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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잼 사이언스] 외계생명체처럼 생겼네…5억 년 전 신종 고대 생물 발견

    [핵잼 사이언스] 외계생명체처럼 생겼네…5억 년 전 신종 고대 생물 발견

    약 5억 년 전 바다는 오늘날보다 영화 속 외계생명체처럼 생긴 생물로 가득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기묘한 모습을 갖고 있으며 당시로서는 거대하기까지 했던 생물이 새롭게 발견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은 브리티시컬럼비아주(州) 남동부 쿠트네이국립공원에 있는 버제스 혈암에서 원시 절지동물의 일종 라디오돈타에 속하는 신종 생물을 발견했다. 버제스 혈암은 캄브리아기 중기의 퇴적암으로, 신종 생물은 약 5억 년 전 생존했다. 그런데 이 생물은 몸길이가 50㎝에 달해 당시 바다에 살던 대부분 생물이 새끼손가락 크기가 채 안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큰 것이다. 이에 따라 신종 생물은 거대하다는 의미가 들어간 ‘티타노코리스 가이네시’(Titanokorys gainesi)라는 학명이 붙여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종만이 당시 가장 큰 해양생물은 아니었다. 라디오톤타에 속하는 또 다른 해양생물 아노말로카라스 역시 보통 60㎝나 됐으며 어떤 개체는 최대 2m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라디오돈타에 속하는 이런 생물은 5억4100만 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 이후 급격히 늘어 광범위하게 분포했다. 이에 대해 연구 주저자인 장베르나르 카롱 박사는 “티타노코리스는 크기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캄브리아기 생물 중 지금까지 발견된 개체 중 가장 큰 수준”이라고 밝혔다.티타노코리스의 생김새는 기묘하다. 다각형의 눈을 갖고 파인애플을 둥글게 자른 듯한 주둥이에는 이빨이 줄지어 있으며 머리 밑에 있는 뾰족한 발톱으로 먹잇감을 사냥한다. 몸에 있는 아가미뚜껑들을 사용해 헤엄치며 머리는 게나 거북이 같은 등껍질로 보호돼 있다. 티타노코리스는 라디오돈타목 후르디아과의 한 종으로 놀라울 정도로 긴 머리가 여러 형상의 세 부분으로 된 등딱지로 덮여 있는 모습이 특징이다. 연구 공동저자인 조 모이시우크 연구원은 “이 생물은 머리가 몸보다 훨씬 길어 마치 머리가 헤엄치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티타노코리스 화석이 발견된 공원 북부 마블 캐니언에서는 5억5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캄브리아기 생물 화석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영국학사원이 발행하는 ‘로열 소사이어티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날아오는 포탄 잡는 특별한 요격체계 C-RAM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날아오는 포탄 잡는 특별한 요격체계 C-RAM

    미국의 철수 작전이 절정으로 치달았던 지난 8월 30일 카불국제공항. 인근 지역에서 발사된 정체불명의 로켓포탄 5발이 공항으로 날아들었다. 공항에 대기 중이던 수송기나 여객기에 로켓포탄이 떨어질 경우 자칫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로켓포탄은 지상에 설치된 센츄리온(Centurion) 씨-램(C-RAM)에 의해 순식간에 요격되었다. 씨-램(C-RAM: 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은 날아오는 적의 각종 포탄 즉 로켓포탄, 일반포탄, 박격포탄을 요격하는 특별한 무기로 알려져 있다. 씨-램은 포탄을 요격하는데 어떤 무기를 쓰느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대공포 혹은 유도탄 형식으로 나뉜다. 카불국제공항에서 로켓포탄을 요격한 센츄리온은 우리 해군 군함에서도 사용 중인 ‘시위즈'(CIWS) 즉 근접방어무기체계인 팔랑크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팔랑크스에는 20mm M61 벌컨포가 장착되었으며, 최신형 모델의 경우 분당 4500발까지 사격이 가능하다.지난 2004년 이라크에서 테러리스트 혹은 반군의 박격포 공격에 시달리던 미 육군은 이를 요격할 수 있는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을 신속하게 진행한다. 그 결과 미 해군이 사용하던 팔랑크스를 트레일러에 장착해 지상에서 운용하게 된다. 미 육군은 이 장비의 이름을 100인 대장이라는 뜻을 가진 센츄리온으로 명명한다. 포탄이 발사된 지점과 비행경로 그리고 떨어지는 지점까지 확인할 수 있는 대포병 레이더와 연계 운용되는 센츄리온은 2005년부터 이라크의 주요 미군기지에 설치된다. 제작사인 미 레이시온사에 따르면 센츄리온은 이라크에서 105회에 달하는 박격포탄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한것으로 전해진다. 지상에서 운용되는 센츄리온은 바다에서 사용되는 팔랑크스와 달리 특별한 20mm 기관포탄을 사용한다. 센츄리온에서 사용되는 고폭소이예광자폭탄은 파편에 의한 민간인 혹은 부수적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2500에서 2700m 상공에 다다르면 자동으로 폭발하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이밖에 유도탄 즉 미사일 형식의 C-RAM의 대표주자로는 이스라엘이 만든 아이언 돔(Iron dome)이 손꼽힌다.지난 2011년부터 이스라엘 군이 운용중인 아이언 돔은 팔레스타인의 하마스가 발사하는 로켓포탄을 요격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그 동안 하마스는 무차별적으로 로켓포탄을 발사해 이스라엘에 많은 인명 피해를 주었다. 가성비로 따지면 대공포형 씨-램이 경제적이지만 동시에 다수의 포탄을 요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이스라엘은 포탄을 요격하는 타미르 미사일과 대포병 레이더 기능도 가지고 있는 EL/M-2084 에이사(AESA) 방식의 다기능 레이더 그리고 이를 지휘 통제하는 체계를 개발해 아이언 돔을 만들어낸다. 2012년 11월 이스라엘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아이언 돔은 400여 발의 로켓포탄을 성공적으로 요격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4년에는 1200여 발의 로켓포탄을 요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씨-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 국방부는 '2022~2026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향후 한국형 아이언 돔인 ‘장사정포 요격체계’ 개발이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 수소만 있나? 스마트그리드, 태양광 등 다양한 기후위기 해법 찾는 에너지업계

    수소만 있나? 스마트그리드, 태양광 등 다양한 기후위기 해법 찾는 에너지업계

    절박한 기후위기의 대안이 수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그리드, 태양광 등에서도 가능성을 찾은 에너지업계는 잇달아 사업과 투자를 확대하며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SK그룹 신재생 에너지 계열사 SK E&S는 미국 스마트그리드 회사 키캡처에너지(KCE)의 지분 95%를 인수했다고 9일 밝혔다. 경영권 인수와 신규 프로젝트 추진까지 앞으로 3년간 총 6억 달러(약 7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풍력, 태양열 등을 활용하는 신재생 에너지의 최대 단점은 날씨 등 외부 변수에 따라 공급량이 들쑥날쑥하다는 것이다. 스마트그리드는 이를 보완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전기를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전력 공급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솔루션이다. 대규모 송·배전망이 필요하지 않아 경제적이고 저장해둔 전기를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도 있어 수익성도 기대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ESS 기반 그리드솔루션 사업은 올해 6GW에서 2030년 76GW로 약 1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한화큐셀은 2025년까지 1조 5000억원을 들여 태양광 기술 ‘초격차’ 확보에 나선다.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는 차세대 태양광 기술로 주목받는 ‘탠덤 셀’이다. ‘페로브스카이트’라는 소재로 만드는 탠덤 셀은 기존 실리콘 셀보다 효율이 15% 가까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고용, 설비 확대를 통해 2025년 태양광 셀, 모듈 생산 능력을 현재 연간 4.5GW에서 7.6GW로 늘릴 계획이다.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탄소를 붙잡아 저장, 활용하는 탄소포집(CCUS) 기술도 업계에서 관심을 두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지난 4월 국내 화학사 최초로 여수 1공장에 실증 설비를 갖췄으며 현대오일뱅크도 내년 중 설비 착공에 착수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자체 석유개발(E&P) 사업과 연계해 이 기술을 고도화할 방안을 연구 중이다.바람을 동력으로 활용해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풍력, 특히 발전타워를 바다 위에 설치해 강한 바닷바람으로 전기를 만드는 부유식 해상풍력에 집중하고 있는 곳은 두산중공업이다. 지난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공모한 8㎽급 부유식 해상풍력시스템 2단계 사업에 참여해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위기로 떠오르면서 미국 연방준비은행 등 세계 주요 금융기관이 기업의 친환경 활동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8일 현대차, SK, 롯데, 포스코 등이 참여하는 한국판 수소위원회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이 꾸려진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는 가장 유망한 대체 에너지이지만, 여기에만 기댈 순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재생에너지와 연계해 공급과 효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과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빵’에서 원자 개념을 잡아낸 고대 천재 데모크리토스

    ‘빵’에서 원자 개념을 잡아낸 고대 천재 데모크리토스

    ‘세계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의 천재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원자에 대해 이렇게 한 마디로 규정했다. “다음 세대에 물려줄 과학지식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원자는 물질세계의 가장 기본적인 질료이자 현대 물리학의 화두이다. 현대문명의 총화인 컴퓨터, TV, 휴대폰 등 모든 전자기기들은 원자의 과학인 양자론 위에 서 있는 것들이다. 물리는 원자에서 시작하여 원자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원자의 크기는 대체 얼마나 될까? 전형적인 원자의 크기는 10^-10m다. 1억분의 1㎝란 얘기다. 상상이 안 가는 크기다. 중국 인구와 맞먹는 10억 개를 한 줄로 늘어놓아야 가운데 손가락 길이만한 10㎝가 된다. 각설탕만한 1㎝^3의 고체 속에는 이런 원자가 10^23개쯤이 들어 있다. 얼마만한 숫자인가? 지구의 모든 바다에 있는 모래알 수와 맞먹는 숫자이다. 원자의 속고갱이인 원자핵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약 10^-15m다. 원자의 10만분의 1 정도다. 그렇다면 원자의 크기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원자핵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전자 궤도가 결정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원자는 그 부피의 10^-15(부피는 세제곱), 곧 1천조 분의 1을 원자핵이 차지하고, 그 나머지는 모두 빈 공간이라는 말이다. 이게 대체 얼마만한 공간일까? 원자가 잠실야구장만 하다면 원자핵은 그 한가운데 있는 콩알보다도 더 작다. 지구상의 모든 물질을 원자핵과 전자의 빈틈없는 덩어리로 압축한다면 지름 200m의 공을 얻을 수 있다. 자연은 원자를 제조하는 데 너무나 많은 공간을 남용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물질을 세분해 가면 분자 -> 원자 -> 원자핵...으로 세분화되고, 마지막에 더이상 나눌 수 없는 가장 작은 알갱이에 이르게 되는데, 이를 소립자라고 한다. 소립자는 현재까지 발견된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입자이다. 이러한 물질의 최소단위를 연구하는 학문을 소립자 물리학이라 하는데, 우주의 기본 입자 물체를 연구하는 물리학의 한 분야이다. 가장 먼저 발견된 소립자는 1897년 영국의 물리학자 존 톰슨에 의해 발견된 전자이다. 20세기에 접어들어 원자를 비롯한 소립자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이 소립자 물리학의 역사는 기원전 4세기까지 거슬러올라간다. 무려 24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최초로 ‘원자 개념’은 갓 구운 빵에서 나왔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중 “물질의 최소 단위를 모르고서는 결코 우주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사람은 바로 플라톤(BC 427~347)이었다. 그는 또 ‘우주는 왜 텅 비어 있지 않고 무언가가 존재하는가?’하고 물었다. 물질의 기원에 관한 가장 원초적인 질문이었다. 물론 그러한 질문에 제대로 답할 만한 과학이 당시엔 없었다. 그러나 물질에 대해 가장 독창적이고 놀라운 주장을 한 사람이 나타났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BC 460~380)였다. “지식은 두 가지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 지성에 의해 타당한 추론을 얻을 수 있고, 다른 방법은 모든 감각을 정교하게 동원해서 얻어낸 자료를 통해 추론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데모크리토스는 물질의 본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갈파했다. “모든 물질이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작은 것, 곧 원자(atomos)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이 바로 물질의 보이지 않는 가장 작은 구성요소로서, 세계는 무수한 원자와 공(空)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데모크리토스는 아무런 과학적 관측도구도 없었던 그 시대에 어떻게 만물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냈을까? 데모크리토스가 ‘아토모스’를 착상하게 된것은 놀랍게도 ‘빵’ 때문이었다. 별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먹는 빵이다.길고 긴 단식 기간을 보낸 데모크리토스는 거의 단식이 끝나가던 어느 날, 뜻하지 않게 아토모스(‘더 이상 나누어지지 않는’이라는 뜻)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것은 친구가 그가 있던 방 안으로 갓 구운 빵을 들고 들어왔을 때였다. 데모크리토스는 고개를 들기도 전에 그것이 빵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빵의 진수(essence)가 허공을 가로질러 내 코에 도달했다.’ 그는 빵 냄새를 공책에 적어놓고는 ‘공간을 가로질러온 빵의 진수’에 대해 깊이 사색했다. 그러고는 그가 관찰했던 작은 물웅덩이를 떠올렸다. 물웅덩이는 점점 작아지다가 결국 말라붙어 사라진다. 왜 그럴까? 눈에 보이지 않는 물의 진수가 웅덩이에서 빠져나가 멀리 사라진 것이다. 빵의 진수가 내 코를 자극하고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로. 이 위대한 고대의 천재는 마침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모든 물질이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작은 것, 곧 원자(atomos)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이 바로 물질의 보이지 않는 가장 작은 구성요소로서, 세계는 무수한 원자와 공(空)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것은 다 견해에 불과하다.” 그는 또 원자를 설명하면서, 원자는 영원불변하며, 절대적인 의미에서 새로 생겨나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사물들이 안정되어 있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까닭은 모든 원자들이 똑같은 크기를 갖고 자기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꽉 메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오늘날 우리는 원자가 더 작은 입자들로 이루어진 보따리 구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데모크리토스가 말한 원자는 입자로 바꿔 생각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데모크리토스가 말한 대로 물질을 계속 쪼개나가다 보면, 그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 물질의 최소 단위에 이르게 된다. 왜냐하면 물질을 무한히 쪼개나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 물질을 구성하는 궁극적인 최소단위, 곧 기본입자는 6종의 쿼크와 6종의 렙톤, 총12가지로 알려져 있다. 이것들이 바로 데모크리토스가 말한 ‘아토모스’인 셈이다. 인간의 눈에는 결코 보이지 않는 극미의 원자. 그러나 이 원자들이 우주의 삼라만상들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이 우주에는 총 10^82제곱 개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것들이 만드는 물질은 우주 공간의 1조분의 1 정도를 채우고 있을 뿐이다. 한 물리학자의 말을 빌면, "큰 성당 안에 모래 세 알을 던져넣으면 성당 공간의 밀도는 수많은 별을 포함하고 있는 우주의 밀도보다 높게 된다." 그러니 우주는 사실 텅 빈 공간이나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그야말로 색즉시공(色卽是空)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현대 물리학은 2400년 전 물질의 최소 단위라는 개념을 싹틔운 데모크리토스의 ‘아토모스’ 착상에서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문화마당] 반디앤루니스의 부도와 쓰타야의 혁신/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반디앤루니스의 부도와 쓰타야의 혁신/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서울 은평구 불광문고가 독자들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1996년 문을 연 지 25년 만이었다. 직원 월급이나 퇴직금을 못 챙기고, 출판사에 대금 지급도 못 하는 상황에 내몰리기 전에 스스로 문을 닫는다는 최낙범 사장의 말이 신사다워 깊게 인상에 남았다. 직원들 중심으로 제2의 출발을 모색한다니, 지역 사회 등에서 큰 도움을 주어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코로나19 전 세계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수많은 서점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대형 체인 서점 반디앤루니스가 부도났다. 5월에는 서울 한남동 스틸북스, 아크앤북 을지로점이 문을 닫았다. 출판인들 사이에선 영풍문고 위기설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지난해 국내 1위 서점인 교보문고 영업이익은 89.1% 감소했고, 올 상반기에는 당기순손실 31억원을 기록했다. 모회사인 교보생명에서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지원에 나섰다.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 구조 전반이 조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도매상들도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다. 책을 펴내도 독자들에게 자연스레 알릴 공간이 줄어들고 있어서 출판사들 시름이 무척 크다. 오프라인 서점이 살아남을 길은 없는 것일까. 바다 건너 일본 쓰타야 서점의 대응이 눈에 띈다. ‘동양경제’ 최신호에 따르면 최근 이 서점은 평균 40%에 이르는 서적 반품률을 10%까지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서점 입지, 상권 데이터, 장르별 판매 정보 등을 분석한 뒤 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책을 주문해 서적 배본을 최적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쓰타야의 도쿄 바지코엔점에서는 2019년부터 신간 주문 부수를 30% 정도 삭감하는 대신에 데이터를 분석해 장르별로 최적의 진열 방법을 도출해 재고 판매를 늘리는 전략을 실행했다. 가령 경제경영 서적은 세로로 진열해 많은 책을 들여놓는 것보다, 종수를 줄이더라도 표지를 노출해서 진열함으로써 매출을 극대화하는 식이었다. 인공지능을 도입한 이러한 혁신적 판매 관리 시스템을 통해 쓰타야는 전국 평균 36%에 달했던 반품률을 17.5%로 줄이면서 매출액은 10% 늘리는 데 성공했다. 반품이 줄면 출판사 역시 판매 부수 산출이 정확해져 필요 없는 책을 추가로 인쇄하지 않게 된다. 반품 수수료, 창고 관리비, 서적 폐기비 등도 절감할 수 있다. 쓰타야는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판매 최적화가 위탁 배본 축소에 따른 출판사의 기회 손실보다 업계 전체에 더 큰 이익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서점 직원의 ‘감’에서 과학적 ‘데이터’로 이행함으로써 출판사와 서점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낸 것이다. 일본의 다른 서점이나 도매상도 인공지능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대형서점 마루젠은 고단샤, 슈에이샤, 쇼카쿠칸 등 출판사와 함께 인공지능을 활용한 유통 최적화를 목표로 합자 회사 설립 논의를 시작했다. 일본 2위 도매상 도한도 준쿠도, 분교도 등 대형 체인 서점을 계열사로 거느린 다이닛폰인쇄와 제휴해 반품률 삭감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최근 서점 불황에도 쓰타야는 전국 지점을 2010년 596곳에서 2020년 770곳까지 늘리는 등 성장을 거듭했다. 독자 취향을 데이터로 분석해 판매에 반영하는 전략 덕분이다. 서점의 미래는 인테리어 개선이 아니라 이처럼 데이터 혁신에 달려 있다. 한국 출판은 아직 데이터 없는 ‘깜깜이’ 세상에서 ‘감’에 의존해 헤매는 중이다. 이달 초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 가동되기 시작했으나, 데이터 주도권을 쥐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어긋난 정책 탓에 출판계 협력을 충분히 얻지 못해 아직 빠르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돌고래 [김유민의 돋보기]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돌고래 [김유민의 돋보기]

    제주 마린파크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돌고래 ‘화순이’가 최근 콘크리트 수조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8월 안덕이를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달콩이’, 지난 3월 ‘낙원이’가 숨을 거뒀다. 비좁은 수조에 갇힌 채 포획 트라우마와 감금 스트레스로 고통받던 돌고래들이 죽어나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화순이 역시 잔인한 포획으로 악명 높은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 마을에서 잡혀 한국으로 수입됐고, 죽기 직전까지 돌고래 체험에 이용됐다. 친구들의 죽음을 지켜본 화순이 역시 건강 상태가 좋지 못했다. 심한 스트레스로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고 수면 위에 멍하게 둥둥 떠 있거나 비슷한 동작을 반복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마지막 남은 돌고래 화순이의 방류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지만 끝내 화순이는 바다로 돌아가지 못했다. 좁은 수조에 갇혀 지내며 원치 않는 공연과 접촉에 동원되는 삶, 돌고래는 평균 수명의 3분의1도 살지 못하고 싸늘하게 식어 가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국내 고래류 감금 시설 7곳에 갇혀 있는 고래류는 총 26마리다. 여전히 많은 돌고래가 전시·공연·체험이라는 명분 아래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하루 100㎞가량을 유영하는 돌고래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조의 크기가 최소 직경 20∼30㎞ 정도는 돼야 하고, 반사 소음에 시달리지 않게 최첨단 재질로 만들어야 하지만 국내에는 이런 수족관을 갖춘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제주 지역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또 다른 죽음이 반복되기 전에 제주도 내 2곳의 고래류 감금시설 돌고래 8마리를 포함해 전국에 감금된 돌고래와 벨루가를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 정부는 더이상 위기에 처한 해양동물들을 외면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고래류 보호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매우 좋은 정책이다. 고래 한 마리는 일생 동안 평균 33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수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살아가는 동안 탄소를 축적하고, 자연사한 이후에도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수백 년간 대기로 방출하지 않는다. 바닷속 고래의 활동으로 식물성 플랑크톤이 1%만 증가해도 연간 2억t의 이산화탄소가 포집된다. 이는 20억개의 나무가 출현한 것과 같은 효과이며 과학자들이 고래 보호를 기후 위기의 최고 어젠다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안전한 곳에서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도록 보호구역을 만들어 안식처를 만들어 줄 때다. 야생의 환경에 바다쉼터를 조성한 아이슬란드와 캐나다, 인도네시아가 그 예다. 해양보호구역 선정과 바다쉼터 조성이야말로 미래 세대가 바다에서 헤엄치는 돌고래를 만나고, 나아가 기후위기로부터 인류를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체험이라는 구실로 생명을 죽음으로 내몰고, 생태계를 위협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시간이 많지 않다.
  • 美사막에 서울 크기 친환경 신도시 추진

    美사막에 서울 크기 친환경 신도시 추진

    월마트 임원 출신인 억만장자 마크 로어가 미국 사막 지역에 4000억 달러(약 460조원)를 들여 500만명을 수용할 민간 주도 친환경 신도시 ‘텔로사’(Telosa) 조감도를 공개했다고 CNN이 지난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어는 제트닷컴을 설립해 월마트에 판 뒤 2016년 월마트 미국 전자상거래 부문 대표로 일했다. 올 초 퇴사하면서 ‘미래의 도시’ 구상을 밝힌 데 이어 이번에 “도쿄만큼 청결하고, 뉴욕만큼 다양하며, 스톡홀름만큼 사회안전망이 갖춰진 도시를 건설하겠다”며 실행 계획을 밝혔다. 완공되면 607㎢로 서울(605.2㎢)과 비슷한 면적일 이 도시는 건물 내 저수지, 수경 재배농장, 태양광 발전 지붕을 갖춘 고층 건물인 ‘이퀴티즘 타워’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네바다, 유타, 아이다호, 애리조나, 텍사스주, 애팔래치아의 척박한 지역 중 한 곳에 들어설 이 도시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자족도시를 목표로 삼고 있다.
  • 들었다 놨다… 깊어진 조성진의 쇼팽

    들었다 놨다… 깊어진 조성진의 쇼팽

    다시 쇼팽으로 돌아온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무대는 깊은 바다 같았다. 일렁이는 물결이 마음을 간질이다가도 강한 파도로 휩쓸어 심연으로 파고들도록 이끌었다. 시간의 흐름으로 무르익었다 하기엔 감정의 폭이 무척 넓다. 한참 뜨겁다가도 이내 냉정을 찾듯 절제된 선율과 발랄했다가도 묵직한 힘이 실린 타건이 넘실거렸다. 조성진은 지난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쇼팽 스케르초 전곡으로 자신의 귀환을 알렸다.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 다음해 도이치 그라모폰(DG) 데뷔 앨범으로 쇼팽을 노래한 뒤 5년 만이다.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각인되는 걸 원하지 않아서 의식적으로 쇼팽을 녹음하지 않았다”면서도 “5년쯤 지나면 이제 다시 해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 완벽히 계산이라도 한 듯한 연주였다. 쇼팽 콩쿠르 세미파이널에서도 충분히 에너지 가득한 스케르초 2번을 선보였지만, 거기에 지난 5년 시간을 한층 깊이 입혔다. 섬세한 드뷔시(2017), 생기 있는 모차르트(2018), 슈베르트, 베르그, 리스트(2020)로 더한 화려함이 변화무쌍한 스케르초를 풀어냈다. 정작 조성진은 “쇼팽을 다르게 연주하려고 한 적은 없다”면서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다만 “거울로 보는 제 얼굴은 늘 똑같아 보이는데, 남들은 늙었다고 하는 것처럼 연주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의 바다는 쇼팽뿐 아니라 스케르초에 앞서 1부에서 선보인 야나체크와 라벨부터 남달랐다. 야나체크가 1905년 10월 1일 체코 한 대학에서 시위 중 총검으로 사살당한 노동자를 기리고자 쓴 작품을 맨 앞에 걸었다. 서정적인 선율은 피아니시시모(ppp)까지 여려지며 깊은 슬픔과 우울을 노래하다 포르테시시모(fff)까지 거친 한탄을 내뱉는다. 조성진이 “테크닉으로 어려운 곡으로 유명해 음악적인 특별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도 있는 것 같은데 이 곡은 음악적으로도 거의 완벽한 곡”이라고 소개한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는 그의 완벽한 무결점 연주의 정수를 제대로 보여 준다. 물방울을 튀기듯 영롱한 ‘옹딘’(물의 요정) 첫 선율부터 ‘교수대’, ‘스카르보’로 이어지는 여정을 진중하게 이어 갔다. 모든 연주를 마친 뒤 객석에 선물한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 쇼팽의 에튀드 중 ‘혁명’이 이날 무대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다시 드러냈다. “제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좋은 연주를 하는 게 저에게 많은 행복을 주는 것 같다”고 한 그의 말처럼 한층 그의 뜨거워진 에너지를 나눈 객석에서도 행복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 바다 쓰레기, 작품이 되다

    바다 쓰레기, 작품이 되다

    미국 현대미술가 마크 디온은 지난 8월 한국 민간환경단체, 공공기관과 협업해 남해안과 서해안 일대에서 해양 쓰레기를 주웠다. 플라스틱 부표, 어망, 유리병 등 해양 환경을 훼손하는 잔해물이 끝없이 나왔다. 그는 이렇게 수집한 쓰레기 일부를 박물관이나 과학 실험실에서 볼 법한 방식으로 진열장에 가지런히 배치해 ‘해양 폐기물 캐비닛’ 설치 작품을 완성했다. 자연과 환경을 주제로 작업하는 마크 디온의 국내 첫 개인전 ‘한국의 해양생물과 다른 기이한 이야기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개막했다. 그는 아마추어 생태학자이자 고고학자, 수집가로 전 세계를 탐험하며 환경 파괴, 동식물 멸종 위기를 유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작업 세계를 펼쳐 왔다. 캐비닛 연작은 1996년 독일의 발트해와 북해를 여행하며 수집한 오브제들을 진열한 데서 시작됐다. 이듬해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에서 수집한 사물을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선보였고, 1999년 영국 런던 템스강의 수집품을 모은 테이트모던 전시와 2000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확장 공사 현장에서 주운 오브제들을 진열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2년 전 갤러리의 전시 제안을 받고 한국 지도부터 펼쳐 봤다”면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여서 해양 문화에 특별히 관심을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반과 서랍 안에 정교하게 진열된 해양 쓰레기들은 생태계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인간의 손에서 태어났지만, 인류보다 더 오래가는 사물의 속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는 “폐기물로 인한 한국 해양의 문제는 미국이나 멕시코 등 다른 나라들과 유사하다”며 “인류가 하나의 바다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해양생물학자의 연구실을 연상케 하는 설치 작품 ‘한국의 해양생물’도 흥미롭다. 20세기 초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영감을 주고받으며 학문적 성과를 이루던 해양 선박연구실을 재현했다. 낡은 철제 캐비닛에는 다양한 해양생물 표본들이 놓였고, 여러 개의 작업대에는 해양생물을 기록하기 위한 그림 도구들이 자리잡고 있다. 작가는 황학동 풍물시장에서 세월의 흔적이 깃든 소품을 직접 구했고, 수산시장에서 해양생물을 구입해 표본으로 만들었다. 세밀화가 3명이 연구원처럼 해양생물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도 전시의 일부로 진행된다. 작가는 “작업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 지난 30여년간 내 작업의 핵심”이라면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관람하는 완성된 작품 이면에 어떤 과정이 있는지 직접 보고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선 해양생물의 행태를 기술한 대형 신작 드로잉 작품들과 해양 파괴로 인한 산호 백화현상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핏빛 산호’, 석유 화학물질인 타르를 뒤집어쓴 공룡과 황새 조각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오는 11월 7일까지.
  • 종 변화·다양성 예측… 박물관이 살아있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종 변화·다양성 예측… 박물관이 살아있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단순히 컬렉션만 있다고 해서 박물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자면 박물관의 영예란 오로지 거기에 보관된 인공물이라든지, 어떤 물건에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박물관을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요소이다.” 세계 3대 자연사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 런던 자연사 박물관 선임과학자이자 세계적인 고생물학자 리처드 포티 박사의 저서 ‘런던 자연사 박물관’을 시작하는 문장입니다. 박물관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것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보니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많은 사람이 박물관을 특정 주제에 따라 정리해 놓은 자료들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한 전시장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박물관은 전시만큼이나 연구 기능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미국 버몬트대, 예일대, 코네티컷대, 일리노이대, 뉴햄프셔대, 보스턴대, 코넬대, 스미소니언재단, 폴란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대, 독일 젠켄베르크 자연사박물관, 영국 요크대, 세인트앤드루스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루마니아 부카레스트 생물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박물관 소장품들을 이용해 자연에 있는 동식물들의 종(種) 변화와 다양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생태학 및 진화학 방법론’ 9월 8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작은 포유류, 어류, 곤충, 양서류 등 동식물 관련 140만건의 야생 관찰기록과 동식물 2만 2000종에 대한 7만 3000건의 박물관 자료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전 세계 박물관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되면서 외국 박물관 소장품까지 쉽게 검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이번 연구를 가능케 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연구팀은 특히 박물관 기록을 통한 예측 결과와 실제 야생 생물종이나 개체수를 쉽게 비교하기 위해 뉴햄프셔 벌, 노스캐롤라이나 나비, 카리브해 연안의 어류, 네바다 지역의 소형 포유류, 독일의 무척추 동물 등 전 세계 17종의 동식물에게 주목했습니다. 연구 결과 야생에서 보기 드문 종들은 박물관 소장품에도 많지 않았고 야생에서 흔한 종은 박물관 소장품에서도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박물관 소장품으로부터 야생의 종 다양성과 개체수를 추정할 수 있는 예측모델을 만들어 분석한 결과 정확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생물다양성 위기에 보다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과학 선진국들에서 과학관은 과학 대중화, 과학의 대중 인식에 있어서 중요한 장소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과학관이나 박물관이라고 하면 ‘아이들 학교 공부 때문에 몇 번 찾아가고 마는 곳’이라는 인식이 큽니다. 외국 과학관들은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도록 유인합니다. 그렇지만 한국 과학관들은 한두 번 방문하면 더이상 볼 것이 없어 아이들조차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과학관이 존재감 없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수장고에서 잠자는 수집품을 활용한 다채로운 전시를 기획하고 과학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연구지원 기능을 강화시키는 등 다양한 고민과 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고흥 농수산물 ‘아마존’ 상륙… ‘1·3·0 플랜’ 수확의 때가 왔다

    고흥 농수산물 ‘아마존’ 상륙… ‘1·3·0 플랜’ 수확의 때가 왔다

    전남 고흥군이 연간 예산 ‘1조원’ 시대에 성큼 다가섰다. 재정자립도가 7% 정도인 ‘군’ 단위 지자체의 지역 발전 및 주민 복지 예산이 1조원대를 바라본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엄청난 예산 확보는 더불어민주당 텃밭에서 무소속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송귀근 고흥군수의 ‘뚝심’ 때문으로 해석된다. 행정고시 출신의 초선인 송 군수는 변화와 개혁만이 고흥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며 민선 7기 군정 목표를 ‘미래비전 1·3·0 플랜’으로 정했다. 그러면서 농수축산업 발전과 관광 진흥, 인구 유치, 군민 소득에 이르기까지 분야별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래비전 1·3·0 플랜’은 2022년까지 예산 규모 1조원, 군민소득 3000만원 달성과 인구감소율 제로(0)의 지방자치단체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3년 동안 ‘1·3·0 플랜’ 달성을 위한 종합계획을 만들어 추진할 결과 하나씩 결실을 맺고 있다는 것이 송 군수의 설명이다. 송 군수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모두가 경제·사회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더 많은 결실을 거두도록 행정력을 모으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다음은 송 군수와의 일문일답.-고흥군의 재정자립도는 7% 전후인데 지난해 총예산은 8891억원으로 민선 7기 첫해인 2018년 말 예산 7020억원보다 1871억원이 늘어났다. 배경은. “2019년 역대 가장 많은 8078억원의 국·도비를 확보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7287억원의 국·도비를 받았다. 2년간 확보한 국·도비가 1조 5818억원으로 민선 6기 마지막 2년보다 4115억원을 더 많이 확보했다.” -구체적인 사업 예산은. “2019년 1100억원 규모의 스마트팜 혁신밸리사업을 포함해 2020년 460억원 규모의 고흥읍지구 풍수해 방지사업, 200억원 규모의 고흥읍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이 있다. 민선 7기 들어 153건 3688억원의 공모사업을 대거 유치해 고흥 발전의 토대를 마련해 가고 있다. 군민 소득과 관련해서는 고흥의 주력산업인 농수축산업과 관광업 소득 증대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취진하고 있다.” -농수축산업 부문에서 생산성 향상과 마케팅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농업 분야에서는 고흥의 대표 특산품인 유자·석류의 품질 향상과 판매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고흥 웰빙 유자·석류특구가 우수지역특구로 선정됐고 아열대 과수 재배를 통해 새로운 작목에 대한 경쟁력을 높여 나갔다. 2019년 유치한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사업은 2022년까지 4년간 고흥만 간척지 33㏊에 총사업비 11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이곳에 청년 보육시설, 임대형 스마트팜, 실증단지를 만들고 연계사업으로 주민참여형 온실 등을 조성한다.”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핵심사업은. “한마디로 ‘청년 창업농 육성’ 사업이다. 스마트팜 취·창업을 희망하는 만 18세 이상 40세 미만 청년을 대상으로 20개월간 농산물 재배 실습, 첨단장비 활용기술 습득, 농업경영 노하우 등을 교육해 전문 농업인으로 육성하게 된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전문인력과 연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마트팜 혁신밸리 안에 순천대와 공동으로 스마트 농업대학원인 ‘그랜드 ICT 연구센터’를 유치해 2027년까지 213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품질 좋은 농수축산물을 제값을 받고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확보했다던데.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국내 대형 슈퍼와 매년 100억원어치씩 판매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해외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일본, 중국, 동남아 지역은 물론 미국과 유럽 지역과도 수출협약을 맺었다. 또 세계적인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과 중국 온·오프라인 쇼핑몰에서도 고흥 농수산물이 판매되고 있다.” -인구소멸 문제가 큰 화두다. 군에서 추진 중인 성과를 소개한다면. “인구감소 해결을 위해 취임 후 전국 지자체 최초로 인구정책과를 신설해 청년들이 돌아오고,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다. 귀향·귀촌이 늘어나도록 ‘인구정책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2019년 9월 전국 최초로,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귀농·귀촌 행복학교’를 만들어 도시민들에게 사전 교육을 실시하고 숙박 장소도 제공해 주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청년들을 위한 행정은. “고흥 출신 청년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귀향 청년 유치에 중점을 둬 ‘내사랑 고흥기금’ 100억원 조성 목표로 이미 90억원을 조성했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귀향 청년·청년부부 정착금 지원, 취업·창업 지원, 가업승계 자금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지난 3년 동안 고흥으로 유입된 귀농·귀촌·귀향 인구는 8월 말 기준 4673명(3329가구)으로, 고흥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금산면의 인구수를 넘어섰다. 지난해 6월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 통계청이 공동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흥군이 2019년 도시민 귀향·귀촌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남은 임기 동인 ‘고흥 더하기’ 5대 정책을 중점 추진해 나간다는데 그 내용은. “첫째는 ‘소득 더하기’이다. 군민들의 실질소득을 높이기 위해 군민의 60%가 종사하고 있는 농수축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수산업 분야에서는 어촌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어촌뉴딜사업 및 제4차 도서종합 개발과 함께 해조류·패류 양식의 현대화 시설을 확대 지원할 것이다. 생산·가공과 유통·체험·관광을 연계한 6차 산업화를 추진,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둘째는 ‘매력 더하기’이다. 군민소득 증대에 보탬이 되는 관광정책을 실현하면서 고흥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어 나갈 것이다.” -‘매력 더하기’를 위해 관광지 개발에도 많은 계획이 있다고 하던데. “고흥에는 아름다운 산과 바다와 230개의 섬이 있어 풍광이 수려하고 볼거리가 많다. 우주발사전망대 인근에 모노레일과 스카이워크를 건설하고 팔영산과 봉래산 편백숲은 휴식과 건강에 도움이 되도록 누구나 와서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는 ‘힐링의 숲’으로 만들 계획이다. 남열 해수욕장은 남해안 최적의 서핑 장소로 알려져 있다. 고흥의 바닷가는 어디든지 바다낚시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서핑과 낚시 대회 개최 등 해양 레저 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해양관광도 활성화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져 군민소득 3000만원 시대를 열 것이다.”-남은 3가지 더하기 정책은. “셋째는 한층 더 촘촘하고 따뜻한 맞춤복지를 실현하는 ‘온기 더하기’이다. 넷째는 살기 좋은 정주 여건 조성과 고흥 인구감소율 제로화에 힘을 쏟는 ‘활력 더하기’다. 다섯째는 ‘믿음 더하기’다. 군민과 함께하고 군민에게 신뢰받는 행정을 펼친다는 것이다. 다양한 군민 소통 창구를 확대 운영하고 공직자의 친절과 청렴도를 향상시켜 투명하고 효율적인 행정으로 군민들에게 칭찬받는 고흥군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 송귀근 군수는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명지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제23회 행정고시 합격 ▲전남 고흥군 부군수 ▲행정자치부 자치제도과장 ▲광주광역시 기획관리실장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개발국장 ▲소방방재청 기획조정관 ▲행정안전부 조직정책관 ▲광주광역시 행정부시장 ▲제8대 국가기록원장
  • ‘다시 쇼팽’ 조성진, 냉정과 열정 오가며 거침없이 이끈 무대

    ‘다시 쇼팽’ 조성진, 냉정과 열정 오가며 거침없이 이끈 무대

    다시 쇼팽으로 돌아온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무대는 깊은 바다 같았다. 일렁이는 물결이 마음을 간질이다가도 강한 파도로 휩쓸어 심연으로 한없이 파고들도록 이끌었다. 시간의 흐름으로 무르익었다 하기엔 감정의 폭이 무척 넓다. 한참 뜨겁다가도 이내 냉정을 찾듯 절제된 선율과 발랄했다가도 묵직한 힘이 실린 타건이 넘실거렸다. 조성진은 지난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쇼팽 스케르초 전곡으로 자신의 귀환을 알렸다.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 다음해 도이치 그라모폰(DG) 데뷔 앨범으로 쇼팽을 노래한 뒤 5년 만이다.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각인되는 걸 원하지 않아서 의식적으로 쇼팽을 녹음하지 않았다”면서도 “5년쯤 지나면 이제 다시 해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 완벽히 계산이라도 한 듯한 연주였다. 쇼팽 콩쿠르 세미파이널에서도 충분히 에너지 가득한 스케르초 2번을 선보였지만, 거기에 지난 5년 시간을 한층 깊이 입혔다. 섬세한 드뷔시(2017), 생기 있는 모차르트(2018), 슈베르트, 베르그, 리스트(2020)로 더한 화려함이 변화무쌍한 스케르초를 풀어냈다.정작 조성진은 “쇼팽을 다르게 연주하려고 한 적은 없다”면서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다만 “거울로 보는 제 얼굴은 늘 똑같아 보이는데, 남들은 늙었다고 하는 것처럼 연주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콩쿠르 당시에는 조금 경직됐다면 그 이후부턴 좀더 자유롭게 제 음악을 할 수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의 바다는 쇼팽뿐 아니라 스케르초에 앞서 1부에서 선보인 야나체크와 라벨부터 남달랐다. 야나체크가 1905년 10월 1일 체코 한 대학에서 시위 중 총검으로 사살당한 노동자를 기리고자 쓴 작품을 맨 앞에 걸었다. 서정적인 선율은 피아니시시모(ppp)까지 여려지며 깊은 슬픔과 우울을 노래하다 포르테시시모(fff)까지 거친 한탄을 내뱉는다. “피아니스트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곡이지만 대중적으로는 잘 안 알려진 곡”을 소개하는 시간은 역시 거침이 없었다.조성진이 “테크닉으로 어려운 곡으로 유명해 음악적인 특별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도 있는 것 같은데 이 곡은 음악적으로도 거의 완벽한 곡”이라고 소개한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는 그의 완벽한 무결점 연주의 정수를 제대로 보여 준다. 물방울을 튀기듯 영롱한 ‘옹딘’(물의 요정) 첫 선율부터 ‘교수대’, ‘스카르보’로 이어지는 여정을 진중하게 이어 갔다. 최고 난이도를 자랑하는 기교가 화려한 ‘스카르보’에선 온 힘을 다해 건반의 양 극단을 오가며 괴기한 분위기마저 느끼게 했고 연주가 끝나자마자 몸을 일으켜 호흡을 할 때까지 기분좋은 긴장을 주었다. 모든 연주를 마친 뒤 객석에 선물한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 쇼팽의 에튀드 중 ‘혁명’이 이날 무대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다시 드러냈다. “제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좋은 연주를 하는 게 저에게 많은 행복을 주는 것 같다”고 한 그의 말처럼 한층 그의 뜨거워진 에너지를 나눈 객석에서도 행복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 터키 “아프간 포함 400만 난민 전원에 코로나 백신 접종 중”

    터키 “아프간 포함 400만 난민 전원에 코로나 백신 접종 중”

    “미등록 아프간 난민에도 백신 접종”아프간 난민 16만명, 미등록 15만명터키가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을 피해 국경을 넘어온 아프가니스탄 난민 16만명을 포함한 약 400만명에 달하는 난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등록 아프간 난민 15만명에게도 백신을 접종한다는 계획이다. 파흐레틴 코자 터키 보건부 장관은 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국에 등록된 모든 난민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자 장관은 “우리는 약 350만에서 400만명에 달하는 시리아 난민과 16만명에 달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1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미등록 아프간 난민에게도 그들이 확인될 경우 백신을 접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부에 따르면 터키 전체 인구 8300만명 가운데 약 5000만명이 1차례 이상 백신을 접종했으며, 이 가운데 3900만명은 2차 접종까지 마쳤다. 전날 기준 터키의 신규 확진자 수는 2만 962명,누적 확진자 수는 651만 9016명으로 집계됐다.터키 “올해 불법 이주민 절반이 아프간”9만 5000명 중 4만 98명이 아프간 한편 터키 당국이 올해 들어서만 약 9만 5000명의 불법 이주민을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마일 차타클르 터키 내무부 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초부터 9만 4915명의 불법 이주민을 억류하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4만 98명이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라고 밝혔다. 차타클르 차관은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대규모 이주민이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불안정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탈레반이 아프간 대부분을 장악하면서 탈레반을 피해 고국을 떠난 난민들이 유럽으로 가기 위해 터키에 밀려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불가리아·그리스와 국경을 접한 터키는 유럽행을 바라는 이주민의 주요 경유지다. 시리아·아프간 등에서 출발한 이주민 대부분은 터키 당국에 난민 신청을 하지 않는다. 대신 터키 북서부 에디르네 지방을 거쳐 육로로 그리스에 들어가거나 그리스와 터키 사이 바다인 에게해를 통해 그리스 해안에 상륙하는 루트를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이주민이 고무보트 등에 의지해 바다를 건너다 목숨을 잃거나,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돼 본국으로 송환되는 처지에 놓인다.
  • [포토] 물바다로 변한 중국 다저우 거리

    [포토] 물바다로 변한 중국 다저우 거리

    6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다저우시 거리가 폭우로 인근 취장강이 범람하면서 물바다로 변해 있다. 다저우시 구조대는 홍수로 고립된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AFP 연합뉴스
  • 보물섬 남해에 산토리니풍 바다정원 조성

    보물섬 남해에 산토리니풍 바다정원 조성

    경남 남해군은 이동면 석평리 해안도로변 바닷가에 그리스 산토리니풍 포토존과 각종 편의시설 등이 어우러진 ‘남해 바다정원’을 조성한다고 7일 밝혔다.‘남해 바다정원’ 조성 사업은 생활권 지역에 실외정원을 조성해 정원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산림청 공모사업에 선정돼 추진되는 사업이다. 남해군은 바다와 인접한 이동면 석평리 해안도로변에 국비 등 모두 5억원을 들여 공원을 조성한다. 지난 3월 실시설계용역을 시작해 한국수목원관리원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이달 공사를 시작한다. 올해안에 준공할 계획이다. 남해 바다정원에는 교목과 관목, 다년생 초화류 등 모두 1만 9000여 그루를 심는다. 산토리니풍 포토존을 비롯해 주차장, 산책로, 야외테이블, 파고라, 벤치 등 편의시설을 설치한다. 남해군 산림공원과 관계자는 “2022 남해방문의 해를 앞두고 아름다운 보물섬 남해군 해안도로변에 이국적인 포토존 등을 갖춘 실외정원을 조성해 관광지를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 [우주를 보다] 中 화성 탐사로버 주룽이 보낸 화성의 파노라마 사진

    [우주를 보다] 中 화성 탐사로버 주룽이 보낸 화성의 파노라마 사진

    중국의 첫 화성 탐사로버 ‘주룽’이 약 100일간의 임무를 마치기 직전에 촬영한 화성의 파노라마 사진이 공개됐다. 중국국가항천국(CNSA)이 공개한 이미지는 주룽이 화성 표면에 내린 뒤 붉은 화성의 토양과 먼지가 자욱한 화성의 대기를 시원한 화각으로 생생하게 담고 있다. 탐사로버에 장착된 태양 전지판과 안테나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또 주룽이 지난 5월 15일 화성에 내렸을 당시, 착륙 장치의 잔해의 모습도 희미하게 확인할 수 있다.해당 사진은 주룽 화성 유토피아 평원 남부에서 촬영한 것으로, 주룽은 이 지역 일대에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 왔다. 유토피아 평원은 과거 화성의 바다였던 곳으로, 생명체의 흔적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꼽혀왔다. 특히 주룽의 탐사 지점은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해안가였던 것으로 CNSA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하는 중량 240㎏의 주룽은 내장된 카메라로 지형 정보를 파악한 뒤 이동 경로와 탐사목표를 설정했고, 지하 얼음층의 존재 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해 레이더로 지표 아래 데이터를 수집했다.또 기상관측기기로 화성의 기온·기압·풍속·풍향 자료를 모으고, 지표성분 탐지기와 자기장 탐지기, 멀티스펙트럼 카메라 등을 통한 관측 활동도 했다. 주룽은 이 과정에서 착륙지점으로부터 남쪽으로 1064m 떨어진 지대까지 이동했고, 하루 한 번씩 사진과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했다. 주룽이 탐사작업을 하는 동안 톈원 1호 궤도선은 화성 궤도에서 지구로 통신을 중계하는 역할을 했다. CNSA는 9월 중순부터 10월 하순까지 화성과 지구가 태양과 일직선상에 놓임에 따라, 약 50일간 태양 전자기 방사선의 영향으로 통신 중계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기간동안 주룽과 톈원 1호는 모두 안전모드에 들어가고 탐사 활동을 멈춘다. 이후 다시 활동을 시작할 주룽과 톈원 1호는 채취한 화성의 토양을 가지고 2030년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한편 중국의 우주선이 화성 궤도에 진입한 것은 미국과 옛 소련, 유럽우주국(ESA), 인도, UAE에 이어 여섯 번째다. 중국이 화성 탐사선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며, 화성에서 성공적으로 탐사선을 운용하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 유일하다.
  • 영양실조 걸린 잠수 못하는 바다거북 구조…원인은 플라스틱 쓰레기

    영양실조 걸린 잠수 못하는 바다거북 구조…원인은 플라스틱 쓰레기

    잠수하지 못하고 표류하던 바다거북들이 잇따라 남미 칠레에서 구조됐다. 바다 속으로 내려가지 못하는 바다거북들은 한동안 먹지를 못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였다. 4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잠수하지 못하는 첫 번째 바다거북은 지난달 16일 라침바 바다에서 발견돼 구조됐다. 잠수하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다 바위나 선박과 충돌한 듯 거북의 등에는 금이 간 상태였다. 2주 후 무니시팔 바다에선 또 다른 바다거북이 비슷한 상태로 발견됐다. 이 바다거북 역시 잠수하지 못하고 수면 위로 떠오른 채 헤엄치고 다니다 구조됐다. 두 번째로 발견된 바다거북도 한쪽으로 등껍질 일부가 깨져나가 있었다. 두 마리 바다거북은 모두 '올리브각시 바다거북'(학명 Lepidochelysolivacea)이었다. 종이 같은 데다 상태마저 비슷해 2마리 바다거북엔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알고 보니 2마리 바다거북을 이 지경으로 만든 건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두 마리 거북을 돌보고 있는 칠레 안토파가르타대학 야생동물구조재환센터에 따르면 이는 이른바 '부표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부표증후군이란 잠수해야 할 해양동물이 잠수능력을 상실하고 수면 위에만 떠 있는 증상을 일컫는다. 이런 증상을 유발한 건 플라스틱 쓰레기다. 야생동물구조재환센터는 "거북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오인해 자주 먹게 되면 소화관에 가스가 발생하게 된다"며 "이런 상태가 장기화하면 잠수능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구조된 바다거북들의 배변에선 플라스틱 빨대가 여럿 나왔다. 야생동물구조재환센터는 "잠수하지 못하는 바다거북은 먹이를 먹을 수 없어 영양실조에 걸리기 십상"이라며 "수면 위로만 다니다 보면 충돌사고의 위험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구조된 2마리 바다거북의 등껍질에 금이 가거나 부분적 훼손이 발생한 것도 결국은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 탓이라는 설명이다. 센터는 바닷물을 채운 수영장에 2마리 바다거북을 풀어놓고 치료 중이다. 제대로 먹지 못하는 거북들을 위해 생선을 갈아 관을 통해 영양을 공급하고 있다. 센터는 거북들이 플라스틱에 '중독'된 것으로 보고 항생제와 항염증제도 꾸준하게 복용하고 있다. 관계자는 "일단 치료에 대한 거북들의 반응은 좋아 회복이 기대되지만 건강을 회복하고 바다로 돌아가기까진 몇 개월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 [한인식의 슬기로운 과학생활] 과학에서도 작명이 중요한 이유/기초과학연구원 희귀핵연구단장

    [한인식의 슬기로운 과학생활] 과학에서도 작명이 중요한 이유/기초과학연구원 희귀핵연구단장

    우리에게는 각자의 정해진 이름이 있다. 때로는 이름으로 인해 인생이 바뀔 수도 있을 만큼 중요하다고 믿었기에 부모들은 자식이 태어나면 작명에 엄청난 공을 들이기도 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물건이나 건물, 작품, 지형, 사건, 심지어 새로운 과학적 발견에도 작명이 매우 중요하다.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동해의 영문 명칭을 ‘East Sea’라고 하지 말고 처음부터 ‘East Sea of Korea’ 또는 ‘Sea of Korea’라고 정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외국 사람들에게 동해를 ‘East Sea’와 ‘Sea of Japan’ 중에서 하나를 정하라고 하면 아무래도 ‘East Sea’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동쪽에 바다를 두고 있는 나라들이 많은 상황에서 구체성이 부족한 ‘East Sea’라는 이름은 설득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반도 서해의 영문명은 ‘West Sea’가 아니고 중국 황하강의 영향을 받아서 명명한 것으로 보이는 ‘Yellow Sea’로 표기하는 점도 함께 생각해 봐야 한다. 물리학은 가장 작은 것에서부터 가장 큰 우주까지를 다루는 학문이다. 질량을 가진 모든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는 쿼크와 경입자이다. 경입자는 6가지가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전자가 이에 속한다. 쿼크라는 초소립자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성하는 기본입자인데 이 또한 6가지로 다양하다. 쿼크는 어떻게 명명됐을까? 쿼크라는 이름은 미국 물리학자 머리 겔만이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피네간의 경야’에 나오는 단어를 빌려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설에는 ‘Three quarks for Muster Mark’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양성자와 중성자가 3개의 기본입자로 돼 있다는 것에 착안해 이 쿼크라는 단어를 가져다 사용한 것이다. 문학작품도 종종 과학에 좋은 영감을 주거나 창의적인 이름을 짓는 단서가 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우주의 기원을 보통 빅뱅이라고 하는데 ‘뱅’은 무엇인가 터질 때 나오는 의성어로 우리말의 ‘펑’ 또는 ‘쾅’과 비슷하다. 과학적인 용어를 ‘대폭발’이 아닌 ‘빅뱅’이라고 명명한 것이 조금 의아하다. 이는 물리학자 프레드 호일이 1949년 BBC 방송에 출연해 언급한 것에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우주는 과거와 비교해서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정상우주론이 대세였다. 방송에서 호일은 정상우주론을 설명하고 일부 학자의 우주폭발설을 조롱하면서 ‘우주가 어느 날 갑자기 ‘쾅!’(big bang)하고 대폭발했다는 것이 말이 되나’라고 한 것에서 비롯됐다. 지금은 138억년 전 대폭발로 인해 우주가 시작됐다는 빅뱅우주론이 정설이 됐고, 덕분에 빅뱅이란 절묘한 용어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대전 신동 지역에 한국형 중이온가속기를 건설 중인데 이름이 ‘라온’(RAON)이다. 공모로 결정했지만 당시 필자를 포함한 몇몇 연구자들에게는 라온이라는 명칭이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순우리말로 ‘즐거운’을 뜻하는 좋은 단어이지만 가속기나 관련 연구에는 맥락이 닿지 않는 데다 형용사여서 대형 과학프로젝트명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 조만간 중이온가속기 건설 구축 사업이 종료되면 연구소로 바뀌는데, 이때는 연구소 이름을 좀더 의미 있고 어울리게 붙였으면 한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구절이 있다. 불러 주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듯이 어떤 이름으로 불러 주는지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 [요즘 과학 따라잡기] 과학수사와 비슷한 해양연구/김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생물은 살아가는 동안 다양한 형태로 서식환경에 흔적을 남긴다. 이 흔적 중 하나가 생물 유전자 정보인 DNA이다. 이를 환경DNA(eDNA)라고 하는데 생물이 살고 있는 강, 바다, 육상, 지하는 물론 이들이 떠난 자리에도 존재한다. 비교적 안정적인 화학구조로 인해 네안데르탈인 화석의 DNA 추출에 성공해 이들의 유전적 특징이 규명됐다. 전통적 해양생태계 연구의 시작은 수집한 실물표본의 형태형질 차이를 이용한 종 동정이다. 이 방법은 보호종이나 희귀생물탐사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표본의 종류에 따라 적용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은 해양생물이 해수, 퇴적토, 암반 등의 다양한 서식환경에 남겨 놓은 eDNA를 수집해 분석하는 것이다. eDNA 분석 방법은 생명체 고유의 종간·종내 유전적 차이를 이용한다. 과학수사에서 DNA를 지문처럼 활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해양 eDNA 활용 분야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해양포유류, 갑각류, 연체동물 등 다양한 생물군은 물론 직접 채집하지 않아도 수심 수천m의 해수에 포함된 대형 해양동물에 대한 조사가 가능하다. 최근 eDNA를 이용해 어류의 양적 탐사도 시도하고 있다. 생물이 많으면 이들이 서식환경에 배출한 흔적에 포함된 eDNA도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해양생물의 흔적을 이용한 eDNA는 다양한 생물군에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양생태계 연구의 큰 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 파도에 부서지는 삶일지라도 처절하도록 뜨거운 ‘만선의 꿈’

    파도에 부서지는 삶일지라도 처절하도록 뜨거운 ‘만선의 꿈’

    철썩 처얼썩, 파도 소리가 멀리서 끝없이 이어지는 경사진 무대부터 압도적이다. 슬레이트 지붕이 얹힌 양철집은 위태롭기까지 하다. 그곳에서 처절하게 삶을 이어 가는 곰치네 가족의 시간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잠시 이것이 무대라는 걸 잊는다. 국립극단이 창단 7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으로 지난 3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린 ‘만선’은 1960년대 남해의 한 어촌을 배경으로 평생 그물질을 하며 살아온 뱃사람 곰치네 가족에게 일어나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천승세 작가의 1964년 국립극장 희곡 현상공모 당선작으로 같은 해 7월 초연돼 제1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현 백상예술대상)에서 천 작가에게 신인상을 안겼다. 산업화 그늘에 가려져 있던 서민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린 우리나라 사실주의 연극의 대표작으로도 꼽힌다. 이원경, 차범석, 임영웅 등 국내 1세대 연출가들의 조연출로 경험을 쌓은 심재찬 연출이 작품을 이끌었다. 그에게 가장 익숙한 방식이면서도 오랜만에 돌아온 연출작이기도 하다. 연출가가 다시 자신의 근본으로 돌아가듯 작품도 마치 요즘 관객들에게 “사실주의란 이런 것”이라고 알려 주는 교과서처럼 빚어냈다. 어느 날 곰치는 부서(보구치) 떼를 가득 잡아 자신 있게 만선으로 돌아오지만 뭍에 돌아오자마자 잡은 물고기를 모두 선주에게 넘겨야 했고, 급기야 남은 빚까지 갚지 않으면 배를 내어 주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듣는다. 또 다른 선주 범쇠는 곰치의 딸 슬슬이를 주면 빚을 갚아 주겠다며 가족을 압박한다.“손에서 그물을 놓는 날은 차라리 배를 가르는 날”이라는 곰치는 억척스럽게 바다로 향한다. 대대로 “만선이 아니면 돌아오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고 자란 평생 뱃사람이다. 그러나 곰치의 아내 구포댁은 벌써 자식 셋을 바다에서 잃고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굴레를 벗어나 뭍에서 마음 편히 살자고 애원한다. 하지만 당장 부서 떼가 있는 바다에 나가야 한다는 마음에 곰치는 아들 도삼과 딸의 연인 연철과 바다로 나간다. 정수를 떠 놓고 밤새도록 비는 구포댁 뒤로 무대 위에선 폭풍우 같은 비가 거칠게 쏟아지며 또 한 번 바다가 삼킬 시련을 예고한다. 이태섭 무대디자이너의 실감 나는 무대 위에서 위태롭고 애처로운 삶을 잇는 정석 같은 연기도 볼만하다. 김명수(곰치), 정경순(구포댁)을 중심으로 김재건, 정상철 등 과거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던 원로 배우들과 이상홍, 김명기, 송석근, 김예림 등 현 시즌 단원들이 함께 세대를 초월한 합을 선보인다. 1960년대 한 바닷가 마을 속 처절한 이야기는 지금 객석에도 와닿는 부분들이 많다. 아버지뻘보다 더 되는 범쇠의 청혼에 저항하는 슬슬이는 주어진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주도해 가는 요즘 여성상을 덧댔다. 자본주의의 수탈 속에서도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도 낯설지 않다. 무엇보다 서로 극단에 놓였지만 곰치와 구포댁 등 각자가 지닌 뜨겁고 절실한 삶의 의지는 용기가 되기도 한다. 공연은 오는 19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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