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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의 맛이 익어 간다… 10월에 가볼 만한 6곳

    가을의 맛이 익어 간다… 10월에 가볼 만한 6곳

    들판이 노랗게 물들어 가는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청명한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살은 마냥 뜨거웠던 여름볕과 달리 풍성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수확이 있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10월에 가볼 만한 6곳을 추천했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 조금은 느릿하게 가을 정취를 즐기면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진다.①인천 옹진의 대연평도 꽃게 푸른 잎에 붉은 단풍이 들 듯 바닷속에서도 가을의 맛이 익어 간다. 산란기를 거친 가을 꽃게는 껍데기가 단단해지고 속살이 차오른다. 제철 꽃게는 부드러우면서 달큰하다. 국물이 시원한 꽃게탕으로, 달콤짭조름한 밥도둑 간장게장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인천항에서 배로 2시간 거리의 연평도는 꽃게 천국이다. 해 뜰 무렵 바다로 나간 꽃게잡이 배가 점심쯤 하나둘 돌아오면 포구는 거대한 꽃게 작업장이 된다. 섬 주민이 모두 손을 보태는 꽃게 작업은 그 자체로 진풍경이다. 조기 파시의 영화를 간직한 조기역사관, 골목 따라 이어진 조기파시탐방로, 자갈 해변과 해안 절벽이 절경인 가래칠기해변, 길이 1㎞ 구리동해변 등 대연평도에서는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다. 연평면사무소 (032)899-3450. ②강원 양양의 남대천 연어 남대천 갈대숲이 은빛으로 출렁이는 가을은 연어의 산란철이다. 남대천에서 태어나 동해를 거쳐 오호츠크해, 베링해, 알래스카의 바다로 떠났던 연어가 3~5년간의 성장을 마치고 회귀본능을 따라 돌아온다. 마침 설악산 단풍도 절정을 이루는 이 시기에 양양연어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이다. 남대천 일대에서 열리는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연어 맨손잡기 체험이다. 16일까지 인터넷으로 선착순 접수한다. 당일 현장 접수도 있다. 참가비는 3만원이다. 남대천 하류 손양면 송현리에 있는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내수면생명자원센터를 방문하면 연어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남대천 축제장에서 왕복 연어열차로도 갈 수 있다. 구석기시대부터 철기시대까지의 유적이 전시된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과 스릴 넘치는 집라인, 모노레일을 즐길 수 있는 송이밸리자연휴양림 등은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가 높다. 양양군청 문화관광과 관광마케팅 (033)670-2724.③충북 보은의 대추·사과 대추와 사과로 유명한 충북 보은은 이맘때 가장 분주하다. 농부의 정성을 맛보기 위해 전국에서 여행자가 몰려들기 때문이다. 보은 대추는 예로부터 유명했다. 허균의 음식 품평서 ‘도문대작’을 보면 “대추는 보은에서 생산된 것이 제일 좋고 크다. 뾰족하고 색깔이 붉고 맛은 달다”고 기록돼 있다. 싱싱한 대추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보은대추축제가 12일부터 21일까지 보은읍 뱃들공원과 속리산 일원에서 열린다. 사과 체험도 있다. 사과나무체험학교에 신청하면 사과 농가를 방문해 2㎏을 1만원에 수확해 갈 수 있다. 보은 삼년산성은 신라 시대 산성으로 높이 13~20m, 위쪽 너비 8~10m에 이르는 요새다. 삼년산성에서는 우당고택이 내려다보인다. 보은은 소나무의 고장이기도 하다.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과 서원리 소나무(천연기념물 352호) 등이 있다. 솔향공원에 있는 소나무홍보전시관에서는 소나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보은군청 문화관광과 (043)540-3393.④전북 남원의 지리산둘레길 인월~금계 구간 타박타박 걷기 좋은 계절에 길 따라 가을의 노래가 펼쳐지는 지리산둘레길은 어떨까. 지리산둘레길은 3개 도(전북·전남·경남)와 5개 시·군(남원·구례·하동·산청·함양)을 연결하며, 21개 읍·면과 120여개 마을을 잇는 295㎞ 걷기 길이다. 그중 인월~금계 구간(20.5㎞)은 보석처럼 빛나는 비경을 품었다. 지리산둘레길이 처음이라면 인월센터 출발을 추천한다. 대략 8시간 코스다. 점심 나절에 첫발을 뗐다면 중간 지점에서 하루 머물고 다음날 금계까지 남은 구간을 걸으면 무리가 없다.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중군마을, 벽화를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황매암갈림길, 410년 수령의 당산나무가 마을을 지키는 장항마을 등을 지난다. 단일 사찰 중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 인근의 실상사도 부담 없이 들러 보면 좋다. 실상사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천왕봉이 웅장하다. ‘지리산 속 석굴암’ 서암정사와 인월전통시장 구경은 덤이다. 남원시청 관광과 (063)620-6163.⑤경남 하동의 평사리들판 악양면 평사리들판은 가을 정취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여행지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드라마 ‘토지’의 촬영장인 최참판댁 입구에서 왼쪽으로 이어진 산길을 차로 5분쯤 오르면 한산사다. 평사리들판과 섬진강이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가파른 산길을 20분쯤 더 오르면 고소성 성벽이 보인다. 바둑판처럼 정돈된 평사리들판 274만여㎡(약 83만평)가 한눈에 펼쳐진다. 이번에는 들판을 직접 걸어 볼 차례다. 들판 입구 연못 동정호의 악양루에서 내려와 황금빛 들판 사이 신작로를 500m쯤 걸으면 다정한 부부 소나무가 보인다. 드넓은 다원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누리는 매암차문화박물관, 벽화가 재미있는 하덕마을 골목길갤러리 ‘섬등’, 코스모스 꽃밭 사이를 달리는 하동 레일바이크도 가을을 즐기는 방법이다. 하동군청 관광진흥과 (055)880-2377.⑥경기 여주의 고구마 캐기 가을 여주의 땅속에 튼실하게 자란 고구마를 캐다 보면 마음까지 풍성해진다. 예전에 밤고구마로 유명했던 여주는 지금은 ‘꿀고구마’로 불리는 베니하루카 품종을 많이 재배한다. 수확 직후에는 밤고구마처럼 포슬포슬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호박고구마처럼 촉촉해져서 인기다. 넓은들녹색농촌체험마을은 가을철 고구마 캐기를 비롯해 고구마묵 만들기, 떡케이크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인당 7000원을 내면 수확한 고구마 2㎏을 가져갈 수 있다. 인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세종 영릉과 효종 영릉도 들러 보자. 국내 유일의 휴대전화 테마박물관인 여주시립폰박물관에서는 휴대전화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웃한 금은모래강변공원은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다. 넓은들녹색농촌체험마을 (031)885-9090.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기고]비무장지대(DMZ) 내 태봉국 철원성 남북 공동 연구의 의의는

    [기고]비무장지대(DMZ) 내 태봉국 철원성 남북 공동 연구의 의의는

    최근의 남북관계는 상호 불신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 협력과 공동 번영의 새 시대로 향하고 있다. 남북 정상은 지난 4월 판문점 선언에 이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군사적 긴장 해소, 경제 협력, 교류 확대 등에 의견을 같이 했다.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도 채택됐다. 제2조 제4항에는 “비무장지대 안의 역사유적에 대한 공동조사 및 발굴과 관련한 군사적 보장대책을 계속 협의하기로 하였다”고 되어 있다. 비무장지대 내의 역사 유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태봉국의 도성이었던 철원성 유적이다. 궁예왕은 905년 송악(개성)에서 철원으로 도읍을 옮겼다. 도성을 쌓고, 궁궐과 누각 등을 지었는데 그 규모가 굉장했다. 현재 확인된 외성의 둘레는 12.7㎞, 내성의 둘레는 7.7㎞이다. 신생 대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당시 중국에서 유행하던 불교 신앙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철원성에 소개되었다. 시장에서는 중국 상인들이 상주하면서 물건을 팔았다. 철원성은 국제도시였다. 궁예는 미륵불을 자칭하면서 폭압적인 정치를 행했다. 남의 마음을 꿰뚫어 알 수 있다는 관심법으로 처자식을 죽였고, 적지 않은 신하들을 숙청했다. 918년 정변으로 태봉은 망하고, 고려가 섰다. 919년 고려 태조가 송악으로 천도함으로써 철원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2㎞의 지역이 비무장지대로 설정되었다. 비무장지대는 충돌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이다. 군사시설의 설치와 군대의 배치가 금지되었다. 그러나 남북 양국은 군사적 필요에 의해 남방한계선 혹은 북방한계선을 전진시켰다. 뿐만 아니라 비무장지대에 감시초소(GP)를 다수 두고, 중무장한 병력을 배치했다. 크고 작은 무력 충돌도 자주 발생했다. 비무장지대는 남북의 분단과 대결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중무장지대’이다. 철원성 외성의 남측 성벽은 남방한계선과 닿아 있고, 북측 성벽은 북방한계선에 접해 있다. 군사분계선이 성을 관통하고 있다. 이 점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철원성을 발굴하고, 연구한다는 것은 곧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이벤트가 된다. GP의 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 남북공동 유해 발굴 등의 조치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비무장지대가 평화지대가 되었음을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인 사건인 것이다. 태봉은 신라의 진골귀족 중심 사회에서 지방 호족 출신들을 기반으로 한 고려 문벌귀족사회로 넘어가는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고려 초의 정치제도는 대부분 태봉의 그것을 답습한 것이었다. 하지만 관련 자료는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삼국사기’ 등은 정변을 통한 고려의 성립을 정당화하기 위해 궁예왕과 태봉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한 측면이 있다. 철원성 내부에는 태봉의 역사를 증언해 줄 적지 않은 유물과 유적들이 남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철원성은 평지에 위치한 방형의 도성이다. 비슷한 형태의 당 장안성이나 발해 상경성은 계획도시였다. 성 한가운데에 남북으로 넓은 주작대로를 두었다. 이를 중심으로 남북, 동서로 도로를 설치하여 시가지를 바둑판 모양으로 구획하였다. 각 구획 안에는 관청, 시장, 사원 등과 가옥들이 배치되었다. 철원성도 종횡의 도로로 구획된 내부 구조를 가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 고대의 도시계획을 알려 주는 열쇠를 얻을 수 있다. 비무장지대 내의 역사유적은 그 위치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제대로 조사된 바가 없다. 철원성 포함 10여종 20여개소의 유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비무장지대가 평화지대로 바뀌면 이들 유적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유적들이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아울러 비무장지대 인근 민간인 통제 지역에 산재한 유적들까지 시야에 넣을 필요가 있다. 비무장지대 안팎의 유적들에 대한 남북 공동연구는 서로 간의 화해와 협력을 진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조인성 경희대 사학과 교수·태봉학회장
  • [2030 세대] 정원사의 비극/김현집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2030 세대] 정원사의 비극/김현집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해 질 무렵 차를 타고 반포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옆 차선에 트럭 몇 대가 나무를 운반하고 있다. 트럭 한 대에 한 그루씩 나무는 길게 눕혀져 이동 중이다. 어떻게 보면 미사일 탄두대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잠든 듯 누워 있는 모양이 지친 여행객 같기도 하다.어렸을 땐 뭘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동물들이 매력 있었다. 요즘에는 침묵한 꽃이나 나무가 흥미롭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도 좋다. 강희안의 ‘양화소록’을 읽은 후 이런 마음이 더해졌다. 날마다 화초 기르는 것을 즐기던 강희안은 축적한 노하우를 기록으로 남겼다. 대체로 꽃은 물을 적당히 주고 햇빛만 쬐어 주면 될 것 같지만, 저마다의 성질과 요구가 다르기에 이를 잘 살펴 가며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식물이나 사람이나 해쳐선 안 될 천성이 있다고 강희안은 말한다. 나무와 화초를 얘기하다 보니 생각나는 친구가 하나 있다. 내가 다니던 대학은 교정에 오래된 나무가 많았다. 바둑판무늬의 그림자가 지도록 나뭇가지로 시커멓게 덮인 좁은 숲길은 내가 특히 좋아한 곳이었다. 틈만 나면 찾곤 했는데 친구 중 하나는 풀이면 풀, 나무면 나무, 그 이름과 성질과 심지어는 나이까지 모르는 게 없었다. 누구나 알 법한 나무 이름 하나 제대로 대지 못하는 나로서는 심히 열등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난 이 친구가 남달라 보였다. 힘없고 말없는 것을 귀중히 대하는 건 아름답다. 영국 18세기 소설가 로런스 스턴의 작품 ‘트리스트럼 샌디의 삶과 견해’에 등장하는 토비 삼촌은 마음이 고운 사람이다. 저녁 식사 내내 자기 음식 위를 맴돌던 파리를 손으로 잡더니 다시 놓아 주며 말한다. “저리 가라. 내가 너를 왜 해치겠느냐. 이 세상은 너와 내가 같이 살 정도 공간은 있다.” 물론 파리나 식물은 사람에게 무관심하다. 우리가 없어져도 파리는 날아다닐 것이고 빈집은 나무와 풀들로 무성해질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동유럽에서 독일 병사들은 집단 학살한 사람들의 무덤을 감추기 위해 그 위에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또한 그런 땅에서 잘 자라는 게 나무다. 인간이 작은 생물을 보살펴 주고, 잡초와 화초를 구분하는 것은 자연에 대해 좋은 일을 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의 깨끗한 마음을 비쳐 줄 거울이 필요해서다. 동생 강희맹은 형인 강희안의 책을 내며 이렇게 덧붙였다. “공이 세상을 떠난 지 9년 후인 계사년 봄에 그의 정원을 찾았더니, 아무도 가꾸지 않아 잡초가 우거지고 꽃과 나무는 망가져 있었다. 배회하면서 돌이켜 보니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양화소록’ 유고를 찾아 ‘진산세고’의 뒤에 덧붙이니, 후세에 이것을 보는 사람들이 공의 덕을 알고 공의 뜻을 안타까워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한다.” 600년 전 사람들 얘기다. 망가진 정원은 화초들의 비극이 아니라 정원사의 비극이다.
  •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남명-퇴계를 통해 보는 조선 선비의 아름다움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남명-퇴계를 통해 보는 조선 선비의 아름다움

    우리 옛시조보다 조선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잘 보여주는 문학작품은 드물 것이다. 그런데 때로는 그들이 쓴 몇 줄의 평론문이 어떤 문학작품보다도 더 조선선비의 내면을 잘 비춰주기도 한다. 먼저, 유학자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이 남긴 남명(南冥) 조식(曺植)의 인물평이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송시열은 조선후기 정치계와 사상계를 호령했던 거물이다. 우리나라 유학자 중 ‘자(子)’자가 붙은 유일한 인물로, 송자(宋子)라 불린다. 말하자면 성인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남명 조식은 퇴계 이황과 함께 당대의 유학을 영도한 두 거두 중 한 사람으로, 그야말로 조선 선비정신의 화신이라 할 만한 강직한 인물이다. 그는 나라의 정치가 잘못된 것을 비판하는 상소문에서 왕의 모후 문정왕후와 명종에 대해 “대비는 구중궁궐의 한 과부에 불과하고, 국왕은 아직 어리니 돌아가신 왕의 한 고아일 뿐이다”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거리낌없이 쓰기도 했다. 임금이 그 문구에 진노했다지만, 그래도 조식의 터럭 하나 건드리지 못한 것을 보면 조선의 위대함이 새삼 느껴진다. 일개 신민으로서 조식을 능가하는 강골(强骨)은 동서고금에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 같은 남명에 대해 한 세기 뒤의 후학 송시열이 쓴 인물평은 다음과 같다. “천길 절벽에 우뚝 서서 일월(日月)과 빛을 겨루는 기상은 지금까지도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품게 하여, 완악한 벼슬아치들을 청렴하게 하고 나약한 선비들을 떨쳐 일어나게 한다.” 이처럼 서릿발 같은 인물이었지만 남명이 남긴 시조 한 편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진경산수화다. 두류산* 양단수*를 예 듣고 이제 보니 도화 뜬 맑은 물에 산영조차 잠겨세라 아희야 무릉이 어디뇨 나는 옌가 하노라 *지리산의 딴 이름. *두 갈래 물줄기 재미있는 것은 위의 시조와 똑같은 소재와 주제로 짝이 될 만한 시조 한 수를 퇴계도 남겼다는 사실이다. 그 닮음이 자못 신선하고 재미있다. 청량산 육륙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 백구야 헌사하랴* 못 믿을손 도화로다 도화야 떠지지 마라 어주자* 알까 하노라 *수다스러우랴. *고기잡이 남명 조식은 평생 벼슬길에 나서지 않고 산림처사로 자처하며 살았다. 처사(處士)란 세속에 발을 들이지 않고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를 일컫는 말이다. 그는 이 시조에서 보듯이 자연에 완전 귀의하여 처사로 살다가 동갑인 퇴계가 죽은 이듬해 표표히 떠났다. 앞으로는 큰 여울이 흐르고, 뒤로는 수려한 산을 등지고 있는 산청의 덕천서원이 남명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다른 평론은 퇴계 이황(1501~1570)이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의 ‘어부가’를 평한 것으로 이 또한 명문인데, 우선 농암이 살았던 곳의 빼어난 풍광부터 일별해보자. 안동 도산서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예안의 농암 고택은 운치 넘치는 고가로, 앞으로는 낙동강 상류인 분강(汾江)이 흐르고, 강 건너편으로는 절벽이 병풍처럼 서 있다. 이 강에서 고향 선후배간인 농암과 퇴계는 가끔 배를 띄우고 술잔을 물에 흘려보내면서 음풍농월의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두 사람은 나이차가 34년이나 되는데도 함께 즐김에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퇴계의 집에서 농암 종택은 강을 따라 두어 시간은 좋이 걸어야 하는 거리로, 참으로 아름다운 강변 길이다. 퇴계의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은 이 길의 아름다운 풍광이 빚어낸 노래이다. 농암은 서른 둘에 벼슬길에 올라 일흔 넷이 되어서야 겨우 병을 핑계로 낙향할 수 있었다. 그만큼 임금의 신임이 두터웠다. 그는 조선조 5백 년 역사에서 유일하게 은퇴식을 가진 정치인이었다. 그의 은퇴식에는 임금과 당시 정계, 학계 실력자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전별시들을 지어 그를 전송했다. 배 타러 한강으로 가는 길에는 장안 백성들이 구름처럼 몰려나와 그를 전송했다. 평생을 벼슬살이했지만 배에 실은 짐이라고는 화분 몇 개와 책보따리 그리고 바둑판 한 개뿐이었다고 한다. 청춘에 집을 나서 백발에 귀향길에 오른 농암이 ‘정승 벼슬도 이 강산과 바꿀 수 없다’며 지극히 사랑했던 고향 분강촌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어부사’의 한 편이 그것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굽어는 천심녹수 돌아보니 만첩청산 십장 홍진*이 언매나 가렸는고 강호에 월백하거든* 더욱 무심하얘라 *열 길이나 되는 속세 먼지. *달이 밝거든 밤이 되어 강과 호수에 달빛마저 휘영청하면 마음은 무욕, 더없는 평화로움을 누리는 심경을 농암은 담담히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10여 년을 더 유유자적 자연 속을 노닐다가 떠났다. 참으로 복 받은 삶이라 하겠다. 이 농암이 남긴 연시조 ‘어부사’의 발문을 퇴계가 썼는데, 그 평론이 실로 멋스럽기가 한량없다. “부귀를 뜬구름에 비기고, 고상하고 품위 있는 생각을 물외(物外)에 부쳐 낚시터를 노니는 선생의 강호지락(江湖之樂)은 가히 진의(眞意)를 얻었다.” 이보다 멋스러운 평론이 또 있을까. 역시 사람들이 멋스러우니 이런 멋스런 글도 나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선의 선비들은 실로 아름다웠다. (위 시조들은 ‘우리 옛시조 여행(이광식 저)’에서 인용)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전통 목가구 구경 오세요

    전통 목가구 구경 오세요

    “우리나라 전통 목가구 보러 오세요.”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이수자 김병수(66) 명장이 운영하는 한송공방(경남 진주시 명석면) 공예교실 회원 모임인 한송전통목가구연구회는 26~29일 경남문화예술회관(진주시 칠암동)에서 ‘제4회 한송전통목가구연구회 회원전’을 연다. 전통가구 제작 최고 기술 보유자로 꼽히는 김 명장으로부터 전통가구 제작 기술을 배운 회원 29명과 김 명장이 만든 전통 목가구 50여점을 전시한다. 탁자와 의자, 찻상, 뒤주, 화장대, 서랍장, 문갑, 사방탁자 등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전통 목가구를 볼 수 있다. 특히 김 명장이 직접 만든 반닫이와 문갑, 책장, 바둑판 등 명품 목가구 8점을 기획작품으로 전시한다. 전시회 기간에 어린이 목공 체험교실도 운영한다. 전시회에 참가하는 회원들은 대부분 취미로 한송공방 공예교실에서 전통가구 제작 기술을 틈틈히 배운 사람들이다. 전시회는 2년에 한번씩 열린다. 김 명장은 “틈틈이 시간을 내 열심히 전통가구 기술을 배운 회원들이 정성을 쏟아 만든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전통 목가구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주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한국 바둑 ‘新4인방 시대’] 다시, 4인의 기사… 바둑판 흔든다

    [한국 바둑 ‘新4인방 시대’] 다시, 4인의 기사… 바둑판 흔든다

    1990~2000년대 초반 한국 바둑의 기세는 대단했다. ‘세계 최강’ 일본 바둑은 두 수 아래로 여기던 한국 바둑에 연거푸 깨진 뒤 지금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변방에 머물렀다. ‘4인방’ 조훈현·서봉수·유창혁·이창호 9단이 4년에 한 번씩 열려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잉창치배(우승 상금 40만 달러) 대회를 차례로 우승한 것은 화룡점정이었다. 달도 차면 기운다던가. 10여년 전부터 ‘타도 한국’을 기치로 기사 육성에 나선 중국의 ‘인해전술’에 밀려 한국 바둑의 위상은 시나브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엔 세계 대회 무관이라는 수모까지 당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세계 바둑 지형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크고 작은 9개의 세계 대회에서 한국이 7회나 우승했다. ‘신(新) 4인방’ 박정환(25)·김지석(29)·이세돌(35) 9단, 신진서(18) 8단의 활약이 컸다. 한국 바둑에 ‘제2의 전성기’가 도래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5년 만에 되찾은 국가대항전 ‘농심신라면배’ 한국 바둑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 게 ‘반상의 국가 대항전’ 농심 신라면배 우승이다. 2013년 우승 이후 중국에 내리 4연패를 내준 뒤 5년 만에 어렵게 되찾았다. 농심신라면배는 한·중·일 각각 5명의 기사들이 출전해 지면 탈락하는 ‘연승전’ 방식이다.한국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신민준(19) 7단이 ‘대형 사고’를 쳤다. 신 7단은 중국 판팅위(22) 9단을 시작으로 일본 위정치(23) 7단, 백령배 우승자 저우루이양(27·중국) 9단, 일본 신인왕 출신의 쉬자위안(21) 7단, 백령배 챔피언 천야오예(29·중국) 9단, 일본 기성전에서 5차례 우승을 차지한 야마시타 게이고(40) 9단 등 중·일 최정상급 기사 6명을 연파했다. 농심신라면배에서 이창호(43)·강동윤(29) 9단이 보유한 한국 선수 연승(5연승) 기록을 갈아치우며 농심신라면배 우승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그러나 중국도 만만찮았다. 당이페이(24) 9단 역시 한·일 초일류기사 5명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결국 한국(김지석·박정환)과 중국(당이페이·커제)이 각각 2명씩 남은 가운데 진검승부를 펼쳤다.한국에서는 ‘특급 소방수’ 김지석 9단이 네 번째 주자로 등판했다. 신진서 8단의 패배에 이어 그마저 진다면 분위기가 중국에 완전히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패색이 짙었던 형국에서 ‘팻감 묘수’를 짜내 극적으로 당이페이 9단에게 반집 역전승을 거뒀다. 중국 측 검토실에서는 대국 중반까지 당이페이 9단의 6연승을 낙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종반에 접어들면서 반집 싸움으로 격차가 크게 좁혀지자 떠들썩했던 검토실이 뒤죽은 듯 조용했고, 김 9단이 좌하변에서 팻감을 늘리는 묘수를 선보이자 탄식이 터져 나왔다. 김 9단은 기세를 몰아 ‘중국 최강’ 커제(21) 9단과의 대결에서도 끈기와 투혼을 발휘했다. 초·중반 형세는 비세였다. 커제 9단이 흑 대마를 잡고 ‘언제 돌을 던질래’라고 시위할 정도였다. 인터넷 실시간 스코어에선 15%대85%로 커제의 승리를 당연시했다. 그러나 김 9단은 포기하지 않고 커제 9단의 강수를 물고 늘어져 기어이 흑으로 불계승을 일궈 냈다. 백을 잡고 연승가도를 달렸던 커제 9단에게는 충격적인 패배였다. 김 9단은 “약속대로 농심신라면배에서 (제가) 우승을 결정지어 매우 기쁘다”며 웃었다. 또 한번 중국의 충격적인 패배는 지난 1월 진리배 한·중 바둑리그 우승팀 대항전이었다. 한국 바둑리그 우승팀 ‘정관장 황진단’은 전력상 열세라는 예상을 깨고 중국 갑조리그 1위 ‘중신 베이징’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 특히 베테랑 이창호 9단이 옛 기량을 뽐내며 2승을 거두자 중국 관계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쑥쑥 크는 박정환… 뚝뚝 떨어지는 커제 골프, 테니스와 달리 바둑에서는 공식적으로 세계 랭킹을 매기지 않는다. 다들 자국 리그에서만 순위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룰은 있다. 전성기 때의 이창호 9단에게는 한국 1위이자 세계 1위로 인정했다. 지난해는 중국 1위 커제 9단이 ‘세계 최고수’로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엔 달라졌다. 박정환 9단의 상승세가 가파른 반면 커제 9단의 승률은 뚝뚝 떨어지면서 이젠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세계 대회에서 커제 9단의 활약이 미미했다. 지난 1월 ‘해비치 이세돌 VS 커제 바둑대국’에서 이세돌 9단은 ‘천적’ 커제 9단을 오랜만에 이겼다. 형식은 초청 대국이었지만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맞섰던 두 기사여서 자존심 싸움이 열기를 뿜었다. 박정환 9단도 올해 커제 9단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 지난 2월엔 ‘2018 CCTV 하세배 한·중·일 바둑쟁탈전’ 결승에서 백으로 불계승을 거뒀고, 지난달 월드바둑챔피언십 준결승에서도 130수 만에 백 불계승을 일궜다. 박 9단은 “커제 9단이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고 말했지만 커제 9단을 연파한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 박 9단은 커제 9단과의 상대 전적에서도 8승 6패로 앞서고 있다. 김지석 9단도 농심신라면배에서 커제 9단에 승리한 뒤 “1인자이며 훌륭한 기사이지만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자신감을 내보였다. 상대 전적은 4승2패로 김 9단이 좋다. 커제 9단과 달리 ‘한국 1위’ 박 9단은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1월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에서 박영훈(33) 9단을 꺾고 우승해 세계 기전 무관에서 탈출했다. 이어 월드바둑챔피언십과 CCTV 하세배 한·중·일 바둑쟁탈전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수확했다. ●한국, 세계 기전 강세 이어가 최근 진행되는 세계 기전에서도 한국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제12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에서도 한국은 박정환·김지석·박영훈 9단이 8강에 진출했다. 김 9단은 LG배 기왕전 챔피언 중국의 셰얼하오 9단을 만나 또 한번의 묘수를 찾아내 백 불계승을 거뒀다. 김 9단은 이번 대회까지 4년 연속 8강에 진출해 올해는 일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정환 9단도 중국의 펑리야오(26) 6단을 손쉽게 물리치고 3년 연속 8강에 올랐다. 박영훈 9단은 중국 롄사오(24) 9단을 상대로 극적인 반집승을 거뒀다. 앞서 16강에 진출한 한국 기사 4명 중 강동윤 9단만이 커제 9단에게 패해 8강에 오르지 못했다. 일본 기사들의 전원 탈락으로 8강 대결도 한·중 기사로 압축됐다. 특히 김 9단과 커제 9단의 ‘빅매치’가 예정돼 또 한번 세계 바둑팬들을 벌써부터 흥분케 하고 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텔레파시로 동물 생각 읽는다”…英 ‘초능력’ 커플의 사연

    “텔레파시로 동물 생각 읽는다”…英 ‘초능력’ 커플의 사연

    살아있는 동물뿐만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동물과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커플이 등장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4일 보도에 따르면 수지 시너(50)와 그의 파트너 폴 브레이스웨이트(43)는 텔레파시를 통해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감이 가능한 동물로는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를 포함, 말과 햄스터 등도 포함돼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동물을 직접 눈앞에 두지 않아도, 이들 동물의 이름을 듣고 가만히 부르거나 사진을 보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주장은 반려동물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하는 수많은 반려동물 주인들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이 같은 ‘관심’에 힘입어 두 사람은 영국 전역을 돌며 동물과의 교감을 시도하는 투어를 앞두고 있다. 수지는 “사진을 통해 조각난 반려동물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고, 그들의 마음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면서 “반려동물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하는 주인들이 매우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의 사진을 본 후 마음속으로 해당 동물에 대한 사랑을 떠올리면, 그 동물의 이미지와 감정과 생각 들이 내게로 들어온다”면서 “이러한 모습을 본 사람들이 처음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엔 감탄을 금치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수지는 바둑판무늬의 개 전용 재킷을 입고 있는 잉글리시불테리어를 본 뒤 “이 개가 자신의 입은 옷 때문에 당혹감과 무력감을 느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함께 동물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브레이스웨이트는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오는 이유는 대부분 그들의 반려동물에게서 특별한 행동이 관찰되기 때문”이라면서 “주인들은 자신의 반려동물이 왜 갑자기 집안 곳곳에 소변을 보거나 갑자기 난폭스러운 행동을 보이는지 등을 알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때로는 그저 자신의 반려동물이 행복감을 느끼는지, 혹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지 등을 알고 싶어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 내에서 동물과 대화하는 사람인 애니멀 위스퍼러 혹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들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이는 수익은 1000만 파운드(약 154억 원)정도로 알려져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박형주의 세상 속 수학] 갇혀 있는 창의성

    [박형주의 세상 속 수학] 갇혀 있는 창의성

    2016년 봄에 우리나라를 찾아와서 충격을 주었던 알파고가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중국에 나타나 세계 최강이라는 커제에게 전승을 거둔 뒤에 은퇴를 선언하고 바둑판을 떠나는 모습은 초현실적이다. 무협지의 영웅이 신묘한 영약을 얻어서 초인으로 거듭나더니 무림을 평정하고 홀연히 속세를 떠나는 모습이랄까. 이번엔 영화의 주인공으로 다시 찾아왔다. 2017년 서울독립영화제에 출품됐던 다큐멘터리 영화 ‘알파고’는 그의 탄생과 짧은 생을 다룬다. 서울의 어느 시사회장에서 접한 이 영화는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선언하는 내용일 거라는 내 심증과는 아주 달랐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인간을 지배하는 전지전능한 인공지능으로 출연하는 스카이넷의 공포보다는 인간의 고유한 역할에 대한 반추와 먹먹함을 유발한다. 프랑스 보르도에 사는 중국계 프로 기사 판후이는 영화에서 관찰자이자 기록자의 역할이다. 어느 날 런던의 구글 딥마인드라는 기업으로부터 바둑 프로젝트와 관련한 초청을 받는다. 자신의 머리에 온갖 측정 장치를 달고 바둑을 두게 하는 실험을 연상하며 런던으로 향하지만, 예상과 달리 컴퓨터 프로그램과 대국을 하게 된 그는 전패의 치욕을 겪게 된다. 유럽에서 오래 살아서 기력이 형편없어졌다는 등의 악성 인터넷 댓글은 그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딥마인드 팀은 판후이의 도움으로 알파고 알고리즘의 치명적인 결함을 발견한다. 예상 외의 국지적 손실이 전체 판세에 연쇄적이고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에 고심하지만, 시간에 쫓겨서 알고리즘 미세 조정에 그친다. 영화의 대부분은 서울의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알파고와 이세돌 대국의 역사적 가치와 함께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신묘한 수로 두 개의 수를 소개한다. 알파고의 제1국 37수와 이세돌의 제4국 78수다. 바둑 전문가들을 충격에 빠트린, 이전의 인간이라면 두지 않았을 전인미답의 수다. 이세돌은 알파고의 37수를 바둑의 아름다움을 드러낸 수라고 극찬한다. 우리가 아는 창의력도 어떤 틀 안에 있는 게 아닌가라는 말도 덧붙인다. 나만의 창의성이라고 생각했던 것조차도 교육, 관습, 관례대로의 틀 안에 갇혀 있던 것은 아닐까. 그 틀 밖에 그 모든 것을 넘는 신묘한 수 나만의 37수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영화에서 알파고의 37수는 인간의 창의력과 그 한계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끄집어내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인간의 관습에서 자유로운 알파고의 파격적 창의성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이세돌은 3연패를 기록한다. 여기서 깊은 좌절과 고뇌의 산물로 나오는 카운터펀치가 4국의 78수다. 이전의 이세돌이라면 두지 않았을, 알파고에게 통상보다 훨씬 많은 90여수까지 두어 보며 계산하도록 강요한 ‘신의 한 수’로 회자되는 바로 그 수다. 인공지능은 인간성을 파괴하며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언젠가 인류를 지배할지도 모르는 인류의 공적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이세돌의 78수는 기계를 통해 인간다움(humanness)이 확장되고 성장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고. 교육받은 대로라면 검토해 보지도 않았을 수를 단 세 번의 대국 만에 이제는 편견 없이 가능성의 범주에 두게 됐다는 것, 그 사유의 확장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제 기계에 인간이 판판이 깨지는 게임이 된 바둑은 설 자리를 잃을 거라고? 영화 마지막의 엔딩 롤에 이런 자막이 나온다. ‘알파고 이후 바둑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대거 늘면서 세계적인 바둑판 부족 현상이 보도되었다.’
  • [새해 기획| 황금 개띠 해] 인간의 충성스런 친구…재앙 막는 용맹한 수호동물

    [새해 기획| 황금 개띠 해] 인간의 충성스런 친구…재앙 막는 용맹한 수호동물

    ●용맹과 충성, 수호와 벽사(辟邪) 첫 번째 개가 짖자 두 번째 개가 짖고, 세 번째 개가 따라 짖는다(一犬吠 二犬吠 三犬亦隨吠). 특이한 것을 보고 놀라는 것은 당연하지만, 개는 어찌 아무것도 없는데 저리도 짖을까? 짖는 것에는 분명 연유가 있는데 사람이 알지 못하는 것이니 아이에게 어서 문을 닫으라 한다(見非常有理宜驚 犬乎何事無爲吠 吠固有意人不識 說與兒童門速閉).조선 중기의 문신인 이경전(李慶全·1567~1644)이 지은 시 ‘견폐‘(犬吠·개 짖는 소리)에 등장하는 시구이다. 적막한 밤, 한 마리의 개로 시작하여 온 동네 개가 모두 동참하여 짖어대는 소리가 마치 실제로 귀에 들리는 듯하다. 개는 본디 자신의 영역에 대한 경계 본능이 강해서 그것을 지켜내는 데 대단한 용맹성을 보여 준다. 낯선 것에 대하여는 강한 경계심을 갖지만 주인에 대해서는 깊은 충성심을 발휘하기도 한다. 개의 이러한 생태적 특징은 수호 동물로서 개의 모습을 더욱 믿음직스럽게 여기게 한다. 또한 앞의 시구에서 ‘개의 짖음에는 사람이 알지 못하는 연유’가 있다고 한 것처럼 개는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동물로 여겨졌다. 사귀(邪鬼)나 재앙을 감지하여 물리치고 막아내는 힘이 개에게 있다고 생각하여 정초에 세화(歲畵)로 개 그림을 대문에 붙이거나 ‘눈이 셋 달린 개 그림’[三目狗]을 부적처럼 지니기도 했다. ●신성함에서 천함까지, 폭넓은 상징 십이지의 열두 번째 상징 동물로 등장하는 개는 서북서(西北西) 방향을 지키는 방위의 신이자 오후 7시에서 9시, 달[月]로는 음력 9월을 담당하는 시간의 신이다. 불교 행사에 사용되는 도량장엄(道場裝嚴)의 하나인 십이지신번(十二支神幡)에는 개가 불법(佛法)을 지키는 십이야차대장(十二夜叉大將) 중 술신(戌神) 초두라대장(招杜羅大將)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초두라대장은 일체 중생의 배고픔과 목마름을 면하게 하려는 소망을 가진 신장(神將)이다. 아울러 개는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매개의 역할을 하는 동물로도 여겨졌다. 제주도의 굿에서 구송되는 서사무가로, 제주 특유의 무속신화를 담은 ‘본풀이’에는 신화의 주인공이 이승과 저승을 오갈 때마다 도움을 주는 개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개의 신성한 상징성과는 극도로 대비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개’를 접두사로 하는 수많은 단어들이다. ‘개’자가 앞에 붙으면 모두 질이 떨어지거나 ‘헛된’, 혹은 ‘쓸데없는’이라는 의미로 변하게 되는 상황이 개에게는 무척 억울한 일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속담에서도 하찮음, 흉함, 어리석음, 게으름, 우둔함 등 부정적 이미지의 용례에 개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험구(욕)에 등장하는 ‘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근간 개를 앞에 붙여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매우’, ‘몹시 ~하다’라는 뜻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이 또한 재미있는 현상으로 여겨진다. ●사육에서 애완을 넘어 반려로 개는 지구상의 어떤 동물보다 인간과 가까운 존재이다. 예로부터 개가 인간과 공존하자면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개만의 역할이 필요했을 것인데, 사냥을 돕거나, 집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거니와 특유의 명랑함과 온유함으로 궁중과 반가에서 애완용으로도 인기가 높았다. ‘조선왕조실록’ 세종13년(1431) 7월 17일의 기사에는 경기도에 66마리, 충청도에 9마리, 경상도에 42마리, 전라도에 59마리, 황해도와 강원도에 각각 13마리, 평안도에 11마리, 함길도에 3마리의 강아지를 배정하고 기르게 하여 왕실 및 사신들에게 진헌할 수 있도록 한 기록이 등장한다. 일반 농가에서 개는 가축이었다. 여름내 고된 농사일로 지친 몸을 복달임으로 달래는 시기에 개를 잡아 구장(狗醬)을 끓여 먹기도 하였으니 말이다. 개는 소나 돼지를 잡을 풍족하지 않은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영양 보충원이었다.요즈음 사람 곁에 자리한 개들은 바야흐로 ‘반려’의 대상으로까지 격상되어 가족의 일원으로 대접받고 있다. 반려견과 관련된 각종 산업이 빠르게 발전함은 물론 예쁜 개 이름을 지어 주는 작명소까지 있다고 하니, 개는 바뀌지 않았으나 개와 공존하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개 이름 바둑이, 동문유해 ‘바독’서 유래 개가 가족의 일원이 되면서 생겨난 가장 큰 변화는 호칭이 아닐까 한다. 반려견의 이름도 ‘검둥이’, ‘누렁이’ 등으로 통일되던 과거와는 달리 다양해졌다. 그럼에도 가장 정겨운 개 이름은 바로 ‘바둑이’일 것이다. 기다림에 설레던 초등학교 입학 후 처음으로 받은 국어 교과서에 등장하는 개 이름이 ‘바둑이’였음을 많은 사람이 기억할 것이다.‘바둑이’라는 명칭이 한글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기록은 1748년에 편찬된 ‘동문유해’(同文類解)로 보인다. 동문유해는 역관들이 편찬한 만주·몽골어 어휘 학습집이다. 그 내용에 화구(花狗)라는 한자 표기와 함께 ‘바독개’라는 명칭이 적혀 있다. ‘바독개’의 ‘바독’은 바로 ‘바둑’을 의미하는데, 바둑판 위에 흰색과 검은색의 바둑돌처럼 무늬가 있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그 ‘바독개’가 개 이름 ‘바둑이’의 원형이다.바둑이가 교과서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48년 문교부에서 발행한 최초의 국정교과서이자 이후 교과서의 모본이기도 한 ‘바둑이와 철수[국어1-1]’였다. 이 교과서 이후로 우리는 대부분의 교과서 표지에서 철수, 영희와 어울려 놀고 있는 바둑이의 모습을 보며 초등학교를 다녔다. 만약 그 삽화에서 바둑이가 빠졌다면, 아마도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생동감 있고 명랑한 분위기가 반감되었을 것이다.●2018 무술년, 60년 만의 황금 개띠의 해 요즈음 무술년 개띠 해를 맞이하여 ‘황금 개띠의 해’라는 말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한 해를 구분하여 명명하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는 육십갑자는 열 개의 천간(天干)과 열두 개의 지지(地支)를 순서대로 조합하여 사용하는데, 그 총합이 60개를 이룬다. 그러므로 천간지지의 조합으로 이름 붙이는 모든 해는 60년마다 돌아오기 마련이다. 또한 열 개의 천간은 각기 두 개씩 묶어 방위를 나타내는 다섯 가지 색깔과 조합을 이루는데, 여기에서 천간의 다섯째와 여섯째인 무(戊)와 기(己)는 중앙을 나타내는 색깔인 ‘황색’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무술년은 ‘황색 개띠의 해’이다.황색을 황금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것에 대하여 황금색을 좋아하는 중국의 영향이거나, 혹은 마케팅의 영향이라고 보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비록 학술적 근거는 없는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새로 찾아온 올해가 지난 다른 해보다도 특별하고 의미 있는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발로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김창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 문 대통령, 시진핑 주석에 옥으로 만든 바둑판 선물받아

    문 대통령, 시진핑 주석에 옥으로 만든 바둑판 선물받아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국빈만찬 당시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바둑판과 바둑알을 선물 받았다고 청와대가 16일 밝혔다.청와대 관계자는 “시 주석은 지난 14일 정상회담 직후 문 대통령 내외를 위해 주최한 국빈만찬장에서 문 대통령에게 옥으로 만든 매우 아름다운 바둑판과 바둑알을 선물했다”며 “문 대통령이 바둑을 좋아해 시 주석이 선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마바둑 4단이다. 지난달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리커창 중국 총리를 만났을 때도 바둑을 주제로 덕담을 나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리 총리가 바둑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창호 9단과 추궈홍 주한대사가 한팀을 이뤄 창하오 9단과 노영민 주중대사와 펼친 화상 바둑 대결을 거론했고,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 기록을 담은 책 ‘신의 한 수 인간의 한 수’에 추천사를 쓴 사실이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또한 베이징올림픽 마스코트 디자인을 총괄한 한메이린 작가가 그린 말 그림도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상과 국가, 국민 간 소통을 강화하자는 의미에서 한자로 ‘通’(통)이라고 쓰인 고 신영복 선생의 서화 작품을 시 주석에게 선물로 전했다. 시 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는 김정숙 여사에게 손지갑과 숄, 펑 여사의 노래가 담긴 CD를 선물했다. 펑 여사는 1980년대 중국의 국민가수로 불렸다. 김 여사 역시 경희대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서울시립합창단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충칭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시진핑, 문 대통령에 옥 바둑판 선물…김정숙 여사에겐

    시진핑, 문 대통령에 옥 바둑판 선물…김정숙 여사에겐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바둑판과 바둑알을 선물 받았다고 청와대가 16일 밝혔다.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은 지난 14일 베이징에서의 정상회담 직후 문 대통령 내외를 위해 주최한 국빈만찬장에서 문 대통령에게 옥으로 만들어 매우 아름다운 바둑판과 바둑알을 선물했다”며 “문 대통령이 바둑을 좋아해 시 주석이 선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마바둑 4단이다. 지난달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리커창 중국 총리를 만났을 때도 바둑을 주제로 덕담을 나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리 총리가 바둑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창호 9단과 추궈홍 주한중국대사가 한팀을 이뤄 창하오 9단과 노영민 주중대사와 펼친 화상 바둑 대결을 거론했고,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 기록을 담은 책 ‘신의 한 수 인간의 한 수’에 추천사를 쓴 사실이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또 베이징 올림픽 마스코트 디자인을 총괄한 한메이린 작가가 그린 말 그림도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과 국가·국민 간 소통을 강화하자는 의미에서 한자로 ‘通’(통)이라고 쓰인 신영복 선생의 서화 작품을 시 주석에게 선물로 전했다. 시 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는 김정숙 여사에게 손지갑과 숄, 펑 여사의 노래가 담긴 CD를 선물했다. 펑 여사는 1980년대 중국의 국민가수로 불렸고, 김 여사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서울시립합창단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IT 신트렌드] 알파고 제로, 인공지능 새 길 열었다/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IT 신트렌드] 알파고 제로, 인공지능 새 길 열었다/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난 5월 알파고는 중국의 바둑 신성 커제 9단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뒤 화려하게 은퇴했다. 이 대결은 지난해 3월 있었던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 비하면 충격적이지는 않았지만 학계에 남겨진 여운은 매우 컸다. 첫 번째 이유는 알파고가 컴퓨터 한 대를 활용해 커제와 대결했다는 점이다.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는 슈퍼컴퓨터급의 장비를 활용했는데 1년여의 기간에 전력 소비를 큰 폭으로 줄인 것이다. 두 번째는 바둑기사들의 기보를 전혀 학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접근은 역설적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여 패턴을 예측하는 현대 인공지능 개념을 뒤엎는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지난 10월 우리에게 남긴 여운에 대한 해답을 주는 논문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논문에서 소개된 ‘알파고 제로’는 바둑기사의 기보 없이 스스로 대결하며 학습했다고 밝혔다. 비결은 강화학습이다. 강화학습은 행위에 대한 보상을 통해 전략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게임 인공지능 분야에 주로 활용됐다. 알파고 제로의 강화학습 알고리즘은 지난 이세돌 9단과 대결했던 버전보다 상당 부분 개선됐다. 지난 버전의 알파고는 두 가지 형태의 인공신경망을 활용했다. 이 두 가지는 전문 바둑기사의 기보를 학습해 착수 선호도를 결정하는 정책망과 현재 바둑판의 승률을 근사하는 가치망이다. 알파고 제로에서는 이 두 가지를 하나의 신경망으로 통합해 성능을 개선한 것이다. 또 기존 알파고는 바둑판을 48가지 특징으로 분류하여 학습을 진행했으나 알파고 제로는 바둑돌의 위치만을 토대로 학습했다. 즉 알파고 제로는 백지 상태에서 바둑의 규칙만을 토대로 학습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알파고 제로는 학습을 위해 4개의 TPU(Tensorflow Processing Unit)를 활용했다. TPU는 구글이 고안한 학습 전용 하드웨어로 기존 연산처리장치보다 최대 80배 정도 전력 효율이 높다. 학습기반 인공지능은 일반적으로 계산량이 매우 많다. 현재 인공지능 컴퓨팅 인프라로 GPU가 각광받는 이유도 같은 가격의 CPU 대비 계산 성능이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GPU의 전력 소모가 크다는 점이다. TPU는 GPU와 같이 인공지능 학습에 뛰어난 성능을 보이면서도 전력을 적게 소모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딥마인드의 알파고 제로는 현대 인공지능의 변혁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데이터를 스스로 생산하며 학습한다는 패러다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사람처럼 행동하는 인공지능은 현재 시점에서는 요원한 일이지만, 알파고 제로가 증명한 기술 발전의 속도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를지도 모른다.
  • [In&Out] 바둑, 한·중 관계 복원 앞장선다/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

    [In&Out] 바둑, 한·중 관계 복원 앞장선다/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

    지난 주말 경기 화성 동탄여울공원에서 ‘2017 대한민국 바둑대축제’가 열렸다.이창호·이세돌·박정환 9단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사들이 출동해 바둑 팬 5000여명과 얼굴을 마주하면서 인사를 나눴다. 정상 대결과 인공지능(AI) 바둑 열전, 한·중 아마추어 교류전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진 바둑 한마당 잔치였다. 행사의 백미는 한·중 주재 대사가 한·중 바둑의 전설로 통하는 이창호·창하오 9단과 짝을 이뤄 ‘수담’(手談)을 나눈 것이었다.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와 창하오 9단은 베이징에서,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와 이창호 9단은 화성에서 각각 화상으로 연결된 화면을 보면서 페어 대국으로 ‘반상 외교’를 펼쳤다. 지난달 10일 정식 부임한 노 대사는 2013년 한국기원에서 아마 5단을 인정받은 바둑 애호가다. 17∼19대 국회의원 시절에는 국회기우회 소속으로 한·중 의원 친선 바둑 교류전에 참석하기도 했다. 2014년 2월 부임한 추 대사는 중국 외교부 바둑대회에서 준우승해 중국기원으로부터 아마 5단을 받았고, 외교부 내 바둑 클럽 부회장을 맡는 등 바둑계 사정에 정통하다. 지난해 한국기원에서 아마 5단 증서를 수여받은 추 대사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도 바둑 애호가”라면서 “바둑이 한·중 교류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중 관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한·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바둑계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이전부터 교류가 워낙 활발했기 때문에 바둑대회가 완전히 중단되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기존 대회가 아닌 신규 창설 교섭 창구는 완전히 막혀 버린 상황이었다. 한국기원의 파트너인 중국기원도 국가체육총국 소속이어서 협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눈앞에서 국제대회와 민간 교류의 무산을 지켜본 것이 한 두 건이 아니었다. 최근 시 주석 2기 지도부 출범 이후 한·중 관계가 조금씩 해빙 무드를 맞고 있다고 한다. 정말이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연이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시 주석의 공통 취미는 바둑이다. 지난해 7월 한국기원을 방문해 강연을 했던 문 대통령은 “중학교 때 바둑을 처음 배웠고 고등학교 졸업 무렵에는 ‘강한 1급’ 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패배 후 바둑으로 지친 마음을 다스리며 재기를 다질 정도로 바둑을 가까이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시 주석도 중국 기성(棋聖)인 녜웨이핑 9단과 ‘문화대혁명’ 시절 그림자처럼 붙어 다닌 친구였고 바둑을 장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로 42㎝, 세로 45㎝에 불과한 19줄 바둑판 위에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소통과 화합이 가능하다는 게 바둑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말이 필요 없어 ‘수담’으로 불리는 바둑을 한·중 정상이 취미로 가진 것은 바둑계로서는 행운이다. 한국과 중국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가교 역할을 바둑을 통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페어 대결을 펼친 이창호 9단과 창 9단도 바둑계에서 알아주는 친구 사이다. 바둑 한 판을 두려면 언제나 크게 보고, 멀리 내다보고, 전체를 봐야 한다. 국지전에 연연하지 않고, 늘 반면 전체를 보면서 대세를 살펴야 좋은 결과가 수반된다. 며칠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골프 회동으로 친목을 다졌다는 보도를 봤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바둑 회동을 가진 후 정상 회담에 나선다면 한·중 관계도 훨씬 공고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은 바둑인만의 꿈일까.
  • [하프타임]

    [하프타임]

    한국기원 캐릭터 아리·도리 공개한국기원이 9일 바둑 보급을 위해 캐릭터 ‘아리’와 ‘도리’를 내놓았다. 아리는 흰돌, 도리는 검은돌을 가리킨다. 각각 바둑판에서 느끼는 희로애락 4가지 표정을 담았다. 한국기원은 오는 11·12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여울공원 세계바둑스포츠콤플렉스 건립 예정지에서 열리는 바둑대축제에서 아리와 도리를 공개할 예정이다. ‘골프광’ 트럼프 올 62회 필드行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한 뒤 62회 골프를 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골프카운트 닷컴’에서 낸 자료다. 또 ‘미국인 380만명을 ‘골프광’으로 분류하는데 1년에 38.6라운드를 소화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과 견줘도 2배 정도 자주 필드에 나가는 셈이다.
  • 튀고 싶을 땐 타탄체크…정장·코트엔 글렌체크

    튀고 싶을 땐 타탄체크…정장·코트엔 글렌체크

    체크 무늬라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다. 사용되는 색상과 무늬의 간격 및 형태, 기원에 따라 수십 가지의 체크 무늬가 존재한다. 이 중 패션업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체크의 종류 5~6가지만 기억하고 있어도 의상을 선택하기가 훨씬 용이해진다. ●타탄 체크 영국 스코틀랜드의 전통 복식인 어깨걸이와 퀼트 등에 사용된 전통 무늬다. 가로, 세로가 맞닿은 바둑판 무늬가 2중, 3중으로 겹쳐져 복잡한 무늬를 형성한다. 다양한 색상이 사용되지만, 그중에서도 붉은색의 타탄 체크가 가장 대표적이다.●글렌 체크 ‘글렌어콰트 체크’의 약칭으로, 스코틀랜드 엘윅강 옆 글렌어콰트 근교에서 만들어진 체크다. 두 종류의 격자무늬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의도로 처음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은 격자무늬가 빽빽하게 모여 큰 격자무늬를 구성한다. 검은색과 흰색의 조합이 일반적이며, 본래 남성복에 주로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여성복의 정장, 코트 등에도 널리 쓰인다. ●깅엄 체크 흰색과 다른 색의 가로줄 무늬와 세로줄 무늬로 구성되는 체크 무늬로, 가로와 세로의 간격이 같은 것이 특징이다. 검은색과 흰색 조합이 가장 일반적이다. 빨강, 초록, 파랑 등 원색을 사용한 깅엄 체크는 다른 체크에 비해 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여름 의류에 많이 사용된다.●하운드투스 체크 사냥개의 이빨과 비슷한 모양이라는 데서 유래한 명칭이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사각형과 사선이 조합돼 무늬를 이룬다. 중후하고 격식을 갖춘 데다 따뜻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정장 원피스와 치마, 겨울 코트 등에 주로 쓰인다.●아가일 체크 일반적으로 화려한 색채 배합에 따른 마름모 무늬가 연속되는 것을 말한다. 정식 명칭은 ‘아가일 플래드’다. 마름모꼴 위에 가늘고 경사진 격자무늬가 겹쳐 만들어지며, 3가지 색상이 배색되는 게 기본이다. 비교적 큰 형태의 체크 무늬다. 스웨터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무채색 옷의 ‘변주’…올 가을·겨울 대세 ‘체크’

    무채색 옷의 ‘변주’…올 가을·겨울 대세 ‘체크’

    전통적으로 패션 시장에서 가을·겨울은 ‘체크’(Check)의 계절이다. 체크란 2~3가지 다른 색상을 사용해 만든 다양한 형태의 바둑판 무늬를 말한다. 통상 가을·겨울 의상은 무채색의 명도가 짙은 색상이 대부분이라 자칫 지나치게 단조롭고 어두워 보일 수 있는 만큼 체크 무늬를 활용하면 깊은 색감을 표현하면서도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이런 열풍이 예년보다 더욱 강해졌다. 명품이나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뿐 아니라 SPA브랜드, 스트리트 의상에도 체크가 단연 대세를 이루고 있다.●체크 모양·크기 다양… 노랑·빨강 등 색상도 화려해져 24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이번 가을·겨울 시즌의 체크 무늬는 무엇보다 모양과 크기가 다양해졌다는 게 특징이다. 색상도 검정, 회색, 카키색뿐 아니라 노랑, 빨강, 분홍 등 과거 체크 무늬에 흔히 사용되지 않던 색을 활용한 경우가 늘었다. 소재가 다양해진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기존에 체크무늬 의상에 주로 사용됐던 면과 모직 외에도 캐시미어, 울, 패딩 등에까지 체크 무늬가 등장했다. 이에 따라 재킷이나 정장, 코트 등에 주로 사용됐던 체크가 바지나 치마, 맨투맨 티셔츠, 가방, 신발, 심지어 패딩 점퍼에까지 활용되는 추세다.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비 생활 전반에 퍼진 ‘가성비’(저렴한 가격에 비교적 좋은 품질을 갖춘 제품) 열풍이 체크 무늬의 유행에 일조했다는 게 패션업계의 분석이다. 체크 무늬 의상은 별도의 액세서리를 착용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시선을 끄는 포인트가 돼 줄뿐더러 편한 캐주얼 의상뿐 아니라 격식을 차려야 하는 복식에도 두루 활용할 수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젠더리스’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남성 정장이나 재킷에 사용됐던 체크 무늬가 여성복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등 활용 범위가 확대된 것도 주효했다. LF의 이지은 CD는 “최근 복고 열풍이 계속되면서 부모님의 옷장에서 꺼낸 듯한 고전적인 체크 무늬 의류나 소품에 대한 인기도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쏟아지는 체크 무늬 상품들 중에서도 여성복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오버사이즈’ 체크 재킷이다. 오버사이즈란 몸에 딱 맞게 입지 않고 자신의 체형보다 일부러 크게 입도록 디자인한 옷을 말한다. 허리선이 잘록하게 들어가지 않았으며, 소매통도 넓어 마치 남성복을 빌려 입은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여성복 오버사이즈 체크 재킷 인기… 중성적 매력 강조 여성복 브랜드 ‘스튜디오 톰보이’는 남성복에서 영감을 받아 남성성을 강조한 여성 재킷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대표적인 상품은 체크 무늬의 ‘매니시 블레이저’로, 남성 의류에서 주로 사용되는 ‘글렌 체크’를 사용한 오버사이즈 재킷이다. 사각형으로 각진 어깨가 중성적인 매력을 강조한다. 무릎을 덮을 정도로 긴 기장의 오버사이즈 체크 트렌치 코트도 편안하면서도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의류다. ‘빈폴 레이디스’도 무채색 체크 무늬에 허리선 없이 직선으로 떨어지는 디자인의 ‘박시 롱 재킷’을 출시했다. 또 역시 남성 의류에서 주로 사용되는 글렌 체크를 활용한 울 100% 재킷도 내놨다. 중성적인 디자인이지만 체크에 주황색상이 들어가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여성 정장에도 체크가 중심 색상으로 발돋움했다. 여성복 브랜드 ‘보브’는 ‘시그니처 20’ 가을겨울 컬렉션을 통해 여성 체크 슈트를 선보였다. 시그니처 20은 지난 20년 동안 가장 사랑받았던 보브의 대표 제품 20개를 선정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상품군으로, 계절별로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이번 가을에는 체크 무늬 슈트와 트렌치 코트 등이 출시됐다. ‘지컷’도 상·하의에 동일한 체크 무늬를 넣은 회색 치마 정장과 마 혼방 소재를 사용한 재킷 등을 내놨다.●소재도 다양… 울·패딩 체크까지 소재도 다양해졌다. ‘구호’는 아크릴 혼방을 사용한 ‘페플럼(의상 밑단에 물결치는 듯한 장식을 가미한 디자인) 니트 스커트’를 출시했다. 함께 출시한 체크 무늬 울 혼방 맥코트에는 각진 어깨가 아닌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어깨 디자인과 래글런 소매(어깨 부분이 절개돼 있지 않고 목둘레부터 소매 아래까지 비스듬하게 이어진 형태의 소매) 디자인을 적용해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SPA브랜드 ‘유니클로’는 지난 22일 영국을 대표하는 하이엔드 브랜드 ‘JW 앤더슨’과 손을 잡고 ‘2017 F/W 유니클로 앤드 JW 앤더슨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을 한정 출시했다. 이번 컬렉션에는 영국의 전통적인 감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JW앤더슨의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해 분홍색과 파란색을 과감하게 활용한 체크 무늬 상품들이 포함됐다. 소맷단과 안감에 이 같은 체크 무늬를 덧댄 트렌츠 코트뿐 아니라 파격적으로 패딩 소재에 체크 무늬를 입힌 ‘라이트 다운 재킷’과 ‘패디드 백팩’, ‘패디드 토트백’ 등이 대표적이다.●상·하의 같은 종류 체크 입어야 날씬해 보여요 남성복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체크 재킷이 눈에 띈다. 남성복 브랜드 ‘맨온더분’은 체크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의 전통 의상에서 영감을 얻어 다양한 종류의 체크 무늬를 사용한 재킷을 출시했다. ‘코모도’가 이번 시즌 대표 상품으로 선보인 체크 재킷은 검은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루는 강렬한 색상 배합에 이탈리아 수입 울 혼방 원단을 사용해 따뜻한 느낌을 강조했다. 체크 무늬 의상을 입을 때는 상·하의에 서로 다른 종류의 체크를 코디하면 어수선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무늬로 통일감을 주는 게 좋다. 체크 무늬가 작을수록 체형과 상관없이 잘 어울리므로 체크에 도전하고 싶다면 작은 무늬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나효진 닥스 레이디스 상무는 “예컨대 검은색 체크 바지에 검은색 단색 니트를 코디하는 등 상의나 하의 중 한쪽에 체크 무늬 의상을 입고, 나머지 한쪽에는 무늬의 중심이 되는 색상과 같은 색의 옷을 함께 입으면 날씬해 보이는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등산객 생명줄’ 늘린다

    ‘등산객 생명줄’ 늘린다

    전 국토 위에 바둑판의 점처럼 설치돼 갑자기 조난당한 등산객들의 생명줄 역할을 하는 국가지점번호판이 확대된다. 행정안전부는 12일 전 국토를 격자(10×10m)로 나눠 ‘바사 4321 4261’과 같은 번호를 부여한 국가지점번호판을 앞으로 5년간 현재의 약 3배인 4만 6000여개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국가지점번호판은 거주 지역이 아닌 산, 들, 바다 등에 설치해 주로 응급구조에 활용한다. 누구라도 야외활동을 하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노란 표지의 국가지점번호를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신고해 빠른 응급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행안부는 2022년까지 현재 1만 6632개의 약 3배인 4만 6832개의 국가지점번호판을 국토 면적 1㎢당 1개 이상씩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국토 면적 3.3㎢마다 있는 번호판을 앞으로는 더 촘촘하게 설치하게 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원숭이 웨이터가 물수건에 맥주까지…일본 선술집 ‘카야부키야’

    원숭이 웨이터가 물수건에 맥주까지…일본 선술집 ‘카야부키야’

    일본의 한 선술집에서 원숭이가 웨이터로 일하고 있어 화제다.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일본 혼슈 도치기현 우츠노미야의 전통 선술집인 카야부키야(Kayabukiya)에 대해 보도했다. 카야부키야는 원숭이들이 웨이터 유니폼을 입고 직접 맥주를 서빙하는 식당으로 유명한 곳. 가장 인기가 많은 원숭이 ‘후쿠찬’(Fuku-chan)은 바둑판무늬 셔츠와 치마를 입은 채 손님에게 음식을 직접 배달한다. 이곳의 원숭이들은 각각 맡은 주력 분야가 있다. 웨이트리스 ‘후쿠찬’은 주로 테이블을 물수건으로 닦고 손님의 주문을 받아 음식을 서빙하는 일을 맡아 하며 원조 원숭이 웨이터 ‘야찬’(yat-chan)은 손님에게 주로 맥주나 냅킵을 갖다 주는 일을 한다. 주인과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는 이 원숭이들도 간혹 실수를 한다. 급하게 서빙을 하다가 완두콩을 담은 그릇을 쏟지만 손님들은 이들의 실수에 웃음을 터트리며 오히려 이들을 다독거린다. 원숭이들이 일을 잘 할 땐, 주인은 바나나를 제공하며 그들을 칭찬한다. 카야부키야 주인 카오루 오추카(Kaoru Otsuka)씨는 “애완동물로 키우던 야 찬에게 물수건을 아무 생각없이 주었는데 그가 손님에게 물수건을 갖다줬다”며 “이후 그들에게 식당 일을 훈련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원숭이들은 가족보다 더 가깝다”며 “난 하루 종일 그들과 있으며 잠도 함께 잔다. 돌보는 것을 시작하면 (그들을) 놓을 수가 없다. 너무 귀엽다”고 덧붙였다. 한편 ‘후쿠찬’과 ‘야찬’은 일본 지방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동물보호 관련 규정에 따라 하루 2시간씩 교대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영상= Caters Clips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최만진의 도시탐구] 꿈의 도시 바르셀로나

    [최만진의 도시탐구] 꿈의 도시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제2의 도시로 필자가 유럽에 있을 때부터 좋아했다. 최근에는 단체 여행을 갔었는데 나이가 지긋한 여성 가이드가 나왔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곳에 살게 된 이유를 물었더니 아들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는 1980년대에 아들을 데리고 남편을 따라 독일로 유학을 왔었다고 했다. 당시 아들이 천식을 심하게 앓아 휴양차 이곳에 왔다가 병이 낫게 돼 머물게 됐다고 한다.스포츠와 관련해서는 축구의 도시로 사랑을 받고 있다. FC 바르셀로나는 설명이 필요 없는 명문이다. 엄청난 팬클럽 및 10만명 수용의 홈 경기장과 수없는 우승 기록은 세계 최고의 구단임을 말해 주고 있다. 우리 스포츠 역사에서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종합순위 7위를 차지한 기분 좋은 곳이기도 하다. 당시에 마라톤에서 황영조 선수가 우승해 일제강점기 일장기를 달고 금메달을 획득할 수밖에 없었던 민족을 한을 풀어 버린 곳이기도 하다. 스페인 내란으로 1939년에 프랑코 군에 함락돼 갖은 박해를 받고 있던 바르셀로나의 민족정신과 자긍심을 세워 준 것은 가우디의 성가족성당이다. 영원한 건축 현장인 이 건축물은 이 지방 사람들의 영혼을 담고 있다. 가우디의 이러한 민족적 건축정신은 그의 다양한 건물에서도 빛나고 있어 세계 건축의 메카가 됐다. 이 외에도 바르셀로나는 피카소와 달리 등의 위대한 예술가를 낳은 곳이기도 하다. 필자가 바르셀로나를 잘 아는 것이 의아했던 가이드는 이 도시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인간적인 도시 외부 공간을 꼽았다. 바르셀로나는 과거부터 선진 학문과 강력한 시민자치 전통을 가진 상공업 도시로 자리 잡아 왔다. 독재자 프랑코의 탄압은 이를 무색하게 만들었고 시민들은 반전의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드디어 프랑코가 죽고 올림픽 도시로 선정된 다음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미래를 개척하고자 도시 현대화 및 재생 작업을 시작했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공공공간의 개조였다. 1992년 올림픽까지 무려 100여개 이상의 공원과 광장을 새롭게 단장하거나 만들었다. 이 외에도 도심의 도로 공간도 자동차보다 사람 중심으로 변모했고 대규모의 보행자 도로가 조성됐다. 구도심의 항구는 위락단지로 새로 단장돼 사람들의 천국이 됐다. 옛 산업 시설이 있던 해변은 인공의 백사장과 산책로로 만들어 온화한 지중해와 더불어 살아가는 쾌적한 도시 공간을 창출했다. 이러한 사람 중심의 구성은 도시 구조 및 교통 인프라의 재정비가 바탕이 됐다. 이미 19세기에 계획했던 바둑판 형태의 도로 체계를 완성하고 교통문제를 해결하면서 도심은 인간 중심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또한 각 지역의 특징을 살리고자 초현대적 디자인의 건축물과 시설물을 곳곳에 설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자동차에서 인간 중심으로의 회귀는 현대 도시 재생의 핵심이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점차 성행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만 해도 과거의 고가도로를 하늘 보행도로로 개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호기심은 충족했으나 교통문제 야기와 번뜩이는 수준의 디자인 부족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바르셀로나에서 보듯이 사람 중심의 재개발은 전체 도시 시스템, 공공 공간, 건축물과 시설물을 아우르는 종합적이고도 미래지향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필자가 꿈꾸는 한국의 바르셀로나가 금명간에 나타나기를 바라는 것은 괜한 기대일지 모르겠다.
  • [길섶에서] 모내기/최용규 논설위원

    바짝 말라 볼품없는 논도 일 년에 두어 번은 보는 이의 혼을 쏙 빼앗는다. 모내기 끝난 오뉴월 푸르름이 먼저일까. 철원 가는 도로 옆 바둑판 논도, 강화 섬 서쪽 드넓은 평야도 녹색의 향연으로 물결치는 지금. 모판을 빠져나온 모는 어느새 어른 무릎 높이까지 자라 살랑대는 미풍에 몸을 맡겼다. 서너 달 뒤면 황금 물결이 일 것이다. 지독한 가뭄 탓에 더욱 눈부신 청록의 싱그러움은 제 잘나 그런 게 아니다. 다 친구 잘 만난 덕이리라. 친구이자 주인인 농심(農心)이 메마른 논바닥에 흠뻑 물을 댔고, 괜찮은 다른 친구 수로(水路)가 물길 아닌 핏줄이 되었다. 시간이 꽤 흘렀다. 스무 살, 금산 추부 성당리 촌구석에는 요긴한 수로도, 지금은 흔하디흔한 이양기 한 대 없었다. 어스름한 시각, 모판에 둘러앉아 모 밑동을 살짝 당겼고, 날이 새기 무섭게 묶은 모를 물 받아 놓은 논 여기저기에 던졌다. 거머리가 뜯는지도 모르고 동네 아줌마들의 ‘인간 이앙기’라는 말에 홀려 허리 부러지는 줄 알았다. 청개구리가 몸에 좋다며 혓바닥으로 핥아 목구멍에 집어넣고 걱정하던 이십 세 청년도 있었다. 정이 깊던 시절이다.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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