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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통 따윈 잊고 냠냠쩝쩝… 조선시대 ‘허’슐랭 가이드

    체통 따윈 잊고 냠냠쩝쩝… 조선시대 ‘허’슐랭 가이드

    ‘홍길동전’ 쓴 허균의 음식 평론집젓갈·웅어 등 귀양지 먹거리 품평 “2월이면 이 지역 사람들은 이슬을 맞으며 새벽같이 나가 막 돋아난 방풍 싹을 따서 해를 보지 못하게 한다. 곱게 찧은 쌀로 죽을 끓이는데, 반쯤 익었을 때 방풍 싹을 넣는다.…사기 주발에 옮겨 담았다가 반쯤 식으면 그것을 먹는다. 달콤한 향기가 입에 가득해 사흘이 지나도 스러지지 않는다.” 먹방(먹는 방송) 속 출연자가 앞에 놓인 음식 한 숟갈을 뜬 다음 묘사하는 것 같다. ‘홍길동전’ 작가인 허균이 415년 전 쓴 음식 평론집 ‘도문대작’(屠門大嚼) 속 ‘방풍죽’에 대한 설명이다. ‘엄근진’(엄숙·근엄·진지) 이미지로 똘똘 뭉친 조선시대 선비가 쓴 글이라는 게 뜻밖이라고 생각할 독자가 적지 않겠다. ‘도문대작’은 ‘푸줏간을 바라보며 입을 크게 벌려 고기를 씹는 시늉을 한다’는 뜻이다. 제목만 봐서는 도무지 양반의 체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도문대작은 허균이 과거시험 부정에 연루돼 파직되고 유배 간 함열(지금의 전북 익산시)에서 쓴 작품이다. 밥상에 겨가 섞인 밥과 상한 생선, 푸성귀가 겨우 올라올 정도였던 귀양지에서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것들을 떠올리며 먹거리 품평을 한 것이다. 김풍기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국내 대표적인 허균 연구자다. 단순히 도문대작만 번역한 것이 아니라 자기 음식 추억과 결부해 풀어내 더 흥미롭다. 책을 읽다 보면 허균이야말로 진정한 미식가였다는 생각이 든다. 허균은 곰 발바닥 요리에 대해 “삶아서 익히는 것을 적절히 하지 못하면 제맛이 나지 않는다. 회양의 요리가 가장 좋고, 의주, 희천이 그다음이다”라고 했고, 사슴 꼬리 절임인 ‘엄록미’에 대해서는 “사슴 꼬리의 털을 깨끗이 깎아내고 뼈를 발라낸 공간에 소금을 넣고 동전을 넣은 뒤 그 구멍에 막대기를 끼워 바람에 건조한다”고 설명했다. ‘고등어 내장으로 만든 젓갈’, ‘코가 뻥 뚫리는 산갓김치의 매콤한 맛’, ‘고소한 봄을 불러오는 생선 웅어’, ‘부드러움과 바다 향으로 즐기는 감태’, ‘햇감과 햇밤이 들어간 찰떡의 맛’ 등 소제목들만 봐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허균이 쩝쩝대며 입맛을 다셨던 음식을 한번 먹어보고 싶다.
  • 조희대 “재판소원, 국민에 엄청난 피해”… 헌재 “4심제 아니다” 대법과 정면충돌

    조희대 “재판소원, 국민에 엄청난 피해”… 헌재 “4심제 아니다” 대법과 정면충돌

    조희대 대법원장은 12일 재판소원법에 대해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는 문제”라며 사실상 반대의 뜻을 밝혔다. 대법원이 강력히 반발하는 반면 헌법재판소는 “4심제가 아니다”라고 맞서면서 양 기관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3대 ‘사법개혁안’(재판소원·대법관 증원·법왜곡죄)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라 재판소원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여러 차례 말씀드린 것처럼 이 문제는 헌법과 국가 질서의 큰 축을 이루는 문제”라며 “공론화를 통해 충분한 숙의 끝에 이뤄져야 한다고 누누이 이야기해 왔다. 대법원이 국회와 협의하고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과 헌재는 위헌 여부부터 부작용까지 모든 쟁점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 특히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구성한다’는 헌법 101조에 대한 해석을 두고 맞서고 있다. 대법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재판의 실질적 종결만 늦어지고 소용은 없는 고비용·저효율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소원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고, 입법으로 재판소원을 도입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전날 법사위에서 “재판소원을 통해 대법원 판결을 취소한다면 4심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법안이 시행되면 운용에 있어 문제점이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헌재는 “재판소원을 인정하는 것이 기본권 보호의 실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재판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다투는 경우 등 제한적인 범위에서 재판소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법원의 사실 판단 및 법률의 해석이나 적용을 재심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4심제가 아니며, 이에 따라 위헌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은 “재판소원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우리 헌법 해석에 있어 다소 오류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사실상 4심제로 사법체계가 바뀌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나뉘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재판소원을 도입하면 독일 사례에서 보듯 헌재 사건 숫자가 폭증할 것”이라며 “헌재 기능이 마비되거나 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원은 법률 해석을 전담하고 헌재는 헌법 해석을 맡으면 된다”며 “두 기관의 역할이 크게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올림픽 동메달 따자 “바람피웠다” 눈물 고백…하루 만에 사과 [핫이슈]

    올림픽 동메달 따자 “바람피웠다” 눈물 고백…하루 만에 사과 [핫이슈]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노르웨이 바이애슬론 선수가 경기 직후 생방송 인터뷰에서 외도 사실을 고백한 가운데, 전 연인이 “용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11일(현지시간) 노르웨이 매체 VG에 따르면 남자 대표팀 간판선수 스투를라 홀름 레그레이드(28)의 전 여자친구 A씨는 “그가 전 세계 앞에서 사랑을 고백했지만, 그를 용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A씨는 “나는 이런 상황에 놓이길 원치 않았다”며 “레그레이드와 연락을 취했고 그도 내 생각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힘든 시기에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레그레이드는 전날 이탈리아 안테르셀바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남자 20㎞ 개인 경기에서 3위를 기록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2022년 베이징 대회 계주 금메달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 동메달 직후 돌연 “3개월 전 바람피웠다” 논란은 경기 직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작됐다. 레그레이드는 노르웨이 방송 NRK와의 생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이며 “6개월 전 인생의 사랑을 만났지만, 3개월 전 가장 큰 실수를 저질렀다. 그녀를 배신하고 바람을 피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일주일 전 이 사실을 털어놨다”며 “많은 사람이 나를 다르게 보겠지만, 내 눈에는 오직 그녀만 있다. 메달을 그녀와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금메달을 딴 동료의 하루를 망치지 않았기를 바란다”며 “이 인터뷰는 이기적인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사과했다. 노르웨이 바이애슬론 스타 요하네스 팅네스 뵈도 NRK 해설에서 “진심 어린 반성은 별개지만, 시간과 장소는 전혀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공개 고백이 더 상처”…엇갈린 여론 전 연인의 강경한 반응과 함께 온라인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6개월 만에 바람을 피웠다면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정리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전 연인을 지지했다. 또 다른 반응에서는 “만천하에 고해성사하듯 공개 고백을 하면 더 창피하고 상처가 커질 수밖에 없다”거나 “고백은 당사자에게만 할 일”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공개적으로 말할 필요는 없었다”는 의견처럼, 타이밍과 방식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올림픽 메달보다 선수의 사생활 고백이 더 큰 화제를 모으며 국제 스포츠계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올레길의 물길 끝에서 만나는 제주의 비경, 쇠소깍

    올레길의 물길 끝에서 만나는 제주의 비경, 쇠소깍

    제주도 서귀포시 하효동에 자리한 쇠소깍은 제주 올레길 6코스의 시작점이자 5코스의 마지막 지점으로, 제주의 물길과 바닷길이 만나는 기수지역이자 상징적인 장소다. 한라산 남쪽 자락에서 흘러내린 효돈천의 담수가 바다와 만나며 만들어낸 깊은 웅덩이와 용암 협곡은 오래전부터 ‘서귀포칠십리’에 숨은 비경으로 손꼽혀 왔다. 쇠소깍이라는 이름은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은 연못을 뜻하는 ‘쇠소’에 끝자락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 ‘깍’이 더해져 붙여졌다. 과거에는 지형이 소가 드러누운 형상이라 하여 ‘쇠둔’이라 불리기도 했다. 쇠소깍은 한라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리며 굳어 형성된 계곡형 골짜기다. 검은 현무암 절벽 사이로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며 만들어내는 물빛은 유난히 깊고 푸르다. 썰물 때면 계곡 바위틈에서 솟아오르는 지하수가 그대로 드러나 신비로운 장면을 연출하고, 깊은 수심 탓에 물속 바위의 윤곽까지 또렷이 비춘다. 또한 기수 지역의 특성으로 민물 냄새를 따라 들어오는 다양한 해수어들을 만날 수 있다. 계곡을 따라 자생하는 소나무숲과 기암괴석은 거칠면서도 단정한 풍경을 이루며, 바다로 향하는 물길의 끝자락에서 절정을 이룬다. 효돈천 하류인 쇠소깍 일대는 과거 민물과 해수가 만나는 입구를 막아 염전을 운영하던 곳이기도 하다. 동시에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던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져 함부로 돌을 던지거나 물놀이를 하지 못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자연을 삶의 일부로 존중하던 제주 사람들의 태도가 지금까지 전해진다.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체험은 제주 전통 목선 ‘테우’다. 효돈리 마을 청년회에서 운영하는 테우는 물에 절인 나무를 엮어 만든 뗏목형 배로 별도의 동력 없이 사람의 힘과 바람, 물살에 의지해 움직인다. 약 30분간 이어지는 짧은 승선이지만 쇠소깍의 전설과 물길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는 경험은 이곳에서만 가능한 기억으로 남는다. 쇠소깍은 제주 올레길 6코스의 출발점이자 5코스의 종착지다. 바다와 마을, 숲길을 지나 걷던 길이 이곳에서 물길로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마무리된다. 걷는 여행자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풍경을 내려다보기에, 쇠소깍은 올레길 전체에서도 유난히 인상적인 쉼표 같은 존재다. 쇠소깍 인근에는 제주 남부를 대표하는 명소들이 밀집해 있다. 서귀포 해안을 따라 펼쳐진 주상절리대, 제주 대표 휴양지 중문해수욕장, 그리고 계곡과 폭포가 어우러진 천제연 폭포까지 하루 일정으로 함께 둘러보기 좋다.바로 옆에 자리한 쇠소깍산물관광농원도 눈여겨볼 만하다. ‘산과 물’을 뜻하는 이름처럼 제주의 생명수와 자연을 테마로 한 공간으로, 한라봉 하우스 안에 조성된 이색 박물관과 온실 카페, 레트로 감성의 포토존이 어우러져 있다. 한라봉·천혜향 생과일 주스와 제주 토종 유자로 만든 댕유자차는 산책 후 가볍게 즐기기 좋다. 쇠소깍이 위치한 효돈동 일대는 한라산 남쪽 기슭의 온화한 기후 덕분에 감귤 재배로 특히 유명하다. 겨울철이면 마을 곳곳에 감귤 향이 퍼지고, 효돈 감귤은 당도와 산미의 균형이 좋아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품질로 인정받는다. 제철에 찾는다면 감귤 직판장이나 감귤 디저트를 파는 소박한 카페를 함께 둘러보는 것도 쇠소깍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 올레길의 물길 끝에서 만나는 제주의 비경, 쇠소깍 [두시기행문]

    올레길의 물길 끝에서 만나는 제주의 비경, 쇠소깍 [두시기행문]

    제주도 서귀포시 하효동에 자리한 쇠소깍은 제주 올레길 6코스의 시작점이자 5코스의 마지막 지점으로, 제주의 물길과 바닷길이 만나는 기수지역이자 상징적인 장소다. 한라산 남쪽 자락에서 흘러내린 효돈천의 담수가 바다와 만나며 만들어낸 깊은 웅덩이와 용암 협곡은 오래전부터 ‘서귀포칠십리’에 숨은 비경으로 손꼽혀 왔다. 쇠소깍이라는 이름은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은 연못을 뜻하는 ‘쇠소’에 끝자락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 ‘깍’이 더해져 붙여졌다. 과거에는 지형이 소가 드러누운 형상이라 하여 ‘쇠둔’이라 불리기도 했다. 쇠소깍은 한라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리며 굳어 형성된 계곡형 골짜기다. 검은 현무암 절벽 사이로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며 만들어내는 물빛은 유난히 깊고 푸르다. 썰물 때면 계곡 바위틈에서 솟아오르는 지하수가 그대로 드러나 신비로운 장면을 연출하고, 깊은 수심 탓에 물속 바위의 윤곽까지 또렷이 비춘다. 또한 기수 지역의 특성으로 민물 냄새를 따라 들어오는 다양한 해수어들을 만날 수 있다. 계곡을 따라 자생하는 소나무숲과 기암괴석은 거칠면서도 단정한 풍경을 이루며, 바다로 향하는 물길의 끝자락에서 절정을 이룬다. 효돈천 하류인 쇠소깍 일대는 과거 민물과 해수가 만나는 입구를 막아 염전을 운영하던 곳이기도 하다. 동시에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던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져 함부로 돌을 던지거나 물놀이를 하지 못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자연을 삶의 일부로 존중하던 제주 사람들의 태도가 지금까지 전해진다.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체험은 제주 전통 목선 ‘테우’다. 효돈리 마을 청년회에서 운영하는 테우는 물에 절인 나무를 엮어 만든 뗏목형 배로 별도의 동력 없이 사람의 힘과 바람, 물살에 의지해 움직인다. 약 30분간 이어지는 짧은 승선이지만 쇠소깍의 전설과 물길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는 경험은 이곳에서만 가능한 기억으로 남는다. 쇠소깍은 제주 올레길 6코스의 출발점이자 5코스의 종착지다. 바다와 마을, 숲길을 지나 걷던 길이 이곳에서 물길로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마무리된다. 걷는 여행자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풍경을 내려다보기에, 쇠소깍은 올레길 전체에서도 유난히 인상적인 쉼표 같은 존재다. 쇠소깍 인근에는 제주 남부를 대표하는 명소들이 밀집해 있다. 서귀포 해안을 따라 펼쳐진 주상절리대, 제주 대표 휴양지 중문해수욕장, 그리고 계곡과 폭포가 어우러진 천제연 폭포까지 하루 일정으로 함께 둘러보기 좋다.바로 옆에 자리한 쇠소깍산물관광농원도 눈여겨볼 만하다. ‘산과 물’을 뜻하는 이름처럼 제주의 생명수와 자연을 테마로 한 공간으로, 한라봉 하우스 안에 조성된 이색 박물관과 온실 카페, 레트로 감성의 포토존이 어우러져 있다. 한라봉·천혜향 생과일 주스와 제주 토종 유자로 만든 댕유자차는 산책 후 가볍게 즐기기 좋다. 쇠소깍이 위치한 효돈동 일대는 한라산 남쪽 기슭의 온화한 기후 덕분에 감귤 재배로 특히 유명하다. 겨울철이면 마을 곳곳에 감귤 향이 퍼지고, 효돈 감귤은 당도와 산미의 균형이 좋아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품질로 인정받는다. 제철에 찾는다면 감귤 직판장이나 감귤 디저트를 파는 소박한 카페를 함께 둘러보는 것도 쇠소깍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 18세 최가온, 金 넘어 金 캔다

    18세 최가온, 金 넘어 金 캔다

    예선에서 82.25점 얻어 24명 중 6위 우상 클로이 김, 여유롭게 1위 차지이번 시즌 월드컵선 맞대결 불발내일 진검승부… 세 번째 메달 도전 설상종목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최가온(18·세화여고)이 자신의 우상 클로이 김(26·미국)과의 첫 맞대결에서 가볍게 6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진정한 승부는 13일 결선에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최가온은 1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예선에서 82.25점을 얻으며 24명의 선수 중 6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하프파이프는 기울어진 반원통형 슬로프에서 회전과 점프 등의 기술을 펼치는 종목으로 예선 1·2차 시기 중 높은 점수를 기준으로 상위 12명을 추려 결선을 치른다. 3번의 연기 중 가장 높은 점수 하나가 최종 순위가 되는 결선은 13일 오전 3시 30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다. 2023년 세계적인 익스트림 스포츠 대회 X게임에서 파이프 종목 우승을 차지한 최가온은 이번 2025~26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3승을 거두며 이번 대회에서도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다만 월드컵에서도 클로이 김과의 맞대결이 이뤄지지 않아 진정한 맞대결은 이번 올림픽이 처음이었다. 특히 최가온은 빅에어에서 유승은(18·성복고·동메달)이 일으킨 ‘고교생 보더 신(新)바람’을 이어받아 한국 스노보드 세 번째 메달이자 한국 선수단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겨주고 싶어한다. 최가온은 예선 1차전부터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첫 번째 점프에서 백사이드로 벽을 타고 올라가 공중에서 등을 지고 두 바퀴(720도)를 돌면서 보드의 뒷부분을 뒷손으로 잡고 착지하는 기술을 선보인 최가온은 두 번째 점프에서는 프런트사이드로 진입해 공중에서 등을 지고 900도(2.5바퀴)를 돌면서 보드를 잡는 기술을 선보였다. 평균 점프 높이 2.8m를 보이는 등 가벼운 움직임으로 5번의 점프를 모두 안정적으로 성공하며 82.25점을 얻었다. 자신의 레이스에 만족한 최가온은 경기 후 손을 흔드는 여유를 보였다. 최가온은 예선 2차전에서 순위가 6위까지 밀리자 난도를 더욱 높였지만 마지막 5번째 점프를 시도한 뒤 착지 과정에서 손을 짚으며 점수를 얻지 못해 예선 6위가 확정됐다. 2018 평창, 2022 베이징 대회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인 클로이 김은 고난도의 기술을 여유 있게 선보였다. 지난달 스위스에서 연습 도중 어깨를 다쳐 올림픽 3연패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으나 클로이 김은 이번 예선에서 유일하게 90점 이상을 받으며 최강자 다운 면모를 뽐냈다. 예선 1차전에서 90.25점으로 선두에 나선 클로이 김은 2차전에서는 막바지 착지에서 삐끗하자 무리하지 않고 연기를 도중에 멈추면서 결선을 기약했다. 최가온과 함께 출전했던 이나윤(22·경희대)은 예선 1차전 연기 도중 무릎 통증을 느낀 여파로 35점에 그쳤고 2차전에는 못해 예선 22위로 결선 진출이 불발됐다.
  • [길섶에서] 어느 새

    [길섶에서] 어느 새

    겨울 수목원에는 겨울나무가 산다.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는 요즘 잎을 모두 내려놓고 가지 위에 눈을 소복이 얹은, 동양화 속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나무들이 가득하다. 그 고요한 풍경 사이로 아이돌 음악방송 현장에서나 만날 법한 대포 카메라를 멘 사람들이 보인다. 숨을 죽이고 멈춰 서서 어딘가를 응시하는 눈빛. 뭘 보는 걸까, 따라 고개를 돌려 보니 그제야 추운 바람을 가르는 지저귐이 들린다. 정지된 풍경 속에서 홀로 푸드덕거리는 존재들이 있다. 새다. 일 년 내내 이 땅에 사는 텃새들이 겨울을 나는 중이다. 얼핏 스친 새들이 궁금해 그 카메라들을 따라갔다. 종착지는 탐조동호회 ‘어느새’ 인스타그램. 박새, 쇠딱따구리, 오목눈이, 곤줄박이. 빛을 머금은 깃털 한 올 한 올에 정성을 담은 사진들이 새마다 이름이 있고, 깃털색이 다르고, 눈매가 저마다임을 보여 준다. 흑백 풍경 속 유일하게 물감을 풀어 둔 것처럼, 잿빛 겨울숲에서 새들은 벌써 봄이다. 나무가 길고 지루한 겨울을 몇 번이고 견뎌내는 건 언제나 곁에서 봄을 재촉하는 새가 있어서인가 보다. 참 다행이다.
  • [단독] 잦은 기상 오보·묻지마 영상회의… 행정력 줄줄 새는 지자체

    [단독] 잦은 기상 오보·묻지마 영상회의… 행정력 줄줄 새는 지자체

    기상 오보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광역자치단체 단위 영상회의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력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자연 재난부서는 기상청 일기예보를 기준으로 비상근무 여부를 결정한다. 집중호우와 폭설, 태풍 발생이 우려되면 예비특보 단계부터 광역·기초단체 자연 재난부서가 비상근무에 돌입한다. 각종 장비·구조 인력도 출동 준비 태세를 갖춘다. 그러나 슈퍼컴퓨터까지 동원한 기상청의 예보가 틀리는 경우가 적지 않아 잦은 비상근무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의 불만이 높은 실정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안전주의 문자가 발송돼도 예보가 틀려 흐지부지 지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기상청이 잘못 예보를 하면 지자체 공무원들도 덩달아 헛수고를 하는 경우가 잦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지난 7~8일 전북 서해안 일대에 내려진 대설특보에 따라 전북도와 6개 시군은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그러나 김제시는 1읍 14면 4동 가운데 대설특보에 해당하는 눈이 내린 지역이 광활면 한 곳뿐이었고 시내 중심부는 눈발조차 없었다는 게 전북도의 설명이다. 또 중대본은 기상재해 발생 시 인접 지역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광역지자체 내 모든 기초지자체를 영상회의에 참석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이 역시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다. 전북도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은 “서해안에 집중호우나 폭설, 강한 바람으로 기상특보가 내려질 경우 100㎞ 이상 떨어진 동부 산악지역 지자체까지 영상회의에 참석해야 하는데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재난부서 간부 공무원에 대한 초과근무수당 미지급도 해묵은 문제이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광역지자체 4급 이상, 기초지자체 5급 이상 재난부서 공무원은 기상특보 기간에 비상근무를 해도 시간외수당은 물론 대체 휴일도 받지 못한다. 한 지자체의 과장은 “재난 발생 시 과할 정도로 대응해야 하는 것은 공무원의 당연한 책무지만 힘이 빠질 때가 적지 않다”며 “합리적인 수준에서 해결책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 말… 전쟁판 바꾼 전략자산, 조선 선비들의 ‘슈퍼카’

    말… 전쟁판 바꾼 전략자산, 조선 선비들의 ‘슈퍼카’

    말은 약 4500년 전 가축화된 이후 증기기관이 등장할 때까지 육상에서 인류의 교통과 수송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동물이다. 자동차나 기차 등 운송수단의 힘을 표시할 때 ‘마력(HP)’을 단위로 쓰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말은 수천년에 걸쳐 농업과 교역,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등 인류 역사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쳤다. ●한국국학진흥원 웹진 ‘담談’서 다뤄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발행한 웹진 ‘담談’ 144호는 올해를 상징하는 동물 ‘말’을 주제로 다뤘다. 정동훈 서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동아시아의 외교를 뒤흔든 말’이라는 글에서 말이 고려 말, 조선 초에 외교와 전쟁의 판도를 바꾼 전략 자산이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고려는 전국에 22개의 역도(驛道)를 설정하고 525개의 역을 설치해 전국에 걸친 광역 교통·통신망을 구축했다. 교통과 운송, 의례, 군사 등 다방면에 쓰였던 말은 고려가 주변국들과 교역했던 가장 중요한 물품이었다. 몽골이 세운 원나라는 ‘삼별초의 난’을 진압한 뒤 제주도에 수산평과 차귀평, 목마장 2곳을 설치했다. 이때부터 말은 제주도를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원나라를 북쪽으로 밀아내고 중원을 차지한 명나라는 제주 목마장과 말에 대한 소유권을 요구하며 고려에서 총 2만 5000여필의 말을 조공 명목으로 가져갔다. 이렇게 가져간 말은 명나라가 원나라와 싸우는 데 투입됐다. ●수천년 인류 역사에 끼친 영향 조명 정 교수는 “몽골인들이 풀어서 키운 말,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이 요구한 수천 필의 말, 제주 목장에서 끊임없이 실려 나간 말은 말이 단순한 가축이나 군사 자원이 아니라 동아시아 국제 관계를 움직이는 핵심 교역품이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밝혔다. 정도희 한국국학진흥원 전임연구원은 ‘조선 선비들의 드라이빙에서 인생을 배우다’라는 글에서 말이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슈퍼카’이자 성공의 아이콘이었다고 설명했다. 과거급제자는 백패(합격증)를 받은 뒤 동기들과 함께 말을 타고 서울 시내를 누비는 ‘유가’ 행진을 하는 게 관례였다. 장거리 출장을 하는 관리에게 지급한 마패는 국가가 보증하는 하이패스이자 역마를 징발할 수 있는 ‘관용차 이용권’이었다. 그렇지만 모든 말이 명마일 수는 없었다. 조선 중기 유학자 김광계의 ‘매원일기’에는 늙은 말을 타고 과거를 보러 가다가 수시로 길바닥에 드러눕는 바람에 거금을 들여 새 말을 사는 낭패를 겪었다는 기록이 있다. 잦은 고장으로 속을 썩이는 중고차 때문에 애를 먹는 현대인의 모습과 판박이라고 정 연구원은 설명했다.
  • 민주, 합당 일단 멈춤… 정청래 “선거 후 재추진”

    민주, 합당 일단 멈춤… 정청래 “선거 후 재추진”

    더불어민주당이 10일 지방선거 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합당을 전격 제안한 지 19일 만이다. 정 대표는 합당 과정에서 불거진 내홍과 관련해 민주당·혁신당 당원들에게 사과했다. 범여권 통합보다 당내 화합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이지만 정 대표는 적잖은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정 대표는 이날 저녁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 구성을 제안한다”며 “지방선거 후 통합추진준비위를 중심으로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더 이상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도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아쉬움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대부분의 의원이 지방선거 전 합당엔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대체로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으나 현 상황에서의 합당 추진은 명분은 있더라도 추진이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의총에서도 합당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고 혁신당과는 ‘선거 연대’ 혹은 ‘선거 연합’ 형태로 가야 한다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고 한다. 합당을 미루더라도 당내에 이를 논의할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주당과 혁신당 모두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지방선거 후 통합 논의에 속도가 날 지는 미지수다. 사실상 양당 합당 논의는 다음 지도부에게로 공이 넘어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의총에선 최근 최고위원들의 수위 높은 발언이 갈등 증폭의 원인이 됐던 만큼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의총에 참석한 민주당 한 의원은 “두 명 정도가 (최고위원들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갈등을 빨리 봉합하려면 사과도 수단일 수 있다”고 했다. 지방선거 전 합당이 무산되면서 이를 선제적으로 추진했던 정 대표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 대표는 앞서 합당에 대한 당원 여론조사를 제안했지만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 인사들이 반대하면서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최근 2차 종합특검 후보자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변호했던 전준철 변호사를 추천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 “의사결정이 제한적이고 폐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더욱 수세에 몰리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친명계 강득구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났다며 “홍 수석이 전한 대통령의 입장은 통합 찬성”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바로 삭제했다. 강 최고위원은 “착각해서 잘못 올렸다”고 청와대 측에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글에는 “현재 상황상 지방선거 이전 통합은 어렵지만, 지방선거 이후에 합당을 하고 전당대회는 통합전당대회로 했으면 하는 것이 대통령의 바람이라고 한다”, “내일(11일) 합당에 관한 입장을 발표하면 바로 합당에 관한 수임기구를 준비했으면 좋겠다라는 대통령의 입장까지 전달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내부 논의가 아예 없었다”며 부인했다. 정 대표의 합당 제안을 사실상 받아들였던 혁신당은 자당을 ‘피해자’라고 표현하며 합당 여부를 떠나 적절한 수준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 대표가 전화를 주셔서 합당 건에 대한 민주당의 최종 입장을 알려줬다”며 혁신당 입장은 11일 긴급 최고위 개최 후 공식 발표하겠다고 했다.
  • 우울하고 예민한 당신이 정상인 이유

    우울하고 예민한 당신이 정상인 이유

    몇 년 전 외근을 나가던 길에 헤드헌터로 일하는 대학 선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스타트업 마케팅 담당이사(CMO) 포지션이 들어왔는데 너를 추천했으니, 대표이사와 직접 연락해서 인터뷰 일정을 잡아라”는 내용이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갈증이 컸던 터라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이며, 상장까지 준비 중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휴가를 내고 먼 거리를 달려가 대표이사와 세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과정 중에는 브랜드 홍보 방안과 영업방향에 대한 보고서까지 별도로 작성할 만큼 입사의지가 강했다. 그리고 최종 단계인 희망연봉과 처우협의가 시작된 며칠 뒤 대표이사로부터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우리는 당초 채용계획이 없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어이가 없었지만 아쉬울 것도 없었다. 이런 회사라면 입사 뒤에도 언제든 어떤 이유로든 쉽게 내쳐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세 차례나 인터뷰를 위해 오간 거리와 회사의 홍보 방안과 발전 방향을 고민했던 시간들이 단 한 줄의 이메일로 무너졌다고 생각하니 진심으로 화가 났다. 이 포지션을 소개해준 대학 선배 역시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분노를 터뜨렸다. ●인간이 가진 기본감정의 불균형 인류가 보편적인 감정을 연구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 교수 폴 에크먼(1934~2025)은 인간의 기본감정을 기쁨, 슬픔, 분노, 놀람, 혐오, 공포의 여섯 가지로 분류했다. 그런데 이 여섯 가지 감정에 흥미로운 점이 있다. 긍정적인 감정은 ‘기쁨’ 하나뿐이고, 나머지 다섯 가지는 모두 부정적인 감정이다. 정리하면 인간이 가진 기본감정의 약 83%가 부정적 감정이며,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기쁨보다 슬픔, 분노, 공포에 더 많이 노출되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해석이다. ●뇌가 부정적인 자극에 먼저 반응하는 이유 미국 시카고대학교 심리학 교수 존 카치오포(John T. Cacioppo, 1951~2018)는 인간이 부정적 감정이 편향적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피실험자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유발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며 실시간으로 뇌파 변화를 관찰했다. 연구 결과는 분명했다. 인간의 뇌는 긍정적인 자극보다 부정적인 자극에 훨씬 더 강력하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부정적인 정보를 처리할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고, 무엇보다 그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했다. 다시 말해 인간의 뇌는 부정적 감정에 더 큰 비중을 두도록 작동한다는 의미다. 부정적인 감정은 인류가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방어 기제이며,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부정적인 감정은 지극히 정상적인 생존본능 억울함과 분노, 슬픔에 잠겨 밤잠을 설쳐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실험 결과가 얄밉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부정적인 감정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근본적인 이유임을 알 수 있다. 수만 년 전, 인류가 지구상에서 가장 약한 종족이었을 때 수많은 포식자들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슬픔, 분노, 놀람, 혐오, 공포 같은 감정에 민감해야만 했다. 바람에 실려 오는 포식자들의 악취를 긍정적으로만 해석한 종족은 곧 희생양이 되었고, 공포와 혐오를 느낀 종족만이 도망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혐오는 질병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했고, 분노는 전투력을 끌어올렸으며, 슬픔은 공감을 이끌어 공동체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었다. 부정적인 감정은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안전을 보장하는 장치였다. 그리고 이 감정들은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생존 본능으로 작동하고 있다. 포식자들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잠재적 공격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과 매일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전쟁 같은 일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험했거나 예상되는 위협을 뇌에 새기고, 그것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칭찬은 쉽게 잊어버리면서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비난에 전전긍긍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늘 피곤하다. ●부정적 감정에 잠기지 않는 법 다행히 심리학자들은 우리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뇌가 부정적인 감정에 집중하도록 설계되어 있더라도,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연습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리거나 그 감정에 침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지금 느끼는 슬픔이나 공포를 자기혐오로 연결하지 말고, 이것은 단지 뇌가 보내는 생존신호로만 인식하라는 것이다. 긍정적인 감정은 자극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긍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때 그냥 흘려 내지 말고, 음미하고,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고, 기록을 남겨 뇌에 더 강한 자극을 새기라는 것이다. 또한 끊임없이 부정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자극적인 뉴스, 타인과 비교하게 만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부정적인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것 역시 전략이 될 수 있다. 쉽게 우울해지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결코 개인이 약하거나 못나서가 아니다. 그것은 조상들이 남긴 강력한 생존 본능이 여전히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다만 그 부정적인 감정이 생존을 넘어 자기비하나 감정의 침몰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은 각자의 몫이다. ●스타트업 대표이사 이메일을 받은 다음 날 채용 계획이 없었다는 스타트업 대표의 어이없는 이메일을 받은 다음 날, 친한 직장 동료와 술자리를 가졌다. 둘이서 왁자지껄 떠들며 한바탕 웃고 나니 다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음을 정했다. 잠재고객이 될 수 있는, 어쩌면 회사의 성장의 발판이 될 수도 있었던 면접자를 그렇게 대한 회사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 조용히 지켜보기로 말이다.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 우울하고 예민한 당신이 정상인 이유 [한ZOOM]

    우울하고 예민한 당신이 정상인 이유 [한ZOOM]

    몇 년 전 외근을 나가던 길에 헤드헌터로 일하는 대학 선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스타트업 마케팅 담당이사(CMO) 포지션이 들어왔는데 너를 추천했으니, 대표이사와 직접 연락해서 인터뷰 일정을 잡아라”는 내용이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갈증이 컸던 터라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이며, 상장까지 준비 중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휴가를 내고 먼 거리를 달려가 대표이사와 세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과정 중에는 브랜드 홍보 방안과 영업방향에 대한 보고서까지 별도로 작성할 만큼 입사의지가 강했다. 그리고 최종 단계인 희망연봉과 처우협의가 시작된 며칠 뒤 대표이사로부터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우리는 당초 채용계획이 없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어이가 없었지만 아쉬울 것도 없었다. 이런 회사라면 입사 뒤에도 언제든 어떤 이유로든 쉽게 내쳐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세 차례나 인터뷰를 위해 오간 거리와 회사의 홍보 방안과 발전 방향을 고민했던 시간들이 단 한 줄의 이메일로 무너졌다고 생각하니 진심으로 화가 났다. 이 포지션을 소개해준 대학 선배 역시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분노를 터뜨렸다. ●인간이 가진 기본감정의 불균형 인류가 보편적인 감정을 연구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 교수 폴 에크먼(1934~2025)은 인간의 기본감정을 기쁨, 슬픔, 분노, 놀람, 혐오, 공포의 여섯 가지로 분류했다. 그런데 이 여섯 가지 감정에 흥미로운 점이 있다. 긍정적인 감정은 ‘기쁨’ 하나뿐이고, 나머지 다섯 가지는 모두 부정적인 감정이다. 정리하면 인간이 가진 기본감정의 약 83%가 부정적 감정이며,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기쁨보다 슬픔, 분노, 공포에 더 많이 노출되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해석이다. ●뇌가 부정적인 자극에 먼저 반응하는 이유 미국 시카고대학교 심리학 교수 존 카치오포(John T. Cacioppo, 1951~2018)는 인간이 부정적 감정이 편향적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피실험자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유발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며 실시간으로 뇌파 변화를 관찰했다. 연구 결과는 분명했다. 인간의 뇌는 긍정적인 자극보다 부정적인 자극에 훨씬 더 강력하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부정적인 정보를 처리할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고, 무엇보다 그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했다. 다시 말해 인간의 뇌는 부정적 감정에 더 큰 비중을 두도록 작동한다는 의미다. 부정적인 감정은 인류가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방어 기제이며,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부정적인 감정은 지극히 정상적인 생존본능 억울함과 분노, 슬픔에 잠겨 밤잠을 설쳐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실험 결과가 얄밉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부정적인 감정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근본적인 이유임을 알 수 있다. 수만 년 전, 인류가 지구상에서 가장 약한 종족이었을 때 수많은 포식자들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슬픔, 분노, 놀람, 혐오, 공포 같은 감정에 민감해야만 했다. 바람에 실려 오는 포식자들의 악취를 긍정적으로만 해석한 종족은 곧 희생양이 되었고, 공포와 혐오를 느낀 종족만이 도망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혐오는 질병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했고, 분노는 전투력을 끌어올렸으며, 슬픔은 공감을 이끌어 공동체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었다. 부정적인 감정은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안전을 보장하는 장치였다. 그리고 이 감정들은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생존 본능으로 작동하고 있다. 포식자들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잠재적 공격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과 매일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전쟁 같은 일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험했거나 예상되는 위협을 뇌에 새기고, 그것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칭찬은 쉽게 잊어버리면서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비난에 전전긍긍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늘 피곤하다. ●부정적 감정에 잠기지 않는 법 다행히 심리학자들은 우리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뇌가 부정적인 감정에 집중하도록 설계되어 있더라도,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연습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리거나 그 감정에 침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지금 느끼는 슬픔이나 공포를 자기혐오로 연결하지 말고, 이것은 단지 뇌가 보내는 생존신호로만 인식하라는 것이다. 긍정적인 감정은 자극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긍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때 그냥 흘려 내지 말고, 음미하고,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고, 기록을 남겨 뇌에 더 강한 자극을 새기라는 것이다. 또한 끊임없이 부정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자극적인 뉴스, 타인과 비교하게 만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부정적인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것 역시 전략이 될 수 있다. 쉽게 우울해지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결코 개인이 약하거나 못나서가 아니다. 그것은 조상들이 남긴 강력한 생존 본능이 여전히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다만 그 부정적인 감정이 생존을 넘어 자기비하나 감정의 침몰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은 각자의 몫이다. ●스타트업 대표이사 이메일을 받은 다음 날 채용 계획이 없었다는 스타트업 대표의 어이없는 이메일을 받은 다음 날, 친한 직장 동료와 술자리를 가졌다. 둘이서 왁자지껄 떠들며 한바탕 웃고 나니 다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음을 정했다. 잠재고객이 될 수 있는, 어쩌면 회사의 성장의 발판이 될 수도 있었던 면접자를 그렇게 대한 회사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 조용히 지켜보기로 말이다.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 K쇼트트랙 혼성 계주 금빛 질주 ‘세 개의 벽’ 넘어라

    K쇼트트랙 혼성 계주 금빛 질주 ‘세 개의 벽’ 넘어라

    빙질 - “얼음 다소 무르다”… 극복 요소판정 - 이탈리아와 대결 땐 텃세 경계출발 - 최민정 첫 주자 맡아 초반 승부 4년 전 넘어졌던 아쉬움을 딛고 대한민국 쇼트트랙 혼성 계주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의 첫 메달이 결정되는 종목이어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컨디션을 가늠할 수 있는 경기로 꼽힌다. ●최민정·김길리·임종언·황대헌 출전 쇼트트랙 대표팀 최민정(28), 김길리(22·이상 성남시청), 임종언(19·고양시청), 황대헌(27·강원도청)은 10일(한국시간) 오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혼성 계주 경기에 나선다. 혼성 계주는 양성평등을 주요 중점 과제로 추진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기조에 따라 2022년 베이징 대회 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선수 4명이 각각 500m씩 맡아 2000m를 달리는 종목으로 남자 계주(5000m), 여자 계주(3000m)와 달리 단 18바퀴만 돌아 전개 속도가 빠르고 변수가 많다. 여자-여자-남자-남자 순으로 주행하며, 1번 주자의 빠른 출발, 2번 주자와 3번 주자의 호흡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4년 전 베이징 대회에서 한국은 메달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지만 준준결승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아쉽게 탈락했다. 쇼트트랙은 피겨 스케이팅과 같은 경기장을 쓰는데 각각 필요한 얼음의 온도와 두께가 달라 관리가 제대로 안 될 경우 넘어지는 사고가 속출한다. 베이징 대회 당시에도 쇼트트랙 경기 도중 넘어지는 선수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됐다. 쇼트트랙은 영하 7~8도, 두께 3㎝ 정도의 단단한 얼음이 필요하다. 피겨 스케이팅은 영하 3~4도, 두께 약 5㎝의 약간 무른 얼음이 적합하다. 현지에서 다수의 선수가 ‘얼음이 다소 무르다’고 평가한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편파 판정도 경계해야 한다. 베이징에서는 노골적인 중국 밀어주기가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중국은 혼성 계주 준결승에서 선수 간 터치에 실패하고도 비디오판독을 거쳐 결승에 진출하더니 기어코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안방 경기를 치르는 이탈리아와 대결할 경우 특히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최민정 “출발만 잘하면 승산 있다” 초반 레이스가 중요한 혼성 계주의 첫 주자는 대표팀 주장이자 에이스인 최민정이 나선다. 최민정은 9일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오늘 스타트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는데 반드시 좋은 결과를 끌어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최민정은 “단거리 종목은 한국 대표팀의 취약 종목이지만 출발만 잘하면 승산이 있다. 내가 가진 능력을 모두 쏟아내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혼성 계주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최민정은 한국의 동계올림픽 최다 금메달 공동 1위(4개)에 오른다. 김길리는 부모님이 선물한 오륜기 모양의 금목걸이를 지난해 10월 잃어버려 다시 샀다는 사연을 전하며 “금메달을 2개 딴다는 징조였으면 좋겠다. 본 경기에서 내 모든 능력을 쏟아내겠다”고 다짐했다.
  • [이근화의 말하자면] 나무의 전성

    [이근화의 말하자면] 나무의 전성

    “이 장승들은 강풍으로 쓰러진 나무를 이용하여 만들었습니다.”(제주도 절물휴양림 팻말) 동료들과 제주에 다녀왔다. 친구나 가족들과도 여러 차례 다녀온 바 있지만, 공식적인 포럼 행사가 있었고 좋아하는 친구가 사니까 또 갈 마음이 생겼다. 절물휴양림의 고요를 채우는 것은 지역민의 담담한 발걸음이었다. 차분히 가라앉은 겨울 숲을 걷다 보니 문득 시선을 붙잡는 것이 있었다. 나무들 사이사이 여러 표정의 장승들이 서 있었다. 안내판에는 강풍으로 쓰러진 나무에 얼굴을 새겨 장승을 만들어 세웠다는 사연이 적혀 있었다. 장승은 푸른 잎을 달았던 나무의 시절을 완전히 잊은 듯했지만, 다른 방식으로 가장 ‘나무다운’ 존재가 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강풍에 쓰러진 나무를 깎아 숲의 길목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삼았다니 그 생각이 새삼 기특하고 고마웠다. 누군가는 끝이라고 여겼을 뿌리 뽑힌 나무들에 공들여서 생생하고 해학적인 표정을 만들어 준 것이다. 한때 나무였던 장승들은 같은 곳에 전혀 다른 존재로 서 있었다. 나무와 장승이 뒤섞인 기묘한 풍경은 생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잎을 틔우고 가지를 뻗는 것만이 나무의 숙명은 아닐 것이다. 뿌리 뽑힌 뒤에도 숲의 정령이자 이정표가 되어 주는 것 또한 나무의 또 다른 생이다. 장승은 여전히 그 자리에 숲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었다. 사람도 살아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풍랑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평생을 공들인 작업이 무너지기도 하며, 늘 생각해 오던 길에서 좌절감을 겪고 이탈하기도 한다. 변곡점은 곡선의 방향이 바뀌는 지점이지 선이 끊어지는 지점이 아니다. 과거의 영광이 끝났다고 해서 존재의 가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시련을 바탕 삼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게 생명 있는 존재들일 것이다.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대신 변화의 계기로 삼아 자신을 수용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쓰러진 자리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절물휴양림 장승들은 재미난 표정으로 말해 주었다. 다시 일어선 존재들은 더 단단하고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이 아닐까.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에서도 모든 것이 뿌리 뽑혀 나간 자리에서 마주한 생의 고귀함과 숭고함은 ‘바람’과 함께 제시된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황야의 언덕에서 주인공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며, 거기에 삶의 본질이 있다고 말한다. 절물휴양림 겨울 숲의 정적 속에서 마주한 장승의 미소는 길을 잃고 서성이는 이들에게 고요한 위로를 건네주었다. 지금 잠시 멈춰 서 있거나 방향을 틀어야 하는 시기에 놓여 있다면 절물의 숲을 떠올려 보기 바란다. 쓰러진 나무도 다시 설 수 있고, 이전의 모습과는 완연히 다른 얼굴과 표정을 가질 수 있다. 곡절과 변화를 왜곡이 아니라 쇄신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작은 용기를 갖기 바라면서 많은 사람이 다시 서는 법을 배우기 위해 찾는 섬, 사람을 품어 빚는 섬 제주를 떠나왔다. 이근화 시인
  • 캠핑장 확충해 체류형 관광객 잡는 지자체들

    산자수명(山紫水明)을 자랑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캠핑족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캠핑 인프라 신설 및 재정비가 전국 곳곳에서 잇따른다. 경북 구미시는 최근 ‘구미 낙동강 제2캠핑장’ 조성 사업을 마무리하고 정식 개장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도심과 가까운 곳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자연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체류형 캠핑 공간을 마련하기 추진됐다. 총사업비 34억원을 투입해 낙동강 체육공원 일원에 오토캠핑 사이트 50면(10X10m)을 새롭게 조성한 것. 샤워실을 비롯해 화장실, 세척실 등 최신 편의시설도 갖췄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캠핑과 레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기존 구미 낙동강 캠핑장에서는 카라반 15면, 오토캠핑 75면 등 총 196면을 운영하고 있다. 이용요금은 하루 기준 비수기 3만원, 성수기 4만원이다. 충남 예산군은 예당호의 낭만과 힐링을 만끽할 수 있는 국민여가캠핑장을 최근 재개장하고 3월 사전 예약에 들어갔다. 오토캠핑 16면과 취사장 및 공동개수대, 화장실, 샤워장 등 편의 및 전기 시설을 갖췄다. 경기 양주시는 지난달 23일 신암저수지 숲속 야영장을 개장했다. 이곳은 야영 데크 13면(각 30㎡)과 오토캠핑 2면(각 72㎡) 등 15면의 시설을 갖췄다. 야영 데크의 경우 주중 3만원, 주말 4만원이다. 양주시민과 장애인 등은 30~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종시설관리공단도 지난달 말 전월산 국민여가캠핑장을 재개장했다. 4505㎡ 부지에 총 22면(오토존 14+이지존 8)의 야영 시설을 꾸렸다. 올해는 숲 체험, 숲속 문화의 밤, 웰니스 캠프 등 가족 단위 이용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전남 무안군도 일로읍 회산백련지 내에 조성된 오토캠핑장을 새로 단장해 재개장했다. 방갈로를 새로 짓고 기존 카라반은 도색 등 재정비했다. 1만 2054㎡ 규모의 캠핑장은 방갈로 4~6인용 9동과 카라반 4~6인용 7동을 비롯해 데크사이트 10면, 일반사이트 13면으로 구성됐다.
  • 한올한올 毛락毛락… 나 [풍성했던 그때로] 돌아갈래~

    한올한올 毛락毛락… 나 [풍성했던 그때로] 돌아갈래~

    男호르몬 증가·혈관수축·건조함 영향매년 24만명 병원행… 남성이 더 많아미풍으로 머리 말리고 스트레스 줄여야 아침마다 베개에 떨어진 머리카락이 유독 눈에 띄는 계절, 겨울이다. 치워도 치워도 하루 이틀 새 욕실 배수구에 머리카락이 다시 수북이 쌓인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지만 두피에는 이미 경고등이 켜져 있다. 탈모는 더 이상 ‘체질’이나 ‘나이 탓’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특정 세대의 고민을 넘어 현대인의 삶의 질을 흔드는 일상적 질환이 됐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매년 24만명 이상이 탈모로 병원을 찾는다. 대한탈모치료학회는 병원을 찾지 않고 자가 관리나 시중 제품에 의존하는 잠재적 탈모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은 환자’까지 고려하면 실제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탈모는 더 이상 중장년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4년 기준 남성 환자는 13만 6463명, 여성은 10만 4754명으로 집계됐다. 남성이 다소 많지만 여성 비중도 적지 않다. 20대 미만부터 60세 이상까지 연령대도 고르게 분포한다. 취업 준비생, 직장인, 출산 후 여성까지 일상 곳곳에서 탈모를 호소한다. 성별과 세대의 경계가 사라진 셈이다. 겨울에 머리카락이 더 많이 빠지는 데에는 ‘계절성 탈모’의 영향이 크다. 일조량이 줄면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일시적으로 늘고, 이는 체내 효소와 결합해 탈모를 유발하는 다이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전환된다. 추위로 두피 혈관이 수축하면서 모근으로 가는 영양 공급도 줄어든다. 여기에 난방으로 건조해진 실내 공기는 각질 증가와 피지 불균형, 두피 염증을 부추긴다. 이런 요인이 겹치며 탈모 속도가 빨라진다. 예방의 핵심은 거창한 치료가 아닌 ‘두피 환경 관리’다. 실내 습도는 40~60%로 유지하고, 머리는 뜨거운 열풍 대신 미풍으로 충분히 말리는 것이 좋다. 잦은 염색이나 파마, 과도한 스타일링 제품 사용은 두피를 자극할 수 있어 줄이는 편이 바람직하다. 물을 자주 마셔 체내 수분을 보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소해 보이는 생활 습관이 탈모 진행 속도를 좌우한다. 흔히 ‘M자 탈모’나 ‘대머리’로 불리는 안드로겐성 탈모증은 가장 흔한 유형이다. 유전적 영향이 크다. 남성은 헤어라인이 M자 형태로 뒤로 밀리고 정수리 모발이 줄어든다. 여성은 이마 선은 유지되지만 정수리 전체의 숱이 가늘어지고 듬성듬성해진다. 서서히 진행돼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다만 유전적 요인이 있다고 반드시 탈모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고준혁 맥스웰피부과 동탄점 대표 원장은 “유전자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도 탈모 진행 양상은 서로 달랐다는 연구가 있다”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규칙적인 수면과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 발병 시기를 늦추거나 진행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갑자기 동전 크기로 머리카락이 빠진다면 원형 탈모를 의심해야 한다. 면역 체계가 모낭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과로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치료 반응은 비교적 좋으나 재발 우려가 커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무리한 다이어트나 출산 이후 나타나는 ‘휴지기 탈모’도 적지 않다. 모발 성장 주기가 짧아지고 휴지기 모발이 늘면서 머리카락이 전체적으로 빠진다. 특히 출산 후 3개월 안팎에 증상이 가장 심해진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며 회복되지만 장기화하면 전문 진료가 필요하다. 고 원장은 “탈모는 원인이 다양해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상태에 맞춰 치료하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질환인 만큼 혼자 고민하기보다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소가 누워 쉬는 섬, 제주 최동단 우도의 걷기 좋은 풍경

    소가 누워 쉬는 섬, 제주 최동단 우도의 걷기 좋은 풍경

    제주도 동쪽 바다, 성산일출봉을 마주한 해상에 우도가 떠 있다. 행정구역상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우도면으로 하나의 섬 전체가 ‘면(面)’ 단위를 이루는 국내에서도 드문 사례다. 우도는 제주도 부속섬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지닌 곳으로 제주 본섬을 제외하면 가장 큰 섬이기도 하다. 섬의 면적은 6.18㎢로 서울 면적의 약 1%에 해당하며 섬 둘레는 약 17㎞에 이른다. 우도라는 이름은 바다에서 바라본 섬의 형상이 소가 옆으로 누워 있는 모습과 닮았다는 데서 비롯됐다. 풍수지리에서는 이를 ‘와우형(臥牛形)’이라 부르는데, 머리와 뿔에 해당하는 전면은 높고 넓으며 꼬리에 해당하는 후면은 낮고 좁은 지형이 특징이다. 실제로 우도 남쪽에는 섬에서 가장 높은 오름이 솟아 있고, 이곳은 ‘소머리 오름’이라 불려왔다. 이를 한자로 옮긴 이름이 우두악(牛頭岳), 오늘날의 우도봉이다. 섬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우도봉은 밤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 정상 인근에는 우도등대가 자리 잡고 있으며, 지금도 망망대해를 비추는 등대 불빛은 우도가 지닌 해양의 섬이라는 정체성을 또렷이 보여준다. 이 일대는 우도 등대공원으로 조성돼 있어 검멀레 해변과 해안 절벽, 성산일출봉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우도의 대표적인 자연 명소로는 서빈백사로 불리는 산호해변이 있다. 이곳은 모래 대신 홍조단괴가 부서져 만들어진 백사장이 펼쳐지는 곳으로, 세계적으로도 드문 지형이다.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만큼 학술적 가치가 높으며,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해변이 만들어내는 대비가 인상적이다. 검은 화산암 모래가 깔린 검멀레 해변은 또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썰물 때 드러나는 해식동굴과 절벽은 우도의 화산섬 지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우도에는 자연뿐 아니라 섬의 시간이 쌓아 올린 이야기들도 많다. 제주도의 최동단에 위치한 이 섬은 남해와 동중국해의 경계에 놓여 있으며, 오래전부터 항해와 군사, 어업의 거점으로 활용돼 왔다. 일제강점기 군사시설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1970년대에는 무장간첩 침투 사건이 발생하는 등 격동의 현대사도 품고 있다. 최근에는 관광객 급증과 함께 교통 혼잡, 난개발 문제를 겪으며 섬의 정체성을 둘러싼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우도를 여행할 때는 이동 수단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우도 내에서는 렌터카 이용이 제한됐다가 2025년부터 일부 완화됐지만 도로가 좁고 관광객이 많아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 전기자전거, 3륜 전기차, 순환 관광버스가 대표적인 이동 수단이며, 섬 전체를 여유롭게 둘러보려면 최소 반나절에서 하루 일정이 적당하다. 특히 성수기에는 사고가 잦은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우도를 걷는 여행을 원한다면 제주올레 우도 코스(올레 1-1코스)가 적합하다. 천진항과 하우목동항을 잇는 섬 순환형 길로 전체 길이는 약 11㎞다. 완만한 해안길과 마을길 위주로 이어져 있으며 쉬엄쉬엄 걸으면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코스는 서빈백사와 검멀레 해변, 해안 절벽, 돌담 마을을 차례로 지나며 우도의 주요 풍경을 두루 담아낸다. 우도봉 자락을 스치는 구간에서는 섬 전체와 성산일출봉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사진 촬영 명소로도 손꼽힌다. 고저 차가 크지 않아 체력 부담이 적고, 자동차 없이 우도를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여행객에게 잘 어울리는 길이다. 바람이 잦고 그늘이 많지 않은 편이므로 모자와 바람막이, 충분한 식수는 필수다. 우도 올레길은 짧은 거리 안에 우도의 자연과 마을 풍경을 고루 담아낸 걷기 좋은 섬길이다. 우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먹거리다. 우도 땅콩은 이미 전 국적으로 이름난 특산물로, 땅콩 아이스크림과 땅콩 막걸리는 섬을 찾는 이들의 필수 코스다.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뿔소라, 전복, 해삼도 우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해녀의 집이나 작은 좌판에서 만나는 소박한 해산물 한 접시는 우도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게 한다. 숙소는 대부분 소규모 펜션과 민박 형태로, 바다와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화려함보다는 조용한 하룻밤을 보내기에 알맞은 곳들이 많다. 하루 일정으로 다녀오는 여행도 좋지만, 섬에 하루 머물며 해 질 녘 바다와 이른 아침의 고요한 우도를 마주해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 소가 누워 쉬는 섬, 제주 최동단 우도의 걷기 좋은 풍경 [두시기행문]

    소가 누워 쉬는 섬, 제주 최동단 우도의 걷기 좋은 풍경 [두시기행문]

    제주도 동쪽 바다, 성산일출봉을 마주한 해상에 우도가 떠 있다. 행정구역상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우도면으로 하나의 섬 전체가 ‘면(面)’ 단위를 이루는 국내에서도 드문 사례다. 우도는 제주도 부속섬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지닌 곳으로 제주 본섬을 제외하면 가장 큰 섬이기도 하다. 섬의 면적은 6.18㎢로 서울 면적의 약 1%에 해당하며 섬 둘레는 약 17㎞에 이른다. 우도라는 이름은 바다에서 바라본 섬의 형상이 소가 옆으로 누워 있는 모습과 닮았다는 데서 비롯됐다. 풍수지리에서는 이를 ‘와우형(臥牛形)’이라 부르는데, 머리와 뿔에 해당하는 전면은 높고 넓으며 꼬리에 해당하는 후면은 낮고 좁은 지형이 특징이다. 실제로 우도 남쪽에는 섬에서 가장 높은 오름이 솟아 있고, 이곳은 ‘소머리 오름’이라 불려왔다. 이를 한자로 옮긴 이름이 우두악(牛頭岳), 오늘날의 우도봉이다. 섬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우도봉은 밤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 정상 인근에는 우도등대가 자리 잡고 있으며, 지금도 망망대해를 비추는 등대 불빛은 우도가 지닌 해양의 섬이라는 정체성을 또렷이 보여준다. 이 일대는 우도 등대공원으로 조성돼 있어 검멀레 해변과 해안 절벽, 성산일출봉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우도의 대표적인 자연 명소로는 서빈백사로 불리는 산호해변이 있다. 이곳은 모래 대신 홍조단괴가 부서져 만들어진 백사장이 펼쳐지는 곳으로, 세계적으로도 드문 지형이다.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만큼 학술적 가치가 높으며,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해변이 만들어내는 대비가 인상적이다. 검은 화산암 모래가 깔린 검멀레 해변은 또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썰물 때 드러나는 해식동굴과 절벽은 우도의 화산섬 지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우도에는 자연뿐 아니라 섬의 시간이 쌓아 올린 이야기들도 많다. 제주도의 최동단에 위치한 이 섬은 남해와 동중국해의 경계에 놓여 있으며, 오래전부터 항해와 군사, 어업의 거점으로 활용돼 왔다. 일제강점기 군사시설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1970년대에는 무장간첩 침투 사건이 발생하는 등 격동의 현대사도 품고 있다. 최근에는 관광객 급증과 함께 교통 혼잡, 난개발 문제를 겪으며 섬의 정체성을 둘러싼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우도를 여행할 때는 이동 수단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우도 내에서는 렌터카 이용이 제한됐다가 2025년부터 일부 완화됐지만 도로가 좁고 관광객이 많아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 전기자전거, 3륜 전기차, 순환 관광버스가 대표적인 이동 수단이며, 섬 전체를 여유롭게 둘러보려면 최소 반나절에서 하루 일정이 적당하다. 특히 성수기에는 사고가 잦은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우도를 걷는 여행을 원한다면 제주올레 우도 코스(올레 1-1코스)가 적합하다. 천진항과 하우목동항을 잇는 섬 순환형 길로 전체 길이는 약 11㎞다. 완만한 해안길과 마을길 위주로 이어져 있으며 쉬엄쉬엄 걸으면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코스는 서빈백사와 검멀레 해변, 해안 절벽, 돌담 마을을 차례로 지나며 우도의 주요 풍경을 두루 담아낸다. 우도봉 자락을 스치는 구간에서는 섬 전체와 성산일출봉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사진 촬영 명소로도 손꼽힌다. 고저 차가 크지 않아 체력 부담이 적고, 자동차 없이 우도를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여행객에게 잘 어울리는 길이다. 바람이 잦고 그늘이 많지 않은 편이므로 모자와 바람막이, 충분한 식수는 필수다. 우도 올레길은 짧은 거리 안에 우도의 자연과 마을 풍경을 고루 담아낸 걷기 좋은 섬길이다. 우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먹거리다. 우도 땅콩은 이미 전 국적으로 이름난 특산물로, 땅콩 아이스크림과 땅콩 막걸리는 섬을 찾는 이들의 필수 코스다.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뿔소라, 전복, 해삼도 우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해녀의 집이나 작은 좌판에서 만나는 소박한 해산물 한 접시는 우도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게 한다. 숙소는 대부분 소규모 펜션과 민박 형태로, 바다와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화려함보다는 조용한 하룻밤을 보내기에 알맞은 곳들이 많다. 하루 일정으로 다녀오는 여행도 좋지만, 섬에 하루 머물며 해 질 녘 바다와 이른 아침의 고요한 우도를 마주해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 [사설] 가상자산 취약성 드러낸 비트코인 오지급… 대응책 시급

    [사설] 가상자산 취약성 드러낸 비트코인 오지급… 대응책 시급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2위인 빗썸에서 직원 실수로 62만개의 비트코인(약 60조 7600억원)이 잘못 지급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고에 따른 비트코인 급락으로 고객 손실 금액도 10억원 안팎에 이르렀다. 금융당국은 긴급대응반을 구성해 빗썸뿐 아니라 다른 거래소를 대상으로도 점검에 나섰다. 유동성이 큰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면 법적·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빗썸에 따르면 지난 6일 저녁 7시쯤 직원이 1인당 2000원~5만원의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려다 ‘원’ 단위를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했다. 그 결과 249명에게 총 62만원을 주려다 62만개의 비트코인을 지급했다. 회사 측은 20분 뒤 오지급을 인지했으며 20분이 더 지난 뒤 거래·출금 차단을 완료했다. 그러나 이 시간 동안 일부 이용자들이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을 곧바로 매도하는 바람에 가격은 급락했고 125개는 아직 회수되지도 못했다. 빗썸이 실제 보유한 수량 4만 3000여개보다 많은 비트코인이 실수로 지급돼 ‘유령 비트코인’ 논란도 제기된다. 빗썸 같은 중앙화거래소(CEX)는 고객이 입금한 코인을 자체 지갑에 보관한 뒤 매매가 이뤄질 때 장부상 잔고만 변경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거래 속도, 수수료, 편의성 등을 위해서라지만 시스템 오류 때 거래소가 실제 보유한 물량과 장부상 수량 간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사고에서도 확인했듯 거래소 안에서 사실상 ‘돈 복사’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불신이 커진다. 대형 거래소에서도 내부 통제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업계 전체의 모니터링 개선책과 책임 강화 방안이 절실해졌다. 2023년 7월 제정돼 2024년 시행된 가상자산 1단계법(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이어 가상자산업 제도화 및 상장과 공시, 회계 구체화 등을 골자로 당정이 조율 중인 2단계 입법도 속도를 내야 한다. 가상자산 시장의 취약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신뢰 추락에 따른 ‘코인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 [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AI 도시’ 샌프란시스코, 어떤 삶이 만들어지고 있나

    [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AI 도시’ 샌프란시스코, 어떤 삶이 만들어지고 있나

    도시로 온 테크 라이프스타일테크기업, 자기기술 적용 도시로 이동일·삶 도시 전체로 확장… 동네가 일터재택근무 강화, AI가 핵심도구로 작용도심 생활→동네 중심의 삶으로 이동테크 라이프스타일의 그림자창업자 중심의 강력한 통제 정당화일·삶 경계 허무는 극단적 노동 전환테크 종사자 동네 임대료·집값 급등구도심은 공실 늘고 우범지대 전락현재 테크산업·바람직한 미래반정부·반권위 표방하던 테크 문화국가권력과 결합, 배타적으로 변모개인 자유 중심 기술 사회 실현 과정우리가 지지·선택하는 삶의 방식 중요 인공지능 도시란 무엇인가? 흔히 두 가지 답이 제시된다. 첫째, AI 산업이 집중된 도시. 둘째, AI 기술로 교통·에너지·치안을 관리하는 스마트 시티. 이 기준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명백한 AI 도시다. 세계 AI 산업을 선도하고, 거리를 달리는 웨이모 자율주행 택시가 기술 적용의 선진성을 증명한다. 그러나 AI 도시를 이렇게 정의하는 것은 본질을 놓친다. 증기기관이 도시를 바꾼 핵심은 공장이 아니라 노동과 주거의 분리였고, 자동차가 도시를 재편한 이유는 도로 기술이 아니라 교외 도시의 탄생 때문이었다. 기술이 도시를 바꾸는 것은 산업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만들어 내는 삶의 질 때문이다. 따라서 AI 도시를 이해하는 핵심 질문은 AI가 어떤 산업과 시스템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사는 도시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다. 샌프란시스코는 이 질문에 가장 먼저 답을 보여 주는 도시다. 이 도시는 AI 이전부터 테크 라이프스타일의 실험장이었고 지금도 AI 시대의 현재형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테크’는 도시를 선택의 공간으로 바꿔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산업 분류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테크는 더 이상 기업 이름이나 산업 섹터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들이 어디서 일하고, 어떻게 이동하며, 무엇을 소유하지 않기로 선택하는지로 드러난다. 20세기 자본주의의 표준적 삶의 모델은 은행가였다. 금융을 중심으로 한 이 삶은 도심 오피스, 정장, 출퇴근, 자동차 소유, 안정된 경력 경로를 전제로 했다. 도시는 이 삶의 방식을 지원하기 위해 중심업무지구(CBD)를 중심으로 조직됐고 질서와 위계는 도시의 미덕이었다. 테크 엘리트는 이 모델을 전복하기보다 다른 규칙을 제안했다. 위험을 관리하는 금융과 달리 테크는 불확실성을 실험하는 산업이었다. 그 결과 테크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은 소유보다 접근, 안정성보다 유연성, 위계보다 자율성이 됐다. 은행가 라이프스타일이 도시를 ‘관리의 공간’으로 만들었다면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도시를 ‘선택의 공간’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초기의 하이테크 산업은 도시적이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 테크 산업의 중심은 실리콘밸리의 교외 캠퍼스였다. 자동차 이동, 넓은 대지, 사내에서 완결되는 일과 놀이. 이 시기의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여전히 교외형이었다. 전환점은 2010년대 초반이다. 개인과 개인, 소비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부상과 함께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은 자신의 기술이 적용되는 도시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기업의 이전은 곧 삶의 방식의 이전이었다. 일과 삶은 회사 안이 아니라 도시 전체로 확장됐고 카페와 공원, 코워킹 스페이스와 동네가 새로운 일터가 됐다.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 장면이 2012년 마크 저커버그의 샌프란시스코 이주다. 그는 돌로레스 하이츠 지역에 주택을 구입하며 도시 생활을 시작했다. 테크 엘리트의 삶의 무대가 폐쇄된 교외 캠퍼스가 아니라 도시의 공공 공간과 동네로 이동했음을 보여 주는 사건이었다. 이후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더욱 강한 도시적 특성을 띠기 시작했다. 공유경제의 확산과 함께 자동차 소유를 거부하고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고 이동의 자유보다 이동하지 않을 자유, 즉 동네 안에서 삶이 완결되는 구조가 중요해졌다. ●재택근무·디지털 노마드, 동네로 회귀 이러한 동네 중심 삶의 방식은 2020년 이후 재택근무의 구조화로 더욱 강화됐다. 팬데믹은 원격근무를 일시적 대안이 아니라 기본값으로 만들었고, AI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도구로 작동했다. 중요한 변화는 단순히 ‘집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도심 오피스로의 출퇴근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직장 위치가 아니라 살고 싶은 동네를 기준으로 거주지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일하던 테크 노동자들은 미션 디스트릭트, 헤이즈밸리는 물론 오클랜드, 버클리, 심지어 샌타크루즈 같은 교외 소도시로 분산됐다. 이는 교외화가 아니라 동네의 재발견이었다. 디지털 노마드의 확산 역시 유사한 효과를 가져왔다. 디지털 노마드는 특정 회사나 도시에 고정되지 않은 채 일하는 삶의 방식이다. AI 도구의 발전은 개인이 혼자서도 고부가가치 노동을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고 이는 디지털 노마드를 소수의 예외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가능한 삶의 형태로 전환시켰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반드시 ‘떠도는 삶’만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은 몇 달은 다른 도시나 국가에서, 몇 달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생활하며 이동과 정착을 반복한다. 그리고 이들이 돌아오는 곳은 도심 오피스가 아니라 동네다. 카페에서 일하고, 공원을 산책하며, 동네 식당에서 식사하는 일상. 디지털 노마드에게 중요한 것은 이동의 자유가 아니라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질 높은 동네의 존재였다. 재택근무든 디지털 노마드든, AI 시대의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한다. 도심 오피스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동네 중심의 삶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플랫폼과 AI 산업이 샌프란시스코의 준공업 지역 SoMa(South of Market)에 집중되면서 미션 디스트릭트, 헤이즈밸리 같은 주거 지역이 새로운 테크 라이프스타일의 거점으로 부상한 것도, 벌링게임, 산마테오 같은 소도시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과거 실리콘밸리의 고립된 캠퍼스가 아니라 일·여가·주거가 근거리에 모인 완결된 동네를 추구한다. ●권위주의 탓 테크 라이프스타일 변질 그러나 AI 시대 삶의 방식에는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회자되는 ‘파운더 모드’(Founder Mode)는 창업자 중심의 강력한 통제를 정당화한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후 대량 해고와 극단적 업무 강도가 보여 주듯 자율과 유연성을 표방하던 테크 문화는 권위주의적 기업 운영으로 선회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곳곳의 해커 하우스(Hacker House)는 이를 공간적으로 드러낸다. 좁은 방에 2층 침대를 넣고 장시간 노동에 몰두하는 이 공간에서,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은 일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극단적 노동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변화는 테크 엘리트들의 주거 방식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뉴욕타임스는 2024년 8월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팰로앨토의 부유층 주거지 크레센트파크에서 지난 14년간 약 1억 1000만 달러를 들여 인근 주택 11채를 매입해 대규모 사유지 단지를 조성한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끊임없는 공사 소음, 교통 차단, 감시 카메라 설치, 주차 공간 잠식은 이웃 주민들의 일상을 침해했고 일부 주택을 사립학교로 전환하면서 공공 공간의 사유화 논란이 불거졌다. 주민들은 시 정부가 저커버그에게 특혜를 주었다고 비판했지만, 긴 공사와 강력한 보안은 계속되고 있다. 2012년 저커버그가 샌프란시스코 돌로레스 하이츠 주택 구매 시 보여 주었던 개방성과는 반대로 팰로앨토에서는 배타적 요새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테크 붐이 샌프란시스코 양극화 유발 동시에 테크 붐은 샌프란시스코의 도시 구조 자체를 양극화시켰다. 테크 종사자들이 선호하는 미션디스트릭트, SoMa, 헤이즈밸리의 임대료와 주택 가격은 급등했다. 반면 과거 도심의 중심이었던 유니언스퀘어와 마켓스트리트는 재택근무 확산으로 오피스 공실률이 치솟으며 우범지대로 전락했다. AI와 테크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 낸 도시는 고소득 테크 노동자를 위한 창조적 동네와 그들이 떠난 후 방치된 구도심으로 분리되고 있다.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는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그 선택에서 배제된 이들에게는 배제의 논리로 작동한다. 이 모든 변화의 배경에는 테크 산업과 국가 권력의 결합이 있다. AI, 반도체, 우주, 국방 기술이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팔란티어, 앤듀릴 같은 국방 기술 기업이 실리콘밸리 중심부로 들어왔다. 반정부·반권위를 표방하던 테크 문화는 이제 안보와 통제의 언어를 적극 수용한다. 군산복합체는 플랫폼 기업과 AI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개방을 상징하던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배타성과 차단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래는 기술 아닌 우리의 선택에 달려 AI 도시를 산업 집적지나 스마트 시티 기술로만 정의한다면,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친다. 도시를 바꾸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만들어 내는 삶의 질이다. 샌프란시스코가 AI 도시로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오픈AI나 앤스로픽 본사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AI 기술이 실제로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 사는 곳, 이동 패턴, 소유 태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가 보여 주는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모순적이다. 권위주의적 기업 문화, 극단적 노동, 요새화된 주거, 양극화된 도시가 한 측면이라면 동네 중심의 삶, 소유가 아닌 접근, 이동의 자유는 다른 측면이다. 후자는 1970년대 이후 실리콘밸리가 추구해 온 개인 자유 중심 기술 사회가 도시에서 실현되는 과정이다. 히피 운동과 해커 윤리에서 출발한 테크 문화의 본질-위계보다 자율성, 소유보다 접근, 통제보다 선택-은 AI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열릴 가능성을 보여 준다. 중요한 것은 이 가능성이 아직 닫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두 방향의 테크 라이프스타일이 경합하는 도시다. 결국 AI 도시의 미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지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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