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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프타임]

    이승엽 연봉 8억원 동결 프로야구 삼성은 27일 내야수 이승엽(36)이 올해와 같은 연봉 8억원에 재계약했다고 밝혔다. 옵션 최대 3억원을 포함하면 이승엽은 11억원까지 챙길 수 있지만 옵션은 상호 합의 하에 밝히지 않는다고 삼성은 덧붙였다. 넥센의 마무리 손승락(30)도 올해보다 8000만원(44.4%) 오른 2억 6000만원에 재계약했다. 이세돌 3년 연속 바둑대상 MVP 이세돌 9단이 27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2012 바둑대상 시상식에서 기자단 등 선정위원단 득표의 45.45%, 인터넷 팬 득표의 47.36%를 얻어 3년 연속 바둑대상 MVP에 올랐다. 지난 2000년 파죽의 32연승으로 바둑문화상 최우수기사상을 처음 받은 이후 통산 여덟 번째다. 테니스協 남녀 대표팀 명단 발표 대한테니스협회는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사무국에서 강화위원회를 열고 남녀 각 8명의 대표팀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18년 만에 다시 열린 선발 1·2차전을 모두 통과한 남녀 각 4명과 국내 랭킹 각 1~2위, 추천 선수 2명씩으로 꾸려졌다. 다음은 대표팀 명단. ▲남자대표 정석영(건국대), 남현우(산업은행), 조민혁(세종시청), 나정웅(부천시청), 전웅선(구미시청), 임지섭(안성시청), 임용규(한솔테크닉스), 남지성(삼성증권) ▲여자대표 한성희(한솔제지), 이소라(원주여고), 함미래(NH농협은행), 강서경(수원시청), 김주은(고양시청), 김선정(구미시청), 류미(강원도청), 김지영(강원도청).
  • 이세돌 4년 만에 ‘명인’ 등극

    이세돌 4년 만에 ‘명인’ 등극

    이세돌(29) 9단이 4년 만에 명인 타이틀을 탈환했다. 이세돌은 26일 서울 홍익동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40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결승 5번기 최종국에서 흑을 잡고 백홍석 9단에 187수 만에 불계승했다. 1, 2국 패배를 딛고 3, 4, 5국을 내리 이긴 이세돌은 이로써 종합 전적 3승2패로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3일 세계대회인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했던 이세돌은 국내 대회인 올레배와 GS칼텍스배에 이어 명인전까지 석권, 올해만 4개의 타이틀을 수집했다. 이 9단은 올해 마지막 대국을 승리로 장식하며 59승1무25패, 승률 69%로 한해를 마감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한국·베트남 수교 20주년 특집] 현지업체 2개 가장 사랑받는 기업

    [한국·베트남 수교 20주년 특집] 현지업체 2개 가장 사랑받는 기업

    LS전선은 1996년 하이퐁에 LS·비나 케이블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베트남에 진출해 현재 호찌민 등 2개 현지법인에 7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생산되지 않던 전력 케이블과 통신용 케이블, 제어용 케이블 등을 자체 생산해 공급하고 있으며 호주와 싱가포르, 중동 등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 2010년 2억 8000만 달러, 2011년 3억 3000만 달러의 매출을 거두며 현지 경제발전과 고용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LS전선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베트남 정부의 2등급 노동 훈장과 국영매체 베트남이코노믹타임스 선정 골든 드래건 상을 받았다. 또 베트남 정부로부터 수출유공자상도 받으며 베트남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외국계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편 구자열 LS전선 회장은 2010년 5월 베트남 명예영사에 위촉돼 한국·베트남 간 문화교류와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민간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LS·베트남 바둑챔피언십 후원과 베트남 65주년 독립기념일, 베트남 문화관광 페스티벌, 한국·베트남 친선의 밤, 한국 오피니언 리더 대상 현지 문화 체험 등 중요 행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LS그룹과 함께 바둑 보급을 위해 LS·베트남 바둑 챔피언십을 운영하고 있다. 구자홍 LS그룹 회장과 구자열 LS전선 회장이 바둑 보급을 위해 시작한 이 행사는 후원한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전년도 우승자가 프로 기사로 활동하는 등 베트남에서 바둑과 대한민국을 알리는 외교 사절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LS전선은 대학생 해외자원봉사단을 선발해 ▲아동 의료서비스 지원 ▲현지 대학생 자매결연 ▲학교 교육환경 개선활동 ▲지역 문화체험 등을 진행하고 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조카 사랑 각별… 여동생과는 육영재단 운영권 다툼 후 소원

    조카 사랑 각별… 여동생과는 육영재단 운영권 다툼 후 소원

    박근혜 당선자는 독신이다. 역대 대통령 중 처음이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어머니 육영수 여사 사이 1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박 당선자는 어머니를 1974년 8월 15일 저격범 문세광의 손에, 아버지를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손에 잃는 비운을 겪었다. 여동생 근령(58)씨와 남동생 지만(54)씨, 이들과 결혼한 신동욱(44) 전 백석문화대 교수, 서향희(38) 변호사가 당선자와 가장 가까운 피붙이 및 배우자다. 지만씨 부부 외아들로 초등학교 1학년인 세현(7)군은 당선자의 유일한 친조카다. 박 당선자는 각종 인터뷰에서 “단란한 가족을 보면 저 가족의 행복을 지켜드리고 싶다.”고 말해 왔다. 비운의 가족사를 겪으면서 평범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내외는 당선자 남매를 엄격하게 훈육했다. 어린 시절 청와대 생활을 하면서 특권의식이 몸에 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박 당선자는 1999년 쓴 ‘나의 어머니 육영수’에서 어머니에 대해 “부드러운 성품이셨지만 훈육방식은 엄했다.”고 회고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당선자가 성심여중 때 우연히 관용차량을 타고 등교했던 날 따로 불러 꾸짖을 정도였다고 한다. ●친·외가 대식구… 정·관·재계 ‘화려’ 지만씨는 16살 때 어머니를, 육군사관학교 3학년인 21살 때 아버지를 총탄에 잃고 방황을 거듭했다. 1986년 육군 대위로 전역한 이후 31살 때인 1989년 코카인 흡입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이후 2002년까지 다섯 차례나 구속됐다. 그러나 고 박태준 전 총리의 도움으로 삼양산업(현 (주)EG) 부사장으로 취직한 이후 안정을 찾게 된다. 2004년 16살 연하 서향희 변호사와 결혼했다. 서씨는 전북 익산 출신으로 부산 중앙여고,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박 당선자는 지만씨 부부 결혼식을 앞두고 자신의 미니홈피에 “동생이 막상 결혼을 한다고 하니 지나온 날들에 대한 생각 때문에 눈물이 나오려고 합니다.”, “(서향희는) 동생과 아주 잘 어울리는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라고 썼다. 그의 조카 사랑은 유별나다. 2005년 9월 서향희씨가 세현군을 낳자 “우리 가문의 귀한 아이가 태어나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가문에 귀한 선물을 안겨준 올케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고….”라고 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당선자는 조카 소식을 듣고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병원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그가 최고회의 중간에 나간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2007년 잃고 싶지 않은 세가지로 ‘조카 세현이’를 꼽았다. 최근 한 여성지 인터뷰에선 조카가 가장 사랑스러울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태어나서 저와 처음 눈을 마주쳤을 때 감동을 잊을 수 없다.”면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나면 케이크가 없어도 허공에 대고 후후 하면서 촛불을 끄는 척하기도 한다.”고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케에 대한 박 당선자의 애정도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동생인 근령씨와는 몇 차례 갈등을 겪은 뒤 소원한 사이다. 경기여고,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근령씨는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언니의 개인비서를 자청해 활동하다 10·26을 맞았다. 1986년 4월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1990년 귀국한 근령씨는 언니로부터 육영재단 이사장직을 넘겨받았다. 그러나 3남매 간에 운영권을 놓고 18년여간 지리한 다툼이 이어진 끝에 자매 사이는 틀어졌다. 근령씨는 현재 한국재난구호 총재, 대한댄스스포츠실업연맹 총재, 세계바둑표준화협회 이사장 등의 직함을 갖고 있다. 올해 4·11 총선 때 무소속으로 어머니 고향인 충북 보은·옥천·영동에서 출마했지만 곧 사퇴했다. 지만씨 부부는 몇 차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저축은행 비리로 수감 중인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의 개인 친분, 서 변호사가 이 회사 법률고문을 맡았던 전력 등이 그것이다. 서 변호사는 결혼 이후 활동 반경을 크게 넓혀 왔다. 씨엔에이치(CNH) 감사, 케이엠에이씨(KMAC) 사외이사,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공제조합 운영위원, 코오롱 법률고문 등 각종 사외이사, 법률고문 경력이 화려하다. 2009년 4월엔 대전고검장을 지낸 이건개 변호사와 함께 법무법인 주원을 설립해 공동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주원에서 탈퇴해 법무법인 새빛을 설립, 공동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법시험 합격 이후 별다른 경력이 없던 서 변호사의 약진은 박 당선자의 후광 효과라는 말도 나왔다. 서 변호사는 2007년 뉴욕과 바하마를 다녀온 여행기를 책으로 펴내기도 했고 2009년엔 하루 81홀을 도는 철인골프대회에 출전해 화제를 뿌렸다. 이런 그에 대한 언론 관심도 지대하다. 서 변호사가 지난 7월 세현군 영어연수 차 홍콩으로 출국한 것을 두고 박 당선자의 사전 가족관리라는 세간의 평도 나왔다. 근령씨와 2008년 10월 결혼한 신동욱 백석문화대 겸임교수는 14살 연하이다. 두 사람 모두 재혼이다. 근령씨는 1982년 풍산그룹 창업자의 아들과 결혼했다 6개월 만에 이혼한 바 있다. 신 교수는 부산 성도고, 경상전문대 방송연예과를 졸업했다. 영화 수입 일을 하다 호서대 벤처전문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2005년 말 한나라당 디지털정당 위원장에 응모, 한나라당 전국위원이 돼 정계에 입문했다. 2008년 총선 때 서울 중랑을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떨어졌다. 신 교수는 지난해 8월 박 당선자와 지만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판결을 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 박 당선자는 직계가족은 단출하나 친인척들은 친·외가 양쪽으로 화려하다. 정·관계는 물론 사돈관계를 통해 연결된 기업인과 재벌가 인물들이 많다. 정치권에선 박 당선자의 사촌오빠이자 4선을 지낸 박재홍 전 의원, 외삼촌인 5선 육인수 전 의원, 사촌형부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한승수 전 총재가 있다. 김 전 총리는 박정희 정권 2인자로 김대중 정부 때 국무총리까지 지냈다. 김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 형 박상희의 딸인 박영옥씨 남편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조카사위다. 한 전 총리는 육영수 여사 언니인 인순씨 딸 홍소자씨와 결혼했다. 박 당선자에게도 한 전 총리는 사촌형부가 된다. 한 전 총리의 사위가 고 김진재 전 국회의원 아들인 김세연 국회의원이다. 박 당선자의 이모인 육인순씨는 전 혜원학교 이사장을 지냈고 남편 홍순일씨 사이에 3남 5녀를 뒀다. 딸 소자씨는 대한적십자사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딸 은표씨와 재희씨는 정치인과 결혼했다. 은표씨는 재무부국장, 농수산부 장관 등을 지낸 장덕진 전 의원과, 막내 재희씨는 기업인이자 11대 국회의원이었던 윤석민 전 의원과 결혼했다. 윤 전 의원의 경우 자신이 운영하던 기업(서주산업) 명의로 불법 융통어음을 발행해 320여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김희철·허동수 회장 등 ‘사돈 인연’ 박 당선자의 막내이모 육예수씨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낸 조태호씨와 결혼했다. 선거운동 때 박 당선자 지원유세에도 나섰던 가수 은지원씨는 5촌 조카로 박 전 대통령 누나인 귀희씨 손자다. 재계 쪽으로는 친가 사돈관계를 통해 김희철 벽산그룹 회장,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이 연결되어 있다. 박 후보 친사촌인 박설자씨가 벽산그룹 김인득 창업주 둘째 아들 김희용 동양물산 회장과 결혼했다. 김 회장 형인 김희철 벽산그룹 회장은 허동수 GS 칼텍스 회장 누나 허영자씨와 결혼해 먼 관계이기는 하나 허 회장과 박 당선자는 사돈지간이다. 친인척이 많다 보니 이에 얽힌 불미스러운 일들도 있었다. 박 당선자 사촌인 박준홍 전 대한축구협회장은 2010년 6·2 지방선거 때 ‘친박연합’을 만든 뒤 3500만원을 받고 시의원 공천을 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지난해 9월엔 박 후보의 5촌 조카인 박용수씨가 또 다른 5촌인 박용철씨를 채무 등의 이유로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이세돌 9단,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우승

    이세돌 9단,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우승

    이세돌(29) 9단이 201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에서 중국의 구리 9단을 물리치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흑을 잡은 이 9단은 13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 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결승 3번기 제3국에서 270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반집승을 거뒀다. 초중반부터 불안한 흐름을 보인 이 9단은 중반 이후 특유의 예리한 공격과 신들린 끝내기 기술로 반 집 승부를 결정지었다. 지난 11일 1국에서 행운의 반집승과 12일 2국에서 불계패를 당했던 이 9단은 이날도 반 집으로 이기며 종합 전적 2승1패로 우승 상금 3억원의 주인이 됐다. 단 1집의 가치가 3억원이었던 셈. 이 9단은 2004년과 2008년, 2009년에 이어 통산 네 번째 왕좌를 차지했다. 지난해 결승에서도 원성진 9단에게 진 구리는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이세돌은 맞수 구리와의 통산 전적에서 10승1무14패로 뒤졌지만 세계대회 결승에서는 2승1패로 앞서게 됐다. 이로써 한국은 삼성화재배에서 11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바둑 최강국의 지위를 튼튼히 했다. 한국의 뒤를 중국(4차례)과 일본(2차례)이 쫓고 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경주 반하거나 미치거나

    경주 반하거나 미치거나

    후덕한 인상의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 경주 반하거나 미치거나 반하다 [반ː하다] [동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에 마음이 홀린 것같이 쏠리다. 미치다 [동사] 「…에/에게」 어떤 일에 지나칠 정도로 열중하다. 불국사도 석굴암도 좋고, 수학여행의 추억마저 좋은 너와 나는 이래저래 경주를 좋아한다. 그 경주의 남산에는 유독 그 마음이 넘쳐난다. ‘반하거나 미치거나’ 하는 경주 남산의 매력은 가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반할 수밖에 없는 남산南山 경주 왕궁의 남쪽에 자리해 이름 지어진 남산. 신라 사람들은 진짜 부처님이 남산에 살아 계셔 백성이 원할 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믿었다. 신라의 임금마저도 남산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게 했던 굳건한 믿음은 남산을 경주에서 가장 많은 유물을 품은 곳으로 남게 했고 오늘날 사람들은 신라인들의 믿음의 흔적을 쫓아 남산에 오른다. 신라인들은 남산의 웬만한 돌 위마다 불상과 탑을 세웠다. 또한 반반한 절벽이라면 여지없이 부처님이 자리한다. 13기의 왕릉, 4개의 산성 터, 147개의 절터, 118체의 불상, 96기의 탑, 22기의 석등, 19점의 연화대 등 남산에서 발견된 문화유적은 672점에 이른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골짜기에 불상의 파편이 떠 내려오는 일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니 숨겨진 문화유적이 얼마나 더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수백년을 거쳐 쌓은 믿음의 세월은 이처럼 단단하고 거대해 하루 만에 쫓아 눈에 담기에 부족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남산에 오르는, 남산에 반쯤 미친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까닭도 이러하다. 하루 혹은 이틀, 짧은 시간을 남산에서 보내는 이들이라도 남산에 반하고 만다. ‘자연을 전혀 훼손하지 않고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도록 조성된’ 신라인의 종교이자 믿음은 남산이라는 자연을 만나 자연스럽게 그 일부가 됐다. 경주 서남산의 문화유적 탐방 코스이자 산행 코스는 남산의 매력을 짧은 시간에 보여준다. 삼릉에서 시작해 삼릉골(냉골)과 금오산 정상을 거쳐 용장골에서 마감하는 이 코스는 3~4시간의 온전한 등산 시간을 요한다. 문화유산해설이 곁들여지면 6~7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서남산 삼릉-용장골 코스는 삼릉, 냉골 석조여래좌상, 마애관음보살입상, 선각육존불, 선각여래좌상, 경주 삼릉계석불좌상, 상선암마애대좌불, 금송정터와 바둑바위, 금오산 정상, 삼화령 대연화대, 용장사지 삼층석탑, 용장사지 마애여래좌상, 용장사지 삼륜대좌불, 용장사터, 탑재와 석등대석, 용장계 절골 석조약사여래좌상의 문화유적을 순서대로 쫓는다. 길은 때로는 평탄하고 때로는 가파르며 험난하다. 흙길은 돌길이 됐다가 바윗길이 되고 다시 돌길과 흙길로 바뀐다. 다만 길을 따라 불상과 탑이 이어지는 건 한결같다. 비와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이미 자연의 일부가 된 유적들은 알면 보이고 모르면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이 길 위, 숲 속에 고이 앉은 경주 삼릉계석불좌상은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아름답다. 연화대좌에 앉은 이 좌상은 애초에 노천불이었다고 한다. 부처님이 비바람을 맞을지언정 자연과의 조화를 깨트릴 수 없었던 신라인들은 전각 대신 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나무를 기둥으로 세웠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얻었다. 절벽 아래 중생을 굽어 살피는 상선암마애대좌불을 지나면 곧 금오산 정상이다. 서라벌 벌판과 북남산을 굽어보려면 정상 못 미처 자리한 금송정터와 바둑바위에 오르는 것이 좋다. 막상 정상에서는 별다른 전망을 볼 수 없다. 하산 길, 용장사지 동편 능선 위에는 용장사지 삼층석탑이 자리했다. 어느새 뉘엿거리는 해에 삼층석탑이 불그스레하다. 용장사지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삼층석탑은 3층 옥개석까지의 높이가 4.5m다. 수많은 남산의 탑들처럼 기단은 따로 없다. 앞서 불상과 마찬가지로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한 신라인들은 자연의 바위를 기단으로 삼아 탑을 조성했다. 사람의 손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200m 높이의 기단은 이렇게 탄생해 200m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을 완성했다. 서남산의 삼릉-용장골 코스에 비하면 동남산 기슭의 유적들은 찾기가 수월하다. 15분여 가파른 코스의 산행이 필요한 보리사 마애석불을 제외하면 산책 수준에 불과하다.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에서 시작해 남산 탑곡마애불상군,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 보리사 마애석불, 헌강왕릉, 정강왕릉, 서출지, 남산리 사지 쌍탑 등지를 둘러보려면 4시간 가량이 걸린다. 중간중간 차로 이동해도, 걸어도 좋다.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은 부처골감실불상으로도 불린다. 절벽을 이룬 바위에 감실을 파고 부처를 새겨 놓았는데 후덕한 인상과 팔짱을 낀 손 모양 때문에 선덕여왕의 상이라는 설도 떠돈다. 바위에 올라 감실 내부를 자세히 보면 채색된 연꽃 그림도 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찾기는 조금 어렵다. 남산 탑곡마애불상군은 부처의 세계다. 높이 10m, 둘레 40m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의 사방에는 시대를 달리하는 불상과 탑이 새겨져 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상의 선녀도 보인다. 경주 남산의 석불 가운데 가장 완전한 모습을 보이는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이 가까이 자리했다. 양피사지와 염불사지의 쌍탑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염불사지 두 기의 탑은 복원과 동시에 스리랑카에서 모셔온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안치했다. 민간에서 추진한 일이라 자부심이 크다. 1 노천불인 경주 삼릉계석불좌상은 지나가는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2 동남산 기슭에 자리한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 다리품을 적게 팔고 만날 수 있는 신라의 아름다움이다 3 중생을 굽어 살피며 아래로 시선을 둔 상선암마애대좌불 4 동남산 가파른 산길을 350m 정도 오르면 만나게 되는 보리사 마애석불 상선암마애대좌불. 금방이라도 바위에서 튀어나올 듯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함께 걷고 이야기하는 남산 문화유산해설사와 함께 걷는 남산은 더욱 풍성하다. 유적지의 안내판이 담아내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해설사를 통해 들을 수 있어 과거 신라의 풍경이 그림처럼 피어 오른다. (사)경주남산연구소에서는 주말과 공휴일에 남산유적답사를 무료로 진행한다. 삼릉 코스, 동남산 코스, 동남산 산책, 남남산 산책 등 4개의 산행 코스와 삼릉 가는 길(둘레길 걷기)을 포함한 5개의 정규 코스를 해당 일에 맞게 운영한다. 매월 보름 전후 토요일에는 남산달빛기행을 떠날 수 있다. 저녁 7시 혹은 7시30분에 출발해 밤 11시30분경에 내려오는 일정으로 이 또한 무료다. 문의 054-777-7142 www.kjnamsan.org ●미친 사람들 경주에는 무언가에 미친 사람들이 많다. 이번 여행에 남산 해설을 맡아 주신 (사)경주남산연구소의 김구석 소장도 그랬다. 신라의 흔적을 찾아 남산에만 3,000번 가량 올랐다는 그는 아예 남산 용장골에 집을 짓고 남산을 제 집 드나들 듯 하고 있다. 답사 여행객 맞이와 강의에 그는 늘 바빠 보였는데 실제 경주에서 만난 무언가에 ‘미친 사람’들은 늘 바빴다. 자연에서 얻어 살다 야선미술관 박정희 관장 “이 나물 이름이 뭐에요?” “어제 캔 나물.” 아침 밥상에 놓인 나물 이름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어제 캔 나물이라니. 하기는 자연이 기른 채소를 어제 캤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직접 가꾼 텃밭과 들과 산에서 채취한 싱싱한 채소들은 야선미술관 밥상의 선식으로 오른다. 덖은 무는 갈빛, 맨드라미는 선홍빛 선차가 된다. 건강한 재료로 만든 밥상과 찻상은 자연히 건강을 부른다. 야선미술관은 박정희 관장(사람들은 편하게 야선 선생님이라 부른다)의 호를 따 이름한 미술관이다. 경주 동남산 기슭에 3년여 동안 지은 네 채의 한옥은 작은 미술관이기도 하며 선식과 선차를 먹고 마시며 한옥에서 잠자리를 갖는 웰빙 체험 공간이기도 하다. 20대 젊은 시절, 대학에서 중문학을 전공한 야선 선생님은 대구의 서당에서 훈장을 했다. 십여 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며 열심히 살았지만 이상하리만치 몸에 기운은 없었다. 우연히 들렀던 경주 남산에 터를 잡고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15년. 건강한 몸의 야선 선생님은 경주 남산의 건강 전도사가 됐다. 가진 것이 많아 보인다는 누군가의 말에 야선 선생님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심지어는 빚마저도. 3년여 한옥을 지으며 앞을 향해 달리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잠자리와 먹을 것,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남았으니 확실히 가진 게 많아 보인다. 야선미술관의 익살맞은 작품 한옥과 넓은 마당이 있는 야선미술관의 모습. 선식과 선차는 사진 가운데에 있는 조그마한 한옥에서 맛볼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한옥 문화공간 진 한유진 대표 한옥을 허물고 집을 지을 때 주변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가족들도 환영하지 않았다. 마침 남편이 해외에 있어 때가 잘 맞았다 한다. 간절한 이야기에 웃음이 났다. 한유진 대표가 남 보기에 ‘미친 짓’에 매진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어린 시절, 한옥에 살던 추억이 그리워서였다. 경주도 그런 곳이었다.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경주는 늘 아련하고 그리운 고향이었다. ‘문화의 거리’라 불리는 경주 동성로의 한 켠에는 큰 대문을 지닌 기와집 한 채가 서 있다. 현대식 상가 가운데에 단아하게 자리해 저절로 눈이 가는 집이다. 집주인이자 집 한 켠을 빌어 ‘문화공간 진’을 운영하는 한유진 대표는 이 집의 대문에 먼저 반했다. 집 내부는 보지도 않고 ‘이 집이 내 집이 됐으면’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2009년, 그 바람은 현실이 됐다. 1942년 광산댁이 지은 한옥은 그런 바람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살릴 건 살리고 버릴 건 버려 본연의 모습을 찾으려 했다. 여름에만 사용 가능한 전이 공간이라 대부분 철거를 하는 마루는 살리고, 처음에는 없었지만 살며 넓힌 실내 공간은 과감히 버렸다. 수리를 하며 발견된 세월의 흔적은 작은 정겨움이자 추억이었다. 한유진 대표는 울산에서 플로리스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남편 직장도 울산이다. 한옥을 짓기 전까지만 해도 경주에서 완전히 살겠다는 마음은 아니었는데 집을 짓고 보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짐 들어갈 공간이 부족한지라 침대와 식탁만 들고 이사를 감행했다. 살아 보니 그저 좋아 2년 넘게 살고 있다. 출퇴근 등 소소한 불편은 한옥의 매력을 이기지 못했다. 부채에 민화를 그리는 프로그램은 문화공간 진의 일일체험 중 하나다 한옥의 일부를 개인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travie info 현재 문화공간 진은 생활 꽃꽂이, 규방공예, 민화 그리기 등으로 한옥 공간의 일부를 경주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꽃꽂이와 민화 수업은 한유진 대표가 직접 진행한다. 2년 전부터 그리기 시작한 민화 실력은 서라벌예술대전에서 특선에 뽑힐 정도로 훌륭하다. 여행자들은 토, 일요일에 열리는 단시간 일일 체험(체험비 1만2,000원)이 가능하다. 몇시간 전에 예약을 해도 되고, 지나다 문이 열려 있으면 들어가도 된다. 좋은 공간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한유진 대표의 마음이다. 010-2717-3474 ●미치게 하는 맛 ▼아사가 경주 ‘문화의 거리’에 자리한 전통 찻집이다. 큰길에서 보이는 입구는 갤러리로 다기 등 차 관련 용품이 전시돼 있다. 작은 마당을 지닌 초가 찻집은 입구 옆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작은 소품으로 가득한 찻집 마당이 볼 만하다. 판매하는 차의 종류는 다양하다. 찻집에서 추천하는 차는 대추차. 진하고 달콤하다. 주전부리로 좋은 가래떡 구이 등도 판매한다. 주소 경북 경주시 노서동 9-2 전화 054-771-7625 ▼아이차 분식 이름은 분식집이지만 추어탕만 파는 전문점이다. 경상도식 추어탕 중에서도 호박잎이 들어간 전통 방식의 경주식 추어탕을 맛볼 수 있다. 서울식이나 남원식 추어탕과는 크게 다르므로 경상도식 추어탕이 익숙하지 않다면 입맛에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추어탕을 주문하면 생선구이가 따라 나오고 밑반찬도 꽤 많다. 점심시간이 다 돼 가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시 정도까지만 문을 연다. 테이블이 몇 개 되지 않아 줄을 서서 먹기 일쑤며, 한 솥만 끓여 팔고 문을 닫으므로 손님이 많은 날에는 오후 1시 가량에 문을 닫기도 한다. 일요일 휴무. 교동쌈밥 옆 골목이라 찾기가 어렵지 않다. 6,000원. 주소 경북 경주시 황남동 167-1 전화 054-741-5917 ▼고두반 농촌진흥청에서 지정한 농가 맛집이다.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70~80% 이상 사용하고, 장작 가마에서 구운 소금으로 간을 본다. 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경주 한우 전골이 주 요리인 고두반 밥상은 정선 큰집에서 보내 온 정선 더덕과 두부 샐러드, 콩전으로 시작해 곤드레, 민들레 김치, 비트 장아찌, 갓 김치, 감자 조림, 우엉 장아찌 등의 반찬을 낸다. 반찬은 아침마다 만든다. 1만3,000원. 다시마 가루를 넣은 두부와 가자미 식해, 돼지고기 수육이 함께 나오는 두부삼합도 맛있다. 2만5,000원. 쌀과 누룩으로만 빚은 막걸리가 요리에 잘 어울린다. 월요일은 쉰다. 주소 경북 경주시 도지동 156-2 전화 054-748-7489 홈페이지 www.고두반.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수리뫼 중요 무형 문화재인 고 황혜성 선생님에게 전수 받은 궁중 음식을 선보이는 곳이다. 깔끔하고 정갈한 메뉴에 눈이 먼저 즐겁다. 전채 요리로는 구절판과 죽이 나오고, 주 요리로는 연저육찜, 두부소박이, 더덕구이, 신선로 등이 계절에 따라 달리 나온다. 찹쌀로 빚은 왕주를 곁들여 천천히 코스를 즐기자. 용산서원과 더불어 자리해 분위기도 고즈넉하다. 수리뫼 코스 5만5,000원. 주소 경북 경주시 내남면 이조리 657 전화 054-748-2507 홈페이지 www.surime.co.kr ▼교리 김밥 교리 김밥은 통영 김밥, 동대문 마약 김밥과 더불어 전국 3대 김밥으로 알려져 있다. 얇게 썬 지단을 듬뿍 넣은 형태라 특이하다. 맛은 평범한 편인데 묘하게도 뜬금없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두 줄에 3,400원으로 자리에 앉아 먹으려면 한 명이 두 줄 이상은 주문해야 한다. 경주 최부자집과 요석궁 사이 골목에 자리했다. 주소 경북 경주시 교동 96 전화 054-772-5130 ▼참가자미 횟집 경주에서 참가자미를 맛보지 않으면 섭섭하다. 고소한 참가자미를 각종 채소와 초고추장, 콩가루에 버무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 요즘 경주 사람들은 감포 중매인 참가자미 횟집(동천동 786, 054-773-3611)과 대풍(동천동 808-6, 054-771-4436)을 주로 찾는다고 한다. 경주 갈 일이 있을 때 간간히 들르는 대신 참가자미 횟집(용강동 1355-1, 054-774-6203)도 괜찮다. 참가자미 횟집은 시청 근처 시내에 몰려 있다. 첨성대, 대릉원 인근에서 택시를 타면 3,000~4,000원 정도 나온다. ▼삼미정 착한 가격과 착한 맛을 자랑하는 집이다. 각종 버섯과 손두부를 넣어 빨갛게 끓여내는 두부전골이 7,000원. 돼지고기 수육과 파전도 괜찮다. 서남산 삼릉 입구에 자리했다. 주소 경북 경주시 배동 391-7 전화 054-745-8761 에디터 트래비 글 Travie writer 이진경 사진 Photographer 김경현 취재협조 (사)경주남산연구소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서울광장] 후보들에게 ‘잊힐 권리’는 없다/구본영 논설실장

    [서울광장] 후보들에게 ‘잊힐 권리’는 없다/구본영 논설실장

    우리뿐만 아니라 이른바 G2(주요 2개국)가 모두 권력 변환기다.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 중국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원자바오 총리의 4세대 지도부가 물러날 채비를 하면서 시진핑-리커창 등 5세대 지도부 시대가 개막됐다. 떠오르는 실세(實勢) 지도자들의 목소리엔 생기가 넘쳐나고, 밀려나는 실세(失勢)들의 레토릭은 왠지 공허해 보인다. 굳이 염량세태(炎凉世態)를 탓할 것도 없다. 스포트라이트가 주역들에게 쏟아지면서 무대 뒤로 사라지는 배역들의 뒷모습은 쓸쓸하기 마련 아닌가. 오마바의 당선 감사 연설과 원자바오의 며칠 전 발언은 그래서 극명히 대비된다. 오바마는 밋 롬니 후보와 격전 끝에 승리한 직후 “미국 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우울한 미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려고 고른 수사였을 법하다. ‘가장 좋은 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The best is yet to be)라는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구를 원용한 것이다. 원 총리는 지난 20일 태국에서 화교 인사들과 만나 “내 마음이 선하니, 아홉 번 죽어도 후회가 없다.(亦余心之所善兮,雖九死其猶未悔)”고 밝혔다. 전국시대 시인 굴원의 대표작 이소(離騷)의 한 구절이다. 원자바오가 누구인가. 뒤축이 다 닳은 낡은 운동화를 신은 서민적 풍모와 개혁 마인드로 한때 중국 인민들을 사로잡았던 그다. 그러나 “일가의 재산이 3조원이나 된다.”는 등의 보도가 잇따르면서 ‘서민 총리’ 이미지에 금이 갔다. 아마 굴원의 시구로 자신의 결백을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년 3월 퇴임하는 그는 이날 “은퇴한 뒤 사람들로부터 잊히고 싶다.”고 말했다. ‘청렴 아이콘’에서 하루아침에 부정축재를 의심받는 처지로 전락한 데 따른 억울한 심사가 살짝 엿보인다. 하지만 잊히고 싶은 소망은 인터넷시대에는 어차피 이뤄지기 힘들다. ‘잊힐 권리’(The right to be forgotten)는 유럽의 인권 선진국에서도 보호돼야 한다는 주장이 막 제기되고 있는 법익일 뿐이다. 젊은 날 어느 사모님과 간통죄를 저지른 연예인이 있다 치자. 이로 인해 구속돼 죗값을 치르고 충분히 참회했는데도 온라인에선 그의 과거는 지워지지 않는다. 컴퓨터 자판에서 ‘그의 이름+간통’이란 검색어를 치면 그의 전과는 언제든 되살아나는 까닭이다. 당사자들로선 죽고 난 뒤에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할 게다. 유럽연합(EU)은 개인정보법령을 개정해 잊힐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온라인에서 과거의 아픈 흔적을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란 신종 직업도 생겨났다고 한다. 올 대선 레이스에서 주요 후보들이 한 차례 ‘지워지지 않은 과거’라는 덫에 걸렸다.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와 유신이라는 굴레로 적잖은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 노무현 정부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북한에 통째로 양보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의 안보관도 도마에 올랐다. 안철수 전 후보는 비교적 때가 덜 묻은 인물이긴 하다. 하지만, 그도 오래 전의 아파트 다운계약서 등 과거의 얼룩이 속속 되살아나는 통에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문·안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안철수의 백의종군 선언으로 막을 내렸다. 이제 박·문 두 후보 간에 바둑판에서처럼 눈 터지는 계가 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러다 보니 각 후보진영이 사생결단의 네거티브 선거전이나 과도한 장밋빛 공약 유혹에 빠져들기 십상일 게다. 아버지 박정희를 출산하는 딸 박근혜를 그린 반인륜적 그림을 풍자 예술이라고 우기는, 독기어린 진영논리에서 이미 불길한 조짐이 읽힌다. 그러나 한 표가 아쉽다고 해서 실현불가능한 공약을 마구잡이로 내놓는 일이나, 국민공동체의 통합을 뒤흔드는 폭언은 삼가야 한다. 막말과 포퓰리즘 공약은 머지않아 스스로를 찌르는 칼이 될지도 모른다. 공인인 후보와 그 진영엔 애당초 ‘잊힐 권리’는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kby7@seoul.co.kr
  • [하프타임] 김지석 8단 바둑리그 MVP에

    한게임의 김지석 8단이 올해 한국바둑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김지석은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회 폐막식에서 기자단으로부터 14표(82.3%)를 받고 인터넷 팬투표에서 43.4%를 획득해 2007년과 2009년에 이어 세번째 MVP의 영예를 안았다. 김지석은 지난 10일 열린 챔피언결정 최종전 제1국에서 이세돌 9단을 백 불계승으로 물리치며 올해 바둑리그 13승 6패를 거뒀다. 한게임의 차민수 감독이 감독상, 같은 팀 이태현 4단과 이동훈 초단이 각각 우수기사상과 신인상을 차지했다.
  • [길섶에서] 석촌호수 정경/육철수 논설위원

    집 근처 호수공원 한편에는 어르신들의 놀이터가 있다. 종일 장기·바둑을 두거나 한담을 나누는 곳이다. 산책 후에 가끔 들러 장기 두는 모습을 구경한다. 지난 주말에도 가봤다. 웬 곱상한 꼬마가 나이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를 상대로 장기판을 벌이고 있었다. 어르신 대여섯명은 편을 갈라 훈수를 두느라 정신이 없다. 완전히 동네 장기다. 꼬마가 실수를 해서 한 수 물려 달라는데 할아버지는 못 들은 척한다. 어린 아이는 장기를 옹골지게 잘 두었다. 나이를 물어봤더니 열한 살이란다. 벌써 2년째 어르신들의 장기 파트너라고 했다. 어르신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마스코트라며 다들 그 꼬마가 귀여워서 어쩔줄을 모른다. 어린 나이에 컴퓨터 게임도 하고 싶고, 또래와 어울려 공차기도 하고 싶을 텐데, 따분한 할아버지들을 위로할 생각을 하다니…. 그래, 장기 한판을 두더라도 어르신들과 어울리면 뭘 배워도 더 배우지. 노소(老少)의 정경을 지켜보는데 어디선가 초겨울 찬바람이 쌩 불어왔다. 상큼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서울광장] 안철수 새 정치 실험의 불확실한 미래/김종면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안철수 새 정치 실험의 불확실한 미래/김종면 수석논설위원

    “마음으로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니까.”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한 대목이 문득 떠오른다. 어른들은 코끼리를 잡아먹은 보아구렁이를 모자로 보았지만 어린 왕자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었다. 티없이 맑은 눈을 지녔기 때문이다. 정치인 안철수는 환생한 어린 왕자인가. 아니 어린 왕자보다도 더 영롱한 눈을 지닌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인가. 어제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한 무소속 안철수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철 없음인가 철 있음인가. 오만인가 순수인가. 이기인가 이타인가. 바둑을 두다가 돌을 던지는 것도, 권투를 하다가 타월을 던지는 것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패배를 인정할 만한 적시에 네 편 내 편을 떠나 최대한 상처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무대를 떠나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의 대선 후보직 사퇴는 아무리 선의로 해석해도 지나치게 자의적인 것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바둑을 두는 사람은 대마의 사활보다 더 어려운 것이 ‘반집 승부’라는 것을 안다. 안철수는 분명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가 되기 위해 마지막 초읽기에 몰리며 피를 말리는 반집 끝내기 승부를 펼쳤다. 그런 형세라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집수를 헤아리는 계가바둑을 두는 것이 정석이다. 돌을 던져서는 안 될 때 던진다면 무책임하다는 소리밖에 들을 게 없다. 안철수의 정치 행태가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안철수는 앞으로 정치인으로 살겠다고 분명히 선언했다. 그렇다면 정치인으로서의 책임윤리에 따라 행동해야 마땅하다. 막스 베버도 지적했듯 책임윤리는 행위의 동기와 의도를 중시하는 신념윤리와는 다르다. 행위의 결과와 그에 대한 책임을 중시하는 게 바로 책임윤리의 특성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안철수는 정치 세계에 들어오자마자 ‘무책임 정치인’의 멍에를 뒤집어쓰게 된 셈이니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안철수는 정치 현실 앞에 보다 겸손하고 숙연해야 한다. 한 편의 각본 없는 감동 드라마를 기대했던 이들에게 결코 아름답지 못한 문·안 후보 단일화 과정은 트라우마에 가까운 상처를 안겨줬다. 정치판이란 역시 상식과 합리가 발 붙이기에는 너무나 척박한 불모의 땅임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새 정치를 갈망한 이들은 비록 만만치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래도 원만히 합의하고 아름다운 단일화의 역사를 써 주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 단일화 허무주의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정치적 타산을 앞세워 벼랑 끝 담력 싸움을 벌이다 이처럼 이상한 억지춘향식 단일화에 이르렀으니 국민을 실망시켰다는 말을 들어도 항변할 말이 궁할 듯하다. 새 정치의 희망으로 시대가 불러낸 안철수는 어쩌면 이번의 정치 선택으로 시대의 엄중한 퇴출명령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대선은 오늘로 꼭 25일 남았다.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다. 안철수가 단일 후보는 문재인임을 천명한 이상 두 사람은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널 수밖에 없다. 동주공제(同舟共濟)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이인삼각(二人三脚)으로 호흡을 맞춰야 한다. 그것만이 단일화 허무극에 맥 빠진 국민의 분노를 숙지게 하는 일이다. ‘단일화 정치’는 이미 우리 정치권의 ‘관행 아닌 관행’이 됐다. 지금이야말로 그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단일화는 정상적인 정치행위는 아닐지 모르지만 일거에 내쳐도 좋을 ‘나쁜 정치’라고는 할 수 없다. 적어도 ‘착한 정치’로 나아가기 위한 유용한 플랫폼은 될 수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착한 단일화’마저 정치공학의 잣대로 재단해 눈을 흘기는 것은 온당치 않다. 자칫 ‘녹색 눈의 괴물’로 비치기 십상이다. 단일화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다. 분명한 것은 단일화 정치는 진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일화는 더 이상 목적 달성을 위한 임기응변의 ‘권도(權道) 정치’ 수단이 돼선 안 된다. 단일화 정치의 함정을 잊지 말자. 단일화 선진화 방안을 두 후보가 그토록 강조하는 정치 쇄신의 제1과제로 삼아야 할 상황이다. 아이러니 아닌가. jmkim@seoul.co.kr
  • LS 경영권 넘긴 구자홍회장 ‘바둑 사랑’

    LS 경영권 넘긴 구자홍회장 ‘바둑 사랑’

    사촌동생인 구자열 LS전선 회장에게 12월 31일 자로 LS그룹의 경영권을 넘겨주고 LS미래원으로 물러나는 구자홍(66) 회장의 남다른 바둑 사랑이 새삼 화제다. 18일 LS그룹에 따르면 아마 6단의 실력을 지닌 구 회장 덕분에 바둑이 사내 화합의 창구로 자리 잡고 있다. LS그룹은 지난 17일 경기 안성 LS미래원에서 제3회 ‘LS파트너십 바둑대회’를 개최했다. 올해 대회는 7개사 8개 팀에서 총 24명의 선수가 참가해 단체전과 다면기로 실력을 겨룬 결과 LS엠트론이 우승을, LS전선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구 회장은 1997년부터 어린 바둑기사를 지원하는 ‘꿈나무 프로젝트’를 통해 이세돌 9단을 비롯해 최철한 9단, 박영훈 9단, 조혜연 9단, 원성진 9단, 윤준상 9단, 강동윤 9단, 김지석 8단 등 스타급 기사들을 후원했다. 지금은 이원영 3단과 최정 2단 등을 돕고 있다. 구 회장은 LS파트너십 바둑대회 후 “바둑은 창의력이 요구될 뿐 아니라 LS가 추구하는 파트너십과도 깊은 연관이 있는 만큼 임직원 모두가 대회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오바마 집권 2기] 서민·노인·여성 집중 공략… ‘마이너파워’로 경합주 싹쓸이

    올해 미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만 해도 경기침체 탓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대공황 이후 실업률이 7.2%를 넘는 상황에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는 사실도 오바마의 재선 가도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그렇다면 오바마는 어떤 전략으로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 재선에 성공하게 됐을까. 오바마의 선거운동 과정과 투표 결과를 종합해 보면, 전면전을 펼치기보다는 특정 계층과 지역을 타깃으로 삼아 ‘정밀타격’(surgical strike)하는 전술이 적중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세울 경제 실적이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는 국민 전체를 상대로 경제 얘기를 떠들어봤자 설득력이 적을 것으로 판단, 캐스팅보트를 쥔 특정 계층의 이익을 확실히 보장해주는 식으로 표를 모았다고 볼 수 있다. 바둑으로 치면 대마(大馬)를 잡기보다는 작은 집을 차곡차곡 챙기는 전술을 사용한 셈이다. 오바마가 공략한 대표적 표적이 히스패닉계다. 지난 6월 오바마는 불법 이민 청소년 80만명에 대한 사면을 전격 단행했다. 이는 백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었지만, 결국 히스패닉의 지지로 연결됐다. 개표 결과 히스패닉의 69%는 오바마에게, 29%는 밋 롬니에게 표를 던졌다. 4년 전 36% 포인트에서 올해 40% 포인트로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대부분 부동층주(스윙 스테이트)에서 히스패닉 인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스윙 스테이트 ‘싹쓸이’ 결과로 나타났다. 여성을 겨냥한 전략도 적중했다. 오바마는 기독교계가 반발할 수도 있는 낙태 권리 옹호 발언을 불사했는데, 이는 공화당 인사들의 성차별 발언과 대비되면서 오바마에게 이득을 가져왔다. 개표 결과 오바마는 미혼여성 지지율에서 롬니에 38% 포인트나 앞섰다. 오바마는 또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동성결혼 찬성 입장을 밝힘으로써 동성애자들의 전폭적 지지를 끌어냈다. 건강보험개혁(오바마케어)을 통해 서민과 노인층의 지지를 견인하고, ‘부유층 대 중산층’ 구도의 ‘계급전쟁’을 불사한 것도 득이 됐다. 지역적으로 오바마는 미 자동차 3사의 구제금융 조치를 실시, 최대 승부처인 오하이오의 표심을 붙들었다. 오하이오 개표 결과 자동차 연관산업이 많은 북부의 클리블랜드 지역에서 오바마에게 몰표가 나왔다. 오바마는 TV토론에서 청정에너지 개발을 거듭 강조했는데, 이는 스윙 스테이트인 콜로라도의 청정에너지 산업을 교묘하게 겨냥한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부고]

    ●양재호(한국기원 사무총장)원혁(알리안츠생명 지점장)우정(충암바둑도장 실장)씨 모친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0일 오전 7시 (02)3010-2231 ●김영한(차바이오 상무)성한(삼성전자 상무)씨 부친상 정인범(창성 전무)씨 장인상 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0일 오전 7시 30분 (02)3410-6914 ●고철수(한솔교육 교사)상수(유신 부장)씨 부친상 정신천(장로교복지재단 사무국장)씨 장인상 8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0일 오전 10시 (02)2227-7556 ●한명준(성균관의대 교수)경원(한경원피부과 원장)씨 부친상 김진택(가톨릭의대 교수)문신용(상명대 행정학과 교수)씨 장인상 이승연(동민치과 원장)씨 시부상 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30분 (02)3410-6919 ●김봉준(자영업)현준(삼성건설 상무)씨 모친상 강석철(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연구원)씨 장모상 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0일 오전 7시 (02)3410-6909 ●홍순억(전 염창중 교장)씨 별세 덕표(녹야원 대표)장표(법무사 실장)진표(남양유업 실장)씨 부친상 문인섭(경기대 팀장)씨 장인상 소은미(관악구청 팀장)씨 시부상 8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2)2258-5940 ●조진환(전 기업은행 지점장)씨 별세 준형(한양대 교수)주형(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차장)민행(법무법인 천일 대표변호사·민주통합당 여주양평가평지역위원장)씨 부친상 8일 서울대병원, 발인 10일 오전 7시 (02)2072-2091 ●곽후석(전 군인공제회 본부장)씨 별세 순욱(서림이앤씨 사장)순중(허그웰시스템 사장)씨 부친상 김기백(세중S&C 본부장)씨 장인상 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0일 오전 6시 (02)3010-2291 ●김형준(전 상일여고 교장)씨 별세 혜란(상명대 강사)선영(사업)혜보(미국 거주)혜원(사업)씨 부친상 유영학(경희대 출판문화원장)백승범(미국 거주)씨 장인상 8일 강동경희대병원, 발인 10일 오전 6시 (02)440-8923
  • [포토 다큐 줌인] 대학 유망 학과 신풍속도

    [포토 다큐 줌인] 대학 유망 학과 신풍속도

    2013학년도 대학입시가 한창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정시에 앞서 실시하는 수시의 원서 접수를 마쳤다. 수험생들은 어느 대학, 어떤 학과에 지원할 것인가를 두고 한바탕 전쟁을 벌인다. ‘어느 대학’을 고려하는 것은 무엇보다 대학 간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학과’의 경우 취업률과 직업별 연봉 등 노동시장의 상황에 따라 경쟁률이 바뀐다. 지난달 23일 서울 K대학교. 수시 1차 모집 논술고사장으로 향하는 수험생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올해부터 수시 지원 횟수가 6회로 제한되면서 경쟁률 거품이 빠졌다지만 고사장은 응시생과 학부모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 대학 송재찬 입학처장은 “학과별 경쟁률은 취업 유망 학과와 비례했다.”면서 “한 분야에 특성화된 전공을 선택하겠다는 ‘실속파’가 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 전공학과에 대한 트렌드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에 따라 변한다.”고 덧붙였다. 대졸자들의 직장이 공무원, 은행원 정도로 제한됐던 1960년대까지는 경상계열이나 법학과가 최고 인기 학과였다. 건설 경기가 활성화되고 가전제품 수출이 늘어났던 1970년대 이후에는 건축토목 분야와 전자공학과가 인기 학과로 부상했다. 1980년대 이후엔 컴퓨터 및 정보통신 관련 학과의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다. 최근 대학들은 취업에 유리한 ‘실용’ 지향 학과들을 신설하는 추세다. 실제로 과거 전문대학에나 있었을 법한 전공학과를 4년제 대학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과에 대한 선호도가 취업 전망에 따라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체능대학에 ‘바둑학과’를 두고 있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헬리콥터 조종은 물론 제작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헬리콥터조종학과’, 패션모델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모델과’도 4년제 대학에서 찾을 수 있다. 로봇학부는 차세대 정보기술(IT)산업 분야를 이끌 전략 산업 전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순결가정문화학과, 신발공학과, 얼굴경영학과, 장례지도과, 여가디자인학과 등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이 생기는 이색학과가 즐비하다. 대학들이 다양함이 요구되는 ‘교육시장의 수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입시 시즌이면 대학들은 취업률로 자신의 학교를 광고한다. 대학이 ‘상아탑’으로서의 명분을 잃고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취업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장래 희망이나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문 분야를 선택하는 일이다. 재수생 김명순씨는 지난해에 이어 서울 S여자대학교 외식·경영학과에 다시 지원했다. 김씨는 “졸업 후 몇 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며 현장 경험을 쌓은 뒤 나만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외식 창업을 해 볼 계획”이라고 구체적인 포부를 밝혔다. 김씨와 같이 자신의 적성에 알맞은 새로운 삶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청년 실업자 100만명 시대를 맞아 더 이상 대학 졸업장이 취업이나 장래를 보장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성화 학과의 인기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능이 한달여 남았다. 시험 준비를 하느라 그동안 숨 한번 고르지 않고 달려 왔다면 지금이라도 잠시 걸음을 멈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생각하며 미래를 설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글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프로입단 44년 조치훈, 日 바둑 최초 1400승 금자탑

    프로입단 44년 조치훈, 日 바둑 최초 1400승 금자탑

    일본기원에서 활약하는 조치훈 9단이 1400승 달성에 성공했다. 조 9단은 27일 도쿄 일본기원에서 벌어진 제38기 기성(碁聖)전 예선 A조 경기에서 고마쓰 히데키 9단에게 백 3집반승을 거두며 일본 바둑 사상 최초로 1400승 기록을 세웠다. 그는 앞서 2010년 12월 23일 제59기 왕좌(王座)전 예선에서 린한제 7단에게 승리하며 프로 통산 1364승(3빅4무733패)째를 거둬 린하이펑 9단을 제치고 일본 최다승 기록을 넘어섰다. 빅은 비김수로도 불리며 서로 단수를 칠 수 없는 무승부 상태를 가리킨다. 1968년 5월 8일 승단대회에서 이구치 세이지에게 백 불계승으로 첫 승을 거둔 조치훈은 1999년 38기 십단전 본선에서 야마다 기미오 9단에게 불계승하며 1000승을, 2008년 33기 기성전 본선리그에서 왕리청 9단에게 불계승하며 1300승을 달성한 바 있다. 현재 일본 다승 통산 2위는 1376승을 거둔 린하이펑 9단이다. 입단 44년 만에 1400승의 금자탑을 쌓은 조 9단은 1956년 부산 출신으로 만 5세 때인 1962년 일본으로 건너가 기타니 미노루 9단의 문하에 들어갔다. 1968년에는 11세 9개월의 나이에 입단, 일본기원 최연소 입단 기록을 작성했다. 1981년 입신(入神)에 오른 조치훈은 일본 3대 타이틀(기성·명인·본인방)을 동시에 석권하는 대삼관(大三冠)에 세 차례나 올랐으며, 일본 최다 타이틀 획득(72회)과 본인방 10연패(1989∼98) 등 불멸의 기록을 작성했다. 연합뉴스
  • [하프타임] 박정환 바둑 잉씨배 결승 진출

    박정환 9단이 25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제7회 잉창치배(잉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준결승 3번기 제2국에서 이창호 9단을 220수 만에 백 불계승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박정환은 종합 전적 2-0으로 결승행을 확정했다. 박정환이 잉씨배 결승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박정환은 중국의 셰허 9단과 판팅위 3단 간의 준결승 승자와 오는 12월 결승 5번기를 치른다. 4년마다 열려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잉씨배는 우승상금이 40만 달러(약 4억 7000만원)로 국제대회 중 최고액이다.
  • [Weekend inside-웹툰의 세계] 웹툰에 빠지다, 초딩부터 직딩까지 ‘드르륵’… “내 얘기랑 똑같네” 공감

    [Weekend inside-웹툰의 세계] 웹툰에 빠지다, 초딩부터 직딩까지 ‘드르륵’… “내 얘기랑 똑같네” 공감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리트위트와 공유가 넘쳐난다. 최고의 인기 캐릭터인 ‘장그래’가 포털사이트 다음에 등장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원 연습생 출신으로 입단에 실패한 장그래는 ‘원 인터내셔널’이라는 종합상사에 낙하산으로 입사한다. 사회생활 경험도, 관련 공부도 해본 적이 없는 그의 회사생활이 결코 순탄할 리 없다. ‘이끼’로 이름을 날린 윤태호 작가는 장그래의 회사생활과 인생을 그가 가장 잘하는 바둑에 비유해 보여준다. 장그래는 회사생활을 하는 내부인이자, 회사를 바둑판처럼 내려다보는 외부인이기도 하다. 장그래가 억울한 일을 겪으면 독자들은 흥분하고, 멋지게 일을 해결하면 모두 환호한다. ‘곤마’ ‘복기’ 등 전문적인 바둑 용어들도 술술 읽힌다. 직장인 정명기(39)씨는 “처음엔 바둑에 인생을 비유하는 것이 현학적으로 느껴졌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내 스스로가 세상 살아가는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면서 “가끔은 소름이 끼치고 전율을 느낄 정도로 몰입해 읽게 된다.”고 말했다. #김문학 과장은 가우스전자에 다니며 가우스아파트에 산다. 가우스모터스의 차를 타고, 가우스카드로 결제하며 가우스생명에 가입해 있다. 네이버 웹툰 ‘가우스전자’의 첫회는 ‘그렇다면 김 과장은 가우스의 직원인가 고객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다국적 문어발 기업’의 기치를 내건 가우스전자 마케팅3부 직원들의 얘기를 담고 있다. 착하지만 능력이 달리는 주인공 이상식씨를 중심으로 존재감이 없는 나무명씨, 기러기 아빠인 위장병 부장, 능력은 있지만 지나친 성형으로 표정이 사라진 성형미 과장 등 주변인물이 끊임없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가우스전자의 가장 큰 라이벌인 ‘와플’(애플의 패러디)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연재되는 가우스전자를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은 ‘현실풍자’에 대한 곽백수 작가의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직장인 원은지(31·여)씨는 “다소 과장돼 있지만 등장 인물들이 겪는 일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며 “아침에 출근하면 곧바로 가우스전자부터 읽고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웹툰 전성시대다. 네이버 140편, 다음 60편 등 포털사이트에 정기적으로 연재되고 있는 웹툰은 현재 수백건에 이르고 웹툰으로 생활을 꾸리는 전문작가도 500명을 헤아린다. 웹툰은 정보기술(IT) 인프라와 만화의 결합으로 탄생해, 대표적인 한국산 콘텐츠로 꼽힌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은 언제 어디서나 웹툰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웹툰에 또 다른 도약의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웹툰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맹목적이다. 네이버의 경우, 영화 콘텐츠 중 관객평점 9점(10점 만점)을 넘는 작품이 손에 꼽을 정도지만 웹툰은 연재되는 대부분의 작품이 9점을 넘고 9.9점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한 회라도 연재를 거르거나 하면 곧바로 평점이 뚝 떨어진다. 그만큼 연재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수치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네이버 웹툰의 경우 매달 방문자 수가 700만~1000만명, 페이지뷰는 8억~10억건 수준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모바일 이용자를 포함하면 수치는 최소한 1.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웹툰 인기의 가장 큰 비결은 특별한 타깃이 없다는 점이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원래 만화계에는 순정잡지는 소녀팬, 성인잡지는 성인 남성 등으로 독자 중심의 타깃을 설정했다.”면서 “하지만 웹툰은 접하기만 하면 독자 누구나 자신에 맞는 작품을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구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하루 최소 3~4시간은 접속하기 때문에 접근 장벽도 아예 없어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웹툰의 다양성은 결국 소재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직장인들이 미생과 가우스전자에 열광한다면 젊은 여성들은 정다정 작가의 ‘역전! 야매요리’를 기다린다. 특별한 조리법 없이 작가가 내키는 대로 만드는 요리가 가끔은 제대로 만들어지고, 때로는 ‘참사’에 가까운 결과물을 낳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아부쟁이’, ‘갓 오브 하이스쿨’ 등은 전형적인 중·고등학생용 작품이다.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는 폭넓은 독자층을 자랑한다. 이 밖에 야구만화인 ‘라이징 패스트 볼’, 판타지인 ‘신의 탑’과 ‘아스란 영웅전’ 등 웹툰 속에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장르가 어우러져 있다. 최근 몇 년 새 웹툰은 영화나 드라마 등 ‘스토리’의 보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대표적인 사례다. ‘움비처럼’과 ‘그린스마일’ 등을 그린 권혁주 작가는 “웹툰이 공짜였기 때문에 급성장하기 시작했지만, 콘텐츠로서 장점이 없었다면 10년이 넘도록 유지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웹툰 영화화의 대표주자는 강풀이다. 현재까지 ‘이웃사람’ ‘그대를 사랑합니다’ ‘순정만화’ ‘바보’ ‘아파트’ 등이 개봉했고 현재 ‘26년’이 제작되고 있다. 윤태호 작가의 ‘이끼’도 큰 인기를 모았다.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저승편’, 하일권 작가의 ‘목욕의 신’, 훈 작가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10여편은 현재 영화화가 진행되고 있다. 만화평론가 서찬휘씨는 “웹툰 영화화 초창기에는 서술형식인 웹툰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기려고 해 관객들이 낯설어하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제는 학습효과가 생기고, 웹툰의 주제들에 무게가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박인하 교수는 “특화된 작품들이 대중에게 인기를 얻고 그게 영화화되거나 출판만화로 나오면서 선순환 구조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작품은 해외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호랑 작가의 ‘봉천동 귀신’이 이미 지난해 미국 만화사이트에 번역 게재됐고, 상당수 작품이 해외 네티즌이 번역해 게재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만화계 입장에서는 웹툰의 인기를 무턱대고 좋아할 수 없다. 우선 ‘웹툰은 무료’라는 인식이 양날의 칼이다. 웹에서는 아주 인기가 많아도 단행본으로 나오면 판매량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와 접근은 용이하지만 결국 2차적 활용은 성공하기 힘든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규모의 추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만화계 일각에서는 웹툰 시장 규모가 1000억원 수준으로 출판시장을 이미 뛰어넘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수백명이 넘는 웹툰 작가들의 원고료도 아주 낮다. 박 교수는 “현재는 극히 일부 잘나가는 작가들은 괜찮지만, 그 아래를 떠받치고 있는 신인들은 고료가 형편없는 피라미드 구조”라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즐겁게 하지만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 [기고]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장원재 다문화 콘텐츠협회장·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

    [기고]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장원재 다문화 콘텐츠협회장·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

    올여름, 우리는 스스로 놀랐다. 올림픽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표단은 사격·유도·양궁·수영·배드민턴·핸드볼·축구 등 거의 모든 종목에서 세계 정상권에 진입했다. 충분한 인구·경제력·사회적 자원 등을 고루 갖춘 소수의 선진국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다. 단지 성적이 좋아서 신났던 것이 아니다. 창조적 파괴가 신나는 진짜 이유다. 무함마드 알리가 위대한 것은 신개념의 복싱을 창조했던 까닭이다. 알리 이전의 헤비급 복서에겐 펀치의 파괴력이 일류의 지표였다. 알리는 스피드가 파워를 대체할 수 있고, 또 대립적 요소가 아니라 양립 가능한 기술임을 보여줬다. 아베베 비킬라는 지구력 위주의 마라톤에 스피드라는 개념을 접목시켰다. 이창호는 기다리는 바둑이 가장 공격적이라는 역설을 완성했다. 한국 펜싱은 ‘발로 하는 펜싱’이라는 신발명품으로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양궁과 쇼트트랙은 또 어떤가. 고정관념을 깨는 건 혁명이자 모험이다. 혁명이나 모험이 시도에 그치지 않고 성적을 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응원문화도 한결 진화했다. 무분별한 민족주의와 성적 지상주의가 사라졌다. 광장의 열광은 줄어든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성숙한 개인들의 참여가 빈자리를 메웠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대한민국은 눈앞에서 근대화·공업화·민주화·선진화를 완성한 국가다. 최빈국에 있던 나라가 어떤 요소를, 어떤 방식으로 투입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는지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사례라는 뜻이다. 선진화의 열망을 지닌 나라가 과학적으로 벤치마킹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모델인 것이다. 바로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의 세계화를 꿈꾼다. SM의 이수만 대표는 “사이버 공화국을 만들어 세계인을 우리의 국민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가슴 뛰는 얘기다. 국토와 인구라는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기 어렵지만 신기술을 빌려 한국 문화와 한국이라는 나라에 친화적인 사람들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물리적 한계를 문화적으로 극복하자는 발상이다. 그런 만큼 광주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는 더 큰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호남은 이미 국제사회다. 다문화 결혼, 영구 정착형 거주자 비율이 다른 지역을 압도하고 있다. 판소리와 음식, 한국화의 뼈대를 이루는 남도의 예술은 문화적 세련미의 진수다. 도시문화와 농경문화, 전통과 현대, 한국과 아시아 각국의 문화가 미로처럼 한데 얽혀 있고 이 모든 요소가 실시간으로 용광로처럼 끓고 있는 도시다. 대한민국의 성취가 아시아인의 꿈으로 기능하려면 그 꿈이 실제로 펼쳐지는 공간도 있어야 한다. 아시아 각국의 문화가 화산처럼 분출하고 서로 섞이며 영감을 주고받는 가운데 각국 문화의 소비와 거래, 평가와 제조까지 이뤄지는 문화산업의 중심지를 가꿔야 한다. 아시아 각국의 영화·드라마·가요가 자기 나라가 아니라 이곳에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더 중요한 빅 마켓이다. 각국의 전통문화가 그 자체로 사랑받으면서도, 다양한 진화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인재와 기술이 모여 있는 문화실험실이 필요한 것이다. 올림픽에서 다인종 인류가 경쟁과 화합으로 감동을 주었듯이, 아시아 문화중심 도시도 배려와 화합으로 세계인의 모범이 되길 바란다.
  • 웹툰에서 대박 터뜨린 생활만화 2종 발간

    웹툰에서 대박 터뜨린 생활만화 2종 발간

    웹툰에서 대박을 터뜨린 만화들이 그 여세를 몰아 종이책으로 묶어져 나오고 있다.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의 ‘만화 속 세상’에 연재 중인 난다 작가의 ‘어쿠스틱 라이프’ 3권과 윤태호 작가의 ‘미생’(未生) 1·2권이 나왔다. 지방출신으로 서울에서 신혼생활을 하는 난다 부부의 알콩달콩한 신혼 이야기는 미혼여성들에게 결혼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깜찍한 만화다. 대기업 회사원들의 애환을 그린 ‘미생’은 거의 완벽한 취재로 직장인들에게 절대공감을 일으키고 있다. 신간 출간에 맞춰 두 작가를 각각 인터뷰했다. ■신혼부부의 ‘깨알같은 즐거움’ 난다作 ‘어쿠스틱 라이프’ ‘깨알 같은 즐거움’이란 표현은 단어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동그란 얼굴에 눈이라고는 두 점을 찍어 놓았는데, 희로애락이 모두 표현된다든지, 또 만화 옆의 대화들이 때론 두 눈을 비비고 들여다봐야 할 정도로 작은 글씨들이 깨알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폭소가 터져나온다든지 하는 상황이다. 난다(본명 김민설·31)의 ‘어쿠스틱 라이프’가 그러하다. 2010년 8월에 ‘만화 속 세상’에 등장한 ‘어쿠스틱 라이프’는 이제 시즌 4를 마치고 지난 8월부터 시즌 5에 접어들었다. ‘좋아요’가 평균 800회 정도에 ‘폭풍 댓글’이 장난이 아니다. 고정 등장인물은 단 세 명. 직업이 만화가인 초보 주부 난다와 게임 개발업체에서 일하며 신제품이 나오면 밤샘 줄서기도 마다하지 않는 통통한 남편 한군, 피부 가꾸기가 취미인 남동생 토깽이다. 생활에서 지지고 볶는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진행된다. 웹툰 애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은 난다보다도 남편이라는 것이 작가의 분석이다. 난다는 “만화를 본 사람은 남편을 궁금해한다. 토깽이 싱글이라서 인기가 있다. 독자들이 남편을 좋아하는 것은 제 시선이 투사된 인물이라서, 사랑스럽게 그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난다는 “원래 스토리 만화를 준비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는데, 가벼운 소재로 그리던 생활만화가 먼저 (대박이) 터졌다.”면서 인기 비결에 대해 “사소한 일로 부부가 토라지거나, 치킨배달로 좋아하는 등 소소한 일들이 사람들에게도 늘 일어나는 일이라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5는 짧게 진행된다. 10월 20일 전후로 첫딸 출산일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즌 4, 5에는 임신부의 복잡한 감정 기복들이 소개되고 있다. 어쿠스틱 라이프가 끝날 수도 있고, 계속될 수도 있다. 난다는 “출산을 하고 복귀한다면 다른 작품으로 할 예정이다. 육아일기는 별로 원하지 않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월급·승진에 목맨 직장인 애환 윤태호作 ‘미생’ ‘미생’(未生)은 글자 그대로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이다. 바둑에서는 두 집이 나야 ‘완생’(完生)이라고 한다. 완전히 살아 있지 못했으니 상대로부터 늘 공격을 받을 여지가 많은 직장 초년생의 이야기다. 주인공 장그래는 열한 살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가 프로기사만을 목표로 살았던 청년인데 입단에 실패한 뒤 회사에 들어가 평범한 삶을 시작한다. 검정고시 고졸인 장그래가 종합상사에 입사해 인턴사원을 거쳐, 정식사원증을 걸고 직장인의 삶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려 한다. 실제로 10급 정도의 실력을 갖춘 바둑 애호가인 작가 윤태호(49)가 바둑과 샐러리맨의 삶을 버무린 것이다. 장그래가 김 대리에게 묻는다. 회사원은 무엇으로 사느냐고. 그때 김 대리는 “월급과 승진이지 뭐.”라고 답한다. 작가 윤태호는 직장생활이 월급이나 승진이 아닌 직장생활 자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접근하고 있다. 실제 미생을 읽고 댓글을 다는 직장인들은 나만 하루하루가 힘든 것이 아니라는 점에, 회사는 선배와 후배·동료가 모두 합심해서 일하는 곳이라는 점에, 장그래를 보니 나는 오늘도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스트레스를 날린다. 잠이 부족해 항상 눈이 빨간 일 중독자 오 과장이나, 그 오 과장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잘 받쳐주는 넉넉하고 실력 있는 김 대리를 보고 있으면 “사는 게 뭐 있어.” 하고 낙담하고 자포자기하던 마음을 추스르게 된다. 어느 직장인인들 알아주지 않는 괴로움이 없으며, 무능력을 자탄하고 험담과 권모술수의 장난질에 놀아나지 않겠는가 말이다. 미생 60회와 61회는 모든 직장인들의 괴로움인 고문관이 등장한다. 60회 댓글에는 그 고문관을 두고 “사무실 질량 보존의 법칙, one 사무실, one 또라이”라고 해서 작품만큼이나 공감을 일으키기도 했다. 윤태호는 작품 마감 때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잠을 잔다. 출판만화 버전으로 제작해서 그리고, 액자형태의 틀을 다 뜯어서 다시 웹툰 형식으로 올린다. 윤태호는 “´이끼´ 때 책으로 내놓고 나니 아쉬워서 이번에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책 ‘미생’은 웹툰이 아니라 당초 출판만화용으로 그린 것처럼 보인다. 윤태호는 영화 ‘이끼’의 원작만화 작가로 미생을 “TV드라마로 만들자.”는 제작자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곽경택 감독 “장편으로 찍고 싶던 내 졸업작품이니 세트 비용 꾸러 다니면서도 버텼지”

    곽경택 감독 “장편으로 찍고 싶던 내 졸업작품이니 세트 비용 꾸러 다니면서도 버텼지”

    1989년 부산 양정의 53사단 헌병대. 훗날 음악평론가와 영화감독이 된 강헌(50)과 곽경택(46)은 군대 선후임으로 이곳에서 만났다. 현역들에게 구박받는 ‘18방’(18개월 복무 방위)의 동병상련, 문화·예술에 대한 공감대로 둘은 퇴근 후 부산 시장통을 돌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당연히 의사가 돼야 하는 줄 알고 의대(고신대)에 들어갔지만, 해부학 수업을 듣고 회의를 느꼈던 곽경택은 제대 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CF 연출을 공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해 보는 게 좋겠다.”는 영화운동 조직 ‘장산곶매’ 출신 강헌의 꾐(?)에 진로를 틀었다. 23년이 흘렀다. 중견 감독이 된 곽경택이 10번째 장편 ‘미운 오리 새끼’(30일 개봉)를 내놓았다. 1987년 부산 헌병대에서 ‘빡센’ 군생활을 하는 어리바리한 ‘6방’(6개월 방위) 전낙만의 얘기다. 고문을 당해 실성한 아버지 때문에 낙만은 단기사병으로 입대한다. 이발, 사진, 화장실 청소까지 도맡는 ‘잡병’ 신세. 하지만 기원을 하는 할아버지를 둔 덕에 바둑 실력은 끝내 준다. 헌병대장의 총애를 받지만,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신임 중대장은 방위도 영창 근무를 서라고 지시한다. 현역 고참들도 낙만을 못 괴롭혀 안달이다. 말년을 무사히 버텨 어머니가 사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려는 낙만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낙만의 모습에는 곽경택과 강헌의 ‘18방’ 경험이 촘촘하게 녹아 있다. “에피소드는 대부분 사실이다. 내가 이발병이고, 헌이 형은 바둑병이었다. 이발을 하다가 실수로 다른 병사의 귓불을 자르고, 그걸 닭 모이로 준 것도 사실이다. 나는 영창 근무를 섰고, 헌이 형은 영창에 끌려갔다. 낙만이 영창에서 만난 ‘행자’ ‘여호와’ 캐릭터 또한 모두 실재 인물이다.” 곽 감독의 작품 대부분은 거친 (부산) 사내들의 우정과 배신, 사랑 이야기다. ‘미운 오리 새끼’는 ‘똥개’(2003) 이후 처음으로 편안한 웃음을 준다. 하지만 제작 과정은 악전고투였다. 순제작비는 20억원 수준. 그나마 감독과 팀장급 스태프들은 개런티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쓴 돈은 10억원 남짓이다. 250억원이 투입된 그의 작품 ‘태풍’(2005)과 비교하면 10분의1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국의 모든 투자사에서 퇴짜를 맞았다.”고 했다. 서울 독산동 철거를 앞둔 군부대의 촬영 허가를 받아 놓은 터라 급해진 곽 감독은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부터 했다. 그는 “나중에 찍으려면 세트 비용만 10억원은 들 텐데 도리가 없었다. 며칠 찍다가 3000만~1억원씩 지인들에게 돈을 꾸러 다니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돈이 워낙 조금 들어갔기 때문에 크게 안 터져도 되니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목표가 100만명 이하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웃었다(손익분기점은 60만명 정도다). 왜 꼭 지금이어야 했을까. “10억원짜리 세트에 시나리오까지 다 된 상황이다. ‘기적의 오디션’(곽 감독이 멘토로 출연한 SBS 신인배우 오디션)에서 만난 혈기왕성한 친구들이 있었다. (뉴욕대 졸업 작품 ‘영창이야기’를) 언젠가 장편으로 만들 거라면 지금이어야만 한다고 자신을 몰아갔다.”고 했다. 출연진 중 낙만 아버지를 연기한 오달수를 빼면 대부분 ‘기적의 오디션’ 출신이다. 주인공 낙만 역의 김준구는 물론 악질 중대장 역의 개그우먼 조혜련 동생 조지환, 행자 역의 문원주, 권하사 역의 박혜선 등은 ‘기적의 오디션’에서 찾아낸 원석이다. 장동건(‘친구’ ‘태풍’)·정우성(‘똥개’)·권상우(‘통증’) 등 충무로의 미남 배우들을 유독 아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기자분이 처지 바꿔 생각해 봐라. 어리바리한 낙만 역을 장동건·권상우가 하겠나. 하하하. 신인 배우만 쓰는 게 부담은 됐지만, 철저하게 캐릭터에 맞춰 이미지 캐스팅을 하고 실수만 줄이면 된다고 봤다.”는 게 곽 감독의 설명이다. 이어 “신인 배우들은 고맙다고 하는데 사실 내가 고맙다. 그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창작의 영감을 얻었다. 조지환을 본 순간 살만 25㎏쯤 찌우면 내 기억 속 중대장과 딱 매치가 되겠더라.”고 했다. 전작 ‘통증’은 곽 감독이 처음 다른 사람의 시나리오로 연출한 작품이다. 서울을 배경으로 부산 사투리를 쓰지 않는 남자(권상우)와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정려원)의 사랑 등 지금껏 그의 작품들에서 크게 벗어나 더욱 주목받았다. 평단은 곽 감독의 변신에 호의적이었는데 흥행(최종 관객 70만명)은 신통치 않았다. “나도 충격받았다. ‘친구’ 이후 쉬지 않고 영화를 찍은 건 크게 까먹지 않거나 본전은 했기 때문인데 100만명을 못 넘길 줄은 몰랐다.” 최근 1200만 관객을 넘어선 ‘도둑들’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 법했다. ‘친구’는 2001년 820만 관객(공식 통계는 서울 267만명)을 동원했다. 2000년대 들어 멀티플렉스가 본격화된 걸 감안하면 요즘 1000만을 훌쩍 웃도는 기록인 셈. ‘친구’를 넘고 싶은 욕심은 없는 걸까. “이제 포기했다. 하하하. 흥행은 영화만 잘 찍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배급 상황, 사회 분위기, 경쟁작과의 함수관계 등이 맞아떨어져야 나온다. 강형철(‘과속스캔들’ ‘써니’)이나 최동훈(‘타짜’ ‘전우치’ ‘도둑들’)은 대단한 감독이다.” 문득 궁금했다. 의사의 길을 외면한 걸 후회한 적은 없을까. 그는 “안철수 박사처럼 졸업하고 나서 하고 싶은 일을 했다면 모르겠는데, 중도에 그만둔 건 부끄럽다. 하지만 후회한 적은 없다. 아닌가. (미스터리 의학영화) ‘닥터K’ 망하고 나서 잠깐 후회한 것도 같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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