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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만원이 없어서… 신장 이식 못받는 아내

    2000만원이 없어서… 신장 이식 못받는 아내

    지난해 겨울, 김관수(42)씨와 조민남(40·여)씨 부부가 운영하는 튀김 노점에서 민남씨가 쓰러졌다. 몇년 동안 복통이 이어졌지만 병원에도 가지 않고 일한 것이 화근이 됐다. 민남씨의 병명은 급성 말기 신부전증. 18일 오전 11시 20분에 방영되는 KBS1 현장르포 동행 ‘여보 미안해’편은 아픈 아내와 네 자녀를 돌보면서 동분서주하는 관수씨와 그런 남편을 보며 마음 아파하는 민남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한다. 관수씨에게는 사업 실패로 진 빚 5000여만원과 아내의 병원비를 위해 빌려 쓴 일수가 짐이 되고 있다. 네 자녀 유진(14), 용선(12), 혜진(9), 용주(6)를 키우면서 고달픈 삶을 살고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노점에서 튀김을 팔고, 시간이 날 때마다 퀵배달 일도 한다. 일수를 갚기도 버거운데 노점 단속에 걸려 벌금도 몇 번이나 물었다. 속상한 마음에 “아내가 많이 아픕니다. 민원을 넣지 말아주셨으면…”이라는 문구를 걸고 장사를 하기도 했다. 신장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는 게 답답했던 관수씨는 방법을 알아보다가 혈액형이 맞지 않아도 이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퀵배달을 나간 사이 처음 민남씨가 쓰러졌던 탓에 늘 미안함을 안고 있었던 관수씨는 자신의 신장을 떼어줄 수 있다는 소식에 희망을 얻는다. 그러나 2000만원이나 되는 수술비용을 구할 길이 막막한 관수씨는 다시 무력감에 빠져들고 말았다. 민남씨의 양쪽 신장은 모두 제 기능을 잃은 상태다. 1주일에 세번씩 투석을 받고 있지만 언제까지 혈액투석으로만 살아갈 수는 없다. 투석을 받고 나면 지칠 대로 지쳐 장사를 하는 것도 버겁다. 하지만 자신보다 더 고생하는 남편에게 미안해 아픈 내색도 하지 않는다. 민남씨의 왼쪽 팔은 주삿바늘로 성한 곳이 없어 아이들을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한다. 맏딸 유진이는 사춘기에 접어든 나이에 엄마를 간병하고 아이들을 돌본다. 그러다 지쳐 학교 숙제를 잊어버리거나 공부를 할 시간이 없어 속이 상하기도 한다. 하루 빨리 신장 이식을 받아야 하지만, 민남씨는 남편의 말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사실 민남씨는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다. 감당할 수 없는 수술비 부담도 있었지만 남편이 한 쪽 신장만으로 살아가다가 행여 잘못될까 두려웠던 것이다. 또 부부가 입원해 있는 한 달 동안 네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도 없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이런 고민들을 혼자 감내하고 있었던 것을 안 관수씨는 가슴이 찢어진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어둑하게 가라앉았던 하늘에서 음산한 기운이 도는가 하였더니 마침내 솜털처럼 촘촘한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눈만 내던 시절에 비가 내리는 것을 보면 봄이 가까워진 것이 분명했다. 머지않아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는 3월이 닥칠 것이다. 봄 사돈 꿈에 볼까 무섭다는 말이 있는 춘궁기가 시작되면 소금값은 더욱 치솟아 부르는 게 값이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일행은 처소에서 가까운 식주인을 찾아 오랜만에 요기를 배불리 하고 도방으로 돌아와 일찌감치 잠자리를 보았다. 따끈한 아랫목에 모두 목침 하나씩을 차지하고 어슥버슥 누웠는데, 문득 배고령의 신세타령이 들려왔다. 뒤통수에 패랭이 얹고 꽁무니에 짚신 차고 한평생을 걸어도 앉아서 쉬어본 적 없네 허기진 뱃구레 움켜쥐고 고개치 넘나들다 물미장 턱에 걸고 먼 산 바래기가 낙일세 검은 머리 흰머리 될 때까지 행역에 시달려 일점 혈육도 없이 이 풍진세상 홀로 떠도네 서발 작대 휘둘러도 거칠 것 없는 사고무친 병구완에 은사죽음인들 구완받을 길 없네 봉놋방 부들자리에서 생면부지 사람들과 말뚝잠으로 밤 지새다가 깨어나면 꼭두새벽 오늘도 하염없이 십이령길 고개치 넘나드네 일모도궁에 일숙 청해도 돌아오는 문전박대 꿩의 병아리같이 뛰어들 품속 어디에 없으니 사위스런 이내 속내 누굴 잡고 하소연할까 객리행상에 지쳐도 형단영척(形單影隻) 의지할 데 없는 팔자 부지거처 불구인생(不久人生) 누구를 허물하리오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돌며 고해 바다 겪다가 허공에 날리는 먼지같이 저세상으로 가네 고해 바다 헤매다가 저승으로 돌아가네 심사가 뒤숭숭했던 곽개천이 나직하게 타일렀다. “배고령, 남의 어수선한 복장 지르지 말고 그만 자세. 설친 잠이나 벌충하게.” 일행이 부들자리에 코를 박고 막 잠잘 채비를 하는 중에 초저녁에 헤어졌던 정한조가 문을 벌컥 열고 봉노 안으로 들어섰다. 누워 있던 일행이 모두 일어나 등잔에 불을 댕기고 초저녁에 숫막에서 겪었던 살풍경을 낱낱이 일러바쳤다. “색주가에서 허튼소리 몇 마디 건넸다가 무뢰배들에게 되우 당했습니다. 자칫 덧들였다간 싸다듬이로 등에 누린내가 나도록 맞을 뻔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정색을 하고 자초지종을 듣고 있던 정한조가 말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석연치 못한 구석이 있네. 증거는 없으나 임자들이 포주인 농간에 놀아난 것 같군.” 열적은 얼굴로 정한조의 기색을 살피던 박원산(朴元山)이 말했다. “포주인 농간에 놀아나다니요? 그 역시 우리와 똑같이 몰골 숭한 꼴을 당했는데요?” “임자들을 끌어들인 포주인의 저의가 어디 있었는지 지금 당장 내막을 헤아릴 수는 없으나 궐자의 농간이 있었던 것만은 틀림이 없네. 장차 두고 볼 일이지만, 내성은 포주인 윤기호가 주름잡고 놀던 병문이 아닌가. 그런데 임자들은 왜 포주인을 따라 색주가 출입을 하였나? 미련하기 짝이 없는 위인들이란 평판 듣기 딱 알맞게 되었네. 절약이란 바늘로 흙을 떠 담는 일처럼 어렵고, 낭비는 모래밭에 물을 뿌리는 일과 같아 한번 버릇 들면 끝을 모른다 하였네. 모두 자중하게. 그렇지 않아도 들려오는 소식이 심상치가 않네.” 정한조가 몇 마디 쥐어박자, 좌중은 얼음 속처럼 조용해졌다. 그때 곽개천이 물었다. “무슨 말씀인지요? 또 무슨 사단이 있었습니까?”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셰임’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셰임’

    브랜든은 뉴욕에 사는 독신남이다. 깔끔한 외모의 그는 깨끗한 아파트에서 우아하게 생활한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그렇다. 소변을 보기 전에 변기 시트를 화장지로 닦고, 유모차를 끄는 노인을 보면 다가가 문을 열어 주며, 집에 와서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레코드 위로 바늘을 얹는다. 사실 그는 이중생활을 영위하는 남자다. 무표정한 그의 머릿속은 섹스의 욕망으로 들끓는다. 아침 샤워를 자위행위로 끝맺고, 지하철에서 본 매력적인 여자를 뒤따라가며, 퇴근 후엔 콜걸을 집으로 부른다. 그 밖에 집안 곳곳에 숨겨 놓은 도색잡지와 동영상, 인터넷 채팅, 갖가지 성기구가 언제든지 그를 성과 욕망의 세계로 안내한다. 어느 날 동생 시시가 찾아와 함께 지내지만, 그의 거침없는 성적 여정은 그녀의 존재와 상관없이 지속된다. 카사노바의 위대함은 유럽 전역을 무대로 펼친 화려한 섹스 행각에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일대기를 글로 써 남겼다는 데 있다. 실제로 그는 수많은 섹스 행각 뒤로 추잡하고 창피스러운 일을 겪어야만 했다. ‘셰임’은 그 추잡함, 그 창피함에 관한 영화다. 그런데 브랜든이 겪는 수치는 관객에게 낯선 대상이다. 섹스중독에 걸린 사람들 사이에서도 비정상의 정의는 개인이 판단할 문제로 남겨둔다고 하는데, ‘셰임’을 보는 평범한 관객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기도 힘들다. 브랜든은 섹스에 굶주린 정도를 넘어선 인물이다. 굶주림은 면할 수 있으나, 그의 욕망을 채우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그는 치유되지 못할 정신병자인가.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셰임’과 관객의 몫이 아니다. 미술 작가로 활동한 스티브 매퀸이 만든 두 편의 영화 ‘헝거’와 ‘셰임’은 공히 육체에 관한 영화다. ‘헝거’는 아일랜드 저항 운동가의 기록이기에 앞서 생존의 사명을 포기한 남자의 이야기다. 두 영화에서 육체는 머리와의 전투가 벌어지는 공간이다. ‘헝거’에서 배고픈 몸은 기필코 저항을 고집하는 정신과 싸운다. 그의 몸은 육체의 소멸을 무릅쓰는 정신에 맞선다. 곪아터진 상처는 정신에 저항하는 육체의 신호다. ‘셰임’에서도 몸과 머리는 갈등을 빚는다. 몸은 수모를 겪고 있는데, 영혼은 불타는 욕망을 부채질한다. 아마 처음에는 브랜든도 몸과 머리의 투쟁을 어떻게든 소화시키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지금, 브랜든은 싸움을 그만둔 상태의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슬픈 존재다. 매퀸의 영화는 청록색이다. ‘헝거’는 영혼과 육체의 소멸을 청록색으로 그렸으며, ‘셰임’도 청록색으로 시작한다. 좌우로 와이드스크린 전체를 차지한, 침대에 누운 남자의 몸을 청록색이 감싸고 있다. 시린 녹색 톤의 몸은 아름답지만, 청록색은 몸의 색깔과 거리가 멀다. 매퀸은 머리와 몸의 전쟁 때문에 멍든 피부만이 그런 색깔을 띤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동생이 찾아와 곁에 있을 때에야 영화는 서서히 노란색 톤을 흡수한다. 그럼에도 브랜든은 인간적인 관계를 잇지 못한다. 지옥 같은 밤 내내 허우적거린 그가 문득 새벽을 맞이하는 순간, ‘셰임’은 마침내 육체의 색깔-피의 붉은 색을 내뿜는다. 늦은 걸까. 감정을 되찾은 그는 절규한다. 다시 물어본다. 늦은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는 데 너무 늦은 것은 없다. 영화평론가
  • 한쪽 눈의 루키, 대타 출전해 PGA 첫 승

    한쪽 눈의 루키, 대타 출전해 PGA 첫 승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에게 줄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만들다 플라스틱 장난감 도구가 부러지며 튀어오른 파편이 그의 오른 눈을 찢었다. 열 바늘을 꿰맨 상처는 이내 아물었지만 각막이 심하게 손상됐다. ‘폐용성 약시’ 진단을 받은 그는 오른 눈의 시력을 거의 잃었다. 데릭 언스트(23·미국)는 두 눈의 시력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한쪽 눈’ 골퍼다. ‘몸이 백 냥이면 눈은 구십 냥’이란 옛말은 특히 그에게 절실하다. 양쪽 시력이 합쳐지는 ‘입체시(視)’가 불가능하다면 골퍼에겐 절망적이다. 그런데도 골프를 시작했다. 한쪽 눈으로만 보니 거리를 가늠하는 건 물론 몸의 균형을 잡는 것조차 서투를 법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언스트는 ‘불편함’을 ‘익숙함’으로 바꿔 놓았다. 언스트는 네바다주립대학 시절 기량이 절정에 이르러 두 차례 미국대학체육협의회(NCAA)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2011년에는 US아마추어 퍼블릭 링크스 준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미국·유럽 아마추어 국가대항전인 파머컵과 US아마추어선수권에 출전했다. 그 뒤 마침내 꿈에만 그리던 프로 무대에 발을 디뎠다. 이동환(26·CJ)이 수석 합격했던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Q스쿨)을 공동 17위로 통과한 뒤 올해 PGA 투어 조건부 출전권을 움켜쥐었다. 핸디캡을 극복하고 당당히 PGA 투어에 뛰어들었지만 ‘루키’를 기다린 건 쓴잔뿐이었다. 6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골프장(파72·7442야드)에서 막을 내린 PGA 투어 웰스 파고 챔피언십 이전까지 그는 출전한 올 시즌 7개 대회 중 5개 대회에서 컷 탈락할 정도로 프로에 적응하지 못했다. 앞선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던 탓에 이번 대회 네 번째 대기 선수에 이름을 올린 그는 2부 투어가 열리는 조지아주 애선스로 향하다 “자리가 비었다”는 연락을 받고 허둥지둥 렌터카를 갈아타고 참가했다. 예정된 장소에 차를 반납하지 않으면 물게 될 추가 요금 1000달러를 아끼려 했던 것. 그러나 언스트는 데뷔 이후 여덟 번째인 이번 대회 1라운드부터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과 공동 선두에 오르며 조심스레 기적의 조짐을 보이더니 이날 마지막 라운드도 공동 4위로 시작해 18번홀 극적인 버디로 연장에 들어간 뒤 악천후 속에 진행된 연장전에서 귀중한 파를 지켜내 우승까지 일궈 냈다. 다음 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내년 마스터스 출전권 등이 한꺼번에 따라왔고, 페덱스컵 포인트는 196위에서 32위로 치솟았다. 1207위에 머물렀던 세계 랭킹도 123위로 1084계단이나 껑충 뛰었다. 우승 상금은 120만 6000달러(약 13억 2000만원). 이전까지 번 돈은 2만 8255달러에 불과했다. 올 시즌 최연소 투어 우승자로 이름을 올린 그는 “돈은 돈일 뿐 잠시 왔다 사라질 테지만, 앞으로 2년 동안 여기서 뛸 수 있는 점은 정말로 내가 바란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골퍼 가운데 장애를 극복한 이로는 오른 손가락이 두 개밖에 없는 막스 글라우어트(28·독일)가 유러피안프로골프(EPGA) 투어에서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가 290야드에 이르는 장타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고, 국내에서는 청각장애를 극복한 이승만(33)이 경력을 쌓고 있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최대 3m 희귀어 대왕바리 호주서 포착

    몸길이 최대 3m까지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 어종 대왕바리 성어가 호주에서 잡혔다가 곧바로 바다로 돌아갔다. 6일 호주 ‘ABC 온라인’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일 호주 다윈 항에서 한 낚시꾼이 자신의 낚싯바늘에 낚인 대왕바리를 바다로 돌려보냈다. 낚시꾼은 대왕바리를 안전하게 돌려보내기 위해 항구 내에 있는 만도라 돌제부두로 물고기를 이끌었다. 사람보다 큰 물고기를 이끌고 가는 그의 모습에 부두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그 남성은 대왕바리 입에 걸린 바늘을 제거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이에 동료 낚시꾼이 물로 뛰어들어 그를 도왔다. 이후 이들이 대왕바리를 무사히 구조하고 바다로 돌려보내자 부두에 몰린 구경꾼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한편 대왕바리(학명: Epinephelus lanceolatus)는 영어권에서 자이언트 그루퍼(Giant Grouper)로 불리며 농엇과에 속하는 가장 큰 경골 어종 중 하나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대왕바리를 멸종위기 등급 리스트(Red List)에서 취약종(VU)으로 분류하고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미주통신] 상어에 물려도 정신만 차리면…

    [미주통신] 상어에 물려도 정신만 차리면…

    미국 플로리다주 해안가에서 서핑을 즐기던 10대 청년이 상어에게 다리를 물려 중상을 입었으나 기적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뉴욕데일리뉴스가 5일(이하 현지 시각) 보도했다. 마이클 애들러(16)로 알려진 이 소년은 서핑광으로 지난 4일에도 여느 때처럼 높은 파도를 이용해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무언가가 그의 다리를 물었으며 그는 상어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마이클은 “물렸었을 때의 고통보다도 상어가 피 냄새를 맡기 전에 밖으로 나가야 하는 순간이 더 힘들었다.”며 “차분하게 정신을 차려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긴급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실려가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마이클은 다리 힘줄 4개가 끊어지고 40바늘이나 꿰매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트위터 이름도 ‘상어 미끼’(Shark Bait)로 바꾸고 “한번 물렸으니 두 번 물릴 확률은 줄어들 것”이라며 “오늘이라도 다시 서핑을 할 수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사진=뉴욕데일리뉴스 캡처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깔깔깔]

    ●믿거나 말거나 3 1995년 에콰도르. 한 도둑이 건물을 털다가 경비원에게 걸려 달아났다. 그는 서둘러 달려가다가 주변 공장 소음에 귀가 멍해진 상태에서 한 트럭에 재빨리 올라탔다. 그 트럭은 재수 사납게도 거리에서 발견된 맹견들을 잡아 보내던 차량이었다. 몇 분 뒤 달리는 트럭에서 개 울음소리와 함께 공포에 질린 남자의 비명 소리가 워낙 요란하자 경찰이 트럭을 세웠다. 그렇게 해서 도둑은 수십 바늘을 꿰매고 쇠고랑까지 차는 신세가 되고 만다. ●난센스 퀴즈 ▶체코에서 유명한 음란 소설가는. 채글보니 저소케. ▶프랑스에서 불효 막심한 놈은. 에밀 생매장. ▶독일에서 불효 막심한 놈은. 카를 아비찔러.
  • 키즈카페 여아 사망사고는 ‘예견된 참사’

    키즈카페 여아 사망사고는 ‘예견된 참사’

    지난 24일 전북 전주의 한 키즈카페에서 놀던 8살 여자 어린이가 숨진 사고는 ‘부처 간 칸막이’로 예견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높다. 키즈카페는 2006년쯤 식당과 실내 놀이시설을 합쳐서 생겨난 신생 업종으로, 당국의 방치로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키즈카페에서 아이들이 노는 미끄럼틀, 그네와 같은 놀이기구는 안전행정부, 미니 열차, 바이킹과 같이 동력으로 움직이는 유기기구는 문화체육관광부, 음식물은 보건복지부에서 관련 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키즈카페는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된다. 첫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영·유아부터 초등학생이 주로 이용하는 키즈카페에서는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작게는 손, 발가락이 긁히거나 찢어지는 부상부터 얼굴이나 머리를 부딪쳐 수십 바늘을 꿰매는 사고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정부는 지난해 9~10월 25곳의 키즈카페를 현장점검하고, 사단법인 한국생활안전연합에 키즈카페 안전관리 강화 방안 연구용역을 맡기는 등 키즈카페가 ‘안전 사각지대’임을 인식하고 있었다. 안행부가 문체부, 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연 회의 결과는 여전히 “협의 중”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키즈카페는 현행법 체계에서 복잡하게 나눠 관리하고 있는 것이 맞지만 법 체계를 무시하고 통합적 관리 규정을 마련하다가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며 “놀이시설은 안행부, 유기기구는 문체부, 음식판매는 복지부가 관리하는 것이 전문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의 키즈카페 현장점검 결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은 유기기구였다. 키즈카페에 설치되는 유기기구의 인증 절차와 설치 검사의 체계가 없어 이를 강화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사고가 일어난 전주의 키즈카페에서도 아이들이 멈춰 있는 미니 기차를 움직이며 놀다가 여자 어린이가 머리를 기차 천장 모서리에 부딪치면서 과다 출혈로 사망에 이르렀다. 이 어린이가 탄 기차 모서리에는 고무나 실리콘으로 된 보호대가 없었다. 안행부 관계자는 “문체부의 유기기구를 관리하는 법이 40년 이상 내려온 법으로 알고 있다”며 “유기기구는 정부의 인허가가 들어가야 하는 데다 키즈카페는 대부분 자영업자들이 하는데 경영난 등과 겹쳐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려워 문체부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실내에서 뛰놀지 못하는 어린이를 위한 키즈카페는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가장 큰 키즈카페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이 55곳이며, 전국에 1000여개의 키즈카페가 성업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환경부가 지난해 실시한 키즈카페 환경안전진단 결과 서울·경기 키즈카페 9곳 가운데 5곳의 도료 및 바닥재에서 납·카드뮴·수은 등의 중금속이 환경안전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 환경부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키즈카페에 대한 환경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한 주영순(새누리당) 의원은 “키즈카페는 ‘부처 간 칸막이’로 나뉜 법에 따라 인허가가 구분되면서 어느 부처에도 정확한 현황 자료가 없다”며 “2009년 환경보건법이 시행되기 전에 개업한 키즈카페는 2018년까지 환경안전관리기준 적용이 유예됐다”고 지적했다. 키즈카페는 아파트 안에서 제대로 뛰놀지 못하는 어린이들과 육아 스트레스에 힘들어하는 부모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8살 여자 어린이를 잃은 유가족은 “애들 노는 데가 그렇게밖에 안 되고 어디 맡길 데도 없어 딸을 보냈는데, 다칠 장소가 아닌 곳에서 숨졌다”며 흐느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키즈카페 첫 사망사고… ‘부처 칸막이’로 예견된 참사였다

    지난 24일 전북 전주의 한 키즈카페에서 놀던 8살 여자 어린이가 숨진 사고는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해 예견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높다. 키즈카페는 2006년쯤 식당과 실내 놀이시설을 합쳐서 생겨난 신생 업종으로, 당국의 방치로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키즈카페에서 아이들이 노는 미끄럼틀, 그네와 같은 놀이기구는 안전행정부, 미니 열차, 바이킹과 같이 동력으로 움직이는 유기기구는 문화체육관광부, 음식물은 보건복지부에서 관련 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키즈카페는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된다. 첫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영·유아부터 초등학생이 주로 이용하는 키즈카페에서는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작게는 손, 발가락이 긁히거나 찢어지는 부상부터 얼굴이나 머리를 부딪쳐 수십 바늘을 꿰매는 사고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정부는 지난해 9~10월 25곳의 키즈카페를 현장점검하고, 사단법인 한국생활안전연합에 키즈카페 안전관리 강화 방안 연구용역을 맡기는 등 키즈카페가 ‘안전 사각지대’임을 인식하고 있었다. 안행부가 문체부, 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연 회의 결과는 여전히 “협의 중”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키즈카페는 현행법 체계에서 복잡하게 나눠 관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법 체계를 무시하고 통합적 관리 규정을 마련하다가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며 “놀이시설은 안행부, 유기기구는 문체부, 음식판매는 복지부가 관리하는 것이 전문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의 키즈카페 현장점검 결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은 유기기구였다. 키즈카페에 설치되는 유기기구의 인증 절차와 설치 검사의 체계가 없어 이를 강화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사고가 일어난 전주의 키즈카페에서도 아이들이 멈춰 있는 미니 기차를 움직이며 놀다가 여자 어린이가 머리를 기차 천장 모서리에 부딪치면서 과다 출혈로 사망에 이르렀다. 이 어린이가 탄 기차 모서리에는 고무나 실리콘으로 된 보호대가 없었다. 안행부 관계자는 “문체부의 유기기구를 관리하는 법이 40년 이상 내려온 법으로 알고 있다”며 “유기기구는 정부의 인허가가 들어가야 하는 데다 키즈카페는 대부분 자영업자들이 하는데 경영난 등과 겹쳐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려워 문체부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실내에서 뛰놀지 못하는 어린이를 위한 키즈카페는 2006년부터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가장 큰 키즈카페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이 55곳이며, 전국에 1000여개의 키즈카페가 성업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환경부가 지난해 실시한 키즈카페 환경안전진단 결과 서울·경기 키즈카페 9곳 가운데 5곳의 도료 및 바닥재에서 납·카드뮴·수은 등의 중금속이 환경안전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 환경부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키즈카페에 대한 환경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한 주영순(새누리당) 의원은 “키즈카페는 ‘부처 간 칸막이’로 나뉜 법에 따라 인허가가 구분되면서 어느 부처에도 정확한 현황 자료가 없다”며 “2009년 환경보건법이 시행되기 전에 개업한 키즈카페는 2018년까지 환경안전관리기준 적용이 유예됐다”고 지적했다. 키즈카페는 아파트 안에서 제대로 뛰놀지 못하는 어린이들과 육아 스트레스에 힘들어하는 부모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8살 여자 어린이를 잃은 유가족은 “애들 노는 데가 그렇게밖에 안 되고 어디 맡길 데도 없어 딸을 보냈는데, 다칠 장소가 아닌 곳에서 숨졌다”며 흐느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300m 외줄 사투 ‘인도네시아 상어잡이’

    300m 외줄 사투 ‘인도네시아 상어잡이’

    24~25일 오후 10시 45분 방영되는 EBS 극한직업은 ‘인도네시아 상어잡이’편을 방영한다. 상어는 날카로운 이빨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먹잇감을 덮치는 바다의 최강자이자 공포의 대명사. 이런 상어를 낚시줄 하나로 낚아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인도네이사 롬복의 탄중루아르 항구. 롬복은 신혼 여행지로 익숙한 발리에서 35㎞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섬. 발리에 이어 최근 들어 신혼 여행지로 슬금슬금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이다. 이 항구에는 배들이 엄청 많은데 거의 대부분 상어잡이 배다. 오랜 세월 명맥을 이어올 때야 생계 수단이었지만, 지금은 진귀한 볼거리라는 이름까지 겹쳐져 항구의 유명세가 날이 갈수록 넓게 퍼지고 있다. 거친 바다와 싸워가며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맨손으로 300m 외줄을 이용해 상어와 맞서 싸워야 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다. 롬복에서 제작진이 만난 이들은 대를 이어 상어잡이에 나선 사람들. 롬복에 당도하자 상어잡이 항구라는 냄새가 여기저기서 물씬 풍긴다. 이른 아침부터 항구에는 40~50㎏에 이르는 상어들을 옮기는 인부들의 손놀림, 발걸음이 분주하다. 이들 틈에 섞여 준비를 갖춘 뒤 드디어 바다로 나서는 상어잡이 부자. 이들은 장장 5시간의 항해 끝에 상어를 잡을 수 있는 바다로 나서건만 그 흔한 지도나 나침반 하나 없다. 35년의 상어잡이 경력, 그리고 그 세월 동안 낚시바늘이 온 몸에다 남긴 이런저런 상처들은 지도나 나침반을 무색게 한다. 바다에 나올 때마다 필사적으로 낚으러 들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기껏 다 잡았다 싶은데 낚시줄이 휘어지면서 상어가 도망가버리기 일쑤다. 보는 사람들에겐 스릴 넘치는 재미지만, 하는 사람들에게 어엿한 생계의 문제. 상어를 잡지 못하면 분위기가 어두워질 수 밖에 없다. 다시 상어 낚시는 시작되고, 마침내 상어가 한 마리 한 마리씩 배에 실리기 시작한다. 마침내 표정이 환해지기 시작한다. 더 먼 바다를 향해 나가는 그들의 뒤를 좇아갔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북학파는 더 지독한 중화주의자?

    북학파는 더 지독한 중화주의자?

    ‘중체서용’(中體西用), ‘동도서기’(東道西器), ‘화혼양재’(和魂洋才)란 일종의 비명이다. 용, 기, 재의 변화에 따라 체, 도, 혼이 따라 변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동도서기를 실천하기 위해 시속 150㎞ 강속구를 꽂아넣는 류현진을 불러다 그렇게 야구가 좋으면 애써 공 던지는 건 하인이나 시키고 야구의 도를 밝히는 데 정진하라고 충고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중체중용, 동도동기, 화혼화재하자니 버틸 힘이 없고, 서체서용, 서도서기, 양혼양재하자니 자존심이 구겨진다. 중국, 한국, 일본 지식인들의 저 구호가 비명처럼 들리는 이유다. 세월이 흘러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이 예전보다 훨씬 강력해진 지금은 거꾸로 작동한다. 과학을 잘하면 잘하는 대로 ‘동도’가 있으니 그 정도 하는 건 식은 죽 먹기고, 과학을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자멸적인 기계문명의 대안인 ‘동도’가 있으니 걱정없다. ‘동아시아 과학의 차이’(김영식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는 이 묘한 자기 합리화를 깨뜨린다. 과학이 잘되는 건 한국에도 고유한 과학적 전통 덕분이다. 이를 위해 우리만의 것을 찾아내는 연구가 각광받는다. 하다 못해 남에게 받은 것이라도 한국만의 독창적인 그 무엇으로 재탄생했음을 강조한다. 장기적 제도, 시스템 같은 문제보다 금속활자, 측우기처럼 딱 눈에 띄는 기물 중심의 연구가 이뤄지고, 이 기물들의 제작연대를 명확히 밝히고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는 연구가 박수받는다. 저자는 이를 조선시대 이래 내려온 과학자들의 ‘중인의식’으로 풀어내는데 따끔따끔하다. 동도가 서구 근대 문명의 대안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저자가 딱 한마디로 잘라 버린다. “아무도 역사에서 자신이 보기에 흡족한 몇몇 측면만 선택하거나 그 과정이 일어나기 전에 존재한 초기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수십, 수백년간 쌓여온 문명과 역사라는 것은 ‘아, 이게 잘못됐네’ 깨닫는 순간 Ctrl+Alt+Delete 키를 누르고 재부팅한 뒤 다시 한번 ‘도전!’을 외칠 수 있는 프로그램 오류 같은 게 아니다. 그러니까 전통이 현대를 해결해 주리라 믿는 것은 “매우 순진하고 몰역사적”인 태도라는 것이다. 저자의 이런저런 비판지점들을 눈여겨보면 결국 저자의 관심은 한민족의 우수성과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법. 주고받는 과정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거부하고 조절하는가라는 문제다. 그래서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서학중원론’이다. 저자는 서울대 화공과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화학으로, 프린스턴대에서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래서 귀국 뒤에도 서울대 화학과 교수를 하다 동양사학과 교수를 지낸, 그리고 서울대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을 설립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맡은 한국 과학사 1세대다. 이번 책은 정년 퇴임을 앞두고 그간 국제학술지에 영어로 발표한 논문을 한국어로 번역해 묶어낸 것이다. 중국과학사 연구자답게 조지프 니덤의 ‘중국의 과학과 문명’을 기본으로 깔고 12세기 중국 성리학과 유럽 스콜라 철학을 비교하는 데서 출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예상과 달리 동양사상 자체가 서구식 과학에 적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주희가 제시한 성리학의 공부 방법론은 격물(格物)이다. 격물은 대상에 대한 집요한 탐구로, 서양 자연과학의 관찰에 비유될 수 있다. 그러니 천문, 역학 등 과학적 관찰에 관련된 부분들은 주저 없이 흡수할 수 있었다. 서용, 서기, 양재 같은 표현이 나올 수 있는 근거다. 그 정도야 가져다 쓰면 된다. 저자는 여기서 흥미로운 아이러니 하나를 지적한다. 유학은 불교와 도교의 무(無), 공(空) 같은 관념을 배격하고 실(實)을 추구했다. 손에도 안 잡히는 추상적 이야기 말고 현실을 똑똑히 보라는 것이다. 반면 서구는 오히려 기독교의 교리 문제 때문에 바늘 끝에서 몇명의 천사가 존재할 수 있느냐 같은 허황된 논의를 벌였다. 그런데 그 때문에 서구에서는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과학이 발달한다. 동양에서는 격물 때문에 서양과학에 적대적이지 않았지만, 동시에 격물 때문에 서양과학 같은 것이 나올 수 없었다는 얘기다. 서학중원론은 이 아이러니에 기댄다. 서학이라는 것이 예전 중화문명 황금기에 잃어버린 것이라는 얘기다. 그게 서양 오랑캐에게 건너갔다가 다시 돌아온게 서학이다. 심지어는 공자가 오랑캐에게도 배웠다는 좌전의 기록까지 끌어대 서양 오랑캐에게 배운다는 것을 정당화한다. 유학자들이란, 전거를 찾아 논리를 전개하는 데 천재적인 인물들 아니던가. 청나라의 강희제는 아예 서학중원론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고대 중국이 잃어버린 과학을 청 황제가 되찾아 왔으니 만주족 청 황실이 고대 중국 성인들의 후계자라는 것이다. 이는 결국 우리나라 북학파에 대한 재평가 문제로 이어진다. 우리 입장에서야 실학, 그것도 북학파라면 만주 오랑캐와 서양 오랑캐라도 배울 것은 배우자는, 굉장히 개방적이고 실용적이고 개혁적이며 근대지향적인 운동으로 생각하려 든다. 그런데 저자의 입장에서는 결국 북학파도 서학중원론의 한 지류에 ‘불과’한 것이 된다. ‘열하일기’를 질주와 탈주의 프랑스 철학 버전으로 해석한 것이 인기 끌면서 연암 박지원은 재기발랄한 개혁적 선비로 널리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지독하게 보수적인 노론 중화주의자에 불과했고, 서얼 출신이라 신분제에 대해 굉장히 개혁적이었던 초정 박제가 역시 기본적으로 당괴(唐魁·중국 풍습에 미친 사람)였다는, 아주 박한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또 한명은 담헌 홍대용인데 이 부분은 박희병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쓴 ‘범애와 평등’(돌베개 펴냄)과 서로 맞춰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김영식 교수는 과학사의 입장에서 담헌 역시 중국을 통해 서학을 수용한 여러 학자 가운데 한명으로 간주한다. 연암이나 초정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그래봤자 거기서 거기라는 쪽이다. 이에 대해 박희병 교수는 담헌이 서학뿐 아니라 정통 성리학, 양명학에다 장자, 묵자까지 광범위하게 수용해 만년의 ‘의산문답’에서는 거의 독자적인 사상을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한다. 박 교수는 이 과정에서 담헌에 대한 오독이 심하고, 특히 김영식 같은 과학사 연구자들이 담헌을 너무 낮춰본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양쪽을 함께 읽어볼 만한 이유다. 1만 7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변호사 예비시험 논란] “서민 마지막 사다리” vs “사교육 과열만 불러”

    [변호사 예비시험 논란] “서민 마지막 사다리” vs “사교육 과열만 불러”

    정치권을 중심으로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의 큰 골격이 그려지면서 관련 법안 발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변호사 단체도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와 관련해 세부 운영 방안을 짜고 있다. 법무부가 입장표명에 신중한 가운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생들은 ‘결사 저지’ 태세를 보이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학계도 로스쿨을 운영하는 한국법학교수회와 로스쿨이 없는 법대를 중심으로 한 대안교수법학회가 충돌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는 로스쿨(3년 과정)을 졸업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예비시험 합격 시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이다. 로스쿨 졸업생과 똑같은 자격을 부여한다는 의미다. 변호사 예비시험 법안 발의를 서두르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맞춰 변호사 단체도 시험 문제 내용이나 난이도, 예비시험 통과자 중 변호사 선발 인원 등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예비시험 합격자 중 변호사 선발 인원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면서도 문제가 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위 회장은 “기존 로스쿨 정원 2000명 중 일부 정원을 줄이고 그 인원만큼 예비시험 통과자들로 채울지 2000명 외에 별도 선발할지 등이 논의되고 있다”면서 “현재 변호사가 공급 과잉이어서 2000명 중 일부를 줄이고 그만큼을 예비시험 합격자로 선발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예비시험 도입과 관련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회취약계층 배려 여부 ▲사교육 조장 여부 ▲또 다른 서열화 고착 여부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회취약계층 배려 여부는 가장 첨예하게 의견이 나뉘고 있다. 로스쿨이 사회고위층이나 부유층 자녀들의 신분고착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강남의 한 입시학원 강사는 “강남의 소위 부잣집 자녀들은 부모들이 로스쿨을 가라고 해서 대학은 전공 고민 없이 오로지 서울대·고대·연대 등 로스쿨이 있는 서울 주요 대학에 들어가려 한다”면서 “로스쿨이 부유층 자녀들의 사회 진입을 수월하게 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로스쿨은 학비가 연간 평균 2000만원이나 든다”면서 “로스쿨에 가지 못하는 사회취약계층 자녀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의원은 “미국은 주마다 다르긴 해도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가 있다”면서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처럼 힘들긴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현윤(연세대 로스쿨 원장) 로스쿨협회 이사장은 “변호사 예비시험 도입 취지는 사회적 약자에게 ‘개천에서 용이 나는’ 기회를 마련해 주자는 건데 로스쿨은 이미 특별전형을 통해 매년 입학정원의 5~10%를 사회·경제·신체적 약자로 뽑는 등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면서 “변호사 예비시험은 사회적 약자보다는 강남의 서울대·고대·연대 출신들이 로스쿨을 통하지 않고 바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제도로 변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교육 조장 여부도 뜨거운 감자다. 로스쿨 측은 예비시험이 도입되면 교육을 통한 전문 법조인 양성이 아닌 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로 변질되는 데다 이 시험을 위한 사교육이 과열돼 결국 저소득층의 법률시장 진입 기회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로스쿨 재학생들은 예비시험이 도입되더라도 예비시험 출신 변호사는 법률시장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서울의 한 로스쿨 재학생은 “1기 로스쿨생들이 배출된 뒤 이미 로펌과 검찰 등에서는 기존 사법시험 출신과 로스쿨 출신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여기에 예비시험까지 도입되면 그들은 법률시장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승철 서울변회 회장은 “사교육은 현재 로스쿨생들도 받고 있고 예비시험 때문에 야기되는 문제만은 아니다”라면서 “법조인 서열화에 대한 우려도 결국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의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른 문제이지 법률시장에서 출신에 따른 차별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리모컨 누르면 행복감 충만… 뇌과학 신기원 열리나

    리모컨 누르면 행복감 충만… 뇌과학 신기원 열리나

    영국 소설가인 올더스 헉슬리의 1932년 책 ‘멋진 신세계’에는 먹으면 행복해지는 약 ‘소마’가 보편화된 2540년의 미래가 그려진다. 소마는 1988년 화이자의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이 등장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빨리 현실화됐다. 프로작의 기본 원리는 우울증 환자의 뇌 속에서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 신경전달 물질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가 뇌에 전자칩을 심어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 ‘도파민’을 비롯한 신경물질들을 자유자재로 분비하도록 원격 조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우울증이나 알츠하이머, 간질 등 각종 뇌질환 치료는 물론 뇌과학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계기로 평가된다. 김태일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와 미 워싱턴대, 일리노이대 공동연구팀은 “쥐의 뇌에 5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1m) 크기의 전자칩을 심은 뒤 원격 자극을 가해 도파민을 분비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 12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가로, 세로 길이가 바늘구멍보다 작은 전자칩을 개발, 그 안에 온도센서, LED 광센서, 뇌파센서 등을 탑재하는 데 성공했다. 이 칩은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반응을 칩과 연결된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자극도 가할 수 있다. 휘어지는 성질을 가져 장기나 조직에 손상을 주지 않으며 이식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쥐의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 곳을 찾아 이 전자칩을 이식했다. 이어 전자칩에 무선으로 신호를 보내자 빛이 발생하면서 뇌에 자극이 가해져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을 확인했다. 주변 환경이 아니라 외부의 조종에 따라 쥐가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쥐를 용기에 넣고 도파민이 분비되도록 조종하자 쥐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일정한 장소에만 머물렀다. 김 교수는 “분비된 도파민이 쥐에게 행복감을 주기 때문에 그 자리에 계속 있으려는 것”이라며 “전자칩을 이식한 쥐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뿐 아니라 이식으로 인한 행동 이상이나 정신불안 증세 등 어떤 부작용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이언스는 이 연구가 뇌과학 연구 및 뇌질환 치료에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 전자칩을 사람에게 이식하면 복잡한 기계나 뇌전도 기구 없이도 뇌파를 측정하고, 뇌질환을 진단하는 것은 물론 자극을 통해 뇌질환까지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인체 내의 신호를 인공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뇌뿐 아니라 모든 인체장기와 신진대사, 로봇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신약 시험 내몰린 청년 백수

    이우람(29·가명)씨의 팔에는 주삿바늘이 꽂혀 있다. 간호사는 매 시간 채혈을 해 갔다. 멍하니 병상에 누워 있던 30명의 남자들은 그때마다 익숙한 듯 팔을 내밀었다. 지난달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병원에서 있었던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 현장이다. 생동성 시험은 제약회사들이 흔히 ‘제네릭’이라 불리는 복제 의약품의 판매 허가를 받기 전에 실시하는 일종의 생체 실험이다. 이씨는 무릎 담요를 덮고 귀마개를 꽂은 채 토익 책을 폈다. 주위 몇몇도 대기업 직무적성검사 문제집을 꺼내 들었다. 이씨는 서글픔과 안도감이 뒤섞인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2004년 최고 명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이씨의 집안은 부유했다. 행정고시를 준비한다고 분주하게 오가는 사이 2년이 흘렀다. 거듭된 낙방에 그는 취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사람을 구하는 회사는 드물었다. 그나마도 낮은 학점과 영어 점수 탓인지 서류전형에서부터 막혔다. 점점 조급해졌다. 가정도 삐걱거렸다. 아버지는 대기업에서 정년퇴직했다. 4살 터울 여동생도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면서부터는 집안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 한명도 없게 됐다. 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에 대해 들은 건 그즈음이었다. 편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시판 중인 오리지널 약과 동일한 성분으로 만든 제네릭을 투약해 두 제제가 몸에서 흡수되는 속도와 양(생체 이용률)이 같은지를 확인하는 시험이었다. 약을 먹고 피를 몇 번 뽑는다고 했다. 몸으로 돈을 벌겠다고 결심한 건 지난해 10월이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생동성’을 치자 수십개의 일자리가 쏟아졌다. 30만~100만원으로 수당도 많았다. 몸이 상할까 봐 찜찜해했던 감정도 잠시였다. 비슷한 또래의 남자 30명이 병원에 모여 함께 고혈압 치료제를 먹고 시간마다 피를 뽑았다. 스마트폰을 붙잡고 시간을 보내거나 자기소개서를 쓰고 토익 공부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씨는 이틀 동안 10차례 피를 뽑고 35만원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달 두 번째로 또 약을 먹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생동성 시험 기관은 전국적으로 40곳이 있다. 약의 부작용 등을 알아보려는 제약회사나 의료기관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생동성 시험 승인 건수는 201건이다. 생동성 시험 한 건당 24~50명이 피험자로 참여하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에만 5000~1만명 정도가 참여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체 건강하고 3개월간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사람만 지원할 수 있어 피험자는 대부분 20대 남자다. 취업 전쟁에 지친 이씨는 희미하게 웃었다. “나이 서른 먹고 부모님한테 손 벌릴 수는 없잖아요. 몸에 별로 나쁘지 않대요. 어디 가서 하루에 35만원을 벌겠어요. 먹고 자고 피만 뽑으면 되는 건데…. 사람들이 말하는 ‘마루타’ 그런 거 아니에요. 규정상 3개월에 딱 한 번밖에 못 해서 오히려 아쉬운걸요.”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400개 낚싯바늘로 잡는 흑산도 홍어

    400개 낚싯바늘로 잡는 흑산도 홍어

    대한민국 최대 홍어 어장 흑산도. EBS 극한직업은 흑산도에서 벌어지는 홍어잡이 사투 현장을 3~4일 오후 10시 45분 생생하게 전달한다. 목포항에서 92.7㎞ 떨어진 흑산도에서는 모두 7척의 배가 홍어잡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흑산도 홍어가 유명한 이유는 따로 있다. 흑산도 인근 해역은 수심 80m 이상으로 깊고 뻘이 많아 홍어 서식과 산란으로는 최적지로 꼽힌다. 어획량이 확 줄어들고 있는 추세였으나 최근 중국 불법어선 집중 단속으로 어획량이 다시 늘고 있는 추세다. 거기다 흑산도 어부들은 홍어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미끼를 쓰지 않고 오로지 낚싯바늘로만 잡는 주낙 방법을 쓴다. 바퀴당 400개나 되는 날카로운 바늘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주낙을 끌어올리는 작업은 조금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다. 제작진은 홍어잡이 배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인 선원으로만 구성된 영진호를 따라나섰다. 30년차 베테랑 선장에서부터 4개월 된 초보 선원까지, 모두 5명의 선원은 매번 같은 마음으로 조업을 준비한다. 만선의 꿈을 안고 영진호가 5시간을 달려나간 끝에 첫 조업을 시작한다. 투망 작업 뒤엔 이전 조업 때 내려놓은 위치에 놓이도록 양망 작업을 시작한다. 쉴 새 없는 강행군에 선원들은 지쳐 가는데, 그 와중에 어망이 잘리는 돌발사태가 벌어진다. 설상가상으로 바다가 거세지기 시작하는데…. 거기다 고생 끝에 끌어올린 주낙에는 홍어가 보이질 않는다. 주로 끌려 올라온 것은 이런저런 쓰레기들. 선원들로서는 힘이 쭉 빠질 만한 일이다. 30년차 베테랑 선장마저도 얼굴에서 웃음기가 슬슬 사라지기 시작한다. 제대로 건진 게 없으니 작업은 또 이어진다. 2시간 쪽잠을 잔 뒤 이어지는 작업들. 점점 무거워지는 몸과 마음을 가볍게 만드는 것은 역시 바늘에 걸려 줄줄 올라오는 홍어들. 마침내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신약 실험 내몰린 청년 백수

    이우람(가명·29)씨의 팔에는 주삿바늘이 꽂혀 있다. 간호사는 매 시간 채혈을 해 갔다. 멍하니 병상에 누워 있던 30명의 남자들은 그때마다 익숙한 듯 팔을 내밀었다. 지난달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병원에서 있었던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 현장이다. 생동성 시험은 제약회사들이 흔히 ‘제네릭’이라 불리는 복제 의약품의 판매 허가를 받기 전에 실시하는 일종의 생체 실험이다. 이씨는 무릎 담요를 덮고 귀마개를 꽂은 채 토익 책을 폈다. 주위 몇몇도 대기업 직무적성검사 문제집을 꺼내 들었다. 이씨는 서글픔과 안도감이 뒤섞인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2004년 최고 명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이씨의 집안은 부유했다. 행정고시를 준비한다고 분주하게 오가는 사이 2년이 흘렀다. 거듭된 낙방에 그는 취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사람을 구하는 회사는 드물었다. 그나마도 낮은 학점과 영어 점수 탓인지 서류전형에서부터 막혔다. 점점 조급해졌다. 가정도 삐걱거렸다. 아버지는 대기업에서 정년퇴직했다. 4살 터울 여동생도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면서부터는 집안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 한명도 없게 됐다. 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를 들은 건 그즈음이었다. 편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시판 중인 오리지널 약과 동일한 성분으로 만든 제네릭을 투약해 두 제제가 몸에서 흡수되는 속도와 양(생체 이용률)이 같은지를 확인하는 시험이었다. 약을 먹고 피를 몇 번 뽑는다고 했다. 몸으로 돈을 벌겠다고 결심한 건 지난해 10월이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생동성’을 치자 수십개의 일자리가 쏟아졌다. 30만~100만원으로 수당도 많았다. 몸이 상할까 봐 찜찜해했던 감정도 잠시였다. 비슷한 또래의 남자 30명이 병원에 모여 함께 고혈압 치료제를 먹고 시간마다 피를 뽑았다. 스마트폰을 붙잡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 중엔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토익 공부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씨는 이틀 동안 10차례 피를 뽑고 35만원을 챙겼다. 그리고 지난달 두 번째로 또 약을 먹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생동성 시험 기관은 전국적으로 40곳이 있다. 약의 부작용 등을 알아보려는 제약회사나 의료기관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생동성 시험 승인 건수는 201건이다. 생동성 시험 한 건당 24~50명이 피험자로 참여하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에만 5000~1만명 정도가 참여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체 건강하고 3개월간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사람만 지원할 수 있어 피험자는 대부분 20대 남자다. 취업 전쟁에 지친 이씨는 희미하게 웃었다. “나이 서른 먹고 부모님한테 손 벌릴 수는 없잖아요. 몸에 별로 나쁘지 않대요. 어디 가서 하루에 35만원을 벌겠어요. 먹고 자고 피만 뽑으면 되는 건데…. 사람들이 말하는 ‘마루타’ 그런 거 아니에요. 규정상 3개월에 딱 한 번밖에 못 해서 오히려 아쉬운걸요.”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좁아진 검사장 門… 연수원 19기 ‘특수통’ 격돌

    ‘검찰의 꽃’으로 통하는 검사장 승진을 앞두고 사법연수원 19기들의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19기는 역대 어느 기수보다 쟁쟁한 실력파 검사들이 많아 ‘별들의 전쟁’에 비유되고 있다. 더구나 19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검사장(차관급) 감축’ 공약의 직격탄을 맞은 기수다. 15기들의 용퇴로 검사장 승진 물꼬는 상대적으로 일찍 트였지만 바늘구멍을 뚫으려는 물밑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15기인 최교일(51) 서울중앙지검장, 김홍일(57) 부산고검장, 이창세(51)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송해은(54) 사법연수원 부원장에 이어 동기인 한명관(54) 서울동부지검장 직무대리, 주철현(54) 대검 강력부장도 2일 사의를 밝혔다. 이로써 15기에는 고검장급인 길태기(55) 전 법무부 차관, 소병철(55) 대구고검장만 남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향후 용퇴할 간부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여 검사장 자리는 13개 정도가 날 것”이라면서 “박 대통령 공약에 따라 지방 차장검사(검사장급) 자리 4개를 줄여도 9명은 검사장으로 승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검찰 안팎에서는 19기에서 6명, 20기에서 2~3명이 검사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기에서는 김강욱(55)·김수창(51)·우병우(46)·조은석(48)·지익상(49)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윤갑근(49) 성남지청장, 정상환(49) 부천지청장 등 ‘특수통’들이 대거 승진 후보의 물망에 올라 있다. ‘국제·기획통’인 황철규(49) 안산지청장과 ‘기획통’인 봉욱(48) 법무부 인권국장, 검찰의 주요 보직 인사에서 줄곧 ‘여성 1호’ 기록을 세워 온 조희진(51) 서울고검 검사도 유력한 후보다. 20기에서는 서울중앙지검 이금로(48) 2차장검사와 전현준(48) 3차장검사, 이명만(49)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등 ‘특수·공안통’들이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스타 드라마 작가, 다시 ‘흥행 보증수표’

    스타 드라마 작가, 다시 ‘흥행 보증수표’

    최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의 드라마 ‘무자식상팔자’가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스타 드라마 작가들의 몸값이 다시 치솟고 있다. ‘김수현 사단’이란 조어까지 만들어낸 김수현 작가가 회당 1억원 가까운 원고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일부 스타 작가에 한정된 얘기라고 하지만, 인기 작가는 흥행의 확실한 보증수표가 되기 때문에 이들을 잡기 위한 원고료 상승도 불가피하다. 방송사들은 외주제작사가 만든 드라마의 편성 여부를 결정할 때 스타 작가의 집필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꼽는다. 열세에 놓인 종편의 드라마가 성공하면서, ‘스타 PD는 어려워도 스타 작가는 통한다’는 속설까지 만들어냈다. 영화는 감독의 작품이지만, TV드라마는 작가의 작품이라는 게 방송계의 정설이다. 방송계에 따르면 드라마 작가의 수입은 단막극, 미니시리즈, 주말극 등 드라마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여기에 작가의 지명도가 영향을 끼친다. 회당 70만원부터 1억원까지 다양하다는 얘기다. 통상 작가들의 원고료는 한국방송작가협회와 K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협의해 만든 ‘지급 기준표’가 최저 수준을 결정한다. 지난해 방송작가협회가 공개한 지급 기준표에선 10분당 일일극이 24만 8950원, 주간극 30만 5080원, 단막극 42만 2820원, 코미디극 48만 3470원 등으로 나타났다. 일일극을 집필하는 작가가 한 달 평균 받는 원고료는 174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일반 샐러리맨에 비해선 고소득으로 비쳐진다. 한 드라마 작가는 “연간 방영되는 드라마 편수가 제한된 데다, 작가는 공백기도 길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에 얼굴을 내밀려면 최소 10년 이상 무명 생활을 거쳐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방송작가 수는 2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는 사람은 400여명에 불과하다. 작가들이 지급기준표에 따라 원고료를 지급받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강제성이 없어서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작가가 이를 기준으로 논의해 결정한다. 물론 스타 작가들은 지급기준표를 완전히 무시한 원고료를 받는다. 회당 1억원이라는 김수현을 비롯해 임성한, 김은숙, 최완규, 문영남, 송지나 작가 역시 원고료가 회당 3000만~500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반면 방송작가 10명 중 3명꼴로 1년에 1000만원 벌기가 힘들다. 절반가량은 2000만원 미만의 연봉을 받는다. 막내 작가로 시작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드라마를 집필하는 것도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 방송작가협회 관계자는 “드라마 집필은 고혈을 짜내는 작업과 다를 바 없지만 작가의 현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녹록지 않다”고 전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이스라엘-신의 땅에서 울다가 웃다가 ②喜 소금꽃이 핀 호수에서 수영을

    이스라엘-신의 땅에서 울다가 웃다가 ②喜 소금꽃이 핀 호수에서 수영을

    ●喜 소금꽃이 핀 호수에서 수영을 Dead Sea 사해 바다는 죽어 소금을 남긴다. 일종의 유언장이다. 소금의 탄생기는 언제 들어도 신비로웠다. 대개 바다의 품을 떠난 물은 저수지, 증발지, 함수창고를 유랑하며 한 줌의 소금이 된다. 그러나 사해Dead Sea 소금은 강한 햇볕과 바람만으로 하얀 속살을 드러냈다. 사실 사해는 바다가 아니라 호수인데, 염도는 일반 해수보다 7~10배가량 더 높다. 어디 염도만 높을까. 피부에 좋은 미네랄도 일반 해수보다 수십배나 많다. 사해 물질로 만든 화장품은 이스라엘 전역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아하바AHAVA’는 국내에서도 시판 중인 화장품 브랜드 로 이스라엘에선 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사해의 명성을 일찍이 들은 유럽인은 이곳에서 몇 날 며칠을 ‘잘 먹고 잘 쉬다 간다’고 했다. 이스라엘 접경지대인 이웃 나라 요르단에서도 사해가 펼쳐진다. 이스라엘에서 사해를 즐기려면 휴양단지인 엔보켁En Boqeq이 좋다. 이곳엔 르 메르디앙, 로열 리모님, 레오나르도, 크라운 플라자 등 이름난 숙소가 사해를 굽어보고 있다. 동남아 풀 빌라 못지않은 사해 리조트에 들어서자 ‘여기가 천국이구나’ 싶었다. 특히 르 메르디앙은 사해의 물을 이용한 스파를 운영 중이다. 굳이 리조트 밖으로 사해를 찾아 나서지 않아도 실내에서 사해를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이 멀리까지 와서 진짜배기 사해를 놓칠 수 있나.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후 가운 하나 걸치고 리조트에서 10분 거리인 사해까지 나왔다. 모래가 펼쳐진 틈 사이사이로 소금 꽃이 만발했다. 조심스레 만져 보니 까끌까끌하면서도 끈적끈적하다. 본격적으로 물에 들어가면 몸이 공중부양 하는 것처럼 부웅 떠오른다. 무중력의 우주공간과 다를 바가 없다. 몸이 따끔따끔하다면 상처를 비집고 사해의 성분이 침투했다는 증거다. 잠시 몸을 담그고 나왔을 뿐인데 전신 마사지를 한 것처럼 몸이 매끈해졌다. 그러나 사해와는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너무 오래 물속에 들어가 있으면 오히려 피부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제아무리 ‘수영 황제’ 펠프스가 울고 갈 만한 수영 실력을 뽐낸다고 한들, 헤엄을 쳐서도 안 된다. 사해는 성분도 성분이지만 지상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유명하다. 해발 -417m. 사해는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그냥 놔 주지 않았다. 고도차 때문에 귀가 멍해졌으며 소금 꽃의 향기는 오래도록 코끝을 맴돌았다. 1 생물체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염도가 높은 사해에선 몸이 둥둥 뜬다. 물 위에 떠서 신문을 펼친 여행자의 표정이 즐겁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사해 즐기기 당일 관광 프로그램, 숙소 등 사해를 야무지게 즐길 수 있는 고급 정보를 현지 홈페이지에서 찾아보자. 사해 주변에선 산악 바이크 대회Festival of Mountain Bikes Race, 엔게디 국제 세미 마라톤 대회The Ein Gedi International Semi-marathon Race 등 다양한 스포츠 축제도 열리니 참고할 것. www.deadsea.co.il 네게브 사막은 이스라엘 국토의 50~60%를 차지한다. 러시아에서 왔다는 어느 배낭 여행객은 바이크로 사막을 누비는 중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척박한 땅에서 받은 후한 대접 Desert사막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 우물이 숨어 있어서 그래.” 황량한 그곳엔 어린왕자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이스라엘 국토의 50~60%가 바로 사막이다. 사막을 떠올리면 목이 칼칼해지고 머리가 띵해진다. 이 척박한 토양에도 꽃은 핀다. 이스라엘 민족은 선인장을 닮았다. 강한 조상을 둔 까닭인지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는 네팔이나 남미다. 남자도 여자도 군대를 제대하면 무전여행을 하며 세상을 배운단다. 유대인은 사막을 일궈 정착하는 삶을 택했지만 유목민인 베두인은 한곳에 뿌리내리는 것을 불명예로 여긴다. 이스라엘, 요르단 등 중동의 사막을 떠돌며 사는 그들을 꼭 만나고 싶었다. ‘베두’란 말 자체도 아랍어로 직역하면 ‘사막’이다. 일단 베두인의 무대인 사막을 지프차를 타고 달렸다. 황토 빛깔 바람을 일으키며 사륜구동 자동차가 앞으로 나가자, 아웃도어 광고의 한 장면 같은 절경이 펼쳐졌다. 너른 사막의 한가운데는 난데없이 작은 폭포가 보였다. 휴가 나온 군인들이 그곳에서 아담과 이브처럼 부끄러움도 잊고 첨벙첨벙 물놀이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게다가 기다란 뿔이 매력적인 아이벡스도 예고 없이 불쑥불쑥 나타났다. 네게브 지프 투어는 아프리카 탐방만큼이나 이색적이다. 지프 투어의 막바지, 베두인 숙소를 찾아갔다. 베두인의 손님맞이는 극진하기로 유명하다. 차와 양고기 요리 등을 넘치도록 준비해 손님이 두 손을 들 때까지 대접한다는 얘기를 익히 들었다. 접시를 비우면 금방 또 음식을 내어 오기 때문에 소량의 음식을 일부러 남기는 게 좋다. 없는 살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방인을 거두는 그들은 ‘자신이 누군가를 거두면 언젠가 자신도 남에게 도움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단다. 베두인의 공동체 의식은 ‘나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현대인이 배워야 할 미덕으로 보였다. 2 사막을 이리저리 떠도는 베두인을 만나면 낙타를 탈 수 있다 2 지프 투어 중 불쑥 나타난 아이벡스. 뿔이 매력적이다 3 경상남북도 크기의 이스라엘이 거대한 사막을 품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지프 투어 & 베두인 체험 네게브 사막 일대를 지프차로 달리고 싶다면 현지 여행사를 통해 미리 예약해야 한다. 비용은 인원수, 코스, 시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5~6인이 2~3시간을 탑승할 때를 기준으로 보면, 1인당 약 39달러가량 든다. 지프투어를 예약하면서 베두인 식사 체험을 동시에 예약할 수도 있으니 참조할 것. 지프 투어 예약 www.negevjeeptours.com, www.negevjeep.com/english 베두인 체험 예약 www.hanokdim.com 예술가의 마을에서 타박타박 Mediterranean Sea지중해 경상남북도 크기의 이스라엘은 작은 나라다. 몸집은 작지만 오밀조밀 없는 게 없다. 사해와 사막만 봐도 그랬다. 자그마한 몸으로 어찌 저리 위대한 것을 끌어안고 사는지 놀라울 뿐이었다. 이스라엘에서 지중해를 마주쳤을 땐, 사해나 사막을 만났을 때보다 몇 배는 충격이 더 컸다. 대형 쇼핑센터, 유명 호텔, 화려한 레스토랑과 카페 등…. 이스라엘을 향해 던졌던 선입견이 티 없이 맑고 푸른 지중해에 부딪혀 흩어졌다. 이렇게 따뜻해도 이렇게 다정해도 좋을까 싶을 정도로 지중해변과 맞닿은 이스라엘은 ‘평화’ 그 자체였다. 지중해의 물살은 봄의 언덕으로 불리는 텔아비브Tel Aviv, 로마 시대의 원형 극장이 보존된 카이사레아Caesarea, 무역의 중심지 하이파Haifa, 십자군 시대를 재현하는 아코Akko 등을 타고서 분주히 흘렀다. 압권은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20여 분이면 당도하는 텔아비브다. 텔아비브는 항구도시라는 신분을 과시했다. 정통성을 지키는 데 급급했던 여타의 도시와 달리 텔아비브는 외지인이 몰고 오는 낯선 기운을 흡수하고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이 임시수도 역할을 한 것처럼 텔아비브도 잦은 싸움에 지친 예루살렘을 대신해 제2의 도시로 성장했다. 디아스포라를 겪은 유대인이 하나둘씩 텔아비브로 밀려왔으며 1948년, 마침내 이곳에서 초대 수상 벤 구리온이 “이스라엘이라 불리는 국가를 팔레스타인에 세울 것을 선언한다”고 낭독하기에 이른다. 정신없이 돌아가던 텔아비브의 시곗바늘이 네베쩨덱Neve Tzedek에선 느릿느릿 움직였다. 유럽의 아기자기한 소도시를 닮은 네베쩨덱은 빛과 색을 중시한 인상파 미술작품과 같다. 세계 각지를 떠돌다 돌아온 유대인의 영혼이 깃든 그곳엔 파스텔톤의 집, 히피족이 장난친 것만 같은 거리 벽화가 알록달록하게 펼쳐졌다. 네브쩨덱만큼이나 예술가의 기운이 충만한 곳은 ‘욥바’다. 욥바의 애칭은 올드 자파Old Jaffa. 텔아비브 해안가에서 남쪽으로 떨어진 욥바의 갤러리들은 하나같이 포스트모더니즘을 따랐다. 그중에서도 욥바의 랜드마크인 베드로의 교회를 따라 내려가다 마주친 일리아나 구어 박물관Ilana Goor Museum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박물관 옥상에 서면 욥바 일대가 한 장의 파노라마 사진이 되어 돌아온다. 박물관을 채우고 있던 다소 난해한 미술작품들은 알면 알수록 더 알쏭달쏭해지는 이스라엘과 통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포토 갤러리] 숨가쁜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파는 노점

    [포토 갤러리] 숨가쁜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파는 노점

    길거리 카세트테이프 판매대 앞에만 서면 최신 가요의 판도를 알 수 있는 때가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길보드 차트’라고 불렀다. 앞면에 이어 뒷면을 자동 재생하는 ‘오토리버스’ 기능에 환호하고, 데크가 2개인 ‘더블 데크’ 플레이어에 감탄하던 때도 있었다. 이젠 MP3와 같은 디지털 음원에 밀려 집안 어디선가 먼지만 쌓여 가는 카세트테이프. 세상에 나온 지 50년이 된 카세트테이프는 그렇게 잊히고 있다. 15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카세트테이프 노점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봤다. 아주 잠시였지만 기자의 시곗바늘은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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