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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비무장지대(DMZ) 내 태봉국 철원성 남북 공동 연구의 의의는

    [기고]비무장지대(DMZ) 내 태봉국 철원성 남북 공동 연구의 의의는

    최근의 남북관계는 상호 불신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 협력과 공동 번영의 새 시대로 향하고 있다. 남북 정상은 지난 4월 판문점 선언에 이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군사적 긴장 해소, 경제 협력, 교류 확대 등에 의견을 같이 했다.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도 채택됐다. 제2조 제4항에는 “비무장지대 안의 역사유적에 대한 공동조사 및 발굴과 관련한 군사적 보장대책을 계속 협의하기로 하였다”고 되어 있다. 비무장지대 내의 역사 유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태봉국의 도성이었던 철원성 유적이다. 궁예왕은 905년 송악(개성)에서 철원으로 도읍을 옮겼다. 도성을 쌓고, 궁궐과 누각 등을 지었는데 그 규모가 굉장했다. 현재 확인된 외성의 둘레는 12.7㎞, 내성의 둘레는 7.7㎞이다. 신생 대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당시 중국에서 유행하던 불교 신앙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철원성에 소개되었다. 시장에서는 중국 상인들이 상주하면서 물건을 팔았다. 철원성은 국제도시였다. 궁예는 미륵불을 자칭하면서 폭압적인 정치를 행했다. 남의 마음을 꿰뚫어 알 수 있다는 관심법으로 처자식을 죽였고, 적지 않은 신하들을 숙청했다. 918년 정변으로 태봉은 망하고, 고려가 섰다. 919년 고려 태조가 송악으로 천도함으로써 철원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2㎞의 지역이 비무장지대로 설정되었다. 비무장지대는 충돌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이다. 군사시설의 설치와 군대의 배치가 금지되었다. 그러나 남북 양국은 군사적 필요에 의해 남방한계선 혹은 북방한계선을 전진시켰다. 뿐만 아니라 비무장지대에 감시초소(GP)를 다수 두고, 중무장한 병력을 배치했다. 크고 작은 무력 충돌도 자주 발생했다. 비무장지대는 남북의 분단과 대결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중무장지대’이다. 철원성 외성의 남측 성벽은 남방한계선과 닿아 있고, 북측 성벽은 북방한계선에 접해 있다. 군사분계선이 성을 관통하고 있다. 이 점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철원성을 발굴하고, 연구한다는 것은 곧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이벤트가 된다. GP의 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 남북공동 유해 발굴 등의 조치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비무장지대가 평화지대가 되었음을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인 사건인 것이다. 태봉은 신라의 진골귀족 중심 사회에서 지방 호족 출신들을 기반으로 한 고려 문벌귀족사회로 넘어가는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고려 초의 정치제도는 대부분 태봉의 그것을 답습한 것이었다. 하지만 관련 자료는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삼국사기’ 등은 정변을 통한 고려의 성립을 정당화하기 위해 궁예왕과 태봉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한 측면이 있다. 철원성 내부에는 태봉의 역사를 증언해 줄 적지 않은 유물과 유적들이 남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철원성은 평지에 위치한 방형의 도성이다. 비슷한 형태의 당 장안성이나 발해 상경성은 계획도시였다. 성 한가운데에 남북으로 넓은 주작대로를 두었다. 이를 중심으로 남북, 동서로 도로를 설치하여 시가지를 바둑판 모양으로 구획하였다. 각 구획 안에는 관청, 시장, 사원 등과 가옥들이 배치되었다. 철원성도 종횡의 도로로 구획된 내부 구조를 가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 고대의 도시계획을 알려 주는 열쇠를 얻을 수 있다. 비무장지대 내의 역사유적은 그 위치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제대로 조사된 바가 없다. 철원성 포함 10여종 20여개소의 유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비무장지대가 평화지대로 바뀌면 이들 유적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유적들이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아울러 비무장지대 인근 민간인 통제 지역에 산재한 유적들까지 시야에 넣을 필요가 있다. 비무장지대 안팎의 유적들에 대한 남북 공동연구는 서로 간의 화해와 협력을 진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조인성 경희대 사학과 교수·태봉학회장
  • [2030 세대] 정원사의 비극/김현집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2030 세대] 정원사의 비극/김현집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해 질 무렵 차를 타고 반포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옆 차선에 트럭 몇 대가 나무를 운반하고 있다. 트럭 한 대에 한 그루씩 나무는 길게 눕혀져 이동 중이다. 어떻게 보면 미사일 탄두대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잠든 듯 누워 있는 모양이 지친 여행객 같기도 하다.어렸을 땐 뭘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동물들이 매력 있었다. 요즘에는 침묵한 꽃이나 나무가 흥미롭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도 좋다. 강희안의 ‘양화소록’을 읽은 후 이런 마음이 더해졌다. 날마다 화초 기르는 것을 즐기던 강희안은 축적한 노하우를 기록으로 남겼다. 대체로 꽃은 물을 적당히 주고 햇빛만 쬐어 주면 될 것 같지만, 저마다의 성질과 요구가 다르기에 이를 잘 살펴 가며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식물이나 사람이나 해쳐선 안 될 천성이 있다고 강희안은 말한다. 나무와 화초를 얘기하다 보니 생각나는 친구가 하나 있다. 내가 다니던 대학은 교정에 오래된 나무가 많았다. 바둑판무늬의 그림자가 지도록 나뭇가지로 시커멓게 덮인 좁은 숲길은 내가 특히 좋아한 곳이었다. 틈만 나면 찾곤 했는데 친구 중 하나는 풀이면 풀, 나무면 나무, 그 이름과 성질과 심지어는 나이까지 모르는 게 없었다. 누구나 알 법한 나무 이름 하나 제대로 대지 못하는 나로서는 심히 열등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난 이 친구가 남달라 보였다. 힘없고 말없는 것을 귀중히 대하는 건 아름답다. 영국 18세기 소설가 로런스 스턴의 작품 ‘트리스트럼 샌디의 삶과 견해’에 등장하는 토비 삼촌은 마음이 고운 사람이다. 저녁 식사 내내 자기 음식 위를 맴돌던 파리를 손으로 잡더니 다시 놓아 주며 말한다. “저리 가라. 내가 너를 왜 해치겠느냐. 이 세상은 너와 내가 같이 살 정도 공간은 있다.” 물론 파리나 식물은 사람에게 무관심하다. 우리가 없어져도 파리는 날아다닐 것이고 빈집은 나무와 풀들로 무성해질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동유럽에서 독일 병사들은 집단 학살한 사람들의 무덤을 감추기 위해 그 위에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또한 그런 땅에서 잘 자라는 게 나무다. 인간이 작은 생물을 보살펴 주고, 잡초와 화초를 구분하는 것은 자연에 대해 좋은 일을 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의 깨끗한 마음을 비쳐 줄 거울이 필요해서다. 동생 강희맹은 형인 강희안의 책을 내며 이렇게 덧붙였다. “공이 세상을 떠난 지 9년 후인 계사년 봄에 그의 정원을 찾았더니, 아무도 가꾸지 않아 잡초가 우거지고 꽃과 나무는 망가져 있었다. 배회하면서 돌이켜 보니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양화소록’ 유고를 찾아 ‘진산세고’의 뒤에 덧붙이니, 후세에 이것을 보는 사람들이 공의 덕을 알고 공의 뜻을 안타까워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한다.” 600년 전 사람들 얘기다. 망가진 정원은 화초들의 비극이 아니라 정원사의 비극이다.
  • [김유민의 노견일기] 늙은 개와 세 번째 이별을 앞두고

    [김유민의 노견일기] 늙은 개와 세 번째 이별을 앞두고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제일 먼저 기른 녀석은 몇 년도에 왔는지도 가물가물해졌습니다. 지금은 사십이 다 된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친구에게서 선물처럼 받아온 녀석이었습니다. 흰 바탕에 검고 누런 점이 박힌, 아주 똘똘해 똘순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던 바둑이. 외출하면 담벼락 위에 올라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는 바람에 동네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새끼도 낳고 그렇게 16년을 살다가 심정지로 몇 번 쓰러져 놀라게 하더니 먼 길을 떠났습니다. 늦은 밤, 침대를 오르지 못하고 마냥 앉아서 우리를 바라보다 아침에 물 한 모금을 마시더니 딸 아이 품에서 갔습니다. 군대 간 아들한테 제일 먼저 알리고 눈물을 주체할 수 없게 흘렸습니다. 정을 떼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작은 생명이지만 가족이었기에 우울한 일상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은 피부병이 심해 몇 달이 지나도 입양을 가지 못했다는 슈나우저 한 마리를 안고 왔습니다. 꼬불꼬불 까만 털에 눈썹은 하얀 녀석은 사람을 보자마자 온 마음을 내어줍니다. 얼굴을 핥으며 난리를 피는데 웃음이 나옵니다. 까미는 얼마나 굶었던 건지 쓰레기통을 뒤지는 나쁜 버릇이 생겼습니다. 식탐이 심해 시아버지 제사상에 쓸 두부며 베란다에 내놓은 음식까지 입을 댔습니다. 외출해서 돌아오면 휴지는 흩어져있고 쓰레기통은 쓰러져 있었고, 신발도 물어뜯었습니다. 혼자 있는 상태가 몹시 불안했던 모양입니다. 천둥번개가 치는 날이면 똘순이는 짖기 바빴었는데 까미는 침대 밑에 숨어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얼뜨기였습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산책을 했습니다. 함께 걷는 날들만큼 까미는 점점 의젓하고 침착해져 갔습니다. 또 하나의 생명과 인연을 이어가는 일. 똘순이를 잃은 슬픔을 서서히 치유할 수 있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까미와 산책을 하는데 개 두 마리가 건축더미 속으로 사라지는 걸 보았습니다. 건축자재, 컨테이너박스, 쓰레기가 쌓인 곳에 요크셔테리어 두 마리가 보였습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개들은 그곳에 있었습니다. 밭을 일구던 사람이 주인이겠지 했는데 누군가 내다버린 녀석들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도시에 살던 사람이 차에 반려견을 데려와 공터에 유기했고, 두 녀석은 두 달이 넘게 돌아오지 않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유기견센터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녀석들은 손에 망을 든 직원을 보고 어딘가로 숨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한 마리가 슬금슬금 나와 제 앞에 배를 보이며 벌러덩 누웠습니다. 저한테 해를 끼치지 않으리라 믿는 녀석의 몸짓을 외면할 수 없어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목욕을 시키고, 진드기 벌레약도 바르고, 눈을 덮어버린 털도 다듬어주고, 밥그릇도 하나 더 준비했습니다. 까미가 텃세를 부리니 입을 삐죽거리며 언저리를 빙빙 돌았습니다. 남아있던 한 녀석도 우리 집까지 어떻게 알고 찾아왔기에 녀석도 씻기고 다듬어 농사짓는 좋은 집으로 입양을 보냈습니다.까미와 예삐. 두 녀석의 틈바구니에 외손자도 함께 자랐습니다. 양쪽에 끈을 매 산책시키는 일도 버거웠지만 그렇게 삶을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까미는 만으로 십년을 살다가 마지막 삼일을 제 옆에 꼭 붙어서 그렇게 떠났습니다. 잘 가렴. 나의 듬직한 보디가드 까미. 녀석의 까맣고 야드르르한 털이 삼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납니다. 두 번째 이별의 슬픔은 첫 번째 이별 덕에 많이 슬퍼하지 않고 순순히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이제 유기견이었던 예삐와 세 번째 이별을 앞두고 있습니다. 내게 온 지 13년, 성견으로 왔으니 얼마나 더 나이가 먹었는지 알 수 없지만 쓰러질 듯 겨우 목숨만 이어가고 있습니다. 뼈가 다 드러난 등에 다리는 절고 밥도 못 먹고 비척이며 걷는 모습이 안쓰러워 안고 다닙니다. 며칠 전엔 다 죽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일어나 움직입니다. 아침마다 나가자고 보채서 그나마 운동하게 만들던 녀석, 지금의 건강이 저 녀석 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세 마리 다 암컷이었고, 녀석들을 키우며 개띠였던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암으로 육십도 못 되어 세상을 버린 어머니를 생각하며 짐승이라 할지라도 최선을 다해 보살폈습니다. 하늘로 간 두 녀석이 어머니에게 안부를 전해주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작고 힘없는 생명과 사랑하며 사는 것, 그렇기에 만남도 이별도 모두 큰 의미입니다. - 똘순, 까미, 예삐 엄마 신현임씨의 이야기를 듣고 복실이누나 씀.한국에서는 해마다 약 8만 2000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겨납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들이 받는 대우로 짐작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법과 제도, 시민의식과 양심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또는 하고 있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소중한 이야기들은 y_mint@naver.com 로 보내주세요.
  • 박정환 9단, 58개월째 1위

    박정환 9단, 58개월째 1위

    박정환 9단이 58개월 연속 국내 바둑 랭킹 1위를 지키며 역대 최고 상금 기록 달성을 향해 질주했다. 박정환은 5일 한국기원이 발표한 9월 국내 랭킹에서 1만 29점을 기록해 2위인 신진서 9단(9928점)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국내 최강자 자리를 지켰다. 박정환은 8월 한 달 동안 4승2패에 그쳐 랭킹 점수 24점을 잃었으나 2위와의 격차가 커 1위 자리를 유지했다. 2013년 12월에 1위에 오른 뒤 5년 가까이 왕좌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2009년 바둑 랭킹 도입 이후 26개월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던 이세돌 9단의 기록과도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박정환은 지난달 세계페어바둑 최강위전 우승 상금 5000만원을 획득하는 것을 비롯해 6500여만원의 상금을 보탰다. 현재까지 시즌 상금 10억 7700만원으로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상반기에만 9억 4500만원을 벌어들인 박정환은 자신의 한 시즌 최고 상금액인 8억 2800만원을 이미 훌쩍 넘겼다. 나아가 2014년 이세돌 9단이 세운 역대 단일 시즌 최고 상금액인 14억 1000만원 경신에 바짝 다가섰다. 한편 이세돌은 네 계단이나 밀리며 9위가 됐다. 바둑 랭킹이 도입된 뒤 이세돌 9단의 최저 랭킹이다. KB바둑리그에서 다승 공동 1위를 달리는 이영구 9단이 여섯 계단 상승해 5위에 올랐고, 이동훈 9단은 일곱 계단 뛰어올라 6위에 안착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뜨거운 심장의 영웅’ 6000명 충주로… 최강 소방관 가린다

    ‘뜨거운 심장의 영웅’ 6000명 충주로… 최강 소방관 가린다

    ‘신이시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언제나 방심하지 않게 하시어 가냘픈 외침까지 들을 수 있게 하시고 화재를 신속하게 진압하게 하소서’(소방관의 기도). 뜨거운 심장을 가진 진정한 영웅들의 축제인 ‘2018 충주세계소방관경기대회’가 다음달 10일부터 17일까지 8일간 충북 충주 일원에서 펼쳐진다. 이 대회는 1990년 4월 뉴질랜드에서 첫 대회가 열린 뒤 2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은 2010년 대구 대회에 이어 두 번째다. 살아 있는 히어로들의 한마당잔치답게 화합과 우정으로 가득 차 있다.세계소방관경기대회는 올림픽 같은 다른 국제대회와 성격이 크게 다르다. 대부분 국제대회는 국가별로 진행된 선발전 등을 통해 뽑힌 대표선수들이 출전한다. 국가대표가 된 선수는 경기에만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선발전이 따로 없다. 참가를 희망하는 소방관이면 누구나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모든 경비는 개인이 부담한다. 선수들은 1인당 150달러의 참가비를 낸다. 항공료, 숙박료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내 돈을 써 가며 외국까지 가서 대회에 참가할 사람이 없을 것 같지만 영웅들은 다르다. 가족들과 함께 외국을 방문해 여행하며 추억을 쌓고 다른 나라 소방관들과 경기를 통해 우정을 나눈다. 28일 현재 61개국에서 전·현직 소방관과 의용소방대원 및 가족 등 총 6100여명이 신청했다. 유럽, 아시아, 북미,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지구촌 곳곳에서 온다. 중국은 이번에 처음으로 출전한다. 중국은 경찰과 소방이 한 식구이다 보니 그동안 경찰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대회에만 출전해 왔다. 가장 많은 선수가 오는 국가는 257명이 참가등록을 마친 홍콩이다. 경기종목은 무려 75개다. 재미있고 이색적인 경기가 넘쳐난다. 골프, 농구, 럭비, 레슬링, 마라톤, 배구, 배드민턴, 복싱, 야구, 축구, 탁구 등 일반종목과 낚시, 당구, 바둑, 보디빌딩, 체스, 포커 등 레포츠경기, 소방차 운전, 최강소방관경기, 수중인명구조 등 소방경기가 마련된다.가장 관심을 끄는 종목은 ‘소방관경기대회의 꽃’으로 불리는 최강소방관 경기다. 강인한 체력을 가진 소방관을 선발하는 경기로 4단계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1단계는 호스끌기다. 헬멧, 방화복, 상의 공기호흡기세트를 착용한 뒤 호스와 소방차 펌프 연결, 호스 전개, 호스 말기 등을 경쟁하는 시합이다. 2단계는 장애물코스다. 25㎏의 중량물(모래로 가득 채워진 물통)을 들고 달리며 터널을 통과한 뒤 마네킹(70㎏)을 들고 달리는 경기다. 이어 로프를 이용해 4m 장애물을 넘는다. 3단계는 타워다. 사다리 2개를 들어 8.8m 타워에 기댄 뒤 중량물을 양손에 들고 계단을 이용해 타워의 최상층으로 이동한다. 중량물을 들고 다시 지면으로 내려온 뒤 결승선을 통과한다. 4단계는 계단오르기다. 아파트 10층에 해당되는 구조물의 계단 264개를 올라가 타이머종료 버튼을 누르면 끝난다.4단계 종합 최고기록 선수에게는 챔피언벨트가 수여된다. 강력한 우승후보는 독일의 현직 소방관인 요아킴 포산즈다. 지난 세계대회 2회 연속 최강소방관경기 우승자다. 올해 5월 오스트리아 지겐도르프에서 열린 유럽 최강소방관경기에서도 젊은 선수들을 제치고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국내 소방관 가운데는 충북도 소방본부 광역119특수구조단 신동국 소방장이 우승후보로 거론된다. 2009년 열린 전국 최강소방관경기 우승자인 신 소방장은 지난해 로드FC선수로 데뷔해 소방관 파이터로 불리고 있다. 대형운전면허증을 소지해야 참가할 수 있는 소방차운전 종목은 면허시험을 연상케 한다. 코스길이는 총 850m다. 곡선, 과속방지턱, 웅덩이요철, 굴절, 편경사로 등으로 구성됐다. 평행 주차구간과 좁아지는 도로 폭 후진구간도 있다. 코스 통과 제한시간은 10분이다. 진정한 영웅은 가족들을 위해 요리도 잘해야 한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요리경쟁도 펼친다. 요리 종류는 제한이 없지만 세계대회답게 규정과 평가항목이 만만치 않다. 요리시간은 3시간이다. 재료 구입비는 5만원을 대회본부가 제공하는데, 본부가 지정한 마트에서 재료를 사야 한다. 기본양념은 본부가 제공하고 특별한 양념은 참가자가 직접 준비해야 한다. 평가는 요리의 맛과 창작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매끄러운 조리작업과 재료의 정렬, 작업시간의 합리적 분배, 실생활에서 가능한 조리방법 등도 평가대상이다.배를 잡고 웃으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들도 펼쳐진다. 물통릴레이는 헬멧 위에 조그만 물통을 달고 장애물을 통과하며 물을 퍼 나르는 경기다. 한 팀이 5명으로 구성된다. 부대행사 역시 풍성하다. 대회 개막 다음날부터 3일간 충주종합운동장 일원에서 ‘2018 충북소방산업엑스포’가 펼쳐진다. 소방과 안전관련 산업의 최신제품과 트렌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행사로 특수소방차량과 화재진압 장비 등을 만날 수 있다. 업체 50여곳이 참여할 예정이다. 최근 3년간 화재를 살펴보면 주택과 상가 등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 가운데 5층 이하 저층에서 발생한 비율이 87%나 차지한다. 그러나 좁은 골목이나 도로에 주차된 차량으로 대형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초기 진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제천스포츠센터 화재도 주차 차량들로 소방차 진입이 늦어지면서 29명이 숨지는 참사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도 화재진압이 가능하고 접근성이 뛰어난 장비들이 주로 선보인다. 다목적소형사다리차는 지난해 충북도소방본부와 민간업체가 손을 잡고 개발했다. 기존 사다리차는 사다리를 지탱해 주는 아웃트리거를 전개하기 위해 반경 6m의 공간이 필요하지만 다목적소형사다리차는 아웃트리거를 수직으로 전개할 수 있어 협소한 공간에서 화재진압과 인명구조가 가능하다. 차량 폭도 0.1m 줄었고, 사다리 전개속도는 2배 이상 빨라졌다. 100m 내에서 원격으로 사다리 작동도 가능하다. 1대당 6000만원인 고가의 인명구조용 수상오토바이도 있다. 해안상세지도와 서치라이트 등을 갖춰 야간 및 먼바다 구조현장에 출동할 수 있다. 인공지능 브레이크 및 후진시스템도 있다. 직선으로 최대 1㎞까지 확인 가능하고 반경 50m를 밝게 비추는 원거리 안전경고등도 전시된다. 또한 대회 기간 각국의 소방 선도정책을 공유하고 발전방향 등을 제시할 대한민국 소방정책국제심포지엄이 하루 일정으로 IBK기업은행 충주연수원에서 진행된다. 국제소방안전기술과 위험물안전관리 등에 관한 국제콘퍼런스, 소방공무원 건강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시·도 담당자 워크숍, 소방제조업체들의 해외진출지원 강화를 위한 간담회가 마련된다. 대회조직위원회는 외국 선수들에게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이벤트를 마련했다.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맥주투어다. 희망자는 롯데주류맥주 충주2공장을 방문해 생산라인을 견학하고 맥주를 시음할 수 있다. 하루 2차례 셔틀버스가 다닐 예정이다. 청주, 충주, 제천, 단양 등의 대표 관광지를 찾아가는 시·군투어도 준비했다. 주영국 충주세계소방관경기대회 추진단장은 “대회 기간 중에도 참가등록이 이뤄져 7000명이 넘는 선수가 참여할 것으로 본다”며 “외국 소방관들이 우리 고장을 방문해 자비로 숙박하며 여행을 즐기고, 국내 업체들의 우수한 소방장비를 외국에 알릴 기회가 마련돼 경제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67세 여자 선수 둘 브리지 혼성 팀 동메달 “외로울 틈이 없다우”

    67세 여자 선수 둘 브리지 혼성 팀 동메달 “외로울 틈이 없다우”

    한 팀을 이룬 선수 4명의 나이를 보자. 67세 여성이 둘, 58세 남성 한 명, 47세 여성 한 명이다.세상에 이런 팀이 있겠나 싶겠지만 엄연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에 출전한 국가대표팀이다. 노인네들 테이블에 모여 앉아 시간이나 죽이는 것 같았던 브리지 인도 대표 혼성 팀이다. 이 팀은 26일 자카르타의 JI 엑스포에서 열린 혼성 팀 준결선 1차전에서 69.67점을 올려 1위를 차지했으나 2차전에서 88.67점으로 2위, 3차전에서 109.7점으로 3위에 머물러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동메달에 만족했다. 이날 남자 팀도 4위를 차지해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지 않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도는 벌써 동메달 둘을 땄다. 27일에는 중국과 태국의 혼성 결승에다 남성, 슈퍼 혼성 결승이 이어지고, 다음날부터 2인조 경기가 폐막 직전까지 이어진다.헤마 데오라(67)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50대까지 델리에서 아들들 키우느라 바빴지만 정치인이자 석유부 장관을 지냈던 남편 무를리 데오라와 함께 나라를 대표해 여기저기를 여행하고 다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혼성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대표팀 동료 리타 촉시(79)는 이번 대회 최고령 출전자 가운데 한 명이다. 두 사람 모두 국가대표는 커녕 주말마다 친구들과 즐기던 브리지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될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브리지와 체스를 정신 스포츠로 인정했지만 아직 올림픽 정식 종목은 아니다. 하지만 카드 게임 브리지는 체스, 바둑, 장기처럼 이전 대회에 도입됐던 종목들에 이어 네 번째 정신 스포츠로 채택됐다. 브리지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많은 대회가 열리고 있고 사교 모임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세계브리지선수권이 1962년부터 열려 가장 유명한 대회다. 데오라는 어릴 적 부모들이 브리지를 하지 못하게 했다. 어른들의 놀이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혼 뒤 남편도 즐겨 해 가끔 손님들을 집으로 초대해 즐겼다. 일주일에 한 번 습관처럼 브리지를 했고 폭우나 폭풍이 찾아올 때도 손님들이 집을 찾았다. 그녀는 “어떤 게임이길래 사람들이 주위의 모든 것을 잊어버릴 정도인지 궁금해 하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아이들이 대학을 들어가자 시간이 많이 남아 배우기로 했다. “어떻게 일생 동안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기만 하고 배우려 하지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기초를 배우기 어려워 코치 한 명을 붙여 전문적인 선수로 성장했다.지방 대회에 나가 줄줄이 우승하며 트로피도 많이 땄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과 대결했던 기억도 추억으로 남아 있다. 촉시에게 이 게임은 더욱 특별한 마음의 정처였다. 그녀는 “둘째 남편을 선사했다”고 말했다. 첫 남편이 죽은 뒤 브리지 게임을 하다 남편 하렌을 만났고 이내 둘은 동료 선수가 됐고 친구가 된 다음 사랑에 빠졌다. 그마저 1990년에 세상을 떠나자 브리지가 그의 빈 자리를 대신했다. 촉시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브리지는 아름다운데 정신에 관한 운동이어서다. 또 활기를 다시 불어넣어준다.” 인도에서 가장 유명한 브리지 선수인 아난드 사만트는 인도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선전하면 “내기와 관련된 이미지가 없어져 후원자들을 찾는 데 도움이 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인도에서는 남자들의 게임으로 인식돼 여성들이 터부시하곤 한다. 그런 장벽이 깨지길 데오라와 촉시는 바라고 있다. 2014년에 남편을 잃은 데오라는 “브리지에 투자하면 나이 들어 외로울 틈이 없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이세돌 9단, 바둑 사상 네 번째 1300승 쾌거

    이세돌 9단, 바둑 사상 네 번째 1300승 쾌거

    이세돌 9단이 한국 바둑 사상 네 번째로 1300승 위업을 달성했다. 이세돌은 20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1회 천부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 국내선발전 1회전에서 이영구 9단에게 승리하며 개인통산 1300승 고지에 올랐다. 1995년 7월 입단한 이세돌은 제7회 동양증권배 예선 1차전에서 최창원 5단을 상대로 프로 첫 승리를 거뒀다. 1998년 3월 25일 제10기 기성전 예선에서 100승을 기록했고, 2005년 8월 500승, 2012년 12월 1000승을 따내며 국내 여섯 번째로 1000승 클럽에 가입했다. 이세돌은 이날 기준으로 1300승 3무 553패, 승률 70.16%를 기록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의류판매 사이트 위장 1조 5000억원대 인터넷 불법도박판 운영총책 등 36명 검거

    의류판매 사이트로 위장해 1조 5000억원대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총책과 대포통장 유통조직 등 36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20일 의류판매 사이트로 위장해 포커·바둑이·맞고 등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총책 박모(39)씨와 대포통장을 개설 유통한 석모(30)씨 등 모두 36명을 검거해 8명을 구속하고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박씨 등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과 잠원동 일대에 2016년 6월부터 2년간 의류판매 사이트로 위장한 불법 도박사이트를 열어 1조 5000억원이 오가는 도박판을 벌이게 하고 1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또 석씨 등은 2016년 12월부터 올해 4월 2일까지 유령회사를 설립, 회사 명의로 대포 통장 160개를 개설했다. 이들은 퀵서비스를 이용해 불법 도박사이트 조직에 통장 1계좌당 50만원에 판매하는 수법으로 모두 8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허가받은 게임물을 주로 성인PC방을 돌아다니며 사이트를 홍보했다. 인터넷이나 성인PC방에서 접속한 뒤 게임머니를 직접 충전하게 하고 1인당 하루 50만원 이하만 간접충전하는 의무 규정도 위반했다. 경찰은 도박자금 충전과 환전에 사용된 2개 계좌를 비롯해 연결계좌 181개와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분석해 도박사이트 총책과 대포통장 유통조직책을 붙잡았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범죄 수익금 1800만원을 압수하고 도박에 사용된 통장계좌를 모두 지급 정지한 뒤 110개 계좌에서 3억 6200만원을 몰수보전 결정 조치했다. 경찰은 다른 도박사이트와 대포통장 유통조직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남명-퇴계를 통해 보는 조선 선비의 아름다움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남명-퇴계를 통해 보는 조선 선비의 아름다움

    우리 옛시조보다 조선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잘 보여주는 문학작품은 드물 것이다. 그런데 때로는 그들이 쓴 몇 줄의 평론문이 어떤 문학작품보다도 더 조선선비의 내면을 잘 비춰주기도 한다. 먼저, 유학자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이 남긴 남명(南冥) 조식(曺植)의 인물평이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송시열은 조선후기 정치계와 사상계를 호령했던 거물이다. 우리나라 유학자 중 ‘자(子)’자가 붙은 유일한 인물로, 송자(宋子)라 불린다. 말하자면 성인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남명 조식은 퇴계 이황과 함께 당대의 유학을 영도한 두 거두 중 한 사람으로, 그야말로 조선 선비정신의 화신이라 할 만한 강직한 인물이다. 그는 나라의 정치가 잘못된 것을 비판하는 상소문에서 왕의 모후 문정왕후와 명종에 대해 “대비는 구중궁궐의 한 과부에 불과하고, 국왕은 아직 어리니 돌아가신 왕의 한 고아일 뿐이다”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거리낌없이 쓰기도 했다. 임금이 그 문구에 진노했다지만, 그래도 조식의 터럭 하나 건드리지 못한 것을 보면 조선의 위대함이 새삼 느껴진다. 일개 신민으로서 조식을 능가하는 강골(强骨)은 동서고금에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 같은 남명에 대해 한 세기 뒤의 후학 송시열이 쓴 인물평은 다음과 같다. “천길 절벽에 우뚝 서서 일월(日月)과 빛을 겨루는 기상은 지금까지도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품게 하여, 완악한 벼슬아치들을 청렴하게 하고 나약한 선비들을 떨쳐 일어나게 한다.” 이처럼 서릿발 같은 인물이었지만 남명이 남긴 시조 한 편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진경산수화다. 두류산* 양단수*를 예 듣고 이제 보니 도화 뜬 맑은 물에 산영조차 잠겨세라 아희야 무릉이 어디뇨 나는 옌가 하노라 *지리산의 딴 이름. *두 갈래 물줄기 재미있는 것은 위의 시조와 똑같은 소재와 주제로 짝이 될 만한 시조 한 수를 퇴계도 남겼다는 사실이다. 그 닮음이 자못 신선하고 재미있다. 청량산 육륙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 백구야 헌사하랴* 못 믿을손 도화로다 도화야 떠지지 마라 어주자* 알까 하노라 *수다스러우랴. *고기잡이 남명 조식은 평생 벼슬길에 나서지 않고 산림처사로 자처하며 살았다. 처사(處士)란 세속에 발을 들이지 않고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를 일컫는 말이다. 그는 이 시조에서 보듯이 자연에 완전 귀의하여 처사로 살다가 동갑인 퇴계가 죽은 이듬해 표표히 떠났다. 앞으로는 큰 여울이 흐르고, 뒤로는 수려한 산을 등지고 있는 산청의 덕천서원이 남명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다른 평론은 퇴계 이황(1501~1570)이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의 ‘어부가’를 평한 것으로 이 또한 명문인데, 우선 농암이 살았던 곳의 빼어난 풍광부터 일별해보자. 안동 도산서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예안의 농암 고택은 운치 넘치는 고가로, 앞으로는 낙동강 상류인 분강(汾江)이 흐르고, 강 건너편으로는 절벽이 병풍처럼 서 있다. 이 강에서 고향 선후배간인 농암과 퇴계는 가끔 배를 띄우고 술잔을 물에 흘려보내면서 음풍농월의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두 사람은 나이차가 34년이나 되는데도 함께 즐김에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퇴계의 집에서 농암 종택은 강을 따라 두어 시간은 좋이 걸어야 하는 거리로, 참으로 아름다운 강변 길이다. 퇴계의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은 이 길의 아름다운 풍광이 빚어낸 노래이다. 농암은 서른 둘에 벼슬길에 올라 일흔 넷이 되어서야 겨우 병을 핑계로 낙향할 수 있었다. 그만큼 임금의 신임이 두터웠다. 그는 조선조 5백 년 역사에서 유일하게 은퇴식을 가진 정치인이었다. 그의 은퇴식에는 임금과 당시 정계, 학계 실력자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전별시들을 지어 그를 전송했다. 배 타러 한강으로 가는 길에는 장안 백성들이 구름처럼 몰려나와 그를 전송했다. 평생을 벼슬살이했지만 배에 실은 짐이라고는 화분 몇 개와 책보따리 그리고 바둑판 한 개뿐이었다고 한다. 청춘에 집을 나서 백발에 귀향길에 오른 농암이 ‘정승 벼슬도 이 강산과 바꿀 수 없다’며 지극히 사랑했던 고향 분강촌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어부사’의 한 편이 그것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굽어는 천심녹수 돌아보니 만첩청산 십장 홍진*이 언매나 가렸는고 강호에 월백하거든* 더욱 무심하얘라 *열 길이나 되는 속세 먼지. *달이 밝거든 밤이 되어 강과 호수에 달빛마저 휘영청하면 마음은 무욕, 더없는 평화로움을 누리는 심경을 농암은 담담히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10여 년을 더 유유자적 자연 속을 노닐다가 떠났다. 참으로 복 받은 삶이라 하겠다. 이 농암이 남긴 연시조 ‘어부사’의 발문을 퇴계가 썼는데, 그 평론이 실로 멋스럽기가 한량없다. “부귀를 뜬구름에 비기고, 고상하고 품위 있는 생각을 물외(物外)에 부쳐 낚시터를 노니는 선생의 강호지락(江湖之樂)은 가히 진의(眞意)를 얻었다.” 이보다 멋스러운 평론이 또 있을까. 역시 사람들이 멋스러우니 이런 멋스런 글도 나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선의 선비들은 실로 아름다웠다. (위 시조들은 ‘우리 옛시조 여행(이광식 저)’에서 인용)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단독] 고종을 러시아로 피신시켜라… 100년 전 ‘조선판 007’ 美소설

    [단독] 고종을 러시아로 피신시켜라… 100년 전 ‘조선판 007’ 美소설

    일제 침략 당시 독립운동가의 활약을 소재로 한 해외 소설 두 편이 발견됐다. 주인공은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한국명 배설)이다. 이 소설에는 최근에야 국내외에 알려지기 시작한 고종의 망명 시도와 러시아의 조선 지원 등 극비 내용이 담겨 있어 관심을 모은다.●베델 주인공으로 한 연작 첩보소설 발견 14일 서울신문 특별기획 ‘조선을 사랑한 英언론인 베델의 히스토리’ 취재팀은 미국 대중소설 잡지 ‘포퓰러 매거진’ 데이터베이스(DB) 등에서 베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중편소설 ‘고양이와 왕’(1912년 12월 하반호), ‘황제의 옥새’(1914년 11월 상반호)를 입수했다. 둘 다 미국의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의 작품으로, 베델을 주인공으로 한 팩션(역사적 사실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인 것)이다. 1905~1907년 조선을 배경으로 일본과 러시아, 조선왕실 간 암투를 다룬 첩보물이다. 이번 발굴은 영국 출신 역사 연구가 에이드리언 코웰(62·싱가포르 거주)이 ‘고양이와 왕’을 제보해 이뤄졌다. 서울신문은 코웰의 주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황제의 옥새’를 추가로 찾았다. 두 소설은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미국인 빌리가 과거 조선에서 베델과 벌인 모험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각 소설에 ‘빌리와 베델’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어 ‘셜록 홈스’ 시리즈처럼 연작으로 기획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고양이와 왕’ 제보자인 코웰은 “작가 리치는 조선에 장기간 머물며 베델을 직접 취재해 이 소설을 구상했다”면서 “당시 베델은 제국주의 국제질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이단아로 동북아 지역의 유명인이었다. 작가는 그의 독특한 행보에 흥미를 느껴 소설의 주인공에 낙점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소설에는 베델뿐 아니라 ‘고종의 밀사’로 잘 알려진 호머 허버트(1863~1949), 친일 행보로 비난받다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살된 더럼 화이트 스티븐슨(1851-1908), 통감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1841~1909), 을사늑약 직후 자결한 민영환(1861~1905) 등 역사적 인물이 모두 등장한다. 이 시기 조선을 배경으로 한 거의 유일한 해외 문학 작품이어서 동북아 정세와 대한제국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버트·민영환 등 역사적 인물 모두 등장 1편 ‘고양이와 왕’은 러일전쟁이 마무리된 1905년 서울 정동 애스터하우스 호텔(현 서대문역 농협중앙회 터)에서 시작된다. 호텔 주인인 프랑스인 루이와 조정 세관에서 일하는 미국인 빌리, 대한매일신보사를 운영하는 영국인 베델이 모인 바에 상하이 소재 러시아 정보기관(상하이 서비스)에서 온 미모의 젊은 여성이 나타난다. 그는 베델에게 “고종을 러시아로 피신시켜 일본의 을사늑약 체결을 막자”고 설득한다. 이 여성의 제안을 수락한 베델은 평소 친분이 있던 조선 대신 민영환을 찾아가 구체적 실행 계획을 논의한다. 2편 ‘황제의 옥새’는 베델이 일본의 강압에 옥살이를 하고 돌아온 1907년이 배경이다. ‘용치선’이라는 이름의 개화기 지식인이 베델이 있던 애스터하우스 호텔로 찾아와 “왕이 네덜란드 헤이그에 특사를 보내 일본 침략의 부당성을 호소하려 하니 도와달라”고 청한다. 베델이 “고종의 옥새를 일본군이 감시 중인데, 전령을 외국에 어떻게 보내느냐”고 반문하자, 그는 “조선 왕가에는 유사시를 대비한 비밀 옥새가 있으니 일본군 몰래 그걸 쓰면 된다”고 설명한다. 베델은 용치선의 제안을 받아들여 특사 파견을 위한 비밀 계획을 마련한다. 이 소설이 주목받는 것은 당시 구한말의 역사적 사실들이 정확히 기록돼 있어서다. 한국 근대사를 연구하는 최덕규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고양이와 왕’을 읽어본 뒤 “고종의 연해주 망명 시도는 최근에서야 관련 자료들이 공개돼 논문이 나오기 시작할 정도로 극비 사안이었다”면서 “신기하게도 작가가 러시아 비밀정보기관 ‘상하이 서비스’도 알고 있던 것 같다. 100여년 전 일반인이 접하기 힘들었을 내용이 소설에 나온다니 놀라울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고종과 대신들에 대한 비판적 시선 담겨 또 소설에는 당시 우리 정부의 무능함을 지적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고종은 의사결정 때마다 무당이나 지관에게 의지했고, 아들 순종은 여색에 빠져 바둑으로 세월을 보냈다. 조정 대신들은 일본에 매수돼 이들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 빌리는 “조선의 진정한 충신은 민영환 한 명뿐이었다”고 말한다. 주인공 베델은 ‘일본 고베에서 왔고 황소 머리를 한 작은 체구의 영국인’으로, 성격이 강직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며 순교자의 열정을 가진 인물로 소개된다. 베델 연구 일인자인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명예교수는 “소설 출간 연도가 1912년과 1914년이라면 작가가 호머 허버트의 ‘대한제국멸망사’(1906)와 프리데릭 아서 매킨지의 ‘대한제국의 비극’(1908) 등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싱가포르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충남 농어촌 휴양마을은 #설렘

    충남 농어촌 휴양마을은 #설렘

    계곡물 가둬 놓고 물놀이하기, 편백나무숲 산책하기…. 마곡사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충남 공주시 사곡면 부곡리 천탑마을에서 한여름을 시원하고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것들이다. 1만㎡ 넓이의 편백나무숲은 화전민들을 이주시킨 뒤 30여년 전 조성했다. 방순일(42) 천탑마을 사무장은 “계곡이 너무 가물어 뗏목타기가 어려운 게 아쉽지만 맘껏 힐링할 수 있는 곳으로 제격”이라고 했다.가을에는 낮잠을 즐길 수 있는 해먹체험, 밤 줍기, 차 마시기 등도 있다. 펜션 7동이 있어 숙박할 수 있다. 4인용이 7만~10만원이다. 텐트도 칠 수 있다. 방 사무장은 “평일에도 적잖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주말에는 방이 동날 정도”라고 말했다.충남 농어촌체험 휴양마을이 인기다. 마을마다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즐길거리, 먹거리 등이 풍부해서다. 수도권과 가까운 것도 이점이다. 살인적인 폭염에 휴양마을도 잠시 주춤했지만 여름이 끝나기 전에 자녀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으로 좋다.이미 유명한 홍성군 문당마을, 청양군 알프스마을 말고도 충남에는 주민들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는 농어촌 휴양마을이 수두룩하다. 박병희 충남도 농정국장은 13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단순한 피서를 벗어나 시원하고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곳이 농어촌 휴양마을”이라며 “마을마다 각각 고유의 자연을 활용해 주민들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축제까지 열어 수익을 올리는 마을이 적잖다. 휴양마을에서 피서하는 것은 농어민을 돕고 도시 생활에 지친 방문객의 삶도 힐링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고 했다.●카라반·오토캠핑장 등 다양한 숙박 시설 청양군 정산면 남천리 바둑골마을은 산속에 아예 수영장과 물썰매장을 만들어 놨다. 경사진 언덕에 잔디처럼 깔아 놓은 카펫 위로 물을 흘려 타는 물썰매는 어린이들이 더위를 잊기에 충분하다. 신선이 바둑을 즐기던 곳이라고 해 이름 붙여진 마을은 수려한 미월산이 감싸고 있다. 산책을 하는 데도 그만이다. 대형 펜션 5동과 카라반 2대가 있어 숙박도 할 수 있다. 15인용 펜션이 25만원, 카라반은 13만원이다. 이현정(38) 사무장은 “산속 마을이라 조용해 휴양하기 좋다. 가을에는 밤 줍기, 장아찌 담그기 등도 한다”고 했다. 금강 상류 적벽강이 마을의 삼면을 휘감아 도는 금산군 부리면 수통골에서는 물놀이는 당연하고 빠가사리 등 물고기 잡기와 다슬기 잡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옥수수 따기와 떡메치기도 해볼 수 있다. 사용료가 10만원인 5인용 방 7개에다 50인용 공간도 있다. 청양군 장평면 지천리 까치내마을에서도 물고기·다슬기 잡기를 즐길 수 있다. 충남의 알프스 칠갑산을 굽이도는 넓은 냇가에서 즐기는 물놀이 재미도 쏠쏠하다. 구기자·방울토마토 따기도 체험할 수 있다. 노재찬(63) 사무장은 “장승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10명 넘게 잠을 잘 수 있는 펜션이 여럿 있다. 이 마을에서 가까운 곳에 칠갑산오토캠핌장도 있어 야영을 즐길 수도 있다. 논산시 연산면 덕암리 덕바위마을에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작지 않은 수영장을 만들어 놓아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좋다. 물썰매장도 있어 즐거움이 배가된다. 미꾸라지 잡기를 할 수 있고, 생태습지도 있어 아이들이 재미와 배움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석고 등 미술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참가비 7000원을 내면 여러 가지를 함께 할 수 있다. 미니 바이킹과 꼬마기차를 타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넓은 공터는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게 한다. 연꽃이 무더기로 심어진 마을 풍경이 아름답다. 이 마을에서는 계절별로 눈썰매와 빙어 잡기, 감자 수확 등을 즐길 수 있다. 7만원 받는 4인용에서 25인용까지 펜션 6동을 갖추고 있다.●‘독살’ 고기잡이부터 미술체험까지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은 서해안 마을들이다.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를 건너자마자 닿는 당진에서 서해로 금강 물을 토해 내는 서천까지 갯벌 체험 마을은 널려 있다. 갯벌 생물이 지천이고, 갖가지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당진시 석문면 초락도리 푸레기마을은 5분쯤 차를 타고 가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갯벌에서 바지락을 줍고 돌을 들쳐 박하지 등도 잡을 수 있다. 이 마을은 또 약쑥으로 유명해 약쑥비누 만들기도 한다. 악취·습기 제거 등에 효과 있는 약쑥을 구입할 수 있다. 한지로 손거울 만들기, 두부·쿠키 만들기 등도 체험할 수 있다. 참가비는 1인당 6000원에서 1만원이다. 풀잎 하나가 떨어져 섬이 됐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이곳은 대호방조제가 건설되면서 뭍이 됐다. 왜목마을과 삼길포 등이 가깝다. 5인실(5만원) 6개, 10인실(10만원) 2개의 민박을 운영한다. 김수정(42) 사무장은 “수도권에서 가까운 데다 민박 시설도 깨끗해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갯벌 체험의 천국은 태안군이다. 남면 원청리 별주부마을은 ‘독살’로 유명하다. 밀물 때 바닷가에 쌓은 돌둑을 넘어와 썰물에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를 잡는 전통 고기잡이 방법이다. 반두 등으로 잡는다. 임수현(51) 사무장은 “10월에는 고등어, 갈치, 자하(새우)도 많은데 요즘은 폭염으로 독살 물이 뜨거워 많이 안 들어온다. 그래서 우럭 등을 일부러 집어넣기도 한다”고 했다. 마을에 150~200m 길이의 독살 7개가 있다. 갯벌에서 맛조개를 잡거나 축구도 할 수 있다.안면도 중장리 대야도마을은 무인도 체험이 가능하다. 배로 5분 거리에 모래섬이 있다. 이곳에서 낚시하고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다. 단, 단체예약해야 하고 썰물 때 3시간 정도만 섬에 머물 수 있다. 마을에서도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다. 바지락과 소라 등이 잡힌다. 참가비는 1만원이다. 좌대에 올라타 바다낚시를 하면 3만원이다. 이태영(44) 사무장은 “천상병 시인이 살았던 경기 의정부 집이 헐린다고 해서 여기로 옮겨 왔고, 그 고택이 이 마을에 있다”면서 “마을이 자그마하지만 예쁘다”고 소개했다.●충남 휴양마을은 ‘춘하추동 연중무휴’ 농어촌 휴양마을의 체험 프로그램은 계절이 따로 없다. 농산물 수확, 떡메치기, 염색, 짚공예 등 마을에 전수되는 것들을 주민들이 프로그램으로 내놓고 도시인을 부른다. 당진 백석올미마을처럼 주민들이 직접 매실한과 등을 생산해 고수익을 올리는 마을도 있다. 서산시 음암면 초록꿈틀마을은 지난해 1만 4543명이 찾았고, 1억 8761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친환경 생태마을이다. 봄에 온 마을에 나비가 날고 논에 참게와 우렁이가 서식한다. 겨울철 잠홍 저수지에는 고니가 둥지를 튼다. 아산시 송악면 외암마을도 마을 자체가 관광자원이다. 조선시대 반가와 초가 등이 잘 보존된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236호 마을이다. 한지부채 만들기와 계란 꾸러미 만들기 등의 체험도 할 수 있지만, 고택에서 잠을 잘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또 매년 짚풀문화제, 장승제 및 대보름행사 등 축제를 열어 방문객이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65만 4938명이 방문했고, 7억 877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부여군 부여읍 부여기와마을은 지난해 방문객 9000여명이 찾아와 1억 15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마을은 낙화암 향초·백제떡 만들기, 솟대 만들기 등 체험 활동이 특징이다. 전양배(44) 초록꿈틀마을 위원장은 “우리 마을은 휴양마을로 자리를 잡으면서 지난해 방문객과 매출액이 전년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면서 “충남도가 휴양마을을 적극 홍보한 것도 한몫했다. 사무장 월급을 지원하고 체험 활동 보험도 들어 줘 든든하다”고 말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물증과 진술이 다르다” 지적에…드루킹, 김경수와 대질에서 횡설수설

    “물증과 진술이 다르다” 지적에…드루킹, 김경수와 대질에서 횡설수설

    ‘드루킹’ 김동원씨가 김경수 경남도지사와의 대질신문에서 앞뒤 안 맞는 진술을 하거나 진술을 번복하는 순간이 여러 차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특검이 지난 9일 오후 10시 30분부터 10일 새벽 2시까지 진행한 김경수 지사와 드루킹의 대질신문에서 드루킹은 그 동안 내세운 진술과 물증이 서로 다르거나 앞뒤가 안 맞는 점들을 지적받고 적잖이 당황했다. 대질 조사에서 “김경수 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 청탁을 어떤 식으로 했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드루킹은 “김경수 지사가 아닌 그의 보좌관 한모씨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청탁 시점도 기존에 알려진 2017년 6월 7일보다 늦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특검은 드루킹이 그해 12월 14일 작성한 문건을 보이며 설명을 요구했다. 이 문건에는 “6월 7일 의원회관에서 ‘바둑이’를 만나 오사카 총영사직을 요구했다‘고 적혀 있었다. ’바둑이‘는 드루킹 일당이 김경수 지사를 칭하는 은어다. 이 문건을 읽은 드루킹은 자신이 방금 전 했던 진술과 상반된 내용에 한동안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드루킹은 “이것은 내가 작성한 문건이 아니다. 이런 문건을 본 적이 없다”고 잡아떼다가 한참 뒤에서야 “내가 문건에 잘못 기재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이로써 진술은 물론 문건의 신빙성까지 무너뜨린 것이다. 제목이 없는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이 문건에는 드루킹이 김경수 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청탁한 경과가 적혀 있다. 일본이 2018년 침몰하기 때문에 오사카 총영사를 통해 재일교포와 일본 기업을 북한 개성공단으로 이주시키자는 계획 등도 적혀 있다. 드루킹은 2016년 11월 9일 김경수 지사가 참석해 지켜보는 가운데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를 한 뒤 김경수 지사로부터 회식비 100만원을 받았다는 기존 진술 역시 답변을 거부하는 식으로 사실상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측은 “김경수 지사에게 1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거듭 추궁했지만 드루킹이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고 전했다. 특검은 그간 이 돈을 김경수 지사의 격려금이자 댓글 조작 ‘공모 의사’를 확실히 보여주는 핵심 단서로 삼아왔다. 그러나 김경수 지사는 “100만원을 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반면 드루킹은 이날 대질 과정에서 김경수 지사가 댓글 조작을 알고 있었다는 또 다른 정황을 새롭게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을 인지하게 된 시점으로 의심되는 때는 이른바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킹크랩 시연회’가 열렸다고 드루킹 측에서 주장하는 2016년 11월 8일이다. 앞서 2016년 9월 28일에 김경수 지사는 느릅나무 출판사를 처음 찾았는데, 당시에 이미 드루킹은 댓글 조작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를 김경수 지사에게 했다고 이날 대질 과정에서 주장했다. 드루킹은 9월 28일 당시 빔프로젝터를 벽에 쏴 자신이 이끄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을 소개한 뒤 “옛 한나라당이 2007년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대선에서 승리한 만큼 우리도 대응이 필요하다”고 김경수 지사에게 말했다고 대질 과정에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부터 댓글 조작 프로그램의 도입 필요성을 김경수 지사에게 건의했다는 주장이다. 또 당시 김경수 지사에게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경공모 회원 500명을 동원하거나 당시 유력 대권 주자였던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 상주 인원 2명을 보낼 수 있다는 구체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경수 지사는 출판사를 찾아 경공모에 대한 소개를 들었을 뿐 불법 댓글 조작이나 대권후보 경선에 대한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특검은 드루킹의 진술에 의존하는 수사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그간 확보한 물증만으로도 김경수 지사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충분하다는 게 특검의 입장이다. 특검은 조만간 김경수 지사의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AG 종목 수는 개최국만 안다

    40개 중 줄곧 살아남은 종목 여섯 개뿐 부활한 드래곤보트 단일팀 金 정조준 1951년 인도 뉴델리 제1회 아시안게임부터 18회를 맞는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명맥을 죽 유지한 종목은 몇이나 될까? 오는 18일 막을 올리는 이번 대회에서는 40개 종목에 걸린 465개의 금메달을 놓고 45개국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그중 18차례 대회 내내 살아남은 종목은 육상과 수영, 농구과 축구, 다이빙과 수구 등 여섯 종목뿐이다. 올림픽 정식 종목은 아시안게임에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규정을 좇아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28개 올림픽 핵심(core) 종목에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추가되는 다섯 종목 가운데 서핑을 제외하고 네 종목(야구·소프트볼, 스케이트보드-롤러스포츠 세부 종목으로 편입, 가라테, 스포츠클라이밍)이 추가된다. 여기에다 볼링, 브리지, 제트스키, 카바디, 무술, 스쿼시, 패러글라이딩, 롤러스포츠, 세팍타크로가 더해진다. 자국에 유리한 종목을 정식종목으로 채택시켜 메달 수를 늘리려는 개최국 텃세 때문이다. 2010년 광저우 대회는 역대 최다인 42개 종목이 치러졌다. 크리켓과 댄스스포츠, 카누 드래곤보트(용선), 롤러스포츠, 보드게임이 들어갔다. 바둑처럼 한때 ‘등단’했다가 곧바로 퇴출된 종목이 있는가 하면 카바디와 세팍타크로처럼 1990년 베이징 대회에 편입돼 단단히 뿌리를 내린 종목도 여럿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의 눈길을 한껏 끄는 종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바람의 힘을 이용해 비행하는 항공 스포츠인 패러글라이딩도 이번 대회부터 아시안게임에 선을 보인다. 반경 5m 내의 정밀 착륙 여부, 목표지점에 가장 빨리 도착하는 순서대로 순위가 정해진다. 2010년 광저우 대회 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가 인천 대회에서 퇴출됐던 드래곤보트는 되살아나 남북 단일팀이 참여하게 됐다. 10명의 노를 젓는 노잡이와 앞에서 북을 치며 속도감을 조절하는 북재비, 뒤에서 방향을 조절하는 키잡이 등 12명으로 구성된다. 한국은 ‘최하 금메달’이란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文대통령, 충남 계룡대서 휴가…독서 키워드는 ‘광주·북한’

    文대통령, 충남 계룡대서 휴가…독서 키워드는 ‘광주·북한’

    지난달 30일 여름 휴가를 떠났던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로 복귀했다. 문 대통령은 휴가 기간 내내 충남 계룡대에 머물며 대전의 명소인 장태산 휴양림을 산책하고 인근의 군 시설을 찾아 군 관계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는 모습을 담은 8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장태산 휴양림의 메타세콰이어 나무 밑에서 차를 마시고 오솔길을 걷고 주민들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이 담겼다. 군 시설 내부를 둘러보고 군 관계자의 설명을 듣는 장면을 찍은 사진도 있다. 문 대통령이 휴가 기간에 읽은 책은 김성동 작가의 ‘국수(國手)’, 재미언론인 진천규씨가 쓴 방북 취재기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 등이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이다. 계엄군의 무차별적 진압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어떤 트라우마를 겪고 사는지를 그려냈다. ‘국수’는 임오군변(1882)과 갑신정변(1884) 무렵부터 동학농민운동(1894) 전야까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로, 바둑을 비롯해 소리, 글씨, 그림 등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청와대는 “대통령도 중학교 때 바둑을 시작해 바둑 실력이 상당하다”고 소개했다.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에는 한국인 최초 평양 순회 특파원으로 활동한 진 기자가 글과 사진으로 남긴 북한 주민들의 일상이 담겼다. 지난해 휴가 때 문 대통령은 ‘명견만리’(KBS)를 읽었다. 휴가를 마친 문 대통령은 다음주 청와대 조직개편에 따른 비서관급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복불복 주심, 묻지마 ‘심불’ 기각…상고심이 왜 그럴까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복불복 주심, 묻지마 ‘심불’ 기각…상고심이 왜 그럴까

    우리나라 재판은 3심제라고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형사재판을 빼고 민사·가사·행정·특허재판 상고심에선 매년 70% 이상의 판결문이 딱 한 줄로 끝난다. ‘심리불속행에 해당되어 기각한다’는 한 문장이다. 심리불속행, 법조계에선 줄여서 ‘심불’이라고 부르는 이 제도는 말 그대로 심리하지 않았단 뜻을 담고 있다. 세 개의 소부로 나뉘어 재판하는 12명의 대법관이든, 대법관 아래 배치돼 재판을 돕는 100여명의 재판연구관 판사든 사건의 쟁점을 진지하게 보지 않은 채 2심 판결 그대로 재판을 끝낸다는 뜻이다. 대법원에서 사건을 면밀히 보지 않았으니 민사·가사·행정재판의 7할 이상은 사실상 2심제라고 봐도 되겠다.1·2심은 사건의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실심, 3심은 하급심에서 법리를 잘못 적용했는지 보는 법률심이라 서로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대법원은 3심제라는 우리 헌법의 가치를 무력화시키는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사실관계는 하급심에서 다 다투고 대법원에선 법리 적용 여부에 대해서만 상고해야 하는데, 하급심 재판에서 지면 너도나도 상고를 해대니 대법원에서 심리 없이 솎아 낼 사건이 늘어난다는 논리다. 결국 상고를 남발하는 시민과 이를 부추기는 변호사들이 문제란 게 법원의 속내다. 같은 맥락에서 상고심 사건 넷 중 셋을 심불 처리하는 근본 이유를 대법관의 과중한 사건 수에서 찾는 판사들은 “삼세판을 좋아하는 국민성 때문에 상고가 남용된다”란 분석을 자주 내놓는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재판이 내기 바둑도 아니고, 비싼 인지대와 변호사 선임 비용,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하는 재판을 좋아할 국민이 몇이나 있겠느냐”며 “어떤 사건이 심불 기각되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으니 심불 처리율이 높아도 재판을 멈출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원과 재판 당사자, 법원과 변호사 간 심불을 바라보는 인식 차이는 서울신문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단독 입수한 대법관별 심불 처리율을 판독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먼저 올 상반기 소부에서 처리된 상고심 재판의 심불 처리율을 살펴보니 이기택·박상옥·민유숙·조희대·김창석·김신 대법관이 주심이 맡은 사건에선 80% 이상이, 권순일·박정화·김소영 대법관 주심 사건의 70% 이상이 심불 처리됐다. 이 비율은 김재형 대법관 주심 사건에선 50.9%로, 조재연·고영한 대법관 주심 사건에선 20%대로 줄었다. 최대(이기택 대법관·84.3%)와 최소(고영한·22.0%) 간 격차는 62.3% 포인트에 달했다. 패소했더라도 고영한 대법관 주심 재판의 8할은 패소 이유가 적힌 상고심 판결문을 받은 것이고, 이기택 대법관 주심 재판에선 8할이 설명 없는 판결문을 받아든 셈이다. 대법원은 “원고 한 명이 ‘민원 폭탄’을 넣은 사건을 조재연·고영한 대법관에게 배당해 이들의 처리율이 20%대로 낮아졌다”고 해명했지만 그렇게 접수된 민원 사건이 두 대법관이 맡은 2000여건 중 몇 건인지, 두 대법관 사례를 빼더라도 여전히 심불 처리율 격차가 최대 30% 포인트 이상으로 큰 것에 대한 공식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사견을 전제로 일부 판사들은 “대법관별 심불 처리 격차가 큰 것은 그만큼 재판이 대법관의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을 방증한 것”이란 설명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판사들도 ‘법관의 독립이 외압 없이 공정하게 심리하는 과정에 작용하는 게 아니라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버릴 자유를 보장한 권리였느냐’는 다소 날을 세운 후속 질문엔 쉽게 답하지 못했다. 법원 안팎에선 대법관의 경험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변호사 경험이 있는 조재연 대법관(23.8%)은 심불 판결문을 받은 당사자들의 황망함을 알기에, 교수 출신 김재형 대법관(50.9%)은 심불 처리가 기본권 제한 요인 때문에 툭 하면 위헌 시비에 휘말리는 기형적 제도임을 알기에 심불 처리율이 평균보다 낮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역대 대법관 중에는 사건을 심불로 처리하는 경우에도 판결문에 심불에 해당돼 기각하는 이유를 쓰기도 했다. 변호사들, 특히 판사 출신이 아닌 변호사들은 주심 대법관별 심불 처리율 편차를 보고 분노를 터뜨렸다.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시절부터 심불 폐지를 주장해 온 강신업 변호사는 “주심에 따라 심불 처리율 편차가 이렇게 크니 심불이 ‘엿장수 마음대로’ 이뤄진다고 의심하고 상고심을 불신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라면서 “주심 대법관이나 재판연구관들의 열정과 성실성 여부에 따라 최종심 심리를 받을지 못 받을지 결정된다면 그 억울함을 대체 어디에서 풀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사건이 누구에게 배당되는지에 따라 심리를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된다면 결국 사법 불신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김준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주심별로 심불 처리율 격차뿐 아니라 어떤 사건이 심불 처리되는지도 불투명하다”면서 “상고심 변호사에 고위 법관 출신이 있으면 심불 처리 없이 사건을 심리한다는 속설이 있다 보니 전관 몸값이 올라간다”고 귀띔했다. 전관들이 상고이유서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고 받는 이른바 ‘도장 값’은 여전히 기본 1000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판사들의 ‘열정’에 따라 심불 처리율이 바뀌는 게 아니냐는 짐작은 대체로 새로 대법관이 유입되는 시점에 심불 처리율이 줄어드는 현상 때문에 한층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예컨대 대법관 2명이 교체된 올해 1~5월 대법관 전원의 심불 처리율은 54.1%로 지난해 말 77.4%보다 23.3% 포인트 줄었다. 2013년 54.0%였던 심불 처리율이 2014년 54.5%, 2015년 60.7%, 2016년 71.2%, 지난해 77.4%로 오르다 대법관 교체기인 올해 다시 뚝 떨어진 것이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왜 심리도 않고 끝내는 거죠? 불복 부르는 ‘엿장수식’ 상고심
  • 그녀들의 한 수… 男들 리그 시청률 제쳤다

    그녀들의 한 수… 男들 리그 시청률 제쳤다

    흐름 읽기 쉬운 데다 팬서비스 적극적 ‘女 역대 최고 랭킹’ 최정 스타덤도 한몫7월 한국 바둑 랭킹 상위 100위 중 여자 기사는 단 두 명이다. 36위에 최정(22) 9단이 이름을 올렸고, 오유진(20) 6단은 98위다. 바둑에서의 남녀의 실력 차이는 엄청나다. 그렇지만 바둑팬들은 여자 바둑에 더 주목하고 있다. 25일 바둑TV 자료에 따르면 2018 엠디엠 여자바둑리그(2월 20일~6월 3일)의 평균 시청률은 0.291%였다. 2017시즌 평균 시청률 0.192%에서 0.1% 포인트 가까이 상승했고, 지난달 12일 개막해 현재 5라운드까지 진행된 KB바둑리그(남자바둑리그)의 평균 시청률 0.242%를 훌쩍 넘었다. 2015년 시작된 엠디엠 여자바둑리그는 원년에 참가팀이 7곳에 불과했으나 2016~2017시즌에는 8개팀으로, 2018년에는 9개팀까지 확장됐다. 한국기원에서 매년 2명씩 뽑던 여자 기사는 2016년부터 4명씩으로 늘어났다. 여자 바둑 기사들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대국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남자 바둑은 방송 해설을 듣더라도 왜 저런 수를 뒀는지 대중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지만, 여자 경기는 눈으로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는 평이 많다. 팬 서비스 측면에서도 여자 기사들이 낫다. 남자 기사들은 이기더라도 덤덤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은데 여자 기사들은 승부의 흐름에 따라 감정 기복이 비교적 뚜렷하다. 웃는 표정이 카메라에 잡힐 때도 많다. 최정 9단이 속한 충남 SG골프 선수들은 여자바둑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자 폐막식에서 방탄소년단의 노래 ‘고민보다 Go’에 맞춰 군무를 선보이며 축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최정 9단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등장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여자 기사들은 랭킹 100위 안에 들기도 쉽지 않았다. 최정 9단의 36위는 역대 여자 선수 최고다. 2018년 누적 상금은 약 1억 3000만원으로 7위에 랭크됐다. 전 세계 여자 프로 기사 중 최고의 기량을 지녔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배윤진(3단) 바둑해설위원은 “여자 기사들의 리액션도 좋고 대국 도중 실수도 간간이 나와서 재밌는 경기가 많이 펼쳐진다. 주 시청자층이 50~60대 남성인 것도 여자바둑리그가 인기를 끄는 데 다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서울포토] ‘기선 제압’

    [서울포토] ‘기선 제압’

    25일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8회 한화생명배 세계 어린이 국수전’에 참가한 선수들이 본선 경기를 치루고 있다. 18회를 맞은 한화생명배 세계어린이 국수전은 매년 1만명 이상, 현재까지 18만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참가한 세계 최대규모의 어린이 바둑대회다. 2018. 7. 25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 “엘선생, 한 수 배우겠습니다”

    “엘선생, 한 수 배우겠습니다”

    요즘엔 바둑 기사들이 모였다 하면 꼭 ‘엘선생’(엘프고+선생님)이 화제로 오른다.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엘프고, 릴라제로 등을 통해 연구한 내용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모인 김에 함께 노트북을 펴고 다같이 AI에게 한 수 지도를 받기도 한다. AI를 조금이라도 빠르게 구동시키기 위해 고가 컴퓨터 구매도 서슴지 않는다.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 대결’ 때는 AI의 능력에 충격을 받았다면, 2년이 흐른 지금은 이를 바둑 연구에 적극 활용하는 ‘제2의 AI 열풍’이 불고 있다.AI 바둑 프로그램이 한국 기사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올 초부터다. 당초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가 아니었다. 지난해 말 벨기에의 개발자 지안 카를로 파스쿠토가 릴라제로를 대중에 공개했다. 구글 딥마인드 연구자들이 지난해 10월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한 논문을 바탕으로 제작된 릴라제로는 초반에는 기력이 약하단 평가를 받았으나 계속 개선돼 올 초쯤에는 수준급으로 올라왔다. 뒤이어 지난 5월에는 미국 페이스북에서 개발한 엘프고가 공개되면서 프로 기사들도 이러한 AI를 이용한 학습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산 제품인 돌바람과 바둑이는 아직 오픈소스로 공개되지 않았다. AI 프로그램에서 바둑 기사가 화면에 돌을 놓으면 AI는 재빨리 최선의 수를 계산해 준다. 특정 지점에 착점을 할 때마다 해당 대국에서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이 실시간으로 화면에 표시된다. 바둑 기사들은 연습을 하다 막히는 지점이 생길 때마다 컴퓨터를 켜고 이리저리 착점을 해 보며 AI에게 조언을 받을 수 있다. 프로 기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공부하는 연구회에서 하던 일을 AI를 통해 처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AI는 기존에 정석으로 취급받지 못했던 착수도 과감히 권하기 때문에 수읽기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 같다는 평가도 있다. 심지어 한국기원 4층에 위치한 바둑 국가대표실의 컴퓨터 3대에도 AI 프로그램이 깔려 있다. 박정상(9단) 한국 바둑 국가대표팀 코치는 “국가대표실의 컴퓨터가 본래는 인터넷 바둑을 두기 위한 것이었는데 용도가 바뀌었다”면서 “요즘은 AI를 많이 쓰기 때문에 기사들 대국의 초반 포석은 (AI가 찍어 줬던 대로) 외워서 두는 경우가 많다. 최상위 기사나 신예 기사나 초반 운영에는 서로 큰 차이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손근기(5단) 한국프로바둑기사회장은 “이전에는 안 되는 것이라고 규정지었던 수를 AI가 사용하기도 한다. 좀더 다양한 방향으로 바둑을 생각해 볼 여지가 생겼다”며 “AI가 중심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계라도 모든 것이 맞지는 않으니 삼삼오오 모여 (AI가 가르쳐 준 수에 대해) 의논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AI 때문에 프로 기사들 사이에 고가 컴퓨터 구매 열풍도 불고 있다. 높은 사양의 컴퓨터일수록 다양한 경우의 수를 빨리 계산해 결과 값을 내놓을 수 있어서다. 프로 기사들에게는 민감한 문제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정상급 기사들 중 AI를 안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56개월 연속 한국 바둑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정환(25) 9단은 최근에 1000만원짜리 컴퓨터를 구매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현역 최연소 ‘입신’이자 한국 바둑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는 신진서(18) 9단도 하루에 수시간씩 AI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가 늘다 보니 최근엔 전문 업체까지 등장했다. AI를 구동하기에 적합한 컴퓨터를 판매하면서 엘프고, 릴라제로도 함께 깔아 준다. 제품은 성능에 따라 초급형~기업용까지 6단계로 나뉘어 있다. 가격대는 99만원~1250만원. 연산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그래픽카드(1080Ti)가 기업용에는 4개가 달려 있다. 프로 기사들은 그래픽카드가 1~2개 달린 데스크톱 컴퓨터(300만~500만원대)를 주로 구입한다. 중국에서 대국이 많은 기사는 해외에서도 쓸 수 있도록 노트북을 구비해 둔다. 기존 보유 중인 컴퓨터에 AI 프로그램만 설치하겠다면 5만~9만원으로도 가능하다. 비전문가들은 프로그램을 설치하기가 쉽지 않다. 새로운 기계에 약한 40~50대 프로 기사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젊은 기사들은 바둑 블로그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설치법을 숙지해 스스로 프로그램을 내려받기도 한다. 강현우(36) 트루와이드 정보통신 팀장은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바둑 랭킹 톱10권의 프로 기사 두 명이 컴퓨터를 구매해 갔다”며 “입단 준비 중인 연구생들이 ‘프로 기사가 많이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구매 문의를 종종 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AI는 한국기원 규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에 열렸던 제23차 운영위원회를 통해 대국 중 휴대폰을 소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몇몇 프로 기사가 대국 중 화장실에 빈번하게 드나들자 AI가 찍어 준 착수를 누군가에게 휴대폰으로 전달받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대국에 앞서 휴대폰을 제출해야만 한다. 만약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적발되면 경고가 주어지거나 반칙패를 당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인간의 바둑이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AI가 프로 기사들을 확연히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AI 프로그램끼리 겨루는 대회도 있는 마당에 더 기력이 약한 인간의 바둑을 대중이 봐야 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바둑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만수(41) 8단은 “AI의 등장으로 바둑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이세돌-알파고 대결’ 이후 바둑교실의 수강생들이 20~30% 늘었다. 저변이 넓어진 것이다”라며 “예전에는 몇 달만 배우고 충분하다며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학부모들도 바둑이 상당히 복잡하고 경우의 수가 많다는 것을 인식했다. 예전에 비해 학생들이 오랫동안 등록해 수강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박정상 코치는 “AI의 바둑에서는 승리에서 오는 환희, 승부의 괴로움을 느낄 수 없다”며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뒀을 때 나왔던 수가 당시에는 굉장히 센세이셔널했었는데 지금 보면 다소 평범하다. 마치 원래 인간들이 두던 감각같다. AI는 완벽한 것이 아니고 인간도 계속 그걸 마스터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美 알파고·日 딥젠고 은퇴… 현역 최강 바둑AI 는 中 ‘줴이’

    2016년 3월 이세돌(35) 9단과의 대결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알파고는 2017년 5월 바둑계에서 은퇴했다. 중국의 1인자인 커제(21)와의 3번기에서 3승을 거둔 뒤 더이상 바둑에서 연구를 발전시켜 나갈 부분이 많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제는 그 기술을 이용해 의료, 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을 넓혀 가고 있다. 대신 구글 딥마인드는 그동안의 성과를 정리한 논문을 지난해 10월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 뒤이어 일본에서는 소프트웨어 업체 드왕고와 도쿄대, 일본기원이 공동으로 딥젠고를 개발했다. 2017년 3월에는 일본에서 열린 ‘월드바둑챔피언십’에 도전장을 내밀며 인공지능(AI) 최초로 정식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박정환(25) 9단과 조치훈(62) 9단을 상대로 잇달아 승리를 거둔 뒤인 지난 4월 바둑계 은퇴를 선언했다. 현재는 줴이(絶藝·Fine Art)가 현역 최강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가 개발한 줴이는 지난달 23~24일 베이징에서 열린 ‘2018 텐센트 세계인공지능 바둑대회’ 예선리그에서 7전 전승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바둑 AI 중에는 돌바람이 가장 유명하다. 또 다른 국산 바둑 AI인 바둑이는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이주영(59) 교수가 개발 중이다. 2018 텐센트 세계인공지능 바둑대회에서 3승4패를 거두며 선전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길섶에서] 폭염 나기/이순녀 논설위원

    더워도 너무 덥다. 아침 출근길부터 땀에 흠뻑 젖고 나면 일과를 시작하기도 전에 진이 쫙 빠진다. 그래도 에어컨이 가동되는 사무실에 있는 동안은 무더위를 피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체온을 훌쩍 넘어가는 고온의 야외에서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 이들의 고통에 비하면 출퇴근길 반짝 더위쯤이야 배부른 투정일 게다. 이맘때면 다산 정약용의 소서팔사(消暑八事)가 자주 회자하곤 한다. 여름 더위를 이기는 8가지를 시로 쓴 것이다. 소나무숲에서 활쏘기,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네타기, 넓은 정각에서 투호하기, 대자리 위에서 바둑두기, 연꽃 구경하기, 숲속에서 매미 소리 듣기, 비 오는 날 한시 짓기, 달밤에 개울가에서 발 씻기 등이다. 조선시대 선비다운 낭만적인 피서법임이 틀림없으나 이 중 몇 가지는 지금 따라 했다간 딱 더위 먹기 십상이다. 옛 성현에게 더위는, 이기는 게 아니라 잊는 대상이었을지 모른다. 활을 쏘든 바둑을 두든, 혹은 연꽃을 구경하든 매미 소리를 듣든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그 행위에 집중함으로써 덥다는 감각 자체를 잊어버리는 몰입의 경지. 에어컨 전원만 켜면 순식간에 더위가 온데간데없어지는 현대에는 누리기 힘든 경지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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