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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다고 새 시대?… 산업·민주화 넘는 시대교체 해야”

    “젊다고 새 시대?… 산업·민주화 넘는 시대교체 해야”

    “젊다고 시대를 새롭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뛰어넘는 시대교체를 해야 할 때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원조 친노’ 이광재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에 불어닥친 ‘이준석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20년 만에 다시 정치벤처, 정치변동의 기회가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38살에 국정상황실장을 했던 이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길이 있듯이, 저는 저의 길을 가겠다”며 “사회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중산층이 강한 나라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준석 바람’이 민주당에 미치는 영향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폭발한 것으로 민주당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우리도 20년 만에 정치벤처, 정치변동이 올 때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기성정치인들이 ‘이인제 대세론’에 합류하면서 태풍이 바다 대청소를 하는 것처럼 정치권에서 세력교체가 한 번에 일어났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세대교체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정치하는 사람이 바뀌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새로운 경제질서의 토대를 만드는 정치교체가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제가 정치교체의 주체가 되겠다.” -캐스팅보트가 된 2030세대의 표심을 잡을 복안은. “(2030에게) 선물보따리를 주겠다는 정치를 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나라를 같이 만들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2030세대들은 ‘돈 준다는 이야기를 그만해라’, ‘나의 미래를 자꾸 나눠주려고 하지 마라’며 굉장한 거부감을 표현한다. 그보다 필요한 것은 일자리와 공정한 사회라는 것이다.” -대담집에서 86세대의 반성문을 얘기했는데, 86세대는 용퇴해야 하나. “영화감독 봉준호를 생각하면 쉽다. 학생운동을 했지만 부단한 자기노력으로 세계적 장르를 열었다. 민주화 세력도 다 도태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를 여는 새로운 도전과 자기 변신에 성공하면 살아남는 것이고 성공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대선에 나오길 바랐다고 했는데. “저는 김 지사와 같이 국가를 경영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청와대에 같이 있었고, 둘 다 가급적이면 글로벌스탠더드를 갖고 일을 하고 이념적 편향성이 적다. 둘 사이에 깊은 신뢰가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대권주자로서 처음 주장했다.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생각하게 된 것은 대한민국의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적 대타협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차원이었다. 기업들이 쌓아 놓고 있는 돈을 투자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대타협이 한번 일어나게 해야 한다.” -지난 14일 안희정 전 지사를 면회하려는 계획에 대해 비판이 많이 나왔다.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이 얼마 전 만났을 때 안 지사를 좀 위로해 달라는 말씀을 하셨다. 교황청 장관에 임명된 후 축하전화를 드리니 각별히 위로를 전해 달라고 하셔서 약속을 잡는 중이다. 그는 나의 친구다.” 황비웅·기민도 기자 stylist@seoul.co.kr
  • 이광재 “20년 만에 정치벤처, 정치변동의 주체가 되겠다”

    이광재 “20년 만에 정치벤처, 정치변동의 주체가 되겠다”

    “김경수 지사와 같이 국가를 경영한다고 생각…깊은 신뢰”안 전 지사 면회 “교황청 장관의 두번 요청…그는 나의 친구”“젊다고 시대를 새롭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뛰어넘는 시대교체를 해야 할 때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원조 친노’ 이광재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에 불어닥친 ‘이준석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20년 만에 다시 정치벤처, 정치변동의 기회가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38살에 국정상황실장을 했던 이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길이 있듯이, 저는 저의 길을 가겠다”며 “사회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중산층이 강한 나라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준석 바람’이 민주당에 미치는 영향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폭발한 것으로 민주당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우리도 20년 만에 정치벤처, 정치변동이 올 때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기성정치인들이 ‘이인제 대세론’에 합류하면서 태풍이 바다 대청소를 하는 것처럼 정치권에서 세력교체가 한 번에 일어났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세대교체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정치하는 사람이 바뀌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새로운 경제질서의 토대를 만드는 정치교체가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제가 정치교체의 주체가 되겠다.” -캐스팅보트가 된 2030세대의 표심을 잡을 복안은. “(2030에게) 선물보따리를 주겠다는 정치를 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나라를 같이 만들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2030세대들은 ‘돈 준다는 이야기를 그만해라’, ‘나의 미래를 자꾸 나눠주려고 하지 마라’며 굉장한 거부감을 표현한다. 그보다 필요한 것은 일자리와 공정한 사회라는 것이다.” -대담집에서 86세대의 반성문을 얘기했는데, 86세대는 용퇴해야 하나. “영화감독 봉준호를 생각하면 쉽다. 학생운동을 했지만 부단한 자기노력으로 세계적 장르를 열었다. 민주화 세력도 다 도태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를 여는 새로운 도전과 자기 변신에 성공하면 살아남는 것이고 성공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대선에 나오길 바랐다고 했는데. “저는 김 지사와 같이 국가를 경영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청와대에 같이 있었고, 둘 다 가급적이면 글로벌스탠더드를 갖고 일을 하고 이념적 편향성이 적다. 둘 사이에 깊은 신뢰가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대권주자로서 처음 주장했다.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생각하게 된 것은 대한민국의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적 대타협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차원이었다. 기업들이 쌓아 놓고 있는 돈을 투자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대타협이 한번 일어나게 해야 한다.” -지난 14일 안희정 전 지사를 면회하려는 계획에 대해 비판이 많이 나왔다.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이 얼마 전 만났을 때 안 지사를 좀 위로해 달라는 말씀을 하셨다. 교황청 장관에 임명된 후 축하전화를 드리니 각별히 위로를 전해 달라고 하셔서 약속을 잡는 중이다. 그는 나의 친구다.” 황비웅·기민도 기자 stylist@seoul.co.kr
  • “이혼한 전처에 고통주려고 범행”…두 딸 살해한 아빠

    “이혼한 전처에 고통주려고 범행”…두 딸 살해한 아빠

    스페인 남성, 6살·1살 두 딸 살해“이혼한 전처에 고통주려고 범행”4월27일 살해 추정 10일 시신 발견도주 가능성 배제 않고 국제 수배 스페인에서 30대 남성이 어린 두 딸을 살해한 뒤 바다에 잔혹하게 유기하고 도주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15일 영국 데일리메일·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토마스 기메노(37)라는 남성이 자택에서 6살과 1살인 어린 두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뒤 가방 2개에 딸들의 시신을 넣고 선박용 닻을 달아 바다에 버렸다. 스페인 경찰은 기메노가 딸들을 살해·유기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도주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살인 혐의로 국제수배령을 내렸다. 스페인 경찰은 지난 10일, 테네리페 앞바다 해저 3200m 지점에서 기메노의 6살 딸 올리비아의 시신이 든 가방이 발견됐다. 1살 된 딸 안나의 시신이 들었던 것으로 보이는 가방도 인근에서 발견됐지만 안나의 시신은 들어 있지 않았다. 가방에 달린 닻은 테네리페의 산타크루스에서 남쪽으로 16㎞ 떨어진 푸에르토 데 기마르섬 동쪽 모퉁이에서 발견된 기메노의 배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경찰은 그의 집에서 진정제와 근육 이완제가 들어 있는 약 상자가 발견했다고 전했다. 딸들이 실종되던 날 밤, 그가 가방 여러 개를 들고 자신의 보트로 들어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기메노가 보트에서 사용한 덕트 테이프도 발견됐다. 스페인 수사 당국은 기메노가 지난 4월 27일 두 딸을 살해·유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딸의 친모이자 이혼한 전처 베아트리츠 짐머만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기 위해 딸들은 살해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기메노의 전처는 그가 자신에게 “다시는 딸들을 만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고 밝혔다. 기메노는 앞서 자신의 딸들을 납치한 후 전처의 현재 남자친구를 위협하고 공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산타크루스의 호세 마누엘 버뮤데즈 시장은 “끔찍하고 황량한 느낌을 포현할 방법이 없다”며 “아이들의 어머니가 받을 고통과 산타크루스의 모든 주민들이 받은 충격에 대해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사건은 스페인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폭력 증가에 항의하는 시위를 촉구하고 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불멸의 ‘러시아 대문호’ 고전 잇단 출간… 19세기 작가 편중은 한계

    불멸의 ‘러시아 대문호’ 고전 잇단 출간… 19세기 작가 편중은 한계

    세대를 넘어 꾸준히 사랑받는 러시아 대문호들의 고전문학 작품이 최근 잇달아 번역 출간됐다. 러시아 고전문학 독자층이 두텁고 원전에 충실한 번역을 요구하는 고급화된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창비는 ‘죄와 벌’로 유명한 천재 작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그의 생전 마지막 작품 ‘까라마조프 형제들’을 3권으로 나눠 출간했다. 1880년 출간된 이 책은 러시아 소도시의 지주 까라마조프가 살해된 뒤 세 아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 인간 존재와 세계에 대한 탐구의 결정체로 평가받는다. 작가는 추리적 기법을 활용해 벌인 탐색과 심판의 과정을 생생히 그려 냈다. 번역을 한 홍대화 경남대 교수는 주석을 꼼꼼히 달았고, 러시아 정교 사제들에게 자문해 작품에 반영된 종교 관련 용어를 보충하며 이해를 높였다.스피리투스는 러시아 단편 소설의 선구자로 불리는 안톤 체호프(1860~1904)의 단편소설집 ‘자고 싶다’를 출간했다. 기 드 모파상, 에드거 앨런 포와 함께 세계 3대 단편 작가로 꼽히는 체호프는 사소한 일상에 유머와 풍자를 더해 비극적 유머로 승화시킨 인물로 평가된다.이상원 서울대 교수가 번역한 이 책은 아기를 돌보는 13세 소년의 시각에서 폭력과 저항을 담은 표제작 ‘자고 싶다’(1888) 외에 ‘관리의 죽음’(1883), ‘삶에서 하찮은 일’(1886) 등 9편의 단편을 담았다.‘부활’, ‘전쟁과 평화’ 등 대작을 남긴 거장 레프 톨스토이(1828~1910)가 인생과 정치에 대한 통찰을 담은 사상 선집 ‘비폭력에 대하여’는 바다출판사에서 나왔다. 세상의 변혁을 꿈꿨던 작가는 1904년과 1905년에 걸쳐 남긴 세 편의 에세이로 인권의 존엄성과 비폭력, 반전 평화를 호소한다. 러일전쟁을 목격한 그는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해 국가 조직에 생명과 자유를 무조건 희생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박미정 경북대 강사가 번역을 맡았다. 중역이 아닌 러시아어 원전에 기반을 둔 번역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다만 국내 러시아 문학 출판의 경향이 여전히 19세기 대문호 위주로 편중돼 있다는 건 아쉬운 지점이다. 김현택 한국외대 러시아어과 교수는 “러시아어가 유럽 언어 가운데 한국어로 의미를 전달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졌다는 점에서 원전에 충실한 번역이 꾸준히 나오는 것은 이들 대문호에 대한 고정 독자층의 수요를 반영한다”며 “다만 ‘브랜드’ 있는 대문호만 좇는 편협성은 극복할 과제”라고 말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해외 문학 가운데 러시아 고전이 가장 인기가 많지만, 국내 출판계가 19세기 대문호들의 작품에 편중돼 중복 출판하는 경향은 역량 낭비”라며 미하일 숄로호프,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 등 현대 러시아 문학의 주축을 이루는 작가를 발굴해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버스 만큼 길었다…호주서 ‘7m 초대형 고대 악어’ 존재 드러나

    버스 만큼 길었다…호주서 ‘7m 초대형 고대 악어’ 존재 드러나

    버스 만큼 긴 악어의 발견은 영화 속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호주에서는 500만 년 전만 해도 이런 초대형 동물이 살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퀸즐랜드대 연구진은 140여 년 전인 1875년쯤 퀸즐랜드주 남동부 달링다운스 지역에서 발굴됐던 고대 동물의 두개골 일부를 분석해 전체 몸길이가 7m에 달한 신종 악어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두개골 전체 길이만해도 80㎝에 달한다고 알려진 이 신종 악어가 지금까지 화석 기록으로 남은 역대 가장 큰 인도 태평양 악어 종들과 동급이라는 점을 시사한다.신종 악어에게는 달링다운스의 원주민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바룽감족과 와카와카족 언어를 사용해 강의 지배자(River Boss)와 악어 두개골 상부의 개구부를 가리키는 구멍 머리라는 뜻을 합쳐 궁가마란두 마우날라(Gunggamarandu maunala)라는 학명이 붙여졌다. 이에 대해 연구 주저자인 조고 리스테브스키 박사과정 연구원은 “우리가 가진 화석은 두개골의 뒷부분뿐이므로 전체 크기를 정확하게 추정하기 어렵지만, 매우 거대하긴 했다”면서 “이 악어는 지금까지 호주에서 서식한 가장 큰 악어 종들 중 한 종”이라고 설명했다. 리스테브스키 연구원은 또 “화석의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200만년에서 500만년 사이일 것”이라고 말했다.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CT 스캔을 사용해 신종 악어의 두개골을 디지털로 재구성했다. 이는 악어의 뇌강 구조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게 했는데 크로커다일과 말레이가비알아과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리스테브스키 연구원은 “오늘날 살아있는 말레이가비알아과 악어는 말레이시아 반도와 일도네시아 일부 지역에 한정된 말레이가비알(학명 Tomistoma schlegelii) 한 종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발견으로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말레이가비알아과 악어가 화석으로나마 존재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이들 악어 종이 과거에는 널리 번성했지만, 단 한 종을 제외한 모든 종이 멸종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호주에서는 지난해 12월에도 몸길이 5m가 넘는 고대 악어의 존재가 드러났다. 늪지대의 왕이라는 의미로 팔루디렉스 빈센티(Paludirex vincenti)라는 학명이 붙여진 이 악어의 화석은 1980년대 처음 발견됐지만, 최근에 와서야 신종으로 확인됐다. 이 종은 몇백만 년 전 퀸즐랜드 남부 지역에서 거대한 선사시대 캥거루를 잡아먹던 최상위 포식자이기도 했다. 지난 5월에도 800만 년 된 악어 두개골이 발견됐는데 연구진은 신종 악어의 일부분이라고 예측한다. 이 종은 오늘날 바다악어와 거의 같은 크기로 몸길이는 약 5.2m, 몸무게는 약 45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최신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신호(6월 9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거리 미술관]3.청계천변 알비노 고래

    [거리 미술관]3.청계천변 알비노 고래

    우리나라의 울산은 고래도시로 유명하다. 울산 앞바다로 나가 고래구경을 하려는 관광객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쉽지 않다. 존재 자체가 사람들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바다 속 동물답게 그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푸른 바다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거대한 흰색 고래는 뉴스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세계적 희귀종인 알비노 혹등고래는 호주의 검푸른 바다에서 물살을 가르는 모습이 사진과 함께 종종 국제뉴스면을 장식한다. 전 세계적으로 몇마리 되지 않을 정도로 희귀한데다 사진 촬영은 더욱 더 힘들기 때문이다. 알비노 혹등고래는 배 부위를 제외하고는 검푸른 빛을 띄는 일반적인 혹등고래와 달리 온 몸이 하얀색이다. 멜라닌 색소 결핍증인 알비노(albino, 백색증)를 갖고 태어나서다. 알비노 고래는 신비하고 화려해 보이는 이 하얀색 피부색때문에 어렸을 때 포식자에 의해 죽는 사례가 많다. 몸통 길이 11~16m에 몸무게가 30~40t에 이르는 혹등고래 수명은 100년 정도이나 알비노 혹등고래는 수명이 6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로 자유로운 여행이 쉽지 않다. 고래에 관심있다면 서울 청계천변 삼일교와 수표교 사이 시그니처 타워 앞 알비노 고래가 대안일 수 있다. 하얀색 자태를 뽐내는 알비노를 1년 내내 감상할 수 있다. 미디어 아트 작가인 이용백(55)의 2011년 작품이다. 이 작가는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작가이기도 하다. 비슷한 고래작품이 올해 문을 연 경북 울주의 국립수산과학원에도 있다. 알비노는 청동과 스테인리스 스틸 구조물에 우레탄 도장을 한 몸통길이가 16m인 고래다. 눈길을 끄는 점은 커다란 머리와 넓은 꼬리와 달리 몸통이 앙상한 뼈로만 되어 있다는 점이다. 알비노의 몸통은 작품 지지대에 설치된 스프레이 노즐에서 뿜어내는 물줄기로 채워지게 만들어졌다.이에 대해 이 작가는 “그냥 완전한 고래형상을 고정해서 세우면 재미가 없을 것같아 몸체는 안개노즐로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겨울에는 전형적인 조각미를, 여름에는 안개노즐로 몸통이 살아나는 유동적 아름다움을 구현하려 했다”고 말한다. “바다낚시가 취미”라는 이 작가가 흰색 고래를 작품소재로 삼은 것은 사람들에게 환타지를 불러 일으키기위해서였다. 고래는 예로부터 큰일, 재물, 부자 등을 상징한다. 고래를 잡는 꿈은 자신이 하는 일의 성공과 그에 따른 ‘복’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풀이됐다. 이 작가는 “이러한 상징성 있는 동물인 흰색 고래가 사람들에게 환타지를 불러 일으키고 복받고 성공하기를 기원하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한다.그러나 작가의 이러한 예술적 상상력과 바램은 온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같은 모양의 쌍둥 이 빌딩 두 동으로 이뤄진 시그니처 타워 건물주는 이 환경조형물을 빌딩 앞 중앙에 설치해 ‘고래건물’로 불리우길 기원했다. 그런데 그 위치에서는 사람들에게 잘 안보인다고 해서 남산에서 종로로 이어지는 도로변 인도쪽으로 옮겨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옮긴 장소가 폭이 좁은 인도변이다 보니 물이 튄다는 민원때문에 노즐분사는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작가는 “물을 안트니 서운하더라. 비오는 날이라도 물을 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시느니처 타워 서관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15일 “이곳에서 근무한 지 3년이 넘었으나 알비노 고래 몸통에 물이 뿌려지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혹동고래는 가장 다양하게 소리를 내며 노래도 오랫동안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번식기에 있는 혹등고래는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나팔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알비노 혹동고래를 쳐다보며 지나는 행인이나 차량들이 내는 소리가 유영하지 못하는 혹동고래에게 전해주는 위로의 노래소리같다고 하면 지나친 상상일까?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A급 전범 도조 히데키 유해 태평양에 뿌린 이유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A급 전범 도조 히데키 유해 태평양에 뿌린 이유

     1941년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격을 지휘해 태평양 전쟁으로 확전시켜 일본 군국주의를 멸망의 길로 이끈 A급 전쟁 범죄자 도조 히데키 전 총리의 유골이 태평양에 흩뿌려진 사실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확히 어느 지점에 흩뿌려졌는지는 미국 정부와 미군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왔다. 도쿄에 있는 니혼 대학의 다카자와 히로아키 교수가 메릴랜드주에 있는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소장하다가 2018년에야 기밀 해제된 문서를 통해 미국 육군의 연락용 항공기에 탑승한 장교가 요코하마에서 동쪽으로 48㎞ 떨어진 태평양 바다 위에 도조와 나란히 교수형이 집행된 전범 6명 등 7명의 유해를 흩뿌린 사실을 기록한 것을 찾아냈다고 영국 BBC가 AP 통신 등의 보도를 인용해 14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후손들이야 늦게라도 알게 됐으니 다행이라고 반겼지만 전쟁의 참화를 고스란히 당한 우리 민족으로선 스스로 단죄하지 못한 전범의 유골 존재가 이제야 밝혀진 것을 통탄할 일이다.  도조는 유럽에서의 전쟁을 빨리 매듭지으려던 미국 등 연합군의 관심을 아시아 지역으로 돌려 2차 세계대전을 연장하려 한 원흉이다. 영국 등 옛 제국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아시아를 손아귀에 넣겠다는 야심에서 전쟁을 시작해 수백만명의 무고한 인명을 희생시킨 전범 중의 전범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1948년 11월 사형이 언도됐고, 다음달 성탄절을 이틀 앞두고 교수형으로 처형 당한 도조의 유골이 어디에 있는지 함구해왔다. 그곳이 알려지면 애국 영웅으로 여기던 우익 지지자들이 성지로 받들며 순교자로 떠받드는 일이 벌어질 것과 한국과 중국, 필리핀 등 막대한 전쟁 피해를 입은 나라들이 들고 일어날 것을 우려해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이번에 다카자와 교수가 찾아낸 문서는 루서 프라이어슨 소령이 도조 등의 사형 집행 모습을 참관하고 유해를 화장하는 과정, 항공기에 유해를 싣고 공중에서 살포하는 과정을 상세히 기록으로 남긴 것이었다. 그는 1948년 12월 23일이라고 찍히고 ‘비밀’ 도장이 박힌 문서에다 “난 다음에 적힌 전범들의 형이 집행된 뒤 이들의 시신을 넘겨받아 화장하도록 감독하고 제8 육군 연락용 항공기에 올라 유해들을 태평양 바다 위에 흩뿌렸음을 확인한다”고 적었다. 그 밑에는 도조 히데키와 다른 6명의 전범 이름이 적혀 있었다. 화장을 마친 뒤에는 유해들을 빠짐없이 모았고, 유해들을 바다 위에서 뿌릴 때도 각별히 주의해 용기를 비워냈다고 적었다.  이듬해 1월 4일 작성한 문서에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시간대별 상황을 꼼꼼이 기재했다. 그날 새벽 2시 10분쯤 지문 확인을 마친 도조 등 7명의 시신을 담은 관을 2.5t 트럭에 싣고 감옥 밖으로 나와 모터사이클 호송을 붙여 요코하마의 미군 묘지 관리부대에 1시간 30분 뒤 도착해 최종 점검을 했다. 트럭은 다시 아침 7시 25분에 그곳을 떠나 30분 뒤 요코하마 화장터에 이르렀다. 관들을 차례로 트럭에서 내려 각기 “오븐들”에 들어가 10분씩 있었으며 근처를 병사들이 지켰다.  그 뒤 근처 공항으로 옮겨져 프라이어슨 소령이 탑승한 항공기에 유해들이 실렸다. 그리고 “우리는 대략 요코하마에서 동쪽으로 48㎞쯤 날아가 내가 직접 화장된 유해를 넓은 지역에 흩뿌렸다”고 적었다.  도조의 증손자 도조 히데토시(48)는 “유해가 없다는 것은 유족에게 오랫동안 굴욕이었다”는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소감을 뇌까렸다. 그는 “유해에 대한 정보가 드러나 안심된다”면서 “만약 그의 유골이 일본 영해 안에 뿌려졌다면 행운이다. 유해가 뿌려진 장소가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지면 친구들을 불러 모아 헌화하며 묵념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증조할아버지에 대한 모든 것이 봉인됐다”면서 “유해를 보존하지 않는 것이 전범재판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다카자와 교수는 “도조의 유해가 신성시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와 함께 미군은 유해를 일본 영토에 돌려주면 일본인이 절대적인 굴욕으로 여길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종의 배려를 한 것이란 해석인데 우리로서는 그의 견해에 동의할 수 없고 화가 나는 대목이다.  그는 전범으로 기소된 이가 4000명 이상이며 이 중 920명이 사형에 처해졌다며 전쟁 재판에 대한 연구를 더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참배했고 스가 요시히로 현 총리가 공물을 봉납했던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에는 전범들의 유해가 없고, 대신 도조를 포함한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합사돼 오늘도 우익들이 찾아 추모하고 있다. 1869년에 세워진 이곳에 위패가 모셔진 일본인은 250만명 가량인데 전범들이 합사돼 오히려 이들의 희생 정신을 퇴색시킨다고 뜻있는 일본인들은 개탄하는데 군국주의 향수에 빠진 우익들은 반성하지 않는다. 도조 히데키는 일본 육군 참모장을 지냈으며 1941년부터 1944년까지 총리를 지냈다. 줄곧 일본 영토 확장을 부르짖었고 미국과 유럽의 제국주의 세력을 타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공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휘해 총리에 올랐지만 1944년 전세가 기울자 히로히토 일왕의 신임을 잃게 됐고 압력 끝에 물러났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져 무조건 항복하기에 이르렀고, 1945년 9월 11일 미군 병사들이 집을 포위하자 권총으로 극단을 선택하려 했으나 실패해 체포됐다.  도조 히데키가 떵떵거릴 때에도 뜻있는 우익들은 공군력이 절대 열세인 일본이 미국을 끌어들여 자멸의 길로 이끈 책임이 실로 크다고 비판했다. 히로히토 일왕이 교활하게 도조 히데키 등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미군정과 결탁해 목숨과 기득권을 부지했다는 비판도 대두된다.  도조 히데키를 체포한 미군 병사 5명 가운데 마지막 생존자 존 윌퍼스가 지난 2013년 93세를 일기로 메릴랜드주에서 세상을 떠났다. 윌퍼스가 도조의 자살 시도를 막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
  •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대왕고래의 노래와 ‘30×30 이니셔티브’/연세대 중국연구원 전문연구원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대왕고래의 노래와 ‘30×30 이니셔티브’/연세대 중국연구원 전문연구원

    환경의 날이 지날 무렵 인도양에서 ‘피그미 대왕고래’의 노래가 수집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왕고래보다 조금 작아서 그런 이름이 붙은 모양인데, 기존의 대왕고래와는 다른 주파수로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몸길이가 무려 30m에 달하는 대왕고래는 자신들만의 언어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같은 무리와 소통한다. 주파수가 낮아서 우리는 그 일부만을 들을 수 있지만, 대왕고래는 그들만의 언어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인간만이 ‘말’을 할 줄 안다고 생각하기에 고래의 언어를 우리는 ‘노래’라고 부르지만, 사실 그것은 그들의 언어다. 우리가 알아듣지 못할 뿐 고래도 새들도 자신들의 언어로 소통한다. 자연은 침묵하는 존재가 아니다. 중국의 서남부 윈난성 다리에는 바이(白)족이 산다. 그들의 창세신화를 보면 하늘과 땅이 갈라지면서 최초의 남녀가 탄생한다. 둘이 혼인해 남녀 열 쌍의 아이들을 낳았다.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남녀가 한 쌍씩 짝을 지어 세상 밖으로 떠난다. 행복의 파랑새를 찾으러 먼 길을 떠난 아이들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각각 한 가지씩 배워 돌아온다. 거미에게서 그물 짜는 법, 누에에게서 옷감 짜는 법, 개미에게서 뗏목 만드는 법, 제비에게서 집 짓는 법 등등 자연에서 지식을 얻어 왔다. 바이족 사람들은 자연을 단순한 대상물이 아니라 ‘말할 줄 아는 존재’라고 여겼다. 그랬기에 최초의 아이들이 자연에서 지식을 배워 돌아왔다고 설명한 것이다. 최초의 인간이 자연 속에 맨몸으로 던져졌을 때 어쩌면 자연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우리가 그 방법을 잊었을 뿐. 그러니 고래가 ‘말’을 하는 것은 원래부터 당연한 일이었다. 피그미 대왕고래도 자신들만의 주파수로 수다를 떨고 있을 것이며, 대왕고래도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주파수로 장거리 통화를 하고 있을 것이다. 때로 다른 주파수로 혼잣말을 하는 고래도 있다. 1989년부터 지금까지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알래스카 사이를 오가며 52Hz라는 특이한 주파수를 보내는 그 고래는 ‘외로운 고래’라 불리며 지금까지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외로울 거라는 건 우리의 추측일 뿐 드넓은 바다에서 홀로 유유히 떠돌며 여유를 즐기고 있을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이 대왕고래들이 고통받고 있다. 상업적인 포경이 시작된 후 대왕고래의 개체 수가 이전 시대의 1%로 줄어들었다는 보고도 있다.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지만, 사실 지금 고래들의 고통은 포경 때문만은 아니다. 소위 ‘인류세’(Anthropocene)의 3대 표지 중 하나인 플라스틱은 오늘도 고래들의 뱃속으로 쏟아져 들어가고 있으며, 고래들의 중요한 먹이인 크릴(새우) 역시 급속도로 줄어드는 추세다. 대기 중의 탄소 농도 증가가 남극해에도 영향을 미쳐 바닷물이 산성화되고, 그 때문에 크릴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크릴오일’이 몸에 좋다고 하는 바람에 남획을 하니 대왕고래의 먹이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고래들의 언어 전달 수단인 ‘노래’가 바다를 메운 수많은 선박이 내는 소음과 해저 개발로 인한 소음, 음향탐지기 등으로 인해 방해를 받는다는 점이다. 음파로 대화를 나누는 고래들이 인간이 만들어 내는 소음 때문에 소통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몸에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대왕고래는 100년, 북극해의 북극고래는 200년이나 산다. ‘탄소 저장탱크’라고 불러도 좋을 고래는 죽을 때가 되면 몸에 수십 톤의 이산화탄소를 지닌 채 바다 밑으로 들어간다. 게다가 고래의 배설물에 들어 있는 철분과 질소가 식물성 플랑크톤을 자라게 해주고, 그 플랑크톤 역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니 고래야말로 바다의 지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유라시아 동쪽 끝에 살았던 여러 민족의 신화와 신앙에 늘 고래가 등장하는 것이리라.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30×30 이니셔티브’ 동참 선언이 고래의 노래를 이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요즘 과학 따라잡기] 바닷물을 이용한 미생물 연료전지/김지훈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

    지구 표면 약 70%를 차지하는 바다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공존하고 있다. 이 중 가장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생명체는 뜨거운 열수광상부터 해구에서까지 살고 있는 해양 미생물이다. 최근에는 이런 미생물들의 생체반응을 활용해 전력을 얻는 연료전지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미생물을 해수환경 내에서 복합적으로 결합하고 활용함으로써 전압 손실을 줄이고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 복합 미생물 연료전지는 다양한 미생물들을 하나의 플랫폼 내에서 결합해 활용한다. 예를 들어 표층부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광합성 기작을 활용해 산소를 발생시키고 산성화 농도를 낮추는 데 반해 또 다른 심해 미생물은 산성화 농도를 빠르게 증가시키지만 전력 밀도와 효율을 높게 추출할 수 있다. 이런 각 생물체의 고유 특성에 착안해 해수 환경에서 전극부와 격벽으로 이루어진 셀의 구성을 다단화시키고, 상호보완 효과를 활용해 전력밀도와 출력을 상승시키는 복합 소자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 같은 연료전지는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장기간의 해양환경 관측, 표본 추출, 해양 장비의 보조동력, 초소형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센서 및 해양 사물인터넷(IoT) 등과 결합할 수 있는 소형 전력 공급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해양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에너지 자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해수를 이용한 복합 미생물 연료전지가 미래 에너지 자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50년 흘러 바다 된 ‘아침이슬’… 위로받은 우리가 빚 갚을 때죠”

    “50년 흘러 바다 된 ‘아침이슬’… 위로받은 우리가 빚 갚을 때죠”

    “민기 형한테 진 빚을 갚자, 뭐라도 하자는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김민기 학전 대표의 ‘아침이슬’ 발매 50주년 프로젝트의 총감독을 맡은 가수 박학기는 트리뷰트의 발원을 이렇게 기억했다. 2019년 4월 가수 한영애가 꺼낸 ‘빚’이라는 말에 마당발인 그가 팔을 걷어붙였고 이후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작곡가 김형석 등 5명이 주축이 돼 ‘아침이슬 50주년, 김민기 헌정사업추진위원회’를 꾸렸다.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학기는 “김민기의 노래에 위로받고, 음악의 힘을 알았다”며 “이 좋은 곡들을 다시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1989년 친구 김광석과 학전을 드나들던 그는 김 대표를 노래로 먼저 만났다. 학생들과 경찰이 대치한 한 시위 현장에서 ‘아침이슬’을 한목소리로 부른 장면이었다. 1971년 6월 세상에 나온 이 곡을 포함해 김 대표의 노래는 대부분 금지곡이었지만 그럴수록 시민들의 마음에 깊이 자리했다. 금기였던 곡들이 민주화 이후 각종 국경일에서 불리는 장면은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생명력이 김 대표의 노래가 가진 음악 이상의 힘이라는 게 박 총감독의 생각이다. “‘봉우리’ 가사 속 바다처럼, 민기 형은 자신을 드러낸 적도 무엇을 주장한 적도 없어요. 그러나 물이 낮은 데로 흐르듯, 노래가 사람들의 마음에서 50년 동안 흘러내려 태평양 같은 바다가 된 거죠.”대규모 공연으로 구상했던 기념 행사의 방향은 코로나19 확산 탓에 앨범으로 바뀌었다. 김 교수와 강 대표이사가 다시 부를 곡들을, 박 총감독 등이 뮤지션을 정해 섭외에 나섰다. 세대와 장르를 아울러 소통하기 위해 스펙트럼을 넓혔다. 학전 출신 배우 황정민부터 크라잉넛·이날치 등 밴드, 그룹 레드벨벳의 웬디와 NCT 태일까지 합류했다. 섭외보다 어려웠던 건 당사자 설득이었다. 조명받거나 나서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김 대표가 흔쾌히 받아들일 리 없었다. 역시나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는 “살금살금 준비했”단다. 일이 한참 진행됐을 때에야 박학기는 강 대표와 막걸리 10병을 들고 가 털어놨다. 물론 그때도 김 대표의 반응은 “날 끌어들이지 마라”였다고 했다. 그렇게 ‘몰래’ 준비한 앨범에는 총 18곡이 실린다. 대중적인 곡부터 시대의 결이 보이는 것까지 두루 담는다. 한영애가 부른 ‘봉우리’, 아카펠라 그룹 메이트리의 ‘철망 앞에서’, 태일이 재해석한 ‘아름다운 사람’을 비롯해 ‘친구’(박학기), ‘가을편지’(나윤선), ‘작은 연못’(장필순), 1978년 김민기가 만든 음악극 ‘공장의 불빛’의 도입부 곡 ‘교대’(이날치) 등이다. ‘아침이슬’은 참여 가수 모두 ‘떼창’으로 한다. 음원은 지난 6일부터 순차 공개 중이고 7~8월 CD와 LP도 제작한다. 새 옷을 입은 김민기의 노래는 2021년 어떤 의미로 닿을까. 태일은 “가사 한 구절, 한 구절 와닿았던 따뜻한 곡”이라고 했고, ‘상록수’를 부른 알리는 “실의에 빠진 요즘 더욱 필요한 가사”라고 말했다. 박 총감독은 “김민기의 음악을 몰랐던 분들은 한번쯤 가사를 새겨들어 봐줬으면 좋겠다”면서 “아는 분들은 좋은 노래로 위로받았다고 떠올려 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헌정 작업은 오는 20일 KBS ‘열린음악회’ 김민기 특집편과 오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시각예술 분야 작가들의 오마주 전시, 9월 김민기 동요 음반 발매와 실내 공연으로 이어진다. 글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사진 경기문화재단·학전
  • 겹겹이 감싸안듯… 화폭에 담아낸 제주

    겹겹이 감싸안듯… 화폭에 담아낸 제주

    관람객 1만 8000여명. 전시 도록과 포스터는 찍는 족족 품절됐다. 지난해 5월 중순부터 두 달 남짓 금호미술관에서 벌어진 일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침체했던 미술계에 예기치 않은 돌풍을 몰고 온 주인공은 한국화가 김보희. 2000년대 중반부터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작업하다 이화여대 교수를 정년퇴임한 해인 2017년 제주에 정착한 작가가 다채로운 색감과 섬세한 세필로 화폭에 옮긴 그곳의 자연 풍광은 많은 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했다. 국내 현역 작가 개인전으로는 보기 드문 흥행 기록을 세운 그가 이번엔 비영리 예술창작지원단체 캔파운데이션과 손잡고 신진 작가 후원을 위한 특별한 전시를 열고 있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스페이스 캔’과 ‘오래된 집’에서 오는 7월 3일까지 펼치는 개인전 ‘TOWARDS’(투워즈)에서 대표작인 바다 풍경 시리즈 신작 5점과 기존에 공개하지 않았던 수묵 작품 등 16점을 선보인다. 김보희는 캔버스와 한지, 분채와 아크릴 등을 혼용해 작업한다. 분채와 아교, 물을 섞어서 한 겹 한 겹 색을 먹이고, 말리는 과정을 원하는 색감이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동양화 붓으로 세심하게 덧칠한 화면에서 남다른 깊이감과 생동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동서양의 경계를 허문 그의 작업은 현대적 풍경 회화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채색 수묵 연작 ‘In between’(인 비트윈)은 큐브 형태의 캔버스 각 면에 바다와 섬을 그린 입체 작품들이다. 십수년 전 남해를 여행할 때 물안개 낀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들이 한없이 외로워 보여 화폭에 담았다고 한다. 가로 5m가 넘는 대형 신작 ‘Towards’(그림)는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구름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무성한 식물들 사이에 다소곳이 핀 보라색 꽃이 싱그러운 이 모습은 실제 작가의 제주집 테라스에서 바라본 정원 풍경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내가 사랑하는 제주 하늘과 바다, 숲과 나무를 관람객들도 같이 좋아해 주니 참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캔파운데이션의 김성희(홍익대 교수) 상임이사는 작가의 친동생이다. 언니처럼 이화여대 동양화과를 나온 그는 대안공간 사루비아다방을 여는 등 현장에서 활동해 오다 2008년 작가 발굴 및 지원, 레지던시 사업을 펼치는 캔파운데이션을 설립했다. 김 이사는 “부족한 예산 확보를 위해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웃었다. 작품 판매 수익금은 신진 작가 후원과 교육 사업에 쓸 예정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확진자 300명대… “전파 차단 아니다”

    확진자 300명대… “전파 차단 아니다”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통해 확진자 규모를 줄이는 전파 차단 효과가 나타나려면 9월은 돼야 한다고 전망했다. 14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300명대로 떨어지면서 백신 접종 효과가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왔지만 오히려 당국에서 선을 그으며 신중한 자세를 강조한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1차 접종률은 23%이지만 대부분은 60대 이상 어르신과 사회필수인력을 대상으로 접종이 진행된 상황이라 지역사회 전체의 전염을 차단하는 데는 부족하다”면서 “적어도 (오는 9월 국민의) 70%까지 1차 접종이 진행돼야 어느 정도 지역사회 전파 차단을 논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본다”고 밝혔다. 정 청장은 “영국에서 1차 접종률이 60%에 달하는 데도 인도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양상을 보면 (우리가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신규 확진자가 399명으로 올해 3월 29일(382명) 이후 77일 만에 처음으로 300명대를 기록한 원인으로는 ▲주말 검사 감소 ▲계절적 요인 ▲현장 점검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정 청장은 분석했다. 다만 정 청장은 예방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위중증 환자나 사망률이 낮아지는 등의 효과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접종 효과는 고령층에서 지역사회 전반으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백신 1차 접종자는 누적 1183만 381명으로 집계됐다. 방역 당국은 이번 주 안에 1차 접종 목표인 누적 ‘1300만명+α’, 최대 1400만명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목표를 열흘 이상 앞당겨 실현하는 셈이다. 정 청장은 “이번 주까지 굉장히 많은 양의 접종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아마 1300만명 접종이 가능할 거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추진단에 따르면 이번 주부터 접종을 시작하거나 이번 주 내에 접종을 완료하는 집단은 60~74세 고령층 240만명, 75세 이상 등 화이자 2차 접종자 140만명, 민방위·예비군 등 얀센 접종자 90만명, 30세 미만 예비 보건 의료인 등 모더나 접종자 5만 5000명 등이다. 이날부터 해군과 방역 당국은 훈련함인 한산도함을 이용해 섬 주민 638명에 대한 얀센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한산도함은 전남 진도군 가사도와 성남도 사이 바다에 닻을 내린 뒤 격납고에서 진도군 조도면 가사도 주민들에게 접종을 진행했다. 가사도 주민 A씨는 “해군과 정부 배려에 감사드린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한편 방역 당국은 ‘모세혈관 누출 증후군’ 병력이 있는 사람들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지 않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다만 정 청장은 “우리나라에서 등록된 환자는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전날 0시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 오류는 105건으로 파악됐고 90건(85.7%)은 30세 미만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는 등 접종 대상자가 잘못된 경우였다. 서울 이범수·순천 최종필 기자 bulse46@seoul.co.kr
  • 일본 전범 유골 바다에 뿌려져…증손자 “다행, 헌화할것”

    일본 전범 유골 바다에 뿌려져…증손자 “다행, 헌화할것”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격을 지휘했던 전쟁 범죄자 도조 히데키 일본 전 총리의 유골이 바다에 뿌려졌다는 소식에 유족들이 다행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14일 사형당한 도조의 유골이 어디 있는지는 세계 2차 대전의 가장 큰 미스테리였다면서, 일본 대학의 한 교수가 미국 군사 문서를 통해 답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그와 함께 처형당한 전범 6명의 유골은 순교자로 떠받들여지는 것을 막고자 일본 요코하마에서 50킬로미터 동쪽의 태평양에 뿌려진 사실은 철저한 비밀로 부쳐졌다. 일본에 전쟁 패배는 아픈 상처인데다 보수집권층이 역사를 꾸며내려 시도하면서 중국과 한국 등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니혼대 히로아키 다카자와 교수는 2018년 미국 워싱턴의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보유한 기밀 해제 문서에서 전범들의 유골이 뿌려진 곳을 찾아냈다. 도조의 증손자의 도조 히데토시(48)는 “유해가 없다는 것은 유족에게 오랫동안 굴욕이었다”면서 “유해에 대한 정보가 드러나 안심된다”고 말했다.이어 “만약 그의 유골이 일본 영해 안에 뿌려졌다면 행운”이라며 “친구들을 초대해서 만약 유해가 뿌려진 장소가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진다면 헌화하며 묵념하겠다”고 덧붙였다. 증손자는 “증조할아버지에 대한 모든 것이 봉인됐다”면서 “유해를 보존하지 않는 것이 전범재판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도조 히데키는 일본 보수층에서는 애국자로 존경받지만, 2차 대전을 연장한 혐의로 서구에서는 증오의 대상이다. 1945년 8월 15일 히로히토 일본 국왕이 일본의 패배를 선언했을 때 도조는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도쿄의 집에서 체포됐다. 다카자와 교수는 전범으로 4000명 이상이 기소됐고, 이 가운데 920명이 사형에 처해졌다며 전쟁 재판에 대한 조사를 더 할 예정이라고 했다. 신조 아베 전 총리가 참배했던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에는 전범들의 유해가 없다. 하지만 도조를 포함한 전범들의 위패가 이 곳에 합사되어 아직까지 신성시되고 있다. 미국의 기밀 문서에서 사형 집행 현장을 참관하고 기록을 남겼던 루서 프라이어슨 미군 소령은 한 톨의 유해도 남기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세계 최강’ 허벅지…수박 3통 7.6초만에 허벅지로 박살 美여성

    ‘세계 최강’ 허벅지…수박 3통 7.6초만에 허벅지로 박살 美여성

    여성 보디빌더 허벅지 사이로 수박 연달아 깨기존 남녀 세계 기록마저 깨버린 최고 기록기네스 관계자 입회 안 해 기록 인정은 안될듯30대 올슨 “새 점포 개설 기념 이벤트로 기획”8월 3일 ‘수박의 날’에 수박 깨기 강연 예정미국 여성 보디빌더가 허벅지로 커다란 수박 3통을 7초 만에 연달아 깨뜨려 세계 최강 허벅지 보유자들의 수박 깨기 기록을 넘어섰다. 그러나 해당 기록은 기네스월드레코드 관계자가 입회하지 않아 정식 기록으로는 인정 받지 못할 전망이다. “도전적인 운동에 열중한 여성 보고파” 13일(현지시간) 뉴욕데일리뉴스와 UPI통신 등에 따르면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거주하는 코트니 올슨(39)은 지난 5일 피트니스센터에서 친구들이 보는 가운데 앉아서 두 허벅지 사이에 수박 3통을 연달아 넣고 7.63초 만에 박살 냈다. 이는 2014년 6월 우크라이나 보디빌더 올가 리아시추크가 세운 기존 여성부 최고 기록 14.65초를 무려 절반 가까이 단축한 것이다. 또 2017년 6월 이란 운동선수 로홀라 도시만지아리가 세운 남성부 최고기록 10.88초보다도 빠른 기록이다. 운동복 매장도 운영하는 올슨은 최근 새로운 점포 개설을 기념해 이번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올슨은 “(매장) 공간을 활용해 수박 깨기를 비롯한 많은 것들을 젊은 여성들에게 가르치고 싶다”면서 “여성이 역도처럼 도전적인 운동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슨은 ‘세계 수박의 날’인 오는 8월 3일 수박 깨기 강의도 열 예정이다. 그러나 올슨의 이날 대기록 수립 현장에는 기네스월드레코드 관계자가 입회하지 않아 그의 기록은 공식적인 세계기록으로 인정되지는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제주 하늘과 바다가 전하는 위로, 김보희 개인전 ‘TOWARDS‘

    제주 하늘과 바다가 전하는 위로, 김보희 개인전 ‘TOWARDS‘

    관람객 1만 8000여명. 전시 도록과 포스터는 찍는 족족 품절됐다. 지난해 5월 중순부터 두 달 남짓 금호미술관에서 벌어진 일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침체했던 미술계에 예기치 않은 돌풍을 몰고 온 주인공은 한국화가 김보희. 2000년대 중반부터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작업하다 이화여대 교수를 정년퇴임한 해인 2017년 제주에 정착한 작가가 다채로운 색감과 섬세한 세필로 화폭에 옮긴 그곳의 자연 풍광은 많은 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했다. 국내 현역 작가 개인전으로는 보기 드문 흥행 기록을 세운 그가 이번엔 비영리 예술창작지원단체 캔파운데이션과 손잡고 신진 작가 후원을 위한 특별한 전시를 열고 있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스페이스 캔’과 ‘오래된 집’에서 오는 7월 3일까지 펼치는 개인전 ‘TOWARDS’(투워즈)에서 대표작인 바다 풍경 시리즈 신작 5점과 기존에 공개하지 않았던 수묵 작품 등 16점을 선보인다.김보희는 캔버스와 한지, 분채와 아크릴 등을 혼용해 작업한다. 분채와 아교, 물을 섞어서 한 겹 한 겹 색을 먹이고, 말리는 과정을 원하는 색감이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동양화 붓으로 세심하게 덧칠한 화면에서 남다른 깊이감과 생동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동서양의 경계를 허문 그의 작업은 현대적 풍경 회화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채색 수묵 연작 ‘In between’(인 비트윈)은 큐브 형태의 캔버스 각 면에 바다와 섬을 그린 입체 작품들이다. 십수년 전 남해를 여행할 때 물안개 낀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들이 한없이 외로워 보여 화폭에 담았다고 한다. 가로 5m가 넘는 대형 신작 ‘Towards’는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구름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무성한 식물들 사이에 다소곳이 핀 보라색 꽃이 싱그러운 이 모습은 실제 작가의 제주집 테라스에서 바라본 정원 풍경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내가 사랑하는 제주 하늘과 바다, 숲과 나무를 관람객들도 같이 좋아해 주니 참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전시를 기획한 캔파운데이션의 김성희(홍익대 교수) 상임이사는 작가의 친동생이다. 언니처럼 이화여대 동양화과를 나온 그는 대안공간 사루비아다방을 여는 등 현장에서 활동해 오다 2008년 작가 발굴 및 지원, 레지던시 사업을 펼치는 캔파운데이션을 설립했다. 김 이사는 “부족한 예산 확보를 위해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웃었다. 작품 판매 수익금은 신진 작가 후원과 교육 사업에 쓸 예정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빙하의 피? 수박눈? 뭐라하든 알프스의 눈이 붉어선 안됩니다

    빙하의 피? 수박눈? 뭐라하든 알프스의 눈이 붉어선 안됩니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의 13일자 기사 제목이다. 프랑스 알프스의 아름다운 산군을 덮어야 할 흰 눈 대신 핑크빛 눈이 덮고 있다. 한 남성이 손으로 눈을 파내자 지표면에서 족히 10㎝까지 붉은 물이 든 현상이 관찰된다. 사람이나 동물이 사고를 당해 흘린 핏자국도 아니다. 프랑스 그르노블 알프스대학 연구진이 지난주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플랜트 사이언스’를 통해 ‘미세조류’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미세조류는 현미경으로 관찰해야만 형태가 확인되는 수십㎛(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작은 생물이다. 식물처럼 뿌리나 잎은 없지만 광합성을 한다. 주로 물에서 사는데 뜬금없이 눈 위에서 자라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빙하의 피(Glacier blood)’라고 부른다. 일반 관광객은 그냥 ‘수박눈’이라고 부른다. 이런 일이 최근 계속 관찰되자 연구진은 알프스 산맥의 고도 1250m부터 2940m까지 지표 158곳을 선정해 샘플을 검출했다. 연구를 이끈 에릭 마르샬 그르노블 알프스대학 교수는 “사람들은 바다에 미세조류가 살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잘 안다. 하지만 산 정상의 토양과 눈 속에 이런 미생물이 산다는 데 대해선 생소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알프스에서 미세조류가 번성한 이유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한다. 조류는 기본적으로 꾸준한 햇빛과 함께 풍부한 이산화탄소가 주어지면 무럭무럭 자라난다. 실제로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지난달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19으로 사상 최고치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봉쇄와 산업활동 위축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많이 옅어질 것이라고 짐작하는데 이를 비웃듯 좀처럼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미세조류는 엽록소를 갖고 있는 녹조류인데 왜 녹색으로 바뀌지 않고 붉게 변했을까. 미세조류에는 엽록소 외에 ‘카로티노이드’란 색소가 다량 들어 있는데 당근을 불그스름하게 만드는 성분이다. 연구진은 카로티노이드가 강렬한 햇빛, 특히 자외선으로부터 미세조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빙하의 피’는 미세조류의 생존 본능이 만들어낸 환경 참극인 셈이다. 문제는 붉게 변한 눈이 ‘이채로운 볼거리’에만 그치지 않고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알베도(albedo) 효과’인데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빛은 흰색에서 가장 많이, 검정색에 가까울수록 적게 반사된다. 여름에 되도록 흰옷을 입어야 시원한 이유다. 북극 빙하가 하얗게 녹는 빙하는 햇빛의 90%를 반사하고, 검푸른 바다는 6%를 반사하는 데 그친다. 연구진은 알프스에서도 붉은색을 띤 눈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햇빛이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완벽한 흰색 눈보다 더 많은 햇빛을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영국 리즈대 연구진이 북극에서 일어난 비슷한 현상을 분석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붉은색 눈은 흰 눈보다 알베도를 13% 낮췄다. 알베도가 감소하면 지표면 온도가 높아지고 눈이 녹는 속도도 빨라진다. 결론적으로 ‘빙하의 피’는 이산화탄소 증가란 기후변화의 결과물이면서 동시에 기후변화를 더 악화시킨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산속 생태계에서 미세조류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며 “미세조류의 분포와 움직임에 대처할 지침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뉴저지주의 로닌 연구소의 미생물학자이자 연구원인 헤더 모건은 “우리가 알아낸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는 더 깊이 파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이정수의 원픽] ‘아이콘 감성’ 비아이 솔로… 섣부른 컴백엔 진정성 의문

    [이정수의 원픽] ‘아이콘 감성’ 비아이 솔로… 섣부른 컴백엔 진정성 의문

    해마다 수백 명의 아이돌이 데뷔하지만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라 대중의 주목을 받는 아이돌은 극히 소수에 그친다. 케이팝이 전 세계로 뻗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아이돌 음악을 평가절하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아이돌 음악 중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숨은 보석’을 찾아 4주마다 소개한다.한낮의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여름 공기 틈새로 쓸쓸함을 머금은 한줄기 겨울 바다가 쏴 하고 밀려들었다. 여름을 겨냥한 댄스곡들이 쏟아지는 와중에 발표된 비아이(본명 김한빈)의 첫 정규앨범 타이틀곡 ‘해변’ 얘기다. ●마약 혐의 기소 4일 후 ‘워터폴’ 발매 지난 1일 비아이가 데뷔 6년 만에 내놓은 첫 솔로앨범 ‘워터폴’(WATERFALL)은 발매 자체로 비난의 대상이 됐다. 대마초·LSD 등 마약 투약 의혹이 불거진 2년 전 당시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비아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소속 그룹 아이콘에서 탈퇴시켰다. 그러나 머지않아 비아이는 새 소속사 아이오케이컴퍼니와 손잡고 자신의 음악 활동을 위한 레이블을 설립했다. 자숙의 시간을 보내기보단 재기할 기회만 노린다는 비판이 따랐다. 앨범 발매 시점은 부적절했다. 지난달 28일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비아이에 대한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이와 함께 비아이도 마약 투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며칠 뒤로 예정됐던 앨범 발매는 강행됐다. 일주일이 지나서야 소속사가 낸 뒤늦은 사과 입장 역시 진정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작곡 재능 여전… 가사엔 좌절·슬픔·외로움 비아이의 성급한 컴백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번 새 앨범은 잠시 그 음악에만 집중해 들어볼 가치가 있다. 특히 타이틀곡 ‘해변’은 ‘취향저격’에서 출발해 ‘이별길’로 이어지던 시절 아이콘 음악의 가장 핵심적인 감성을 고스란히 잇고 있다. 쉽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서는 위너의 성공적인 데뷔곡 ‘공허해’, 2018년 최고 히트곡 ‘사랑을 했다’ 등을 통해 수차례 증명된 그의 재능이 또 한 번 빛난다.‘오 해변이 있어 나의 옷소매 끝에/ 두 볼에 흐르는 물줄기를 닦아낸 탓에’로 시작하는 가사에는 2년간의 공백기를 보내며 느낀 좌절, 슬픔, 외로움이 담겼다. 도입부 가사에 인용된 서윤후 시인의 ‘사탕과 해변의 맛’은 이런 구절로 마무리된다. ‘사탕이 녹을 때까지만 출렁이는 해변에서 나는/ 말라가지 않는 헤엄을 배워/ 안간힘을 다해서’. 비아이가 가사로 직접 옮기지는 않았지만 ‘안간힘을 다해 헤엄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듯하다. ●자기연민에 그치지 않으려면… 솔직함 선행돼야 극심한 고통을 겪어 본 사람은 타인의 아픔에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위로의 말과 음악으로 빼곡히 채워진 앨범은 그렇기에 또렷한 메시지로 와닿는다. 다만 수록곡들의 가사는 자기연민에 갇힌 인상이 짙다. 앨범 표제와 동명의 첫 번째 트랙 ‘워터폴’에서 ‘부끄러운 과거 전부 씻어 내면/ 씻어질 수 있기를 하늘에 빌어보네’라고 한 다짐은 앨범이 끝날 때까지 구체화되지 않는다. 예술적 창작물이 도덕적 잣대로만 평가되는 건 위험하다. 하지만 거짓에 기반한 창작은 예술로 불릴 수 없을 것이다. 비아이가 이번 앨범을 통해 말하려고 했다는 그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더 큰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앞으로의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죗값을 달게 받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tintin@seoul.co.kr
  • 손가락만 한 새장용 꽃병도 백자로… 중세에도 지극한 해외명품 사랑

    손가락만 한 새장용 꽃병도 백자로… 중세에도 지극한 해외명품 사랑

    1975년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옛 선박이 발견되면서 한국 학계에는 수중고고학과 문화재보존과학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신안선은 학문 영역을 확장했을 뿐만 아니라 중세 동아시아 문화상을 보여 준다는 의미도 크다. 40여년이나 됐지만, 신안선 유물은 여전히 연구할 게 많다. 그야말로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중국에서 일본으로… 2만6000여점 공예품 실린 ‘보물 같은’ 무역선 신안선은 1323년 중국 경원(현재의 닝보)을 출발해 일본 하카타로 가던 중 한국의 신안 증도 해역에서 침몰한 원나라 무역선이다. 배에는 일본 사찰인 후쿠오카 조자쿠암, 교토의 도호쿠지, 후쿠오카의 신사 하코자키궁으로 보낼 물품들이 실려 있었다. 수중 발굴한 유물은 압수한 도굴품 2000여점 등을 포함해 모두 2만 6000여점이나 됐다. 중국·일본·고려의 도자기, 다양한 금속 공예품, 자단목, 동전, 주석과 백동으로 만든 금속 기물, 각종 향신료와 약재 등이다. 특히 배에서 발견한 다양한 공예품은 당시 중국과 일본에서 유행했던 문화를 보여 준다. 이들과 활발히 교류했던 고려의 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신안선의 공예품은 중세 동아시아 생활문화를 이해하는 ‘코드’인 셈이다. 당시 중세 동아시아에서는 차를 마시고, 향을 피우고 꽃을 감상하는 문화가 매우 발달했다. 차, 향, 꽃과 관련한 의례나 장식용 도자기부터 접시, 발 등 일상 생활용기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공예품이 제작됐다. 공예품은 특히 도자기로 만들어지면서 점차 퍼졌다. 금속은 재질의 특성상 형태 제작에 한계가 있었지만, 도자기는 비교적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어서다. 중국은 세계 최초로 자기 제작에 성공한 나라다. 도자기 제작에서 기술성과 예술성이 당시 최고로 꼽혔다. 신안선에서는 중국 도자기가 2만여점 이상 발견됐다. 대부분 원나라 때 만들어진 것이었고, 일부는 송대의 도자기였다. 송대의 도자기는 골동품으로 사용되다가 배에 선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도자기는 당시 주요 해외 수출상품이었던 청자와 백자, 흑유자(검은색을 띠는 자기), 도기 등이다. 주로 중국 남쪽과 북쪽의 여러 가마에서 만들었다.●명나라서 쓰던 백자 새 모이통·꽃병, 일본 항구도시에서도 발견 신안선의 중국 도자기에는 새를 기르고 즐겼던 문화를 보여 주는 물건이 있다. 새 먹이를 주려고 사용한 새 모이통과 새장 안에 넣는 꽃병이다. 새 모이통은 당시 새를 기르는 문화를 잘 보여 준다. 송나라 황실에서는 감상과 유희의 목적으로 새를 즐겨 길렀다. 북송의 휘종은 궁중에서 각종 진귀한 새를 길렀다. 남송의 고종은 100여 마리 앵무새를 길렀다고 전해진다. 민간에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새를 싸움에 붙여 돈을 걸게 하거나, 새를 이용한 공연 등 돈벌이의 목적으로도 이용됐다. 상류층이 새를 기르다가 점차 민간의 풍속으로 자리했다. 신안선에서 발견된 새 모이통 도자기는 백자로 만들었다. 둥근 항아리 형태로 바닥은 편평하고, 겉에는 구멍이 뚫린 작은 고리가 달렸다. 입구가 조금 넓어 새가 그릇 안으로 부리를 넣어 모이나 물을 먹기에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이 도자기는 장시성의 징더전요나 푸젠성의 가마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나무 마디를 표현한 통 모양 청백자는 징더전요에서 만들었다. 세로로 길쭉하지만 크기가 작다. 속은 비어 있어 안에 무언가를 담거나 꽂았던 용도로 보인다. 하지만 높이가 약 6.3㎝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새장 안에 넣어 장식하는 꽃병으로 알려졌다. 이런 부류의 꽃병은 명나라 황실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가마에서도 청화백자 형태로 발견됐다. 원나라 이후에도 즐겼던 문화임을 알 수 있다.일본에서는 새 모이통 도자기가 유적 발굴조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중세 무역을 담당한 항구 도시인 후쿠오카현 하카타 유적, 15~16세기 해상을 통해 활발히 중계무역을 했던 류큐왕국의 슈리성 궁전터 등이다. 일본 중세시대 그림에는 새장을 들고 가는 남성의 모습을 그린 것도 있다.●신안선에서 나온 청자 주전자… 유목민 생활 보여준 다목호 유행 도자기로 된 다목호는 원대에 새롭게 생겨나고 유행했다. 다목호는 티베트와 몽골 사람들이 우유나 양젖을 담는 데 사용하던 유목민들의 생활용기다. 원나라 자체가 몽골 민족이 세운 나라인 만큼 티베트와 몽골 유목민의 특성이 강하게 반영됐다. 원래 나무나 다른 재질로 만들었는데, 점차 도자기, 금속기로도 제작했다. 청나라 황실에서는 티베트 불교를 중시하고 불교와 관련된 의례 등에서 고승에게 이 다목호를 하사할 만큼 황실의 사랑을 받았다. 신안선에서 나온 청자 다목호는 주전자다. 통 모양으로 되어 있고 손잡이와 물을 따르는 주구가 달렸다. 겉면 손잡이 위쪽에는 꽃 모양의 관을 쓴 것과 같이 위로 뻗은 형태가 연결됐다. 신안선에서 나온 청자 다목호에는 없지만, 원대 이후에 만들어진 기물을 살펴보면 뚜껑을 덮게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몽골에서는 다목호를 지금까지 일상에서도 사용한다. 몽골 시장이나 대형 마트 등에서도 볼 수 있고, 작은 장식용 기념품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중국산 흑유 찻잔… 일본의 수입품 ‘가라모노’의 대표 ‘가라모노’라는 말은 9세기 일본 사료에 처음 등장할 정도로 오래된 단어다. 일본어로 수입한 외국산 물품을 뜻하는데, 당시엔 대개 중국산을 의미했다. 신안선을 운영하던 일본 중세시대에는 중국산 물품이 특히 유행했다. 신안선에는 청자, 백자와 함께 검은색을 띠는 흑유자기도 발견됐다. 그중에서도 흑유 토기는 모두 548점으로, 이 가운데 66점이 젠요(푸젠성에서 흑유자기를 생산한 가마)의 찻잔이다. 이 젠요의 흑유 찻잔은 송나라 황실에서 사용될 만큼 귀하고 명성이 높았던 차 도구였다. 송나라 때 차를 우리는 방법인 점다법(분말 형태로 된 가루차를 찻잔에 넣고 끓인 물을 넣어 찻솔로 휘저어 거품을 내는 방식)으로 사용했는데, 송대의 차 문화를 대표하는 물건이다. 흑유 찻잔은 차를 즐기는 모습을 그린 송대 회화에도 등장한다. 이 흑유 찻잔은 사실, 신안선이 출항할 당시 중국 원대에는 더는 생산하지 않았던 도자기다. 송대에 다시 제작돼 골동품으로 유통됐다. 당시 일본에서는 선종이 유행했는데, 선종 사찰에서는 여전히 점다법으로 다례를 행했다. 이후에도 이러한 차 음용법이 이어졌다. 가마쿠라 막부 시기 사찰에서 시작한 차 문화는 당시의 권력층인 무사계층, 권문세가로 확산하면서 그들 사회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이때 사용한 찻잔은 자연스럽게 유명해지고, 비싼 가격에 팔렸다. 원나라에서는 더는 사용하지 않는 찻잔이 일본에서는 오히려 크게 유행하면서 골동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15세기 후반부터 16세기 초까지 무로마치 장군가의 연회 공간의 방에 장식된 물건들을 기록한 ‘군다이칸소초키’에는 젠요의 흑유 찻잔이 있다. “피륙(베나 무명, 비단 등의 천을 이르는 말) 삼천필의 가치가 있다”고 쓰여 있을 정도다. 14~16세기인 무로마치시대에 어느 부잣집을 묘사한 그림에도 용천요 청자, 흑유 찻잔, 칠기가 장식됐다. 당시 흑유 찻잔이 부와 권력을 상징했음을 보여 준다. 15세기 말, 나라와 교토를 중심으로 물가를 비교했을 때, 차를 마실 때 찻물을 끓이는 솥이 당시 화폐 2000문(文)이라면, 이 흑유 찻잔은 8000문이나 됐다. 고가의 흑유 찻잔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 있었다. 결국 일본에서 도기를 생산했던 주요 가마인 세토와 같은 가마들에서 이를 모방한 흑유잔을 만들어 내기까지 이르렀다. 오늘날 해외 명품이 인기가 있는 것처럼, 고급품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심리를 보여 준다. 이명옥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 장마철 대비 하천·하구 쓰레기 미리 제거

    장마철 대비 하천·하구 쓰레기 미리 제거

    집중 호우시 하천·하구에 다량의 쓰레기가 유입돼 수질오염과 경관 훼손 등에 대비하기 위해 사전 제거작업이 이뤄진다.환경부는 13일 해양수산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14∼20일 전국의 주요 하천과 하구에서 쓰레기 집중정화주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연간 유입 쓰레기는 약 18만t으로 이중 37%인 6만 7000t만 수거되고 나머지는 해야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유입 쓰레기는 초목류가 대부분이며 생활쓰레기는 18~28%를 차지한다. 그러나 플라스틱·비닐류는 잘 분해되지 않아 하천뿐 아니라 해양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쓰레기 집중정화주간은 장마철을 앞두고 하천·하구로 쓰레기 유입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쓰레기가 하류 및 해안으로 떠내려갈 수 있는 지역 등에서 집중 수거가 이뤄지고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일제 수거해 수거 효과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천·하구 정화에는 환경부와 해수부 소속·산하기관, 80개 지자체, 한국농어촌공사 등이 참여한다. 대상지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섬진강 등 5대강 유역 지류·지천을 포함한 전국의 주요 하천 및 하구, 연안 등이다. 대청댐 등 34개 댐 상류 주변에서도 집중 수거가 이뤄진다. 하천에 유입돼 바다까지 흘러갈 우려가 있는 플라스틱류와 폐농약병·영농폐기물 등의 방치 쓰레기가 대상이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비행기 추락 살아남은 美50대, 이번엔 고래에 삼켰다가 기적의 생환

    비행기 추락 살아남은 美50대, 이번엔 고래에 삼켰다가 기적의 생환

    고래의 입 안으로 빨려들어갔던 50대 미국 남성이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다. 이 남성은 20년 전에도 동승자 3명이 사망한 비행기 추락사고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적이 있었다.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에 사는 잠수어부 마이클 패커드(57)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바닷가재를 잡으러 물 속에 들어갔다가 순식간에 혹등고래의 입 안에 빨려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혹등고래는 길이 11~16m, 무게 30∼40t에 이르는 거대한 고래다. 패커드는 바닷가재잡이용 덫을 확인하기 위해 케이프코드 앞바다에 보트를 타고 나갔다. 40년간 가재잡이 잠수부로 일한 그는 스쿠버 장비를 착용한 채 보트에서 뛰어내렸다. 그러나 수심 10m 지점에서 갑자기 큰 충격을 받았고, 주변이 온통 깜깜해졌다. 패커드는 “상어의 공격을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손으로 주위를 더듬어 보니 날카로운 이빨이 없었다. 혹등고래에 의해 삼켜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언론에 말했다. 그는 “고래의 입 안에 갇히고 30∼40초가 지난 뒤 고래가 나를 완전히 삼키려 했다”면서 “이제 죽는구나 했는데, 고래가 갑자기 수면 위로 올라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대며 나를 뱉어냈다”고 전했다. 기적적으로 생환한 그는 보트에 타고 있던 동료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타박상 외에는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아 몇시간 만에 퇴원했다. 케이프 코드 프로빈스타운 해안연구센터의 찰스 메이오 박사는 “혹등고래는 공격적인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을 삼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혹등고래가 물고기를 잡아먹으려다 패커드를 함께 삼켰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포스트는 패커드가 2001년 코스타리카에서 발생했던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도 극적으로 살아났던 적이 있다고 전했다. 당시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호세에서 어촌 마을인 포르타 히메네즈로 날아가던 비행기가 추락해 같이 타고 있던 3명이 목숨을 잃었으나 패커드는 심각한 안면 손상과 팔·다리 골절 등을 당한 상태로 구조됐다. 패커드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에 작품이 전시돼 있는 유명 화가 앤 패커드(88)의 아들로 알려졌다. 김태균 선임기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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