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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몸 하나로 돈벌은 夫婦

    알몸 하나로 돈벌은 夫婦

    일류「호텔」의 최고급 방에서 신문기자와 TV의「카메라·렌즈」가 지켜 보는 가운데서「베드·인」하는가 하면 노래도 되지 않는 기성(奇聲)을 노래랍시고 지르고 있으면 돈이 굴러 들어 온다.「비틀즈」의「존·레논」과 일본여성「오노·요꼬」의「해프닝」적 실험생활은 남의 의표를 찔러 그들을 돈방석에 앉게 하고 또 뭇「해프닝」신자들에게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다. 20세기가 낳은 맹령 변종인생이다. 「미친짓」하면 쏟아지는 돈 10억(億)원이 넘는 재산모아 「런던」의 가을은 벌써 깊다. 그러한 가을의 어느 날 밤,「웨스트엔드」의 현대예술관에 약 5백명의 관객이 모였다.「존과 요꼬의 밤」-이것이 그 날의「프로」였다. 영화가 시작했다. 제목은『스마일즈』(미소).「스크린」에 나온 것은「존·레논」의 웃는 얼굴 뿐, 그것이 상영시간 52분동안 계속됐다. 여흥이 있었다. 여흥이라기 보다 이것이 진짜「프로」였다. 관객에게는「레논」과「요코」의 서명이 든 나무숟가락이 배부되었다. 관객들은 그것으로 신나게 박자를 쳤다. 그에 따라 반나체인 소녀 네명이 미친듯이 장내를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주인공인「레논」과「요꼬」는 어디에 있었던가 하면「스크린」 바로 옆 자리에 놓인 흰부대에 목까지 쑥 들어 가서 누운 채로 우는듯한 단조로운 노래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다. 새 소리도 아니고 자동차의 소음도 아닌-. 그러나 노래임에는 틀림이 없는 그러한 소리다. 부대의 아래쪽이 터져 있어 두 사람의 발이 네개 나와 있다.「샌들」바람의 맨발. 영화가 끝나자 두 사람은 대기하고 있는「롤스·로이스」차로 사라졌다. 관객들은 황홀감을 맛본듯한 표정으로 영화관을 나갔다. 입장료는 25「실링」(약 1천원). 영국 만으로는 활동무대가 너무 좁았는지 세계 각국의 수도에 원정,「베드인·신」을 간판으로 흥겨운「주유세계」다. 공개리에「베드」속에서만 내리 1~2주일을 보내면서 한다는 소리가『세계의 모든 사람이「베드·인」에 참가하면 세계에서 전쟁은 없어진다』나.「비틀즈」는 세계를 정복하고 대영제국의 국위를 선앵했다는 이유로 훈장을 받았다. 돈도 엄청나게 벌었는데 그「비틀즈」의 일원인「레논」의 재산목록을 보자. 「레논·맥아더·송즈」「노던·송즈」등「비틀즈」관계회사의 주식을 1백25만「파운드」(약10억), 자가용차「롤스·로이스」밖에 약 1만2천「파운드」(약1천만원)짜리「멜세레스·벤츠」가 또 한 대 있다. 집은 경마가 이름난「아스코트」근방의「사닝힐」에 있다. 집이라기 보다 바로 성이다. 대지 면적은 24만㎡, 방이 18개 달린 궁궐같은 집인데 화랑「테니스·코트」목욕탕(4개)「풀」「크리케트」장이 달려 있다. 하인의 집이 따로 두채. 매일 정원사 3명이 뜰을 손질하고 있다. 집 값이 15만「파운드」(약1억원). 이 궁궐에서「레논」과「요꼬」는 속인이 감히 상상조차 할 수도 없는 우아한 부부생활을 즐기는가 하면 이따금 여기서 출격해서 공개적인「베드·인」을 벌인다. 그래서 돈을 번다. 『우리들은 지금 함께「헤프닝」을 하려고 한다. 결혼도 그 하나에 불과하다 』-이렇게 선언하고 있다.「베드·인」의 모양은 온 세계에 공개되었다. 「카메라맨」모아 놓고 1주일을「베드·인」 신문기자와「카메라맨」을 침실로(이들에게는 무대겠지만) 불러들여서 PR에 열중했다. 여기 저기서「플래시」가 터지고 TV「카메라」의「라이트」가 뜨거운 방안에서, 아니「베드·인」의 소도구인 흰 부대 속에 벌거숭이로 기어들어가서 아슬아슬한 몇고비 장면을 맹렬히 전개하며 기성(奇聲)을 지른다. 이「베드·인」의「헤프닝」작전은「비틀즈」의「레논」에서「레논과 요꼬」의 부부를 세계적 인물로 만들었다. 두사람은 최근에「캐나다」의「몬트리올」에서도 1주일동안「베드·인」을 해치웠는데「호텔」이름은「퀸·엘리자베드」. 방값은 하루 40「파운드」(약3만원)의 최고급이었다.「베드·인」도중 무슨 엉뚱한 구상이 떠올랐음인지「토루도」수상에게『함께「베드」에 올라 앉아서 평화문제를 토의하자』는 초대장을 보냈지만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이어「토론토」에서 열린 두사람의「팝송·페스티벌」은 청중이 2만명이나 들이닥쳐 대성황을 이루었다. 두 사람이 부른 노래는「레논」의 작사·작곡으로 된『존과 요꼬의 발라드』. 이「레코드」도 날개가 돋쳤다.「레코드」의「재키트」가 또 기발했다. 한쪽 면에는 발가벗은 두사람의 앞 쪽 부분 사진이, 그리고 또 한면에는 등의 사진이 박혀 있었다. 이것이 인기를 더 부채질했다. 점잖은 도학자들의 빈축을 사든 말든 이 맹렬부부의「해프닝」대행진은 계속 된다.「존·레논」은 출신교인「리버풀」의 중학교에서는 문제학생이었다. 성격은 물론 나빴다. 그런데「레논」은 그 중학교의 선생들을 평해서 말한다. 요새는 환각제 사용하며「지리한 해프닝」을 실험중 『한 두 사람을 빼고는 모조리 병신들이었다. 거들떠보기도 싫었다. 교원양성소를 갓나온 조발성치매증(早發性癡呆症)환자 같은 녀석들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는 없었다』「요꼬」는「뉴요크」에서「해프닝」예술에 열중한 끝에 남녀 3백65명의 엉덩이만을 찍은 영화를 만들어 들고「런던」에 출연했다. 그 상영허가를 주지 않는다고 혼자서 유명한「트라팔가」광장에서 항의「데모」를 한 바람에 하룻밤 사이에 유명해져 버렸고「레논」을 알게 되었다. 『20세기 후반기의 현대에서는 곧이곧대로 살아가다간 미쳐버리기가 쉽다. 미치치 않기 위해서 시를 쓰고 음악을 한다. 그 시나 음악은 모든 사람이 마음대로 어디서든 만들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 행위의 법칙이 바로「헤프닝」』이란다. 지금 두 사람은 지극히 거룩한「해프닝」을 실험하고 있다. 두 사람은 환각제 LSD나「마리화나」를 상용하고 있는데 LSD중독자가 벌이는 맹렬한「베드·인」-그 결과 나오는 아기는 어떻게 될까. 이것이 의학계의 화제다. 아니「요꼬」임신의「뉴스」를 기다리고 있는「헤프닝」의 신도도 적지 않다고 한다. 자손만대에 길이 빛날 불가사리「헤프닝」인생이다. [선데이서울 69년 11/2 제2권 44호 통권 제 58호]
  • 추억과 향수를…팜스테이

    추억과 향수를…팜스테이

    “어른들에게는 고향의 정취와 추억을 , 아이들에게는 자연속에서 배우는 농어촌 체험을.”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다양한 농어촌 체험과 휴식을 함께 즐기는 팜스테이(farm stay)가 도시인들을 유혹하고 있다.4∼5인 가족 기준으로 5만원 안팎의 비용만 지불하면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추억을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훈훈한 시골의 인정도 맛볼 수 있다. 또 해수욕과 물놀이 등을 겸할 수 있어 여름철 휴가지로도 손색이 없다. 현재 농협에서 지정한 팜스테이 마을은 모두 208곳. 기존의 단순한 농가 민박과는 달리 영농과 농촌문화체험, 그리고 각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놓고 있다. 맑고 깨끗한 자연, 그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가 함께하는 곳. 인천의 장봉도와 경남 의령의 산천렵 마을을 소개한다. 글 장봉도 사진 의령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인천 장봉도로 오세요 “갈매기야 배불리 먹어.”이예림(9)양은 배위에서 갈매기에게 과자를 던져주며 마치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사람들은 이처럼 여행객들이 던져주는 과자부스러기를 먹고 사는 갈매기를 ‘거지 갈매기’라 부르지만, 예림이에겐 책에서나 보았던 신기하고 예쁜 갈매기다. 개화초등학교(서울 방화동)2학년인 예림이에게 오늘은 학교수업이 없는 토요일.‘놀토’다.1학년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같은 학교 6명의 친구가족들과 인천시 장봉도로 팜스테이를 하러 가는 중이다. 갯벌에서는 조개와 게를 잡고, 밭에서는 완두콩도 따고 고구마도 심을 계획이다. 아침 9시10분. 기적을 울리며 배가 영종도 삼목선착장을 빠져나가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뱃전을 뛰어 다닌다.“와∼. 갈매기가 우리를 따라온다.”며 낄낄대는 아이들. 저리도 즐거울까. 예림이뿐 아니라 친구들 부모 모두가 직장인. 평소 얼굴보기도 쉽지 않은 엄마, 아빠와 함께 신나는 주말을 보낼 생각에 모두들 들떠 있는 듯하다. 영종도를 떠난 배는 36㎞를 항해한 다음, 정확히 45분 만에 일행들을 장봉도 선착장에 내려놓았다. 장봉도는 인접한 신도와 시도 등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섬. 국사봉 등 섬안에 봉우리가 많아 장봉이라 불린다. 선착장에 올라서자 인어상이 외지인들을 반겼다. 인어의 전설을 안고 있는 장봉도의 상징물이다. 옛날 한 어부가 날가지 어장에서 반인반수의 인어를 낚아 올렸단다. 애처로이 눈물을 흘리던 인어를 보다못한 어부가 다시 놓아주었는데, 그 뒤로 이 마을 어부들이 3년간 풍어를 이뤘다는 얘기. 마중나온 성진농원(nongwon.org) 홍순일(65)대표의 1t트럭 화물칸에 옮겨 탄 예림이 일행이 해안길을 따라 달리기를 5분여. 썰물로 바닥을 드러낸 바닷가 바로 앞에 자리한 성진농원에 도착했다. 짐을 풀기가 무섭게 홍 대표가 핸드 마이크로 일행들을 소집했다.110종에 달하는 농장주변의 식물들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어른들이야 강정효과가 있다는 오디 등에나 관심이 있는 듯했지만, 아이들은 모든 식물들을 진지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흔한 호박이지만, 한가지에 남자와 여자가 같이 있어 개미나 바람의 힘을 빌려 수정을 한다(자화수분)는 사실을 아이들은 알고 있었을까. 꽃이 수정될 때 비를 맞지 않게 하기 위해 잎이 우산처럼 꽃을 가리고 있는 천남성을 설명할 때는 모두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다음은 고구마 심기 체험을 할 차례. 먼저 비닐하우스에서 밭에 심을 고구마 줄기를 따야 한다. 무더운 실내공기를 염두에 둔 홍 대표가 “남자만 들어오라.”고 하자 강재우군을 비롯한 사내아이들 모두가 일제히 “우리도 남자예요.”라며 항변했다. 결국 아이와 어른 모두가 함께 고구마 줄기를 따기로 ‘합의’를 봤다. 이글거리는 한낮의 열기. 타오르는 듯한 흙길. 고구마 가지와 물통 등이 실린 손수레를 끄는 아이들 이마위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오늘 고구마를 심어야 할 밭은 가족당 4평정도. 길게 늘어선 밭을 마주한 예림이 아빠 이충렬(38)씨 등 어른들은 “여기를 모두 심어야 돼요?”라며 탄식부터 내뱉았다. 차마 아이들 앞에서 못하겠다고 할 수는 없는 일. 모두 밭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고구마를 심기 시작했다. “무럭무럭 자라거라.”최수연양은 보송보송한 솜털위로 흐르는 두세줄기 땀방울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고구마를 심고 있었다. 여린 손으로 흙더미를 토닥거리던 수연이에게 힘들지 않냐고 묻자,“흙속에서 생명이 자라는 게 신기해요.”라며 “지금은 심는 것이 힘들어도 가을에는 맛있는 고구마를 먹을 수 있잖아요.”라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여간 똑똑하고 당찬 모습이 아니다. 상큼한 풀향기를 머금은 채 산자락을 내려온 실바람이 ‘일일 농부’들의 머리를 식혀준다. 고구마를 모두 심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홍 대표가 미리 잘라 놓은 콩줄기를 농장으로 가지고 오면서 밭일은 끝. 이젠 갯벌체험을 할 차례다. 밀물이 몰려오면서 펄에 숨죽이고 있던 어선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섬마을 버스를 따라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도착한 곳은 옹암해수욕장.2㎞에 달하는 백사장이 때마침 몰아친 해무(海霧)에 가려져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어른들이 ‘후리그물질’을 하러 바다로 나간 사이, 아이들은 해변에서 게와 조개 등을 잡기 시작했다. 갯벌속에 구멍을 내고 동정을 살피던 게들이 인기척을 느끼자 잽싸게 숨는다.“꽃게다. 내가 꽃게를 잡았어요.”강재우군이 잡은 것은 손톱만한 크기의 ‘바장게’라고 불리는 녀석. 큰놈이건 작은 놈이건 아이들 눈에는 모두가 꽃게로 보이나 보다. 숙소로 돌아와 잡은 바장게를 식용유에 튀기는 동안, 퇴근한 아빠 몇명이 뒤늦게 합류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오늘의 하이라이트, 푸른 풀밭위에서 펼쳐지는 숯불 바비큐 파티다. 쏟아지는 별빛을 두눈에 담고, 잘익은 돼지고기를 한가득 입에 담은 아이들. 일상의 시름을 잊고 모처럼 밝게 웃는 어른들. 아마도 오늘밤 달디 달게 잠을 잘게다. 이튿날. 해수욕 등의 일정을 마치고 배에 오른 예림이 엄마 김혜연(37)씨는 “하루가 짧을 만큼 놀거리도 많고, 아이들이 어촌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가을에 고구마를 캐러 다시갈 것.”이라고 아쉬움을 달랬다. 김씨는 또,“아이들이 갯벌체험을 하며 조개껍질에 발을 베기도 하고, 간혹 물갈이때문에 배탈이 나기도 한다.”며 반드시 상비약을 준비해 갈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옆에 있던 예림이는 “고구마 심고, 숯불 바비큐 파티한 것이 가장 즐거웠어요. 월요일 학교에 가서 장봉도 다녀온 것을 친구들에게 자랑할 거예요.”라며 활짝 웃었다. # 여행정보 찾아가는 길 승용차:인천공항고속도로→요금소→2㎞ 직진→삼목선착장 표지판 우회전→해안도로 4㎞정도 직진→삼목사거리 우회전→500m직진하면 삼목선착장. 또는, 인천 월미도에서 영종도행 배를 타고 삼목선착장까지 가는 방법도 있다. 차량을 삼목선착장에 주차하고 여행할 수도 있다. 주차료는 무료. 장봉도까지는 삼목선착장에서 매시 10분에 한시간 간격으로 배가 출항한다. 첫배는 아침 7시, 마지막 배는 오후 6시10분. 금·토·일요일은 오후 7시10분. 장봉도에서는 매시 정각에 출항. 요금은 성인 4600원, 청소년 3200원. 차량도선료는 소형차 3만원,12인 이하 승합차 4만원,15인 이하는 5만 2000원. 차량 운전자 1인은 무료. 모두 왕복요금이다. 문의 세종해운 (032)884-4155. 대중교통:인천, 동인천 등에서 112번 좌석버스가 삼목선착장까지 운행한다. 운행간격은 15∼20분. 문의 강인여객 (032)577-6265. ■ 경남 의령 산천렵마을 장봉도에 어촌마을이 있다면 경남 의령의 심심산골에는 산천렵마을(yedong.go2vil.org)이 있다. 산천렵마을은 안성기 등이 주연한 영화 ‘아름다운 시절(1998년작)’의 촬영지인 찰비산(한우산) 기슭 아래 소담하게 자리잡은 산골마을. 농촌 특유의 서정미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정식명칭은 예동.‘어질고 예의 바른 사람들이 사는 동네’란 뜻이다. 문화 류씨의 집성촌이기도 하다. 노오란 금계국(金鷄菊)이 다투어 피어난 시골길. 다가올 장마에 대비하기 위해 부지런히 논을 돌보는 농부들. 장시간 운전에 찌든 외지인의 가슴을 차분하고 훈훈하게 만드는 정겨운 풍경과 함께하며 산천렵마을로 향했다. 마을입구에 들어서자 풀섶에 뒤덮인 실개천과 마을을 감싸안고 있는 찰비산, 동굴법당인 일붕사 등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찰비산은 한여름에도 몸이 꽁꽁 얼 만큼 찬비가 내린다는 산. 일붕사는 기네스북에 이름이 오른 아름다운 동굴법당을 가진 사찰이다. 모두가 이 마을의 자랑거리. 산천렵마을이란 이름에 걸맞은 체험의 하이라이트는 미꾸라지 등의 물고기잡기다. 마을 위쪽 웅덩이에 마련된 체험장에는 김모아(15)양과 친구들이 족대를 이용해 미꾸라지를 잡고 있었다. 족대 앞에서 열심히 물장구를 쳐보지만, 미꾸라지가 달리 미꾸라지던가. 번번이 빈 그물만 들어올리기 일쑤다. 물에 젖은 몸을 말리는 동안 유청관(63)씨 집 마당에서는 감자가 장작불에 익어가고 있었다. 얼굴에 숯검정이 묻은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두들 정신없이 먹는다. 세상 어떤 음식이 이보다 더 맛있을까. 초가집 마당에서 즐기는 짚공축구나 비사치기, 전통사냥 도구인 덮치기를 이용해 참새를 잡는 덮치기 참새사냥, 대나무 낚시하기, 밀과 콩 구워먹기 등이 산천렵 마을의 대표적인 놀거리. 이밖에도 손두부 만들기나 의령 특산품인 망개떡 만들기도 만만찮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 여행정보 대산농촌문화재단(dsa.or.kr)에서는 전국의 농어촌 체험마을을 방문하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각각 1만 2000원과 8000원씩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차량을 지원하기도 한다. 가족단위 체험객은 제외. 문의 (02)922-1600. 가는 길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진주JC→남해고속도로 마산방향→군북IC→의령읍→정곡→궁류. 식사 어른 5000원, 어린이 4000원. 숙박 3인 1실에 2만원이 기준. 인원 초과시 1인당 7000원 추가.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가 있는 4인가족은 1박에 2만원. 체험 미꾸라지잡이, 망개떡 만들기 등 5000∼1만원. 문의 (055)572-8185. ■ 가볼만한 팜스테이 8선 이번 여름 휴가에는 복잡한 휴양지를 벗어나 호젓하게 가족끼리 지내고 싶다면 팜스테이를 권한다. 낮에는 도시에서 느껴볼 수 없는 농사체험을 하고 밤에는 쏟아지는 별을 보며 잠들 수 있는 ‘팜스테이’는 도시인의 꿈이자 낭만이다. 또한 아이들에게는 색다른 추억이 될 것이다. 현재 전국에는 200여개의 마을에서 팜스테이를 운영중이며(02)2080-5588,www.farmstay.co.kr에 지역별, 체험별로 자세하게 정리가 돼 있다. 그 중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낼 만한 곳을 추천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놀다보면 하루해가 짧게 느껴지는 경기 여주 상호리마을은 팜스테이 마을 1호로 지정된 곳이다. 산자락에 파묻혀 옹기종기 지붕이 보이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상호리에 가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좋다. 두부, 인절미, 손수건 천연염색, 천연향비누 등 다양한 만들기 체험뿐 아니라 금싸라기 참외, 찰토마토, 호박따기 등 다양한 농사체험에 시간 가는줄 모른다. 숙박비는 2만원 수준이며 김범유 사무장(010-9763-0160) www.suksoo.com. 복숭아꽃 향기 사이로 바다가 느껴지는 강원도 강릉 복사꽃마을. 수수하고 아름다운 복사꽃이 지고 아기 볼처럼 생긴 복숭아가 열릴 때가 되면 온 마을에 생기가 돈다. 주문진 복사꽃 마을은 이래저래 볼거리가 많다. 어디를 가나 복숭아 살구나무가 지천이고 여름이면 나무에 달린 과일을 직접 딸 수도 있다. 또한 마을 회관 앞에 800살 먹은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자두, 복숭아, 옥수, 감자 등 체험이 가능하고 인근 계곡에서 다슬기도 잡을 수 있다. 숙박비는 1인당 1만원 선. (033)662-5688,dohwa.invil.org 전통의 향기와 농촌의 정겨움이 가득한 강원 횡성 덕고마을은 유명한 관광지도, 특별한 농산물도 없지만 가족끼리 오붓한 주말이나 휴가를 보내기에 그만이다. 맑은 물, 신선한 공기는 물론 횡성 더덕, 표고버섯 등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며 세덕사, 용화사 등 고즈넉한 사찰 등도 근처에 있다. 산림욕, 감자 옥수수 따기, 모닥물 놀이와 전통 체험교실도 운영 중이다.(033)543-4097,www.jungam3ri.com 첩첩 산중의 재미가 가득한 충북 단양 한드미마을은 소백산 자락에 위치한 산골마을로 맑고 깨끗한 자연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한드미마을의 새밭계곡에는 청정지역에서만 살고 있는 산천어가 서식할 정도로 깨끗함을 자랑하며 밤하늘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 곳이다. 개구리 소리 듣기, 반딧불이 체험, 야생화 관찰, 동굴탐사 등 자연과 함께 하는 다양한 체험학습이 가능하다. (043)422-8416,www.handemy.org 울긋불긋 꽃동네 충남 서천 합전마을은 홍화, 수선화, 비비추, 섬초롱 등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동산. 또한 바로 눈을 들면 탁 트인 서해안의 갯벌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갯벌에서 조개를 잡기가 힘들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도 합전마을 앞 바다에서는 조개와 손바닥만한 게들을 한아름 잡을 수 있다. 인근에 마량포구를 비롯해 신성리 갈대밭, 금강철새 도래지 등도 있다.(041)952-6404,www.ariland.net 달빛이 아름다운 전북 남원 달오름마을에서 보는 달의 모습은 천하절경.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은은한 달빛도 좋지만 정겨운 전통문화체험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고추장 된장 등 전라도 전통 장류를 직접 담아 볼 수 있으며 기체조, 명상, 다도 등 색다른 체험도 가능하다. 동네 어르신들이 흥겨운 우리 가락도 한 수 가르쳐준다. 또한 인근 지리산에 1년 내내 펼쳐지는 축제에 참가할 수 있는 것도 장점. (063)636-2233,dalorum.go21vil.org 이국적인 야자수가 아름다운 섬마을 전남 신안 복룡마을은 목포항으로부터 불과 10여분 거리에 있는 가란도의 맨 윗머리에 자리잡고 있는 섬마을이다. 가란도는 예로부터 배나무가 유명해 신안배로 명성을 떨쳤던 만큼 어디서고 배나무 과수원을 볼 수 있다. 요즘은 무화과도 경작하기 시작해 어촌답지 않은 농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팜스테이를 하면서 야자수를 심어 이국의 풍취를 자아내는 경치가 멋들어진다. 여기에 수영장은 물론 배구, 족구 등을 즐길 수 있는 잔디광장까지 마련해 놓고 있어 다양한 체험거리를 제공한다. 먹을거리로 마을 앞 바다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자연산 바다 생선회, 황토를 먹인 촌닭백숙이 별미이며 압해해수욕장, 송공산성, 선돌 및 고인돌 등도 볼거리.(061)271-7476 조용한 산사 같은 마을, 경북 문경 궁터마을은 후백제 견훤왕의 아버지 아자개의 고향이며 견훤왕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이다. 차가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들어가야 나오는 산골마을로 5개 농가가 ‘건강’을 주제로 하는 체험 팜스테이를 운영 중이다. 전통 민간요법, 대체의학 기본 지식과 식이요법 등을 전해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런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탈진 밭에서 일 하는 밭일 체험, 산나물 채취, 계곡에서 다슬기·물고기 잡기, 별자리 체험 등 재미가 가득하다. 또한 인근에는 문경새재 등도 있다.(054)571-6608,www.gungteo.co.kr
  • [열린세상] 당선자들 낮은 곳을 향하라/강지원 변호사

    뜨거웠던 지방선거 열풍이 지나고 당선자들의 면모가 드러났다. 지금쯤 기쁨에 들떠 있을 당선자들에게 따끔한 몇 마디를 전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지난 60여년의 선거역사를 통해서 잘못된 전례를 답습하는 희한한 꼴들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첫째, 우쭐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체로 당선된 자는 자신이 잘나고 특별한 인물이어서 이겼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례의 말이지만 그것은 착각일 가능성이 많다. 상대가 있는 게임에서 상대보다 많은 표를 얻은 것과 사람에 대한 이성적 평가에서 우위였는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선거란 그때마다 특유의 바람의 영향도 있고 투표 경향도 춤춘다. 대결구조에 따라 다르고 투표율 영향도 받고 심지어는 날씨의 영향까지 받는다. 그러니 차라리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기보다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은 교만하지 않는다. 겸손을 안다. 그래서 상대에게 미안한 생각도 하고 무엇보다 국민을 향해 낮은 자세를 가지게 된다. 공직자란 근본적으로 심부름꾼이다. 이제부턴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아먹고 공무를 처리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찌 한 자리 차지했다고 교만하고 우쭐할 수 있는가. 선거운동 때 그토록 머리를 조아리고 허리를 굽히고 다니던 모습,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그 자세를 견지하는지 계속 지켜보아 줄 참이다. 둘째, 낮은 곳을 향하라는 것이다. 우리네 세상에는 늘 높은 곳과 낮은 곳이 있기 마련이다. 돈을 많이 가진 쪽과 덜 가진 쪽만이 아니다. 공부를 많이 해 학식을 가진 쪽과 덜 배운 쪽도 있고, 건강을 가진 쪽과 그렇지 못해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쪽도 있다. 사회적 지위나 감투를 얻은 쪽, 명성이나 인기를 얻은 쪽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쪽도 있다. 숫자적으로 다수에 속해 유리한 쪽이 있는가 하면 소수에 속해 목소리가 작을 수밖에 없는 쪽도 있다.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기득권논쟁으로 끌고 가고자 하나, 이는 부질없이 이념적 갈등만을 부추기는 악습일 뿐이다. 문제는 이같은 얻은 자와 덜 얻은 자의 관계는 다양성 차원에서 서로 존중해야 하는 관계라는 점이다. 얻은 쪽은 덜 얻은 쪽을 배려하고 돕는 길을 모색하고 덜 얻은 쪽은 얻은 쪽을 인정하고 참여해서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선자들은 일단 감투를 얻은 자들이므로 일단 이번에 자신에게 표를 던져주지 않았던 쪽을 향해 배려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간혹 정파적 이욕의 노예가 되어 반대자들에게 각종 보복을 가하거나 못살게 구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말한다. 보복은 반드시 보복을 부를 것이라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름지기 지역사회의 지도자적 위치에 서게 되었다면 우리 사회의 균형과 통합을 위해 ‘덜 얻은 자’에게 뜨거운 가슴을 보이라는 점이다. 돈, 학식, 건강, 지위, 명성, 인기 등 그 어떤 것이 되었든 조금 덜 가진 탓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을 위해서도 최선의 배려를 다하라는 것이다. 셋째,‘뻥’치지 말라는 것이다.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얼마나 ‘뻥’치는 공약들이 난무했는지, 그래서 선거가 끝난 후 그 선택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우리 국민들은 다 경험했다. 잘사는 고장 만들겠다고 큰 소리를 뻥뻥 쳤는데 그렇지 못했다면 좀 심하게 말해서 그것은 ‘사기’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번엔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운동으로 후보자들의 상당수가 정책공약을 실현가능한 방식으로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평가결과는 다양하게 나타났다. 매니페스토평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계속된다. 당선자들은 부디 ‘사기’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정책공약의 실천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강지원 변호사
  • [SK텔레콤오픈] 바람 잡은 위 “오늘만 같아라”

    “바람과 컨디션이 관건이다.” 한국프로골프(KPGA) 겸 아시아프로골프(APGA) 투어 SK텔레콤오픈(총상금 6억원) 개막을 하루 앞둔 3일. 대회장인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골프장(파72·7111야드) 하늘코스에서 프로암대회를 치른 ‘1000만달러의 골프소녀’ 미셸 위(17)를 지켜본 대회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미셸 위는 이날 박삼구(62) 금호그룹회장 등 3명과 함께 동반라운드에 나서 2언더파를 쳤다. 대회에 참가하는 국내 선수들이 전날 전망한 컷 기준은 평균 이븐파에서 1타 안팎. 물론 친선경기이자 최종 코스 답사 격인 프로암대회의 성적을 컷 통과의 잣대로 삼기는 무리다. 그러나 이날 미셸 위의 플레이를 지켜본 ‘동반자’와 남자프로 선수들은 “오늘 같은 경기 운영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전반홀을 보기 한 개 없이 버디 2개 만으로 깔끔하게 마친 건 이러한 예상들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드라이버는 여전히 위력을 발했다. 첫 홀에서 바람에 밀린 공이 벙커에 빠지는 바람에 ‘멀리건’을 받긴 했지만 이후 미셸 위는 평균 280야드의 안정감있는 장타로 페어웨이를 공략했다.17번홀(파4·437야드)에선 “백스핀이 많이 먹어 런이 적다.”며 티 대신 클럽으로 찍어낸 잔디위에 공을 놓고 티샷하는 능숙함도 보였다. 아이언샷의 비거리도 남자 선수들과 견줄 만한 수준. 앞서 16번홀(파3·197야드)에서 미셸 위는 4번 아이언으로 한번에 온그린시켰다. 뒷 조에서 플레이한 강욱순(40·투어스테이지)은 “나는 3번 아이언으로 펀치샷을 날렸는데 미셸 위는 더 짧은 아이언으로 공을 올렸다.”며 놀라워했다. 특히 예전 고비 때마다 실수를 저질렀던 1.5∼2m 거리의 퍼트를 한 차례도 놓치지 않은 건 주목할 대목. 깊게 숙이던 상체를 곧게 펴는 등 퍼트 자세도 더 안정감있게 고쳤다. 그러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바람은 하와이 출신인 그에게도 만만치 않았다.12번홀(파3·211야드)에서 미셸 위는 뒷바람이 불자 5번 아이언을 빼들었다가 4번 아이언으로 고쳐 잡았지만 그만 그린을 넘겨 버렸다. 부친 위병욱(47)씨는 “홀마다 바람의 방향은 물론 세기까지 각각이라 거리를 맞추기가 힘들다.”면서 “정확한 클럽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컨디션 조절도 급선무. 지난달 29일 입국 이후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다소 지친 그는 전날 가벼운 감기 증세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미셸 위 남자대회 도전일지 2003년 8월(캐나다프로골프투어)베이밀스오픈 컷오프 2003년 9월(PGA 2부투어)앨버트슨스보이시오픈 컷오프 2004년 1월(PGA투어)소니오픈2라운드 합계 이븐파 140타 1타차 컷오프 2005년 1월(PGA투어)소니오픈 2라운드 합계 149타 7타차 컷오프 2005년 6월(PGA투어)존디어클레식 2라운드 합계 141타 2타차 컷오프 2005년 11월(일본프로골프투어)카시오월드오픈 2라운드 합계 148타 1타차 컷오프 2006년 1월(PGA투어)소니오픈 2라운드 합계 7오버파 147타 4타차 컷오프
  • 매화 향기까지 쏙 빼담았네

    매화 향기까지 쏙 빼담았네

    집주인의 너털웃음 소리가 따사로운 봄 햇살과 함께 집안 가득 부서져 내린다. 창밖은 온통 매화 천지. 백, 청, 홍매가 어우러진 풍광은 방안 가득 꽃그림자를 드리우며 누운 자의 가슴을 서늘하게 적신다. 광주 무등산 자락 춘설헌(春雪軒)을 찾은 기자를 집주인 직헌(直軒) 허달재는 특유의 너털웃음으로 맞았다. 직헌은 현대 남화를 완성한 의재 허백련 선생의 장손이자, 그의 남화를 이어받아 현대화한 ‘신남화’풍 작업으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다. “뚜렷한 거처 없이 떠도시던 할아버지께서 50년 전 이곳에 자리를 잡으셨어요. 전 할아버지 발치에서 서예를 배웠고요. 손님들이 워낙 많이 찾아와 세 칸짜리 집이 항상 북적였습니다.” 직헌은 의재를 사사했으면서도 미술대학에서 현대 미술사조를 배웠고, 이는 현재 그가 독자적 화풍을 일구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대가(大家) 밑에 대가 없다.’는 고언(苦言)이 마음에 짐이 되다 보니 한때 늘 거기서 벗어나야겠다는 강박이 있었다고 했다. 허나 이젠 그마저도 체화함으로써 좀 편안해졌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남화풍을 전수한 직헌은 90년대 중반 이후 화풍에 큰 변화를 준다. 먹과 물감이 흘러내리는 추상적 배경에 새와 달, 오리나 인간형태 같은 상형 그림을 주로 그렸다. 또 ‘매’(梅),‘난’(蘭) 등 글자와 그림을 조합하여 화면을 구성하는 등 실험성 짙은 작업을 시도했다. 이들은 선화(禪畵)의 이미지를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는데, 직헌은 “현실보다는 내재적 사의(寫意)로 미의 무한함을 순간적인 삶과 결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이같은 시도는 전통적 동양화 평가에 인색한 파리나 뉴욕 등지의 전시로 이어졌고, 호평을 받았다. 25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열리는 ‘허달재’전은 이같은 신남화풍의 진수들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이번엔 특히 지난해 상하이 아트페어에서 주목받았던 작품들이 많다. 대작인 ‘포도’와 ‘홍매’ 그림을 비롯해 사군자에 포도와 연화를 포함한 병풍그림, 잔 글자의 반복을 통해 조형을 이룬 작품 등이 대표적이다. 사선 구도의 ‘홍매’나 둥근 여백을 남긴 ‘포도’는 여전히 직헌의 인기품목답게 세련된 화면운영을 보여준다. 즐겨 그리던 소재 ‘죽림초옥’에 구현된 고요한 대밭 바람의 분위기도 직헌다운 화풍이다. 특히 ‘雪’이나 ‘茶’ 등의 글자를 달항아리와 조합시킨 작품들은 소탈하면서도 현대적 미감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직헌은 1년 중 3분의1만 이곳 춘설헌에서 머문다. 성남 분당에 집이 있다 보니 가까운 서울 염곡동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매화 만발한 춘설헌과 아파트 빽빽한 염곡동을 오가며 그는 몸안에 내재된 ‘전통’과 ‘현대’의 긴장감을 유지하려는 것은 아닐까.(02)549-7574. 광주 무등산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1魚4色4味…강원 거진항 명태

    1魚4色4味…강원 거진항 명태

    명태와 도치는 예전부터 거진항 등 동해안 항포구에서 겨울철에 흔히 나는 생선이었다. 단지 차이가 있었다면 명태가 어부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한 생선이었다면, 도치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는 것. 요즘엔 많이 달라졌다. 명태는 어획량이 줄어 ‘금태(金太)’라 불릴만큼 얼굴보기 어려운 생선이 되었고, 도치는 특유의 담백한 맛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한마리에 1만원이 넘는 ‘귀족생선’이 되어 있다. 요즘이 한창때인 명태와 도치를 만나기위해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을 찾았다. # 명태잡이 1일 어부가 되다 10일 새벽 6시30분. 거진항 해양경찰 임검소에서 나눠준 노랑색 신호포판(선박식별표지)을 받아든 10t급 어선 미성호 선장 조가현(55)씨가 배에 올랐다. 명태잡이 경력만 30년이 넘는 베테랑 선장이다. 오늘 출어할 곳은 거진항에서 9마일 정도 떨어진 북방어장. 시속 11노트의 속력으로 약 1시간정도 걸리는 곳이다. 승선인원은 선장을 포함해 5명. 함께 출어할 어선 5척 등 모두 6척의 명태잡이 배가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일제히 거진항을 출발했다. 전날 해제된 강풍주의보의 뒤끝이라서인지 두툼한 방한복 속을 헤집고 들어오는 바람의 세기가 대단했다. 뱃전을 두드리는 거친 파도는 제대로 앉아 있기조차 힘들게 만들었다. 배 앞쪽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추위를 달래던 선원들의 표정도 험악한 날씨만큼이나 어두워 보였다. 전날 ‘척후병’으로 출어했던 2척의 어선에 명태가 비치긴 했지만, 그 양이 많지 않았다는 소식 때문인 듯했다. 선원 길상봉(55)씨는 “중국어선들이 북쪽에서 명태의 회유로를 지키고 있다가 싹쓸이하는데, 여기까지 내려올 명태가 남아 있겠습니까?”라며 거푸 한숨만 내쉬었다. 북한지역 어장의 조업권을 사들인 중국어선들이 쌍끌이 조업을 하는 탓에 명태의 씨가 마를 지경이라는 것. 1시간 남짓한 항해끝에 북방어장에 도착했다. 높은 파도 때문에 30분정도 조업개시여부를 놓고 선장들간에 논쟁이 오가다, 마침내 한 채의 그물을 끌어올리기로 결정했다. 그물 한 채에는 모두 20개의 조그만 그물들이 연결돼 있으며 그 길이가 1500m가량 된다.‘망개’라는 원통형 어구를 통해 수심 630m 아래에서 그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명태의 양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골뱅이 같은 ‘돈 안 되는’ 해산물들이 대부분이었다.1시간30분 정도 조업을 한 끝에, 조가현 선장은 나머지 5채의 그물을 걷지 않고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명태의 양이 적을 거라 판단한 것이다. “한때 ‘거진항에서는 개도 명태를 물고 다닌다.’고 할 만큼 명태가 많이 나던 시절이 있었지요.” 배의 방향타를 자동항해로 맞춰 놓고 담배 한대를 입에 문 조 선장이 장탄식을 내뱉었다. 육지 아이들이 수박서리 하듯, 해안가 아이들은 덕장에서 명태서리를 하기도 했단다. 명태 몇마리쯤은 아이들의 요깃거리로 주어도 될 만큼 여유가 있었던 것. 그러나 최근엔 많이 달라졌다. 조 선장은 “요즘엔 배를 타고 나가도 겨우 ‘몇마리’잡고 돌아오기 일쑤지요. 배 기름값 30만∼40만원은커녕, 인건비도 못 건지는 날이 허다합니다.”라며 명태어업의 앞날을 걱정했다. 어느덧 도착한 거진항. 오늘 빈작을 거뒀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듯, 미성호 선원들은 빠른 손놀림으로 그물 등의 어구를 정리하며 다음 출어를 준비했다. # 명절음식·숙취해소에 안성맞춤 어찌하여 한마리의 생선을 부르는 이름이 이리도 많을까? 명태, 생태, 동태, 황태, 코다리, 북어, 노가리…. 숨넘어 갈 만큼 명칭이 다양하다.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생태의 하얀 속살은 연약한 아기 피부처럼 부드럽지만 잘 마른 북어는 방망이로 두들겨 패야 할 정도로 딱딱하다. 도저히 한몸받은 명태의 변신이라고 하기에 믿어지지 않을 만큼 명태는 언제 어떻게 잡는지, 어떻게 가공하는지 등에 따라 이름과 모양이 천차만별이다. 예로부터 ‘맛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는 명태’라는 말이 전해질 만큼 명태는 우리와 친숙한 생선. 흔한 만큼 이름도 무려 70여개에 달하는 별칭을 갖고 있다. 갓잡아 싱싱한 ‘생태’, 얼린 ‘동태’,40여일동안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 ‘황태’,30일 이상 건조한 ‘북어’, 그리고 너댓마리 코를 꿰 꾸떡꾸덕 말린 ‘코다리’, 명태의 새끼 ‘노가리’등으로 불린다. 또 잡는 어구에 따라 그물태나 낚시태 등으로, 계절에 따라서는 춘태, 동지받이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방태나 원양태 등은 잡힌 지역에 따른 것으로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나는 지방태는 워낙 양이 적어 금태(金太)라고도 부를 정도로 값이 비싸다. ‘1魚4色4味’라는 표현만큼이나 명태는 어디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알뜰한 생선이다. 생태를 무와 함께 요리하면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생태국, 생태찌개감으로는 최고. 보글보글 끓여놓은 생태국과 찌개는 겨울철에 입맛 살리는 데 좋다.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해 속풀이, 간장해독, 혈압조절, 인체 노폐물 제거에 좋다. 또 명태는 회냉면에 올라가는 주인공이기도 하고, 김장 김치 담글 때는 김치소로 사용돼 시원한 김치 맛을 내주는 일등공신이 되기도 한다. 내장은 창난젓으로, 머리는 귀세미젓으로, 알은 명란젓으로 쓰인다. 아가미와 창난을 넣어 만든 깍두기와 명태살과 아가미를 넣어 만든 식해는 명태가 많이 잡히는 강원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명절음식에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동태. 동태 살에 달걀옷을 입혀 노릇노릇 지져내면 바로 제사상에 오르는 동태전이 된다. 생태만큼이야 못하지만 동태를 푸짐하게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 동태탕과 찌개도 시원한 맛이 그만이다. 대관령의 모진 눈바람을 이겨내고 노랗게 말려진 황태나 북어도 무와 두부를 넣고 국을 끓여내면 숙취를 해소하고 입맛 살리는데 적격이다. 황태국은 예부터 ‘건곰’이라고 해서 앓고 난 사람의 기운을 회복시키는 음식으로 꼽혔다. 꼬득꼬득 반건조로 말린 코다리는 미더덕과 콩나물을 듬뿍 넣고 매콤하게 찜으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 황태·북어구이나 찜류는 손님 접대와 술 안주로는 안성맞춤이어서 애호가에게 인기 ‘짱’이다. # 북어와 황태의 대결은 둘다 ‘말린’ 명태이건만 맛과 영양, 의학적 효능 등에 대해서는 생산지역 주민에 따라 판이한 견해차를 보인다. 둘다 바람에 말린다는 점은 똑같지만 북어는 습기를 멀리하고, 황태는 적당한 습기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눈이 오면 북어는 거둬들이고 황태는 그대로 눈을 맞힌다. 육질은 북어가 쫀득쫀득한 반면, 황태는 다소 푸석푸석하다. 크기는 황태가 다소 큰 편. 북어를 주로 생산하는 고성지역 주민들은 북어가 맛에서 한 수 위라고 주장하는 반면 용대리 등 인제지역 주민들은 영양이나 효능면에서 황태가 앞선다고 맞선다. # 명태축제·황태축제로 놀러 오세요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고성군 거진항 일대에서는 제8회 명태축제한마당(myeongtae.com)행사가 열린다. 다양한 명태요리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맨손 활어잡기, 어선 무료시승회 등의 부대행사가 관광객들을 기다린다. 문의 (033)682-8008∼9. 또 25일부터 내달 1일까지 인제군 용대리 황태마을 일대에서는 제8회 황태축제(yongdaeri.com)가 열린다. 진정한 황태맛을 즐길 수 있다. 문의 (033)462-4808. # 가는길 44번 국도를 타고 양평, 홍천, 인제를 거치면 용대리가 나온다. 용대리를 거쳐 진부령을 넘으면 거진항이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주문진까지 가다가 7번국도로 갈아타 속초를 지나면 거진항이 나온다. ■ 명태 버릴게 하나도 없어요 (1) 황태 고추장 불고기 재료 황태포 2마리, 고추장 양념장(고추장, 사이다 5큰술씩. 청주·생강즙 2큰술씩. 다진 파·설탕·간장·물엿·참기름 1큰술씩. 다진 마늘·깨소금 1/2큰술씩. 후춧가루), 식용유 만드는 법 (1)황태포는 머리와 꼬리를 자르고 물에 푹 담가 뜨지 않게 그릇으로 눌러 5시간 정도 두어 불린다. 황태포가 부드러워지면 물기를 짜고 2∼3등분한다.(2)양념장 재료를 골고루 섞어 고추장 양념장을 만든다.(3)불린 황태포에 고추장 양념을 고루 발라 1시간 정도 재어 놓았다가 간이 배면 그릴이나 기름을 두른 팬에 얹고 중불에서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2) 두부 감자 북어국 재료 두부·감자·북어채 각 100g씩. 쪽파 10뿌리, 달걀 2개, 다진 마늘·국간장·참기름 1큰술씩, 물 6컵,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1)북어채는 물에 살짝 담갔다가 건져 물기를 없앤다.(2)두부와 감자는 깍둑썰기를 한다.(3)쪽파는 3㎝ 길이로 썰어 풀어놓은 달걀에 섞는다.(4)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북어를 넣고 볶다가 물을 붓는다.(5)북어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면 두부와 감자를 넣고 국간장과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한 후 쪽파를 넣은 달걀물을 넣어 끓인다. (3) 생태찌개 재료 생태 1마리, 조개·무·두부·대파 100g, 고추 2개, 마늘 3개, 생강즙 1큰술, 청주 1큰술, 간장 1큰술, 고추장 1큰술, 고추가루 1큰술, 소금, 후추 만드는 법 (1)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물을 붓고 먼저 끓인다.(2)대파, 고추는 어슷 썰고, 마늘은 다진다.(3)무가 익으면 준비한 생태와 조개를 넣고 양념을 한다. 두부도 함께 넣는다.(4)생태가 익으면 야채를 넣고 청주, 생강즙을 넣어 비린내를 없앤다. (4) 북어 고추볶음 재료 노가리 200g, 고추 100g, 대파 1/4뿌리, 마늘 3쪽, 조미료 깨소금·참기름·간장 1/2큰술씩, 소금·후춧가루 약간, 식용유 만드는 법 (1)노가리는 물에 푹 담가 먹기 좋을 정도로 부드럽게 불린다. 불린 노가리는 가운데 뼈와 꼬리를 제거하고 3㎝ 길이로 자른다.(2)맵지 않은 꽈리고추를 다듬어 기름과 간장을 놓고 달달 볶는다.(3)기름을 두른 팬에 저민 마늘과 노가리를 넣어 볶는다. 노가리가 노릇하게 볶아지면 고추를 넣는다.(4)(3)이 적당히 볶아지면 깨소금과 참기름, 소금, 후춧가루로 간하여 좀 더 볶는다. (5) 명태완자 재료 명태 3마리, 두부 1/2모, 소금, 다진파와 마늘, 양파, 후추, 참기름, 밀가루, 달걀, 식용유. 만드는 법 (1)명태를 깨끗이 씻어 포를 뜬 뒤 끓는 물에 명태포를 데친 다음 물기를 빼준다.(2)명태포를 잘게 다지고 물기를 짠 두부를 칼등으로 곱게 으깨어 다진 명태에 갖은 양념해 잘 치댄다.(3)둥글게 완자를 빚어 밀가루를 묻혀 달걀물을 씌워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완자를 넣어 약한 불에 노릇노릇하게 지져낸다. 글· 사진 고성 손원천 최광숙기자 angler@seoul.co.kr
  • 인터뷰보다 더 재미난 후일담

    100호를 맞기까지 주말판 ‘We’를 빛나게 한 수훈갑은 뭐니뭐니 해도 톱스타들. 그때그때 영화, 드라마, 가요계에서 활약이 돋보이는 스타들을 ‘We’는 참 부지런히도 만나왔다. 주말판이 생기고 근 1년 동안은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톱스타를 인터뷰해서 표지로 이끌어냈다. 분초를 쪼개 사는 스타들을 번번이 표지로 ‘모셔내기’란 간단할 수가 없는 일. 스타들의 수만큼이나 많은 사연들이 지면 뒤에서 오고갔다. # 선한 눈망울의 과묵한 그녀, 수애 시쳇말로 연기력은 ‘끝내’주는데, 언변이 유별나게 달리는 스타도 꽤 있다.‘가족’‘나의 결혼 원정기’ 등을 거치며 연기파 신인으로 자리매김한 수애가 그랬다. 질문에 명쾌한 즉답을 돌려주는 경우가 거의 없는 건 물론. 사슴처럼 선한 눈망울로 ‘예’‘아니오’의 단답형 대답만 돌려준 통에 인터뷰 시간이 곱빼기나 들었던 기억이 돌아보면 재미있다. # 송혜교 “죄송했어요, 독자 여러분!” 표지얼굴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끝내 불발에 그친 사례도 없지 않았다.TV드라마 ‘햇빛 쏟아지다’로 안방극장을 달구고 있던 송혜교. 촬영이 한창인 SBS 탄현스튜디오까지 찾아갔으나 방송담당 기자는 헛걸음을 해야 했다. 인터뷰 시간까지 정하고 갔으나, 웬걸? 아무리 기다려도 송혜교는 밴 차량(배우들이 타고 다니는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승합차)에서 나올 생각을 않고, 매니저는 “감정몰입이 안돼 배우가 난감해하니 오늘 인터뷰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답답한 말만 되풀이하고. 고스란히 하루를 공쳐버린 그날, 취재팀의 분노와 속앓이는 엄청났다. 갑자기 ‘빵구’난 지면을 땜질하느라 그날 밤 흘린 식은땀을 생각하면…. 최근 영화 ‘파랑주의보’ 개봉을 앞둔 인터뷰에서 들은 그녀의 때늦은 해명.“감정이 제대로 안 잡히면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서 코디네이터도 옆에 못오게 해요, 제가. 앞뒤 따져 보질 않거든요. 변명 같지만 증거도 있어요. 메이크업 손질도 못하게 까탈을 부려서 눈썹 한쪽이 바보처럼 지워진 채 눈물장면을 찍기 일쑤예요. 잘 한번 보세요.” 배시시 눈웃음으로 덧붙인 멘트.“We 독자 여러분, 그땐 진짜진짜 죄송했습니다∼” 이쯤해서 취재팀은 귀여운 그녀와 그만 화해하기로 했다. # ‘인간성’ 들통나는 ‘We’ 밀착인터뷰 사진촬영에 인터뷰까지 2시간여의 만남에서는 어쩔 수 없이 타고난 품성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인터뷰의 리듬을 타지 못해 난감한 스타가 없을 리 없다. 누구 하면 세상이 다 아는 한 남자 스타. 질문을 하면 그 질문을 다시 기자에게 돌리는 괴팍한 버릇으로, 취재팀이 인터뷰 백지화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 박솔미 “제 내숭에 속으셨죠? 호호” 새침떼기 같은 외모의 편견을 순식간에 확 걷어내주는 스타를 대면하는 건 언제나 신선한 ‘충격’. 한가인만큼이나 시원시원한 매너를 보인 스타로는 박솔미를 잊을 수 없다. 잠자리 날개처럼 화려한 드레스 차림으로 사진을 찍는 ‘내숭’을 떨었으나, 인터뷰 자리에선 싹 얼굴을 바꿨다.“(첫 영화 ‘바람의 전설’의)시나리오를 우연히 보고 맘에 들어 제작사로 쫓아가 막 졸랐다.”며 당황스러울 만큼 솔직한 멘트를 날리던 스타였다. 공인으로서 박수 받을 만하다 싶게 ‘친절한 그녀’들도 많았다. 김정은, 엄정화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근사근함으로 기자들에게 ‘표’를 많이 챙기기로 소문난 얼굴들. # ‘보고 싶은 얼굴´ 1호 한가인 ‘보고 싶은 얼굴’이란 타이틀 아래 첫 인터뷰 대상으로 잡은 얼굴이 한가인.‘연정훈의 여자’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그때. 그러니까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개봉을 앞둔 2004년 1월.CF 2편, 드라마 2편쯤 조연으로 출연한 게 이력의 전부였던 당시, 그녀는 기자에게 유달리 강력히 스타예감을 안겼던 얼굴로 기억이 생생하다.“얼굴에 칼(?) 한번 대본 적 없는 100% 자연미인”이라며 집게 손가락으로 심하게 돼지코를 만들어 보이던 장난기 많은 스물두살 ‘꽃띠’였다. # 하늘에서 울리는 피아노선율, 이은주 두고두고 가슴이 짠한 만남이 있었으니, 고 이은주이다.‘안녕, 유에프오’를 개봉시킬 즈음 만났던 그녀. 배우답지 않게 유난히 낯을 많이 가리던 ‘심사숙고형’.“온갖 잡생각이 많은 A형이며, 배우가 안됐으면 피아니스트로 살았을 것”이라고 조용조용 말하던 그녀가 지금 우리곁에 있다면? 그녀의 희망대로 이제쯤 피아노 음반을 한 장쯤 내서 또 한번 지면을 장식했을지도 모르겠다. # 인어아가씨, 오후의 반란? 그러고 보면 ‘인어아가씨’ 장서희 인터뷰도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첫 영화 ‘귀신이 산다’의 개봉 즈음. 본사로 찾아온 그녀는 깍쟁이 이미지와는 딴판으로 사려깊은 맏딸 같은 여유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인터뷰가 끝난 오후 3시쯤. 한참 마감중이던 편집국이 그녀의 ‘깜짝 순회공연’으로 한바탕 시끌시끌. 총각, 유부남 할 것 없이 너도나도 카메라폰을 눌러댄 즐거운 어느 오후였다. # 김래원, 소크라테스 다 됐네~ ‘We’ 스타 인터뷰난에 두 번이나 밥상을 받은 운좋은 스타도 몇 있다. 김래원. 로맨틱 코미디 ‘어린 신부’때 어눌해서 답답했던 그가 얼마나 빠르게 성숙했는지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 몇달 전 원톱 주연 ‘미스터 소크라테스’를 앞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온 기자 왈,“웅변학원을 다녔나? 화술 많이 늘었네∼” # ‘귀하신 몸´을 낚아라! 정상에 올라갈수록 인터뷰가 까다롭게 성사된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2,3주일 전 심지어는 몇달 전에 미리 인터뷰를 예약해야 하는 ‘귀하신 몸’들도 많다. 달리는 밴에서 새우잠을 자는 톱스타들이 시도 때도 없이 인터뷰 짬을 낼 수야 없는 일. 배우라면 새 영화 개봉을 앞뒀거나, 가수라면 새 음반을 냈을 때 몸이 쪼개져라 정신없이 홍보작업에 매달린다. 그럴 때 잽싸게 그들을 낚아채(?) 커버스토리로 앉히는 게 취재팀의 역할. 촬영은 본사 5층 스튜디오에서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조막만한 얼굴을 다 가릴 만큼 큰 선글라스, 헐렁한 추리닝이나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그들의 변신은 10여분이면 끝난다. 피곤에 절어 눈동자가 풀렸다 싶지만, 잠자리 날개 옷만 갈아입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낯빛이 달라진다. 그들에겐 카메라 앵글이 다시 없는 ‘원기소’. 사진에 애착이 유별난 여배우라면 20∼30분의 촬영에 옷을 두어번쯤 바꿔 입는 것도 예사이다. 인터뷰 스타일도 언변도 제각각이지만 모두가 공통분모를 나누는 사실 하나. 초보 배우든, 최고의 톱스타든 인터뷰장을 떠날 때 남기는 한마디는 매한가지,“자∼알 좀 써주세요, 기자님∼” 이제 결론. 그들을 긴장시키는 가장 힘센 사람은 언제나 독자 여러분이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무·릉·島·원 럭셔리 제주

    무·릉·島·원 럭셔리 제주

    제주도를 잘 안다고? 천만에. 제주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눈으로만 보는 제주도가 아니다. 온몸으로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헬기나 벌룬을 타고 하늘에서 제주도를 내려다보며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제주도를 즐길 수 있다. 또 영화의 한 장면에 뛰어들어 하얀 요트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오붓한 한때를 보낼 수도 있다. 바다 속은 어떤가. 형형색색의 산호와 아름다운 물고기들의 천국에 초대받을 수도 있고, 바다 한가운데서 낚시를 즐기는 해상좌대 낚시체험을 할 수도 있다. 물좋은 산방산 온천, 미국의 유니버설스튜디오가 부럽지 않은 익스트림아일랜드, 꿩사냥과 ATV(4륜 산악오토바이)와 함께하는 대유랜드, 사자와 호랑이 등 아프리카의 문화가 가득한 아프리카 박물관 등도 새로운 체험거리다. 꿈과 모험이 가득한 곳, 날마다 새로워지는 제주도가 좋다! 글·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요트를 타고 바다로 요트를 타고 바다를 질주하는 꿈도 제주에선 쉽게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돌고래 쇼로 유명한 서귀포시 퍼시픽랜드(www.pacificland.co.kr,064-738-2110)에 가면 요트여행을 할 수 있다. 구명조끼를 입고 ‘샹그릴라´호에 올랐다. 선장이 신발을 벗을 것을 권했다. 여느 배와 달리 바닥이 깨끗하다. 배안에는 특급 호텔처럼 시설이 깔끔하다. 침대가 구석구석에 4개, 화장실, 주방, 차 마시는 공간까지 모든 편의 시설이 다 갖추어져있다. 드디어 하얀 배가 미끄러지듯 바다로 나간다. 갑판에 올라 앉았다. 배 앞쪽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바다구경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돛을 펴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니 조용해서 더욱 좋다. 물살을 가르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와 낭만적이다. 일몰과 일출 체험은 기본, 운 좋으면 돌고래의 재주도 볼 수 있단다. 여름에는 수영과 선탠도 즐길 수 있다.1시간에 6만원, 하루 종일 임대도 가능하다. 겨울이라도 제주도에선 요트를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하늘 위에서 감동을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옆에 있는 대양항공(www.jejuh.com,064-792-3553)헬리포트로 달려가자. 생각보다는 작고 아담한 여객터미널이 황금빛으로 변한 새별오름앞에 자리잡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50석 규모의 대합실이 나온다. 보안검색이 공항과 같다. 금속탐지기로 몸을 검색하고 보안교육을 받는다. 헬기 안에선 이동이 불가하고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의 사용도 안 된다는 보안요원의 5분간 교육이 진행된다. “바람이 부는데 위험하지는 않나요.”소심하게 묻자 보안요원은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우리 헬기는 26인승 러시아제 MI-171기종으로 조종사와 승무원을 제외하고 19명이 탈 수 있는 최신 기종입니다.”라며 “제트 엔진을 양쪽에 가지고 있고 자체 레이더로 돌풍이나 기상변화를 감지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가장 안전한 헬기입니다.”라고 자랑한다. MI-171헬기는 일반 헬기보다 속도는 2배가 빠르고 높이도 무려 4000m까지 오를 수 있는 초대형 헬기란다. 안심된다. 엔진이 가쁜 숨을 뱉어내듯 ‘두두두∼드’ 소리를 내더니 바로 땅을 박차고 오른다. 생각보다 소음도 크지 않다. 창밖으로 크고 작은 오름들과 골프장들이 눈에 들어오더니 어느새 왼쪽으로 산방산이 보인다.395m의 깎아지른 듯한 산방산. 우락부락하면서도 우직하게 서있는 모습에 감탄사가 흐른다. 스치듯 산방산을 지나치더니 이내 쪽빛의 제주바다가 펼쳐진다. 남태평양의 바다보다 제주의 바다는 짙고 깊은 푸른빛이다. 바다는 일렁일렁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눈을 뒤로 돌렸다. 거대한 퇴적암으로 이뤄진 용머리해안. 거대한 빗자루로 쓸어낸 듯한 모습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땅위에서 보았을 때와 다른 웅장함과 생김새에 눈을 돌릴 수 없다. 물론 헬기가 시속 50∼60㎞ 저속으로 날아간다고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너무 순간이라 아쉬울 정도였다. 짙은 파란 잉크를 풀어놓은 듯한 바다를 날더니 어느덧 잘려진 식빵 한 조각이 떠 있는 듯한 모양의 섬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인 마라도다. 바람이 거센 섬이라서 그런지 높은 건물이나 나무가 없어 평면적으로 보인다. 섬을 둘러싸고 있는 깎아지른 듯한 해안선, 멀리 보이는 하얀 등대, 드문드문 보이는 건물들에서 왠지 모를 외로움이 느껴진다. 마라도를 한바퀴 돌고는 헬기는 다시 제주도로 향한다. 비록 30분도 채 미치지 못하는 짧은 시간동안 경험을 했지만 가슴 속에는 한 가득 제주의 아름다움이 자리잡았다. 호주의 12사도상이나 몰디브의 상공을 헬기로 볼 때와는 다른 아름다움과 감동이 느껴졌다. 헬기투어는 현재 마라도와 서귀포 앞바다 코스를 운항 중이며 12월 초부터는 한라산 백록담을 돌아보는 코스도 운항할 예정이다. 비행시간은 대략 25분 내외이며 요금은 12월말까지 9만 9000원. ●짜릿함의 감동 제주를 하늘에서 느끼는 또 다른 방법은 벌루닝을 타는 것이다. 서귀포시에 있는 열기구테마파크(www.ballooning.co.kr 064-732-0300)로 가보자. 놀이동산에서 탈 수 있는 작은 풍선이 아니다. 커다란 풍선에 바구니를 달고 그 안에 올라 타 하늘여행을 할 수 있다. 열기구는 열로 공기를 데워 그 뜨거워진 공기의 부력으로 하늘을 날지만 벌루닝은 공기보다 가벼운 헬륨가스를 벌룬에 채워 하늘로 떠오른다는 점이 다르다. 또 열기구처럼 하늘을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케이블(줄)로 육지와 연결된 계류식 벌루닝이기 때문에 하늘을 떠다닌다기보다 하늘에 올라서 그 상태로 떠있다가 다시 내려가 오히려 안전하다. 헬기와는 달리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올라가기 때문에 짜릿함을 느끼며 동시에 제주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직경 22m, 높이 34m의 거대한 벌룬이 서서히 하늘로 올라가자 바구니에선 환호성이 터진다. 바람이 잔잔한 날은 무렵 150m 높이까지 올라간다. 내려다보자 자동차와 집들이 장난감크기로 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살짝 불어오자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아이들은 만화 속의 주인공이 된 양 신이 나서 이리저리 다니며 즐거워한다. 정상에서는 10여분 정도 머문다. 오르고 내리는 시간을 포함해 20분 정도 소요된다. 어른 2만 4500원, 초등학생 1만원.7세 이하는 무료. 기상조건에 따라 변동이 심하므로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제주의 속살을 찾아 제주 청정해역에선 바다 속도 즐길 수 있다. 제주 바다의 속살은 형형색색의 산호와 예쁜 물고기들로 가득하다. 특히 이맘때가 바다속 시야가 좋아 잠수함체험하기에 가장 좋다. 마라해양군립공원내 송악산부근 바다를 구경하는 남제주 안덕면에 있는 제주잠수함(064-794-0200)을 추천한다. 일단 잠수함까지 가려면 작은 배를 타고 10여분 바다로 나가야한다. 임시 선착장에 내려 잠수함으로 갈아탄다. 노란색의 잠수함이 예쁘다. 수중 다이버들이 수백마리의 줄돔, 볼락 등 물고기를 몰고 다니고 아름다운 산호섬인 꽃동산을 구경하는 등 산교육장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나들이라면 빠뜨리면 아쉽다. 어른 4만 9500원, 아이 2만 9700원. 잠수함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과 해저탐험증을 선물로 준다. ●제주 바다의 색다른 체험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만들어진 해상좌대에서 짜릿한 손맛과 싱싱한 회맛을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 아닌가. 안덕면 대평리 용왕 난드르마을로 가면 된다.1인당 1만원이면 3분 거리에 있는 해상좌대에 내려주고 낚싯대도 빌려준다. 주인 김정숙(019-698-3893)씨에게 미리 전화하면 좌대에서 먹을 수 있게 회를 떠주기도 한다. 제주에는 방어가 제철인데 5명 기준 5만원이면 배를 2시간 동안 빌려 방어낚시도 즐길 수 있다. ●레포츠의 천국 대유랜드 서귀포시 상예동 대유랜드(www.daeyooland.net,064-738-0500)는 수렵, 사격,ATV(사륜구동 오토바이)를 탈 수 있는 레포츠의 천국이며 꿩요리를 맛볼 수 있는 맛집이기도 하다. 요즘은 클레이사격을 배운 후 ATV를 타고 사냥을 나가는 레포츠가 유행이다. 국내 유일의 상설 수렵장인 대유랜드의 크기가 무려 120만평이나 되고 자연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꿩이 특히 많다. 꿩 5만마리를 방사해 놓았기 때문에 언제나 수렵이 가능한데다 별도의 수렵면허가 없어도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안전하게 사냥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클레이 사격을 배운 후 사륜구동 오토바이를 타고 본격적인 수렵여행에 나선다. 물론 가이드가 동행한다. 꿩 사냥은 보통 3∼4명이 한 조가 되어 나가며 요금은 엽총 등의 사냥장비 대여료와 실탄값, 가이드와 사냥개 동행 등을 포함해 1인당 15만원. 사냥시간은 2∼3시간정도, 꿩 3마리는 잡을 수 있다. 또 클레이사격장(20발 3만 5000원)외에도 스미스 웨슨 38구경과 베레타 9㎜ 등을 갖춘 권총사격장(12발 3만 5000원)과 라이플사격장(12발 3만 5000원)을 갖추고 있다. 꿩 요리 전문 음식점도 있어 포획해온 꿩을 회나 샤부샤부, 구이 등으로 요리해준다. 꿩 회와 꿩다리구이, 꿩튀김, 꿩샤부샤부, 꿩만두 등이 차례로 나오는 코스요리는 1인당 5만원. 초보자부터 마니아까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ATV는 단거리(3만원), 중거리(5만원), 장거리(7만원) 코스가 운영되고 있다. ●온몸으로 즐겨요 이밖에도 4D 입체영상의 감동과 함께 짜릿한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익스트림아일랜드(064-739-0051)는 아름다운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 있다. 14×8m의 대형 스크린으로 즐기는 동시에 시뮬레이터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바람, 연기 등 4D 특수효과가 가미돼 가상체험의 현실감을 극대화시킨 영화를 감상한다. 각양각색의 공룡들이 눈앞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고, 이를 피하기 위해 시뮬레이터는 비명을 지르는 관람객을 태운 채 하강과 상승을 반복하며 짜릿한 스릴감을 맛보게 한다. 주의 사항을 일러주는 프리쇼관, 이야기 줄거리를 알려주는 스토리관, 본격적인 입체영상을 즐기는 어드벤처관 순으로 관람을 하며 시간은 20분 정도 소요된다. 상영시간은 매시 정각과 30분. 정원 45명.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어른 6000원, 초등학생 이하 4000원. 이밖에도 남제주군 안덕면 사계리의 산방산온천(064-794-5088)은 제주도 최초의 온천으로 지하 600m에서 솟아나는 탄산온천수로 유명하다. 물 솟는 소리가 비둘기 소리를 닮았다고 해서 ‘구명수’로 불리는 탄산온천수는 성인병 예방은 물론 각종 질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산온천에 몸을 담그면 온몸에 미세한 기포가 달라붙어 마치 눈사람처럼 변하고 10분 정도 있으면 온몸에 파스를 붙인 듯 후끈거린다.2층 온천탕에선 산방산과 한라산도 보인다. 입장료는 9000원. 또 중문관광단지 내 국제컨벤션센터 쪽에 있는 아프리카박물관(www.africamuseum.org,064-738-6565)도 ‘강추’. 온통 황토빛으로 칠해진 것 하며, 첨탑을 잇따라 붙인 듯한 모습이 이국적이다.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이며, 서아프리카 말리 공화국에 있는 젠네대사원(이슬람 사원)을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사진작가 김중만씨의 아프리카 사진, 아프리카 미술품 및 공예품, 세렝게티 국립공원의 동영상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어른 6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 제주도 대표 음식 제주도를 대표하는 음식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도 ‘말고기’를 빼놓을 수 없다. 탐라목장 (064-764-7678)은 직접 목장에서 식육용으로 말을 길러 신선하고 깨끗한 고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이름난 곳이다. 대개 말고기를 질기다고 피하는데 탐라목장의 말고기는 소고기 못지않다. 뒷다리 살과 등심을 잘게 썰어 배 등과 함께 무쳐낸 육회. 정말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그만이다. 살짝 숯불에 익혀먹는 등심도 입에서 살살 녹는다. 막창, 양념갈비 등 말고기의 모든 것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말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글리코겐 함량이 높아 맛이 달콤하고 단백질 함량도 높고 필수 아미노산의 비율도 떨어지지 않아 영양이 만점인 약이 된다. 칼로리와 콜레스테롤 함량이 적어 요즘처럼 살빼기에 민감한 시대에 매력적인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다. 육회, 막창, 불고기를 포함한 코스 요리가 1인분에 1만원부터 5만원까지.
  • 꼬마아기 14인의 치맛바람

    꼬마아기 14인의 치맛바람

    치맛바람 중에도 아주 훈훈한, 엄마냄새 가득한 바람도 있다. 정릉동 266의 61, 담없는 집의 엄마 김문수(金文洙·38)씨가 그런 바람의 주인공. 벌써 넉 달째 동네소녀 열 네 명의 집회를 일요일마다 집뜰에서 열어준다. 노래하고 공놀이하고「포크·댄스」추는「브라우니」소녀단 집회. 다음은 하도 재미있어 보여 찾아 본 어느 일요일의 이 집회 얘기. 한국 최초의 동네소녀단, 일요일마다 한 집에 모여 『들린 사람처럼 아이들에게 매혹되고「걸·스카우트」운동에 미치지 않고는 이 짓을 못하죠. 아이 셋 가진 살림하는 여자가 집안으로 남의 아이들을 끌어 들이는 일이니까요』 「브라우니」는 소녀단 중에도 제일 나이 어린 국민학교 꼬마들의「그룹」이다. 그래서 우선 시끄럽고 다루기가 가장 힘들다. 이 정릉의「브라우니」들 나이도 만 6살부터 12살까지. 대장인 김문수씨의 막내딸 박명선양과 동네꼬마 서은선양이 최연소자. 5학년짜리가 6명, 4학년짜리가 2명, 3학년짜리 3명, 2학년짜리 1명. 일요일 하오 2시면 저희들 이름대로「브라운」빛「브라우니」단복을 입고 모여든다.「브라우니」방석 한 개씩,「브라우니」일기 하 권씩을 들고 온다. 집회는 담은 없지만 넓은 잔디가 있는 뜰에서 열린다. 손가락 두 개로 이마를 짚고 악수하는「브라우니」인사를 한다. 1주일 만에 만나는 동무들. 주간 동안은 제각기 다른 학교, 다른 학급으로 뿔뿔이 헤어져 공부하는 꼬마들이다. 사실 이 정릉「브라우니」는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국민학교 어린이의 소녀단 활동이 이제까지 없었던 건 아니다. 거의가 학교 단위로, 학년 단위로「그룹」이 조직되고 대장은 국민학교 선생님이다. 엄마가 대장이 되어 이웃을 단위로 조직된「브라우니」는 이 정릉의 경우가 처음. 나이가 다양하니까 지도하는 엄마는 좀 힘들다. 얼핏 생각하면 꼬마들도 6살~12살이면 지능 정도차가 심해서 곤란할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오히려 흥미 있어 한다. 학교에서, 집에서 보는 식상한 얼굴들이 아니라서인지 의들도 그럴 수없이 좋다. 『하느님과 나라를 위해 일하는 어린이가 된다』『남을 돕고 가족을 돕는다』『손윗사람을 존경하고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는 약속과 규율을 같이 외는 것도 이날의 일과. 게임을 한 가지씩, 끈 매는 법도 배우고 쉬운「게임」을 한 가지씩,「포크·댄스」도 한 가지씩 엄마대장이 가르치는 대로 배운다. 공치기를 하다가 털썩 자빠져도 옷을 버리지 않는다. 옥외에서는「브라우니」깔개를 엉덩이에 꼭 매고 있으니까. 끈 매는 법도 배운다.『남을 돕는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우선 무엇이든 할 줄 알아야 한다. 치맛단이 뜯어졌거나 단추가 떨어졌을 때 꿰매는 법도 배운다. 6살박이 명선, 영선, 두 꼬마도 물론 같이 배운다. 12살짜리 언니들은 이 두 꼬마가 앙증맞고 귀여워 죽겠단다. 이래서 집회 활동 중에 우애는 더욱 깊어진다. 「브라우니」일기첩에는「1일 1선(善)」의 소녀단 실천항목이 있다. 제각기 공책에 칸을 만들어 가진 자작 일기첩. 1주일 동안 한 착한 일을 서로 공개하는 일과도 있다. 아직은 어린 꼬마들이니까「이닦기」「자기 방 자기가 치우기」「형제끼리 안 싸우기」「엄마 심부름 하기」가 가장 큰 기록. 그동안 날씨가 추워서 옥외집회는 잠깐 하고「프로그램」을 주로 집안에서 했다. 20평짜리 집의 4평 응접실과 꼬마방이「브라우니」임시집회실. 열 네 명이 모여 앉으면 와글와글해서 사람과 소리가 집안을 꽉 메운다. 『어쩌다 일요일에 집에 있으면 자기 아이들도 귀찮은 법인데 매주일 그 와글거리는 것 어떻게 참고 사시오?』 이 집 주인 박기순(朴基淳·한국은행 조사역)의 친구들이 신통해 한다. 방관자인 아빠뿐만 아니라『「브라우니」에 들린』엄마도 실은 고달프다. 『교회에서 좀 늦게 돌아오면 점심밥이 입에 들어 갈 새가 없어요』 꼬마들이 벌써 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일이 재미나는 것은 운명이고 부부간의 결혼계약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박기순씨는 신통해 하는 친구들에게 변명조로 이렇게 해명한다. 『「걸·스카우트」를 그만두지 않는 걸 조건으로 결혼했으니 별 수 있나요』 대장은 세 아이 가진 엄마, 13년 전 소녀단원 된 후로 13년 전인 57년 3월 김문수씨는「걸·스카우트」봉사대원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한창 재미를 붙인 그 해 9월에 결혼을 했다. 그때 심정으로는 너무 당연한 결혼조건. 그 뒤로 매주 2시간「걸·스카우트」일을 해왔다. 『「브라우니」들이 너무 수선을 떨면 조심스러워요』 그래도 아빠가 자주 독촉을 해서 만들어진「담없는 집의 브라우니」다. 작년 11월에 딸네미 있는 이웃집을 일일이 방문해서 22명이 모였었다. 집이 좀 멀고 너무 수줍음 타는 아이들이 빠지고 지금은 14명. 『엄마들이 그러는데 꼬마들이 일요일 되기를 얼마나 기다리는지 모른대요. 4월은 꽃씨 뿌리는 달이죠』 지난번 3월 15일 선서식을 했는데 엄마들이「금일봉」을 선사했다. 그 돈으로 꼬마들이 공을 샀다. 나머지는 동네에 뿌릴 꽃씨를 사서 4월 활동을 할 계획. 57년 3월 김여사가「걸·스카우트」대원으로 선서한 것도 15일. 이번「브라우니」들이 선서한 것도 3월 15일. 그 동안 모아둔「걸·스카우트」단보(團報)를 며칠 전에 들춰 보고 알아낸 우연의 일치. 이것도 즐겁고 신명나는「운명」인 줄 알고「브라우니」엄마 노릇을 언제까지나 할 작정이란다. [ 선데이서울 69년 4/20 제2권 16호 통권 제30호 ]
  • 불의 기억/박병규 옮김

    다른 지역도 그렇지만 남미 역사서는 특히 지나치게 특정 인물 중심으로 서술된 것이 많다. 볼리바르와 산 마르틴 같은 독립 영웅에서부터 로사스와 피노체트와 같은 독재자들, 콜럼버스, 코르테르, 피사로 같은 정복자들이 항상 역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에 반해 남미의 ‘행동하는 지성’으로 불리는 에두아르도 갈레아노가 서술한 책 ‘불의 기억’(박병규 옮김, 따님 펴냄)은 연표 속 공식역사에서 지워진 하위 주체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정복자들의 총칼에 짓눌려 버린 원주민들의 삶과 투쟁을 쫓아가고, 독립 영웅들이 내건 대의와 위세에 가려진 민중의 염원을 되살려 낸다. 또 독재자들의 억압 아래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라틴아메리카인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고대사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시기를 다룬 1권 ‘탄생’,18∼19세기 식민지 굴레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담은 2권 ‘얼굴과 가면’, 군사독재정권이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의 국가를 짓눌렀던 20세기 이야기를 담은 3권 ‘바람의 세기’ 등 총 세 권. 연대기 형식을 취하되 여느 역사책과는 달리 독립적인 짧은 이야기들을 이어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추상과 압축을 통한 문학적 상상력으로 역사의 미묘한 숨결을 포착함으로써 단조롭기 쉬운 역사 서술을 맛깔스럽게 포장했다. 각권 1만 7000∼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단풍길 걸으며 ‘훌훌’

    단풍길 걸으며 ‘훌훌’

    어느 해 가을이었습니다. 덕수궁 길을 함께 걷자던 친구를 따라 나섰습니다. 가로등에 비친 낙엽을 밟으며 떠난 그녀가 생각난다던 그 녀석의 말을 듣고는 여자 친구가 생기더라도 덕수궁 길만은 걷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초가을 평년기온이 높았던 탓에 올가을 단풍은 예년에 비해 5∼6일 늦어진다고 합니다. 서울은 지난 18일쯤 북한산 정상부터 단풍이 들기 시작해 11월 초·중순 절정을 이룬다고 합니다. 단풍이 드는 원리는 간단합니다. 기온이 섭씨 5도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광합성을 통해 푸른 빛을 내는 엽록소 활동이 줄어듭니다. 대신 나뭇잎 속에 있는 고유한 색소 성분이 드러납니다. 노란색소인 카로틴 성분이 많으면 노란 단풍이, 붉은 색소인 안토시안이 많으면 붉은 단풍이 든답니다.9월이후 기온이 빨리 낮아지고 맑은 날이 많으면 빛은 더욱 또렷해집니다. 어느덧 단풍이 제법 들었습니다. 단풍길을 걸어보았습니다. 간혹 서운하고 분했던 마음을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접어봅니다. 쌓인 낙엽을 눈처럼 흩뿌리며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을 되살려봅니다. 떨어지는 낙엽을 잡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다는 속설 때문인지 낙엽을 잡으려 팔을 뻗어보는 사람들도 제법 눈에 띕니다. 단풍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절망과 희망, 슬픔과 기쁨이 교차되면서 그렇게 울긋불긋 물들어가나 봅니다. 글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직접 걸어본 서울의 단풍코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알록달록한 단풍 옷을 입은 설악산이 부르는 손짓이 들려오는 듯하다. 낙엽 떠다니는 호수에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은 고요한 물결을 타고 상념에 잠길터. 하지만 녹록지 않은 사정 탓에 도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들은 어디서 스산한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정겨운 고궁 옆 돌담길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한강의 지류를 따라 가을을 손짓하는 가로수를 벗 삼자. 설악산만큼 화려하고 호수만큼 고요하진 않아도 설익은 붉은 단풍과 빛 바랜 듯 노르스름한 은행잎이 은은하게 가슴을 물들여 올 것이다. 단풍 아래를 걸을 때면 누구나 한 박자 천천히 걷게 된다. 그동안 보내온 한 해와 다가올 한 해가 머릿속에서 교차되는 것도 이 때쯤부터인지…. 서울인 팀이 직접 걸어 본 ‘강추’ 단풍 도보코스를 소개한다. ●‘가을’하면 덕수궁 돌담길 “가을이 왔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멘트와 함께 배경 화면으로 꼭 등장하는 덕수궁 돌담길. 너무 유명해서 식상할 것 같지만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거리다. 대한문에서 정동 입구까지 이어지는 900여m 구간이 모두 보행자 위주로 꾸며져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차량의 방해 없이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이제 막 붉게 달아오른 단풍과 노릇노릇하게 변해가는 은행잎이 첫 사랑의 풋풋한 설렘을 느끼게 한다. 낙엽이 살포시 떨어진 기왓장 밑 담벼락에 기대 서면 뮤직 비디오의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이다.‘함께 걷고도 깨어지지 않을’ 굳건한 사랑을 약속한 연인이라면 꼭 가봐야 할 곳. 느린 걸음으로 20∼30분이면 둘러볼 수 있지만, 중간중간 나타나는 서울시립미술관, 정동극장에 들러 전시, 공연 등을 구경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지하철 2호선 시청역 1번 또는 2번 출구로 나오면 대한문에서 출발할 수 있다. ●청와대 앞 길, 살벌해? 아니 한가해 같은 돌담길이지만 좀 더 특별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특별한 그 분’이 다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파란 지붕이 올려다 보이는 ‘청와로’가 그곳이다. 경복궁 돌담을 따라 삼청동까지 연결되는 1㎞길에 은행나무 152주가 쭈욱 들어서 있다. 청와대 정문 옆 입구부터 삼청동 총리 공관쪽 출구까지 삼엄한 경비 인력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경비 요원들의 날카로운 눈빛과 따사로운 은행나무의 노란 빛깔이 묘하게 교차한다. 찔릴게(?) 없는 민간인이라면 여유로이 낭만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오가는 사람이 드물어 은은한 가을 햇살과 바람결에 사각거리는 낙엽 소리에 흠뻑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담장 그늘에 가려 푸른 빛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나무들과 햇빛을 받아 노랗게 물든 잎사귀들이 조화를 이룬다. 삼청동 골목으로 빠져나오면 고풍스러운 갤러리들과 맛깔스러운 음식점들이 기다리고 있다. 와인이나 차 한 잔을 음미하고 경복궁까지 거닐면 두∼세 시간도 부족할 수 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려 효자동 사거리 방면으로 15분정도 걸어 올라가면 된다. ●중랑천 제방길, 단풍 보며 건강도 챙기고 중랑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단풍을 보러 굳이 시내까지 나오지 않아도 된다. 도봉·성동·동대문구 등 중랑천을 끼고 있는 자치구들은 한결같이 ‘중랑천 제방길’을 최고의 단풍과 낙엽 길로 꼽는다. 서울 시계 밖을 흐르는 부분 700m를 빼면 총 길이 19.3㎞. 걷기에는 부담스러운 거리지만 자전거를 이용하면 서 너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은행나무, 단풍나무는 물론 이름 모를 수십종의 나무들이 물가를 화려한 색깔로 수놓는다. 특히 도봉구청 옆 중랑천변에는 허리 돌리기, 아령, 철봉 등이 곳곳에 마련돼 있어 운동을 하기에도 좋다. 해질녘 운동으로 몸을 풀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낙엽길을 거니는 사람들에겐 보약이 따로 필요 없어 보인다. ●밤이 더 좋은 위례성길 공원의 산책로도 빼놓을 수 없다. 올림픽공원 서쪽길의 단풍길도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이곳이 처음 생긴 것은 이름 그대로 1988년 즈음이다. 벌써 20년 가까이 됐다. 그동안 인공적인 키 작은 나무들은 무성하게 가지를 뻗은 ‘청년’으로 자랐다. 이곳 단풍은 낮보다는 밤에 더 아름답게 빛난다. 위례성길을 오가는 자동차들이 뜸해질 무렵, 노란색 은행잎과 울긋불긋한 단풍잎은 희뿌연 가로등빛에 호젓하게 젖어든다. 올림픽공원의 나무와 잔디들이 뿜어내는 풀냄새들도 코 끝에 내려앉는다. 연인과 함께라면 금상첨화. 비록 혼자라도 한 시간 남짓 이곳을 따라 걷다 보면 고즈넉한 단풍길 밤산책에 푹 빠지기 충분하다. 운동하기에도 그만이다. 송파구 전역으로 연결된 자전거도로도 이곳을 지난다. 서쪽길에서 올림픽공원을 횡단해 올림픽선수촌 아파트∼오금동∼거여·마천동까지 이어지는 조깅코스도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의 절경, 산으로 좀 더 울창한 단풍길을 원한다면 주말 중 하루를 시간 내 서울의 산을 올라보는 것은 어떨까. 아차산 생태공원∼워커힐 호텔 사이 아차산길은 차량통행이 많지 않고 보도가 목재 데크로 되어 있어 가족 단위 가을 나들이 코스로 적당하다.1㎞구간에 걸쳐 단풍나무·벚나무가 장관을 이룬다. 관악산은 입구가 절경이다. 주차장에서 제2광장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은행나무, 단풍나무 등으로 오색찬란하기까지 하다. 서울과 경기도에 걸쳐 있는 청계산 단풍은 서울대공원 앞 호수와 어우러진다. 매일 숨 고를 새 없이 바쁜 도시인들에게는 단풍이 물든 가로수 아래를 걷는 것마저 사치일 수 있다. 달리는 차 속에서 차창 너머 울긋불긋 물든 가로수를 향해 손 한번 뻗어보는 것만으로도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없을까. ●화랑로 가로수 터널 화랑로 태릉입구에서 삼육대학교 사이 8.6㎞는 서울에서 가장 긴 가로수 길이다. 길을 따라 1200그루의 버즘나무와 은행나무 등이 빽빽하게 심어져 있는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차량 흐름이 원활한 때 이곳을 지나면 마치 한적한 교외에 나온 느낌이 날 정도. 창을 열고 한껏 공기를 들이마셔도 시원한 느낌이 든다. 한치 흐트럼 없는 육사 생도들과 인근 대학의 여대생들이 멋쩍은 모습으로 지나치는 모습을 보면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간혹 길가를 따라 배나 사과·포도 등의 과일을 보다 저렴하게 판다는 주변 농장의 표지판도 정겹게 느껴진다. ●서울대입구·낙성대 일대 은행나무길 관악산에 오르기 전부터 단풍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서울대입구 전철역에서 서울대학교 정문에 이르는 1㎞ 구간을 따라 은행나무 443그루가 심어져 있다. 관악산 자락과 이어져 있어 단풍 빛깔이 도심에 비해 훨씬 선명한 것이 특징이다. 고갯길 정상부에 이르면 서울대 구내 순환도로와 관악산 정상까지 울긋불긋 단풍이 물든 모습을 볼 수 있다. 약간의 통행료를 지불하더라도 정문으로 서울대학교 구내로 진입해 학교를 일주한 뒤 낙성대길로 넘어가는 코스도 추천한다. ●색다른 메타세쿼이아·느티나무 단풍 강남구 영동2∼6교 사이 양재천길 2.8㎞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메타세쿼이아길이 펼쳐져 있다. 노르스름하게 물드는 단풍이 이국적이다. 서초구 염곡사거리∼헌인마을 사이 헌릉로 8.4㎞는 서울에서 두번째로 긴 가로수 길이다. 느티나무 단풍과 낙엽이 아름답다. 해마다 봄이 되면 여의도 벚꽃 축제가 열리는 윤중로는 왕벚나무 낙엽과 단풍으로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넉넉지는 않지만 가을이 결실의 계절임을 느낄 수 있는 곳도 있다. 중랑구 묵동교∼장안교 5㎞ 구간에는 약 1000그루의 감나무가 식재돼 있다. 관악구 낙성대길(낙성대 입구∼서울대 후문)과 단감나무길(신림8동∼신도브래뉴 아파트), 양천구 안양천길, 성북구 석관로 등 4곳에도 감나무길이 만들어져 있다. 감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병충해에 강하고 다 자란 모습이 아름다워 최근 가로수로 애용되는 수목 가운데 하나다. 강동구 성내길(신명초교∼길동생태공원)에서는 노랗게 익은 모과나무 67그루를 만날 수 있다. 이두걸 서재희 고금석기자 s123@seoul.co.kr ■ 서울 가로수 모두 27만7000그루 굳이 먼 곳을 찾아나서지 않더라도 서울 주변에서 단풍을 느끼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서울에 심어진 가로수 대부분은 계절에 따라 잎을 드리웠다 떨구는 낙엽수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 심어진 가로수는 모두 27만 7000여그루다. 이 가운데 은행나무(11만 6628그루)와 버즘나무(9만 8065그루)가 전체의 77%를 차지한다. 그 외에 느티나무, 벚나무, 회화나무 등이 가로수로 많이 이용된다. 이들은 우리나라 기후와 토양에 잘 자라고 환경오염 저감, 기후조절의 기능도 탁월하다. 가로수가 심어진 역사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가로수 형태의 상형문자를 사용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정조 3년(1779년) 능원 주변에 심어진 가로수 형태의 나무를 벌채하지 말라는 명령이 있었음이 전해진다. 고종 32년(1895년)에는 내무아문에서 도로 좌우에 나무를 심을 것을 시달하는 기록도 전해진다. 가로수의 기능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현재 위치나 바람의 방향·세기 등을 알려주고 인도와 차로를 차폐하는 등 도로교통의 안전성과 쾌적성을 제공한다.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가꿔주는 동시에 도시의 대기와 기후를 개선시키는 역할도 한다. 일반적으로 가로수 한그루는 4∼7명이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고 기온을 3∼7℃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로수 한그루가 50년간 생존한다고 가정하면 한그루당 최소 1억 4000만원의 경제적 가치를 낳고있는 셈이다. 이렇게 ‘귀하신 몸’이다 보니 관리방법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가 전자관리를 하는 대표격이다. 강서구는 방화동 개화동길 메타세쿼이아 681그루에 전자칩을 넣었다. 무선으로 가로수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전자 식별장치에는 나무의 고유번호와 위치, 수종, 심은 날짜, 병력, 묘목출처 등이 기록돼있다. 관리자는 무선 조종장치로 가로수의 새로운 상태를 입력한다. 이 정보는 곧바로 구청 중앙서버에 전달돼, 나무 상태에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조치를 취하게 된다. 고금석 서재희기자 kskoh@seoul.co.kr
  • 사막에서 길을 묻다

    사막에서 길을 묻다

    우리는 달렸다. 타클라마칸, 그 죽음의 사막을 향해. 자갈길을 가로지르고 강을 건너 5000여 ㎞를 내달렸다.‘돌아올 수 없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살고 싶지 않은 자와 미친 자가 아니면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이 전해 내려온다는 그 사막을 향해. 그러나 15박16일을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달려 간 그 사막 입구에는 ‘황량한 사막은 있어도 황량한 인생은 없다’, 그렇게 씌어 있었다. 붉은 글씨로. 아, 아 그렇지! 황, 량, 한 인생, 은 없지…. 마치 달려오던 가속도를 어쩌지 못해서인 듯, 온 몸이 앞으로 울컥 쏠렸다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섰다. 등골에서 짜르르 전류가 흐르는 듯하다.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가 홀린 듯 이 먼 길을 내달아 온 것은 이런 글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예감 때문은 아니었을까. 사막을 꿈꿔왔다. 아주 오래전부터. 삶의 고비마다 언뜻언뜻 떠오르는 낯익은 영상이었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날카로운 햇살이 온 몸에 쏟아진다. 마른 먼지가 콧속을 파고들며 숨을 막고, 입안에선 으적으적 모래가 씹힌다. 갈증은 이미 오래전에 통증으로 바뀌었고, 모래밭은 펄보다 더 힘겹다.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나름대로 비장하다. 그러나 나는 이 장면에서 한껏 더 상상력을 부풀려 본다. 마침내는 햇살에 바래고 모래먼지에 찌든 내 신발 코 끝에, 죽은 자의 늑골이 아른아른 겹쳐 보일 때까지. 그런 극한점에 맞서보고 싶었다. 이 여행에 대한 제의를 받은 건 7월 초였다.8박9일 일정의 실크로드 패키지 여행을 준비하던 내게, 여행자들이 한국에서 가져간 지프를 직접 몰아 중국 대륙을 횡단한다는 프로그램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더구나 사막에서의 야영이라니! 앞뒤 생각 없이 큰소리로 “네!”해버렸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처음부터 28일 전 일정을 참가해야 한다고 했다면 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에! 사나흘도 아니고, 일주일도 아니고, 열흘도 아니고. 난 그렇게 오랫동안 내가 없는 우리 집을, 학교를, 나를 둘러 싼 크고 작은 일상들을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전 일정은 한 달쯤 되나 봐요. 하지만 그걸 다 따라 다닐 수 있으시겠어요. 앞 뒤 자르고 한 8박9일 정도면 어떠세요?” 그렇게 시작했지만 출발일이 다가올수록 일정은 길어졌다. “근데 한 보름은 되어야 그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으시겠어요?” “보름이나 이십일이나…. 근데 이런 여행 쉽지 않거든요.” “따로 돌아오실 비행기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네요.” “29일 날 도착한다고 각오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지막 말을 들었을 때, 난 이미 말라리아와 장티푸스 주사를 맞았고, 짧은 반바지에서 겨울 점퍼까지를 꾸려 짐을 싸둔 다음이었다. 가슴속에서 소용돌이가 일었다. 심호흡을 한 뒤 대답했다. “좋아요.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으며 내가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엄살기 가득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여행은 톈진항에서 배를 타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현장법사가 불전을 구하기 위해 간 길, 바리데기 공주가 죽은 자를 살릴 샘물을 구하기 위해 지나간 길, 고선지 장군이 서역 정벌을 위해 나선 길, 실크로드의 아버지라 불리는 장건,‘동방견문록’의 저자 마르코 폴로가 지나간 길, 실크를 비롯한 동서양의 온갖 것들이 교류한 이 길…. 이 길을 다섯 대의 지프가 달린다는 것이다. 오프로드를 포함해서 하루 몇백㎞를 달리고 또 달리다가, 사막을 만나면 사막에서, 바다만큼 큰 호수를 만나면 호숫가에서 야영을 한다는 것이다. 멋지다. 하룻밤을 배에서 자면서 톈진에 도착한 다음, 베이징, 타이위안, 시안, 란저우, 우웨이, 금창, 바단지린 사막, 가우대, 청수, 주취안, 둔황, 하미, 투르판, 우루무치, 쿠얼러를 빠르게 지나쳐 마침내 타클라마칸 사막에 닿았다. 인천항을 떠난 지 열엿새 만이었다. 그러나 타클라마칸은 예전의 타클라마칸이 아니었다. 사막 한가운데로 잘 닦인 아스팔트가 서늘할 만큼 시원스레 뚫려 있고, 몇㎞ 간격으로 물탱크를 포함한 대피소가 줄지어 있었다. 그 옛날, 나는 새도 통과하지 못한다는 그 타클라마칸은 이미 아니었다. 그러나 여전히 녹록지 않은 타클라마칸은 카라부란으로 우리를 맞았다. 그 옛날 죽음의 모래바람이라 불리던 카라부란이다. 타클라마칸에 진입했다는 흥분을 가까스로 가라앉히며 사막 깊숙이 자리를 잡고 서둘러 간단한 저녁 식사를 하려는데, 모래 바람이 일었다. 처음엔 코펠이 뚜르르 굴렀다. 뒤이어 텐트가 뿌리 뽑힌 풀단처럼 힘없이 날아가 버렸다.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아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흙탕물에 빠진 것처럼 시야가 흐려졌다. 서둘러 지프에 달려 올라가 문을 닫았다. 설마 지프는 안 날아가겠지.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 나는 눈을 감았다. 솩, 쉬르르 차창에 부딪치는 모래바람의 소리가 여전했다. 대개 중국쪽 실크로드의 시작을 서안이라고 본다.1000여년 동안 중국의 수도였던 도시. 장안이라는 옛 이름을 가진 이 도시는, 농사짓는 것보다 농사짓다 발견한 유물을 내다 파는 것이 더 낫다는 고도이다. 서안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죽은 진시왕의 잔영이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왕.13세의 어린 나이에 진왕에 즉위하였으며 39세에 중국 역사상 가장 거대한 통일 국가를 세운 사람. 자신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스스로를 ‘태황의 황과 오제 제’를 따서 황제라고 칭하고, 자신을 시황제라 부르게 명 한 사람. 그는 선남선녀를 골라 불로장생할 선약을 구해오라는 전대미문의 특명을 내리고, 또 한편으로는 즉위하자마자 죽을 때까지, 자신의 묘가 될 지하궁전을 팠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이 무덤은 ‘관은 동으로 주조했고 무덤 내부에는 각종 보석으로 궁전과 누각의 모형을 세웠다. 수은으로 바다와 강을 흐르게 했고 천장에는 진주를 아로 새긴 해와 달과 별들을 만들어 달았다.’고 전해진다.30만명이 석 달 동안 왕릉에 보물을 실어 날랐다 한다. 그는 또 죽은 다음에 자신을 지킬 군사들을 만들어 도열시켰다. 보병, 전차대, 포대로 이루어진 신장 180m안팎의 실물크기 흙 인형 수천명으로 지하군단을 만들어 자신의 능에서 1.5㎞ 떨어진 거리에 배치해 두었다.1호 갱에 약 6000명,2호 갱에 약2000면 3호 갱에 68명의 테라코타 병사가 사열해 있다. 결국 그는 여러 형태의 ‘영생’을 준비한 것이다. 하긴 그렇기도 하겠다. 그 넓은 대륙을 통일한 젊은 왕에게 아쉽고 그리운 것이 그 영화를 영원히 누릴 수 있는 영생뿐, 더 무엇이 있었을까? 하지만 그것들을 만든 진시황의 백성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그의 나라는 3대 15년 만에(항우에게)멸망하였다. 문자, 도량형, 화폐를 통일하고, 그 시절에 전국적인 도로망을 거미줄처럼 짜고, 운하를 파고 만리장성을 쌓고 아방궁을 짓는 등 어마어마한 일을 해낸 이 황제와 관련된 유적은 그러나 아직 다 발굴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가이드는 그때와 공기가 달라 유물이 상할 염려가 있고, 무덤 안에 함정이 많고 엄청난 양의 수은이 있어 위험하며, 후손들이 먹고 살 관광 자원을 남겨주기 위한 배려이기도 하고, 한쪽으로는 기술이 부족해서 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에 관한 미확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예전에, 중국을 방문한 일본 총리가 그 유적 발굴을 제안했다 한다. 일본의 기술력을 제공할 테니 발굴한 보물의 3분의1을 달라고. 주석이 껄껄 웃으며 ‘이 안에 든 보물이면 네 나라 전부를 살 수도 있을 거다.’고 대답했단다. 그 조상에 그 후손임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벌컥, 차문이 열리면서 남대장이 소리쳤다. “바람 없어졌어요. 나오세요!” 어느새 눈앞에는 사막의 밤이 펼쳐져 있다. 어두운 밤하늘에서 별이 튕겨져 나올 듯 반짝였다. ‘돌아올 수 없는 곳’이 어디 타클라마칸뿐일까. 때때로 살고 싶지 않고 미칠 듯한 기분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는 심호흡을 하며 다시 사막에 발을 내디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량한 인생은 없다.’는 믿음으로. 죽음의 카라부란은 멈췄고, 모래는 아직 따뜻했다. 그리고 사막의 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신비로웠다. ●글쓴이 이윤희 교수는 동화작가, 문학박사,‘아침햇살’발행인. 인천재능대 아동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작품집으로는 ‘네가 하늘이다’‘꿈꾸는 호랑이 우화’를 비롯한 철학동화시리즈 18권 등이 있다. ■ 무선통신, 날아오다 2004년8월2일 11시, 인천항 실크로드 오버랜드 원정대는 8월2일 오전 11시에 인천항 제2부두에 집결했다. 출발 인원은 총 12명, 한국인 10명과 터키인 2명이었으며, 중국에서 터키인 1명과 중국인 5명이 합류할 예정이다. 거추장스럽고 부피스러운 짐은 이미 지프에 실어 앞서 보냈다. 가벼운 마음으로 배에 올랐다. 순조로운 출항이다. 8월3일 13시. 천톈항 서둘러 천톈항 출구에 섰다. 까마득한 멀리에는 인천을, 가까이에는 25시간 동안 우리를 싣고 온 여객선 진천 페리를 등 뒤에 둔 채다. “와!” 거기, 중화인민공화국 천진항 광장에, 먼저 도착한 차들이 늠름한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5대였다.4+4 SILKROAD EXPEDITION.TRANS TACLAMAKAN.ROK 스티커 글씨가 도드라졌다. 눈이 부셨다. 그리고 비로소 가슴이 뛰었다. ‘아아, 드디어 시작이다! 이동거리 1만㎞를 훌쩍 넘는 28일간의 여행. 우리차로 실크로드를 달린다! 중국을 횡단한다!’ 나는 사뭇 뛰었다. 지프를 향해. ★중국의 4대미인은 누구?(답? 곳곳에 숨어있어요^^) 8월3일 15시, 베이징을 향해 우리차가 달린다. 중국 고속도로를 시속 100㎞로. 창문을 모두 열어 젖혔다. 나,58년 개띠. 오프로드 여행 경험 전혀 없음. 대학교수. 유부녀…. 그러나 그 순간 이 모든 것을 잊었다.‘우리는 간다, 하늘도 부른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햇살은 유리처럼 투명했고, 살짝 따가웠다. 승차 배치도 진행차:다이장(중국측 여행사 사장), 도용(현지 가이드). 살인미소(중국인 정비사). 여성스태프 1호차: 남대장(38·오버랜드 대표), 나(유니), 비니(34·스태프, 통역). 진피디(29·스태프, 영상담당)·2호차:한·최 안젤라 부부(47,45·사업가)·3호차:최 노익장(67·독일 국적의 CEO), 김원장(50·복지시설 운영)·4호차:임 흑기사 부자(51,29·사업가, 대학생)·5호차:하칸(29·터키인 사업가)등 터키인 일행 ●답(1) 그녀의 자태에 꽃이 부끄러워 스스로 잎을 말아 올렸다는 양귀비(수화·羞花) 8월4일 14시, 베이징 베이징에서 합류하기로 한 터키인 일행 하나가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었다. 그를 기다리는 사이, 캔맥주가 돌았다. 남대장:수도자가 고행을 하는 마음으로 이런 여행을 합니다. 일종의 종교 의식이지요. 한·최 안젤라 부부:모험이잖아요. 꿈꾸는 듯한. 임 흑기사 부자: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최 노익장:중국을 횡단이라, 정말 멋지잖습니까? 더구나 내 차로 직접 운전을 하는데! 김원장:새로운 패턴의 여행이라서요. 하칸:어린 시절부터 실크로드를 꿈꿔 왔습니다. 이번 여행은 그 꿈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가슴이 뜁니다. 그들의 얼굴이 발그레해진 것이 캔 맥주 탓만은 아닐 것이다. 나는 맥주를 홀짝거리며 서유기를 생각했다. 불전을 구하러, 혹은 죽은 자를 살릴 생명수를 구하러 이 길을 지났을 삼장법사와 바리데기 공주를 생각했다. 그리고 수많은 상인과 기술자와 병사와 예술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빌었다. 그들의 꿈과 사랑이 먼먼 후손인 내게도 자지러지도록 생생하게 전해지기를. 그리하여 그로인해 내 삶이 얼마간 풍요롭고 따스해지기를. 브라보! 우리는 다시한번 맥주 캔을 맞부딪쳤다. ●답(2) 그녀가 강변에 서서 강물을 바라보니 그 아름다움에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잊고 물속에 가라앉았다는 서시(침어·沈魚) 8월5일 14시, 시안 가는 길 그러나 정말 쉽지 않았다. 온갖 것들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느닷없이 나타나는 ‘공사중’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사실 이것은 그렇다 칠 일이 아니다.‘공사중’이 너무 많았다. 아니 중국 전역이 ‘공사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곳곳에서 공사를 하고 있었다.(더구나 그들은 지나는 차량에 대해서는 아무 배려가 없었다. 아무런 안내나 대안 제시도 없이 길 전체를 막아버린 곳도 몇 군데 있었다.‘우리는 지금 공사를 하고 있으니 너희들이 알아서 가라’는 식이었다.)곳곳에서 만나는 비포장도로도 또 그렇다 치자.(왜냐하면 땅이 너무 넓어서 포장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데 할 말이 별로 없으니까.)그러나 포장도로도 비포장 못지않게 차를 널뛰기하게 만든다는 것은 좀 그랬다. 자세히 보니 아스팔트가 바퀴 자국을 따라 깊게 패었다. 과적 차량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과적을 하지 않은 트럭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정말 어마어마한 물동량이 움직이고 있었다!(하긴 우리 팀도 과적을 했다. 우리는 짐에 치여 쪼그리고 앉을 수밖에 없었다.‘28일간의 긴 여행’,‘사막에서의 야영’이라는 점에 모두들 긴장한 탓이었다.) 먼지와 매연도 문제였다. 그리고 따끔거릴 만큼 지독한 햇살과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높은 온도, 장거리 주행 등이 엔진을 과열시켰다. 우리는 심통 난 아이 달래듯 차를 달래가며 몰았다. 그래도 어떤 차는 가끔씩 푸쿠쿡, 키다닥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속력을 떨어뜨렸다. 아슬아슬했다. 8월6일 15시, 화청지 마침내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당 현종과 양귀비가 온갖 사치를 즐기며 장안과 화청지를 오가며 세월을 보내곤 했다는 설명을 듣고 있는데, 터키인 일행의 사고 소식이 날아들었다. 한 이틀 다른 곳을 들렀다가 합류하기로 한 사람들이다. 교통사고. 정비 불량과 과속으로 인한 전복 사고란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지만 일행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이제 막 본격적인 시작인데…. 게다가 그중에는 터키의 ‘정주영’이 섞여 있단다. 선박회사를 17개인가 갖고 있고, 보험회사를 또 몇 개 갖고 있고 그리고…. 그런 사람이 우리와 함께 여행을 하려다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믿기 어려웠다. 터키엔 여행사가 없나? 그런데 알고 보니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중국 서쪽, 우리가 흔히 ‘서역’이라고 부르는 그곳이 터키와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우리나라와 연변 조선족과의 관계와 비슷한. 그래서 터키인들은 그쪽 지방을 여행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터키인들이 그들, 소수민족을 부추겨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예를 들자면 독립운동 같은, 중국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동의할 수 없는)을 할까봐 여행을 허가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한국인들 틈에 슬쩍 끼어서 그곳을 가려 했는데 그만 사고가 난 것이었다. 첫 번째 대형 사고였다. 8월7일 10시 40분, 란저우 가는 길 막히는 길을 가까스로 통과해 주유소에 도착했다.“날씨까지 꾀죄죄하네요.”기름을 넣고 있는 차들 뒤에서 고개 돌리기를 하며 가볍게 몸을 풀고 있는데, 아들 흑기사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랬다. 하늘빛은 칙칙하고 우리는 기분전환이 필요했다. 이심전심일까?안젤라의 남편 한씨가 장난기를 발동시켰다. 기름을 넣고 있는 자기 차 보닛에 검은 색 보드마커로 ‘갑시다, 실크로드!’라고 휘갈겨 썼다. 그러고는 부인 안젤라에게 펜대를 넘겼다. 안젤라는 ‘타클라마칸을 향해서!’ 썼다. 모두 신났다. 최 노익장은 당신 차 이마에 해골표시를 그려 넣었다. 남대장은 인천에서 출발하여, 다시 인천까지 오는 전 일정을 차에 뺑뺑 돌아가며 써 넣었다. 나는 자꾸만 꾸르륵거리는 차 콧잔등에 ‘잘 달려라, 착하지. 말썽피지 말고!’라고 썼다. 그리고 슬그머니 쓰다듬어 주었다. 8월9일 12시, 무위 ●답(3) 그녀가 비파를 연주하니 기러기가 그 용모를 보느라 날갯짓하는 것도 잊고 땅에 떨어져 버렸다는 왕소군(낙안·落雁) 8월9일 12시, 무위 그러나 차는 여전히 불안 불안했다. 한 팀은 차를 정비하고, 나머지 한 팀은 장을 본 후 점심을 먹었다. 양갈비찜이 나왔다. 찌그러진 넓적한 양은그릇에 큼지막한 살덩이가 붙은 양 갈비 한 개가 담겨있는 것이, 꼭 개밥 같았다. 저녁에 있을 사막에서의 야영을 위해 준비한 음식들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렸다. 8월10일 12시30분, 바단지린 사막 야영을 잘 끝내고 사막을 빠져나오려는데, 갑자기 2호차 꽁무니에서 검은 연기가 쿨룩쿨룩 쏟아졌다. 또 다른 대형 사고였다. 엔진은 정지했고, 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고장난 차는 1호차가 견인해서 정비소로 가고, 나머지는 사막에서 그들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그늘 한점 없는 땡볕아래 햇살은 점점 강해지고, 끼니때가 되었는데도 식당은 멀디 멀었다. 우리는 임시 휴게소를 만들었다. 남은 차 둘을 나란히 대고 , 그 위에 텐트를 덮어 그늘을 만들어 쭈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라면을 끓이고 커피를 탔다. “죽인다, 커피향!” 우리는 애써 큰소리로 웃어댔다. ●답(4) 그녀의 미모가 너무 아름다워 달도 구름 뒤에 숨었다는 초선(폐월·閉月) 8월11일 20시, 가욕관에서 둔황으로 결국 그들 차 두 대는 돌아오지 못했다. 우리는 차 3대에 짐을 포개고 또 포갠 뒤, 그 사이에 끼어 앉았다. 그리고 일정을 그대로 진행했다.2m앞이 안 보이는 먼지 길 양옆에 아스라한 낭떠러지가 이어져도, 문을 꼭 닫은 차안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기침이 컥컥 나올 만큼 독한 ‘원조황사’가 길을 막아도, 그대로 뚫고 달렸다. 생명 보험을 하나 더 들어놓고 올걸! 나는 콩 튀듯 탕탕 거리는 차 안에서 생각했다. 해를 따라 서쪽으로, 서쪽으로 나아가는 길, 해는 지지도 못하고 저녁 8시가 넘는 시각에도 낮처럼 환하다. 8월12일 17시, 명사산 아름답다. 달밤이면 모래가 우는 소리를 낸다는 산. 해질녘, 그 산을 낙타를 타고 오른다. 출렁출렁, 낙타의 발걸음에 따라 내 몸이 흔들린다. 방울소리도 흔들린다. 8월13일 18시, 하미 주위에 있는 산들이 온통 시커멓다. 철성분이 많아 그렇단다. 그 산 사이에 난 협곡을 달리고 달려 신장 자치주에 닿았다. 무섭게 바람이 불었다. 이 근처는 사철 그렇게 바람이 많은 곳이라고.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투르판은 ‘불의 땅’ 외에도 ‘바람의 창고’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20시에 하미과로 유명한 하미에 도착해 저녁 대신 과일로 허기를 채웠다. 배가 봉긋해졌다. 8월14일 18시, 투르판 위구르족 민속쇼를 관람했다. 남대장이 모종의 작업을 한 덕분에 나도 위구르족 아가씨로 분장하고 공연에 잠깐 끼어들었다. 위구르의 전통 악기 소리는 맑고 탱글탱글했다. 우거진 포도 넝쿨 아래서, 붉은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면서, 나는 잠시 먼 이국의 여인이 되는 꿈을 꾸었다. 한여름, 축제의 밤은 열기를 더해갔다. 8월15일 11시, 우루무치 포도 농원에 갔다. 위구르 말로 ‘아름다운 목장’ 이라는 뜻을 가진 우루무치는 커다란 오아시스 도시다. 야자수가 두어 그루 있는, 우리가 오아시스라고 하면 흔히 머리에 떠올리는 그런 고즈넉한 풍경이 아니라 포도나무가 바다처럼 펼쳐져 있는.20∼30종은 넘어 보이는 건포도가 신기했다. 노랑색, 황금색 외에도 송이째 말린 건포도, 씨가 씹히는 건포도, 달콤한 것, 약간 시큼한 것…. 나는 번개처럼 건포도를 한 짐 싸서 챙겼다.‘아줌마’라 흉을 봐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독하게 맘을 먹었다. 맛보여주고 싶은 고국의 ‘동포’들이 목에 걸리고 눈에 밟혀 어쩔 수 없었다. ■ 지프로 오지를 달리고 싶다면 챌린지 전문탐험 기획사인 ㈜오버랜드 엔터테이먼트(www.overland.co.kr)는 자신의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 실크로드 등 세계 오지를 탐험하는 이색적인 여행 상품을 판매한다. 오버랜드를 운영하는 남기환(38)대표는 1999년 런던∼서울 단독횡단과 2002년 유라시아 횡단팀을 이끈 오지탐험 전문가. 그는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지프를 타고 황량한 들판과 거친 사막, 별이 쏟아지는 초원에서 야영을 즐기는 새로운 형태의 여행 개척하고 있다. 주요 상품은 죽음의 사막 타클라마칸까지 이어지는 ‘트랜스 타클라마칸’, 히말라야의 만년설을 끼고 도는 ‘트랜스 히말라야’, 중국 성도에서 티벳까지 찝차을 이용 ‘천장공로 하늘여행’ 등 다양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오지 캠핑 상품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국내 산간벽지를 찾아 다니며 캠핑과 야영을 즐기는 1박 2일,2박 3일 오지여행도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비용은 일정에 따라 다른 만큼 오버랜드(02-522-0228)에 직접 문의하면 된다.
  • [어떻게 지내세요] 국악치료 전도사 변신 ‘망부석 가수’ 김태곤씨

    [어떻게 지내세요] 국악치료 전도사 변신 ‘망부석 가수’ 김태곤씨

    “이젠 국악으로 100세 건강을 찾아야 합니다. 국악은 우리 식탁의 김치나 된장찌개처럼 신토불이 소리로 노화방지에 큰 도움을 주지요.” 가수 김태곤(57).1970년대 말 삿갓과 도포차림으로 ‘망부석’ ‘송학사’ 등 국악풍 가요를 신명나게 불러 10대가수 신인상을 받는 등 가요계에 커다란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인기를 뒤로 하고 어느날 훌쩍 입산수도, 한동안 팬들과 멀어졌다. 그러던 지난 2002년 대구 한의대에서 보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학위 논문은 ‘음악이 인체의 건강상태와 스트레스 정도에 미치는 영향’. 또한 ‘대박 났네’라는 신곡을 내놓아 ‘박사 가수’로서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최근에는 논문 제목에서 시사하듯 국악이 노화방지에 탁월하다는 이른바 ‘국악치료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김씨를 만났다.60을 바라보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무척 젊어 보였다.“다들 40대초반이라고 얘길 합디다. 제 얼굴 어디 한번 만져 보세요. 촉촉하죠.” 이어 “국악은 오감이 아닌 육감을 만족시키고 기와 의식의 세계에까지 즐거움을 건드려 준다.”고 특유의 국악 건강론을 펼친다. “우리의 소리는 3박자 계통의 장단입니다. 선율구조가 곡선이지요. 서양 음악은 음과 음 사이가 3∼4도 이상 벌어지고 도약과 직선형태이지만 우리는 산 능선처럼 휘감아가는 나선형입니다. 아울러 강물의 흐름처럼 친환경적 유기농 음악이지요. 예를 들어 ‘에헤∼이∼요’라는 소리를 낼 때 머리에서 흉부와 복부, 대퇴부에 이르기까지 한꺼번에 넘나드는 호흡으로 곳곳에 자극을 주게 되는 원리입니다.” 서양음악의 이분법적 구조와는 달리 국악에는 전통적으로 노동요가 담겨져 있어 풍성함에 감사하고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역할을 해 우리의 근골격계와 딱 맞아 떨어진다는 것. 악기 또한 우리 생활환경과 친밀한 대나무 오동나무 등을 재료로 하고 소리 또한 남서풍과 북서풍 등 바람의 방향과 강도, 주파수와 공명 등을 활용하기 때문에 우리의 고유 유전자 자체가 메모리돼 있다는 것이다. 북소리의 경우 우리의 심장과 간장을 저절로 마사지해 주며 몸의 탁기를 배출시켜 준다는 설명이다. 그의 ‘국악치료학’은 쉴새없이 계속된다. 가방에서 대금과 자신이 개량한 해금을 꺼내 직접 연주를 해보이며 국악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런 도중에도 어디선가 특강요청의 전화가 여러차례 걸려 왔다. 일주일에 2∼3회정도 각 단체나 회사 등에 강연을 나간다고 귀띔했다. “주위에서 ‘21세기형 멀티강의’라고 하더군요. 강의와 연주, 악기체험을 동시에 체험해 준다는 뜻에서지요. 며칠 전에는 한국전력에서 강의를 했는데 예정보다 2시간을 넘길 정도였습니다. 요즘 직장인들은 피부가 거칠어지고 얼굴이 어두워요. 탄력과 생기도 잃어 버렸어요. 그러다 보니 조직에서도 인화와 단결이 잘 안되겠지요.” 결국 현대인은 가슴호흡(火氣)으로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와 혈압을 올리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국악의 복식호흡법을 통해 화기를 달래 주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씨는 올해부터 전주대 대체의학과 객원교수로 후학양성에도 열심이다. 다음달에는 서울 한남동에 ‘김태곤 건강음악연구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글 김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지금 그곳은] 삼청각

    [지금 그곳은] 삼청각

    지난달 29일 북악산 자락에 자리한 삼청각(三淸閣)을 찾았다. 위탁운영자가 바뀌어 다시 문을 연 지 꼭 일주일만이다. 광화문에서 셔틀버스를 타니 10분 만에 도착했다. 일화당(一和堂) 처마 밑 나즈막한 풍경소리가 방문객들을 반겼다. 셔틀에서 같이 내린 성미현(32)씨는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인데도 이렇게 한적한 장소가 있는지 몰랐다.”라고 말했다. 삼청각은 1972년 남북공동성명 발표 때 대표단이 만찬을 열었던 장소로 박정희 정권 때 ‘요정정치’의 산실이기도 했다. 특히 천추당(千秋堂)은 박 전 대통령이 좋아했던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디카족’들의 인기 촬영 장소로 꼽히고 있다. 삼청각은 서울시가 2001년 매입해 세종문화회관·한화개발이 공동 위탁운영했지만 매년 40억원 안팎에 이르는 적자를 감당치 못해 올초 위탁운영자로 ㈜파라다이스를 다시 선정했다. ㈜파라다이스는 50여일 동안 시설 개·보수와 프로그램 마련 등에 20억원을 들여 재개장 작업을 했지만 막상 겉보기에는 그리 달라진 것은 없었다. 삼청각 운영을 총괄하는 ㈜파라다이스 박병룡 전무이사는 “삼청각이 기존에 해왔던 문화사업은 유지하면서 전통·모던을 조화롭게 유지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겠다.”면서 “파리에는 리도쇼가 있고, 뉴욕에는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이 있듯 서울에는 삼청각의 풍류문화체험이 있다고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삼청각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일본의 5대 대형여행사에 속하는 ㈜한큐교통사와 ㈜JTB가 삼청각 풍류문화체험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지난달 26일 일본 오사카에서 30∼40대 관광객 22명이 삼청각을 다녀갔다. 문화공연을 비롯해 수라상, 다례체험, 산보 등을 반나절 넘게 즐기고 돌아갔다. 이밖에 삼청각이 야심차게 내놓은 작품은 1년동안 장기공연할 한국무용 공연인 ‘바람의 도학’이다. 학춤·선녀춤·궁중춤을 선보이며 안평대군과 수양대군의 권력다툼을 통해 조선 선비의 풍류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 전문성이 떨어졌던 기존 공연과는 달리 이번에는 멀리 내다보고 제대로 투자를 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삼청각 운영에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수익창출일 수밖에 없다. 한식당인 ‘이궁’(異宮)은 기존에 비해 가격대를 약간 낮춘 게 특징이다.2만원 대의 점심세트부터 20만원대의 궁중 정식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찻집인 ‘다소니’는 산을 마주하고 있어 봄에는 진달래꽃이, 가을에는 단풍이 가득하다. 파라다이스 삼청각사업본부 김성열 사업부장은 “한달동안 식당예약이 5000건 접수되는 등 예약 문의가 폭주해 정신이 없다.”면서 “가족들이 주말에 외식을 할 수 있도록 저가의 상품을 마련한데다 자연을 벗삼아 음식을 먹는 게 특이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규방공예, 궁중다례 등 일부 문화강좌의 수강료가 한달에 15만원 안팎에 달해 비용이 부담스러운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삼청각측은 “기존에 삼청각에서 운영하던 문화강좌와 가격대를 비슷하게 책정했다면서 강사가 오히려 비용을 올려달라고 하기 때문에 크게 남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청각은 대중교통편이 없어 자가용 또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셔틀버스는 무료이며 삼청각∼경복궁∼인사동 입구∼삼성화재(롯데호텔 건너편)∼교보문고 정문 앞 등에 정차하며 오전 10시부터 30분 간격으로 오후 10시 30분까지 운행한다. 주차비는 차·식사 고객은 무료며 공연관람객은 3000원이다. 이외에는 최초 30분 3000원, 이후 10분당 1000원이다. 문의 (02)765-3700.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28일 TV 하이라이트]

    ●우리말 우리글(EBS 오후 4시40분) 첫째 마당 ‘살려 쓰기’에서는 다양한 바람의 이름에 대해 알아본다. 바람이 부는 여러 상황과 그에 알맞은 이름들을 영화 속에서 찾아본다. 둘째 마당 ‘바로 쓰기’에서는 ‘맑디맑은’을 어떻게 읽어야 정확한 발음이 될지 함께 풀어본다. 셋째 마당 ‘새로 쓰기’에서는 ‘바람’과 관련된 외래어를 알아본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10시25분) 오랜 내전을 겪은 캄보디아는 산업 기반이 거의 없어 인구의 3분의1 이상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아시아 최빈국. 이곳 지방 사람이 수도인 프놈펜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가난한 시골출신들은 옥상에서 어렵게 살지만 가족의 생계 때문에 변두리로 이사갈 수도 없다. ●사랑찬가(MBC 오후 7시55분) 결국 소라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은 새한은 온몸에서 기운이 다 빠져 휘청거리며 사무실로 향한다. 새한에게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은 소라는 당장 순진을 찾아가 새한과 무슨 약속을 한 것이냐며 소리치지만, 순진은 소라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는다. 한편, 머리를 다친 수정은 경련을 일으키며 응급실로 실려간다. ●일요일이 좋다(SBS 오후 6시) 조금씩 밝혀지는 60년전 사랑의 비밀. 혜빈과 시경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의 기적을 그린 ‘환생연’. 사내 같은 여형사지만 뼈대 있는 종갓집 손녀딸인 이진이 정략 결혼을 피하기 위해서 후배 형사를 애인이라며 집에 데리고 가서 생긴 해프닝을 그린 ‘종갓집 사위되기’와 ‘대결 반전드라마’두 편을 보여 준다. ●불멸의 이순신(KBS1 오후 9시30분) 노량에 매복해 있던 조선 수군은 적선이 노량을 통과하기만을 기다리다가, 이윽고 공격을 시작한다. 기습공격에 놀란 일본 수군이 진로를 틀자 조선 수군은 적을 향해 무섭게 돌진해 간다. 퇴각하는 일본 함선들. 그러나 와키자카만은 이순신을 죽이지 않는 한 퇴각할 수 없다며 마지막 일전을 준비하는데…. ●도전 지구탐험대(KBS2 오전 8시50분) 여성에게 선택받기 위해 화장을 하는 여장남자 부족 카메룬 보로로족.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숭배하는 보로로족은 매년 ‘미와 사랑의 의식’이라는 괴레올 축제를 벌인다. 사랑을 얻기 위해 화장을 하고, 강한 남성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과감하게 결투를 벌이는 보로로족을 탤런트 이영호가 찾아간다.
  • [문화마당] 가을의 소리/김용택 시인·교사

    문을 열어 놓고 자는 여름이면 더위 때문에 종종 새벽에 잠을 깬다. 차 소리들이 하도 시끄러워 지금이 몇 시인데 저렇게 차들이 돌아다니고 있는지 궁금하여 시계를 보면 3시일 때도 있고 4시일 때도 있다. 전주에 온 지 7,8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새벽에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이 세상의 모든 생물들은 밤이 되면 자야 한다고 나는 알고 있다. 나무들도 꽃들도 사람도 닭도 소도 그리고 강물 속에 사는 물고기도 잠을 자는 걸로 나는 알고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횃불을 가지고 강물에 나가 강물 속을 훤히 비추어 보면 커다란 고기들이 얕은 물가에 나와 조는 것을 많이 보았다. 눈을 뜬 채 죽는 물고기마저도 그렇게 잠을 자는 마당에 하물며 사람들이 그렇게 잠을 안 자고 멀쩡하게 새벽까지 돌아다니는데 어찌 내가 놀라지 않겠는가. 도시의 밤을 돌아다니며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멀쩡하게 살아 있는 나무에 감아 놓은 작은 알전구들이다. 밤이 되어도 환한 불빛과 자동차 소음 때문에 편히 쉬지 못하는 나무들에게 밤새워 알전구 불을 켜 놓으니, 나무들이 어떻게 한 순간인들 편하게 잘 시간이 있겠는가 말이다. 그렇게 불을 켜 놓은 것도 모자라 어떤 집은 그 알전구 불을 저녁 내내 깜박거리게 한다. 나무에 감아 놓은 전구들이 깜박거리는 것을 보면 나는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어느 여름날 밤 서울 강남 터미널 앞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서 있었다. 어?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린가!밤인데 매미가 울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매미가 밤에 울다니, 이건 제 정신이 아니었다. 밤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 매미들은 악을 쓰며 울고 있었다. 차 소리를 이기려는 듯한 그들의 악쓰는 소리는 바로 악쓰며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우리들에게 한 번 물어 보자. 우리들이 사는 것이 지금 제 정신으로 사는가? 아무튼, 너무 더워 잠이 깨어 가만히 누워 있으면 새벽을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어쩔 때는 오토바이가 어찌나 큰 소리로 속도를 내며 달리는지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을 들여다볼 때도 있다. 새벽이어서 차들이 과속들을 하는지, 몇 분을 주기로 ‘끼이익’ 하는 소리가 들린다.‘끼이익’ 하는 소리만 들릴 때도 있고,‘끼이익’ 하는 소리와 동시에 ‘퍽’ 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그러면 반듯이 또 ‘비요비요’ 하는 소리가 뒤따른다. 오늘 새벽에도 나는 잠이 깨었다. 오늘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차들이 달리고,‘끼이익’하는 소리가 더러 들리고 ‘퍽’ 하는 소리에 뒤 이어 ‘비요비요’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너무나 큰 ‘퍽’소리와 요란한 ‘비요비요’ 소리를 귀 기울여 듣다가 나는 그 요란한 소리 속에서 아주 색다른 소리를 들었다. 나는 눈을 뚝 떴다. 풀벌레 울음 소리였다. 어쩐지 어제 저녁 갑자기 바람의 느낌이 달라졌나 싶었는데, 풀벌레 울음소리가 그 선선해진 바람결을 따라 온 모양이다.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풀벌레 울음소리를 찾아 들으며 누워 있는데 이번에는 다시 또 다른 소리가 들린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오! 아파트 바로 앞 텃밭에서 호미로 땅을 긁고 파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시골에 살 때 어머님께서 새벽 강을 건너가 밭을 맬 때 땅을 파면 호미 끝에 걸려 뒹구는 자갈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까지. 나는 얼른 일어나 베란다에 서서 아직은 어둑한 밭을 손보고 있는 할머니들의 정겨운 모습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흙에서 들리는 생명의 소리들이 도시의 소음을 뚫고 내 귀를 씻고 있다.
  • [레저+α] 피서 절정, 야외공연으로 세계를 즐겨볼까

    [레저+α] 피서 절정, 야외공연으로 세계를 즐겨볼까

    ●2명이 떠나면 1명의 항공료가 1240원? 클럽메드(www.clibmed.co.kr)는 9월 중 발리, 빈탄, 푸껫 등 3지역의 상품을 구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성인 2명이 떠나면 성인 1명의 항공료를 1유로(1240원)만 받는 ‘클럽메드 1유로 패키지’를 실시한다. 2·9일 출발하는 발리 4박5일 상품은 1인당 156만 1000원이지만 동반 1인은 81만 7400원,2·9·23·29·30일 출발하는 빈탄 3박5일 상품은 1인당 125만 4000원이지만 동반 1인은 62만 9400원,1·8·29·30일 출발하는 푸껫 3박5일은 1인당 117만 7000원이지만, 동반 1인은 54만 8400원이다.(02)3452-0123. ●10일부터 키즈놀이스쿨 회원접수 삼성어린이박물관(www.samsungkids.org)은 10일부터 5∼7세 미취학 어린이들의 표현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 ‘키즈놀이스쿨’ 가을학기 회원 접수를 시작한다. 키즈놀이스쿨은 5세와 6∼7세반(각 15명씩)으로 나눠 박물관 전문교사가 엄선한 세계 전래 동화 그림책을 감상하고, 책속의 미술, 신체, 음악 등의 주제별 놀이를 체험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수업은 9월6일부터 11월25일까지 주 1회(화∼금) 12주간 실시된다. 참가비는 18만원(신규가입비 2만원 별도).(02)2143-3600. ●경기도 세계야외공연축제 오세요 세계야외공연축제 2005 경기(ww w.ioaf.or.kr)가 5일부터 9일까지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양수리)의 강변특설무대 등 가평·구리·남양주 등 4개 시·군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에는 중국 소림사의 무술을 공연으로 만든 ‘소림웅풍’ 등 4개국 30편이 초청됐다. 관람료는 일본 신주쿠양산박의 ‘바람의 아들’(예매시 1만원, 현장 구매시 1만 5000원)을 빼면 모두 무료.(031)592-5993. ●태백컵 KMRC 슈퍼레이스 태백컵 KMRC 슈퍼레이스가 10월2일 강원도 태백시 동점동 ‘태백준용 서킷’에서 열린다. 이 경기는 자치단체로서는 처음 주최하는 행사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를 벗어나 최고속도 250㎞/h에 달하는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가 펼쳐진다. 태백서킷은 길이 2.5㎞, 직선코스 900m, 관람석 4000석 규모이며, 상금 규모도 총 상금 3000만원으로 역대 국내 경기 중 최고다. 특히 경기장을 찾는 관람객을 위해 특별열차가 운행될 예정이며,3일 시작되는 ‘태백제’ 등 주변 관광지와 연계된 행사로 마련된다. ●국내 우수관광 상품 20선 한국관광공사는 ‘남도 판소리 체험 테마기행’(목포문화방송)을 상반기 최우수 관광상품으로 선정하는 등 ‘국내 우수관광 상품 20선’을 선정, 발표했다. 공사는 또 ‘서편제의 청산도 또는 예쁜섬 보길도’(솔항공여행사)와 ‘웰빙 제주∼, 테라피 투어∼’(탐라산업개발) 등 2개 상품을 우수상에,‘남도 체험­차밭아리랑’(키즈투어넷)과 ‘오감만족 남도기행’(현대드림투어),‘바다! 요트&자전거가 있는 풍경, 토영마실(여행가는날),‘행복섬 임자도와 보물섬 증도’(솔항공여행사) 등 4개 상품을 장려상에 선정했다.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국악입문 25년 ‘국민 소리꾼’ 장사익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국악입문 25년 ‘국민 소리꾼’ 장사익씨

    열정과 사랑으로 휘감는다. 생명과 환희로 빚어낸다. 시원(始原)은 흥얼거림이다. 즉흥적이지만 틀을 깨며 희로애락을 넘나든다. 고요인가 싶더니 폭포수처럼 토해낸다. 맞다. 작곡이라는 개념을 벗어던진다. 국악 시 가요 재즈를 끌어들여 온갖 고생으로 살아온 몸과 마음에 절인다. 반주라야 북이나 피아노, 하지만 절묘한 생동감의 조화를 이룬다. 행복을 기원하는 소망이 있고, 장아찌같은 맛깔스러움으로 다시 듣고 싶어진다. ●박자틀 깬 특유의 창법 “하얀 찔레꽃/순박한 찔레꽃/별처럼 슬픈 찔레꽃/달처럼 서러운 찔레꽃/찔레꽃 향기는/너무 슬퍼요/그래서 울었지/밤새워 울었지/아, 노래하며 울었지/아, 춤추며 울었지/아, 당신은 찔레꽃”(장사익 시·곡 ‘찔레꽃’) ‘국민소리꾼’ 장사익(57)씨. 전직 카센터 직원, 독서실 운영, 가구점 총무, 전자회사 직원, 보험회사 직원…. 방랑과 고난의 길에서 느즈막한 마흔여섯에 ‘찔레꽃’으로 정식 가수가 됐다. 이후 특유의 창법으로 ‘장사익 류(類)’라는 새로운 음악적 장르를 구축하면서 ‘이 시대의 소리꾼’으로 자리매김했다. 요즘에는 더욱 절정의 소리를 토해낸다. 속도경쟁의 무한시대를 비웃듯 ‘느림의 미학’으로 팬들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는다. 오라는 곳도 많고 갈 곳도 많다. 돈이 되든 안되든 ‘뒤풀이’자리를 좋아한다. 그럴 때마다 기립으로 노래를 따라하니 이보다 더 아니 좋을 수 있으랴. 장씨는 올해로 국악에 입문한 지 25년을 맞는다. 서울 종로구 홍지동 자택에서 만났다. 갈옷차림으로 환하게 웃으며 집앞까지 마중 나왔다. 원래 바쁜 일정으로 인터뷰를 사양했다. 또 언론에 등장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집은 가파른 북한산 자락에 떡하니 걸터앉은 듯했다.10여평의 잔디마당에 들어서자 바람의 종소리가 먼저 들려왔다.‘학교종이 땡땡땡’을 비롯, 절간 처마밑에 달린 풍경(風磬) 등 10여개가 마당 한켠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손님을 맞았다. 장씨는 “이놈들은 가끔 오케스트라처럼 반주역할을 한다.”며 웃는다. 이때 참새 몇마리가 휙 날아간다. 세숫대야 크기의 물받이 돌그릇이 동시에 눈에 들어왔다.“저긴 참새들이 목마를 때 잠시 들렀다 가는 놀이터”라고 했다. 또 마당 한가운데에는 높이 1m가 채 안되는 ‘토(土)장승’이 몇개 있었다. 노래부르는 장씨 자신의 형상도 있었다. ●북한산자락서 신선처럼 여유 이어 2층으로 올라갔다. 탁 트인 통유리의 벽이었다. 시골집 대문짝이 바닥에 고즈넉하니 놓여 있었다. 응접용 테이블이었다. 앉자마자 눈앞에 인왕산이 병풍처럼 쫙 펼쳐진다. 문득 이보다 더 좋은 집터가 있을까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저쪽은 인왕산 정상으로 뻗는 바위능선이지유. 코끼리 콧잔등처럼 생겼시유. 매일 만나지유.” “인왕제색도가 따로 없군요.” “호텔비 내고 살아유. 집은 (죽을 때)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잖아유. 섬이나 마찬가지예유.” “저걸 바라보노라면 저절로 소리가 나오겠습니다.” “편하게 잠만 자지유.” “경치가 워낙 좋아 부부싸움도 안하시겠네요.” “왜유, 계속 해유.” 이때 병풍에 쓰인 ‘백년가약서’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하늘 고완선(부인 이름)과 땅 장사익은 금후(今後) 100년 동안 항상 사랑하고 존경하고 늘 행복함을 유지시킨다는 약서(約書)를 씁니다. 단,100년후에는 영원(永遠)으로 계약조건을 변경합니다.’부부의 자필사인도 새겨져 있었다. 러브스토리를 물었더니 “우리 집에는 TV도 없다.”고 동문서답이다. “저 콧잔등 바위는 몇수억년됐지유. 여기 앉아 있으면 (자연의)소리와 풍경이 들려오는 것 같아유. 우리가 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유. 나무들을 보세유, 사람은 더우면 이동하지만 나무들은 서로 싸움을 안해유.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겨울이 되면 옷을 홀랑 벗더라도 그대로 서 있지유. 나무와 풀들이 바로 저한테 선생이예유.(사람들은)마음이 오염되면 흰 것을 희게 보지 않아유.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집착을 버려야 일이 되는 것 같아유.” 서울을 떠난 지 40년이 됐어도 순도 100%의 고향사투리는 여전히 버리지 않고 품고 있었다. 잠시 창밖을 응시한다. 지나온 과거가 생각났던지 “빗자루로 쓸면서 걸어왔다.”고 했다. 처음부터 노래를 하려고 욕심을 냈으면 아마 오늘날의 자신과는 많이 차이가 났을 것이라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노래는 듣는 사람이 공감해야 자신의 소리를 스스로 평가해 달라고 하자 “기쁨과 슬픔,(노래를)들었을 때 ‘아, 그거 내 얘기야.’라는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대신했다. 요새 다들 빨리 가지만 느림속에서 거꾸로 가자, 박자 같은 걸 해체하고, 틀에 박힌 것보다는 정서속에서 삶의 진실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의 첫소절 중 ‘헤일 수 없이∼’에서 ‘헤’를 길게 강약을 주면 단어 하나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고 했다. 장씨는 새우젓으로 유명한 충남 홍성군 광천읍 광천리 삼봉마을에서 7남매중 맏이로 태어났다. 위로 누님 한명, 남동생 둘, 여동생 셋이 있다. 소리의 기질이 많은 부친은 당시 소문난 장구잡이였다.5일시장 등을 다니며 장사를 했지만 7남매 식구들을 겨우 키워낼 정도의 평범한 농가였다. “지가유, 초등학교 5학년때 웅변을 했시유. 동네 뒷산에 올라 소리를 가다듬는 것이 버릇이 됐지유.5년동안 그렇게 하다 보니 소리가 터졌다고 하데유. 가수 남일해 남인수 박재란씨의 가요도 많이 불렀지유.” 웅변할 때는 정치가가 되는 게 꿈이었으나 곧 ‘밥만 먹고 살자.’로 선회했다. 그래서 1965년 상경해 선린상고에 진학했다. 전 프로야구 선수 김우열씨와 동기동창이다. 역도부 학생들이 입장권을 주며 야구장으로 몰아내는 바람에 야구 구경도 많이 했다. 고 3때 종로 화신백화점 근처의 고려생명보험회사에 취직했다. 이때 인근 낙원동 음악학원에 다니며 노래연습을 했다. 직장생활 3년후 군입대를 했다. 공병주특기였지만 소리솜씨가 좋아 31사단 문선대에서 근무했다. 나훈아 배호 신중현 등의 노래를 워낙 잘 불러 문선대의 대표가수로 활약했다. 72년 제대후에는 가수의 길로 나서고 싶었지만 돈도 없고 또 장남의 도리를 할 겸 직장을 구했다. 작은 무역회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74년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실직했다. 여기저기 직장을 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전자회사 영업사원도 해보고 노점상도 했다. 공부를 하고 싶어 야간대학에 다녔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결혼해 아이들을 낳아 쪼들림의 연속이었다. ●단소,·피리 등 대부분 독학으로 익혀 10여년 방랑끝에 84년 서울교대 뒤쪽에서 독서실을 운영하면서 사업의 길로 들어선다.2년 후에는 무역회사를 차렸지만 곧 문을 닫아 다시 백수생활로 돌아갔다. 그러던 90년 매제의 도움으로 카센터에 취직했다. 직책은 ‘사무장’이었지만 오는 손님들한테 커피를 타주고 말을 걸어주는 ‘시간땜방’이었다.3년을 그렇게 보냈다. 92년말이었다.‘이모양 이꼴로 살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이듬해 국악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사실 80년부터 국악에 입문해 공부를 계속해 왔던 터였다. 처음 1년동안 단소를 배웠고,5년 동안 피리를 익혔다.86년에는 태평소를 배웠다. 스승에게 사사받기도 했지만 대부분 독학이었다. 93년에는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을 따라 전국을 돌아다녔다. 때마침 그해 전주대사습놀이에서 ‘공주농악’으로 장원에 뽑혔다. 또 전국민속경연대회에서 ‘결성농요’로 대통령상을 탔다. 이듬해 전주대사습놀이에서도 ‘금산농악’으로 장원에 올랐다. 94년 11월 주위의 권유로 서울 신촌에서 첫공연을 했다.100석규모의 극장에는 300여명이 몰려 대성황을 이루었다. 자고나니 스타가 된 기분이었다. 내친김에 1집앨범 ‘하늘가는 길’을 발표하면서 정식 가수로 데뷔해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엄청 고생했시유. 다 말로 표현할 수 있남유. 울며 웃으며 예까지 왔지유. 한국적인 된장냄새로 삶의 진실과 정직을 담아내야지유.” 아들 둘은 현재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피리연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 1949년 충남 홍성 출생 ▲ 68년 선린상고 졸업, 고려생명보험 입사 ▲ 70년 육군입대 ▲ 72년 문선대 활동후 제대, 무역회사 입사 ▲ 80년 국악입문. 정악피리와 태평소·대금산조 등을 배움 ▲ 84∼86년 독서실 운영 ▲ 90∼92년 카센터 근무 ▲ 93년 사물놀이와 농악활동 ▲ 94년 장사익 소리판 ‘하늘가는 길’로 가수 데뷔 ■ 음반 하늘가는 길, 기침(98년), 허허바다(2000년), 꿈꾸는 세상(2003년) ■ 공연활동 96년 세종문화회관대극장에서 ‘장사익소리판 하늘가는 길’ 공연 이후 국내 및 해외공연 60여차례. ■ 상훈 전주대사습놀이 ‘공주농악’장원(93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결성농요’로 대통령상 수상(93년), 전주대사습놀이 ‘금산농악’ 장원(94년),KBS국악대상 ‘뜬쇠사물놀이’ 대통령상(95년),KBS국악대상 ‘뿌리패사물놀이’금상(96년)
  • 사륜오토바이로 대관령 넘기

    사륜오토바이로 대관령 넘기

    빌딩 숲에 갇혀 사는 현대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일상의 탈출을 꿈꾼다. 파란 하늘, 푸른 초지가 펼쳐진 곳으로 말이다. 이런 도시인들을 위해 바로 강원도 삼양 대관령목장이 있다. 그곳에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어머니의 품 같은 푸른 초원과 잠시나마 일상을 떠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각종 레포츠가 즐비하다. 삶에 지친 도시인들이여, 일상을 털어버리고 떠나자. 아늑하고 재미 넘치는 삼양 대관령목장으로….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회색 하늘과 잿빛 도시가 싫을 때면 연초록색이 구원이 된다. 눈도 마음도 식힐 수 있는 곳, 삼양 대관령목장. 이곳에 가면 알프스를 배경으로 외국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좋은 착각에 빠져든다. ●초록의 아름다움을 찾아 영동고속도로 횡계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횡계 시내를 거쳐 이정표를 보고 목장으로 향했다. 울퉁불퉁 비포장도로. 참 오래간만에 달려보는 길이다.20여분쯤 달리자 목장입구가 나온다. 양, 오리, 토끼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조금 오르자 부릉부릉∼왕 하는 소리와 함께 산악오토바이(ATV)를 배우는 사람들이 소란스럽다.“힘 빼세요. 겁 먹지 말고. 핸들을 돌려요.”라는 교관의 외침과 “맘대로 안 돼요.”라는 초보자들의 항변을 뒤로하고 목장을 구경하러 차를 몰고 올라갔다. 그러나 목장 지도를 보니 난감했다. 목장 탐방객이 차를 몰고 갈 수 있는 순환도로만 22㎞. 트레킹, 탐방로 등과 개방하지 않은 도로까지 합치면 120㎞가 넘는 도로가 나있다. 어디로 갈까…. ●초록의 바다에 빠져 1단지 축사를 지나 차를 멈췄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연초록의 바다. 바람에 물결치듯 흔들리는 풀들의 모습에 잠시 말을 잊고 서있었다. 아름다운 둔덕의 곡선을 따라 겹겹이 펼쳐지는 초원. 외롭게 언덕 위에서 맞바람을 맞으며 우뚝 서 있는 소나무가 낯선 이방인처럼 느껴진다. 차에서 내려 나무 아래로 다가가 초원을 한참이나 서성거렸다. 여기저기서 초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선남선녀들이 보인다. 초원 속에 있는 그들은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인 양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마치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요. 랄랄∼라.”노래를 부르며 초원을 걷는 정민정(25·인디자인 디자이너)씨.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남자친구와 꼭 다시 올 거예요.”라는 김순옥(22·스쿨아트 프로그래머)씨. 그들은 자신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고 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처음 보는 초원과 자신이 하나임을 느끼고 있었다. ●ATV를 타고 초록의 바다를 헤엄치며 갑자기 저편 언덕에서 이상한 물체들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마치 딱정벌레처럼 초원을 무리지어 올라오는 것은 산악오토바이인 ATV였다. 초원 사이를 누비며 달리는 그들은 마치 초원과 함께 숨쉬는 것 같았다.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파란 하늘, 푸른 초원, 시원한 바람 더 이상 뭐가 필요하겠어요. 너무너무 좋아요.”라는 문현경(39·중앙엔지니어링 과장)씨. “시야가 탁 트여 눈이 시원해요. 울퉁불퉁 오프로드를 달리는 것도 색다르고 스릴 있습니다.”라는 문경업(28)씨.“무엇보다도 파란 초원과 내가 하나된 듯한 느낌이 정말 좋습니다.”라는 윤현철(27)씨. 그들은 초원을 사이로 사라졌다. ‘나도 타야겠다!’며 다들 차를 몰고 동해전망대로 올라간다. 중간중간에 ‘가을동화’의 준서은서 나무,‘태극기 휘날리며’‘바람의 파이터’‘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등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한 곳이라는 표지가 되어 있다. 자동차로 목장 전역을 돌아볼 수 있는 것이야말로 삼양목장의 특징. 무려 2시간이 걸린다. 사무실 앞에서 ATV를 빌려 타고 다시 목장을 오른다. 자동차 도로가 아닌 푸른 초원 사이로 난 소로를 타고 달린다. 부∼앙 정말 초원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기분은 ‘죽음’이다. 몸과 마음으로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과 신선한 공기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초지에서 느끼는 자유와 해방감이란…. ATV는 바퀴가 네 개인 만큼 크게 위험하지 않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그리 어렵잖게 탈 수 있다. ●구름이 만들어 내는 마술 언덕을 힘차게 올라 동해전망대에 올라섰다. 순간 강릉쪽에서 구름이 대관령을 넘어 목장을 감싼다. 정말 순간이다. 놀랍다.3∼4m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안개가 낀 것 같다. 동해바다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지는 못했어도 초원의 바다에 풍덩 빠져보아 아쉬움은 남지 않는다. “원래 이곳은 기상변화가 심해요. 파란 하늘이 금방 구름으로 뒤덮이거나 그 많은 구름이 순간에 파란 하늘로 변해버리기도 합니다.1시간만 기다리면 아마 구름이 걷힐 겁니다.”라는 삼양목장의 김건수 부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구름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바람을 타고 구름이 지나간다.1시간만에 거짓말처럼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2시간 동안 ATB여행은 짜릿한 스릴보다는 자연과 함께 있다는 느낌에 너무나 좋았다. 저만큼 초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한 무리의 젖소.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바다를 마주할 때보다 훨씬 마음이 차분해지고 가슴이 뻥 뚫린 느낌이다. 목장에서 소의 모습을 아무때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전 10시에서 12시까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방목을 한다. 하지만 목장이 워낙 넓어 이런 풍경을 보는 것이 쉽지 않다. ●목장에서 별걸 다하네 삼양목장에서는 산악자전거와 오토바이는 기본이고 서바이벌, 자동차 오프로드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다만 초지에는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된다. 초지의 풀은 잔디와 달라 사람이 밟으면 금방 죽는다. 때문에 길로만 다녀야 한다. 아이들을 위한 송어낚시 체험, 오리, 양, 토끼들을 만지고 먹이를 줄 수 있는 미니 농장도 있어 가족 나들이로도 좋다. ●연인과 아이의 손을 잡고 트레킹이라면 ‘힘들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하지만 목장에서의 트레킹은 다르다. 일단 날씨가 선선해서 좋다. 아직도 최저 기온이 섭씨 0도 가까이 내려가 운동하기에는 그만이다.1단지 뒤쪽으로 야생화 탐방로가 있다. 약 2시간 코스로, 목장이 아니라 깊은 계곡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걷다 보면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는 야생화들을 만날 수 있다. 제일 먼저 반겨주는 꽃은 발레리나 같은 모습의 하얀 얼레지. 동의나물, 양지꽃, 현호색, 제비꽃도 눈에 띈다. 큰개별꽃, 노루귀, 괭이눈의 아름다운 모습을 따라 걷다 보면 한두 시간은 금방 간다. 아이와 연인의 손을 잡고 걷다 보면 사랑도 깊어진다. 풀향기 꽃향기 가득한 길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3시간 정도 걸리는 소황병산 트레킹 코스도 좋다. 남한강물 발원지쪽은 물이 깨끗해 계곡물을 그냥 마실 수 있고 여름에는 더위를 식히기에도 좋다. ■ 대관령 목장은 동양 최대규모의 삼양 대관령목장은 해발 850∼1470m 강원도 대관령 일대 600만평의 고산 유휴지를 개발해 초지로 일군 곳이다. 산지 축산을 선도한 곳으로 푸른 초원과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떼와, 멀리 강릉과 주문진 시내 너머 동해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목장의 정상인 황병산에서는 동쪽으로 강릉 경포대, 주문진, 연곡천, 청학동, 소금강 계곡을 볼 수 있고 서쪽으로는 목장 전경이 그대로 시야에 잡힌다. 가족 단위의 교육과 휴식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레포츠 활동과 다채로운 이벤트가 펼쳐지고 수려한 경관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 알고 가세요 삼양 대관령목장을 여행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있다. 매주 주말과 공휴일 아침 7시30분 종로에서 출발해 목장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상품은 4만 3000원. 오전에 목장 투어를 하고 오후에 ATB를 타는 상품은 5만 9000원이다. 영동고속도로 횡계인터체인지→횡계 시내 로터리에서 좌회전→약 6㎞ 직진. 삼양 대관령목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 목장내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숙소도 있다. 방 2개와 다락방이 있는 별장민박은 ‘가을동화’에서 준서와 은서가 하루를 지냈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평일 13만원, 주말 18만원. 콘도형 숙소인 숲속산장과 꽃밭양지는 8명 기준으로 평일 8만원, 주말에는 13만원이다.
  • [서울이야기] 난지도 월드컵 공원

    [서울이야기] 난지도 월드컵 공원

    쓰레기 산이었던 난지도는 이제 맹꽁이가 울고 시민들이 즐겨찾는 쉼터로 자리잡았다.1998년 10월 난지도 일대에 월드컵 주경기장 건설이 시작되면서 1999년 초부터 그 주변을 체계적으로 개발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쓰레기 매립지의 북측 80여만평에는 디지털미디어시티를 포함한 상암뉴타운을 개발하는 동시에 매립지 일대를 5개 단지로 구분하여 공원으로 조성하는 내용이다. 기본계획에 따라 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 앞 13만 5000평은 새천년 환경시대의 개막과 월드컵 경기개최를 기념하는 평화의 공원으로 조성됐다. 하천의 기능을 잃어버린 8만 9000평의 난지천에는 한강물을 난지천으로 흐르게 해 친수환경과 수변생태계를 복원했다. 미개발상태인 난지한강시민공원부지 23만 5000평에는 선착장 등 친수공간과 생태공원 등 난지한강공원을 조성했다. 평화의 공원에 인접한 매립지 상부는 초지생태공원인 하늘공원으로, 또 다른 매립지 상부 10만 3000평은 대중생태골프장과 생태관찰원이 포함된 노을공원으로 태어났다. 이제 난지도를 감싸고 도는 봄내음을 맡으며 산책을 나서 보자.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만남, 평화의 공원 월드컵공원 전체를 대표하는 평화의 공원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새천년에 이루어야 할 자연과 인간, 문화의 공존과 공생 그리고 세계인이 화합할 때 비로소 도래하는 ‘평화’를 기원하는 공간이다. 유니세프광장은 미래지향적인 열린 광장을 의미하며 한강의 지류를 끌어들여 자연의 정취를 그대로 담은 7400평의 난지호수 둘레에는 물풀이 자라고 있다. 그 안에 ‘생명의 나무 천만 그루 심기’운동으로 조성된 희망의 숲과 월드컵공원 전시관은 이 공원 안의 다른 녹색정원과 더불어 휴식공간이자 살아있는 자연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하늘과 맞닿은 초원, 하늘공원 하늘공원은 월드컵공원 중 가장 하늘과 가까운 곳에 있다. 북한산 남산 한강 등 서울의 풍광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드넓은 평지에 북쪽에는 억새와 띠를, 남쪽에는 메밀, 해바라기 등을 심어 동식물의 서식지가 될 광활한 초지를 조성했다. 또한 2000년부터 3만 마리 이상의 나비를 풀어 나비공원이 되도록 했다. ●서울의 석양이 가장 아름답게 펼쳐지는 곳, 노을공원 노을공원은 대중골프장과 자연식생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식물이 자라는 곳), 산책로 등 시민이용공간으로 조성됐다. 대중골프장 조성은 앞으로 20년간 진행될 안정화기간에 지반을 안정시키고 동시에 환경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임시조치다. 넓은 잔디밭으로 조성된 진입광장은 휴게 및 운동공간으로, 바람의 광장과 서쪽의 노을광장에서는 서해의 낙조 등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생태관찰공원과 야생화단지는 토지의 안정성을 높이고, 야생동물의 서식처가 되고 있다. ●버들강아지 피어나는 난지천공원 난지천공원은 그동난 쓰레기 침출수로 오염된 채 방치되어 있던 난지천을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물고기와 새가 떼를 지어 찾아드는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했다. 그리고 하루 5000t 가량의 난지 호수 연못물을 하천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갈대와 버들이 우거진 하천공원으로 조성됐다. 인근에는 5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는 푸른 숲이,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 도로, 인라인 스케이트장 등 여가시설이 있다. 특히 천변공터에는 일반시민은 물론이고 장애인, 노인, 청소년을 위한 별도의 휴게공간이 조성됐다. ●강변의 정취, 난지한강공원 난지한강공원은 하천의 자연성과 시민이용을 조화시킨 공간이다. 상류측은 유람선 선착장, 요트장, 캠핑장 등의 친수활동구역이다. 중앙에는 운동장, 잔디마당이 있는 완충녹지구역, 하류측에는 생태공원구역이 들어섰다. 범람이 잦은 시민공원 특성상 수리적 안정성을 최대한 고려했다. 한강의 여러 명소를 잇는 유람선을 운영, 육로와 함께 월드컵공원의 또 다른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다시 찾아온 야생동·식물 쓰레기 매립이 끝난 1993년부터 사람의 간섭이 점점 줄어들게 되자 난지도에는 새로운 생명들이 깃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생명들은 또 다시 다른 생명들을 불러 모았다. 다양한 생물들이 살게 된 난지도에 보호할 가치가 있는 동물들도 찾아오고 있다. 매립가스, 건축 폐자재 등 악조건에서도 봄이면 능수버들의 연둣빛 잎이 아름답고,5월이면 아카시아 꽃향기가 코를 간질거린다. 지금 매립지 사면에는 가중나무가 가세해 세력을 넓히고 있다. 이 밖에도 구기자, 참오동, 층층나무, 고욤나무, 비술나무, 복사나무, 벚나무, 모과나무, 회화나무 등도 하늘공원의 사면과 노을공원의 사면에 자리 잡고 살아가고 있다. 매립지 상부에는 차단막을 깔고 약 1m깊이로 흙을 얇게 덮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큰 나무를 심지 않았다. 그래서 하늘 공원 위에는 나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생명의 힘은 놀라워 몇 그루의 나무가 제 스스로 터를 잡았다. 붉나무, 아카시아, 가중나무, 참싸리 등이 그들이다. 나비와 무당벌레 등 곤충과 여러 가지 새, 그리고 양서류 등의 다양한 동물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난지도를 푸르게 만드는 것은 풀이다. 현재 난지도에는 400여종이 넘는 식물이 살아가고 있다. 그 중 100여종은 귀화식물이다. 그래서 난지도의 별명은 귀화식물의 천국이다. 난지도의 초지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무척 궁금하다. 하늘공원을 걷노라면 수많은 곤충과 함께 나불대며 날아다니는 배추흰나비, 네발나비, 노랑나비 등을 쉽게 말날 수 있다. 서울의 어느 지역보다도 많은 수의 나비를 만날 수 있다. 난지도를 대표하는 동물이라면 단연 맹꽁이를 꼽을 수 있다. 과거에는 흔히 볼 수 있었던 맹꽁이가 환경이 나빠지면서 우리 곁을 떠나 환경부에서는 보호야생동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난지도에서는 장마철에 시작되는 맹꽁이 울음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이 밖에도 무당개구리, 두꺼비, 참개구리, 아무르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 황소개구리 등 남한에서 볼 수 있는 양서류 총 18종 중 8종이 살고 있다. 특히 맹꽁이와 청개구리, 참개구리는 이곳에서 번식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겠지만, 난지도에는 다양한 종류의 파충류도 함께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파충류 27종 중 살모사, 쇠살모사, 누룩뱀, 유혈목이, 줄장지뱀, 붉은귀거북 등 6종이 살고 있다. 난지도에는 또 새가 얼마나 살고 있을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 435종 중, 난지도에서 지금까지 관찰된 종은 약 90여종에 이른다. 여기에는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솔부엉이, 수리부엉이, 소쩍새, 참매 등 5종과, 환경부지정 보호야생동물로서 조롱이, 새홀리기, 말똥가리, 수리부엉이 등 4종, 그리고 서울시 지정 관리야생동물로서 물총새, 오색딱따구리, 제비, 흰눈썹황금새, 박새, 꾀꼬리 등 6종이 포함되어 있다.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는 포유류로는 우리나라(북한 포함)에서 사는 102종 중 월드컵공원에서 서식이 확인된 종은 고라니, 멧돼지, 너구리, 족제비, 고슴도치, 안주애기박쥐, 멧밭쥐, 다람쥐, 청설모로 9종이지만, 확인되지 않은 종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난지공원을 찾는 이용객은 연평균 98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난지도를 생태적으로 복원하는 일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 이제 막 시작이다. 난지도 옛 이름에 걸맞은 시민과 야생동물의 진정한 쉼터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난지도 변천사 이름에서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난지도(蘭芝島). 난지도는 세월의 흐름속에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목가적인 풍경에서 쓰레기산으로, 다시 시민의 사랑을 받는 시민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난지도에서 쓰레기 산으로 난지도는 난초와 지초가 자라고 철따라 온갖 화초가 만발해 그 이름만큼 향기로운 난지도라 했다. 물이 맑고 먹이가 풍부해 겨울이면 고니 떼, 흰뺨검둥오리 등 수많은 철새들이 날아들었다.1970년대 중반까지 70여가구의 토착민들이 수수, 땅콩, 채소를 가꾸고 젖소를 기르기도 하는 등 목가적인 풍경을 지니고 있었다. 갈대숲이 아름다워 연인들의 데이트코스이자 영화촬영장소로 애용되던 낭만적인 곳이기도 했다. 꽃이 만발하고 철새들이 날아들던 난지도는 단 15년 만에 쓰레기 섬으로 그 모습을 완전히 바꾸었다.1978년부터 1993년까지 1000만인구의 거대도시 서울에서 배출된 모든 쓰레기가 이곳에 묻혔기 때문이다. 당초 서울시는 5년 가량 난지도를 쓰레기매립지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팽창하는 도시공간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쓰레기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1993년부터 수도권매립지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으나 그동안 난지도는 해발 100m에 이르는 쓰레기 산으로 변했다. 오늘 우리가 한강변에서 바라보는 난지도의 모습은 바로 쓰레기더미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환경오염 난지도는 한강의 범람으로 만들어진 퇴적층으로 섬의 북단을 끼고 난지천이 흐르고 있었다. 난지천은 홍수철에는 배수로의 역할을, 평시에는 습지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난지도에 쓰레기가 쌓이면서 이러한 모습은 점차 사라져갔다. 습지와 화초는 쓰레기에 덮였고, 난지천은 쓰레기에서 흘러나온 침출수로 채워졌다. 위생매립이나 복토와는 거리가 먼 단순투기방식(Open dumping)으로 매립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매립지 인근은 먼지와 소음으로 가득했다. 쓰레기의 분해산물인 메탄가스에 의해 1400회 정도의 화재가 발생했고 어떤 화재는 45일 동안 계속되기도 했다. 매립지를 관리하던 사람, 쓰레기더미를 뒤져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접근하고 싶지 않은 섬이 되었으며, 더이상 철새도 야생동식물도 찾아오지 않았다. ●시민공원으로 탄생 1993년 3월, 난지도로 향하던 서울의 쓰레기 차량은 수도권매립지로 방향을 돌렸다. 난지도의 임무도 끝이 났다. 그러나 쓰레기만 들어오지 않을 뿐 환경문제는 그대로였다. 이즈음 난지도 매립지의 이용방안에 대해 업계와 학계에서 몇 가지 청사진이 제시됐다. 대표적인 것이 ‘조기개발론’과 ‘안정화 장기개발론’이었다.‘조기개발론’은 쓰레기를 당장 파내어 새로 조성된 해안매립지로 옮기고, 택지나 업무지구로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반면에 ‘안정화 장기개발론’은 오염방지시설과 안정화 시설을 설치하고, 공원을 조성해 시민휴식공간으로 활용하면서 개발여건이 성숙됐을 때 장기개발에 착수하자는 주장이었다. 상반된 주장을 심사숙고한 끝에 서울시는 ‘안정화 장기개발론’을 선택했다. 여의도공원의 15배,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비슷한 105만평의 크기로 조성된 친환경공원인 월드컵공원은 이렇게 시작됐다. ■ 안정화 사업 4단계 쓰레기산 난지도를 시민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첫번째 노력은 안정화사업이었다.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가스와 오염된 물의 정화, 매립지의 안정화를 위해 1991년부터 1996년까지 5년 동안 설계에 들어갔다. 매립지 안정화 사업은 2001년 8월까지 공사완료를 목표로 시작됐다. 침출수 처리, 매립가스 처리, 상부 복토작업, 사면 안정화 등 네 가지가 관건이었다. 우선 침출수 처리를 위해 침출수가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매립장 둘레에 총 연장 6017m의 차수벽을 세우고, 차수벽 안쪽에 200m 간격으로 31개소의 집수정을 설치했다. 집수정의 오염된 물은 처리장에서 정화된다. 또 매립가스 처리를 위해 매립지 상부와 비탈면에 120m 간격으로 가스를 모아 뽑아내는 포집공을 40∼60m 깊이로 106개를 박았다. 여기에 14.1㎞에 이르는 이송관로를 연결해 가스를 뽑아내고 있다. 이 가스를 연료로 냉난방 에너지를 생산하여 월드컵경기장과 성산동의 아파트 4430여 가구에 공급하고 있다. 난지도는 일종의 발전소인 셈이다. 세번째 상부 복토작업은 매립지 내부로 빗물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고 매립가스 분출을 억제, 식물이 생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매립지 상부에 지지층(차수막의 훼손을 예방하기 위한 흙층), 차수막(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는 막), 배수층(차수막 위에 고인 물이 잘 빠지도록 하는 층), 식물생육토층(나무뿌리를 지지하고 수분을 공급하는 흙층), 표층(식물에 수분과 양분을 공급하는 흙층)을 층층이 쌓고 식물을 심었다. 마지막으로 사면 안정화는 불안정한 매립지 경사면을 보완하는 것으로서, 사면붕괴를 막기 위해 경사를 완만하게 조정하고,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토양층을 조성한 후 식물을 심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쓰레기산 난지도가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조용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환경연구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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