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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혼자산다’ 헨리·마리오, 민속촌 도깨비와 대결 ‘승자는 누구?’

    ‘나혼자산다’ 헨리·마리오, 민속촌 도깨비와 대결 ‘승자는 누구?’

    ‘나혼자산다’ 헨리와 마리오가 타짜 도깨비와 한 치 양보 없는 팽팽한 대결을 예고했다. 오는 18일 방송되는 MBC ‘나혼자산다’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캐나다에서 온 마리오와 한국 문화 체험에 나선 헨리의 유쾌한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특히 민속촌을 둘러보던 헨리와 마리오는 눈길을 사로잡은 ‘야바위’에 겁 없이 도전, 만만치 않아 보이는 상대인 도깨비와 예측불가 한 승부를 펼치며 눈을 뗄 수 없게 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세 개의 호두껍데기를 섞는 도깨비의 현란한 손기술이 발동하자 그 어느 때 보다 집중하며 완두콩 찾기에 심혈을 기울인다. 헨리는 마리오와 회의 중 도깨비의 손장난을 경계하는가 하면 결과 공개를 앞두고 고도의 심리전에 갈등하는 모습으로 ‘야바위’ 대결을 한층 쫄깃하게 한다. 이어 헨리는 마리오에게 잡채, 순대, 설렁탕, 인절미, 식혜 등 한식을 대접하며 음식을 소개, 설렁탕을 맛있게 먹는 비법(?)까지 전수한다고. 식사 자리에서도 계속되는 헨리의 한국어 과외에 맛깔 나는 리액션 지도까지 유쾌한 시간을 선물할 전망이다. 한편, MBC ‘나혼자산다’는 오는 18일 오후 11시 15분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팟츠 43득점 전자랜드 홈 11연승, DB 3점슛 둘 넣었으면

    팟츠 43득점 전자랜드 홈 11연승, DB 3점슛 둘 넣었으면

    전자랜드가 종료 1분을 남기고 두 차례나 3점슛을 얻어맞을 수 있는 기회를 모면하며 힘겹게 이겼다. 전자랜드는 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으로 불러들인 DB와의 SKT 5GX 프로농구 4라운드 대결을 79-76으로 이겼다. 전자랜드는 4연승, 홈 11연승을 달려 선두 현대모비스와의 격차를 3.5경기로 줄였다. 기디 팟츠가 3점슛 여덟 방 등 43득점 12리바운드 4스틸로 앞장섰다. 특히 3쿼터에만 20점을 몰아넣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찰스 로드는 11득점 11리바운드 더블더블로 거들었다. DB는 마커스 포스터가 33득점 10리바운드로 분전했을 뿐 리온 윌리엄스(9득점 8리바운드)와 유성호(9득점 4리바운드)를 제외하고는 지원 사격이 부족했다. 팟츠는 1쿼터에만 3점슛 둘 등 8득점으로 전자랜드를 이끌자 2쿼터 포스터도 3점슛 두 방 등 7득점으로 맞불을 놓았다. 특히 2쿼터 종료 27.2초를 남기고 팟츠 머리 위로 성공시킨 3점이 백미였다. DB가 38-35로 전반을 앞선 채 마쳤다. 3쿼터 다시 팟츠의 원맨쇼가 펼쳐졌다. 3점슛 세 방 등 20점을 쓸어 담아 DB가 이 쿼터에 올린 19점보다 많았다. 4쿼터 DB는 7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추격의 동력을 꺼버렸다. 르며쿼터 시작 2분 30초 만에 팟츠의 골밑슛과 차바위의 3점 플레이로 70-64로 앞섰다. 종료 4분 34초 전엔 팟츠의 자유투 2득점으로 77-67, 두 자릿수 격차를 만들었지만 막판 3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전자랜드의 두 차례 공격이 무위에 그쳐 기회가 넘어왔지만 끝내 살리지 못했다. LG는 고양 원정에서 5연승에 도전하는 오리온을 97-81로 따돌리며 DB를 밀어내고 6위(17승18패)로 올라섰다. 오리온은 8위(16승19패)로 밀렸다. 전반을 50-40으로 앞선 LG는 3쿼터에만 제임스 메이스와 조쉬 그레이가 25점을 합작하며 20점 차로 벌려 승기를 잡았다. 메이스가 30득점 15리바운드, 그레이가 19득점 3어시스트, 조성민이 3점슛 세 방 등 13득점, 김종규가 12득점 6리바운드로 힘을 보탰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국내 유일 판다 커플 임신?

    국내 유일 판다 커플 임신?

    국내에서 유일하게 희귀동물 판다를 만날 수 있는 에버랜드 판다월드가 15일 개관 1000일을 맞았다.이런 가운데, 지난 2016년 4월 중국에서 온 판다 커플 아이바오(암컷, 2013년생)와 러바오(수컷, 2012년생)가 새끼를 임신한 것으로 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에버랜드 측은 “지난 해 말 부터 혈액 분변 등 검사에서 호르몬 수치에 의미있는 변화가 생겨 예의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강철원 사육사는 “더욱 신선한 대나무와 영양식을 제공하고 적절한 운동을 유도해 판다들의 근력을 키우는 등 2세 준비 가능성을 열어 두고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년 여 동안 판다월드에는 하루 평균 7000명씩, 모두 700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갈 만큼 에버랜드 대표 명소가 됐다. 그동안 암컷 아이바오의 몸무게는 86㎏에서 118㎏으로 32kg, 러바오는 94㎏에서 123㎏로 29kg 늘어나며, 어른으로 성장했다. 판다 한 마리가 먹은 대나무는 약 10톤, 대변의 양은 9톤에 달해 실제 먹은 양의 10% 정도만 체내에 흡수된 것으로 전해진다. 수면 시간은 평균 1만 2000시간으로 1000일 중 절반을 잔 셈이다. 대나무 당근 등 먹이를 집거나 나무 오르는 습성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아이바오는 왼손, 러바오는 오른손잡이로 확인됐다. 기분이 좋을 때 둘의 반응은 엇갈리는데 아이바오는 인공 얼음바위에 배를 대고 눕고, 러바오는 나무에 턱을 괴고 명상에 빠질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에버랜드는 판다월드 개관 1000일을 맞아 다양한 온·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판다들과 함께 한 스토리와 성장기를 담은 기념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에 공개했다. 공식 페이스북(@witheverland) 영상에 축하 댓글을 단 회원 중 10명을 선정해 에버랜드 이용권(인당 2매)을 선물할 예정이다. 판다월드에서도 여러 행사를 한다. 그동안의 주요 성장 모습을 모아 이달 27일까지 특별 사진전을 연다. 엉뚱하지만 귀여운 모습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왕이 된 남자’ 대도서관 깜짝 출연 “드라마 출연은 처음..밤새워 연습”

    ‘왕이 된 남자’ 대도서관 깜짝 출연 “드라마 출연은 처음..밤새워 연습”

    ‘왕이 된 남자’ 대도서관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14일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 측은 카메오로 출연한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의 모습이 담긴 스틸을 공개했다. 대도서관은 ‘왕이 된 남자’에서 야바위꾼 역을 맡게 됐다. 공개된 스틸 속 대도서관은 야바위꾼과 찰떡 같은 비주얼로 시선을 잡아 끈다. 특히 대도서관은 내기 판에서 벌어진 뜻밖의 광경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데 익살스러운 표정이 웃음보를 자극한다. 반면 여진구(하선 역)의 위풍당당한 표정도 눈길을 끈다. 잔뜩 움츠러든 대도서관과 자신감에 차 있는 여진구의 상반된 표정이 대비되며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것. 본 방송을 통해 공개될 이들의 호흡에 궁금증이 증폭된다. 대도서관은 “드라마 출연은 처음”이라고 떨리는 마음을 전하며 “밤을 새워서 연습했다. 대사도 20가지 버전으로 준비했다”고 밝혀 주변의 기대를 높였다. 이윽고 촬영이 시작되자 대도서관은 준비한 대사를 열정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김희원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주변에서 일제히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는 후문. 이에 촬영장에 웃음 활력소를 선사한 대도서관의 감초 활약에 기대감이 높아진다. ‘왕이 된 남자’ 제작진 측은 “카메오 출연 제안에 흔쾌히 수락해주시고, 애써 주신 대도서관에게 감사드린다”며 “대도서관의 활약으로 한층 더 위트 있는 장면이 탄생했다. 특히 여진구와의 뜻밖의 케미를 발산하기도 했다. 오늘 밤 방송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니 많은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tvN ‘왕이 된 남자’는 14일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세계문화유산 불국사가 품은 불교 이야기

    세계문화유산 불국사가 품은 불교 이야기

    2018년에 등재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7사찰에 앞서 24년 전에 이미 등재된 불국사와 석굴암을 먼저 찾았다. 신라의 불교는 호국불교로 진흥왕 때부터 대형 사찰들이 건립된다. 진흥왕 때 황룡사가 건립되고 선덕여왕 때 황룡사 9층 목탑과 분황사가 건립 되었다. 무열왕이 통일의 기반을 다지고 문무왕이 통일을 완성할 무렵 신라에는 원효와 의상이라는 걸출한 승려가 있었고 이중 의상은 당에서 화엄경을 공부하고 돌아와 통일 신라에 화엄경을 설파하고 제자들을 길러냈으며 이후 그의 제자들이 신라의 불교를 더 융성하게 한다.불국사는 그 선상에서 지어진 사찰이다. 문무왕의 아들인 신문왕은 아버지 문무왕을 기리며 감은사를 짓고 만파식적을 얻었다. 이후 문무왕의 증손인 경덕왕 때 불국사와 석굴암이 지어졌고 석굴암의 방향이 문무 왕릉을 향해 감은사와 같이 문무왕을 기리고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킨다는 문무대왕의 유지대로 외세를 억누르기 위한 기원의 의미였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불국사에는 두 가지 설화가 전한다. 그 하나는 김대성에 대한 설화고 또 하나는 아사달과 아사녀에 관한 설화다. 김대성에 대한 전설은 불국사의 창건에 대한 이야기고 아사달과 아사녀의 전설은 무영탑이라 부르는 석가탑에 대한 이야기다. 2대의 왕을 위해 왕명을 받들어 김대성이 지은 것이 효자로 이름난 재상 김대성이 지은 것으로 잘못 전해지고 있는 듯하다.불국사는 이름 그대로 불국을 재현한 절이다. 현세의 부처인 석가모니와 과거의 부처이며 극락세계의 영주인 아미타불, 법신인 비로자나불을 모셨고 중생을 구원하는 관음보살 역시 따로 모셨다. 네 개의 영역은 크기는 물론 마당의 높이가 다른 완전히 독립된 영역이다.석가탑 앞에 다보여래를 상징하는 다보탑을 모셨으니 부처님만 네 분을 모신 절이다. 이중 그 중심은 현세의 부처를 모신 대웅전 영역이다. 도솔천의 33천을 상징하는 청운교 백운교 33계단을 올라 자하문을 지나면 여기부터는 불국이다. 계단의 수에 대해서는 34단이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첫 단을 지반과 같은 높이였다고 보면 33단이 된다. 다른 사찰의 경우라면 자하문은 불이문이 되었을 것이다. 계단을 교(橋)라 한 것은 부처의 나라로 들어가는 다리역할을 한다 해서 그렇게 부른다. 또 범영루 우측의 수구에서는 물이 떨어져 밑의 연못에 떨어졌을 것이며 청운교 아치밑에는 이 물이 흐르거나 고여 있었다면 다리교를 쓰는 것이 맞을 것이다.복원을 위해 발굴조사를 한 기록을 보면 지금의 불국사 앞 마당에도 연지의 터가 발견되었고 여기서 기와등이 발견되었다. 자하는 자색 안개를 뜻 하는데 수구에서 물이 떨어지며 물안개가 피어났는데 그 안개가 자색이었다고도 한다. 또 자하는 부처님의 몸에서 나오는 자주 빛 금색 안개를 말한다. 자하문의 안쪽에 해와 달이 함께 그려진 것은 자하문 안의 불국이 해와 달을 위의 하늘에 있다는 의미로 불국임을 다시 알려준다. 자하문에 평주와 고주를 연결하는 계량 또는 소 꼬리같이 생겨 우미량이라고 하는 부재를 하나는 위로 휘고 하나는 아래로 휜 부재를 사용한 것은 해와 달이 뜨고 지는 시간이 다르니 해가 뜨면 달이 지고 달이 뜨면 해가 지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어 해와 달이 다 있는 불국을 표현하였다.백제의 석공 아사달을 청하여 석가탑을 비롯한 석조물을 건조 하였는데 몇 해가 가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그의 아내 아사녀가 불국사로 찾아간다. 아녀자가 불사를 조성하는 곳에 들어가면 아니 된다 하여 그녀를 들이지 않고 무영지에서 가서 지성으로 기도를 하며 기다리라한다. 탑이 완성되면 그 그림자가 무영지에 비칠 것이니 그때가 되면 아사달을 만날 것이라 하였다. 지성으로 기도를 하며 기다렸으나 끝내 그림자는 비추지 아니하였다. 기다림에 지친 아사녀는 무영지에 몸을 던졌다 한다. 석가탑은 그림자가 없는 무영탑이다.해와 달 위에 떠있는 불국이니 어찌 그림자가 있을 수 있겠나? 불국사의 경내가 불국임을 이야기 하는 또 하나의 설화다. 그림자가 없다는 것은 분별이 없다는 것이다. 분별은 실체와 상관없이 개념으로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선과 악, 깨끗하고 더러운 것, 밝은 것과 어두운 것 같은 구별은 원래 하나인 세상을 인간이 둘로 나누는 것이다. 부처가 되면 이런 분별이 없어지고 비로써 하나의 세상에 있게 된다. 그림자가 없다는 이야기는 석가모니는 현세의 부처이기 때문에 분별을 하지 않고 분별이 없는 것을 상징적으로 그림자가 없는 것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석가탑은 애초에 그림자가 없는 탑이었다. 아사녀는 결국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탑의 그림자가 생기길 기다린 것이다. 아름다운 전설이지만 자비의 부처님 전설에 희생된 아사녀의 이야기는 어쩌면 종교가 가진 한계를 보여주는 서글픈 이야기다.석가탑과 다보탑은 두 부처님의 모습을 재현하였다. 아미타불이 과거의 부처이며 서방 극락세계의 교주라면 다보여래는 동방보정세계의 교주다. 몸 전체가 진신사리가 되어 보석처럼 빛나는 화려한 탑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스스로 어느 곳이든 법화경을 설하는 곳에 나의 보탑이 솟아나와 그 설법을 증명 하리라 하였다. 석가모니 부처가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할 때 역시 보탑이 솟아 나왔다 하여 석가모니를 상징하는 석가탑과 다보여래를 상징하는 다보탑을 함께 조성한 것이다. 석가탑은 2단의 기단 아래 자연석의 기반이 있다. 석가모니가 앉아있던 바위를 상장한다. 남산 용장사지의 석탑이 바위 위에 앉은 모습이 연상된다. 석가탑의 해체 복원 시 사리함과 함께 무구정광 다라니경 목판 인쇄본이 나왔다. 이 목판 인쇄본은 최초의 목판 인쇄기록을 바꾸는 중요한 문화재로 천년이 넘은 한지의 우수성도 함께 입증되었다. 다보탑의 다섯 기둥으로 이루어진 기단부의 안쪽에 있었을 것이라 예상한 사리장엄구와 이불 병좌상이 없는 것은 일제 때 해체 복원되며 사라진 것이라 추측한다. 이불 병좌상은 다보여래가 자신의 보탑 안에 자리의 반을 내어주어 석가모니 부처와 다보여래가 함께 나란히 앉은 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해체복원이 원래의 상태대로 복원해야 하는 것이나 불국사나 석굴암을 비롯한 여러 문화재가 그렇지 못하였다. 불국사의 석축을 보면 원형의 석축과 복원된 석축이 확연히 다른 것이 보인다. 원래의 석축은 크고 넓은 자연석위에 그랭이질 된 장대석을 얹어 자연과 인고의 조화를 보여주는 한편 그랭이 공법으로 잘 맞춰진 석축은 지진을 버텨낼 수 있는 기초가 되었다. 여러 전란에도 불구하고 불국사의 석축 등이 버틸 수 있던 것도 이러한 우리만의 독특한 기술 때문이었다.불국사의 대웅전의 영역은 기하학적으로도 거의 완벽하다. 청운교 백운교 자하문 대웅전 무설전은 정확히 중심이 일치하는 직선상에 놓여 있으며 석가탑과 다보탑, 영역을 구획하는 회랑은 그 중심축에서 완전히 대칭이다. 또 석가탑과 다보탑의 중심거리의 반을 기준 척으로 계산하면 대웅전 영역의 가로는 기준척의 네 배고 길이는 다섯 배가 된다. 또 석가탑과 다보탑의 하부 기단너비는 같으며 대웅전의 폭은 이 기단 너비의 세배가 된다. 또 대웅전 영역의 전면 두 꼭지 점과 대웅전 뒷벽의 중심을 연결하면 정삼각형이 된다. 기준척도를 가지고 그 비율로 만들어낸 정확한 규칙이 보인다. 이 완벽한 대칭은 다보탑과 석가탑의 형태에서 깨진다. 백제 미륵사의 경우 같은 쌍탑 이지만 두 탑의 모양이 같다. 이에 비해 불국사는 그 대칭의 경직성이 두 탑에서 깨진다. 그 깨진 대칭은 영역 전면의 양 끝에 범영루와 자경루에서 회복된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간결한 석가탑의 연장선에 있는 범영루는 누각을 받이는 석조의 화려한 주초부터 건물까지 화려함을 자랑하고 화려한 다보탑의 연장선에 있는 자경루는 꾸밈없이 간결하다. 양쪽이 간결함과 화려함을 나눠서 그 무게감을 맞추어 대칭속의 비대칭, 비대칭 합의 대칭을 완벽하게 구현 하였다.아미타 부처가 있는 영역은 그 지반의 높이와 계단의 단수가 낮다. 극락왕생을 빌어준다는 그 극락이 이곳이니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계단을 오르내렸을까? 연화교와 칠보교를 통해 들어가는데 이는 극락정토가 연화와 칠보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어 이를 의미한다. 서방 극락정토의 부처님을 만나러 올라가는 연화교의 계단석 바닥에는 연꽃잎이 조각되어 있다. 한 장의 꽃잎으로 볼 수도 있고 한 송이의 꽃으로 볼 수도 있다. 꽃잎이라 보면 꽃잎을 즈려밟고 오르는 것이고 꽃송이라면 피지 않은 봉우리를 보며 올라가서 부처님을 만나고 내려올 땐 부처의 법력으로 활짝 핀 연꽃을 보며 내려오는 형상이 된다. 나는 후자에 무게를 두고 싶다. 연화교와 칠보교는 청운교와 백운교의 축소판이고 조금 간결해진다. 안양은 극락의 다른 이름이다. 아미타불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문의 이름은 안양문 이고 아미타불을 모신 불전은 극락전이다. 아미타불은 화엄종에서 본존불로 모시는 극락정토의 부처이며 중생에게 자비를 베푸는 부처님으로 우리 역사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부처님이다. 불국사는 경덕왕 때 지어졌다고 하나 무설전은 문무왕 때 지어졌고 대규모 사찰이 아닌 작은 사찰로는 경덕왕 이전에 존재 했으며 경덕왕 때 대규모로 중수되어 큰 사찰이 완성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80여종 2000여 칸의 건물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경덕왕은 불국사 외에 석굴암을 조성하였고 불교유적의 보고인 남산과 월성의 남쪽 끝을 연결하는 월정교를 축조하는 등 신라의 대표적 유적들을 조성한 것으로 보아 불심과 효심이 깊고 예술적 감각도 뛰어난 성군이 아니었을까 싶다. 임진왜란 때 석조물과 일부 건물만 남기고 전소 되었고 중수와 방치를 거쳐 박정희 전 대통령 때 문화공보부 시절 지금의 모습으로 보수 복원 되었다.복원된 현재의 불국사가 원형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들이 많음에도 지금의 모습으로도 우리의 대표적 유적중 하나로 손색이 없다. 불국사 앞의 마당과 연못을 비롯 원형이 복원된 모습을 상상해본다. 경주에 가면 작년 가을에 복원된 월정교도 꼭 들러보시길 권한다.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가 생각나는, 누각으로 덮인 누교로는 유일한 다리다. 원효대사가 요석궁에 머무를 시간을 벌기위해 일부러 물에 빠져서 옷을 젖게 하여 요석공주와 설총을 만들었다는 낭만적인 설화가 깃든 곳이니 사랑하는 이와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글 사진: 최세일 한건축 대표
  • 안양시 가장 큰 관광자산 ‘예술공원’ 활성화 나선다.

    안양시 가장 큰 관광자산 ‘예술공원’ 활성화 나선다.

    경기도 안양시의 가장 큰 관광자산은 만안구 석수동에 있는 ‘안양예술공원’으로 나타났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9월 기준 안양시 주요 관광지점 4곳 중 안양예술공원 관광객이 45만 269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김중업박물관(3만 7316명), 안양천 생태이야기관(3만 3785명), 병목안 캠핑장(1만 9916명) 순이었다. 2017년 기준 인근 광명시 광명동굴은 한 해 동안 관광객 119만 2262명이 찾았다. 13일 시에 따르면 지역 명소이자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주 무대인 안양예술공원 활성화와 관광상품 개발을 역점사업으로 100만 관광객 유치에 나선다. 이를 위해 시는 관광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4대 전략을 세웠다. 관광진흥 기반을 마련하고 관광정보 안내시스템을 새로 구축한다. 글로벌 관광마케팅에 힘을 쏟고, 관광상품 개발·콘텐츠도 확충할 방침이다.주요 세부계획으로 시는 용역을 의뢰해 안양예술공원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만안각 부지 활용과 교통문제 해결 방안도 포함하며, 9월 용역 최종보고회를 연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하는 관광분야 공모에도 적극 나선다, 5월부터는 관광호텔과 여행업 관계자, 관광지 상인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열어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여행사를 대상으로 여행상품 기획공모전을 연다. 온라인 홍보를 강화하는 등 관광정보 안내시스템도 새로 만든다. 인근 관악역에서 예술공원까지 재미있고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유도안내판을 11월까지 설치할 예정이다. 안양 8경과 문화재 안내 이정표를 정비하거나 새로 만들고, 주변 볼거리를 소개하는 리플릿을 상반기 중 제작할 예정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광기자단을 늘려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한 홍보도 강화할 계획이다. 객관적 관광통계자료 확보를 위해 현재 3개소인 주요관광지 입장객 통계지점을 7곳으로 확대한다. 주요관광지점으로 등록하려면 객관적 데이터로 인정받을 수 있는 3D 출입통계시스템을 설치해야 가능하다.관광도시의 안양의 얼굴 홈페이지도 새롭게 꾸민다. 7월부터 운영 예정인 홈페이지는 가상현실(VR) 체험과 다양한 문화관광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방문객과 공급자 간에 쌍방향 소통채널이 가능하며, 글로벌 트렌드에도 맞췄다. 예술공원과 병목안, 범계∼평촌, 안양1번가 등 지역 명소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전문가를 초청 팸투어를 실시한다. 또 국내에서 하나뿐인 석종으로 문화적 가치가 높은 ‘석수동 마애종’을 국보 및 보물 승격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한다. 신라말 고려초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마애종은 바위에 새겨진 조각기법이 사실적이고 섬세해 범종 연구에 중요한 사료다. 바위면 전체를 종각으로 삼고 종을 치는 스님을 동자승으로 묘사한 것이 특징적이고 이채롭다. 관양동 청동유적지 정비계획도 올해 수립할 예정이다. 수도권 남부에 위치한 안양시는 도시기반이 잘 마련된 사통팔달 교통 요지로 관광도시 조건을 두루 갖췄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안양천을 비롯 진산인 관악산과 삼성산, 수리산이 있어 자연환경도 수려하다. 하지만 ‘경기도 명소 100선’엔 안양예술공원 단 한 곳만이 시의 지역명소로 올랐다. 글·사진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우주를 보다] 가장 아름다운 남반구 하늘 -아타카마 사막 ‘은하수 폭포’

    [우주를 보다] 가장 아름다운 남반구 하늘 -아타카마 사막 ‘은하수 폭포’

    가장 아름다운 남반구의 밤하늘을 보고 싶다면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이 으뜸일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하고 빛공해가 없어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들과 은하, 성운들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밤하늘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천체사진 작가가 폭포를 발견하여 더욱 환상적인 밤하늘 풍경을 연출한 것이 12일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오늘의 천문사진(APOD)'에 올라 우주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작가는 이 사막의 한 지역에서 바위 위를 타고 내리는 폭포를 발견하여, 폭포의 물과 밤하늘 풍경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시간을 계산한 후, 은하수가 상승하고 폭포의 수량이 많을 때를 골라 이 작품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어떤 사진이 나왔을까? 우선 파노라마같이 아름답게 펼쳐진 사진의 풍경 속에는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가 폭포 위로 흘러내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폭포 꼭대기에는 일등성 센타우루스자리 베타 별이 밝게 빛나고 있다. 또 그 위로 보이는 밝은 별들은 남십자자리다. 센타우루스자리나 남십자자리는 다 같이 일등성을 두 개씩 가진 별자리니까, 이 좁은 영역 안에 일등성이 4개나 모여 있는 셈이다. ​그리고 남십자자리주위에 거뭇하게 보이는 부분은 암흑성운인 석탄자루(Coalsack) 성운이고, 눈길을 왼쪽으로 돌리면 그 유명한 대-소마젤란 은하가 바로 눈에 띈다. 둘 다 우리은하의 위성은하로, 탐험가 마젤란이 1519년 남태평양을 지날 때 발견했다 하여 마젤란 구름(Magellanic Cloud)이란 이름을 얻었다. 당시에는 은하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천문학자들의 새로운 연구에 의해 대마젤란은하(LMC)가 우리은하를 향해 충돌 코스로 돌진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충돌 시기는 약 20억 년 후로, 이는 과학자들이 80억 년 내로 예상한 이웃 은하 안드로메다와의 충돌보다도 훨씬 빨리 이뤄지는 것이다. ​만약 충돌이 일어나면 시뮬레이션 상에는 지구가 속한 태양계는 성간 우주로 날아가버릴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간이 20억 년 후의 일을 걱정하는 것은 하루살이가 겨울나기를 걱정하는 것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일이니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닌 듯하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아하! 우주] 누구있나요?…6광년 거리 슈퍼지구에 생명체 가능성

    [아하! 우주] 누구있나요?…6광년 거리 슈퍼지구에 생명체 가능성

    지구에서 불과 6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른바 '슈퍼지구'에 외계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주요언론은 외계행성 ‘바나드-b’ 표면 아래에 원시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처음 발견된 바나드-b는 뱀주인자리의 어두운 별인 바나드(Barnard)의 주위를 도는 외계행성이다. 지구와 같은 바위형 행성이지만 표면온도가 -130℃도 넘는 차가운 얼음왕국인 바나드-b는 항성을 233일 만에 공전한다. 항성과의 거리로만 보면 태양과 수성 사이 정도지만 바나드가 태양과 비교하면 약 0.4%의 빛을 방출해 표면에 액체상태의 물은 없고 얼음만 가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가혹한 조건 때문에 당초 전문가들은 외계생명체의 존재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었으나 최근 연구결과는 다르다. 지난 10일 빌라노바 대학 연구팀이 시애틀에서 열린 미 천문학회 연례회의에서 바나드-b 내 생명체 존재가능성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것.연구를 이끈 에드워드 귀난 박사는 "바나드-b의 표면에서는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없지만 그 아래는 다르다"면서 "바나드-b는 그 코어에 뜨거운 액체상태의 철과 니켈을 가지고 있을 수 있어 지열난방을 통해 원시적인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지열난방은 남극대륙에서 발견되는 지하호수의 조건과 마찬가지"라면서 "표면 아래에 바다가 숨겨져있을 것으로 보이는 목성의 달 유로파와도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바나드-b는 지난해 11월 미국의 카네기 연구소, 스페인 우주과학 연구소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지난 20년 간 이루어진 관측 데이터를 재분석한 끝에 발견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유력한 외계행성 후보로, 보다 확실한 데이터는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배치돼야 알 수 있으나 2021년 이후로 발사가 연기된 상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나드 별은 90억 년 정도의 나이로 우리 태양보다 2배는 더 많다. 이 때문에 주위 행성 역시 지구보다 훨씬 오래 전 생성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중 바나드-b는 역대 발견된 것 중 2번째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외계행성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는 3개의 별이 모인 삼성계인 알파 센타우리로 지구에서 약 4.3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수원시 10일 새벽 버스파업시 대체버스 투입

    수원시는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 산하 8개 버스회사 노조가 10일 오전 4시부터 전면파업 돌입을 예고한 가운데 버스노선운행 중단 시 전세버스와 관용버스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기지역 파업참가 예상 노조는 수원과 화성의 경진여객운수·삼경운수,안양 보영운수·삼영운수,안산 경원여객·태화상운,부천 소신여객,시흥 시흥교통 등으로 이들 회사는 157개 노선에 1925대 버스를 운행 중이다. 수원시는9일 염태영 시장 주재로 버스 파업 긴급점검 회의를 열고 경진여객·삼경운수가 파업에 돌입해 해당 노선 운행이 중단되면 10일 오전 출근시간대에 전세버스 27대(58회 운행)와 관용버스 5대(5회 운행)를 투입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 하기로 했다. 경진여객은 수원역과 서울 사당역·강남역, 서울역을 오가는 광역버스3000·7770·7780·7790·7800·7900번을, 삼경운수는 수원 고색동과 성남시를 오가는 광역버스 2007번과 수원을 경유하는 좌석버스 300번을 운행하고 있어 파업으로 운행이 중단되면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불편이 불가피하다. 버스파업에 대비해 수원시는 10일 오전 5시부터 8시 30분까지 수원역과 선바위역(지하철4호선·과천)을 오가는 전세버스를 운행한다. 국도1호선 지지대고개에서 병점역(화성시)에 이르는 구간(300번 운행 노선)에는 관용버스 5대를 투입한다. 대체버스 투입과 함께 개인·법인택시 4707대는 버스파업이 끝날 때까지 부제를 일시 해제한다. 염 시장은 “파업으로 버스운행이 중단되면 시민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많은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므로 전철 등 대체 교통수단을 미리 확인해 이용해 달라”라고 당부하면서 “버스업체와 운수종사자들도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서로 한발씩 양보해 시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해 달라”라고 말했다. 또 10일 새벽부터 수원시 공무원을 주요 버스정류장에 배치해 시민들에게 운행 중단 사실을 알리고 대체 교통수단을 안내할 예정이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여주박물관 11일 부터 ‘매듭, 전통을 잇다’ 전시회

    여주박물관 11일 부터 ‘매듭, 전통을 잇다’ 전시회

    여주시 여주박물관은 11일부터 2월 17일까지 ‘매듭, 전통을 잇다’라는 전시회를 연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여주박물관 전통문화교육 ‘재미있는 우리 매듭’의 수강생들이 국가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 이수자인 박양자 선생의 지도아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전통의 맥을 계승하는 작업에 자부심을 가지며 그동안 갈고 닦았던 기량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노리개와 주머니, 예단보, 조바위 등 40여점의 공예 작품을 통해 전통매듭에 대한 이해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여주박물관에서는 시민들에게 전통문화 체험의 기회와 전문 문화예술인으로의 양성을 위해 매년 닥종이 인형, 전통매듭, 전통서예, 민화, 봉산탈춤 등의 강좌를 운영하고 있으며 수강생들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공연을 개최하여 시민이 중심이 되어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지켜나가는데 앞장서고 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해머 하나로 12m 바위 반으로 가르는 남성들

    해머 하나로 12m 바위 반으로 가르는 남성들

    해머와 정만으로 거대한 바위를 반으로 가르는 놀라운 순간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8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인도 남부 타밀나두에서 촬영된 영상 한편을 소개했다. 영상에는 거대한 바위 주변의 한 무리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남성들 중 한 명이 거대한 바위틈에 꽂은 정에 해머질을 한다. 사력을 다해 해머질 하는 남성이 지칠 때쯤 뒤쪽 남성이 이어받아 해머질을 계속한다. 잠시 뒤, 여러 차례 바뀐 남성들의 해머질이 이어지고 마침내 굉음과 함께 집채만 한 12m짜리 바위가 반으로 갈라지며 쓰러진다. 바위 주변은 금세 뿌연 먼지로 휩싸인다.해당 영상은 소셜 미디어에 공유돼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소셜 이용자는 “놀랍다. 당신이 원한다면 불가능은 없다”며 “이것은 가장 좋은 예이다 ”라는 댓글을 달았다. 사진=데일리메일 영상부 seoultv@seoul.co.kr
  • 여일한 바다에서 새해를 건지다…범바위에 앉아 호수를 품다

    여일한 바다에서 새해를 건지다…범바위에 앉아 호수를 품다

    설악산, 아바이마을, 동명항…. 강원 속초의 이름난 명승지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신참 여행지가 있습니다. 속초해수욕장과 외옹치항을 잇는 해안 산책로, ‘외옹치 바다향기로’입니다. 우리나라에 바다를 낀 산책로는 한둘이 아니지만, 남북 관계의 긴장이 풀리고 65년 만에 발을 디딜 수 있게 된 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뿌듯해집니다. 1년을 시작하는 이즈음, 외옹치 바다향기로에는 사람이 많습니다. 춥다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파도에 신이 난 젊은이들, 아이를 목말 태워 저 멀리의 바다를 보여 주는 아빠, 손을 맞잡고 걷는 노부부, 사람들은 저마다 새해의 바다에서 무엇을 보았을까요. 외옹치 바다에서 길어 올린 새로운 다짐은 무엇이었을까요. 새 마음, 새 뜻이 넘실대는 해안 산책로를 걷고 나자 진한 소금 향이 온몸에 남았습니다.65년 동안 볼 수 없던 바다를 보고, 걸을 수 없던 길을 걷는다. 속초 외옹치 해안 일대는 1970년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해안 철책이 설치되며 반세기 동안 일반인 접근이 금지된 구역이었다. 그러던 2018년 4월 남북 관계 화해 무드를 타고 외옹치 해안이 전면 개방되며 일대는 걷기 좋은 해안 산책로로 단장했다.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속초해수욕장 정문부터 외옹치 해수욕장을 거쳐 외옹치항까지 이어진다. 반세기 넘게 발 들일 수 없던 바다가 어떤 풍경을 보여 줄지 궁금해하는 이들의 발길이 모여 삽시간에 속초의 명소로 거듭났다.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크게 속초해수욕장 구간(850m)과 외옹치 구간(890m)으로 나뉜다. 총 1.74㎞, 편도 1시간이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그마저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외옹치 구간만 걸어도 좋다. 외옹치 해수욕장과 외옹치항, 어디서 출발하든 30여 분 동안 다채로운 풍경의 바닷길을 만끽할 수 있다. 짧은 산책로의 미덕은 한겨울에도 가뿐히 걸을 수 있다는 점 아닐까.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하는 길이라면 굳은 결심과 단단한 채비가 필요할 테지만,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잠깐 산책이나 할까’ 하는 마음 정도면 충분하다. 가벼운 걸음에 비해 보여 주는 풍경은 빼어나다. 끝 간 데 없이 너른 쪽빛 바다, 기암괴석에 부딪힌 파도가 일으키는 물보라, 기암절벽 사이에 자란 해송 군락, 아름다운 풍경이 끝없이 이어진다. 나무 데크가 깔린 평지라 길도 순하다.외옹치 구간은 암석관찰길, 안보체험길, 하늘데크길, 대나무명상길로 나뉜다. 수심이 낮아 가족 단위로 찾기에 좋은 외옹치 해수욕장, 긴 세월 파도에 깎인 암석이 연이어 나타나는 암석관찰길을 지나자 안보체험길이 나타난다. 외옹치 바다향기로의 지난날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구간이다. 2m 높이의 철책과 감시초소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속초시는 슬픈 역사를 잊지 않고자 일부러 철책을 거두지 않았다고 한다. 덕분에 잠시나마 산책로가 들어서기 전의 삼엄한 경비 태세나 스산한 분위기를 연상해 볼 수 있다. 바다는 으레 두 눈 가득 들어차는 망망대해인 줄 알았는데, 안보체험길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다르다. 바닷바람에 녹이 슨 철책 구멍 사이에 바다가 조각조각 들어 있다. 조각난 바다가 하나로 합쳐지길 염원하며 걸음을 계속한다. 안보체험길의 끝자락, ㄷ자형 전망대가 어딘가 낯익다. tvN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차수현(송혜교 분)과 김진혁(박보검 분)이 마주한 장소란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남자친구’ 촬영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지만,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해안선을 조망하기에 제격이라 사람들 발길이 유독 오래 머문다. 외옹치 바다향기로 전 구간을 통틀어 전망이 가장 시원한 곳은 하늘데크길이다. 전망 데크가 군데군데 자리해 차디찬 해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다를 감상하거나 사진을 찍는 이들이 많다. 전망 데크에 서서 바라보는 바다는 어쩜 그리 드넓은지, 연원을 알 수 없는 깊이 앞에서 사람의 나이가 무색하다. 바다는 한 살 더 먹었다고 파도를 더 잘 치는 것도 아니요, 올해 목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가 되는 것이라고 다른 바다와 경쟁하지도 않는다. 지나간 해나 새로운 해나, 바다는 한없이 푸르고 파도는 쉼 없이 밀려왔다 밀려갈 뿐이다. 새해라고 거창한 포부, 원대한 계획을 세워야 할까. 외옹치 바다가 들려준 답은 ‘아니오’다. 바다의 일에 빗대자면 자기 자리에서 멈춤 없이 제 할 일을 하는 것도 새해의 포부가 될 수 있다. 새해의 바다에서 변치 않음을 향한 바람을 건져 올린다.●문화가 꽃피는 아트플랫폼 갯배 갯배와 아바이순대로 대표되는 아바이마을에 2년 전 새로운 문화공간이 생겼다. 이름하여 아트플랫폼 갯배. 한때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던 해양 컨테이너를 문화공간으로 활용, 실향민 문화 관련 전시나 속초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의 전시가 열린다. 2층 통유리창으로 청초호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숨겨진 뷰 포인트로도 부족함이 없다. 설악대교 교각 아래 자리한 아담한 문화공간은 아바이마을의 정체성을 보여 준다. 입구에 띄엄띄엄 놓인 보따리는 실향민의 아픔을 보여 주는 설치미술 작품이다. 한국전쟁 때 피란 온 함경도 실향민이 정착한 곳이 아바이마을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고향에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어 마지않던 사람들은, 고향을 그리며 아바이순대와 식해를 만들고 사람이 거의 살지 않던 바닷가 땅을 속초시로 승격시켰다. 관광객으로 붐벼도 감출 수 없는 마을 특유의 쓸쓸한 분위기는 고향을 향한 노스탤지어 때문일 것이다. 현재 아트플랫폼 갯배 2층에서 열리는 전시는 ‘장롱사진전’. 전투식량 상자를 이어붙인 집 앞에서 책보를 들고 있는 학생들, 고기잡이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며 청호동 방파제에서 놀고 있는 아이, 설악산 관광호텔 앞에서 찍은 설악국민학교 동창회 사진까지, 장롱 속에 잠들어 있던 빛바랜 흑백사진이 50~60년 전 속초를 증언한다.●화랑이 서라벌 가는 것도 잊게 한 범바위 웅크린 호랑이의 모습을 닮았다고 ‘범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그래봤자 바위다. 볼거리 많은 속초에서 왜 바위를 봐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겠다. 대답을 찾자면 속초 8경의 하나인 바위 자체의 기세도 늠름하지만, 이곳에서 보는 영랑호 풍광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영랑정 가는 길’이라는 안내판을 따라 계단을 조금만 오르면 정자 영랑정이 나타나고, 바로 옆에 웅장한 자태의 범바위를 마주한다. 범바위는 하나의 바위가 아니라 바위 여러 개가 모인 바위군이다. 이 거대한 몸뚱이를 일컫기에 ‘바위’라는 단어는 너무나 작다. 바위 꼭대기를 보려면 몇 걸음 뒤로 물러서 고개를 들어야 하고, 바위 표면은 동네 사람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은 채 가운데에서 씨름 한판을 벌여도 될 만큼 드넓다. 밑은 낭떠러지이다 보니 바위에 엉거주춤 앉는 순간, 묘한 울렁거림까지 느껴진다. 울렁거림도 잠시, 영랑호가 눈에 들자 이내 감탄이 터진다. 영랑호는 둘레 8㎞, 넓이 약 120만m²(약 36만평)에 이르는 호수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의 화랑, 영랑이 금강산에서 수련을 마치고 서라벌로 돌아가는 길에 호수를 발견하고, 서라벌로 돌아가는 것도 잊고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영랑의 이름을 딴 ‘영랑호’는 그 후 화랑들의 수련장이 됐다. 범바위에 앉으면 영랑이 왜 이곳을 떠나지 못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잔물결이 이는 호수에 들어찬 속초의 겨울은 추위도 잊힌 채 넋을 놓고 바라볼 만큼 평화롭다.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 사진 장명확(사진작가) ■ 여행수첩 (지역번호 033) →가는 길 : 서울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서울양양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삼척-속초)를 지난다. 서울양양고속도로 설악IC교차로와 동해고속도로(삼척~속초)를 지나 대조평교차로에서 설악산 방면으로 좌회전, 도천삼거리에서 설악해맞이공원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조양교차로에서 북양양IC 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대포항길을 따라가면 외옹치 바다향기로다. 내비게이션에 외옹치해수욕장 또는 외옹치항을 검색해도 된다. →맛집 : 이모네식당(637-6900)은 맛깔스러운 생선모듬찜으로 유명하다. 가자미, 명태, 도루묵 등 여러 가지 생선에 무와 감자를 넣고 푹 쪄낸다. 자작하게 졸은 양념장에 밥을 비벼 먹으면 밥 한 그릇 비우는 게 우습다. 속초 중앙시장에 자리한 은혜횟집(637-0744)은 오징어에 찰밥, 당근, 깻잎 등을 꽉꽉 채워 쪄낸 오징어순대가 별미다. 88생선구이(633-8892)에서는 속초 바닷가에서 갓 잡은 열 가지 생선을 맛볼 수 있다. 그릴 위에서 노릇노릇 익은 생선애는 은은한 숯 향이 배어 있다. →잘 곳 : 속초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잠들 수 있는 숙소가 여럿 있지만, 롯데리조트속초(634-1000)는 그중 으뜸이라 할 만하다. 속초 외옹치항에 자리해 모든 객실에서 바다를 볼 수 있을뿐더러 키즈 파크, 워터파크 등 부대시설이 다채롭다. 완벽한 날들(010-8721-2309)은 서점과 게스트하우스를 결합한 북스테이다. 서점에서 2000여 권의 책 중 마음에 드는 한 권을 골라 침대에서 읽다 잠드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국회의원 왜 잘 뽑아야 하는지 학부모들 뼈저리게 느꼈을 것”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국회의원 왜 잘 뽑아야 하는지 학부모들 뼈저리게 느꼈을 것”

    사람들은 말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달걀로 바위 치기라고. 달걀에 맞은 바위는 역시나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치명적으로 금이 갔다. 이만하면 달걀의 승리다. 사립유치원 비리를 세상에 조목조목 드러나게 했던 진짜 주역은 ‘정치하는 엄마들’이다. 페이스북으로 회원들끼리 교감해 교육청마다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안 되면 될 때까지 부딪히고, 어디서든 피켓을 들고. 사립유치원 비리를 막기 위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은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지난달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끝내 처리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교육위원회는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최장 330일 뒤에나 본회의 표결에 다시 부쳐지게 된 것이다.장하나(42)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를 만났다. “절반의 성공이니 시원섭섭하겠다”고 했더니 뜻밖의 답을 돌려줬다. “섭섭하지 않고 시원할 뿐”이라는 대답은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로 들렸다.→‘유치원 3법’은 처음 민주당이 내놓았던 개정안에서 사실상 후퇴했다. 누구보다 안타까웠겠다. -마음을 진작에 비웠다. 한국당의 반대가 극심해 개정안이 온전히 처리되리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었다.(웃음) 국회의원을 왜 잘 뽑아야 하는지 학부모들이 뼈저리게 느꼈을 거다. 그것만도 작지 않은 소득이다. →개정안으로 지정된 바른미래당 중재안은 향후 국회를 통과해도 한계가 있을 거라고들 걱정한다. -중재안은 국가지원금을 지금처럼 지원금 형태로 두되 학부모 부담금과 단일회계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교육 목적 외 사용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형사처벌하자는 게 골자다. 원래 민주당 안은 국가지원금을 국가보조금으로 바꿔 학부모 부담금과 단일회계로 관리하며, 잘못 사용하면 횡령죄를 적용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자는 거였다. 지원금 형태가 계속 유지되면 앞으로도 사립유치원들은 사유재산과 혼동할 수밖에 없다. 처벌 수위도 크게 낮아졌고. →국회의원(19대 민주당 비례대표) 경험이 이번 일에 큰 밑천이 됐을 법하다. -도움이 됐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아이 엄마가 아니었더라면 유치원 비리에 무감각했을 것이다. 의원 시절에도 환경이나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아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었다. 그러니 ‘김용균법’에 정신없이 매달렸을 거다. →육아나 교육정책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이유가 현장의 목소리가 정치세력화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그렇다. 학부모는 어떤 순간에도 ‘을’이다. 문제 제기했다가 내 아이가 탈이 나면 안 되니까 불합리를 참고 견딘다. 그러다가 이번에 일이 터진 거다. 우리가 나서긴 했지만 어찌보면 한심한 이야기다. 정치가 믿을 만하고 정책이 제 기능을 다했다면 학부모가 왜 나서야 했겠나. →유치원 3법은 일단락된 철 지난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교육 현안이다. 국회가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과 감시의 시선을 거둘 수 없는 문제 아닌가. -당연히 예의주시할 것이다. 백 번을 다시 생각해도 분통 터지는 일이다. 2012년 누리과정 지원금으로 국가 예산이 투입되면서 교육청이 사립유치원들을 감사할 구실이 생겼다. 그 이전에는 유치원이 자영업으로 인식돼 말도 안 되는 비리를 저질러도 아예 통제권 밖이었다. 유치원의 요지경 비리를 정작 아이들을 맡기는 엄마들만 몰랐던 거다. →유아교육의 구조화된 비리나 문제점들을 생생히 목격했을 것이다. -전달체계가 심각하게 붕괴돼 있다는 사실이 좌절스러웠다. 교육부 장관이 아무리 강한 개혁의지를 보인들 민선 교육감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전국의 17개 시·도교육청마다 정책을 반영하는 의지도 다 제각각이다. 무엇보다 개혁에 무반응인 ‘벽’은 유치원들과 접촉하는 교육청의 실무진이다. 유치원 비리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한데도 그들은 천하태평이다. 그들 입장에서 보자면 민선 교육감들은 뜨네기다. 유치원들을 지도 감독해야 할 실무자들이 유치원들과 한편인 게 현실이다. 유치원 비리를 신고하면 문제의 유치원에 누구 엄마가 무슨 제보를 했는지 귀띔해 주는 어이없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정치하는 엄마들’의 뚝심이면 뭐든 해낼 거라는 기대가 있다. 새해에 역점을 둘 일은. -유아교육이나 청소년 문제는 국회에서 언제나 관심권 밖이다. 청소년들은 선거권이 없고, 정치에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는 30~40대 학부모들에겐 공을 들여봤자 수지가 안 맞는다는 계산들이다. 지난해 달걀로 바위를 쳤던 안타까운 이슈가 ‘스쿨 미투’였다. 어마어마한 학교 권력을 상대로 어린 학생들이 용기 있게 입을 열었지만, 언론의 가십거리 수준으로 소비되고 끝났다. 스쿨 미투가 의미있는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너무나 중요한 문제다. 용기 있는 증언이 외면당하면 누구든 입을 닫게 되고, 그런 현실을 경험한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결국 입을 닫는다. 끔찍한 일이다. →다시 정치를 하고 싶은 욕심이 들 것 같다. -이번 일을 진행하면서 반드시 국회로 들어가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런데 나는 돈이 없다.(웃음) 의원 수를 늘리더라도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정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난한 시민들에게 정치의 문을 열어주는 논의는 여전히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어느 농민 모임이 우리를 본떠 ‘정치하는 농부들’을 결성하겠다고 하더라.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이 누구나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 평균 재산이 41억원이다. 이들이 비정규직, 실업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는 있겠으나 죽었다 깨어나도 내 일처럼 매달릴 수는 없다. →집으로 돌아가면 평범한 엄마 아닌가. -한유총(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을 상대로 싸우면서 다섯 살 딸아이한테는 미안했다. 어떤 원장이 좋아하겠나. 다니던 어린이집에서도 나와야 해서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다. 미안해 하지 않으려고 번번이 마음을 고쳐 먹는다. ‘딸아, 너를 위해서 엄마가 싸웠다’ 이렇게 혼잣말을 한다.(웃음) sjh@seoul.co.kr
  • 세계문화유산 유적지에서 하루만에 쓰레기 1t 수거돼 충격

    세계문화유산 유적지에서 하루만에 쓰레기 1t 수거돼 충격

    영국의 한 역사적인 유적지에서 환경보호운동가 12명이 단 하루 만에 무려 1t에 달하는 쓰레기를 수거해 공개했다. 영국 메트로 등 현지 언론의 1일 보도에 따르면 스티브 트리웰라를 포함한 현지 환경보호단체 회원 12명은 잉글랜드 남서부 도싯주에 있는 워바로 만(Worbarrow Bay)을 찾아 쓰레기 수거에 나섰다. 그 결과 12명이 단 하루 만에 수거한 쓰레기는 1t에 달했으며, 여기에는 어업용 그물과 밧줄, 플라스틱 생수병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들은 또 해변 곳곳에서 75ℓ에 달하는 폐 엔진오일도 수거했다. 트리웰라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워바로 만에서 단 하루만에 무려 1000㎏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했다. 여기에는 멀리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흘러들어온 쓰레기도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바닷가 주변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아니지만, 매년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볼 때마다 암울한 느낌을 준다”면서 “플라스틱 쓰레기와 함께 수거한 폐 오일은 바다로 흘러들어갈 경우 해양생물의 ‘대량 살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바로 만은 세계문화유산이 지정한 유적지로, 매우 아름다운 절경 중 하나로 꼽히는 동시에 쥐라기 시대의 바위 및 화석 유적이 있는 역사적인 곳으로도 유명하다. 트리웰라와 환경보호운동가들은 이번 쓰레기 수거 작업을 통해 상업용 선박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한 눈에 알 수 있으며, 낚시 보트와 관광객들로부터 쓰레기 투척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91억 9263만 1770번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91억 9263만 1770번

    무인도에 표류한 사람이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바위를 긁어 날짜를 표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오늘 며칠이더라? 지금 몇 시지? 하는 질문을 늘 달고 다니는 우리는 항상 시간을 궁금해한다. 날짜를 알아야만 마음이 놓이는 존재가 인간이다.시간을 안다는 것은 사실 인류생존의 기본조건이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눈물겨운 적응 과정을 거치던 존재였던 연약한 초기 인류에게 머리 위를 빙빙 도는 콘도르를 보고 동물 사체의 위치를 찾아낸 그 순간부터 하이에나가 들이닥치기 전 한 조각의 고기라도 더 뜯어내어 도망치기까지의 시간은 삶과 죽음을 갈라놓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온갖 눈칫밥을 먹어가며 근근이 살아남아 석기를 만들고, 불을 피우고, 사냥하며 서서히 뇌의 크기를 키워나가던 인류는 언제부턴가 여러 번 달이 찼다 기울면 들소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에 맞춰 돌창촉을 다듬고 깊은 함정을 파야 했다. 마음껏 사냥할 수 있는 그때를 알아야만 했다. 그때가 언제일까. 그때를 알기 위해서는 시간을 기록해야 했다. 최초의 시계는 아마도 특별한 도구가 없어도 시간을 알 수 있었던 해시계였을 것이다. 발 딛고 살던 지구 자체가 시계였던 셈인데 몇 시 몇 분이 아니라 대략적인 때를 알려 주었을 것이다. 지금은 석영 결정이 3만 2768번 진동하는 시간을 1초라고 하던 때도 지나 세슘 원자가 91억 9263만 1770번 양자 진동하는 시간을 1초라고 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대단한 과학의 시대다. 오늘날로 치면 달력 같은 유물이 등장한 때는 대개 3만 년을 전후한 후기 구석기시대로 알려져 있다. 손바닥만 한 뼛조각 등에 이상한 점들을 찍은 유물들이 이 시기에 등장하는데 학자들에 따라서는 이 점들이 달의 운행을 표시하는 달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이 시기의 동굴벽화에 털갈이 시기 들소의 특징을 정확히 묘사한 그림들도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후기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확실히 계절과 시간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었던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언제나 시간은 우리 인류에게 삶 자체와 같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언제나 흘러만 간다. 되돌아가지는 않는다. 수백만 년 전 인류가 두 발로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언제나 시간은 앞을 향해 흘러만 갔다. 우리에게 시간은 유형이면서도 무형인 존재가 아닐까 싶다. 어떤 때는 시간이 빨리 가고 어떤 때는 느리게 가는 것에 대한 연구도 있었다고 한다. 느리게 가기도 하고 빨리 가기도 하는 시간은 마음의 시간이었다는 결론이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유형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늘 똑같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과거 현재 미래는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우리 마음속에서 모두 현재다. 과거는 지금 우리의 기억 속에서 존재하며, 미래는 우리의 기대와 전망 속에서 존재한다’고 했다. 유형의 시간은 그저 흘러가지만 무형의 시간은 언제나 현재라니 참 멋진 말이다. 2019년 새해는 즐거운 현재가 이어지길 소망한다.
  •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91억 9263만 1770번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91억 9263만 1770번

    감옥에 갇힌 죄수가 등장하는 소설이나 무인도에 표류한 사람이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언제든지 벽이나 바위를 긁어 날짜를 표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오늘 며칠이더라? 지금 몇 시지? 하는 질문을 늘 달고 다니는 게 요즘 현대인의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항상 시간을 궁금해한다. 날짜를 알아야만 마음이 놓이는 존재가 인간인 것이다. 시간을 안다는 것은 사실 인류생존의 기본조건이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눈물겨운 적응과정을 거치던 연약하고 보잘것없는 가여운 존재였던 초기 인류에게 머리 위를 빙빙 도는 콘도르를 보고 동물 사체의 위치를 찾아낸 그 순간부터 하이에나가 들이닥치기 전 한 조각의 고기라도 뜯어내어 도망치기까지의 시간은 삶과 죽음을 갈라놓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사자가 사냥 후 지친 틈새 시간을 노려 온갖 눈칫밥을 먹어가며 근근이 살아남아 석기를 만들고, 불을 피우고, 사냥하며 서서히 뇌의 크기를 키워나가던 인류는 언제부턴가 해가 지면 달이 뜨고 아침이 오면 따뜻한 바람이 불고 여러 번 달이 찼다 기울면 들소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를 알아야만 했다. 그날에 맞춰 돌창촉을 다듬고 깊은 함정을 파야 했다. 눈칫밥 먹을 필요 없이 마음껏 사냥할 수 있는 그때를 알아야만 했다. 그때가 언제일까? 그때를 알기 위해서는 시간을 기록해야 했다. 최초의 시계는 아마도 특별한 도구가 없어도 시간을 알 수 있었던 해시계였을 것이다. 발 딛고 살던 지구 자체가 시계였던 셈인데 몇시 몇 분이 아니라 대략적인 때를 알려 주었을 것이다. 지금은 석영 결정이 3만 2768번 진동하는 시간을 1초라고 하던 때도 지나 세슘 원자가 91억 9263만 1770번 양자 진동하는 시간을 1초라고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실로 대단한 과학의 시대다.오늘날로 치면 달력 같은 유물이 등장한 때는 대개 3만 년을 전후한 후기구석기시대로 알려지고 있다. 손바닥만 한 뼛조각 등에 이상한 점들을 찍은 유물들이 이 시기에 등장하는데 학자들에 따라서는 이 점들이 달의 운행을 표시하는 달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이 시기의 동굴벽화에 털갈이 시기 들소의 특징을 정확히 묘사한 그림들도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후기 구석기시대 사람들은 확실히 계절과 시간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었던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사냥감을 찾아 이동 생활을 했던 이들에게 시간의 변화를 알아야 한다는 것은 필수적인 생존의 기술이었을 것이다. 언제나 시간은 우리 인류에게 삶 자체와 같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언제나 흘러만 간다. 되돌아가지는 않는다. 수백만 년 전 인류가 두발로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더 멀게는 지구의 탄생 그리고 우주의 폭발서부터 언제나 시간은 앞을 향해 흘러만 갔다. 우리에게 시간은 유형이면서도 무형인 존재가 아닐까 싶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잠자리를 찾아가는 소년이 노인에게 ‘할아버진 제 자명종이예요’라고 말하자 노인이 ‘내게는 나이가 자명종이지, 나이 든 사람은 왜 일찍 깨는 걸까? 하루를 그나마 좀 더 길게 보내려고? 저는 잘 몰라요? 하는 장면은 참 정겹다. 어떤 때는 시간이 빨리 가기도 하고 느리게 가기도 하는 궁금증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고 한다. 느리게 가기도 하고 빨리 가기도 하는 시간은 마음의 시간이었다는 결론이 날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유형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늘 똑같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과거 현재 미래는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우리 마음속에서 모두 현재다. 과거는 지금 우리의 기억 속에서 존재하며, 미래는 우리의 기대와 전망 속에서 존재한다’고 했다. 유형의 시간은 그저 흘러갈 뿐이지만 무형의 시간은 언제나 현재라니 참 멋진 말이다. 2019년 기해년 새해는 우리 모두의 하루하루가 즐거운 현재가 되길 소망해 본다. 글: 전곡선사박물관장
  •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시지프스의 나무, 그 역설의 존재론-이영광론/신수진

    1. 경사지고 거꾸로 선 각도의 위상학 인간을 위해 죽음의 신을 쇠사슬로 묶었지만 신에게 붙잡혀 영원한 벌을 받는 시지프스의 신화를 통해 카뮈는 부조리에 대해 사유한다. 1) 그가 주목한 것은 바위가 정상에 닿자마자 다시 저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순간, 주저 없이 고통의 근원으로 다시금 향하는 시지프스의 바로 그 돌아서는 순간이다. 시지프스는 자신의 비참한 존재 조건을 감히 통찰하고 부조리한 삶을 무한히 들어올림으로써 결코 패배하지 않는 반항적 인간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지프스의 결의와 반복처럼 이영광은 계속해서 쓴다. 우울과 명랑을 진자처럼 오가며 그는 끝없이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지고 절벽을 오른다. 유토피아에 대한 희망, 아니 그건 너무 SF적이다. 그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은 끝까지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는 이 바람과 좌절은 그 자체로 시지프스의 은유와 부합한다. 1998년 등단 이후 서정적 주체의 환부를 드러내고 그 통증의 발로를 소상히 추적하고자 하는 시정신으로 그는 이제 ‘끝없는 사람’에 당도했다. 다섯 권의 시집에서 아픔을 갱신하며 정신의 높이를 몸의 위치로 끌어내린 그는 기꺼이 병실로 치환된 세계를 겪어낸다. 곰팡이와 거미줄이 쉴 새 없이 자라나는 위태로운 상태일지라도 그는 적어도 자기 세계를 가진 자로서 이 경사지고 거꾸로 선 각도의 입지는 이영광의 정신적 배후로, 그의 위상학으로 건재해왔다. 이영광은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가 문득 “한 번도 문제가 돼본 적”(‘문제’) 없는 역설적인 세계를 깨닫는다. 합리와 효용만을 쫓는 병리학적 사회에 대한 통찰과 반성이 예의 그 반동의 시작점에 있었다면 그의 시를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은 역설적 사유의 방식이다. 이를테면 그에게 죽음이라는 테마는 삶보다 더 압도적이다. 죽음은 미학적 감수성의 대상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을 도약시키는 극단이기 때문이다. 이는 2010년대 한국시에서 진단되는 시대적 감각이나 향유적 양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와의 대결구도를 견디는 주체의 극기를 보여준다. 세계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과 윤리는 자칫 자기 동일성에 포섭될 수 있음을 경계하면서도 그는 계속해서 폭력의 메커니즘이 확산되고 있는 세계를 주시한다. 2) “죽기 전에”(‘오일장’) 죽기 위함이라는 역설과 비판적 실천 의지는 자해에 가까운 자학으로 점철되었고 마침내 이러한 기근 속에서 이영광의 시적 주체는 나무의 존재로 현현한다. 나무와 숲이라는 식물적 상상력과 가공할 병실로 환원된 세계 인식을 근거로 계속해서 “간다”, “가야한다”(‘나무는 간다’)를 역설하는 이영광의 이 길은 지금, 여기,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3) 2. 상실과 존재의 원환(圓環)으로서 병폐의 징후 : 미치다, 아프다, 병들다 이영광의 시에는 상실과 결여의 수사가 넘쳐난다. 상실은 존재를 표상하고 존재는 다시 상실을 견인한다. 그에게 상실은 존재에 대한 자신만의 의식화이다. 대상이 충족되고 있을 때 우리는 그 대상을 의식하지 않는다.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자는 사랑을 갈구할 필요가 없다. 사랑을 찾는다는 것은 사랑의 상실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때의 상실은 사랑의 존재에 대한 의식화인 것이다. 나무는 미친다 바늘귀만큼 눈곱만큼씩 미친다 진드기만큼 산 낙지만큼 미친다 나무는 나무에 묶여 혓바닥 빼물고 간다 누더기 끌고 간다 눈보라에 얻어터진 오징어튀김 같은 종아리로 천지에 가득 죽음에 뚫리며, 가야 한다 세상이 뒤집히는데 고문받는 몸뚱이로 나무는 간다 뒤틀리고 솟구치며 나무들은 간다 결박에서 결박으로, 독방에서 독방으로, 민달팽이만큼 간다 솔방울만큼 간다 가야한다 얼음을 헤치고 바람의 포승을 끊고, 터지는 제자리걸음으로, 가야 한다 세상이 녹아 없어지는데 나무는 미친다 미치면서 간다 육박하고 뒤엉키고 침투하고 뒤섞이는 공중의 결승선(決勝線)에서, 나무는 문득, 질주를 멈추고 아득히 정신을 잃는다 미친 나무는 푸르다 다 미친 숲은 푸르다 나무는 나무에게로 가버렸다 나무들은 나무들에게로 가버렸다 모두 서로에게로, 깊이깊이 사라져버렸다 ―‘나무는 간다’ 전문 이상(李箱)에게 열두 명의 무서워하는 아해와 무서운 아해가 있었듯, 이영광에게는 미치고 푸르고 가고 가버린 나무가 있다. 시인의 자기의식은 나무로 환유되고 있는 이지러진 시적 주체의 자화상으로부터 기인한다. 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주요한 지평으로서 나무는 시적 주체의 술에 취한 가계(家系)와 생활과 속내를 목도해왔을 뿐 아니라 그 울음을 위로하던 내밀한 기억으로 인하여 제 자신 역시 깊은 병을 앓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조금씩 미쳐가는 나무는 제 스스로의 몸에 묶여 혀를 빼물고 있으면서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도망치지 못한 채 순순히 미쳐가고 있던 나무는 “천지에 가득 죽음에 뚫리”면서도 계속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징한 로고스를 탈각한 채 세계를 거대한 병실로 치환하면서 그것과 한몸인 나무가 겨우 붙어 있는 숨으로 뱉어내는 전언, 이 신음이 바로 이영광의 시가 육박해가는 시의 음성이다. 그것은 “고문받는 몸뚱이”의 형상이리만치 처절하게 으스러진 어떤 것이다. 변형되고 훼손되고 상실하면서 이제 나무들은 간다. “결박”과 “독방”이라는 이 문제적 존재의 필요충분조건 위에 그가 가고자 하는 길은 나 있다. 그것이 설령 “제자리걸음”일지라도 가고자 하는 까닭은 세상이 “뒤집히”거나 “녹아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가분의 관계로서 나무의 뿌리격인 세상은 나무의 존재를 끊임없이 몰락시키며 역설적으로 바로 그 허물어지는 순간들로부터 나무가 재건될 수 있는 가능성을 도출해낸다. 나무는 미친다. 미치면서 간다. 미쳤기 때문에 가는 것이고, 미치지 않고서는 갈 수 없는 길이다. 이 광기와 착란의 고투는 “공중의 결승선”에서 마침내 분신하듯 정신을 잃고 제 몸을 산화하고 만다. 정신을 잃고 나서야 푸르게 미친 나무와 푸르게 미친 숲은 모두 서로에게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온통 상실과 결여의 비존재로 읽히는 세계에서 에포케가 발생하는 이 공명의 찰나로부터 이영광의 시집은 시작된다. 정체와 암전에서 시동을 걸 때 나타나는 재부팅의 효과, 그 광포한 분란을 통과할 때에만 겨우 돌아오는 불규칙한 심호흡이 바로 이영광 시에서 나타나는 병폐의 첫 번째 징후인 ‘미치다’의 증상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미친, 혹은 미쳐버린 이 나무들의 진격은 삶의 벼랑 끝에서 발휘되는 재기의 몸부림이자 고유한 주체 확보의 계기가 된다. 시끄럽게 부서지고 피 나던 집이었는데/누구도 아이를 욕하거나 때리지 않았다/조용한 아이였다/조심하는 아이였다/모든 걸 알고 모든 것에 준비된 표정으로/떨려고 하지 않았다/난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 상관없습니다/(중략)/아프지 않겠습니다/아이가 되지 않겠습니다/온몸을 희끄무레한 붕대로 감고 있어서/아플 곳이 없었다/죽으면 죽으리라. 4) /살면 살리라/벗은 아이였다/벗겨진 아이였다/생각하지 않고,/늘 남의 생각만 생각하는/망가져가는 아이였다 무섭고 많은/시간이 잡은 아이였다/하루는 사십년처럼 흐르고/사십년은 하루처럼 멎어/어느 날, 돌아온 아이였다/도대체 왜 도대체 왜 도대체 왜/아직도 망가져가는 아이였다 ―‘망가져가는 아이’ 부분 상실과 결여로 화하는 존재의 나쁜 사정(아프거나 혹은 죽거나)은 핏속을 흐르는 불가해한 광기와 걷잡을 수 없는 슬픔, 시라는 것에 붙들려 오도 가도 못하는 몹쓸 운명에 다름 아니다. 문명과 역사의 폭압으로부터 거세된 욕망은 이제 생태적 상상력을 넘어서 가족 내력으로부터 발생한 병폐적 징후들, 상실된 존재라는 치부로 고백된다. 폭력과 방임과 유기라는 총체적인 학대 속에서도 아이는 자라야만 한다. 조용히, 조심스럽게, 숨죽여 자라는 동안 모든 걸 알아차려버린 아이는 어느덧 “난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 상관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아이가 된다. 온몸을 붕대로 감고 있어서 아플 곳이 없는 그는 “죽으면 죽으리라”는 성경을 외우는 동안 죽고 또 죽어 역설적으로 그 죽음 속에서만 살 수 있다. 그러나 사십년의 세월 속에서도 조금도 빛바래지 않는 “도대체 왜 도대체 왜 도대체 왜”라는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이의 하루는 사십년처럼 고통스러웠을 것이고, 사십년은 하루처럼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을 것이다. 발가벗겨지고 죽임당한 채 자신을 영구히 복원하지 못하는 이 시적 주체의 내력은 질병의 코드로 나타나며 역설적으로 바로 이 상실과 결여의 반대급부로서만 존재의 기표에 가까스로 다다를 수 있다. 모든 곳이 아파서 아플 곳이 없는 아이, 아픈데도 아프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아이, 아픈 속이 투명하게 보이는데도 안 보이는 아이로 아픔이 재현되는 양상에서 볼 수 있듯, 이영광이 상실의 주체를 존재의 그것으로 전복시키는 역설을 보여줄 때 그 도화선은 병폐적 징후로 드러난다. 병폐적 징후의 두 번째 시어로서 ‘아프다’ 역시 꺼져가는 삶에 대한 각성과 의지의 기제로 작동되고 있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새 활로의 모색을 담당하는 기저가 된다. 바깥은 문제야 하지만/안이 더 문제야 보이지도 않아/병들지 않으면 낫지도 못해/그는 병들었다/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전력을 다해/가만히 멈춰 있기죠/그는 병들었다, 하지만/나는 왜 병이 좋은가/왜 나는 내 품에 안겨 있나/그는 버르적댄다/습관적으로 입을 벌린다/침이 흐른다/혁명이 필요하다 이 스물네평에/냉혹하고 파격적인 무갈등의 하루가,/어떤 기적이 필요하다/물론 나에겐 죄가 있다/하지만 너무 오래 벌받고 있지 않는가, 그는/묻는다, 그것이 벌인 줄도 모르고/(중략)/저녁은 모든 희망을 치료해준다/그는 힘없이 낫는다/나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나는 무장봉기를 꿈꾸지 않는다/대홍수가 나지 않아도,/메뚜기떼가 새까맣게 하늘을/덮지 않아도 좋다/나는 안락하게 죽었다/나는 내가 좋다/그는 돼지머리처럼 흐뭇하게 웃는다/소주와 꿈 없는 잠/소주와 꿈 없는 잠 ―‘저녁은 모든 희망을’ 부분 이영광은 “병들지 않으면 낫지도 못”한다는 뒤바뀐 선후 관계를 통해 병의 중의적 차원을 암시한다. 이는 낫기 위해서는 먼저 병이 들어야 하는 논리적 인과성에 대한 일종의 언어유희이기도 하지만 병폐의 징후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은 본래 어떠해야 했는지를 복기시키는 반동의 기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나’는 병들어 있는 ‘그’의 곁을 지키고 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전력을 다해 멈춰 있기 위해 “혁명”이라든가 “기적”과 같은, 존재의 근원을 통째로 뒤바꿀 만한 지각변동을 꿈꾸지만 현기증을 일으키는 이 소요 사태 속에서 ‘나’는 도리어 병이 좋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병은 푸르게 미쳐가는 생의 긍정적 요소로 읽어내야 한다.) 시어들을 모두 거꾸로 뒤집어놓은 이러한 양상들은 이제 죽음 속에서만 살 수 있음을 가시화하기 위한 이영광식의 역설로 정립된다. 그래서 이영광이 쓰는 존재의 본질은 언어로 포착되지 않으며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화하며 와해되고 생성한다. 이 유동적인 성질은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하는 추동력으로 작용한다. 존재가 되기 위해 ‘그’는 “버르적”대고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린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그’는 또 다른 ‘나’이지만 ‘나’는 ‘나’를 만듦으로써 도리어 더 외로워지는 아이러니에 처한다. 고통과 쾌락, 경험과 선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시인이 접근하고자 하는 ‘나’는 다가갈수록 멀어질 뿐 한시도 오롯한 ‘나’가 되지 못한다. 이영광의 시적 주체는 몸이라는 집을 한 채 지니고 있다. 집은 일종의 병실로 나타나며 그는 이 무력한 “스물네평”에 “변혁”, “새날”, “자폭”, “재앙”, 혹은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나 대혼란이 벌어지길 기도한다. 그것은 더 완벽하게 미치고, 더 못 견디게 아프며, 더 깊이 병들어 차라리 그 병세에 차도가 없어져버리도록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벌인 줄도 모르고 오래도록 희망을 앓아온 ‘그’는 싸워보지도 못한 채 힘없이 완치되고 만다. 이것은 패배조차 허락되지 않는 참담한 실패를 증거한다. 상실을 경험함으로써만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이러한 역설적 구조는 이영광이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사유의 패러다임으로 병폐의 세 번째 징후인 ‘병들다’의 의미다. 내 것조차 될 수 없는 고통의 전유물인 ‘나’ 앞에서 시인은 그의 유일한 도구인 시만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시지프스가 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시는 이영광의 시 전반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인 상실과 존재의 원환을 공유하고 있다. 그의 세계 속에서는 어느 것 하나도 멈춰 있는 것, 불변하는 것, 영구적인 것은 없다. 그래서 논리적 명쾌함은 불가능해지고 점점 수식어가 많아질 뿐이다. 이 구태의연한 언어의 불가능성은 상실과 결여로서 존재에 대한 회의와 그대로 닮아 있다.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나’와의 간극은 모순으로 일관하고 있는 세계의 이원성, 이를테면 안과 밖, 전력과 정지, 죄와 벌, 아침과 저녁, 빛과 어둠, 삶과 죽음, 현실과 꿈 등을 통해 구조화된다. 마침내 모든 상실이 존재를 부상시킨다는 것을 예감하게 된 ‘나’는 “소주와 꿈 없는 잠”에 혼곤하게 빠져든다. 만해의 “잠 없는 꿈”(‘잠 없는 꿈’, 님의 침묵, 회동서관, 1926)에 대한 오마주로 보이는 이 구절 속에는 모든 대상이 뒤집어진 거울 속 같은 세계가 놓여 있다. 현상과 이면이 전복되는 세계를 목도하며 ‘나’는 세계의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트랙을 돌며 남겨진 부분(병폐로 나타나는 이상 징후)을 확보하고 그것을 존재로 변환할 궁리에 몰두한다. 3. 시지프스의 역설 : 나무의 존재론 지난 시력으로 볼 때 이영광의 작업은 상실과 존재의 원환으로서 병폐의 징후를 포착하는 동시에 시대적 데카당스를 향한 분기였고 시적 실천에 의한 궐기였다. 구조적 모순으로부터 기인하는 디스토피아와 대치하면서 그가 겪어내는 소외와 환멸은 미치고, 아프고, 병든 시적 주체의 상태로 반복된다. 시인은 조금도 비켜서지 않고 이 고통을 직면함으로써 사람다움의 정의에 대해 생각한다. 세월호 삼보일배가 살려고, 기어서 남녘에서 올라오고 있는데/잃은 아이 언니인가 누나인가 하는/그 여린 아가씨, 옷이 함빡 젖고 운동화가 다 해졌데/(중략)/마음이란 거 그거, 찌르지 마, 자꾸 피가 샌다고/중환자실 천장에 달려 뚝뚝 떨어지는 피 주머니 같은 그것에게 ―‘마음 1’ 부분 아니, 아니…… 돌아가야 해요/예쁘고 미운 친구들과 괴롭고 즐거운 학교와/인사하던 골목길과 상점들에게로 그렇고 그런 사람들에게로/돌아가야 해요, 꿈꾸고 꿈꾸고 꿈꾸면 괜찮아지던 곳에,/끝없는 사람으로 돌아가야 해요 ―‘수학여행 다녀올게요 ―유령 6’ 부분 시집 곳곳에 기록된 4월 16일은 우리로 하여금 섣불리 환부를 봉합하는 대신 고통을 날것 그대로 경험하도록 한다. “오늘도 무사하지 않았느냐고” “겁도 없이”(‘겁’) 이야기하는 자신을 견디지 못해 차라리 “징역 살고 싶”(‘무인도’)은 심정을 토로한다. 고통의 근원지를 밝히고 불편과 부끄러움을 마주함으로써 우리가 “끝없는 사람으로 돌아”갈 때만이 유령처럼 출몰하는 이영광의 피 흘리는 세계는 사람의 것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영광에게 존재가 되기 위한 상실과 병폐의 과정은 다음 시들에서 죽음의 이미지들로 변환된다. 시집 전반에 걸쳐 삶과 죽음이라는 시어는 전도되어 있으며 자주 몸 바꾸어 나타나는 죽음의 현시들은 삶의 부장품처럼 예상치 못한 일상의 곳곳에서 불쑥불쑥 출토된다. 이는 삶과 죽음을 매 순간 견디어내면서 끝없이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밀어올려야 하는 형벌과도 같다. 정말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자기를/살려주는 일/정말 해야 할 일도 저에게 위로를/던지지 않는 일/입이 말을 못하겠나/손이 구원을 못 쓰겠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하지 않는 것을 해내는 일 ―‘깔깔대는 혼’ 부분 고독이 안되자 그는 삶을 물어뜯었다/사람이 안되면 사람을,/진심에 지피면 진심을 무찔러야 했는데/삶을 쓰러뜨렸다/죽음이 안되면 죽음을 여의어야 했는데/삶을 버렸다 ―‘하지만’ 부분 자기를 순순히 살려주는 일만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하는 이 전언은 스스로를 구원하지 않으려는 저 위악과 자위의 역설이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때문에 내가 나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이영광식으로 다시 말하자면 내가 나로 죽기 위해서는 죽을 힘을 다해 “진심을 무찔러야”하고, “죽음을 여의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 견딤의 미학이 그에게는 시를 쓰는 행위, 존재를 성립하기 위한 방법론적 양상으로 나타난다. 시의 외연에 등재시킨 상실과 결여의 병폐적 현상들을 주체의 확립과 존재로 복귀시키며 재구조화하는 이영광의 시도는 그것이야말로 시의 임무와 사명임을 숙연하게 보여준다. 뒷밭이 우릴 먹여주지 않니 시인은 싫다 너는 학교에서 라디오도 타왔지 않니 취직도 안하고 출세도 안되고 시인이 되어 내려갔을 때는, 나는 네가 시인만은 되지 말길 죽 바랐다, 이젠 객사하지 말라고 기도해야겠다, 어머니는 말했다 나보다 더 어두운 짐승,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시인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뒷밭이 북풍한설이어서 굳게 다짐했다 시인이, 나는 아니다 언젠가는 가짜를 들킬 것 같아 두렵다 어쩌다 어머니 말을 잊어먹을 때면 그 짐승이 불쑥 머리를 내밀기도 한다 그때 깊이 눌러 감추어버렸던 시인이란 것을 들킬까봐 또 나는 무섭다 세상 모든 밭들은 왜 다 기근인가 객사 얘기는 그만하세요 뒷밭은 언제나 우릴 굶겼어요 저는 그냥 방랑만 하는 거예요 시늉만 하는 거예요 ―‘뒷밭’ 부분 시인님이 되느니/땅끝까지 실종되고 말겠다/시인님이 되느니/살처분 당하는 분홍 돼지가 되겠다//높이지 않아도 시인은/만장처럼 드높으므로/아무리 높여도 시인은/꿇은 상주처럼 낮으므로 ―‘시인님’ 부분 자전적 시임이 분명한 위의 메타시들에서 시인은 시 쓰기를 업으로 삼고 영원한 삶을 견디는 시지프스로 화한다. 평생 뒷밭에서 일을 하신 어머니는 시인이라곤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들려주던 김삿갓밖에 알지 못한다. 그런데 김병연의 전기를 가능케 한 드라마틱한 방랑과 객사에만 방점을 두어 마치 시인이 되면 반드시 떠돌다가 죽게 될 것이라고 믿는 듯 아들의 행보를 심려한다. 시인이란 대개 시대의 병폐를 가장 먼저 진단하는 첨병으로 부나 권력과 같은 가치들을 풍자하며 으레 속세를 떠난 듯 자유로운 자들로 통용되지 않는가. 문학을 알지 못하는 어머니에게도 시인의 입지가 지닌 이 변방의 좌표가 어렴풋이 짐작되었으리라. 시인이 되겠다는 아들이 겪어야 할 그 정처 없는 빈곤도 싫었겠지만 도무지 숨길 수 없는 저 반역과 모반의 기질, 세상을 척지고 홀로 싸워나가야 하는 어두운 예감 같은 것이 서늘히 엄습해왔을 것이다. “나보다 더 어두운 짐승”인 어머니에게 불효를 자처하면서 기어이 멋대로 시인이 되어버린 시적 주체는 그러나 간혹 제가 가짜임이 들통날까봐 저어한다. 또 제가 정말 시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그것 역시 두려워한다. 자신은 그저 시인 “시늉만 하는” 것이라고 어머니를 안심시키는 그의 말은 어쩐지 자신을 더 안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시인이 되느니 “땅끝까지 실종되”거나 “살처분 당하는 분홍 돼지가 되”고 말겠다는 이 호언장담, 이 비하와 경멸의 자기모멸감 속에는 기실 시의 쪽배로밖에는 이 깊은 생을 건널 재간이 없는 한 사람의 떨림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 “만장처럼 드높”고 “꿇은 상주처럼 낮”은 이 고결하고도 비천한 이름 곁에 선 시인의 결연함은 슬프도록 장엄하고 눈물겹도록 어리석다. 뭇사람들이 그 눈에서 “죄인”과 “천치”를 읽고 간 미당의 피맺힌 아침과도 같은 부끄러운 혼, 그러나 뉘우치지 않는 그 오만한 자세를 이영광은 어딘가 닮아 있다. 나무의 적은 얼굴을 드러낸 적 없는 세력/빈 들은 이글거리는 뿌리들을 비끄러맨다/바람은 잡념의 가지들을 조각조각 부러뜨린다/나무의 정권들이 나무 속으로 들어간다/나무는, 오직 나무로 지워진다/한 점 배후도 없이 나무는/삭풍과 눈보라와 흙먼지의 백만 대군을,/백만 대군을 호령하는 무한의 지평선을/한그루 장창으로 막아선다 ―‘한점 배후도 없이 나무는’ 부분 맨주먹을 쥐고 눈밭에 선 나무, 시적 주체로 형상화된 이 강인한 나무는 무방비 상태의 싸움꾼이다. “저렇게, 싸우지 않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저렇게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싸움의 상대는 바람이다. 바람은 “얼굴을 드러낸 적 없는 세력”으로 나무와 교전한다. 제 뿌리를 간직하고 있는 나무의 정직한 생의 기록은 어디서부터 불어왔는지 모를 홀연한 바람의 태생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나무가 거역할 수 없는 피투성(被投性)의 존재로서 육중한 삶을 떠메고 가야 한다면 바람은 무한한 가변성이라는 무상함을 상징한다. 제 몸을 한그루 장창 삼아 “삭풍과 눈보라와 흙먼지” 불어오는 지평선을 제압하는 나무 안에는 뜯겨나간 뿌리와 부러진 가지들의 비명이 난무한다. 이 부서진 한 그루의 육체 안에는 삶과 죽음이 온통 뒤엉켜 있어 그 둘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하나의 세계가 열린다. “나무는, 오직 나무로 지워”지게 된다는 이 유연한 나무의 병법을 통해 시적 주체는 상실과 병폐를 넘어서는 영원한 시지프스의 시 쓰기와 존립을 이루게 된다. 언제나 환한 볕보다는 그늘의 모서리를 맴돌던 시적 주체는 마침내 “한 점 배후도 없이” 맨몸으로 제 삶을 일궈내는 나무가 된다. 당신이 한낱 사람의 몸 사람의 말로 날 죽여 나는 음 사월 물푸레나무같이 푸르렀습니다 푸르고 튼튼하게 병났습니다 물푸레나무 곁에서 춤추는 물푸레나무같이 기쁨을 못 이겨, 나는 당신이 한없이 외로웠습니다 당신은 한낱 사람의 말 사람의 몸을 그쳐 날 다시 살려내고, 사랑 없는 사랑이 되어 떠났습니다 마른 가을이 살찐 여름을 단숨에 쓰러뜨리듯 나는 모든 기쁨을 힘없이 무찔러 이기고, 음 시월 물푸레나무같이 시들어 병 나았습니다 ―’물푸레나무같이’ 전문 당신이 건넨 “사람의 몸” “사람의 말”로 인하여 병들고 죽어가는 ‘나’는 기쁨에 못 이겨 춤을 추면서도 당신이 외로웠다고 말한다. 당신이 “사람의 말” “사람의 몸”을 그치자 ‘나’의 병은 나았지만 나는 사랑도 기쁨도 잃은 채 시들게 된다. 시인의 책무란 본래 사람의 것으로 아플 때 죽음과도 같은 병폐 속에서 도리어 시퍼렇게 살아나 그 한없는 외로움을 읊는 것이며, 사람의 것이 떠났을 때 힘없이 시들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채 상실과 존재의 아포리아 속으로 망명하고야 마는 것이 아닌가. 시적 주체는 이제 자신의 생애보다 오래된 나무의 부동자세가 불러일으키는 바람의 무한수열을 느낀다. 그 바람은 상실과 존재의 원환으로 시시각각 얼굴을 바꾸며 나무의 안도 아니고 바깥도 아닌 곳에서 분다. 그 바람을 관장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바람보다 먼저 미치고, 먼저 아프고, 먼저 병들어버리는 자로서 시인뿐이다. 시적 주체는 필연적으로 역설의 폐허에서 기아와 고독과 광기에 휩싸일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존재의 상실이야말로 새 존재를 생성해내기 위한 회로의 추동장치로 작동한다. 이영광은 병폐라는 허구적 장치를 통해 결국 시를 앓을 때만 존재가 도래할 수 있는 기반을 예비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아픔으로 인하여 시적 주체는 소진되거나 무화되는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내려가는 순간에 시를 통한 삶을 발견함으로써 형이상학적 존재로 재탄생한다. 사랑과 상실, 기쁨과 슬픔, 병과 치유, 죽음과 생명이 마치 한몸처럼 붙어 있는 이 역설의 시학은 나무의 존재로 부활하는 이영광식의 신화를 재현하고 있다. 시적 주체는 바람이 일으키는 병폐의 징후를 통해 생사의 영원한 지평 위로 나무의 삶을 고양시키고 재편한다. 그때 들려오는 푸른 존재의 잎사귀 소리는 원래 자기 몸 안에서 울리던 소리였는지도 모른다. 천지의 울음을 내재하고 있는 나무의 존재론은 이제 이영광 시의 아이덴티티가 될 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시를 기억하는 주요한 하나의 축으로 자리할 것이다. 4. 역설의 폐허에서 자란 존재의 아포리아 2000년대 이후 미정형 주체들의 등장은 기존의 논리로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서정시라는 장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독자적인 체계를 생성했다. 스스로 자기 존재의 기원이 되고자 했던 그들의 시도는 난해함에 유폐된 것일지라도 기성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발명의 의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경제 위기와 정치적 추문이라는 2010년대의 현실에 직면한 시는 윤리적 문제에 봉착한다. 해체환상유희적 계보에 틈입한 윤리의 맥락 속에서 이영광은 가장 클래식한 발성과 감성으로 노래할 때만이 구축될 수 있는 자기 세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어떤 담론보다 광활하고 가변적이며 모순적인 존재로서 ‘끝없는 사람’을 구현하는 시. 그가 세속성의 탐닉이나 언어의 실험에 동참하지 않고 자신의 좌표를 확보한 까닭은 사람이 가진 그 예외적 불가능성만이 시의 자기복제가 아님을 믿었기 때문이다. “너무 나 같아서 나 같지 않”고, “너무 나 같지 않아서 나 같”(‘불을 끄려고 한다’)다고 하는 시적 주체의 음성은 소외와 환멸로 점철된 우리 시대의 메아리다.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세계의 트랙을 돌며 이영광은 미치고, 아프고, 병들어 있는 이상 징후들을 감지하고 그 상실의 집합들을 지속적으로 출몰시킨다. 병을 앓듯 자신을 오래도록 앓는 자만이 존재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의 중의성을 비롯한 역설적 언어의 고안은 시 안에 자신의 존재론을 도입하기 위한 장치이자 다의적 층위를 포섭하기 위한 그의 기획을 보여준다. 나무는 나무들 사이로 사라져버리고 마침내 한 무더기의 푸른빛만이 단지 거기에 남아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영광의 숲은 마음껏 길을 잃도록 안내한다. 그는 병들어 있는 주체를 통해 그 존재 자체가 곧 황폐한 세계의 산물임을 증거하고, 현실 맥락 속에 은폐된 이력과 배후를 드러낸다. 그러나 병의 의미가 긍정과 부정의 이중적 층위로 활용되면서 더 깊이 병들어 죽어버리는 지경에 이를 때라야 그 죽음으로서 삶의 진리를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소외되고 병든 주체의 착란과 광기는 가고 가고 또 감으로써만 이 견고한 세계를 꿰뚫고 장악하고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덩어리의 푸른 흔들림으로 산화한 나무의 기투는 결국 “나는 자꾸자꾸 미쳐서 반드시 삶이 되고 말 것”(‘오일장’)이라는 다짐 속에서 두터운 자기 그늘을 겹겹이 축적해간다. “산은 산이다. 산은 산이 아니다. 다시 산은 산이다.”라는 선문답이 있다. 이 변증법에 의하면 이영광의 시도 나였다가, 나가 아니었다가, 다시 나로 재편됨으로써 영원성을 획득한다. 그래서 “산 채로 죽어보는 건 커다란 일”(‘동구릉’)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영광은 간다. 간다는 말에는 저 피안으로 향하기 위해 이곳의 정신을 놓아버렸다는 뜻도 숨어 있다. 이영광은 간다. 더 잘, 더 곱게 가기 위하여 그는 “나으려 하지 않는 병”을 쉽사리 떠나보내지 않는다. 언제까지고 “덜 살고 덜 살고 덜 살아서” “숱한 사랑의 말”(‘세한’)을 찾기 위함이다. 그것만이 시지프스가 되어 기꺼이 감당해내야 할 자신의 길이기 때문이다. 1) 알베르 카뮈, 오영민 옮김, 시시포스 신화, 연암서가, 2014, 201~208쪽. 2) 들뢰즈의 차이(difference)나 레비나스의 타자성(alterity)과 같은 숱한 담론에서 주체와 타자의 이분법을 극복하고자 한 것처럼 상호 존립 가능한 관계의 회복은 이영광 시에서 여전히 화두로 존재한다. 3) 최근 두 권의 시집 ‘나무는 간다’(창비, 2013)와 ‘끝없는 사람’(문학과지성사, 2018)을 대상으로 하며 시를 인용할 때는 작품의 제목만 표기한다. 4) 에스더서 4장 16절.
  •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마지막 여름방학/김수은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마지막 여름방학/김수은

    “아이구, 우리 이쁜 오수리 밥 먹으끄나. 잘 먹고 쑥쑥 커야제.” 오소리 밥그릇에 우유를 부어주는 할머니 표정이 내 눈에 아주 익숙하다. 내 엉덩이를 토닥이면서 했던 말과 표정이 똑같았다. 어쩜 저럴 수가. “오수리가 아니라 오소리거든요.” 나는 퉁퉁거리며 소리쳤다. 온통 새끼 오소리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할머니는 내 말도 못 듣는 눈치다. 할머니는 동물들에게 먹이를 줄 때도 그냥 주는 법이 없다.“오메, 꿀꿀이 검은 털이 아주 멋지구만. 코는 또 얼매나 튼튼한지 몰러. 저기 꼬꼬들한테 가서 마늘밭에는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해라이.” 여름방학 동안에 엄마와 아빠가 해외 출장을 가게 되어 나는 할머니 집으로 내려왔다. 어려서부터 엄마가 출장 갈 때면 제일 먼저 달려온 사람은 할머니였다. 이번에도 할머니가 올라올 줄 알았다. 그런데 할머니는 새끼 오소리를 돌봐야 한다고 했다. 방학이 시작된 날 우리 가족은 할머니 집으로 향했다. 할머니 집은 마을과는 좀 떨어져 있는 산자락 아래에 있었다. 할머니 집에 도착한 엄마 아빠는 뒷산 너럭바위를 가리키며 빠르게 말했다. “저 산은 절대로 혼자 가면 안 된다. 늑대가 있는 산이야!” “어디를 가든 할머니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다. 알았니?” 아빠는 황구를 꼭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할머니가 나를 반가워한 건 딱 첫날뿐이었다. 다음 날부터 할머니의 관심은 동물들에게로 옮겨갔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새끼 오소리였다. 나는 매일 할머니의 심부름, 그러니까 동물들의 시중을 드느라 바빴다. 내가 할머니 집으로 오겠다고 한 건 무엇보다 할머니의 무한 사랑 때문이었다.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먹는 것은 물론 오줌을 싸는 것까지 장하다고 손뼉을 쳐주던 할머니의 요란한 칭찬. 그리고 그때마다 한없이 부풀어 오르던 기분 좋은 느낌을 말이다. 가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쟁을 해야 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나중에 시골에 가서 할머니랑 살 거라며 큰소리를 쳤다. 그런데 새끼 오소리 하나 때문에 인기 서열에서 밀려나 버리다니. 이럴 바엔 집이 더 나을 뻔했다. 인터넷 게임도 하고, 마트에 들락거리며 달고 시원한 것들을 입에 물고 지내다 보면 한 달이 금방 갈 텐데. 그래도 초등학교 마지막 여름방학인데, 뭔가 좀 아쉬웠다. 무엇보다 영원할 것 같았던 내 후원자인 할머니의 마음이 영 돌아설 것 같지 않다는 절망감이 더 컸다.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꼼짝없이 엄마 아빠가 집에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안개로 둘러싸인 산은 해가 떠오른 다음에야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바람이 다니는 길 위로 햇빛이 쏟아져 내렸다. 아침이면 계곡으로 크고 작은 새들이 모여들었다. 나는 텅텅, 계곡을 울리는 새의 날갯짓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할머니의 하루는 동물들의 먹이 만드는 일부터 시작됐다. 맨 처음에 할머니가 살피는 건 새끼 오소리였다. 그 다음은 황구, 양양이, 돼지, 닭들 순이었다. 또 울타리 밖 후박나무에 사는 박새도 있었다. 할머니는 후박나무 잎이 햇빛을 받아 반짝일 때쯤이면 울타리 앞에서 휘익, 길게 새소리를 냈다. 박새들이 날아와 할머니 손에서 곡식을 물어 가면, 닭들도 샘 부리듯 꼬꼬댁거리며 뛰어올랐다. 파닥거리는 닭들의 짧은 날갯짓은 정말 우스웠다. 할머니는 깔깔대고 웃는 나를 보며 검지를 세워 입에 댔다. “쉿, 닭들은 니가 흉보는 줄 안다니께.” 오늘도 어김없이 할머니의 칭찬이 이어졌다. “횡구는 먼 데서 나는 소리도 겁나게 잘 듣지야? 횡구가 있어서 얼메나 든든한지 몰러. 저 살랑거리는 꼬리 좀 봐라이.” “황구라고요, 횡구가 아니라니까요.” “우리 양양이는 냄새도 기가 막히게 잘 맡지야. 이렇게 동그랗고 이쁜 눈으로 창고에 쥐가 들어가는지 잘 봐라이.” “꿀꿀아, 네 목소리는 아주 힘차고, 씩씩해. 들으면 힘이 나는 소리여, 고맙다 고마워.” 할머니는 어느 녀석에게나 맞는 말을 잘도 찾아냈다. 아마 온종일 칭찬을 해도 지치지 않을 것 같았다. 녀석들도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면 꼬리를 흔들며 뛰어왔다. “저 오소리 새끼는 어디서 왔어요?” “두어 달 전쯤 산에 갔다가 길을 잃고 헤매는 놈을 주워 왔제.” “어쩌다 새끼 혼자서요?” “그때가 어스름 했제. 그냥 뒀다가는 큰 짐승에게 먹힐 것 같았응께.” “어미가 안 찾아요?” “그라제 어미가 찾고말고. 우리 손자 야무진 것 좀 봐라. 눈맹울은 또 얼매나 또렷또렷한지 몰러.” 칭찬은 분명 할머니 특기였다. 나는 할머니의 말을 들으면 자신감이 차올라 고개가 절로 세워지면서도 슬쩍 긴장됐다. 일을 시키기 전에는 늘 칭찬부터 쏟아내는 할머니의 실체를 열세 살이 되어서야 알다니. 아무튼, 할머니의 말은 거절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이제부터는 오수리에게 지렁이를 멕여야 쓰것는디. 우리 손주가 지렁이 좀 잡아 봐야제?” 이렇게 해서 내가 하루에 하는 일 중 지렁이 잡는 일이 하나 더 늘어나 버렸다. 할머니는 오소리 코가 아주 민감해서 냄새로 자기 식구들을 알아본다고 했다. 어미가 새끼를 찾을 수 있게 다음 주부터는 산에 데리고 다닐 거라는 계획도 세워 놓고 있었다. 주둥이가 뭉툭해서 돼지를 닮은 오소리 새끼는 인형같이 귀여웠다. 특히 얼굴의 검고 흰 줄무늬는 마치 물감으로 그려 놓은 것 같았다. 자라면 크고 날카롭다는 발톱도 아직은 만져 볼만해서 사납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내가 깡통을 손에 들고 나가면 황구와 닭들이 앞장을 섰다. 황구는 닭들이 땅을 헤쳐 놓으면 나를 향해서 짖어댔고, 나는 그렇게 지렁이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새끼 오소리가 지렁이를 먹기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나자 할머니가 나와 황구를 불렀다.  “이제 오수리를 돌려보내야 쓰것는디.”  “어미가 어디에 있는데요?”  “그거는 모르제.”  “네?” “지금 에미가 새끼를 엄청나게 찾을 것 아니여, 에미가 새끼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안 쓰것냐?”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새끼 냄새를 맡아야 에미가 새끼를 찾아올 것 아니여.”  “아하, 그렇겠네요.”  “그란께, 이제부터 네가 새끼를 데리고 매일 저기 너럭바위까지는 다녀와야 쓰것다.”  “네? 엄마가 산은 위험하다고 했는데요.”  “괜찮어, 횡구가 있잖냐.”  할머니는 아침이 되자 배낭에 새끼 오소리를 담았다.  “너럭바위까지 가는 도중에 서너 번은 오수리를 꺼내서 오줌을 누게 해라이. 그래야 에미가 새끼 냄새를 맡을 것이여. 오수리는 뎀비지만 않으면 위험하지 않을 거여. 그래도 새끼를 보면 흥분할 수가 있응께, 냄새만 흘리고는 빨리 데리고 와야 쓴다. 횡구, 너는 주변 냄새를 잘 맡어야제.”  할머니는 내 키만 한 막대기를 건넸다.  “오수리는 야행성이라 낮에는 잘 돌아다니지 않제. 그래도 만일 오수리가 뎀비기라도 하면 이 막대기로 내리쳐라. 오수리는 꾀가 많아 먼저 죽은 체할 것이여. 그때는 지체 말고 도망을 쳐야 헌다.” 나는 황구랑 산으로 향했다. 우리는 계곡에 늘어진 왕 버드나무를 지나 붉은 소나무 앞에서 한 번 쉬었다. 새끼 오소리는 부지런히 주변을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고 오줌을 쌌다. 양양이는 바위 위에서 우리를 지켜보며 따라왔다.  우리가 계곡을 벗어나 산 중턱까지 왔을 때였다. 길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황구가 어느 길로도 성큼 나서지 않아 우리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너럭바위는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길은 바위를 피해 산봉우리를 돌아서 나 있는 길과 바위 사이로 나 있는 길로 나뉘어 있었다.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나는 새끼 오소리를 배낭에서 꺼냈다. “야 인마, 너희 가족이 사는 굴이 어디야? 너 때문에 우리가 이게 뭔 고생이냐고.” 새끼 오소리는 우리 주변만 뱅뱅 돌뿐 더 나가지는 않았다. 갑자기 황구가 하늘을 보고 컹컹 짖어댔다. 박새 떼였다. 황구가 반갑다는 듯 펄쩍 뛰었다. 박새가 무리 지어 바위로 난 길 위에서 뱅뱅 돌았다. 우리는 박새를 따라 다시 걷기 시작했다.  너럭바위까지 갔을 때는 해가 머리 위에 떠 있었다. 황구가 너럭바위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바위 사이 여기저기 냄새를 맡던 황구가 갑자기 바위 밑을 향해서 짖기 시작했다. 바위 밑은 무성한 풀로 가려져 있었다. 황구가 바위 밑에서 짐승들 냄새를 맡은 게 분명했다. 나는 등이 오싹해졌다.  산속은 빨리 어두워진다는 할머니 말이 생각나 곧장 돌아섰다. 내려오는 길은 갈 때보다 훨씬 쉬웠다. 내려오면서 보니까 할머니는 계곡 아래 냇가에서 고둥을 잡고 있었다. 우리를 발견한 할머니는 허리를 펴고 손뼉을 짝짝 치며 두 팔을 크게 벌려 반겼다.  “우리 손자가 오늘 큰일 해브렀네이. 니는 이 일이 얼매나 큰일인지 아적은 모를 것이여. 암은 큰일이고말고.”  나는 또 힘든 것도 다 잊어버리고, 황구가 바위 밑 굴을 냄새로 찾아낸 일, 양양이가 멀리서 우리를 든든하게 잘 지켜준 것, 박새가 길 안내를 얼마나 잘했는지를 신이 나서 떠들었다.  “맞어, 바로 그것이여. 무슨 일이든 다 힘을 합해서 한 거라는 것을 잊지 말어야 혀!”  이틀 후, 두 번째 산을 오를 때는 몸이 훨씬 가벼웠다. 나는 배낭을 지고도 황구를 따라 빨리 걸을 수가 있었다. 새끼 오소리도 자기 오줌 눈 자리를 잘도 찾아냈다.  사흘 후, 우리는 세 번째 길을 떠났다. 바위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전에 왔던 길이 아닌 곳을 골라서 새끼 오소리를 내려놓았다.  “오소리, 너도 이제 염치가 있으면 너희 가족이 사는 굴을 좀 찾아봐라.”  황구는 새끼 오소리가 움직이면 어쩔 줄 몰라서 낑낑거리며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멀리서 양양이도 야옹거렸다.  다음 날 할머니는 마루 위에 있던 새끼 오소리 집을 담장 옆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오소리 집 문을 살짝 열어 두었다.  어스름 해 질 무렵이었다. 박새가 유난히 시끄럽게 짖어댔다. 할머니는 집안 곳곳에 있는 불을 모두 끄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손님이 오실지도 모른다. 혹시 무슨 소리가 나도 밖에 나오지 마라이.”  나는 어둠 속에서 창문으로 오소리 집을 지켜봤다.  계곡에서부터 시작된 어둠은 산 전체를 휘감았다. 어둠을 뚫고 마침내 오소리 가족이 찾아왔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였다. 오소리들은 오소리 새끼의 똥구멍을 서로 비벼가며 냄새를 맡았다. 가족 확인이 다 끝났는지 오소리는 새끼를 데리고 집을 떠났다. 어둠 속이었지만 내 눈에는 똑똑히 다 보였다.  오소리가 집을 떠난 그 날 밤은 참으로 이상했다. 황구나 양양이, 닭과 돼지가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은 것이다. 다음 날 아침이 됐을 때 오소리 집은 텅 비어 있었다. 돌담 안으로 빛이 넘쳐 들었다. 나와 황구는 목을 길게 빼고 빈 오소리 집을 들여다보았다. 덩그러니 비어있는 새끼 오소리 밥그릇에 아침 햇살이 가득 찼다.  나는 울타리 앞에 서서 한참 동안 산을 올려다보았다. 햇빛이 계곡으로 흘러들어 물과 만나고 있었다. 쏴,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어댔다. 나도 나무가 되어 두 팔을 벌렸다. 새소리가 바람을 타고 계곡 가득 울려 퍼졌다.  그 후론 할머니는 오소리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해가 질 때면 할머니는 여전히 손에 모이를 쥐고 울타리 앞에 서서 새소리를 냈고, 박새는 후박나무와 할머니 손 위를 오가며 날았다.  아침마다 할머니의 칭찬은 이어졌지만, 나는 전처럼 그렇게 기분이 들뜨거나 하지는 않았다.  엄마가 전화해온 건 방학이 끝나기 일주일 전이었다.
  • ‘1박2일’ 데프콘-정준영 잇는 반지의 제왕은? 돌아온 ‘절대반지’

    ‘1박2일’ 데프콘-정준영 잇는 반지의 제왕은? 돌아온 ‘절대반지’

    ‘1박 2일’에 소원성취 절대반지가 다시 돌아온다. 오늘(30일) 방송되는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연출 유일용/이하 1박 2일)에서는 김준호-차태현-데프콘-김종민-윤동구-정준영과 ‘인턴’ 이용진이 제주도에서 펼치는 ‘방어잡이 레이스’ 마지막 이야기가 방송된다. 특히 데프콘-정준영을 잇는 절대권력 ‘반지의 제왕’이 누가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 가운데 공개된 스틸에는 가위바위보만으로 희비가 교차된 멤버들의 모습이 담겼다.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기쁨의 포효를 하는 정준영의 모습과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젓는 김종민의 모습이 극과 극을 이뤄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절대반지를 얻기 위한 멤버들의 치열한 접전이 예고돼 관심을 모은다. 더욱이 ‘인턴’ 이용진이 “절대반지 양도되나요?”라며 호기심을 폭발시킨 가운데 반전과 충격의 저녁 복불복이 펼쳐졌다는 후문. 특히 ‘인간 제로 게임’에서 그 어느 때보다 고도의 눈치싸움과 심리전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게임이 멤버들과 스태프들의 혼을 쏙 빼놓은 가운데 이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촬영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는 후문. 절대반지는 그 어떤 소원이라도 들어주는 무적 아이템. 앞서 데프콘이 10주년 특집 ‘카자흐스탄-쿠바’ 편에서 절대반지로 쿠바 할아버지에게 새 기타를 사주는 온정을 베풀었고, 정준영은 야외 취침 위기를 실내 취침으로 바꾸는 반전을 이뤄 눈길을 끌었다. 과연 절대반지를 획득하게 된 주인공은 누굴지, 반지의 제왕 등극과 동시에 절대반지로 어떤 소원을 빌지 본 방송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안방극장에 강력한 웃음 폭탄을 선사할 반지의 제왕 선발은 오늘(30일) 방송되는 ‘1박 2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은 매회 새롭고 설레는 여행 에피소드 속에서 꾸밈없는 웃음을 선사하며 매 주말 예능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사직·이배산·돝섬…전국 돼지 지명은 112곳

    사직·이배산·돝섬…전국 돼지 지명은 112곳

    국토지리정보원은 2019년 기해년 돼지의 해를 맞이해 전국 지명을 분석한 결과 돼지와 관련돼 고시된 지명이 총 112개라고 30일 밝혔다. 지역별로 전남이 27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남 21개, 전북 16개, 경북 13개 등의 순이었다. 지리정보원은 “대부분 남쪽 지역에 풍요로운 곡창지대가 있는 곳”이라며 “상대적으로 먹거리가 풍부한 지역에서 가축으로 돼지를 많이 길러 주변 지명에 돼지가 자주 사용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전북 김제시의 ‘사직’, 경북 울진군의 ‘돗진’, 충남 당진시의 ‘이배산’ 등은 신에게 기원할 때 바치는 희생물로 돼지와 관련된 유래들이 전해진다.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돝섬’은 가락궁왕의 총애를 받던 후궁이 사라진 후 사람들을 괴롭히는 황금돼지로 변했고 그 후 괴이한 빛이 돼 이 섬으로 날아가 돼지가 누운 모습의 섬이 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섬에서 염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이야기와 섬에 있는 황금돼지상도 이러한 전설과 관련이 있다. 경기 이천시의 경우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던 효자가 절벽에서 약초를 뜯던 중 산돼지 울음소리가 들려 올라가 보니, 효자의 몸에 매달았던 밧줄이 바위모서리에 긁혀 끊어질 지경이었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돼지울음이 효자를 살렸다 해 저명산이라 칭했다는 전설이 있다. 유기윤 지리정보원 원장은 “2019년 기해년 모두가 건강하고 행운이 넘치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며 “앞으로 우리 삶이 밀접하게 녹아있는 지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문화유산으로 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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