를 낼 방침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5800여억원을 들여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앞바다에 공항을 만들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입찰공고를 한 데 이어 다음 달 중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앞서 정부는 1년 전 포스코엔지니어링이 가두봉(194.3m) 지역 10개 지점을 시추공을 뚫어 조사한 결과에 따라 공항 건설에 필요한 흙과 바위의 양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조사에서 양질의 피복석과 사석은 367만㎥로 공항건설에 필요한 352만㎥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입찰을 앞두고 대림산업이 “가두봉 암석의 강도가 기준을 맞추지 못해 사실상 전량을 육지에서 운반해야 한다”며 사업비 증액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부산항공청은 암석 재조사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공항건설에 필요한 흙과 바위를 육지에서 실어올 경우 공사비가 공구당 최소 300억원에서 많게는 5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도 관계자는 “1978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처음 거론된 이후 38년째 끌어온 공항건설이 또다시 난관에 부딪혀 곤혹스럽다”면서 “관련 부처 등과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공사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착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펼쳤더니 길이 열렸다

    펼쳤더니 길이 열렸다

    책은 스승이다… 명사 5인이 꼽은 ‘내 인생의 책’ 인생의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찾기 힘들 때 나도 모르게 읽는 그런 책이 있다. 우리는 ‘책의 힘’을 쉽게 잊곤 한다. 그래도 책은 지루한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고 우리 곁을 묵묵히 지켜준다. 영화감독 이준익, 연극연출가 김광보, 소설가 정유정과 편혜영, 출판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등 5명은 ‘세상의 모든 책’을 가리켜 스승이라 부른다. 그중에서도 각자의 마음속에 담아둔 ‘내 인생의 책 스승’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영화감독 이준익 / 박석무 ‘다산 정약용 평전’ ‘내 인생의 스승이 된 책’이라고 하니 너무 거창한 타이틀이라 선뜻 떠오르지는 않는다. 주변에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을 꼽아 달라면 ‘다산 정약용 평전’이 있다. 외국의 화폐 인물들은 근현대 인물이 많은데 우리는 맨날 조선 시대 인물들이다. 근대 인물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식민사관의 피동적 근대성보다는 능동적 근대성을 남긴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그런 인물 중 정약용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다산 정약용 평전’은 조선의 주체적인 근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하면, 근대를 주체적으로 이룩하지 못한 공동체는 미래를 설계하는 데 갈팡질팡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대는 근대로부터 이어진 건데 피동적 근대에 기댈 것이냐, 능동적 근대에 기댈 것이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미래에 대한 방향성은 과거 근대성에 대한 관점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수천년 누적된 문화의 잠재력을 오늘날 지식정보사회에서 재구성, 재생산해 내는 근간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정약용의 삶을 영화로 만들고 싶기는 한데 장담할 수 없다. 영화로 만들 만한 사건이 부족하다. 정약용의 형제들이 시대와 불화를 겪었던 것들이 있기는 한데 픽션을 함부로 가미하면 본질이 호도되고, 지나치게 사실에 근거하면 영화적으로는 불리해 고민이 많다. 시인 윤동주의 삶을 영화로 만든 까닭도 능동적 근대성의 연장선에서다. 연극연출가 김광보 / 파드마 삼바바 ‘티벳 사자의 서’ 1998년 소설가 박상륭의 작품 ‘뙤약볕’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준비할 때였다. 소설을 정독하는 과정에서 작품 저변에 깔려 있는 정신이 티베트 불교라는 걸 알게 됐다. 작품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티베트 불교의 경전인 ‘티벳 사자의 서’를 읽게 됐다. 사람이 죽기 직전이나 죽은 후 49일 동안 읽어 주는 경전으로, 생의 근본 진리를 설파하며 내가 살고 있는 삶을 돌아보게 하고 존재의 본질을 깨닫게 해 준다. 처음엔 무척 어려웠다. 난해함이 가실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삶의 본질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삶의 본질과 맞닿을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동안의 삶도 성찰하고 앞으로 가야 할 올바른 길도 모색했다. 여러모로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이전엔 삶도 팍팍했고 앞만 보고 가기에 급급했다. 책을 읽고 난 뒤엔 한 작품이 끝나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결과물이 나오게 됐는지 돌아보고 다음 작품을 준비할 계획을 세우게 됐다. 무대에 올린 작품들을 검증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하게 됐다. 성찰을 토대로 앞으로 나갈 힘을 얻게 된 것이다. ‘티벳 사자의 서’에 담긴 정신은 소설 ‘뙤약볕’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뙤약볕’은 말(言)을 숭배하는 한 섬에서 말을 잃어버린 배경과 말을 찾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온갖 유형의 인간들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지를 보여준다. ‘뙤약볕’ 이후 무대에 올린 작품들에도 ‘티벳 사자의 서’의 정신이 요소요소에 깔려 있다. 한 작품에 통째로 담겨 있다고 할 순 없지만 지속적으로 작품에 반영돼 왔다. 소설가 정유정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내 인생에 스승이 된 책은 유대인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예요.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이야기이자 삶의 태도를 결정해 주는 책이죠.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갔던 그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다 그곳에서 잃었어요. 자신은 살아남았는데 느낀 게 하나 있었죠. 프랭클 박사는 누가 수용소에서 죽고 누가 살아남았는지 관찰해 봤어요. 그랬더니 이런 사람들이었죠. 나치들이 아침에 멀건 커피 한 잔을 줘요. 물도 제대로 없는 상태라 보통 사람들은 그걸 홀라당 마셔 버리겠죠. 그런데 살아남은 사람들은 세수를 했던 거예요. 그 더러운 데서 인간의 얼굴을 깨끗이 유지한다는 것, 그게 바로 인간으로서 위엄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고 밑바닥까지 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죠. 배가 너무 고파도 더 죽기 직전인 사람들에게 조그만 빵 한 조각을 양보하는 이들도 살아남았어요. 저자가 얻은 결론은 인간으로서 품위와 위엄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의지대로 이끌더라는 거예요. 현대사회 젊은이들에게 이 책은 진정한 ‘힐링’(치유)이란 건 누군가에 의해서나 여행으로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인간으로서 존엄을 되찾을 때 가능하다는 걸 일러줘요. 2014년 2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40일간 걸으며 밤에 힘겨울 때마다 이 책을 읽었어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고, 그 일을 하기 위해 나를 완전히 던질 수 있고, 그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제 인생이 이런 자유의지가 필요했던 인생이었기 때문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소설가 편혜영 / 칼 세이건 ‘코스모스’ 단 한 권의 책을 고르는 일은 언제나 망설여진다. 게다가 스승으로 삼을 만한 책이라니, 근사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재밌거나 진중하기만 해서도 안 될 것 같아 좀 더 망설였다. 엄히 꾸짖는 책이 아니라 격려해 주는 책, 철없는 질문과 한탄을 어리석게 여기지 않는 책, 패턴을 벗어나라고 말해 주는 책, 질서에서 자유로운 책, 세상을 의심하고 인간에 대해 상상해 보라고 부추기는 책을 고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다. 어떤 부분은 밑줄을 치며 읽고,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워 여러 번 되풀이해 읽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잘 모른다. 과학은 매번 스스로를 교정한다거나 과학적 사고에는 ‘회의의 정신과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잊지 않지만 행성이나 은하, 시간이나 공간에 대한 물리학의 설명은 늘 막연하다. 삶을 잘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 때, 사람들에게 화가 날 때,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여느 날보다 울적할 때 무척이나 커다란 백지에 아주 작은 점으로 놓인 나를 상상할 때가 있다. ‘나’는 더 작아지고 세계와 우주는 끝없이 팽창한다. 그런 상상을 반복하면 인간이,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헤아리게 되고 스스로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잘해 주고 싶어진다. 물론 그 방법을 ‘코스모스’라는 책이 가르쳐 주었을 리 없다. 오래전의 친구가 말해 준 방법이다. 그러나 우주와 세계의 질서를 헤아리다 보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작고 변덕스럽고 미약한 존재여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출판인 장은수 /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스승의 책’이 따로 어찌 있으랴. 모든 책은 스승이다. 다만 무릎의 책이 있고, 가슴의 책이 있고, 어깨의 책이 있고, 머리의 책이 있을 뿐이다. ‘무릎의 책’은 패배와 절망의 자리에서 다리에 일어서는 근육을 만들어 준다. ‘가슴의 책’은 비루한 현실로부터 심장에 뜨겁고 두근대는 소리를 되돌려준다. ‘어깨의 책’은 어둡고 답답한 사방으로부터 눈에 밝고 맑은 전망을 트여준다. ‘머리의 책’은 어지럽고 흐트러진 세상으로부터 마음에 똑똑하고 분명한 갈피를 잡아 준다. 피렌체로부터 버림받은 단테는 무엇을 했을까. 베르길리우스를 읽었다. 그리고 ‘신곡’을 썼다. 베르길리우스를 길잡이 삼아 지옥으로부터 천국으로 올라서는 길을 열었다. 재미없고 무료하게 살아가던 이달고는 무엇을 했을까. 이야기책을 읽었다. 그리고 돈키호테가 됐다. 기사 소설을 모범 삼아 타락한 세상을 정의가 널뛰는 모험의 무한 공간으로 발명했다. 세속보다 오히려 타락한 종교에 분노한 루터는 무엇을 했을까. 성서를 읽었다. 거룩한 서기들의 어깨에 올라서서 모든 이가 사제 없이 직접 신을 만나는 혁명을 이룩했다. 쫓겨 간 혁명가 마르크스는 무엇을 했을까. 대영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그리고 ‘자본’을 발표했다. 결국은 인간 자신마저 괴멸할 돈의 무차별한 전진을 폭로해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꿈꾸도록 했다. 아아, 나는 이 모든 책을 읽었다. 말씀으로써 스승이 무명을 깨쳐 제자의 지혜를 꽃피우듯, 책은 삶의 갈래마다 선바위로 서서 내 안의 길을 일으켰다. 모든 책은 수업이다.‘읽기 중독’이 내 정체성이다. 나는 책에서만 길을 찾는다. 나는 문자로 이뤄졌다.
  • [新국토기행] ‘섬들의 고향’ 전남 신안군

    [新국토기행] ‘섬들의 고향’ 전남 신안군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있는 전남 신안군은 880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보석같이 아름다운 수많은 섬들이 빛나 ‘섬 은하계’로 불린다. 유인도 91개, 무인도 789개다. 신안군 면적 1만 3308㎢ 중 바다면적은 1만 2654㎢로 이는 전남도 육지 면적과 같다. 서울시 면적 605㎢의 22배에 달한다. 그중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170호로 지정된 홍도가 가장 유명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광활한 갯벌과 전국 천일염의 70%를 생산하는 넓은 염전 등 풍부한 자원과 사시사철 많은 볼거리와 때 묻지 않은 풍광을 지녔다. 청정한 바다에서 생산되는 수산물과 게르마늄 토양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또한 그 맛과 질이 우수하다고 인정받는다. 람사협약에 등록된 장도 습지와 홍어로 유명한 흑산도, 백사장만 500여개에 이른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중국 송·원대 해저보물이 발견된 증도 등 섬마다 특유의 문화유산이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2008년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휴양하기 좋은 섬, 가고 싶은 섬 30’에 증도·우이도·임자도·비금도·흑산도·홍도·가거도 등 7곳이 지정돼 가장 많았다. 신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볼거리 ●천년의 신비! 홍도·흑산도… 유람선 투어 필수 홍도는 그 수려함으로 2012년 한국관광공사 선정 ‘한국인이 가봐야 할 관광지 100선’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거친 파도와 바람이 빚어낸 환상의 섬으로 연평균 2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명소다. 섬 주위에 펼쳐진 크고 작은 무인도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들은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형언할 수 없는 절경을 이룬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울창한 숲의 조화가 절묘해 남해의 소금강이라 불린다. 물이 맑고 투명해 바람이 없는 날에는 바닷속 10㎞가 넘게 들여다보인다. 바다 밑의 신비로운 경관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유람선을 타고 선상에서 바라보는 남문바위 등 홍도 10경은 관광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선상에서 즐기는 회 맛 또한 일품이다. 홍도에 가서 유람선을 타지 않는다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지 않은 것과 같다. 그것을 아는지 대부분의 관광객은 1구 마을 선착장에 닿자마자 유람선표를 산다. 유람선 투어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다. 홍도로 가는 길목에 있는 푸르다 못해 검은 섬 흑산도는 가수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와 ‘흑산홍어’로 유명하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생태적으로도 청정지역이다. 정약전 유적지, 철새전시관, 상라봉굽이길, 명품마을 영산도, 장도습지 등이 있다. ●‘느림의 행복’ 슬로시티 증도 힐링여행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 증도는 느려서 더 행복한 섬이다. 2012년 한국관광공사 선정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 2위에 올랐고, 2015년에도 선정되는 등 대한민국 대표 생태 관광지로 각광받는다. 한반도 해송 숲을 따라 걸으며 우전해변의 진한 바다 냄새에 취하고, 다양한 수생생물이 서식하는 광활한 갯벌에 또 한 번 취한다. 특히 단일 염전으론 국내 최대 규모인 태평염전(①)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옛날 방식 그대로 천일염을 만든다. 파란 하늘이 만들어 내는 반짝이는 소금을 보면 자연의 경이로움에 또 한 번 놀란다. 462만㎡(약 140만평) 규모다. ‘모든 생물은 생명이 시작된 바다를 기억한다’는 발생학적 논거에서 시작되는 소금박물관 여행도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경제사, 기술사, 사회사는 물론 예술과 신화를 넘나들며 인류와 함께한 소금의 역사를 재밌게 보여준다. 천일염을 배우고, 만들어 보는 과정을 통해 자연환경과 먹거리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외에도 염생식물원(②), 갯벌생태 전시관 등에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다도해 한눈에 보는 바다정원 송공산 분재공원 송공산 분재공원은 다도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송공산 남쪽 기슭 10㏊의 부지에 조성됐다. 분재원, 쇼나조각, 미니 수목원, 화목원, 산림욕장, 미술관 등이 있다. 바쁜 현대인들이 자연 속에서 분재와 미술작품을 보며 마음의 여유와 평안을 찾을 수 있도록 조성한 자연 친화적 분재공원이다. 분재원에는 소나무, 주목, 소사나무, 모과나무, 먼나무, 팽나무, 금솔, 금송, 피라칸사 등 1000여점의 분재와 신안 출신 우암 박용규 화백의 작품 등이 전시돼 있다. ● 12㎞ 백사장 걸으며 추억 쌓는 대광해수욕장 임자도 서쪽에 자리잡은 대광해수욕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넓은 해수욕장이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하얀 백사장은 12㎞에 달하며 폭은 300m가 넘는다. 해수욕장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가려면 걸어서는 1시간 20분이나 걸린다. 1990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완만한 경사와 따뜻한 수온, 광활한 백사장에 넓은 야영장과 천연 잔디, 운동장, 체육시설, 샤워장, 숙박시설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가족 단위의 피서객은 물론 학생들 수련회 및 운동선수들의 전지훈련장으로도 인기다. 모래 해변에서 즐기는 승마체험은 색다른 체험거리다. 매년 4월이면 국내 최대규모의 튤립단지에서 ‘튤립축제’(④)가 개최된다. ●비금도엔 이세돌 바둑기념관·생가·명사십리 비금도는 조훈현에 이어 한국바둑을 이끌어가는 천재 기사 이세돌이 태어난 곳이다.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겨루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세돌은 세계대회 15회 우승자다. 이세돌 바둑기념관(③)은 옛 비금 대광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바둑동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인근의 이세돌 생가와 함께 비금도의 관광코스로 자라잡고 있다. 인근에 있는 생가에는 어머니가 아직 산다. 기념관 뒤편에 대나무 숲으로 이뤄진 망각의 길을 지나면 천혜의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자리한다. ●6칸의 초가집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 하의도는 제15대 대통령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후광 김대중이란 거목을 낳은 고장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24년 하의면 후광리 원후광마을에서 아버지 김운식과 어머니 장수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호는 태어난 마을의 이름에서 따왔다. 어릴 적 김연 선생에게 한학을 배웠으며 하의초등학교를 다니던 중 열두 살 때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목포로 이주했다. 생가는 1999년 종친들이 복원해 신안군에 기증했다. 복원된 생가는 6칸의 초가집으로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준다. 생가의 앞쪽에는 하의면의 전통적인 염전 체험장이 있어 탐방로와 소금전시관도 이용할 수 있다. >>먹거리 ●유일하게 삭혀서 톡 쏘는 매력 있는 홍어 흑산 홍어는 육질이 차지고 부드러우며 담을 삭히는 효능이 뛰어나 기관지 천식, 소화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 식중독을 일으키지 않는 유일하게 삭혀서 먹는 특별한 생선이다. 입 안을 톡 쏘는 맛과 목과 코가 펑 뚫릴 정도의 특유한 냄새가 나지만 한번 맛 들이면 푹 빠진다. 고가임도 불구하고 찾게 되는 매력이 있다. 고단백·저지방으로 숙취도 풀어준다. 발효시킬 때 나온 끈적끈적한 점액은 스테미너 식품으로 알려졌다. 10월에서 다음해 3월까지가 가장 제 맛을 내지만 시기에 상관없이 언제나 먹어도 좋다. 비싸기도 하고 많이 잡히지 않아 시중에서는 수입산이 흑산 홍어로 둔갑하기도 한다. 홍어맛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회로 먹어야 한다. ●비린내·잔가시 없는 원기회복 생선 병어 4~8월 지도, 증도, 임자, 비금지역에서 주로 많이 생산된다. 200어가에서 2200여t을 잡아 170여억원의 수익을 올릴 정도다. 맛도 맛이려니와 병어는 금방이라도 팔딱 튀어오를 듯이 살이 탱탱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흰살생선인 병어는 살코기가 연하며 맛이 담백하다. 비린내가 없어 생선을 잘 먹지 않는 이들도 쉽게 정붙일 수 있고 잔가시가 없어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다. 게다가 조리법도 다양해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 병어를 이리저리 요리해 밥상에 자주 올려도 물리지 않는다. ●6월 알 꽉찬 젓새우로 담근 육젓이 일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오젓과 육젓은 겨울을 난 후 음력 5월이나 6월 산란 직전에 알이 꽉 찬 젓새우로 담근 젓을 말한다. 이 중 매년 6월쯤 잡히는 바다 참새우는 살이 통통하고 우윳빛이 감돌아 최상품으로 쳐주는데 이 새우로 담는 것을 육젓이라고 한다. 값싼 중국산 새우젓이 밀려와도 육젓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예나 지금이나 비싼 값에 팔린다. 신안와 연광군 연근해에서 한창 잡히는 젓새우는 230어가에서 9300여t을 생산해 수익 310억원을 올릴 정도로 신안군의 대표 음식이다. ●살·뼈·내장·부레 버릴 것 없는 민어 한방에서 보는 민어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해 예로부터 봄과 여름철에 냉해지는 오장육부의 기운을 돋우고 뼈를 튼튼히 하는데 애용돼왔다. 어린이 성장 발육과 노인 환자들의 건강회복에 특효인 민어는 산란기를 앞둔 여름철에 가장 맛이 있다. 탕은 복날 보신탕 대신 흔히 즐기기도 한다. 살과 뼈, 내장을 구분한 후 살은 회로 먹고, 부레는 그대로 썰어 소금에 찍어 먹는다. 민어의 부레는 꽤 비싼 편인데 잘게 썰어서 볶으면 진주 같은 구슬이 되는데 이것을 ‘아교구’라 하며 보약의 재료로 쓴다.
  • 환경오염 때문 사용금지 납 낚싯봉 만든 업자들 적발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해 사용이 금지된 납으로 만든 낚싯봉을 만들어 유통한 업자들이 적발됐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11일 낚시관리 및 육성법 위반 혐의로 낚시도구 제조업자 김모(66)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에서 낚시도구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김씨 등은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중금속 용출량 허용 기준치 20∼40배를 초과한 납 낚싯봉 550만개(1억 5000만원 상당)를 만들어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통된 낚싯봉 대부분은 일회용으로 해상이나 주변에 버려져 중금속 오염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 등의 환경문제가 우려된다. 이들은 2012년 9월 해양생태계 보호 등을 목적으로 낚시관리 및 육성법이 시행돼 납 낚싯봉 수입이 금지되자 불법으로 납 낚싯봉을 만들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납이 대체재인 주석보다 가격이 10분의1이나 저렴해 수요가 많고 제조방법도 쉬워 이들 외에도 상당수 업체가 납 낚싯봉을 만들어 유통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석으로 만든 낚싯봉 가격이 2000∼3000원대라면 납 낚싯봉은 500원 미만이라 주로 갯바위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다”며 “장기간 사용할 경우 인체에도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업계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이호준 시간여행] 야바위꾼 시대, 보이스피싱 시대

    [이호준 시간여행] 야바위꾼 시대, 보이스피싱 시대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를 사느라고 겪는 증상일까. 요즘은 몇 달밖에 안 된 기억도 일쑤 안개 속인 듯 흐릿하다. 지난겨울 야바위꾼을 만난 기억도 그렇다. 유럽을 여행하던 중이 틀림없는데 그곳이 어딘지 확실치 않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이었던가. 아니면 생투앙 벼룩시장의 들머리였던가. 부다페스트나 프라하의 뒷골목이었을지 모른다는 의심도 버릴 수 없다. 야바위꾼과 만나는 순간 엉뚱하게도 반갑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아직도 저렇게 고전적인 수법으로 속이고 속는 사람들이 있다니.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야바위가 성행했던 것도 그리 오래전 일은 아니다. 야바위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협잡의 수단으로 그럴듯하게 꾸미는 일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보통은 세 개의 작은 종지 안에 주사위를 넣고 빨리 움직여 주사위가 들어 있는 것을 알아맞히는 도박을 말한다. 돈을 걸고 주사위가 들어 있을 법한 종지를 찍는 것인데, 무조건 잃게 돼 있다고 한다. 중간에 교묘하게 주사위를 빼내서 옮기기 때문이다. 야바위를 업으로 하는 사람을 야바위꾼이라고 하는데, 보통은 바람잡이와 함께 판을 편다. 많을 땐 서너 명이 동원되기도 한다. 바람잡이의 역할은 먼저 돈을 걸어서 따는 걸 보여 주는 것이다. 구경하던 사람이 ‘저 사람도 따는데 나라고 못하랴’ 마음먹는 순간 주머니에 있는 돈은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 야바위꾼은 곳곳에 포진하고 있었다. 공원 같은 곳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고 도심에서 만나기도 했다. 관광지에도 어김없이 그들이 있었다. 엄연히 범법 행위지만 큰 범죄라는 인식이 없었고 ‘장비’도 단출했기 때문에 단속에 걸리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야바위꾼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전처럼 사람들이 어리숙하지도 않거니와 대체할 수 있는 ‘놀이’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럽에서 야바위꾼을 발견했을 때 그래서 더욱 눈길이 갔다. 눈속임으로 서민들의 주머니를 터는 나쁜 짓이었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순진한 시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을 한참 지켜보다 보니 생뚱맞게 보이스피싱이 떠올랐다. 제자리에 머무는 구시대적 사기와 날로 진화하는 ‘첨단’ 사기라는 대비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눈만 뜨면 새로운 수법이 생겨난다는 보이스피싱. 얼마나 빠르고 무섭게 진화하는지 상상을 앞지른지 오래다. 저금리로 정부 지원 자금을 대출받게 해 준다며 대출금을 편취하기도 하고, 취업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까지 등장했다. 보이스피싱에 당하면 야바위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크다. 게다가 피해자는 대개 가난한 서민이다. 노인을 타깃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목숨 같은 돈을 잃고 가정 자체가 파탄에 이른 가까운 사람도 있었다. 흉기를 휘두르는 것만 범죄가 아니다. 액수가 적든 크든 남을 속여 돈을 갈취하는 행위는 근절돼야 할 사회악이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의 잔혹성을 보면 야바위는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시대가 바뀌니 범죄가 흉포해졌다는 말로 치부하기에는 피해자가 당하는 고통이 너무 크다.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그런 범죄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유럽 어디였는지 장소는 흐려졌어도 야바위꾼을 보며 떠올랐던 생각은 생생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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