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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에 거둔 1승 큰 의미… 아들 장하다”

    “이미 승패 난 만큼 부담감 털고 인공지능과의 바둑 즐겼으면” “아들이 장하다. 응원한 모든 사람에게 감사를 표한다.” 이세돌 9단의 어머니 박양례(70)씨는 13일 이 9단이 3연패 끝에 이날 4국에서 승리를 거둔 직후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오늘 아들이 거둔 1승은 인간이 인공지능에 맞선 결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3연패를 하는 동안 피가 말랐을 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9단의 고향마을인 전남 신안군 비금면 도고리 본가에서 TV를 통해 아들의 대국 장면을 지켜본 박씨는 “세기의 대국이 진행되는 동안 어미가 손에 땀을 쥐고 피를 말리는 고통을 겪었는데, 대국을 치른 당사자인 아들의 심정은 어떠했겠느냐”며 “오늘 1승으로 아들도 마음의 큰 짐을 덜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인공지능과는 이미 승패가 난 만큼 남은 1국도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좋을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들이 이제 승패를 떠나 인공지능과의 바둑을 즐기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4국은 해설자들이 초반부터 비교적 잘 두고 있다고 말을 해 용기를 내서 처음부터 끝까지 TV를 통해 지켜봤다”면서 “이제 남은 마지막 5국은 아주 편안하게 생각하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신안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나를 넘어섰다… 나는 인간이다

    나를 넘어섰다… 나는 인간이다

    1202개 CPU 슈퍼컴 약점찾아… 李 “값어치 매길 수 없는 1승” ‘인류 대표’ 이세돌(33) 9단이 ‘3전 4기’ 끝에 마침내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를 넘었다. 이 9단이 지난 세 차례의 대국을 통해 중앙처리장치(CPU) 1202개가 연결된 슈퍼컴퓨터 알파고의 약점을 찾아낸 것이다. 이 9단은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180수 만에 알파고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 9단은 1~3국을 내리 패했지만 네 번째 대결에서 알파고를 상대로 기적 같은 첫 승을 올렸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챔피언 판후이 2단과의 대결에서 5전 전승을 기록하는 등 사람을 상대로 전승 행진을 이어 오다 이날 사람에게 첫 패배를 당했다. 이날 대국에서 이 9단은 두 귀를 점령하고 좌변과 우변에도 집을 마련하는 실리 작전을 펼쳤고, 알파고는 상변에서 중앙까지 거대한 집을 만들었다. 승부처는 중앙이었다. 이 9단이 78수로 중앙 흑 한 칸 사이를 끼우는 묘수를 날렸고, 알파고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의문 수를 남발해 순식간에 형세가 이 9단 쪽으로 기울었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79수 때 알파고의 가치망이 계산한 승률이 약 70%였으나 87수 때 급락했다고 밝혔다. 알파고는 이후 다양한 응수타진으로 이 9단을 흔들려고 했으나 형세는 바뀌지 않았다. 바둑TV 해설을 맡은 이현욱 8단은 “정말 자랑스럽다”며 “비록 이번 시리즈에서 패배를 했지만 가능성을 열어 둔 굉장히 중요한 1승이다. 앞으로 인간이 이길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이 9단은 대국 후 기자회견에서 “정말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1승”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이세돌 VS 알파고 5국, 흑으로 나서는 이세돌…관전 포인트+승부처

    이세돌 VS 알파고 5국, 흑으로 나서는 이세돌…관전 포인트+승부처

    이세돌 9단이 지난 13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3연패 뒤 첫 승을 거두면서 오는 15일로 예정된 마지막 5국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한국기원 및 구글 딥마인드에 따르면 마지막 대결에서는 이세돌 9단이 흑돌을 잡는다. 지난 4국이 끝난 직후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에게 “제가 백으로 이겼으니 흑으로 한 번 해보겠다”며 5국 돌가리기를 정하자고 즉석에서 제안했고 허사비스 CEO가 받아들였다. 이세돌 9단은 흑돌을 잡았던 1, 3국에서 알파고에게 졌지만 지난 4국의 승기를 이어 마지막 대결에서 흑돌로 알파고 사냥에 나선다. 이세돌 9단은 4국과 같이 초반에는 1, 3국에서 뒀던 수를 그대로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10수 이후 새로운 작전을 펴 알파고의 대처 능력을 떨어뜨리는 작전을 사용하면 이번에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사비스 CEO도 4국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세돌 9단의 묘수와 여러 복잡한 형세에 기인해 실수가 나오는 국면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5국의 승부처는 이번에도 공간이 넓은 중앙이 될 전망이다. 이미 프로기사들은 알파고의 약점으로 중앙을 꼽고 있고, 이세돌 9단도 4국에서 중앙 승부에서 승기를 잡았다. 넓은 중앙에서 난전이 벌어질 경우 인공지능인 알파고도 최선의 이기는 수를 찾는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프로기사들에게도 중앙은 정답이 없는 ‘미지의 세계’로 통한다. 이번에도 이세돌 9단에게는 ‘승부수’가 필요하다. 4국에서 중앙 흑돌에 끼운 78수와 같이 알파고가 예측할 수 없는 ‘신의 한 수’가 나와야 알파고의 실수를 유발할 수 있다. 여전히 ‘인류 대표’인 이세돌 9단의 승리가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많지만 이세돌 9단도 지난 4번의 대국을 통해 알파고의 기풍을 파악한 상태다. 하루 동안의 휴식이 주어지면서 이세돌 9단은 알파고를 분석할 시간도 벌었다. 한편 이세돌 9단은 지난 4국보다 반면(바둑판)에서의 집 싸움에 부담을 갖게 된다. 중국 룰에 따라 백돌을 잡는 알파고에게 7집 반을 덤으로 주고 대국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마지막 대결을 2연승으로 마무리하고 ‘최고 승부사’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줄 지 주목된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中 양회방송도 중단 승리 속보로

    中 양회방송도 중단 승리 속보로

    중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바둑 고수 커제(柯潔·19) 9단은 13일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둔 데 대해 “프로기사들의 자존심을 되찾아 줬다”며 기뻐했다. 커 9단은 이날 현지 스포츠TV 대국 해설 등을 통해 “알파고는 오늘 무기력했다. 이 9단이 직업 바둑 기사로서 존엄을 일부 만회했고 분풀이도 제대로 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이 9단의 승리로 우리가 알파고를 더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이 9단이 내일도 이길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 “컴퓨터에 일부 ‘버그’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계산 능력을 높이 평가했지만 한계가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커 9단은 “나 역시 알파고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생겼다. 알파고는 내게 도전할 자격이 아직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앞서 이 9단이 잇따라 패한 3국 이후 “경악했다”, “위축됐다”며 경계심을 드러냈지만 이날 이 9단의 승리로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중국 언론들도 이 9단의 승리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중계방송을 잠시 중단하고 인간의 인공지능에 대한 승리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양회 기간 일부 인터넷을 통제해 누리꾼들이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못 본다며 불만을 터뜨린 가운데 이례적인 보도로 받아들여졌다. 전날 “바둑 고수 1개 부대는 몰라도 한 명의 기사는 알파고의 적수가 될 수 없다”고 말했던 구리(古力) 9단도 환구망(環球網)에 “이 9단이 신의 한 수를 둬서 전세를 역전시켰다”고 말했다. 환구망은 “이는 인류의 체면을 지킨 승리”라고 평가했다. 신화통신도 “인간 바둑 챔피언이 3연패 끝에 마침내 인공지능을 이겼다”며 “이 9단은 최소 1승은 거두겠다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언론통제 조치의 하나로 구글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구글의 알파고와 커 9단 대결 추진을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치부하면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서울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서울포토] ‘바둑 열풍’

    [서울포토] ‘바둑 열풍’

    14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충암바둑도장에서 바둑 연구생들이 다른 연구생들과 대국을 하거나 기보를 보며 바둑 공부를 하고 있다. 2016. 3. 14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서울포토] ‘바둑 열풍’

    [서울포토] ‘바둑 열풍’

    14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충암바둑도장에서 바둑 연구생들이 다른 연구생들과 대국을 하거나 기보를 보며 바둑 공부를 하고 있다. 2016. 3. 14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대중화·세계화 기회 잡은 바둑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에 3연패를 당하자 바둑계에서는 바둑 위기론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13일 이 9단이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특히 바둑을 해외에 보급해 온 프로기사들은 “이번 대국을 전 세계에 바둑을 알리고 대중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바둑은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만 대중적 기반을 갖고 있었던 게 현실이다. 호주 교민인 이지영씨는 “승패와 상관없이 바둑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던 친구들 사이에서 바둑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며 “나만 해도 어릴 때 아버지에게 잠시 배웠던 바둑을 다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바둑계에선 2006년부터 바둑 세계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후원을 받아 바둑 프로기사나 아마추어 6단 이상을 해외에 파견해 10개월간 체류시키며 바둑 홍보와 보급 활동을 벌인다. 조금씩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2011년에는 미국바둑협회에 한국식 프로바둑 시스템을 정착시켰고 바둑보급 지도사과정을 개최했다. 프로대회를 유튜브로 생중계도 한다. 2010년 미국에 다녀온 김명완 8단은 “꾸준한 협력을 통해 미국에서 배운 프로기사들이 이제는 중국에서 온 이민자 출신들을 이기고 세계대회에 선발돼 출전할 정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2008년에 호주로 건너간 안영길 6단은 바둑 특기로 호주 영주권까지 취득했다. 한·중·일을 빼고 바둑을 직업으로 인정받은 첫 사례다. 그는 현재 바둑 대회에 참가하고 세미나와 강의 등을 통해 바둑을 전파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해외 활동 경험자들은 길게 보고 꾸준하게 사업을 이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 8단은 “매년 지원이 삭감되거나 없어진다는 말이 계속 나오는데, 꾸준히 지원하는 것이 중요한 거 같다”며 “지원이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바둑 세계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알파고, ‘버그’로 몇 수 둔 듯… 5국선 어려운 흑돌로 이겼으면”

    “알파고, ‘버그’로 몇 수 둔 듯… 5국선 어려운 흑돌로 이겼으면”

    “알파고, 백보다 흑 더 어려워해… 정보 비대칭 아닌 내 능력 부족 3연패 충격, 없지는 않았지만 즐겁게 바둑 둬 내상은 안 입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1승이었다.”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와의 반상 대결(5번기)에서 3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졌던 이세돌 9단은 제4국에서 대망의 첫 승을 거둔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그동안 겪었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냈다. 이 9단이 알파고와 대국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밝게 웃은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이 9단은 “한 판을 이겼는데 이렇게 축하받은 건 처음이다. 3연패 후 1승하니까 이렇게 기쁠 수 없다”면서 “많은 격려 덕분에 한 판이라도 이긴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대국 전 5대0이나 4대1 승부를 예상했던 게 기억난다. 내가 3대1로 앞서다가 한 판을 졌다면 아프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취재진은 이번 4국이 의도한 대로 승리한 것인지, 아니면 알파고의 실수에 편승한 것인지에 주목했다. 이에 이 9단은 알파고가 드러낸 약점을 두 가지로 꼽았다. 우선 백보다 흑을 쥐고 승부할 때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생각하지 못한 수가 나왔을 때 일종의 ‘버그’ 형태로 몇 수를 둔 것 같다고도 했다. 생각하지 못한 수가 나왔을 때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 9단은 4차례 대국으로 알파고와의 ‘정보 비대칭’을 극복했느냐는 질문에 “물론 알파고에 대해 처음부터 어느 정도 정보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기본적으로 내 능력이 부족했다”면서 “정보 비대칭성은 문제가 안 된다고 본다”고 답했다. 패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변명하는 것을 바둑 기사답지 못한 태도로 여기는 일반적인 프로기사들의 태도와 다를 게 없는 모습이었다. 이어 중국 매체의 한 기자가 “3연패를 당한 뒤 정신적 충격은 없었느냐, 대국을 중단할 생각까지 하지는 않았느냐”고 묻자 이 9단은 “충격이 아예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대국을 중단시킬 만큼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결과가 좋지 않아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즐겁게 바둑을 뒀기 때문에 내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 승리로 스트레스를 많이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의 구리 9단이 이 9단의 78수가 ‘신의 한 수’라고 말했다”면서 당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이 9단은 “쉽게 수가 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어려워 또 지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며 “당시 그 장면에서는 그 수밖에 없었고 다른 수는 보이지 않았다. 칭찬받아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이날 대국에서 알파고는 78수에 대해 제대로 응수하지 못했고 85·87·89수에서는 이 9단에게 큰 집만 만들어 주고 말았다. 이 9단은 어김없는 승부사 근성을 드러냈다. 그는 최종 5국 승부에 대해서는 “이번에 백으로 승리했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흑으로 이겨 보고 싶다. 흑으로 이기는 게 더 값어치가 있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 9단은 자리를 함께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에게 “마지막 대국에서는 돌을 가려야 하지만 흑을 쥐고 싶다”며 “수락해 달라”고 물었다. 허사비스는 곧바로 “그렇게 하시라”며 승낙했다. 이로써 5국은 이 9단의 흑번으로 치러지게 됐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서울포토] ‘바둑 열풍’

    [서울포토] ‘바둑 열풍’

    14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충암바둑도장에서 바둑 연구생들이 다른 연구생들과 대국을 하거나 기보를 보며 바둑 공부를 하고 있다. 2016. 3. 14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서울포토] ‘바둑 열풍’

    [서울포토] ‘바둑 열풍’

    14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충암바둑도장에서 한 바둑 연구생이 기보를 보며 바둑 공부를 하고 있다. 2016. 3. 14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이세돌의 외로운 싸움 진정한 인간 승리”

    인간이 세운 질서 무너진 느낌도 13일 이세돌(33)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3연패 끝에 귀중한 첫 승을 따내자 많은 시민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이 9단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5차례 대국의 전체 전적은 ‘패’로 귀결됐지만 슈퍼컴퓨터가 인간의 창의성을 완전히 넘어설 수는 없다는 게 입증됐다는 반응도 나왔다. 인공지능과의 현명한 동거 방법을 찾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는 의견도 있었다. 회사원 이모(40)씨는 “이 9단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것을 보면서 슈퍼컴퓨터가 인간을 부분적으로 능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엔 인간의 도전이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소한 창의성만큼은 인간의 고유한 특질이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상진(29)씨는 “원치 않는 ‘인간 대표 타이틀’ 때문에 이 9단이 정말 외로운 싸움을 했는데 진정한 인간 승리를 했다”며 “대국을 거듭할수록 경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보고 알파고가 점점 고전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5차전에는 이 9단이 압도적으로 승리를 했으면 좋겠다”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9단의 승리에 대해 대학원생 최모(25·여)씨는 “스티븐 호킹은 ‘100년 안에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인간이 기술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면 좋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긴급 구호·구조가 필요한 재난 현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데 인공지능이 도움을 주도록 개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3연속 패배의 충격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정모(62)씨는 “오늘 이기기는 했지만 세 번 내리 지는 것을 보면서 인간이 역사를 통해 세워 놓은 질서가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이 9단이 1995년 처음 승단한 후 9단으로 올라서기 위해 겪었던 희로애락의 역사가 알파고의 등장으로 하루아침에 무색해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손명옥(65·여)씨는 “알파고가 바둑계의 상식에서 벗어난 수를 둔 것을 보니 인공지능이 계속 발달하면서 ‘로봇 사이코패스’까지 나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첫 승을 따냈지만 1년 후에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었다. 알파고와 관련한 인터넷 유머도 계속 올라왔다. 알파고가 사실은 과학고나 외국어고 같은 바둑 명문 특목고라거나 강남 8학군 학부모들이 내년도 대학교 논술시험 주제를 알파고로 예상하고 벌써부터 특별교육에 돌입했다는 게시물도 있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길섶에서] 슬픈 바둑/손성진 논설실장

    바둑돌을 처음 만져본 것은 아마도 초등학교 5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장 좋아한 취미였으니 나와는 죽마고우(竹馬故友) 이상의 인연이다. 실력도 인터넷 바둑으로 5단으로 중고수쯤은 된다. 지금도 간혹 힘들고 외로울 때면 누구보다 먼저 찾는 게 바둑일 정도로 가까운 친구 사이처럼 되었다. 바둑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궁무진한 수(手)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판의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 같기 때문이다. 기초를 쌓고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다가 마무리를 잘해서 이기는 과정은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았다. 물론 상대방이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도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된다. 조훈현이나 이창호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거목 이세돌 9단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우울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강자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게 자연의 이치이지만 상대가 인공지능이라니 왠지 슬픈 것이다. 바둑은 수담(手談)으로 불릴 만큼 사람 간의 소통의 수단이다. 그런 사람의 영역이 인공지능에 침범당한 것 같아 더 슬프고 씁쓸하기도 하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뚫어져라 스마트폰 보는 아이… 녹내장 옵니다

    [메디컬 인사이드] 뚫어져라 스마트폰 보는 아이… 녹내장 옵니다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병이 있습니다. 바로 ‘녹내장’입니다.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으로 꼽히는 질병입니다. 지난해 배우 송일국씨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녹내장 진단을 받아 본인 스스로도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관리만 잘하면 큰 문제 없이 지낼 수 있는 정도여서 팬들이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그만큼 이 병은 자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서서히 진행하기 때문에 병이 생긴지도 모르고 적응해 사는 분들이 많습니다. 마침 지난 12일이 녹내장의 날이었습니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들을 살펴봤습니다. 녹내장은 안구 내부의 압력이 높아져 시신경과 혈관을 누르고, 손상된 시신경으로 인해 시야에 이상이 생겨 심하면 실명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초기에는 시야에 작은 검은 점처럼 보이는 부위가 생깁니다. 이 검은 점이 전체 시야를 포위하듯 범위를 넓히게 되고, 증상이 심해지면 작은 구멍을 들여다볼 때처럼 시야가 좁아지게 됩니다. 시신경이 50~60% 손상돼도 계단에서 넘어지거나 운전 중 사고가 날 정도가 아니라면 자각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탁구를 치다 갑자기 시야에서 공이 사라져 병원을 찾았다가 녹내장으로 진단받기도 합니다. ●학창시절 생활습관이 발병 좌우 일반적으로 40대 이상에서 많이 생기는 병이지만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발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대 녹내장 환자는 2011년 3만 4355명에서 2013년 3만 9985명으로 16.4% 증가했습니다. 또 30대도 2011년 5만 3027명에서 2013년 6만 47명으로 13.2% 늘었습니다. ‘근시’가 중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고도근시는 시신경을 서서히 손상시켜 녹내장이 생길 위험이 높아집니다. 근시가 심한 눈은 그렇지 않은 눈보다 안구 앞뒤가 길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눈을 지지하는 구조물들의 두께가 얇고 버티는 힘도 약합니다. 풍선을 크게 불수록 풍선의 표면이 더 얇아지고 터지기 쉬운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따라서 근시가 있는 망막신경섬유는 압력이나 혈액순환과 같은 요인에 의해 쉽게 손상받게 됩니다. 황영훈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교수는 “20~30대 녹내장 환자 대부분은 고도근시가 있다”며 “사실상 학창 시절의 생활습관이 녹내장 발병 여부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근시는 많은 분들이 이미 잘 알고 있다시피 스마트폰 이용이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고도근시가 있는 어린이 상당수가 스마트폰이나 게임기를 끼고 살다시피 한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책을 습관적으로 가까이에서 보거나 어두운 실내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면 고도근시가 생기기 쉽습니다. 녹내장을 단번에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환자들이 많은데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완치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무서운 병입니다.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황 교수는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 대부분의 환자는 약만 잘 써도 안압을 효과적으로 낮춰 시신경을 보존할 수 있다”며 “하지만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10년 정도의 기간에 걸쳐 서서히 시야가 흐려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명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완치 불가능… 평생 치료 만성질환 녹내장 치료는 안압을 20㎜Hg 이하로 낮추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합니다. 드물게 안압이 60㎜Hg 이상인 중증 환자는 시신경이 모두 손상되는 데 걸리는 기간이 불과 6개월 이내일 수 있어 곧바로 수술을 시행합니다. 하지만 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안심할 순 없습니다. 김용연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은 수술 목표가 시신경을 복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백내장처럼 시력이 회복되진 않기 때문에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내장은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합니다. 안압과 더불어 중요한 요인은 혈관 건강입니다. 특히 가족 중에 녹내장 환자가 있다면 금연하는 것이 좋습니다. 흡연은 혈액순환에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가족력과 더해지면 녹내장 진행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혈관에 혈전이 쌓이는 고지혈증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녹내장 진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음주는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의사들이 절주하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과도한 음주로 안압을 낮추는 약의 사용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많은 양의 맥주를 단번에 들이키면 안압이 상승해 녹내장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타기, 등산, 달리기 등의 운동은 좋지만 근력운동은 좋지 않습니다. 역기 같은 무거운 물건을 들면 안압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머리를 아래로 향하는 고난도 요가 동작도 역시 위험합니다. 수영도 괜찮지만 수경을 착용하면 안압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트럼펫, 색소폰 등의 관악기 연주와 넥타이를 졸라매는 습관도 역시 녹내장 환자에게 좋지 않은 행동입니다. 김 교수는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장기, 바둑, 뜨개질처럼 고개를 숙이고 가까운 것을 집중해 오랜 시간 보는 작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물구나무서기나 팔굽혀펴기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녹내장은 조기에 치료해 시신경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한데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많습니다. 검진을 받고 안압이 정상이라는 점만 생각해 마음을 놓고 있다가 날벼락 같은 판정을 받는 사례가 많습니다. 정상 안압이어도 시신경이 손상돼 녹내장 진단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기 때문입니다. ●안과검진시 시신경 검사 꼭 받아야 실제로 황 교수가 2014년 6~7월 녹내장 환자 진단 경로를 분석한 결과 71%가 정상 안압인데도 불구하고 시신경 이상 소견으로 녹내장 진단을 받았습니다. 안압이 높아 진단받은 환자는 19%, 두 증상 모두 나타난 사례는 7%에 그쳤습니다. 황 교수는 “직장인 종합검진에는 안압검사와 더불어 시신경 검사 항목이 포함돼 있어 조기에 발견할 수 있지만 일반 검진은 안압검사만 해 질병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대개의 녹내장은 정상 안압 녹내장이기 때문에 시신경 검사를 모든 검진에 필수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병을 치료하는 데 ‘끈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어차피 완치하지도 못할 병인데 병원 가서 뭐하나’라며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치료하면 생활하는 데 큰 문제 없이 지낼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녹내장이 한 번 발생하면 거의 실명한다고 생각해 좌절하고 겁에 질려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도 있다”며 “하지만 그건 오해”라고 했습니다. 이어 “녹내장은 꾸준한 약물 치료가 중요한 진행성 질환이지만 약물 치료를 받을 때 따가움과 충혈, 염증 반응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며 “부작용을 줄인 좋은 약들이 많기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씨줄날줄] 알파고와 미래사회/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알파고와 미래사회/강동형 논설위원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의 ‘알파’는 그리스어로 시작이며 처음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Alphabet)의 앞글자이기도 하다. 바둑을 중국에서는 치(棋), 일본에서는 고(碁)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고’(go)가 일반적으로 쓰인다. 일본인들이 바둑을 세계에 먼저 전파했기 때문이다. 개발자 중에 중국인이 있어서인지 규칙은 중국식이다. 바둑 강국은 한·중·일 3국이다. 바둑의 공식적인 세계 랭킹은 현재 없다. goratings.org라는 사이트에서는 1719명의 현역 프로 기사들을 대상으로 랭킹을 매기고 있다. 이세돌 9단은 랭킹 4위로 돼 있다. 중국인들은 랭킹 1위 커제가 이번 시합에 나서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알파고의 부모격인 개발자는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대표. 1976년생으로 1983년생인 이 9단보다 7살이 많다. 허사비스의 아버지는 그리스인, 어머니는 중국인이며 어렸을 때 체스 선수였다. 알파고는 2010년생으로 우리 나이로는 일곱 살 어린아이다. 그러나 몸값은 2억 달러가 넘을 것 같다. 2억 달러는 구글이 영국회사인 딥마인드를 인수할 때 지불한 금액이다. 그의 국적은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이 아니라 자신을 창조한 영국이다. 그래서 이 9단과의 대국에서 영국 국기를 달았다. 알파고의 역대 전적은 이 9단과의 바둑대결을 펼치기 전 504승 1패다. 인간에게는 1패도 당하지 않았다. 유일한 1패는 걸음마 단계에서 다른 인공지능 컴퓨터에 당했다고 한다. 이세돌 9단의 역대 전적 800승 373패와 비교가 안 된다. 알파고는 1202대의 컴퓨터를 연결해 엄청난 속도로 착점을 찾고 계가하는 능력을 지녔다.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한다. 이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지켜본 사람들의 관전평은 크게 세 가지다. 바둑에서마저도 컴퓨터에 정복당했다는 충격이다. 또 하나는 인공지능이 이렇게 발전했는데 우리는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자책과 반성이다. 그리고 미래 AI 시대가 가져올 막연한 두려움과 부작용을 염려하는 의견이다. 이 9단과의 바둑 대결을 관전하면서 느낀 것은 알파고는 감정이 없는 기계일 뿐이라는 점이다. 아직은 인간의 맛을 찾아볼 수가 없다. 중용은 희로애락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를 중(中)이라 하며, 이를 천하의 근본이라고 치켜세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화(和)라고 하는 인간이 가지는 아름다움, 인간이 추구하고자 하는 세계와 조화를 이루었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아름다움이 없다면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이 될 수 있다. 컴퓨터에 인문학을 접목한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HCI) 이라는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상상의 동물인 인간은 앞으로 AI 진화의 끝을 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끝이 인간과 AI의 아름다운 동행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서울포토] ‘바둑 열풍’

    [서울포토] ‘바둑 열풍’

    14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충암바둑도장에서 바둑 연구생들이 다른 연구생들과 대국을 하거나 기보를 보며 바둑 공부를 하고 있다. 2016. 3. 14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서울포토] ‘바둑 열풍’

    [서울포토] ‘바둑 열풍’

    14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충암바둑도장에서 바둑 연구생들이 다른 연구생들과 대국을 하거나 기보를 보며 바둑 공부를 하고 있다. 2016. 3. 14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서울포토] ‘바둑 열풍’

    [서울포토] ‘바둑 열풍’

    14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충암바둑도장에서 바둑 연구생들이 다른 연구생들과 대국을 하거나 기보를 보며 바둑 공부를 하고 있다. 2016. 3. 14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좌절 모른 집념의 드라마… 이세돌도 진화했다

    좌절 모른 집념의 드라마… 이세돌도 진화했다

    알파고 11수까지 2국 ‘흉내바둑’ … 끝내기 상황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수 팝업창에 ‘resigns’ 띄워 패배 선언 인공지능(AI)만 학습하고 진화하는 게 아니다. ‘도전’에 맞서 끊임없이 학습하며 ‘응전’해 온 것이 바로 인간의 역사였다.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와 지난 세 차례 대국을 통해 바둑을 보는 시야를 넓히며 도약을 이뤄 냈고 마침내 ‘바둑 괴물’ 알파고에게 항복 선언을 받아 냈다. 이 9단은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180수 만에 극적인 불계승을 거뒀다. 이 9단은 백 78수로 중앙 흑 한 칸 사이를 끼우는 ‘신의 한 수’를 찾아내 승부를 결정지었다. ●실리vs실리 승부 이 9단은 4국에서는 집을 우선 차지하는 실리 전법을 들고 나왔다. 앞선 대국에서 알파고가 너무나 생소한 수를 보여 준 것에 영향을 받았는지 이 9단도 이날 대국에선 평범함을 거부하는 모습이었다. 흑 45수 이후 백이 상변 타개로 밀어 가는 수를 두거나 날일(日)자로 두는 수를 예상했지만 이 9단은 백 46으로 예상외의 곳에 뒀다. 프로기사 이영신 5단은 이 장면에 대해 “알파고를 통해 이 9단이 진화했다. 시야가 넓어졌다”며 “백 46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하귀와 좌하귀에서 안정적으로 집을 마련한 이 9단은 좌변에서도 알파고에 세력을 허용하는 대신 집을 만드는 방식을 통해 실리에서 앞서 나갔다. 반면 알파고는 중앙에 거대한 세력을 쌓으며 상변에 큰 모양을 만들었다. 이 9단이 즉각 상변에 침입해 타개에 나서자 알파고는 우변으로 손을 돌려 백을 압박했다. 이 9단이 중앙으로 밀고 올라오자 알파고는 일견 무리하게 보이는 이단젖힘으로 백을 누르며 중앙을 틀어막았다. ●85·87·89 떡수… 자기 집 깨뜨려 중반으로 들어가면서 알파고는 서서히 우세를 점하기 시작했다. 이 9단은 70수 삭감에서 실수해 알파고가 큰 진영을 만드는 것을 막아 내지 못했다. 장고 끝에 이 9단은 백 78수로 중앙 흑돌에 끼우는 ‘신의 한 수’를 찾아냈다. 이후 알파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를 남발하며 손해를 자초했다. 85·87·89수로 이 9단에게 큰 집을 만들어 주고 자기 집을 깨트리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 해설을 맡은 프로기사 하호정 4단은 “진짜 오류가 났다”며 황당해했다. 함께 해설했던 송태곤 9단도 “접전 지역이 아닌 곳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의아해했다. 알파고는 끝내기 상황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수를 여러 번 두면서 끝내기 능력이 막강할 거라는 기존 평가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바둑TV 해설을 맡은 이현욱 8단은 “알파고가 귀신같은 끝내기를 하다가도 의문의 한 수를 둔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초읽기 능력 확인은 다음 기회로 알파고는 백 78수를 당한 이후 다양한 응수타진으로 이 9단을 흔들다 형세가 바뀌지 않자 180수 만에 돌을 던졌다. 알파고의 불계패 선언은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알파고 기권. 백돌 불계승이라는 결과가 게임 정보에 추가됐다’(AlphaGo resigns. The result “W+Resign” was added to the game of information)라는 팝업창이 뜨는 것으로 이뤄졌다. 이를 보고 알파고의 대리인인 아자황이 바둑판에서 돌을 거둬들였다. 알파고가 초읽기에 몰리기 직전에 패배를 인정하면서 초읽기 상황에서 알파고가 계산을 얼마나 정확하게 하는지 볼 수 있는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알파고가 이른바 ‘떡수’를 둔 것에 대해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이 9단의 빈틈없는 수에 압박을 받자 확률 계산에서 실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프로기사인 김찬우 AI바둑 대표는 “경기 중반에 알파고가 보인 특이한 수는 일종의 버그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바둑계 “마음고생 털었다”며 환호 이 9단이 첫 승을 거두자 바둑기사들은 물론 내외신 기자들도 환호성을 올렸다. 이희성 9단은 전화 인터뷰에서 “그 어느 대국보다도 남다른 승리다. 가슴이 뭉클하다”고 표현했다. 이영신 5단은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보면서 나 역시 바둑을 보는 안목이 높아진 걸 느낀다”며 “이번 대국과 같은 기회가 자주 있다면 바둑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같은 명승부가 자주 펼쳐진다면 바둑 대중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열린세상] ‘알파고’와 ‘스리피스’/조인호 연세대 언론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알파고’와 ‘스리피스’/조인호 연세대 언론대학원 교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에 대한 대화가 온통 주변을 메우고 있다. 인공지능의 학습 능력에 감탄하는 사람들, 아직은 인간의 영역이 불가침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그리고 인공지능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를 기대하거나 우려하는 사람들로 우리 사회가 들끓고 있는 듯하다. 올 초 다포스포럼에서 인공지능이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와해성 혁신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2025년까지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시장 규모가 20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알파고의 선전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고무되어 알파고의 산파 역할을 한 구글 딥마인드 대표 허사비스는 알파고가 평범한 인간의 일상을 모방할 수 있는 단계로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문득 알파고가 스타워즈의 ‘스리피스’로 실현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필자만은 아닐 듯하다.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필자가 기억하는 ‘스리피스’는 ‘알투디투’보다 문제해결 능력은 현격히 떨어지지만 감성적이었고 유머러스했다. 좀 더 어려운 단어들로 표현하자면 자신이 처한 환경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프레임들 가운데 어떤 프레임이 중요한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프레임 안에서 목적 지향적이지 않은 행위를 적절히 수행했다. 이것이 인간에 의해 주어진 프레임 안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최적의 선택을 하는 ‘알투디투’에 비해서 ‘스리피스’가 우리에게 훨씬 더 인간적(?)으로 보인 이유일 것이다. ‘알투디투’에 가까운 알파고는 빅데이터 분석, 이미지 분류, 음성인식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 딥러닝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파고는 바둑 대국에서 상대방이 어떤 위치에 돌을 놓는지에 따라 선택을 달리하는 알고리즘과 승자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이 결합하여 있다고 한다. 알파고는 바둑돌의 다음 위치를 예측하도록 하는 지도학습과 대국의 결과에 따라 보상을 주는 강화학습, 바둑돌의 위치 평가를 바탕으로 결과에 대한 예측력을 강화하는 과정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적으로 자신을 발전시키고 있다. 필자는 과거 인공지능이 가진 가능성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한 인간의 개입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던 기계학습의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이며, 인간의 개입을 배제한 학습의 과정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필자가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인공지능에 대한 접근방법에서 인식론적 전환과 기술적 발전으로 인해 인공지능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여전히 현재의 인공지능 접근방법이 인간의 근본적인 행위를 대체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의사소통을 포함한 대부분의 인간 행위가 문제해결과 결부되어 있거나 개념적 사고를 바탕으로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이 어떻게 상황이 주는 무수히 많은 행위 프레임들 가운데서 특정한 프레임을 중요한 것으로 선택하는지, 그리고 선택된 프레임과 관련성을 가지는 다양한 요인들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지를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알투디투’의 개선된 형태를 보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인공지능 분야의 성과와 발전 가능성을 부정하거나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은 분명히 안정적인 대량의 데이터가 존재하는 정의된 문제해결의 영역에서 인간이 하는 많은 활동들을 대체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다만 인공지능이 자신의 신체, 욕구, 감정, 사회·문화적 배경으로부터 사고를 통하지 않고서도 행위를 발생시키는 인간적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인공지능은 앞으로도 인간이 활용하는 도구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이 인간을 학습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그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것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 “이세돌의 외로운 싸움 진정한 인간 승리”

    인간이 세운 질서 무너진 느낌도 13일 이세돌(33)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3연패 끝에 귀중한 첫 승을 따내자 많은 시민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이 9단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5차례 대국의 전체 전적은 ‘패’로 귀결됐지만 슈퍼컴퓨터가 인간의 창의성을 완전히 넘어설 수는 없다는 게 입증됐다는 반응도 나왔다. 인공지능과의 현명한 동거 방법을 찾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는 의견도 있었다. 회사원 이모(40)씨는 “이 9단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것을 보면서 슈퍼컴퓨터가 인간을 부분적으로 능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엔 인간의 도전이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소한 창의성만큼은 인간의 고유한 특질이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상진(29)씨는 “원치 않는 ‘인간 대표 타이틀’ 때문에 이 9단이 정말 외로운 싸움을 했는데 진정한 인간 승리를 했다”며 “대국을 거듭할수록 경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보고 알파고가 점점 고전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5차전에는 이 9단이 압도적으로 승리를 했으면 좋겠다”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9단의 승리에 대해 대학원생 최모(25·여)씨는 “스티븐 호킹은 ‘100년 안에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인간이 기술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면 좋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긴급 구호·구조가 필요한 재난 현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데 인공지능이 도움을 주도록 개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3연속 패배의 충격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정모(62)씨는 “오늘 이기기는 했지만 세 번 내리 지는 것을 보면서 인간이 역사를 통해 세워 놓은 질서가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이 9단이 1995년 처음 승단한 후 9단으로 올라서기 위해 겪었던 희로애락의 역사가 알파고의 등장으로 하루아침에 무색해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손명옥(65·여)씨는 “알파고가 바둑계의 상식에서 벗어난 수를 둔 것을 보니 인공지능이 계속 발달하면서 ‘로봇 사이코패스’까지 나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첫 승을 따냈지만 1년 후에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었다. 알파고와 관련한 인터넷 유머도 계속 올라왔다. 알파고가 사실은 과학고나 외국어고 같은 바둑 명문 특목고라거나 강남 8학군 학부모들이 내년도 대학교 논술시험 주제를 알파고로 예상하고 벌써부터 특별교육에 돌입했다는 게시물도 있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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