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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설지만 영롱한 티베트 이야기

    달라이 라마로 상징되는, 탄압받는 망명정부의 치열한 독립운동이 진행되는 곳, ‘오래된 미래’처럼 경건하게 구도하는 라마불교 승려들, 종교적 계율 속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이 있는 땅. 티베트의 이미지는 대단히 제한적이다. 신문의 국제정치면, 또는 TV 다큐멘터리, 서구의 책 등에서 쌓은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이런 단선화된 인식 환경에서 티베트 출신으로 중국 본토 문단은 물론 세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아라이(阿來)의 연작 소설집 ‘소년은 자란다’(아우라 펴냄)가 나왔다. 소설은 바깥에서 애써 보고자 하는 티베트의 단면만이 아닌, 티베트의 자연과 역사, 사람들의 생활과 종교, 고민, 불안, 희망, 욕망 등을 꾸밈없이 덤덤하게 풀어내고 있다. 비 갠 뒤 나뭇잎 위를 굴러다니는 빗방울처럼 청량한 느낌의 감각적인 문체는 티베트의 자연과 질박한 사람들을 노래하기에 딱 맞는다. 화려한 색깔은 뺀 맑은 수채화처럼 담백한 작품들 열세 편이 모여 있다. 따로따로 읽어도 좋고, 마치 장편소설인 듯 순서대로 읽어도 좋다. 아라이가 1998년에 쓴, 마오둔 문학상 수상작인 ‘색에 물들다’는 이미 2년 전 국내에 소개되며 티베트 문학의 정수를 선보인 바 있다. 10년 남짓이 흘렀지만 티베트 사람들에게 쏟는 애정은 더욱 두터워졌고, 애정 담뿍 담긴 문장은 세밀한 변화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까지 가미됐다. 티베트와 떼놓을 수 없는 라마교 얘기는 여러 작품에서 등장한다. ‘라마승 단바’는 1957년 중국의 침략, 대학살 뒤 강제 환속(還俗)된 비구승 단바의 얘기다. ‘라싸의 높디높은 궁전 안에 있던 대 라마(라마교의 고승)들은 재빨리 외국으로 떠나버린’ 뒤 속세에서 ‘전직 라마’를 모시며 살던 단바는 다시 종교의 자유를 얻고 사원으로 돌아가 이미 충분히 세속화된 라마들 틈바구니에서 수행 정진을 계속한다. 거센 외침은 아니지만, 티베트의 아픈 역사와 수행심을 잃고 물질에 연연하는 라마에 대한 비판을 또박또박 짚는다. ‘소년 시편’에서도 환속한 라마 외할아버지와 그의 제자인 외삼촌은 바뀐 현실에 적응하며 양을 치는 노동을 기꺼이 마다하지 않게 된다. 순수한 소년의 눈에 비친 사촌누나, 나병에 걸린 여인 등 소박하고 아름다운 이웃들이 있다. 또한 표제작 ‘소년은 자란다’(원제 거라창다·格長大)에서도 모자란 듯 순박한 여인 쌍단과 그녀의 사생아 아들 거라의 가슴 먹먹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열세 작품 모두 티베트 지춘(機村) 마을에 사는, 혹은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일독하고 나면 구름 위에 있는 듯 높은 곳의 티베트가 눈높이쯤으로 사뿐히 내려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설] 치솟는 생활물가 선제 대응 절실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았다. 추석 장바구니 물가를 점검하고 관계 장관들에게 과감한 물가대책을 주문했다고 한다. “즐거워야 할 명절이 (서민들에게) 고통으로 다가와서야 되겠느냐.”는 이 대통령의 말처럼 지금 서민들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생활물가로 인해 지갑을 열기가 무서운 게 현실이다. 당장 먹고 마실 식음료품은 올 들어 9.5%가 뛰었다. 두 배 가까이 폭등한 품목도 수두룩하다. 병원비와 약값 등 의료비에 지출한 돈도 10%나 더 늘었다. 이 바람에 가계의 전체 소비지출에서 식음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계수는 지난해보다 0.8%포인트 상승하며 12.5%를 기록, 2001년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정부 당국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지난 8월 말까지 3%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가하고 교묘한 얘기다. 정부가 말한 물가상승률이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한 수치다. 한데 지난해 상반기 물가가 어떠했는가. 4.3%가 치솟았다. 재작년 하반기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1년을 놓고 보면 소비자물가가 5.5%나 올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6번째로 물가가 많이 오른 시점이다. 집권 초반 1년 반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따진다면 김영삼 정부 이후 현 정부 들어 가장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통계치도 있다. 3% 운운하는 눈가림식 통계발표야말로 서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어제 21개 품목을 집중 관리하는 등의 ‘추석물가안정대책’을 내놓았으나 서민의 생계 안정에는 턱없이 미흡하다고 본다. 단기적 공급 확대는 미봉책일 뿐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 국면을 맞아 국제 원자재 가격과 식료품 가격이 언제든 다시 뛸 공산이 큰 시점이다. 보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책이 요구된다. 서민들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즉 경기 침체 속 인플레이션의 한복판에 놓여 있음을, 입만 열면 친서민을 외치는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 李대통령 “대기업 가격담합 책임 물어야”

    李대통령 “대기업 가격담합 책임 물어야”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았다. 추석을 앞두고 서민들의 장바구니물가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이 대통령은 시장내 새마을금고에서 관련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전반적으로 물가가 안정됐다고는 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것과 많은 차이가 있다.”며 “전 부처가 힘을 모아 서민생활 안정과 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서민들에게 직결되는 성수품의 물가관리를 위해 정부가 힘써 달라.”며 “추석을 앞두고 제수용품들은 농협이나 농수산물유통공사를 중심으로 비축물량을 풀고 수급조절에 나서 서민들이 시름을 덜 수 있도록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들이 공급하는 물품중에 액화석유가스(LPG)와 우유 등은 전형적으로 서민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품목”이라며 “대기업들이 주의하지 않으면 가격이 왜곡돼 서민들의 피해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경제와 자유경쟁이라는 우리 정부의 근간과 친서민 정책에 역행하는 가격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철저히 감시 감독을 벌이고 담합사례가 있으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시장행은 지난 4일 경기 구리시의 한 재래시장을 찾은 지 열흘도 안 돼 이뤄진 것이다. 최근 경제위기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서민경제를 챙긴다는 취지에서다. ‘현장에 정책의 답이 있다.’는 이 대통령의 평소 신념을 반영한 것으로 최근 들어 강력하게 추진하는 친서민 정책과 맞물린다. 이 대통령은 회의 후 시장을 둘러보면서 전통시장상품권(온누리상품권)으로 손녀에게 선물할 한복, 무화과, 꿀타래 등을 구입했다. 이 대통령은 시장내 식당에서 상인들과 설렁탕으로 점심식사를 하면서 “추석도 다가오고 해서 워낙 (경제가) 어려울 때라 어떻게 되고 있나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경호상의 문제로 사전에 방문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이 방문한 직후 2000여명의 시민들이 몰려 시장골목은 한 발짝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동사무소로 장보러 오세요”

    “동사무소로 장보러 오세요”

    마포에서는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어디론가 향하는 곳이 있다. 발길이 닿은 곳은 대형 할인매장도, 재래시장도 아닌 바로 연남동주민센터다. 31일 마포구에 따르면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이 주민센터에 장을 보러온 주부들이 몰려 화제가 되고 있다. 구청과 연남동 주민자치위원회가 공동운영하는 ‘농수산물 상설판매장’ 때문이다. 상설판매장에서는 전남 여수시의 5개 지역업체에서 내놓은 싱싱하고 품질 좋은 우리 농산물을 시중가격보다 10~20%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주민센터 입구에 들어서면 판매장을 알리는 현수막 아래에 2.5㎡의 진열장과 냉장고 2대 크기의 농수산물 판매대가 놓여 있다. 여수에서 직송된 멸치와 오징어채·김 등 건어물과 조개젓·낙지젓·새우젓 등 젓갈이 주부들을 기다리고 있다. 된장, 채소 등 20여가지 품목도 있다. 윤은주 연남동 부녀회장은 “연남동에 재래시장이 한 군데 있긴 하지만 점포가 몇 개 없어 장을 보려면 멀리 나가야 했는데,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장을 볼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주민센터에 농수산물 직거래 상설판매장이 설치된 것은 지난 4월. 마포구의 행정동 특화사업인 ‘해피아이-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연남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여수시 월호동 주민자치위원회와 결연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도·농 교류사업을 기획한 연남동 주민자치위원 10여명은 여수를 방문해 재래시장을 돌면서 농수산물의 품질과 가격을 살피고, 미팅을 거치며 믿을 만한 현지 업체를 선정했다. 그 결과 연남동 상설판매장은 “싸고 좋은 먹을거리가 많다.”는 입소문을 탔다. 지금은 하루에 주민 수십여명이 상설판매장을 찾으며, 지금까지 판매수익만 1700만원에 이르고 있다.김영균 연남동장은 “희망근로사업 상품권 가맹점으로도 등록돼 연남동을 비롯, 다른 동의 희망근로자들도 많이 다녀간다.”고 전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우리말 여행] 어미 ‘-어’와 ‘-어서’

    “사과를 씻어(서) 바구니에 넣었다.” ‘씻어’는 ‘씻다’의 어간 ‘씻-’에 연결 어미 ‘-어’를 붙인 형태고, ‘씻어서’는 ‘씻-’에 ‘-어서’를 결합한 형태다. ‘-어’와 ‘-어서’는 시간적 선후 관계를 나타내는 어미들로 의미 차이는 없다. 단지 ‘-어서’는 ‘-어’보다 의미가 더 강조된다. ‘-어’와 ‘-어서’는 이유와 근거를 나타내기도 한다. “강이 깊어(서) 건너기 힘들다.”
  • [서울신문 창간 105주년 기획-중산층 두껍게] “기초수급자 소득 있어도 지원해야 빈곤탈출”

    [서울신문 창간 105주년 기획-중산층 두껍게] “기초수급자 소득 있어도 지원해야 빈곤탈출”

    일선 사회복지사들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직업을 갖거나 일정 소득을 올리면 차상위계층으로 분류, 생계비 지원이 즉시 중단되는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개선을 강조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한시적 취업이나 최소 임금을 받아 전체 가구소득이 소득인정액(5인가구 기준 157만원)을 넘어서면 곧바로 지원을 중단하는 바람에 자립기반이 구축될 틈도 없고, 저소득층의 근로의욕을 떨어트려 빈곤탈출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실례로 울산의 김모(62·정신지체장애 2급)씨는 부인(59)과 세 자녀를 두고 있으나 자활능력이 없어 부인이 파출부일로 버는 월 70만원과 기초생활수급 지원금 80여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올해 초 고교를 졸업한 큰아들(19)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진학을 포기한 뒤 경기불황으로 취업을 못해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미취업 큰아들이 근로능력자로 분류돼 생계비 지원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궁여지책으로 큰아들을 ‘일부 세대원 전출’로 분가시켰다. 이후 큰아들이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정 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전입은 꿈도 못꾸고 있다. 아르바이트로 월 80만~100만원의 소득이 생긴 큰아들이 김씨네 가구로 전입되면 어머니 소득과 합쳐 157만원을 넘어 생계비 지원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 이모(37·사회복지 7급)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가족 구성원 중 일부가 직장이나 일정 소득을 갖더라도 일정 기간까지는 지원을 계속해 자립기반을 갖춘 뒤 지원을 끊어야 실질적인 빈곤탈출이 가능하다.”며 “미국 오하이오주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직장을 가진 이후에도 5년간 지원을 계속하면서 빈곤에서 완전히 탈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영구임대주택에 모여 생활하도록 하는 정책도 문제를 안고 있다. 이씨는 “빈부의 격차가 있더라도 어울려 살아야 한다.”며 “영구임대주택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빈곤층에 주택을 공급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서로 비슷한 환경의 특정계층을 한 곳으로 몰아 생활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들은 또 인력과 예산 부족을 호소한다. 서울 ‘달동네’의 경우 동 주민센터 소속 사회복지사 1명이 기초생활수급자 200여가구와 차상위계층 400여가구 등 1200여명이 넘는 수혜자를 돌보는 사례가 많다. 휴일도 없이 하루 2곳씩 방문해도 꼬박 1년이 걸린다. 최근에는 희망근로 프로젝트와 한시적 생계비 지원 등 복지업무가 이전보다 2배가량 늘었다. 경기 부천의 한 사회복지사는 “위에서 내려오는 지원비 배분과 상담 등 내근 업무만 처리해도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며 “현장방문은 어려운 일”이라고 고백했다. 동 주민센터에 배치된 사회복지사도 2~3명에 불과하다. 상당수 동 주민센터에선 부족한 인력을 메우기 위해 업무와 관련이 없는 기능직·행정직들을 사회복지 업무에 투입했다. 올 초 몇 곳에서 불거진 장애인보조금 횡령사건도 결국 인력부족과 시스템 미비에서 초래된 셈이다. 사회복지사협회 관계자는 “행정인턴제가 도입되면서 전문성이 부족한 인턴들마저 복지업무에 투입됐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2~3년마다 일선 복지공무원에 대한 인사가 이뤄지면서 해당 공무원들은 발령 첫 6~12개월을 업무파악에만 매달린다. 복지수요를 파악하고, 전문성을 살리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서울시 복지국 관계자는 “복지업무라는 것이 순환배치가 쉽지 않다.”면서 “사례관리가 중요한데 최근 잇따른 비리사건으로 인사가 잦아져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최근 산하 복지재단에 컨설팅을 의뢰한 결과 일선 복지담당공무원이 500여명 더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시의 일선 복지담당 공무원은 1200여명이다. 아울러 각종 수당을 정리해 업무를 수월하게 만드는 통합 복지 시스템도 필요하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생계·주거·의료급여비, 자녀교복비,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수당, 보육료, 저소득 한부모 가정 양육비, 긴급복지지원금, 장례·해산비 등 관련 복지수당은 10여종, 300여개에 이른다. 농어촌 사회복지사는 또 다른 고민이 있다. 전남 고흥군 포두면사무소 송용훈(42) 사회복지사는 “일부 여성 사회복지사는 할머니들의 장바구니를 들고 장짐을 챙기고 밀린 각종 세금을 내주는 것도 기본 업무가 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복지행정 관련 법률이 대도시 중심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시골 실정에 안 맞는다.”며 “사회복지사 배치를 인구 대비로 하다 보니 인구감소와 노령화가 심한 농어촌의 경우 복지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사회복지 체계는 아직 틀이 잡히지 않았다.”면서 “중복된 업무가 많고, 부처 간에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담당공무원 숫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일을 간략하게 체계화하고 기록 위주 컨트롤 시스템을 확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안 남기창·서울 오상도·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떠나볼래요 | 삶과꿈 에세이] 더위를 잊게 해준 어머님의 냉콩국수

    [떠나볼래요 | 삶과꿈 에세이] 더위를 잊게 해준 어머님의 냉콩국수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는 여름이다. 이제 곧 불볕더위가 닥치면 사람들은 산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더위를 피하기 위해 떠난다. 그래서 도시는 한동안 텅비게 된다. 어느 직장에서는 단체로 여름캠프를 가기도 한다. 참 좋은 일이다. 찌는 듯한 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게다. 그러나 예전에는 지금의 좋은 시절과 달라서 더위와 싸우며 지낼 수밖에 없었다. 선풍기가 있을 리 없다. 부채로 하룻밤을 세운다. 열대야가 계속되면 바람이 잘 통하는 골목 어귀에다 밤마다 평상을 내다놓고 동네사람들과 수박이며 참외를 먹으면서 더위를 달래곤 했다. 비지땀을 줄줄 흘리며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께서 거친 손으로 등을 밀어주시며 차가운 우물물로 등목을 쳐주시곤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등이 시원해지며 어머님이 그리워진다. 그리고 여름철만 되면 어머니는 아버지께서 즐겨 잡수시던 냉콩국수를 점심, 저녁때를 가리지 않고 만들어 주셨다. 냉콩국수는 먼저 적당히 삶은 콩을 맷돌에 갈아야 한다. 우리 집 맷돌은 커서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맷돌운전은 남자라고 어린 내가 맡아서 했다. 때론 어머니나 누나가 거들어 주기도 했다. 다음은 잘 삶은 국수를 대바구니에 넣어 물을 뺀다. 콩국물 속에 맷돌이 어느 정도 잠기게 되면 얼음을 사다가 크게 깨서 콩국물 그릇에 넣는다. 큰 얼음이 반쯤 녹게 되면 어머니께서는 소금으로 적당히 간을 맞추신 다음 볶은 호박나물을 국수 위에 얹고 그 위에다 깨소금을 듬뿍 치신다. 그런 다음 미리 준비해 놓은 국수그릇에 얼음 콩국물을 붓는다. 아! 그 콩국물의 맛, 고소하고 시원함은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아버지께서는 “어~ 시원하다” 하시며 두 그릇 세 그릇을 비우신다. 어머님의 솜씨와 정성이 담뿍 담겨 있는 맛에 땀은 어디론가 숨어버린다. 어머니는 식구들이 모두 밥상에 빙 둘러앉아 맛있게 먹는 모습을 옆에서 인자하신 얼굴로 바라보신다. 덤으로 국수며 콩국물을 떠주시는 어머님의 얼굴이 밝다. 그때 예쁘게 미소 지으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지금도 영 눈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어머님께서는 먼 나라로 여행길을 떠나신 지 오래다. 그러나 무더위 삼복더위가 찾아들면 그 옛날 어머님이 만들어 주시던 냉콩국수 생각만 해도 더위가 멀리 달아난다. 일요일인 내일은 식구들과 함께 냉콩국수도 만들어 먹고 할머니 이야기도 들려주며, 더위도 몰아내고 정말 시원한 하루를 즐기려 한다. 글_ 이완세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 최진실 유골함, 어떻게 도난 당했나… ‘CCTV 공개’

    최진실 유골함, 어떻게 도난 당했나… ‘CCTV 공개’

    고(故) 최진실의 유골함 도난사건은 치밀하게 준비된 범행이었음이 현장 CCTV 확인 결과 나타났다.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양평경찰서는 20일 오후 3시 중간 수사브리핑을 마친 후 범행 당시 현장이 녹화된 CCTV 동영상을 공개했다.이 동영상에서 범인은 반팔 티셔츠에 조끼를 입고 군복 무늬의 하의를 착용한 상태였다.이 범인은 지난 4일 17시 56분 최진실의 묘역에 진입한 후 22시 02분 주위를 살폈다.그리고 22시34분경 포대에서 해머를 꺼낸 뒤 묘역의 뒷부분을 내리쳤다. 경찰에 따르면 이 뒷부분은 분묘의 두께가 가장 얇은 곳으로 범인은 이를 잘 알고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그러나 범인은 처음에 분묘의 대리석 기둥을 잘못 쳐 한차례 불꽃이 튀었다. 이후 범인은 멈추지 않고 몇차례 더 해머질을 했고 유골함을 꺼내려다 실패했다.결국 범인은 수차례 더 해머를 내려쳐 분묘를 깼고 유골함을 꺼내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이 부분에서도 주목했다.분묘의 중간부분을 때려 파편이 튀면 유골함이 깨질 수 있기 때문에 범인은 맨 우측 모서리 부분을 내려친 것이라고 설명했다.더군다나 범인은 22시46분 유골함을 들고 CCTV 카메라 밖으로 나갔다가 1분 후 플래시를 갖고 다시 묘역으로 와서 주위 흔적을 지우는 치밀함을 보였다.범인은 주위에 있던 고인의 사진, 조화 바구니 등을 옮겨 깨진 부분을 가린 뒤 오후 22시 49분 묘역 밖으로 나갔다가 무슨 이유인지 5일 새벽 03시36분 다시 현장에 나타나 걸레로 2분여간 물청소를 한 뒤 떠났다.이와 관련 경찰은 “범인의 주도면밀한 점 등으로 보아 몇차례 같은 범행을 한 적이 있는 전과자로 보고 수사 대상을 압축하고 있다.”며 “보다 정확한 CCTV 판독 결과가 나오면 공개수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서울신문NTN 조우영 기자 gilmo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해운대의 1000만’ 우리는 왜이리 집착하는가?

    ‘해운대의 1000만’ 우리는 왜이리 집착하는가?

    한국형 재난영화 ‘해운대’의 흥행 쓰나미가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지난 16일 개봉한지 26일만에 누적관객수 900만을 돌파하며 늦어도 이번 주말 ‘천만 신화’를 이뤄낼 예정이다.각 언론은 연일 ‘해운대’의 기록 돌파를 보도하며 축제를 위한 카운트다운에 들뜬 분위기다. 그러나 영화 ‘해운대’ 자체에 열광한다기 보다는 ‘천만’이라는 숫자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떨쳐낼 수 없다.실제 영화 ‘해운대’가 과연 ‘천만’을 넘을 영화인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이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해운대’의 ‘천만’에 우리는 왜 이리도 열광하는지, 그 의미와 그 속에 숨겨진 명암(明暗)을 들여다보자.♦ 명(明) - 3년 만에 찾아온 ‘천만’의 상징성인구가 약 5천만 명인 대한민국 영화 시장에서 ‘천만’ 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다섯 명 중 한 명 꼴인 20%가 영화를 봤다는 이야기다.그만큼 단순히 물량 공세나 대대적인 홍보만으로 나올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특히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도 꾸준한 관객 수가 유지되어야만 가능한 숫자다. 평일에도 20만여 명의 관객 수가 유지된다는 것은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기대치와 평이 좋았다는 뜻이다.‘해운대’의 제작사인 JK필름 측은 그 이유로 영화의 한국적 정서가 담긴 드라마적 요소, CG, 배우들의 연기력 등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특히 천만 관객을 이룬 한국영화는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괴물’ 등 역대 4편에 불과했다. 그것도 2006년 ‘괴물’ 이후 3년만이다.’괴물’ 이후 점차 내리막길을 걸으며 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한국영화가 ‘천만’에 오르는 것은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한국 영화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심어 주고, 또 소통했다는 점에서 흥행 신기록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암(暗) – 한국 영화산업의 ‘빈익빈부익부’ 현상그러나 세상 만사가 그렇듯 밝은 곳이 있으면 어두운 곳도 있기 마련일까. 한 쪽에서는 천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탄생한다고 축제 분위기인 반면, 한 쪽에서는 쓸쓸히 문을 닫는 영화관이 공존하고 있다.최근 씨네큐브 광화문(이하 씨네큐브)을 운영하던 영화사 백두대간은 보도자료를 통해 ‘씨네큐브’의 운영권이 흥국생명 측으로 넘어가게 됐다고 밝혔다.씨네큐브 뿐만 아니라 그 밖의 예술영화나 저예산 영화, 독립영화 같은 영화를 상영하는 몇몇 곳들 역시 언제 쓸쓸히 문을 닫을 지 모르는 형국이다.이를 두고 김병철 영화평론가는 일찍이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거둔 성공의 이면에는 문화적 다양성을 억누르는 자본의 논리가 존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그는 “가족이나 연인들이 반드시 보아야 하는 사회적 이벤트가 되어버린 거대 영화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삶에 대한 보다 진지한 성찰이나 다양한 관점들, 그리고 새로운 형식적인 실험을 제시하고 있는 영화들을 접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문화적인 차원이나 산업적인 측면에서 커다란 손실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물론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입되고 대규모 배급사가 등장,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게 되는 것은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연적인 결과일 수 밖에 없다.하지만 분명한 건 한국 영화 산업의 튼튼한 뿌리를 위해서라도 예술영화나 저예산 독립영화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투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백두대간서울신문NTN 조우영 기자 gilmo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쇠망치질 16차례… 사라진 ‘최진실 유골함’

    “누가,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을까.”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탤런트 최진실씨의 유골함이 광복절인 15일 새벽 묘지에서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도대체 누가, 어떤 이유에서 범행을 저질렀는지 추정만 난무할 뿐 사건의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열혈팬에 의한 계획적 범죄에 무게를 두고 16일 유골이 안치돼 있던 경기 양평군 양수리 갑산공원으로 통하는 국도변 폐쇄회로(CC)TV를 판독하는 동시에 납골분묘 등에서 지문을 채취, 신원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계획적 범행 vs 우발적 소행경찰이 최씨의 유골함 도난 신고를 받은 것은 15일 오전 8시10분쯤. 공원 관계자는 “오늘 오전 7시50분쯤 직원이 묘원을 순찰하던 중 최씨 납골분묘 주변에 꽃바구니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 이를 정리하다 최씨의 분묘가 깨져 있고, 유골함이 없어진 것을 확인했다.”고 경찰에 밝혔다. 발견 당시 최씨 분묘는 대리석으로 된 남쪽 벽면이 깨진 상태였고, 누군가 쇠망치 같은 도구로 10여차례 내리친 흔적이 남아 있었다.경찰은 절도범이 쇠망치로 추정되는 도구까지 동원한 것으로 미뤄 일단 계획적인 범행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공원 전병기 관리소장은 “깨진 벽면은 화강암 재질로 두께가 7㎝나 돼 쇠망치와 같은 대형 공구 외에는 부수기 어렵다.”며 “누군가 둔기를 준비해 15~16차례 정도 내려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고인의 지인과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을 놓고 열혈팬이나 무속인의 소행이 아니겠느냐고 추측하고 있다. 고인의 전 소속사 관계자는 “생전에도 통제할 수 없는 열혈 팬들이 있었는데, 그들 중 한 명이 벌인 일이거나 잘못된 생각을 가진 무속인의 소행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묘지 옆에 소주병이 놓여 있었던 것을 보면 고인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의 소행 같지는 않고, 누군가 와서 고인을 애도하다가 잘못된 행동을 한 게 아닌가 싶다.”며 “한편으로는 뭔가 잘못된 믿음에서 일을 벌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경찰도 빈 소주병 2개가 발견된 것으로 미뤄 고 최씨의 열혈팬이 무덤 곁에서 술을 마신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면식범의 소행이거나 공범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돈을 노린 절도 가능성과 함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광팬이 범행을 저질렀거나 잘못된 신념에 사로잡힌 무속인의 범행일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경찰은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과 CCTV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빈 소주병 2개와 최씨의 납골분묘 등에서 지문을 채취, 경찰청으로 보내 신원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경찰은 또 사건현장에 있던 소주병과 깨진 대리석 조각 등에 범인의 DNA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증거물을 보내 정밀 감식을 의뢰할 계획이다.그러나 묘원 2구역에 설치돼 고인의 묘소를 비추던 CCTV는 지난 12일 낙뢰를 맞아 작동하지 않았고, 1구역 CCTV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경찰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경찰은 이에 따라 갑산공원으로 통하는 국도상의 CCTV 2대에 녹화된 화면을 확보, 사건발생 추정시간인 14일 오후 6시~15일 오전 8시를 전후해 공원 주위를 드나들던 차량을 정밀분석하는 등 단서를 찾고 있다. 현장에 있던 방명록을 입수해 지난 14일 최씨 묘소를 찾은 사람에 대한 탐문조사도 병행하고 있다.갑산공원 측은 “공원에는 직원 1명이 상주하며 24시간 묘원을 관리하고 있으며 14일 오후 6시 마지막으로 묘원을 순찰할 때에는 이상한 점이 없었다.”고 밝혔다.●“고인 두 번 죽이는 일”네티즌들은 “충격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나?”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빨리 유골함을 찾아서 편히 쉴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워했다. 다음 게시판의 아이디 ‘뽀돌이님’은 “어떤 잘못된 믿음에서 유골을 빼냈건 망자의 영면을 방해하는 것은 절대 득이 될 일이 없으니 다시 갖다 놓으시길”이라고 적었다.또 다른 네티즌은 “너무 황당하다. 죽어서까지 편안히 쉬지 못하고 이런 수난을 겪는 것을 보니 참담하다.”고 말했다.최씨 어머니는 이날 취재진들에게 “유골함을 제자리에 돌려만 준다면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다.”며 “진실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힘들어하는 가족들에게 제발 돌려 달라.”고 호소했다.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쌍화점’은 잊어라…‘新예능퀸’ 송지효 (인터뷰)

    ‘쌍화점’은 잊어라…‘新예능퀸’ 송지효 (인터뷰)

    송지효가 영화 ‘쌍화점’에서 보여준 농도 짙은 베드신을 기억하고 있다면 SBS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를 보고 깜짝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곱상한 외모에 얌전하기만할 것 같던 송지효가 ‘패떴’에서 꽃바구니에 노가리를 담아와 선물하는 4차원적인 모습과 수중게임에서 천하의 이효리를 제압하는 악바리 근성을 보여줬다. 또 포미닛의 ‘핫이슈’(Hot Issue)음악에 맞춰 어설프지만 뻔뻔하게 춤을 췄고 국민MC 유재석을 골려주기도 하는 등 무한 예능감각을 발휘해 시청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이쯤 되니 송지효가 예능계로 진출하기 위해 특별 트레이닝을 받지 않았을까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어디서 트레이닝을 받고 있냐?”고 다짜고짜 물었다. “춤은 워낙에 몸치라 새벽에 30분간 속성으로 배웠어요.(웃음) 제 이미지가 너무 고정돼 있어서 잘하진 못해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죠.” 그렇다면 결국 천부적인 예능감각을 타고 났다는 얘긴데 정작 본인은 손사래를 쳤다. “예능울렁증이 심해요.(웃음) ‘패떴’은 SBS ‘인기가요’ MC를 할 당시 호흡을 맞춰봤던 PD님, 같은 미용실에 다니는 박시연, 연기지도를 해줬던 김수로 선배가 있어서 낯선 상황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죠.” 타고난 예능감각에 빠른 적응능력까지 갖췄다는 말? 그래서 “예능 고정출연을 노리고 있냐?”고 바꿔 묻자 한층 더 진지해진 얼굴로 답했다. “버라이어티는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서 보여드려야 하는 거라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거랑은 많이 달라요. 가끔 놀러오는 것은 좋지만 고정은 자신 없어요. 연기에 집중해야죠.” 대답을 듣고 나니 송지효가 왜 ‘패떴’에 출연했을까 더 궁금해질 찰나 ‘그사이에 작품을 찍었나? 작품홍보?’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작품 활동할 때 나오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쉬고 있을 때 한번 씩 기회가 돼서 잘 쉬고 있다고 얼굴 보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시청자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차기작을 고르고 있다는 송지효는 다음날 SBS ‘야심만만2’ 녹화를 한다고 해 예능에서 그리고 다음 작품에서 또 어떤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사진제공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공주형 미술세계] ‘또 하나의 일상’ 展

    [공주형 미술세계] ‘또 하나의 일상’ 展

    현실에도 레시피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리멸렬한 현실은 간수를 부어 두부처럼 단단하게 만든다든지, 무기력한 현실은 베이킹파우더를 넣어 빵처럼 노릇노릇 구워 낸다든지 하는. 현실을 요리한다?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우선 재료를 준비해 보자. 낡은 코트, 네모난 벽돌, 보라색 포도, 녹슨 기찻길, 반짝거리는 술병, 가면을 쓴 여인, 헤드폰을 듣는 남자, 빨간 하이힐, 먹음직스러운 사과, 먹물 젖은 붓. 어떤 재료든 현실에서 가져온 것이면 된다. 재료가 준비되었다면 본격적으로 요리 시작이다. 재료를 지지든 볶든, 끓이든 튀기든 상관없다. 단, 손상과 변형은 금지다. 주재료인 현실의 색과 모양은 물론 향과 질감이 요리 시작 전과 후가 같아야 한다. 오늘의 레시피에는 중점 사항이 있다. 현실을 최대한 생생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냉담한 조리 과정과 무미건조한 완성 요리를 지향하는 레시피의 이름이 궁금하다. 포토리얼리즘, 슈퍼리얼리즘, 래디컬리얼리즘, 하이퍼리얼리즘. 다양하고 난해한 여러 개의 이름으로 1960년 미국에서 불리기 시작한 레시피의 한국식 표현은 ‘극사실주의’이다. 대표적인 현실 요리법인 극사실주의가 한국에 상륙한 것은 1970년이었다. 있는 그대로 수용된 것은 아니었다. 약간의 변용이 있었다. 기계적으로 현실을 접시에 담아 내던 과정에서 금지되었던 인기척이 보태진 것이다. 정지된 현실에 씁쓸한 시선이 더해졌고, 밋밋한 현실에 기침 소리가 실렸다. 한국적 상황에서 퓨전 요리가 된 레시피 극사실주의가 다시금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이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솜씨 있는 젊은이들이 현실 요리의 대가가 되겠다며 속속 출사표를 던졌다. 상상력을 입힌 요리에 컴퓨터와 디지털 카메라가 접목되기도 했다. 이들이 요리한 현실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았다. 신선함의 상태가 장바구니 속 시들시들한 내 현실과 달랐고. 생생함의 정도가 구두 끝 풀 죽은 내 현실과 차이가 있었다. 요리의 달인들이 선보인 현실 요리가 반가우면서 헛헛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요리의 달인 48명이 선보이는 현실 요리 70 점이 ‘또 하나의 일상-극사실주의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고 한다. ‘이번 주말에는 남들이 차려 놓은 현실 요리나 실컷 맛봐야겠다.’ 현실을 요리하기는커녕 현실에 요리당하며 정신없이 한 주를 마감하며 마음먹는다. 오랜만에 호사겠다. 폭우와 폭염 사이에서 갈 길을 잃었던 젓가락도. 성남아트센터 미술관 본관, 8월27일까지. (031)783-8000 <미술평론가>
  • [행정플러스] 폐건전지 새것으로 교환

    환경부는 14일 폐건전지의 재활용률을 높이고자 GS리테일·한국전지재활용협회·한국P&G와 공동으로 ‘폐건전지 100만개 모으기 캠페인’을 벌인다고 밝혔다. GS리테일 계열 유통매장에 폐건전지 10개를 가져가면 100원에 해당하는 GS포인트 100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20개를 가져가면 2800원 상당의 새 건전지 1세트(2개)와 교환해 준다. 친환경 장바구니인 에코백 경품 추첨대상 자격도 주어진다. 국내 폐건전지 발생량의 90%가량을 차지하는 1차전지(망간·알칼리 망간전지)의 경우 지난해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에 포함했으나 의무 이행량 2900t의 28%만 재활용되고 있다.
  • 꼬마 귀신이 전하는 생명과 죽음의 의미

    묵직하다. 뇌사와 장기 기증의 의미를 다루는 어린이책이라니. 또한 어렵다. 초등학생들에게 삶에 대한 애착과 죽음으로부터 초월을 알려줘야 하다니 말이다. 그럼에도 영화 ‘사랑과 영혼’의 어린이 버전처럼 상상력은 발랄하고, 진정한 삶의 의미에 가닿는 방법은 친절하고 편안하다. 동화작가 최은영이 쓴 어린이 소설 ‘살아난다면 살아난다’(최정인 그림, 우리교육 펴냄)는 삶과 죽음의 위태로운 경계선을 넘나드는 열 두살 근호의 이야기다. 근호의 넋이 가족의 소중함, 생명의 소중함, 타인에 대한 헌신의 의미를 깨달으며 ‘죽어서 살아나는 법’을 배워가는 얘기다. 결국 죽음은 삶과 자리를 바꿔가며 늘 우리 곁에 있는 벗처럼 머물다가 떠나곤 하는 구체적인 대상이다. 귀신을 볼 수 있고 얘기도 나눌 수 있는 영매(靈媒)인 ‘703호 할머니’는 병원 안팎을 떠돌며 계속 살고픈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근호에게 알려준다. “편히 가려면 마음속 원망을 내려놓아야 한다. 원망으로 가득 차서는 저승에 가서도 편히 지낼 수 없어.”라고 말이다. 근호조차도 채 깨닫지 못하고 있던 마음속 깊은 곳에 쌓였던 원망의 짐을 꿰뚫어본 703호 할머니의 지적이다. 근호는 엄마 손을 잡고 따라온 재혼 가정의 아이다. 애정 표현에 서툰 새아빠, 새할아버지의 무관심에 시달렸다. 유일한 희망인 엄마마저 공부와 성적에 집착했다. 그 틈바구니에서 근호의 마음 밑바닥에는 원망과 미움이 커왔다. 근호의 소박한 바람은 ‘엄마와 아빠랑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것’이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근호는 병원을 떠돌다가 심장병에 걸려 생사를 넘나드는 또다른 열 두살 소년 동우의 사연을 접하게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위태로운 번민을 거듭하는 뇌사 상태의 근호와 엄마, 아빠. 이들은 죽음 직전의 근호 앞에서 마침내 마음을 열고 서로 화해하며 소통한다. 그리고 한마음으로 선택한다. 심장 기증을 통해 근호를 더 오랫동안 살리기로 한 것이다. 근호의 시선을 쭈욱 함께 따라가다 보면 가슴 깊은 곳이 덥혀지다가 뭉클한 기운이 서서히 올라온다. 죽음은 삶만큼이나 소중한 것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전진 “여친 이시영 욱 할때 제일 예뻐”

    전진 “여친 이시영 욱 할때 제일 예뻐”

    ‘공식 연인’을 선언한 가수 전진이 여자친구 이시영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시영은 11일 방송되는 MBC ‘세바퀴’녹화에 참여해 ‘다짜고짜 스피드 퀴즈’코너에서 전진에게 전화 연결해 눈길을 끌었다. 이시영은 전진과 퀴즈를 맞히는 과정에서 “‘좋아해’ 말고 다른 말이 뭐냐”고 물었고 이에 전진은 “사랑해”라고 답해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MC 박미선은 전진에게 “이시영의 어떤 점이 제일 예뻐 보이냐”고 묻자 전진은 “가끔씩 욱하는 모습이 제일 예뻐 보인다.”고 말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이날 이시영은 전진과 첫 만남에 대해 털어놓았는데 “어느 날 오빠가 집 앞에 꽃바구니를 두고 갔는데 멍게라고 적혀 있었다.”며 “‘우결’에서 가상부부로 지낼 때 (내가) 멍게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오빠가 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1600년 전 성경 필사본 인터넷으로 열람

    지금으로부터 1600년 전에 필사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성경 중의 하나로 꼽히는 ‘코덱스 시나이티쿠스’를 인터넷을 통해 열람할 수 있게 됐다.  대영도서관은 영국과 독일,이집트와 러시아 기관과 단체들이 협력해 1460쪽에 이르는 이 책의 절반 이상인 800쪽의 이미지를 홈페이지(www.codexsinaiticus.org)에 올려놓았다고 영국 BBC가 6일 전했다.전문가들은 이 성경을 통해 초기 기독교의 발전에 대한 연구가 큰 진전을 이룩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또 성경이 세대를 내려오면서 어떻게 전수됐는지를 보여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구약 일부는 빠져 있지만 신약은 온전히 담긴 이 성경은 그리스 문자로 필사된 것이며 1933년 대영도서관이 모금운동까지 펼쳐 러시아국립도서관으로부터 10만파운드에 사들여 화제가 됐다.  대영도서관의 서구 저작물 책임자인 스콧 맥켄드릭 박사는 이 문건을 온라인에 게재함으로써 전세계 다양한 학자들이 문건에 접근,여러 분야에서 연구가 진척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대영도서관은 온라인 게재를 기념하기 위해 이 문건과 관련된 광범위한 역사적 유물과 문서들도 소개했다.  이 성경은 이집트 시나이 반도의 세인트 캐서린 수도원에서 1500년 동안 온전한 형태로 보존돼 왔다.1844년 처음으로 발견됐지만 앞서 4개국의 대영도서관과,러시아 국립도서관,수도원과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 등은 보존 권한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오다 이번에 협력해 인터넷에 공개하게 된 것.  이 책이 이렇듯 오랜 세월에도 보존 상태가 좋았던 것은 사막의 건조한 기후 덕도 있지만 이슬람 국가들 틈바구니에서 이 기독교 수도원이 마치 섬처럼 남겨져 정복의 손을 덜 탄 것으로 풀이됐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여성 80% “사은품 때문에 물건 사봤다”

    여성 80% “사은품 때문에 물건 사봤다”

    사은품이나 경품은 우리 소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사은품과 경품 행사로 인한 충동구매나 피해경험이 얼마나 되는지, 이에 대한 국민의식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봤다. 17일 방송된 KBS 1라디오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의 ‘500명에게 물었습니다’ 코너 조사결과다. 우리 국민 10명 중 6명 이상(64%)이 지금 당장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가 아닌데도, 사은품이나 경품 때문에 이를 구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자주 있다는 응답도 17%나 됐다.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0대(38%), 주부(73%), 고소득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10명 중 8명(82%)이 경험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사은품이나 경품 때문에 충동적으로 구입하게 되는 상품은 의류, 구두, 가방, 액세서리 등 패션상품(45%)이 1순위였다. 여성의 경우 패션상품, 화장품, 식료품의 충동구매가 높았다. 반면 남성은 가전제품, 금융상품의 충동구매가 높게 나타났다. 받으면 가장 기분좋은 사은품이나 경품으로는 상품권(65%)을 1순위로 꼽았다. 중복응답을 요청한 결과, 다음으로 라면(28%), 그릇(22%), 휴지(20%), 화장품(17%), 세제(13%), 장바구니(7%) 순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행사에서 받은 사은품이나 경품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얼마나 될까. 사은품이 쉽게 파손되어 다치거나 각종 부작용이 생기는 등 피해를 입은 경험은 11%로 조사됐다. 응답자들이 지적한 부작용들은 대부분 사은품의 질이 떨어지거나 양이 부족한 경우, 행사안내원의 설명과 다른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경험은 여성, 30~40대에서 높게 집계됐다. 일부 사은행사나 경품행사의 경우에는, 이미 당첨자가 정해져 있다는 의혹에 대해 일반국민 10명 중 7명(69%)이 공감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의 과반수이상(62%)은 사은품이나 경품 마케팅이 일회성 이벤트이기 때문에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전체적으로 응답자들은 사은품이나 경품이 구입하는 물건 값에 이미 포함돼 있다(63%)고 생각하면서도, 일회성 이벤트로서 활성화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같은 가격이라면 사은품이나 경품 행사를 하는 상품(79%)에 대한 구입의향이 높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이 조사는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월드리서치에 의해 지난 20일, 전국 성인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P 수준이다. 서울신문NTN 이여영 기자 yiyoyo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양천, 휴가용품 알뜰장터 열어

    서울 양천구가 여름휴가철, 1년에 한 두번 쓰는 휴가용품을 새로 구입하기 어려운 주민을 위해 휴가용품 알뜰장터를 연다. 양천구는 오는 27일 양천문화회관 분수광장에서 ‘제1회 양천 여름휴가용품 나눔장터’를 연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나눔장터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가정에서 쓰지 않는 아이스박스, 텐트 등 캠핑용품과 수영복, 튜브, 수경 등 물놀이용품을 기부하고 필요한 물건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기증물품은 오는 25일까지 구청 청소행정과, 각 주민센터, 관내 녹색가게 1·2호점에 접수하면 된다. 주민들이 물품을 기부하면 교환권을 발행해준다. 이 교환권을 갖고 나눔장터에 오면 기부한 물품의 평가액을 적어주고 그 한도에서 필요한 다른 물품으로 바꿀 수 있다. 물론 현금으로도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다. 특히 이번 장터에서는 환경사랑 실천을 위한 ‘폐휴대전화 기부 캠페인’도 함께 실시한다. 사용하지 않는 휴대전화를 가져오면 녹색가게에서 제작한 폐식용유 재생 비누를 받을 수 있다. 행사 당일 ‘지도층 인사’들의 기증 부스를 마련, 기증받은 휴가용품도 판매한다. 나눔의 생활문화 확산을 위해 방위협의회, 기관장협의회 소속 지도층인사들이 참여해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다. 또 지역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휴가용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판매부스도 따로 마련했다. 구 녹색가게연합회 자원봉사자들이 물품 판매액 등을 책정한다. 이번 장터 수익금은 모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하며 행사 후 잔여 물품은 녹색가게에서 판매한다. 또 장터에서 물품을 사면 폐현수막으로 만든 장바구니도 덤으로 준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늦둥이/김옥애

    [엄마와 읽는 동화] 늦둥이/김옥애

    등을 구부린 할아버지는 사과나무 밑동을 다독거렸다. ‘너는 올해도 꽃을 피우지 않는구나. 그래도 언젠가는 피겠지.’ 엄마가 뱃속에 들어 있는 자기 아이를 기다리듯 할아버지는 사과 꽃 피기를 기다렸다. 삼 년 전 봄에 할아버지는 마을 사람들과 충청도 여행을 떠났다. 속리산과 충주댐을 둘러본 후 휴게실에서 잠시 쉬었다. 그때 계단에서 묘목을 늘어놓고 있던 젊은 남자가 할아버지를 불렀다. “할아버지” “나 불렀는가?” 대머리 할아버지가 묻자 젊은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옆에 서 계신 눈이 크고 얼굴이 새까만 할아버지요.” 무슨 일이냐며 할아버지가 다가가자 젊은 남자는 어린 나무 한 그루를 집었다. “이거 가져다 심으세요.” “그게 무슨 나문데?” “사과나무요. 그냥 가져가세요.” 할아버지는 공짜라는 말에 머뭇머뭇했다. “나한테만 왜 줘?” “삼 년 후면 열매가 열릴 거네요.” 젊은 남자는 어린 나무의 뿌리를 물기 묻은 거적으로 감쌌다. 그러고는 당당하게 할아버지 앞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자기 아버지와 얼굴이 꼭 닮아 묘목을 한 그루 드리고 싶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무를 받아 든 할아버지는 서울에서 자라는 손녀의 모습을 떠 올렸다. 하얀 피부에 웃으면 보조개가 팬 손녀가 늘 보고 싶었다. 여섯 살이지만 요즘은 뭐가 그리 바쁜지 전화 목소리 듣기도 힘들다. 할아버지는 그런 손녀를 생각하며 입을 헤헤 벌렸다. 벌써 빨간 사과 알들이 또르르 손녀 손으로 굴러갔다. 새콤하고 단 맛이 나는 빨간 사과를 베어 먹으며 손녀가 흠뻑 웃는다. 잠시 손녀의 생각에 잠긴 할아버지는 기분이 좋아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다음 날 할아버지는 텃밭으로 나갔다. ‘삼 년 후면 열매가 열릴 거네요.’라고 했던 젊은 남자의 말을 곱씹으며 흙구덩이를 팠다. 구덩이 안에 거름과 흙을 섞어 뿌렸다. 뿌리를 얕게 심은 후 흙을 다독다독 밟았다. 맨 나중엔 지주대도 세워 줬다. 4월은 아지랑이처럼 소리 없이 지나갔다. 텃밭은 고추와 상추와 무 같은 푸성귀들로 가득 채워졌다. 며칠만 게으름 피우면 푸성귀들을 제치고 풀들이 쑥쑥 자랐다. 할머니를 먼저 보낸 할아버지는 낡은 기와집에서 그 텃밭을 가꾸며 혼자 살았다. 가끔 마을회관 옆에 사는 대머리 할아버지가 드나들긴 했다. 그 날도 대머리 친구가 찾아왔다. 텃밭에서 풀을 뽑던 할아버지는 잠시 일손을 놓았다. “석주야, 풀 없애는 약을 뿌리면 될걸. 고생을 사서하는구나.” “고생은 무슨.” 대머리 친구가 할아버지 옆으로 와서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저 사과나무는 올해도 꽃이 안 피었네.” “응, 난 필 줄 알았거든.” 대머리 친구가 할아버지를 놀려댔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냐? 난 처음부터 엉터리 나무라 생각했었다.” “설마? 사람을 믿고 살아야지.” 대머리 친구는 킥킥 웃었다. 차라리 나무를 뽑아 버리고 믿는 곳에서 새로 구해 심으란 말까지 했다. 그러더니 마을에서 생긴 소식을 하나 전해 줬다. “야, 우리 마을에 앞으로 요양 병원이 들어선다고 하더라.” “병원이 생기면 좋겠지.” 머지않아 할아버지도 그 병원에 들어갈 것만 같아 담담하게 대답했다. “너는 찬성이냐, 반대냐? 병원이 못 들어오게 막아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더라.” “양쪽 다 이유가 있겠지.” “대답이 그게 뭐냐? 나 그만 갈란다.” 이 집 저 집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아줌마처럼 대머리 친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정신 좀 봐. 우리 집 개한테 아침 밥 주는 걸 잊었네.” 대머리 친구는 엉덩이를 털었다. 할아버지는 친구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한참을 더 앉아 있었다. 날씨가 무더웠다. 햇볕이 뜨거워진 8월에도 할아버지는 텃밭에 나갔다. 얼굴에 선 크림을 바르고 붉게 익은 고추를 따냈다. 할아버지는 고추를 한바구니씩 따 와 마당 평상 위에 부었다. 빈 바구니를 들고 다시 밭 가운데를 지나치던 할아버지가 걸음을 멈추었다. 사과나무 앞에서 입을 떡 벌리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머슬머슬 사과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이다. 초록의 긴 꽃자루에 하얀 꽃잎들이 달려 있었다. 처음에 할아버지는 반가움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곧 걱정이 앞섰다. 꽃이 피는 것은 열매를 만들기 위함이 아닌가. “이일을 어찌한담. 내가 늦둥이를 어떻게 키워?” 할아버지는 안타까움에 속이 타 들었다. “이 녀석아, 남들은 벌써 굵직한 사과를 달았는데….” 이제 한 달만 지나면 익은 사과가 거리에 쏟아질 것이다. 할아버지는 그 일을 생각하니 사과나무의 꽃이 반가우면서도 안쓰러워졌다. 할아버지는 늦둥이 사과나무를 찬찬히 살폈다. 잎 뒤에 누런 벌레들이 닥지닥지 붙어 있었다. 벌레가 아삭아삭 잎을 갈아먹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귓속에서 벌레의 움직임이 삭삭거렸다. “이런 고약한 것들! 언제부터 이 나무에 붙어 있었던 거야?” 할아버지는 사과나무 잎사귀들을 하나씩 들추며 벌레들을 없앴다. 벌레가 있는 걸 미리 알지 못해 사과 꽃이 늦게 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양분을 죄다 빼앗기고도 늦게 꽃을 피운 사과나무를 할아버지는 칭찬했다. “너는 훌륭해! 대단한 나무야.” 할아버지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자세이지.” 할아버지는 담배를 뽑아 물었다. 앞으로는 사과를 잘 길러야 할 엄마의 입장이 된 것 같았다. 사과나무는 하얀 꽃잎을 떨구고 마침내 콩알만 한 열매들을 달았다. 콩알만 하던 열매는 날마다 쑥쑥 자라 풋감만 하게 커졌다. 그러나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싸늘해졌다. 할아버지는 자나깨나 사과나무 걱정에 잠겼다. 추워지면 땅 속 뿌리가 물을 빨아올리기 힘들 거였다. “너를 잘 키워야 하는데, 어쩔거나?” 이파리들을 쓰다듬으며 할아버지는 나무에게 물었다. 사과나무는 대답이 없다. 할아버지도 방법을 못 찾았다. 할아버지는 하늘을 보며 부탁을 했다. 해야, 해야, 뜨거운 빛을 보름동안만이라도 더 쏟아 주렴. 그때 할아버지의 바지 주머니에서 손 전화 신호 음악이 울려왔다. 랄 라라 랄 라라. “여보세요.” “나야, 대머리.” “무슨 일인데?” “지금 마을 회관 쪽으로 빨리 와 줄래?” “왜?” “우리 초등학교 친구를 오십 년 만에 만났다. 네가 보고 싶대.” 대머리 친구는 점심을 함께하자며 할아버지를 불렀다. “와! 그 친구가? 알았다. 곧 갈게.” 할아버지는 간단히 몸을 씻은 후 나갈 때에 입을 옷을 골랐다. 벽에 걸려 있는 회색 바지와 윗도리 황토 옷을 집어 들었다. ‘에 헴’ 기침소리를 낸 후 할아버지는 텃밭의 사과나무에게 나들이를 알렸다. “얼른 다녀오마.” 할아버지는 골목을 빠져나와 사거리의 꽃가게 앞을 지났다. ‘무지개 꽃가게’란 간판만 붙었지 꽃보다는 비어 있는 화분들이 더 눈에 띄었다. 그동안 마을회관을 들락거릴 때 눈으로 스쳐만 다니던 가게였다. 바쁘게 걷던 할아버지가 그 꽃가게를 향해 다시 몸을 돌렸다 ‘옳지! 바로 그것이야. 내가 진즉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할아버지는 좋은 생각이 떠올라 손뼉을 ‘탁’ 쳤다. 가게 유리창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저기 저 큰 화분 얼마요?” 할아버지가 가리킨 갈 색 화분은 곡식을 빻는 절구통만 했다. 손녀의 키만큼 높아 사과나무가 편안하게 자랄 수 있어 보였다. 가게 아줌마가 놀라는 눈치였다. “저렇게 큰 화분을 어디다 쓰시려고요?” “아니, 그런 건 묻지 말고 얼마냐고요?” “그 화분 새 것 아닌데요. 옛날에 우리 집에서 쓰던 걸 놓아 뒀어요.” “그래도 가격을 알아야지요.” “필요하시면 할아버지가 그냥 가져가세요.” “그냥?” 이상하다. 사과나무를 준 젊은 남자처럼 꽃가게 아줌마도 ‘그냥 가져가세요.’라는 말을 했다. “허허허. 그것 참. ” “제가 마을 어르신한테 왜 거짓말하겠어요. 크기에 비해 무겁지 않아 할아버지가 들고 가실 수 있을 걸요.” 눈가에 주름을 만들며 아줌마는 화분을 끄집어냈다.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화분 밑바닥엔 붉은 흙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깨끗한 옷에 흙 묻겠어요.” “그런 것 염려할 것 없소. 옷이야 다시 빨면 되니까.” 할아버지는 화분을 들고 집으로 다시 왔다. 그러고는 텃밭의 사과나무 앞에 그 화분을 내려놓았다. “이제 됐다. 추워지기 전에 너를 보호해 줄 수 있게 됐다니까.” 잽싸게 일할 때 입는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할아버지는 화분 맨 밑바닥의 구멍을 막았다. 그 위에 비료 흙을 절반이 넘게 채워뒀다. 그러고는 사과나무 지주 대를 떼어냈다. 할아버지는 나무의 뿌리가 다치지 않게 가만가만 삽질을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흙을 떠 낸 할아버지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 천천히 사과나무 뿌리가 드러났다. 할아버지는 사과나무를 화분으로 옮겨 넣었다. 할아버지 바지 주머니에서 손 전화가 울렸다. 흙 묻은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왜 늦느냐.’는 대머리 친구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할아버지는 친구에게 한마디 들은 뒤끝을 바투 마무리했다. “나 지금 못 간다. 아주 소중한 일이 생겼어. 그러니까 그 친구 데리고 네가 이리로 오너라.” 할아버지는 사과나무가 심어진 화분에 흙을 뿌렸다. 친구들을 부른 후엔 손 움직임이 느려지고 꼼꼼해졌다. 그들이 오면 함께 따뜻한 방으로 화분을 옮길 참이다. 이제 사과나무는 남쪽 창가에서 햇볕을 받으며 잘 지낼 것이다. 할아버지는 겨울에 주렁주렁 달린 빨간 사과를 손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사과나무야, 너를 늦둥이로 만들어 미안하다.”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리던 할아버지가 사과나무에게 소곤소곤 속삭였다. ●작가의 말 늦게 난 자식을 늦둥이라 부릅니다. 부모들은 그 늦둥이를 키우며 각별한 사랑을 퍼붓지요. 내가 아는 50대 초반의 어떤 아저씨는 틈만 나면 자기 배 위에서 아이를 키우더라고요. 늦둥이 아이처럼 늦둥이 과일나무를 나는 보았어요. 사람이든 식물이든 기르고 가꾸는 엄마의 마음은 똑같은가 봐요. 그런데 나무의 엄마인 할아버지는 몇 점 엄마가 될 것 같나요? ●약력 전남 강진에서 출생했다.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우물가를 맴도는 아이들’과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너는 어디로 갔니?’가 당선됐다. 전남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동화집 ‘이상한 안경’ ‘너는 어디로 갔니?’ ‘별이 된 도깨비누나’외 다수를 펴냈다.
  • 국내 가공식품업체, 국제 원자재가 반영 입맛대로

    국내 가공식품업체, 국제 원자재가 반영 입맛대로

    밀가루, 설탕, 식용유, 빵, 과자 등 주요 식재료 및 가공식품들의 생산·유통 단계별 가격정보가 일반에 공개된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식재료 및 가공식품의 국제 원자재가격, 공장도가격, 소비자가격 등 정보를 종합적으로 담은 가격정보 사이트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 사이트가 개설되면 밀, 콩, 옥수수, 원당 등 원자재 시세의 변동이 도매 및 소매가격에 적정하게 반영되는지와 각각의 가공 단계에 따른 가격 변화 추이를 소비자들이 직접 비교할 수 있게 된다. ●물가에 반영… 장바구니 시름 재정부 관계자는 “밀의 국제 시세는 떨어지는데도 빵이나 과자 값은 오른다든지 하는 문제를 막자는 취지”라면서 “현재 가격정보 사이트에 포함시킬 제품군 등을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또 시민단체들이 직접 제품의 원가를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식품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상승 등을 들어 국제 시세를 국내가격에 제때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재정부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아 지난 4월 작성한 ‘국제 원자재 가격의 국내 가공식품 가격 반영 정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밀의 국제 선물가격은 지난해 3월 t당 424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하락해 올 3월 최고점 대비 54.8%까지 내려왔는데도 국내 빵 가격은 같은 기간 7.9%나 올랐다. 밀의 국제 가격 및 수입가격 하락 추이를 국내 빵 가격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 가격정보공개사이트 구축키로 A제빵업체는 지난해 자사 제품의 공장도가격을 2006년 대비 ㎏당 400원가량 올렸지만 실제 원료비 상승분은 100원 정도에 불과했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 매출 총이익 증가율(39%)이 매출 증가율(22%)의 거의 두배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국내 제분업체들이 밀가루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 빵 원료인 밀가루 가격 부담은 크게 늘지 않았는데도 제빵업체들은 가격을 대폭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밀가루의 원료인 밀 가격은 2007년 1·4분기 ㎏당 470원에서 올 1분기 1010원으로 114% 상승했지만 밀가루 공장도가격은 같은 기간 670원에서 1120원으로 67%밖에 오르지 않았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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