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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나는 여름”…글로벌 ‘보령머드축제’ 24일 개막

    “신나는 여름”…글로벌 ‘보령머드축제’ 24일 개막

    17일간 대천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려축제 콘텐츠 확대·야간 프로그램 강화 글로벌 여름 축제인 ‘충남 보령 머드축제’가 24일부터 8월 9일까지 대천해수욕장과 머드엑스포광장 일원에서 열린다. 20일 보령시에 따르면 올해 ‘제29회 보령머드축제’는 머드체험존, 머드몹신 등 온몸으로 즐기는 생생한 머드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머드엑스포광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머드 체험존은 일반존·패밀리존·어린이 맞춤형 워터파크존 등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됐다. 올해 축제는 셀프머드마사지를 할 수 있도록 머드광장 내 셀프마사지통 20기를 배치한 머드캐스크존을 신설 운영한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머드 체험이 가능한 머드 인피니티풀도 함께 조성했다. 축제 기간 낮의 에너지를 밤까지 이어가기 위한 야간 콘텐츠가 확대됐다. 해변에서 펼쳐지는 ‘머드온더비치’는 EDM, DJ 쇼 등이 펼쳐진다. ‘드론라이트쇼’, ‘K-힙합 페스티벌’, ‘8090 나이트쇼’ 등 세대 맞춤형 야간 공연이 마련된다. KBS K-POP 슈퍼라이브와 머드락페스타, 빅머드쇼, TV조선 슈퍼콘서트 등 공연도 예정됐다. 시는 축제 기간 △지역소비 촉진 할인쿠폰 △로컬배달존 △지역특산물 판매부스 등 지역 소비 연결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광객 유입이 곧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엄승용 시장은 “보령머드축제가 글로벌 문화콘텐츠로 발돋움하는 만큼 브랜드 가치와 축제 콘텐츠를 한층 강화해 풍성하게 준비했다”며 “머드라는 천연소재로 국내외 관광객이 함께 어울리고 시민 모두가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축제, 안전한 축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47세 여성 눈 속 파고든 ‘기생충’, 결국 눈꺼풀 꿰맸다…“출산 고통보다 더해”

    47세 여성 눈 속 파고든 ‘기생충’, 결국 눈꺼풀 꿰맸다…“출산 고통보다 더해”

    영국의 한 여성이 더러운 흙탕물에 빠진 뒤 콘택트렌즈를 낀 채로 얼굴을 씻었다가 기생충과 곰팡이균에 동시에 감염돼 시력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이 여성은 결국 각막에 구멍이 뚫려 눈꺼풀을 일시적으로 꿰매는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영국 랭커셔주 웨일리에 사는 전직 퍼스널 트레이너 에마 마스든(47)의 사연을 보도했다. 그는 마구간을 청소하던 중 흙탕물로 가득 찬 손수레에 얼굴부터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손과 얼굴을 대강 씻어내긴 했지만 눈에 착용하고 있던 콘택트렌즈는 그날 저녁에서야 뺐다. 나흘 뒤 눈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참기 힘든 통증과 함께 시야가 흐려졌다. 급히 병원을 찾은 그에게 담당 의사는 큰 종합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다. 정밀 검사 결과 마스든은 ‘가시아메바 각막염’ 진단을 받았다. 이는 각막에 기생충이 파고들어 발생하는 감염 질환이다. 의료진은 그가 콘택트렌즈를 낀 채 얼굴을 씻는 과정에서 수돗물에 있던 기생충이 눈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았다. 설상가상으로 흙과 진흙을 통해 옮은 곰팡이 감염인 ‘푸사리움 각막염’까지 동시 진단됐다. 가시아메바는 호수, 강, 바다는 물론 수돗물, 수영장, 온수 욕조, 흙 등에 흔히 존재하는 미생물이다. 그러나 각막에 침투하면 심각한 염증을 일으키며, 특히 콘택트렌즈 착용자에게 발병률이 높다. 마스든은 당시 상황에 대해 “다음 날 아침에는 빛이 조금만 닿아도 통증이 너무 심해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며 “세 아이를 낳았지만 출산은 이번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염증이 악화되면서 결국 그의 각막에는 구멍이 뚫렸다. 의료진은 상처 치유를 돕기 위해 오른쪽 눈꺼풀을 서로 꿰매어 붙이는 수술을 진행했다. 의료진은 향후 각막 이식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밝혔지만 기생충 문제로 인해 실제 이식까지는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태다. 현재 그는 매주 병원을 방문해 경과를 관찰하고 있으며 두 시간마다 여섯 차례씩 안약을 넣으며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마스든은 “콘택트렌즈를 낀 채 샤워를 하거나 수영을 하고, 세안을 하는 일상적인 행동이 이런 결과로 이어질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다른 이들에게 각별히 주의해서 콘텍트렌즈를 관리하라고 당부했다.
  • “23년 만에 병원 밖으로”… 교통약자 꿈 이뤄준 기아

    “23년 만에 병원 밖으로”… 교통약자 꿈 이뤄준 기아

    “언니, 여행 가면 어디로 가고 싶어?” “겨울 바다, 이 방이 통째로 움직였으면 좋겠다.” 23년째 호흡 보조 장치에 의존해 병원 침대 위에서만 지내온 김온유(38)씨에겐 의료 장비가 허락한 짧은 거리만이 세상의 전부였다. 하지만 김씨의 소망이 현실이 됐다. 기아의 차세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가운데 교통약자 특화 모델인 ‘PV5 WAV’를 통해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9일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 ‘더 무빙 룸’을 통해 김씨가 최근 가족과 함께 23년 만에 여행을 떠나는 여정을 담았다. 기아의 사회공헌사업 ‘초록여행’의 지원을 받은 김씨 가족은 의료진의 동행하에 PV5 WAV에 올라탔고, 김씨는 푸른 바다 앞에서 환호했다. 그는 “여행을 와 보니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 더 멀리, 더 많이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PV5 WAV의 기술로 가능했다. PV5는 휠체어 이용자가 후면 적재 공간이 아닌 측면 도어를 통해 승하차할 수 있게 설계돼 동승자와 동등한 탑승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우측 좌석을 접어 올려 휠체어 승객이 탑승하고 좌측 좌석에 동승자가 나란히 앉을 수 있는 ‘6대4 쿠션 팁업 시트’ 덕분에 김씨는 가족과 나란히 앉아 같은 창밖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생명줄인 산소발생기도 문제없었다. 전기차의 외부 전력 공급(V2L) 기능 덕분에 이동 중에도 의료 장비를 끊김 없이 구동할 수 있었다. 기아는 차량과 소프트웨어, 운영 서비스가 결합된 ‘통합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 대항해시대 위험 분산 위해 등장… 투자자 보호·시장질서 갖춘 금융제도로 발전

    대항해시대를 맞이한 유럽인들은 전에 없던 고민거리와 맞닥뜨렸다. 먼바다로 배를 띄워 교역을 하면 막대한 이익이 발생하지만 배가 침몰해 큰 손해를 볼 위험이 있었던 것이다. 단 한 번의 교역 실패로 패가망신하는 일을 막으려면 위험을 여러 사람이 나누어 부담해야 했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자본을 더 많이 끌어모아야 할 필요도 있었다. 주식회사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제도다. 1602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가 출범한 것이다. 물론 그 전에도 지분 투자의 개념은 존재했지만, 한 번의 항해가 끝나면 해산되었던 기존의 회사와 달리 동인도회사는 영속성을 유지했다. 투자자는 동인도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수익을 나눠 갖거나, 그 미래 수익을 기대하며 더 높은 가격으로 지분을 인수하고자 하는 이에게 지분을 팔 수 있었다. 그 거래가 이루어진 곳이 암스테르담의 증권거래소이며 오늘날 주식시장의 원형이다. 전에 없던 제도는 전에 없던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주식을 사면 가격이 오르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투기 열풍이 불어닥쳤던 것이다. 영국에서는 1720년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의 주가가 폭등했다가 붕괴하면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을 비롯해 수많은 투자자가 경제적 곤궁에 빠졌다. 네덜란드에서는 심지어 튤립 구근을 두고 투기가 벌어져 버블이 생기고 붕괴하면서 경제적 타격이 가해지기도 했다. 이렇게 축적된 역사적 교훈은 주식회사의 설립과 상장, 주식 매매에 대한 다양한 규제와 안전장치를 낳았다. 출자자가 무한책임 대신 투자한 액수만큼 책임을 지게 한 1855년 영국의 유한책임법(Limited Liability Act)이 대표적이다. 위험을 더욱 분산시켜서 더 많은 자본을 끌어올 수 있도록 제도가 진화한 것이다. 소유권과 자발적 거래 그리고 계약 이행이라는 세 원칙의 진화는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 “더러움, 돌연변이, 인간…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일까”

    “더러움, 돌연변이, 인간…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일까”

    이분법적 사고가 부른 혐오·차별코로나 때 느낀 감정 영상에 표현“죽을 때까지 영화를 만들고 싶어” 거대한 장벽으로 둘러싸인 가까운 미래의 통일 대한민국. 유전자 변이로 독성 물질을 분비하는 지느러미가 척추에 달린 돌연변이 인간 ‘오메가’들이 생겨난다. 인간들은 오메가를 감시하고 노동력을 착취한다. 눈치가 빠른 이들은 바로 알아챌 것이다. 오메가가 노예, 장애인, 외국인 등 혐오와 차별의 대상들에 대한 은유라는 것을. 저예산 SF 영화 ‘지느러미’는 그래서 묵직하게 다가온다. 오는 22일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에무시네마에서 서울신문과 최근 만난 박세영(30) 감독은 “코로나19 때 느꼈던 공포에서 영화가 출발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인간의 감시에서 벗어나 탈출한 한 오메가(고우)와 그를 뒤쫓는 신입 공무원 수진(김푸름), 오메가임을 숨기고 살아가는 낚시터 직원 미아(연예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속 배경인 통일 한국은 디스토피아적 분위기가 물씬 난다. 좁고 더러운 뒷골목, 삭막한 아스팔트 건물은 붉은 톤으로 그려 냈다. 여기에 오색 빛의 실내 낚시터를 강렬하게 대비시켰다. “나가는 것도 두렵고, 친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강렬한 경험이었다”고 밝힌 박 감독은 “코로나19 때 느낀 감정의 색깔은 어땠는지 돌이켜보고 영상 후반 작업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통제된 사회의 모습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떠올리게 한다. 바다가 오염되고 깨끗한 물이 부족한 사회다. 사람들은 씻지 못해 꾀죄죄하다. 도시 곳곳 모니터와 TV 화면에 ‘더러운 얼굴은 애국의 상징입니다’라는 문구가 연신 흘러나온다. 이런 사회에서 서로를 쫓고 의심하던 영화 속 인물들의 잘못된 판단은 끝내 비극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오메가가 정말로 인간에게 해로운 존재인가에 대해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관객들이 진실이 뭐고 거짓이 무엇인지 모르게 하고 싶었다”고 밝힌 박 감독은 “더러운 것에 대한 강박이 이분법적 사고를 불러오고, 결국 돌연변이가 태어난다. 따지고 보면 인간은 모두가 돌연변이가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번 영화는 박 감독 첫 장편 영화 ‘다섯 번째 흉추’(2022)에 이은 두 번째 장편이다. 첫 장편은 연인이 사랑을 나누던 매트리스에서 생겨난 곰팡이가 중고 거래로 여러 곳을 돌며 인간들의 감정을 먹고 하나의 생명체로 태어나는 내용을 초현실적으로 그렸다. 괴이하기 이를 데 없는 상상력, 특유의 미장센으로 박 감독에게 ‘한국의 차세대 시네아스트(영화 창작자)’라는 명칭이 붙었다. ‘지느러미’도 외국에서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제78회 로카르노영화제 신인 감독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한국 개봉 이후 유럽, 북미, 아시아, 중동 및 북아프리카 등에서 순차 개봉한다. 주목받는 신예지만 영화를 찍는 일이 여전히 쉽지 않다. 실력을 완전히 인정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지원금도 넉넉하지 않다. “죽을 때까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박 감독은 그래서 열심히 뛴다. 지난 4년 동안 단편과 장편 합해 모두 6편을 찍었다. 새 영화 ‘누가 내 십자가를 훔쳤어’도 촬영을 마치고 편집에 들어갔다. “도벽이 있는 한 인물이 십자가를 훔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라고 귀띔한 그는 “이번 영화는 유일하게 인간이 주인공”이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 “23년 만에 병원 밖으로”…교통약자 꿈 이뤄준 기아

    “23년 만에 병원 밖으로”…교통약자 꿈 이뤄준 기아

    “언니, 여행 가면 어디로 가고 싶어?” “겨울 바다, 이 방이 통째로 움직였으면 좋겠다.” 23년째 호흡 보조 장치에 의존해 병원 침대 위에서만 지내온 김온유(38) 씨에겐 의료 장비가 허락한 짧은 거리만이 세상의 전부였다. 하지만 김씨의 소망이 현실이 됐다. 기아의 차세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가운데 교통약자 특화 모델인 ‘PV5 WAV’를 통해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9일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 ‘더 무빙 룸’을 통해 김씨가 최근 가족과 함께 23년 만에 여행을 떠나는 여정을 담았다. 기아의 사회공헌사업 ‘초록여행’의 지원을 받은 김씨 가족은 의료진의 동행하에 PV5 WAV에 올라탔고, 김씨는 푸른 바다 앞에서 환호했다. 그는 “여행을 와 보니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 더 멀리, 더 많이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PV5 WAV의 기술로 가능했다. PV5는 휠체어 이용자가 후면 적재 공간이 아닌 측면 도어를 통해 승하차할 수 있게 설계돼 동승자와 동등한 탑승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우측 좌석을 접어 올려 휠체어 승객이 탑승하고 좌측 좌석에 동승자가 나란히 앉을 수 있는 ‘6대 4 쿠션 팁업 시트’ 덕분에 김씨는 가족과 나란히 앉아 같은 창밖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생명줄인 산소발생기도 문제없었다. 전기차의 외부 전력 공급(V2L) 기능 덕분에 이동 중에도 의료 장비를 끊김 없이 구동할 수 있었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병실’로 기능한 셈이다. 기아는 차량과 소프트웨어, 운영 서비스가 결합된 ‘통합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 푸틴, 러 바다라고 자랑했는데…우크라 드론, 아조우해·흑해서 총 172척 러 선박 공격 [핫이슈]

    푸틴, 러 바다라고 자랑했는데…우크라 드론, 아조우해·흑해서 총 172척 러 선박 공격 [핫이슈]

    우크라이나군이 흑해와 아조우해를 오가는 러시아 선박들을 또다시 드론으로 타격해 러시아의 해상 물류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그림자 선단과 연관된 선박 13척을 추가로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로베르트 브로브디 우크라이나 무인시스템군 사령관은 이날 “몰로치카 작전으로 명명된 이번 공격으로 지금까지 총 172척에 피해를 입혔다”면서 “13일 동안 아조우해에서 118척, 흑해에서 54척의 선박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몰로치카 작전은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을 무력화하기 위한 우크라이나군의 대규모 드론 공습을 말한다. 그림자 선단은 국제 사회 제재를 피하기 위해 불투명한 소유 구조를 가지고 공식적인 규제를 우회하여 운항하는 유조선과 화물선 집단을 말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돈줄이 막힌 러시아는 원유나 금지 품목을 이를 통해 실어 나르는데, 적어도 1000척 이상으로 추정된다. 브로브디 사령관은 “몰로치카 작전의 주요 목표는 국제 제재를 우회하여 석유, 연료 및 기타 화물을 운송하는 데 사용되는 러시아의 해상 물류를 마비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우크라이나가 연일 아조우해와 흑해를 은밀히 오가는 러시아 선박을 공격하는 이유는 해상 물류를 마비시키고 점령된 크림반도를 고립시키려는 의도다. 특히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아조우해가 사실상 러시아의 내해가 되었다며 자신의 치적을 자랑해왔으나 연이은 선박 피해로 그 공언이 무색해졌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언론인이자 군사 블로거 드미트로 카르펜코는 “아조우해는 크림반도에 이어 러시아의 두 번째로 큰 전리품이었다”면서 “이곳이 완전히 통제된 곳이라는 크렘린의 환상을 우크라이나군이 무너뜨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조우해는 케르치 해협을 통해 흑해와 연결되는 내해로, 크림반도 케르치항에는 원유 적재 시설이 있어 유조선들이 자주 정박하는 곳이다. 또한 이곳은 크림반도에 연료를 공급하는 핵심 수송로로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에 군 물자를 보급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여기에 아조우해는 러시아의 밀 수출에도 중요한 핵심 무역로 중 하나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으로 꼽히는 러시아의 밀 수출량 가운데 최대 4분의 1이 아조우해를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부산시, 동아대 석당박물관서 ‘도시 부산의 기억과 기록’ 전시

    부산시, 동아대 석당박물관서 ‘도시 부산의 기억과 기록’ 전시

    부산시는 다음 달 9일까지 동아대 석당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 ‘도시 부산의 기억과 기록’ 전시를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이 전시는 시와 사단법인 부산국제건축제조직위원회가 2025년부터 추진 중인 ‘부산 도시경관 기록화 사업’의 하나로 마련했다. 급변하는 부산의 도시 경관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보존해 시민과 나누기 위해서다. 전시는 그동안 축적한 도시경관 기록물을 선보이며 부산의 변화와 현재를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 장소인 동아대 석당박물관은 피란수도 시절 정부종합청사 역할을 한 곳으로 시가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곳이기도 하다. 전시는 도시경관 변화의 기록, 부산의 기억, 부산의 경관, 부산 사람, 부산의 변화, 부산의 비전 등을 주제로 운영한다. 전시에서는 2010년 기록사진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한 자료를 전시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부산의 변화를 보여준다. 또 부산의 역사와 문화유산, 산·강·바다와 어우러진 도시경관, 시민들의 삶과 일상, 주요 건축물과 도시기반시설, 미래 주요 개발사업 등을 담은 사진 약 400장을 선보인다. 오는 21일 석당박물관 세미나실에서는 오후 2시부터 시민 강연도 개최한다. 강연은 부산 도시경관의 역사와 정체성, 부산 수변 경관의 특성과 과제, 도시 부산의 기억과 기록을 주제로 전문가들이 진행한다. 강연 참가는 사전에 신청해야 하며 자세한 내용은 부산국제건축제 홈페이지(www.biacf.or.kr)에서 확인하면 된다.
  • 여수세계섬박람회, BS그룹과 공식 후원 협약 체결

    여수세계섬박람회, BS그룹과 공식 후원 협약 체결

    2026여수세계섬박람회조직위원회는 17일 박람회 개최 D-50 기념행사에서 건설·에너지 대표기업인 BS그룹과 공식 후원 협약을 체결하고 박람회 성공 개최를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서영학 여수시장, 박수관 조직위 공동위원장, 고형권 BS그룹 부회장이 참석해 섬박람회 성공 개최와 지역 상생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번 협약에 따라 BS그룹은 2026여수세계섬박람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2억 원을 후원하며 섬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해양·에너지 산업의 미래가치를 알리는 데 적극 협력할 예정이다. 친환경 에너지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BS그룹은 여수 묘도에서 LNG 허브 터미널 조성사업을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 LNG 허브 터미널은 국내 최초의 순수 상업용 LNG 터미널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LNG 저장·공급은 물론 국제 LNG 거래와 청정에너지 산업의 거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영학 여수시장은 “BS그룹의 뜻깊은 후원은 박람회 성공 개최는 물론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세계인이 함께하는 성공적인 섬박람회가 될 수 있도록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형권 BS그룹 부회장은 “여수에서 추진 중인 미래 에너지 사업과 2026여수세계섬박람회가 지향하는 가치가 깊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후원을 계기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성공적인 박람회 개최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는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라는 주제로 2026년 9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 2개월간 여수시 돌산 진모지구 일원에서 개최된다.
  • 독도에서 세계로…애니 ‘강치 아일랜드’ 넷플릭스 방영

    독도에서 세계로…애니 ‘강치 아일랜드’ 넷플릭스 방영

    경북도는 독도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강치 아일랜드’가 오는 8월 10일 글로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에 방영된다고 19일 밝혔다. 강치 아일랜드는 독도에서 출발해 더 넓은 바닷속 세계로 확장되는 해양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독도 앞바다 마법 학교에 다니는 초보 마법사 강치들이 바다를 지키는 대마법사로 성장해 가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독도를 문화적 스토리가 살아 숨 쉬는 친근한 섬으로 그려내며 미래 세대들에게 독도의 의미와 가치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도는 강치 아일랜드 시즌1 공개에 이어 오는 9월 시즌2를 넷플릭스에 선보일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는 시즌3 제작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또 해외 판권 계약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 “한국 군함 출동했다”…해적 잡는 청해부대, 호르무즈 향하는 날 오나 [배틀라인]

    “한국 군함 출동했다”…해적 잡는 청해부대, 호르무즈 향하는 날 오나 [배틀라인]

    [배틀라인 3줄 요약]● 아덴만 유조선 무단 승선 사건을 계기로 청해부대의 역할을 아덴만 대해적작전에서 호르무즈해협 해상안보까지 확대할지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부상했다.●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임무 변경에는 국회 동의와 함께 연합지휘체계, 교전규칙(ROE), 지원전력 등 군사·법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호르무즈 호위작전은 대해적작전과 요구 전력이 다른 만큼, 에너지·공급망 안보와 장병 안전, 대이란 외교를 함께 고려한 중장기 해양안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멘 앞바다 아덴만을 항해하던 유조선에 소말리아 해적으로 추정되는 무장세력이 승선해 한국 군함이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쯤 예멘 항구도시 알무칼라에서 약 65해리(약 120㎞) 떨어진 해역을 항해하던 탄자니아 선적 화학제품운반선 ‘아사나’호에 허가받지 않은 인원이 승선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영국 해상보안업체 앰브리는 선박이 발신한 조난 신호(SOS)에 대응해 한국 군함이 사건 해역으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함정이 아덴만에서 대해적작전을 수행하는 청해부대 48진 왕건함일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군 당국은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청해부대의 역할 범위를 둘러싼 논의를 다시 불러왔다. 청해부대가 처한 작전 환경은 2009년 첫 파병 당시보다 복잡해졌다. 국가 간 무력충돌과 비국가 무장세력의 공격, 조직범죄형 해적행위가 인접 해역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 해양안보 환경이 형성됐다. 한국이 중동 해상교통로 보호에 어느 수준까지 참여할지를 둘러싼 논의도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호르무즈는 에너지, 홍해·아덴만은 물류축호르무즈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LNG가 빠져나가는 에너지 수송의 병목이고, 아덴만과 바브엘만데브해협·홍해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물류축이다. 어느 한 곳에서 통항에 차질이 생겨도 국제유가와 해상보험료, 운임이 오르고 국내 에너지·물류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곧바로 정상화될지는 불확실하다. 후속 핵 협상이 난항을 겪거나 민간 선박 공격이 재발할 경우 통항 불안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미국이 전쟁 중단 이후 해협 안정화를 명분으로 동맹·우방국에 군사적 기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정부 “기여 검토”…임무 변경 땐 국회 동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전 초기부터 한국 등 에너지 수입국을 거론하며 호르무즈 통항 안정에 대한 기여 확대를 요구했다. 여기에 나무호 피격 사건으로 한국 선박의 안전 문제가 부각되면서 정부도 호르무즈해협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월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인 샹그릴라 대화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위한 여러 국제적 노력에 함께하고 있으며 국내법 등을 고려한 현실적 기여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청해부대의 임무나 파견 목적이 달라질 경우에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군 당국의 판단이다. 미국이 제안한 해양자유연합(MFC) 참여와 관련한 공식 추가 요청도 아직 없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호르무즈 작전, 대해적 임무와 차이문제는 호르무즈가 아덴만과는 전혀 다른 작전환경이라는 점이다. 아덴만의 대해적작전은 무단 승선 차단과 선박 검색·진압이 중심이다. 반면 호르무즈에서는 이란의 지대함미사일과 무인기, 무장 고속정, 기뢰에 대비해야 한다. 미·이란 간 교전 재개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같은 선박 보호 임무라도 필요한 전력과 교전규칙, 지휘체계가 다르다. 호르무즈 호송작전에는 공중감시·해상초계 및 군수지원, 기뢰대항전, 정보·감시·정찰, 항공·군수지원이 요구된다. 장기 전개를 위해서는 청해부대 함정 외에도 방공·기뢰대항·정보·지원전력과 교대·정비·탄약 보급체계를 갖춰야 한다. 아덴만의 작전 공백도 문제다. 이번 유조선 무단 승선 사건은 소말리아 해적 위협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청해부대를 호르무즈로 전환 배치하면 대해적작전과 우리 상선 보호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 아덴만 경계와 호르무즈 기여를 동시에 유지하려면 별도 함정과 지원전력 투입이 뒤따라야 한다. 연합작전 참여, 지휘체계·ROE가 관건청해부대가 다국적 연합해군과 정보 공유·훈련을 해왔다는 사실이 곧 호르무즈 전투 임무 참여를 뜻하지도 않는다. 실제 함정을 보낼 경우 어느 연합지휘체계에 편입할지, 임무를 상선 호위로 제한할지, 기뢰 제거와 정보수집까지 맡을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이란군이나 이슬람혁명수비대가 한국 함정을 위협할 경우 자위권을 어느 범위까지 행사할지도 교전규칙(ROE)에 명시해야 한다. 무력 사용 권한을 넓게 설정하면 한국군이 미·이란 무력충돌에 휘말릴 위험도 커진다. 연락장교 파견과 위협정보 공유, 해양상황인식(MDA) 지원 등 비전투 분야부터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호르무즈 기여 논의의 핵심은 파견 여부가 아니다. 한국군이 맡을 임무와 연합지휘체계, 교전규칙을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가 정책 결정의 출발점이다. 에너지 수송로 보호와 미·이란 군사대치 개입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향후 정부 판단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
  • “잊혀진 옛길, 문화로 되살린 사람”… 故 서명숙 이사장, 국민훈장 모란장 추서

    “잊혀진 옛길, 문화로 되살린 사람”… 故 서명숙 이사장, 국민훈장 모란장 추서

    “끊어진 길을 잇고 사라진 길을 되살렸습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지난 4월 7일 별세한 고(故) 서명숙 이사장이 국민훈장 모란장(2등급)을 추서받았다고 19일 밝혔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8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를 찾아 정부를 대표해 유가족에게 훈장을 전달한 뒤 “제주올레는 단순한 길이 아니라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며 걷기의 가치를 우리 사회에 확산시킨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지난 5월 고인의 49재를 맞아 많은 분들이 추모 걷기에 참여해 고인의 뜻을 기렸던 것처럼, 우리는 고인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제주올레가 고인이 남긴 뜻을 잘 이어가 달라”고 당부했다. 기자출신인 고인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받은 감동을 고향 제주에 옮겨왔다. 2007년 처음 문을 연 제주올레는 자동차와 속도의 시대에 ‘천천히 걷는 여행’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제안했다. 바다와 오름, 마을 골목을 잇는 길은 관광지가 아닌 삶의 풍경을 만나는 여행으로 자리 잡았고, 걷기는 소비가 아닌 사유의 방식이 됐다. 그리고 27코스 437㎞의 올레길은 치유의 길이 됐다. 정부는 이러한 공적을 높이 평가했다. 제주올레는 올해 6월까지 누적 탐방객 1340만명이 찾는 국내 대표 걷기 여행길로 성장했다. 자연과 여행자, 지역 주민이 공존하는 생태·문화 공간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운영 모델을 일본과 몽골 등 해외로 확산시키며 국제적인 걷기 여행 네트워크를 구축한 점도 인정받았다. 국민훈장은 국가 발전과 국민 복지 향상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정부 포상이다. 모두 5개 등급으로 나뉘며, 모란장은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이날 훈장 전수식에는 장남을 비롯한 유가족과 위성곤 제주도지사,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 제주올레 이사진이 참석해 고인의 삶을 함께 추모했다.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는 “고인은 생전 국민훈장 동백장을 비롯해 아쇼카 펠로우 선정 등 국내외에서 꾸준히 공로를 인정받았다”며 “끊어진 길을 잇고 사라진 길을 되살린 그의 철학은 오늘날 세계 트레일 문화가 지향하는 지속가능성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위성곤 제주지사는 앞서 최 장관과의 오찬 자리에서 2027년 개장 20주년을 맞는 제주올레길에는 생태예술 작품과 지역 이야기를 더해 걷기여행을 체류형 콘텐츠로 키우는 ‘제주올레 글로벌 생태 예술 트레일’ 구축 방안을 설명하고 국비 지원을 건의했다. 그는 SNS를 통해 “2007년 만드신 제주올레 덕분에 사람들은 제주의 오름과 숲을 걸으며 그 안에 깃든 삶과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이는 제주 관광의 방향을 바꾸었고, 제주의 관광문화 향상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면서 “고인이 남긴 길의 철학과 사람을 품는 가치를 제주가 소중히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 “한국 군함, 긴급 출동”…‘해적 승선’ 아덴만 유조선 SOS

    “한국 군함, 긴급 출동”…‘해적 승선’ 아덴만 유조선 SOS

    예멘 앞바다 아덴만을 항해하던 유조선에 무단 승선 사건이 발생해, 한국 군함으로 추정되는 전력이 사건 해역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해상안보에 긴장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쯤 예멘 항구도시 알무칼라에서 약 65해리(약 120㎞) 떨어진 해상에서 항해 중이던 화학 운반선 ‘아사나’호에 허가받지 않은 인원이 승선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영국 해상보안업체 앰브리(Ambrey)는 승선 세력을 소말리아 해적으로 추정하면서, 해당 유조선에는 민간 무장보안팀이 탑승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앰브리는 또 선박이 발신한 조난 신호(SOS)에 대응해 한국 군함이 사건 해역으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한국 해군 전력은 청해부대 48진 왕건함(DDH-Ⅱ·4400t급 구축함)인 만큼 관련 함정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국 군함의 실제 현장 도착 여부와 승선 세력의 정확한 신원, 인질 발생 여부, 방문·승선·수색·압류(VBSS) 작전 실시 여부 등은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중동 SLOC 복합 해양안보 위협이번 사건은 최근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여파 속에 중동 주요 해상교통로(SLOC·Sea Lines of Communication)를 둘러싼 안보 불안이 확대되는 가운데 발생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이어지고 있고, 홍해에서는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 위협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아덴만에서는 소말리아 해적 활동까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중동 해상교통망 전반이 새로운 불안 요인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해적 사건을 넘어 국가 행위자인 이란과 후티 세력, 비국가 행위자인 소말리아 해적이 동시에 해상교통로를 위협하는 복합 해양안보 환경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한국 청해부대 임무도 확대 양상청해부대는 2009년 파병 이후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 퇴치와 우리 선박 보호를 주임무로 수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를 포함한 중동 전역의 해상안보 환경이 악화하면서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를 넘어 중동 주요 해상교통로(SLOC)의 안전 확보에도 사실상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도 중동 해상교통로의 안정적인 유지가 세계 에너지 공급과 국제 물류에 직결된다는 판단 아래 해상 경계와 호송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 유네스코 자연유산을 걷고 바다를 품는다… ‘2026 지오페스타’ 산방산 일대서 8월 개막

    유네스코 자연유산을 걷고 바다를 품는다… ‘2026 지오페스타’ 산방산 일대서 8월 개막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세계 유일의 ‘3관왕’인 제주에서 자연유산을 문화와 관광 콘텐츠로 풀어낸 축제가 열린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와 플레이사계는 지역 주민들이 함께하는 ‘2026 지오페스타(GEO FESTA)’를 오는 8월 4일 서귀포시 안덕면 플레이사계 중앙광장과 산방산·용머리해안 일대에서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지오페스타는 주민 참여형 지역 축제로 올해 두 번째를 맞았다. 특히 올해는 2026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재인증을 기원하고, 제주의 지질유산을 지역 주민의 삶과 관광 콘텐츠로 연결하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지구와 놀다, 여름을 즐기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제주의 자연유산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대표 프로그램은 지역 기업과 브랜드가 참여하는 ‘GEO 브랜드 체험존’과 해안 환경정화 활동을 겸한 플로깅 프로그램 ‘왕봥줍GEO’,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을 배경으로 한 로컬 트레킹이다. 참가자들은 지질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제주의 화산지형과 지질유산을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즐길거리도 풍성하다. 제주 식재료를 활용한 로컬푸드 먹거리존을 비롯해 사계마켓, 슬라이딩 수영장, 바닥분수 물총놀이 등 여름철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번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 주민이 직접 기획과 운영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지역 상인과 주민, 기관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를 통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가치를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자연유산 보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모색한다. 행사 관계자는 “지오페스타는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들이 지역 자원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관광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세계지질공원 재인증을 앞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제주의 자연과 지역의 이야기를 함께 즐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오페스타는 지난해 첫 행사 이후 지역 주민과 기관이 함께 키워가는 지역 대표 지질문화 축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앞으로도 제주 세계지질공원의 가치와 지역 관광을 잇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NLL 황금어장 싹쓸이 하는 중국어선 새 대책 나온다

    NLL 황금어장 싹쓸이 하는 중국어선 새 대책 나온다

    해양경찰청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우리 황금어장을 싹쓸이하는 중국 불법조업 어선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17일 해경에 따르면 지난 6일 관계부처 합동 화상회의를 연 데 이어 10일 장인식 해양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연평도를 찾아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해경은 현재 단속 방식에 변화를 주고, 불법조업 어선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중국 당국과 협력을 확대하는 등 세 가지 방향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해군과 합동 단속을 위한 관계기관 협의도 진행 중이다. 장 직무대행은 지난 15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관계기관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단속 방안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감소했다가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NLL 해역의 하루 평균 불법조업 어선은 2023년 94척, 2024년 90척, 2025년 97척이었으며, 지난 15일에도 84척이 확인됐다. 특히 백령·대청·연평도 해역에 꽃게 어장이 형성되는 봄과 가을이면 꽃게와 까나리, 조개류 등을 무분별하게 잡아들이고 있다. NLL은 남북 어선 모두 조업할 수 없는 사실상의 ‘바다 휴전선’이다. 중국어선은 이 틈을 이용해 NLL을 넘나들며 불법조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를 원천 차단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연평도에서 NLL까지는 1.4~2.5㎞에 불과하다. 중국어선은 해경의 단속이 시작되면 3~30분 만에 NLL을 넘어 북한 해역으로 달아난다. NLL에서는 해경이 단독으로 나포 작전을 펼칠 수 없어 해군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규모 단속 과정에서 NLL에 지나치게 접근하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이 때문에 NLL 해역의 중국어선 나포 실적은 2023년 12척, 2024년 1척, 2025년 4척, 올해는 2척에 그치는 등 서해 다른 해역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불법 중국어선 대응 기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연평도 방문 이후다. 이 대통령은 6·25전쟁 76주년을 하루 앞두고 해병대 연평부대를 찾아 평화전망대에서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 현장을 직접 확인한 뒤 관계기관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 길 위에서 길을 찾는 사색의 길 14.8㎞… 전쟁을 끝내는 길은 정말 사랑일까[올레길에서 만난 벅차오름]

    길 위에서 길을 찾는 사색의 길 14.8㎞… 전쟁을 끝내는 길은 정말 사랑일까[올레길에서 만난 벅차오름]

    식산봉&대수산봉 올레길 코스 중 가장 묵직한 사색의 길새들과 공존하는 오조리 내수면 연안습지산불감시 컨트롤타워 대수산봉의 야경나를 마주하던 시간 끝에 만나는 혼인지 수국 “사랑 말고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저항의 정신을 기록하는 사람이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78)가 지난해 봄 제6회 제주4·3평화상 수상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이다. 그의 목소리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다. 그는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악(惡)에 맞서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저항정신이 살아 있는 신화의 섬 제주에서 답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표작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여자들의 전쟁을 이야기하지만, 책의 제목처럼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여자의 전쟁은 우리가 알던 전쟁보다 더 현실적이고 더 잔혹하며 더 실제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사람을 죽이고 엉엉 울어버린 소녀, 첫 생리가 있던 날, 적의 총탄에 다리가 불구가 돼버린 소녀, 전장에서 열 아홉 살에 머리가 백발이 된 소녀, 딸의 전사 통지서를 받아들고도 밤낮을 딸이 살아 돌아오기를 기도하는 늙은 어머니…. # 전쟁은 끝날 듯 끝나지 않는다… 정말 사랑 말고는 길이 없을까2026년 7월, 전쟁은 끝날 듯, 끝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중동에서도. 세상은 여전히 총성이 멈추지 않는다. 제주올레 2코스로 향하는 길에서 기자는 전혀 다른 이유로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리터당 2000원을 훌쩍 넘긴 기름값 앞에서 픽업 트럭은 ‘기름 먹는 하마’ 였다. 그 픽업트럭을 몰고 서쪽 끝 모슬포에서 동쪽 끝 성산포까지 가는 건 마치 돈을 도로에 뿌리면서 지구 반대편을 횡단하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주 사람들은 남북으로 한라산을 넘는 일보다 동서로 횡단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동쪽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서쪽으로 이사 가는 걸 꺼릴 정도다. 이방인의 나라처럼 멀고, 낯선 곳이기 때문이다. 그건 서쪽 사람들도 매한가지다. 사는 방식도 다르다. 바람의 섬이자 화산섬 제주는 그나마 서쪽 땅은 비옥한 편이지만 동쪽은 척박했다. 오죽했으면 ‘동쪽 사람 앉은 자리에 풀도 안 난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그만큼 동·서는 달랐다. 큰 맘 먹고 가야 하는 땅이다. # 제주올레 27개 코스 가운데 가장 묵직한 사색의 길에서 처음 만나는 마을, 오조리 철새천국매우 이기적인 이유로 이기적인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학수고대하며 광치기해변에서 다시 신발끈을 조여맨다. 올레 1코스가 제주 동부의 절경과 역사, 바다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화려한 길이라면 2코스는 걷는 재미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길이다. 제주올레 27개 코스, 437㎞ 가운데 가장 묵직한 사색의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치기해변을 출발해 오조리 내수면 습지와 식산봉, 대수산봉, 혼인지를 거쳐 온평포구까지 이어지는 14.8㎞. 화려한 관광지보다 제주 사람들이 살아온 마을과 들판,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풍경과 마주하며 걷는 길이다. 광치기해변을 떠난 길은 곧 오조리 내수면 둑방길로 이어진다. 아침 햇살이 수면 위로 번지면서 물비늘이 보석처럼 반짝반짝거린다. 성산일출봉에서 떠오른 해가 가장 먼저 비춘다는 오조리마을이다. 새들이 먼저 말을 걸고 바람이 먼저 대답한다. 그 모습을 묵묵히 성산일출봉이 한 폭의 수채화로 지켜보는 듯 하다. 오조리 연안습지는 제주 동부 해안의 대표적인 습지다. 멸종위기종 저어새를 비롯해 황새, 원앙, 고니 등이 찾아오는 철새 도래지다. 24종의 법정보호종이 서식한단다. 육지와 섬 사이에 모래가 쌓여 형성된 독특한 지형 덕분에 생태적 가치도 높다. 연안습지 보전에 대한 오조리 주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해양수산부는 오조리 내수면 연안습지 0.24㎞를 2023년 12월 22일 습지보호구역으로 제주에선 처음으로 공식 지정했다. 새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오조리에서 가장 낯선 풍경은 어쩌면 새들의 침묵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새들과 공존하는 마을이다. 아니 공존한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마치 시 한편처럼 다가오는 식산봉 정상… 세미 맹그로브 황근 군락지올레길 2코스에서 만나는 첫번째 오름은 식산봉(바오름). 둑방길 끝에 자리한 식산봉은 높이 60m 남짓의 작은 오름이다. 이름에 얽힌 이야기는 제법 흥미롭다. 고려와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이 잦았던 시절, 마을 주민들이 오름 정상에 낟가리를 높이 쌓아 마치 군량미를 보관한 군영처럼 위장했다. 왜구들은 산더미 처럼 쌓인 군량미를 보며 병사들도 그만큼 많을 것으로 착각해 섣불리 접근하지 못했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식산봉(食山峰)이다. 작은 오름 하나에도 제주 사람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그러나 또다른 유래는 봉우리에 장군석이라는 바위가 있어바위오름이라 불리다가 ‘위’가 탈락해 바오름으로 불렸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정상에 오르니 젊은 시절 폭풍같은 사랑을 했던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시 한편처럼 다가온다. 식산봉 바닷가에는 밀물과 썰물로 인해 소금기가 있는 젖은 땅이 있다. 염습지다. 특히 이곳은 멸종위기 야생식물이자 세미 맹그로브라 불리는 황근 집단 서식지가 눈에 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지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어’준 노란 무궁화같은 꽃. 1코스에서 만나지 못했던 강중훈 시인이 올레 연재를 신문에서 보고 문자가 왔다. 그는 ‘어느 논객이 철학을 이고 지며 걷다 지쳐 눈물 흘리고, 그 눈물 말라 소금밭이 된 종달리에서 그대가 찍어놓은 발자국을 따라 잡으렵니다. 그 길 지나면 나도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의 당신을…’ 말과 함께 오조리 황근꽃 사진을 전송했다. 오조리 포구에선 인기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촬영지인 창고에서 연신 사진을 찍는 외국인들도 만날 수 있다. 오조리 내수면을 두고 식산봉과 쌍월동산이 비스듬히 마주보고 있다. 밤하늘에 달이 뜨면 내수면에도 달이 투영되어 동시에 두개의 달이 비춘다하여 쌍월동산이라 불렸다. 어업을 생업으로 하던 이곳 주민들은 뱃일을 나가거나 먼 길을 떠날때 옥돔과 삶은 계란, 밤등을 가져와 무사귀환을 기원했단다. #성산읍 산불감시 컨트로타워 대수산봉… 수백척의 갈치잡이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용천수 족지물을 지나 올레길 화살표를 따라 아기자기한 오조리마을을 벗어나면 고성오일시장이 나오고 고성리 마을 뒤편으로 10여분 걸어가면 대수산봉 입구가 나온다. 올레길 2코스에서 만나는 두번째 오름이다. 간세다리엔 ‘흐르는 물을 사이에 둔 고성리 두개의 오름 중 큰 오름인 큰물뫼’라고 적혀 있다. 정상에 서면 1코스 시흥부터 광치기까지 아름다운 제주 동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섭지코지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곳이라고도 소개하고 있다. 고도는 137m에 불과하지만 경사가 만만치 않다. 여름 햇살 아래 오르막을 걷다 보면 어느새 숨이 차오른다. 성산일출봉과 우도, 섭지코지, 신양해변, 멀리 한라산까지 한눈에 펼쳐져 어쩌면 제주 동부 해안의 풍경을 가장 넓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싶다. 처갓집에 왔다가 눌러 앉은 제주사람보다 더 사투리를 잘 쓰는 산불감시원 전양배(69·정읍)씨를 정상에서 만났다. 그는 이곳을 “성산읍 산불감시의 컨트롤타워”라고 소개했다. “여기선 동부 오름들이 다 보여요. 연기만 올라와도 금방 확인할 수 있죠.” 360도 시야가 열려 있는 최고의 전망대여서 성산읍 일대 8개 산불감시초소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대수산봉에서는 지미봉과 대왕산, 용눈이오름, 두산봉, 모구리오름, 독자봉 등 성산 일대 주요 오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지형적 장점 때문에 오래전 봉수대가 설치됐던 곳이기도 하다. 대수산봉의 또 다른 매력은 사계절 다른 풍광이다. 전 씨는 “2월 말에서 3월 초에는 유채꽃이 피면서 가장 아름답고, 8~9월에는 갈치잡이 어선들이 밤바다를 밝히는 모습이 장관”이라며 “성산포 앞바다에 수백 척의 갈치잡이 배가 불을 밝히면 바다가 온통 불빛으로 물든다”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야영객이 몰리는 것은 고민거리라고 전한다. 그는 “원래 이곳은 야영이 금지된 곳이지만 근무가 끝난 뒤 일부 관광객, 특히 외국인 배낭여행객들이 텐트를 치고 숙박하는 경우가 있다”며 “관리 인력이 없는 야간에는 안전사고와 산불 위험이 커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인증샷 찍는 열풍이 이곳 대수산봉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 끝도 없이 펼쳐지는 밭담길… 나를 마주하는 가장 길고 긴 시간 끝에 만난 수국정원 혼인지대수산봉을 내려가면 풍경은 단순해진다. 밭길과 농로, 돌담과 들판이 이어진다. 가장 긴 사색의 길이기도 하다. 뚜벅이들이 가장 많이 지루함을 느끼는 밭담길이다. 하지만 어쩌면 2코스의 진짜 매력은 여기서 시작된다. 눈길을 붙잡는 절경이 사라지자 자연스럽게 시선이 내 자신에게 향한다. 끝없이 펼쳐지는 밭담길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은 가장 큰 사치다. 제주올레안내센터에선 외진 구간에서는 동행 걷기나 안심콜 서비스를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길은 아름답지만 혼자 걷기에는 다소 긴 구간이 이어진다. 긴 사색 끝에 만나는 곳은 탐라국 신화가 살아있는 혼인지다. 삼신인이 바다 건너 벽랑국에서 온 세 공주와 혼인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연못이다. 제주의 건국 이야기가 시작된 장소인 셈이다. 고즈넉한 연못을 둘러싼 숲길을 걷다 보면 제주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수천 년 이야기를 품은 섬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혼인지의 여름은 수국 때문에 더욱 매혹적이다. 파란 꽃길과 신화 속 연못이 어우러져 마치 신비스런 정원에 들어선 기분이다. 혼인지 연못따라 펼쳐지는 수국의 향연을 보면서 어쩌면 전쟁을 끝내는 방법은 ‘사랑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는 알렉시예비치의 말에 폭풍 공감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길 위에서 길을 찾는 사색의 길 14.8㎞는 온평포구 앞에서 7시간 만에 멈췄다.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 [정은귀의 시선] 여름날의 일

    [정은귀의 시선] 여름날의 일

    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은 얕은 물가에서 꾸물대지 않고 일 속으로 머리부터 뛰어들어 확실한 몸짓으로 헤엄쳐 보이지 않네. 그 일에 완전히 동화된 듯싶어, 반쯤 잠긴 공처럼 튀어 오르는 검고 매끈한 바다표범 머리처럼. 나는 무거운 짐 끄는 황소처럼 스스로 멍에를 멘 사람들을 좋아해. 물소처럼 묵묵히 참으며 끄는 이들. 진흙탕 속에서 끙끙 앞으로 나아가고 해야 할 일을 계속해서 해내는 이들을. -마지 피어시, ‘쓰임이 되기 위해’ 중 여름에 읽기 좋은 시들을 찾아 정리하다 공통점을 하나 발견한다. 모두 무언가를 하고 있다. 이 삶의 목적이 무언지 질문하던 시인은 밭에 나가 잡초를 뽑는다. 아침의 경이를 발견하는 것도 시인의 눈이다. 여름 저녁엔 세상의 소음 가운데 책을 읽으며 고요에 깃들기도 한다. 오늘 읽는 시는 우리에게 수영하는 사람을 보여 준다. 제목이 뜻밖이다. ‘To Be of Use’라니, ‘쓸모 있기 위하여’ 정도가 금방 생각난다. 시의 제목으로는 좀 직접적이지 않나 싶지만 여기서 ‘use’가 효율이나 생산성만을 의미하지는 않고 세계의 실제적인 필요에 자신을 내어주는 일을 말하기에 ‘쓰임’으로 옮긴다. 시인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한다. 모두 일하는 사람들이다. 첫 연에서 노동은 수영에 비유된다. 여기서 얕은 물가는 단순한 위치가 아니라 일의 주변부에서 미적거리며 시간을 끄는 걸 말한다. 머리부터 뛰어든다는 것은 전적으로 몰입한다는 의미겠다. 어느새 보이지 않게 헤엄쳐 가는 사람들. 그들은 그 일에 완전히 동화되어 물결 속에서 유영한다. 시인은 이어 황소와 물소의 육중한 이미지로 일을 묘사한다. 노동은 깨끗하거나 우아하지 않다. “진흙탕 속에서 끙끙 앞으로 나아가고”는 노동이 얼마나 질기게 우리를 얽어매는지 실감나게 보여 준다. 이는 육체노동에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일은 우리에게 헌신과 몰입을 요구한다. 시간에 맞추어 배달하는 일, 조사하는 일, 마감 시간에 쫓겨 기사를 쓰는 일, 갈등과 이견을 조정하는 일, 납품 날짜를 맞추는 일, 심사하고 판단하는 일, 짓고 짜고 만드는 일, 모두 열정과 끈기, 결단력, 버티는 힘을 필요로 한다. 시 뒷부분에서 시인은 개인의 몰입과 지속적인 헌신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의 리듬을 이야기한다. 일에서 각자의 개별적인 성취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동작이 다음 사람의 동작으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리듬을 응시하는 시인은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을 말한다. 혹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다. 노동이 너무 낭만적으로 이상화되는 건 아닌지? 그러나 시인은 분명히 말한다. 일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어렵고 난처한 일이기에 많은 이들은 얕은 물가에서 머뭇거릴 것이다. 물결을 거슬러 나아가는 것이 쉽지 않기에 머리부터 뛰어들어 헤엄쳐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은 단 한 번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일이어야 한다. 내게서 네게로, 우리에게로. 방학이 되었지만 나의 일도 같은 리듬으로 이어진다. 매일 읽고 쓰는 일은 상상만큼 우아하지 않다. 나의 일도 진흙탕 속에서 끙끙거리듯 고심 속에서 무언가를 이어 간다. 답 없는 미로를 자주 헤맨다. 시인은 ‘세계의 일은 진흙처럼 흔하다’고 말하는데, 흔하다(common)는 건 공동의 작업이라는 의미도 된다. 노동은 진흙을 빚는 것, 무형에서 유형으로 형식을 만드는 일이다. 언제부턴가 노동의 의미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 우리. 떠나서 놀고만 싶은 우리, 작은 노력으로 큰 것을 얻고 싶은 우리에게 매일 반복되는 일의 의미를 한번 말해 보고 싶었다. 뜨거운 계절에는 더 단단하게 우리를 여며 줄 무언가가 필요하기에. 오늘 우리는 무엇을 빚고 있는지. 나의 손과 발, 머리가 하는 일이 이 세계에 어떤 쓰임이 될지, 그걸 상상하며 일에 몰입하는 것, 즐겁지 아니한가? 그 일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의 리듬이 된다면 더욱! 정은귀 한국외대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
  • 바다거북과 붉은 노을… 하와이가 내게로 왔다

    바다거북과 붉은 노을… 하와이가 내게로 왔다

    시간을 늦추는 섬, 마우이거대한 바위처럼 엎드린 바다거북머물고 싶은 야자수 해변·금빛 노을 산불에도 변함없는 바다·화산 숨결에너지 넘치는 섬, 오아후개발·도시화에도 자연 보전은 철칙태양의 서커스·카카오 과수원 체험도심·태평양 품은 레아히 풍경 압권 바다거북이 열댓 마리가 모래사장 위에 거대한 바위처럼 엎드려 있다. 무리 사이로 작은 바다거북 한 마리가 천천히 모래 위를 기어오른다. 태평양 너머로 붉은 석양이 번지고, 노을빛이 거북들의 단단한 등껍질을 감싸는 순간 하와이 마우이섬 북쪽 호오키파 해변은 거대한 자연극장으로 변한다. 등껍질에 붙은 해조류와 기생생물을 햇볕에 말리고 떼어내기 위한 자연스러운 생태 활동이다. 여행자의 눈에는 마우이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장면으로 남는다. 바다거북이 머무는 호오키파 해변을 뒤로하면 마우이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면적 약 1883㎢의 마우이는 제주도(약 1847㎢)보다 조금 큰 하와이 제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으로, 바다와 화산, 농촌 풍경이 어우러진 섬이다. 북쪽 해안에서 자연의 생명력을 만났다면, 서쪽 카아나팔리 해변에서는 천천히 흐르는 휴식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카아나팔리 해변은 카훌루이 공항에서 차로 약 45분 거리다. 카아나팔리 해변에서 맞는 아침은 창을 열면 먼저 들려오는 것이 파도 소리이고, 발코니 너머로는 야자수가 늘어선 해변과 수평선 너머 몰로카이섬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여행의 중심은 많은 일정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풍경을 오래 바라보는 시간에 있다. 에릭 프랭컴 더 웨스틴 마우이 리조트 앤 스파 마케팅 총괄이사는 “일정을 채우기보다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며 “천천히 쉬는 것이 마우이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마우이는 단순한 휴양지라는 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화산이 빚어낸 대지, 바다와 함께 살아온 문화, 변치 않는 풍경을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여유가 이 섬에는 있다. 이곳에서의 여행은 새로운 장소를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함께한 사람과 오래 간직할 장면을 만들어가는 시간에 가깝다. 마우이에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김연주 윤스택시 대표는 “사이가 좋지 않던 사람들도 며칠 머무르다 보면 관계를 회복해서 나간다”고 전했다. 2023년 8월 발생한 대형 산불은 마우이의 시간을 잠시 멈춰 세웠다. 옛 하와이 왕국의 수도이자 19세기 태평양 포경 산업의 중심지였던 역사 도시 라하이나를 삼키며 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마우이는 복구와 재건의 시간을 지나며 다시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다. 카아나팔리 해변 주변 리조트와 상점에는 다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로사 하와이 관광청 한국사무소 과장은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우이를 찾는 관광객이 다시 늘어나는 것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우이를 가장 깊게 느끼는 방법은 시선을 낮추고 바닷속 세계를 마주하는 것이다. 마알라에아 항구 옆에 자리한 마우이 오션 센터는 하와이 해양 생태계를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다. 1998년 문을 연 이곳은 하와이 해양 생태계 보전과 교육을 위해 조성된 시설로, 상어와 가오리,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살아가는 바닷속 세계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어둠이 내려앉은 혹등고래 전시관에서는 거대한 돔 스크린을 통해 실제 바닷속을 옮겨놓은 듯한 4D 영상이 펼쳐진다. 천장과 벽면을 타고 울려 퍼지는 고래의 울음소리가 공간을 채우면 관람객은 잠시 마우이 앞바다로 들어온 듯한 경험을 한다. 티아라 오션 센터 교육 총괄이사는 “고래들이 매년 겨울 알래스카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쳐 이 마우이 바다로 내려온다”고 설명했다. 마우이의 서사는 푸른 바다에서 끝나지 않고 거대한 화산의 대지로 이어진다. 하와이어로 ‘태양의 집’이라는 뜻의 해발 3055m 할레아칼라 화산의 경사면을 따라 올라가면 풍경은 몇 차례 변화를 거듭한다. 야자수는 사라지고 붉은 화산 토양과 초록빛 목초지가 펼쳐진다. 렌터카로 올라갈 경우 기온 변화가 크니 가벼운 방풍 재킷을 챙기는 것이 좋다. 해발 500~1000m 고지에 자리한 쿨라 업컨트리는 하와이 하면 떠오르는 해변과는 전혀 다른, 서늘하고 목가적인 풍경을 품은 지역이다. 비옥한 화산 토양과 서늘한 기후 덕분에 다양한 농업이 이어진다. 쿨라 업컨트리의 한 농장인 ‘푸에오 농장’을 운영하는 린다 러브는 붉은 흙을 가리키며 “화산이 만들어낸 이 땅에서 우리는 자연의 흐름을 따라 농사를 짓는다”고 말했다. 이 대지 위에서 만난 특별한 맛은 오스트레일리아 핑거라임이다. 초록색 가죽 같은 껍질에 손가락만 한 크기의 투박한 열매를 반으로 가르자, 투명한 알갱이가 쏟아져 나왔다. 혀끝에 올리고 입안에서 굴리자 알갱이가 톡톡 터지며 라임 특유의 상쾌한 산미가 퍼졌다. 함께 맛본 시원한 코코넛 워터와 코코넛 젤리는 화산 지대 농장이 선사하는 또 다른 자연의 맛이다. 저녁은 드넓은 파인애플 밭 한가운데 자리한 오래된 상점, ‘할리이마일레 제너럴 스토어’에서 이어진다. 빛바랜 간판과 나무 외벽이 남아 있는 이곳은 겉보기에는 소박한 시골 잡화점이지만, 하와이 음식 문화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1990년대 초 하와이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해산물, 육류를 적극 활용해 지역의 개성을 살린 요리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었고, 이른바 ‘하와이 리저널 퀴진’의 중심 공간으로 이름을 알렸다. 카아나팔리 해변의 복합문화공간 ‘웨일러스 빌리지’는 마우이의 또 다른 활기찬 모습이다. 럭셔리 브랜드부터 하와이 감성이 담긴 부티크 등 100여개 매장이 입점해 있는 이곳은 단순한 쇼핑몰을 넘어, 광장 한쪽에서 우쿨렐레 강습이 열리고 훌라 공연이 펼쳐지는 문화의 장이다. 바닷가에 자리 잡은 오션프론트 레스토랑 ‘훌라 그릴’에서는 미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대표 디저트인 마카다미아 넛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쿠키 크러스트를 조합한 ‘훌라 파이’를 맛보는 동안, 창밖의 바다는 식사의 풍경까지 여행의 일부로 만든다. 해가 완전히 저물면 카아나팔리의 밤은 축제의 열기로 물든다. 해변 무대에서 펼쳐지는 ‘드럼스 오브 더 퍼시픽 루아우’에서는 하와이 전통 축제의 리듬이 이어진다. 쿵. 쿵. 쿵. 육중한 북소리와 함께 횃불이 밝혀지고, 무용수들은 훌라를 통해 바람과 파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어지는 불쇼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하 화덕 이무에서 오랜 시간 익힌 전통 돼지고기 요리 ‘칼루아 피그’까지 더해지면, 음악과 음식, 춤이 어우러진 하와이식 밤 풍경이 완성된다. 공연이 절정에 이르면 관객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무대와 하나가 된다. 파도 소리와 불빛, 전통 음악이 어우러진 카아나팔리의 밤은 마우이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로맨틱한 순간으로 남는다. 마우이에서 시간의 속도를 늦추는 법을 배웠다면, 오아후섬에 도착하는 순간 하와이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마우이 카훌루이 공항에서 비행기로 약 40분이면 닿는 이 섬은 자연 속 휴식이 중심인 마우이와 달리 도시의 활력과 문화의 에너지가 공존하는 곳이다. 고층 빌딩과 쇼핑몰, 레스토랑이 밀집한 호놀룰루는 하와이의 경제·문화 중심지다. 나단 정엽 리 한국하와이 마이스 팀장은 “오아후는 마우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섬”이라며 “하지만 개발과 도시화 속에서도 자연 보전 원칙만큼은 엄격하게 지켜온 곳”이라고 설명했다. 오아후 북쪽에 자리한 카마나누이 과수원에서는 하와이의 또 다른 농업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카카오 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나뭇가지에 럭비공 모양으로 매달린 카카오 열매가 눈에 들어온다. 농장 가이드 켈시가 잘 익은 열매를 반으로 가르자, 안쪽에는 하얀 과육에 둘러싸인 카카오 씨앗이 모습을 드러냈다. 쌉싸름한 초콜릿 맛을 예상했지만, 입안에 퍼진 것은 망고를 닮은 새콤달콤한 열대 과일의 향이었다. 이곳은 카카오 재배부터 발효, 건조, 로스팅, 초콜릿 제작까지 이어지는 ‘팜(농장) 투 초콜릿’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농장이다. 와이키키에서는 하와이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새로운 무대가 펼쳐진다. 세계적인 서커스 예술단 태양의 서커스가 하와이에 선보인 상설 공연 ‘아우아나’다. 하와이어로 ‘새로운 여정을 떠나다’라는 의미를 담은 이 공연은 섬의 신화와 역사를 단순히 재현하는 대신, 공중 곡예와 퍼포먼스, 라이브 음악, 전통 훌라를 결합해 하와이 문화를 현대적인 예술로 풀어낸다. 공중으로 솟구치는 곡예사의 움직임과 무대를 가르는 음악이 이어지는 순간, 하와이의 오래된 이야기는 눈앞의 생생한 장면으로 되살아난다. 오아후 남동부 해안에 우뚝 솟은 레아히(다이아몬드 헤드)는 약 30만년 전 화산 폭발로 형성된 응회구로, 하와이를 대표하는 화산 지형이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약 1시간 안팎이면 충분하지만, 마지막 전망대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걸어 올라온 시간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가파른 계단과 터널을 지나 정상에 서면 와이키키 해변과 호놀룰루 도심,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19세기에는 군사 요충지로 활용됐던 이곳은 이제 여행자들이 하와이의 자연과 도시 풍경을 동시에 만나는 장소가 됐다. 특히 아침 햇살이 바다를 비추는 순간이나 해 질 무렵 붉게 물드는 능선은 오아후에서 만나는 가장 인상적인 풍경 중 하나다. 며칠 동안 마우이와 오아후를 오가며 만난 하와이는 풍경 그 자체보다, 그 앞에 오래 머물게 하는 힘을 가진 곳이었다. 화산이 빚은 대지와 바다, 원주민 문화가 어우러진 두 섬은 바쁜 일상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눈앞의 순간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석양이 내려앉은 호오키파 해변에서 바다거북 무리 사이를 천천히 걸어 나오던 어린 거북의 모습은 그 여정을 오래 기억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자연이 만든 풍경과 사람이 이어온 문화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어우러진 하와이는 오래도록 기억되는 로맨틱한 섬이다.
  • [사설] 활주로, 바다도 없이 3군 사관학교 통합… 국민 설득부터

    [사설] 활주로, 바다도 없이 3군 사관학교 통합… 국민 설득부터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국군사관학교로 통합하고 교육 시설을 대전 자운대에 세우는 방안에 합의했다. 인구 감소에 대응하면서 3군의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려면 통합은 불가피하다는 게 국방부의 논리다. 국방부 설명에 일리가 없지는 않다. 문제는 안보와 직결된 국가 중요 사안을 공론화 과정도 없이 속도전을 하듯 밀어붙이니 불안한 국민이 많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사관학교 설치안에는 1·2학년은 통합 교육하고 3·4학년은 육·해·공군 전공으로 나눠 교육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하지만 합동성 강화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해도 겨우 2년의 군별 전문교육으로 고도화·첨단화가 절실해진 육·해·공군의 전투 역량을 뒷받침할 초급장교를 길러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육군사관학교는 서울, 해군사관학교는 경남 창원, 공군사관학교는 충북 청주에 있다. 공군기지도, 해군기지도 없는 내륙도시에서 공군 및 해군 장교를 제대로 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사관학교 통합을 여론 수렴도 없이 강행한다면 시너지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심각할 것이다. 각각의 이름만 사라진 채 한 지붕 세 가족이 되어 비효율적으로 겉돌 공산이 크다. 사관학교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임관식에서도 통합 방침을 다시 밝혔다. 하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사관학교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국민 다수의 생각이 이렇다면 공약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사관학교 통합의 정책 의지를 가질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국민을 설득하는 절차를 생략한다면 정책은 힘을 받지 못한다. 국방개혁의 방향이 옳다면 국민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가 언급한 대로 “실질적인 전투력 강화를 위한 합리적 개혁”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생의 마지막까지 혼자서 간직하고 싶은, 내 안의 어딘가 그 아이와 나눌 이야기

    생의 마지막까지 혼자서 간직하고 싶은, 내 안의 어딘가 그 아이와 나눌 이야기

    “그 마을은 사과 속의 씨앗처럼 세상에서 꼭꼭 숨어 있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감꽃으로 덮인 길이야. 누가 부려놓은 듯, 마을 안길이 온통 감꽃으로 덮여 있었지. 감꽃은 흔히 미색이라고 하는 연한 노란색이야. 태어나 처음 입는 배내옷같이 옅고 흐린 색, 그건 초유의 색이기도 해.”(7쪽) 사랑과 상실, 욕망과 모순으로 뒤엉킨 인간의 내면과 관계를 탐구하며 한국 문단의 한 축을 세운 소설가 전경린이 등단 31년 만에 유년의 기억을 꺼내놓았다. 시대를 초월해 우리 곁에 함께할 작가를 조명하는 김영사의 첫 한국 소설선 ‘올-타임’의 문을 여는 신작이다. “쓰지 않으려고 꽤나 버텼다”(‘작가의 말’ 부분)고 고백한 작가는 “스스로 매몰된 입구를 찾아 더듬더듬” 기억을 길어 올려 “존재의 바닥에 깔린 휘황하게 빛나는 보물”이자 “생의 마지막까지 혼자 간직하고 싶은” 그 시절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야기는 감꽃으로 덮인 미색의 흙길에서 시작된다. 노년의 화자가 손주에게 이야기해주듯 그 시절 물동이를 이고 가던 엄마, 처음으로 사귄 친구 재남이를 그려낸다. “그때 그 아이가 정말 나였을까, 그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내 안의 어딘가에서 그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12쪽) 묻던 프롤로그를 지나 마을로 이사 온 어린 새별이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펼친다. 마을은 언뜻 낙원 같지만 실은 아픔이 서린 곳이다. 큰 기와집은 알부자이지만 전쟁통에 남자들이 모두 죽었고, 이 집 복덕이는 갓난아기 때 피난길에 떨어진 포탄에 흙 속에 파묻혔다 살아나 정신이 온전하지 않다. 희조 아재는 학도병으로 끌려가 한쪽 다리에 총상을 입었고, 순지 고모는 아이를 낳지 못해 쫓겨났다. 새별이에게 살가운 봉연이 할매는 여섯 살 난 아이를 떼놓고 집을 떠나야 했던 사연이 있고, 새별이 엄마도 피로 물든 바다를 본 뒤에는 다시 바다를 보지 못한다. 모두가 저마다의 눈물을 품고 사는 마을에서 새별이는 세상을 감각하고 상실을 예감하며 사랑을 통과한다. 봉연이 할매가 건넨 홍시 세 개는 “불을 켠 듯 환”하게 텅 빈 세계를 메워준다. 남동생이 태어나야 진주라는 이름을 되찾고 치마도 입을 수 있는 재남이에게 입던 치마를 건네며 우정을 완성한다. 그렇게 새별이는 유년의 추억을 하나하나 쌓아간다. 처음 작가가 던진 물음은 이 소설이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근원을 향한 탐색임을 일러준다. 셀 수 없이 많은 웃음과 눈물이 켜켜이 쌓인 작가의 낙원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있을 어느 시절의 기억을 반짝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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