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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 테러 경보’ 벨기에 “용의자, 파리 테러와 같은 폭탄 보유”

    ‘최고 테러 경보’ 벨기에 “용의자, 파리 테러와 같은 폭탄 보유”

    최고 등급의 대테러 4등급 경보를 발령한 벨기에는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테러에 가담한 복수의 용의자 검거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얀 얌본 벨기에 내무장관은 이날 파리 테러범 가운데 유일한 생존 용의자로 알려진 살라 압데슬람(26)뿐만 아니라 다른 용의자 ‘수 명’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얌본 장관은 “복수의 용의자를 잡기 위해 수사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우리는 시시각각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실제적인 위협이 있지만 우리는 이를 통제하려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벨기에 일간지 르 수아르는 수사 당국이 적어도 2명의 용의자를 쫓고 있으며 이들 중 한 명은 파리 테러에 사용된 것과 같은 폭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파리 테러에서 사망한 범인들은 모두 자폭용 폭탄을 두르고 있었다며 도주한 용의자도 이와 같은 폭탄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벨기에 경찰은 브뤼셀 몰렌베크 등지에서 수색 작전을 벌였으나 그를 검거하지 못했다. 압데슬람은 지난 19일 저녁 브뤼셀 외곽에서 프랑스 번호판을 단 차에 있는 것이 목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테러 배후를 수사하는 프랑스 경찰은 지난 18일 생드니 급습 작전 때 자살 폭탄으로 사망한 사람은 테러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의 사촌 여동생으로 알려진 아스나 아이트불라센(26)이 아니라고 정정했다. 프랑스 경찰 관계자는 “아이트불라센은 자살 폭탄 조끼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옆에 있는 남성이 폭탄 조끼를 터뜨렸다”고 밝혔다. 다만 누가 자살 폭탄을 터뜨렸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파리 테러 핵심 배후에 이슬람으로 개종한 프랑스인이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 보도했다. WP는 프랑스 보안 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아프리카 동부 프랑스령 레위니옹 섬 출신의 프랑스인 파비앵 클랑(37)이 핵심 배후라고 밝혔다. 클랑은 파리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한 이슬람국가(IS)의 프랑스어 메시지를 녹음한 장본인으로 지목된 상태다. 보도에 따르면 클랑은 IS에서 850명에 달하는 프랑스·벨기에 출신 전투원을 관리하는 중책을 맡았다. 그는 1990년대 이슬람으로 개종했고 2000년대 초반 극단주의의 길로 접어들었으며 2009년 이라크의 미군과 맞서 싸울 지하디스트를 모집한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2012년 교도소에서 나왔다. WP는 또 파리 테러범들이 사용했던 호텔 방에서 바늘과 주사기가 발견된 것을 근거로 이들이 마약의 일종인 캡타곤을 복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흔히 ‘테러 물약’이라 불리는 캡타곤은 과도한 자신감을 불러오지만 이번 테러에선 범인들이 약효 때문에 잔혹한 범죄를 침착하게 이행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IS 대원들이 전투를 앞두고 주로 복용하는 이 알약은 유럽에서도 한 알당 20달러(약 2만 3000원) 안팎이면 쉽게 구할 수 있다. 한편 프랑스 당국은 파리 테러 희생자를 130명으로 정정했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현장에서 사망한 테러범은 희생자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사살되거나 자폭한 테러 용의자는 7명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문화마당] 태양을 향해 달리는 시계/천운영 소설가

    [문화마당] 태양을 향해 달리는 시계/천운영 소설가

    내겐 물려받은 벽시계가 하나 있다. 그닥 특별할 것 없는 괘종시계다. 아마도 한 번 태엽을 감으면 한 달 간다는 의미일 듯한 ‘30 days’ 빛바랜 스티커가 유리 문짝에 떡하니 붙어 있다. 얼마나 단단히 붙여 놨는지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 당시에는 광고할 만한 어떤 것이었나 보다. 지금은 태엽 한 번에 일주일을 채 못 버티고, 한 시에 종을 열두 번 울리기는 하지만, 나보다 늙은 시계가 작동한다는 것만으로도 마냥 기특하다. 그 시계를 받아 올 때 할머니가 그랬다. 네 할아버지가 그걸 사오느라 남대문시장까지 갔단다. 세이콘가 머시긴가 고걸 사겠다고. 해룡 산골에서 남대문까지. 산길을 걸어 내려가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고 꼬박 하루. 처음 시계를 소유한 순간을 기억한다. 시계를 온전히 내 몸에 소유할 수 있다니. 어쩐지 성인으로 인정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어른까지는 아니어도 어린이에서 벗어난 것만은 확실했다. 그런데 사실 썩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아니었다. 곱상한 바늘시계이길 바랐는데 전자시계였다. 시계를 읽을 줄 모르는 어린애도 아니고, 흔해 빠지고 투박한 전자시계라니. 그래도 내 첫 시계인데 미워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 시계는, 그러니까 내 시계는, 이것이 바로 태양열 충전 시계란 것이다, 태양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빛이 날, 불사의 시계! 나는 그 투박한 시계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작정해서가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시계였다. 태양빛을 쬐어 주면 시들시들했던 숫자가 서서히 되살아나는 모습이라니. 광합성을 하는 식물 같았다. 태양의 힘을 잘 느끼려면 일단 방전을 시켜야 했다. 아주 죽지 않을 정도로만. 그래서 어둠 속에 숨어 숫자가 희미해지길 기다렸다가 햇빛으로 나가 생명을 불어넣어 주곤 했다. 왼손을 번쩍 치켜든 채 햇빛 속으로 달려 나가는 나는 태양과 교신하는 우주 전사였다. 그렇게 나는 양지와 음지를 무던히도 뛰어다녔더랬다. 그러던 어느 날 시계가 사라졌다. 싫증난 것도 아닌데, 아직 사랑하고 있는데, 우리 사랑 영원할 줄 알았는데, 사라져 버렸다. 분명히 차고 나왔는데. 어디서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쏘다녔다. 무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내가 버려진 느낌이었다. 떠난 애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듯 왔던 길을 전부 훑었지만, 시계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결별의 원인은 가죽줄에 있었다. 가죽줄이 땀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내가 태양과 교신하는 동안 얇디얇은 가죽줄은 삭아 가고 있었다. 시계가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시곗줄에게는 가혹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버려진 것은 내가 아니라 시계였다. 내 부주의가 시계를 버렸다. 손목 위에 허연 시곗줄 자국이 한동안 남아 있다가 사라졌다. 할아버지의 괘종시계는 다섯 시 십오 분에 멈춰져 있었다. 언제 마지막으로 태엽을 감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오랜만에 열쇠를 꺼내 뻑뻑해질 때까지 태엽을 감은 다음 시계추를 흔들어 깨웠다. 죽은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남대문까지 가서 장만한 괘종시계를 품에 안고, 다시 그 길을 되짚어 오는 할아버지. 내 할아버지는 쫌 멋쟁이셨으니, 백구두를 신고 그 길을 걸으셨을 것 같다. 어쩌면 해가 지고 있었을 것이다. 할아버지의 그림자가 아주 길게 늘어지면서 저녁 시간을 알리는 해시계가 되었을 것이다. 그림자 시곗바늘이 내 심장을 가리켰다. 심장에서 댕댕댕댕 괘종 소리가 울렸다. 어쩌면 내 첫 시계도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지 모르겠다. 여전히 흐려졌다 선명해지기를 반복하면서, 태양과 교신하며, 식물처럼 자라나고 있을 것이다. 태양이 있는 한.
  • 자율주행·항공기 1등석 안락함 갖춘 초대형 세단

    자율주행·항공기 1등석 안락함 갖춘 초대형 세단

    ‘정중하고 깊이 있는 우아함.’ 현대자동차의 초대형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 EQ900’의 디자인 콘셉트다. 베일에 가려 있던 차량이 드러나자 차량 전면부를 상징하는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시선을 압도했다. 옆모습은 곡선과 곡선이 정확한 수평을 이뤘다. 내장 가죽은 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는 최상의 제품인 세미 에닐린 가죽을 썼다. 좌석 시트에는 스티치라인(바늘땀)을 놓아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웅장한데 군더더기가 없다. 현대자동차가 10일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다음달 출시 예정인 ‘EQ900’ 사전 설명회를 열고 미디어를 대상으로 차량 실물을 공개했다. ‘EQ900’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최상위 모델로 지난 4일 현대차 로고를 지운 ‘제네시스’ 단독 출범 이후 현대차가 선보이는 첫 차다. 양웅철 연구개발 담당 부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자랑하고 싶은 핵심 기술도, 아름다운 디자인도 완벽한 성능을 발휘할 수 없고 고객이 불편하면 과감히 배제했다”며 “기존 초대형 럭셔리차는 사회적 지위 표현과 과시용 소비 성향으로 일부 과도한 사양이 적용되기도 했으나 ‘EQ900’은 진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두고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4년여간 1200여명의 연구원을 투입해 ‘EQ900’ 개발에 구슬땀을 흘렸다. ‘EQ900’은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A8 등 최고급 브랜드 차들과 정면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EQ900’은 차세대 핵심인 자율주행 기능에 신체 조건별로 꼭 맞는 자세를 추천해 주는 퍼스트클래스 VIP 시트를 적용하는 등 최첨단 기술로 중무장했다. 국내 양산차에 최초로 적용한 고속도로 주행 지원 시스템은 내비게이션으로부터 받은 최고제한속도 정보를 통해 구간별 자동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 후측방 추돌회피 지원 시스템은 추돌 가능성이 높을 때 변경하려는 차선 반대편 앞뒤 2개의 바퀴를 자동으로 제동해 추돌을 방지한다. 최첨단 시트 기술을 접목시킨 ‘모던 에르고 시트’도 ‘EQ900’의 자랑이다. 뒷좌석에 적용된 퍼스트클래스 VIP 시트는 항공기 일등석처럼 어깨부 경사 조절, 헤드레스트(머리받침) 전후 조절 등 18개 방향으로 전동 조절이 가능하다. 운전석에는 운전자의 신체 조건에 따라 최적의 운전 자세를 자동 추천해 주는 기능을 탑재했다. 고강도 엔진 내구시험을 통과한 람다 3.8 V6 엔진, 람다 3.3 V6 터보 엔진, 타우 5.0 V8 엔진 등도 선보인다. 특히 람다 3.3 V6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kgf·m으로 해외 동급 터보 엔진보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차체는 기존 에쿠스보다 더 커지고 넓어졌다. 차체 길이는 5205㎜로 45㎜ 길어졌고 폭은 1915㎜로 15㎜ 넓어졌다. 실내 공간은 3160㎜로 에쿠스보다 115㎜를 더 확보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콩 심은 데 콩 나는 사회/정형근 서울 정원여중 교사

    [옴부즈맨 칼럼] 콩 심은 데 콩 나는 사회/정형근 서울 정원여중 교사

    서울신문은 올해 초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를 통해 경제, 정치, 교육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현재 한국 사회의 구조를 날카롭게 분석한 바 있다. 또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평판사회로 가자’와 같은 기획특집을 통해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서울신문이 제시한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변해 왔는가를 생각해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처럼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말도 드물다. 말의 뜻은 어렵지 않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평범한 진리를 담고 있는 말인데, 사회 일각에서 뿌린 것 이상으로 거두거나 뿌린 만큼 거둬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이 속담의 의미에 혼란이 생기고 있다. 사회가 안정돼 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끔씩 ‘뿌린 만큼 거두지 않는 경우도 있지’ 하고 투덜대면 그만이다. 하지만 취업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힘든 상황에 대입하면 심상치 않은 의미를 갖게 된다. 급기야는 ‘흙수저’를 쥐고 태어났느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니 하는 말이 유행이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을 둘러싼 ‘금수저’ 논쟁은 정상적인 담론으로 보기 힘들다. 출연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예능 감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출연자를 둘러싼 배경이 부각되는 것은 정상적인 담론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흙수저’, ‘헬조선’ 등의 말에는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존하기 힘든 요즘 젊은 세대의 분노와 자조가 섞여 있다. 이 말의 바탕에는 이 시대의 경쟁이 공정하지 않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성공의 문이 아무리 좁더라도 경쟁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면 모두들 결과를 깨끗이 인정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문이 아무리 넓더라도 경쟁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믿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지난주 한국시리즈가 두산의 우승으로 끝이 났다. 두산의 우승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두산에 우승을 내준 삼성선수단의 자세였다. 삼성선수단은 두산의 우승이 확정된 이후에도 운동장에 남아 두산의 우승을 축하해 주었다. 불미스러운 일로 전력에서 핵심 선수 3명이 빠진 상태에서 두산과 경기를 치렀기에 이런저런 핑계를 댈 수도 있었지만, 삼성선수단은 운동장에 남아 박수로 축하해 주었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삼성은 한국시리즈가 시작되기 전에 장기의 차, 포, 마에 해당하는 선수들을 제외했다. 5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업적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원칙이었고, 삼성은 그 원칙을 지켰다. 나는 두산 팬이지만 올해의 진정한 우승팀은 삼성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야구단이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공정한 게임을 위해 핵심 전력을 제외한 채 게임에 임했듯이 기성세대는 ‘흙수저’와 ‘금수저’가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줄 의무가 있다. 금수저만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사회는 머잖아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더이상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이 사회적 유전의 필연성을 나타내는 말이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서울신문이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 건설에 주도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참여해 주리라 믿는다.
  • 입안은 화끈! 입맛은 이상?… 입속에 불나셨군요

    입안은 화끈! 입맛은 이상?… 입속에 불나셨군요

    62세 여성 김모씨는 입안에 불덩이를 문 것처럼 혀가 타는 듯 아팠다. 혓바늘이 난 것도 아니고 입안에 상처가 생긴 것도 아닌데 온종일 혀가 화끈거려 밥조차 먹을 수 없었다.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치과를 찾은 김씨는 ‘구강작열감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 구강작열감은 혀나 구강 점막에 지속적으로 통증이 느껴지는 만성 질환이다. 주로 혀에 통증이 나타나지만 잇몸, 입술, 뺨 안쪽, 입천장이 얼얼하고 화끈거리기도 한다. 통증이 심해 잠들기 어려운 환자도 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렵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해져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권정승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구강내과 교수는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통증이 더 심하고 찬 것을 먹으면 덜하며 입안이 마르는 증상, 맛을 잘 못 느끼거나 본래 음식의 맛과는 다른 이상한 맛을 느끼는 증상이 같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의 60%에서 미각 변화가, 60%는 구강건조증이 함께 나타난다. 아침에는 통증이 덜하고 저녁에는 심한 게 특징이다. 구강작열감은 50세 이상 폐경기 여성 10명 중 1~2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고령화로 만성질환자와 약물복용자가 늘면서 환자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침 분비량의 감소, 구강 내 진균(곰팡이균) 감염, 갑상선 기능 저하, 당뇨와 같은 내분비 질환, 빈혈 등 혈액질환, 비타민·엽산·철분·아연 등의 영양분 결핍, 폐경기로 인한 호르몬 변화, 약물 복용, 이를 악무는 등의 습관, 불면증, 스트레스나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요인에 의해 구강작열감이 생길 수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가슴 정중앙에 있는 ‘전중혈’이란 부위와 혀의 통증이 관련 있다고 본다. 전중혈은 스트레스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김진성 경희대 한방병원 한방 3내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구강작열감 환자의 전중혈 부위를 가볍게 눌렀을 때 83%가 통증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과도한 스트레스 등에 의한 변화가 인체 내 기의 순행을 방해한다”며 “통증을 치료하려면 정체된 순행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의학에서는 순환을 촉진하기 위한 구강 침요법과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부족한 ‘음액’을 보충하는 한약 치료를 한다. 구강작열감은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당뇨나 빈혈 등 기존에 병이 있어 구강작열감이 나타났던 환자는 우선 기저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구강건조증이 있으면 구강작열감이 더 심해진다. 이럴 때는 인공타액을 사용하거나 타액 분비를 촉진하는 약을 복용한다. 침이 부족해 입 안에 곰팡이가 많이 자라 통증이 생긴 것이라면 항진균제를 쓴다. 극심한 스트레스, 우울증 등 심리적 요인으로 입안에 통증이 생긴 것이라면 원인인 정신과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구강암과 같은 암 질환에 심한 공포를 느끼는 환자에게서도 구강작열감이 많이 나타난다. 이렇게 심리적인 요인이 원인인 경우는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고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야 통증도 줄어든다. 고홍섭 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는 “많은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모르고 고통을 참으며 불안해하는데, 구강작열감은 조기에 발견해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잘 관리하면 증상이 많이 완화된다”고 말했다. 구강작열감은 심한 감기에 걸리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잠이 부족하고 과도한 음주 또는 과로 등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몸과 마음이 편한 상태로 충분히 쉬면 증상이 저절로 개선되기도 하지만, 피로가 지속되면 만성통증으로 악화해 잘 낫지 않는다. 증상 초기에는 음식을 잘 먹고 잠을 잘 자야 한다. 스트레스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충분히 쉬었는데도 1주일 이상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전문의를 찾아 도움을 받는 게 좋다. 구강작열감증후군을 예방하려면 녹황색 채소와 과일 섭취량을 늘리고 입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되도록 물기가 많은 음식을 먹는다. 무설탕 껌을 조금 씹거나 구기자차를 마셔도 도움이 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내년 공무원 시험, ‘공시모전’으로 차근차근 준비하자

    내년 공무원 시험, ‘공시모전’으로 차근차근 준비하자

    하반기에도 바늘구멍 취업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공무원 시험으로 진로를 변경하는 수험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실시된 9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에는 무려 20만 명의 수험생이 몰려 52: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올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대다수의 수험생들은 내년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2016년 국가직 공무원시험 일정은 이달 중 발표될 예정. 공무원 시험 일정 발표를 앞두고 수험생의 눈길을 끄는 흥미로운 소식도 들려온다. ‘게임을 하며’ 공무원 시험공부를 할 수 있는 앱 ‘공시모전(공무원시험모의고사대전)’의 출시다. 공무원 시험 모의고사에 게임을 접목시킨 이 앱은 최근 떠오르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화)을 공무원 수험시장에 도입한 첫 사례다. 공시모전 앱을 개발한 ㈜패스게이트의 이종형 대표는 “9급, 7급 공무원 시험 수험생들에게 기출문제와 모의고사 문제를 게임화하여 제공하며, 수험생들은 문제풀이 결과가 우수할 경우 장학금도 받을 수 있다”면서 “모의고사는 현직 대학 교수들이 직접 출제한 문제들로 구성돼, 최신 공무원 시험 경향을 가장 잘 반영하는 권위 있는 모의고사라고 단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공시모전 앱을 통해 전국 모의고사를 본 수험생들은 각종 통계를 통해 자신의 현재 실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모의고사가 끝난 후 과목별/직렬별 등수 및 정/오답 노트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체 수험생 중 자신의 위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했던 수험생이라면 공시모전 앱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공시모전 앱은 안드로이드와 iOS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며, 11월 중으로 정식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패스게이트 측은 이에 앞서 각종 이벤트를 통해 푸짐한 경품을 제공한다는 뜻도 밝혔다. 현재 시행중인 이벤트는 사전예약 이벤트와 체험단 모집 총 두 가지다. 정식 런칭 전 사전예약을 하는 수험생에게는 추첨을 통해 아이패드 에어2 등을 증정하며, 공시모전 체험단에 선정되면 베타버전 사용 기회와 더불어 소정의 활동비, 경품 등을 받을 수 있다. 두 이벤트에 관한 사항은 회사 홈페이지(http://www.passgate.co.kr/)를 통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막막하기만 한 대기업,치의전 면접준비... W스피치학원에서 무료로 대비하자

    막막하기만 한 대기업,치의전 면접준비... W스피치학원에서 무료로 대비하자

    대학교 4학년인 A씨. 이번 하반기 채용에서 처음으로 서류전형에 통과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다가올 면접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면접경험도 없을뿐더러 제대로 된 면접 준비조차 해보지 않은 그녀. 이 천금 같은 기회를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까? 29세 B씨. 취업 재수생인 그는 지난 1년간 오로지 취업준비에만 매달렸다. 잘생긴 외모에 남부럽지 않은 스펙이지만 지난 해 공채에서 모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하기만 하다. 대기업의 하반기 공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이 면접 준비에 애를 태우고 있다. 점수로 능력치를 보여주는 정량평가에는 자신 있지만 평가기준이 모호한 정성평가의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생들끼리 스터디를 꾸려 면접 준비를 해보지만 객관적인 평가와 올바른 코칭을 주고받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관심을 가지고 둘러본다면 경제적 부담 없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충분히 열려있다. 대표적인 예가 W스피치커뮤니케이션(이하 W스피치학원)의 취업면접스피치 준비코스다. 한국경제TV ‘취업의 전설’에서 면접컨설팅 고수로 출연중인 우지은 대표는 최근 면접 준비로 경제적, 심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취업준비생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23일 W스피치학원에서 실시된 2015 하반기 대기업ㆍ금융권 취업대비 모의면접. 선착순으로 10명 참여 신청을 받아 진행된 이번 모의면접에는 우지은 대표를 비롯해 기업 및 대학에서 면접관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면접코칭 전문 강사진이 총출동했다. 실전과 같은 긴장감 속에 2시간 이상 진행된 이번 모의면접에서 참가자들은 면접 답변은 물론 음성과 이미지까지 전문적이고도 세세한 코칭을 받았다. 취업준비생 김영석씨는 (27세, 가명) “만일 오늘 코칭 받은 내용을 모른 채 면접에 들어갔다면 분명 탈락 했을 것이다. 너무나도 소중한 기회였다.”며 코칭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번 무료 모의면접컨설팅에 쏟아진 관심과 호응에 힘입어 W스피치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정기적으로 모의면접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입부터 의,치학 전문대학원, 공무원 및 승무원, 기업 공채에 이르기까지 매달 주제를 달리해 다양한 참가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진행되고 있는 무료 면접자료 배포 이벤트 역시 놓칠 수 없는 혜택이다. LG, CJ, 한화, 포스코를 포함한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면접 자료(기업 분석 및 채용 동향, 최신 면접기출 자료)를 W스피치 네이버카페에 신청만 하면 취준생은 누구나 제공받을 수 있다. 매력적인 목소리부터 설득적인 스피치, 개인별 특화된 면접지도까지. 종합적인 모든 교육을 단계별로 받고 싶은 취업준비생을 위한 코스 역시 마련되어 있다. 바로 면접 패키지 코스다. W스피치학원 최고의 인기강좌인 보이스&스피치 트레이닝, 그리고 1:1면접 개인지도가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돼 전체 금액에서 40만~50만원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수강할 수 있다. W스피치학원 우지은 대표는 “취업준비가 아무리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선택되어 최종합격의 기쁨을 누린다. 잘못된 방법으로 계속해서 도전하는 것 보다는 전문가의 체계적인 도움을 받으며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2015년 치의학전문대학원 수시입시에서 서울대, 전남대, 인하대 100% 합격의 신화를 쓴 W스피치는 오는 11월 3일 (화) 오후 5시 치,의학전문대학원 면접특강을 열어 수강생 전원을 합격으로 이끈 노하우를 공개한다. 특강은 W스피치 시청점에서 진행되며 치,의학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이라면 누구든지 참여 가능하다. W스피치의 합격률은 경희대학교, 부산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경북대학교, 가천대학교 의.치전원면접 수시합격률 82.3%를 자랑한다. 서울강남점과 서울시청점, 부산센텀점에서 진행되며, 자세한 문의 및 참여신청은 W스피치학원 대표번호(1644 -0208) 또는 홈페이지(www.wspeech.co.kr)를 통해 가능하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31) 엄마의 눈으로 본 저출산 대책은 슬펐다

    [독박(讀博) 육아일기](31) 엄마의 눈으로 본 저출산 대책은 슬펐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나는 아이를 세 명은 낳겠다고 말하곤 했다. 세 자매 중 첫째로 자랐다 보니 형제가 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막둥이를 키우며 부모님이 즐거워하셨던 모습도 강하게 남았다. 나를 닮은 자녀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을 것 같고, 가족 사진도 다섯 명이 있으면 알차 보이는 것 같았다. 결혼을 하고 보니 일을 하면서 셋을 낳는 것은 무리로 보였다. 상황을 봐서 두 명으로 만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상 물정은 모르고 막연한 환상만 가득했던 계획이었다. 어쩌다 엄마가 되고 보니 아이 한 명을 키우는 것도 너무 버겁다. 아이가 주는 기쁨을 생각하면 둘이고 셋이고 많을 수록 좋은 일이지만, 현실에서는 이 한 명 제대로 키워내는 것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이를 셋 낳겠다고 장담했던 것은 2006년 무렵부터였다. 그 때 나는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사회복지를 공부하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이자 공부하는 내용의 핵심 과제였다. 당시 합계출산율은 1.12명이었다. 저출산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생각하며 내가 엄마가 될 즈음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고, 나 역시 세 명을 낳아 저출산 극복에 이바지하겠다는 다짐까지 했다. 그게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 사이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숫자는 1.21로 소수점 뒷자리의 순서만 바꼈다. 약 100조원의 돈을 투자했는데도 좋아진 게 없다는 비판이 여당에서도 나온다. 오히려 달라진 것은 나였다. 나는 엄마가 되었다. 책으로 배웠던 저출산 대책들이 이제 생활이 되었다. 한 줄 한 줄 피부에 와닿는다. 다만 정부의 대책에 영향을 받아 출산을 결정하거나 자녀 계획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실은 10년 전 학생으로 지켜보던 것보다 더 가혹해졌다. 나는 이제 아이 셋은커녕 하나를 겨우 키우면서도 과연 이 상태로 언제까지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지 외줄을 타는 처지가 됐다. 정부가 10년 만에 대대적으로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발표했다. 무슨 전문가도 아니고 담당 분야를 깊이 취재한 기자도 아니고, 그냥 두 살배기 아이의 엄마로서 접했다. 열심히 만드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일단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화가 났다. 억울했고 안타까웠고, 또 막막해졌다. 아이를 키우면서 상황이 달라질 거라고 믿었던 작은 기대들이 무너지는 듯해 슬프기까지 했다. 도대체 왜 이런 감정들을 느꼈는지, 부모님의 도움을 하나도 받지 못하면서 맞벌이를 하는 직장맘으로서 간절하게 몇 가지만 알리고 싶다.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보육’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고 한다. 정부에서 무상보육을 실시하면서 양육수당을 주거나 어린이집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단 몇 푼이라도 돈을 주는데 도움이 안 될 리 없다. 하지만 어린이집 비용을 매달 40만 6000원(만 0세 기준)이나 받으면서도 나는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내가 40만 6000원으로 어린이집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단 6시간 뿐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어린이집들이 “아이가 머물기에 적당한 시간”이라며 권장한 시간이다. 조금 더 보내는 엄마들도 오전 9시~오후 5시 전후일 뿐이다. 조금 더 보내자니 눈치가 보인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박봉을 받으며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아는 데다 내 아이를 직접 돌봐주는 분들이기 때문에 최대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다. 정부에서는 내년부터 맞춤형 보육을 실시한다면서 “종일반 위주의 어린이집 운영이 부모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에 부족한 상황”이라고 꼬집었지만 현실과 다른 이야기다. 정부에서 말하는 종일반이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2시간 동안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다. 그런데 이렇게 12시간을 꽉 채워 보내는 부모를 아예 본 적이 없다. 이렇게 문을 여는 어린이집이 없기 때문이다. 12시간 문을 여는 어린이집은 우리 동네에 딱 한 군데, 사회복지법인에서 위탁해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 뿐이다. 문을 열더라도 어린 아이가 한 곳에 12시간이나 머무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때문에 엄마들이 잘 보내지도 않는다. 아무튼 어린이집의 다수를 차지하는 민간이나 가정 어린이집은 ‘반일반 위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추가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꼭 있어야 한다. 특히 나는 친정이나 시부모님의 양육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에 베이비시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출퇴근형 160~180만원, 입주형 200만원 이상. 이 비용을 댈 수 없어서 어린이집에 6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출퇴근 시간을 합쳐 6~7시간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주머니로 등하원 도우미 겸 시터를 구했다. 아이를 ‘잘’ 봐주는 사람을 구하기가 워낙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에 시급은 1만원 안팎으로 월 100만원대 급여를 드린다. 때마다 선물도 하고 과일이나 명절 떡값 정도도 챙긴다. 그걸 따지지 않더라도 내가 일을 하기 위해 아이를 ‘맡기는’ 비용만 벌써 150만원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돈을 매달 내면서도 혹시 한 달에 두어 번 회식이 생기면 남편과 서로 시간을 조절하고 혹시 일정이 안 맞으면 이모님에게 아주 간곡히 사정을 해가며 한 두시간을 더 봐달라고 부탁한다. 공휴일이나 ‘샌드위치’ 휴일이 다가올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 주중에 있는 달력의 빨간 숫자가 아주 달갑지 않다. 아이가 수족구에 걸렸을 때,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에도 아이가 아픈 것보다도 어린이집을 못 보내게 되는 것을 걱정하게 되는 내 자신에게 말할 수 없이 짜증이 났다. 그나마 재택야근이 가능한 부서에 있어서 지금은 매우 상황이 나은 편이다. 이렇게 살면서 월급의 절반 이하를 이모님께 드리고 나머지로 아이의 먹을 것을 비롯해 생활비로 쓴다. 책이나 장난감은 주로 중고를 산다. 남편은 월급의 상당 부분을 아파트 전세 대출 이자와 원금을 갚는 데 쓴다. 지난해 이사한 서울 변두리의 아파트는 1년 사이 전세가가 1억 원이 올랐다. 결혼할 때는 당연히 부모님의 도움 없이 우리 힘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맞벌이니 둘이 열심히 벌고 모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출발선부터 뒤쳐져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고, 그걸 따라잡을 엄두조차 안 난다. 이런 상황에서 40만 6000원은 매우 감사한 돈이다. 그런데 이 돈을 좀 제대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시설을 만들면 되고, 교사를 더욱 늘리면 되고, 교사들의 처우를 대폭 개선하면 된다. 그런데 돈이 많이 드니까 이런 문제는 잘 개선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 차라리 40만 6000원을 안 받아도 좋으니 내가 원하는 시간 만큼, 정말로 믿고 의지하며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기관이 생길 수만 있다면 좋겠다. 비슷한 맥락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대신 사설 놀이학교 등을 보내는 엄마들도 많다. 돈을 내는 만큼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다. 예전에는 직장 어린이집이 최선일 거라고 생각도 했고, 지금도 서울 광화문 인근 기업의 직장어린이집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하지만 정작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의 수요 조사를 실시해 보면 “이용하겠다”는 의사가 적다고 한다. 결국 “가뜩이나 돈도 많이 들고 성가실 게 뻔한데, 정작 직원들도 원하지 않더라”는 말로 어린이집 설치가 무산되는 듯 하다. 이른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 아이도 함께 준비를 시키고 시내까지 데리고 나오는 자체도 간단치 않은 일이라서다. 자차를 이용한다면 좀 수월하겠지만 그게 아닌 엄마들은 매일 아이를 데리고 출근길 지옥철에 몸을 실어야 한다. 차라리 아쉬운 대로 부모님에게 아이를 밀어넣고,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에 맡기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규모가 매우 큰 기업이 아닌 이상 직장 내 어린이집 시설을 갖추는 것도 엄청난 부담이 될 거다. 시설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좋은 인력과 프로그램도 보장되어야 한다. 한 회사의 힘으로 어렵다면 여러 회사들이 힘을 모아서, 아니면 정부에서 나서서 지역별, 권역별 직장 어린이집을 만들면 좋겠다. 이렇게 회사들이 많이 모인 광화문에 직장 연합 어린이집, 신문사 연합 어린이집 같은 게 생기면 얼마나 좋을지 꿈을 꿔본다. 내가 일하는 근처에서 아이가 지낼 수 있고, 일과 중 가끔씩이라도 아이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나처럼 의지할 데가 없는 엄마는 출근길 고통 쯤이야 감수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가 자랄수록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어린이집이야 지원금도 나오고 시간을 정해 ‘봐주는’ 곳이니 일단 맡길 수는 있으니 말이다.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면 모든 게 돈이다. 게다가 정규 시간이 오후 2시 안팎으로 끝난다. 이후에는 보충수업이나 특별활동 등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며 아이를 머물게 해야한다. ‘좋은’ 유치원에 들어가는 것은 아마 국공립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바늘구멍일 거다. 나는 아이가 학교 들어가기 직전까지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도 하고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말귀야 다 알아듣고 자기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생기겠지만, 그래도 혼자 두는 것은 여전히 불안한 세상이다. 학교 수업이 12시, 1시에 끝나버리면 그 때부터는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냈다가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한다. 그러면서도 아이를 챙겨줄 ‘이모님’이라도 존재는 10년 가까이 옆에 둬야 하고, 그러면 계속 월급의 일부를 남에게 떼어주면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 아직 두 돌도 안 된 아기의 얼굴을 보며 나는 10년 안에 벌어질 이런 상황들이 너무 미안하기만 하다. 가장 황당했던 것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비판하면서 내놓은 여당의 아이디어다. “생각의 틀을 바꿔버리자”는 멋있는 제안을 하더니 대뜸 학제를 개편하자니. 아이의 입학 연령을 낮춰서 입직 연령을 앞당기자는 거였다. “아이가 일찍 학교에 들어가면 엄마의 취업률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억울함마저 들었다. 모두가 나처럼 아이를 힘들게 키우는 게 아니었구나, 아이를 단 한 시간도 맡길 데가 없어서 발을 동동 굴러본 사람은 나밖에 없었구나. 다들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편하게 아이를 잘 키웠나보다, 허무했다. 직장맘의 가장 큰 고비가 두 차례라고 들었다. 내 생각도 다름 없다. 첫 번째는 아이를 낳아 육아휴직을 한 뒤 복직을 하기 직전, 12개월 전후다. 핏덩이 같은 젖먹이를 떼어놓고 회사로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어미의 심정을 과연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정부에서 전업주부들더러 어린이집 이용을 줄이라면서 “가정 양육이 아이에게 가장 좋다”고 말하곤 한다. 그렇다면 직장맘들도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도록 그렇게 중요하다던 36개월까지 휴직 기간을 늘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직장맘들은 돌쟁이들을 매몰차게 놔두고 자기 일을 하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만들고, 전업주부들은 “할 일 없이 놀면서 애도 안 보고 어린이집을 보내는 한심한” 사람들로 만드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또 겨우 1년 3개월 동안 출산+육아휴직을 꽉 채워 쓰면 그렇게도 온갖 눈치를 주면서 겨우 복직을 하면 “애 보기 싫어서 일하러 나왔다”, “잘 쉬다 왔냐”고 수근거리기도 한다. 두 번째 고비가 초등학교 입학 전후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보육’의 울타리가 사라진다. 학교마다 방과후 교실이나 돌봄교실이 만들어진 것은 안다. 그래봐야 오후 5시까지다. 지역 아동돌봄센터든 학원이든 아무튼 계속 아이를 어디론가 보내야 한다. 현재 만 6세 아이들도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는 아기나 다름 없다. 선생님에게 화장실에 가겠다는 말도 못하고 참다가 긴장하면 바지에 오줌을 싸기도 하는 나이다. 돈 개념도 아직 없어서 아이 손에 돈을 쥐어주기도 조심스러운 나이다. 그런데 만 5세를 초등학교에 보내놓고 엄마들이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까. 학교를 보내 놓은 시간 동안 일을 한다 해도 겨우 몇 시간, 파트타임일 뿐이다.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에 치어가며 힘들게 공부를 하며 자라야 하는 아이다. 여자 아이라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늘 불안해 하며 노심초사할 것이고, 혹시나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까,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요즘에는 SNS를 통해서 눈에 띄지 않는 폭력도 허다하다는데 과연 내 아이는 무사할 수 있을까. 정말 말 그대로 별의 별 일들이 다 일어나고 있는 이 곳에서 아이를 자라게 하는 것이 미안하다. 그런데 이 험난한 세상에 1, 2년 더 빨리 뛰어들고, 더 빨리 경쟁해서 어떻게든 결혼하고 애를 낳으라니. 화가 난다. 보육 문제를 통틀어 가장 바꿔야할 것은 사실 너무 근본적인 문제다. ‘아빠의 달’ 인센티브를 한 달에서 3개월로 늘리고 아빠들도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는 내용은 사실 별 도움이 안 된다. 왜 꼭 아빠가 일을 쉬어야지만 육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이건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보육 문제가 이토록 해결할 수 없는 고리에 계속 머물고 있는 것은 바로 ‘일’에 대한 전반적 분위기 때문이다. 오후 6~7시에 집에 도착할 수 있는 퇴근시간을 가진 직장이라면 더 이상 하원 도우미를 고용하지 않아도 된다. 나처럼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아이의 어린이집 일과 시간에 맞춰 일을 하도록 해주면 월 100만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안 써도 된다. 꼭 근무시간이 길어야만 일을 열심히, 잘하는 듯한 분위기가 팽배해져 있는 사회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를 키우는데 긴 근무시간 만큼 , 아이를 봐주는 곳이 없다. 이 자체로도 모순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나와 남편, 두 사람이 사랑하는 아이를 한 명 낳았는데 도저히 둘의 힘만으로는 키울 수가 없다. 친정이든 시댁이든 부모님이나 남의 도움을 꼭 더 받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을 하는 게 오히려 철이 없는 게 아닌가. 몇 달 전, 내가 쓰는 글을 읽고 한 40대 독자가 보내주신 메일에서 나는 눈물이 쏟아졌다. “저보다 한참 어린 기자님의 삶이 저의 지난 삶과 너무 비슷해서, 세월이 이렇게 흘렀어도 일하는 엄마의 삶은 여전히 힘들고 예전의 상황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음에, 딸 가진 엄마로서 가슴이 미어지네요” 나는 10년 뒤 또 다른 직장맘 후배에게 이런 연민을 느끼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지 못하겠다. 그리고 30년 남짓 뒤, 내 딸이 엄마가 되는 시간까지. 나의 눈물과 불안함은 가시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안타깝고 슬프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25)아들 딸 구별 말자던 세상, 정말 달라졌을까 (26)가끔은 그냥 ‘나’이고 싶다 (27)1년에 단 며칠인데 뭐가 그리 힘드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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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혜민의 월드why] 너무 예쁜 그녀, 정체는 3D?…세계는 왜 ‘가상’에 빠졌나

    [송혜민의 월드why] 너무 예쁜 그녀, 정체는 3D?…세계는 왜 ‘가상’에 빠졌나

    낙엽이 쌓인 숲길을 배경으로 선 여학생이 있다. ‘새침한 똑단발’ 머리와 느슨하게 맨 넥타이, 교복으로 보이는 셔츠와 앳된 얼굴은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쁘장한 여학생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 여학생의 ‘정체’는 다름 아닌 가상인물이다.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사야’(Saya)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보다시피 리얼리티가 극에 달해 벌써부터 인기스타로 떠오를 조짐이 보인다. 3D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상현실과 가상인물은 IT업계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기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누구나 ‘가짜’임을 알면서도 한번쯤은 보고 또 만지고 싶어질 만큼 실재성이 더해지고 있다는 특징이 한몫을 한다. 내로라하는 전 세계 유수 IT기업들은 차세대 ‘밥벌이’로 가상현실 기술을 꼽았을 정도니, 이 기술의 중요성을 넘어 필요성까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가상인물과 밀접한 가상현실, 언제 처음 등장했나 일본에서 화제가 된 ‘사야’와 같은 가상인물은 대체로 가상현실 기술을 토대로 탄생된다. 그러니까 실존하지 않는 현실(가상현실)에 존재하는,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 바로 가상인간인 셈이니 가상현실과 가상인간은 실과 바늘같은 존재다. ‘Virtual Reality’, 줄여서 VR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가상현실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이미 19세기의 일이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배우, 영화감독인 앙토냉 아르토는 1938년 자신이 쓴 책 ‘잔혹연극론’에서 극장을 ‘가상현실의 공간’이라고 정의했다. 연극이 현실에 맞닿아 있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는 현실이 아니며, 시각적 효과를 동반해 관객을 몰입시킨다는 의미를 내포했다. 1980년대에 들어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술로 ‘창조’한 새로운 세계와 현실을 가상현실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가상현실이 태초부터 리얼리티의 극치를 자랑하는 기술력을 선보였을 거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오락실에서 볼 수 있는 자동차 시뮬레이션 기기나 운전면허시험장에 들어서기 전 시뮬레이션 실기 기기를 접해 본 사람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상현실이 실생활에 처음 도입됐을 때에는 시쳇말로 ‘허접함’을 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현재 가상현실 기술을 가장 주도하는 게임 산업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세계 최고의 IT기업 중 하나인 페이스북은 무서우리만치 정확한 선견지명으로 가상현실기기 제작업체인 오큘러스를 23억 달러(2조 5000억 원)에 매입했다. 오큘러스의 머리 덮개형 디스플레이(HMD)를 쓰고 게임을 하는 것과, 단순히 모니터 앞에서 게임을 하는 것은 어른과 갓난아기의 대결 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미리 깨달은 것이다. ◆실체 없는 프로그램, 마음을 주는 ‘실재’로 진화하다 가상현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상현실에 존재하는 가상인물의 퀄리티도 덩달아 격상했다. 가상인물의 ‘조상’은 프로그램 된 소프트웨어다. 그러니까 현재처럼 가상현실 속에 ‘실존’하는 것이 아니라 0과 1로 된 프로그램으로만 존재했던 것이다. 영화 ‘그녀’(Her, 2013)는 프로그래밍 된 가상인물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녀’의 감본과 감독을 맡은 스파이크 존즈 감독에게 영감을 준 것은 10여 년 전 채팅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채팅프로그램이 대화 도중 존즈 감독에게 ‘당신은 별로 흥미로운 사람이 아니네요.’라고 말했고, 감독은 “분명 건방지지만 나름의 세계관과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느꼈다. 비록 영화이긴 하나 인간과 ‘프로그래밍 가상여성’과도 사랑에 빠지는 마당에, 대화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마치 내 눈 앞에서 실존하는 인물로 시각화 된다면 인간과 가상인물이 사랑에 빠지는 것이 영화 속 스토리에 불과하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특히 ‘오큘러스’의 HMD 같은 장비를 이용하면 ‘실제 외부’로부터 시각과 청각이 완벽하게 분리된다. 오롯이 눈앞에 있는 가상현실 속 가상이성에 집중할 수 있으며, 이러한 환경이 집중력을 높이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간단한 논리다. 무료한 일상을 채워줄 뿐만 갈수록 외로워지는 현대인이 원할 때 언제 어디서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그것이 설사 프로그래밍 된 0과 1의 조합 또는 가상인물이라 해도 반가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가상인물과 감정 나누는 당신은 가상인물인가, 실존인물인가 장자의 호접몽처럼, 가상현실과 가상인물의 리얼리티가 극대화될수록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가상이 실제인지, 실제가 가상인지 혼란스럽다. 이탈리아 파도바대의 쥬세페 만토바니 심리학과 교수는 1995년 한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실존하는 세상도, 인물도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혼란스러울 수 있는 것은 “오감으로 들어온 정보를 일단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동아 사이언스 인용) 눈앞에서 총탄이 빗발칠 때 무의식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듯이, 눈앞에 펼쳐진 세계와 인물을 실재하지 않는 것이라 믿는 순간 오히려 더 큰 두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10년 이내에 HMD 류의 장비가 보편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저마다 고글을 닮은 가상현실 기기를 뒤집어 쓴 사람들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발을 내딛은 가상현실이 매우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세상이라면, 그리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나비인지 자신인지’ 혼동한다면? 불특정 다수를 향한 끔찍한 범죄가 속출할지도 모른다. 게임업계는 새로운 기술로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의료계에서는 더 정교한 수술과 맞춤 심리치료를 위해, 군(軍)은 효과적이고 정밀한 군사훈련 등을 위해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다. 사용자들은 이를 통해 더 즐겁고, 효율적이고,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실재하는 사람들의 세계가 가상현실에 빠진 이유다. 이런 점에 기대어 전 세계 수많은 전문가와 매체가 가상현실 기술의 순기능을 읊으며 찬양 아닌 찬양을 늘어놓는다 하더라도, 분노‧사랑‧환희 등 인간의 감정이 주입될 가능성이 높은 이상 사회‧심리적 부작용을 피할 순 없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에 주목한 분석은 스마트폰 또는 게임 중독 연구 등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인류의 삶을 보다 즐겁고 윤택하게 해주는 가상현실 및 가상인물을 기대한다면 보다 양질의, 신중한 가상 콘텐츠 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설] ‘작별 상봉’이란 기막힌 말 더 듣고 싶지 않다

    또다시 한반도는 ‘눈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 행사가 어제 끝나면서다. 우리는 헤어지는 버스 창문 틈으로 마지막 잡은 혈육의 손을 차마 놓지 못하고 몸부림치는 현장을 목도했다. 방송 화면으로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이토록 저미는데 당사자들의 비통함을 어찌 가늠하랴. 신혼 6개월 만에 헤어져 65년 만에 주름 가득한 얼굴로 다가온 북측 남편 오인세(83) 할아버지도, 그의 목덜미를 매만지는 남측 아내 이순규(85) 할머니도 눈엔 못다 흘린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이 순간이 지나면 이승에선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에 온몸을 떨고 있는 듯했다. 이번 1차 상봉 행사에선 북측 96가족과 이들의 남측 가족 389명이 만났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이산가족 약 13만명 중 절반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생존자는 6만 7000명 정도다. 이번처럼 100명 안팎의 이산 1세대가 만나는 방식으로 이들의 한을 풀어 주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생존해 있는 상봉 신청자도 80대가 40%, 90세 이상이 10% 이상이어서 태반이 80세가 넘는 고령자들이다. 이들이 속속 유명을 달리하기 전에 대규모 정례적 상봉 성사를 서둘러야 할 이유다. 우리는 일회성 상봉의 안타까운 현실을 거듭 확인했다. 남쪽 이산가족들은 이번에 무려 663대1의 바늘구멍 같은 추첨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더군다나 북측 가족들은 체제 동요에 대한 북한 당국의 우려 탓에 먹고살 만한 수준의 계층이 아니면 선발되기조차 힘들다고 한다. 그나마 ‘로또’에 당첨되듯 선발된 양측 가족이 혈육의 정을 나눈 시간은 2박3일 중 기껏 6차례, 12시간에 불과했다. 오죽 애간장이 탔으면 이들이 “몇 시간씩 끊어 만날 게 아니라 한 방에서 이틀간 같이 자게 해 달라”고 하소연했을까. 이산가족의 이런 간절한 소망을 알면서도 보여 주기식 이벤트 상봉으로 자족할 순 없다. 어제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작별 상봉’ 행사가 웬 말인가. 남북 분단으로 흩어진 한가족이 65년을 기다려 12시간 만난 뒤 다시 만날 기약 없이 어쩌면 영원히 생이별하는 자리란 얘기가 아닌가. ‘헤어지려고 만난다?’ 형용모순이나 다름없는 말이 더는 안 나오게 해야 한다.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서신교환, 그리고 면회소 설치를 통한 상시 만남 등 제도적 해법을 속히 강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북한의 태도가 관건이다.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을 남측의 경제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쓰는, 반인륜적 자세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 스스로 발상의 전환을 한다면 다행이겠으나, 그렇게 기대하기 어렵다면 우리 측의 다각적 대안이 긴요하다. 예컨대 이산가족의 정례적 상봉 등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와 금강산 관광을 연계하는 유인 카드도 검토함직하다. 이북도민회 중앙회와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등이 유엔의 ‘실향민 처리 지침’을 근거로 성묘 방문단을 청원하고 있음은 뭘 말하나. 북한 인권 결의안이 이달 말 유엔총회에 상정된다고 하니 이산가족 문제를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 [TV 하이라이트]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KBS 1 밤 7시 30분) 1963년 국내 첫 출시 이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꾸준한 사람을 받아 온 라면. 2013년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연평균 라면 섭취량이 74.1개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라면을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자주 찾는 라면 속에서 이물질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라면 속 이물질, 그 충격적 실태에 대해 취재해 본다. ■MBC 다큐프라임(MBC 밤 1시 15분) 노트북과 휴대전화로 일상에 관여된 모든 사물을 움직이는 일은 더는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을 연결하는 기술인 사물인터넷(IoT)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세상을 더 신나고 편리하게 만들어 가고 있는 사물인터넷. 그 신기하고 놀라운 성장 모습, 그리고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자리한 사물인터넷의 오늘과 내일을 만나 본다. ■장수의 비밀(EBS 1 밤 7시 50분) 경기 양평군. 알록달록 무르익은 가을만큼 예쁜 사랑을 하고 계신 박태복 할아버지와 이인복 할머니를 만나 본다. 노부부는 실과 바늘처럼 밭에 일하러 갈 때도 함께, 운동하러 갈 때도 꼭 붙어서, 장 보러 갈 때는 손을 꽉 쥐고 다녀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다. 60년 지기 짝꿍인데도 신혼처럼 알콩달콩한 노부부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 [아웃도어 특집] 콜핑 히톤 구스다운

    [아웃도어 특집] 콜핑 히톤 구스다운

    콜핑이 올겨울을 겨냥해 새롭게 출시한 히톤 구스다운은 보온성이 우수하면서도 무게가 가벼워 일상에서나 야외에서 두루 입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필파워(Fill Power·거위털을 장시간 압축했다가 풀었을 때 부풀어오르는 복원력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공기를 많이 품을 수 있어 보온성이 좋음)가 800으로 복원력이 뛰어나다. 거위 솜털과 깃털 비중이 각각 90%와 10%로 경량성과 보온성을 강화했다. 일본의 화학소재기업 도레이사의 특수원단(ENTRANT-GII)을 사용해 바람을 막아 주고 땀을 배출하는 기능이 좋다. 바늘과 실로 꿰매는 대신 접착하는 방식의 ‘웰딩’을 적용한 지퍼를 사용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원단과 충전재를 누벼 입체감을 살렸다. 부위별로 다른 색상을 배색하고 주머니를 달아 일상에서도 멋스럽게 입을 수 있다고 콜핑은 설명했다. 모자 부분은 지퍼로 붙였다 뗄 수 있고 벨크로(찍찍이) 여밈 방식으로도 연출할 수 있다. 색상은 네이비, 레드, 망고, 블랙, 브라운 등 남성 5종과 마젠타, 바이올렛, 망고, 레드 등 여성 4종이다. 가격은 33만 2000원.
  • 野 “국정교과서로 친일·독재 미화”

    野 “국정교과서로 친일·독재 미화”

    새정치민주연합은 15일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저지하기 위해 나흘째 여론전에 당력을 집중했다. 또한 전날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정부질문에서 “일본이 우리와 협의해서 필요성이 인정되면 (자위대의) 입국을 허용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규탄 결의문을 채택하고 대통령의 사죄를 요구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인혁당 사건 유가족과 고 장준하 선생의 아들 등 유신독재 피해자들을 만났다. 문 대표는 “아직도 독립운동이 제대로 다 발견되지 못하고, 친일역사가 다 규명되지 못했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억울하게 희생당하신 분들의 진상도 다 규명되지 못하고, 명예가 회복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박근혜 정부는 역사 국정교과서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조를 편성해서 의원들이 1인 피케팅을 하고 매일 퇴근 시간 서명운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독립운동가 후손인 이종걸 원내대표 등의 삭발을 통해 국정화 저지에 대한 결의를 보여주자는 의견도 논의됐지만, 역풍을 우려해 유보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은 긴급의총 결의문을 통해 “자위대의 한반도 진주 가능성을 사실상 공식화한 ‘21세기 친일 극우파의 커밍아웃’ 선언”이라며 “역사의 시곗바늘을 1945년 8월 15일 이전으로 돌리겠다는 반역사적 망동”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나 황 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일본이든 한국이든 (거류민) 3만 7000명의 신변이 위태롭다면 공조해야 할 것 아니냐는 취지였으며 우리는 기본적으로 일본 자위대의 입국을 우리 요청이나 동의 없이 허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 것”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그러면서 “아까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께서 제가 ‘요청 없이도 들어올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은 제 발언을 곡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새정치연합, 황교안 ´자위대 발언´ 규탄 성명 발표

     새정치민주연합은 15일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황교안 국무총리의 ‘자위대 입국 허용’ 발언에 대한 규탄성명을 채택하고 공세를 강화했다. 강동원 새정치연합 의원의 ‘대선 개표 조작’ 발언에 대한 여권의 공세에 맞서기 위한 정치쟁점화로 해석된다.  새정치연합은 규탄성명에서 “재무장을 선언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주 가능성을 사실상 공식화한 ‘21세기 친일극우파의 커밍아웃’ 선언”이라며 “이 땅에서 일본군을 몰아내기 위해 목숨 바쳐 투쟁한 애국지사들과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모욕한 용서할 수 없는 반민족적 망언이며, 역사의 시곗바늘을 1945년 8월 15일 이전으로 돌리겠다는 반역사적 망동”이라고 선통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황 총리의 망국적 발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고 즉각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했다.  문재인 대표도 이날 의총 발언에서 “황 총리의 사과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직접 명백한 입장을 밝히고 사과해야 마땅하다”면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가능성에 대한 입장도 기존 입장 변경하고 제대로 다시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총리는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일본이 우리와 협의해서 필요성이 인정되면 (자위대의) 입국을 허용할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낳았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유남규 현정화 그들이 또 보고 싶다/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유남규 현정화 그들이 또 보고 싶다/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리우데자네이루로 가는 길이 보입니다.” 강문수 한국 탁구대표팀 총감독은 지난 3일 태국 파타야에서 끝난 아시아탁구연합(ATTU) 선수권대회를 모두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4년 전 위암 수술을 받아 홀쭉해진 몸으로 힘겨운 일주일을 보냈지만, 그의 말은 희망으로 가득했다. 강 감독은 지난 3월 한·중 합동훈련을 위한 공식 회동에서 류궈량 중국대표팀 감독이 한 말을 기억해 전했다. 당시 그는 류 감독에게 “한국 탁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솔직히 말해 달라”고 물었다. 그러자 류 감독은 “솔직하게 말하라니까 하겠다. 유럽보다 못한 또 하나의 유럽을 보는 것 같다”고 돌직구 같은 답변을 내던졌다. 그의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류 감독은 작심한 듯 “1980~90년대 한국 탁구의 정신과 체력은 세계적인 것이었다”는 한마디를 더했다. 지금은 전혀 아니라는 뜻이었다. 강 감독은 송곳처럼 폐부를 찌르는 아픈 직언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맞는 말이었다. 우리가 과거에 중국을 이겼을 때 기술이 앞서 이긴 적은 없었다. 기술은 뒤졌지만 정신력에서 지고 들어간 적은 없었다”고 돌아봤다. 서울아시안게임을 한 해 앞둔 1985년 태릉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지 올해로 30년째다. 88서울올림픽에서 유남규, 양영자-현정화의 금메달을 북돋웠고, 2004년 아테네에서는 유승민을 발굴해 냈다. 2001년 파리세계선수권에선 주세혁의 목에 은메달을 걸어 줬다. 아시안게임 탁구 종목에서 금메달만 4개나 수확한 주인공이다. 그런 ‘백전노장’의 입에서 헛소리가 나올 리 없었다. 그는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옛날 한국 탁구의 전성기 때 최대 강점이었던 체력과 정신력을 살리겠다. 이를 잣대로 새로 나서는 세 어린 선수들의 싹을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대회를 마친 뒤 그가 흡족한 표정을 지은 건 그의 바람과 예측이 정확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대표팀은 대회에 나설 때부터 ‘반쪽’이나 다름없었다. 메달 성적에 대한 기대는 아예 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표팀은 남녀단체전 동메달 2개와 남자복식에서 은메달을 거둬들였다. 중심에는 ‘새싹’들이 있었다. 실업 1년차로 처음 성인대회 태극마크를 단 선수는 9명의 남녀대표팀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명이다. 비록 4강을 밟는 데는 실패했지만 세계 랭킹 40위권을 맴도는 장우진(20·KDB대우증권)이 세계 4위 장지커(중국)를 두 차례나 꺾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고, 100위권 밖의 김민혁(19·삼성생명)은 홍콩의 강호 추앙치유안(11위)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을 벌이다 마지막 세트 듀스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 여자대표팀 막내 이시온(19·KDB대우증권)도 단체전 준결승 제2단식에서 여자 세계 1위 딩닝(중국)을 2, 3세트 듀스까지 물고 늘어졌다. 그가 냉정하게 바라본 대한민국 탁구의 현주소는 남자는 세계 5~6위, 여자는 6~7위권이다. 그러면서도 “올림픽에는 4등이 없다. 무조건 3위 안에 들어야 한다”면서 “이들 새내기 모두가 유남규이고 현정화다. 내년 리우 때까지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들겠다”는 63세 현역 감독의 말이 비장했다. cbk91065@seoul.co.kr
  • [단독] 실수요 몰리고 투기수요 덤비고… 튀겨진 분양시장 ‘불안불안’

    [단독] 실수요 몰리고 투기수요 덤비고… 튀겨진 분양시장 ‘불안불안’

    부산에 사는 가정주부 A(56)씨는 주말마다 견본주택을 방문하는 것이 주요 일과다. 지방의 민간 분양 물량은 당첨 즉시 곧바로 분양권을 되팔 수 있다. 수도권처럼 한 번에 수천만원의 웃돈이 붙진 않지만 단기간에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어 ‘돈 놓고 돈 먹기’란 얘기가 나온다. A씨는 4일 “2000만원을 1년 정기예금(연 1.3%)에 넣어두면 세금을 빼고 손에 쥐는 돈이 22만원에 불과하다”며 “분양권은 청약 후 계약금 2000만~3000만원만 걸어두면 웃돈 수백만원을 붙여 바로 되팔 수 있어 쏠쏠하다”고 말했다. 자산시장의 분양권 쏠림현상 배경은 복합적이다. 가장 큰 원인은 전세난에 등 떠밀려 ‘집을 사자’고 돌아선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이다. 국민은행 부동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72.9%로 11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기존 주택 대비 분양주택은 중도금을 수 차례 나눠낼 수 있어 목돈 부담이 적고 집단대출을 통해 싼 이자에 돈을 빌릴 수 있어 실수요자들이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실수요만으로는 분양시장 과열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분양시장에서 실수요자와 투기 수요를 경계 짓기는 매우 모호하다”면서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을 받았더라도 웃돈이 1억원 넘게 붙으면 일단 팔려는 심리가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분양권 거래 규모는 8만 6600건이 넘는다. 계약 체결 이후 60일 안에 신고하도록 돼 있는 만큼 아직 반영되지 않은 분양권 거래 숫자도 적지 않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지난해(10만 6335건) 거래 규모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전국의 미분양 물량도 올 8월 말 기준 3만 1689가구로 줄었다.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았던 2009년 3월(16만 5641가구)과 비교하면 5분의1 수준이다. 여기에는 규제 완화와 투자 수요 유입 요인도 크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9·1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 따라 청약통장 1순위 자격요건은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해 6월부터는 수도권 민간택지지구 분양 물량 전매제한 기간이 1년에서 6개월로 단축됐다. 법 개정 이전에 분양된 물량도 똑같은 혜택을 줬다. 박합수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정부의 9·1 대책으로 분양권 문턱이 낮아지면서 실수요자는 물론 가수요까지 분양시장으로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2017년까지 수도권 공공택지지구를 신규 지정하지 않겠다고 못박으면서 기존의 2기 신도시(위례·광교·하남·김포·파주·동탄2 등) ‘몸값’이 치솟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분양권 실거래가격에 따르면 경기 성남 창곡동 ‘래미안 위례 신도시’는 120.83㎡형(전용면적 기준)은 웃돈이 1억 8660만원이다. 2018년 이후 정부가 공공택지를 새로 지정하더라도 입주 시점까지는 2~3년 걸린다. 이 때문에 2기 신도시에서는 분양업자와 중개업소들이 “최소 5년간 신규 입주가 없다”는 희소가치를 부각시키며 일종의 ‘절판 영업’을 하고 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팀장은 “위례와 광교에서 웃돈 3000만~5000만원은 예사”라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았던 경기 파주와 김포의 미분양 물량도 소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시장의 낮은 수익률도 단기 부동(浮動)자금의 부동산행(行)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연초 대비 코스피 수익률은 지난달 24일 기준 1.64%,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1.63%에 불과하다. 최근 3개월을 놓고 보면 코스피 수익률과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각각 -6.64%, -7.62%로 원금을 까먹은 상태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시중에 돈은 넘치는데 예금 금리는 턱없이 낮고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크다 보니 ‘역시 (믿을 건) 부동산’이라고 생각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며 “분양권은 최근 일부 지역에서 웃돈이 붙으며 저비용(계약금+중도금 일부)으로 단기 차익을 거둘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중 부동자금은 9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섣불리 가세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강태욱 하나은행 부동산팀장은 “연말까지는 분양시장 과열 현상이 지속되겠지만 내년에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올라가고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옥죄기도 시작돼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면서 “분양시장은 외부 악재가 등장하면 한순간에 냉각되는 특성이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환기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경기 지표 개선 없이 부동산(분양) 시장만 나홀로 강세를 이어갈 수는 없다”며 “지금은 규제 완화와 유동성 장세에 따른 일시적인 쏠림일 뿐, 정부의 인위적인 부양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쪽은 실수요자들이다. 분양시장 과열로 청약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당첨 확률이 ‘바늘구멍 통과하기’가 됐다. 당첨에서 떨어지면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사야 하는데 지금이 ‘꼭지’라는 진단이 많다. 박합수 부센터장은 “위례나 광교 등 일부 지역의 웃돈 수준을 고려하면 지금이 꼭짓점’”이라며 “2~3년 뒤 입주 시점에는 가격이 떨어질 수 있어 분양권 매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실거주 목적이라면 주변 시세 대비 가격 적정성을 따져 입주 5년 차 이내의 역세권이나 중소형 주택을 대안 상품으로 고려해 보라”고 추천했다. 다만 서울과 수도권에서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공급이 예정돼 있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함 센터장은 덧붙였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허준규의 캠핑 액티비티] ‘낚시의 끝판왕’ 플라이 피싱

    [허준규의 캠핑 액티비티] ‘낚시의 끝판왕’ 플라이 피싱

    그간 텐트를 베이스캠프 삼아 숲 속 우듬지를 오르고 강어귀 물줄기 따라 노를 젓고 배낭을 둘러메고 산과 섬으로, 해외로 쏘다녔다. 최근에는 생소하기 짝이 없는 줄타기를 하는가 싶더니 대세를 좇아 드론을 날려보기도 했다. 어디 하나 캠핑과 매칭되지 않는 것이 없으나 진작 다뤘어야 하는 액티비티가 빠졌으니 바로 낚시다. 아주 보편화된 낚시캠핑에서도 플라이 피싱(Fly Fishing)은 평범하지 않다. 낚시의 여러 장르 중에서도 좀 특별한데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정적인 개념,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포인트를 찾아 계류를 휘젓는다. 그 특성상 동적이고 운동량이 있기에 캠핑 액티비티와 궁합이 잘 맞는다. 천상의 풍경을 배경 삼아 영화 속 한 장면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낚시를 그려보지 않은 남자들이 있을까. 굳이 배우 브래드 피트가 아니었어도 플라이낚시의 판타지를 심어준 20년도 더 된 미국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여전히 뇌리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리듬체조와 비슷… 여성에게도 제격 서구 낚시문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플라이낚시. 온갖 수식어를 갖다 붙이지 않더라도 허공에 라인이 날아가는 궤적,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뻗어나가는 캐스팅(Casting·낚싯줄 던지기)만으로도 아우라가 특별하다. 그 행위의 주체가 여성이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15년 경력에 세계플라이낚시연맹(FFF) 인증 강사이자 국내 유일 여성프로인 박정(47)씨는 “플라이낚시는 오히려 남성적인 것보다 선율이 있는 리듬체조와 같아서 여성에게도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그래서 강원도 산골 계류에서 캠핑과 함께하는 플라이낚시는 이제 더이상 남자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된다. ●포인트에 가짜 미끼 던져 넣는 기술 필요 플라이낚시는 나름 고수의 세계다. 루어낚시는 루어 무게로 날리는데 반해 플라이낚시는 라인의 무게로 날린다. 일단 플라이 로드, 릴, 라인 그리고 플라이(미끼) 등 기본 장비만 갖추면 시작할 수 있지만 관건은 캐스팅이다. 물고기가 있을 것 같은 포인트에 정확하게 미끼를 던져 넣는 것이 캐스팅인데, 라인의 무게로 낚싯대를 앞뒤로 흔들어 능숙하게 하기까지는 적잖은 연습이 필요하다. 입문자들이 캐스팅을 익히려면 짧게는 수시간부터 수개월이 걸린다. 그런 이유에선지 전국적으로 동호회들이 있긴 하나 꾸준히 활동하는 마니아는 수도권을 통틀어도 1000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단 캐스팅이 어느 정도 되면 이보다 ‘간지 나는’ 낚시가 없다. 특히 플라이 피셔들은 바늘과 실, 깃털 등을 이용해 곤충 모양의 가짜 미끼를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플라이낚시는 자연에 최소한의 피해만 주며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기에 떡밥이나 지렁이 같은 진짜 미끼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의 털 같은 걸로 벌레처럼 보이게 만들어 쓰는데, 이를 타잉이라고 한다. 흔히 플라이낚시는 캐스팅, 낚시, 타잉 순으로 재미를 느끼게 된다. 이 과정 하나하나가 자연으로 다가가는 길이다. ●열목어·산천어·송어가 주요 타깃 최근 박정 프로의 강원 양구 방산면 수입천 계류 출조를 겸한 강습회에 동행했다. 박 프로는 “플라이낚시는 단순히 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계절에 따른 계곡의 변화, 물고기의 습성, 강 벌레들의 종류, 움직임 등을 공부하지 않으면 쉽게 손맛을 볼 수 없다. 어종과 계절, 지역에 따라 물고기가 좋아하는 먹이가 다르고 그때그때 맞는 인조 미끼를 만들어 써야 하기에 이를 연구하고 이해하다 보면 자연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플라이낚시에는 ‘캐치 앤 릴리즈’라는 미덕이 있는데 손맛만 보고 자연으로 바로 보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서 캐치 앤 릴리즈(Catch and Release)는 ‘물고기를 잡는 과정만 즐기고 낚은 물고기는 놓아주자’는 것으로 세계플라이낚시연맹의 창립 구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계류플라이낚시 주 대상 어종인 연어과의 열목어, 산천어, 송어 등의 자원이 대부분 강원 산간에 한정되어 있고 그 개체 수도 적기 때문에 이는 미래지향적이고 중요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잡은 물고기 방생하며 자연과 동화 그러나 한편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거나 플라이낚시 자체를 시기상조라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잡아서 먹지도 않을 물고기를 돈과 시간을 들여 낚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이다. 잡은 물고기는 회가 되든 탕이 되든 으레 먹는 것이 당연한 전통적 개념에서 보면, 실컷 잡은 물고기를 놓아주는 것은 ‘꼴값 떨고 있는 짓’이 된다. 여러 조행기를 보면 “큰맘먹고 플라이낚시 나가봤는데 사람들이 미친 놈처럼 본다”는 푸념도 종종 볼 수 있다. 결국 어자원이 넉넉하지 않은 현실에서 물고기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잘 다루어주고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주는 마음가짐으로 낚시를 즐기자는 것이 플라이낚시임에 틀림이 없다. 한국아보리스트협회 대외협력위원 jkhuh7875@gmail.com 포토그래퍼 김성헌
  • 영면 못 드는 이효석 맏딸 이나미 여사… 차남 “어머니 의료과실死”

    ‘메밀꽃 필 무렵’의 소설가 이효석(1907~1942)의 맏딸 이나미 여사가 영면에 들지 못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서울신문 9월 26일자 21면> 고인은 지난달 25일 83세의 일기로 세상을 등진 이후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입원 이후 돌아가실 때까지 고인 곁을 지킨 차남 조경서(59)씨는 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어머니를 이렇게 억울하게 보내드릴 수 없다”며 눈물을 삼켰다. 그는 “병원 측의 명백한 의료과실로 멀쩡하시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고 주장하면서 “병원 측의 책임을 물어 어머니를 편안히 눈감게 해드린 후 장례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조씨의 말을 종합하면 그는 지난 8월 27일 기력이 쇠한 어머니를 모시고 서울 광진구 강동성심병원을 찾았다가 폐렴 증세가 있다고 해 입원했다. 입원 당일 담낭염 수술도 받았다. 이틀 뒤 상태가 호전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겼다. 이후 병세가 다시 나빠져 중환자실로 갔고 폐 기능이 20%밖에 안 된다고 해서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문제는 지난달 14일 한쪽 가슴에 꽂힌 바늘을 다른 쪽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조씨는 “인턴이 바늘을 옮기면서 폐에다가 바늘을 꽂았다”며 “자체 호흡이 안 돼 인공호흡기로 호흡하는데 폐에 바늘을 꽂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어머니는 이후 늑막에 관을 두 개 꽂아 공기와 물을 빼내다 12일 만에 숨졌다. 조씨는 “어머니께서 평소 나 죽으면 부모님 곁에 묻어달라고 하셨는데 그 뜻을 받들지 못하고 있어 너무 죄스럽고 원통하다”고 했다. 그는 “인턴과 담당의사도 실수로 폐에다가 바늘을 꽂았다고 시인했다. 폐에 바늘을 찔렀을 당시 문제를 제기하면 병원에서 어머니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것 같아 가슴 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면서 “전문 변호사의 자문을 얻어서라도 의료과실을 꼭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병원 측은 “의료과실은 전혀 없고 폐렴으로 돌아가신 거다. 의학 상식적으로 폐에다 바늘을 찌를 수 없다. 아들 혼자만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GTX·3호선 6㎞ 연장 추진… ‘희망도시’ 기초 다진다

    [자치단체장 25시] GTX·3호선 6㎞ 연장 추진… ‘희망도시’ 기초 다진다

    지난달 25일 오전 6시.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의 한 아파트 출입구. 이재홍 파주시장이 가벼운 트레이닝복에 모자를 쓰고 집을 나선다. 어둠을 뚫고 10분여 걸려 도착한 곳은 운정신도시의 상징인 운정호수공원. 한 손에는 쓰레기봉투, 다른 한 손에는 집게를 들고 산책로를 따라 이동하며 쓰레기를 주워 담는다. 지난해 2월 이사 온 이후 매주 월·수·금요일 이곳에서 남몰래 잡초 제거나 쓰레기 줍기를 하고 있다. 이 시장은 “운동 삼아 해 온 일”이라고 했다. 취임 직후 파주시청 인터넷홈페이지 ‘칭찬합니다’ 코너에 “거의 매일 운정호수공원 산책로에서 잡초 제거를 하는 사람이 있어 눈여겨봤더니 시장님이었다”는 시민의 글이 올라오면서 시 직원들도 비로소 알게 됐다. 이후 호수 인접 운정2~3동 직원 일부와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동참하면서 ‘파주사랑 POP봉사단’으로 발전했다. 청소를 마친 뒤 서둘러 귀가해 씻고 시청에 들어서자 시곗바늘이 8시 20분을 가리킨다. 오늘은 실·과·소장 이상은 물론 읍·면·동장까지 참석하는 ‘현안보고 회의’가 있는 날이다. 내년에 추진할 비예산(저예산) 업무개선 사업 발굴과 관련한 토론이 진행된다. 자치재원이 부족하니, 가급적 예산이 덜 들면서 ‘희망도시’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아이디어 행정이 필요하다. 지난 한 달 동안 얼마나 반짝이는 아이템들이 창안됐는지 몹시 기대된다. ●읍·면·동장 참석 회의서 업무개선 사업 발굴 토론 신규옥 문화교육국장이 ‘다시 찾고 싶은 파주 관광활성화 방안’에 대해 설명한다. 이 시장이 “1000만 관광객이 찾는 곳이 전국적으로 몇 안 된다”며 분발을 당부하자 신 국장이 “예산 신경 써 주시면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계속해서 다음 보고를 하겠다’는 의미였지만, 딱딱한 회의실에 폭소가 터졌다. 이 시장은 “부서별로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베스트 프로젝트를 찾아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잘 벤치마킹하면 우리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과마다 다음 회의 때 보고하라”며 85분간 계속된 현안보고회를 마쳤다. 집무실로 돌아오자, 예고 없이 윤후덕 국회의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역에 민원이 있나 보다. 윤 의원이 다녀간 이후 대면 결재가 정오까지 줄을 이었다. 대기실 인원이 좀처럼 줄지 않았다. 정오에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통일로변에 위치한 제2기갑여단 위문일정이 잡혀 있다. 부대 정문을 통과하자 여단장과 참모들이 미리 나와 이 시장을 맞았다. 포병으로 군 복무를 했던 터라 2기갑부대 사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군 부대 방문을 마친 이 시장은 시청으로 돌아와 양치를 한 뒤 금촌통일시장으로 직행했다. 농협중앙회 이석용 파주시지부장 일행과 아내가 도착해 있었다. 이 시장은 상인들에게 인사하느라 바빴다. 오른쪽 상가 상인들에게 인사하느라 미처 반대편 상가 상인들 손을 잡지 못하자 뒤에서 “섭섭하네”라는 소리가 들린다. 허물없는 입담에 어느새 장안에 웃음소리와 덕담이 끊이질 않는다. 이번에는 20분을 달려 문산 자유시장을 찾았다. 이 시장의 아내가 다시 동행했다. 이 시장 부부는 연세가 많은 상인이나 장사가 잘 안 될 것 같은 가게에서 주로 먹거리를 구입했다. ●망배단 제향 시설·붕괴 위험 교량 현장 점검 분주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문산행복센터로 달려갔다. 10월 12일 국회에서 열리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및 지하철3호선 파주 연장 정책세미나 관련 사전 협의가 있다. 이미 김광선 전 경기도의원을 비롯한 시민추진단 임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김 단장이 중앙정부를 방문했을 때 느낀 답답함을 토로했다. 회의가 끝나자 추석 명절 실향민들이 합동제례를 지낼 임진각 망배단 제향 시설 점검에 나섰다. 이동 중에 황진하 국회의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참을 통화한 뒤 이 시장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황 의원님은 참 고마우시다. 무슨 일이건 되든 안 되든 꼭 전화를 해 주신다.” 차례상이 놓일 망배단은 깨끗이 청소됐으나 곳곳에 틈이 보이는 등 손질이 필요해 보였다. 30~40년 전 설과 추석 명절에는 임진각 광장이 실향민들로 가득했으나 요즘엔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빨리 통일이 돼야 할 텐데….’ 도로관리사업소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경기도가 관리하는 광탄면 용미리 78번 지방도 교량이 붕괴될 위험이 있어 차량을 우회시키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둘러 현장으로 달려갔다. 교량 밑을 보니 콘크리트가 모래처럼 가루가 돼 주저앉은 게 보였다. 잡석들이 많고 콘크리트가 제대로 뭉쳐지지 않았다. 철거 후 재시공이 불가피하다. 새 확장도로가 옆에 준공을 앞두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부친 기일에 한밤중 모교 운동장서 별 보며 힐링 벌써 저녁 시간이 다 됐다. 해가 서산을 넘어가는가 싶더니, 시청에 도착하자 어둑어둑해졌다. 매일 있는 저녁 약속이 오늘은 없다고 한다. 부친의 기일이라 따로 잡지 않은 모양이다. 오래전 부친이 돌아가시던 날 밤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추석 전날 돌아가셨으나…(문상객들이 거의 없었다). 친구 아버지가 보리 한 말을 지고 오셨어요.” 파평면 두메산골에서 살다가 고등학교, 대학교를 서울로 유학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과정을 상상하는지 이 시장 입에선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 시장은 자신이 어린 시절 성장해 온 적성, 파평 등을 다녀오는 날이면 가급적 자신이 졸업한 파평초등학교에 들른다. 한밤중 운동장 한가운데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깊은 호흡으로 상쾌한 밤공기를 음미한다. “밤하늘 별이 그냥 쏟아집니다.” 다시 한 번 오전 현안보고회 때 일이 생각났나 보다. “그런 학교 운동장에서 하루 캠핑을 하며, 낮에는 책을 읽고 밤에는 별을 보면 얼마나 힐링이 되겠어요.” 글 사진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한가위 밥상머리 부모·자녀 세대 툭 터놓고 ‘Talk’

    한가위 밥상머리 부모·자녀 세대 툭 터놓고 ‘Talk’

    올 초 서울의 한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 준비생으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모(28)씨의 이번 추석 연휴는 씁쓸했다. 1년 만에 가진 가족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아버지와 고성을 주고받아 마음이 한층 무거웠다. 박씨는 지난 24일 부산 본가에 내려갔다. 지난 설에는 취업 준비를 한다고 가지 않았지만 “할아버지 사실 날이 얼마나 남았겠느냐”는 부모님 말씀에 고향 집으로 향한 무거운 발걸음이었다. 평소 취업 문제로 부모와 갈등을 빚어 온 박씨는 가족들과 대면하는 게 불편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현실은 그 수준을 뛰어넘었다. 박씨의 아버지는 당장 대기업 취직이 어려우면 눈을 낮추라고 요구했고, 중소기업에 취직했다가 재취업을 시도 중인 박씨는 그럴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박씨는 추석 당일인 27일 오전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급히 서울로 상경했다. 그는 서울에 와서 혼자 영화 ‘사도’를 보며 울분을 달랬다. 박씨는 “극 중에서는 아버지 영조가 만든 책을 가지고 공부하는 사도세자의 모습이 나오는데 어른들이 만든 기준에 따라 취업을 하고 그 기준에 들어맞지 않으면 영영 취준생 신분인 우리와 사도세자가 다를 바가 뭐냐”고 말했다. 귀성길을 재촉하며 한자리에 모인 한가위 식탁 상차림에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 고민스러운 현실이 담겨 있었다. 여러 해째 취업을 못 하는 삼촌부터 시집 못 가는 고모의 얘기는 남의 얘기가 아니었고, 취업 경쟁에 축 처진 자녀들의 어깨를 보는 부모 세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년퇴직을 앞둔 부모 세대의 불안한 노후를 바라보는 자녀 세대도 편치 않은 마음뿐이다. 추석 밥상머리에서 ‘뜨거운 감자’는 단연코 ‘취업’ 문제였다. 바늘구멍처럼 좁은 취업 문 때문에 버둥대는 자녀 세대는 부모 세대에게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졸업을 미루고 취업을 준비 중인 이른바 ‘대학교 5학년’ 김모(24·여)씨. 반복되는 취업 실패에 뒤늦게 어학연수라도 가겠다고 말을 꺼냈다가 어머니와 언쟁만 벌였다. 그는 영어 스펙이라도 확실하게 쌓아 취업에 재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씨는 “나와 비슷한 스펙을 가진 경쟁자들은 넘쳐나는데 내가 봐도 내가 그들보다 나은 점을 찾을 수 없다”며 “대학 내내 가지 않은 어학연수를 지금이라도 가야 되는 건 아닐까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딸의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 최모(52)씨도 한숨을 쉬기는 마찬가지다. 딸이 취업에 실패하다 보니 스트레스에 시달려 현실 도피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미국에 교환학생까지 다녀온 김씨가 다시 어학연수를 간다는 게 현실 도피로만 보인다. 모녀는 추석 연휴에 생각을 나눴지만 서로 생채기만 남긴 듯했다. 최씨는 “취업이 어렵더라도 딸이 잘 참고 이겨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중소기업 직장인 조모(43)씨는 연휴 때 취준생 사촌동생들을 만나 ‘유전(有錢)유취’ ‘무전(無錢)무취’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조씨는 “요즘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있는 집 자식들한테만 한국은 천국인 것 같다”며 “한 나라 안에서도 흙수저 청년들은 명절에도 취업 때문에 공부하고 있는데 금수저 청년들은 부모 덕에 취업도 걱정 없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였다. 그는 “우리 사회 고위층은 취업난이라는 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취업 못 하는 걸 부모 탓으로 돌리는 청년들을 보면 한심하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보면 취업난도 있는 집, 없는 집으로 나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물론 취업은 자녀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년을 앞둔 ‘베이비붐 세대’에게도 마치 자녀와 일자리 경쟁을 하고 있는 듯한 씁쓸한 마음이 번진다. 직장인 이모(30)씨는 이번 명절 때 경남 창원에 내려가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들은 아버지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아버지는 “요즘 50~60대 사이에서 하는 ‘100살까지 살라’는 말이 오히려 우울하게 들린다”고 말했다고 한다.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노후는 두렵다.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이씨는 “아버지 세대가 다른 여유는 누리지 못하고 가족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왔는데 그 대가로 돌아오는 것이 불안한 노후라는 현실이 무겁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취업에 이어 결혼도 화두였다. 서울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계열 대기업에 다니는 허모(30)씨. 그는 이번 추석에 방문한 강원도 부모님 댁에서도 좀처럼 부모님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결혼 성화가 그에게는 답답한 현실을 환기시키는 잔소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허씨는 앞으로 5년간은 결혼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2000만원이나 쌓인 학자금 대출을 갚고 부모님 생활비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형 뒷바라지를 해 온 그에게 결혼은 사치라는 게 스스로 내린 진단이다. 허씨는 서울에서 방 한 칸 전세라도 마련하려면 억대의 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돈을 모을 자신도 없다. 허씨는 “부모님은 전세가 안 되면 월세부터 시작하면 되지 않느냐고 권유하지만 그럴 생각은 없다”며 “3포 세대, 7포 세대라고 하는데 굳이 결혼해 힘들게 살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경찰팀 종합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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